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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40 2014.07-08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Report

이슈 Issue 20 와이드 COLUMN 쇠락기의 문화와 예술 | 함성호 24 이종건의 COMPASS 37

43 몬디탈리아 Monditalia 아르세날레 전시 46 한국관, 황금사자상 Golden Lion 한반도 오감도 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 50 칠레관, 은사자상 Silver Lion

황·금·사·자·상

MONOLITH CONTROVERSIES

28

52

전진삼의 PARA-DOXA 09 《DOCUMENTUM》의탄생을 축복하며 : 건축 지식인의 빈곤이 불러온 한국 건축 잡지 시장의 불안정한 생태계

프랑스관, 스페셜 멘션상 Special Mention Winner Fair Enough: Russia’s Past Our Present 54 러시아관, 스페셜 멘션상 Special Mention Winner

리포트 REPORT

Fair Enough: Russia’s Past Our Present

32

56

La Biennale di Venezia 14th International Architecture Exhibition 2014.6.7-11.23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Fundamentals Absorbing Modernity 1914-2014 & korean pavilion Golden Lion for Best National Participation

캐나다관, 스페셜 멘션상 Special Mention Winner Fair Enough: Russia’s Past Our Present 58 일본관 In the real world Arctic Adaptations: Nunavut at 15 60 스위스관 Lucius Burckhardt and Cedric Price. A stroll through a fun palace

36 크리틱 | 송종열 40 주제관 Central Pavilion 건축의 요소 Elements of Architecture

62 독일관 Bungalow Germania 64 미국관 OFFICEUS


그림字 88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설계 경기 97 인터뷰 | 윤승현 당선작 EN-CITY_ENGRAVING the PARK 104 공모전 키포인트 | 남수현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공모전을 통해 본 공공 공간과 종교의 관계

와이드 아이 EYE 66 제22회 김수근 건축상 & 2014 김수근 프리뷰상

일상 1997년 우리나라는 국가 부도의 위기를 겪으며 IMF에 구 제 금융을 요청하였다. 발전과 성장 일로에서 나날이 번창해 가던 우리나라 경제에 일침이 가해진 역사상 잊히지 않을 큰 위기였다. 온 나라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3년 만에 구제 금융을 전액 상환하고 IMF관리 체제를 종료하였다. 그때 우리는 어느 수도원의 설계를 진행하고 있었다. 설계

작업 WORK 72 제22회 김수근 건축상 수상작 양주 시립 장욱진미술관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City 최-페레이라 건축 Chae-Pereira Architects

가 마무리되고 착공을 할 시점인데 공사를 잠시 보류한단 다. 이유는 나라와 국민이 어려운데 모른 척하고 새 집을 지 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그들의 사정상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지만 새 집의 착공은 연기되었다. IMF 사태에 들어서자 온 나라는 허리띠를 졸라매었다. 수도자는 청빈, 정결, 순명을 삶의 규칙으로 지향한다. 세상이 경제적 으로 풍요롭든 말든 그들은 오로지 필요한 만큼만 쓰며 산다. 더이상 졸라맬 허리띠 구멍이 남아 있질 않았다. 그들은 그렇 게 사는 것이 일상인 것이다. 나라 경제 사정이 어느 정도 회 복의 단계에 들어서자 그들은 비로소 건축을 시작하였다. 지금도 전 세계 금융 위기 및 불황은 계속되고 있다. 노력으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Strong Architect +Young Architect 02

로 극복되는 정도가 아닌 것 같다. 모두가 이 불황이 빨리 끝나기를 학수고대한다. 호황은 아니더라도 일거리가 있고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안정된 경제 사회 를 꿈꾸며 지금을 견디고 있다. 다만 그때를 기다리며 좋은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Strong Architect 02

시절의 생활 수준과 습관은 바꾸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러

방철린

나 만약 그런 시절이 안 온다면 어찌해야 할까? 늘 IMF체제

106

같이 사는 수도자들과 같이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일상으로

건축-허虛찾기

여기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상황에 생활을 맞추 어 장기적 안정 체제로 변환하여 일상으로 삼는 것은 어떨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Young Architect 02

까. 그러다 상황이 좋아지면 여유로워져 좋고, 더 지속된다

김성우+정우석

하더라도 이미 일상이라 여기니 부담 없이 그 안에서 평상

112 공간과 장소라는 거울로 건축하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니. 임근배 | 간향클럽 대표 고문, 그림건축 대표

3


심원문화사업회 7차년도(2014~2015)

공모 요강

제7 회 심원건축학술상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 공모 요강

2-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 수상작 : 1편 1) 부상 1-1 미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를 준수

상패 및 상금(고료) 1천만 원과 단행본 출간 지원

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및 아

1-2 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

상패(저자), 인증서(출판사 대표) 및 상금 1천만 원(저자)과

하지 않음]

3백만 원에 상당하는 도서 매입(출판사) 그리고 수상 도서 에 부착할 수상작 인증 라벨 지원

Ⓢ 제출처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5, 909호

Ⓢ 응모 자격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내외국인 제한 없음, 단 1인 단독의 연구자 및 저자(출판사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121-816)

대표 포함)에 한함

(겉봉에 ‘제7회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 응모 분야

Ⓢ 응모작 접수

건축역사, 건축이론, 건축미학, 건축비평 등 건축인문학 분

접수 마감:

야에 한함

2014년 11월 15일(우편 소인 분까지, 기간 내 수시 모집)

(단, 외국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물’에 한함)

Ⓢ 추천작 발표 추천작 발표:

Ⓢ 사용 언어

2015년 2월 중(《와이드AR》 카페 및 개별 통지)

한국어 Ⓢ 수상작 선정

Ⓢ 응모작 제출 서류

예비 심사를 통과한 추천작에 대하여 공개 포럼을 포함한 소정의 본선 심사를 진행하며, 그 중 매년 1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여 시

[미발표작의 경우]

상함.

 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분량으로 응모자 자유 1) 완 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린트 물로 흑백/칼라 모두 가능)을 제

Ⓢ 수상작 발표

본된 상태로 5부 제출.

2015년 5월 중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1-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기획서(자유 양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와이드AR》 2015년 5/6월호 지면 및 인터넷 카페에 공지)

2-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반드시

Ⓢ 시상식 별도 공지 예정

명기할 것) 1부 Ⓢ 미발표작의 출판 일정 [발표작의 경우]

수상작 발표일로부터 1년 이내

1) 초판 1쇄 발행일 기준 최근 2년(2013∼2014년) 사이에 국내에서 출간된 도서여야 함. 제출 수량 5부(공모기간 중 출판사와 계약을 통해 단행본 출간 작업 중에 있는 연구물의 경우, ‘미발표작’의 제 출서류와 동일하게 제출하면 됨)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1-응모작의 소개서(자유 양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주최

심원문화사업회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기획 및 주관 《와이드AR》·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후원

(주)엠에스오토텍

문의

070-7715-1960


송원 아트 스페이스 | 매스 스터디스 _ 조민석 | 사진 문정식

(주)제효에서 지은 집 건축가 상상 속의 건물을 구현하다 | www.jehyo.com


2014.03.03

마실 서비스 시작 2014.06

국내외 오프라인 매체들과 건축관련 자료 공유 시작 2014.07

해외 온라인/오프라인 매체에 게재완료 및 진행중

<Online>

<Offline>

Archdaily.com

Architectural Review

PlusMOOD.com

Architectural RECORD

Dezeen.com

Wallpaper

Openbuildings.com

ICON

WorldArchitectureNews.com

A+U

Architizer.com

GA

Architonic.com

METROPOLIS

Houzz.com

PHAIDON Publisher

etc.

etc.

.

www.MASILWIDE.com


제5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본지는 2010년 이래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은 물론 건축과 사회와 여타 장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건축비평의 가치를 공유하는 젊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주최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당선작 발표]

주관

와이드AR

2015년 1월 중 개별통보 및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와이드AR》 2015년 1/2월호 지면 및 2015년 1월 초 네이버카페

공모요강

《와이드AR》 게시판에 발표

[시상내역] 당선작 1인

[심사위원]

기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작 외에도 가작을

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지 예정

선정할 수 있음) [시상식] [수상작 예우]

2015년 3월(예정)

당선작 상장과 고료(100만원) 및 부상 가작

상장과 부상

공통사항

[응모작 접수처] widear@naver.com

1)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2)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기타 문의] 대표전화: 070-7715-1960

[응모편수] 다음의 ‘주평론’과 ‘단평론’을 동시에 제출하여야 함.

[응모요령]

주평론과 단평론의 내용은 아래 ‘응모요령’을 반드시

1. 모든 응모작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확인하고 제출바람

함. 기존 인쇄매체(잡지, 단행본 기타)에 발표된 원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

고도 응모 가능함.(단, 본 건축비평상의 취지에 맞

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참고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10매 사이 분량) 2) 단평론 2편(상기 기준 적용한 20매 내외 분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3매 분량)

게 조정하여 응모 바람) 2. ‘주평론’의 내용은 작품론, 작가론을 위주로 다루어 야함 3. ‘단평론’의 내용은 건축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일어 나는 시의성 있는 문화현상을 다루어야 함

[응모자격]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4. 응모 시 이메일 제목 란에 “제5회 와이드AR 건축 비평상 응모작”임을 표기할 것 5. 원고는 파일로 첨부하길 바라며 원고 말미에 성명,

[사용언어]

주소, 전화번호를 적을 것

1) 한글 사용 원칙

6. 원고 본문의 폰트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7. 이메일 접수만 받음

안에 한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8. 응모작의 접수여부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 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음

[응모마감일] 2014년 11월 30일(일) 자정(기한 내 수시 접수)


(주)평화이앤씨

대표 번호 : 02-556-8668(tel), 02-556-8665(fax)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하이빌 파크 LOTTE MART VIETNAM BINHDOUNG 창신 인도네시아 나이키 공장 SAUDI Aluminum Rolling Mill project 러시아 깔루가 롯데제과 공장 러시아 상뜨 현대 자동차 부품공장 현대백화점 판교점 복합몰 삼성전자 화성 제3변전소 인천 송도 삼성 EDISON PROJECT BIO 녹십자 화순 VAC 공장 동화약품 충주공장 인천 로봇랜드 조성사업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 에스오일 마포 사옥 파라다이스 비치호텔 리뉴얼 강원랜드 카지노 증축

사업 분야

PYEONG HWA E&C

주요실적

www.myhyenc.co.kr

О Plant Engineering

엔지니어링사업자 정보통신분야 제E-6-1134호

О 건축전기설비설계

전기 전문설계업 1종 제 서울 E-2-455호

О 전기통신설비설계

전기 종합감리업 제 서울 S-1-420호 소방시설설계업(전기분야) 제 강남 2014-6호

О 소방설비설계 О 전기설비공사감리 О 정보통신설비공사감리


E&C

r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약칭, 땅집사향) 올해로 9년차를 맞이한 땅집사향은 향후 2년여에 걸쳐 우리 건축의 선후배 건축가들을 가로지르는 기획을 가지고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4’>로 그분들이 관심하는 건축의 주제를 듣고 묻는 시간으로 꾸립니다.

홀수 달은 선배 건축가들이 ‘Stro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되며

7월(제91차)과 8월(제92차)의 이야기손님과 주제의 방향

짝수 달은 후배 건축가들이 ‘You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됩니다. [땅집사향_소개의 글] 땅집사향은 2006년 10월 이래 매월 한차례, 세 번째 주 수요일 저녁에 개최되어 왔습니다. > 1차년도(2006~2007)

12회에 걸쳐 국내의 건축책의 저자들을,

> 2차년도(2007~2008) 6회에 걸쳐 국내의 건축, 디자인, 미술 전문지 편집장 및 일간지 문 화부 데스크들을, > 3차년도(2008~2009) 20회에 걸쳐 30대 중반~40대 초반에 걸친, 국내의 젊은 건축가들 을 초청하여, 그들의 건축세계를 이해하는 시간 <나의 건축, 나의 세 계>로 갖은 바 있습니다. > 4차년도(2010)

2014년 7월 제 91 차 Strong Architect 03 이야기손님 김인철(아르키움 대표 건축가) 일시

7월 16일(수) 7:30pm

12회에 걸쳐, 3차년도의 연장선상에서

장소

그림건축 안방마루

40대~50대의 중견건축가들을 초대하여 ‘시즌 2: POwer ARchitect_내 건축의 주제’를 기획한 바 있습니다.

주제

共間

> 5차년도(2011~2012)

24회에 걸쳐 <건축가 초청강의 ‘시즌 3’>로 기획하여

차세대 건축을 리드할 젊은 건축가들을 초대,

그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의 주제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듣고 물었습니다. > 6차년도(2013~2014) 전반기 6회에 걸쳐 ‘건축기획’에 초점을 맞춘 6회의 강좌를 진행하여 이 분야의 연구자, 활동가, 행정가의 현장 이야기를 들었 습니다. 후반기 6회에 걸쳐 <건축사진가열전>(시즌1)로 국내의 내로라하는 건축사진가를 초청하여

‘이미지 건축의 거처’ 주제로 건축 사진의 세계를 접했습니다.

[행사 당일 시간표]

2014년 8월 제 92 차 Young Architect 03

7:30pm-9:30pm 발표 및 질의응답

이야기손님 박진택(jtparchitecture 건축가)

9:30pm-10:30pm 뒷풀이

일시

8월 13일(수) 7:30pm

장소

그림건축 안방마루

주제

영화적 건축

[참가 신청방법]

사전 예약제(네이버 카페 <와이드AR> 게시글에 신청)

[참가비]

|주관: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약칭, 와이드AR)

5천원(현장 접수, 사전 예약자에 한함.

|주최: 그림건축,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사전 예약 없이 현장에서 등록할 경우: 1만원)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 (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건축비평 총서> 제1탄 건축 없는 국가 이종건 비평집

이종건의 말·말·말 1장. 건축과 국가, 그리고 존재 여기서 내가 요청하는 것은, 우리 삶 속에 타자를 적극 불러들이는 것이다. 한 국적인 것에 대한 논의의 가능성은 그 때 비로소 희미하나마 새벽빛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198쪽 | 신국판 10,000원 판매대행_ 시공문화사 영업팀 02-3147-1212, 2323

2장.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건축 사회는 오랫동안 아키텍처의 세계를 접했고, 그래서 비스듬하게 그 언어를 체득하고 구사해왔다. 그런데 우리 건축 사회가 알고 구사하고 있다고 믿는 그 언어는, 토마스 한의 표현을 빌리자면 “변이/훼손”된 언어다. 3장. 건축 없는 국가 김효만의 건축은 극히 비현실적인 공간을 상상하도록 하는 공간, 혹은 그러한 공간적 감성마저 현실적인 토대에서 구축된다. 이것이야말로 서구 자본주의에 점령된 우리 사회에서 작업하는 우리가 따르고 지켜야 할 귀중한 덕목이 아닌

우리 건축 사회에 속한 이들은 누구나 알고 느끼듯,

가 싶다.

우리 건축의 문제는 늘 비평의 부재다. 비평 작업은

4장. 국가 없는 건축

그리고 비평가로 사는 것은 고달프고 외로울 뿐이다.

조민석은 문화 전쟁에서 벗어나 있다기보다 다른 형식의 문화 전쟁을 치르고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세상이

있다고 말하는 게 옳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배제된 모종의 무엇에 목

건축비평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소리를 부여함으로써 기존의 방식으로 분할된 감각 혹은 감성을 재분배시키기 를 요구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말이다.

더 이상 ‘비판성criticality’이 작동할 수 없는 사회가 아닌지 모르겠다. 비평의 공급이 아니라 비평의 수요를

해체주의 건축의 해체』, 『해방의 건축』, 『중심이탈의 나르시시즘』,

이종건 비평집

히 요구되는 곳에서마저, 비평이 늘 요청/초대받지 못했다.

경기대학교 교수. 저서로 『건축의 존재와 의미』, 『

를 말하는 것이다. 건축에 대한, 오늘날의 건축에 대한, 오늘

저자 이종건

건 아닌지 모르겠다. 더 이상 ‘비판성criticality’이 작동할 수 없는 사회가 아닌지 모르겠다. 비평의 공급이 아니라 비평의 수요

비평이 늘 요청/초대받지 못했다.

것은 고달프고 외로울 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세상이 건축비평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

인식과 지식이 분명히 요구되는 곳에서마저,

우리 건축 사회에 속한 이들은 누구나 알고 느끼듯, 우리 건축의 문제는 늘 비평의 부재다. 비평 작업은 그리고 비평가로 사는

오늘날 우리 건축에 대한 좀 더 나은 안목과

날 우리 건축에 대한 좀 더 나은 안목과 인식과 지식이 분명

건축 없는 국가

말하는 것이다. 건축에 대한, 오늘날의 건축에 대한,

『텅 빈 충만』 등이 있고, 역서로 『기능과 형태』, 『추상과 감통』, 『차이들: 현대 건축의 지형들』, 『건축 텍토닉과 기술 니힐리즘』, 『건축과 철학: 건축과 탈식민주의 비판이론, 바바』 등이 있고, 작품으로 한국건축가협회 초대작가 전에 출품한 <삼가>가 있다.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NES Ⓦ 건축영화스터디클럽

주최: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주관: 와이드AR 후원: NES코리아(주)

NESⓌ건축영화스터디클럽 <시즌3>, 8월 15차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일정을 꼭 확인 바랍니다. ◇ 장소: 장소: 서울 마포구 동교동 157-1(KT사옥 5층)

◆ 14th: 6월 3일(화) 7:00pm 상영작: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

토즈홍대점 1번 방

◇ 강사: 강병국(본지 자문위원, WIDE건축 대표)

게리 허스트윗 감독, 2009

◇ 참석대상: 고정 게스트 20인 및 본지 독자와 후원회원 중

개관: 일상의 디자인에 관한 영화

사전 예약자 포함 총 30인 이내로 제한함

◆ 15th: 8월 12일(화) 7:30pm 상영작: 비주얼 어쿠스틱스(Visual Acoustics)

● 사전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예약접수

에릭 브릭커, 2008

(*참가비 없음, 단 뒷풀이 장소로 이동시 1만원 회비 현장접수 예정)

개관: 세계적인 건축 사진작가 줄리어스 슐먼에 관한

다큐멘터리

◇ 주요 프로그램

(*본 프로그램은 주최 측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음)

◆ 16th: 10월 7일(화) 7:00pm 상영작: 푸르이트 아이고(Pruit-Igoe)

◆ 12th: 2월 10일(월) 7:00pm

차드 프리드리히 감독, 2011 개관: 근대건축의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건축

상영작: 마천루(Fountainhead) 킹 비더 감독, 1949

다큐멘터리

개관: 건축영화의 영원한 고전!!

◆ 17th: 12월 2일(화) 7:00pm ◆ 13th: 4월 7일(월) 7:00pm

상영작: 홀리루드 파일(The Holyrood File)

상영작: 레이크 하우스(Lake House)

스튜어트 그릭 감독, 2005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감독, 2006

개관: 스페인 건축가 Enric Miralles의 작품 스코틀랜드

개관: 전형적인 헐리웃 건축가 영화

의사당 건축에 얽힌 정치적 마찰과 스캔들을 다룬 영화


에디토리얼

한여름의 신선놀음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이하

YAP의 주제는 여름 프로젝트답게 ‘쉼터(shelter), 그늘

YAP)은 여름 관람객에게 시원한 쉼터를 제공하려는 단순

(shade), 물(water)’이고, 서울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

한 의도로 1998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시작된

울관의 열린 마당에서 진행이 됐다. 동일한 진행 방식, 동일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산티아고, 로마, 이스탄불을

한 주제를 갖지만 각 지역의 상황을 반영하고 장소의 특성

거쳐 올해 처음 서울에 입성했다. 그리고 YAP 서울의 첫

을 고려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덕분에 이 젊은 프로젝

번째 우승작으로 문지방(박천강, 권경민, 최장원) 팀의 ‘신

트는 서로 다른 지역의 문화적 감성을 비교하고 소통하는

선놀음’을 택했다.

장이 되어 왔으며,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건축 개발을

건축가들은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

위한 대안적 프로그램의 역할도 톡톡히 해 왔다.

의 근원 설화를 배경으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신

문지방의 ‘신선놀음’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의 장

선놀음처럼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이

소적 특징, 즉 ‘서로 다른 시대의 충돌’을 의식하여 오히려

들은 신선이 노니는 천상과 그늘 아래 쉼터가 있는 인간 세

초연하고 유유자적한 해법을 제시하였고, 멀리 인왕산 능

상을 설정하고 에어벌룬을 띄웠다. 에어벌룬은 천상에서는

선과도 제법 어울리는 구름과 나무라는 익숙한 소재에 ‘신

구름이 되지만 지상에서는 그늘을 드리워 주는 한 그루 나

선놀음’이라는 동양적인 정서를 가미하여 ‘낯설음’이란 차

무가 된다.

이를 만들어 냈다.

건축가들은 주어진 장소의 기존 바닥 돌을 일부 걷어 내고

비록 ‘한여름밤의 꿈’ 같은 프로젝트이지만, 이제 막 새롭게

잔디를 깔아 크고 낮은 에어벌룬을 밀도있게 배치했다. 이

나선 신예 건축가에게 세상을 관찰하여 건축에 반영하는

에어벌룬은 사람과 접촉을 하거나 바람이 불면 느릿느릿

과정은 자신만의 건축 개념을 정립해 나가는 데 크게 보탬

움직이게 되는데, 이것은 에어벌룬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이 될 것이다. ‘신선놀음’이 관람객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미스트와 어우러져 더욱 ‘유유자적’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각인되는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젊은 건축가들과의

한다. 미스트는 ‘천상의 옅은 안개’라는 시각적 효과뿐만 아

만남을 권해 본다. 글/정귀원(본지 편집장)

니라 관람객들의 살갗을 청량감 있게 자극하는 촉각적 경 험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관람객들은 에어벌룬 사이의 계 단을 걸으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아래 평상에 앉게 되면 잠시 무거운 발을 내려 놓

정정 보도 : 지난 호(통권 제39호)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4 : Strong

고 휴식의 시간을 얻게 된다.

수로 잘못 표기되었음을 알립니다. (서인사옥→감옥의 독실)

Architect 01>의 내용 중 111P. 하단 이미지의 사진 설명이 편집자의 실


와이드 COLUMN

쇠락기의 문화와 예술 함성호 간향클럽, 시인, 건축가

오늘날 예술은 ‘쓸데없는 것’으로 흔히 말해진다. 단순히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쓸데

Issue

없음으로 그 쓸모가 생기는 반어적 문법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렇다 하 더라도 여전히 그 쓸모에 대해서 분명한 지점을 찾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너무나도 현세적인 스승인 공자孔子는 『논어』 「양화陽貨」편에서 시를 어디다

ISSUE

써먹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이렇게 뾰족한 답을 내놓고 있다.

쇠락기의 문화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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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의 COMPASS 37

황·금·사·자·상

29 전진삼의 PARA-DOXA 09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반드시 시경을 배우도록 하라. 시를 배 우면 (생각을) 일으키게 할 수 있고, (인정과 풍속에 대한) 관찰력을 향상 시킬 수 있으며, (공동 작업을 위한) 협동력을 익히고, 마땅히 따져 물을 수 있다. 가까이는 부모를 멀리는 군주를 섬길 때에 도움이 되며, 시에 나 오는 새, 짐승, 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된다.(子曰 小子 何莫學夫詩 詩 可以興 可以觀 可以群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

여기서 ‘일으키게 할 수 있고(可以興)’는 「태백(泰伯)」편에서 “...(군자는, 혹은 사회 는)시에서 일어나고, 예에서 서며, 악에서 이루어진다.(子曰, 興于詩, 立于禮, 成于 樂)”라는 말을 엿보면 그 뜻이 더 잘 붙게 된다. 「자로(子路)」편에서는 더 따끔하게 말한다.

“『시경』 삼백 편을 외워도 그에게 정치를 맡겼을 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 고 사방에 사신으로 보냈을 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다면, 비록 많이 외웠 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子曰, 誦詩三百, 授之以政, 不達, 使于四 方, 不能專對, 雖多, 亦奚以爲.)”

그러니까 시를 잘 익힌 사람은 정치・외교 등의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공자가 이렇게 시에 묵직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그래야 비로서 예禮와 악樂이 설명되기 때 문이다. 또한, 어떤 지역의 인정과 풍속을 알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자료가 되기 때문 이다. 『시경』은 노래다. 당시의 유행가다. 남녀의 사랑과, 슬픔, 가족, 친구, 풍경과 문 물이 두루 나타나기 때문에 공자는 시를 읽고 직접 그 나라를 둘러보지 않아도 그 나 라의 인정과 풍속을 알고, 자기 생각의 얼개를 짜 나갔을 것이다. 이는 또한 서구의 철학이 한결같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블랑쇼, 샤르트르, 푸코, 알튀세르, 바타이유 등 많은 서구의 철학자들은 시를 공 부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철학이 해석할 현실을 찾았다. 그래서 문학을 모르는 철학자 는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한국의 철학자들은 공공연히 문학을 모른다는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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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와이드 COLUMN | 함성호

《DOCUMENTUM》의 탄생을 축복하며

: 건축 지식인의 빈곤이 불러온 한국 건축 잡지 시장의 불안정한 생태계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서 자기 철학이 해석할 현실을 찾는단 말인가? 그들이 일일이 발로 뛰며 취재를 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철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밥벌이로 삼는 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샤르트르로 직장을 얻어 호구지책으로 삼고, 들뢰즈를 떠드는 댓가로 돈 몇 푼을 쥐는 것에 만족한다. 그들은 철학자들이 아 니라 철학 기술자들이다. 그저 기계적으로 자기가 배운 것들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그래서 한국의 철학판은 어제는 들뢰즈가, 오늘은 지젝이, 내일은 아감벤이 난무한다. 한국의 현실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철학들이 그저 새롭다는 이유로 수입된다. 다행히 이런 수입 지식들이 지금 한국의 현실을 잘 설명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방향을 이정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나는 이 지식오퍼상들을 경멸 한다. 이 지식오퍼상들이 들고 들어오는 새로운 이론이라는 것은 그저 신상품에 다름 아니다. 그것이 자기 몸에 맞는지 아닌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이 수입한 새로운 철학이라는 것은 그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짝퉁에 지나지 않는다. 지식오퍼상들은 모 두 자기가 전문가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철학은 전문가가 필요없다. 철학 은 지금, 여기를 해석하는 절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니체를 잘 아는 사람보다, 니체 를 통해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해부하는 철학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비단 한국의 철학계의 현실만은 아니다. 문학도 그렇다. 유럽에서는 현대문 학의 가장 뜨거운 이론을 공부하고 온 사람이 정작 한국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작품 을 추켜세운다. 그 대중성에서 그가 공부한 이론을 발견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가 옹호하는 대중적인 작품에 대한 그의 논리는 그가 배운 이론과는 아무 상관이 을 보고 있자면 혹시 이 사람이 다중인격 장애가 아닐까,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문학은 ‘인정과 풍속’을 들여다보기 위한 창도 아니고, 문학도 아니며, 단 지 손쉽게 일자리를 얻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문학사에서 비평과 창작이 지금처럼 따로 놀았던 적은 없게 되었다. 수많은 평론들이 쏟아지지 만 모두가 공허하다. 어쩌면 그것들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텍스트들과는 아무 상관

와이드 COLUMN

없다는 게 문제다. 그의 문학적 태도와 그가 공부한 지식은 완전히 따로 논다. 그 꼴

이 없을 정도로 헛손질만 거듭하는 꼴이다. 건축과 미술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미술은 80년대 민중미술 운동 이 후로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쳐 이제는 완전히 개별적으로 흩어졌다. 80년대 민 중미술은 그 이후 공공미술의 개념이 등장했을 때 이미 그 안에 공공성이 담겨 있었 다. 정치적인 야유와 풍자, 민중 연희에 사용된 미술은 그 이전의 미술과는 완전히 달 라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한국에서 기존의 미술의 개념을 파괴한 건 뒤샹이나 요셉 보이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민중’의 역동성을 감지한 이 땅의 미술가들에 의해 서였다. 자연스럽게 미술은 캔바스에서 벗어나 건물의 벽에 걸리기 시작했고, 당연 히 그 그림들은 화이트 큐브에서는 걸 수 없었고, 그렇게 한국미술은 전시장을 벗어 났다. 그리고 분노와 항의를 표현하기 위한 그림과 행위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80 년대는 누구나 그려야 할 것이 있었다. 그리고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 수입되자 민중미술은 좀더 세련된 모습으로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를 거부한 사람들은 모두 장외에 서게 되었다. 그에 반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를 입은 일부의 민중미술가 들은 사회・정치적 상황이 변화되자 전시장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90년대 중후반을 지나며 우리 미술계에는 해외에서 유학한 창작자들이 대거 귀국했고, 미술 계는 일시에 그들의 실험장이 되었다. 그들은 다시 전시장을 박차고 나갔지만 이제 그 바깥에서 그들을 반겨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전시장을 박차고 나간 것 은 그 바깥의 누구와 동조하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형성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들은 그들이 배운대로 한 것 뿐이었다. 그들은 전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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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0 | Wide AR no.40

