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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심원건축학술상 Simwon Architectural Awards for Academic Researcher

ⓢ <심원문화사업회>(이하 사업회)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한 건축가를 통하여 건축의 세계를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된 기업 가가 그와의 인연을 회억하며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하여 만든 후원회입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사업회가 벌이는 첫 번째 후원 사업으로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 분야의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한 신진학자 및 예비 저술가 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습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물 로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논문은 미 발표작으로 간주함)를 응모받아 그 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작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 지원비를 후원합니다.

공모 요강 ⓢ 당선작 | 1편 부상 | 상패 및 상금 500만원과 단행본 출간 및 인세 지급

약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하지 않음)

1/2차 추천작 중 1편을 선정함 ⓢ 당선작 발표 |

ⓢ 제출처 |

2011년 5월 15일(건축리포트<와이드>

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럼

11년 5-6월호 지면)

~ ~

ⓢ 응모 자격 |

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

내외국인 제한 없음 ⓢ 응모 분야 |

빌딩 1층 간향미디어랩 (100-834) (겉봉에

제3회

건축역사, 건축이론, 건축미학, 건축비

건축학술상

평 등 건축 인문학 분야에 한함

이라고 명기 바람)

(단, 외국 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 사용 언어 | 한국어

심원

응모작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안창모

2차 모집: 2010년 10월 1일-11월 10일

ⓢ 추천작 발표 일정 |

이내

ⓢ 운영위원회 |

ⓢ 응모작 접수 일정 |

1차 모집: 2010년 8월 1일-9월 10일

ⓢ 출판 일정 | 당선작 발표일로부터 1년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 전봉희

~

대상으로 한 연구에 한함)

ⓢ 시상식 | 별도 공지 예정

(서울대학교 교수), 전진삼(건축리포트 <와이드> 발행인)

— 1차 추천작 발표 : 2010년 11월 15

ⓢ주  최 | 심원문화사업회

①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

일(건축리포트<와이드> 10년 11-12월

ⓢ 주관 |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

는 원고 분량으로 응모자 자유로 설정)

호 지면)

ⓢ기  획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의 사본(A4 크기 프린트 물로 흑백/칼

— 2차 추천작 발표 : 2011년 1월 15일

라 모두 가능)을 제본된 상태로 4부 제

(건축리포트<와이드> 11년 1-2월호 지

ⓢ 후원 | (주)엠에스 오토텍

출. 단, 제출본은 겉표지를 새롭게 구성,

면)

ⓢ 문의 | 02-2235-1960

ⓢ 응모작 제출 서류 |

제본할 것.

ⓢ 추천제 운용 방식 | 1/2차 추천작을 중

②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심으로 운영위원회는 소정의 내부 심사

— 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

절차를 통하여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기

기획서(양식 및 분량 자유) 1부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지원함, 그 가

— 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

운데 매년 1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호, 이메일 주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시상함. 최종 당선작 심사에서 탈락한

(운영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추천작은 추천일로부터 3년간 추천작

보호를 준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의 자격이 유지됨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및 아

ⓢ 최종 당선작 결정 |

by WID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간향미디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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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oshi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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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가지의 색깔 있는 건축물 아름다운 건축물의 완성, 삼협건설

신뢰와 성실을 주축으로 21세기를 도약하는 삼협종합건설(주)는 뛰어난 기술력과 신용도, 투명한 도덕성, 특유의 잠재력으로 더욱 성숙된 건설업의 발전을 주도합니다.

삼협종합건설(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770-7 홍성빌딩 4층 Tel : (02)575-9767 | Fax : (02)562-0712 www.samhyub.co.kr

by Samhyub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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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 ONE architects www.101architects.com

by ONE O ONE Architect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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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KMAX Korea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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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gan Architect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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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개척하는 힘! 행복과 꿈을 설계합니다”

산림청 헬기격납고

(주)고덕종합건설 서울시 성북구 동선동 4가 111-1 골든타워 14층 TEL 02-3291-2000│FAX 02-924-0514│http://www.goduk.co.kr

by GODUK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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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Ex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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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yang PC, inc.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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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SangDong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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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설계 | 안전진단 | 구조물 보수^보강

