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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심원건축학술상 Simwon Architectural Awards for Academic Researcher

ⓢ <심원문화사업회>(이하 사업회)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한 건축가를 통하여 건축의 세계를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된 기업 가가 그와의 인연을 회억하며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하여 만든 후원회입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사업회가 벌이는 첫 번째 후원 사업으로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 분야의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한 신진학자 및 예비 저술가 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습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물 로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논문은 미 발표작으로 간주함)를 응모받아 그 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작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 지원비를 후원합니다.

공모 요강 ⓢ 당선작 | 1편 부상 | 상패 및 상금 500만원과 단행본 출간 및 인세 지급

ⓢ 당선작 발표 | 2011년 5월 15일(건축리포트<와이드>

약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하지 않음)

11년 5-6월호 지면)

ⓢ 제출처 | 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럼

ⓢ 시상식 | 별도 공지 예정

빌딩 1층 간향미디어랩 (100-834)

ⓢ 출판 일정 | 당선작 발표일로부터 1년

~ ~

ⓢ 응모 자격 |

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

내외국인 제한 없음 ⓢ 응모 분야 |

건축역사, 건축이론, 건축미학, 건축비 평 등 건축 인문학 분야에 한함

(겉봉에 ‘제3회 심원건축학술상’ 응모

이내

ⓢ 운영위원회 |

작이라고 명기 바람)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안창모

ⓢ 응모작 접수 일정 |

1차 모집: 2010년 8월 1일-9월 10일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 전봉희

상으로 한 연구에 한함)

2차 모집: 2010년 10월 1일-11월 10일

(서울대학교 교수), 전진삼(건축리포트

ⓢ 사용 언어 | 한국어

ⓢ 추천작 발표 일정 |

~

(단, 외국 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

<와이드> 발행인)

— 1차 추천작 발표 : 2010년 11월 15

ⓢ주  최 | 심원문화사업회

일(건축리포트<와이드> 10년 11-12월

ⓢ 주관 |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

①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

호 지면)

ⓢ기  획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는 원고 분량으로 응모자 자유로 설정)

— 2차 추천작 발표 : 2011년 1월 15일

의 사본(A4 크기 프린트 물로 흑백/칼

(건축리포트<와이드> 11년 1-2월호 지

ⓢ 후원 | (주)엠에스 오토텍

라 모두 가능)을 제본된 상태로 4부 제

면)

ⓢ 문의 | 02-2235-1960

ⓢ 응모작 제출 서류 |

출. 단, 제출본은 겉표지를 새롭게 구성,

ⓢ 추천제 운용 방식 | 1/2차 추천작을 중

제본할 것.

심으로 운영위원회는 소정의 내부 심사

②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절차를 통하여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기

— 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지원함, 그 가

기획서(양식 및 분량 자유) 1부

운데 매년 1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 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

시상함. 최종 당선작 심사에서 탈락한

호, 이메일 주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추천작은 추천일로부터 3년간 추천작

(운영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의 자격이 유지됨

보호를 준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 최종 당선작 결정 |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및 아

간향미디어랩

1/2차 추천작 중 1편을 선정함

by WID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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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O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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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가지의 색깔 있는 건축물 아름다운 건축물의 완성, 삼협건설

신뢰와 성실을 주축으로 21세기를 도약하는 삼협종합건설(주)는 뛰어난 기술력과 신용도, 투명한 도덕성, 특유의 잠재력으로 더욱 성숙된 건설업의 발전을 주도합니다.

삼협종합건설(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770-7 홍성빌딩 4층 Tel : (02)575-9767 | Fax : (02)562-0712 www.samhyub.co.kr

by Samhyub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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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 ONE architects www.101architects.com

by ONE O ONE Architect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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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KMAX Korea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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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gan Architect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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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GI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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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Ex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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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yang PC, inc.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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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SangDong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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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설계 | 안전진단 | 구조물 보수 보강

(주)건우구조엔지니어링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197-5 삼성 IT밸리 802호 T. 02-2028-1803/4 F. 2028-1802

by Kunwoo Structural Engineers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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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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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 건축 40주년을 축하합니다. 성균관대학교 동문건축사회

성균관대학교 건축과는 1970년에 설립되어 벌써 40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키워왔던 성균 건축인의 꿈은 우리나라 도시와 건축을 이루어 왔고, 사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여 세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by SUNG KYUN KWAN University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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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E Architects & Consulting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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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lture Ocean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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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 design grou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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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since 2006 | 네 번째 주제|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2’ | 내 건축의 주제 |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문의 : 02-2231-3370, 02-2235-1960)|<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2’> 는 우리나라의 40-50대 “POWER ARCHITECT”을 초대하여 그 분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 의 주제를 듣고 묻는 시간입니다. ‘젊은 건축가 시리즈’에 이어지는 금번 강의를 통하여 2010년 내 내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주관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주최 : 그림건축, 간향미 디어랩 GML|도서 협찬 : 시공문화사 spacetime, 수류산방 樹流山房|*<땅집사향>의 지난 기록 과 행사 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 AQkorea, 카페 주소 : http://cafe.naver. 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9. ⓦ 11월의 초청 건축가

|김개천 (국민대 교수) |주제 : 알 수 없는 건축

|일시 : 2010년 11월 17일(수) 저녁 7시

50. ⓦ 12월의 초청 건축가

|구영민 (인하대 교수)

|주제 : Atlas of Crack(s)

|일시 : 2010년 12월 15일(수) 저녁 7시

by WID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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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Wes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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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tim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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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가격 인상 예고

▶ <와이드AR> 창간 3주년을 맞는 2011년 1/2월호부터 아래와 같이 본지의 가격을 인상코자합니다. 지난 3년에 걸쳐, 제작 관련한 용지대 등의 인상과 편집 관련한 제반 비용의 상승으로 말미암아 부득이 <와이드AR> 의 가격을 인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 독자님들의 넓으신 양해를 구합니다. 다만 장기간 정기 구독하여 주시는 독자님을 우대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마련합니다. 그나마 <와이드AR> 맹렬 독 자님들께 위안이 되었으면 기쁨이 크겠습니다. <와이드AR> 편집실에서는 이에 더욱 분발하여 보다 좋은 내용, 양질의 잡지로 보답하겠습니다.

[낱권 가격] ▶ 1권 가격: 10,000원(인상 전: 8,000원) [연간 정기 구독료] ▶ 1년 정기 구독료: 55,000원(낱권 가 총액: 60,000원, ↓ 5천 원 할인, 인상 전: 45,000원) ▶ 2년 정기 구독료: 105,000원(낱권 가 총액: 120,000원, ↓ 1만 5천 원 할인, 인상 전: 90,000원) ▶ 3년 정기 구독료: 150,000원(낱권 가 총액: 180,000원, ↓ 3만 원 할인, 인상 전: 135,000원) ▶ 4년 정기 구독료: 190,000원(낱권 가 총액: 240,000원, ↓ 5만 원 할인, 인상 전: 180,000원) ▶ 5년 정기 구독료: 225,000원(낱권 가 총액: 300,000원, ↓ 7만 5천 원 할인, 인상 전: 225,000원) ▶ 단, 2010년 12월 31일(입금 완료일 기준)전까지 2011년 포함 이후 년도 발행 예정분의 <와이드AR>의 신규 또는 연장 구독 시에는 종전과 같은 가격으로 정기 구독을 하실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특별 조치토록 하겠습니다. - 1년 정기 구독료: 45,000원(종전 가격 적용, 2년 이상 구독 신청 경우: <45,000원×구독 연수>로 하시면 됩니다.) [구독료 입금 방법] ▶ 계좌 이체 시 - 입금 계좌: 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 전진삼(간향미디어랩)] ▶ 신용카드 사용 시 - 네이버카페 <AQ korea>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합니다. 많은 이용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WIDE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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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와이드AR>건축비평상 공모 간향미디어랩은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소수(minority), 진정성(authenticity)에 시선을 둔 격월간 건 축리포트<와이드>(이하 <와이드AR>)를 2008년 1/2월호로 창간하여 다가오는 2011년 1/2월호로 창간3주 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에 본지는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 AR>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과 새 활력을 모색코자 합니다. 우리 건축계를 이끌어 갈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 주최 간향미디어랩│☼ 주관 와이드AR│☼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공모 요강 시상 내역

시상식

- 당선작가 1인 선정

2011년 1월 하순(예정)

- 기타(심사 결과에 따라 1인 이상 동시 선정도 가능하며, 당선

접수처

작이 없을 수도 있음)

100-834 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럼빌딩 1층 간향

당선작가 예우

미디어랩

- 상장과 상금(100만원) 수여

기타 문의

-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대표전화│02-2235-1960

-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공식 이메일│widear@naver.com

응모 편수

응모 요령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량으로,

1. 모  든 응모작은 기존 매체(개인 블로그 등 온라인 매체 포함)

A4용지 출력 시 참고 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10매 사

에 발표되지 않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수상

이 분량)

작 발표 이후 동 내용으로 문제 발생 시 수상 취소 사유가 됨

2. 단평론 1편(상기 기준 적용한 15매 내외 분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2매 분량, 이미지 불필요) 응모 자격

2. 주  평론 및 단평론의 내용은 작품, 인물 등 소재 중심뿐 아니 라 건축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시의성 있는 문화 현상을 다 루는 것이라면 모두 가능함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3. 단평론은 주평론과 다른 대상을 다루어야 함

사용 언어

4. 응  모 시 겉봉에 제1회 <와이드>건축비평상 응모작임을

1) 한글 사용 원칙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안에 한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표기할 것 5. 원  고 첫 장에는 글 제목만 적고, 본문과 별도의 마지막 장에 성명,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적을 것

응모 마감일

6. 응모한 원고는 반환하지 않음

2010년 11월 30일(화)(마감일 소인 유효)

7. 원  고는 A4용지에 출력하여 총 3부를 제출할 것.(본문의 폰트

당선작 발표 2011년 1월 초 개별 통보 및 <와이드AR> 2011년 1/2월호 지면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8. 우편 접수만 받음

(주평론 게재 포함) 및 네이버 카페 <AQ Korea> 게시판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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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이 새로 부른 근대 가요 13곡

풍각쟁이 은진

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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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소리부터 아가씨, 중년의 살롱 가수 같은 고혹적인 중·저음까지 가지각색 빛깔의 목소리를 가진 연극 배우 최은진. <다시 찾은 아리랑>이라는 음반으로, 또 <천변풍경 1930> 콘서트로 노래에 다가섰던 그녀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13곡의 만요를 눌러 담아 앨범 <풍각쟁이 은진>을 발매했다. 만요는 ‘오빠는 풍각쟁이’, ‘빈대떡 신사’ 등으로 대표되는 일제 강점기 시절 유행한 풍자와 해학 이 담긴 노래다. 소소한 내용을 가사에 담아 자유롭게 부르던 노래였기에 하나의 장르로 대접받거나 지속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지 만 소소한 민중의 일상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 그녀가 부른 13곡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박향림의 ‘오 빠는 풍각쟁이’를 필두로 작사가 조명암과 작곡가 김해송(본명 김송규)등 1930년대 대표적 음악가의 만요 작품들이다. “핸드빽하 고 파라솔하고 사주마 했지요” 하며 신혼 초 남편에게 앙탈을 부리는 아내를 그린 ‘신접살이 풍경’, “연애냐 졸업장이냐”를 고민하 는 ‘엉터리 대학생’, 활동사진의 외국 배우에게 반한 남편에게 극장에 가지 말라고 바가지를 긁는 ‘활동사진 강짜’ 등 그 시대의 흥미 로운 생활상을 보여 주는 노래들이 있는가 하면, 일제 강압을 반영한 ‘연락선은 떠난다’와 ‘아리랑 낭낭’, 또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 희의 노래로 알려진 우아한 재즈송 ‘이태리의 정원’도 수록되어 있다. 그 중 초연히 옛 기억을 떠올리는 김해송 작곡의 ‘다방의 푸른 꿈’은 전 트랙 중 백미로 블루스 화법의 농밀한 최은진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다. † 최은진은 만요가 가져다 주는 그 시대의 소박함 과 낭만, 해학을 붙잡아 우리를 타임 머신 속으로 안내한다. 이 타임머신에는 우리에게 ‘하찌와 TJ’로 알려진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 찌도 합류했다.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아코디언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하찌의 감각적인 프로듀싱은 최은진의 다채로운 보컬과 만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면서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미묘한 하모니를 이루어냈다. 만요를 처음으로 접하거나 코믹송 정도로 이해 하고 있는 청자들에게는 더욱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by Suryusanbang

by Suryusanbang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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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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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8호, 2010년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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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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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이기옥

28

작품 | 안국빌딩 신관 리노베이션

표4 Mooyoung Architects & Engineers

42

인터뷰 | 이기옥, 김종헌

표3

Iroje

표2 원도시건축

wIde Issue 1

1

제3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요강

51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2

UOS

학교가 죽어가고 있다 | 강권정예

3

Samhyub

인터뷰 | 건축가들은 왜 학교로 갔는가 | 김주연, 김현진, 오영욱, 윤남희, 이소진, 현군출

4

ONE O ONE

프로젝트 | 오영욱, 순천 성남초등학교, 안산 삼일초등학교, 제주 표선초등학교,

5

MakMax Korea

대구 영화학교, 서울 경복여자고등학교, 서울 대청중학교

6

Seegan Architects

7

OGI Design & Development

wIde Issue 2

8

UrbanEx

70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2 | 한옥과 한옥 사이, 정주(定住)를 위한 집과 길

9

Dongyang PC, inc.

좌담 | 정주, 서촌 그리고 도시한옥 | 김광현, 김승회, 송인호, 이상해, 최춘웅

10

UnSangDong

11

Kunwoo Structural Engineers

wIde Issue 3

12

2105

80

한국 여성 건축계의 터닝 포인트 2010 UIFA Seoul

13

SUNG KYUN KWAN University

인터뷰 | 오경은, 박순천

14

VINE Architects & Consulting

15

Culture Ocean

wIde Issue 4

16

KyungAm

85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17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49, 50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2010, 시작에서 끝까지 | 최다은

18

EaWes

19

Spacetime

92

20

wiDe Depth Report

<와이드AR> 구독료 인상 社告

21

제1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이종건의 <COMPASS 15> 토목 공화국의 권력과 공간 정체성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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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yusanbang

94 이용재의 <종횡무진 18> 우암 송시열과 암서재

23

목차

96

함성호의 <소소재잡영기(素昭齋雜詠記) 完 > 괴로움, 그리고 오십 미리 잡초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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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신청서

99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18> 구룡포 이야기

25

판권

102

<POwer ARchitect 파일 09 | 임재용> 바라보기의 양면

26

영문 초록

107

<POwer ARchitect 파일 10 | 안용대> 병원 건축의 다양한 표현

110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18> | 서울국제건축영화제 SIAFF,

Seoul International Architecture Film Festival

112

<WIDE focus 09 | 강권정예> 대한민국 원주민, 하야리아에 다시 정착할 것인가

117

<WIDE focus 10 | 김정은> 주거 단지 설계 공모의 오늘

120

<주택 계획안 100선 17> 구승민의 운중헌(雲 中軒)

125

<와이드 書欌 16 | 안철흥+전진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117

전진삼 발행인의 <WideAN(Architecture Network)*Club 리포트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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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구독 신청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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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레터 | 정귀원

128 와이드 칼럼 | 함께 나누고 싶은 꿈 | 임근배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 로고 글씨 | 김기충 ⓦ 표지 이미지 |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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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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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건축 지식인의 책상에는 <WIDE>가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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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 드> (약칭, <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와이드 레터 |

관심을 두고 발길을 이어주는 것 서로 상반된 의견이 ‘강’을 사이에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수질 개선, 물 부족 해결, 홍수 예방, 일자리 창출 등을 내세워 한강, 금강, 낙동강, 영 산강 등의 줄기에 보를 건설하고 강바닥을 깊게 준설하겠다는 측과, 그 빌 미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조리 있게 밝히면서 국민에 대한 기만과 졸속 공 사, 혈세 낭비 등을 멈추라고 요구하는 측이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다. 작금의 ‘강’ 다툼은 2005년 당시 서울시장이 발표한 경부운하 건설 계획 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대선을 거치면서 호남운하, 새만 금운하, 충청운하가 덧붙여져 북한까지 연결되는 한반도 운하가 그려지 고, 최초 발언자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그에 대한 홍보로 이어졌 다. 하지만 전문가와 지식인, 종교인, 그리고 시민단체가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자 또 이름을 달리하여 2009 년 11월 4대강 살리기라는 사업을 탄생시켰다. ‘강’의 안녕을 바라는 ‘어 떤 사람’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이 지난한 과정을 그저 관조하였다. 반대 입장의 논리에 기대서가 아니라, 적어도 우리 사회는 인간의 이기심을 위 해 자연이 훼손되는 비상식을 논리로 설명해야 하는 사회는 아닐 것이라 는 믿음 때문이다. 아무리 살아가는 동안 자연에 신세를 져야 하는 우리 라지만 누가 봐도 이건 조금 과한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설마 하는 일은 현실이 됐다. 설마가 자연을 잡은 것이다. 눈 깜짝할 새에 건설 공정률은 30%를 넘어 올해 목표인 6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책의 마감을 코 앞에 두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막연함으로 무작정 올라탄 버스는, 목적은 같으나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낙동강으로 안내했다. 그날 우리는 아름답지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지 류 ‘내성천’을 가슴에 담고,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천대에 올라 사진 으로만 보던 준설 현장을 목격했다. “지난주 토요일 설악산 단풍 여행객이 8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것의 1/100, 아니 1000명만 이곳에 왔어도 공사 할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을 텐데….” 말을 잇지 못하시던 지율스님의 모습이 생생하다. 관심을 두고 발길을 이어주는 것, 그곳에 가길 정말 잘한 것 같다. ⓦ 글 | 정귀원(본 지 편집장)

ⓦ 발행편집인단 발행인|전진삼·편집장|정귀원 객원기자|강권정예 발행위원 | 김기중 박유진 박종기 손도문 신창훈 오섬훈 윤창기 황순우 고문 | 곽재환 김정동 임근배 임창복 최동규 자문위원 | 구영민 김병윤 박철수 송인호 윤인석 이일훈 이종건 대외협력위원 | 박민철 이영욱 조용귀 조택연 편집위원 | 김기수 김종헌 김진모 김찬중 김태일 박혜선 송복섭 안명준 유석연 이충기 장윤규 전유창 정수진 조정구 함성호 고정집필위원 | 강병국 김정후 손장원 안철흥 영문번역위원|조경연 ⓦ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그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박상일 포토그래퍼 | 남궁선 진효숙 인쇄제작 코디네이터|김기현 로고 칼리그래퍼|김기충 ⓦ 디자인 | 수류산방(樹流山房, Suryusanbang) 담당 디자인 | 이숙기 최종열 전화 | 02-735-1085, 팩스 | 02-735-1083 ⓦ 서점 유통 관리 대행 | (주)호평BSA 대표 | 심상호, 담당차장 | 정민우 전화 | 02-725-9470~2, 팩스 | 02-725-9473 ⓦ 제작협력사 인쇄|예림인쇄 종이|대립지업사 출력|반도커뮤니케이션스 제본|문종문화사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통권 18호 2010년 11-12월호 2010년 11월 15일 발행 2008년 1월 2일 등록 서울 마-03187호 2008년 1월 15일 창간 낱권 가격 8,000원, 1년 구독료 45,000원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 발행처|(120-796)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200 극동상가 502호 편집1실|(100-834)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럼빌딩 1층 편집2실|(121-816)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6-2  마젤란21 오피스텔 909호 대표전화|02-2235-1960, 02-2235-1968 팩스|02-2231-3373 공식이메일|widear@naver.com 공식URL|http://cafe.naver.com/aqlab 네이버 카페명 | 와이드AR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 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 사, 유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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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Wide Work Ki-Ok Lee and Anguk Building Renovation Ki-Ok Lee's architecture has three key words such as urban environment, tradition and information. He majored in urban planning at graduate school, therefore architecture for him is not an individual existence but an organism having relations with surrounding environments and communicating with them. Especially, he gets the motive from the space concept of Korean traditional architecture and strongly builds those works using 3D process. Information is an essential condition for him because of the fact that he tries to gradually develop his own architecture by means of confirming a formulated hypothesis. He and his colleagues made the specialized internet siteâ&#x20AC;&#x2DC;archidata (www.archidata.co.kr)' for architecture information in order to help small-office designers by providing PMS(Project Management System) and various design information. page027 Issue 1 Making Happy School With Culture(MHSWC) In its 3rd year, MHSWC sponsored by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is the renovation project of antiquated school buildings. Till now there has been criticism that the work of planing and designing school has been done mainly with physical buildings, so the participating architects should find the system that a wide diversity of personalities in relation to the education environment can take part in the project. While school buildings have been constructed very swiftly, cheaply and badly, the standardized image of mass-produced school resulted from customary ordering system and conventional aesthetic has set in. Now we have to become free from restriction under the cloak of equality. page051 Issue 2 Arumjigi Heritage Tomorrow Project 2 The Arumjigi Foundation preserving our beautiful cultural heritages announced the 2nd contest, and the theme was "Between Hanok and Hanok, Houses and Streets for Settlement" for the purpose of a life recovery to reside. As an experiment to accomplish the purpose, a region at Seochon was selected, and creative ideas of applicants are to be competed. They held a discussion meeting as the first incidental event of the contest on November 3. We, <WideAR>, made an arrangement with Arumjigi about a record and public relations of the contest. page070 Issue 4 Ganyang Workshop of Architectural Journalism(GW-AJ) 2010, From the Beginning to the End We, <WideAR>, in last February, recruited college students who want to become architecture magazine reporter or journalist and had held the first term workshop for 9 months. The goals of the workshop can be classified roughly into two. The first goal is to help them understand what the reporter or journalist is, and the second one is to give them an opportunity of introspection through the courtesy education of reporter. After we rated students' performance as a reporter such as the minimum 70% completion of curriculum and contribution to a magazine, we produced the first batch of 4 students with certificate. page085 POwer ARchitect's FILE Theme of My Architecture Jae-Yong Lim (POAR 09). page102 Yong-Dae Ahn (POAR 10). page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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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Edge


와이드 워크 Wide Work

안국빌딩 신관 리노베이션 Anguk Bldg. Renovation

이기옥

이기옥의 건축은 도시, 전통, 정보를 근간으로 한다. 그에게 건축은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도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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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Anguk Bldg. Renovation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유기체이다. 특히 한국 전통 건축의 공간 개념에서 모티브를 얻고 있으며, 3D 프로세스를 통해 그러한 작업들을 보다 확실하고 견고하게 구축해 나간다. 그것은 또한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는 작업에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그가 운영하는 건축 정보 전문 사이트 ‘아키데이타 (http://www.arcidata.co.kr)’는 PMS(Project Management System) 운영과 제반 설계 정보를 공 급함으로써 규모가 작은 사무실의 디자이너가 보다 창조적인 작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와이드AR>은 안국빌딩 신관 리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아직 진화 과정에 있는 이기옥의 작업을 통 해 그가 건축 안에서 꾸준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바를 엿보기로 했다. ⓦ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사진 | 남궁선(건축 사진가)


이기옥 |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 국제설계학교(MIT-SNU)를 수료했다. 현재 (주)필립종합건축 사사무소 대표이며 고려대, 중앙대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도코모모코리아 이사, 건축설계정보(Archidata) 이사, 한국건축가협 회 역사분과 부위원장으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작품 및 연구로 International Urban Ideas Competition For the Sustainable Development Of Gadeokdo (Honorable mention), 구 기무사본관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활용에 대한 타당 성 및 방향성 연구, Buenos Aires 2009 <Vertical Zoo In Front of Pueto Madero> 국제공모전(1등), 아산테크노밸리 주거 단 지 조성 방안 연구, 전통을 담은 신도시 건설 추진 방안 연구 등이 있고, 2003 우덕갤러리 초대작가전 <한국건축 자생전>, 제25 회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전 <석촌동 아이힐>(Best PT상), 제28회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전 <JINO HAUS>(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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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상)에 참가한 바 있다.


안국빌딩 신관 리노베이션 건축 개요 공사명 안국빌딩 신관 증축 리노베이션 | 대지 위치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175-3 | 지역 지구   제2종 일반주거지 역, 역사문화미관지구, 방화지구 도시설계, 주차장 정비, 최고고도지구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 면적 1,145.40m2 | 건축 면적 (기존) 464.18m2 (변 경)636.97m2 | 연면적 (기존) 1,485.67m2 (변경) 2,566.51m2 | 건폐율 (기존) 40.53% (변경) 55.61% | 용적률  (기존) 115.50% (변경) 164.45% | 규 모  (기존) 지하 1층, 지상 3층, 옥탑 1층 (변경) 지하 1층, 지상 4층, 옥탑 1층 |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철골조(주차 타워) | 외부 마감 (기존) 치장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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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THK30 화강석, 노출 콘크리트


수평성을 강조하고 투명성, 개방성이 고려된 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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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길에서 내부로 연결되는 계단. 사람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3층 테라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찾아 낸 오픈스페이스.


보이드 되고 열린 계단실의 측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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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Anguk Bldg. Renovation 33 2층과 3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참에서 바라보는 풍문여고의 고즈넉한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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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공간은 주방을 한가운데 만들고 엣지(edge) 부분을 유리로 모두 오픈(open)시켜 개방성을 극대화했다.

투명하게 처리된 표피들이 안과 밖의 경계 없이 외부와 소통하는 구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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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에 가로 띠를 만들어 종묘의 수평성을 강조하고 입면의 모듈에도 한옥의 정서를 부여하려 했다.

자투리 공간에는 작은 정원을 만들어 버리는 땅이 하나도 없다.

정원의 야경.


모형. 평면 계획에 선행되는 단면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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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초기 단계부터 프로세스에 사용되는 3D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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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건물(좌)과 증축/리노베이션된 건물의 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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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도시설계 전공자

도록 여러모로 배려해 주셨고, 덕분에 현상설계가 연거푸 4개가 될

ⓦ 이기옥 소장님의 작업을 들여다보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김종

정도로 열심히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헌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김 교수님께서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이 소

ⓦ 석사 논문의 주제는 뭔가요?

장님의 작업을 지켜 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두 분이 함께 작업

이기옥 | 주거 단지설계예요. 큰 규모의 마스터플랜이었죠.

출발—희림건축

공간에 안채와 사랑채를 동시에 구현한 건데, 사무실을 겸한 새로

ⓦ 그렇게 공부를 마치고 희림건축에서 실무를 익힌 것으로 알고

운 유형의 아파트였지요.

있습니다. 아틀리에를 선호하셨을 것 같은데, 의외라고 생각했어

ⓦ 오피스텔과는 다른 개념인가요?

요.

김종헌 | 네. “따로 또 같이”랄까. 사무실 공간과 주거 공간이 독

김종헌 | 당시 고대 출신은 설계 사무소, 특히 아틀리에 사무소에

립적으로 존재하는 거였어요. 여담이지만, 이기옥 소장이 한때 ‘김

들어가기가 힘들었어요. 연결되는 고리도 별로 없었고…. 그래도

이건축’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김’은 김종헌이고 ‘이’는 여성 건

이 소장이 희림건축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건축의 가치를 판단하는

축가 이기옥으로, 부부 건축가라 착각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더라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고요.(웃음)

물어보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 두 분은 고려대학교 81학번, 83학번으로 선후배 사이시죠? 학

이기옥 | 일부러 군대를 늦게 갔지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거의 2년

창 시절이 궁금합니다.

가까이 있다가 갔는데, 그 사이에 일건과 간삼 등 4군데의 사무실을

김종헌 | 전통 건축을 공부하는 동아리 ‘선향재’ 멤버였죠. 전시회

탐색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설계 사무소의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도 쫓아 다니고 건물 답사도 가면서 서로 자극을 받기도 했어요. 아,

잘 알게 되었죠. 어떤 조직이든 조직 안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먼저 당시 고대 건축과의 분위기부터 설명해 드려야겠네요. 그때

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희림은 어느 정도 내 의지대로 어

고대 건축과의 설계 수업에서는 프리젠테이션보다 내용이 중시됐

떤 것이든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조직이었어요. 그 당시 희림은 업

어요. 프리젠테이션은 화장발로 치부되기도 했었죠. 패널을 만들

무 부서가 디자인팀(계획실)과 실시설계팀이 완전히 나뉘어져 있었

어 전시하는 것은 별로 권장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요. 들어갈 때는 디자인팀으로 입사를 했는데, 실시설계팀에 자

선향재에서 건축 전시를 열었습니다. 그만큼 선향재 멤버들의 건축

원을 했죠. 실시설계를 차분하게 한 적이 없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설계에 대한 열정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 소장은 ‘단지 및 도시설계’쪽으로 대학원을 진학했지요?

새로운 툴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

이기옥 | 처음부터 도시설계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에요.(웃음)

김종헌 | 그때 저는 현대산업개발 캐드실에 있었어요. 원가절감을

1987년의 일이니까 참 옛날 얘기네요. 그때는 졸업 설계를 트레이

위한 디테일 개발과 표준화 도면을 만들고 있던 터라 희림건축 실

싱지에 그려서 제출해야 했어요. 패널 제출은 엄격하게 제한되었

시설계팀에 자리 잡은 이 소장과는 이야기가 무척 잘 통했죠. 이후

고요. 그런데 건축대전을 준비하다 보니까 졸업 설계 스케줄을 못

계속해서 접촉하면서 이 소장에게 특히 놀라웠던 점은, 새로운 툴

맞추겠더라고요. 트레이싱지와 패널을 따로따로 준비해야 했으니

을 개념적으로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끌어들

까요. 그런 분위기가 별로 내키지 않았고, 양동양 교수께서 독일에

여 실제로 적용하더라는 거예요. 희림건축을 그만두고 불과 얼마

서 오신 지 얼마되지 않아 관심도 생기고 해서 도시 설계 쪽으로 간

되지 않아서 노트북과 빔 프로젝트를 구입하고 프리젠테이션을 하

거예요. 지도교수님이셨던 양동양 교수님이 설계를 맘껏 할 수 있

더라고요.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마치 광고 기획사 프리젠테이션처

김종헌 | 현재 배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며, 배재대 역사박물관 관장이다. 고려대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 위원과 한국건축역사학회 이사를 역임했다. 제1회 꾸밈건축평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주 연구분야는 한국건축사로 양식사, 기술사, 생활사 등의 다양한 관점을 통해 전통과 근대, 현대를 연속성의 개념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미국 M.I.T 대학에서 동서양건축을 비교 연구하였다. 저서로는 『역사(驛舍)의 역사(歷史)』, 『대한민국 등대 100년사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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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헌 | ‘홈 오피스 21’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어요. 주거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er 2010

을 하신 적도 있지요?


럼 말이지요. 대단했어요.

극적으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매스를 위아래로 분절시켜서 마치

이기옥 | 당시는 벡터 파일과 비트맵 파일이 호환이 안 되던 시절

지붕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입면의 모듈에도 한옥의 정서

이지요. 데이터 전환이 안 되는 상황에서 그걸 일일이 깨는 수고를

를 부여하려 했어요. 서울시 한옥위원회의 심의도 받아야 했는데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한옥으로 지을 것도 아니라서…. 아무튼 수평적인 요소

김종헌 | 이처럼 어떤 상황이든 나름의 방식으로 그것을 이해하고,

를 일부러 만들고, 한쪽에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

스스로 풀어서 결국에는 자기 것으로 만드는, 다시 말해 열정으로

도록 계획했습니다.

자신만의 버전을 만드는, 아무튼 끊임없이 노력하는 건축가란 생 각을 했어요.

안국빌딩 신관 리노베이션—길의 개념으로서의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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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Anguk Bldg. Renovation

ⓦ 보이드된 공간에 자리잡은 계단이나 투명하게 처리된 표피들

안국빌딩 신관 리노베이션—개방성

이 안과 밖의 경계 없이 외부와 소통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는 듯

ⓦ 이야기를 바꿔서 오늘 우리가 앉아 있는 이곳, 안국빌딩 신관에

합니다.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눠 볼까요? 원래 있던 건물을 증축한 거지요?

이기옥 | 길이란 개념이 중요했어요. 이전의 다른 프로젝트에서

개략적인 컨셉트를 말씀해 주세요.

도 마찬가지였고요. 저는 길의 개념을 위해 단면을 먼저 설계합니

이기옥 | 아시다시피 이 건물은 안국동 로타리에 위치해 있어요. 이

다. 여기도 그렇고 현재 공사 중인 분당 주택도 그렇고, 단면 계획

지역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사동과 북촌을 이어주는 쉼터로써의

후 평면을 고려하지요. 결국 사람의 흐름인 동선에 관한 건데, 이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게 되었고, 특히 안국빌딩은 북촌과 인사동,

동선을 풀어내는 것이 제 디자인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것

경복궁과 창경궁을 잇는 마디점(nodal point)의 랜드마크가 되었

으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레벨들이 한국성의 정서를 지니고 있기

죠. 이 증축건물은 문화적 컨텐츠를 제공하도록 계획되었고요.

도 하고요. .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동선이 쉬어가는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 물론 이 내부 동선에 대한 고려는 외부에서 시작되는 것이겠죠?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로 보였어요. 또 근처에 많은

이기옥 | 네. 이 건물의 경우도 앞쪽의 횡단보도에서 길이 시작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도 없었고요. 설계를 시작할 때

되지요.

부터 1층 전체가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고 마시고 모임을 할 수 있

ⓦ 규모가 커지거나 더욱 복잡한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건물에서는

는 공간으로 계획되었는데, 주방을 한가운데 만들고 엣지(edge) 부

길의 개념으로서의동선이 훨씬 풍요로워질 수도 있겠네요?

분을 유리로 모두 오픈(open)시켜서 개방성을 극대화했죠. 자투리

이기옥 | 훨씬 재미있을 수 있겠죠. 안국빌딩 신관도 건축주의 요

공간에는 작은 정원을 만들어서 버리는 땅이 하나도 없도록 설계했

구를 조금 더 뺐으면 지금보단 재미있었을 거예요. 예를 들어 2층

고요. 무척 힘들었어요.

의 동선 상에 데크를 둔다든가, 아니면 매스의 분절을 더욱 적극적

ⓦ 왼편의 보이드 된 부분으로 들어가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으로 도입해 본다든가…. 욕심은 있었지만 건축주의 요구를 희생시

느낌이 무척 좋았습니다.

킬 수는 없었지요. 아마도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문

이기옥 | 대부분 이런 건물들은 1층 외엔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해

법은 항상 지속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고요. 저는 설계를 하면,

요. 그래서 계단을 끌어올렸습니다. 옥상 정원까지 그대로 연결하

그것이 단지 그 집만을 위한 설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쉬운 대

면서 각 층에는 오픈 스페이스를 확보했지요. 애초 계획안에는 오

로 문법을 만들어 놓으면, 그 문법이 아주 좋은 기회에 연결될 가능

른편에도 같은 느낌의 보이드 공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유리 벽의

성도 있기 때문이죠.

현관이 되었어요.

지속적인 요소들 안국빌딩 신관 리노베이션—입면

ⓦ 문법을 통해 꾸준히 제안되는 단어들은 무엇인가요?

ⓦ 서울시 한옥위원회의 심의를 받았던데요, 자료를 보니까 종묘

이기옥 | 오픈스페이스, 길(계단), 개방성, 투명성 등이죠. 안국빌

를 비롯해 전통 건축에서 디자인 컨셉트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었

딩 신관에서도 찾아지는 요소들인데, 아마도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

어요.

되기 때문에 건축주가 동의한 거라고 봐요. 설계가 진행되는 동안

이기옥 | 종묘의 수평성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초기안에 비해 적

건축주에겐 점유하고 있는 면적이 주제였을지 모르겠지만, 제겐 그


했어요. 건축주의 요구를 덜어내지 않는 선에서 방법을 찾고 조율

프로세스에 사용되는 3D툴

해 내는 것이 건축가의 가장 큰 일이겠죠. 그런 측면에서 이 건물은

ⓦ 2009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전에서 Best PT(베스트 프리

굉장히 현실적이고 상업적인 건물입니다.

젠테이션) 상을 받으셨고, 또 그 이전에도 PT상을 수상하셨지요.

김종헌 | 저는 이기옥 소장이 현실적인 요구에 의한 지극히 현실적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자기 작업을 확인하고 타인에게 그것을 전달

인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풀어가려고 하는 것, 그리고 해법의 과정

하는 일은 중요하면서도 능력을 요구하는 일일 텐데요, 특별한 비

을 보여 줌으로써 두 번이나 Best PT(베스트 프리젠테이션) 상을

법이라도 있는 건가요?

수상한 것에 주목합니다. 물론 그의 프리젠테이션은 보여 주기 위

이기옥 | 저는 3D툴을 초기 단계부터 프로세스에 사용합니다. 그

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설계 해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

러한 프로세스를 거치면 자연히 결과도 달라지죠. 또 작업의 진화

문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겠죠. 접근 방법이 다르니까 표현도 다

도 가능하고요. 선행 과정이 그 다음의 중요한 결과를 내는 근거가

르게 나오는 것이고, 아마도 거기서 차별성을 얻는 것 같습니다. 그

되고 다른 것으로 전이될 수 있으니까요.