순수한 예술의 자율성을 구속한다는 세뇌를 받았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서도 ‘공공 미술’을 추구하는 일련의 그룹들이 있었고, 그들의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여전 히 반기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대중들은 묻는다. 도대체 이것이 우리와 무 슨 상관이 있는가? 아니면 예술은 그냥, 그런 건가? 앞의 질문은 이해 못하겠다는 적 극적인 태도고, 뒤의 질문은 방관적인 태도다. 거기다가 미술가들은 “그래. 너네는 그 래라,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는 식이다. 그러면서 계속 대중들에게 “이게 너다”라 는, 추한 눈웃음(메시지)을 던지지만, 대중들이 그걸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지 금 현대미술은 저항도, 광기도, 현실도 잃었고, 미학도 잃었다. 어쩌면 건축은 가장 심각하면서 가장 둔감하다. 한국건축의 양상은 미술과 크게 다 르지 않다. 다만 80년대의 한국건축은 전통을 탐구했고, 민중보다는 사대부의 이념 을 좇았다는 차이가 있다. 물론 이는 김중업과 김수근에서부터 지속적으로 탐구된 과제이기도 했다. 김중업과 김수근의 제자 세대인 43그룹은 주로 전통건축을 공간 요소로 접근했고, 전통을 어떻게 현대화시키는가에 골몰해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도 전통에 대한 이 지속적인 열정은 90년대 초 명동성당 설계 경기 공모를 계기로 급 격하게 식어갔다. 역시 건축에서도 예외없이 해외 유학파들이 명동성당 설계 경기에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건축은 군부에 의해 주도된 전통건 축의 형태 재현을 거부하고 공간에 골몰함으로써 다소 관념적인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 관념성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헤매면서 빠져

와이드 COLUMN

든 자가당착의 오류였다. 그러나 대거 귀국한 해외 유학파들은 일단 전통에 대해 부 채 의식이 없었고, 건축에 접근하는 방식이 구체적이고, 즉물적이며, 논리적이었다. 세대로 이어지던 영향력의 자장이 일순간에 깨져 버리고, 한국건축은 혼돈에 가까운 백가쟁명의 시대를 열었다. 전통은 더이상 심도 깊게 논의되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 되었다. 이때 한국건축은 전통을 버렸다. 이런 급작스러운 현상이 너무나도 당연하 게 이루어진 것은 지지부진했던 한국건축의 전통 논의에 일대 충격을 준 사건이 사 실 그 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바로 그 충격이었다. 90 년대 한국건축의 전통에 대한 실험은 일정 부분 안도가 보여 준 정적인 공간에 그 빚 을 지고 있었다고 해도 심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90년대 후반에 귀국한 해외 유학파들이 재차 충격을 가함으로써 어딘지 석연찮았던 그 기반은 여지없이 무 너졌다. 한국건축의 이념형이 사라지고, 이번엔 자본 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 건축 가들이 대거 한국에 진출했다. 한국건축은 이들과 정면 승부 할 진검이 없었다. 건축 은 점점 무국적이 되어 갔고, 그 이념형도 모호한 것이 되어 갔다. 건축물 하나하나는 개성이 뚜렷해 보이는데 모아 놓고 보면 거기서 거기인 도토리들이었다. 그렇게 18 년이 흘렀다. 미술 역시도 그렇게 18년이 흘렀고, 문학 역시도 소설이 현실과 동떨어진 채, 시의 언어가 알아듣기 힘든 옹알이로 떨어진 채, 18년이 흘렀다. 그 동안의 사회 정치적 상황은 더 극악해졌다. 최근의 세월호 참사로 다 드러났듯이 우리는 지금 국가가 아 닌 지경에 처했다. 조선이 삼정의 문란으로 망했다면 우리는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 령과, 고위 공직자와 기업가, 재벌들이 결탁해서 벌이는 어지러움과, 분단 상황을 악 용해서 벌이는 어지러움, 그리고 지식인이 지식 기술자로 전락해서 오는 어지러움, 시험의 통과가 곧 자격이 됨으로 해서 벌어지는 어지러움 때문에 망할 것 같다. 이 다 섯 가지 문란은 단 한 가지 단어 ‘부패’로 압축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 부패로 인해 벌 어질 참상을 이미 2008년에 예감하고 봉기했다. 당시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이 참상을 감지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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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주1.

「봉기의 시그네처 :

“어떤 사람들은 ‘촛불’을 웰빙 트렌드의 연장선에서 일종의 중산층 정치 문 화의 산물인 양 생각한다. 나는 이런 생각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내

2008 촛불시위와 2014 세월호 참사 사이에서」, 한보희,

입에 들어가는 먹을거리는 중산층에 어울리는 것이어야 하고 안전이 보장

<<실천문학>> 여름호, 2014

된 것이어야 한다고 여기는 자들이 모여서 그토록 거대한 집회를 오랫동

주2.

안 지탱할 수는 없다.”각주 1

같은 글

“그때 문득 촛불은 미래가 갑작스레 도래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미래는 우선, 낙관적인 유토피아가 아니라 일종의 파국이고 재앙으로 서의 미래였다. 나는 촛불 시위대가, 지진을 미리 감지하고 산 위로 피신 하는 개구리나 새들의 자연적 직감처럼, 파국 ─그것은 단지 내가 광우병 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와는 다른 것이다 ─ 에 대한 일종의 역사적 직 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각주 2

나는 이 진단에 동의한다. 우리는 피할 데가 없었고, 피할 데가 없으면 여기를 바꿔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파국인가? 용산이 그랬고, 세월호 참사가 그걸 말 해 준다. 봉기하여 바꾸지 않으면 더 큰 파국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나는 그 불안감에 쥐새끼처럼 벗어나지도 못하는 배 밑바닥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이렇게 가볍게 여기는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다. 나는 지금 우리 사회 를 쇠락기라고 본다. 예술은 위기의 시대에 오히려 빛을 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 들, 옹알이 하는 시들,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미술 작업들, 쓰레기 같은 소설들, 죽은 철학, 이 모든 것들이 시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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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위기’일 때이다. 쇠락기에는 오히려 예술이 가장 먼저 죽는다. 저 정신없는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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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의 COMPASS 37

황·금·사·자·상 이종건 간향클럽 고문, 경기대학교 대학원 교수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의 의미

Issue

세상에는, 그리고 당연히 건축 사회에도 이런저런 상들이 많다. 나는 상이라고는 평 생 딱 한 번 대학 졸업식 때 받은 것이 전부인데, 별 감흥은 없었다. 수년 전 고인이 되신 나의 학부 교수님도 오래 전에 학술상을 받으셨는데, 제법 경사로 생각했던 기 억 말고는 별 느낌이 떠오르지 않는다. 작년에는 대학 동기 교수들이 건축이라는 이 름의 학술적・문화적 업적을 인정받아 제법 큰 상을 받았다. 그런데, 그 소식을 당 사자 친구가 전해줄 때, 기분이 아주 잠시지만, 야릇했다. 상 욕심이 없는 탓에 부럽

이종건의 COMPASS 37

지도 억울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평생 소외감 속에 살아왔는데, 그런데도 묘하게 배제된 느낌이 일순 들었다. 친구이고, 게다가 나도 그만큼의 업적은 쌓았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조민석(팀)이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 현대 문화사 의 획기적 사건이다. 나로서는 언감생심인 줄 뻔히 알지만, 그가 난생 처음 부러웠 다. 상 크기가 아니라 조건 때문인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사랑이 가장 좋은 것과 같은 이치다. 무릇 상이란, 존경해 마지않는 자(들)로부터 받아야 가치가 있는 법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의 의미는, 당연히 당사자(들)를 넘어선다(한국 건축 이 서구에서 최고 수준의 리서치・전시 능력을 인정받으며, 갑자기 전 세계 건축가 들의 주목 속에 놓이게 되었는데, 이것은 우리 건축 역사의 초유의 사건이다). 총감 독을 맡은 렘 콜하스가 건축의 ‘기본적인 것들fundamentals’이라는 주제로, 지난 100 년간 현대성(modernity; 현대건축, 그중에서도 특히 국제주의 양식이라 불리는 강 력한 단일 건축 형식)의 거의 일방적 영향・압박・독재 아래 전개되어 온 각 나라 의 건축 역사를 반성적으로 돌아봄으로써 항차 유럽 중심주의 건축에서 벗어나 새 로운 건축을 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자 한 전시에서였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 콜 하스가 특별히 강조한 것은 건축가(의 작품)가 아니라 건축 그 자체에 대한 주목 곧 건축 리서치로서, 건축을 이루는 거의 모든 요소들의 탐색이었다. 따라서 우리의 황 금사자상 수상은, 애송이(유럽과 미국 출신을 철저히 배제하고, 건축 전공자라고는 제3국의 영 아키텍트 한 사람으로 구성시킨) 심사위원들의 면면이 말해 주는 바처 럼, 거의 완벽히 독재자로 행사한 콜하스의 의중을 정확히 읽어 낸(기획부터 마지막 수상작 선정까지 베니스 비엔날레의 모든 전시는 순전히 큐레이터 콜하스 단독으로 진행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콜하스 키드 조민석의 역할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총감독 렘 콜하스의 건축 종말 퍼포먼스와 한국관 한국전 전시에서 아주 흥미로운 것은 (서구) 현대 건축이 유일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한, 그래서 (닉 보너가 수집한 그림들로 이루어진) 유치하기 짝이 없고 심지어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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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기의 문화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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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의 COMPASS 37

황·금·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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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UM》의 탄생을 축복하며

: 건축 지식인의 빈곤이 불러온 한국 건축 잡지 시장의 불안정한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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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까지 보이는 북한 유토피아 건축 장면이 특히 주목을 끌었다는 (그리하여 콜 하스를 위시한 핵심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았다는) 것, 그러니까 북한을 끌고 들어온 것이 수상의 일차적 요인이었다는 점이다(서구에서 북한은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핫 문화 아이템이다). 그런데 모든 측면에서 비정상적인 것(북한의 치기 가득한 건 축 상상)은, 눈요기로는 괜찮을 뿐 아니라 심지어 훌륭하다고까지 할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건축의 조롱이라는 측면에서), 뼈아픈 문제는 그로써 건축의 기본적인 것 들에 대해 상고할 수 있을, 그리하여 과거 100년의 서구 건축과 질적으로 다른 건축 을 상상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뒤를 돌아보는 것으로써 오늘 혹은 내일을 다르게 볼 여지가 전무하다는 말인데, 혹시 나의 이 진술이 틀렸다면, 한국관 전시를 책임진 세 큐레이터든 누구든, 공적 공간에서 반론해 주기 바란다). 이러한 현상은, ‘건축 디그리 제로’라 부를 수 있을 북한의 건축뿐 아니라, 콜하스가 꾸민, 변기와 계단, 에스컬레이터 등과 같이 건물이 아니라 건물을 이루는 개별 요 소들의 전시elements of architecture도 그러하다. 해서, 베니스 비엔날레 직후 인터뷰를 통 해 드러낸, 70살의 콜하스가 오늘날 명실공히 세계 최고 스타로 출현한 데 가장 크 게 공헌한, 81살의 노건축가이자 건축 이론가인 아이젠만의 다음 발언이 흥미롭다.

“우선, 어떤 언어도 문법이다. 이탈리아어에서 영어로 바뀌는 것은 단어들이 아니라 문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건축을 하나의 언어로 생각하면 ‘요소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이 전시에서 빠진 것은, 의 것을 알았다.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 로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이들 모두가 죽었다. 우리는 미래가 어찌 될지 몰랐지만, 그 모든 것이 죽었다는 것은 알았다…. 이제 우리는 그로부터 50년이 되었고, 50년 동안 토템과 같 은 인물, 상징적인 인물, 렘 콜하스가 있다. 그렇지? 렘 콜하스는 비엔날레 를 종말로서 제시한다. 나(콜하스)의 이력의 종말, 나(콜하스)의 헤게모니

이종건의 COMPASS 37

도적으로 뺀 것은, 문법이다…. 봐라, 50년 전, 우리는 모더니즘이 죽었다는

의 종말, 나(콜하스)의 신화의 종말, 모든 것의 종말, 건축의 종말 말이다. 이 비엔날레에는 건축가들이 없기 때문이다. 공연, 영화, 비디오는 있다. 건 축 이외의 모든 것이 있다. 그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 은 이것이다. 나는 이것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당신(아이젠만)이 나(콜하스)의 종말을 알리는 것을 나는 원하 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나의 종말을 당신에게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콜하스는 종말을 공포하기 위해 비엔날레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 에서 2014 베니스 비엔날레는 단순히 ‘콜하스 퍼포먼스・해프닝’일 뿐이라 해도 과 언이 아니다. 애당초 그리 시작되었고 그리 끝났으니, 상고할 가치 있는 건축적 실 체를 기대하는 것도, 탐구하는 것도, 헛짓이다(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것은 처 음부터 콜하스의 염두에 없었을 법하다). 이런 점에서 또 다시, 완벽한 변태 건축 혹 은 건축 변태라 할 수 있을 북한 건축을 전시한 한국 국가관이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콜하스가 의도한 대로, 거기에는 정확히 건축이 없기 때문이다(건축가가 없다는 것은 건축이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러므로 한국 팀이 바친 모든 에너지와 수고는 콜하스의 ‘건축 종말 퍼포먼스’를 도운 것으로 끝 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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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법, 새로운 건축가 모델을 기대 “문법을 믿지 않는”(이 말은 단 하나의 문법을, 그리고 문법 그 자체의 권위를 믿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콜하스는, 전시를 둘러보여 준 후 다음처럼 말했다고 한다. “[내가 희망하는 것은], 요소들이 ‘건축과 건축적 사유 그 자체의 핵 심의 현대화로 인도하는 것이다.’” 현대화란 묵은 것을 털어내고 무엇인가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새 포도주는 묵은 포대가 아니라 새 포대에 담는 법이듯, 새 정신(건축 과 건축적 사유)은 새 형식(문법)을 요구한다. 따라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콜하스 가 건축이라는 언어를 낱말(요소)들로 해체해 놓은 것은, 지난 100년간 서구 건축 을 떠받쳐 온 문법을 대체할 새로운 문법‘들’의 도래를 원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종지부로써(이에 대해서도 지켜볼 일이 있다. 과연 콜하스가 건축적 한계에 이르러 자살을 택한 것인지, 단지 새 콜하스의 탄생을 예고하며 디그리 제로 로 돌아간 것인지, 혹시 아이젠만의 말처럼 스타 건축가 콜하스에서 스타 큐레이터 콜하스로 변신하는 것인지 등의 문제 말이다), 스타라는 이름의 건축가에 방점을 찍 음으로써(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확히 그 사건으로 조민석을 스타로, 건축가 를 스타로 간주하거나 간주하기를 바라는 역풍이 불고 있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게다가 지구 자본주 동력은 콜하스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까닭에, 스타 시 스템이 자본 생산에 도움이 되는 한, 계속 스타 건축가를 생산할 것이 뻔하다), 새로 운 건축가 모델을 희망하는 것 같다. 이로써 (서구) 건축은 전면적인 재구축화 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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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들어선다는 것인데, 아이젠만이 첨언하듯 “역사는 항상 그렇게 전개된다.” 구축해체-재구축이라는 형태로 말이다. 세계어의 향방과 건축의 거대 흐름이 갖는 유사성 콜하스의 건축 종말 선언은, 20세기 후반 명실공히 세계어의 자리를 공고히 한 (미 국) 영어의 전개 역사를 보건대(20세기 초, 옛날 라틴어 입지를 누렸던 프랑스어보 다 모든 면에서 더 막강한 세계어가 되었다. 2006년과 2007년 사이, World Wide Web의 홈페이지들 중 80퍼센트가 영어로서, 독어는 4.5퍼센트, 일본어는 3.1퍼센트 에 그친다. 영어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유럽 연합의 프랑스어-영어 이중 언어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로 인해 영어의 지배력이 더 증강했다), 그리 놀 랍지도 급진적이지 않다. 그뿐 아니라, 네리예하Jean-Paul Nerriere가 1995년에 글로비 시(globish. global과 english의 합성어인데, 우리말로 옮기면 ‘세계 영어’쯤 될 것이 다)의 출현을 공포한 것을 고려하면 심지어 때늦은 행보라고도 할 수 있다. 영어는 20세기 중반 프랑스어로부터 지배권을 접수해서 후반에 이르러 명실상부하 게 유일한 세계어가 되었다(인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영어를 ‘일종의 지구 헤게 모니적 후기-종교 라틴어’로 묘사한다). 그런데, 예컨대 철자night와 발음nite 간의 비 정합적 관계 등의 문제가 야기한 수많은 교정과 변형으로 인해 1990년대 이르러 이 미 과거의 정통 영어(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 공히)로부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 어졌다. 영어의 그러한 내부 결함은 그로부터 글로비시라는 변종어가 출현하는 모 태가 되었는데(그러한 변형을 본격적으로 유발한 기제는 지구 자본주의다), 여기 서 흥미로운 것은 글로비시 곧 ‘세계 영어’가 비영어권 영어 사용자들이 시작한 ‘언 어 아닌 언어로’(정통 영어의 문법과 낱말로부터 벗어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독립된 언어 문법이 성립되어 있지 않은 소통 도구라는 점에서) 국제 무역 맥락에 서 차용한 ‘공동 지반’이라는 점이다(지구상에는 현재 6000개 이상의 언어가 있는 데, 영어를 공식 언어로 쓰는 나라의 수는 45개다. 그리고 불과 지구인의 12퍼센트 가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으며, 88퍼센트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영어를 공식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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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로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모든 사람이 영어를 쓰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모 국어로 쓰는 사람들 간의 국제적 소통은 단지 4퍼센트에 불과하고, 96퍼센트의 국 가 간 영어(정확히 말해 글로비시) 소통은 적어도 비영어권 영어 사용자를 포함하 는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영어에 의한 국제적 소통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것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사람들(예컨대, 유럽인과 일본인과 한국인들) 사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영어에 의한 국제적 소통 현장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 그들이 방해가 되어 소통에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글로비시 는 더 이상 ‘브로컨 잉글리시’ 곧 절름발이 영어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외 국어인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의 삶의 상황에서는, 언어와 문화와 돈과 권력이 밀접한 관련 성을 띤다. 그리고 미국의 ‘세계 유일 슈퍼파워’ 지위는 냉전 이후 중국과 인도와 러 시아의 부상으로 끝났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글로비시라는 새로운 세계어의 출 현으로 인해 세계 문화 또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R. McCrum 이 주장하듯, 영어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결합은 곧 하나의 새로운 문화 혁명을 뜻한 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여기서 특정 문화 세계 지배라는 측면에서 다음 과 같은 흥미로운 현상을 읽어낼 수 있다. 20세기 초 프랑스어의 세계 지배, 그로부 터 20세기 말까지 영어의 세계 지배, 그리고 21세기 이후 글로비시(마이크로소프트 와 다우존스의 결합)의 세계 지배라는 거대 흐름에서, 합리성에 대한 존중(프랑스 어)에 기초한 르 코르뷔지에 건축으로부터 필립 존슨과 아이젠만과 프랭크 게리라 를 넘어선 ‘세계 건축’의 출현(‘빨리’라는 뜻의 위키wiki와 ‘교육’이라는 뜻의 고전 그 리스어paideia의 합성어인 위키피디어가 오늘날 ‘사람들’의 사전이 된 것과 같다)이 라는 거대 흐름의 유사성을 발견한다. 앞서 거론한 아이젠만의 말에 따르면, 르 코 르뷔지에의 20세기 전반 지배, 콜하스의 20세기 후반 지배, 그리고 콜하스의 종말 곧 서구 건축 독재의 종말, 그리고 그로써 특정한 국가(와 건축가)를 벗어난, 그러 니까 서구 건축이 다종다양하게 변형되는 ‘건축들’의 21세기 지배라는 거대 흐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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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미국 건축을 거쳐 비즈니스 감각에 대한 존중(글로비시)에 기초한, 국가의 경계

언어 세계 지배 흐름과 거의 같다. 내일의 건축을 위한 단 하나의 통찰 대부분의 건축가들도 그러리라 생각하는데, 나는 콜하스의 ‘종말’ 선언을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해서 나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를 그가 날린 큰 조크 정도 로 생각한다. 더 나아가, 자신이 제시한 과제(지난 백 년간의 현대 건축을 돌아봄으 로써 건축의 기본적인 것들을 새롭게 볼 수 있을, 그리하여 새로운 건축을 할 수 있 을 토대를 생산하는 것)와 치열하게 싸울 수(혹은 싸울 의도가) 없는, 그리하여 의 미 있는 아이디어・이슈를 생산할 수 없는(혹은 생산할 의도 없는) 무능력(혹은 무 의지)을 그에게서 읽는다. 물론, 진실은 콜하스 당사자밖에 알 수 없다. 콜하스는 그 만큼 천재적인 플레이어임이 분명하다. 건축이라는 문화게임에서 말이다. 해서, 나 는 조민석이 아닌 까닭에, 어차피 쓰는 상당한 귀한 에너지(와 노고)들로써 획득하 는 대가로 황금사자상보다 다음이 더 가치 있다 생각한다.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행 해졌고 행해진 우리의 변형된 역사와 현실을 정확히 읽어 내어 그로써 우리가 오늘, 그리고 내일,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고민하고 작업해야 할 지대를 마련하는 데 도움 을 주는 단 하나의 통찰이 상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형식보다 알맹이를 더 귀히 여기는 화용론자라기보다, 삶(생명 에너지)을 지고의 가치로 삼 는 생生철학자에 가깝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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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삼의 PARA-DOXA 09

《DOCUMENTUM》의 탄생을 축복하며 : 건축 지식인의 빈곤이 불러온 한국 건축 잡지 시장의 불안정한 생태계 전진삼 본지 발행인

신생 건축 잡지 《DOCUMENTUM》을 받아들고 가슴으로 밀려오는 신산辛酸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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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에 잠시나마 상념에 잠긴다. 간절함과 벅참이 교차한다. 건축판에 기록의 의미가 열풍처럼 번지는 이즈음의 시류에 맞춤한 잡지다. 《DOCUMENTUM》(발행인 김 용관, 편집장 김상호). 창간을 전후로 뱉어지는 발행 편집자들의 소회를 귀담아듣는 것이 예의일 테지만 이 잡지를 펼쳐 들고 있노라면 굳이 그 같은 행동을 필요로 하 지 않는다. 책을 발행하는 주체들이 무엇을 하려 하는지, 어떻게 하려 하는지, 지면 한가득 속속들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어떠한 선언적 문장보다도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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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그 자체에 힘이 묻어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제호로부터 태도를 분명히 하 고 있는 발행 주체의 의지에 무한한 공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맛본다. 새 잡지는, 새 잡지를 응원하는 건축판의 분위기는, 곧잘 새로운 것을 탐하는 사적, 공적 욕망의 덩어리들이 모여서 기존의 잡지들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거울로 비추 인다. 건축인 다수가 기존의 건축 잡지와 행동을 같이 하지 못하는 잡다한 이유들 이 하나둘 모여들어 새 잡지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악어새처럼 공생(그것이 상리 공 생-서로 이익이 되는 관계-이든, 편리 공생-한쪽만 이익을 보고 다른 쪽은 이익도 손해도 없는 경우-이든) 구조를 연상시키는 그런 추임새의 윤곽에 우리 건축판과 건축저널리즘이 공조하지 못하는 아픈 사연들이 개입되어 있음을 본다. 철새처럼 몰려왔다가는 어느 한순간 사라져 버리는 그들은 늘상 악어새의 환영(幻影)에 지나 지 않는다. 월간지 《C3》(2014년 7월 현재 통권 359호 발행)가 올해 9월호로 창간 30주년을 맞 는다. 월간지 《건축문화(A&C)》(2014년 7월 현재 통권 398호 발행)는 올해 9월호 를 기해 대망의 400호 발간을 앞두고 있다. 월간지 《SPACE》(2014년 7월 현재 통 권 569호 발행)는 오래전에 500호 발행이라는 기념비적 시대를 열었고 근년에 잡 지 매각에 따른 발행 주체의 교체라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2년 뒤에 맞을 창간 50주 년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고 있다. 이들 잡지로 말미암아 한국 건축 잡지 역사의 지면이 매월 갱신되고 있음을 보는 건 특별한 기쁨이다. 그 사이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를 아우르는 참신한 기획과 편집으로 90년대 중후반 1만 부를 웃도는 최고 발행부수를 자랑했던 《플러스》, 부산경남 지역 기반 으로 야심차게 창간하여 전국지로 부지런한 행보를 보였던 《이상건축》, 건축 비평 과 사회성을 강조하며 신진 건축가들과 비평가들의 호응을 끌어냈던 《POAR》 등 의 건축 잡지가 김수근, 김중업 사후 세대교체기를 겪는 1986~1996년 사이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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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와이드 COLUMN | 함성호

쇠락기의 문화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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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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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UM》의 탄생을 축복하며

: 건축 지식인의 빈곤이 불러온 한국 건축 잡지 시장의 불안정한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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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건축저널리즘의 일신된 면모로 건축판의 층위를 두텁게 해 나가는가 싶었는데 외환 위기의 시기를 힘겹게 지나오며 이들 모두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이상건축》과 《POAR》는 창간 후 10년을 고비로, 《플러스》는 25년의 고개를 넘어서는 도중 안타 깝게도 폐간되었다. 계간지 《비평건축》, 격주간지 《건축저널》은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춤으로써 발 간 당시 보여준 파격과 의욕적 존재감을 떠올리는 일부 소수 독자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그보다 오래전에 건축, 인테리어, 가구, 조명 등의 토탈디자인 매체를 표 방했던 격월간지 《꾸밈》의 충격적인 폐간으로 말미암아 전문 상업 잡지의 침몰이 현재형이라는 자각을 불러일으킨 이후,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어지는 후발 잡지들의 폐간 소식이 건축판에 미치는 영향은 상고(詳考)되기는커녕 가십거리 그 이상, 이 하도 아닌 미미한 것이 되어 버렸다. 돌아보면 앞서의 《꾸밈》, 《이상건축》, 《플러스》, 《POAR》 및 최근의 《SPACE》에 이 르기까지 모두 현직의 건축가, 비평가가 창간한 잡지로 경영에 실패하고 이를 만회 하기 위해 외부 편집 전문 인력의 투입, 매각에 의한 발행 주체의 변경, 폐간의 반복 된 과정을 겪었다. 잡지는 기본적으로 발행자의 최초 의지가 중요하고, 의지를 북돋을 수 있는 자금력 차마 폐간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게 운영하다가 급기야 외부의 자금력 에 기대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불안전한 발행 의지를 지닌 제2, 제3의 발행 주체들이 바통을 이어받게 되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잡지 시장의 속성에 난 타 당한 연후에야 잘못된 선택을 후회했고 퇴로가 막힌 상태에서 종국엔 잡지를 덮 어 버렸다. 잡지의 발행권을 사고파는 시대가 지났음을 저들이 간과했던 것이다. 그 런 면에서 근년에 매각 절차를 밟은 《SPACE》의 상황은 이례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나마도 얼마 되지 않았던 전체 건축 잡지 독자의 수는 현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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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를 받쳐 줘야 하는데 종종 후자의 요인으로 인해 최초의 발행 의지가 꺾이고,