(주)건우구조엔지니어링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197-5 삼성 IT밸리 802호 T. 02-2028-1803/4 F. 2028-1802

by Kunwoo Structural Engineers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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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CLOUD 연남동 도시형 생활 주택 신축 설계가 심의를 통과하고 사업 승인을 거쳐 내년에 착공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몇 가 지 점에서 특별할 수 있는데, 첫째는 사업성 검토와 함께 일괄로 계약을 했고 사업성 검토팀과 초기에 작업을 같이 하였 다. 상호 보완이 가능하여 건축주에게 좀 더 유용했다. 두 번째는 신설된 용도로 인하여 움직이는 법규를 적용하는 것이 었다. 특히 서울시 소형생활주택활성화TF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설계상의 문제점을 제도에 반영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에너지, 혹은 친환경 관련 강화된 제도를 적용해야했던 점이었다. 건축주의 의도가 제도에 맞추기보다 실제 거주 자를 위한 쪽에 포거스를 맞추자는 의견이어서 이를 반영했다. 그리고 네 번째는 도시형 생활주택 1호점이 갖는 상징성 과 브랜드의 트랜드를 디자인과 연결시키자는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제안하면서 설계를 진행 했다. 최종안은 독특하면서도 차분하고 주거의 안정성이 표현되어야하고, 특별한 재료이 선정 등이 그 기준이었다. 필자는 스케치에 아이디어를 담는 방법을 고민한다. 선의 사용이 과다하거나 지나치게 간결하면 아이디어가 보이지 않 는다. 그리고 다양한 시점을 통한 스케치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능케 한다. ㈜건축사사무소 이일공오 대표 : 김기중(본보 운영위원) 설계 인원 : 김승희 이사/현승헌 팀장/이용주 팀장/구연진, 김소원, 유성준, 이성훈, 박재라 (㈜건축사사무소 이일공오

by 2105 studi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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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oondang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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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E Architects & Consulting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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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lture Ocean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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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 design grou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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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since 2006 | 네 번째 주제|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2’ | 내 건축의 주제 |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문의 : 02-2231-3370, 02-2235-1960)|<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2’> 는 우리나라의 40-50대 “POWER ARCHITECT”을 초대하여 그 분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 의 주제를 듣고 묻는 시간입니다. ‘젊은 건축가 시리즈’에 이어지는 금번 강의를 통하여 2010년 내 내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주관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주최 : 그림건축, 간향미 디어랩 GML|도서 협찬 : 시공문화사 spacetime, 수류산방 樹流山房|*<땅집사향>의 지난 기록 과 행사 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 AQkorea, 카페 주소 : http://cafe.naver. 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7. ⓦ 9월의 초청 건축가

|임재용 (O.C.A건축 대표) |주제 : 진화하는 주유소/바다를 보는 101가지 방법

|일시 : 2010년 9월 15일(수) 저녁 7시

48. ⓦ 10월의 초청 건축가

|안용대 (가가건축 대표)

|주제 : 병원건축의 다양한 표현

|일시 : 2010년 10월 13일(수) 저녁 7시

by WID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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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A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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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tim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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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가격 인상 예고

▶ <와이드AR> 창간 3주년을 맞는 2011년 1/2월호부터 아래와 같이 본지의 가격을 인상코자합니다. 지난 3년에 걸쳐, 제작 관련한 용지대 등의 인상과 편집 관련한 제반 비용의 상승으로 말미암아 부득이 <와이드AR> 의 가격을 인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 독자님들의 넓으신 양해를 구합니다. 다만 장기간 정기 구독하여 주시는 독자님을 우대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마련합니다. 그나마 <와이드AR> 맹렬 독 자님들께 위안이 되었으면 기쁨이 크겠습니다. <와이드AR> 편집실에서는 이에 더욱 분발하여 보다 좋은 내용, 양질의 잡지로 보답하겠습니다.