동안 이 소장의 이름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다른 사무실에서 디자인

사실 디지털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의 툴이 돼 버린 지 오래됐어

한 작업이 꽤 되지요.

요. 아직까지도 많은 사무실들이 3D툴을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

이기옥 | 그것 때문에 먹고 살았죠.(웃음)

에서 프리젠테이션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1%도 안 되는 개념을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er 2010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오픈스페이스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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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os Aires 2009 <Vertical Zoo In Front of Pueto Madero> 국제공모전, 1등 수상작.


Wide Work : Anguk Bldg. Renovation 45

쓰고 있는 거예요.

에 3D 데이터를 프린터에 보내 놓으면 아침에 모든 게 나와 있죠.

아무튼 저는 3D를 디자인 과정의 툴로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러다 보니 건축주들은 우리 사무실에 직원이 꽤 많은 줄 알아요.

결과물을 3D 프린터로 만들게 되었어요. 3D를 완벽하게 다루지 못

덕분에 직원들도 계속 같은 일만 반복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체

하면 쓸 수 없는 기계지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BIM도 3D툴 노

과정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어서 좋고요. 원래 3D하던 친구가 직

하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에요. 그러고 보면 어떤 단계든 건너뛰

원으로 있는데 2, 3년마다 하는 일이 달라요. 지금은 3D를 안 합니

지 않고 제대로 거친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오랜

다. 실시설계, 인허가 등을 해 보고 현재는 프로젝트의 마케팅 광

시간과 기다림이 전제되어야 하겠죠.

고를 배우고 있죠.

ⓦ 3D툴이나 기계의 활용이 당연히 작업의 효율에도 영향을 미치

제가 개인 사무소의 문을 연 지는 한 10년여쯤 되는데, 이제야 전체

겠지요?

과정을 한 번씩 겪어 본 거 같아요. 사무실의 운영이라든지 클라이

이기옥 | 기계를 사면서 제가 편안해졌어요. 직원이 철야나 야근

언트와의 관계라든지, 또 현실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해 나가는

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편안한지…. 3D로 원하는 오브제를 만

방법이라든지 등등…. 이젠 조금 편안하게 설계를 할 수 있어요. 어

들면 그것으로 투시도를 뽑고, 또 그걸 그대로 x축으로 자르면 평

느 정도 예측 가능한 부분들이 생겨나서 스케줄도 직접 관리하고,

면도가 되고 y축으로 자르면 단면도가 되고, 바깥에서 카메라로 잡

클라이언트들에게 떠밀려 다니지도 않고요.

으면 투시도가 나오고, 3D 프린트로 보내면 모델이 완성돼요. 밤

김종헌 |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건축가들의 작업을 깊이 들여다보면 의외로 빈틈이 많아요. 어떻

엘리먼트(element)에 의해 형성되는 시스템적인 공간이에요. 저는

게든 결과물은 만들지만 프로세스가 빈약하지요. 작업의 고리들

그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미지로서 느끼는 공간과

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거예요. 한국 건축의 취약점이 아닌가 생

언어로 구성된 공간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각합니다. 게다가 건축의 외연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문학이나 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디지털 툴의 구사에서처럼, 본인이 가지고

악 등 타 분야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

있는 감각과 집요함으로 한국 건축에 대해, 물론 용어까지(웃음),

론 비판적이에요.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다른 분야에 기대는

좀 더 공부해서 더 좋은 건축을 했으면 합니다.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건축가들은 건축을 통해서 승부 를 내야 하겠죠.

진화 과정 상의 형태 있을 것 같습니다.

ⓦ 화제를 다른 것으로 바꿔보겠습니다. 안국빌딩 신관 리노베이

김종헌 | 1970~80년대는 많은 건축가들이 공간만을 이야기했었지

션의 디자인 컨셉트에서도 나타나 있지만, 전통 건축에 대한 관심

요. 덕분에 공간론의 발전은 있었지만 그 밖의 것들, 특히 형태와

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도코모모코리아와 한국건축가

관련된 노력들은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정서나 이미지의 측면에서

협회 역사분과에서 활동하고 계시고, 또 『구 기무사본관의 국립현

형태는 공간과 분리될 수 없는 관계성이 있어요. 자꾸만 이원적으

대미술관 서울관 활용에 대한 타당성 및 방향성 연구』 용역도 하

로 분리시키다 보니까 공간과 형태를 잘 조합시켜 풀어볼 수 있는

셨지요.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북촌의 정서가 한국적인 것

이기옥 | 전통 건축에서 특히 공간 개념은 제게 중요한 키워드입니

은 공간 때문이 아니라 기와나 담, 중첩된 지붕의 느낌이 우리 건축

다. 대학시절 선향재에서 전통 건축 답사를 참 많이 갔었는데, 아무

과 연속성을 지니기 때문일 거예요.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

런 사전 준비 없이 그냥 무작정 가서 보는 걸 좋아했어요. 전통 건

는 모습이 보이는데, 형태와 공간이 서로 녹아 들어가 어떤 연속성

축의 의장적 요소를 왜 알아야 하는지 몰랐을 정도로 언제나 공간

과 이미지를 가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겠죠..

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요. 각기 다른 레벨들, 단차에 의한 위계들,

ⓦ 이기옥 소장님의 작업에서는 형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요?

채와 채 사이의 관계 등이 제대로 보였던 것 같아요. 또 그곳으로

이기옥 | 복잡한 선을 쓴다거나 형태를 왜곡시키는 것에 대해서 체

가는 여정과 그곳에서 보이는 주변 풍경들까지, 아무튼 그때 공간

질적으로 거부 반응이 있어요. 물론 문법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문

이 줬던 느낌들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아요.

법을 놓치지 않고 변형시켜 보는 것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겠지만,

김종헌 | 그 말씀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우선 저는 전통 건축을

역시 비용 문제도 있고…. 기회가 된다면 조금 다른 것을 해 볼 수

이해하려면 용어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말씀 드릴

도 있겠죠. 그러나 여전히 강한 선이 가지고 있는 힘, 그쪽에 대한

게요. 그것은 무조건 용어를 외우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개념과

믿음이나 가설이 강합니다.

배경을 알고, 왜 그렇게 불려졌는지를 알아야 된다는 거죠. 단어를

김종헌 | 저는 이기옥 소장이 조금 더 형태에 적극적이었으면 해요.

모르면 문장을 구사할 수 없는 것처럼, 용어를 모르면 전통 건축의

물론 제가 말씀 드리는 것은 리얼리티가 반영된 형태예요. 전통 건

구축 시스템을 알 도리가 없어요. 그것을 외면한 채 전통 건축을 공

축을 공간으로만 보는 대부분의 시각은 전통 건축의 형태를 당위성

간으로만 해석하고 그것을 근대적 공간으로 끌어들이려고 했기 때

이나 리얼리티가 있는 형태가 아니라 그냥 장식적인 요소로 본 것

문에 한국 건축의 풀이가 요원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죠. 구축의 논리가 그대로 표현된 것인데도 말이지요. 그런 측면

제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한 것은, 이기옥 소장의 공간이 막연한

에서 보면 리얼리티에 기반을 둔 건축가는 굳이 형태와 공간을 구

전통 공간의 차용과 달리 건축가의 감각으로 공간이 만들어지는 로

별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직(logic)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기무사 도면을 보고 그것을 정확

이기옥 | 생각해 보면 설계를 해서 지어진 집이 꽤 많습니다. 비싸

히 분석해서 건물이 어떤 로직으로 만들어졌는지 스토리를 찾아내

지 않게 지은 집들이죠.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공간 실험을 해 왔는

더라고요. 감춰져 있어서 찾기 어려운 논리들을 도면으로 역추적해

데, 이제는 도면을 그리면 머릿속에서 3D가 그려지고 공간감을 느

서 찾아낸 거죠. 그 건물의 가치를 발견해 낸 거와 다르지 않아요.

낄 수가 있어요. 1:1 모형을 만들기도 하면서 그걸 습득하는 데 굉

제가 보기에 이기옥 소장이 전통 건축에서 느끼는 공간은 구조와

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공간 자체로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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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건축 공간의 로직을 안다는 것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er 2010

ⓦ 김 교수님의 말씀을 연장하면, 전통 건축의 형태까지 이어질 수


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진화를 해야 할 때 고, 자연스럽게 형태 이야기를 조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 었어요. ⓦ 최근의 작품에서 그러한 변화를 볼 수 있는 건가요? 이기옥 | 곡선을 잘 쓰지 않는 편인데 현재 공사 중인 판교 주택에 서는 사용을 했어요. 물론 근거 없이 만들어진 선이 아니라 동선의 흐름이나 단면 형태와 연관이 있는 것들이죠. 지금까지 훈련해 온 프로세스나 논리 체계에 근거한 선들, 그것이 그대로 매스화되고 그 매스가 조금은 감각적으로 다듬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나타나는 선들은 아니라는 거죠. 진화 과정이라고 보 시면 될 것 같고요. 앞으로 몇 년 더 지나면 한 번도 해 오지 않았던 것을 보여 줄 수도 있을 거예요. 내공이 더 쌓일 때쯤 제 나이에 비 해 굉장히 감각적인 것들이 나올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웃음) 아무튼 좋은 단어, 좋은 문법을 가지고 만들어진 문장은 그게 살짝 왜곡되더라도 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프로세스와 관계 없고 의미 도 없이 모자이크 된 것들은 어떤 변형을 주더라도 더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예요. 김종헌 | 프로세스, 로직에 대한 고민은 고대 건축과의 학풍과도 연 관시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생들로 하여금 형태보다는 원론적 인 것을 고민하게 했죠. 이 소장이 어려운 여건에도 트렌드를 쫓기 보다 자기 나름의 생각을 풀어 나가고 정리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아 마 그만큼 단련이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기옥 | 그것은 어떻게 보면 진부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진부하다 는 이유로 달라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봐요. 예전에는 대규모 사무소들이 그나마 색깔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

Wide Work : Anguk Bldg. Renovation

금은 어느 사무소건 비슷한 것을 생산해 내는 것 같아요. 아마도 당 선될 건축을 준비하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이러한 과도기는 조 금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리얼리티를 담은 프로세스 김종헌 | 그런데, 설계 프로세스도 리얼리티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 ← 2009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전 Best PT상을 수상한 판교주택(JINO HAUS). 약 1m 정도 높은 6m도로에서 진입하는 주출입 계단을 통해 1개 층만 올라가면 중정을 중심으로 주인 세대와 임대 세대가 나뉜다. 주인 세대는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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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와 3층, 옥상으로 구성되고, 2층 주출입구로 들어서면 중정, 대청, 사랑방 으로 구성되는 별채가 있다. 단면의 자연스러운 동선 흐름이 매스 디자인의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되었고, 노출 콘크리트의 본체에 3개(계단실, 3층 거실, 임대 세대)의 이질적인 매스를 관입시키는 형태를 구성하였다.


전통 개념의 도시 프로젝트

황에 대한 이해와 분석에 기반을 둔 과정이라면 시간도 절약되고

ⓦ 많은 건축가들이 건축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도시 이야

결과물도 현실에 민감한 것이 될 텐데 말이지요. 당연한 이야기라

기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분석,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

고 생각하시겠지만, 어떤 부분은 굉장히 세심하게 다루면서도 또

닌가 해요. 도시설계를 공부하신 것이 프로젝트의 출발부터 다른

어떤 부분은 관습화한 채 대충 넘어가기도 해요. 이기옥 소장은 프

관점을 가지는 데 도움됐을 것 같은데요.

로세스 상에서 그러한 관계들을 풀어 가려고 노력하는 건축가라 평

이기옥 | 건축은 주변으로 영향을 미치는 프로세스를 거치지만, 도

가할 수 있어요. 다만, 리얼리티를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

시는 ‘여기는 이런 걸 거다’ 라고 범인 찾듯이 규정해 나가는 것 같

하겠죠. 너무 현실적인 측면, 다시 말해 건축주에게 꼭 맞는 작업을

아요. 넓은 데서 점점 좁혀 와야 하는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

하다 보면 충분한 감동 혹은 만족감을 이루기 어려울 수 있어요.

면, 그러니까 대충 큰 틀이 잡히면 그때부터는 건축적인 작업이 필

이기옥 | 어쩌면 그러한 욕구를 학생들에게서 찾고 있는지도 모르

요합니다. 분석적인 도시설계와 감각적인 건축 작업을 동시에 이루

겠습니다. 그러한 욕구가 없는 건 아닌데, 역시 현실적인 문제가 커

는 것은 쉽지 않지요. 자칫하면 한쪽으로 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 무리한 내 욕심이 클라이언트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서 한두 가지의 가설을 얻게 되

강박관념이 있어요. 조금 더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 봐야겠

면 그것을 전제로 건축적 사고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것들이 경

죠. 물론 그렇다고 정지해 있겠다는 건 아닙니다.(웃음)

험치로 쌓이고 피드백 되다 보니까 이제는 윤곽에 대한 가설 정도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er 2010

면 도식적이고 일상적인 프로세스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요. 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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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Urban Ideas Competition For the Sustainable Development Of Gadeokdo>, Honorable mention 수상작.


Wide Work : Anguk Bldg. Renovation 49

는 그냥 던지기도 하고요.

은 개념이 적용됐고요.

ⓦ 도시적인 접근으로 맥락을 찾아서 건축과 접목시키는 작업들이

ⓦ 가덕도 프로젝트(International Urban Ideas Competition

아직은 작은 프로젝트에서 실험되고 있지만, 앞으로 진화하신다면

For the Sustainable Development Of Gadeokdo)는 Honor-

좀 더 적극적으로 작품에서 읽혀지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도

able mention 수상작이지요? <Buenos Aires 2009 ‘ Vertical

시설계 프로젝트 역시 꾸준히 하시겠지요.

Zoo In Front of Pueto Madero’ 국제공모전>에서는 1등을 수상

이기옥 | 도시설계 프로젝트에도 일관성을 가지려고 해요. 지난번

하셨고요. 규모가 꽤 큰 프로젝트들이라서 놀랐어요. 작은 사무실

에 전통 개념을 담은 신도시 계획 기법이란 용역을 한 적이 있어요.

에서 하기에는 좀 힘든 프로젝트가 아닌가 해요.

분당 신도시의 블록을 샘플로 정하고, 만약 전통적 개념의 계획 기

이기옥 | 사무소와는 별도로 PA Studio라는 그룹을 운영하고 있어

법이 감안된다면 어떤 프로세스를 거칠 수 있는지, 제안해 보았어

요. PA Studio에 소속된 고려대 학생들과 같이 진행했던 작업들이

요. 개념은 서양 도시의 중심과 우리나라 전통 마을의 중심이 다르

에요. 특히 가덕도 프로젝트는 1, 2, 3등이 모두 대규모 도시설계 사

다는 것에서 출발했죠. 서양에서는 센터(center)지만 우리나라에

무소와 외국 사무소의 콘소시엄으로 이루어진 팀들이었어요. 스케

서는 경계가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건데, 왜냐면 우리 마을의 경계는

일 감이 없으면 어지간한 건축가들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배경이 되는 산의 능선까지 확장되고, 그것을 배경으로 삼은 건물

지 알기 힘들 정도로 큰 규모의 도시설계 프로젝트였지요.

은 경계에 있지만 중심일 수 있다는 거예요. 가덕도 프로젝트도 같


건축설계 정보 사이트 아키데이타

들입니다. 이 세 가지를 추리느라 작년까지는 버리기에 바빴어요.

ⓦ 필립건축의 규모로 보면, 물론 설계 툴이나 기계의 도움을 받기

다 들고 갈 수도 없고, 또 버려야 들고 갈 게 남는 거니까요.

도 하고 현상설계는 PA Studio에서 한다고 치더라도, 디자이너는

김종헌 | 저보다 낫네요. 저는 자꾸만 챙겨지는데….(웃음) 이기

여전히 슈퍼맨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옥 소장과의 교류가 어느덧 20년이 넘었어요. 불만을 토로하는 사

김종헌 | 저는 아키데이타(www.archidata.co.kr, 건축설계 정보)

람은 많지만,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 가는 사람은 드물지요. 이

가 그런 측면에서 발족되었다고 생각해요. 소규모 사무소에서는 디

기옥 소장은 후자에 속하는 건축가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것도 어

자이너가 모든 부분을 마치 수제 가공하듯이 해결해야 하죠. 아키

느 정도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을 보면, 후배지만 존

데이타는 공통되는 작업들을 데이터화된 자료로 제공하고 건축가

경스러워요.

가 디자인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끝으로, 지금 우리 건축계는 소위 작가주의 건축가와 현실적으로

이기옥 |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프로젝트의 실시설계는 아키데이

양만 채우는 건축가로 양극화되어 있어요. 그 중간 단계의 건축

터 시스템을 활용합니다.안국빌딩 신관 증축 설계도 마찬가지였고

가들이 탄탄해지고 많아져야 한국 건축계가 발전할 거라고 생각

요.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것이 매뉴얼화되어 쌓이면 실시설계가 되

합니다.

는 거죠. 적은 인원으로 사무실 유지가 가능한 이유이기도 해요.

인터뷰와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 아키데이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세요. 이기옥 | 우선 소규모 사무실의 PMS(Project Management System) 운영을 돕고 있고, 건축계획 자료와 프로젝트 자료, 상세도, 시방서, 도면 자료, 영상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료들 은 단지 자료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 들이죠. 아직 아키데이타가 제공하는 자료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무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제가 직접 운영을 해 보고 있어요. 어디 가격에 나누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문 디테일을 만들 계획인데, 주 문 생산이니 당연히 가격이 오르겠죠. 그런 주문이 프로젝트 단위 라면 그 자체가 실시설계 프로젝트겠고요. 도면을 치는 개념의 실 시설계가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프로세스에 관여를 하는 거지요. 이처럼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만 남겨 두고 나머지는 주변으로 네 트워킹하는 것이 지금은 필요하다고 봐요. 김종헌 | 우리 건축계에 필요한 것은 그런 서포트 시스템이 아닐까 요? 더 나아가 재료나 생산적인 시스템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측면 까지 확대되어야 할 겁니다. 저는 우리 건축가들의 디자인 역량은 어느 정도 구축되었다고 생각하고, 이제 기반만 만들면 훌륭한 건축 가를 배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건축가가 디자인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특히 건축 단체가 구축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도시, 전통, 정보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er 2010

까지 효율이 높은 건지를 점검하면서…. 지금은 자료들을 아주 싼

기의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두 분께 마지막으로 정리를 부탁 드 립니다. 이기옥 | 도시, 전통, 정보는 앞으로도 여전히 제가 가져가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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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와 전통, 그리고 정보까지,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오늘 이야


와이드 이슈 1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인간의 생애사에서 평균 12년,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곳, 일터라면 정년 퇴임까지 30년의 시간을 보내는 곳, 바로 학교다. 사회화가 시작되고 가치관이 형성되며, 심성을 다지고 심미안을 보고 배우며 기르는 공간 역시 학교이다. 학교 건축의 설계는 주거만큼이나 인간에게 중요해서, 우리는 제대로 된 먹거리만큼, 아이들에게 가짜가 아닌 진짜의 세상과 공간을 이야기해 줘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건축가들은 그만큼 중요한 학교를 제대로 새로 짓는 대신, 학교의 후미지고 후줄근한 공간들을 찾아, 마치 게릴라처럼 바꿔 들어 간다. 그 동안의 학교 건축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은 대부분 물리적인 건축물 위주로만 진행되어 왔다는 지적에 이르러, 교육 환경에 관계된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는다. 빠르게, 싸게, 나쁘게 학교를 짓는 동안 관행화 된 학교 건축의 발주방식, 관습화된 미의식으로 양산된 학교의 모습은 이제 평등이라는 이름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한다. 진행 | 강권정예(본지 객원기자) 사진 및 자료 제공 | 별도 기명 외 해당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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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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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문 화 로 아 름 답 고 행 복 한 학 교 만 들 기

학교가 죽어가고 있다

시간이 멈춘 학교

많은 교육학자들이 학교의 공간 구조를 군대나 감옥에 비유한다. 운동장을 중 심으로 좌우 대칭적인 교사, 일자형 구조, 내부로 들어가면 중앙 코어 옆에는 교 무실이나 행정실이 배치돼 있고, 내부에서 감시를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원리 다. 규모 면에서나 형태 면에서도 일률적이다. 신축되는 학교의 경우 평면이나 배치의 변화가 있지만 비교적 최근의 일들이고, 신축 학교라고 해도 재개발 지 역이나 새로 만들어진 신도시가 아니고서야 흔치 않다. 대개 1960,70년대 부터 표준화 된 건축 설계를 적용해 동일한 학교들을 찍어내 듯 대량으로 지으면서, 학교 건축의 문제들도 반복적으로 양산되었고 학교의 수 명만큼 오래 되어 왔다. 교육 방식이 변화하면서는 교실 내 시청각 설비가 추가 되거나, 창호 시스템이 교체되거나 하는 정도다. 오히려 훨씬 더 노후화되었으 며, 일자형의 복도 공간이나 전형적인 학교 시스템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대 로다. 이런 학교의 모습이 우리가 도시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보는 여느 건물과 는 괴리감 또한 크고, 이 속에서 우리는 의무적으로 12년을 보내야 한다. 교육 현장 일선에 있는 교사나 학교장들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에 대해 현실적인 문제를 얘기한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학교 예산으로는 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질 못한다고 한다. 1년 예산 중에 절반 이상이 인건비, 나머지는 교과 활동 비용으로 사용하고 나면, 바닥이다. 학교 시설을 유지 보수 하는 것은 별도 의 예산이 책정돼 있지 않아, 학교 운영비에서 아껴 써야 하고 교사를 확장할 때 에도 특별 회계를 신청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또 과학실 관련 공사는 과학 교육 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서, 도서실은 도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영역별 로 예산 지원을 받는다. 필요한 부분에 한해 예산을 지원 받기 때문에, 전체적인 학교 내의 환경 개선은 어렵다는 얘기다. 이러한 개선이 많은 학교에서 대부분 교과목실에 치우치고 있고, 그 외의 다양한 여가 학습이나 휴식 공간, 문화적인 공간, 창의력이나 감수성을 자극하는 공간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는 학교를 지역 주민과 교류하는 ‘장’으로, 지역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하길 요구하는데, 학교는 그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들은 새로 지 어지는 학교에는 유예를 두자면,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지어진 학교에서 발생 한다.

프루크루테스의 침대

국공립 학교를 짓는 방식은 현상 설계, BTL, 가격 입찰에 의해 보통 이루어진 다. 현상 설계라는 것도 제출물이 투시도를 없애거나 패널과 보고서가 간소화 되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는 공모의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여전히 부담을 주 는 방식이다. 가격 입찰에 의한 방식이 비리에서 자유롭고 공정성과 투명성은 지켜지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좋은 설계자나 좋은 시공자를 선택한다거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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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1 :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간의 질을 담보하기에는 분명 거리가 있다. 그 또한 입찰 응모만을 전문적으로 대신 하는 브로커들이 이미 등장한 것을 보면, 허울 좋은 명분이 되고 있다. 가격 4천만 원 이상의 설계에서 진행되는 PQ 방식은 재무 상태를 심사해서 참 가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2천만 원 이하, 증개축 설계에서는 여러 학교를 번들 로 묶어 하나의 사업으로 구성해 발주하고 있기도 하다. 수의 계약은 공정하지 못하니,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입찰 최저 금액을 맞추기 위해서라는데, 현실과 맞지 않는 것들일 뿐이다. 공공 건축물에서 일반적인 발주 방식인 턴키와 BTL 방식 역시 모두 건축 설계의 비중이 낮고, 공사비 절감이나 시공사와 설계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결국 보편적이고 무난한 설계안으로 마무리 되기 쉽다. (와 이드 vol.17 포커스 참조) 이러한 현실과 국가 건축 사업의 괴리가 학교에서는 건축의 실제 사용자와 설 계자를 떨어뜨려 놓는 일이 된다. 가격 입찰에 따라 적격자로 선정을 하다 보 니, 설계자의 역량이나 시공의 품질을 보장하기란 어렵다. 만약 학교 화장실 개 선 공사를 한다면, 설계자가 누군지, 시공자가 누군지를 알지 못해도 공사는 이 루어진다. 운이 좋아야 공사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설계자는 실제 사용자의 요구나 문제들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보편적인 설계로 마무리 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정작 지어진다 하더라도 사용이 떨어지거나 다른 용도로 사 용되거나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는 사이에 학교에는 학 생들과 교사들은 사라지고, 더 싸고, 더 빠르게 지어져, 그래서 더 나빠져만 가 는 학교가 남는다.

교육부나 교육청 발주의 학교 건축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학교 공간 개조 프로

문화로 아름답고

젝트가 있다. 올 해 3년 째 계속 되고 있는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

행복한 학교 만들기

기’는 이미 지어진, 그리고 오래 된 학교들의 공간적 문제점들을 점검해 나간다. 초, 중,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이미 2008년 5개 학교, 2009년 10개 학교, 2010년 에는 총 9개 학교가 모습을 바꿨다. 특히 화장실 리노베이션에 비중을 두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도서실, 방과후 교실, 휴식/놀이 공간 등, 다목적 공간의 문화 예술 공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화 공간이란 것 자체가 결과물로, 바뀐 공간에서 문화적이고 예술 활동이 일 어나기도 하지만, 또 하나는 방법과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가 어떤 결과나 목적이라면, ‘문화로 학교 만들기’는 방법 과 과정이 된다. 커뮤니케이션 학에서 흔히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서 문화( 컬티베이션), 즉 건축 설계에서는 사용자와 설계자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설 계 과정을 말한다. 그래서 ‘학교 만들기’의 설계 과정에서 꼭 이루어지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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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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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문 화 로 아 름 답 고 행 복 한 학 교 만 들 기

학생, 교사, 학부모들과 설계자와의 워크숍이다. 그림 그리기, 설문 조사, 브레 인 스토밍, 밀착 인터뷰들이 진행되고, 이를 설계에 반영해 다시 사용자들과 피 드백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당장 그로 인한 변화는 저예산에 비해 눈에 띄게 차이 나는 공간적인 변화들이 고, 학생들의 태도와 교사들의 변화다. 연구서에서는 ‘학교 만들기’에서 공간의 참여도가 높을수록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보고 하고 있다(신나미, 학교 공간 디자인 변화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인식 및 효과에 관한 연구, 문화 체육관광부 연구보고서, 2009). 이러한 변화는 전체 학교에까지 영향력을 미친 다거나 변화를 기대하는 일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겠지만, 적어도 한 학교 내에 서의 영향은 주목할 만하다.

아름다운 공간이

‘깨진 유리창 효과’라는 것이 있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공간에 유리창이 깨

아름다운 사람을, 아름다운 사람이

진 자동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엉망이 되는 것이다. 깨끗한 자동차는 멀쩡하

아름다운 사회를

지만, 깨진 유리창은 더 깨고 싶은 것이다. ‘깨진 유리창’처럼 학교가 공간적으 로, 시각적으로 아이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결국 건축의 변화는 교 육의 개혁과도 관련 깊어 보인다. “장애인들에게도 공간 환경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각 장애인일수 록 음 환경은 더 중요하고, 소리를 대신하는 시각적 자극이 공간에서도 필요합 니다. 환경이 좋아지면 꿈이 커지고, 거꾸로 꿈이 커지기 위해서는 좋은 공간 환 경이 필요한 거라고 봐요. 대개 장애 아동들은 끼리끼리는 잘 어울리지만, 밖에 서 일반인들과는 그러지 못해요. 사회와 섞이는 방법을 어렸을 때부터 계속 시 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고,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시행착오를 겪 는 게 필요한 데 말이죠. 학교가 밝아지고 새로 생긴 ‘문화 자람터’에서 그런 변화들이 일어났어요. 문화 자람터에서 아이들은 밸리 댄스나 합주를 하고, 마 술을 연습합니다. 이제는 페스티벌에도 참가하고 대외 행사에도 초청을 받기도 하죠. 자신을 내보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키워갈 수 있게 된 겁니다(윤필 희 전 대구 영화학교, 현 광명학교 교장).” “학교가 공포 영화의 배경으로 많이 등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학교가 낙후되었 고 뒤쳐져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학교의 시설은 가장 현대화되어야 한다고 생 각해요. 요즘 아파트의 시설들이 얼마나 잘 돼 있나요. 학교가 그것을 따라가 지 못하고 있다면, 학교에서의 교육 효과는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학교에서의 교육이 자연스럽게 앞서 가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도록 해야, 미래 사회 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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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1 :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할 때에나 가정을 꾸리게 될 때에도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공 간 환경에서도 마찬가지이겠죠. 공간의 색감도 그렇고 심미안을 기를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 각해요. 학교 공간이 쾌적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돼야지만, 수업 효과도 그만큼 높거든요. 학교의 환경은 음으로 양으로,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건축 자체가 교육이기 때문에, 학교 건축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죠(신춘희 대청중학교장).” “무엇보다 학교는 학생 중심의 공간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대개 관리 차원에서 설계를 하고, 관리 차원에서 짓고, 관리 차원에서 유지 관리를 하기 때문에 아 이들은 힘들어요. 아이들 입장에서 학교를 만들려면 문이 다 열려야 해요. 그것 은 아이들이 어디나 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학교에서 중요한 부분은 늘 닫 혀 있고, 닫혀 있으니 돌아가야 하는 거죠. 또 교실 창을 위쪽으로 다는 것은 교 실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에요. 누군가 그 안에서 수업을 한다면 분명히 신경이 쓰이는 데도 말입니다. 경복여고의 경우 교무실의 창은 천장에서 보통 사람들 의 허리 아래로까지 내려와요. 지나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자연스럽게 눈이 마 주치기도 하고, 교사와 학생의 시선이 열려 있게 되거든요. 닫아 놓으면 부담이 되고, 그러면 감시가 되는 거죠. 복도에서 뛰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평면이 직선인 것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봐요. 평면이 휘어져 있으면 소음이 그 다지 크지 않거든요. 복도에 게시물을 붙여 아이들에게 읽어야 할 것을 강제할 것이 아니에요. 십 년 전과 아이들의 생활 문화가 달라졌으니, 동선도 달라지고 눈높이에 맞춰서 색깔도 바꿔주고, 학생들의 요구에 맞는 학교 건물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박영철 경복여고 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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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건축가들은 왜 학교로 갔는가 <인터뷰>

문 화 로 아 름 답 고 행 복 한 학 교 만 들 기

계기와 배경

김현진: 제 경우는 2009년에 ‘젊

가 의미를 찾는다면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은 건축가 상’을 수상하면서 이 프로젝트

있는 일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윤남희: 올 해 ‘문화로 아름답고

에 우선적으로 추천 받은 경우인데, 다행

이었죠. 전체적으로 퍼져 나가기는 힘들

행복한 학교 만들기(이하 학교 만들기)’를

히 대구에 학교가 하나 있어서, 바로 시작

겠지만, 적어도 한 학교에서는 가능한 일

신청한 2백여 개 학교 가운데, 서류를 통

하기로 했었어요. 처음에는 청각 장애인

이라고 생각했어요.

해 1차로 선발된 30여 개 학교를 실사 하

학교라고 해서 겁을 많이 먹고 미팅을 갔

문화부에서 요청하셨던 것은 ‘이게 예산

면서 최종적으로 10개 학교로 추리는 작

었어요. 가기 전에 여러 가지 청각 장애에

이 많은 작업도 아니며, 우선은 학생과 학

업을 제가 하게 됐어요. 저를 포함한 네 명

관한 영상물이나 논문 등 여러 가지를 보

부모, 교사들이 모여서 새로운 공간에 대

이 학교를 방문해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고 준비해 갔었죠. 청각 장애인들의 대부

해 워크숍을 해야 하고 그 진행 과정이 결

고, 어떤 이유에서,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분이 학습장애나 지체 장애를 복합적으로

과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실제 비용

싶은지를 인터뷰 했습니다. 올해는 작년

갖고 있었고, 제가 공간을 만든다면 방법

이 투입돼 공간을 바꿀 수 있는 것 보다 건

과 달리 문화 공간과 관련된, 물론 이전의

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축가들이 세 목소리를 들어 취합해 발전

화장실에도 문화적인 내용을 담을 수가 있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자체가 아이들에게

시키는 역할,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주면서

지만, 문화를 통해 공간적인 개선이 필요

는 소리가 있는 곳이고, 아이들이 학교를

취합된 것을 바탕으로 공간을 새롭게 바꾸

한 곳 위주로 대상 학교가 선정되었어요.

떠나면 진공 상태의 세상에 던져지는 것과

어 주는 것을 해주면 좋겠다’ 라는 것이 가

일단은 총 예산이 5억 원이고 학교마다 5

마찬가지인 거죠. 그럼에도 아이들은 엠

장 큰 취지였던 것 같아요.

천만 원씩 지원이 됐어요. 그 정도 예산으

피쓰리로 음악을 듣고 음악에 맞춰 춤도

로 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었어요. 그

춰요. 제가 갖고 있던 편견과 달리 우리 모

러면서도 학습과 관련된 공간은 교육청 관

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할이어서, 제외되었죠.

래서 디자인 컨텐츠 자체도 제가 아름다고

실사를 할 때는 학교에서 준비를 적극적으

멋진 공간을 만든다거나 하는 것보다, 이

로 하신 곳이 많았는데, 미리 디자인을 한

사업 자체가 본질이 뭘까 하는 부분에 고

제게 워크숍을 모두 일임하셨어요. 교장

곳도 있었어요. ‘이렇게 디자인 하고 싶습

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워크숍이 처음이니 잘 모른다,

니다’ 라는 식으로, 3D 모델링까지 준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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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

오영욱: 성남초등학교 측에서는

알아서 진행하라고 하셨죠. 그래서 다른

곳도 있어 오히려 당황스러웠었죠. 그런

오영욱: 서울에서 가장 멀리 있

분들과는 달리,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어

경우 필요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까지

던 순천 성남초등학교가 하나 남아 있었는

떤 대화를 하고, 어떤 공간을 원하는가에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디자인 디렉터가 가

데 제가 제일 마지막으로 참여를 했어요.

더 초점을 맞출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서 남이 해놓은 것을 부정하고 다시 시작

전남과 순천 지역의 건축가를 찾기가 어려

래서 프로젝트 진행 과정이 굉장히 순조로

하긴 어려운 경우도 있었어요. 반대로 별

웠었는데, 새건축사협의회를 통해 소개를

웠던 거 같고, 성남초등학교에서 가장 좋

아이디어가 없지만, 선정된 곳도 있어요.

받고 시작하게 됐고요. 처음에 문화부에

았던 점이기도 해요.

학교에 대한 학교장의 적극성이나 열의가

서 말씀해 주셨던 게 있었는데, 제가 생각

워크숍은 세 차례 정도 진행되었는데, 학

강했던 곳들이 인상적이었고요. 최종적으

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문제들이

생, 교사, 학부모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로 11개 학교가 선발되어 9개 학교가 완성

었어요. ‘물론 돈도 안 될 거고, 일 년 동안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했어요. 공통

이 되었고 2곳은 예산 문제 등으로 보류되

불려 다닐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문화

적으로 나온 의견이라면, 학생들이 제일

었고요. 제 경우는 실사를 해서 학교를 선

부에서 발주한 프로젝트이니 실적으로는

원했던 것은 ‘노는 공간’, 제일 하고 싶고

택하는 우선권이 주어졌어요.

좋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정도였어요. 제

재밌는 것은 ‘노는 것’이었어요. 교사들은

wIde Issue 1 :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을, 학부모들은 회의

완성도를 원하였기 때문에 전문가와 협동

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 의견을 반영하는

하고 모일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원하셨

이 필요했었거든요.

데는 아무래도 소소한 의견들이 반영이 됐

고요.