줄어들었다. 발행 주체의 변경으로 인한 배신감 또는 관심 없음으로 변질된 독자의 성향이 종이 잡지와의 거리두기를 선호하게 되는 것은 예고된 현상이었고, SNS를 통한 1인 미디어 시대의 개막과 전자책 시대의 도래와 겹쳐지면서 종이 매체로서의 건축 잡지의 추락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심화되었다. 현재 각 건축 잡지사의 운영은 서점 및 정기독자에 의한 판매 수입을 근간으로 취재 관련하여 수집된 자료를 가공한 작품집 형태의 단행본 출판과 건축 인접 장르로 확 장된 잡지의 추가 발행에 의한 수입원의 다각화 그리고 광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잡지는 독자의 구매에 의한 자립 구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음으로 인해 각각의 상업 잡지 발행 주체들은 잡지저널리즘의 발전에 올인하기보다는 여타 부대사업에 총력을 쏟고 있음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과거 10년 전의 상황과 현격히 달라진 게 있다면 단행본 출판 시장이 침체기에 있는 국내 여건을 피해 이들 잡지사 의 출판물 다수가 국외 시장으로의 수출을 전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혹자는 이 땅의 종이 매체가 보여주는 건축저널리즘에 과도할 정도로 비판적 입장 을 고수하고 있는데, 대체로 상업 잡지가 지닌 속성으로부터 기인한다.(이 글에서 는 건축 잡지(신문 포함)저널리즘에 대한 논의를 최소화한다. 깊은 논의는 다음 기 회에 재론토록 하자.) 구조적으로는 잡지사의 허약한 체질과 만성이 되어 버린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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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좋은 인재가 뿌리를 내리는 데에 한계가 있고, 전체 건축 잡 지사를 통틀어 종사자의 수가 제한적인 까닭에 통상의 직장으로서도 존재감이 취약 함은 물론이려니와 전문직으로서의 기자, 편집자에 대한 건축계 내에서의 인식조차 미미한 것이 이유가 된다. 정황이 이러할진대 건축 잡지 바깥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에 날을 세우기조차 애매하며, 그것의 한 증상이 독자의 증발로 드러나는 잡지 시 장의 생태계에 대하여 뭐라 항변할 수 없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개개인이 외국 건축의 신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손 쉬워진 오늘날 종 이 매체의 생존 전략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사적이다. 국내외 건축 신정보를 분류 가공하는 편집 태도를 기본으로 제작에 임하는 것은 필수 항목이 되었다. 또한 자국 어 포함 2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독자 시장의 글로벌화를 꾀하는 것 또한 더이상 특별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국내외를 망라하고 제한된 독자(또는 소비자) 를 겨냥한 맞춤한 편집 전략으로 카테고리형 잡지 또는 단행본의 형식을 빌어 제작 과 동시에 전량 소비를 목표로 하는 등 영업력과 편집력이 동시에 운용되는 시스템 을 갖추고 대응하는 잡지(출판)사의 경영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뿐 아니다. 예전처럼 책의 소비에 대한 예측 이전에 발행 부수를 앞세우는 무모한 관행은 더이 상 용납되지 않는다. 거품을 줄이고 구독자의 수를 정량화하여 그에 맞추어 발행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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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수정,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잡지사 대부분 최적의 발행 수량 파악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는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그보다는 잡지를 구성하는 실제 독자수가 매우 중요하다. 한번 물어 보자. 국내 건축 잡지 시장을 움직이는 유효한 독자(기증 독자를 제외한) 수는 전체 잡지를 통틀어 얼마나 될까? 공익 재단이 발행하는 무가지(《건축신문》) 및 협회지(《건축사》, 《건축과 사회》, 《건 축사신문》)를 제외한 건축 잡지(신문 포함) 《SPACE》, 《건축문화(A&C)》, 《C3》, 《건축세계(AW)》, 《와이드AR》, 《AN뉴스》, 《DOCUMENTUM》의 자발적(서점 판 매 및 정기독자를 합한) 총 구독자 수는 7천~1만 구좌 사이일 것이라 추정한다. 실 제 구독자 수에 대한 집계는 발행 부수보다도 더 극비로 관리되고 있는 터라 인쇄 소, 서적 유통 회사와 도서 방문 판매 영업을 하는 이들의 구두 정보를 기초로 집계 할 수밖에 없기에 다분히 선동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지만, 이것조차 최대치 로 추정한 것이다. 당연히 90년대 극에 달했던 발행 부수의 거품은 꺼진 지 오래다. 상업 잡지가 죽을 쑤고 있는 상황과 달리 (사)대한건축사협회의 협회지 《건축사》지 는 매월 1만 부 이상을 발행하며 건축 업계의 잡지(상업지 및 기관지 포함) 중 단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서점 판매 및 정기구독자에 의한 수입과 무관하게 발행하는 전체 부수를 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공급하고 잔여분은 유관 기관에 무상 제공하고 있으니 발행 부수 전량이 소화되고 있는 유일한 잡지임에 틀림없다. 이 잡지는 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징수한 회비의 일부가 잡지 제작에 투입되고, 단체는 회원 관리 차 원에서 《건축사》(2014년 6월 현재 542호 발행)를 매월 발행하여 무상 공급해 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방의 건축인 사이에서는 이 잡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얘 기를 종종 듣는다. 협회 동정, 기관 소식, 몇 개의 아티클, 그리고 회원들의 작품 중 선정작을 게재함으로써 기록한다는 의미에서의 기본적인 잡지의 기능을 다하고 있 는 것만으로 족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렇게 길들여진 소위 건축 전문가들에게 상업 잡지의 건축저널리즘이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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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다가가야 하는 가다. 꼼꼼히 읽든 건성으로 읽든 매월 책상 위에 배달되는 협회지 독자층의 눈높이를 자극하며 그들의 곁눈질을 가능케 하는 방도는 잡지 편집자의 기획력과 글로벌한 정보력에 달려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것을 비교적 잘 수행하고 있는 잡지라면 《C3》가 단연 선두를 달린다. 이들은 매호 글로벌 건축의 트렌드를 몇 개의 주제어 로 선별하여 단행본에 가까운 잡지를 생산하고 있다. 《AN뉴스》는 국내 건축 및 인 테리어 업계의 광대역 네트워크를 가동하여 포트폴리오형 지면을 구성하고 있는 매체다. 잡지의 지령이 갖는 전통과 국내외에서의 인지도 및 다루는 주제 의식에서 《SPACE》가 독보적이라면, 《건축문화(A&C)》는 게재하는 건축 작품의 스펙트럼 면에서 국내 잡지 중 가장 폭넓게 편집에 반영해 오며 지방과 수도권을 아우르는 오 래된 독자층의 구독률이 높은 잡지로 정평이 나 있다. 여기에 비평 기반 한국 건축 의 지형도를 떠내는 본지(《와이드AR》)까지 가세한 건축 잡지의 경쟁력이라면 뭔 가 이전과는 다른 성과를 내야 옳을 터, 현실은 수십 년을 답보 상태, 아니 점점 더 나빠지는 잡지 환경과 마주하고 있음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 이유를 지식인임을 자처하는 건축인의 수적 빈곤에서 찾는다. 전국의 건축 학과 대학교수 중 자발적으로 국내 건축 잡지의 구독자가 된 자는 몇인가? 내로라 하는 신진, 중견 건축가들 중에 자발적으로 국내 건축 잡지 한두 권쯤 구독하는 자 사 면허를 취득, 협회에 등록한 이들이 1만 명을 훨씬 웃도는데 그들 중 협회지를 제 외한 국내 건축 잡지 구독자는 몇인가? 더욱이 학생은 제하더라도 스스로 건축가라 호명하는 이들 그리고 소위 건축 지식인으로 불릴 수 있는 청년 건축인들까지 가세 한다면 전문가 사회가 배경을 이루고 있는 건축 잡지 시장으로서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인데 불구하고 현실은 상상 이하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참담한 결과가 앞서 언급한 주요 건축 잡지들의 폐간 혹은 매각을 부채질한 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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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몇인가? 통계로 확인하는 전국의 건축사사무소가 무려 8천 개소를 웃돌고, 건축

건축 산업의 진흥과 공공 건축의 발전을 위해 법제도로 무장한 건축 환경의 구축이 중요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래서 건축가 혹은 건축사들의 위상이 보전됨은 의심할 여지없지만, 건축인들이 의식적으로 배제했거나 부인하고 있는 건축저널리즘에 대 한 관심의 회복과 기여야말로 건축문화의 발전과 함께 건축을 향한 민도民度를 신장 하는 데에 필요 불급한 것이다. 단언컨대 건축 잡지 시장의 위축은 건축 지식인 사회의 빈곤지수를 일컫는다. 그나 마 희망의 끈을 이어주는 것은 구독자와 후원자로서 국내 건축 잡지의 존재감에 힘 을 실어주는 극소수의 건축 지식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DOCUMENTUM》과 같 이 호기롭게 출현한 건축 잡지가 지속가능한 발행 체제를 갖추는 것은 발행 주체의 몫에 더하여 여직 긴 동면(冬眠)에서 깨어나지 않은 다수의 건축인들이 독자의 대 오에 합류하여 지식인의 표상을 몸소 실천할 때 가능하다. 어렵게 탄생한 《DOCUMENTUM》에 건축인 다수의 응원이 모아져 잡지가 저널 리즘에 입각한 콘텐츠만으로도 사랑받고 승승장구한다는 유쾌한 사례를 우리도 한 번 가져 보자. 적어도 건축인의 한쪽 손, 가방 한켠에 국내의 건축 잡지 한 권쯤 들 려 있는 초상(肖像)이 행복의 건축을 향한 우리의 미래를 밝혀 주는 건축의 지수指數, Architectural Quotient로 작동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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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iennale di Venezia 14th International Architecture Exhibition 2014.6.7-11.23

REPORT 01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Fundamentals Absorbing Modernity 1914-2014 & korean pavilion Golden Lion for Best National Participation

아르세날레의 국가관

진행 | 정귀원

본지 편집장

사진 | 진효숙

본지 전속 사진가, 별도 표기 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한국관 커미셔너 조민석 베니스 비엔날레가 펼쳐지는

자르디니 안에 설치된 돔-이노

카스텔로 공원

베네치아 남동쪽 카스텔로 공원 내 10만 평 부지 위에서 펼쳐지는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 축전이 지난 6월 5일 언론 공개를 시작하여 7일 개막되었다. 오는 11월 23일까지 지속되는 이 건축 축제는, 이례적으로 빠른 시기(2013년 1월 8일)에 총감독으로 지명된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지휘에

국가관 무엇보다 그는 최신의 건축 작업들을 소개하는 대신 리서치research에 집중된 비엔날레를 만드는 것 에 중점을 두었다. 이번 전시에서 유난히 ‘특종 기사’ 같은 내용의 전시를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그는 참여 국가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파빌리온(국가관)에 ‘현대성의 흡수 Absorbing Modernity 1914-2014’라는 특별한 논점들을 갖도록 했다.

“흡수는 반드시 행복한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니다. 그것은 권투 선수가 상대방의 타격을 ‘흡수’하는 방 식과 더 유사하다.” “각국의 실제 사례를 통해 우리는 건축 문화가 어느 정도까지 단조로와졌는지 발 견하기를 원한다.”(렘 콜하스) 앞을 내다보기 위해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라는 그의 제안은 대체로 받아들여졌고, 각 국가관들은 ‘기본적인 것Fundamentals’이라고 이름 붙은 전체 전시 주제에 따라 적절한 해답들을 찾아냈다. 이를 테 면 하나의 건축 요소나 한 사람의 건축가를 통해 명쾌하게 대답하거나, 100년의 연대기를 일목요연 하게 정리해서 보여 주거나, 다층적 분석을 통해 진지 또는 유머러스하게 대응하거나…. 이것은 그동안의 건축전이 주제관에 그 해의 주제를 집중시키고, 국가관의 전시 형식이나 주제 해석 은 자율에 맡기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규칙이다. 이로써 그는 이 국가관들과 메인 전시 사 이의 관계에 새로운 자극을 불러일으키고자 했고, 국가관이 스타 건축가를 홍보하는 장이 되거나 국 제 건축 무대에 스스로 주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선전하는 장이 되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참고로, 올해 가장 많은 국가가 참가한 국가 전시는 총 65건으로 베니스 동쪽 끝 아르세날레 (Arsenale, 28개)와 자르디니(Giardini, 27개)에서 대부분 개최되며, 케냐를 비롯한 10여 개 정도의 국가 전시가 베니스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22개의 부대전시도 베니스 곳곳에서 열린다.) 이중 자르디니의 국가관은 독립관으로서 건물 자체가 자국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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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이전 행사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띤다.


Elements of Architecture & Monditalia 국가관 전시 이외에 주제관 전시인 ‘Elements of Architecture건축의 요소들’과 아르세날레에서 개최된 ‘Monditalia몬디탈리아’ 전시 또한 총감독이 렘 콜하스라서 가능한 전시들이다. 보통 아르세날레의 주 제관과 자르디니 중앙 파빌리온은 비록 위치상 떨어져 있어도 같은 주제의 전시를 담아내곤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예전과 달리 같은 리서치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결이 다른 내용으로 각 전시관이 꾸려졌다. 우선, Monditalia는 아르세날레의 300m 길이의 공간에 마련되었다. 중요한 정치적 변화의 순간인 지금, ‘Fundamentals’ 국가로 이탈리아를 지목하였는데, 매우 독특하지만 글로벌 상황을 상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많은 나라들이 혼돈과 그들이 가진 잠재력의 실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르세날레의 전시는 이러한 이탈리아를 ‘스캔’하고, 82개의 필름과 41개의 건축 프로젝트를 기획하 였다. 그리고 다른 비엔날레 행사인 댄스, 음악, 연극, 필름 부문을 초대하여 보다 풍성한 축제를 만들었다. 다소 반응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가장 핫한 전시는 뭐니뭐니해도 렘 콜하스가 직접 기획한 Elements of Architecture가 아닌가 한다. 자르디니의 중앙 파빌리온에 마 련된 이 전시는 바닥, 벽, 천장, 지붕, 문, 창, 파사드, 발코니, 복도, 벽난로, 화장실, 계단, 에스컬레이 터, 엘리베이터, 경사로 등 15가지로 분류된 건축 요소들의 탐구전이다. 그동안 건축의 담론에서는 간과되었지만 모든 건축가, 대중들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친숙하게 접했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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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아이젠만은 이 ‘쇼’가 문법 없는 언어 같았다고 말하면서 렘 콜하스가 문법의 존재를 믿지 않는 다고 덧붙였다. 반면, 렘 콜하스는 지난 100년 동안 헤게모니를 쥐고 건축 담론을 이끌었던 몇몇 국 가들의 건축 문법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대신 문법 이전에 제각기 다른 원초적인 언어들을 좀 돌 아보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공로상 수상자 필리스 램버트 이번 비엔날레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평생 공로상(황금사자상)이 필리스 램버트Phyllis Lambert에 게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공로상은 일반적으로 디렉터가 수여하는 상인데, 4년 전 세지마는 렘 콜하 스에게, 2년 전 치퍼필드는 알바로 시자에게 이 상을 주었다. 한국관 커미셔너 조민석에 따르면 과연 렘 콜하스는 누구에게 공로상을 줄 것인지 많은 건축가들이 궁금해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이 상 은 건축가가 아닌, 건축 페이트런patron에게 돌아갔다. 필리스 램버트(87)는 시바스 리갈로 유명한 주 류업체 시그램의 오너였던 새뮤얼 브론프만의 딸이다. 예일대와 일리노이 공대에서 건축을 공부하 기도 했던 그는 캐나다건축센터(CCA)를 설립하고 퀘벡주의 몬트리올 도심재생사업을 주도해 오늘 의 몬트리올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1958년 미스 반 데 로에가 시그램 빌딩을 설계하는 데 결 정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유럽의 모더니즘을 뉴욕에 이식”한 장본인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 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필리스 램버트의 공로상 수상으로, 렘 콜하스가 “건축의 한 세기를 마감”하며 “건축 담론을 이끌었던 국가 중심의 시대에 안녕을 고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황금사자상의 한국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황금사자상Golden Lion을 영예롭게 거머쥔 한국관의 커미셔너는 조 민석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 방식을 지명에서 공모 방식으로 전환하고 인터뷰와 전시 제안 설명 등을 거쳐 선정한 최초의 커미셔너이다.


국제적 감각을 바탕으로 OMA와의 오랜 네트워크를 통해 비엔날레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했던 그 는 배형민(서울 시립대 교수), 안창모(경기대 교수)를 큐레이터로 구성하고 총감독이 제시한 주제에 따라 ‘한반도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라 명명된 전시를 선보였다. 이는 지난 100년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서로 반목한 채 각자의 세상을 가꿔 온 남한과 북한의 역 사와 건축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이다. 한국팀은 지난 백년에서 남북 분단 상황이 가장 첨예한 문제 라고 보고 1차적으로 남북 공동 전시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남한의 입장에서 남북한 전시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해 연구하거나 자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을 찾아내서 (29개 팀 중 15개팀이 외국 국적이다) 전시를 구성하게 됐다. 물론 그러한 상황 속에서 도 결코 북한 건축을 희화하하거나 과장되게 묘사되지 않도록 애쓴 점은 전시의 진정성을 끌어올리 는 데 크게 기여한 듯하다. 커미셔너 조민석은 “북한에 대한 자료가 없고 더구나 남북 관계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한의 건 축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게 가능했던 것은 전시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파편과도 같은 많은 자료들이 전시의 형식을 빌어 엮여졌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전시 도록을 통해 글이 생성되었고, 또 그 글이 다음 전시의 밑거름이 되어 궁극적으로는 담론과 소통,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지길 기대한 다는 것이다. 다음은 커미셔너와 큐레이터가 전하는 한국관 전시가 갖는 의미이다. “한국의 분단 상황은 독일과 다르게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게 분단 상태를 이루어 왔고, 그래서 북한 은 우리에게 분명한 실체지만 알 수 없는 존재로 다가온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시 하나가 되기를 원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건축 장르의 속성 미약했음은 인정한다. 사실 이번 전시를 통해 외국인 중에 우리의 분단 상황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접 근해 보려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깊이 있게 들여다 보지 못 한 것에 반성의 기회가 됐다. 반면, 남북한 이슈로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더욱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미래에도 이런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안창모) 한편으로는 분단을 가능하게 했던 시스템인 자본주의와 사 회주의는 지난 100년간의 모더니즘에서 굉장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상반된 사회 체제는 도시와 건축을 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례가 평양과 서울이라고 생각한 다. 이것은 모더니즘을 정리하는 데 마지막 퍼즐 조각과도 같은 것이다.(조민석)” 그런데, 왜 오감도일까? 한국관의 천창에는 이상의 시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오감도가 새겨져 있 다. 분단 상황 이전의 비극적인 식민지 상황을 피해갈 수 없었던 한국팀은 1910년 생으로 건축가가 되고 싶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시인 이상을 통해 한반도의 불가능한 상황을 출발점으로 설정했다 고 한다. (특히 그의 시 오감도는 불안정한 상황, 이룰 수 없는 미완의 좌절된 꿈을 이야기한다.) 즉 이상으로부터 분단을 거쳐 김수근, 김석철, 조민석에 이르는, 하나의 건축에 대한 이상을 이어가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의도에 걸맞게 한국관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밝다. 전시 구성이 그렇게 어렵다는 한국관을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하여 페인트를 칠하는 것 외에 벽 하나 세우지 않고 자연채광을 그대로 내부에 끌어들인 점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전시물을 감상하기도 전에 긍정적 에너지를 만끽하게 한다. 이 긍 정의 에너지가 미래의 남북 공동 건축 전시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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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자유로운 교류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더라도 다른 문화예술분야에 비해 우리 분야의 노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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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황금사자상의 한국관은 무엇을 바라보았나 송종열 건축평론가

지난달 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개막식에 서 한국관이 65개 국가관 전시 가운데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건 축이 늘 변방으로 취급되어 온 상황에서 일구어 낸 성과이니 정말 뜻깊은 일이다. 우선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라는 한국관의 전시 제목이 눈길을 끈다. 한국관은 애초 에 남북으로 나뉘어 전개되어 온 근대건축의 역사를 함께 다루는, 그러니까 이념이 바꿔 놓은 남북건 축의 궤적을 조망하기 위해 북한과의 공동 전시를 기획했지만, 이 기획은 불발되었다. 한국관 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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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너 조민석의 말처럼, 당초의 목적과 달리 “남북건축을 온전하게 ‘조감鳥瞰’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오 감烏瞰도’라고 지었다”든지 “조감도가 보편성·전체성을 전제로 하는 것과 달리 ‘오감도’의 시각은 분 단 체제의 건축이 일원적인 시각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든지 하는 것은 어쨌거 나 한국의 ‘분단 현실’이 우리 건축의 현대성을 다루는 과정에서 외면하기 힘든 지극히 중대한 문제 라는 인식을 반영한 결과일 터이다. 하지만 냉정히 돌이켜 보건대,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이 아주 없 는 것은 아니다. 다름 아닌 기획 전략에 관련해서다. 그러니까 ‘현대성의 흡수’라는 비엔날레의 주제 와 관련해 한국관이 그 주제를 풀어낸 방식이 얼마만큼 합당한 내용과 새로운 문제의식을 담고 있느 냐는 것이다. ‘남북 공동 전시’ 기획 전략의 효과 이번 전시의 기획 전략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것은 알겠다. 즉 ‘남북 공동 전시’라는 기획 전략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 있는데,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1995년, 창설 100주년을 맞은 베니스 비엔날레 측이 15년 만에 카스텔로 공원에 독립관 한 곳을 허 가해 주기로 하면서, 한국은 중국 등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26번째로 독립된 국가관을 건립할 수 있 었다. 당시 고 백남준과 건축가 김석철은 결정권을 쥔 마시모 카치아리Massimo Cacciari 시장에게 “한국 관에서 남북 공동 전시를 열게 되면 당신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국관 건립의 당위 성을 피력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는 점이 가장 극명한 예다. 짐작컨대 ‘남북 공동 전시’는 (유일하 게 남은 분단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세계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데다, (후기 산업자본주 의 이후) 건축이 사회문제(세계평화)에 이만한 강도로 관여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건축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는 점에서, 주최 측으로서는 (한국관의) 이 번 기획 전략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프란체스코 반다린(이탈리아·심사위원장), 후 한루(중국)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밝힌 선정 이유—“고조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새롭고 풍성한 건축 지식 의 총집합을 보여준 특별한 성과다”—에서, [비록 불발되긴 했지만] ‘남북 공동 전시’가 어느 정도 의 의를 갖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해 볼 수 있다. 게다가 한국 전시관을 둘러 본 해외 인사들 의 반응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예를 들어, 이번 비엔날레의 디렉터인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한국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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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방대한 양의 리서치에 감탄했다는 후문이나 스위스관의 커미셔너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Hans Ulrich Obrist의 호평도 그런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38 페이지에 달하는 전시 카탈로그를 꼼꼼히 살펴본 후에, 여전히 남는 몇 가지 의구심이 있 다. 이를 테면, <한반도 오감도>는 지난 백 년의 남북을 아우르는 건축적 현상에 대한 연구로 크게 ‘삶 의 재건reconstructing life’, ‘기념비적 국가monumental state’, ‘경계borders’, ‘유토피아적 관광utopian tours’ 이렇게 네 가지 주제주1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이 과연 이상李箱의 시 오감도烏瞰圖가 진정 ‘한국문학 의 스캔들’ 이었던 만큼 ‘건축계의 스캔들’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말은 곧 건축계에 새로운 비전과 그에 걸맞는 진지한 담론을 생산해 낼 계기가 될 수 있느냐 하는 물음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이번 비엔날레가 실질적으로 ‘고민하고자 했던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동시대적인 것이 아닌 역사들에, 건축가가 아닌 건축에 작년 1월, 2014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의 디렉터로 선임된 렘 콜하스는 ‘현대성의 흡수Absorbing Modernity’와

‘기본적인 것들Fundamentals’을 주제로 내놓으면서, “동시대적인 것이 아닌 역사들histories에,

건축가가 아닌 건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의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인용하면, “지난 100년간의 ‘국가건축의 진화’에, 그리고 어떤 건축가든 어디에서건, 어느 때건 사용하는 모든 건축의 ‘기본 요소들’(문, 바닥, 천장, 창문, 지붕 등)에 주목”하자는 것이었다. 그간 건축비엔날레가 진행되었던 양상, 그러니까 동시대적인 것과 특정 건축가(의 작품)에 치중해 왔던 양상을 돌이켜 볼 때, 이번에 제시된 접근 방식은 두 가지의 커다란 변화를 담고 있다. 그 변화란, ‘작은 서사들’에 대한 관심 그리고 ‘건축’ 자체에 물음을 던진 것인데, 이 같은 물음은 국제적 규모의 건축 담론에서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담론의 장에 올려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물음은 그리 단순치 않다. 이유인즉, 그 물음이 몇 가지 더, 아니 훨씬 더 복잡하고 도 본질적인 물음과 얽혀 있는 탓이다. 이 말은 결국 직접적으로 요청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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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인 주제로 거론된 바 없거나 (마치 공기처럼,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어서) 굳이 논의의 가치를

성하는 잇따른 물음에,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우선, 지금껏 한 번도 의문시된 바 없었던, 서구가 주도해 온 거대 서사로서의 ‘건축 역 사’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 서사의 중심에서 밀려나 도외시되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은 ‘국가(혹은 민족) 건축의 진행(상황)’에 대해 (국제적인 토론장에서) 각자의 해석과 입장을 밝 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엔날레가 일정 부분 스타건축가의 작품 전시장이나 예비 등용문으로 전 락했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개별 건축가(의 작품성이나 그로써 드러나는 개별 발언)보다 ‘건 축(의 본질적인 것들) 자체’에 논의의 중심을 둠으로써, 발언의 폭이나 담론의 깊이를 개인의 차원에 만 머물 수 없도록 강제한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나름의 이유는 (콜하스의) 비엔날레 ‘발제 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몇 가지 단서–역사들, 국가건축의 진화, 모더니티, 근대적 미적 특질, 살아남은 것–때문이다. 그 중 에서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역사들histories’이라는 표현인데, (비서구권에 속한 자들의

주1. 네 가지 주제를 간단히 언급하면, ‘삶의 재건’은 한국전쟁으로 초토화된 남북이 국가의 재건을 위해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보여 준 다. 역사도시 서울을 불도저로 파괴하며 도시화되는 남한의 모습과 평양을 중심으로 공동주택, 공공기관 등을 지으며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외쳐온 북한의 모습을 집중 조명한다. ‘모뉴멘트’는 주체사상의 도시가 된 평양과 북한과의 체제 경쟁 속에서 유사한 기념비적 환상을 재현한 서울을 드러낸다. ‘경계’는 남북의 군사적 대치 지점인 비무장지대(DMZ)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룬다. ‘유토피안 투어’에선 1993년 중국 베이징에 북한전문 관광회사를 설립한 뒤 북한에서 관광 상품, 영화제작, 문화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영국인 닉 보너(Nick Bonner)의 컬렉션이 주로 전시되는데, 195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제작된 북한의 판화, 선 전포스터 등을 통해 건축이 유토피아적 사회 건설의 중요 요소였음을 보여 준다. 또 북한 여성 건축가의 삶을 보여 주는 만화 ‘건 축가의 하루’도 전시된다. 이밖에 세운상가 등을 설계한 김수근과 김일성 광장 등을 건축한 김정희 ,남북한 건축을 대표하는 두 거장을 비교하는 비디오 영상물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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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에서 볼 때) 아키텍처Architecture로서의 서구 건축이 써 내려온 역사가 ‘단 하나의 역사’(혹은 대문 자로서의 역사, History)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말하자면 이 같은 표현이 암시하고 일러 주는 바는 건축 역사가 ‘기록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때의 ‘기록 방식’이란, 이를 테면 (지금 까지의) 건축 역사가 유럽 건축에 권위를 부여하는 준칙準則을 토대로 구축되었고, 그로써 비非서구와 여타 소수집단들이 생산했던 건축은 (서구가 제시한) 준칙의 윤곽에 일치할 경우에만 (그 역사에) 기 입되는 그러한 방식이다. 바꿔 말하자면, 비서구권(혹은 타자)의 건축들은 오직 유럽의 규범과 미학 의 관계성 안에서만 이해되었을 뿐이라는 말이기도 한데, 좀 더 구체적으로, 건축 역사에서 다루어진 담론들은 ‘국가들, 인종들, 공동체들, 그리고 민족들의 비대칭적 발전과 차등적 역사들에 (서구적) 헤 게모니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의 담론들인 셈이다. 결국 ‘역사들’이란 표현이 (우리에게) 환기喚起 시키는 것은 지배적 서사로서의 역사History가 사실은, ‘계통 혹은 계보를 확립하는 한 방식’일 뿐 아니 라 (고전이든 현대든) ‘유럽 건축에 권위를 부여하는 전략’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에서 배제 되었던 것이 바로 (소문자) ‘역사들’인데, 콜하스의 언급은 짐작컨대 그 같은 표현을 통해 ‘헤게모니 로서의 (서구) 건축 역사’에 대한 정당성을 의문에 부치는 동시에 (국제적인) 담론의 장에서 거의 언 급된 바 없는 ‘타자로서의 건축 역사들’을 다루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물음 은 지배와 예속, 오만과 편견을 작동시키는 인식론적 전제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 없이 ‘근대 외부’에 대한 사유가 불가능하듯, (건축에서) ‘무엇이 기본적인 것인가’에 대한 사유 없이 오늘날 ‘건축의 포 지셔닝’이 불가능할 것이란 인식이 뒷받침된 것인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건축이 한동안 머뭇거리고 뒷걸음질치던 ‘근원적인 물음’에 다시 한 번 맞서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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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과제의 무게 게다가 이 같은 물음이 우리에게 더 또렷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난 100년 사이”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건축의 진화”라는 말 때문인데, 적어도 (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하는) 이 시기의 전반부 가 대부분 “근대적 언어를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그 과정에서) “국가의 특성들을 삭제하는” 시기였 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발제 글에서 찾아 볼 수 있듯이 “한때 독특하고 지역 적인 건축들이 교체 가능하고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라는 표현이나 “외견상 국가의 정체성은 모더니 티에 희생되었다”라는 말은 이런 인식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표현일 뿐이다. 다만, 이 시기의 건 축이 콜하스의 말처럼 “모더니티를 흡수하는” 과정에 놓여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그 과정만을 두고 ‘진화'라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왜냐하면 “건축의 진화”는 두 방향으로의 진화, 즉 한편으로 (모더니즘, 그리고 인터내셔널 스타일이라는 ‘보편성’의 이름으로) 헤게모니를 강 화한 ‘서구 건축의 진화’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그 와중에도 존속하고 계속 번창해 간 ‘국가건축 들national architectures의 진화’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에겐 이것부터가 문제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이 시기에 주체적으로 모더니티를 흡수하 는 과정, 그러니까 제대로 된 ‘현대화 과정’을 거치지도, 그렇다고 (그 과정에 대항해 소위 국가건축 이라 말하는) 그러한 건축을 존속, 발전시켜 나갈 수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구에서 모더니즘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던 시기에 우리는 굴종적인 식민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1930년대를 지 배하는 ‘모던’이라는 말 안에는 그 어떤 진지한 성찰도 부재했다. 도시의 소비자들은 양복洋服, 양행洋 行과