[낱권 가격] ▶ 1권 가격: 10,000원(인상 전: 8,000원) [연간 정기 구독료] ▶ 1년 정기 구독료: 55,000원(낱권 가 총액: 60,000원, ↓ 5천 원 할인, 인상 전: 45,000원) ▶ 2년 정기 구독료: 105,000원(낱권 가 총액: 120,000원, ↓ 1만 5천 원 할인, 인상 전: 90,000원) ▶ 3년 정기 구독료: 150,000원(낱권 가 총액: 180,000원, ↓ 3만 원 할인, 인상 전: 135,000원) ▶ 4년 정기 구독료: 190,000원(낱권 가 총액: 240,000원, ↓ 5만 원 할인, 인상 전: 180,000원) ▶ 5년 정기 구독료: 225,000원(낱권 가 총액: 300,000원, ↓ 7만 5천 원 할인, 인상 전: 225,000원) ▶ 단, 2010년 12월 31일(입금 완료일 기준)전까지 2011년 포함 이후 년도 발행 예정분의 <와이드AR>의 신규 또는 연장 구독 시에는 종전과 같은 가격으로 정기 구독을 하실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특별 조치토록 하겠습니다. - 1년 정기 구독료: 45,000원(종전 가격 적용, 2년 이상 구독 신청 경우: <45,000원×구독 연수>로 하시면 됩니다.) [구독료 입금 방법] ▶ 계좌 이체 시 - 입금 계좌: 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 전진삼(간향미디어랩)] ▶ 신용카드 사용 시 - 네이버카페 <AQ korea>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합니다. 많은 이용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WIDE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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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와이드AR>건축비평상 공모 간향미디어랩은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소수(minority), 진정성(authenticity)에 시선을 둔 격월간 건 축리포트<와이드>(이하 <와이드AR>)를 2008년 1/2월호로 창간하여 다가오는 2011년 1/2월호로 창간3주 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에 본지는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 AR>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과 새 활력을 모색코자 합니다. 우리 건축계를 이끌어 갈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 주최 간향미디어랩│☼ 주관 와이드AR│☼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공모 요강 시상 내역

시상식

- 당선작가 1인 선정

2011년 1월 하순(예정)

- 기타(심사 결과에 따라 1인 이상 동시 선정도 가능하며, 당선

접수처

작이 없을 수도 있음)

100-834 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럼빌딩 1층 간향

당선작가 예우

미디어랩

- 상장과 상금(100만원) 수여

기타 문의

-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대표전화│02-2235-1960

-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공식 이메일│widear@naver.com

응모 편수

응모 요령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량으로,

1. 모  든 응모작은 기존 매체(개인 블로그 등 온라인 매체 포함)

A4용지 출력 시 참고 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10매 사

에 발표되지 않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수상

이 분량)

작 발표 이후 동 내용으로 문제 발생 시 수상 취소 사유가 됨

2. 단평론 1편(상기 기준 적용한 15매 내외 분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2매 분량, 이미지 불필요) 응모 자격

2. 주  평론 및 단평론의 내용은 작품, 인물 등 소재 중심뿐 아니 라 건축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시의성 있는 문화 현상을 다 루는 것이라면 모두 가능함

내외국인^학력^성별^연령 등 제한 없음

3. 단평론은 주평론과 다른 대상을 다루어야 함

사용 언어

4. 응  모 시 겉봉에 제1회 <와이드>건축비평상 응모작임을

1) 한글 사용 원칙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안에 한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표기할 것 5. 원  고 첫 장에는 글 제목만 적고, 본문과 별도의 마지막 장에 성명,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적을 것

응모 마감일

6. 응모한 원고는 반환하지 않음

2010년 11월 30일(화)(마감일 소인 유효)

7. 원  고는 A4용지에 출력하여 총 3부를 제출할 것.(본문의 폰트

당선작 발표 2011년 1월 초 개별 통보 및 <와이드AR> 2011년 1/2월호 지면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8. 우편 접수만 받음

(주평론 게재 포함) 및 네이버 카페 <AQ Korea> 게시판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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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이 새로 부른 근대 가요 13곡