워크숍은 공식적으로 5회, 그리고 계획안

죠. 낙서할 수 있는 칠판, 발레 봉, 지압

첫 워크숍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성남 초

협의 등 개별적으로 선생님과 면담까지

판, 곡선이었으면 좋겠다, 색상은 밝고 따

등학교를 그려보기로 했는데, 아이들은 옆

포함하면 10차례 이상 진행된 것 같습니

스한 톤이었으면 한다는 식의 의견들이었

사람 것도 보고 베끼기도 해서 그런지 다

다. 학교 측에서는 교육적인 장소를 원하

죠. 제 계획은 재활용 가구를 학생들이 아

들 하나 같이 학교 배치도를 그렸더라구

셨고, 학생들은 놀이 공간, 학부모님과 선

이디어를 내고 제작까지 참여하면 좋겠단

요. 분석을 해본다면 아이들이 놀이가 제

생님은 담화 공간으로, 당연히 문화 공간

생각을 했었는데, 예상보다 그다지 큰 관

일 좋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림에

에서 담아 낼 수 있는 내용이지만, 동시에

심을 이끌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는 늘 운동장이 중심이 돼 있었어요. 놀

전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나 정해진

중요한 것은 학교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수 있는 곳이 운동장 밖에 없어서인지 교

예산 내에서 조율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

있느냐 와 요구를 발굴해 내는 것, 학교의

실을 그린 사람도 없었어요. 두 번째는 사

었습니다. 특히 기존 교실 안에서 풀어야

요구가 강할 때 타협점을 잘 찾는 것이라

이트를 정하는 것과 빈 공간에서 뭘 하고

하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고 봐요. 전문가적 시각으로 봤을 때 다

싶은지, 내가 건축가라면 어떻게 할 것인

른 제안과 타협점을 찾도록 도와 주는 일

지를 그려보라고 했어요. 수영장을 그리

김현진: 학생들과 워크숍은 다

이죠. 그런 점에서 워크숍에서는 좀더 전

기도 하고 덤블링을 넣기도 하고요. 게임

소 제한적으로 진행되었던 것 같아요. 학

략적인 준비가 필요하겠단 생각을 했어요,

방, 만화책 등, 어떤 놀 수 있는 공간의 모

교에서는 대부분 수화로 의사 소통을 하

많은 건축주들과 얘기를 해야 하고, 관심

습을 그렸어요. 반면에 교사들과 학부모

는데, 수화에서 단어 수는 우리가 쓰는 말

과 요구를 끌어내기 위해서요. 학교가 선

들은 다 회의실, 휴게실, 다과 탕비실 같은

의 1/10 정도 밖에 되질 않거든요. 그리고

정되면 내용은 학교와 건축가가 계속 소통

것이었어요. 사이트가 정해지고, 세 번째

학생들이 청력에 도움이 되는 보조 기구도

하면 진행하는 것인데, 워크숍을 잘 해내

워크숍에서는 경사지로 디자인을 발전시

사용하고 말하는 사람의 입 모양을 보고도

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지점

켜 갔어요. 그곳에서 무엇을 했으면 좋을

대화를 하는데, 의사 소통이 완벽하게 되

인 것 같아요.

지 상상해보자 라고 했는데, 의외로 아이

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워크숍에서 재료

들은 구르는 것을 좋아하더라구요.

를 선택하거나 의사를 물을 때, 특히 초등

학생들은 교사가 한 명씩 붙어 설명을 도

기 전까지는 관계자들과 밀착 인터뷰와

현군출: 솔직히 진행 과정은 힘

왔는데도 어려움이 있었어요. 인기 투표

수 차례 회의를 했어요. 저희도 의견을 다

이 들었습니다만, 4월쯤 처음 만나면서는

처럼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을 쓰기도 했

수렴할 수는 없었어요. 프로젝트가 진행

정말 설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첫 워크

는데, 색채 선택이나 최종적인 결정은 제

된 후에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한 것을 워

숍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다 참석해서

가 판단해서 한 부분이 있어요.

크숍을 진행하면서 방향을 잡는 것이라고

문화 카페에 대한 이해 및 사례를 발표하

김주연: 실제 프로젝트 진행하

봐요. 왜냐면 학교는 건축주 대표가 학교 윤남희: 이 프로젝트는 워크숍

장인데, 실제 일반 교사나 학생들은 그 공

했어요. 2차 워크숍부터는 포스트 잇을 활

을 통해, 실제로 사용하는 학생이나 교사,

간에 대한 이해가 없고 어떻게 쓸 줄 모르

용하여 의견을 표현하도록 하고 계획 방향

학부모 등 관계자들과 같이 아이디어를

는데, 또 건축가는 또 자아 실현이 강하다

을 잡아나갔어요. 기초 자료 수집하고, 모

내서 만들어가는 거니까, 아이디어 회의

보니, 괴리가 생기죠. 학생들, 학부모, 교

인 의견들을 기초로 설문지를 만들어 배

가 절대 한 번으로는 안돼요. 최소 세 번,

사와 건축가가 정해진 예산으로 함께 할

포 했어요. 다시 설문지에서 의견을 모아,

저도 다섯 번 정도까지 하게 되더라구요.

수 있는 공간을 결정하고, 그 공간을 어떻

두 가지 안을 만들었고요. 여기서부터 인

고등학교였는데, 다들 입시로 바쁘고 하니

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서로 모여서 워크숍

테리어 공간 디자이너인 강명숙이라는 분

까 관심을 유도하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

하고, 그 공간 자체에 대해서 또 워크숍을

과 같이 작업을 했어요. 내부 공간 디자인

같아요. 성남초등학교의 경우는 워크숍을

하는 거죠. 실제로 공간 선정도 같이 해야

이 예산 계획, 현장 감독 일에 도움이 필요

제대로 진행한 경우가 아닌가 하는데, 제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했고, 특히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최상의

경우는 워크숍이 그다지 성공적이진 않았

삼일초등학교는 버려지는 다목적 공간을

~

~ ~

고, 작업 방향에 대한 개략의 일정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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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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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문 화 로 아 름 답 고 행 복 한 학 교 만 들 기

먼저 공간을 쓸 수 있게 한다는 차원이다

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제반 프로세스

보니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견보다는 학교

가 정말 담겨져 나와야 할 것입니다. 그러

측에서 필요한 공간 쪽으로 갔어요. 결국

고 나면 그 공간이 별로 아름답지 않거나,

교사들이 방과후 수업, 합주, 댄스 활동과

학교에서 원하는 완성된 모습이 아니더라

닥 색을 바꾸는 교육청 공사가 함께 진행

같이 이미 학생들의 수요를 많이 알고 있

도, 결과적으로는 그게 더 ‘학교 만들기’의

이 됐어요. 교육청 공사는 가격 입찰로 선

었고, 방송실이 바로 뒤에 있어 같이 연계

취지에 가장 맞는 것이거든요.

정된 업체가 하도급을 여러 단계에 걸쳐

김현진: 영화학교는 벽체와 바

해서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해졌어요. 디

주다 보니, 열악한 팀들이 들어왔고 교육

자인적 요소는 워크숍 하면서 많이 발전시

청에서도 공사 감독을 나오지는 않았어

켜 나간 편이에요.

제도와 관행

요. 공사 관리 감독이 도면대로 시공되느 냐 아니냐를 관리 감독하는 것이 목적이

현군출: ‘학교 만들기’에서 건축

이소진: 다른 면에서 생각을 해

긴 하지만, 현장에서 그러지 못하는 이유

적인 의미를 찾는다면, ‘관심’과 ‘시작’이

보면, 학교에서 빈번한 2천만 원 정도의

가 항상 있잖아요. 그걸 컨트롤 해주는 것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 표선초

수의계약에 의한 공사는 거의 시트지 공

이 필요한데 제가 그 역할을 하게 된 거죠.

등학교의 경우, 그 흔한 미술학원, 음악학

사라고 생각해요. 시트지는 결국 가짜의

사실은 제가 3천만 원에 공사 전체를 했는

원이 없어, 일주일에 한두 번 외부 교사를

세상에서 아이들을 살게 하는 거에요. 시

데, 수의 계약이 안 되는 금액이었어요. 저

초청해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합니다. 그런

트지도 장식적인 효과는 있지만, 한창 자

도 그렇지만 학교에서도 사유서를 쓰고 여

문화적 혜택이 적은 지역에서는 어른들의

라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환경을 준다는 것

러 군데다 사유서를 제출했어요. 수의계

‘관심’이 필요하며, 문화 카페를 만들어 놓

은 너무 싫은 일이에요. 고가의 목재가 아

약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요. 그래서

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용을 할 것

니더라도 진짜 목재를 사용하고, 돌을 써

공사 감독을 할 권한이 생긴 거죠.

인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화 카페

야지 돌 모양의 시트지를 까는 건 아니라

특히 영화학교는 오래 전에 지어진 학교

를 ‘시작’으로 학교에 일어날 많은 변화가

고 생각해요. 그런 재료도 싼 것도 있거든

였는데, 교실이 텍스 천장인데, 보기에 석

더 기대되는 것이죠.

요. 그걸 찾는 게 중요하겠죠. 아이들이 그

면이 함유된 텍스인 것 같았어요. 학교에

런 식으로 진짜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어

서 제일 시급한 문제는 벽에 칠을 새로 하

오영욱: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이,

요. 그렇게 하려면 예산도 조금 더 여유 있

고 바닥을 새로 까는 것 보다, 석면 천장을

건축가가 계몽적이 될 필요는 없을 것 같

게 잡아서, 디자인도 좋고 재료도 좋은 양

제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봐요. 제가

습니다. 사실 우리가 옳은 것이라고 보장

질의 공간, 그림만 좋은 게 아니고 실제로

공사하는 부분이 교실 3개 정도 크기였는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도 좋은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는 거죠. 보

데, 솔직히 저도 공사 하지 않으면 좋겠더

건축이나 공공 프로젝트, 다중을 위한 프

통 예산을 잡을 때, 평당 얼마로 예산을 책

라구요. 왜냐면 석면 해체 하는 데에만 15

로젝트를 진행할 때 건축가는 아주 쿨 한

정한다면, 그 예산을 책정하는 걸 좀더 신

일 정도 기간이 걸리고, 석면 제거에 정해

디자인을 뽑는 것 보다 타협을 잘 하는

중했으면 하는 거죠.

진 절차가 있었어요. 해체 신고하고 현장

것, 물론 설득을 잘 해 새로운 것을 시도

에서 사람들을 격리해서, 해체 후 텍스를

하는 것만큼 최고의 디자인을 실현하는

윤남희: 그런데 문화부 말고 학

노동부에 넘겨 허가가 나야만 공사가 진행

것도 중요하지만, 타협을 잘 해 이쪽에서

교와 관련된 모든 공사가, 가격 입찰로 진

되는 시스템이었어요. 게다가 해체 비용

도 거부감이 없고 이쪽에서도 싫어하지

행된다는 것은 문제라고 봐요. 어떤 근거,

은 부르는 게 값이에요. 매년 지자체에서

않는,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할

어떤 기준으로 건축가나 공간 디자이너

1-2개 학교씩 석면 텍스 천장을 제거하는

것 같아요. 그게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

를 뽑느냐 하는 거죠. 의지가 있고 수준

일을 하고 있다는데, 보통 한 학교 텍스를

지만요.

이 있는 건축가들이 꽤 있어요. 중요한 것

교체하는 데에 1억 넘게 비용이 든다고 해

은 좋은 양질의 디자이너가 소개되는 시

요. 학교에서는 텍스를 해체하지 않고 아

김주연: 결국 프로세스 상에서

스템이라고 봐요. 그런점에서 ‘학교 만들

무리 공간을 예쁘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제대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기’가 다 훌륭하지는 않겠지만, 가치가

있을까 하는 거죠.

봐요. 공간이라는 것이 예쁘게 아름답게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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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거죠.

wIde Issue 1 :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학교라는 공공 건축물

이소진: 학교는 과거 모습 그대

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이

가 있다고 봐요. 조그마한 것들은 많은 사

전에는 그런 부분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람들의 의식을 바꾸기에는 미약할 수 있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겠죠. 어떻게 하면 학교를 제대로 디자인

로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 것은 스틸

을 해서, 학생들이 창의력을 자극할 수도

현관문 정도인 듯 해요. 학교 건축이나 공

김주연: 그런데 ‘학교 만들기’

있고 행복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게, 입시

공 건축물에 대해 중요성을 느끼는 경우는

에서 문화 예술 공간이라는 것을 단순하

스트레스야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공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의 것이기

게 생각하지 않는가 해요. 오히려 사회 이

적인 추억으로 인해서 조금 도움이 된다

도 하지만 누구의 것도 아닌 것이니까요.

슈화되는 것을 건드려 좀더 강하게 갈 필

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공공 건축물의 질

그것도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현실이라고

요도 있다고 보는데요. 그리고 전문가들

적인 변화가 자기 공간에 대한 자각, 어떻

봐요. 학교는 언제나 이래왔고, 그러다 보

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스폰을 받

게 보면 저마다의 정체성을 찾는 것일 수

니 학교는 이런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

고 참여를 하기 위해서는 매체를 잘 이용

도 있다고 생각해요.

같아요. 한 번도 질문을 던져 보지 않은 거

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차츰 해가 거듭될

죠. 지금부터 학교 내 작은 공간이지만, 다

수록 자리를 잡고 만들어갈 수 있지만, 사

른 공간들이 생기고, 새로 신축되는 것들

회의 참여 의식을 끌어낼 수 있는 동기를

이 사람들을 자극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과제인 것

의식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같아요.

다른 거 보다는, 특히 다양한 공간, 층고 이소진: ‘학교 만들기’의 규모가

가 높을수록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래서 공장의 로프트 분위기에서

조금 확장이 되면 중요한 것들이 가능하지

사무실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해요. 입증

않을까 하는데요. 반면 작은 것에서 ‘더 큰

된 건가 봐요. 아이들 경우도 높이 얘기보

파급 효과’가 있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

다도 자기가 활용하는 공간이 얼마나 좋

다고 봐요. 돈을 많이 들여서 무엇을 하는

냐에 따라서, 특히 학교의 공간은 어린 시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고, 또 당연히 응당

절의 감각이나 감성에 영향을 많이 미친

하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것이죠.

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학교 설계를 하는 사람들 좋은 샘 플 학교들이 몇 개만 있어도 많은 변화들

한 학교 건축 자체가 불가능해 보기기도

적극적인 노력들이 좀 있으면 좋지 않을

해요. 모든 학교는, 사립학교 특별한 법인

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한강 나들목 역

소속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 교육청에 소

시도 하수구와 똑 같은 구조물을 통해서

속되어 일괄 입찰 발주를 통해서 건물이

한강을 진입하면서도 아무도 그것에 대해

지어지기 때문에 학교별로 개성 있는 건

서 ‘이 길은 왜 이런가’에 대해 물어본 적

물을 만들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 같습니

이 없어요. 어느 순간 거기에 질문을 던지

다. 게다가 복도와 교실을 제외하고는, 우

는 사람이 생기고, 또 한강이 좋아지니까

리가 말하는 ‘매개 공간’이 전혀 없죠. 실

거기에 맞게 여기도 좋아져야 하는 얘기가

제로는 학생들이 집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나오고요. 막상 디자인을 해 놓으니까, 우

보내고 최초의 사회적인 공간인데, 사회성

리 동네를 생각하게 되고, 작은 사업들인

을 전혀 기르지 못하는 상태고요. 제 생각

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과

에 우리나라 건축 수준은 아파트와 학교에

비슷한 거 같아요.

맞춰진다고 생각되곤 해요. 늘 그것만 보

학교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그래서 새로

고 자라 왔기 때문에 그게 우리 문화에 많

지어지는 학교에 굉장히 신경을 쓸 필요

~

이 있을 것 같거든요. 사실은 변화를 위한

~ ~

김현진: 사실 우리에게는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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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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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순천 성남초등학교

면적: 125.6㎡ 재료: 구조–목재, 마감 - 자작나무 합판, 카펫, 수성페인트 도장 디자인 디렉터: 오영욱

문 화 로 아 름 답 고 행 복 한 학 교 만 들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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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전라남도 순천시 남정동

wIde Issue 1 :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기존의 빈 교실 2개를 복합 용도의 문화 교실과 학부모 회의실, 상담실 등으로 변경하였다. 어떤 특정한 기능보다는 수업이나 회의도 할 수 있겠고, 나머지는 학교에서 필요한 공간으로 채워가게 된다. 전체 바닥을 들어 올려 동산을 만들 고, 바닥 아래로 구멍을 파서 자유롭게 소그룹이 형성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 다. 타원형의 작은 방은 한 방향의 정렬된 시선에서 다방향으로 시선을 흩뜨리 는 효과를 갖는다. 그리고 하나의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세 기능이 방해 받지 않도록, 가구를 두어 공간을 분리하고, 절반은 가구 사이로 왔다갔다 이동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영욱은 현재 오기사디자인 대표, 디에스빠씨오 건축사사무소 공동 대표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스 페인 ELISAVA 디자인 스쿨 마스터 과정을 마쳤다. 필명 오기사로 친숙한 그는 전시를 비롯한 광고, 출판, 뉴미디어 분야에서 일러스트 작업과 신문,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건축 스케치, 건축 이야기를 연재 중이다.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샘터, 2005), 『오 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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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로 떠나다』(예담, 2006)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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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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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안양 삼일초등학교

위치: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 면적: 128.15㎡ 마감: 도장, 데코타일, 인조잔디 디자인 디렉터: 김선철, 김주연

문 화 로 아 름 답 고 행 복 한 학 교 만 들 기

사용하지 않던 공간을 다목적 소강당으로 바꾸었다. 학부모가 학교에 와서 교 사를 만나거나 상담을 할 때 대기 장소이거나 휴식 공간, 그리고 지역 사회에 개 방 될 수 있는 소강당이다. 방송실이 붙어 있어 앞으로 촬영이나 공연을 할 수도 있게 된다. 디자인은 비정형 라인들이 바닥부터 벽면 아트월, 천정까지 이어지 는 백색의 공간을 연출하고 있고, 포인트 컬러로 그린을 사용하고 있다. 강당의 램프는 단이 아니라 걸터 앉을 수 있을 정도로, 공연을 한다면 관객과 무대에 있 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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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1 :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김선철은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소재 Pratt Institute에서 산업디자인 석사과정 졸업 후 뉴욕, 시카고 등에 위치한 Radius Product Development, Zenith Electronics, Eastman Kodak, Arnell Group, Smart Design, ECCO Design 등의 회사에서 프리랜스, 시니어 디자이 너로 활약하였다. 대표작으로는 미국 텍사스 달라스 공항의 시스템 의자디자인, Knoll의 시카고 전시 부스 디자인, ABC 아이들을 위한 가구 디자인, 뉴욕 소호 소재 Fashion Shop 인테리어 디자인, 뉴져지 소재 Nail Salon 및 한아름 쇼핑 센터 인테리어 디자인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국제캠퍼 스 예술, 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주연은 서울디지털대학교 디지털디자인전공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 뉴욕 NYSID(MFA)를 졸업 후 연세대학교 주거환경학과 이학 박사를 취 득하였다. Steven Kratchman Architect에서 설계실무를 경험했고, 뉴욕 Yves-Claude Design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2004년 인월디자인연구소 를 설립 후 현재까지 단독주택, 아파트, 주상복합빌라, 오피스, 상업공간 등 약 1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대표 프로젝트로는 광장동 현대아 파트, 방배동 롯데캐슬, 서초동 이편한세상, 행당동 한진타운, (주)블루콤 연수원, (주)삼부커뮤닉스, (주)필립스전사 본사 사무실 및 전시장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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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tile Cafe, 전철우 빨강랭면, Sucommabonnie Doota Shop, U:US 의류 매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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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제주 표선초등학교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면적: 85㎡ 마감: 우드핏 타일, 미송 합판, 석고보드, 유성 페인트 디자인 디렉터:현군출

문 화 로 아 름 답 고 행 복 한 학 교 만 들 기

표선 초등학교는 서귀포 시에서 동쪽으로 30km 지점에 위치하며, 설립하지 101년 되는 학교의 역사와 제주의 신화를 재현할 전시 공간과 문화 카페(폭낭 쉼터)를 사용이 없는 빈 교실에다 조성하였다.

현군출은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제주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석사를 마쳤다. 하규다남 건축사사무소를 거쳐 2001년 건축사사무소 아 뜰리에 현을 개소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제주대학교 건축학 전공에서 건축설계를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암현중화기념관(현상설계 당선), 탐라정포제,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현상설계 당선), 함덕해수욕장 종합 관리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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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1 :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대구 영화 학교

위치: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 마감: 자작나무 디자인 디렉터: 김현진

기존의 교실을 방과후 교실 운영과 다목적 용도로 활용 가능한 문화 공간(문화 자람터)과 복도 홀을 변경하였다. 소리를 시각화 하는 공간 컨셉으로 복도 홀 은 기존 창을 제거하고 통창으로 변경, 밝은 빛 환경을 만들어주고, 필담 보드 를 홀의 한 쪽 벽면에 설치하였다. 각 층별로 바닥 색을 다르게 해서 각 층과 공 간을 인지하도록 하고 있다.

김현진은 경북대학교 건축공학과와 프랑스 파리-라 빌레뜨 국립건축대학(UP6)을 졸업하고 1997년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DPLG) 자격을 취득했 다. 쟝 피에르 뷔피 건축사사무소와 (주)동우 E&C에서 실무를 하였다.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 사무국장과 200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공동 마 스터 플래너 등을 맡은 바 있다. 한미 문화예술회관 및 박물관(KOMA) 국제현상설계에 당선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2009년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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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SPLK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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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서울 경복여자고등학교

위치: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면적: 273.94㎡ 마감: 수성 페인트, 강화마루, 양방향 접이식 도어 디자인 디렉터: 윤남희 사진: 남궁선

문 화 로 아 름 답 고 행 복 한 학 교 만 들 기

경복여고는 교과 이동제 시범 학교로, 수업에 따라 교실을 옮겨 다니는 수업 방 식을 택하고 있다. 개인 소지품이나 책은 휘트니스 클럽처럼 락커 룸에 두고, 하루 종일 수업 받을 교실을 찾아 다니는 학생들이 머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교무실로 쓰던 공간에 다 북 카페(도서관)을 마련하였다. 북 카페는 중 정에 면한 벽을 허물고 카페처럼 접이식 문을 달아, 여름에는 양쪽 문을 열어 두 어 바람이 지나도록 한다. 북 카페에서는 책을 읽고 수다를 떨고, 바깥 중정으 로 나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공간 구조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는 방식이 다 양하며, 바닥 높이를 조금씩 다르게 하여 환하게 열려 있는 공간이나 다락방 같 이 아늑한 공간이 모두 공존한다.

윤남희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프랫에서 건축 학사,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 석사를 마쳤다. 2004년부터 아더 디자인을 설립하 여 토탈 디자인 개념의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대표작으로는 한화 리조트 제주, 신서울 역사 갤러리아 콩코스 등이 있고 현재는 서울시 물 관 리국 능동로 실개천 조성사업과 도심형 생활 주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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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서울 대청중학교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면적: 186㎡ 마감: 무절 미송 합판, 온돌 설비+강화마루, 석고보드, 지정색 V.P 마감 디자인 디렉터: 이소진 사진: 남궁선

문 화 로 아 름 답 고 행 복 한 학 교 만 들 기

교실 2개 정도 규모의 다목적실, 창고, 계단실 하부를 북 카페로 변경하였다. 기 존의 대청중학교 도서실은 접근이 가장 어려운 4층 복도 끝에서, 학교의 특수 교실을 재배치 하는 과정에서 교문에서 가장 가까운 1층으로 옮겨 오게 되었다. 북 카페의 구성은 기존 도서실과 동일하고, 1층으로 옮겨 오면서 서측 근린 공 원의 울창한 숲과 동측 학교의 정원과 운동장의 풍경과 면하게 되었다. 철 창살 을 제거하고 낡은 창호를 교체하여, 자연광과 근린 공원의 숲을 최대한 누리도 록 하고 있다. 중정 쪽 창가는 손쉽게 꺼내 볼 수 있는 낮은 책장을 두어 학생들 에게 인기가 많은 책들을 꽂아 놓고, 공원 쪽으로는 나무를 바라보며 공부를 할 수 있는 창가 선반 겸 책상을 두어 책 수납과 열람석의 기능을 가진 창가를 배 치하고 있다. 도서관 내 기둥을 중심으로 달걀형 평상 겸 선반, 탁자를 2세트로 두고, 바닥은 온돌 마루를 깔았다. 재료는 시트지나 플라스틱과 같은 인공적 재 료를 배제하고, 모든 가구의 마감을 무절 미송 합판으로 하여 전반적으로 무채 색 계열의 색채를 사용하고 있다.

이소진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파리의 UPA7에서 건축사 과정을 거쳐 1997년에 프랑스국가공인 건축사로 인정을 받았다. 그 이후 파리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에서의 경력을 기반으로, 스승이었으며 현 프랑스의 대표 건축가/ 도시계획가인 Yves Lion과 지난 13년간 다양한 규모의 건축 및 도시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왔고 2003년 이후 부터는 Yves Lion의 설계파트너로서 활동해왔다. 2007년 이후 한국에서 아뜰리에 리옹 서울(Ateliers Lion Seoul)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국내 대표작으로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인 한강 나들목 신축 및 재정비 프로젝트들과 2009 국토해양부 건축 시범 사업이었던 영주시 삼각지 마스터플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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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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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2 ⓦ

좌 담 / 정 주, 서 촌 그 리 고 도 시 한 옥

와이드 이슈 2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2 <한옥과 한옥 사이, 정주(定住)를 위한 집과 길>

좌담/정주, 서촌 그리고 도시한옥 이 시대 한옥의 가능성을 고민해 보는 두 번째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heritage tomorrow project 2)가 시작됐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가 주관하는 이 공모전은 <이상의 집터에 서 내일의 한옥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지난 해 첫 회를 치렀으며, 천여 명을 상회하는 참가자 수를 기 록하는 등 한옥과 우리 문화에 대한 많은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번 두 번째 프로젝트는 경복궁 서측 지역에 위치한 한옥밀집지역 중 한 곳을 대상지로 선정하여 집 과 길을 새롭게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정주를 위한 하나의 형식과 체계, 또는 하나의 유형이 탐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와이드AR은 이 공모전이 해법보다 탐구를 유도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공모전 과정을 통해 자연 스럽게 습득되는 ‘정주 형식에 대한 질문과 성찰’은 ‘도심형 한옥의 가능성’을 넘어 미래의 우리 주 거, 우리 도시를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2의 시작에서 마지막까지의 과정에 시선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이 기록은 그 첫 번째로 지난 11월 3일 아름지기 안국동 한옥에서 개최된 좌담회의 내용을 녹 취/정리한 것이다. ‘정주, 서촌, 도시한옥’ 이라는 주제로 이상해(운영위원장), 김승회(심사위원), 김 광현, 송인호, 최춘웅 등 다섯 명의 전문가들이 벌인 열띤 논의는 이번 공모전의 주제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였고, 이날 좌담회의 내용은 정리되어 공모전 개요에 반영되었다.(www.arumjigicompetition.org 참조) 더불어 지면 상의 한계로 요약/정리했음을 밝힌다.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자료 제공 | 재단법인 아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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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2 : 좌담/정주, 서촌 그리고 도시한옥


좌담회

#1. 주제의 취지

일시 : 2010. 11. 03. AM 7:00

장소 : 아름지기 안국동 한옥

은 건축가와 학생들이 우리 주거의 바람

이상해: 아름지기 공모전은 젊

직한 방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도록 한옥 을 주제로 해서 작년부터 시작하였다. 작 년에는 한옥 자체에 집중을 둔 공모전을 했다면, 올해는 도시와 좀 더 연관시켜 생 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모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 공모전의 골자는, 한 필지 에 있는 기존 한옥 건물을 바탕으로 해서 그 건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하 나의 설계안을 제안하는 것과, 필지에 있 는 기존 한옥 건물은 무시하고 터와 주변 과의 관계를 해석해서 설계안을 제안하는 것, 두 개 중에서 하나를 응모자가 선택하 여 설계안을 제안하도록 했다. 심사 총 책 임을 맡은 조병수 선생은 개념적인 것보다 실제로 집이 어떻게 지어질 것인가에 대해 응모자들이 관심을 갖고 도면을 그리도록 요구해 보자고 제안했으며, 공모도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사실상 의도한 바 를 만족시키는 안은 적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모자 수나 작품 제출 수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올해는 김승회 선생이 진행 총괄과 심사를 맡게 되었는데, 올해의 공모전 주제는 한 옥 건물 자체보다는 한옥과 주변 집들과 의 관계, 그리고 한옥과 길과의 관계를 생 각해 보자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다 시 말하면, 우리 시대의 도시 정주에 대해 한옥을 바탕으로 해서 생각해 보자는 것 ← (왼쪽부터) 이상해(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김승회(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김광현(서울

이다. 먼저 김승회 선생께 공모전 주제 설

대 건축학과 교수), 송인호(서울시립대 건축

정의 취지에 대한 견해를 밝혀 줄 것을 부

학과 교수), 최춘웅(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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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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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2 ⓦ

좌 담 / 정 주, 서 촌 그 리 고 도 시 한 옥

김승회: 우선, 아름지기가 추구

정황들을 참가자들이 성찰하고, 그 속에서

담회를 마치겠다. 먼저 이 시대를 어떻게

하는 꿈과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잘 맞아

새로운 제안들을 찾기를 바랐다. 그 제안

이해하고, 도시의 정주 형식 또는 도시의

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름지기의 정신인 ‘

의 방법은 기존의 한옥이나 그곳의 패브릭

정주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

아름다운 우리의 것을 잘 지킨다’ 를 돌이

을 존중하는 전통적인 유형학적인 수법이

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

켜 생각하면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

될 수 있겠다. 또한 비록 래디컬하더라도

겠다.

은 물리적인 환경도 있지만 그 속에서의

진정한 성찰 속에서 나온 것이라면 새로운

삶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북촌의 경

주거 형식을 던져도 괜찮을 것이다. 미래

우, 훌륭하게 진화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의 건축가들에게 정답보다는 이 시대의 정

의 지시문은 사람들이 어느 일정한 곳에

그 안에서원래 머물러 살던 삶이 오히려

주 형식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듣고 싶다.

자리 잡고 살아야 한다는, 어떤 의미에서

소외되는 현상도 있고, 앞으로 우리가 새

이와 같은 취지로 서촌의 한옥과 한옥 사

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새롭게 문제

로운 도시의 진화를 생각할 때 거기에 머

이에 있는 몇 개의 터들이 선정되었다. 그

로 제시하고 있다. 아마도 대도시 사람들

물러 있던 삶을 어떻게 유지시키고 발전

속에서 머물러 사는 삶이 포함되는, 도시

은 그렇게 사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 분명

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를 반드시 고려해

의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는 주거+α 공

하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현대의 대

야 한다는 지점에서 이번 과제를 생각하

간에 대한 제안을 기대하고 있다.

도시는 넓고 좁은 의미에서 모두 ‘유목’하

게 되었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지금

며 살아가며, 밥도 거의 밖에서 먹고, 잠

머물러 사는 삶과 새로 이식되는 삶이 가

도 밖에서 자는 경우도 제법 있다는 것이

장 뜨거운 이슈가 되는 서촌-그곳은 재개

#2. 이 시대의 정주 형식 혹은 도시 정주

발계획과 기존 것을 보존하자는 계획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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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김승회 교수가 쓴 과제

다. 수시로 움직이고 수시로 많은 사람들 을 만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어

존하는 곳이다-을 택하여 거기에 있는 한

이상해: 사실상 오늘 좌담회는

느새 도시의 유목민들이 되어 가고 있다.

옥들, 한옥과 한옥 사이에 있는 낡은 집들

이번 공모전 응모자들에게 일종의 지침과

그럼에도 왜 이 과제에서는 정주를 강조

을 대상으로 그 속에서 공간들이 어떻게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김승회 선생의 말

하고 있는가. 물론 정주가 불가능하다든가

진화되고 그 속에 닮긴 삶들이 어떻게 유

씀을 바탕으로 좌담회를 진행하는 것이 좋

의미가 없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단지 왜

지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기로 했다.

을 것 같다. 그것은 크게 다섯 개의 주제로

‘정주’를 ‘회복’해야 되는가에 대한 일차적

그랬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단어는 삶

나눠 볼 수 있겠다. 첫째, 이 시대를 어떻

인 의문이다. 회복이란 잃어버린 것에 대

의 지속성 혹은 연속성이다. 우리는 일상

게 이해할 것인가란 관점에서 정주, 즉 정

한 되찾음인데, 잃어버리게 된 배경과 조

이 지속된다고 하는 믿음 속에서 삶에 뿌

주 형식이나 도시 정주에 대한 기본적인

건을 묻거나 답하지 않은 채 정주를 회복

리를 내리고 마을과 이웃이 관계를 맺을

개념 설정을 위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

하자라고 말하는 것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때 비로소 사회는 형성된다. 그러나 오늘

다. 둘째, 이번 공모전의 대상지인 서촌이

논리의 비약이 따를 수 있다. 왜냐하면 정

날 섬과 같은 집이나 고립된 단지를 목격

가지는 장소적 의미와 도시적 맥락 등에

주하며 머물러 살 수 없는 조건을 가진 도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삶

대한 것이다. 셋째, 지금까지 생각한 것들

시민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촌을 보

의 지속과 연속을 배려하지 못한 채 우리

을 토대로 서촌의 필지를 이번 주제인 '한

더라도 다 자기 집은 아닐 것이고 어딘가

의 도시를 설명하다 보니 결국에는 파편

옥과 한옥 사이'라는 관점에서 우리는 어

로 곧 떠나야 할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

의 미학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단계까

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도시의 필지는 앞

다. 이렇듯 여러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

지 이르렀다.

으로 어떻게 변화해 가는 것이 바람직한

이 모여 군을 형성해서 불협화음을 이루며

그러면서 염두에 둔 또 한 가지는 정주의

것인지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넷째, 앞선

살아가는 방식이 오늘날의 가장 일반적인

회복, 머물러 사는 삶의 회복인데, 그것을

논의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공모자들에게

해일 텐데, 정주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오

위해서는 마을이 지속성을 가지고 진화하

무엇을 기대하는 것이 좋을까를 이야기했

랫동안 붙박이로 살면서 공동체를 형성하

고, 연속성을 가지면서 관계를 맺는 체계

으면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공모전의

고 자손도 만들고 또 그 자손들도 계속 거

를 회복/창조해야 할 거라고 본다. 그러한

주제인 ‘한옥과 한옥 사이, 정주를 위한 집

기서 삶을 유지해야 하는 형식을 뜻하는

점에서 서촌의 대지를 대상으로 하여 그

과 길’로 돌아와서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

것이 아닐까 한다. 이는 오늘날의 도시주

것이 가지고 있는 맥락이나 도시의 여러

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오늘 좌

거를 말하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알게 모

wIde Issue 2 : 좌담/정주, 서촌 그리고 도시한옥


르게 오늘날의 삶의 조건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

악하는 것보다는,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것은 아닐까 싶다. 더구나 ‘오늘’을 어떻게

다.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달리 말하면, 시대

이해할 것인가란 측면에서는 정주를 폭넓

에 따라서 혹은 정주하는 방식에 따라서

게 봐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특

이상해: 영어 단어 ‘Settlement’

다를 수 있는 정주의 정의를, 너무 고정된

히 주제가 한옥과 한옥 사이라 하였다. 그

의 개념과 연관해서 말씀해 주는 것이 중

형식으로만 파악해서 정의하는 것은 무리

렇다면 한옥 자체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요할 것 같다.

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시대에 도시에서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옥의 개념

정주하는 방식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에

은 이미 정주라는 것에 깊이 뿌리박고 있

최춘웅: 방금 ‘도시라는 배경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주 형식

고, 아파트의 삶과 비교했을 때 한옥에 산

정주를 어렵게 만드는상황이 아닐까’ 라

의 회복을 강조하는 것이 마치 과거의 정

다는 것은 한 동네에 뿌리 깊게 살아가는

는 김광현 교수의 말씀은 내가 자주 고민

주 형식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

모습을 더욱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러

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이유들과도 관련

아들여져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이 시대

나 그 주변은 어떤가? 주변에 있는 삶의 모

있는 것 같다. 도시 속에서 정주한다는 것

에 변하고 있는 정주 형식을 새로운 정주

습에는 정주를 불가능하게 하는 요인들도

을 머물러 있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왠지

형식의 대두로 볼 것인가라는 관점에서도

가득 차 있지 않은가? 그래서 도시의 정주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과 연관이 생긴다.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한다. 긴 역사 속에

형식을 말할 때, 이 과제와는 반대 지점에

도시 자체가 유기적이고, 또 대부분 활발

서 사회의 변화는 항상 있었던 것이고 그

있다는 의문이 먼저 든다.

한 도시는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의 반 이

속에서 정주의 개념은 계속 바뀌었다고 볼

상이 다른 데서 와서 거쳐 가는 곳에 가깝

수 있는지, 이야기했으면 한다.

이상해: ‘일정한 곳에 자리 잡고

다. 그래서 도시 속에서 정주한다는 것은

사는 것’이란 관점에서 정주를 지속성/연

잘못 해석할 경우, 그것은 모순적이지 않

속성과 연관시켜 볼 수도 있겠지만, 사람

은가, 도시 속에서 건물과 사람 중 무엇이

깊은 관계를 맺고 사는 삶을 의미한다. 일

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 봤을 때 과연 사

더 지속적일 수 있는가, 실제로 오랫동안

반적으로 농경의 삶은 정주이고, 유목의

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라고 하

거주하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장소란 측

삶은 정주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

는, 자기 존재와 관련된 측면에서도 정주

면에서 잠시 거쳐 가도 자신의 고향 같은

목민들은 원칙 없이 이동하지 않는다. 자

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문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한지, 등을 판

연의 큰 흐름 속에서 계절에 따라 움직인

제는 기본적인 개념에 속하는 부분이니까

단해야 할 것 같다. 도시라는 배경 속에서

다. 이동할지라도 장소와 관계를 맺으며

이 두 가지를 간단하게 짚어 보고 두 번째

사람과 건축의 관계를 깊이 생각해 보는

순회한다면 정주라고 부를 수 있다. 또, 정

주제로 넘어갔으면 한다.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정주의 의미를 시간

주(定住)할 때 ‘주’자는 dwelling의 의미

의 개념보다는 사람과 건축과 도시 사이

지만, 기둥 주(柱)자여도 좋을 듯싶다. 유

김광현: 정주란 일정한 곳에서

에 진정한 생산 활동이 있는지, 따라서 사

목민들의 ‘게르’의 건축 형식은 결과적으

사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정

회적으로 지속성이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

로 땅하고 하늘과의 관계를 표상한다. 바

주냐 이동이냐로 나누어 볼 수 있을 텐데,

고, 따라서 settlement라는 번역에 habitat

라건대 장소와의 깊은 관계가 외연으로 드

우리의 삶도 그렇다. 사실 우리의 하루를

의 의미가 더해졌으면 한다.