같이 서양풍을 내세운 습속에만 매달릴 뿐 왜 서양식 옷을 입고 서양에서 나온 책을 읽어야 하는

지에 대해 자문하지 않았던 시대였다. 이상李箱의 말마따나 ‘활자허무시대’였던 이때, ‘모던’이란 말은 식민지 조선에서, 그 안에서 어떤 정신적 가치도 찾을 수 없는, 텅 빈 기호였던 것이다. 이처럼 일제 강점기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든) ‘건축의 진화’를 말할 수 없도록 만든 엄청난 역사의 공백을 초래 했다. 게다가 이 현대사의 공백은 우리에게 치유할 수 없는 집단적 트라우마trauma와 [라캉J. Lacan의 개 념, 그러니까 결코 채울 수 없는 ‘오브제 쁘띠 아a’와 마찬가지로], (어떤 식으로든 그 부분을) 채워야 한다는 욕망 (내지는 강박감)을 안겨 주었다. 생각건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흔히 목도할 수 있듯, 유물을 대하는 무비판적 태도나 그로써 띠게 된 ‘반동적 보수주의’ 색채는 일정 부분 이 같은 트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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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와 강박관념이 작동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상황들을 미루어 보면, 이번 비엔날레가 요청 하는 담론에 우리로선 부득이하게, 그러면서도 지독히 곤란한 난점을 안고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것은 일종의 딜레마다. 우선, 우리가 등을 기대고 담론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 적 현대화의 과정도, 국가건축을 발전시킨 과정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어떻든 해석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가 잠복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문제는 정확히 ‘국 가’ 개념을 피해갈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데, 이를 테면 종교적 삶과 사유 방식이 저문 뒤에 세속적인 삶에서 영구적이고 유의미한 무엇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서구적 의미에서의 ‘국가nation-state’가 (기껏 해야 18세기 후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순전히 현대적인 구성체”라는 점에서, 또 타자로부터 비 로소 자신을 파악하는 주체적 비판 의식인 ‘모더니티의 의식’이 국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탈식민주의 담론은 정체성 논의에서 우리가 간과해왔던 것들 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논의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좋 은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옥타비오 파츠Octavio Paz는 현대성을 “다른 문명에는 없는 배타적인 서양 의 개념”주 2이라고 정확히 짚은 바 있다. 그러니까 이 말은 현대성을 다루는 담론에서는, 더구나 비서 구에서는 ‘국가'라는 개념을 담론의 중심에 놓고 살펴보아야 하고, 또 그로써 주체성(혹은 정체성)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문제와 ‘자신과 그 자신을 규정하는’ 타자의 문제를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 상기시킨다. 요컨대 우리는 (이념상의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이 시기에 물리적 실체로서의 ‘국가’를 갖지 못한 상태였다는 사실 또한 짚고 넘어야 할 산이었다는 말이다. 현대성의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것이었는지를 묻는 것은 그래서 훨씬 복잡한 문제가 된다. 이렇듯 이번 과제가 던져준 무게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제목 ‘오감도’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알다시피 烏오는 鳥새에서 눈을 뺀 이미지다. 그 러니 오감도는 ‘눈이 없는’ 새가, 새의 위치인 허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린 그림이 된다. 그로써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실상은 아무 것도 보지 않는(아니 정확히는 ‘보지 못하는’) 모순이 내

REPORT

오감도 유감

재해 있는 것이다. 멀리 돌아 볼 것도 없이, 우리 건축의 현실이 또 우리의 건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 선이 바로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번 비엔날레의 한국관은,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 서 건축이 어떻게 현대성이 초래한 사회적 조건과 관계되는가라는 점에 대해 다양한 입장들을 살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참여 작가만 해도 29팀에 이르는 기획을 통해 “작가 중심의 전시가 아니라 남북 건축을 동시에 접근할 수 있는 개념과 주제로 엮어 공유와 차이를 들여다 볼 것”이라는 조민석 커미셔너의 말이 설득력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의 정체성을 그리고 우리 건축의 현실을 ‘이념 대립’의 틀로 가두는 것이 얼마만큼 합당한가 하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그로써 세계가 ‘분단의 프레임’으로만 우리 건축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현대성의 담론에 참여하는 것, 그것은 발전과 변화의 끊임없는 과정, 즉 과거나 현재와는 달라질 미래에 대한 입장에 관련된 자 세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황금사자상’ 수상이라는 쾌거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건축적 이슈 나 우리 건축이 나아갈 방향[의 탐구]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을 뿐 아니라 비엔날레 측이 제시한 ‘현대성의 흡수’라는 주제에 대한 제대로 된 응답이나 건축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비껴갔다는 측면 에서 볼 때, 사실 이번 기획이 시선을 잃어버린 까마귀의 눈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점은 심히 유감이다.

주2. Octavio Paz, 『The Children of the Mire: Modern Poetry from Romanticism to the Avant-Garde 』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74), 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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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ramp)의 방

계단(stair)의 방

화장실(toilet) 전시의 그래픽 다이어그램은 Alexander Kira가 쓴 <The Bathroom>이란 책(1976)에서 가져왔다.

주제관 Central Pavilion

디렉터

Rem Koolhaas(developed with Amo)

건축의 요소 Elements of Architecture

주제관은 건축의 15가지 요소에 대한 전시이다.

센트럴 파빌리온 입구. 전시의 핵심은 복원된 돔 천장 아래 속을 드러낸 현대식 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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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창(window) 프레임의 벽. 영국 콜렉터Charles Brooking의

벽, 천장, 지붕, 문, 창, 파사드, 발코니, 복

부분과 새로운 부분들의 혼합체로서의 건

도, 벽난로, 화장실, 계단, 에스컬레이터,

축이 드러나게 된다. 이 상호작용은 이해

엘리베이터, 경사로 등–에 대한 책을 썼

하기 쉽지 않지만 현미경으로 보듯 자세히

는데, 전시장은 이에 따라 15섹터로 나뉘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이야기, 역사, 또

어져 각각의 요소에 대한 고대부터 현재,

그에 따른 건축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의 버전을 제시하였다. 또 낱

일례로 전시장에 들어서면 복원된 바로크

권으로 분철된 15권의 책은 각각 15개 영

풍의 프레스코 천장 아래 덕트와 기계 부

역의 카탈로그로서 사용됐다.

품들이 노출된 현대의 천장이 매달려 있

물론 이 백과사전과도 같은 방대한 책의 내

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것

용이 모두 전시되지는 않았다. 그중에서 중

은 “잘 알려진 건축가의 최근 작업을 전시

요한 지점을 나타내거나 상징적이거나 잘

하는 비엔날레의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

자르디니 중앙 파빌리온에서 열린 주제관

알려지지 않은 놀라운 것들을 선택적으로

다…. 나는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그

은 총감독 렘 콜하스의 진두지휘로 “건축

보여 주었다. 그러한 이유로 누락된 요소

리고 (온갖 기계 부품들을 감추고 있는)

이데올로기나 이론에 포함된 적 없었던”

(이를 테면 기둥같은)에 의문을 품거나, 전

거짓 천장과 같은 발명품들이 건축에 미치

건축의 구성 요소에 집중한다. 리서치 중

시가 너무 기초적이고 제품 카달로그 같다

는 영향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고, 그에 대

심의 전시로 구상됐는데, 전시의 자료는

는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건축가들도 있다.

한 탐구를 계속하기를 원한다”는 렘 콜하

대학원Harvard Graduate

어쨌거단 이번 전시는 역사적 맥락 안에서

스의 의지를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500,000점에 달하는 아카이브에서 차용됐다.

그와 하버드 디자인 School of Design과

학계/업계 전문가들이 협

요소들을 살펴보고 그것이 지난 100년 동

력하여 2년 동안 진행해 온 리서치 연구

안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추적하면서 현대

의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렘 콜하스

기술이 건축 요소에 침투하여 더욱 편리한

는 GSD 학생들과 함께 일상 건축물을 구

것을 생산함으로써 일어나게 된 변화들을

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 15가지-바닥,

넌지시 알려 준다. 한편으로는 매우 오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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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축 평론가 fang zhenning가 큐레이팅한 지붕(roof)전시

문(door) 전시의 일부인

발코니(balcony) 전시

공항의 보안 스캐너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바닥(floor) 전시

벽(wall)의 방에 전시된 키네틱 월(kinetic wall). 벽의 방은 돌, 벽돌, 나무, 유리 파티션 등등으로 만들어진 벽의 역사적인 진화를 보여 준다.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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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프레임 ‘Luminaire’

아르세날레 전시

총감독 렘 콜하스의 결정으로 기획된 몬디

로 구성된 드라마틱한 입구(OMA와 스

탈리아는 일반적으로 주제관이라고 일컫

와로브스키의 공동 작품)를 통해 입장하

는 아르세날레의 300m 길이의 공간에 마

면 82개의 영상과 41개의 건축 프로젝트

련되었다. 참고로 아르세날레는 시간의 흔

로 이루어진 긴 전시 공간과 마주하게 된

적이 아로새겨진 낡고 오래된 건물(옛 무

다. 41개의 사례 연구는 건물(코르데리에)

기 저장고) 두 동이 ㄴ자 형태로 배치된 매

의 경로에 따라 이탈리아의 남쪽에서 북쪽

력적인 장소이기도 한데, 그중 하나인 코

(더 광범위하게는 아프리카에서 알프스까

르데리에Corderie가 이 전시의 배경이 된다.

지)으로 움직여 가며 전개되어 있다. 로마

전시 내용은 한마디로 ‘기본적인 것’의 국

의 중심이었던 5세기 이탈리아의 지도가

가로서 이탈리아의 스캔scan이다. 렘 쿨하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는 가운데 리비아에

스는, 그 자체로 고유하지만 세계의 다른

서 진행된 이탈리아의 식민/탈식민/혁명

나라들과 어떤 특성을 공유하는 기본적인

에 대한 프로젝트나, 이민에 관한 프로젝

fundamental

트들이 흥미롭게 전시되었다.

나라로 이탈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탈리아는 분명 놀라운 역사와 엄

영상물들은 알베르토 모모Alberto

청난 잠재력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한다.

선택한 영화(정확하게는 영화의 부분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그 잠재력을 실현

로서 41 건축 프로젝트에 지리별, 주제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탈리아의

로 대응하고 있다. 예로 페데리코 펠리니

상황이 다른 서방 국가, 즉 독일, 벨기에,

감독의 영화 <로마>는 Teresa Cos의 프로

네덜란드 등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젝트 ‘모든 길은 로마도 통한다. 맞다. 그

자연스럽게 건축 환경 뿐만 아니라 정치,

러나 정확히 어디에?All roads lead to Rome. Yes,

경체적인 배경에도 주목한다.

but where exactly?’근처에서 상영되는 식이다.

수천 개의 전구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이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베니스 비

REPORT

몬디탈리아 Monditalia

스와로브스키와 OMA가 공동 작업한

Momo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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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ula Peutingeriana’, 316m에 달하는 아르세날레의 건물 코르데리에(Corderie) 전체에 이 5세기 이탈리아 지도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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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T(Studio di Architettura e Transformazioni Territoriali)의 작품 ’the ghost block’. 2008년 폐쇄된 16세기의 산 지아코모 병원 (San Giacomo Hospital)을 소재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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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디탈리아 전시를 위해 베니스 축제의 다른 부문-연극, 음악, 댄스, 필름- 들이 협력했다.

렘 콜하스와 그의 딸 찰리 콜하스의 작업 (+AMO, Manuel Orazi) “Biblioteca Laurenziana”. 찰리 콜하스가 촬영한 미켈란젤로의 Laurentian Library 건축 요소.

Architecture’와 비교해 볼 때, 전체론적

름-과 협업했다는 데 있다. 이것은 전시

인 해석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간이 예년과 다르게 3개월에서 6개월

몬디탈리아의 41개 건축 리서치 작업 중

로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이 6개

에서 올해 최고의 영예(은사자상Silver Lion)

월 동안 4가지 축제의 강연, 토론회, 춤과

를 누린 작품은 ‘Sales Oddity. Milano

기타 퍼포먼스 등이 전시장을 다학제간 작

2 and the Politics of Direct-to-home

업장으로 변신시킬 것으로 보인다. 물론 4

TV Urbanism(Andrés Jaque/Office for

페스티벌 디렉터들은 사전에 이 연계 작업

Political Innovation)’이었다. 1960년대

에 동의를 하였고, 우리는 이로써 총감독

후반, 이탈리아에 새로운 도시의 상황을

렘 콜하스의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형성하는 요인이 있었는데, 하나가 TV이

됐다.

고 또 다른 하나가 학생 운동이었다고 한

관람객들은 긴 구간을 거닐면서 자연스럽

다. 이 작품은 방송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

게 환상적인 공연을 감상하기도 하고 영상

에 대한 것으로, 심사위원은 다음과 같이

과 리서치 작업들을 진지하게 들여다 봄으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

로써 “이탈리아의 잠재력과 어려운 사회 정

사회의 근본적인 양상을 비판적으로 이야

치적 상황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는

기한다.: 미디어의 힘은 물리적으로, 정치적

모습”에 자국의 상황을 빗대 보기도 한다.

으로 어떻게 다른 사회 공간들을 점령하는

현재의 이탈리아의 모습을 다루지만 사실

가. 이 전시의 내용은 서베이와 인터뷰가 결

은 전 세계의 이슈를 상징적으로 나타내

합된 혁신적인 연구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는 이 전시는 각각의 전시가 모두 하나의

이탈리아에 관한 내용이지만, 이러한 이슈

테마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무척 다양하

는 현대 기술과 신자유주의 문화에 지배를

다.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는 ‘Elements of

받는 국제적인 콘텍스트 안에도 존재한다.”

REPORT

엔날레의 다른 부문-무용, 연극, 음악,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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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 황금사자상 Golden Lion

커미셔너

조민석(매스스터디스 대표)

큐레이터 조민석, 배형민(서울시립대 교수), 안창모(경기대 교수)

한반도 오감도 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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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셔너이자 큐레이터 중 한 사람인 조민석은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OMA를 포함해 유럽과 뉴욕의 다양한 건축 및 도시 계획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2003년부터 사무소 ‘매스스터디스’를 열고 다양한 용도와 규모의 건축물을 지어왔다. 2010년 상하이엑스포 한국관을 설계한 바 있고, 2011년 승효상, 아이웨이웨이가 공동 감독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유명전(Named Design)’ 전시를 안토니 폰테노와 공동 기획하며 큐레이터의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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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보너의 컬렉션과 커미션 작품이 전시된 <유토피안 투어>

반면 안세권의 청계천, 뉴타운 사진이나

(왼쪽)안쪽에서 입구를 바라본 모습.

이영준의 (고층 빌딩과 고층 아파트로 가

왼쪽에 <도시의 재건> 사진이 전시되었다.

득찬) 도심 풍경은 불도저로 밀어 버린 도

중앙의 모형은 김수근의 세운상가

시 위에 이식된 자본주의의 욕망을 잘 드 러내고 있다. 한편에서는 임동우, 마크 브 로사가 각각 평양의 아파트와 서울의 아 파트를 구역별, 시기별로 분석한 패널이

참여작가

한국관 전시는 입구 우측 영역에 자리잡

<삶의 재건> 카테고리에 묶여 한국관 후

안세권, 알레산드로 벨지오조소(Alessandro

은 <삶의 재건Reconstructing Life>에서 시작

면 외벽에 전시되었다.

Belgiojoso), 닉 보너(Nick Bonner, featuring 만수대 창작사, 저자 미상의 북한 예술가 및

된다. 한국전쟁 이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건축가들), 마크 브로사(Marc Brossa), 최

국가를 재건해 온 서울과 평양에 관한 이

원준, 찰리 크레인(Charlie Crane), 막심 델

한국관의 두 번째 소주제는 <모뉴멘트 Monumental State>이다.

이 섹션에서 먼저 눈

보(Maxime Delvaux), 전민조, 강익중, 카롤

야기가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으로 전달된

리스 카즈라우스카스 & PLT Planning and

다. 원로 사진가 전민조와 고 김기찬의 사

에 띄는 것은 남북의 건축가 김수근과 김

진들은 도시의 급격한 성장으로 잃어버

정희다. 한국 모더니즘의 두 이상주의자

수근, 이영준, 크리스 마커(Chris Marker), 필

린, 과거의 기억들을 되돌려 놓고 크리스

는 서로 대비되는 이데올로기를 배경으로

립 모이저(Philipp Meuser), 문훈, 모토엘라스

마커의 평양 거리 사진은 폭격으로 인해

각각의 수도 서울과 평양의 재건에 기여

Murai), 피터 노에버(Peter Noever, featuring

초토화된 북한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중

하였다. 김정희의 평양 재건 플랜이나 김

‘Flowers for Kim Il Sung, MAK, 2010’ 전시의

국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영

수근의 세운상가 계획은 각자의 이상을

국인 닉 보너의 사진 콜렉션은 이러한 백

도시에 표출한 사례인데, 이 프로젝트들

백남준과 예술가들), 제임스 파우더리(James

지 위에 주택, 공공 기관, 기념비 등을 지

의 진행 과정 속에서 우리는 국가 최고 지

Powderly), 신경섭, 서현석(featuring 북한 건축

으며 새로운 사회주의 국가의 건설 신화

도자가 건축을 정의하는 데 깊게 관여하

를 이룬 평양의 현재 모습이 소개되었다.

거나, 관료주의와 자본주의의 논리와 타

Architecture Ltd., 김동세, 김한용, 김기찬, 김 석철 & 프랑코 만쿠소(Franco Mancuso), 김

티코(MOTOElastico), 오사무 무라이(Osamu

북한 건축가들), 박경(featuring ‘Project DMZ, Storefront for Art and Architecture, 1988’의

가 김정희 등), 서예례, 이상, 임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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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 전경.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창설 100주년을 맞아 김석철의 설계로 마지막 국가관으로 설립되었다.

서현석의 2채널 비디오 작업 ‘Utopias in Two’는 평양과 서울, 두 도시의 차이를 대비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 준다. 한국관 입구에서 바라본 전시장 풍경

협해야 하는 전혀 다른 상황과 맞닥뜨리

북한의 상징 도시 광장이 이 기념물들의

게 된다.

위치를 나타내 주고 있다.

한국관 가장 안쪽에 설치된 서현석의 2채

북한이 1970년대부터 아프리카에 기증

널 비디오 작업 ‘Utopias in Two’는 두 도

또는 수출한 동상이나 기념물, 건축물을

시의 차이, 즉 사회주의 이상 주체사상의

취재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만수대 마스

도시와 경제적 힘이 작용하는 자본주의 도

터 클래스Mansudae Master Class’는 또 하나의

시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 준다.

볼거리다. 체제 선전용 기념물을 만드는

또 전시장에는 별도로 마련된 듯한 김수

북한의 독보적 기술은 외교적, 경제적 이

근 부스가 있어서 세운상가 프로젝트와

득을 얻는 데 활용되어 왔는데, 아프리카

자유센터, 힐탑바 외에도 경동교회, 공간

현지에서도 여전히 사회주의의 리얼리즘

사옥, 퐁피두 현상안, 알보르즈 하우징 프

과 주체사상을 드러내는 기념물의 영상

로젝트 등을 소개함으로써 국가 건축가로

은, 그나마 ‘한국인이 바라본 북한 건축’

서의 면모 이상을 전달해 준다.

전시물이 됐다.

이밖에도 벨기에 사진가 막심 델보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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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사진가 찰리 크레인의 북한 기념비 건

한국관의 별도 전시실은 닉 보너의 컬렉

축 사진이 한쪽 벽면을 채우고, 한국 사진

션과 커미션 작품들이 벽면을 한가득 채

가 신경섭이 촬영한 남한 기념비 건축이

우고 있다. 그중 일부는 <유토피안 투어

또 다른 벽면을 덮었다. 평양 개선문, 만경

Utopian Tours> 전시로 ‘재건의 동지Comrades of

대 학생소년 궁전, 유경호텔 그리고 세종

Construction ’가

문화회관, 국회의사당, 6.3빌딩 등의 대비

지 제작된 북한의 판화, 동양화, 선전 포스

가 다른 듯 닮은 묘한 느낌이다. 북한 기

터 등을 통해 유토피아적 사회 건설에 건

념비 건축 사진 옆에는 임동우가 작업한

축이 중요한 요소였음을 증명한다면, ‘유

195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

유리벽에 레터링 작업된 전시장 맵

<경계> 전시 공간. 북한 건축가의 삶을 보여 주는 만화 ‘건축가의 하루’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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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창에는 이상의 시 ‘오감도’ 일부가 새겨졌다.

토피아를 위한 커미션Commissions for Utopia’

역학관계에 따라 미래 상호연결의 시작일

은 북한 건축가가 상상한 환경, ‘건축가의

수 있고, 생태학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분

하루A Day of an Architect’는 이번 베니스 비

석과 예술적 개입으로 상상과 희망을 불

엔날레 한국관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만

러일으키는 가능성의 공간이 될 수 있음

화로 북한 건축에 대한 호기심을 한층 높

을 역설한다. DMZ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

이고 있다.(이 만화는 소주제 ‘경계Borders’

는, 움직이는 실체임을 보여 주는 김동세

영역 천창에 걸렸다.)

의 애니메이션 작업, DMZ은 더이상 분단

특히 ‘유토피아를 위한 커미션’은 고려여

을 의미하는 소극적이고 상징적인 라인이

행사와 닉 보너가 평양의 백두산 건축학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시선을 땅속으로

회 구성원들에게 물리적 한계나 시공비

옮겨 조망하는 서예례의 ‘Vertical DMZ’,

제한에 구애 없이 지속가능한 미래 관광

백남준의 작품을 비롯한 Storefront for

도시를 그리게 한 결과물이다. 언뜻 조악

Art and Architecture의 1988년 <프로젝

해 보이기도 하지만 북한 건축가의 이상

트 DMZ> 참여 작품들, 강익중의 ‘Peace

향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자료이다.

Bridge’와 아트워크 등이 DMZ의 가능성 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경계Borders>

전시는 DMZ를

포함한 남과 북의 수많은 경계에 대한 리 서치 결과물이다. 이 다양한 연구들은 국 가적 장치, 기업, NGO, 종교와 교육단체 등이 서로 얽혀 상호 연결된 복잡한 메커 니즘을 보여 준다. 또한 DMZ처럼 분리 된 공간도 다양한 요소들의 침투와 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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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관, 은사자상 Silver Lion

커미셔너 Cristóbal Molina(National Council of Culture and the Arts of Chile) 큐레이터

Pedro Alonso and Hugo Palmarola

MONOLITH CONTROVERS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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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알론소는 건축가로 the Architectural Association in London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Pontificia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에서 건축과 디자인 이론을 가르치고 있으며, 파트너인 휴고 팔마로나와 함께 RIBA에서 수여하는 Research Trust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전시장 한가운데 서 있는 KPD 생산의 콘크리트 패널


© Nolberto Salinas Gonzál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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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통해 콘크리트 패널의 이야기가

빌딩 조립.

사진 정귀원

Quilpué, 1972. © Revista Paloma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28개의 조립식 주택 모형이

공장 입구에 서 있는 KPD 기념 패널.

한쪽 벽면을 장식한다.

아옌데 대통령의 “소비에트와 칠레 동지들에게 감사한다”는 사인이 새겨졌다.

전시장 입구에는 KPD 주거의 거실과 식당이 복제되어 있다.

아옌데Salvador Allende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

건축 요소 하나로 지난 100년을 보여 준다.

권 하에 있었는데, 이 패널은 이후 여러 정

칠레관의 중심에는 대형 콘크리트 패널 한

치, 이데올로기의 매개물이 되었다. 예로

장이 서 있다. 이 패널은 1972년 소련에 의

젖은 시멘트 위에 새겨진 아옌데의 서명은

해 설립된 조립식 주택 부재 공장(KPD)의 생산품 중 하나이다. 당시 칠레는 살바도르

사진 Felipe Aravena

아르세날레 파빌리온에 전시된 칠레관은

강력한 유니언union의 상징이었으나, 곧바 로 들어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독재 정 권에 의해 마돈나와 아이로 장식되었다. 가 톨릭 아이콘이 사회주의에 대한 승리를 나 타내는 상징으로 덧입혀진 것이다. 즉 칠레 관의 전시는 하나의 건축 요소가 다른 정 치적 상황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보 여 주고 있다. 현재의 패널은 이러한 표식 들에서 자유롭지만, 여전히 국가의 역사 를 나타내는 기념물이다. 칠레관의 모놀리

사진 Gonzalo Puga

스는 건축과 정치 양쪽의 모더니티 유산인

전시장 안쪽에서 입구를 바라본 모습.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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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관, 스페셜 멘션상 Special Mention Winner

장-루이 코헨(1949년 생)은 프랑스의 건축가이자 건축 역사가이다. 그의 연구 활동은 주로 20세기 건축과 도시 계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독일과 구 소련의 건축 문화, 북아프리카의 식민지 상황, 2차세계 대전 기간의 건축, 그리고 르 코르뷔제의 작품과 파리 계획의 역사 등을 공부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여러 기관의 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프린스턴 대학 건축학교 객원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커미셔너 Jean-Louis Cohen

Modernity: promise or men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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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한 2007년 MoMA에서 열린 <The Lost Vanguard>전을 비롯한 다수의 전시를 큐레이팅했다. (2013년 6월 <The Le Corbusier: An Atlas of Modern Landscapes>(MoMA) 전시의 큐레이터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건축의 미래, 1889 이후 (The Future of Architecture. Since 1889)』 ((London: Phaidon, 201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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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까뮤에 의해 콘크리트 패널의 헤게모니를 따르게 된 대규모 국가 주도 프로젝트 (Heavy Panels: economies of scale or monotony?)

자크 라그랑제의 빌라 아펠 스케치

국가 중심의 모더니티의 결과로서 장 프루베의 메탈 커튼월 연구 중심의 전시

등장하는 사회 주택

영화 <나의 아저씨>에 등장하는 빌라 아펠

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프랑스관은 분명

시화되어 가는 사회 속의 인간군상들을 풍

하고 매력적인 주제로 렘 콜하스가 내어준

자하며, 기계가 약속하는 삶과, 이 유토피

과제를 지적이면서도 코믹하게 풀어냈다.

안적 비전의 갭을 보여 주고 있다.

모더니즘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국가

그밖에도 금속 장인이자 건축가, 디자이너

로서 사회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며 등장

로 잘 알려진 장 프루베의 삶을 통해 수공

한 모던 건축의 몇몇 모순들을 세세히 꼬

업 시대의 장인이 대량 산업의 시대로 이

집는 데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건축 이론

행하면서 제시한 이론과 비전, 그리고 실

가 장 루이 코헨의 역할이 컸다. 그는 프랑

패를 전하며(Jean Prouvé: constructive

스의 모더니티와 건축을 가득 메운 모순을

imagination or utopia?), 레이몬드 까

지적하기 위해 4개의 전시 공간에 4가지

뮤Raymond

질문을 던지는 형식을 취했다.

의 헤게모니를 따르게 된 대규모 국가 주

프랑스관에 들어서면 ‘자크 타티와 빌라 아

도 프로젝트Heavy

펠:욕망과 조롱의 오브제?Jacques Tati and Villa

or monotony? ,

Arpel:object of desire or of ridicule? ’를

과로서 등장하는 사회 주택, 즉 유진 보

주제로 한

전시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중앙에는 자 크

타티Jacques Tati의

저씨Mon Oncle> Arpel의 1:10

‘자크 타티와 빌라 아펠:욕망과 조롱의 오브제? (Jacques Tati and Villa Arpel:object of desire

1958년 영화 <나의 아

에 등장하는 빌라

아펠Villa

스케일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

두앵Eugène Lods 가

Camus 에

의해 콘크리트 패널

Panels: economies of scale

국가 중심의 모더니티의 결

Beaudouin 과

마르셀 로즈Marcel

제안한 전후 주택의 프로토타입

Grands ensembles: healing heterotopias or places of seclusion? 등을

차례로 언급한다. 이로써 모

이 영화의 미술 감독을 맡은 자크 라그랑

더니티의 이상적 비전이 포함하는 성공과

제Jacques Lagrange

트라우마 모두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 스케치가 함께 전시

되었는데, 한쪽에서는 영화의 장면들이 반 복적으로 재생된다. 이를 통해 근대화, 도

or of ridicule?)’를 주제로 한 전시 공간. 빌라 아펠의 모형이 전시되었다.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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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관, 스페셜 멘션상 Special Mention Winner

커미셔너

Semyon Mikhailovsky.