풍각쟁이 은진

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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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소리부터 아가씨, 중년의 살롱 가수 같은 고혹적인 중·저음까지 가지각색 빛깔의 목소리를 가진 연극 배우 최은진. <다시 찾은 아리랑>이라는 음반으로, 또 <천변풍경 1930> 콘서트로 노래에 다가섰던 그녀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13곡의 만요를 눌러 담아 앨범 <풍각쟁이 은진>을 발매했다. 만요는 ‘오빠는 풍각쟁이’, ‘빈대떡 신사’ 등으로 대표되는 일제 강점기 시절 유행한 풍자와 해학 이 담긴 노래다. 소소한 내용을 가사에 담아 자유롭게 부르던 노래였기에 하나의 장르로 대접받거나 지속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지 만 소소한 민중의 일상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 그녀가 부른 13곡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박향림의 ‘오 빠는 풍각쟁이’를 필두로 작사가 조명암과 작곡가 김해송(본명 김송규)등 1930년대 대표적 음악가의 만요 작품들이다. “핸드빽하 고 파라솔하고 사주마 했지요” 하며 신혼 초 남편에게 앙탈을 부리는 아내를 그린 ‘신접살이 풍경’, “연애냐 졸업장이냐”를 고민하 는 ‘엉터리 대학생’, 활동사진의 외국 배우에게 반한 남편에게 극장에 가지 말라고 바가지를 긁는 ‘활동사진 강짜’ 등 그 시대의 흥미 로운 생활상을 보여 주는 노래들이 있는가 하면, 일제 강압을 반영한 ‘연락선은 떠난다’와 ‘아리랑 낭낭’, 또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 희의 노래로 알려진 우아한 재즈송 ‘이태리의 정원’도 수록되어 있다. 그 중 초연히 옛 기억을 떠올리는 김해송 작곡의 ‘다방의 푸른 꿈’은 전 트랙 중 백미로 블루스 화법의 농밀한 최은진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다. † 최은진은 만요가 가져다 주는 그 시대의 소박함 과 낭만, 해학을 붙잡아 우리를 타임 머신 속으로 안내한다. 이 타임머신에는 우리에게 ‘하찌와 TJ’로 알려진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 찌도 합류했다.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아코디언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하찌의 감각적인 프로듀싱은 최은진의 다채로운 보컬과 만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면서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미묘한 하모니를 이루어냈다. 만요를 처음으로 접하거나 코믹송 정도로 이해 하고 있는 청자들에게는 더욱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by Suryusanbang

by Suryusanbang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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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7호, 2010년 9-10월호

~ ~ ~ ~ ~ ~ ~ ~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D E

Wide Work

27

건축가 이성관 |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28

인터뷰 | 전통의 현대적 번안과 그 가능성

표4 Mooyoung Architects & Engineers

50

리뷰 | 금강도량의 꿈 :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 서정일

표3

widE Edge Iroje

표2 KIRA

wIde Issue 1

1

제3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요강

55

‘EXIT, 한국건축의 길을 찾다’ 시즌2 원도시 아카데미 세미나 1~3

2

SKAi

3

Samhyub

4

ONE O ONE

5

MakMax Korea

wIde Issue 2

6

Seegan Architects

성균건축도시설계원(SKAi) | 성균건축도시설계원(SKAi) 개설 3년의 성과 해부 | 전진삼

7

Gyewon D&E

8

UrbanEx

wIde Issue 3

9

Dongyang PC, inc.

68

People meet in architecture 2010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10

UnSangDong

베니스에서 건축을 만나다 | 배문규

11

Shinhan

76

한국관 전시 RE.PLACE.ING | 이충기

12

2105

13

Kunwoo Structural Engineers

wIde Issue 4

14

VINE Architects & Consulting

80

건축, 활자로 재구축되다

15

Culture Ocean

건축 도서를 통해 본 건축의 이슈 | 강권정예

16

KA Design Group

82

인터뷰 | 미메시스, 효형출판, 안그라픽스

17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45, 46

18

Vita Group

19

Spacetime

1st S.A.A.I 건축 | Diverging, 2nd 조정구(구가도시건축) | 삶의 형상과 건축의 경계에서, 3rd 김정임(아이아크) | affectㆍeffect

62

wiDe Depth Report

20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2010

이종건의 <COMPASS 14>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21

제1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90 이용재의 <종횡무진 17> 정토사 무량수전

22

Suryusanbang

92

함성호의 <소소재잡영기(素昭齋雜詠記) 11> 인간은 짐승이다

23

목차

88

95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17> 법성포에서 만나는 근대 건축

25

판권

98

<POwer ARchitect 파일 07 | 조남호> 건축의 물리적 차원

26

영문 초록

101

<POwer ARchitect 파일 08 | 박유진> 상식과 상상

104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17> | 게리 허스트윗 감독의 헬베티카(Helvetica, 2007) &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 2009) 107

<WIDE focus 7> APAP2010, 현대 도시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웅변 | 강권정예

110

<WIDE focus 8> 2010 SAKIA Summer School 참가기 | 이지선

112

<주택 계획안 100선 16> 임지택의 두포리 주택 + 밤톨 어린이 문화마을

119

전진삼 발행인의 <WideAN(Architecture Network)*Club 리포트 01>

120

<이슈가 있는 근작 02> 임근배의 영월 아프리카미술박물관 | 정귀원

126

<와이드 書欌 15>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 | 안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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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정기 구독 신청 방법

25

와이드 레터 | 정귀원

128 와이드 칼럼 | 상해 엑스포 개최 의미와 우리의 과제 | 임창복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 로고 글씨 | 김기충 ⓦ 표지 이미지 |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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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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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건축 지식인의 책상에는 <WIDE>가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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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와이드 레터 |