러나기를 기대한다.



송인호: 정주라는 것은 장소와

보면 대개 이동을 훨씬 많이 한다. 이런 식 의 구분으로 볼 때 정주는 ‘장소’와 뿌리 깊게 연관을 맺고 있음이 훨씬 강하고, 이

#3. 정주의 개념

이상해: 중요한 이야기다. ‘Set-

tlement’를 제목으로 한 책들 속에는 우리

동은 오히려 움직이게 만드는 ‘도시’라는

가 말하는 이동식 주거를 포함하고 있다. 이상해: 단어 ‘정주’의 정의해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예를 들어 유목민의

흐름의 총 집합체라고 본다면, 도시가 정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

‘게르’처럼, 물리적인 구조물은 한 장소에

주를 하지 못하고 이동을 하게 만드는 요

론 이야기가 길어지면 곤란하겠지만, ‘정

서 다른 장소로 옮겨지므로 이것을 정주

인이기도 하다. 김승회 교수가 더 깊은 뜻

주'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

라고 볼 수 있느냐 반문할지 몰라도, 유목

으로 제안했겠지만,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한데, 이것을 일종의 고정된 것으로만 파

민들에게 게르 자체는 장소가 옮겨지더라

~

~ ~

개념과 관계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도시를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73


이 슈 2 ⓦ

도 공간 사용의 측면에서 한 장소에 정착

문이다. 비록 다양한 삶의 형식들이 있기

하여 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달

때문에 모두를 위한 형식을 다 갖춘다는

리 표현하면 호텔의 방 하나도 투숙객에

#4. 정주의 회복

따라서 그곳을 사용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

좌 담 / 정 주, 서 촌 그 리 고 도 시 한 옥

것은 불가능하지만, 장소와 관계돼서 삶 의 방식을 지켜야 될 것이 있다면 우리는

다. 그것도 곧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연관

이상해: 김승회 교수님이 말씀

그게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볼 때가 되었

되는 것이다. 그런 것까지도 포함해서, 어

하신 ‘정주의 회복’은 ‘삶의 방식의 회복’

다. 우리 스스로가 파편의 미학, 유목민의

디에 중심을 두고 정주를 이야기할 것인가

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는 편이 좋을 것

미학에서 조금 더 나아가 다시 정주의 미

할 때 몇 가지 중심들, 즉 장소나 사람과 같

같다. 의미 있는 삶, 가치 있는 삶, 혹은 아

학을 생각할 시대가 오지 않았나, 그런 생

은 여러 가지들과 상호관계를 지으면서 생

름다운 삶과 같은 삶의 가치를 상실한 채

각이 든다.

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현대인들의 삶은 이어진다. 적어도 건축

김광현 교수께서 정확히 지적하셨는데, 여

하는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부분을 되짚어

기서는 어느 정도 지향성이 있는 정주가

김광현: 정주는 폭이 넓은 개념

볼 필요가 있겠는데, 이것을 정주의 회복

맞는 것 같다. 더군다나 우리가 다루려는

이라서 유목과 분리될 수 있는 말은 결코

과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제안자인 김

곳은 서촌이다. 그러므로 아까 송인호 교

아니라고 본다. 몽골의 게르도 그렇지만,

승회 선생이 정리를 하고 다음 주제로 넘

수께서 정확하게 정의해 주셨듯이 장소와

이동을 하더라도 땅과는 관계가 있는 것이

어가 보자.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형식이 매우 중요

다. 또한 목초가 있는 곳을 따라서 어떤 함

하고, 그것을 위한 물리적 건축 공간에 대

수관계를 가지면서 움직이는 것이지 혼자

김광현: 내 의견은 그것과 반대

멀리 길 잃은 양처럼 그렇게 사는 것은 아

다. 정주의 회복이 삶의 방식의 회복이라

니다. 보이지 않는 커뮤니티 형성이 있다

면 바꾸어야 할 반대쪽의 삶의 방식은 어

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몽골 유목민의

떤 것이라는 뜻일까? 그렇게 된다고 문제

삶도 넓은 의미에서는 정주를 개입한 유목

가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5. 서촌이 가지는 의미

어딘가로 떠난다고 하는 것도 어떻게 보

면 유목이다. 순수한 의미의 정주는 이제

건 잘 한 것 같다. 정주를 어떻게 보느냐

한 이해와 더불어 정주의 개념을 서촌에

대도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주라고

에 따라 설계하는 건축가의 태도가 달라

적용시켜 보자. 서촌을 이야기하기 전에

말하더라도, 그것은 유목을 전제로 한 정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생각거리를 제공

우선 북촌이 참고가 될 수 있겠는데, 송인

주 또는 정주를 전제로 하여 움직이며 사

하고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개인적

호 선생께서 말씀해 주면 좋겠다.

는 유목일 따름이다.

으로 매우 반갑다.

그럼에도 텍스트 자료에는 정주의 회복이

최근 『한국은 난민촌인가』 란 책을 읽었

라고 표현하고 있다. 정주의 회복. 일정한

다. 책에 의하면 우리는 근대화 이후 거

율곡로 위쪽을 북촌으로 한정하고, 이에

곳에 자리 잡은 삶. 또 한옥이란 이미지나

의 난민처럼 살아왔고, 1980년대 서울 시

견주어 소위 경복궁 서측 지역을 서촌이라

또 다른 요구 사항들을 보면, 이번 주제의

민의 경우 한 집에 머무는 평균 시간이 1

고 부르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돈의문 소

정주는 일반적인 의미의 정주보다는 특별

년도 채 안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의문 안쪽까지를 아우르는 지역을 가리키

히 해석된 정주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텍

삶도 점점 달라지고 있는데, 한 공간에 머

는 지명이어서 혼동의 여지가 있으나, 현

스트를 읽는 사람들은 오히려 정주를 폭넓

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무엇

재 서울 도심의 모습에 비추어 보면 적절

은 개념이 아니라 장소나 고정된 곳에 붙

보다도 분명하다. 근래 건축주나 주변 사

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지역을

박이로 어느 정도 살기를 요구하는 개념으

람들에게서 ‘이제 좀 머물러 살고 싶다, 그

가리키는 표현으로 웃대 또는 우대라는 지

로 받아들일 것 같다. 그러나 이 정주는 오

만 난민이 되고 싶다’고 하는 근원적인 욕

명이 있다. 높은 지역, 물길이 발원하는 곳

늘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을 드러내

구를 느낄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제일

이라는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상대적

는 정주가 아니라, 특수한 일정한 계층의

살고 싶은 동네로 부암동이나 서촌 지역

으로 아랫대는 대체로 오간수문에서 광희

주거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을 꼽는다. 정주의 형식들이 남아 있기 때

문 부근의 낮은 지역을 가리킨다. 도성안

한 논의가 우리사회에 있었으면 하는 바 람이 있다.

의 삶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2~3년 후에

74

wIde Issue 2 : 좌담/정주, 서촌 그리고 도시한옥

김승회: 정주를 제목으로 붙인

이상해: 그러면 이제 서촌에 대

송인호: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


의 서북쪽을 웃대, 동남쪽을 아랫대로 이

인가? 그런데 이 동네는 굉장히 좁은 골목

야기하면, 그 이름에서 지형과 성격을 유

이 많고, 집들이 큰 길에 면해서 각각의 통

관된 이야기일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추할 수 있다.

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손가

김승회 선생이 생각한 게 있을 것이다.

우선 서촌을 역사지리적인 공간속에서 인

락처럼 클러스터를 이루며 하나의 길로 들

식해야 한다. 북촌도 그렇지만 서촌이라

어서면 가지처럼 뻗어서 그 길을 공유하기

는 지역은 장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도 하고, 또 소필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

고 있는 삶의 형식을 정주라고 정의하고,

지역이다. 인왕의 능선, 그곳에서 발원한

에 막다른 골목의 묘미랄까, 이런 것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장소는 지

백운동 물길과 같이 지형의 굴곡이 경관

꽤 많이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까 중간에

형 또는 건축 형식, 그리고 그 곳에 담긴

으로 드러나 있는 지역이다. 또 이곳은 인

불쑥불쑥 2층, 3층짜리 다세대 주택들이

이력 또는 기억으로 묘사된다. 우선 서촌

조반정과 병자호란 이후 장동 김씨 문중

들어선 데는 그렇지 않은 필지보다 불협화

의 지세와 도시 조직에 대한 인식이 필요

등 경화사족의 세거지였으며, 겸재 정선,

음 같은 것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또 필

하다. 웃대를 인왕의 능선으로부터 대개

추사 김정희 등 당대 최고의 문예가 꽃피

지를 합필에서 쓰는 경우가 있어서 옛 길

종교다리(현재 종교교회 부근)까지로 한

었던 지역이다. 한편으로 중인들의 삶과

들이 망가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러한 것

정하기도 하는데, 공모전의 대상지는 적

문학이 뿌리내린 지역이기도 하다. 이처

들이 서촌을 형성하는 집들의 특징이라고

어도 그 정도의 맥락 위에서 이해해야 한

럼 서촌은 지형적으로 특별한 곳이며, 동

생각한다.

다. 대상지 자체는 경사가 거의 없을지도

시에 오래된 삶과 문화에 대한 이력을 갖

그런데, 지금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에 도

모르지만, 그 대상지는 서북쪽으로 인왕이

고 있다.

움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장소의

있고 그 아래쪽으로 낮아지는 지형의 구조

형식이라든가 오래 전부터 내려왔던 것들

에 속해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위상을 인

이상해: 송 교수님의 말씀을 다

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가기를 바라는지,

식하는 것으로부터 땅과 관계를 맺는 장소

른 두 개의 관점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소

아니면 변동도 가능한지 그게 전제가 되

만들기가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멀리는

위 ‘웃대’라고 하는 곳에서 살았던 사람

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특징이 그러한

18세기 정선의 장동팔경 그림에서, 가까

들이 일구어 낸 문화를 현대와 연관시켜

그곳에 머물러 살아야 한다면, 적어도 물

이는 옆 골목의 20세기 청전 이상범의 화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웃

리적으로 특징이 유지된 상태에서 만들어

실에 이르기까지 문화 적층과 기억에 대한

대’라는 터가 사람이 살만했기 때문에 사

져야 할 텐데, 그게 정말 가능하고 그런 이

학습과 존중이 필요하다.

람들이 모였을 것이란 관점에서, 살만한

유로 그것을 요구하는 건지 궁금하다. 지

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지금은 또 이것을

금 서촌에 있는 한옥들은 오히려 물리적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으로 불협화음을 이루는 구석이 많다. 지

모자들 나름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있을 것이다. 이 두 관점은 서로 다른 것으

형도 잘 안 맞고, 현대의 앙상블도 이루는

서촌에 관한 인문학 분야의 글도 많고 하

로 봐야 한다. 물론 정주를 결부시켜서 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것들이 오

니까.

야기할 때 어느 쪽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

랜 세월과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변경되

는 건축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를 것

고 수정되고 때 묻은 채 내려왔기 때문에

이다.

눈에 잘 안 띈다는 것일 뿐이다. 나는 건축

이상해: 그것은 건축 형식과 연

송인호: 장소와 깊은 관계를 맺

이상해: 땅을 읽어내는 것은 응

#6. 주어진 필지

가의 세심한 눈으로 계측되고 구성된 단면 김광현: 오늘날의 서촌은 다른

의 감각이 그것을 구제한다고 믿지 않는

지역과 비교했을 때 한옥이 좀 많아서 그

다. ‘과거에 있던 것들은 다 잘 되고 오늘

으로 건축가가 다 짓지는 않을 것이다. 그

렇지 매우 특별한 한옥의 지대라고 보기는

날의 것은 무언가 이질적이고 파괴한다’

랬을 때 마크로(macro)하게 보는 눈을 갖

어렵다. 한옥을 빼고 거기에 다세대 주택

는 전제가 있다면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지

기는 거의 어려울 것이다. 특정한 지식과

같은 것을 짓다 보면 필지의 형식은 다른

고 있다. 과거는 아름다울 가능성은 많지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세밀하게 읽어갈 수

동네와 그렇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만, 과거가 곧 아름다움을 모두 대신하는

있겠지만, 일반해는 아닐 것이다. 역사적

상대적으로 한옥이 많이 남아 있어서 관심

것은 아니다.

으로 가치 있는 일은 존중하고 따라야 한

~

다면서도 실제 생산되는 것들은 그렇지 못

~ ~

을 많이 받지 않나 생각한다. 지나친 표현

김광현: 이곳의 수많은 집을 앞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75


이 슈 2 ⓦ

좌 담 / 정 주, 서 촌 그 리 고 도 시 한 옥

하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에 너무나

땅히 동의한다. 그러나 건축에서 일반해

주를 위한 주택이 도시의 삶을 회복하거나

불편한 제도,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라고 하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모

규정해 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측면에서 공모전에서는 제약을 어느 정도

든 땅은 각각의 형상과 이력을 갖고 있기

좀 완화시켜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몇 가지 유형으로 분

류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일반해는 존재하

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면 그 사람들이 나

이상해: 작년의 공모전은 하나

지 않는다. 아니 일반이라는 것이 존재하

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할까?

의 단위 필지, 하나의 집을 해결하는 것이

지 않아야 나의 정주가 성립된다. 물론 시

었다. 올해는 5개의 필지를 합친 것을 단

대적으로 지역적으로 유형과 작법이 일반

위 대지로 제시함으로써 이 단위 대지에

화될 지라도, 적어도 정주라고 하는 것은

위한 정주란 것, 그것도 중요하겠다.

대한 나름의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

나와 땅의 관계이기 때문에 설계의 일반

은 향후 서촌이 개별 필지 하나에 건물이

해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라

하나씩 들어가는 쪽으로 접근되는 것, 즉

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

지하면서 진화하는 방법을 제안할 수도 있

달리 표현하자면 ‘파편의 미학’에만 관심

문이다. 그리고 여러 공모전들이 역시 이

고, 그것을 엮어서 할 수도 있겠다. 서촌은

을 두고 집을 설계할 수도 있겠는데, 그게

런 담론-역사적인 지층이든 장소의 의미

지구단위계획에서 아파트를 짓게 되어 있

여기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김승회 선

이든-으로 시작하는데, 아름지기 공모전

는데 높이가 10층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

생의 기본적인 주장이다. 그래서 다섯 필

은 조금 더 고집스럽게 갔으면 하는 바람

한 일이다. 또 여기 사는 사람들은 내구연

지를 합친 단위 대지에 집이 어떻게 들어

이 있다. 솔직히 1회 공모전은 개인적으

한이 지난 이 집들을 리노베이션이든 신축

갈 것인가를 요구하면 서촌이라는 보다 큰

로 조금 실망스러웠다. 호응도 높았고 좋

이든 어떻게 해서라도 새롭게 진화시키고

지역이 나중에 어떤 그림으로 나타날 것

은 작품도 있었지만, 굳이 아름지기의 공

싶어 하는 열망이 있다. 아무튼 그것과 관

인가, 하는 것까지도 참가자들이 제시하지

모전이라는 차별성이 없었다. 이에 정주

련한 것은 마지막에 논의해 보자.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다.

라는 개념은 포괄적으로 해석하되 땅과의

이번 주제는 필지의 문제를 응모자들이

관계, 나의 기억, 공간의 조직, 집의 구법

어떻게 생각하느냐, 필지를 그대로 유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보다 경향성을 갖고

하느냐, 골목의 형식 같은 패브릭은 유지

공모전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하되 필지를 통합해서 새로운 주거 형식

김광현: 그 이야기는 이것이 하

나의 모범적인 사례라는 건데, 그렇다면 조금 더 일반해를 가져야 되지 않을까?

이상해: 여기에서 살 사람들을

김승회: 여러 필지를 그대로 유

을 만드느냐, 또 한옥이 사이트에 포함되

김광현: 그렇다고 내가 말한 일

어 있기 때문에 한옥과 어떻게 연관을 맺

이상해: 사실 처음에는 조건이

반해가 표준 주택과 같은 의미의 일반해

느냐,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는 것에 그 취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세 단위 대지를 대

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오늘의 삶이 ‘땅

지가 있다.

상으로 해서 한번 해 보자는 의견도 있었

과 나의 관계’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난

이번 공모전의 목표는 두 가지인 것 같다.

다. 김광현 선생의 말씀과 연관된 이유에

해한 문제가 많기에 던진 말이다. 내가 일

작품 발표를 통해 발언하는 것이 하나이

서다. 그런데 그렇게 할 경우, 응모자들한

반해라고 말한 것은, 지금은 정주하기 하

고, 또 하나는 응모자들에게 공모전을 통

테 너무 어려운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

기 위해 만든 집이라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해 무엇을 고민하게 할 것인가, 이다. 그랬

까 생각했다.

팔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는 의미의 일반

을 때 이 시대의 정주는 무엇인가, 서촌이

해라고 표현하였다. ‘땅과 나의 관계’만으

라는 지역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속에서

송인호: 김광현 선생의 말씀은,

로 주거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는 또 어떻게 생겨야

응모자들이 거시적 시각이나 담론에 함몰

한편 몽골의 주거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

하는가, 하는 고민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되어 대지에서의 구체적인 제안들이 모호

가지 이에 빗대어 말하고 싶다. 목초지에

그리고 이번에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지

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에

얽힌 삶이 몽골의 게르를 만든 것이지, 게

만, 최 선생의 말씀대로 현재 그곳에서 살

대한 경계로 받아들여진다. 시야는 부감

르가 목초지의 삶을 만든 것은 아니다. 마

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유지하면서 살릴 수

하여 보되 실제로 골목과 필지에 대해서

찬가지로 현대의 삶이 유목이나 정주 같은

있는 방법은 없는가 하는 것 또한 주제가

는 구체적으로 천착해야 한다는 것에 마

다양한 주거 형식을 규정하는 것이지, 정

될 수 있을 것 같다.

76

최춘웅: 대상지의 건물에 실제

wIde Issue 2 : 좌담/정주, 서촌 그리고 도시한옥


것은 결국 볼륨을 키우지 말라는 것과 같

게 제한되기 때문에 생각을 가질 수가 없

송인호: 심사의 기준이 선명하

다. 필지를 다 합하는데 볼륨을 높이지는

다. 사실 지금은 많은 고민을 시키고 싶다.

면 좋겠다. 건축가가 이 대지에 실제로 설

말라는 뜻이 아닌가? 그렇다면 현행 법규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필지를 자를 것인지,

계하는 경우라면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현

가 허락하는 용적률 다 지키지 말고 여기

합할 것인지, 그런 고민도 할 것이고, 그

실적 대안이 가능하겠지만, 건축주가 없는

다가 2, 3층 정도로만 넓게 깔고 중간 중간

속에서 여러 가치들의 충돌을 경험할 것

대지에 대해 설계하는 공모전은 문제풀기

에 길도 만들어 준다, 그러면 좋은 작품이

이고, 그것이 또 결과로 나왔을 때 우리도

이다. 공모전은 출제자가 문제를 내는 것

되는 것 아닌가? 따라서 한옥과 한옥 사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기 때문에 출제자는 자신의 생각이나 철

의 문제는 필지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학, 그리고 기대의 범주를 명확하게 하는

고 생각한다.

것이 옳다. 예를 들어 필지의 금은 밟지 마

이상해: 지금 현재 서촌에서 이

루어진 지구단위계획과는 무관하게 북촌

라, 그러나 현행 법규의 문제는 창의적으

로 제안해라, 라고 요구할 수 있다. 또 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심사위원의

지가 작은 게 부정적인 전제조건이 된다

결정이다.

송인호: 나는 그게 좋은 작품이

면, 어느 정도의 규모까지는 필지의 합필

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송인호 교수께 묻고 싶다.

송인호: 북촌의 경우보다는 경

이 필요하다. 필지를 합필한다면 길에 면

김광현: 누군가 개발하여 7, 8층

복궁 서측 지역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참

해서 길게 합필하기 보다는, 안쪽으로 깊

짓는 게 끔찍스러우면 낮추면 되는 것이

고하는 것이 좋다. 건축가들의 지혜를 모

게 합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이

다. 필지 문제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

아서 만든 안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계

태도와 원칙이 분명했으면 한다. 다시 말

다. 그런데 지키려면 정확하게 지키게 하

획이니 그것을 존중했으면 한다.그 계획

하거나와 아름지기 공모전은 조금 더 경향

라는 것이다. 이것은 주제의 문제가 아니

안에 이 지역에 대한 구상과 최대 필지 규

성을 띠었으면 한다. 역사 도시의 골격과

다. 그것은 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관한

모와 같은 지침이 있는데, 이를 토대로 심

흔적을 존중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바

이야기다. 창의적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정

사위원이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

라고, 한옥이라는 건축을 말 그대로 귀하

확하다. 준비해야 할 것은 응모자에게 넘

다. 다만 합필하는 경우에도 기존 도시 조

게 생각하면서 창의적인 제안이 나오기를

기는 식이 될 우려가 있다. 창의적으로 할

직의 스케일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합필하

바라는 것이다. 한옥 사이를 존중하는 태

것을 요구했을 때 나중에 무슨 잣대로 볼

고, 땅에 새겨졌던 금들을 창의적으로 해

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고, 한옥으로부

것인가?

석하는 아이디어면 좋겠다.

터의 유추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원칙의 명시가 필요하다.

이상해: 그래서 자의적으로 하

는 것보다 일종의 지침이 필요할 것 같다.

#7.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축 볼륨을 제안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겠

다. 그럴 경우에 세 번째 이야기인 필지

개 끼워 넣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보고 싶

언급을 해 줘야 할 것이다. 참가자가 어느

(단위 대지) 문제와 연관이 된다. 도시의

은 것은 참가자들이 어떻게 필지를 유지

쪽으로 접근을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일 것

전체적인 이미지 혹은 주변 환경의 이미지

할 건가, 필지를 어떻게 합할 건가, 거기

이다. 그러면 다음 주제로 넘어 가겠다. 참

를 깨지 않으려면 단위 대지 하나의 크기

서 한옥이랑 어떻게 연결시킬 건가, 골목

가자들한테 과연 어떤 것을 기대할 것인가

는 어느 정도가 바람직할 것인가, 라는 것

들은 어떻게 관계 를 맺는가 등등이다. 그

에 대한 이야기다.

도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그것은 어떻게

것은 일종의 호기심이다. 그 속에 참가자

해야 하는지, 응모자가 제안하게 하는 건

들의 가치가 들어갈 것이고, 그것이 제출

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자.

되면 우리는 논의를 하게 될 것이다. 결국

면 좋겠다,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구경꾼

공모전을 통해 생각들을 나누고 그 속에

들만 있지 사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

김광현: 필지의 금은 밟지 마라,

서 공명을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틀

다. 서촌이 지키고 싶은 동네라면 정말 사

그러나 두 개 정도는 합필할 수 있겠다, 그

을 만들어 놓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지나치

람들이 살 수 있는 곳인지 궁금하다. 또 환

김승회: 대상 필지에 한옥을 몇

이상해: 주요 단어에 대한 것은

최춘웅: 북촌처럼 되지 않았으

~ ~

~

이상해: 서촌 지역에 적정한 건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77


이 슈 2 ⓦ

좌 담 / 정 주, 서 촌 그 리 고 도 시 한 옥

경적으로 아름답게 만든다는 게 결국 누구

때문이었다. 또 그 앞의 높은 건물과 비교

특히 주변의 가로망 형식이라든지, 서촌이

를 위한 건지도 궁금해진다. 앞으로 어떤

될 수도 있는데, 부정적으로 개발되는 방

가지고 있는 어번 패브릭(Urban fabric)

모습으로 마을이 꾸며질지 보다는 여기 어

식 앞에 대안적인 것들이 강조되었으면 하

과의 관계도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

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가 중요

는 바람이 있다. 정주의 형식이라고 하는

말씀씩 해 주고, 정리를 할까 한다.

하고, 그렇기 때문에 물리적인 부분이 제

것은 이 속에서의 삶이 유지되어야 하는

약 되지 않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다.

것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개발의 형식

을 제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도 접근할 수 있는 해를 구해

송인호: 10년 동안 북촌에서 진

있는 것 같다. 지가가 점점 비싸지고, 이곳

주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 하는 뜻에서

행된 사업의 성과는 한옥이 허물어지는 것

의 사람들은 엄청나게 변화되길 원하는데

말한 것이다. 장소는 건축가가 잘 한다고

을 막고, 한옥이 이 시대에도 경쟁력 있는

바꾸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그 시점을 기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건축물=건축가

건축 형식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

다리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진화

는 아니다. 특히 도시에 대하여 말할 때 우

다. 그러나 껍데기만 한옥 아닌가, 상업용

의 형식을 제안하는 것은 필요한 것 같고,

리는 주의해야 한다. 그 속에서 사는 사람

한옥만 조장하고 있다, 살림집이 아니라

거꾸로 지구단위계획에서는 필지를 묶어

들이 만들어 가고, 때가 묻으면 대체로 익

잠깐 머물다 가는 별장한옥 아닌가, 등의

아파트가 계획되어 있지만, 우리가 새로운

숙한 도시가 되어 간다. 장소는 물리적인

지적은 서촌이 북촌처럼 되어서는 안 되는

제안을 이 안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위치나 크기 등을 정해 주는 것도 필요하

세 가지 이유일 것이다. 첫째 지적은 구법

를 테면 이곳에는 3층 이상은 아니더라, 3

지만, 그보다 사는 사람들이 만드는 흔적

과 외관의 진정성에 관한 내용으로, 건축

층 이하로 가자, 또 여기서는 필지를 합하

과 예상치 못한 풍경이 더 큰 의미를 갖는

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이고 지혜로운 건

면 안 되겠다, 등의 이야기들이 응모자들

다고 본다. 다시 말해 장소는 시간이 지나

축 지침을 마련하면서 풀어갈 문제이다.

의 제안을 통해서 거꾸로 제시될 수 있을

가면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되고, 기억을

둘째와 셋째는 지역 공동체의 문제인데 결

것이다. 아무튼 서촌의 진화 형식은 고민

남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또 사람들이 기억

국에는 지가의 문제이다. 도시 주거 공동

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을 만들어 가는 쪽으로 진행을 해도 무난

김광현: 앞서 언급한 일반해는

하지 않을까, 한다. 오해가 없는 의미의 일

체를 유지하기 위한 공공의 배려와 함께, 건축가가 적정한 한옥 유형을 개발함으로

이상해: 지금 말씀은 결국 응모

반해라고 한다면 그것을 만들어 가라고 제

써 그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자들에게 기대하는 것과 관련되는 건데,

안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한편 내

공모전의 대지도 아마 비싼 땅일 것이다.

그러면 향후 서촌 지역의 진화를 전제로

가 말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밀도의 문제이

응모자들이 그 문제까지 해결하기를 기대

해서 제안하는 공모안과, 건축 자체의 해

므로 밀도를 어떻게 낮추느냐, 대지 경계

하는지 모르겠으나, 사업 타당성과 전체

결이 좋은 안, 어느 쪽에 더 심사의 무게를

선으로부터 얼마를 떼느냐, 일 텐데 그것

용적, 필지 개발 규모와 건물 종류, 프로그

둘 것인지도 중요할 것이다.

은 일단 근접하여 붙어 주기만 해도 일단 은 성공일 것 같다. 그 다음에 그것을 합필

램과 정주 방식 등 현실적으로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주민 구성이 바뀌

김승회: 실제로 땅이 좁기 때문

해서 큰 덩어리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에 그것이 서로 구별되기는 어려울 것 같

용납 못한다고 규제만 가능하다면 해결될

의 상황까지 고려하다 보면 그 결과는 참

다.

문제가 아니겠는가? 지금 현행 법규는 개

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자칫 현실적인 태

발과 성장을 위한 법규이다. 오로지 집 한

도가 공모전의 목적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

채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군

할 수도 있다.

#8. 한옥과 한옥 사이

(group)과 도시를 위한 규정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법규에 관한 간단한

이상해: 이야기를 정리하고 매

논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유는 서촌 마을의 길 중에서 넓은 길이고,

듭짓는 차원에서 ‘한옥과 한옥 사이’라는

출제자가 법규를 만들어 줘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프라이빗한 스케일의 골목과

제목을 짚고 넘어가겠다. 이것은 단위 대

그리고 ‘한옥의 정신’ 같은 큰 얘기는 하지

같이 엮어져 있어서 단면을 끊으면 아주

지 내에서 그 대지 안에 있는 필지들 간의

말았으면 한다. 그것을 잘 모르고 짓더라

넓은 길에서 은밀한 곳까지 겪을 수 있기

관계가 될 수도 있고, 대상 대지와 주변,

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또 다른 형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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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회: 이 땅을 선택하게 된 이

wIde Issue 2 : 좌담/정주, 서촌 그리고 도시한옥


로 남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한국 사람들

가 주어질 때는 현실의 문제가 더해졌으면

식을 통해서 새롭게 고민되어야 하는 것

이 사는 집이고, 그들이 만들어 가는 집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은 아닌지, 라고 지적했던 최춘웅 선생의

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사용자 스스로가

오늘 대화에서 빠진 것이 있는 것 같다. ‘한

말씀도 매우 중요하다. 그것들을 모두 상

만들어 간다고 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옥과 한옥 사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군을

기하면서 최종적인 지침을 다시 정리하겠

이 좋겠다. 그것은 군집을 이루어 내는 데

이루는 문제이다. 한옥은 군을 이루어 잘

다. ⓦ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한 집에 대한 이야

어울렸을 때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가 아니라 지역 전체로까지 연관되는 것

군을 이루고 있는 개별 한옥들의 질적인

*이날 좌담회의 내용은 ‘설계의 관점’으로

이니까, 그런 군집의 문제를 풀어 나갈 수

편차는 묵인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한

정리되어 공모전 개요에 반영되었다.

있으면 좋겠다.

옥이 가지고 있는 형태는 다양한 변주가

www.arumjigicompetition.org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

송인호: 나는 이번 공모전 지침

옥이 군을 이뤘을 때 가질 수 있는 재료

에 단면에 주목할 것이라는 조건을 명시했

나 형태의 모습은 어디까지가 한옥의 영

으면 한다. 미세한 지형과 레벨 변화가 기

향권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관

록된 단면, 공간 조직과 건축 구법이 드러

점에서 ‘한옥과 한옥 사이’에 대한 구법이

나는 단면을 통해 설계하기를 기대한다.

나 재료의 이야기는 있었지만, 군을 이뤘

그리고 우리가 잘 알거니와 청전 한옥으

을 때의 한옥에 대한 이야기는 빠진 게 아

로 가는 골목과 청전 한옥 가운데 있는 안

닌가 싶다.

마당은 짝을 이룬다. 공간의 윤곽도 다르 고, 하늘의 높이도 다르다. 참가자들이 채

김승회: 공모전을 처음 시작할

워진 부분, 즉 건물의 단면은 물론, 도시

때, 이 시대의 정주라는 것은 무엇일까에

안에서 비워진 부분들의 단면에 대해서도

대한 성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

깊이 생각하며 창의적으로 대안을 제시하

다. 여기서의 정주는, 장소와 깊은 관계를

기를 기대한다.

맺고 있는 삶의 형식을 생각해 보는 관점 에서 정주라는 정의가 있지만, 그것이 어

최춘웅: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

떤 것이냐에 대해서는 열려 있다. 열려 있

도 지금 현재의 상황은 유지될 것 같다.

는 정주의 정의는 참가자들이 내렸으면 좋

현실적으로 터를 닦는다는 마음으로 복원,

겠고, 정주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프로

보존, 끼워 넣기라는 세 가지를 결정하는

젝트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

것은 건축하는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생각

이 안 된 상태에서는 진정한 해답을 구할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마음껏 살 수 있는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무대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지를 제안

그리고 오늘, 기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

하면 될 것 같다.