큐레이터 Strelka Institute for Media, Architecture and Design(Anton Kalgaev, Brendan McGetrick, Daria

Strelka Institute for Media, Architecture and Design은

Paramonova)

2009년에 설립된 비영리 국제 교육 프로젝트이다.

Fair Enough: Russia’s Past Our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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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이끄는 차세대 건축가, 디자이너 및 미디어 전문가를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젊은 전문가를 받아서, 그들에게 전 세계 도시 계획, 건축,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 할 수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렘 콜하스가 이 연구소의 교육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prefab corp는 러시아의 조립식 주택 공급자 모두를 가상 합병한 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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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KhUTEMAS 트레이닝은 다른 부스의 배경을 해설하는 가상 훈련 학교이기도 하다.

young pioneer palace atelier는 아이에 의해 해석된 구 소련의 모던 건축을 보여 준다.

다차 협동조합(Dacha Co-op)은 ‘친근하고 개인적이며 유연한’ 셀프 스토리지(self-storage) 회사이다.

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러시아관은 ‘fair

이다.(다차는 통나무로 만든 집과 작은 텃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너무나 상업화된,

enough’란 주제로 러시아 모더니즘의 레

밭이 딸린 러시아 전통의 주말농장이다.)

자국의 현재 상황에 대한 냉소일지도 모르

거시legacy를 모의 국제 무역 박람회 안에

1910년대에서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다

겠다.

전시함으로써 렘 콜하스가 제시한 국가관

차의 외관 구성 요소와, 가장 전형적인 러

의 주제를 익살스럽고 아이러니하게 풀어

시아 주택의 가정 제품들이 기록된 전시

냈다. 이는 러시아의 현대화를 시간적으로

가 흥미롭다. 또 한 켠의 VKhUTEMAS

보여 주기보다는 건축의 역사를 현대의 요

는 러시아어로 고급 예술과 기술 스튜디오

구에 접속시킨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를 뜻한다. 실제로 1920년 모스크바에 설

전시는 지난 세기로부터 도시의 아이디어

립된 예술 기술학교로 레닌이 중요한 역할

를 가져온다. 그것은 잘 알려져 있거나, 불

을 했고, 아방가르드 예술과 건축의 3대 운

분명하거나, 보기에 구닥다리같거나, 혹은

동, 즉 구성주의, 합리주의, 절대주의의 중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어들이다.

심 학교였다. 대략 십 년 정도 존재해 오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에 새로운 목적을 부여

가 정치적, 내부적 압력에 의헤 1930년 해

한다.

체되었고 교직원과 학생, 레거시 등은 최대

20개의 가상 회사들은 옛 아이디어나 이론

6개의 다른 학교로 분산되었다고 한다. 러

의 업그레이드 된 버전을 트레이딩한다. 예

시아관의 VKhUTEMAS 트레이닝은 다

를 들어 ‘불멸의

러시안Eternal Russian’

부스

교이기도 하다.

네오 러시안 스타일의 건축 요소들을 선도

러시아관은 오늘날의 상황에서 모더니티

적으로 공급하는 회사임을 표방한다. 또 다

가 가지는 의미를 증명하거나 반증하기보

이며 유연한’ 셀프

‘친근하고 개인적

스토리지self-storage

회사

실제 20여 명의 도슨트들이 각 부스에서 활약했다.

른 부스의 배경을 해설하는 가상 훈련 학

의 Estetika ltd.란 회사는 러시안 스타일과

협동조합Dacha Co-op은

러시아관은 국제 무역 박람회 형식을 띤 전시로,

다는 당시 콘셉들의 효과와 영향력을 인정 하기 위해 이와 같은 형태의 전시로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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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관, 스페셜 멘션상 Special Mention Winner

Commissioner Barry Johns(Royal Architectural Institute of Canada). Deputy Commissioner Sascha Hastings(Royal Architectural Institute of Canada). Curators Lola Sheppard, Matthew Spremulli, Mason White(Lateral Office). Deputy Curator Lateral Office(Miles Gertler, Suzy HarrisBrandts, Julia Smachylo)

Arctic Adaptations: Nunavut at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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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인 롤라 세퍼드와 매튜 스프레물리, 메이슨 화이트는 Lateral Office의 리더들이다. 이 사무실은 건축, 조경, 도시의 교차 작업을 통한 환경 디자인을 수행하기 위해 2003년 설립되었다. 이들은 건축가의 역할이 단지 문제 해결자나 디자이너가 아닌, 문화/환경/공간 탐험가로서 새로운 기회와 시너지를 만들고 건축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것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Latreille Delage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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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관은 누나부트 이누이트족의 건축을 다루면서 어떻게 모더니티가 극한의 환경과 래디컬한 문화 컨텍스트에 적응되는지를 묻고 있다.

이누이트 예술가들이 만든 동석 조각.

모더니티는, 로컬local을 전제로 하더라도,

두 번째는 현재 상황이 강조된 누나부트의

안된 미래의 누나부트까지, 점점 더 드라

일반적으로 특수한 장소성에 무심하다. 그

정착에 관한 전시이다. 25개 지역 사회(모

마틱한 환경의 변화, 사회/경제의 변화에

러나 캐나다 최북단의 누나부트 준주準州

든 건물과 길과 강을 포함)는 각각 25개의

직면하고 있는 북부 지역 사회에 어떻게

는 최소한의 일조와 극한의 기후, 현대화

얕은 돋을 새김 모델로 표현되었고(지형

건축이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지를 탐구

란 글로벌 트렌드에 저항하는 듯한 독특한

모델), 그것은 각 지역의 모습을 잘 보여 주

하는 전시로 캐나다관 또한 스페셜 멘션

장소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주목된다. 올

는 사진 세트와 짝을 이루고 있다.

상을 받았다.

해는 특히 누나부트가 1999년에 캐나다의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누나부트의 미래

새로운 영토가 된 지 15주년째 되는 해다.

가 제시된다. 북부 건축가들과, 그들과 함

(Nunavut at 15는 이와 관련이 있다.) 이

께 작업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팀, 그리고

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캐나다관은 누나부

누나부트 준주 조직에 의해 제시된 이 프

트 이누이트족의 건축을 다루면서 어떻게

로젝트는 다섯 테마, 즉 주거, 여가, 헬스,

모더니티가 극한의 환경과 래디컬한 문화

교육, 예술로 나뉘어진다. 독특한 점은 건

컨텍스트에 적응되는지를 묻고 있다.

축이 입지한 환경에 변화를 나타내는 방법

전시는 대략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

으로 애니메이션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그

는 역사적 컨텍스트에 관한 전시로, 덜 알

만큼 환경, 특히 겨울과 여름, 결빙과 해빙

려졌지만 중요한 건축들을 보여 주는 동석

은 이 컨텍스트 안에서 매우 중요한 논쟁

조각 전시이다. 이누이트 조각가에 의해 만

점이다.

들어진 이 조각들은 100년에 걸친 누나부

동석 조각으로 표현된 과거의 누나부트, 고

트의 건축물들인데, 이것은 개별적으로 중

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도시

요성을 띠기도 하고, 지역에 걸쳐 전개된

로 정착한 현재의 누나부트, 그리고 독특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에 가치를 지니기도

한 땅과 기후, (이동성이란 전통적 특징을

한다.

가진) 문화 안에서 혁신적인 건축으로 제

25개 지역 사회는 각각 얕은 돋을

사진 Sergio Pirrone

사진 Latreille Delage Photography

새김 모델로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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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관

커미셔너 카요코 오타는 지난 2012년까지 10년 동안 OMA의 연구 부서인 AMO에서 전시 기획과 Commissioner

Kayoko Ota

Deputy Commissioners Keiko Tasaki, Manako Kawata, Yoko Oyamada Curator

Norihito Nakatani

Deputy Curators Hiroo Yamagata, Keigo Kobayashi,

Jin Motohashi

In the rea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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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에디터로 일했다. 2006년과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의 AMO 전시 공동 큐레이터로 작업했으며, 2005년에서 2009년까지 프라다 <Waist Down>전시 큐레이터, 2004년 도무스의 부편집자로 활동한 바 있다. 큐레이터 노리히토 나카타니는 고유한 활동을 연구하는 건축 역사가이다. 초기 모던 시대 목수의 글을 연구하기도 하고 일본 고현학자 (考現學者, modernologist) 콘 와지로가 방문했던 집을 재방문하여 변경 사항을 문서화하는 프로그램을 감독하기도 했다. 현재 와세다 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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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및 민간 아카이브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전시. 수많은 오브제들은 일본의 급속한 현대화를 엿보게 한다.

1970년대 일본 건축 저널리즘과

산업적인 요소로 건설 현장을

출판 산업은 절정을 이뤘다.

연상시키는 설치물도 인상적이다.

일본관 입구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 기 시작했다. 전시는 이러한 비판성이 오사 무 이시야마, 토요 이토, 테루노부 후지모 리, 그리고 다른 일본 대가들을 통해 어떻 게 표현되었는지를 찾아냈다. 그들은 실패 한 모더니즘보다 “the real world”의 인간 과 연결되려고 노력했다. 일본관의 큐레이

주로 1970~80년대의 다양한 프로젝트들과 역사적 관점을 보여 준다. 그것은 일본의 현대 도시 조직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다.

청사진 도면 아카이브.

렘 쿨하스는 ‘Fundamentals’란 타이틀로

터는 “그들의 노력 덕분에 오늘의 일본 건

모더니티와 각 국가관의 관계에 질문을 던

축이 번영할 수 있는 비옥한 땅이 일구어

진다. 이 운동은 좋든 나쁘든 현대 도시를

졌다”고 밝혔다.

형성해 왔는데, 일본의 경우는 모더니티

전시장 안을 가득 메운 수많은 오브제들,

가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건축은 2

이를 테면 청사진과 모델, 건축가의 스케

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자국이

치, 노트북, 편지와 드로잉, 건물의 일부로

경제 대국으로 자리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디자인된 가구, 영향력 있는 매거진과 책,

하였고, 1970년 오사카 박람회에서 절정

사진과 철거된 건물의 조각, 가상 건물과

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환경 오

도시를 묘사한 그림과 사진, 건설 작업의

염이나 석유 위기 등의 문제는 건축가들로

다큐멘터리 등은 1970년대 일본에 등장했

하여금 모더니즘을 재검토케 하는 동력을

던 건축 프로젝트와 역사적 관점을 발굴

재공했다. 지역 건축가, 역사가, 예술가, 도

하기 위한 단서들이다. 결국 일본관의 전

시 계획가들은 모더니즘의 영향에 의문을

시는 모더니티에 대한 자국의 “독립적이

제기하면서 그것을 비판적인 방식으로 바

고, 혁신적인 응답”을 피력하는 것과 다르

라보기 시작했다. 또 현실 세계에서 무슨

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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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관

Commissioners Swiss Arts Council Pro Helvetia—Sandi Paucic and Marianne Burki Deputy Commissioner

Rachele Giudici Legittimo

Curator

Hans Ulrich Obrist

Lucius Burckhardt and Cedric Price. A stroll through a fun pa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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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는 스위스 취리히 출생의 아트 큐레이터, 비평가이다. 현재 영국 런던에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에서 공동 디렉터를 맡고 있다. 미술과 건축, 과학, 음악, 문학,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진 그는 <The Interview Project(인터뷰 프로젝트)>의 저자로도 이름나 있다.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와 세드릭 프라이스의 아카이브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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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프라이스의 펀 팰리스 인테리어 투시도(1964). black and white ink over gelatin silver print 12.6 × 24.8 cm DR1995:0188:518 Cedric Price fonds, Canadian Centre for Architecture, Montréal

© Swiss Arts Council Pro Helvetia

펀 팰리스의 모형

스위스 파빌리온은 스위스 정치 경제학자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Lu c i u s

이자 사회학자, 미술사학자인 루치우스 부

1925–2003 와

르크하르트와 영향력 있는 영국 건축가 세

1934–2003는

B u r ck h a r d t ,

세드릭 프라이스Cedr ic

함하는 아카이브는 두 인물의 공통점 뿐

Pr ice,

만 아니라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즉 프

확실한 비전의 소유자였다. 그

라이스가 건축가로서 자신의 프로젝트

드릭 프라이스의 ’Fun Palace’에 관한 전

들은 모두 작품으로 반향을 일으켰고, 21

를 통해 주변의 물리적 현실에 질문을 던

시를 선보였다.

세기 새로운 세대에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진다면, 부르크하르트는 사회학자로서

그들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었는데, 프라

문제를 바라보고 현재를 변화시켜야 할

이스가 디자인한 Fun Palace도 그중 하나

필요에 직면하는 것이다.

였다. 그것은 비록 실현되진 않았지만 우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스

리 시대의 상징이었다. 그것은 객체 기반의

위스 건축가 헤르조그 드 뮤론, 일본 아

디스플레이object-based displays보다 21세기의

틀리에 bow-wow 등이 공동 작업한 전

시간 기반 전시time-based exhibitions에 더 많

시는 전통적인 포맷이 아니라 학제 간 상

이 기여했다. 반면 ‘산책학Strollology’은 부르

호 작용이나 아카이브 등을 제공할 수 있

크하르트가 개척한 것 중의 하나이다. 산책

도록 구성되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중

학은 산책을 통해 환경에 대한 사고를 정

심에 부르크하르트와 프라이스의 도면

립하고 확립하는 학문으로 그는 이를 통해

아카이브가 마련되었는데, Fun Palace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건축은 도시

모형이나 도면을 실은 트롤리trolley가

주민의 눈에 보이는 요소보다 환경적, 사

군데군데 놓인 주 전시장을 처음 방문

회적 상황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하는 관람객이라면 적잖이 당황할지도

말했다.

모른다.

스위스관은 이번 전시의 중심에 이 두 사 람의 아카이브를 두었다. 복사된 사진, 수 채화, 드로잉, 비디오 등 다양한 자료를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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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관

Commissioners Alex Lehnerer, Savvas Ciriacidis (CIRIACIDISLEHNERER Architekten)

Bungalow Ger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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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독일 에를랑겐 태생의 Alex Lehnerer는 스 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이하 ETH Zurich) 및 UCALA에서 공부하고 현재 ETH Zurich에서 교 수로 재직 중이다. 1975년 슈투트가르트 태생인 Savvas Ciriacidis는 슈투트가르트 기술학교와 ETH Zurich에서 공부하였다. 두 사람은 취리히 소재 건 축 사무실 CIRIACIDISLEHNERER Architekten 을 2012년부터 함께 운영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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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바우하우스 전통에 기반을 둔

독일관 전시는 연대기적 전시보다는 특

전시관 중앙에 위치한 거실 한가운데는

정한 건축 순간을 구성하고 준비하였다.

방갈로의 벽돌 벽난로가 자리잡고, 거실

파빌리온에 가지고 들어왔다.

그들은 1 9 6 4 년 바우하우스 전통에 기

주변으로 부엌과 공부방이 배치된다. 파

이는 독일국(German Reich)의 정신으로

반을 둔 독일 건축가 Sep Ruf이 본Bonn

빌리온 바깥 전면에는 헬무트 콜Helmut

대비된다. 커미셔너들은 병치된 두 건물의 대화를

에 지은 챈슬러 방갈로Chancellor's Bungalow/

Kohl

시도하여 독일 역사의 두 시대, 두 개의 정치 체제,

Kanzlerbungalow의

일부를 풀 사이즈 그대로

어 있다. 1982년에서 1990년 사이 서독

복제하여 파빌리온에 가지고 들어왔다. 챈

의 총리를 지낸 그는 방갈로의 마지막 거

슬러 방갈로는 독일 총리의 주거 및 리셉

주자였다.

독일 건축가 Sep Ruf이 본(Bonn)에 지은 챈슬러 방갈로의 일부를 풀 사이즈 그대로 복제하여

1938년 대폭 리모델링된 독일관의 건축에

두 가지 건축 언어를 드러내고자 했다.

총리가 타던 자동차 한 대가 주차되

션 건물로 사용되던 집이었으나 1999년 연방의회 및 연방정부가 베를린으로 이전 하자 그 중요성과 정체성이 약해지기 시작 했다. 방갈로 게르마니아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 트는 1945년부터 동서독 통일이 될 때까 지 서독 미디어에 의해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물의 정신을 포착해 보기 위해서다. 이 는 독일국German Reich의 정신으로 1938년 대폭 리모델링된 독일관의 건축에 대비된 다. 커미셔너들은 병치된 두 건물의 대화 를 시도하여 독일 역사의 두 시대, 두 개 의 정치 체제, 두 가지 건축 언어를 드러 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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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관

Commissioner Storefront for Art and Architecture Deputy Commissioner

Praxis

Curators Eva Franch i Gilabert, Ana Miljački, Ashley Schafer Deputy Curator Michael Kubo

OFFIC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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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프랜치 아이 길버트는 2010년부터 ‘Storefront for Art and Architecture’의 디렉터 및 수석 큐레이터이다. Ana Miljački는 MIT에서 건축 이론과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글을 쓰고 디자인과 건축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애슐리 셰퍼는 ‘Knowlton School of Architecture’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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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David Sundberg/Esto

REPORT

Courtesy David Sundberg/Esto

저장소 외에 실험적인 ‘오피스’는 아카이브 콘텐츠의 재해석과 분석을 기반으로 새로운 자료를 생산하는 실험실 역할을 한다. Courtesy David Sundberg/Esto

미국관은 이야기의 중심에 ‘office’의 미래

전시장 안은 1000개의 프로젝트 문서

를 놓고, 지난 100년간 전 세계에 미국 기

들, 북릿 안에 수집된 연구들이 파빌리온

업이 수출한 디자인을 비판적으로 성찰하

내부 벽을 따라 전시되어 있다. 이 프로

는 자리가 될 듯하다. 이는 미국 건축의 역

젝트들은 특정 분야 혹은 규모에 중점을

사를 재구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기보다는 크고 작은 영향력을 지닌 것

전시장은 오피스와 저장소가 상호 연관된

들로 구성이 됐다.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저장소는 연대기적

한편에서는 실험적인 ‘오피스’가 아카이

아카이브로 1914년에서 2014년까지 해외

브 콘텐츠의 재해석과 분석을 기반으로

에서 미국 사무실에 의해 디자인된 프로젝

새로운 자료를 생산하는 실험실 역할을

트를 보여 준다. 이 프로젝트들은 미국의

한다. 방문객들이 파빌리온을 둘러보는

기업과 유형, 기술은 물론 미국 근대화의

동안 오피스어스의 멤버들은 특별히 디

폭넓은 이야기와 글로벌의 범위를 말해 주

자인된 테이블에서 작업하게 된다.

고 있다.

미국관은 연대기적 아카이브로 1914년에서 2014년까지 해외에서 미국 사무실에 의해 디자인된 프로젝트를 보여 준다. Courtesy David Sundberg Esto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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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

머그학동,

와이드 EYE

제22 회 김수근 건축상 & 2014 김수근 프리뷰상 김수근 건축상이 올해 22번째 수상작을 배출했다. ‘김수근 문화상’을 모태로 하 는 이 상은 “건축가이면서도 남다른 애정으로 이 땅의 문화 예술을 위해 열의를 쏟았던 고인의 뜻을 기린다”는 취지에서 1990년 시작됐고, 1996년까지 건축, 미술, 공연 예술 등 세 분야에 걸쳐 당해년도에 괄목할 만한 활동을 한 작가에 게 각각 수여되었다. (김호득(미술상), 이건용, 조수미, 홍신자, 유인촌(이상 공 연 예술상) 등도 이 상의 수혜자이다.) 이후 이 상은 건축 부문만을 시행해 오다 가 21회(2010년, 조병수의 땅 집)를 끝으로 잠시 휴지기를 가진 후 2013년 ‘김 수근 건축상’이란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물론 상의 명칭만 바뀐 것은 아니다. 현 단계 한국 건축의 지평과 위상을 고려하여 시상 제도 또한 재정비되었는데, “프리뷰 단계를 거쳐 본상을 주는” 방식은 이 새로운 제도의 눈에 띄는 특징이 다. 이는 “작업 과정과 시공의 궤적을 함께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하나의 계획 안이 완성되기까지 건축가가 보여 주는 열정과 노력에 찬사와 격려를 보내겠다 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져 있다. 진행_정귀원 | 본지 편집장 자료 제공 김수근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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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건축사사무소_유현준


Wide Eye | 와이드 아이

상계동 주거복합 프로젝트, 엔이이디건축_김성우, 김상목

와이드 EYE

F.S.ONE, 이뎀도시건축_곽희수

김수근 건축상의 새 제도

동 주거 복합 프로젝트(김성우, 김상목), 양주 시립 장욱진

김수근 건축상의 새로운 제도는 두 단계로 진행이 된다.

미술관(최성희, 로랑 페레이라) 등 4개의 계획안이 건물로

첫 단계에서는 실현 예정인 건축 계획안을 대상으로 후보

완성되어 2014년 김수근 건축상 본상의 심사 대상작이 됐

작을 모집하고 심사를 거쳐 10개 이내의 작품을 선정하여

다. 이에 김승회(경영위치), 김영준(김영준도시건축), 최

‘김수근 프리뷰상’을 시상한다.(건축상 본상을 위해 응모

문규(가아건축),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프린스턴대학교

작 모집 시 첨부한 설계 계약서 사본의 유무로 실현 가능

건축대학 학장)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1박 2일의 일

한 프로젝트인지를 판단한다.) 이때 선정된 작품들은 전시

정으로 대상작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최종적으로 양

회 및 작품집 발간을 병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 이들

주 시립 장욱진미술관을 2014년 김수근 건축상 본상 수상

가운데 준공된 작품에 한해 다시 심사가 이뤄지고, 그 결과

작으로 결정하였다.

로 ‘김수근 건축상’ 본상을 수여한다. 물론 공사가 취소된 안은 아쉽게도 본상 심사의 기회를 갖지 못하며, 준공이 늦

“머그학동은…(중략)…집합되고 분절된 공간의 추상적인

춰지는 안은 다음해로 이월되어 또 한 번의 기회를 얻는다.

제안이 잘 구현되어 있었다. 세련된 구성에 버금가는 하얀 색의 완결된 조형에서 공사 과정의 여러 어려움을 넘어선

제22회 김수근 건축상 수상작,

건축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F.S.ONE은…(중략)…

최-페레이라 건축의 <양주 시립 장욱진미술관>

건축가의 상상력이 신 개발지의 황량한 풍경을 완화시키

2013년 이 제도의 첫 시행으로 6개의 작품이 프리뷰상을

는 하나의 오브제로 완성되어 있었다.…(중략)…도면에

받았고, 그중 머그학동(유현준), F.S.ONE(곽희수), 상계

서 보았던 예견을 넘어서는 내외부의 공간감과 정교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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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0 | Wide AR no.40

감이 인상적이었다. 상계동 주거 복합 프로젝트는 건축가 의 초기 완공작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중략)…다양한 레벨의 상업 공간과 테라스로 연계된 다양한 주거 공간이 복잡한 도시 환경 내에서 정연한 모습으로 구축되어 있었 다….(중략)…장욱진미술관은 자연의 환경에서 관객의 움 직임과 전시 공간이 일체가 된 제안이었다는 평가를 받았 었다. 실체를 보고 나니 후면 야산과 전면의 공간 사이의 좁고 긴 대지 조건을 이용한 접혀지고 주름이 잡힌 공간적 제안이 새롭고도 독특한 미술관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 다….(중략)…단색의 외부는 건물 주변 자연의 시간적 변

전시장 풍경,

화를 느끼게 하는 장치로 이해되었다. 좁고 기다란 길의 연

2014년 프리뷰상 수상작 전시

속으로 해석되는 전시장의 건축적 구성이 다른 모양과 높 이의 채광 조망과 어우러져 작은 미술관에서 가지기 어려 운 다양한 경험을 가능케 하였다….(중략)…외관의 반투 명 재료가 단지 마감으로만 사용되었고 시공의 수준이나 디테일 등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장욱진미술관을 김수근 건축상 본상으로 결정하는 걸림돌이 될 수는 없었 다. 그보다 우리네 소규모 공공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여

2014 김수근 프리뷰상 수상작, 개성있는 다섯 작품

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자신의 제안을 실현시

제22회 김수근 건축상 본상의 심사와 함께 2014년 프리뷰

킨 건축가의 노고에 더 많은 무게를 두었다. 아직 완성되

상 심사도 진행됐고, 다음과 같은 총 5개의 작품이 뽑혔다.

지 못한 2013년 김수근 프리뷰상을 받은 2개의 작업은 다 른 준공 작품들과 함께 다음번에 심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

-동화고 삼각학교: 네임리스 건축_나은중, 유소래

다.” (김수근 건축상 심사평 중에서)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EMA 건축사사무 소_이은경 -삼하 유치원: OBRA Architects_Pablo Castro, Jennifer Lee -6×6 house: 스튜디오 아키홀릭_정영한  -파주 청석교회: 유경건축_권경은, 지정우 + ANM_김희준 건축상을 포함하여 이들에 대한 시상은 김수근 선생의 스 물여덟 번째 기일인 지난 6월 14일,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 렸으며, 1주간(6월 14일~6월 21일)의 전시가 샘터사옥 내 샘터갤러리에서 진행됐다. 김수근 문화상의 전시가 늘 공 간사옥에서 이루어진 연유로 화이트 벽의 전시 공간이 다 소 낯선 듯하였지만, 레벨이 다른 두 개의 공간을 잘 활용 한 전시 기획 덕분에 나름 집중력 있는 전시가 됐다. 즉, 올 해의 김수근 건축상 수상작인 양주 시립 장욱진미술관의 모형과 패널, 세 개의 준공작 패널 등은 위쪽 공간에, 2014

전시장 풍경,

년도 김수근 프리뷰상 수상작들은 아래쪽 공간에 펼쳐졌

제22회 김수근 건축상 수상작과 후보작 전시

고, 올해 프리뷰상 수상자들의 인터뷰 동영상이 입구 벽면 에 설치되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특히 프리뷰상 수상작들의 전시는 건축가 개개인과 건축 작품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볼 거리 읽을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하면서 수상의 근거를 뒷 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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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Eye | 와이드 아이

“2014년 김수근 프리뷰상에 제출된 작품 역시 2013년과 마찬가지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중략)…소규모의 건축물이 대다수였지만, 건축의 유형은 더욱 다양해졌고, 건축가마다 설계에 접근하는 자세가 특별했다….(중략)… 심사 과정에서 세워진 평가의 기준은 ‘새로운 건축에 대한 동화고 삼각학교 네임리스 건축_나은중, 유소래

도전’과 ‘그것을 완성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정리할 수 있 다. 프리뷰상 심사에서는 아무래도 ‘도전’에 더 많은 기준 을 두겠지만 본상의 심사에서는 당연히 ‘역량’을 증명한 작 품이 선정될 것이다….(중략)…동화고 삼각학교는 어려운 대지 조건 안에서도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삼각형의 평면 안에 효율적으로 집적하였다. 단순한 도형 체계이지 만 공간의 구성이나 시각의 효과 등이 매력적으로 조직되 어 있다…(중략)…삼각형의 세 변을 주변의 여건에 따라 다른 건축적 대응으로 마무리하였고, 또 다른 삼각형의 중 정을 부가하여 단순한 도형 속에서도 풍요로운 공간을 만 들어낸 셈이다….(중략)…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 주택은, 우리의 주거 건축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 중 하나는 사용자가 설계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건축가가 새로운 형식의 주거 건축에 참여하게 된 것도 반 가웠다. 겹겹히 쌓여 있는 복잡한 요구와 어려운 상황 속

와이드 EYE

협력 설계 제이플러스 건축(임정택, 백현국), 도무수유(하 경원, 최현렬) 설계팀

이정호, 김왕건, 박동진, 윤재민, 이민지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용도

교육 시설

대지 면적

35,008 m2

건축 면적

1,000 m2

연면적

2,628.68 m2

규모

지상 3층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외부 마감

노출 콘크리트, 스틸 루버, 커튼월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발주처

동화고등학교

EMA건축사사무소_이은경 설계팀

차미정, 박수지, 어혜령

감리

SH공사

위치

서울시 중구 만리동 2가 218-105외 1필지

대지 면적

1,327.40 m2

건축 면적

493.75 m2

연면적

2,577.92 m2

규모

지하 1층, 지상 5층

주차

22대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시공

대흥토건

건축주

SH공사 69


와이드 AR no.40 | Wide AR no.40

에서도 순하고 담담한 건축으로 정리하였다. 공동체 를 위한 공간의 배려도 많이 보였다. 건축가는 길과 마 당을 이 집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중략)…삼하유 치원은 중국에 지어지는 작품으로…(중략)…540명의 아이들을 수용하는 대형 공간이지만 다양한 스케일 로 아이들과 교감하려 노력했다….(중략)…마당을 중 심으로 반복된 건축 요소를 활용하여 단순한 공법만 으로 세련된 결과를 만들어 냈다. 대형 건물이지만 분 절된 작은 단위로 구성되었고 국제적인 프로젝트이지 만 지역적인 건축으로 설계되었다. 그리고 유치원이지 만 모뉴먼트적이다. 역설적인 프로젝트이다. 6×6 주택 은 건축가의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작업이다. 대지나 프로그램에서 설계를 출발하기에 앞서 건축가가 먼저 게임의 룰을 정했다. 그 룰은 건축가에 의해 만들어진 건축적 논리이다. 건축가는 스스로 설정한 틀 속에서 요구된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풀어내었다….(중략)… 파주 청석교회는 작은 대지에서 입체적으로 일련의 공간 유형을 전개하면서 교회에 요구되는 프로그램을 삼하유치원

알차게 담은 작품이다….(중략)…결과적으로 예배 공

OBRA Architects_Pablo Castro, Jennifer Lee

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공간이 지상의 건축적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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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중국 하북성 랑방 삼하시

대지 면적

7,760 m2

건축 면적

2,560 m

2

연면적

5,500 m2

규모

지하 3층

주차

5대 이하(임시 주차만 가능)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철골조

표현되어 있다….(중략)…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하면 서도 하나하나의 공간마다 고유한 특성이 담겨 있는 점, 그리고 내부 공간뿐만 아니라 입체적으로 조성된 외부 공간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은 높 이 평가되었다.”(김수근 프리뷰상 심사평 중에서)

6×6 주택

위치

강원도 홍성군 둔내면 두원리 12-18

주차

1대

Studio Archiholic_정영한

대지 면적

768 m2

구조

철골조

건축 면적

36.6 m2

외부 마감

아연도 강판(지붕), 갈바 스틸 위 지정 도장

연면적

55.8 m2

건축주

김애자

규모

지상 3층(3m 층고 기준)


Wide Eye | 와이드 아이

새 제도가 안착되기까지

로 첫 외국인 수상자가 배출되었고, 프리뷰상의 하나인

이제 두 걸음째인 김수근 건축상의 새 제도는 “새로

삼하유치원은 이 땅이 아닌 중국에 지어지는 작품이다.