건축계의 가을 행사 요즘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 특히 졸업 후 건축 설계를 하겠다는 친구들

ⓦ 발행편집인단 발행인 |전진삼·편집장|정귀원 발행위원 | 김기중 박유진 박종기 손도문 신창훈 오섬훈 윤창기 황순우 고문 | 곽재환 김정동 임근배 임창복 최동규 자문위원 | 구영민 김병윤 박철수 송인호 윤인석 이일훈 이종건 운영기획위원 | 박민철 이영욱 조택연 편집위원 | 김기수 김종헌 김태일 박혜선 송복섭 이충기 장윤규 편집기획위원 | 김진모 김찬중 안명준 유석연 전유창 정수진 조정구 함성호 고정집필위원 | 강병국 김정후 손장원 안철흥

을 보면 참 열심히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저랬는가, 되돌아 보 면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 딱히 무얼 하고 살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다. 공모전 참가는 기본이고 설계 사무소 아르바이트, 각종 단체에서 주 최하는 건축학교 참가, 공개 세미나 참가, 어학 연수 등등, 좀처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 우리 때와는 환경이 다르니까, 라는 말로 위 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그들도 일단 사회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언제 그랬냐 싶 게 사무소 안에 각자의 진지를 구축하고 업무 이외의 ‘건축’과 담을 쌓 기 시작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또 그렇게 될 수밖에 없 는 설계 사무소의 생리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다만, 장거리 경주라는 건 축 설계업을 선택한 이상 ‘우리의 삶과 건축을 접속시키는 사유’와 무 관할 수 없고 ‘다른 건축에 대한 사유’ 또한 놓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오는 9월 29일부터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2010대한민국 건축문화제 가 열린다. 지방의 건축문화 활성을 목적으로 2008년 대구 개최 이래 지 방 나들이는 두 번째이다. 대한건축사협회는 10월 20일부터 24일까지 한 국건축산업대전을 킨텍스에서 개최한다. 친환경 건축의 미래를 주제로 건축 전문가들 간의 건축 산업 네트워크 구축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세계여성건축가협회(UIFA)가 주최하고 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주관하 는 2010세계여성건축가 서울대회도 빼 놓을 수 없다. 10월 4일부터 8일 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며 POST-TOUR(한국 건축문화 견학 및 체험)는 10월 9일에서 12일까지 3박 4일 동안 진행된다. 좀 작은 단위의 행사로는 원도시 아카데미 세미나가 있다. 10월 7일과 11월 11일에 건축 가 정수진과 곽희수를 각각 초대한다. 참고로, 이번 호 <와이드AR>의 워크 란에 게재된 한울건축 이성관 대표 의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이 제 1회 김종성건축상을 수상했다. 한국건 축가협회특별상으로 올해 처음 시행되는 이 상은 오는 10월 3일 대한민 국 건축문화제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그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박상일 객원기자|강권정예 전속사진가 | 남궁선 진효숙 영문초록담당위원|조경연 인쇄제작자문위원|김기현 로고 글씨|김기충 ⓦ 디자인 | 수류산방(樹流山房, Suryusanbang) 담당 디자인 | 이숙기, 최종열 전화 | 02-735-1085, 팩스 | 02-735-1083 ⓦ 서점 유통 관리 대행 | (주)호평BSA 대표 | 심상호, 담당차장 | 정민우 전화 | 02-725-9470~2, 팩스 | 02-725-9473 ⓦ 제작협력사 인쇄|예림인쇄 종이|대립지업사 출력|반도커뮤니케이션스 제본|문종문화사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통권 17호 2010년 9-10월호 2010년 9월 15일 발행 2008년 1월 2일 등록 서울 마-03187호 2008년 1월 15일 창간 낱권 가격 8,000원, 1년 구독료 45,000원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 발행처|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200 극동상가 502호(120-796) 편집실|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럼빌딩 1층(100-834) 대표전화|02-2235-1960, 02-2235-1968 팩스|02-2231-3373 공식이메일|widear@naver.com 공식URL|http://cafe.naver.com/aqlab 네이버 카페명 | AQ korea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 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 사, 유포를 금합니다.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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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Wide Work Tanheo Grand Master Buddhist Memorial Museum Tanheo Grand Master Buddhist Memorial Museum designed by architect Sung Kwan Lee is the memorial hall of Tanheo(1913~83) who was a Buddhist priest and scholar of Korea and is also a lecture space where people practice his teachings. The hall was limited to 12-meters in height and 450-pyeong in plottage because of the development restricted zone. Under these limitations, it is characteristic that the functions such as exhibition, lecture, sanctuary and asceticism space were solved through vertical arrangement and mobility. The point that the architect reinterpreted  the space and shape of Korean Buddhist temple as metaphor and symbol and that he realized the space within space by suggesting floating Buddhist sanctuary within lecture room is specially interesting design issue. Also, modern style exterior front with silk-screen printed Keumkangkyung on the glass pannel is enough to attract everyone's attention. page027 Issue 1 The First-Half Year Report of 2010 Wondoshi Academy Seminar The contents of the first-half 2010 Wondoshi Academy Seminar that had been progressed from May to July is to be reported in the paper. The seminar named 'EIXT, Seeking the Way of Korean ArchitectureSeason 2' tried to focus upon the network creating architecture through '6 CONVERSING EVENTS', and it was composed of an exhibition by architects(or groups) and a symposium with 4 pannel members. Let's pay attention to the architecture solutions by architecture group of SAAI, Jung Goo Cho who was an invitational architect to Venice Biennial and Jeong Im Kim who is a founding partner of Iarc Architects. page055 Issue 2 SKAi, Professor Architects Open Their Lips SKAi belonging to the graduate school of design Sungkyunkwan University produced the first graduates in August. It was established with specialized programs in architecture-urban design course and architecture governance course in March 2008. With a goal of developing architecture and urban public sector, they have aimed at high-perfection architecture education to an international level by means of blending scholarship and technique and applying it to business practice on the basis of the network among school systems, public space problem research of the nation and the local government and the technical network between architecture-urban related design and engineering field. We looked into the institute. page062 Issue 4 Architectural Issues Reflected in the Architecture Books Social interests and issues about architecture will be examined through architecture books. With the exception of magazines, practical books and texts, the best-sellers in the first-half year among popular architecture books of human, social and art area were selected, and their publication trends were reviewed. What are reader's emotion and a stream of architecture that were captured by the experts of planning and editing architecture publication? And, we focused on how planning process and background of the best-sellers could expand the scope of architecture. page080 POwer ARchitect's FILE Theme of My Architecture Nam Ho Cho (POAR 07). page098 You Jin Park (POAR 08). pag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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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워크 Wide Work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TANHEO GRAND MASTER BUDDHIEST MEMORIAL MUSEUM