지만 그 속에서 기억을 만들어 나가는 것 도 중요하다는 김광현 선생의 말씀이 와

은 게 있다. 이 말은 심사위원의 취지에 어

의 흔적이라든가, 집과 집이 이어지고 도

긋나고 공모전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

시로 이어지면서 형성되는 단면, 그것이

만, 생각은 해 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우

생성하는 빈 곳들, 마당과 골목이 만드는

선, ‘현재 살고 있는 도시의 삶’을 전제해

것들, 그런 것들이 탐구의 중요한 주제가

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정주를 위

될 것 같다. 진정한 정주가 무엇인지, 이

한 집보다는 오늘날의 정주를 어떻게 생각

속에서 사는 사람의 삶이라는 게 과연 물

하는가가 더 먼저라는 것이다. 다음 과제

리적 형식에서만 가능한 것인지, 삶의 방

~

닿았다. 또 송인호 선생의 말씀 중에 필지

~ ~

김광현: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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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3 : 한국 여성 건축계의 터닝 포인트, 2010 UIFA Seoul [지난 10월 4일부터 8일까지 서울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2010 세계여성건축가 서울대회’는 분명 주목할 만 한 행사였다. 1963년 프랑스 건축가 솔랑주(Solange d’Herbez de la Tour)에 의해 창립된 세계여성건축가협회 (UIFA, L‘Union Internationale des Femmes Architectes, The International Union of Women Architect)가 주관하며, 1963년 제1회 프랑스 파리 대회를 시작으로 3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는 이 대회는 녹색 환경을 주제 로 한 ‘본 대회’와 3박 4일간 진행된 ‘대회 후 투어’로 진행이 됐다. 이번 대회를 위해 솔랑주 UIFA 회장을 비롯, 루이스 콕스 UIA 회장과 각국의 여성 건축가들이 서울을 방문했고, 대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성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내내 훈훈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여성 건축가들의 자발적 참여나 건축 매체의 호응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여성 건축 인력들이 한국여성건축가협회(KIFA, 이하 여건협) 의 존재와 활동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 이 또한 별스러운 현상은 아 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여성 건축가들은 ‘여성적’ 혹은 ‘여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학교에서 남성과 큰 차별 없이 건축을 공부한 후 사회에 나와 같은 일을 하며 같은 꿈을 꾸는 여성 건축가 들에게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성의 구분이 외 연화되어 오히려 잠재되어 있던 차별이 드러날 수 있다는 피해 의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 차이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성적 불평등은 건축 전문 사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며, 윗자리 로 옮겨 갈수록, 혹은 경력을 쌓아 갈수록 여성 건축가들이 온몸으로 체감하게 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도 이 미 일반화된 인식이다. 반면, 1990년대 중반까지 100명 중 10명 꼴이었던 건축학과의 여학생 수는 빠르게 증가하 고 있다. 또한 건축 설계 사무소 등으로 진출하는 여성의 비율도 예전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를 나타낸다. 이 번 UIFA 서울 대회를 무탈하게 이끌어 낸 한국여성건축가협회의 오경은 회장(피아건축 소장)은 이러한 양적인 증가가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는 보다 나은 환경으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끌어낼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만큼 여건협의 파워와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을 터, 국제 행사를 치르고 또 다음을 준비하는 오 회장과 박순천 사 업운영위원회 이사(나우동인 전무 이사)를 <와이드AR>의 두 여성이 만났다.] 진행 | 강권정예(본지 객원기자)+정귀원(본지 편집장) ‘세계여성건축가연맹’ 서울 대회 유치까지 Ⓦ 오경은 Ⓦ 올해 서울 대회가 16차 UIFA 대회였어요. 2007년 루마니 아 부카레스트 대회에서 서울 대회가 결정되었죠. 한국은 제6회 파리 대회 이후로 꾸준히 참석했는데, 이쯤에서 우리가 한번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그 때 여건협 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있었습니다. UIA 대회 같 은 경우는 유치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고, 사전 준비나 작업이 굉장하거든요. 문화부에서 지원을 받고, 당시 KIFA 회장이었던 배시화 선생이 애를 많이 쓰셨어요. 서울 총회는 이전 집행부에서부터 준비가 있었는데, 협회 내 UIFA 소위원회를 중심으로 행사의 큰 틀과 주제인 ‘Green Environment’를 정하고, 세 가지 소주제인 ‘Green’, ‘친환경 주거’ 그리고 ‘여성 친화 도시와 도시 재생’을 어떤 방식으로 풀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었어요. 사실 여건협은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고, 다른 협회에 비해 회원수도 많진 않아요. 이런 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부문별 이사들의 역할이 컸다고 봐요. 다른 협회와는 달리 우리는 이사들이 집행을 하고 사무국에서 이를 지원하 는 구조예요. 교수, 건축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기술사 등 구성원도 다양해서 각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작지만 소소하게 일을 꾸준하게 해 온 것이 20년여 된 지금 중요한 결실을 맺는 것 같습니다. Ⓦ 박순천 Ⓦ 유치 가 좀더 원활했던 것은, 2002년 월드컵 대회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가 유럽에서 많이 알려져 있었고, 어떤 문화 적인 접점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해요. UIFA 대회는 한 해는 유럽, 한 해는 비유럽 국가에서 개최되는데, 이번 비 유럽 국가 중에서 한국이 유력했고 유치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니 더 원활하게 된 것도 같아요. Ⓦ 오경은 Ⓦ 러시 아, 중국에서도 유치를 하고 싶어 했어요. 이번 대회 유치를 위해 숨은 노력들이 많아요. 미국이나 유럽 쪽은 개 인 차원에서 참석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한국은 협회 차원에서 참가를 계속 해 왔고, 그 밖의 교류와 적극적인 홍 보도 있었어요. 지난 대회 때는 세 명이 참가했는데, 행사장을 떠나지 않고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여건협의 존 재를 알렸어요. 배시화 회장님도 개인적 차원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셨고요. 이번 대회 때에는 몽 골 여성건축가협회에서 다음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걸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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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3 : 한국 여성 건축계의 터닝 포인트, 2010 UIFA Seoul


이슈 3 : 한국 여성 건축계의 터닝 포인트, 2010 UIFA Seoul

↑오경은 회장(한국여성건축가협회장, 피아건축 소장)

← 박순천 이사(한국여성건축가협회 사업운영위원회 이사, 나우동인 전무이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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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3 : 한국 여성 건축계의 터닝 포인트, 2010 UIFA Seoul 실질적인 성과 그리고 과제 Ⓦ 오경은 Ⓦ 특히 작품 전시에서 우리가 진행한 국제적인 프로젝트들 보여 주면서, 건축가들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요. 또 전체 주제와 연계성을 갖도록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들 도 준비했고요. 외국의 건축가들을 초청해서 한국의 여성건축가들뿐만 아니라, 건축인들, 건설인들까지도 어느 정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그간 여건협 내에서 해 오던 여러 활동들을 국제적 인 교류나 다른 나라와 연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루이스 콕스(Louis COX) UIA 회장이 참석하면서 이 대회가 주목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은데, 그 분도 여성이에요. 대회를 치르면서 UIA와 다른 단체의 가교 역할을 어느 정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하는 일 Ⓦ 오경은 Ⓦ 지금 여건협은 규모에 비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요. 봄과 가을에 는 분야별로 개최하는 세미나가 있고, 정기적인 국내 답사와 이슈가 되는 건축물이나 주거 답사를 가요. 그 외에 도 세미나, 심포지엄, 연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린이나 친환경과 같은 주제가 있고, 특히 보육 시설 은 15년여 동안 연구하고 있는 주제예요. 그리고 노인 복지와 주거는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연구 프로젝트인데, 관 련 시설들을 중점적으로 답사하기도 합니다. 주거는 건축가나 건설사와 연계해서 얘기를 듣기도 하지요. 그리고 여성이 전문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데, 보육과 노인이라는 주제는 많이 부닥치는 부분이잖아요. 이 실질적인 문 제는 사회적인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다각도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성 건축 단체, 그 존재의 이유 Ⓦ 오경은 Ⓦ 시작은 ‘여성들의 문제’였어요. 사회 활동을 하려니 육아나 노인 문 제가 많이 걸리고, 여성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인식한 거죠. 하지만 이 부분들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 니라 사회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지만 전문직 여성들은 남성들과 똑같은 역할을 해서 인 정을 받는 것이 더 우선이죠. 내가 여성인데 나를 봐달라, 하는 식의 입장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전에 이신옥, 지순 선생님 같은 분들이 활동하실 때, 저 역시 여성 단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이었죠. 그럼에도 단체가 여 전히 존재해 있으니까 어느 시점에 와서는 같은 여성 건축가들을 만나게 되고 또 이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지더라 고요. Ⓦ 박순천 Ⓦ 저도 처음에는 왜 여건협을 따로 만들어 활동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럴 때는 양성 평등이 이루어지면 자연히 없어질 조직이라고 응수하죠. 요즘 건축계에 여성 인력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학생들도 여학생 비율이 거의 50%에 달하고 있어요. 하지만 양성 평등은 아직 요원한 것 같아요. 건축 사회가 겉 보기에는 남녀 평등해 보이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여전히 불평등한 구조가 존재해요. 그런 측면에서 여성 들의 건축 단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을 결집해서 하다못해 여학생들의 취업이나, 여성 건축인 각자가 자 기 자리에서 사회 활동을 제대로 다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할 거예요. 한편으로는 보육이나 가사 등과 같은 문제를 정책적인 관점에서 반영시켜야 할 필요도 있겠고요. 물론 하루 아침에 개선되거나 변화시킬 수는 없겠죠. 꾸준하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더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번 UIFA 대회의 성과는 회장 님이 말씀하신 것, 그 이상입니다. 사실 다른 건축 단체나 협회들도 많은데 KIFA가 국제 대회를 유치했다는 것은 주목받을 만한 일이에요. 이번 대회를 통해 KIFA의 입장이나 성격, 역할에 대한 인지 폭이 훨씬 더 넓어지고, 여 성 건축가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제고된다면, 우리의 활동이나 제안들이 더욱 설득력을 갖지 않겠냐 하는 거죠. 사회 속에서 여성 혹은 건축 사회 속에서 여성 건축가 Ⓦ 오경은 Ⓦ 여건협은 올해로 28년(1982년 창립)되었어요. 회원 수는 3백여 명 정도지만 일하는 여성건축인들은 점점 늘어가는 추세죠, 아마. Ⓦ 박순천 Ⓦ 한동안 건축 설 계 사무소의 여학생 취업률이 높기도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상급자가 될수록 여성의 비율이 낮아진다는 거예요. 여성은 설계 조직 내에서 뿌리 역할을 못 해내더라는 판단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여직원을 뽑는 것에 그다지 긍 정적이지 않은 편이죠. 생각해 보면 제일 큰 원인이 출산, 육아가 아닐까 해요.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 요. 단적으로 보면 7, 8년 차가 되면 가장 많은 일을 소화해야 하는 시기인데, 여성은 배제되는 경우가 있어요. 특 히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이 하는 턴키의 경우, 본인 의지는 강하더라도 임신한 여자는 절대 사절이거든요. 결국 그 여성은 자신의 능력을 60-70%밖에 표출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편으론 안타깝죠. 육아와 가사가 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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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3 : 한국 여성 건축계의 터닝 포인트, 2010 UIFA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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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3 : 한국 여성 건축계의 터닝 포인트, 2010 UIFA Seoul 히 중요한 일이라는 인식은 같이 하지만, 그저 사회적인 인식일 뿐인 거죠. 내 팀을 구성하는 테두리 내에서는 그 걸로 인해 지장을 받거나 손실이 생기는 것은 감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상사가 남자냐, 여자냐 하는 문제를 떠 나 공통적인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기서 살아남은 여성들 대부분의 성향을 보면 ‘아이나 집안 일에는 나 몰라라’가 아니면 누군가가 대신해 주는 정도인데, 그것 또한 좋은 현상은 아니에요. 아니면 ‘독종’이라는 소릴 들어야 하죠. 웃기는 구조지만 현실이에요. 결국 사회 생활의 출발에서 두터웠던 여성 건축인의 층은 육아와 가사의 무게 때문 에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점점 얇아질 수밖에 는 거겠죠. Ⓦ 오경은 Ⓦ 지금은 여학생들이 많아져서 학교 내에서도 서로 경쟁을 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뽑히고, 또 발전을 하고 있지요. 그 중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이 걸러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숫자가 많아야 할 것 같아요. 우리 때처럼 오십 명, 백 명에 여학생이 하나 둘 있어서 는 향상되지 않아요. 숫자로 확대되면 밀려 올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 중에 또 뛰어난 사람이 나와서 조직 안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 양적 변화가 언젠가는 질적인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을 거라 믿어 요. Ⓦ 박순천 Ⓦ 한 가지 더 얘기한다면, 영업이나 대인 관계의 측면에서 아무래도 여자들은 네트워크의 폭이 좀 좁아요. 동창들 간에 적극적이고 끈끈한 관계를 갖고 있지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조직에서 점점 비중도가 약해지 는 거죠. 아무튼 저는 이런 현재의 문제점들이 문제가 아닌 차이로 인정되는 것이 양성 평등이라고 봐요. 그 차이 자체가 극복될 수는 없겠죠. 서로가 다른 특질이기 때문인데, 그 특질을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으로 인정해야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인정의 단계를 밟아갈 때 협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의 비중과, 그것의 올바른 인지를 조금 더 선 도해 나갈 수 있는 방안들이 있다고 봅니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 Ⓦ 오경은 Ⓦ 새로운 계획을 통해 변화를 주는 것보다는 여태까지 해 오던 것을 충실히 하고, 그 가운데 세대가 바뀌면서 변화되는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부분적으로 회원들이 젊은 층으로 바뀌면서 요구되는 사항들이 있을 거에요. 젊은 여성 건축가들의 얘기를 반영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우리의 역할이겠죠. 이번 대회에 참석한 젊은 여성 건축가들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얘길 해요. 그것은 상당 히 고무적인 일이지요. 스스로 참여해서 얻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협회는 판을 벌여 주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아무튼 여건협은 원대한 목적을 갖고 뭔가를 하기보다 꾸준함으로 영향을 끼치고 작은 변화들을 쌓아 가는 게 중요할 거라고 봐요. 존재 자체가 영향을 끼치는 부분도 있고요. 그러다 보면 또 좋은 기회들이 올 거라 고 생각해요. 마침 ‘선출직 30% 할당제’가 여성 건축가들에게는 활동의 폭을 많이 넓혀 줬어요. 주로 건축 심의나 심사 등에서 이루어졌는데, 그런 기회를 통해 여러 사람이 발굴되었죠. 그들이 대외적인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가 바뀌고 주변에서 보는 시각도 바뀌었고요. Ⓦ 박순천 Ⓦ 불모지였던 1980년대부터 튼튼한 뿌리를 다져 왔던 것 같 아요. 여성건축가협회라는 단체를 출범시켰던 선배 여성 건축가들의 힘이 대단한 것이죠. 저희는 이미 어느 정도 바탕이 구축돼 가는 단계에서 반석에 올라탔다고 생각해요. 또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더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경 쟁하고, 조금씩 자기 자리를 잡고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여건협은 더 강해지고 좋아지지 않을까, 희망적으로 보고 있어요. Ⓦ 오경은 Ⓦ KIFA의 문이 폐쇄적이라고도 얘길 하는데, 사실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다만 개인의 적극 성, 스스로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겠죠. 그러한 참여가 이제는 각자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보고요.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 Ⓦ 오경은 Ⓦ 21세기는 여성성이 강조되는 사회라고 합니다. 더 이상 권위주의나 체면 위 주의 사회는 아니라고 하죠.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조직 내에서의 여성 차별을 비판하면서도 여전히 똑같은 행태 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할 필요가 있어요. 어떤 시점에서 교육이라든지,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에요. 그러 나 무엇보다 우리가 스스로의 장점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게 더욱 중요하겠지요. Ⓦ 박순천 Ⓦ 요즘은 육아 휴직을 내는 남자 직원들도 많아요. 6개월은 아내가, 6개월은 남편이 육아나 가사를 책임지죠.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는 거예요. 또 젊은 여성 건축가의 작업이나 지역 여성 건축가들의 활동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고요, 그 게 적극적으로 더 드러날 수 있었으면 해요. Ⓦ 오경은 Ⓦ 그런데 일반적으로 큰 프로젝트나 작품성이 강한 작업 들만 드러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꼭 작가주의 건축사나 대형 조직의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유익하게 활동 하는 건축가들은 많거든요. 이 얘긴 여성 건축가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KIFA는 다수의 그런 사람들을 끌 어안고 가는 것이 중요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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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4 제1강 저널리즘 세미나 일시 : 2010.3.27.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2010, 시작에서 끝까지 Ganyang Workshop of Architectural Journalism (gw-AJ)

강사 : 전진삼(디렉터, <와이드AR> 발

[대학생에게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 과정이 무척 소중한 경험이어야 한다. 현

<와이드AR>의 신당동 본거지에서의 어

실은 직업에 대하여 치열한 자기 탐구 없이 곧장 직장을 구하기 위한 스펙 쌓기에

색한 첫 만남

행인)

몰입하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 인가에 대한 성찰의 결과가 직업에 대한 인식을 낳고, 그에 걸맞는 직장을 찾아 꾸

워크숍 참가생들이 각자 자신을 소개하

준히 자기 계발을 해 나가는 사이 그에게 직업은 일의 성취감을 통해 전문가로서의

면서 시작된 대망의 첫 번째 강의는 ‘건

행복을 안겨 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본지는 지난 2월 건축 잡지기자 또는 저널

축 저널리즘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

리스트를 꿈꾸는 대학생들을 모집(본지 2010년 1/2월호 지면 공고)하여 9개월 15주

에 관한 것이었다. 건축 설계 분야는 물

에 걸친 제1기 워크숍을 진행한 바 있다. 워크숍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될

론 여타 장르의 언론 매체에 비하여 열악

수 있다. 첫째는 이 분야 직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둘째는 기자 소양 교육을 통해

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오늘날까지 이

자기를 돌아보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 전 교육 과정의 70%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어져 온 한국 건축 잡지의 흐름과 현황을

쉽지 않은 기준과 본지를 통한 소정의 기고 작업 등을 최종 수료자 사정 기준으로

살펴본 뒤, 저널리즘의 순기능적 역할을

정하여 다음과 같이 4명의 제1기 수료생을 배출하게 되었다.]

이해하고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한 덕목을

글 | 최다은(본지 인턴기자)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언론 매체 속에 서 건축 분야의 위상을 되짚어 봄으로써 장래의 건축 기자로서의 책임감을 다시 금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최종 수료자 명단 발표] 고경국(국민대 건축학과 5년, 휴학 중) 이지선(전북대 건축학과 5년, 영국 단기 유학 중) 정사은(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학과) 최다은(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4년) 

[들어가는 글] 지난 3월, 건축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에게 미래 언론인의 꿈을 키워 가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와이드AR>이 기획한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의 제1기 생들이 선발되었다. 전국에서 참가한 각기 다른 대학, 다른 생각의 일곱 명의 학생 들로 꾸려진 이번 1기생들은 총 14회에 걸친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통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하여 알아 보고, 기자에게 필요한 능력을 키우고,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 을 배우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봄부터 시작되어 9개월을 숨가쁘게 달려온 첫 번 째 워크숍의 강의 내용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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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강 인문 교양 세미나

제3강 기초취재실습 — 1

제4강 기초취재실습 — 2

일시 : 2010.4.24.

일시 : 2010.5.22.

일시 : 2010.6.26.

강사 : 안철흥(<와이드AR> 고정집필위원,

강사 : 강권정예(<와이드AR> 객원기자)

강사 : 정귀원(<와이드AR> 편집장)

건축 기자가 말하는 기자의 세계

건축 잡지의 세계 훑어보기

이 날 강의는 플라톤에서 공자를 아우르

세 번째 강의의 강사로 나선 강권정예 기

정귀원 편집장의 강의는 단순히 교과서

는 안철흥 기자의 인문학 강좌로 문을 열

자는 오랜 시간 동안 실무에 몸 담아 온

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건축 잡

었다. 인문학이란 우리를 객관화하는 힘

선배로서 직접 몸을 부딪쳐 얻은 지혜를

지 안에서 일어나는 실질적인 일들에 대

을 얻는 것이라고 정의 내리면서, 배우

전해 주었다. 인터뷰 내용을 효과적으로

한 설명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기획, 취

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배운 것을 말과

전달하는 방법과 말하지 않은 행간의 내

재, 정리·교정 단계 및 편집, 디자인,

글로써 풀어 내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

용을 찾는 법 등 취재 요령과 각 기사 형

제본 단계 등에서 이루어지는 기자의 역

하였다. 이어서 함성호 시인은 ‘우리’라

식에 따라 기사를 작성하는 기초 원리

할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과거부터 오

는 공동체가 어떤 길을 걸어 왔고 어떤

를 배움으로써 저널리즘 글쓰기의 기초

늘날까지 존재해 온 여러 건축 잡지의

가치에 주목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고,

를 다졌다. 가벼운 식사와 커피와 함께

배열표를 직접 비교해 가면서 각 잡지

아무런 의식 없이 건축 자본주의에 휩쓸

나눈 대화 시간에는 처음부터 좋은 글을

마다 어떠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

리지 말고 오류를 무릅쓰더라도 자신의

쓰려고 매달리기보다는 좋은 건축과 좋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에서 건축 잡

생각을 바로 세우기를 조언하였다.

은 작가를 선별하는 눈을 기르는 데에 노

지 기자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솔직

력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을 참가생들에게

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고, 더불어 건축

당부하면서 끝을 맺었다.

잡지 기자가 된 후 좋은 기자로 성장하

전 <시사저널>, <시사인> 기자), 함성호(<와이드AR> 편집기획위 원, 시인, 건축가)

오늘날에도 우리가 글을 써야 되는 이 유

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약간의 팁도 얻 을 수 있었다.

↑안철흥 기자 강의 중.

↑정귀원 편집장 강의 중.

↑함성호 시인 강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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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강 전시 기획 및 현장 취재

제6강 세미나 참여 및 취재 — 1

제7강 건축 사진의 이해

일시 : 2010.7.8.

일시 : 2010.7.14.

일시 : 2010.7.22.

강사 : 전진삼(디렉터, <와이드AR> 발

강사 : 조남호(솔토건축 대표)

강사 : 김철현(경민대 교수, 건축사진

행인)

다방면에 능한 저널리스트 되기

가)

땅집사향을 통해 만난 건축가 — 1

건축을 담은 사진을 다루는 건축인들의 책임감

신사동 원도시건축 회의실에서 문을 연

지난 해 건축학과 교수들이 뽑은 ‘한국

1990년대 <공간> 사진전문위원으로 오

다섯 번째 워크숍 강의의 주제는 전시 기

을 대표하는 건축가 12인’에 선정되었

랜 기간 활동하고 국내 유명 건축 설계

획에 관한 것으로, 주제 선정에서 출판

던 조남호 건축가를 제45차 땅집사향을

사무소의 전속 작가로 수많은 건축 사진

에 이르는 저널리스트의 기획 능력을 얼

통해 만났다. ‘건축의 물리적 차원’이라

을 찍어 왔던 김철현 교수의 사진 철학

마든지 타 분야로 확장할 수 있음을 환기

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그

을 들여다 보았다. 휴대 전화 속에 카메

시키는 강의였다. 이번 윈도시아카데미

가 즐겨 사용하는 건축적 언어가 나열

라 기능은 당연한 것이 되고 DSLR 카

세미나를 비롯하여 다수의 전시를 기획

되고, 그의 대표적 목조 건축물과 그것

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사진에 대한 사

해 온 전진삼 디렉터는 건축을 공부한 사

의 구축성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이

람들의 사진 문화도 매우 높아졌다. 그

람이라면 누구나 기획하는 일에 탁월한

루어졌다. 이번 강의를 통하여 참가생

러나 건축 잡지 시장 속에서 건축 사진

능력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

들은 취재에 앞서 충분한 사전 조사 단

은 기사를 보조하는 수단을 쉽사리 넘

하면서 영역을 넘나들어 활동하고자 하

계의 필요성을 학습하고 현장의 열기를

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면서 지식

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담아내는 스케치 기사 작성법을 실습할

과 정보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로서 건

어서 affect/effect의 주제로 열린 김정

수 있었다.

축 사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

임 아이아크 소장의 전시회와 집담회에

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휴대 전화 카메

참관하였다.

라를 100% 활용하는 방법과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지를 최적화하는 방법 등에 대한 특별 강의도 함께 이 루어졌다.

↑전진삼 디렉터 전시 기획 강의 중. ← 2010 원도시아카데미세미나 제3전시 참관 워크숍 참가생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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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강 현대 건축 세미나

제9강 도시 탐사 및 기획 기사 실습

제10강 건축 잡지사 탐방

일시 : 2010.7.29.

일시 : 2010.8.5.

일시 : 2010.8.12.

강사 : 장정제(홍익대 강사, 건축 이론

강사 : 민운기(‘스페이스 빔’ 대표),

강사 : 이우재(<C3> 편집장),

가)

황순우(<와이드AR> 발행위원,

이주연(<SPACE> 편집장)

바인건축 대표)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공간을 통하여 지역 문화와 역사를 보

건축 잡지 데스크와의 만남

존하는 방법 도서출판 시공문화사 사무실의 한쪽은

숨막히는 뙤약볕 아래에서 낯선 인천 거

열 번째 만남은 건축저널리즘워크숍에

전국 각지로 보내질 책들을 포장하느라

리를 헤매다 겨우 도착한 스페이스 빔의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 가장 고대하던

분주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대형

본거지에서 지역 문화 공간을 자처하고,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평소 동경해 오

달력 두 장이 마치 칠판처럼 마련되어 빼

특히 배다리마을을 지키는 데 앞장서 왔

던 건축 잡지사를 직접 방문하고 그곳

곡한 판서와 함께 열띤 강의가 펼쳐지고

던 그들의 활약상에 대해 민운기 대표로

의 편집장님들과 만나는 영광스러운 순

있었다. 『이야기로서의 건축』을 교재 삼

부터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도시라는 공

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우재 편집장을 통

아 진행된 여덟 번째 세미나는 저자인 장

간이 처한 상항에 어떻게 대응을 하고 기

하여 <C3>의 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정제 박사의 동서양 역사와 현대 건축 이

여를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고자 다짐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편집실과 디

론에 이르는 강의로 가득 찼다. 이번 강

하면서 인천 중구 해안동에 위치한 인천

자인실을 둘러 보았다. 공간사옥에서는

의를 통하여 참가생들은 오늘날 공부하

아트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겨 MA로 활

이주연 편집장과의 대화를 통하여 대중

지 않는 건축학도의 현주소에 반성을 하

약한 황순우 건축가와의 대화의 시간을

적 문화 예술지를 표방하는 <SPACE>의

고 건축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건축 지식

가졌다. 그 곳은 가장 먼저 근대 문물을

지향점을 전해 들었다. 무엇보다 건축

이외에 역사, 철학, 사회 등 포괄적인 인

받아들였던 역사적 장소를 현재의 건축

저널리스트의 꿈을 키워 가는 참가생들

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의 중요함을 다

으로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에게 있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실질적으

시금 깨닫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이색적

로 중요시되는 능력이 무엇인지 다시 한

인 풍경을 뒤로하고, 마지막으로 예정에

번 짚고 넘어가는 자리가 되었다.

없던 디렉터 팁의 시간이 이어졌다. 해 질 무렵에 찾아간 곳은 인천경제자유구 역의 중심 지구 송도국제도시였고, 그 곳에서 구도심과 전혀 다른 방식의 도시 개발의 현장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우 리 참가생들은 앞서 만났던 장소와 대비 되는, 하늘 높이 뻗은 고층 빌딩들이 늘 어선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만들어 가는 현대 도시의 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  정제 박사의 판서가 강의의 뜨거운 열기 를 증명한다. →황  순우 건축가가 직접 인천아트플랫폼에 대 하여 설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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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강 세미나 참여 및 취재 — 2

제12강 잡지 유통 및 편집 디자인의 세계

제13강 사회 교양 세미나

일시 : 2010.8.18.

일시 : 2010.8.26.

일시 : 2010.9.18.

강사 : 박유진(<와이드AR> 발행위원,

강사 : 심상호(호평BSA 대표),

강사 : 전진삼(<와이드AR> 발행인)

박상일(수류산방 방장)

시간건축 대표)

땅집사향을 통해 만난 건축가 — 2

책을 디자인하고 유통시키는 사람들의

역사적 맥락을 꿰뚫는 눈

이야기 ‘상식과 상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46

호평BSA는 <와이드AR>을 비롯한 다양

기자로서 한국 사회를 해석하는 코드를

차 땅집사향은 ‘북서울 꿈의 숲’을 설계

한 분야별 도서의 유통을 두루 담당하고

찾아내고 비판 의식과 역사의식 함양에

한 박유진 건축가의 강연을 들을 수 있

있는 곳이다. 수천 권의 책들이 책장을

기여하고자 마련된 열세 번째 세미나는

는 자리였다.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사

가득 메운 호평BSA 사무실에서 심상호

덕수궁미술관 ‘아시아 리얼리즘’ 전시

람을 중요하게 여기고 건축의 사회적인

대표를 통해 편집 및 출판 이후 도서가

관람을 통해 이루어졌다. 바쁘다는 핑계

면을 고려하고자 노력한다는 그의 말은

독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을

로 학업 외의 것들에 소홀했던 참가생들

지극히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우리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새롭게 대두되고

에게 미술 작품도 감상하고, 나아가 아

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기

있는 전자책 시장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

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근대 작가들의 작

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러한 상

이 쏟아지자 심 대표는 실무가로서 상세

품을 통하여 격변하는 근대의 암울하고

식을 바탕으로 상상을 더하는 작업을 하

한 설명과 함께 시장의 가능성에 대한 솔

불안한 시대상을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

길 원한다는 그의 소신 있는 건축관과

직한 견해를 밝혔다. 자리를 옮겨 만난

이어진 인근 음식점에 둘러앉아 난생처

인생 철학이 잘 반영된 작품들을 만나

두 번째 강사는 아트디렉팅 집단 ‘수류

음 홍탁의 꾸린 맛을 음미하며 지금 우

볼 수 있었다.

산방’의 박상일 방장이었다. 전통과 생

리가 주목해야 할 건축 현안이 무엇인가

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이를 독특

에 대해 전진삼 디렉터를 통해 들을 수

하면서도 명료한 그들만의 방식으로 담

있었다. 이전의 강의가 그랬듯 술과 안

아내고자 한다는 수류산방의 목표 의식

주가 있는 워크숍 풍경은 이날도 여전

은 우리에게 어떤 글을 써야 될 것인가에

했다. 특히나 술에 약한 기자에겐 뒤풀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이 자리 또한 특별히 다가온 기자 수업 이었다.

←민  운기 대표 강의 중.

↑심상호 대표의 도서 유통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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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강 저널리즘 세미나 — 2

워크숍 뒷얘기

일시 : 2010. 10. 29 강사 : 구본준(<한겨레신문> 문화부 기 자)

좋은 기자가 되는 길

금요일 저녁 시간, 인사동 쌈지길 앞은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은 7명으로 출발했지만 최종 4명

여전히 인파로 복작댔다. 길 위에서 만

의 수료생을 배출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들 중에는 기자를 포함하여 지방에서

나자는 약속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참

올라오는 열혈 참가생들도 있었다. 비록 수강료를 웃도는 교통비를 출혈해야 했고,

가생들 전원이 시간 내에 나타났다. 아

오랜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야 했지만 평소에 막연하게 꿈꾸어 오던 건축 기자의 세

마도 마지막 강의에 대한 기대감이 커

계를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기에 별로 고생스럽다고 느끼지 않았다.

서였겠지 싶었다. 우리 일행은 인근 이

다양한 강의를 통해 만난 강사들은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각자의 부문에

태리 퓨전 식당에 자리를 틀었다. 오랜

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및 지식인이었고, 그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 동안 따스한 애정을 가지고 건축에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기에 그들과의 대화는 미래를 고민

대해 좋은 글을 써 온 구본준 기자의 날

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카로운 통찰력은 참가생들의 시선을 사

또한 워크숍을 통하여 건축이라는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로잡기에 충분했다. 가장 먼저 요즘 대

문제에 대하여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한 수료생은 “단

학생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행태를 향한

지 설계뿐만 아니라 건축이 앞으로 지니고 나가야 할 다양한 이슈들을 접하는 좋은

날카로운 비판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기회가 되었다”라며 “워크숍을 통해 휴학 기간을 뜻 깊게 보낼 수 있었다”고 소감

세상에 발을 내딛기 전에 치열하게 내면

을 밝히기도 하였다.

과 고민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

한편, 건축학도로서 자신의 부족한 면을 깨닫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기를 덧붙였다.

가령, ‘스페이스 빔’이 인천의 지역 문화와 공간을 지키고자 애써 왔던 것과 달리

더불어 좋은 기자에게는 기획력과 상상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무관심하게 대응해 왔던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한없이

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절실히 필요

부끄러워졌다. 건축 이론 강의 중간마다 장정제 박사가 던지는 질문에 쉽사리 입을

하다고 조언하면서 소신과 확신이 바로

떼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그 동안 지식을 쌓는 데 소홀했던 모습을 들킨 것 같

서 있는 저널리스트가 되기를 바란다는

아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말과 함께 마지막 강의의 끝을 맺었다.

9개월 간의 일정을 마치면서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정 리한다면 “우물 밖을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건축과에서 설 계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은 마치 모험하기와 같이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그와 달리 또 다른 길이 열려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앞으 로 해를 거듭할수록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이 더욱 활성화되고 더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서 보다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인사동 전통 찻집, 사회교양 세미나 중.

by WIDE 90

wIde Issue 4 : Ganyang Workshop of Architectural Journalism 2010


와이드 18호 뎁스 리포트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2010년 11-12월호

092 ⓦ 이종건의 <COMPASS 15> 토목 공화국의 권력과 공간 정체성의 문제 094 ⓦ 이용재의 <종횡무진 18> 우암 송시열과 암서재 096 ⓦ 함성호의 <소소재잡영기(素昭齋雜詠記) 完> 괴로움, 그리고 오십 미리 잡초 정원 099 ⓦ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18> 구룡포 이야기 102 ⓦ <POwer ARchitect 파일 09 | 임재용> 바라보기의 양면 107 ⓦ <POwer ARchitect 파일 10 | 안용대> 병원 건축의 다양한 표현 110 ⓦ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18> 서울국제건축영화제

SIAFF, Seoul International Architecture Film Festival

112 ⓦ <WIDE focus 09 | 강권정예> 대한민국 원주민, 하야리아에 다시 정착할 것인가 117 ⓦ <WIDE focus 10 | 김정은> 주거 단지 설계 공모의 오늘 120 ⓦ <주택 계획안 100선 17> 구승민의 운중헌(雲中軒) 125 ⓦ <와이드 書欌 16 | 안철흥 + 전진삼>『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127 ⓦ 전진삼 발행인의 <WideAN(Architecture Network)*Club 리포트 03>

91

wiDe Depth report

128 ⓦ 와이드 18호 | 와이드 칼럼 | 함께 나누고 싶은 꿈 | 임근배


이종건의 <COMPASS 15>

를 싣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노무현 정권은 “…국토균형

토를, 그래서 국민의 삶을 살려 낼 것이라는 이명박 정권의

발전을 핑계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간의 경제 침

확신에 찬 낙관론과, 그로써 우리의 자연의 죽임을 초래할

체를 이유로 역대 어느 정부도 추진하지 않았던 대규모 국

것이라는 4대 종교계를 포함한 반대론자들의 확신에 찬 비

토 파괴와 환경 파괴를 수반하는 개발 사업을 일시에 만들

관론)을 지켜보면서, 나는 문득 건축가의 시선에서 우리나

어 내고 있(었)다.”

라 ‘정권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따라서 공적 삶의

돌이켜 보면, 규모의 차이만 있지 어느 정권이 국토를 유린

가치 쟁투를, 유독 국가적 규모의 토목 사업에 거는 기제를

하지 않았겠느냐마는(정작 당사자들은 개발이라 우기겠지

잠시 상고한다. 그것도 다음 선거를 위한 계산을 철저히 고

만, 자연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었거나 입고 있는

려한 소위 전시 행정이라는, 어떤 이의 시선도 속일 수 없을

약자들, 곧 타자의 시점에서는 분명히 유린이다), 내가 이

만큼 명백한 정치적 관점이나, 온 국민들의 고된 삶을 진실

이슈를 통해 읽어 내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이것이다: 우리

로 염려하여 그것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하고자 하는 권

나라 정치권력이 이토록 토목 사업에 목을 매는 존재론적

력의 지극히 순수한, 혹은 그것을 빌미로 한 불순한 마음이

이유는 정체성 문제가 아닐까 하는 점 말이다. 다시 말해

고집하는 현실 경제의 효율성의 관점이 아니라, 그 둘보다

그들이 외부 세계에 과시하고자 하는 정체성을 공간적으

더 깊은 곳에 잠복되어 있는 공간 정체성의 견지에서 말이

로 공작해 내고자 하는 욕구, 말하자면 외부에 비쳐지는 자

다. 이명박 정권을 두고 토목 공화국이라 부르는 것은 전혀

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에 못 미친다는 생각(누구나 그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토목에 목을 매는 정권

렇지 않은가? 그래서 모든 인간은 가련하게도 억울한 존재

이라 불러도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그래서 목하 대한민

다), 그리하여 내부와 외부 간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불만

국은 확실히 토목 공화국이라 부르는 것이 도리어 마땅한

이 외부 세계, 특히 물리적 공간의 개조로 연결된다는 사실

지경이다. 그런데 내가 굳이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우리나

말이다. 문제는, 힘을 가진 자는 자신의 힘이 미치는 한계

라 정권들이라고 한 것은, 엊그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

까지 마치 자신인 양 착각하는, 그리하여 자신의 힘이 미치

웅’ 1위에 선정된 노무현(고작 열 명 중의 한 명에 해당하

는 영역에 속한 여러 다양한 구성원들의 차이를 무시하는

는 11.1 퍼센트를 차지했으니, 우리 대한민국에 영웅이 있

전체주의적 과대망상증에 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국가주

다고 말하기엔 여전히 불충분하다. 1위부터 5위까지에 든

의를 떠받치는 환상적 차원의 동일시와 별다르지 않다. 어

영웅들이 모두 고인이라는 점은, 지나버린 것이 만들어 내

떤 이유로든 몇 사람이 결성한 작은 모임에서부터 교회, 대

는 현실과의 거리 곧 현실의 구멍을 채우는 환상의 힘을 뚜

학, 정당과 정권에 이르기까지 거기 속한 구성원들 중 유별

렷이 증거하고, 5위에 든 김수환 추기경과 막상막하의 차

나게 ‘정치에 물든’ 혹은 전체주의적 영혼은 자신이 몸담은

이를 보인 6위이면서 생존 인물로는 1위에 든 사람이 안철

조직이나 체제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과대망상에 빠진다.

수 카이스트 교수라는 것, 그리고 그 뒤를 김연아, 반기문,

그리하여 자신이 행사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권력이 미치

박지성이 10위에 든 것은, 우리 시대가 인문학과 문화예술

는 만큼의 영역을 자신의 반영물(곧 외부화된 자신)로 간주

계 인물, 예컨대 고은이나 백낙청 등, 다른 말로, 정신세계

한다. 소위 국가주의라 부르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현

가 얼마나 홀대 받고 있는지 반증한다) 정권도 세월이 제법

상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기제다. 물론 이질적 구성원들을

흐른 지금 쉽사리 믿기 어렵겠지만, 그러했다는 사실 때문

동질성의 집단으로 강제(혹은 착각)하는 조건에서만 운용

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환경운동연합은 그 정권을 토목 공

되는 국가 곧 국가라는 ‘상상된 공동체’는, 그로 인해 그 구

화국이라는 견지에서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2005년 7월 7

성원들이 두드러지게 배제된다는 의식을 가급적 자제하거

일자 연합뉴스 보도 자료는 <노무현 정부, 토목 공화국으

나 축소하려고 애쓴다는 사실을 과시하려고 애쓴다는 점에

로 몰고 가는가?>라는 제하의 환경운동연합의 긴급 성명서

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내부의 차이(이견이나 대립)를

92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국가적 차원의 분열(그로써 강 곧 국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토목 공화국의 권력과 공간 정체성의 문제


가급적 깡그리 부정하고 제거하려 든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미지 형성에 결정적이게 된 것이나, 에펠탑이 파리의 아이

없다. 이명박 정권의 언행을 보라. 정권에 대립하는 자들에

콘으로 출현하게 된 것이 그러한 이념 도출에 의해 제작된

대해 얼마나 무지막지한 억압을 가하는가? 국적마저 의심

까닭 때문이 아닌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굳이 근본적인

할 뿐 아니라 심지어 이적행위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것은 탁월한 기예에 대한 한 사회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안목에 있다. 힘을 가진 자들이 생

의 안목과 존중/비판과 실행력이 시민들의 역동적인 일상

각하는 더 나은 세계의 상에 대한 표준이 서구 공간의 천박

적 삶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 솟아나는 강도 높은 사건(

한 흉내 내기에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에 어긋난 물고기(갈

들)이라 생각한다.