운 위상의 건축상 제도”로 안착되기까지 보완의 과정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는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선정 배경에 의

하니 어떤 결과로 수렴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문을 갖게 하는 비공개 후보작 선정 대신 공모전 형태

이밖에도 수상작 전시 방법이나, 새로운 시상 제도의 홍

로 프리뷰상의 문을 활짝 열어 누구에게나 기회를 부

보 역시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김수근문화

여한 점은 반가운 일이다. 결과적으로는 젊은 건축가

재단(이사장 박기태) 이경택 국장의 말에 따르면, 올해

들의 도전이 많은 듯하다. 새로운 제도가 한국예술종

응모작 가운데는 시상 제도에 대한 몰이해로 엉뚱한 자

합학교 고 이종호 교수의 주도 하에 준비된 것으로 알

료가 제출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려진 만큼 (그는 생전 후배 건축가들을 위해 여러모

이제 2016년이면 김수근 사후 30주년이다. 김수근문화

로 애쓴 바 있다) 젊은 건축가의 응모와 수상에 수긍

재단은 공간 1세대의 구술 녹취 작업 등 김수근 아카이

이 가기도 한다. 또한 알려지진 않았지만 묵묵히 자기

브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내후년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건축가에게 힘을 실어 주고, 그

드로잉집, 작품집 등 절판된 책의 재발행 계획도 세웠

들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하는 것도 이 상이 갖는 미

다. 그때쯤이면 김수근 건축상도 고인의 뜻을 잘 헤아려

덕이다.

장기적 목적에 걸맞게, 보다 진일보된 방식으로 정착되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김수근 건축상의 권위를 걱정

지 않을까.

하기도 한다. 꼭 젊은 건축가의 수상이 상의 권위를 떨 어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젊은 건축가들만의 잔 치가 되지는 않을까, 기존의 젊은 건축가상과 변별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러운 것이다. (응모라 지부터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또한 이 상은 “한국의 건축이 한국인 건축가의 작업만 이 아니고 한국에 지어지는 건축만도 아니라는” 입장

와이드 EYE

는 방식에 중견 건축가들의 참여가 어느 정도 이루질

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로랑 페레이라의 수상으

파주 청석교회 유경건축_권경은, 지정우 ANM_김희준 설계팀

박성일, 유인희, 이현진, 권한

협력 설계 유종재(범건축사사무소) 감리

양혁모

위치 경기도 파주시 운정지구 이주자 단독주택지 C2-3-1 용도 근린생활시설(종교집회장) 및 다가구 주택 대지 면적 257 m2 건축 면적 148 m2 연면적

547 m2

규모

지하 1층, 지상 4층

주차

6대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시공

신화종합건설

건축주

청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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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김수근 건축상 수상작

양주 시립 장욱진미술관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City 최-페레이라 건축 Chae-Pereira Architects 위치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 385-13 외 8필지

최성희는 서울생으로 프랑스 국가 공인

용도

문화 및 집회 시설(전시장)

건축사이다. 연세대학교 실내건축학과와

WORK

대지 면적 6,204.00m²

ECOLE NATIONALE SUPERIEURE

건축 면적 671.26m²

D’ARCHITECTURE DE PARIS LA VILLETTE

연면적

1851.58m²

를 졸업했다. LAURENT PEREIRA는

조경 면적 1064m²

벨기에 브뤼셀 생으로 INSTITUT SUPERIEUR

건폐율

10.82%

D’ARCHITECTURE SAINT LUC을 졸업했다.

용적률

18.21%

현재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이다.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12.97m

작품으로는 GODZILLA, STEEL LADY,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철골조

SILVER SHACK, 양주 시립 장욱진미술관이

외부 마감 폴리카보네이트 패널

있으며 SEOUL PERFORMING ARTS CENTER

내부 마감 듀로컬러,백색 도장, 폴리카보네이트 패널

국제 아이디어 공모전 최우수상(2005), 서울시

설계 기간 2011.02-2011.09

건축상 주거 부문 우수상(2009), 한국건축가협회

시공 기간 2011.10-2013.06

특별상 엄덕문상(2009), 젊은건축가상(2009),

설계팀

김수근 프리뷰상(2013), 김수근 건축상(2014)을

김보현

협력 업체 (주)진우종합건축사사무소/감리, (주)제이텍구조 엔지니어링/구조, (주)엘림전설/전기 통신 소방, (주)보우기술공사/기계설비, 엠케이이엔씨/토목 건축주

양주시,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시공 회사 승원종합건설(주) 사진 박완순, THIERRY SAUVAGE

수상하였다.


사진 Thierry Sauvage


사진 박완순

와이드 AR no.40 | Wide AR no.40

계명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줄기에 기대 남쪽을 향해 장욱진 미술관이 들어섰다. 오른편에는 석현천을 따라가는 371번 국도인 권율로가 지나가고 있다.

하늘에서 바라본 장욱진미술관 전체 모습. 사진 박완순

두 개의 긴 선이 교차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아랫 부분인 남쪽에 석현천이 흐르고 그 건너편에 장흥조각공원이 있다.

(73페이지)남서쪽에서 바라본 모습, 아직 잔디가 자라지 않은 벌거숭이 대지에 조심스럽게 올라선 모습이다. 74


Wide Work | 와이드 워크

1층에서는 방들이 꼬리가 있는 고리 모양으로 이어져 있다. 필터 역할의 창을 통해 주광을 적극적면서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기획 전시를 위한

사진 박완순

사진 박완순

공간이 준비된다.

1층의 벽면은 시원스럽게 2층 높이까지 연결되어 다른 큰 작품도

느낌을 주는 내부가 된다.

수용할 수 있다.

사진 Thierry Sauvage

사진 박완순

메자닌으로 표현된 곳에서 바라보는 보이드로 처리된 박공 지붕의 공간은 다락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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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0 | Wide AR no.40

소박한 일상을 담은 비일상의 공간 이보경 건축 전문기자

이보경은 한양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근현대서양건축과 한국건축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으나 도시로 관심이 옮겨갔다. 월간 <건축문화> 기자, 서울연구원 연구직으로 일한 바 있다. 현재는 개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장흥계곡에 들어선 작은 미술관은 시가 운영하는 미술관임에도 불구하고 형태가 군더더기 없이 단 순하고 소박하다. 아마도 개인을 기념하는 미술관인 데다가, 그 개인이 소박하고 단순한 것을 지향한 장욱진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단순하게 표현된 그의 그림에서는 보다 근원의 정서가 느껴 진다. 그러한 점에서 장욱진미술관은 장욱진의 그림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겠다. 건축가의 작 업도 이 지점을 주목한다. 정신이 태어나 자라는 근원적 공간, 가장 기본이 되는 ‘방’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장욱진이 자신의 작업과 작품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 것처럼, 건축가 역시 이 건물이 무게를

와이드 work

잡고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지난 4월 28일 개관한 양주 시립 장욱진미술관은 권율로 211에 위치해 있다. 계명산자락과 마주한 일영봉 사이, 흔히 장흥계곡이라 일컬어지는 이곳에는 놀이공원이나 수영장, 캠핑장 등의 관광 시설 뿐 아니라 조각공원, 아트파크, 그리고 미술가를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들이 들어차 있다. 계곡의 중 심을 흐르는 이 석현천변 한 지점에 장욱진 미술관은 자리잡았다. 미술관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오브 제 같기도 하다. 천 건너편에 있는 장흥 조각공원에서는 번외 편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 지만 건축가는 이 건물이 오브제나 모뉴먼트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화가 장욱진(1917~1990)은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 근・현대화단에 커다란 발자취 를 남긴 인물로 꼽힌다. 그의 그림은 산・나무 등의 자연, 소・새 같은 동물, 가족・아이 등 우리 주변 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소재를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표현은 단순하지만 치밀 한 구도와 매혹적인 색채감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왔고, 전통을 현대에 접목시켰다는 평가 를 받기도 한다. 화가가 살아온 시대가 억압의 일제 강점기를 지나 전쟁의 포화를 겪은 이후 근대화 산업 문명의 세례를 받게 된, 그야말로 한국 근현대의 어지러운 격변의 시대였던 탓인지, 역설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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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그의 그림에는 앞서 말한 변하지 않는 친숙한 소재들이 천진한 모습으로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화 가는 이러한 소재들을 작은 화면에 매우 밀도 있게 묘사하고 있는데, 스스로 같은 대상을 반복해서 그리는 것을 ‘회화적 압축’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압축 때문에 그의 그림에서 보이는 여백조차 치밀 하게 계산된 듯한 느낌이다. 대지에 꼭 맞게 들어선 건물, 끄트머리에서 툭툭 터진 창들 그림이 그려진 방식과 유사하게,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게 표현된 건물이 대지에 자리했다. 동서로는 잔디밭이 넓지도 좁지도 않게 펼쳐져 있다. 주차장과 이어지는 곳은 언덕처럼 만들어져 시선을 끌어 올리고 있다. 천을 면해 좁고 긴 대지에 자리잡은 건물은 양쪽에 여백을 두고 대지를 최대한 활용하 고자 한 모습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형태를 살펴보면 좁고 긴 대지에 또 다른 두 개의 긴 선형의 매스가 불규칙적으로 교차하며 얽힌 모습이다. 벌어졌다 좁혀졌다 하는 이 선형 공간이 자연스럽게 동선을 유도하며 전시실을 만든 다. 전시실은 복도와 방, 직육면체 공간들을 분리하여 연결하는 일반적인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 주차장으로부터 건물로의 진입은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가게 되는데, 남쪽을 향해 ㄷ 자 모양으로 트 인 곳을 통해 들어갈 수도 있고 가장 동쪽 끝에 위치한 매표소를 통과해 전시실로 들어갈 수도 있다. 두 개의 교차하는 긴 평면은 언뜻 보면 모두 불규칙한 형태처럼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꺾여 있는 평면의 아래쪽(남쪽)은 일관된 폭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개의 선형 공간이 교차하면서 만들어 낸 중정은 전시실의 커다란 창문을 통해 마주할 수 있다. 이 중정을 향해 열린 창은 전시장이라는 특성 때문에 때때로 가려지게 될 것이다. 현재는 개관전을 맞아 중정에서 다른 전시실로 이어지는 보리가 심어져 있다.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장욱진의 자화상이 걸려 있다. 이 연출은 조금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이로 인해 이 전시 공간(방!)은 미술관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얻게 된다. 위계 없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 던 건축가의 의도대로 건물 전체에 중심 공간, 주변 공간은 따로 없지만, 특별히 주목하게 되는 공간

와이드 work

외부 공간인 중정에 있던 보리밭은 전시실로 들어와 또 다른 길을 만든다. 이 길의 끝 벽면에 보리밭

이 있다면 아마 이곳이 아닐까. 벽면을 따라가다가도 만날 수 있는 이 공간은 2층 영상실의 경사진 계 단 바닥으로 인해 천정은 원근법과 반하는 시각을 제공하고, 덕분에 작은 그림이 걸린 벽의 하늘은 바깥으로 자연스럽게 향하여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없애고 있다. 이러한 느낌 때문에 건축이 제공하 는 풍경이 미술품과 가장 극적으로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직육면체가 아닌 각 공간들은 일반적인 소실점을 만들지 않는다. 관람자의 동선에 따라 변화하는 입체적인 공간의 경험을 제공한다. 오히려 끄트머리 창을 통해 보게 되는 외부경관들이 틀 속에 갇힌 평면처럼, 그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건물은 외부에서 알 수 있듯이 박공 지붕으로 이루어졌고, 이 박공 지붕의 공간은 다락방의 느낌을

장욱진, 밤과 노인(The Night and an Old Man), 캔버스에 유채, 41×32cm, 1990, 개인소장

장욱진, 자화상(Self-portrait), 종이에 유채, 14.8×10.8cm, 1951, 개인소장 77


와이드 AR no.40 | Wide AR no.40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은 불규칙한 벽면과 그에 따른 동선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시각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림과 관계없이

사진 박완순

사진 박완순

사진 박완순

온전히 건축이 주인공으로 드러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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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완순

Wide Work | 와이드 워크

건물은 외부에서 보는 위치에 따라 길게 펼쳐져

사진 박완순

외관의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진 박완순

보이기도 하며 접혀져 좁게 보이기도 한다. 외피는 폴리카보네이트(단파론)로 마감되어 광선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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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내부가 된다. 이러한 느낌 때문에 2층 공간은 주로 작은 그림을 그렸던 화가와 그 작업 방식을 상기시켜 준다. 장욱진의 작품은 대개가 4호(33.4×24.2/21.2/19.0)를 넘지 않는 작은 작품이다. 화 가는 이렇게 작은 작품을 쪼그리고 앉아서 그렸다고 한다. 메자닌으로 표현된 곳에서 바라보는 보이드로 처리된 1층의 벽면은 시원스럽게 2층 높이까지 연결 되어 다른 큰 작품도 수용할 수 있다. 커다란 면과 대비된 낮은 공간에서 수평과 수직면의 대응과 그 에 따른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은 이러한 불규칙한 벽면과 그에 따른 동선이 만 들어 내는 다양한 시각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림과 관계없이 온전히 건축이 주인공으로 드러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 나와 다시 건물을 보면, 외피는 폴리카보네이트(단파론)로 마감되어 광선에 따라 외관의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재료를 통해 가벼움을 구현하고자 했다면 성공적이다. 이는 빛 의 투과를 위한 것은 아니다. 건물도 단단한 대지에 깊이 박힌 육중한 기념비의 인상이 아니다. 10m 이상의 높이를 단숨에 마감해 버린 패널은 날렵하기까지 하다. 또 대지의 형태를 따라 깎은 듯 살짝 내려 놓은 느낌이라 외부에서 봤을 때에는 이 건물에 지하층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건물과 대지를 이어주는 기단, 그에 올라선 기둥과 벽면 등 고전적인 구축의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도 이러 한 인상에 한몫했을 듯싶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건물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펼쳐지기도, 접히기도 하는 느낌이다. 자유로이 뻗은 사선들로 인해 내부에서는 시선에 따라 다양한 소실점을 갖거나 소실점을 갖지 못하는, 동선에 따라 예측하기 힘든 공간이 된다. 전시실에서 마주하는 공간은 그렇게 입체적인 얼굴을 갖게 되지만, 이는 외피와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외부 형태를 통해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내부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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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엮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화가의 작품에서 떠올린, 단순하지만 긴장감이 있는 무엇 장욱진미술관은 2010년 지명 현상을 통해 설계되었다. 내로라하는 한국의 건축가들 중에서 장욱진 문화재단과 양주시의 생각을 반영하고 화가의 작품 성향을 가장 잘 구현한 것은 최-페레이라 건축의 작업이었다. 앞서 인용한대로 설계의 시작은 ‘방’이라는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요소에서 출발했다. 각각의 전망 을 갖는 한옥의 방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방들을 연결하는 방식은 한옥과 같지 않다. 화가가 친숙 한 소재를 그렸으나 전통적 표현보다는 당대 서양화가와 유사한 필체로 구현한 것과 마찬가지의 태 도로 전통적 요소를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건축가는 장욱진의 ‘호작도’, 즉 날렵한 필체로 단번에 그린 듯한 호랑이 그림에서 프랑

호작도, 캔버스에 유채, 27.5x22cm, 1984년,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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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볼 수 있는 중정.


사진 Thierry Sauv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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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가 말한 ‘기관 없는 신체Body without organs’를 떠 올렸다고 한다. 여기서 “하나의 몸을 만들다”는 개념이 나왔다. 자유롭게 위치하는 방들, 위계가 없이 모인 방들은 각각의 풍경을 갖는다. 이러한 공간은 위계 없이 밀도intensity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건축 가는 “공간을 따라가다가 보면 자신이 왔던 곳을 뒤돌아보게 되는데, 이때 같은 공간이더라도 새롭게 보게 되는, 다양한 공간적 감각을 환기시키고 싶었다”며 불규칙한 공간이 주는 의미를 설명한다. 최-페레이라 건축사무소에서는 기본적인 개념을 형상화하는 데 있어 모형 작업을 우선시한다고 한다. 이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의 “건물은 비눗방울(기포)과 같다space bubble ”주1는

like a

말에 기대고 있다. 모형 작업이 내부에서 비롯되는 외부, 즉 내외부가 일치하는 건축을 구

현에 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설계 접근 방식은 최-페레이라 건축사무소만의 독특한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구 현된 형태는 최신의 건축 설계 경향, 다른 건축 사무실에서도 볼 수 있는 설계안과 유사해 보이는 점 들도 있다. 이것은 어쩌면 앞서 건축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르 코르뷔지에나 질 들뢰즈와 같은, 기대 고 있는 근현대의 사상적 바탕이 유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축가가 유사한 사고의 기반을 갖고 있다한들 각각의 프로젝트를 대하는 방식, 그에 따른 결과물이 같을 수는 없다. 각각의 대지 조건, 게다가 건축주의 요구까지 조건 모두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개별 작업마다 주어지게 되는 이런 조건들을 떠나 건축가 임의로 구현하고 싶은 이미지는 어떤 것이었을까? 최성희는 비닐하우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골 풍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닐하우스의 이미지는 달 리면서 보면 반짝이는 물결의 느낌을 주는데 이것이 초록색 자연과 함께 풍경을 완성한다, 즉 개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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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가변적인 물성은 전체적인 모습을 통해서 장대함을 주는 역설적인 이미지로 드러난다는 것이 다. 장욱진미술관에서 구현하고 싶은 바로 그러한 느낌이기도 하다. 기념비적이지 않고 가벼운, 그래 서 친근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색다른 매력으로 풍경을 완성하는 이미지가 이번 작업과 잘 맞았다고 이야기했다. 최-페레이라 건축사무소는 장욱진미술관으로 2014년 김수근 건축상을 받았다. 김수근 건축상은 개념 과 접근 방식이 뛰어난 여러 작품에게 프리뷰상을 주고, 이 수상작들 중 이듬해 건축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게 본상을 수상하고 있다. 개념도 좋았고 개념의 구현도 성공적이라는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설계자는 막상 공사에 있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외장인 폴리카보네이트(단파론)는 뒤틀린 지붕, 내부 공간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한 지붕과 벽의 일체화된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재료였 다. 그런데 이 재료를 다루는 문제가 쉽지 않았다. 재료의 구축 방법이 보편적인 것이 아닐 때라면, 설 계자는 꼼꼼하게 도면으로 설명해야 하고 시공자 역시 그려진 도면을 제대로 숙지해야 제대로 공사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성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노력을 기대하기란 힘들었다고 한 다. 특히 관공사의 경우 경험치를 중시하다보니 작업은 타성에 젖어 있기 십상이었다는 것이다. 안타 까운 부분이다. 결국 외피는 공간을 감싸는 일체화된 모습을 드러내는 데 있어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내었다. 또다른 일상의 공간으로 건축가에게 미술관은 재미있는 소재다. 다른 기능의 건물에 비해 다양한 공간감을 주어 자신을 드러 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술 작품을 돋보이게 해야 하는, 조력자의 입장에 서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뉴욕이나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미술관 같은 것에

주1. 르 코르뷔지에, 『건축을 향하여』, 이관석 역, 동녘 2002. 187쪽. 이관석의 번역을 그대로 이용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방울 안에 입김이 골고루 들어가 내부의 압력이 잘 조절되면 완벽하고 조화로운 모양을 띠게 된다. 외부는 내부의 결과인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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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들은 열광할지 모르지만 미술가들은 또 얼마나 허용할 수 있을 것인지…. 더구나 건축이 제공 하는 풍경이 미술품을 압도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말이다. 장욱진의 그림에 나타난 소재들은 친숙한 일상적인 것이고 또 그 표현은 아이처럼 단순하기에, 관람 객은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지부진하고 고단한 일상의 부정적인 면을 거칠게 보여 주었다면 그의 작품이 결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가 보여 주는 일상 의 모습은 실재하는 모습이 아니다. 우리가 대상을 통해 보고 싶어하는 모습, 마음 속에 친근하게 자 리하고 있는 원초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은 나무 위에 있을 수 있고, 소는 몇 가닥의 선만으로도 표현될 수 있지 않았을까? 장욱진미술관은 소박하고 단순 명쾌하다는 점에서 화가의 그림과 닮아 있지만, 사실 친숙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또한 한국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미술관이라는 것은 원래 그런 곳 아닌가? 광고판이 아닌 미술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지극히 비일상적인 일이다. 친숙할 수 없다. 게다가 미술관이란 것은 애초에 대한민국 건축에 없던 장르다. 한국적일 수도 없다. 평소에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에 가는 것이니, 미술관에서의 경험은 새로울 수록 좋지 않을까? 장욱진의 작품에서 시작했다고 하는 미술관의 설계가 화가의 세계관을 잘 담고 있는지는 관람객이 판단할 몫이다. 혹은 건물이 주는 느낌이 장욱진의 작품에서 느껴질 수 있는 것과 일치하는가, 즉 장 욱진미술관다운가는 또 다른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화가나 그의 작품과는 별개로, 이 건물이 만든 공간은 자연 속에 우리 시대의 방식으로 나타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긴장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장욱진문화재단은 이곳이 장욱진의 작품을 박제시켜 놓은 공간이 아닌, 생동하는 미술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화가가 반복을 통해 표현한 단순함은 정수精髓를 끄집어내는 일이었다 할 것이다. 그 리고 이렇게 압축된 것은 확산의 힘을 갖는다. 장흥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이 미술관이 압축된 문화 분위기에 또 하나의 매개점, 확산점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비일상적인 것을 경험하는 그런 공간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소박하게 표현된 일상적인 것에서 꾸준한 영감을 얻듯이, 이 미술관도 대중 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주변의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길 바란다. 어쩌다

와이드 work

적 공간을 만들어 내었다면, 그 영향력은 분명 주변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 미술관이 지역의 예술적

한번 찾아가는 미술관이 아닌 사람들에게 보다 일상적인 공간으로 확장되기를 말이다.

최-페레이라 건축사무소에서는 기본적인 개념을 형상화하는 데 있어 모형 작업을 우선시한다. 양주 시립 장욱진미술관의 프로세스 모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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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지하 1층 평면도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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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입면도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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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면도 1

단면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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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면 상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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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설계 경기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자료 제공 |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설계 경기 관리팀, (주)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REPORT 02

EN-CITY ENGRAVING the PARK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설계 경기’의 당선작으로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대표 윤승 현)+(주)보이드 아키텍트 건축사사무소(대표 이규상)+레스건축(대표 우준승) 컨소시 엄의 안(EN-CITY_ENGRAVING the PARK)이 선정되었다. 이에 현 서소문 역사공 원 순교 성지는 설계 경기 당선작을 바탕으로 2015년 8월까지 기본 및 실시 설계를 완 료하고 2015년 하반기에 착공, 2017년 시설물 공사를 마쳐 기념 공간으로 재탄생될 예 정이다. 본지는 공공을 위한 공원과 순교자를 기념하는 순교 성당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였 을 수상작들의 면면을 소개하고, 당선작이 제시하는 새로운 공간을 미리 여행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앞으로 지난한 과정 속에서 좋은 건축을 위해 고군분투하게 될 건축가들을 응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이번 설계 경기에 부쳐 이 과제의 핵심 점과 이상적인 공모전에 대한 의견을 본지 편집위원에게 들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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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과제들

심사장에서 각각 20분씩의 발표/질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심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중구가 함께 진행하는 서소문 밖

사위원회는 곧바로 비공개 토론을 진행하여 당일 저녁 당선작

역사 유적지 조성 사업을 위한 설계 경기는 “현재의 서소문 역

과 등위의 결과를 통보하였다.

사공원과 공원의 기존 지하 구조물을 잘 활용하여 시민들에게

이번 공모는 공정하고 엄격한 관리를 위해 설계 경기 공고와

더욱 친숙한 역사 공원+순교 성당・광장・기념 전시관을 포

동시에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작품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함하는 순교 기념 공간을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구축”하

과 질의응답을 공개로 진행하였다. 심사에는 심사위원장 박승

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상지 면적은 염천교 복개 예정 부

홍(DMP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을 비롯하여 김준성(건

2

지를 포함한 24,077.57m (약 7천 300평), 사업비는 추정 공

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 박인석(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사비 460억 3천 8백만 원, 조경・토목 설계를 포함한 설계비

이형재(㈜정림건축 사장), 진양교(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

15억 원(전시 설계 제외)이다.

수) 등이 참여하였으며, 예비위원으로 최문규(연세대 건축공

이러한 설계의 목표는 우선 설계 대상지의 역사 문화적 배경

학과 교수)가 가세했다. 이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사전 워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부지의 서측은 (무악재에서 발원하

크샵을 통해 이번 설계 경기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시간

여 돈의문, 청파로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들어간) 만초천이 흐

을 가졌다. 또한 출품자의 인적 사항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

르던 곳으로, 주변으로 국가 행형장인 ‘서소문 밖 형장’이 위치

태에서 심사를 진행하여 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최선

해 있었다. 이 형장은 조선 후기 천주교 성인 44인이 순교함으

을 다하고자 하였다.

로써 전 세계 가톨릭 교회 역사에서 가장 많은 순교 성인을 배 출한 장소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 및 장소성과

심사평

더불어 이곳은 지금까지 주변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근린공원

최종 결선 진출작의 심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으로서의 역할을 해 왔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개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철로, 고가차도, 지하차도 등의

1등 :

건설로 원래 있던 칠패시장, 서소문 시장은 철시되고 주변으

인터커드 건축(윤승현)+보이드 건축(이규상)+레스건축(우준

로 어김없이 고층 빌딩들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히

승) ‘EN-CITY_ENGRAVING the PARK’

공원과 주변 도시의 맥락은 단절될 수밖에 없었고, 도시 경관 의 시각적인 연계도 차단이 됐으며, 기타 산업 시설물에 의해

2등 :

환경 또한 개선의 여지만 날로 커졌다.

이소우건축(김현수)+피터 페레토(서울대 교수)

이러한 대상지가 지난 배경으로부터 설계 경기 참가자에게 주

‘MEMORIAL WALL’

어진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역사 문화적 측면 에서 “의미 깊은 역사 공원”을 제안하고, 주변과의 단절이 극

3등 :

복된 “친근한 일상 공원”을 조성할 것, 둘째 순교 성지의 의미

N.E.E.D건축(김상목, 김성우)+건축농장(최장원)

를 충분히 되새길 수 있는 기념 공간을 순교 성당, 광장, 기념

‘가시(加時)’

전시관 등으로 구성하되 형태・재료・공간 등이 오늘을 살아 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이 되도록 할 것, 셋째 기념 공간은

3등 :

공원과 마찬가지로 공공에게 열린 공간이면서도 성지로서의

코마건축(오종상)+이은석(경희대 교수)

위상을 갖출 것, 또한 공원과 기념 공간은 유기적으로 구축하

‘44 SAINT MEMORIAL’

여 성스러운 경험의 일상화를 유도하고 하나의 장소적 가치를 지닌 역사 유적지로 조성할 것 등이다.