Wide Work : TANHEO GRAND MASTER BUDDHIEST MEMORIAL MUSEUM

이성관 Lee Sung Kwan

건축가 이성관(Lee Sung Kwan)이 설계한 이 작품은 한국 의 고승이자 불교학자인 탄허스님(1913~1983)의 뜻을 기 리는 기념관인 동시에 스승의 유지를 실천하는 강학 공간 이다. 개발 제한 구역에 따른 12m의 높이 제한과 450평이 라는 면적 제한 속에 전시 시설, 강당, 법당, 승방의 기능을 수직적인 배치와 가변성 등으로 해결한 것이 이 작품의 특 징이다. 특히 한국 사찰 공간 구성의 입체적 차용과 전통 요소의 현대적 해석 등은 흥미로운 디자인 이슈들이며, 이 를 위한 테크놀로지의 적절한 사용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건축적 성과들을 인정 받아 ‘제1회 한국 건축가협회특별상 김종성건축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와이드AR>은 건축가로부터 이 건물이 담고 있는 다양한 건축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 건축을 바라보는 또 다른 비평 적 시선을 쫓아가 보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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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사진 | 진효숙(건축 사진가) 한울건축 제공 사진 (31p. 아래 왼쪽/오른쪽, 33p., 34p. 아래, 36p. 아 래, 39p. 맨 아래, 43p. 왼쪽, 45p., 48p. 아래 왼쪽/오른쪽)