겨니와 같은 종)들을 집어넣은, 세계에서 가장 긴 콘크리

그러므로 전체주의적인 환상적 동일시의 기제로 내부의 차

트 욕조에 불과한 청계천을 생태 하천이라 선전하는 작태

이들을 부정하거나 무시한 채, 권력을 쥔 자(예컨대, 호미

를 보라. 공공 디자인이니, 한강르네상스니, 세계디자인수

바바나 피에르 부르디외 같은 건축 바깥의 지식인들은 건

도니, 거창한 수사들을 생산하며 떠들어 대는 서울시는, 시

축가도 권력자라 간주한다)가 (문화적 안목이 도무지 의심

민의 혈세를 날려 가며 세상에서 유례없는 차로 한 가운데

스러운) 자신이 기대하는 바의 외부 세계의 모습을 (구성

광화문 광장을 조성해서 세간의 시선을 끌려고 애를 쓰면

원들의 공감과 동참이 아니라) 오직 선동적인 권력의 힘으

서도, 정작 보행자를 위협하며 보도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

로 바꾸려는 행태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더 나은 삶에 대

하나 해결할 안목이 없다. 가로 정비 디자인도 우리의 고유

한 진솔한 열망의 에너지들이 자연적인 쟁투의 과정을 통

한 삶이 독특한 경관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해 주기보다는 전

해 물리적으로 구현되는 역사의 흐름을 끊는, 진정한 의미

형적인 서구 도시에 맞추려고 안달한다. 노들섬에 세우려

에서의 문화에 거슬러 가는 반역사적이고 반문화적인 독재

던 오페라하우스가 민주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인해 좌초될

의 작태일 뿐이다. 강남권의 지지로 힘겹게 재임에 성공한

위험에 처하자, 서울시 문화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의

오세훈 시장은 서울을 세계 5대 도시의 반열에 올려놓겠다

공연 인프라와 국제적 위상을 두루 감안할 때 호주 시드니

고 장담하고(무엇이 도시의 등수를 결정하는지 모르겠다

의 오페라하우스나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에 버

만, 도시의 등수에 목을 매는 모습은 대학/학력 서열주의를

금가는 세계적 문화예술 시설의 건립은 꼭 필요하며…좌초

닮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우리 국민은 물론

되거나 지연돼서는 안 된다” 디엠피의 디자인을 폄하하려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국제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 확신

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디자인을 세계적인 도시 랜드

한다고 말했다. 외양으로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이는, 바

마크 반열에 올리는 건축적 안목, 그리고 서울의 도시성이,

로 그만큼 내면이 비어 있음을 반증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

서울이 점유하고 있다고 자신이 믿는 모종의 국제적 위상

두 훤히 알고 있지 않은가? ⓦ 글 | 이종건(본지 자문위원,

에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무원의 독단적 무지는 거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

침없이 비판해야 마땅하다. 자신들의 거주 공간인 서울시 청사가 결국 어떤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 공적으로 거론한 통렬한 자각 한 번 나는 들은 바 없다.

93

wiDe Depth report

서울(그리고 한국)에는 도시 랜드마크라 부를 만한 게 딱히 없다. 그러니 공무원뿐 아니라 이어령 또한 왕년에 천 년의 문을 세우려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승효상에 따르면, 서울 에 랜드마크가 왜 없는지 묻는 것은 “잘못된 선입견”의 소 산인데, “서울은 산세가 랜드마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산의 스케일로 변모한 아파트 집 무리들이 무소불위로 공간을 점령해 가고 있는) 서울의 특성(혹은 정체성)이 산세일까? 나로서는 극히 회의적이지 만, 증명이 불가하니 일단 ‘글쎄’로 맺자. 그런데 도시의 특 성/정체성 결핍은, 도시 공동체의 이념 도출 없는 도시 만 들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그의 주장(혹은 그 반대) 또한 의 심스럽긴 마찬가지다. 트윈 타워가 뉴욕의 스카이라인 이


이용재의 <종횡무진 18>

우암 송시열과 암서재

이 불을 지르는 패륜적인 사고가 발생했죠. 할머니, 부모, 여

지다.

동생 전부 멸족. 누구 잘못일까요? 부친 탓이다. 부친이 변

1. 선비로 살아간다.

호사 되고 싶으면 직접 변호사 시험 보면 되지 왜 자녀들을

2. 선비로 살기 싫으면 선비를 민다.

못살게 구냐. 그냥 얘들 냅 둬라. 각자 꿈이 있다. 그래 우린

3. 그것도 싫으면 애를 낳아 선비로 키운다.

선현들의 삶에서 가르침을 구하는 거다.

“근데 선비가 먼감유?” “바른 길을 가는 사람.” “그건 조선

송시열. 호 우암(尤庵). 허물로 가득 찬 암자. 1633년 생원

시대 얘기 아닌 감유?” “선비는 영원한 것임.” 썰렁. 관심도

시에 장원급제. 1635년 봉림대군의 사부. 1636년 청나라의

없는 듯. 너나 떠들라는 거죠.

10만 대군이 쳐들어온다. 병자호란. 우암은 왕을 호종해 남

“그럼 내가 묻겠다. 수원 화성의 설계자는 누구인지?” 조

한산성으로 피난. 1637년 청나라에 굴욕적인 항복. 장남 소

용.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은 화가나 목수가 아닌 선비다.

현세자와 둘째 봉림대군 인질로 청나라로 끌려가고. 열 받

조선시대에는 선비가 건축가였다. 건축은 그 어떤 학문보

은 우암 고향 회덕으로 낙향.

다 위대하다. 그래 우린 인문학의 정수로 건축을 공부해야

1645년 8년 만에 돌아온 소현세자 병사. 둘째 봉림대군이

된다.”

1649년 제 17대 왕 효종 등극. 우암 상경. 제자가 왕이 됐

반응은 없고. 머야 이거. 초등학생에게 물었다.

으니. “청나라 치자.” “그러시죠.” 1659년 북벌을 도모하

“너는 꿈이 뭐니?” “요리사요.” “그럼 학교 그만 두고 요

던 효종, 간다.

리학원 다녀. 왜 스트레스 받으면서 학교 다니니.” 학생 엄

열 받은 우암 송시열은 이곳 금사담으로 낙향. 맑은 물과 깨

마 왈. “생각이 수학자로 바뀌면?” “그럼 검정고시 보면 되

끗한 모래가 반짝이는 계곡 속의 못. 화양구곡의 중심. 선비

고.” “그럼 선생님 성공하려면 우찌 해야 되남유?” “독서.”

들 최고의 이상은 구곡(九曲)의 경영. 심산유곡의 경승지에

“독서만 하면 되남유?” “여행도 병행.”

계류를 따라 굽이굽이 산책로를 만들고 아홉 개의 명소를

얼마 전 부친이 중학생 아들에게 변호사를 강요하다 중학생

구경(九景)으로 지정하여 이름을 짓고 막걸리 마시는 거죠.

94

수원 화성에서 특강.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은 달랑 세 가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 암서재 전경


wiDe Depth report 95

↑ 만동묘

↑ 암서재

얘들아 속세에 나가 까불지 마라. 다친다. 바위 위에 정자

들은 전국에 사발통문 발송. 제사 지내야 됨. 금은보화 보낼

짓고 현판을 걸었다. 암서재(巖棲齋). 난 암반 위에 앉아 막

것. 여긴 화양서원. 안 내면 끌어와 주워 패고. 난리가 났다.

걸리나 마시겠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409. 우암이

이 도장 찍힌 고지서가 화양묵패죠. 여론은 들끊고.

지나가면 다 문화재가 되죠. 나뭇잎과 기와가 섞여 하나가

이하응이 화양계곡을 찾았다. 아직 뜨기 전. 묘지기가 이하

되고. 원래 이 계곡은 황양나무가 많아 황양계곡. 회양목 말

응을 건드렸다. 말에서 내려 대가리 박을 것. 머라. 두고 보

하는 거죠. 인간의 의지는 그 어떤 센 자연환경이나 난관도

자. 1896년 포클레인 화양계곡 도착. 전부 철거. 흥선대원

넘어 설 수 있다.

군 이하응이 보낸 거죠. 지나가는 과객 잘 대접하세요. 언

수제자 권상하 도착 라면 끊이는 중. 아이고, 내 팔자야. 저

제 뜰지 모르니.

노인네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으니. 수능 봐야 되는데. 민

1970년 암서재 중건. 2009년 수십억 투입 만동묘 일원 중

정중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의종에게서 비례부동(

건. 화양서원 중건. 등산객들은 바글바글하지만 이 암서재

非禮不動)이라는 글씨를 직접 받아 왔다. 예의에 맞지 않는

에는 무관심. 우암은 알려나. 권상하 선생님 고생했시유.

것이라면 행동하지 않는다. 우암은 암반에 새겼다. 빚을 갚

자 건축학도 여러분 이번 주말에 화양계곡 다녀오시죠. 인

아야겠군.

생 머 별건 감유.

“상하야?” “예 선생님.” “나 가거든 이 계곡에 만동묘 만들

주자 왈.

어라.” “누구 모시는 건지.” “명나라의 명종, 신종.” “우째

“스스로 반성하여 의롭지 않으면 비록 상대가 보잘것없는

우리가 중국 황제를.” “임진왜란 때 도와줬잖아.” “만동묘

사람이라도 두려워할 것이며, 스스로 반성하여 의롭다면 비

는 먼 뜻인지.” “만절필동(萬折必東). 황하는 아무리 굽이

록 천만 명이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갈 것이다.”

가 많아도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

우찌 하시렵니까. 판단은 각자의 몫.

우암은 매일 새벽 바위에 올라가 활처럼 휘어진 채 대가리

“딸 가자.” “어디로.” “의로운 길.” “난 그냥 평범한 길 갈

박고 통곡. 아이고, 전하 우째 이리도 일찍 가시옵니까? 바

래.” “머라.”

위는 파이고. 내 맘도 파이고. 그래 이 바위는 읍궁암(泣弓

어라 달랑 나 혼자네. 아이고 추워라. ⓦ 글 | 이용재(건축

岩).

평론가)

1689년 우암 사약 먹고 떠나고. 향년 83세. 벼슬길을 28번 이나 들락날락했던 풍운아. 기록이죠. 조선왕조실록에 3천 여 번이나 송시열 등장. 역대 왕들보다도 많고. 후학들은 1690년 이곳 계곡에 화양서원 창건. 1696년 숙종이 현판 하 사. 당연히 남인들은 결사반대. 1717년 만동묘 창건. 그래 이후 안동의 똥개들은 다 시열이가 된다. 발로 차는 거죠. 시 열이 이 놈. 지만 잘랐나. 1721년 권상하도 간다. 평생 스승 뒷바라지 하다. 향년 81 세. 선비들 오래 살죠. 의지력이 강해. 이제 썩기 시작. 유림


함성호의 <소소재잡영기(素昭齋雜詠記) 完>

었다. 물론 평면계획 때 면적이나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한 바

고 적진을 헤치고 나온 조자룡처럼 몸도 마음도 걸레가 되어

있었고,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그런 건 몇 수십 번을 확인했

있었다. 쪼들리는 자금, 늦어지는 공사, 계속 주문 사항만 많

어도 나중에 실질적으로 몸으로 경험하면 언제나 아무 소용

아지는 준공검사, 말도 안 되는 민원을 헤치며 오는 동안, 해

이 없게 된다. 도면으로 볼 때는 몰랐다는 얘기가 항상 나온

는 바뀌어 있었고, 봄이 오고, 봄이 끝나 가고 있었다. 그 와

다. 그럴 때 건축가는 망연해진다. 어쩌라구 이러시나.

중에도 좋은 일은 있었다. 2층 다가구 주택이 채 완성되지 않

하지만 그런저런 일들을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다. 반드시,

은 상태임에도 계약이 되었다. 계약금으로 총 1200만 원이 들

꼭, 기어코, 언제나, 늘, 그런 얘기는 항상, 나오게 마련이다.

어왔다. 그래서, 모든 자금 문제가 해결이 된 게 아니라, 그 돈

그래도 나는 건축가이자 건축주의 남편이므로 지금 자금 사

만큼은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게 다행이었다. 이젠 집이 어

정이 여의치 않으니 천천히 하자라는 말은 할 수 있다. 그게

떻게 되든 끝내야 한다. 콘크리트 노출 벽면이 거칠었지만,

어딘가? 나는 자금 사정이 되는 대로 그리고 급한 일부터 차

벽돌이 지저분하게 쌓였지만, 천장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

근차근 정리해 나갔다. 말이 그렇지 그게 정리되기까지는 지

지만, 서둘러 페인트를 칠하고 바닥재를 깔고, 싱크대를 들이

루한 시간이 걸렸고, 그 지루한 시간 동안 건축주의 재촉은 계

고, 보일러를 설치하고, 도시가스와 전기와 수도를 인입했다.

속되었고, 요구 사항도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러나 정작 괴로

전기와 통신 준공검사 필증을 받고, 배수 검사를 해서 그 사

운 것은 딴 데 있었다. 건축주의 재촉도 아니었고, 나날이 늘

진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리고 드디어 준공 필증이 나왔다.

어가는 할 일 때문도 아니었고, 어이없는 민원 같은 것은 아무

착공에서 준공까지 딱 1년이 걸렸다.

래도 좋았다(당연히, 그리고 신기하게 느껴지리만큼 준공이

그러나 준공이 나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자 민원이 똑 끊겼다). 가장 괴로운 것은 아침에 일어나자

은행에서 마지막 자금이 나왔지만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이

마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내 집의 천장이 보이고, 일어나 앉

자는 그만큼 늘어났다. 건축주는 입주하자마자 불평이었다.

으면 내 집의 벽이 보이고, 양말을 신을 땐 내 집의 바닥이 보

주방이 작다. 방이 너무 덥다. 동선이 길어서 저절로 살이 빠

인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눈 뜨면

진다. 계단실로 비가 들이쳐서 1층 현관으로 빗물이 새어 들

내 집이 보인다는 사실이 이렇게 괴로울 줄은 몰랐다. 천장이

어온다. 도서관에 다락은 언제 하느냐. 계단 지붕을 만들어

보이면 어김없이 저 천장을 벽에서 오 센티 띄워서 설치해야

라. 창고가 필요하다. 옥탑을 빨리 방으로 꾸며라. 정신없는

하는데 그걸 못하고 넘어갔던 것이, 벽을 보면 벽돌을 무너뜨

집에 대한 불만은 다 내가 할 일로 다가왔다. 건축주의 불만

려서라도 좀 더 정밀하게 시공하고 줄눈도 꼼꼼히 시켰어야

은 한마디로 집이 좁다는 거였다. 1층 도서관의 층고를 높이

하는 건데 하는 후회가, 바닥을 보면 마루를 까는 방향을 복도

면서 최상층인 3층이 일조권 사선제한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

에 맞추라고 얘기했어야 하는데 하는 신경질이, 스스로를 향

96

나는, 주군의 아내는 우물에 빠져 죽고, 그 아들을 갑옷에 품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괴로움, 그리고 오십 미리 잡초 정원


wiDe Depth report 97

한 신경질이 걷잡을 수없이 밀려왔다.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지 않은 면적이었으나 생땅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거

모두 아픔과 후회, 바로잡고 싶은 욕구뿐이었다. 내가 설계한

기다 땅속에는 이런저런 건축 폐기물들이 널려 있었다. 그런

집에서 내가 산다는 것이 이런 괴로움일 줄은 몰랐다. 자기가

것들을 편한 대로 땅속에 파묻은 시공자들에 대한 분노로 피

작업한 결과물 속에서 산다는 것은 자기의 실수를 늘 보며 고

가 거꾸로 솟아올랐다.

통 당하는 것이다. 아마도 고문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고문

슬프다.

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어느 종교든 그 종교가 상정하고 있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는 지옥이라는 것은 모두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벌이다. 혀를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 놓고 가는 것,

놀려 거짓말을 한 자는 자기가 한 거짓말의 무게에 짓눌리고,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사기를 쳐서 돈을 번 자는 자기가 번 돈의 무게에 의해 벌 받

나에게 왔던 사람들,

는다. 지옥이니 극락이니 하는 것이 따로 있다고 믿지는 않지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만 지금 여기, 우리가 사는 이승에 그 극락과 지옥이 있다는

모두 떠났다.

것은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도대체 이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

–「뼈아픈 후회」중에서, 황지우.

것이겠는가? 다 내가 저지른 일이다.

정말 그렇게 누구라도 몇 군데 부숴 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지옥과 극락이 따로 있지 않고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그런 심정으로 맨땅을 대충 정리했다. 그리고 모래를 받아서

라면, 당연히 지옥이 있으면 천국도 있다. 지옥이 가고 천국이

그 위에 덮고, 찬찬히 골랐다. 건물 있는 곳에서부터 도로 쪽

오는 경우도 있지만 지옥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천국이 거

으로 낮게, 그리고 도로의 기울기대로 두 방향으로 경사가 지

기에 덧씌워지는 경우도 있다. 지금 내 경우가 그렇다. 집을

게 밀대로 밀어 나갔다. 그렇게 땅을 고르는 작업을 끝내고,

보면 괴롭고 정원을 보면 행복하다. 나에게 집이라는 살기 위

포방석을 깔았다. 포방석과 포방석 사이는 오십 미리로 맞추

한 하드웨어는 지옥이지만, 집이라는 삶의 소프트웨어는 천

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사실 이렇게 깔면 자동차가 올라섰을

국이다. 내가 이 집을 설계할 때 처음 바로 잡았던 삶의 태도

때 죄다 깨지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정원이 생기지 않는 도

나 방식 같은 것은 누구도 훼손하지 못했음을 느낄 때, 나는

심에서 오십 미리 정원이 가로세로로 교차하는 모습을 상상

행복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구현하기 위해 벽돌을 쌓고, 목

하고 있는 나에게 그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침 적

재를 자르고, 콘크리트를 치고 했던 부분들은 지옥이다. 그 행

당히 비도 내려 주었다. 나중에는 요령도 늘었다. 그렇게 주

복함 중에서 가장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 바로 정원이다.

차장에 포방석을 깔았다. 그렇게 포방석을 다 깔고, 다음 날

사실 도심에서 법정 건폐율을 따라 집을 지으면 주차장과 법

모래를 한 차 더 받아서 포방석 위에 골고루 덮어 주었다. 그

정 조경 면적, 그리고 인접 대지 경계선에서 오십 센티미터를

래야 모래가 포방석 사이로 스며들면서 포방석이 단단히 고

띠우고 나면 정원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래가 스미고 시간이 지나면서 흙

나무를 심을 만한 햇빛 좋은 터를 먼저 잡고, 그 곳을 피해 건

과 모래가 섞이고, 물이 스미면서 식물이 자라기 좋은 토양이

물을 앉혔지만 어쨌든 도로에 면한 부분은 다 주차장 일색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쯤 되면 토끼풀 씨를 사서 주욱 뿌

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오십 미리 정원’이었다. 주차

려 주고 나는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다 깔린 포방석을 보

장에 중국산 포방석을 까는데, 전제는 일단 콘크리트나 몰탈

니 마음이 뿌듯했다. 가로세로로 펼쳐진 이 오십 미리 정원에

은 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시공자들이 반대했다. 그

서 토끼풀이 나면 얼마나 이쁠 것인가? 검은 색과 초록색이

렇게 하면 땅이 부분적으로 꺼지는 부분도 있고, 그렇게 되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낼 거야.

면 굳이 차가 포방석 위로 타지 않더라도 다 깨지고 말 것이

그런데 당분간 차량이 올라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그만 이

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연히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나는

용자들에게 그 주위를 주지 못했다. 포방석을 깐 그날 저녁부

다른 생각을 했다. 포방석이 깨지더라도 상관없었다. 그 깨

터 차가 올라왔고, 아침에 일어나 나가보니 포방석이 여기저

진 조각들이 어디 안 가고 그대로 있어 준다면 나로서는 더

기 깨져 있고, 들고 일어나고, 난리가 아니었다. ‘괜찬타, 괜

바랄 것도 없었다. 내가 관심을 둔 것은 포방석이 아니라 포

찬타’, 그냥 깨진 대로 땅에 박혀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방석 사이와 사이를 벌려서 그곳에서 잡초가 자라게 하는 것

그 깨진 틈 사이에서도 잡초가 올라올 것이니까. 건축주와 나

이었다. 주차장에 깐 까만 포방석과 그 사이의 흙에서 자라

는 벽 밑에 담쟁이 가지도 구해서 심었다. 지금은 미약하지

는 파릇파릇한 잡초를 생각했던 것이다. 시공자들은 “그런

만 나중은 장대해지리라. 그리고 나는 촬영 스케줄에, 중국

법은 없습니다”하고 일을 하려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내 손

출장에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녔다. ‘오십 미리 정원’에 씨

으로 직접 포방석을 깔 수밖에 없었다. 먼저 땅을 골랐다. 넓

를 뿌릴 잠깐의 시간을 낼 마음의 여유도 가지지 못했다. 그


문에 살림집이 작아졌고, 그것 때문에 이 고생을 한 <웃는책

보다도 토끼풀 씨를 뿌렸더니 올 여름에는 포방석과 포방석

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건축주는 도서관을 시작한 지 10년,

틈에서, 깨진 조각 사이에서 토끼풀이 무성히 자라나는 것이

그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은 문을 닫아야 하는 뼈아픈 결

보기 좋다. 거기다가 민들레 씨를 뿌렸더니 초여름 민들레 홀

단을 내려야 했다. 나로서도 허무하기 그지 없었다. 결국 이

씨가 하얗게 온 마당을 덮었다. 보기에 가히 좋더니 누군가

렇게 될 거라면 집을 지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했다. 그러나

민들레 뿌리가 약재로 좋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몽땅 뽑아 가

나로서는 또 한 긋, 차라리 세를 주어 이자 부담을 덜게 되어

버렸다. 집을 지으려면 좋은 터도 중요하지만 동네 인심도 좋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건축주를 생각하면 한없이

은 곳을 잡아야 한다.

미안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토끼풀과 민들레와 깎지 않아 우거진 잔디가 어우러

<웃는책 도서관>을 그만 둔 건축주는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

진 잡초 정원이 생겼다. 나는 언젠가부터 굳이 손질하지 않

했다. 겉으론 의연했지만 마음은 그게 아니라는 걸 누구도 알

아도 자연스럽게 지 멋대로 피고 지는 이 잡초 정원이 좋아졌

수 있었다. 그러더니 건축주는 이상한 제안을 해 왔다. 주차

다. 우리가 아파트를 떠나 자기가 살집을 짓는다는 것은 더

장에 깔린 포방석을 거둬 내고, 거기에 정원을 만들자는 것이

편하게, 더 건강하게, 더 넓은 집에서 살기를 바래서가 아니

었다. 주차장이 없는 집은 불법이라고 말했지만 막무가내였

라, 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마음에서, 담쟁이 넝쿨이 무럭무럭

다. 내 ‘오십 미리 정원’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건축주는

자라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는 기쁨에서, 바람이 불면 나무를

정말 정원을 원했다. 거기에 잔디도 심고, 나무도 기르고, 화

잡아 주려고 받침대를 내는 마음에서, 자나방 때문에 시들어

초도 가꾸는 정원. 어쩌겠는가. 나는 진입로 부분에만 남기

가는 담쟁이를 바라보는 안타까움에서, 계절에 따라 색을 바

고 포방석을 다 거둬 냈다. 그것은 포방석을 거둬 낸 것이 아

꾸는 정원의 한 귀퉁이에 서 있기 위해서 집을 짓는 것이 아

니라 내 ‘오십 미리 정원’을 거둬 낸 것이었다. 그것도 내 손

닐까 생각한다. 태생이 이미 식물과 친한 사람이라면 더할 나

으로. 빨리 씨를 뿌려 ‘오십 미리 정원’에서 토끼풀이 새록새

위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자연과 어쩔 수 없이 교감

록 올라오는 걸 건축주가 봤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

하게 되는 그 지점에 가 있으려고 말이다.

는 후회와 내가 이뤄 놓은 일을 내가 없애는 지옥을 겪어야

올 여름 태풍에 우리 집 계단 지붕이 날아가 버렸다. 식구들

했다. 그러나, 그래도, 그럼에도, 내 ‘오십 미리 정원’은 진입

은 사람이 안 다쳐 다행이다, 빨리 더 큰 비가 오기 전에 새로

로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땅은 세입자에게 주차장으

해야 된다, 걱정이 많고, 그걸 새로 하는 비용 때문에 나도 걱

로 주고, 북동쪽 자그마한 땅에 건축주의 정원을 만들었다.

정이 많지만 나는 계단 지붕이 없어진 걸 은근히 즐기고 있는

거기에 자작나무도 옮겨 심고, 회양목 울타리도 치고, 단풍나

편이다. 그게 원래 내 설계였기 때문이다. 태풍이 찾아 준 내

무도 심고, 살구나무도 심었다. 자작나무 세 그루는 보기 좋

디자인을 행복하게 바라본다. 돈이 생기는 대로 다시 덮어야

게 키가 커서 이젠 생장점을 잘라 줘야 할 때가 되었고, 살구

지. 또 다시 행과 불행이 교차한다. ⓦ 글 | 함성호(본지 편집

나무는 첫해 열매를 맺더니 그 다음 해 죽어 버렸다. 단풍은

기획위원, 시인, 건축가)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위세가 별로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잘 자란다. 그리고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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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그 후 1년이 지났다. 그것 때문에 집을 지었고, 그것 때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18>

구룡포 이야기

여름 비가 오락가락하는 6월 말 구룡포를 찾았다. 인천에서 출발해 경주 안강읍과 포항 호미곶 등대박물관을 거쳐 구 룡포에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한반도를 대각선으 로 가로지르는 여정은 역시 만만치 않다. 갑자기 장대비가 내려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마을 초입에 들어섰다. 본격적 인 답사에 앞서 마을을 돌아볼 요량으로 차로 골목을 살펴 봤다. 다른 고장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기운이 온몸을 감 싼다. 서둘러 차를 세우고 답사를 시작했다. 어족 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 연안 어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일본인 어부들은 1883년 ‘조일통상장정’ 체결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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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나라 연근해에서 어로 활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

↑ 구룡포 우리나라 사람들의 거주지

작된 근대기 우리나라의 어업은 앞선 어로 기술과 일본 정

서 만들어진 해안 도로를 따라 선형 거주지가 형성되었다.

부가 지원하는 각종 자금, 그리고 일본 관리들의 적극적인

이후 지속적인 매립과 부두 건설로 도시가 확대되면서 새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인들에 의해 급속히 잠식되었다. 그

로운 해안 도로가 만들어졌고, 선형 거주지가 형성된 도로

로부터 25년 뒤인 1908년에 체결된 ‘한일어업협정’은 어로

는 이면 도로로 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도로 좌우에 세

활동에 있어 일본인에게 우리나라 사람과 같은 지위를 주었

워진 주택은 도로와 주택 사이의 완충 공간인 마당이나 정

다. 이후 많은 일본 어민들이 우리나라로 이주해 이주 어촌

원이 설치되지 않아 가로 공간에서 느끼는 위요감과 폐쇄감

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세워진 일본인 이주 어촌은

은 상당히 크다. 일본인들이 매립된 해안가 토지에 건물을

형성 배경에 따라 일본 정부가 자국에서 이주 어민을 모집

지어 생활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파른 산비탈에

하여 집단적으로 이주를 추진하여 만든 마을(집단 어촌)과

집을 짓고 살았다. 현재 구룡포에는 51채 정도의 일본식 건

주민의 자발적 이주로 만들어진 마을(자유 어촌)로 구분된

물이 남아 있으며, 주로 1920년대와 1930년대 사이에 세워

다. 이때 건설된 일본인 이주 어촌은 지금도 여러 곳에서 그

진 것이다. 평면 형식은 1열식 마찌야, 2열식 어촌 민가형

흔적을 찾을 수 있으며, 구룡포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평면이 주로 분포하며, 3열 이상의 건물도 상당수 있다. 도

구룡포 일본인 이주 어촌은 19세기 후반 카가와(香川)현 어

시 서민 주택인 마찌야의 경우, 전면의 가로 폭 제한이 심해

민들이 구룡포 인근에 출어하면서 시작되어 1907년에는 카

폭이 좁고 세로 방향이 길어 세장비가 높은데 비해 2열이나

가와현 오다 어촌의 일본 어민의 이주가 이루어졌다. 구룡

3열의 경우는 가로에 넓게 배치되어 세장비가 낮다. 이러

포는 집단 어촌과 자유 어촌이 결합된 어촌으로 1909년에

한 형식은 일본의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른 것으로 아마 식

고등어 어업의 전진기지가 되었고 1912년에는 일본인 이주

민지에 새롭게 만들어진 어촌이라 행정력이 덜 미친 데 따

민이 42호로 늘었다. 1914년 경상북도 영일군 창주면으로

른 것으로 보인다.

행정구역이 개편되고, 관공서가 세워져 어촌으로서의 면모

구룡포 답사는 이곳을 둘러싸고 있는 몇 가지 키워드를 갖

를 갖추면서 이주민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구룡포에 거주

고 보면 더욱 흥미롭다. 근대 거리 활성화와 관광, 인천과

하는 일본인의 규모는 1929년 192호(815명), 1933년 220호

구룡포의 관계, 몰탈로 가려진 일본인의 이름 등이 바로 그

가 되었고, 창주면이 구룡포읍으로 승격되던 1942년 10월 1

것이다.

일에는 경북 11개 읍 중 6위에 오르면서 절정에 달했다. 인구 증가와 함께 항만 시설과 시가지가 하나씩 정비되면

근대 거리 활성화와 관광

서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졌다. 1차 방파제가 건설되면

포항시는 몇 해 전부터 구룡포 활성화를 위해 일본인 관광


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벌써 많은 일본인이 다녀갔고, 올해

인천과 구룡포

4월에는 구룡포와 대통령의 고향 마을을 보러 온 일본인 관

신사 터를 지나 골목을 지나면서 동네를 살피는데 아저씨

광객을 태운 크루즈 선이 영일만 항에 정박하기도 했다. 이

한 분이 말을 걸어온다. 인천에서 왔다 하니 대뜸 지방자치

에 더해 포항시는 향후 10년 동안 83억 원을 들여 일본식

단체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선거에서 패한 것을 말한다.

주택과 상가를 복원/정비하고 도로는 화강석으로 포장하여

역시 현직 대통령의 고향답다. 그런데 구룡포에는 인천과

수산업과 관광을 접목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금년에는

관련된 아주 흥미로운 일화가 전해진다. 이곳 사람들은 구

구룡포근대역사문화거리 학술세미나(7월 9일), 구룡포근대

룡포가 낙후되었다는 생각에서 구룡포읍을 인천시와 비교

문화거리 관광자원화 주민 간담회(7월 26일), 용역 보고회

하면서 구룡포가 읍으로 승격되던 1942년에 인천도 같이 읍

(10월 6일)가 연달아 개최되었다. 아울러 작년 6월 도쿄에

으로 승격되었는데, 인천은 현재 광역시가 되었고 구룡포는

서는 일제강점기 구룡포의 이야기를 담은 출판기념회를 갖

아직도 읍이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이 일대에는 널리 퍼

기도 했다. 이 기념회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유력 정치인

진 말로 신문 기사에도 가끔 등장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

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구룡포에

실은 인천이 읍호를 가졌던 것은 조선 시대 인천도호부 때

살았던 일본인들의 모임인 ‘구룡포회’ 회원도 참여해 책을

의 일이다. 일제강점기 인천의 행정 단위는 인천 부윤이 관

받아 들고 눈물을 흘렸다는 점이다.

할하던 인천부(仁川府)로 인천읍이 되었던 사실은 없다. 아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을 보수하여 문화 예술 관

마도 1940년대에 소사면에서 소사읍으로 승격된 부천시의

련 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역사적 가

역사를 인천의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듯하다.

치가 서린 문화유산은 반드시 보존되어야 하나, 근대의 아 몰탈로 가려진 일본인의 이름들

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구룡포회 회원들이 흘린 눈물이 무

신사에 오르는 계단은 1920년대에 세워졌다. 전형적인 일

엇을 뜻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본 신사의 진입 계단 형식이다. 계단 좌우에는 각각 6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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픔이 담긴 근대 문화유산 보존에는 냉철한 자기반성과 객관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 → 구룡포 일본인 거리 모습

↑ 구룡포 신사 진입 계단과 진입계단의 비석


↑ 도가와 야스브로 공덕비.

↑ 전시관(하시모토 젠기치의 집) 내외부.

59개(총 120개)의 비석이 있다. 비석을 살펴보니 우리나라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홍보 전시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의아한 생각이 들어 지나가

이 전시관은 카가와 출신 어부 가운데 가장 큰 재산을 모았

던 주민에게 유래를 물었다. 원래는 신사를 조성하는 데 기

던 하시모토 젠기치(橋本善吉)가 살았던 집이다. 그런데 이

부금을 낸 일본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1960년 충혼

전시장의 전시물과 옥외 조경을 놓고 말이 많다.

탑을 세우면서 그 부분에 시멘트 몰탈을 바르고, 반대 면에

“어설픈 복원, 빈약한 전시 자료, 부족한 고증과 이에 따른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을 새기고 돌려 세운 것이라 한다.

오류와 왜곡”

최근 도가와 야스브로(十河 彌三郞)의 것만 유일하게 몰탈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상징하는 박물관/전시관 만

을 바르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도가와는 오카야마현(

들기가 낳은 이 시대의 또 다른 문화적 아이콘이다. ⓦ 글 |

岡山縣) 출신으로 27세이던 1902년 지금의 장기면 모포리

손장원(본지 고정집필위원, 재능대학 실내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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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로 이주해 우리나라에 정착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1908 년 구룡포로 옮겨와 살면서 구룡포를 발전시킨 사람이다. 그런데 흥미를 끄는 또 다른 것은 이러한 공로를 기리기 위 해 1942년 마을 뒷산에 세운 그의 공덕비이다. 상당히 큰 규 모의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그의 공덕비의 명문은 몰탈이 발 라져 있다. 현재 구룡포에서는 비석 몰탈을 벗겨 내는 것을 놓고 찬반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이 있다. 비석을 부수고 명문을 쪼아 낸다 해서 역사도 함께 사라지지 않으며, 비석 명문을 가리기 위해 몰탈을 바른 것 도 엄연한 역사라는 점이다.


<POwer ARchitect 파일 09 | 임재용>

바라보기의 양면

↑ program scrambling 다이어그램

건축가는 다양한 시각으로 주변과 상황을 바라본다. 때로는 주변의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하고 재인식한다. 그 시대 그 사회의 변 화의 단면을 건축 작업으로 기록하는 기록자로서의 건축가의 시각이다. ‘진화하는 주유소’ 작업이 그 산물이다. 때로는 그저 바라본다.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다. 여기서 건축은 자연을 바라보는 최소한의 틀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101가지 방법이 최소한의 틀을 만들

건축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그 시대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역사가 각 시대의 누적된 모습이라고 가정한다면 건축은 그 역사의 흔 적이다. 사회는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건축가들에게는 그러한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고 건축으로 담아내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다. 건 축가가 그러한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건축가들에게는 즐거움 그 자체이다. 그의 건축 작업이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느냐 아니냐 를 떠나서…. 그러한 관점에서 최근 연작으로 진행하고 있는 옥내 주유소 프로젝트는 필자에게 큰 즐거움이다.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주유소라는 프 로젝트를 통해서 급변하는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통찰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를 진 행하면서 한국 사회 변화의 단면을 건축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도시 풍경의 맥을 끊는 기존 주유소 : 세계 어디를 여행해 봐도 서울처럼 도심에 주유소가 많은 도시는 없는 것 같다. 숫자가 많은 것도 문제이지만 도심지의 주유소는 대부분 대로변에 넓게 자리 잡고 있어 도시 가로 경관의 흐름을 끊어 놓기 일쑤다. 그 이유는 기존 주유 소가 주변의 밀도에 관계 없이 대부분 2층 건물 전면에 주유 캐노피가 있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도시 조직이 밀도가 높고 조 밀한 지역이라면 그 도시의 맥을 끊어내는 영향력은 더욱 치명적이다. 발상의 전환, 옥내 주유소 : 지금까지의 기존 주유소들이 도심지에서 초 저밀도의 형태로 살아남았던 이유는 그만큼 수익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주유소에 새로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주유소가 땅의 가치에 비해 이익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한계상황 에 부닥친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옥외 주유소로는 사업을 다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세차 시설, 경정비 시설, 소형 마트 등의 극히 제한적인 용도만 허용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 옥내 주유소이다. 소방법에서 건물의 내부에 설치되는 주유소를 옥내 주유소라고 하는 데 필요한 법규 조항만 충족하면 이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주유소 옆에 별동으로 조그마한 사옥을 쓰고 있던 회사들이 기존 주유소와 사 옥을 헐고 새롭게 주유소 짓고 그 위에 새로운 사옥을 올려 태워서 짓는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주유소와 사옥으로 출발하였 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조합하여 임대하는 프로젝트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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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과 재인식 : 진화하는 주유소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기 위한 일련의 작업들이다.