가작 : 원오원건축(황선영) ‘GROUND SCAPE’

설계 공모 과정 지난 2월 27일 설계 경기 공고와 함께 시작된 설계 공모에 총

가작 :

296개 업체가 참가 신청을 하였고, 그중 79개 업체가 작품을

유원건축(이운우)+페드리코 데 마테이스

제출하여 서로의 기량을 겨루었다. 이틀간의 기술 심사가 진

(라 사피엔차 건축학부) ‘서소문역사공원’

행된 후 5인의 심사위원은 신중한 심사 과정을 통해 15개의 안을 선별하고, 또 다시 이중에서 최종 결선 진출작 7개를 선

가작 :

정했다. 심사 마지막날인 6월 27일, 7개 안의 설계자들은 공개

동우건축(김인배)+오피스박김(박윤진) ‘홍예_빛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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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에게는 실시 설계권이 주어지며, 2등은 5천만 원, 3등은 각

이 좋았다. 다만 설계의 가장 큰 특징인 중정에 설치된 철제 구

3천만 원, 가작은 각 1천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이들 수상작

조물이 구조나 기능과 관계없는 것이 아쉬웠다. 코마의 안은

들은 8개의 입선작(원래 입선작 선정에 대한 계획은 없었으나

강한 도시 공간을 제안하고 있다는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

좋은 작품들이 많아 추가로 선정됐다고 함)과 함께 8월 교황

지만 공원이기보다는 건축에 가깝고 내부의 건축적 완성도가

의 방한 시기에 맞추어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될 예

외부 조경이나 공간으로 발전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정이라고 한다. 가작으로 선정된 안들 중 원오원의 안은, 매우 섬세한 조경의 다음은 수상작들에 대한 심사평이다.

처리와 도시 공간의 조직은 매우 아름답고 완성도가 높았지만 종교 시설이 너무 미미하고 지침에서 요구한 기존 건물의 존

“…(생략)…제출안은 전반적으로 매우 수준이 높았고 도시와

치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역사 그리고 공원에 대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안들로 이번 현

동우건축의 안은 약현 성당의 아치를 시작으로 삼아 현재 지

상 설계뿐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앞으로의 방향을 보여

하 공간에 연속적으로 사용하여 내부에 시적인 아름다운 공간

주었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들은 심사 기준으로 지침에 요구

을 제시했지만 지상과의 연결이 너무 소극적이고 제안된 구조

된 것과 함께 새로운 도시 공원으로서 시민에게 양질의 공원

와 재료 등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많은 공감을 했다.

마지막 유원건축의 안은 조경과 공원 계획은 매우 수준도 높

제출 작품들의 수와 높은 수준에 의해 심사 과정에서 여러 번

고 잘 만들어졌지만 하부에 있는 성당의 평면과 도시와 만나

에 걸쳐 최종적으로 15개 작품을 선정하고, 지침에서 제시한 7

는 주변과의 관계 등이 충분히 발전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개 수상 작품 이외에 8개 작품을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사업 의 건축적 관점과 완성도를 널리 알리기 위해 장려상으로 심 사위원회에서 선정했다. 이미 지침에 나온 바 대로 최종 7개 작품을 시상하고, 나머지 8개안은 장려상으로 시상하고 전시 하도록 했다. 총 15개 작품은 추후에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1등안 <EN-CITY>는 느슨하게 분할되고 중첩된 공원을 만들 어 내고 다양한 도시 활동을 수용하도록 만든 뛰어난 제안이 다. 공원 공간과 역사 유적지인 공간을 적절히 분리하면서 두 세계가 성공적으로 만나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고 판단했고, 각각의 공간의 크기와 경험이 매우 잘 제안되었다고 판단했 다. 전체 공원의 배치와 실내 공간의 크기와 유기적 흐름은 매 우 아름다운 호흡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지상 지하의 연결 이 너무 좁고 작아서, 앞으로 시민들이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지하 공간으로 접근 가능하고 이를 통해 지상(시민의 일상)과 지하(성지의 기념성)가 유기적으로 일체가 되도록 발전되었 으면 하는 의견을 낸다. 2등안은 도시 공원에 대한 새로운 생각으로 공원 주변에 설계 자가 Memorial Wall 이라 부르는 지붕을 가진 경계 공간을 만들고 44명의 순교자와 십자가의 길을 상징화하는 자연스러 운 설계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둘러싸인 내부의 공원은 적절 히 계획되어 새로운 도시 공원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3등안으로 선정된 엔이이디의 안은 현재 구조를 적절히 사용 하고 새로운 안을 제안한 것으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힘을 가 진 설계로 불확실한 공간의 제시를 통한 전체 부지의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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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AL WALL 이소우건축(김현수) + 피터 페레토(서울대 교수)


가시加時 N.E.E.D건축(김상목, 김성우) + 건축농장(최장원)


44 SAINT MEMORIAL 코마건축(오종상) + 이은석(경희대 교수)


GROUND SCAPE 원오원건축(황선영)


서소문역사공원 유원건축(이운우) + 페드리코 데 마테이스(라 사피엔차 건축학부)


홍예_빛의 숲 동우건축(김인배) + 오피스박김(박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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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승현 인터커드 대표

당선작 EN-CITY_ENGRAVING the PARK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주)보이드 아키텍트 건축사사무소+레스건축

상징 광장? 역사성? 종교성?

디자인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하면 건축

당선작은 인터커드 건축과 보이드 건축,

가가 절제할 수 있을까란 물음에 대한 도

레스건축이 합작하여 각자가 안을 내고

전이었다’ 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우리

논의 과정을 통해 하나로 모으는 일련의

의 솔직한 심정이었어요. 놀랍게도 그걸

과정을 겪으면서 만들어졌다. 패널의 조

읽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감도나 배치도를 봐서는 세 팀의 이름 그 대로 “보이드void가 레스less하게 인터커드

우선 이 안은 몇 가지 의문점에서 시작이

interkerd,

됐다. 첫째, 주변 맥락과 단절되어 있는 대

(kerd는 heart 혹은 core의 어원이

다)되어” 있을 뿐,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지 여건에서 과연 상징 광장이란 것이 무 슨 의미가 있을까,란 질문이다. 상징 광장

“공개 심사 때 친절하지 않은 패널이라고

이 존재하려면 그 주변으로 상응하는 도

지적을 받기도 했어요. 뭔가 설명하거나

시 구조가 있어야 하는데, 대상지의 현실

디자인을 하게 되면 의미가 훼손될 것 같

은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았죠. 색깔을 드러나게 하고 싶지도 않았 구요. 발표 때 심사위원들 앞에서 ‘어떻게

“저희 나름대로 상징 광장이 들어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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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하지

것은 넓게 보면 신념과 관련이 있고, 44인

만 설계 목표에는 광장에 대한 요구가

의 순교자 역시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 그

명시되어 있었죠. 역사성과 종교적 의미

리고 사회 질서를 만들고자 했던 창조적

를 담을 수 있는 상징 공간에 대한 요구

인물”로서 자유와 평등을 향한 믿음과 실

였어요.”

천이 남다른 분들이다.

두 번째는 역사성과 관련된 질문이다. 역

“패널에 적은 짧은 글에 이런 내용이 있습

사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

니다. ‘…현세의 삶을 다한 이후 이격되어

이 아니다. 역사 증빙 자료가 없는 것도

진 죽음, 기존 가치와 이격되어진 믿음, 권

문제이고,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력의 횡포에 이격되어 버린 도피…’ 망나

재현하는 것으로 역사성을 구현할 수 있

니우물에 적셔진 칼에 목이 잘려나간 이

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 어디 44인의 성인뿐이었겠나 싶었죠. 또 수많은 죽은 자 가운데 억울하게 목숨

“만초천이 흘렀다고 하는데 만초천에 대

을 잃은 사람도 많았을 테고요. 자신의 가

한 자료도 거의 없었고, 또 역사성이 만초

치와 세상의 가치가 달라서, 혹은 권력의

천이나 망나니우물 같은 것을 재현하는

횡포에 맞서다가…. 그들의 죽음을 다시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환기시키는 것은 정의와 신념이 여전히

생각했어요.

유효한 인간의 의지임을 전달하려는 것과

한편으로는 공공 프로젝트에 종교적 의미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를 부여하는 것도 고민되는 문제였죠. 공 공성과 특정 종교의 의미를 결부시키는

하늘로 열린 상징 광장과 진입 광장

것 자체가 의문스러웠고, 그만큼 어려운

지상의 여건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일이었습니다.”

에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이 팀은 “단단 한 지반을 뚫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방법

마지막 질문인 종교성에 대한 이 팀의 해

을 택했고, “은밀한 장소 안에 그들의 영

결책은 설계 경기의 전제를 다소 범종교

혼”을 지탱하는 방식으로 전체 계획의 가

적 시각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종교라는

닥을 잡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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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레벨에서 각각 다른 깊이와 넓

성당을 나오면 또 다시 만나는 낮은 천장

이로 음각된 여러 개의 보이드 공간은 하

(대략 2.3m)의 공간 너머로 바깥 마당을

늘을 지하로 연결시키고, “동시에 지상에

느끼게 된다. 어떤 공간이지 알 수 없을 뿐

서는 다양한 경관 구조로 활용”된다. 그

더러 유리벽으로 가로막혀 곧장 나갈 수도

중에서 마당(상징 광장) 다음으로 규모가

없다. 존재만을 인지한 채 좁은 회랑을 돌

큰 보이드는 진입 광장의 역할을 담당하

아 나가야 비로소 외부 마당, 즉 침묵 광장

는 부분이다.

에 서게 된다.

“진입 광장은 지상에서 지하 공간으로 진

“관조와 사색의 광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입하는 첫 단계에 위치합니다. 상징 광장

고요한 공간 속에 홀로 남은 존재는 자신

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지요. 공개

을 되돌아보게 되지요. 한편으로는 성인

심사 때 지적 사항 중의 하나가 왜 상징

혹은 먼저 살다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공

광장으로 직접 진입하지 않느냐는 것이었

간, 단순히 개인적인 소망을 기도하는 공

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었을 때 실내 공

간일 수도 있을 거고요.

간을 엮는 게 어렵지요. 움직임에 의한 시

그렇기 때문에 광장의 가로, 세로, 높이의

퀀스를 만들어 내는 것도 어렵고….”

비례 관계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중요 했습니다. 현재 가로와 세로가 각각 33m

지하 공간의 여정

정도, 높이는 20m입니다(1층까지14m, 또

서울역사 방면의 칠패로에서 진입 광장까

그 위로 6m). 하늘을 바라볼 때 어떤 간섭

지의 거리는 100m에 달한다. 이 경사 통

도 받지 않기를 원했던 거예요. 철저하게

로를 따라 8m 가량의 깊이까지 내려가면

하늘하고만 관계하는 그런 공간의 깊이를

“비록 실체는 땅속 깊은 곳에 있지만,” “실

비로소 출입문이 있는 진입 광장에 이르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인

존으로서 현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시

게 되는데, 북측의 지하 주차장 이용 방문

간의 왜소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말해 지상과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객들의 동선도 이곳에서 집결된다.

커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그런데, 심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는 전제이다.

지하 공간 내부는 로비 너머로 강당・세

사위원 중 한 분이 단면 체크에 대한 질문

미나실・도서실 등의 교육 시설이 놓여

을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주변 건

“내밀하고 고요한 공간에서 하늘을 바라

있고,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낮은 천장

물의 일부가 보이긴 하죠.(웃음) 어떤 건물

보게 하고 싶었어요. 아무 것도 담지 않은

의 깊이감 있는 경계 부분과 만난다. 마치

은 30여 층이나 되니 수습 불가능할 정도

깨끗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들여다

성(종교 영역)과 속(일상 영역) 사이에 가

의 깊이까지 내려가지 않는 한 보이지 않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처럼 자

로 놓인 게이트와도 같다. 이 게이트를 빠

을 수 없죠. 단지 간섭받지 않는 방향에서

신을 들여다보는 순간에 종교성 또한 구

져나오면 비로소 종교 공간으로의 진입이

보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현되는 것 아닐까, 싶었고요.”

다. 곧 아래로 경사진 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은 천장으로부터 8m 내려온, 바닥으로

이처럼 지하는 진입 광장-성당-상징 광

지하 공간의 정점에 압도적인 스케일(가

부터 1.8m 띄어진 육중한 벽을 에둘러 돌

장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중요한 공간들

로 세로 각33m, 높이 20m)의 보이드 마

아간다. 이 벽 안쪽이 기념 성당이다.

이 병치되어 있는 꼴이다. 그리고 이들을

당을 둔 이유이다.

중심으로 주변에 전시 영역과 관리 영역 “별도의 출입구가 없는 성당입니다. 1.8m

등이 적절히 배치됐다. 전시 영역은 다시

“결국 이 하나의 공간을 중심으로 범종교

정도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드나들

지하 3층의 상설 전시실과 지하 2층의 열

적 숭고한 공간을 어떻게 순례하게 할 것

수 있는 높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선을 차

린 기획 전시실로 나뉜다.

인가, 또 기념 성당과 이 마당을 (제대로

단하지도, 그렇다고 전체 공간을 쉽게 읽

살리려면 혹은 서로 팽팽한 긴장이 느껴

을 수 있게 하지도 않았죠. 지침에 따라

“상설 전시실은 전시 공간만1,300m2로 제

지게 하려면) 어떻게 병치시킬 것인가에

제대는 가운데 두고 성당 안은 산란된 빛

법 규모가 있습니다. 아직 전시 컨텐츠를

대한 문제였던 것 같아요.”

으로 채웠고요.”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44인의 성인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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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릭 관련 전시물로 채워지지 않을까 싶

상은 이와 달리 담담한 벽들과 순례타워,

고요. 그렇다면 이곳이 카타콤의 분위기

기존 시설물, 편의시설, 그리고 엘리베이

를 가지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선인들

터와 관리용 피난 계단 등의 구조물로 도

의 정의와 신념에 대해 스스로 반추해 보

시 공원의 일부를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는 장소랄까요. 그런 분위기의 공간이 전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상이 공원임에도

시 동선에 따라 배치되고, 그러다가 문득

불구하고 당선안은 구조물들 외에 특별한

어떤 부분에서는 하늘과 관계를 맺는 광

조경 계획을 보여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light well이 나타나고…. ”

윤승현, 서준혁_(주)건축사사무소인터커드 이규상, 장기욱_(주)보이드​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 ​우준승, 한상정_레스건축​ 프로젝트 팀 이지선, 장병수, 송민준, 신병철, 박찬호, 방누리, 이창현 설계 개요 대지 위치 서울시 서소문동 386공 일대 지역 지구 자연녹지지역, 중심미관지구

“구체적인 조경 계획은 없지만, 균질한 수

용도

도심 속 일상 공원

종이 만드는 흰 숲이 그늘을 한껏 드리우

건축 면적 345.20m2

지하 공간에 빛과 맑은 공기를 끌어들이

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기념비적인 공

는 부분은 하늘로 열려 있어 성의 영역이

원보다는 일상에서 만나는 편안한 공원이

고립되지 않고 현실과 긴밀한 관계를 맺 게 한다. 지상에서 볼 때 이 부분은 3m 광장은 6m까지 치솟는다.

획을 세워야겠죠.”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의 산만한 도

일체가 되도록 발전되었으면” 하는 의견

시 조직이 대지 안에 그대로 반영되어 ‘느

을 냈다.

슨하게 분할되고 중첩된 공원 공간’이 된

약간은 과장된 듯한, 에둘러 돌아 공간의

거지요. 일상의 휴식이나 다양한 도시 활

마지막 정점인 침묵광장으로 접근하는 방

동을 수용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식은 경건한 마음을 다잡는 과정으로 이 해가 되지만, 한편으론 심사위원회의 의

땅 위에 우뚝 솟은 타워는 대지 밖 중림동

견에 귀를 세우게 된다. 운영위원회의 김

약현성당(사적 252호)을 의식한 순례타

광현 교수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단순

워이다. 약 20m 가량의 높이까지 계단 순

히 성당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례길을 오르면(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 있다) 멀리 약현성당과 대면하게 된다.

기본 및 실시 설계를 완료하는 2015년 8 월까지 1여 년의 시간이 남았다. 다소 긴

“지침에 약현성당과의 관계 모색 항목이

일정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장담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약현성당과 대상지 사이

없지만, 건축가들의 기본 개념이 훼손되

에는 장애물들이 꽤 많아서 관계 맺기가

지 않는 선에서 잘 조정되고 구현되어 ‘서

쉽지 않죠. 그래서 아예 더 높은 타워를

소문 밖 역사 유적지’가 진일보된 ‘설계

만들어 약현성당을 한번 바라봐 주게 하

공모’의 사례와, 누구나 찾고 싶은 ‘공공

자고 생각한 거예요.”.

건축’으로 남을 수 있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극적인 공간 체험을 유도하고 있다면, 지

주차 대수 308대(장애인 주차 25대) 발주처

심사위원회는 심사평에서 “앞으로 시민

상)과 지하(성지의 기념성)가 유기적으로

종교적이고 숭고한 상징 광장에 이르는

1.56% 1.56%

깔을 그대로 담은 도시 속 공원이었으면

에서 시작해 엄숙한 기념 성당을 거쳐 범

건폐율

지하 4층, 지상 2층

접근 가능하고 이를 통해 지상(시민의 일

하 공간이 선적 순례의 과정으로서 입구

8,602.60m2(용적률 산정용 : 345.20m2)

규모

“거의 2층짜리 벽이죠. 지상은 도시의 색

기존 주차장의 맨 밑바닥까지 내려간 지

연면적

되었으면 하고요. 이제 좀더 디테일한 계

들이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지하 공간으로

기본 개념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역사공원, 역사 관련 시설

대지 면적 22,194.51m2

용적률

높이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반면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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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들

서울시 중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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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키포인트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공모전을 통해 본 공공 공간과 종교의 관계

남수현 본지 편지위원,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

우리는 건축을 통해서 그 시기의 문화와 사회를 판단한다. 물론 숨어있는 의미 때문에 온전히 건축만 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사실들을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 리가 동시대라고 느끼는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이의 평면을 보자. 램프가 주동선인 평면에서 계 단은 단순히 대피용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하인들의 숨은 동선이다. 평면만으로도 주택에 하인 계급 이 존재했던 시대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이 사실로부터 1층 작은 방들이 하인의 방이라는 것을 자연 스럽게 추론할 수 있다. 그렇다면, 500년 뒤 서소문 공원에 지어질 건축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인가? 성과 속의 분리 공모전 요강에도 나와 있듯이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공모전이 요구하는 중요한 사항은 공공 기능으 로서의 공원과, 44인의 순교자를 기념하는 순교 성당이다. 요강에는 이 두 영역이 독립적으로 기능 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하라는 것 또한 충분히 암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에 맞춰 (당연히 맞추 는 것이 합당하다.) 대부분의 결선 진출작들은 두 기능의 공간을 충실히 분리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 도 이런 분리를 전제하는 대부분의 안들은 성당과 성당 앞 광장을 모두 지하로 숨겼을 것이다. (광장 이 지하로 들어가지 않는 방법이 있을 듯 하나, 성당과의 관계가 너무 파편화 되기 때문에 사실 그렇 게 큰 의미는 없을 듯하다. 역시 안들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공모전 요강과 계획안들은 우리나라에서의 일상의 행위와 종교의 분리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분리를 충실히 이행한 계획안들을 보면서,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않는 이 분리의 개념이 우리의 생활 속에 얼마나 깊히 체화되어 있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묘한 것은 오래전 지어진 전통 건축물에 대해서는 이런 ‘종교 차별적’인 태도없이 감상을 하는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사찰 건축 을 방문하면서 우리는 개인적으로 믿는 종교와 관련지어 해당 건축을 평가하거나 혐오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공모전은 성과 속의 분리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 한 진지한 토론없이, 종교는 단순히 그 종교를 믿는 집단의 행위/문화로 귀속시키고 사회적 공공 공 간은 되도록 종교와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냈다. 종교와 상관없이 잘 사용되는 광장들 그런데 전통적인 성당이라는 건축 유형은 광장이라는 도시의 외부 공간과 분리될 수 없다. ‘포스트 크리스찬 유럽’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종교에 대한 인식이 무뎌진 유럽에서도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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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종교와 관계없이 잘 사용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유럽에서 이런 공간이 잘 쓰이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종교 공간과 거기에 부속된 광장이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가장 비상업적이면서 도시가 원하는 다양한 행위를 담을 수 있는 중성화된 공간의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다. 종로 조계사 부근의, 도시와 어우러진 종교 공간에서도 부분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한 측면으로 볼 때, 조선시대 이전의 도심 안 종교 공간도 지금 유럽의 상황과 그리 크 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 추측이다. 남미의 예를 보더라도, 그들에게 교회와 광장은 이 질적인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문화 속으로 녹아들어 갔다. 특히 남미의 교 회는 외세의 침략이 있기 전에 ‘내부’에서 신을 모시는 전통이 없던 터라, 교회(내부) — 외부에서 신 을 모시는 교회 앞 외부 공간 — 광장의 3부 체계로 되어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것 아닌가, 나름 판단 해 보게 된다.(반면, 대도시 등 지배 세력이 주로 거주하던 공간에서는 이 체계가 그리 강한 것 같지 않다.) 우리에게 맞는 종교 공간/공공 공간에서는 어떤 유형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한 종교가 그 종교를 믿 지 않는 이들에게 배풀고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물리적으로 풀어 본다면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우리나라처럼 상당히 배타적인 다양한 종교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한 종교의 공간을 공공의 이익을 담을 수 있게 만든다면 어떤 유형들이 출연할 수 있을까? 이것이 서소문 밖 공모전이 던질 수 있는 가 장 큰 질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상적인 공모전에 대한 생각 물론 위에서 언급한 모든 추론이 틀릴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전제가 모두 틀리더라도 공모전에 대한 중요한 논점을 이번 공모전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공모전이라는 형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이제까지 당연시되는 사고를 바꿀 수 있는 건축안 을 뽑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이상적인 공모전이란, 요강에서 ‘바른 방향’을 주고 이에 대한 ‘정답’ 을 찾는 과정은 아닐 것이다. 이상적인 공모전은 ‘방향’ 자체를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렴풋하고 아직은 명확한 선으로 그려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건축 유형’을 머리에 두고 공모전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해야 할 이슈/방향은 이것이다, 이에 대한 참여자들의 생각과 새로운 아 이디어가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따라서 공모전 요강을 쓰고 주제를 정하는 일이 공모전 참여자의 작업보다 훨씬 더 큰 고민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강렬하게 깨닫게 되었다. 또한 심사 과정 자체가 그 방향을 찾아야 하는 과정이어야 함은 당연할 것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 기관에서 주최하는 ‘일반적’인 다른 공모전에 비해 서소문 밖 공모전은 그 래도 일관성이 있었다는 것, 선정에 있어 공개 발표를 포함하였다는 것 자체가 한국 건축계의 커다란 발전이라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벤치마킹이 있었으면 한다. 이와 더불어 표현 방식에 대한 규정을 좀 더 발전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당선 작이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수많은 관련 주체들의 줄당기기 사이에서 핵심 아이디어를 잃지 않고 완 성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게 되어야만 지금 우리가 공공 공간과 종교 공간을 생각하는 태도의 증거가 명확히 실현될 테니 말이다. 부록 : 정보 공개 필자는 다른 팀들과 함께 이 공모전에 참여하였고 낙선하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생각들에 바탕을 두고 설계를 하지는 않았다.(어렴풋이 성과 속을 결합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긴 했으나 그것은 초 기의 생각이었을 뿐 실제 계획안에서는 전혀 실현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낙선을 하였기 때문에 이 와 관련된 여러 생각을 하던 중 공모전의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지금이 라면 상당히 다른 안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건축가에 걸맞지 않게 생각을 상당히 오래 해야만 뭔가 결론이 나오는 편이다.) 그러고 보면, 이래저래 공모전 참여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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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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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2

방철린은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김수근을 사사했다. 정림건축에서 대덕 과학문화센터, 부산 문화방송 등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였으며, 1991년부터 사무실을 열어 현재까지 칸종합건축사사무소(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건축가협회 명예건축가 그리고 서울특별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 중이다. 건축문화의 해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아카시아(Architects Regional Council Asia) 우수건축상 금상과 함께 다수의 한국건축가협회 작품상과 한국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여 받았다. 작품으로 미제루, 하늘마당시리즈, 한동대학교 기숙사, 원주 제일교회 수련원,

건축 虛 기 허 찾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2

연하당, 탄탄스토리하우스, 덕윤웨이브사옥, 제주스테이 비우다, 매송헌 등이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현대는 지구에 인간이 존재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의 문명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IT산업의 발전 속도는 밀려드는 폭풍우와 같아 인간은 매일매일을 꿈같은 일들이 현실화되는 새로운 세계 속에서 산다. 안경 모양의 HUD head up display만 쓰면 허공에 디스플레이 된 루트를 통하여 원하 는 정보를 찾아내거나 여행의 모든 예약을 마칠 수가 있는가 하면, 증강현실 속에서 옷도 바꿔 입어 보고 가구도 설치해 보며 영화 제작은 물론 건축물과 도시설계도 가능해졌다. 이진법의 디지털세계 이렇게 아쉬움이 없도록 새로운 세계를 맘껏 누리는 인간에게 문명의 이기는 좋은 일만 남겨 주었을 까? 이러한 새로운 세계는 분명 인간에게 유해한 부분이 제공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게임이나 인터 넷에 열중하다 보면 시간의 인식이나, 옆에 있는 타인을 인식하지 못하고 기계에 정신을 잃게 되고 이런 현상이 심화되어 중독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와 같은 현상의 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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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사람의 성격은 점점 바뀌어 독단적이고 급한 성격으로 변하게 되고 타인을 불인정하며 나아 가 고독과 허무에 시달리게 되고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어 급기야 살인과 패륜 행위를 자행하기에 이 르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아날로그 세계에 익숙해 멀쩡하게 있던 사람도 디지털세계로의 생활로 바 뀌면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디지털의 세계는 이진법으로 이루어져 있고 0과 1을 기본으로 한다. 디지털세계의 이진법은 ‘있다’와 ‘없다’의 세계이다. 디지털의 세계에서는 이런 0과 1의 조합에 힘입어 깨끗한 영상, 깨끗한 음향을 만 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예전, 스크래치가 기본으로 깔려 있던 필름영화나 레코드판의 세계에서는, 필요 없는 스크래치나 잡 음은 제외하고 필요한 부분만을 선택해서 보고 듣는 지혜가 있었고 이런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스 크래치나 잡음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늘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되었고 또 그 존재를 인 정하여 왔다. 그러나 디지털세계에서는 늘 깨끗한 영상이나 음악을 접하다 보니 영상의 스크래치나 잡음은 이제 있어서는 절대 안 되는 부정적 요소로 바뀌었다. 이제는 절대로 공존해서는 안 되는 극단적인 부정 적 요소로 바뀌어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서양보다 훨씬 전에 동양에 이진법이 먼저 있었다. 주역의 이진법이 그것이다. 주역의 이진법은 양효와 음효로 이루어지며 이 효 6개가 모여 만드는 괘의 수가 64개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효의 기능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의 세계는 이거냐 저거냐의 세계가 아니라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선택의 폭이 한정되어 있어 여기에 익숙해진 현대인들로 하여금 마음조차도 극단적인 생각으로 바뀌 는 결과를 초래하게 한다. 이런 생각도 있고 저런 생각도 있는 다양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의 생각은 옳고 다른 생각은 그른 생각이고, 그래서 부정하고 없애 버려야 하 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세계와 아날로그세계의 서로 다른 성격 이렇게 디지털의 세계와 아날로그 세계는 서로 반대급부적 성격을 가진 개념으로 대비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날로그세계는 전통을 중시하고 숭고함에 매력을 느끼지만 디지털세계는 신선함을 중시하고 시뮬라크르의 가치를 중시한다. 아날로그세계에서는 통상 느리고 모호함이 존재하지만 디 지털세계는 빠르고 명료함만이 인정되는 세계이다. 또한 아날로그세계는 정신적이고 이지적이며 관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2