Interview

일의 시작 ⓦ 먼저 이 기념박물관이 기리고자 하는 탄허스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간략하게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탄허스님은 화엄경 최초 번역 등으로 한국 불교사에 큰 업적을 남긴 대선사십니다. 선교일체의 융합사상에 의해 불교의 기본 경전을 모두 번역하셨고, 경전 강의를 통해 수많은 제자들에게 경학사상을 심어 주신 분이죠. 1983년 세수(世壽) 71세, 법랍(法 臘) 49세로 열반(涅槃)에 드셨는데, 이 기념관은 그분의 정신과 사상을 기리고 학문을 통해 불자의 길을 수행하자는 취지에서 건 립된 거예요. 인재불사와 역경사업에 전념한 스승의 뜻을 기리는 기념관인 동시에 스승의 유지를 이어받아 인재불사를 실천하 는 강학공간인 셈이지요. 탄허스님의 제자인 혜거스님(금강선원)이 탄허불교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이 사업을 주도하셨고요. ⓦ 불교계의 특별한 분의 기념관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인으로부터 이미 계획된 안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런데 탄허불교문화재단 측이 요구하는 것들에 비해 너무 갑 갑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사실 좁은 땅에 별도의 주차장이 앉아 버리면 다른 기능들이 제대로 자리 잡기 어렵지요. 지금처럼 주 차장 부분을 필로티로 띄우면 몰라도…. 이런저런 조언을 했더니 기존 것보다 여러 모로 좋은 아이디어라 판단했던 모양이에 요. 계획의 마무리를 요청하는 바람에 깊이 개입하게 된 거죠. ⓦ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디어였나요? 독특한 컨셉트를 제시하신 건지요?

면서 요구하는 바들을 어떤 식으로 담을 것인지에 골몰했어요. 과정적 공간으로서의 건축 산책 ⓦ 서울에 이런 데가 있나 싶을 정도로 고즈넉한 장소에 위치해 있던데요, 건물이 대지의 북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것도 그 렇고, 땅이 가진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을 것 같아요. 대모산 북사면의 개발제한구역 안에 위치해 있어요. 북측으로 단독주택지와 일부 텃밭이 조성되어 있고, 서측으로는 근린생활 시설이 들어서 있지요. 남측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교회 부지와 붙어 있고요. 자연스럽게 좌향이 북향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개발제한구역에 따라 12m의 높이 제한과 450평이라는 연면적 제한이 있었어요. 재단 측에서 요구한 것은 대략 900평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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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 마음을 동하게 했죠.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원하는 바를 한번 풀어주고 싶다는 기분이랄까요. 관련법에 충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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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개념적으로 무엇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은 아니에요. 단지 좁은 땅에 이것저것 필요로 하는 게 많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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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 북서측 모서리 부분은 건물이 불교와 연관이 있음을 드러낸다.

<건축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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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위치 서울시 강남구 자곡동 285번지 | 지역 지구 도시 지역, 자연녹지지역, 개발제한 구역 | 용도 문화 및 집회시 설(박물관) | 대지 면적 1,984.28m2 | 건축 면적 987.04m2 | 연면적 1,498.58m2 | 건폐율 49.74% | 용적률 62.98% |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 구조 철근 철골 콘크리트조 | 외부 마감 T40 포천석 골다듬 및 물갈기, 적삼목, T12 실크 스크린유리 | 내부 마감 구로강판, 스기목, 마천석 버너, T30 포천석 버너 | 설계 담당 김대희(한울건축) | 시공 김상 기((주)성영종합건설) | 건축주 안동수(금강선원)


도에서 수용 가능한 프로그램이었고요. 기념박물관으로서의 기능 외에도 경전 학당, 불당 및 선원으로서의 기능이 추가로 요 구되었으니까요. 결국 좁은 땅에 프로그램을 적층시켜 수직적 구상을 할 수밖에 없었죠. 지하 공간의 활용은 12m 높이 제한 에 의한 거고요. ⓦ 프로그램을 입체화시키는 방법적 원리는 무엇이었나요? 사찰의 공간 구성이 모티브가 되었어요. 우리나라 전통 사찰들은 넓은 대지 위에 일련의 과정적인 공간들을 갖지요. 주차장에 해당하는 하마비를 거치면 사찰 공간 경험의 시작인 일주문이 나옵니다. 일주문을 통과해 천왕문, 불이문 등을 거치고 누각을 지나면 마당이 있고, 그 너머에 클라이맥스인 대웅전이 앉아 있어요. 또 대웅전과 마주보는 자리에 강당이 있고, 더 넓은 곳에 서는 불당과 강당 사이에 기념적인 공간이 있기도 하죠. 그 과정을 현대식 건물 안에 다층의 집중적 공간으로 풀어서 일종의 공 간 여정을 경험하도록 한 거예요. ⓦ 길과 공간을 통한 선형적인 공간 체험이 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이 건물에서는 크게 세 단계의 과정적 공간으로서의 건축적 프롬나드를 찾아 볼 수 있어요. 최초의 과정적 공간은 2층의 메인 층으로 접근하는 주진입로입니다. 근린생활시설 같은 일상적 공간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1층은 필로티로 처리하여 주차 장으로 계획하고, 한쪽에 일주문을 연상케 하는 캐노피를 설치하여 경사진 길로 진입을 유도하게 했어요. 그 길은 일종의 여정 으로서 입문의 의미를 지닌 108열주의 길이지요. 일상적 영역과 비일상적 영역을 연결하는 과정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고