프로그램 섞기(Program Scrambling) : 완공된 서울석유 사옥은 주유소 위에 사옥 및 임대 공간을, 한유그룹 사옥은 주유소 위의 업 무 시설 전체를 사옥으로 사용한다. 설계가 진행 중인 중앙 에너비스 프로젝트, 청담동 프로젝트, 천안 프로젝트는 좀 더 적극적인 프 로그램을 담고 있다. 앞의 두 프로젝트가 주유소와 업무 시설을 수직적으로 섞은 반면, 중앙 에너비스와 청담동 프로젝트는 업무 시설 은 물론 자동차 전시장, 식당, 카페 및 공연 시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스크램블링(scrambling)하는 작업이다. 천안 프로젝트에서 는 슈퍼마켓을 주유소와 1층에 같이 섞고, 3층에 플랫폼을 설치하고 식당, 카페, 갤러리 등을 섞어 내는 프로그램 스크램블링(Program Scrambling)을 시도하고 있다. 도시 풍경 잇기 : 에너지 + α 프로젝트는 도시 풍경의 끊어진 맥을 이어주는 도시적 의미가 크다. 각각의 프로젝트는 저마다 다른 상황 에 대처하는 각각의 전략이 있다. 서울석유 사옥의 경우는 경동교회라는 랜드마크 바로 옆에 위치해 무거운 침묵에 대해 가벼움의 침묵 이라는 전략으로 대응하였다. 한유그룹 사옥의 경우는 밋밋한 도시의 풍경 속에 반복적인 틀을 던져 놓고 그 사이를 다양한 질감과 경사 각의 유리로 마감해 다채롭게 변화하는 표정을 짓는 풍경을 연출하려고 하였다. 중앙 에너비스의 경우 한남로를 따라 도시 맥락에 대응 하면서도 3층에 건물 중앙을 관통하는 데크를 두어 남산에서부터 흘러내리는 공원의 흐름을 한남로까지 끌어들이려고 시도하였다. 청 담동 프로젝트의 경우 주변 건물의 높이를 맞추어 도시 풍경의 흐름을 잇고 그 안에서 용적률 250%를 맞추기 위해 매 층을 건폐율 10% 수준으로 맞추어 매스를 들어내는 작업을 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제안하고 있다. 천안 프로젝트의 경우는 위의 프로젝트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아직 가로의 컨텍스트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도시 풍경을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 도시 풍경 before & after 다이어그램. (왼쪽부터) 서울석유 사옥, 한유그룹 사옥, 중앙 에너비스, 청담동 프로젝트, 천안 프로젝트

소통을 위한 관통 : 모든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주변과 소 통하는 장치로 관통이라는 매개 공간을 이용한다. 매스를 관통하 는 매개 공간을 통해 매스의 앞의 상황과 뒤의 상황이 서로 소통하 고 매스 내부 공간끼리도 서로 소통한다. 서울석유 사옥의 경우는 wiDe Depth report

경사지게 관통하는 유리튜브를 통해서 옆에 있는 경동교회와 소통 한다. 물론 내부 공간도 이 유리튜브를 통해 수평, 수직적으로 서 로 소통한다. 한유그룹 사옥의 경우는 5층의 옥상 정원을 통해 건 물의 앞뒤가 서로 시각적으로 소통하고, 동서 방향으로 서로 엇갈 리게 걸려 있는 브릿지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외부와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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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에너비스의 경우는 3층의 데크를 통해 남산에서부터 흘러내 리는 공원의 흐름을 한남로까지 끌어들이려 하였다. 청담동 프로젝트의 경우 층마다 방향과 크기가 다른 관통의 흔적 으로 남은 데크를 통하여 주변의 컨텍스트와 소통하려 하였다. 천 안 프로젝트의 경우는 3층의 플랫폼에서는 물론 1층의 주유소 레 ↑ 소통을 위한 관통 다이어그램

벨에서도 시각적 소통이 가능하도록 시도하였다.


↑, ← 서울석유주식회사 사옥

1,2층은 주유소, 3층은 주차장, 4층부터 7층까지는 사무실로 쓰이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건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옥내 주유소라 는 새로운 발상이었다. 옥내 주유소를 교회 그것도 경동교회 옆에 짓는 작업은 내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기념비적인 건물 옆에 서는 법/경동교회와의 관계 설정 - 종속, 대립, 긴장감/이 대지의 장소성/도시적 맥락에서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 도시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다른 속도에 반응하는 법/옥내 주유소라는 새로운 빌딩 타입…. 먼저 경동교회를 규정해 보는 작업이 필요했다. 침묵. 무거움의 침묵이 최종적 결론이었다. 서울석유사옥도 침묵하는 집이었으면 했다. 그러나 지상층은 주유소이고 3층은 주차장, 그 리고 나머지층은 사무소인지라 속성상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집이다. 그렇다면 이 집은 침묵할 수 없거나 침묵하더라도 가벼울 수밖 에 없다. 서울석유는 가벼움의 침묵이다. 건물의 외부를 감싸는 금속망 표피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였지만 가벼움의 침묵을 위한 중요 한 장치이다. 수직적으로 전혀 다른 기능들을 묶어서 침묵시키는 표피이다. 또한 금속망 표피는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의 질감을 확인 시켜 준다. 5,6,7층 간을 비스듬히 관통하는 유리튜브(사실은 외부 공간이다)는 각 층 내부에서 경동교회 및 주변 도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장 치이다. 유리튜브를 다시 관통하는 다리를 통해서 이동할 때 주변을 향해 집중되고 분산되는 유리통을 통해서 주변과 소통할 수 있다. 3층 주차장으로 접근하는 뒷길에서도 주변의 맥락과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사선제한에 의해 경사진 면을 통해서 경동교회의 경사 진 파라펫의 느낌을 그대로 연장하여 도시적 리듬을 연결해 보려는 것이 그것이다.

한유그룹 사옥 : 다양한 표정의 틀 서울석유 사옥이 완공될 즈음에 오랫동안 주유소 위에 사옥을 짓는 것을 구상해 오던 건축주로부터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다. 대지는 수년간 강의를 다니면서 익숙했던 남부순환로 대로변의 땅이었다. 서울석유의 경우 경동교회라는 든든한(?) 컨텍스트가 있었지만 이 경 우에는 기댈 만한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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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건축주를 만나는 날 여러 가지 의미로 흥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지가 경동교회 바로 옆이어서 그랬고 건축주가 원하는 건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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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석유주식회사 사옥 : 무거움의 침묵과 가벼움의 침묵


↑, ↗ 한유그룹 사옥

고착된 이미지의 건물보다는 틀의 레이어를 컨텍스트 속에 던져 놓고 그 표정이 시간, 빛, 속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도시의 풍경을 만들고 싶었다. 2미터 간격으로 던져진 금속 틀의 레이어는 가로 풍경의 리듬을 만드는 도시적 장치이면서 건물 외피의 질서로부터 내 부 천장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스템의 골격이다. 스텐 판으로 마감된 틀의 레이어는 남부순환로를 따라 움직이는 속도에 반응하고 빛의 성질에 따라 다양한 표정으로 반응한다. 틀의 레 이어 사이에 끼워진 다양한 경사각과 질감의 유리면은 하늘과 땅을 다양하게 투영하며 다이나믹한 그림자의 궤적을 그려낸다. 보이는 각도와 빛의 밝기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알루미늄 판 마감 또한 변화무쌍한 표정을 지어낸다. 5층을 관통하는 데크 위에 서로 엇갈리게 걸려있는 브릿지는 이와는 다르게, 보다 명확하고 투명한 표정으로 주변과 소통한다. 앞의 남 부순환로와 뒤의 주택가를 적극적으로 관통하여 소통하지는 못했지만, 시각적으로 앞과 뒤의 소통을 시도하였다.

중앙 에너비스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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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의 큰 의미가 있다.

↑ 중앙 에너비스 사옥


↑ 거제도 게스트하우스

남산자락 잇기 : 대지는 남산에서 흘러내리는 녹지가 한남로와 만나는 유일한 접점이어서 한남로에서 남산자락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또한 대지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작년에 현상설계에 당선한 한남 뉴타운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적으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다. 녹지와 대지가 만나는 지점이 도로에서 9미터 높이에 위치하는 지형적 제한과 1층에 주유소를 넣어야 하는 프로그램적 제한 때문에 도 로 높이까지 녹지를 끌어내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2층에 매스를 관통하는 데크를 설치하여 녹지의 흐름을 이으려는 시도를 하였다. Program Scrambling : 완공된 두 프로젝트가 주유소와 업무 시설의 소극적 프로그램 섞기인 반면 이 프로젝트는 업무 시설은 물론, 식 당, 카페, 전시 시설, 자동차 전시장, 공연 시설, 주거까지를 섞어내는 적극적인 프로그램 스크램블링이라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다른 목표는 다양한 프로그램 섞기를 가능케 하는 건축적 장치인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유연한 시스템은 공간적 유연성과 설비 적 유연성을 통하여 구축된다. 공간적 유연성은 데크의 삽입을 통해 외피의 외기 접촉 면적을 넓힘으로써 가능해지고, 설비적 유연성은 전기 및 설비 등의 서비스 코어를 최대한 분산시킴으로써 가능해진다.

그저 바라보기 : 바다를 보는 101가지 방법 최근 바다를 바라보는 대지에 몇 개의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대지의 상황과 프로그램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왔지만 일관 된 주제는 바다를 바라보는 틀 만들기였다. 건축을 건물이 아닌 바다를 바라보는 틀 또는 장치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 글 | 임재용 (OCA 대표)

임재용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Son & Francis Architects, Eric Owen Moss Architect 등에서 근무한 바 있고, 건축 연구소 OCA(Los Angeles) 소장을 거쳐 현재 건축사 사무소 OCA 대표로 활동 중이다. 서울석유사옥(2008 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오름(2006 한국 건축문화대상 대상), 광림교회 수도원 야외음악당(2005 IAA International Achievement Award), 림스 코스모 치과(2004 한국 건축가 협회상), 우면동 스튜디오(2004 한국 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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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 호텔 계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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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 카페


<POwer ARchitect 파일 10 | 안용대>

병원 건축의 다양한 표현

↑ 디오센텀사옥

↑ 디오센텀사옥 물의 중정

병원 건축의 다양한 표현 필자는 내면의 표현이나 관념의 구축에 몰두하기보다는 주변 환경에 시선을 주고 모든 종류의 만남으로부터 작품을 유도하는 건축가라 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조건과 한계가 너무나 명백한 지방에서 건축하는 건축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 는 병원 진료 과목의 특성을 직설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아이콘으로서 디자인하기도 한다. 지극히 1차원적인 제안일 수도 있으며 건축 가의 존재감을 위협하는 위험한 시도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렇게 생각하도록 지금의 건축이 교육되고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 지만 분명한 것은 현실적인 단순한 단서에서도 건축적인 성과를 표현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기에 그 가능성을 향하여 다양한 방법들 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는 추상적인 공간이 아니다.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구체적인 장소들의 집합이다. 이 장 소는 일상생활의 무대이자 개인과 집단,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사회구조가 생산되는 공간적 바탕이 된다. 그래서 필자의 건축 언어에서 나타나는 표현과 공간 연출은 도시 생활의 일상적 가치에 집중한다. 화려한 언어와 철학으로서 무장한 현재의 건축판에 서 이러한 소박함은 동네 건축가로서의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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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is value 우연한 기회에 여성 병원을 설계한 것이 계기가 되어 중소규모의 병원 설계 실적이 거의 30개를 넘고 있다. 그 기간이 기껏 6년 정도에 불과하니 불황기에 효자 종목으로서의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는 셈이다.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병원 설계 전문 사무실이 라고 불리고 있다. 건축가를 어느 특정 용도의 전문가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치는 않지만 사무실 운영을 위해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 이 미 전문직의 전문화는 사회의 전반적인 추세라서 건축판도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최근 중소병원의 생존 전략으로 대 두되고 있는 것도 병원의 전문화이다. 한편 의료 환경을 살펴보면 상당수 중소병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고, 대형 병원과의 불균형으로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어 건축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도 하다. 병원의 상품이라고 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치료 능력일 것이다. 그 외에도 서비스, 건축, 내부 프로세스, 직원 등 많은 요소들이 있다. 이러한 요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병원만이 가진 치료 기술이나 고객 관리에 대한 차별성과, 그 병원에 대해서 떠올리는 이미 지인 브랜드이다. 무한 경쟁 시대의 병원은 브랜드가 필요하다. 건축계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갖춘 명품 건축가들이 중 요 프로젝트를 독식하는 것을 보면 반듯이 갖추어야 할 조건임이 분명하다. 건축이 도시의 브랜드로 작용하듯이 최근 들어 병원의 브 랜드에서 건축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는 않아 보인다. 그에 따라 병원 건축은 환자 진료의 소극적 기능에서 벗어나 사용자 모두


를 위한 생활공간으로 디자인되고 있다. 또한 병원 진료 특성의 이미지 구축과 차별화를 위한 독자적인 아이덴티티가 요구된다. 더불 어 기능적으로는 병원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여야 한다. 당연하지만 이미지의 구축과 기능적 만족이라는 두 가지 문제의 해결은 건축 이 갖는 속성이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건물이 단순 기능보다는 복합적인 기능이 되어야 수요를 커버할 수 있으며 경제적인 부담을 덜 수가 있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하는 대부분의 전문 병원들의 1층, 2층은 임대 공간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경우에 굳이 수익성이 높은 층을 병원의 용 도로 사용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 경우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최대 공간의 확보란 공식을 통해 수치적 유희에서부터 설계가 시작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병원 건축이 가져야 할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해야 하는 이중적인 난제를 안게 된다. 두 가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변 건축과의 질량적 차별화를 통한 병원의 이미지 구성을 주로 시도한다. 이것은 법적 조건이 허용하는 최대 한의 공간 확보와 평면 구성을 따르던 기존의 입면 구성 방법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건물의 형태가 구조주의적 성향 을 가지고 있으며 다소는 무겁게 느껴진다. 이는 대체적으로 가볍게 표현하는 현대건축의 경향에 반하는 의도된 연출이며, 이러한 요소 는 주로 마당과 정원으로 보여지는 사이 공간의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Eco Hospital 친환경 설계는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고비용의 건축물보다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공간 솔루션 건축이 더 현실적이며 경제적이다. 즉 지금 소비되는 건축물의 에너지 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절감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필자의 병원 설계는 건물의 방향과 일조량을 조절 해 자연광은 들어오고 열손실은 차단하는 방법을 가급적으로 적용한다. 복도는 주로 중정으로 노출하여 자연 채광을 공급함으로써 조 명 사용량을 줄이고, 자연 통풍과 외부 차양, 자재를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쾌적성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환경적 요소의 도입은 시대 적 화두이며 병원의 성격인 건강과 다르지 않다. 연속되는 매스의 사이 공간에 환경 요소(마당, 나무, 빛)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그 리하여 건물의 이미지는 매스 형태와 더불어 환경적인 요소가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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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항운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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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로여성병원


↑ 미래아이여성병원 ← 진해 예인여성병원

내부 공간의 주된 포인트는 환경성 향상. 비어 있으나 비어있지 않는 마당을 구성한다. 비교적 작은 실들로 구성되는 병원의 성격상 큰 볼륨으로 인하여 적당한 채광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 이 방법은 매우 유효한 해결책이 된다. 마당은 다양한 기능을 담아낸다. 환자와 보 호자, 직원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제공된다. 여기서 조경은 흔히 보는 정원의 구성 방법과 재료를 사용하며, 너무 개성적이거나 작가 적인 것이 아니라 가정주부가 자신의 발코니를 꾸민 듯 소박하고 익숙한 모습이다. 더불어 마당은 병원과 부속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 하며, 계절에 따른 수목의 변화는 외부로 노출되어 건물과 도시의 가로에 다양한 표정을 부여한다. 중정의 빛은 주위의 경관을 내부 공 간에 끌어들임과 동시에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그려 놓는 감성적 이미지를 연출한다.

Regionality 한편 다양한 실들이 요구되는 프로그램과 내부 공간은 정렬되지 않은 창들과 크기를 달리하는 개구부들을 이용한 입면을 구성한다. 굴 절되고 연속된 매스와 비어 있는 사이 공간. 이것이 외부로 드러나는 조형성의 핵심적인 디자인 이미지이며, 긴장과 갈등을 일으키며 성장하는 건축과 도시와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긴장감은 입면의 창 패턴에서도 표현된다. 창의 크기는 규칙적이지 않 다. 병원에서의 실은 기능에 따라 그 크기와 형태가 다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창의 크기도 일정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며 그것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 건물의 입면이다. 이러한 외적 비움과 불규칙적 입면 구성 방법을 통해 병원의 브랜드와 부산의 지역성을 이미지화하고자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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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부산의 모습을 보는 외지인의 시선은 무질서하고 세련되지 못한 곳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틀린 것은 아니다. 적당히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번잡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곳을 둘러보면 불협화음의 조화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서로 맞지 않는 듯하면서도 함께 어우러지는 부산의 모습은 마치 즉흥연주를 하는 재즈와 같은 느낌일 거다. 따라서 도시의 모습은 여러 가지 재료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내는 잡탕의 삶이 진화하면서 만들어진 풍경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오히려 활기가 있고 여유롭다. 생각에 따라서는 무질서가 아니 라 삶의 에너지가 된다. 부산 사람들의 기질은 도전적이고 직선적이다. 그래서 매끈하지 않고 투박하고 거칠다. 물론 부산의 지역성이 라는 것이 어떠해야 한다고 단순화해서 규정할 수 없는 것이기에 구체적인 요소를 들라 하면 솔직히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 지만 대체적으로 나의 건축에 나타나는 어떤 느낌이 부산의 기질을 닮아 있다고 주장한다면 쉽게 부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진 다.ⓦ 글 | 안용대(㈜가가건축 대표이사)

안용대는 부산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도시공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 동아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로 있다. 공간건축, 이로재건축에 서 실무 경력을 쌓았고, 1995년 부산에 가가건축을 설립하여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요산문학관, 덕천동 미래로여성병원, 진해예인여 성병원, 부산대 제2예술관, 디오센텀사옥, 새우리신경외과병원 등이 있으며 2006년, 2008년 부산다운건축상을 수상하였다.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18>

서울국제건축영화제 M4* SIAFF, Seoul International Architecture Film Festival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건축영화제를 상영한 것만으로도 감사 한 마음이다. 영화제의 예산이나 상영 편수,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볼 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란 이름이 생뚱맞아 보

프로그램도 경쟁, 비경쟁, 장편, 단편 등 메이저급 영화제가 갖춘 모든 골격은 다 갖추고 있었으니, 저 명칭이 지극히 당 연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명칭이나 로고 등도 그때 이 미 의장등록을 끝냈고 이제 남은 건 저 명칭에 걸맞는 영화

↑ <소머스 타운(Somers Town, 2008, 감독 셰인 메도우스)>

제로 키워나가는 것뿐이다. 작은 영화제라고 해도 개/폐막식을 비롯해 어느 것 하나 빠

실이다. 선정 기준의 우선순위가 IMDB(인터넷무비 데이터

지는 게 없다 보니, 무보수로 일하는 적은 인원들의 고생을

베이스)나 건축인들에게 무수히 회자되었던 작품과 다르다

필자라도 이 자리를 통해 치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필자

는 뜻이다.

역시, 사람을 섭외하고 자막을 제작하는 일에서부터 프로그

사실 예전엔 직접적으로 건축을 언급한 영화도 거의 없었을

래머의 역할까지 관여했다.(물론 다른 사람과 일의 양을 비

뿐더러, ‘건축 영화’ 하면 오히려 건축가의 상상력에 날개를

교하면 운영 위원 중 가장 적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임무는

달아 준 영화들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또 그로 인해 도시며

상영작을 선정하는 일이었다. 어찌 보면 특권 아닌 특권이

공간을 담론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 오히려 행복하지 않았

지만, 사실 상영작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연한 이

나 생각된다.

야기일 수 있으나 영화제라는 게 혼자서 영화를 보는 것이

하지만 최근 들어 직접 건축가나 건축물 혹은 도시를 다룬

아닌 바에야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건 피할 수 없는 현

영화들이 늘면서 점점 더 시각적인 가벼움에 비중을 둔 관

* 자료의 분류를 위하여 서두에 다음과 같은 약어를 추가한다. 알파벳 다음의 숫자는 해당 꼭지의 일련 번호이다. A _ Architect : 건축가와 관련된 주제나 영화 / B _ Building : 건축물과 관련된 주제나 영화 / P _ Producer : 감독의 건축적 연관성을 언급한 영화 / D _ Documentary : 건축적 다큐멘터리 / C _ City : 미래 도시를 포함한 도시적 관점의 영화 / M _ Miscellaneous : 그밖 에 건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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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준비로 이루어졌다. 당시 예산은 지금의 10배가 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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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모르지만, 이 영화제는 이미 4년 전부터 뜻있는 사람들


객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나가고 있다. 더군다나 할리우드처 럼 오감을 자극하는 비주얼로 중무장하니, 고루한 가치만을 앞세워 건축을 논하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이상적인 배열은 다양성인 듯하다. 로테르담 건 축영화제를 보면 워낙 차려 놓은 음식이 많아 내겐 온갖 부 류의 마니아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처럼 느껴진다. “ 이게 무슨 건축 영화야”라고 의구심을 가질만한 셰인 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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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우스 감독의 2008년도 영화 <소머스 타운(Somers Town)>

↑ <비주얼 어쿠스틱스(Visual Acoustics, 2008, 감독 에릭 브리커)>

까지도 상영될 수 있는 건 바로 그 다양성 때문이다. 별로

미국 현대 건축의 중요한 작품들을 대부분 촬영함으로써 모

기대하지 않고 보았는데 매우 감동적이라는 평이 가장 많은

더니즘 건축 미학을 이끌어낸 사진작가로 손꼽힌다. 배우

영화였다. 그러나 대도시 집중화 및 부도심의 공동화, 그에

더스틴 호프만이 나레이션을 맡은 이 영화는, 어쩌면 건축

따른 도심 재생, 또 우리나라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동남아

가보다 더욱 세심한 눈으로 건축 작품을 필름에 담는 사진

시아인들을 비롯한 이주민 문제, 또 가장 중요한 인간의 이

작가를 통해 건축을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이다.

야기, 영화에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특정 목적을 가지

최근 스페인 정부의 초청으로 알함브라 궁정을 촬영한 사진

고 만든 도시 소머스타운 등, 이러한 내용들이 그 밑바탕에

작가 배병우 선생과 관객의 대화도 영화와 잘 어울린다.

깔려 우리 서울건축영화제가 벤치마킹해야 할 또 다른 방향

렘 콜하스의 작품인 보르도주택에서 오랫동안 가정부로 일

을 제시해 준다.

하고 있는 과달루페 여사를 일주일간 쫓는 <콜하스 하우스

올해 치른 제2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작년보다 풍성해졌

라이프(Koolhaas Houselife, 2008, 감독 일랴 베카, 루이

다고는(?) 해도, 열 손가락도 다 못 채우는 상영 편수다 보

즈 르무안)>, 르 코르뷔제의 작품인 쿠루체트하우스를 배경

니 어려움이 더 많다. 요즘은 영화를 다운받을 수 있는 사

으로 이웃 간의 마찰을 다룬 <성가신 이웃(The man next

이트들도 많아 그 동안 건축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영화들

door, 2009, 감독 마리아노 콘, 가스통 뒤프라)>, <13구역>

은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기무

이라는 영화를 통해 옥상을 뛰어다니는 격한 운동으로 알려

사의 장소적 의미를 이야기한 <기무(The Strange Dance,

진 ’파쿠르’가 비아케 잉겔스의 작품에 뛰어든 <마이 플레

2009, 감독 박동현)>와 같은 한국 영화를 상영할 수 있음

이그라운드(My Playground, 2009, 감독 카스파 아스트럽

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기이한 춤이라고 설정한 제목도 너

슈뢰더)>, 프라하 국립도서관 국제현상설계에서 당선한 얀

무 마음에 들고 말이다. 마지막에 또 다른 문제로 제외된 정

카프리츠키의 다큐 <프라하의 눈(Eye over Prague, 2010,

재훈 감독의 <호수길>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흔히 재

감독 올가 슈파토바)>, 책상이 아닌 현장 교육을 통해 건축

개발 하면 떠오르는, 주민과 개발자의 마찰이나 데모가 아

의 사회적인 책임을 몸소 실천한 사무엘 막비의 <루럴 스튜

닌, 오히려 너무나 평온한 모습으로 담아내어 우리의 삶을

디오> 후속 편 격인 <시티즌 아키텍트(Citizen Architect,

천천히 다시 관찰하는 기회를 갖게 하는 아름다운 영화이

2010, 감독 샘 웨인라이트 더글러스)> 등이 상영되었다.

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제에 “마스터스를 찾아…” 이런 식의 꼭지가 있었

아무튼 지금 건축영화제는 칭찬과 격려가 필요할 때다. 당

다면 그 안에서 관객을 만났을 영화는 피터 그리너웨이 감

장 내년도 기약할 수 없는 문화적 빈곤함 속에서 주최자의

독의 <건축가의 배(Belly of an Architect, 1987)>이다. 내

관심마저 다른 데 있으니, 많이 참고 작은 일에 감사하고 또

가 보는 한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쉬운 영화 <건축가의 배

기뻐할 일이다. 아무튼 나중에 상영 편수가 한 15편 정도라

>는 궁극적으로 건축을 이야기하진 않지만, 풍성한 건축적

도 되면 좀 다양하게 늘어놓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간단

소재로 인해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 ⓦ 글 | 강병국(본지 고

하게 상영작 이야기로 눈을 돌린다.

정집필위원, 동우건축 소장)

YTN 건축 다큐를 제외하면 총 8편이 상영됐다. 개막작 < 비주얼 어쿠스틱스(Visual Acoustics, 2008, 감독 에릭 브리 커)>는 미국의 위대한 건축 사진작가 줄리어스 슐먼(19202009)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그는 1930년대 이후 프랭크 로 이드 라이트, 리처드 노이트라, 존 라우터, 프랭크 게리 등


<WIDE focus 09 | 강권정예>

한반도 내 미군 기지 101곳, 총 면적 73,404,486㎡(미 국방

많이 받은 것 같다. 캠프 하야리아가 있는 부산의 도시 건

부 자료), 서울, 경기 지역에만 65%가 배치되어 있다. 이 가

축 전문가 사회의 관심을 제외한다면 더욱 그리 보인다. 이

운데 반환되거나 통폐합 이전되는 미군 기지는 62곳, 현재

유라면 전시의 대상이자 장소가 되는 하야리아는 지역의 노

23곳이 1라운드 협상으로 먼저 마무리되었으며, 서울의 용

른자라고 하는 부산 범전동, 연지동 일대 543,360㎡(16만

산 기지를 비롯한 나머지가 2라운드 협상을 앞두고 있다.-녹

여 평)에 이르는 땅으로, 2006년까지만 해도 미군이 주둔

색연합 발간 자료 요약 발췌

하고 있다가 2002년 3월 한미간의 연합토지관리계획(Land Partnership Plan) 협정에 의거, 하야리아 부대의 폐쇄가 결

지난 10월 ‘캠프 하야리아(Kamp Hiaeah)’에서는 ‘하야리

정(2006년 8월)된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60년 넘도

아의 과거, 현재, 미래’ 전이 한 달간 열렸다. ‘하야리아 공

록 금단의 땅이었던 곳을, 사실상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원 포럼’을 비롯해 지역의 학교와 단체가 준비한 이 전시는,

돌아가도록 하나의 전시가 그 서막을 열었다는 상징성 때문

방대한 사료와 기록을 바탕으로 하야리아이전의 모습들을

에 더욱 관심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그려 내었다. 하야리아의 의미를 진단하는 도시 건축 전문 가들과 예술가들의 해석은, 향후 하야리아를 비롯한 도시의

하야리아의 과거

변화와 가능성에 대한 밑그림들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리

개방된 ‘캠프 하야리아’의 모습은 과거 미군들이 사용하던

고 전시와 함께 캠프 내 주요 시설물의 안팎에서 그림 그리

건물과 공간이 그대로 남아 5,60년씩 된 수목들과 군락을

기, 연 날리기, 생활용품 물물교환 등 다양한 시민 행사가 있

이루고 있다. 근대화 시기 압축 성장 발전한 도시의 모습

었고 ‘캠프 하야리아’ 투어가 병행되었다.

과는 사뭇 다르게, 재건축 재개발의 소용돌이에서도 온전

이번 전시를 비롯한 행사는 시민사회의 관심과 주목을 더

히 살아남은 채(?)로 말이다. ‘캠프 하야리아’ 내에는 주거

112

↑ 캠프 하야리아의 항공사진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대한민국 원주민, 하야리아에 다시 정착할 것인가


사령관 숙소 극장 정수장 및 통신시설

물류창고 관사(위관급) 어린이 놀이터

학교

유치원

냉동창고

장교 숙소

체육관 종교부속시설

창고

농구코트

야전 막사동

비디오대여점 옛 마권판매소 (홍보관) 수영장 테니스코트 행정실 회의실 인사처 (한국어학당)

출입 사무실 우편집중국 헬기장

무기고

은행

사병클럽

치과 야구장

시설 공병대

운동장 (축구장))

PX 소방서

헌병수송대

기름주유대

숙소

병원 창고

사령부

예배당

화학중대

우체국

배수시설

복지관

독신자 숙소

통신실

숙소

어린이놀이터

숙소

통신수송대

공군숙소 운동시설

빵공장

47년도 위성사진에 따른 도로 흔적 일본군막사 군속훈련부속건물

↑ 캠프 하야리아의 시설 배치도. 1947년 항공사진에 남아 있는 시설을 별도로 표시했는데, 현재 시설들과 많이 겹치고 경마 트랙이나 길들이 캠프 내 그

113

wiDe Depth report

대로 남아 있다. 1950년 항공사진에는 트랙 오른쪽에 경마 트랙이 한 곳 더 보인다.

를 비롯한 교회, 학교, 극장 등이 있는 작은 커뮤니티이며,

국적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일본인으로서 형벌을 받아야 했

미군 사령부, 소방서, 우편 집중국, 출입 관리소가 있는, 그

다. 하야리아는 역사 속에서 숨어 있었던 아픔이 있는 곳이

자체가 하나의 도시이고 미니 국가와도 같다. ‘아름다운 초

기도 하다.

원’이라는 ‘하야리아’의 뜻처럼 이곳에서 주둔하던 미군들

그리고 광복 이후 미국 영사관과 유엔 기구에서 시설을 사

은 고향의 초원을 생각하며 그들의 마을을 이루지 않았을

용하다가 한국전쟁 발발 이후에는 미 보충대가 미군 부대와

까 할 정도다.

군수품을 배에 싣고 내리는 주요 터미널로 사용되기도 했

미군기지 이전의 하야리아는 조선 경마 연맹 소유의 경마

다. 1953년 휴전 협정 체결 이후에는 한국 통신 부대의 주택

장이었다. 지금도 하야리아 인근에는 ‘경마장 길’으로 불

으로 사용했으며, 이후 7년여 간 확장되면서 현재와 비슷한

리는 길이 있다. 1894년 서구식 경마가 싹트기 시작해서,

규모가 되었다. 1950~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군 1만

1920년대 부산진, 연산동 지역에서 경마 대회가 개최되었

여 명이 주둔했다는 기록이 있다.

는데, 지금의 하야리아 위치에 부산경마구락부가 상설 경마

한편 1990년대 초반 미군 공사 중에 다량의 토기(연대 미확

장을 1931년에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근대식 스포츠인 경마

인)가 발굴되었다는 증언이 있다. 또한 고대 패총과 고분군

를 즐기게 되었다. 당시 사용하던 마권 발매소와 경마장 트

의 위치로 추정되고 있으며, 조선시대 이후로 추정되는 불

랙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곧이어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던 일

상이 2002년에 나오기도 했다.

제 말기(1941~1945년)에는 전쟁 포로 감시원이던 군속(B, C급 전범)의 임시 훈련소로 사용되었다. 당시 조선인 군속

반환된 미군 기지의 활용 방법

은 3천여 명에 달했지만,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시점에도

하야리아는 이미 수년 전 아시안 게임 선수촌과 도심 공원


건립 초기형태(추정) 이후 증축부위(추정)

↑ 옛 마권 발매소. 마권 발매소는 면적 1,285㎡으로 원형 평면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로 꼽히고 있다. 좌우와 뒤쪽의 직사각형 건물은 추후 증축 된 것으로 추정되며, 건물 내부 원형 홀 천장에는 해돋이를 형상화한 욱일 승천기와 미군이 새긴 성조기의(미8군의 문양이기도 한) 별 문양이 천장 중

은 틀림없다. 하지만, 정작 공공의 장소를 ‘어떻게 만들 것인

적이 있다. 부산시는 2005년 기지 반환이 결정되면서 전체

가’에서 시민은 빠져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역의 시민 단체

를 ‘시민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하였고, 부산을 대표하는 시

와 도시 건축 환경 전문가들로 구성된 ‘하야리아 공원 포럼’

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2006년에 공모전을 이미 실시

은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고 있

한 바 있다. 당시 공모에서는 ‘충적을 의미하는 Alluvim’

다. “하야리아를 시민 공원으로 만드는 작업은 조급하게 모

의 개념을 제시한 제임스 코너(James Corner)의 안이 당

든 것을 결정하거나 판단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잃

선되었으며, 현재 도시계획시설 실시설계 인가를 마친 상

어버린 100년의 시간을 천천히 되돌아보고, 역사 속에 담겨

태이다. 하지만 곧바로 당선안의 내용과 진행 방식에 대한

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것에서 시작

문제가 지역의 사회단체와 시민 단체, 전문가들로부터 제

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 21세기 부산을 대표하는 공원을 만

기되었다.

들기 위해서는, 지난 날 성장과 개발 논리가 우선하여 타인

그 중 하나는 제임스 코너의 안이 하야리아의 역사성이나

에게 보여주기 식의 이벤트 공원이 아니라, 부산 시민과 함

장소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제임스

께 우리의 삶을 담을 수 있도록 지역의 장소성과 역사성이

코너의 안은 ‘기억의 숲길’, ‘문화의 숲길’, ‘참여의 숲길’과

잘 스며들어 있는 공원이 되어야 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같은 다양한 길을 통해 주변과 관계 맺는 방법을 제시하고

는 하야리아의 가치와 의미를 부산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있지만, 정작 새로 만들어지는 길들에서는 과거의 어떤 흔

작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적도 찾을 수가 없다. 사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인구 삼백만

시간을 두고 시민들의 지혜를 받고 지역의 전문가들이 참여

명이 넘는 대도시이기는 하지만, 도시 녹지나 근린 공원은

를 통해, 역사나 지역사회에서의 위치, 미래의 기능 등을 종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녹지나 공원은 부산 시민

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점

의 오랜 로망이 돼 왔는데, 하야리아는 도시 근린 공원의 핵

형태의 구조물을 짓는 것과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

심인 녹지가 이미 상당히 구축되어 있다. 60년여 동안 미군

며, 현상 공모가 아니라 시민 워크숍을 해야 하는 것이 바람

이 주둔하면서 건물과 건물 사이에 수목들이 있는, 타운 형

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태로 기지를 조성하였기 때문에 수령이 오래된 수목들이 상

이러한 반환된 미군 기지의 공간 활용 문제에 대해 녹색연

당하다. 특히 수령 50년 이상의 수목들은 다른 도시에서도

합은 몇 가지 원칙들을 짚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외국 군

보기 드문 것이어서, 그 자체로 많은 가능성이 있다. 건축물

대가 주둔했던 땅에 환경 문제는 다 있는 편입니다. 기지 반

이나 공간들 또한 문화재로서 가치가 특별이 없다고 하더

환과 함께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전제가 되고 있

라도 과거의 기억이나 사건들이 일어났던 장소로, 활용 가

고, 하야리아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환경 문제 해결

치가 높은 것들이다. 제임스 코너의 안에서는 기억이나 역

은 국내법에서도 규정돼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

사를 재생하려고 하지만, 이 같은 것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가 아닌,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그리고 공공 공간으로 활용

는 것이다.

이 되는 것, 지역이나 특히 주민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또 하나의 비판은 하야리아의 역사나 사회적인 맥락을 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고려되어야 하고요. 일본의 경우

때, 부산을 대표하는 장소로 공공의 장소로 개발되어야 함

1970년대 반환된 기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연속 사업으로

114

으로 개발할 계획까지 세웠지만, 실무 협상 결렬로 무산된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앙에 박혀 있다. 미군 주둔 후에는 장교 클럽으로 사용되었다.


↑ 미 하사관 숙소로 쓰였던 건물들은 일제 때 일본군의 막사, 훈련소로 사용하던 것들로, 일본식 주거를 엿볼 수 있다. 계급에 따라 주거 면적과 설비 시 설들이 차등 적용되었다.

↑ (왼쪽부터) 극장, 교회, 유치원, 초소. 유치원으로 사용되던 퀀셋 형태의 막사는 과거 경마장 시설에는 창고로 사용되었고, 미군이 주둔하면서 군 막 사로 사용되었다. 건물의 외관은 유지하면서 내부의 형태만 변경하여 계속 사용하였다. 도시에서는 미군 기지 때문에 곧바로 뚫려야 할 도로가 잘못 놓이는 등 도시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도시계획 상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밖에 초소나 전봇대 등은 역사적인 가치나 보 존 가치는 낮지만, 활용 가치가 높은 시설들이다.