은 양이냐 음이냐의 공존의 세계이고 선택의 세계로 우리가 살아왔던 아날로그세계가 바로 그것인

조의 세계에 빠지고 사물의 심오함에서 매력을 느끼는 반면 디지털세계는 다분히 물질적이고 감각적 이며 직설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한다. 따라서 아날로그세계는 관계성을 중시하고 공동의 세계에서 포 용력을 중시하는 반면 디지털 세계는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에 빠지기 일수며 극단적 행동을 무의 식중에 일으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세계에 대응되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건축이 꼭 필요한 이유다. 비워냄의 건축 여기서 잠깐 노자의 허虛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노자는 ‘이 세상의 존재물 중에서도 큰 것으로 사람과 땅과 하늘과 도道가 있는데 그중에 도가 제일 위에 있고 그 도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따른다’고 한다. 인위적人爲的이지 않은 자연의 상태가 가장 우위 에 있다는 이야기다. 노자는 또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이 존재하지만 비워내고 비워내서虛 고요한靜 상 태가 되는 때 비로소 뿌리根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만물은 비워내고 비워냄으로써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고 이때가 가장 무위자연의 상태임을 이야기한다. 사람의 마음이 이러한 상태로 가도록 해야 하고 이런 마음의 상태로 돌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는 환경 을 조성하려면 ‘허虛’가 있는 건축, ‘허虛’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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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십서와 팔라디오양식의 서양 건축 이탈리아 비첸차 Vicenza에 있는 팔라디오Andrea Palladio, 1508~1580가 설계한 빌라 로툰다Villa Rotonda를 보 면 서양 건축의 뿌리를 눈치 챌 수 있다. 실제로 팔라디오는 당시 로마건축에 집중하였고 비트루비우 스Marcus Vitruvius polio의 『건축십서』에 매료되었었다.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십서』는 BC 1세기 유럽 역사 변화의 주역이었던 로마의 카이사르와 아우구 스투스 시대에 만들어진 책이다. 400여 년을 이끌어온 로마공화정을 무너뜨리고 로마제국의 시대가 열리는 대변환점에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헬레네건축을 기본으로 『건축십서』를 만들고 이 책을 아 우구스투스Augustus에게 바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건축의 기본 원리는 로마제국의 많은 건축물들 의 균형 있는 디자인의 기본으로 작용하였다. 이 책이 1415년 발견되고 1480년경 다시 발간되면서 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팔라디오는 비첸차 에 빌라 로툰다를 비롯한 많은 건축물들을 짓게 된다. 그가 많이 사용하는 건축 요소는 로툰다 중심 의 단순하고 대칭적인 평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원기둥이 받치고 있는 페디먼트의 변화무쌍한 조합 이 만들어 내는 조형성이다. 그의 건축 수법은 이후 팔라디오양식이란 이름까지 붙여져 수백 년간 유 럽 각지에서 재탄생되고 신고전주의의 기본이 되기도 하며 신세계 미국과 아시아 전역에까지 전파되 어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콘크리트 구조의 도미노 형식에 힘입어 ‘자유스런 평면’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2

을 구가하던 르 코르뷔제의 빌라 사보아Villa Savoye도 배치 형식에서는 팔라디오의 빌라 로툰다를 벗어 나지 못한다. 이 책에서는 건축과 토목의 대하여 기술적이고 그리고 각론적인 부분은 다루면서 기본 원리인 질서 order,

배열arrangement, 균제eurythmy, 균형symmetry, 장식decor(propriety)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건축이 어

떻게 인간을 만나 작동하는지, 건축이 자연과 어떻게 대화를 하는지에는 언급이 없다. 카이사르와 아 우구스투스를 의식한 로마인의 우월성 표현 이외에는. 건축의 허를 찾아온 한국 건축 반면 한국 건축의 뿌리는 어떠한가? 한국 건축은 분명 자연과 대화를 하고 자연의 지형적 생김새와 특징에 동화하며 나아가 자연과 일체화가 되는 건축물과 공간의 배치를 만들어 간다. 그리하여 인간 이 공간에 들어갔을 때 그 공간과 자연이 인간에게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건축 자체에 감동하기보다 건축과 자연의 어우러짐에 감동하며 건축 자체의 숭고함보다도 자연 속의 공간 의 숭고함에 감명을 받는다. 이것이 곧 한국 건축의 뿌리다. 한국 건축의 뿌리는 분명 조형적 질서나 균형에서만 건축을 찾으려는 인위적 방법이 아니라 자연 속에 녹아들어가는 무위의 방법으로 건축을 지어왔다고 본다. 즉 건축의 ‘허’를 찾는 것이 명맥을 유지해 온 한국의 전통건축이었다고 생각한다. 패쇄적이지 않고 투명하고 막히지 않고 소통하며 급하거나 빠르지 않고 여유롭고 느린, 그리고 희열

빌라 로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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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락당 계정


귤창고

돌담 제주스테이 비우다 전경

소통

조망

을 느끼는 그런 건축을 추구하여 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리 현대에 살지만 한국 건축의 뿌리는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여 왔다. 이제 최근에 본인이 설계하고 지어진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제주스테이 비우다 Jaeju stay Biuda 제주스테이 비우다는 소수의 인원을 투숙시키고 쉬게 하기 위한 소규모 머무름 공간이다. 제주스테 이 비우다를 설계하면서 우선 건축주와 의견을 맞춘 것은 2000여 평의 귤밭인 부지를 원래 지형과 원래의 자연 상태로 그대로 살린 상태에서 집을 앉히고 인위적인 조경도 될 수 있으면 최소화하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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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테이 비우다

것이었다. 현황 측량을 자세히 하고 이 측량도를 기본으로 현장과 일일이 대조해 가며 집이 앉혀질 곳을 면밀히 조사하고 확인하여 땅의 형상을 바꾸지 않으려 온갖 애를 썼다. 계획을 하면서 디자인의 실마리를 찾던 중 제주도에 흔한 귤밭과 함께 그 안에 있는 귤 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도 원래의 귤 창고 모습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현재 모습이 나름 오랫동안 제주도 에서 명맥을 유지해 왔다는 점으로 볼 때 그 존재 가치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또 하나 제주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돌담의 모습이다. 돌과 바람이 워낙 많은 섬에서 밭고랑 사이의 돌담은 식물들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돌담의 엉 성하게 쌓인 모습에서 제주도 사람들의 지혜가 발견된다. 돌담은 용도에 따라 겹담과 홑담으로 쌓이 지만, 겹담까진 필요 없는 밭고랑 담은 홑담이면서도 제주도의 강한 바람을 이겨내게 하기 위해 지혜 를 내서 구멍이 숭숭 뚫리게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허’라 생각했다. 돌도 적게 들고 공간도 적게 들 면서 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 이 속에 자연과 소통하려는 지혜가 보이는 것이다. 건축 원형으로도 느낄 수 있는 귤 창고를 얼기설기 제주도의 담처럼 쌓으면 소통의 개념은 물론 무작 위적으로 생기는 공간을 상상할 수 있고, 이렇게 생긴 숭숭 뚫린 공간으로 제주도 바다의 기氣가 집을 통해 뒤까지 연결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면서 형식적이지 않으면서 편안한 공간들이 여기저기 생길 수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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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숭숭 뚫린 곳에는 여기저기 이곳에 쉬러온 이들이 아무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부정형의 공간 이 생겨났다. 조망을 위한 창도 한 방향으로만 뚫은 게 아니고, 방마다 다른 경치를 다르게 생긴 창을 통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객실에 이르는 계단과 각 실의 구성 요소들은 위치에 따라 다른 공간경험과 다른 느낌으로 느낄 수 있도록 차별화하였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 감상을 위해 일부욕실과 다락방에는 천창을 뚫어 별과의 대화를 유도하였다. 매송헌呆松軒 주택인 매송헌의 위치는 경기도 남양주시로 예전부터 이 동네는 석실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며, 석실 서원이란 이름의 겸재 정선의 그림이 남아있는 한강변의 경치가 수려한 곳이었다. 많은 집들이 들어서서 지금은 많이 변모했지만 좋은 풍수지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거니와 한강의 한가하고 평화로 운 풍경을 볼 수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부지 남쪽과 동쪽으로 들어선 집들과, 북측과 서측에 있는 뒷 집들의 높은 축대로 부지는 사방이 갇힌 상태로 되어 있었으며 강으로의 전망도 막혀 있었다. 이러한 주변 상황을 면밀히 조사해 본 결과 부지는 소용돌이 모양의 지붕이 요구됨을 알 수 있었다. 뒷집의 조망도 배려하고 매송헌의 꺼진 대지의 단점도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적절한 구성일 거라고 생각하였다. 경사진 지붕과 함께 그 아래로 따라 내려오는 천장을 가진 공간의 형상이 상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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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변화있는 천장 높이는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지붕이 감아 내려오는 마지막 남쪽 부분은 루樓형식으로 하고, 집 안으로의 진입은 루하진입樓下進入 형식으로 감아 올라가서 마당과 만나고, 이곳 에서 거실로 진입하도록 함으로써 내외부 공간의 유기적 연결이 자연히 이루어졌다. 가운데 위치한 마당은 집안 소통의 중심이 되며 거실과 마당 그리고 루의 창을 열면 연결된 하나의 공간이 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비운 마당의 장점이 살아나도록 하였다. 이렇게 구성된 단면 덕으로 맨 윗층의 방에 서 한강으로의 전망이 열리게 되었다. 이 방의 레벨을 좀더 올리면 좀더 좋은 전망을 얻을 수 있었겠 지만 뒷집에 대한 배려도 빼놓을 수는 없었다. 탄탄스토리하우스 파주출판도시 내에 있는 탄탄스토리하우스의 부지는 T자 형식의 도로와 접해 있으며, 파주출판도시 의 마스터 플랜상 집의 형상은 뒤쪽의 심학산과 한강의 그린코리더가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 길다란

단면 매송헌 전경 110

매송헌 마당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탄탄스토리하우스 전경

‘창고’ 형상이 요구되었다. 마스터플랜의 요구대로라면 진입로에서 볼 때 좁고 긴 건축물의 좁은 모퉁이만 보고 진입해야 하는 형국이어서 이런 형상적 요구를 소화하면서도 변화를 추구할 방법을 모색한 끝에 집의 아랫부분과 윗부분의 각도에 변화를 주어 진입 시 보이는 건축물에서 시각적 변화와 함께 투시도 효과를 갖도록 하였다. 아랫부분과 윗부분의 어긋난 부분은 베란다로도 사용 가능하고 천창을 설치하여 갤러리 내 부의 채광을 도울 수도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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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토리하우스 계단 공간

건축물 진입은 도로에서의 바로 진입을 피하고 긴 진입로를 통해 부지의 맨 안쪽으로 동선을 유도하 였다. 또 건축물 안에는 건축물 전체를 감아 돌아 상부로 올라가는 동선 체계를 만들었다. 가급적 진 입 동선을 길게 하여 여유를 갖고 건축물 내부를 관람하며 다닐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이 것이 건축의 허라 생각했다. 또한 1층에서 3,4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은 아이들을 위해 완만한 경사를 주면서도 계단 공간의 인상 적인 오름을 위하여 직선의 공간을 그대로 계단실 공간으로 만들었고, 바깥쪽으로 면한 벽체에는 불 규칙하게 배치된 다양하고 작은 창을 통해 빛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저기 만들어진 천창과 4층의 중간 부분에 만들어진, 종단으로 관통된 마당은 사각적으로 남북 간의 소통을 꾀할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하였다. 마음을 비우고 비워내서 순리에 맞도록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집 지금까지 최근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몇 개를 보면서 ‘건축–허찾기’란 제목의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 가 살고 있는 세계 속에서 우리가 직접 생활하고 지내야 하는 건축물들은 어떤 건축물일까? 이런 건 축물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의 마음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욕심으로 가득 채워진 인위적인 집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비워내서 순리에 맞도록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집이 바로 허虛가 있는 집이고 이런 집이 사람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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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석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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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Young Architect 02 2012년 김성우, 정우석이 설립한 건축사사무소 공장(空場)은 ‘공간(空)과 장소(場)’를 주제로 건축 작업을 하는 곳이다. 또한 ‘공장’은 하나의 ‘작업장’으로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김성우는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정림건축에 서 8년간 실무를 쌓았으며 현재 공장건축을 공동으로 이끌면서 작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정우석은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림건축에서 6년간 실무를 쌓았으며, 현재 공장건축을 공동으로 이끌면서 인하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공장건축의 주요 작품으로는 사무소 설립의 계기가 된 ‘전라감영 복원 및 활용 방안’ 프로젝트가 있는데, 2차례에 걸친 현상 공모를 통해 당선되어 현재 설계 진행 상태에 있다. 그 외 프로젝트들을 포함하여 공간과 장소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에 기반한 진정성 있고 담백한 건축을

공간과 장소라는 거울로 건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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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작업하고 있다.

전주 전라감영 복원 및 활용 방안 설계안 배치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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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시도(위) 및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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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전라감영 복원 및 활용 방안 설계안

진행형의 오래된 도시, 전주 경복궁 자리에 조선총독부 건물이 들어선 바 있고 지금의 청와대 역시 그 근처에 위치한다는 사실에 서 과거로부터의 중심성을 가진 공간은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전주라는 구도심도 비슷한 역사적 흐름을 가지고 있다. 대상지는 과거 전주읍성의 중심으로서 지방 행정의 중심이었던 전라감영이 있었던 자리고, 일제 강 점기 때부터 도청의 역할을 하던 건물이 지어져 2005년 신시가지로 새로 이전되기까지 전라북도를 관할하는 도청사 자리였다. 오랜 협의와 여론의 수렴을 거쳐 과거 전라감영의 흔적을 다시 살려내고 구도심을 재생시킬 수 있는 건축적 프로그램이 새롭게 요구되었다. 1, 2차에 걸쳐 진행된 공모에서 우리는 장소가 지닌 성격에 주목했고, 장소가 가지는 바로 이 시점의 역할과 의미을 해석해 나갔다. 구도심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환경과 문화가 존재하는 대지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이식하는 것은 참 으로 어렵고 위험한 발상이다. 우린 이곳을 비워 땅이라는 원초적인 상태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시작 하였다. 그 방법이 전통적인 한옥의 형식을 따르는 전각들과 현대적인 건축 공간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토대 형성에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한옥이 가진 오브제적인 요소를 인정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현대적 건축 공간은 배경으로 자리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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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전라감영 복원 및 활용 방안 설계안 조감도 외

대지 위의 과거로부터 있었던 길과 공간을 해석하고, 다양한 역사적 컨텍스트를 가진 장소 탐구에 바 탕을 두고 지금의 공간을 바라보는 작업은 광활하지만 세심한 작업을 요구하였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본격적인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에 공모전 당선 이후에도 시작을 기다 리면서 여러 번 가볼 수 있었는데, 땅은 여전히 살아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단순 재개발의 논리를 넘어서 그 곳만의 공간성과 장소성을 드러내는 작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건축 계획의 수명 우연히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던 전주에 또 다른 프로젝트의 기회가 주어졌다. 사실 주어졌다기보 다는 제안하는 프로젝트였다. 대학가 근처에 오래전부터 있던 갤러리를 문화 상가로 바꾸는 작업이 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이었다. 우선 건축주가 처음 시도했던 것은 기존 건물을 최대한 유지하면 서 새로운 수익 시설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향이었다. 할 수 없이 새로운 공간을 위해 신축을 선택하면서 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방법을 택하였다. 계획의 첫걸음은 장소가 가진 특징, 즉 주변에 대한 관찰이었다. 대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전북대 학교의 구정문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꽤 많은 유동인구가 지나는 지점이었다. 또한 주택가와 상업 시 설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접한 기존 주택들은 새로운 상업 시설로 바뀌는 추세였다. 우리는 기존 상업 시설들과 같이 채우기보다는 대지 중심을 지나는 비워진 길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공간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였다. 새로 형성된 사잇길 양쪽에는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 낄 수 있는 박공 모양의 집을 짓고, 산책적 동선을 수평 수직적으로 연결하여 공간을 구성하였다. 길과 같은 동적인 건축 요소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흐름으로 이어지게 하고 움직임이 끝나는 지점 에는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몇 번의 협의 과정을 거쳐 흥미롭게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건축 외적인 이유로 중단이 됐다. 처음 프로젝트와 땅을 보고 무작정 계획부터 만들어 제안했던 무모한 도전이 되고 말았다. 건축가로 서의 작업은 순수했지만 인연이 닿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의미있는 제안들이 이 사회를 조 금씩 바꿔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사실 다양한 이유로 건축 계획의 수명은 예상하기가 힘들다. 실제로 많은 계획 중에서 종이가 재료화 되는 작업은 극히 일부이다. 건축가는 지어지는 몇 건의 건축물을 위해 끊임없이 수련하며 밤을 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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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문화상가(공유마당) 계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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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공간의 기억 청주에 있는 구 연초제조창은 오래된 공간에 대한 경이로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그동안 길거 나 높은 건축물은 많이 보았지만 깊은 건축물은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건물에서 우리가 처음 본 것은 끝이 없을 것 같은 공간의 깊이였다. 건축적 재료에 덧쓰인 수많은 기억의 시간은 이 공간이 무 엇인지 궁금함을 갖게 하였다. 오래된 공장을 미술품 수장보존센터로 다시 활용하는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깊은 공간을 그대로 간직 하는 방향을 택하였다. 과거의 기억을 탐사하며 기억을 담아낼 수 있도록 회랑으로 둘러싸인 마당과, 정체가 드러날 화선지로 해석한 건물의 입면을 계획 속에 그대로 담아냈다. 구 연초제조창은 청주淸州라는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 깊은 호흡은 인간의 폐를 상징하는 장소였다. 현재 이 장소는 허물과 같은 ‘공터’로 남아 있다. 과거에 산업화의 연기가 가득했던 공장은 빈 창고로 남겨져 지금은 묵직한 기운만이 채워져 있다. 우 리는 이곳을 도시의 ‘심연深淵’이라 해석하였다. 비워져 있음은 또 다른 무한의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다. 이 건축물이 가진 아우라aura를 기록하는 것에서 프로젝트는 시작한다. 대지 안의 여러 건축물들은 공 간과 시간의 얼개를 만들고 있다. 이것을 풀어낼 수 있는 출발은 도시의 가장자리에서부터 가능하다. 큰 마당을 우회하는 새로운 회랑은 시간을 이끌어 내면서 기존의 회랑과 천천히 접속한다. 그리고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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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의 연속은 무창 층의 외벽을 만나게 한다. 이것은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다. 우리는 이 허름한 외벽을 그대로 존중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대한 캔버스에 놓여 있는 두 개의 개구부는 기억과 시선의 통로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이 담담한 외벽의 촉감을 위대한 감동으로 느 끼며 내부의 심연으로 초대된다. 비움 속의 비움을 시도한 3개 층의 거대한 보이드 공간은 새로운 가 능성을 품으며, 현대 미술 창작의 자궁이 된다. 이 공간은 예술가들이 직접 체감하고 스스로 잉태해 나가야 할 장소가 된다. 관람객들도 내부 공간의 빛과 어둠을 통해 깊은 유추의 공간을 여행하게 된 다. 주 전시층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램프의 시작은 심연이라는 주제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또한 ‘보이는 수장고’들은 내부 회랑과 연계되어, 외벽에서 만들어진 창들과 소통하고 통합하게 된다. 이제 시간과 공간의 깊은 심연 속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기억하는 것과 사유하는 것이 된다. 건축물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도시와 다시 깊은 호흡을 시작한다. 우리는 또 다시 스스로에게 물 어 본다. 연초제조창은 이 도시의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우리와 함께 하여야 하는가?

청주 국립미술품 수장보존센터 계획안 전경(왼쪽) 및 내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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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국립미술품 수장보존센터 계획안 외벽 전시

청주 국립미술품 수장보존센터 계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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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향 클럽, 미디어랩 & 커뮤니티》 GANYANG CLUB, Media Lab. & Community 우리는

우리는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잡지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진정성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authenticity)”에 시선을 맞추고 “건축을 배우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BCD파티》 《ICON디너》,

건축하는 모든 이들에게 긍지를” 전하자는 목표 아래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이 땅에 필요한 건강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물론,

내일의 건축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건축한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행복한 세상을 향해

신예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비평상》

나아가고자 합니다.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W-아키버스》 색깔 있는 건축도서 출판 《BOOKS 간향》 건축인을 위한 《와이드AR 건축유리조형워크숍》 건축의 인문 사회적 토양을 일구는 《와이드AR 아카데미하우스》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공부하는 《NESⓌ건축영화스터디클럽》 인천 어린이·청소년 건축학교 《School of the Archi-Bus(AB스쿨)》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간향 커뮤니티 Ganyang Community》

[와이드AR 발행단 publisher partners]

[고문단 advisory group]

발행위원 박민철, 박유진, 오섬훈, 최원영, 황순우

명예고문 곽재환, 김정동, 박길룡, 우경국, 이상해, 임창복, 최동규

대표 전진삼

대표고문 임근배

[와이드AR 편집실 editorial board]

고문 구영민, 김원식, 박승홍, 박철수, 이일훈, 이종건, 이충기

편집장 정귀원

[후원사 patrons]

편집위원 남수현, 박정현

대표 김연흥, 박달영, 승효상, 이백화, 이태규, 장윤규, 차영민, 최욱

사진편집위원 김재경, 박영채

[협력 자문단 project partners]

전속사진가 남궁선, 진효숙

《Architecture Bridge》 김정숙, 박인수, 손도문, 장정제

디자인 노희영, banhana project

《Creative Class Committee》 공철, 권형표, 김기중, 김동원, 김석곤, 김정후,

[와이드AR 유통관리대행 distribution agency]

김종수, 김태만, 김태일, 나은중, 박성형, 박준호, 박창현, 손승희, 손장원, 신

서점 심상호, (주)호평BSA

창훈, 안용대, 오동희, 이중용, 이정범, 임형남, 전유창, 전진성, 정수진, 조경

직판 박상영, 삼우문화사

연, 조남호, 조택연, 최상기, 최창섭, 최춘웅

[단행본 디자인 및 유통협력 book design & distribution partners]

《NESⓌ건축영화스터디클럽》 강병국

디자인 심현일, 디자인 현

《School of the Archi-Bus(AB스쿨)》 곽동화, 오장연, 이승지, 황순우

판매대행 박종호, 시공문화사

《W-아키버스》 김인현

[제작협력 production partners]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조용귀

코디네이터 김기현, spacetime

《심원건축학술상》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신정환

인쇄, 출력 및 제본 강영숙, 서울문화인쇄(주)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김영철

종이 홍성욱, 대림지업사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구본준, 안철흥 [청년단 youth club]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기장클럽》 이지선, 이상민, 정지혜, 박지일 [홍보 파트너 public relations partner] 《마실》 김명규, 공을채


시공문화사의 북 리뷰 할 포스터의 『콤플렉스』 김정혜 옮김, 현실문화, 2014 1997년 스페인 빌바오에 개관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아노의 ‘글로벌 양식’을, 2부에서는 ‘네오’아방가르드적 장식

낙후했던 이 공업 도시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화시켰을 뿐

오리의 팝인 자하 하디드와 혼성적 포스트모더니즘의 딜러

더러, 건축가 프랭크 게리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혹자는

스코피디오+렌프로, 미니멀리즘에 영향 받은 현대 미술관 디

헤비메탈 건축으로도 일컬은 비정형의 티타늄 물고기 같은

자인들을, 3부에서는 ‘건축적으로 확장하는 예술’을 대표하

이 미술관은 스펙터클화한 건축의 혁혁한 도시브랜딩 효과

는 조각가 리처드 세라의 장소 특정적 미니멀리즘과 앤서니

를 보여 주면서 ‘빌바오 효과’란 말을 탄생시켰다. 한편 역시

맥콜의 광선영화, 미니멀리스트들의 설치 작업을 다룬 다음

세계적인 스타건축가 렘 콜하스의 OMA는 전략 그룹 AMO

리처드 세라와의 인터뷰로 결론을 맺는다. 할 포스터의 논의

를 통해 자사 프로젝트들을 아이콘처럼 캐릭터화한 그래픽

는 여러 개념들의 대칭성(이미지와 건물, 예술과 건축, 팝과

디자인도 선보였을 만큼, 유명한 현대 건축물들은 어느새

미니멀리즘, 밴허마이트 팝과 벤추리언 팝, 즉자성과 매개성

도시의 아이콘적인 볼거리가 되어 가고 있다.

등)으로 다층적인 변증법을 구성하기에, 도식적인 정-반-합

일찍이 기 드보르가 『스펙터클의 사회』에서 전파한 고전적

구도가 아닌 다양하게 이중화된 상호 변증법들로 세부적인

의미에 따르면, 이러한 스펙터클의 건축은 ‘생산 과정이 신

차이들을 구분하고 중첩시키는 한 편의 ‘변증법적 복합체’다.

비화되는 하나의 수수께끼이자 거대한 스케일의 상품 물신

마르크스주의에 비판적 포스트모더니즘을 결합한 그의 비평

으로서의 오브제’다. 이런 점에서 게리의 빌바오 미술관이

은 사회성을 억류하는 매개적 이미지화에 맞서 무매개적인

나 렘 콜하스의 CCTV 사옥은 미술평론가 할 포스터의 『콤

즉자적 경험의 감각을 되살릴 가능성을 지향하며, 신자유주

플렉스』(2011)에서 의미심장한 별명을 얻기에 이르렀는

의적 포스트모더니티의 물결 속에서 상품적 스펙터클을 만

데, 그것은 1972년 로버트 벤투리 등이 『라스베이거스의 교

드는 데 기여하거나 저항하려는 건축과 미술의 다양한 양면

훈』에서 구분한 ‘오리’와 ‘장식헛간’의 변증법적 종합인 ‘장

적 시도들을 예리한 시선으로 살펴본다.

식오리(decorated duck)’란 별명이다. 여기서 ‘오리’가 구조

이 책은 그만큼 복합적인 비평서이기에 전체적으로 꼼꼼한

적 모더니즘의 기념비적 ‘빌딩’을, ‘장식헛간’이 장식적 포스

독서를 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시의적으로 특기할 부분은

트모더니즘의 대중적 ‘이미지’를 상징한다면, 이제 그 3차원

자하 하디드를 다루는 ‘네오아방가르드 제스처’라는 장이다.

적 ‘빌딩’과 2차원적 ‘이미지’는 빌딩의 이미지화(게리)나 이

서울시가 ‘세계적’ 랜드마크를 지향하며 공모한 자하 하디

미지의 빌딩화(콜하스)를 통해 ‘이미지-빌딩’의 콤플렉스로

드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계획안이 최근 들어 완공

결합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복합화는 일종의 ‘팝(pop)’

된 이때, 비록 DDP는 아닐지라도 그녀의 전반적인 디자인

적인 현상으로서, 레이너 밴험 식의 제2 기계주의를 이어받

철학을 적실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세찬

는 ‘밴허마이트 팝’(제1팝)과 장식오리의 ‘벤추리언 팝’(제2

물결을 타고 흘러온 한 마리의 디지털 피조물인 DDP의 스

팝) 계열로도 대별된다. 이 책에서 이러한 ‘콤플렉스’가 뜻하

펙터클은 ‘장소특정성’이란 수사로 맥락을 대체하여 게리의

는 1차적 의미는 이렇게 건축의 미술화나 미술의 건축화로

티타늄 물고기보다 더 매끈한 외피의 곡면 기술을 시각화했

나타나는 미술-건축 ‘복합체’이지만, 2차적으로는 마치 아

지만, 사실은 어쩐지 동대문에 낯설기만 한 디지털 기술의

이젠하워가 군산 복합체의 위험을 경고했을 때처럼 상업적

미래주의적 ‘유토피아(u-topia)’, 즉 이 도시의 맥락에 ‘없는

인 특수 효과에 복무하는 물신화된 미술-건축 스펙터클의

장소’의 환상으로 ‘매개된 현실’을 장식한다. 낯선 미래주의

위험을 비판적으로 함축한다. 한편 내부적인 자체 변화가

의 장식 효과. 그것은 기실 지역의 복잡한 역사적 무게를 덜

불가능한 장애나 증후군으로서의 콤플렉스를 뜻하는 3차적

어내고 스펙터클의 거품 효과를 부풀리려는 건축의 물신-

의미도 담겨 있다.

기호적 욕망과 세계적 아이콘을 향한 도시의 문화-경제적

이런 내용으로 서두를 여는 이 책은 총 3부 구성으로 건축에

욕망을 상징하는 빌바오적 환상의 ‘콤플렉스’가 아닌가?

서 미술로 자연스럽게 논의를 이어간다. 1부에서는 팝적인

글 | 조순익(번역가, 자유기고가)

하이테크를 대표하는 리처드 로저스와 노먼 포스터, 렌초 피


ArchitectuReReport, Bimonthly

통권 39호, 2014년 5-6월호, 격월간 2014년 5월 15일 발행, ISSN 1976-7412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호(통권 1호) 발행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 발행소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주소|(121-816)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75, 909호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전화|02-2235-1960 팩스|02-2235-1968 독자지원서비스|070-7715-1960 홈페이지|http://cafe.naver.com/aqlab 네이버 카페명|와이드AR ⓦ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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