공조실

wiDe Depth report

공조실

샤워

복도

복도 방

거실

115

↑ 일본군막사25py 1층 평면도

거실

↑ 일본군막사37py 1층 평면도


↑ 하야리아 남서측 조감도, 제임스 코너 ← 시설 배치 계획도, 제임스 코너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접근은

이나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21세기 도시의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재개발 재건축 그리고 지속적인 개발의 방법을 쓸 때, 하나 엇일까 하는 것은 거기게 맞는 것을 유효 적절하게, 하나하

현재 부산시는 제임스 코너의 안을 선회할 의사를 밝혔고,

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시민 단체와 도시 건축 조경 전문가들로 구성된 라운드 테

도시, 문화, 역사적인 배경에 따라서 달라야 하고, 여기는

이블을 구성하여 논의를 확장시키고 있다. 현재 시의회에서

부산이니까 여기의 문제를 여기에 푸는 방법을 써야 한다는

도 하야리아 시민 공원 소위원회가 꾸려져 이 문제에 적극

겁니다. 외부의 대규모 자본과 조직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부산시가

석학이나 능력을 가지신 분들이 방향이나 아이디어 차원에

군사 시설인 수영 비행장을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초고층

서 길을 터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걸 실현시키고 책임지

주거 단지를 짓는 것과는 분명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

지는 못해요. 결국 지역의 건축가, 전문가들이, 그곳에 살고

러 공공 개발에서는 어떻게 해서, 누구를 위한 것인가란 공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살 공간, 자기가 살 도시를 책임감 있

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 라운드 테이블의 주요 내용이

게 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 진행에 따라 앞서 제임스 코너의 안과 절충안이 나오거

하야리아에는 현대 도시의 재개발, 재건축이 고질적으로 안

나 백지화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고 있는 갈등과 문제점들이 잠재해 있으면서도, 해결의 실

김기수(동아대 건축학과) 교수는 행정 당국을 라운드 테이

마리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하야리아의 반환

블까지 데려 오면서, 지역 전문가들의 역할론을 강조를 한

모델이 잘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이후 서울 용산이나

다. “지금 재건축 재개발이 다 실패하는 것은 건축 건설 일

인천 부평과 같은 도시 지역에서 반환된 미군 기지의 공간

이 많을 때 쉽고 빠르게 했던 방법을 여전히 쓰고 있기 때문

활용에서 롤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하야리아를

인데, 더 이상 과거의 건설 경기 붐은 없을 거에요. 지금 필

비롯한 반환되는 미군 기지는 사회적 문제에만 그치는 것

요한 방법은 거꾸로 일을 하나하나, 천천히 만들어 가야 하

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월드컵 경기장이나 고속철도역

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온 거죠. 여전히 과거의 방법과 인

사보다도 그 수가 많고 면적이 넓으며, 건축에 담아야 한다

식을 가지고 이 시대 이런 일을 하려고 하니 크레임이 걸

는 인간의 삶과도 더 밀접해 보인다. 이 정도면 공통의 관

릴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게 ‘하야리아’에서 일어난 것이

심사에 정도가 못 미치는 도시 건축 전문가 집단이 이 문제

라고 봐요.

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지 않을까. ⓦ 글 | 강권정예(본지

제가 처음 건축할 때는 대중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

객원기자) 사진 | 윤준환 전체 자료 제공 | 도시건축재생연

요. 그 다음엔 대중의 생각을 읽어 내서 선도해 내야 한다고

구소 建展地

생각했죠. 요즘은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뛰어 들어 프로그래밍하고 그 프로그램에 의해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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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역할의 재점검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의 모델 케이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방법이 무


<WIDE focus 10 | 김정은>

주거 단지 설계 공모의 오늘

한국의 부동산 현실을 외면하고 아파트와 거주의 문제를 이 야기한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수 있다. 작금의 집값 하 락 추세는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이란 의미의 ‘하우스 푸어’라는 단어를 등장시킬 정도로 주택이 재산 증식 도구 로 여겨지던 고정관념을 흔들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주거 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청신호로 다가 오기도 한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공동주택의 변화에는 상품성이 우선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 상품성은 결국 실수요에 기반한 것 이다. 따라서 1964년 마포아파트에서 시작된 단지형 공동 주택의 모양새와 그 안에 담긴 생활문화는 사회의 성장과 함께 꾸준히 진화해 왔으며, 새로운 생활문화를 찾고자 하 는 노력은 설계 공모를 통해 진화해 왔다. 그리고 그 변곡 점에는 주목할 만한 공모 결과가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주최한 ‘서울강남지구 디자인시범 주거단지 국제공 모’(이하 강남지구)가 지난 5월 마무리되었다. 이는 국가건 축정책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뉴 하우징 운동’의 일환 으로 보금자리 주택, 즉 임대 아파트의 디자인 개선을 위한 또 다른 진화이다.

강남지구 A3블록 1등 당선안의 마스터플랜, 리켄 야마모토. (사진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117

wiDe Depth report

주거 단지 설계의 진화 국내에서 ‘현상설계’ 혹은 ‘설계 경기’ 등의 이름으로 주거

택 200만호 건설계획’에 따라 비슷한 아파트 단지가 대량으

단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로 쏟아지던 때이다. 그 가운데 부산 당감지구(1994-1998)

이었다. 도시의 공동주택 개발이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조

에서는 1970년대부터 정착된 표준설계 방식을 탈피하여 구

성되기 시작했던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는 설계 공모를

릉지와 같은 특수한 지형에 대응할 수 있는 설계를 모색하

통해 주거 단지계획 기법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

기 위해 설계 공모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 자연 지형을 활

로 서울시는 86아시안게임 및 88올림픽게임이라는 양대 국

용하여 테라스 형태의 주동이 판상형 주동과 복합화되었다.

제 행사를 준비하면서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 올림픽 선수

그리고 오픈스페이스의 축을 따라 주요 보행 동선과 복리시

촌 아파트 단지에 대한 설계 공모를 진행하였다. 1980년대

설을 복합하여 주민 활동의 장이 형성되도록 계획했다.

설계 공모를 통해 계획된 단지는 주거동의 배치가 각기 다

2000년대에는 용인 신갈 새천년기념단지 설계 공모를 통해

르지만 공통적으로 보차분리를 통해 주거동 주변에 공동생

택지와 주택을 일체로 개발하는 MA(Master Architect) 설

활공간을 조성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판상형 고층 아파트

계 방식이 도입되기도 한다. 즉 택지 개발계획부터 개별 단

로 획일화된 주거 단지 개념을 한 단계 향상시킨 계기가 되

지 설계까지 일관된 계획 개념이 적용되고 지형과 환경에

었다.(손세관(2001), 서울 20세기 주거환경의 변천, 서울 20

대한 고려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프로세스

세기 공간변천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의 진전을 보였다.

1990년대는 설계 공모가 일반화되는 시기였다. 당시는 ‘주


(왼쪽부터) 서울판교지구 b5-2 당선안의 ‘시키’./ 강남지구 A3블록 1등 당선안의 ‘열린 마당’. (사진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강남지구 A5블록 1

근)은 보행자 축에 커뮤니티 시설들을 연속적으로 연계하

2006년에는 ‘판교지구 공동주택 국제설계경기’(이하 판교

여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다. 반면 2등안(김영준+이

지구)와 ‘행정중심복합도시 첫마을 마스터플랜 국제설계경

광만)은 다양한 주거 형식을 혼합하고 보행 생활 동선을 중

기’(이하 첫마을)와 같은 굵직한 국제 설계 공모가 있었다.

첩하여 다원성과 복합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안이었다. 도

그리고 이번 강남지구 역시 국제 공모로 치러졌다. 최근 과

시를 만드는 방식 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기본 인프라가

거 주택공사에서 주관한 몇몇 국내외 설계 공모를 비교 분

부족한 한국적 상황에서 실현이 어려운 안이라는 우려도 컸

석한 연구(권영태ㆍ여홍구(2010), 공동주택의 국제 및 국내

다. 3등안(조성룡+정기용+민현식+이종호)은 길 뿐만 아니

설계경기 비교연구: 주택공사 사례를 중심으로, 대한건축학

라 다리나 언덕, 빈 땅 등을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미

회논문집 계획계 26(1): 113-123)에 따르면, 국내 공모 지침

디어 패스(media path)를 제안했다.

에 비해 국제 공모의 경우 제한 사항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

판교지구의 경우 지형의 해석 및 커뮤니티와 프라이버시의

으로 설계의 자유도가 높다. 즉 참가자나 심사위원 모두 외

관계가 주요한 이슈였다. b1블록의 당선안(페카헬린+하태

국의 건축가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관

석)은 경사지에 대응하는 테라스하우스를 도입하여 환경의

행보다는 ‘창의성’, ‘혁신성’ 등이 좀 더 중요한 평가 요소가

가치를 일깨워 준 반면, b3블록 당선안(마크맥+동우건축)

된다. 그렇지만 ‘경제성’이나 ‘시장성’ 등의 이유로 총 세대

의 경우는 향과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여기는 우리 문화와

수와 평형대 구분 항목 등이 국제 공모의 지침에도 따라붙

달리 개방성과 조망을 강조한 점이 독특하다. b2블록의 당

게 되고, 이러한 제약으로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는 한계도

선안(리켄 야마모토+김종국+함인선)은 사면이 유리로 된 ‘

여전하다. 또한 혁신적인 안을 뽑았다 하더라도 실시설계

시키(마루, threshold)’라는 커뮤니티 공간을 제안하여 주

단계에서 변경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강남지구의 경우

거 양식적인 면에서 급진적이란 평을 받았다.

는 국제 공모로 진행되면서 비슷한 한계를 안고 있지만 신

강남지구 역시 세 팀의 당선안이 공동체에 대한 각자 다른

진 건축가에게 기회를 주는 공모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A3블록의 당선자인 리켄 야마모토

의미 있게 다가온다.

는 이번에는 ‘열린 마당(common field)’을 제안했다. 주거 와 열린 마당의 중간 영역에 전통 주거의 요소인 사랑방을

최근 설계 공모의 테마

적용하고, 열린 마당은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텃밭으로

설계 내용상으로 보면 최근의 이 세 공모에서 보여지는 주

이용될 수 있다. 판교지구의 ‘시키’는 강남지구에서 ‘사랑

요 쟁점은 새로운 주거 문화를 반영하는 단위 주호의 평면,

방’으로, ‘공용 데크’는 ‘열린 마당’으로 이름이 변화되었고,

주거동의 다양화와 형태적 조화, 지형의 해석, 커뮤니티의

이 열린 마당의 프로그램이 ‘텃밭’으로 특화된 셈이다. 강남

활성화, 자연과의 조화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구의 심사평은 “고령의 거주자들 간의 사회적인 접촉과

이는 결국 커뮤니티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로 수렴되는 것

교류를 배려하였다”는 것이었으며, 상대적으로 중대형 규

을 볼 수 있다.

모였던 판교지구에서는 혁신적인 주거 형식으로 실시설계

복합커뮤니티가 시범 적용되었던 첫마을의 세 당선안은 공

단계에서 변형의 우려나 국내 시장에서의 수용 여부에 대한

공 공간인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어떻게 디자인하는가가 중

우려가 있었다. 판교지구는 아직 입주 전으로 이용자의 검

요한 부분이었다. 당시 1등안(김종국+함인선+김현호+윤용

증이 이루어지기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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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공모 방식의 변화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등 당선안의 마스터플랜, 프리츠 반 동엔. (사진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 강남지구 A4블록 1등 당선안의 주호 집합 방식, 이민아. (사진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119

wiDe Depth report

↗ 강남지구 A4블록 1등 당선안의 공공 공간 계획, 이민아. (사진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반면 A5블록 당선자인 네덜란드 건축가 프리츠 반 동엔의

성하고, 어떤 가치를 담을 것인가에 관한 시대별 처방인 셈

안은 주동을 다이아몬드 형태의 반 폐쇄형 블록으로 제시하

이다. 첫마을이 다양한 소득 계층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고 있다. 이는 공공 공간과 사적 외부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

있는 사회적 혼합(social mix)에 집중했다면, 보금자리 주택

하는 유럽의 전통적 폐쇄형 혹은 반(半) 폐쇄형 블록 디자인

인 강남지구는 ‘사회적으로 열악한 계층이 모여 사는 곳’이

에 근거한다. 즉 커뮤니티는 공간에 대한 소유권과 자부심

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과 가족 형태가

에 의해 강화된다고 본 것이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반 폐쇄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대안을

형 블록을 통해 공공 공간과 사적 외부 공간을 구분하고 안

모색했다. 그리고 이들의 대안에서는 공통적으로 커뮤니티

전한 내부 마당을 공유하는 주민들 사이의 커뮤니티 활성화

공간과 주거 공간, 보행 공간 등의 기능적ㆍ공간적 경계가

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지면과 연결되는 세대는 작은 외부

희미해지고 있으며, 지형(혹은 자연)과 일체화된 공간을 지

공간을 사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렇게 개별적으

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외부 공간은 내 집 바깥의 영역

로 유지 및 관리되는 외부 공간은 주민들에게 공동 공간의

이라기보다는 ‘텃밭’이나 개인적 정원과 같은 생활과 밀접

사용에 대한 하나의 예시로서 커뮤니티의 의미를 강화시킬

한 공간이 되고 있다. 즉 개인적 참여와 체험의 공간이 도시

것이라는 의도이다.

의 공동체적 삶을 일구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읽어

A4블록의 당선자인 신진 건축가 이민아의 안에서 공공 공

낼 수 있는 것이다. ⓦ 글 | 김정은(도시/건축 전문기자, 서

간은 지형에 순응하는 7개 판의 조직으로 이루어진다. 보

울대학교 박사과정)

행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거주자 스스로 연속된 바 닥 면에서 장소성을 부여하며 동선을 선택할 것을 기대하 고 있다. 설계 공모의 지향성 모색 주거 단지에 설계 공모가 도입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주 거 단지 진화의 한 축은 커뮤니티 공간 조성이었다. 전통 마 을과 다른 방식으로 모여 사는 ‘공동의 공간’을 어떻게 구


<주택 계획안 100선 17>

↑운중동 모델

쓸모에 관한 궁리 운중헌의 땅은 모서리가 제 각의 모난 각을 갖는다. 후면과 전면의 폭이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어떠한 귀결점도 직각을 이루는 곳이 없 다. 다행히 예각이 맞물린 곳에 8m 도로가 교차하고, 전면에 공원 부지가 놓여 있다는 것을 빼면, 모든 상황은 난해했다. 우선 공간의 쓸모에 대한 궁리부터 시작되었다. 오랜 시간을 아파트 문화에 젖어 살던 젊은 부부는 조금은 재미난(특이한?) 집을 짓고 싶 어 했다. 살림 공간 이외는 갤러리로 활용하고 싶다는 것과 전면의 공원을 끌어안고 싶다는, 단 두 가지의 전제가 있었다. 80평의 대지, 그것도 협소한 폭과 제 각의 모서리로 맞물린 모난 장소에서 주거와 갤러리란 두 가지 명분을 가진다는 것은 지상의 용적으로는 난감한 상황을 던져 주었다. 쌈지 마당을 조금이라도 할애하려면 전면의 그나마 너른 대지는 고스란히 내버려 두어야 했다. 주변의 대지는 택지 개발의 구적으로 80평의 온전한 바둑판 모듈로 구획되었다. 운중헌이 자리한 대지는 끄트머리의 모난 삼각 자투리 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건축주는 이 땅을 설계 의뢰하기 위해 엄청난 발품을 팔았단다. 그 동안 만난 건축가들만 해도 8명이 넘었 다. 그리고 우연찮게 전문지를 통해, 비슷한 규모의 모난 땅에 지어진 ‘묵헌’이란 주택을 접하면서 조심스레 전화를 걸어왔다. 모난 대지를 공간으로 정형화할 수 없었다. 그 생김새대로 가감하고 다듬으며 필요한 용적의 공간을 쌓아 올렸다. 하지만 80%라는 용적 의 한계는 더 이상 주택으로서의 틀을 벗어난 무리한 적층이었다. 과감히 지상의 용적을 지하로 배분하고, 여유분의 용적은 대지의 중심

구승민은 1965년 현재 스튜디오 꾸씨노(Studio Koossino)를 운영하며, 인덕대학교 실내건축학부 겸임교수로 있다.작품집 『큐빅 크로키』와 드로잉집 『cubic croquis 01, 02』, 단편집 『AD FILE AD2013』과 시집 『내가 간절히 바라는 사랑이 그대가 그토록 원하는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외 3 편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최근 일본 도쿄 U갤러리에서 여섯 번째 <CUBIC DRAWING>전을 기획, 전시한 바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효재, 한스 갤러리 좁은문, 솔리드 호텔 로피아, 산다화원, 파주 살림출판사, 노랑갤러리, 정정루, 단영루, 청경루, 도혜루, 사의재, 묵헌, 성북동 미대사관 저, 갤러리 루, 세 가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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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구승민의 운중헌(雲中軒)


↑평면 개념 스케치

대지 위치: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1009-1번지 대지 면적: 270.70㎡ 건축 면적: 131.01㎡

wiDe Depth report

연면적: 304.83㎡ 건폐율: 48.40% 용적률: 74.92%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외부 마감: 황등석 켜쌓기, 백페인트 글라스 내부 마감: 코리안 도장, 비얀코 대리석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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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담당: 김치선, 김보영, 박수진

↑단면 개념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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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평면도

↑ 평면도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지상 2층 평면도

지상 1층 평면도


wiDe Depth report 123

남측 입면도

북측 입면도

동측 입면도

서측 입면도

횡 단면도

종 단면도

부를 과감하게 덜어 냈다. 좁고 깊은 중심부엔 텅 빈 중정을 꽂았다. 중정은 자연스레 모난 각의 축을 따라 네 공간으로 나뉘어졌다. 균 질한 햇살과 독립된 공간의 위계는 중심으로 향하면서 도시 주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도되었다. 동쪽의 좁고 긴 매스는 주거 공간의 보호막으로서 기능하며, 전면부와 서측 부정형의 공간은 구획되지 않은 유기적인 확장 공간이 되었 고, 후면의 비좁은 공간은 온전하게 구획된 정형의 공간을 담았다. 땅과 맞닿은 저층 공간은 용적을 모두 덜어 내어 협소한 대지를 중정 과 닿게 하였다. 상층부의 주거와 지하 갤러리를 잇는 공간으로, 서재와 사랑방으로 분배하였다. 모든 주거 기능은 상층의 공간으로 올 려 전면 공원의 시계와 연계하였다. 풍요롭게 쏟아져 내리는 햇살과 공간과 공간 사이를 트는 중정의 통로는 쾌적한 여과 장치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중앙부를 비워내는 일, 상층을 하층으로부터 안착시킨 게 아니라, 하층을 상층이 누르고 있는 형상으로 모든 개념을 굳혀버렸다. 그것은


모난 대지에 대응할 수 있는 최대의 모색이었고, 대안이었다. 지상의 용적을 활용할 수 없는 여건에서 지하 공간을 활용하는 공간 선회 와 협소한 대지라도 그 궁극의 쓸모는 더욱 적극적인 건축 조형의 틀을 유도한다. ‘雲中軒’은 운중동에 있는 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구름의 한가운데에 있음직한 집을 상상하며 엮어낸 가공의 성채이다. 다 시 말하자면, 관념의 틀에 끼워 맞추어진 공간 구축이 아닌 궁리에 궁리를 꿰어 빚어낸 공간의 쓸모에서 운중헌은 시작되었고, 또 그렇 게 귀결된 것이다. 집이란 더러 궁리를 모색하며 모난 곳을 에둘러 봐야 하는 간절함도 묻어나지만 그 근간엔 지문에 맞는 쓸모가 절실할 때도 있다. ⓦ 글 | 구승민(스튜디오 꾸씨노 대표)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단면개념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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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면개념 스케치


<와이드 書欌 16 | 안철흥과 전진삼의 릴레이 서평>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도서출판 부키, 368쪽, 14,800원

제 위기라고 해서 ‘대침체(Great Recession)’로 불리는 요즘 그 이 름이 다시 언급되는 분, ‘큰 정부와 국가의 재정지출 확대’라는 경 제학 이론 때문에 신자유주의에 몸을 푹 담근 일부 ‘보수 꼴통’들 로부터 ‘좌파’라고 매도되는 분….

앞줄에서 케인즈가 좌파로 매도되었다고 썼는데 좌파 아닌 사람을 좌파라고 하니 ‘매도’란 단어를 쓴 것일 뿐, 좌파란 단어가 나쁘다 는 뜻은 아니다. 경제학으로 한정해서 본다면 좌파란 엄밀하게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을 말하지만 군나르 뮈르달처럼 주류 경 제학을 배격하고 저개발 국가들을 위한 경제개발 이론을 제시한 비주류 학자들까지 아우르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케인 즈는 주류 중에서도 왕주류에 속한다. 그럼 우리의 주인공 장하준 이 경제학자로서 차지하는 스탠스는 어느 정도일까. 장하준은 서 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캠브리지로 유학 가서 박사 학위를 받 기 전에 교수직부터 꿰어 찬 경제학계의 신성이었다. 그는 캠브리 지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로손에게서 배웠지만, 장하 준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는 아니다. 그는 이른 나이에 뮈르달 장하준 교수의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요즘 책상물

상과 레온티에프 상을 연거푸 받으면서 비주류 경제학계에서 세

림들 사이에서 화제다. 그의 신간을 다룬 서평이야 인터넷 클릭 한

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경제 이론을 ‘제도주의적 정

방이면 수두룩하게 접할 수 있기에 이 자리에서 잡설 하나 더 얹어

치경제학’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그는 빈곤 문제 해결과 불공정

봐야 폼도 안 날 터이니 책 밖의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볼까 한다.

무역에 대항하는 국제기구 옥스팜의 회원이며, 동시에 세계은행과

125

wiDe Depth report

아시아 개발은행, 유럽 투자은행 등의 자문이기도 하다. 그는 앞 관심 있는 분이라면 대부분 아시겠지만 장하준은 영국 캠브리지

선 책들에서 박정희의 경제개발정책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저개

대학의 경제학 교수다. 캠브리지 대학은 경제학도들에게 일종의 ‘

발 국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 되

성지’ 같은 곳이다. 경제학이란 학문이 아담 스미스에 의해서 탄

며 자본가들을 적절히 통제해야 하는데, 박정희식 개발독재가 그

생했다고 많은 분들이 상식처럼 외우고 계시지만, 정치, 경제, 사

런 역할을 아주 잘 했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 개혁파들이 주장하는

회, 법률, 역사 등등을 광범위하게 터치하시면서 국가가 부유해지

소액주주운동을 매섭게 비판했다. 주주자본주의는 주주와 경영자

는 방법을 논파하신 아담 할아버지의 『국부론』이란 책은 요즘 관

들이 짜고 노동자를 벗겨 먹는 신자유주의 논리일 뿐이라는 것이

점에서 보자면 경제학 책이라기보다 사상서, 철학 책에 가깝다. 아

다. 개발독재를 긍정하고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그의 주장은 온전

담 스미스로부터 시작한 ‘경제철학’이 요즘 같은 경제학으로 정립

히 경제학에 근거한 것이었지만, ‘니편 내편’이 확실한 국내의 논

하게 된 공적은 그로부터 100여 년 뒤에 출현해서 『경제학 원리』를

객들에게 많은 혼선과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좌파와 우파 모두 그

쓴 알프레드 마샬에게 돌려야 한다. 경제학의 그 유명한 ‘캠브리지

의 이론을 편의적으로 반기면서 또 한편으론 비판했다. 가장 의외

학파’의 시조가 바로 알프레드 마샬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캠브

이면서 격렬하게 반응한 곳은 그의 저서를 병사들이 읽으면 안 되

리지 학파란 ‘마샬의 제자들’의 다른 이름이다. 그 제자 중에서 가

는 금서로 지정한 대한민국 국방부였다.

장 유명한 이가 존 케인즈다.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 의 이론적 해법을 제시해 주셨던 분, 그리하여 대공황에 맞먹는 경

장하준의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다룬 이번 호 ‘와이


드 서장’은 안철흥과 전진삼의 릴레이 원고로 구성되는데, 장하준

표자의 능력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귀담아 새길

의 경제학을 다룬 전반부는 아쉽지만 이쯤에서 각설하고 이제 장

일이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나서서 턴키 부양책을 통해 부자 건축

하준의 책을 통해 본 우리 건축 이야기를 다룰 후반부로 넘어가 보

사무소 몸집 불리기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등 제반 여건이 대형 사

자. 바통을 넘겨주기에 앞서 가십거리 하나만 덧붙인다. 캠브리지

무소 중심으로 흐른 저간의 나쁜 정책을 눈감아 주자는 것은 아니

대학 내 장하준 교수의 연구실은 알프레드 마샬의 기념도서관 맞

니 독자들의 오해가 없기를.

은편에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사실을 국내에서 가장 보수적이라고

문제는 중소형 가난한 건축 사무소 대표자들이 스스로 패배 의식

꼽히는 일간지의 특별 인터뷰에서 읽었다. 한편에선 불온 도서의

에 젖어 강소 사무소로의 전향적 자기 준비를 게을리 했다면, 그

저자로 낙인 찍고 또 한편에선 영국까지 찾아가서 그를 인터뷰하

것은 이 책에서 날린 장 교수의 비검에 목숨을 내놨다고 하는 것

는 국내 보수 진영의 폭넓음에 감탄할 새도 없이, 그 인터뷰가 실

이 옳을 터. 주위를 돌아보면 이 어려운 경제 상황 하에서도 기똥

린 다음날 다른 모든 신문에 장하준 교수의 귀국 기자 간담회 소식

차게 많은 일을 소화해 내는 강소 건축 사무소가 적잖이 눈에 띄

이 좍 깔렸다. 장하준은 이미 ‘니편 내편’을 따지기에 앞서 하루 먼

는 걸 보면 말이다.

저 독점 인터뷰를 싣기 위해 비행기 표 수백만 원을 들여서 영국까

대표자의 무능이 작은 건축 사무소 직원들의 무능으로 둔갑해서

지 날아가야 할 정도로 뉴스메이커가 되어 있다. 그게 현실이다.

야 될 말인가. 계절풍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처럼 돈 따라 사무소를

이제 바통~ 받으시압.

옮겨 가는 나이 어린 건축인들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그들이 동요 하지 않게끔 사무소의 기반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 중요하다

바통은 받는 것보다 잘 넘겨줘야 하는데…. 여튼 ‘와이드 서장’ 최

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대부분의 중소형 건축 사무소의 현실

초로 릴레이 서평을 쓰자고 제안한 턱이니, 서평 위원 안 선생이

은 이처럼 어려운 시절의 막간을 이용하지 못하고, 늘 낡은 제도와

마감일에 턱걸이 하듯 편집실에 냅다 던져 준 바통이 바닥에 떨어

인생들의 저급한 문화 수준 탓으로만 돌리며 힘겨워 하는 것이 못

질세라 감사히 받을 밖에. 하여간 매호 끝장을 보는 안철흥의 배

내 아쉽고 아쉬운 거라.

모처럼 장하준의 신간이 저들 다수의 중소형 건축 사무소를 이끌

계의 단면을 투영시켜 보자니 웬걸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데, 허걱

어 가는 건축가들에게 막가는 한국 자본주의와 불온한 시장의 생

속이 많이 상하더라. 그래서 욕심을 내어 책을 붙들고 그 안에 담

리와 당당히 맞서서 자기 힘을 기를 수 있는 용기를 전달해 줄 수

긴 지혜를 짜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릴레이 원고를 쓰게 된 배

있으리란 기대감이 드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자기 안으로부터의 개

경이다.

선의 여지를 찾아 나설 건축계의 90%에 달하는 꼬리들의 합창이

건설업계는 물론 건축계가 양극화에 휩쓸려 중소 규모의 설계 사

울려 퍼질 날을 고대함이라. 작지만 강한 건축 사무소를 만드는 것

무소가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정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은 제도와 정책의 기반 이전에 건축가 스스로 자기 세계를 굳건히

속을 들여다보면 직원 1천 명이 넘는 몇몇 부자 건축 사무소의 형

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편이라고 특별히 나을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가난한 건축 사무소

요즘 일군의 30대 젊은 건축가들이 장외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을

에 비하면 규모 대비하여 막대한 금액의 수주 실적을 올리고 그로

펼쳐 가고 있는 현장을 지켜볼 기회가 많은데, 비록 내가 장 교수

써 직원들 연봉도 2~3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등, 요즘 대학 건축

와 같은 경제판을 꿰뚫는 혜안을 갖추진 못하였다 하더라도 향후

과 졸업생들의 로망이 대형 건축 사무소에 뻗쳐 있는 것은 너무나

5~10년 사이 한국 건축의 지각변동을 예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당연한 수순. 사회 진입 초년의 신입 사원뿐 아니라 4~5년차 이

일이 아니다. 오래지 않아 건축계가 공룡 사무소가 판치는 작금의

상의 경력직의 경우에도 이 같은 바람은 다르지 않아 소위 부자 건

형국에서 벗어나 강소 사무소가 즐비한 새로운 건축 문화의 시대

축 사무소가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이 건축계의 세

를 맞이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희망하며 오늘을 비판적으로 사유

태가 아니던가.

하고,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 대부분 작은 사무소의 건축가들이 내뱉는 하소연을

그런 면에서 이번 호 ‘와이드 서장’에 장 교수의 시선이 꼽힌 것

듣는 것도 지치는 일인데 제도의 개선과 국가 차원의 건축 정책의

은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분도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배려에 목을 매고 있는 양하니 그날이 오긴 올 테지만 언제 올꼬?

ⓦ 글 | 안철흥(본지 고정집필위원, 전 시사인 기자)과 전진삼 ( 본지 발행인)

장 교수의 언명을 비유해서 쓰거나, 부분부분 절개해서 건축계의 상처를 꿰매는 데 쓰는 방식이 오류를 범할 소지가 있지만 그의 말 인즉 부자 사무소와 가난한 사무소의 가장 큰 차이는 그 사무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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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 장 교수의 논조 안에 한국 건축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포라니.


전진삼 발행인의 < WideAN(Architecture Network)*Club 리포트 03>

제 1회 ARCHITECTURE BRIDGE 성료

10월 18일(월) 저녁 7시, 2010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 가의 귀국 환영회를 겸한 ‘ARCHITECTURE BRIDGE_on air_ CREATIVE DINNER’ 첫 번째 모임이 서울 장충동 웰컴시티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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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레스토랑 ‘그안’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삼협종합건설(대표 김연흥) 이 후원/주최하고 본지가 기획/주관한 행사에는 지난 3년간 <와이 드AR>(이하 ‘본지’) 지면을 통해 소개된 젊은 건축가들과 본지 발 행 위원 등 총 40여 명의 건축가들이 초대되었습니다. 각자의 위 치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이기에 특히 소중 한 자리였습니다. 한국관 참여 작가 중 본지 편집위원인 이충기(서울시립대) 교수 와 조정구(구가도시건축) 대표가 ‘ARCHITECTURE BRIDGE’ 공식 초대 손님의 자격으로 비엔날레 관련 주제 발표를 하였습니

설과 본지는 초대된 건축가들의 호응에 힘입어 이러한 자리를 연

다. 1시간 반이 넘는 발표(현장 사진 참조)를 마치고 곧이어 와인

1~2회로 정례화한다는 것에 합의를 하고, 내년 봄 ‘ARCHITEC-

을 곁들인 만찬이 이루어졌으며, 그 자리는 건축가 선후배간의 친

TURE BRIDGE’ 두 번째 모임을 개최키로 하였습니다.

교와 정보교환 등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삼협종합건


와이드 18호 | 와이드 칼럼

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학창 시절 취미로 그림을 그렸

살며 망설이다 그냥 지나 보내서 아쉬운 일과 사람과 시간이 참

었는데 일을 하면서 붓을 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싶은 마음은

많았습니다. 몰라서, 두려워서, 잔머리 굴리다가 놓친 것들이 이

늘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그림을 그렸습

제 와서 아쉬운 것입니다. 후회를 하더라도 해 보고 후회하라는

니다. 40호나 되는 그림을 처음 그릴 수 있었습니다. 해 보니 더

말이 참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이제는 좀 덜 망설이게 될 것 같

큰 것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자신이 좀 생겼으니 그림뿐 아니

습니다. 세월을 겪어 내며 얻은 훈장과 상처에 의한 부산물이 켜

라 손으로 만드는 것들을 더 벌일 생각입니다. 무엇을 만든다는

켜이 쌓인 탓인지 두려움도 잔머리도 좀 줄어든 것 같아, 해야

것은 마음을 매우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맛보았기 때문입니

할 가치가 보이는 일이라면 이젠 조금 쉽게 저지를 수 있을 것

다. 가끔 지인들을 불러 잔치를 벌였습니다. 이 동네 유명한 장

같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한 해를 뒤돌아보며 정리를 하고 잘

충동 족발을 사다 놓고 와인을 나누는 조촐한 나눔의 잔치입니

된 일, 아쉬운 일을 되짚게 됩니다. 또 내년을 잘 살기 위해 새로

다. 나도 손님들도 좋았습니다. 편안해서 좋았나 봅니다. 세상

운 희망을 품고 좋은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지난해를 되짚는 김

사는 이야기, 꿈꾸는 이야기를 여기서 했습니다. 모두가 즐거워

에 지금의 사무소를 개설하고 여태까지의 행적을 훑어보았습니

하니 계속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빈 자리 하나를 남겨놓고 싶었

다. 대부분을 어리석게 살았지만 혼자 생각하고 즐거운 뿌듯한

습니다.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 근처를 지나다 잠시 자기의 일

일도 좀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을 볼 수 있는 곳, 잠시 들러 커피 한 잔 마시며 편히 쉬어 갈 수

월급쟁이 시절을 끝내고 내 사무소를 시작한 지 올해로 5년이 지

있는 자리를 하나 만들어 내어 주고 싶었습니다. 과시보다는 갚

났습니다. 좋았습니다. 그 이전에는 동우건축에서 일했습니다.

음입니다. 이 세상이 나에게 베풀어 준 고마움에 대한 작은 갚

꽤 큰 설계 회사입니다. 근 20년을 거기서 지냈습니다. 거기서

음이라 하고 싶습니다.

지낸 기간도 괜찮았습니다. 내 사무소를 하며 좋았던 것은 그것

네 사람이 지나가고 다섯 째 사람이 와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과는 좀 달랐습니다. 내 사무소는 나만의 공간입니다. 그 누구

생각한 것과 좀 달랐습니다. 어느 날 잠시가 아니라 자리를 잡

의 방해나 간섭을 안 받고 나의 생각을 한없이 펼칠 수 있고, 하

을 때까지였습니다. 제일 처음 사람은, 일하며 사는 터전이 불이

고 싶은 일을 즉시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누구에게 설명을 할 필

나서 모든 게 타 버린 선배였습니다. 마음이 아팠으나 그를 도

요 없고,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생각만으로도 신이

울 수 있었던 것이 기뻤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이 더 지나갔습니

났습니다. 함께 일할 사람은 필요할 때 내게 왔습니다, 마치 언

다. 모두 자리를 잘 잡아서 지나갔습니다. 잡지를 다시 시작한

제부터 오기로 되어 있던 것처럼. 일거리 걱정을 안 했다면 거

후배, 외교관으로 은퇴하고 박물관을 연 대선배님, 이태리 레스

짓말이지만 사실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 이 세상

토랑을 차린 후배, 모두가 이곳에서 준비해서 꿈을 이루려 날개

을 살며 겪은 것이랄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늘 할

를 펴고 날아갔습니다. 기뻤습니다. 어느 날 잠시 들렀던 사람도

일은 주어졌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

반가웠지만, 꿈을 이루려는 준비를 하는 데에 함께 해 줄 수 있

우 힘들게 사는 요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고, 힘

던 것이 훨씬 기뻤습니다. 잡지를 하는 그 후배는 여기 함께 자

든 사람들에게는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

리를 잡았습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이야기꾼과 사람들을 불

는 잘 모르겠습니다.

러 모아 이야기판을 벌입니다. 이 시대 건축을 이야기하는 땅과

직업과 사업을 내 식으로 나눈다면, 내가 살아있는 한 좋아도

집과 사람의 향기, ‘땅집사향’이라고 합니다. 나도 하고 싶은 것

싫어도 생업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직업이라 하면, 꿈을 갖고

이었는데 그가 나서서 해 주니 참 고맙습니다. 내가 하면 힘들었

이루고 싶은 것을 사업이라 이름하고 싶습니다. 건축설계 일은

을 텐데 그는 참 쉽게 잘 합니다. 4년이 넘었습니다. 옆에서 봐

내 직업입니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내가 종사해

도 즐겁습니다. 이제 그도 날개를 펴기 위해 이곳을 떠납니다.

야 할 일입니다. 이 일은 전적으로 내 의지와 내 결정으로 합니

날개를 활짝 펴 훨훨 날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고개를 들어

다. 잘 되든 잘 못 되든 내가 책임지고 짊어져야 할 일입니다. 꿈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바라보는 사람보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을 많이 꿉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하고 황당한 꿈에서부

더 많아진 것을 알았습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좀 더 잘 살

터, 이번 주말에 뒷산에 올라 단풍을 보리라는 소박한 꿈까지 꾸

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 이맘때쯤, 또 한 해를 되돌

는데 그 꿈이 조금씩 이루어지면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그 꿈

아볼 때,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살았다는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습

중에 내 사무소를 갖게 되면 하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었습니

니다. ⓦ 글 | 임근배(본지 고문, 그림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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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맴도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세상을

Wide Architecture Report no.18 : november-december 2010

함께 나누고 싶은 꿈 | 임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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