ⓦ 나머지 두 개의 과정적 공간도 함께 소개해 주세요. 우선 메인 홀에 서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담는 북측의 수공간과 만나게 됩니다. 그 너머로 대모산이 보이고요. 남 측으로는 지나온 108열주 너머로 멀리 도시적 풍경과 만나게 되죠. 두 번째 과정적 공간은3층 전시 공간과 예불 공간으로 연결되는 계단입니다. 이 계단은 단순히 상하부 층을 연결하는 기능적 장치가 아닌 또 다른 공간으로의 전이를 암시하는 상징적 공간이지요. 또 수공간에 면해 설치된 이 계단을 오르면 전시장과 마주하게 되고, 목재 루버로 위요되어 있는 브 릿지를 통해 전시장 맞은편의 예불 공간(법당)으로 진입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세 번째의 과정적 공간에 해당되지요. ⓦ 그 건축적 여정의 종착지는 역시 대웅전에 해당하는 법당이겠지요? 그렇지요. 그런데 이 집의 예불 공간은 커다란 직사각형의 강당 볼륨 안에 정방형의 볼륨으로 떠 있는 형태입니다. 공간 안의 공간, 부유하는 공간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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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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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108열주를 통해 다른 영역으로의 전이는 점증적인 공간적 체험을 가능케 합니다. 이것은 점차적으로 불가의 중심으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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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남측 전경. 가벽 너머 수공간이 있다. (아래 왼쪽) 금강경 전문이 새겨진 서측면. (아래 오른쪽) 안쪽 벽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글자.

이성관 |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정림건축 등에서 실무를 익힌 뒤 컬럼비아 건축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 욕 HOK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1989년 ㈜한울건축을 설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에 출 강 중이며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주요 작품으로 전쟁기념관, 부산방송국, 데이콤 강남사옥, 양구 전쟁기념관, 숭실대 조만식기념관+웨스트민스터홀 등이 있다.


1. 주출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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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풍실

11 11

3. 메인 홀 4.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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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접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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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2

12 20

6. 학예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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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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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법당 지하 1층 평면도

9. 전시장

지상 1층 평면도

10. 브릿지 11. 승방 및 선방 12. 홀 13. 전기실 14. 기계실 16. 정화조 18. 보일러실 19.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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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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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저수조 17. 숙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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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엘리베이터실 21. 수공간 22. 선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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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전경. 남측으로 경사진 대지로 인해 북향으로 앉았다.

지상 2층 평면도

지상 3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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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의 의미를 지닌 108열주의 길.

배치도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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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맞은편 강당 입구 위에는 탄허스님의 유려한 필치가 돌 표면에 마치 선문답의 화두처럼 새겨져 있다.

평소에는 벽이 되는 강당의 문.


광선을 가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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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방향으로 긴 홀. 북쪽 유리면은 채광과 경관의 측면에서 무척 적절하며, 남쪽 유리면은 목재 루버에 의해 빛이 걸러지고 복도가 매달려 있어서 남쪽 직사

밝고 경쾌한 전시장 앞의 엘리베이터 홀.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36 (위) 수공간은 공간의 시각적인 확장과, 신성한 이곳과 세속의 저곳을 분리해 주는 효과가 있다. (아래) 수공간의 전동 개폐창은 벽처럼 솔리드한 면을 이루다가 필요에 의해 바깥쪽에서 접히며 열린다.


Wide Work : TANHEO GRAND MASTER BUDDHIEST MEMORIAL MUSEUM 37 (위) 물을 빼고, 천막을 치고, 자갈 위에 방석을 깔면 강당과 연계하여 하나의 커다란 공간으로 작동하게 되는 수공간. (아래) 반사 효과의 극대화를 고려해 수면 높이는 내부 바닥으로부터 60cm 정도로 계획했다.


전통의 재해석—은유와 상징 ⓦ 전통 사찰의 공간 구성을 모티브로 삼은 것 외에 직접적인 전통 요소들을 차용한 부분들도 간간히 눈에 띕니다. 물론 은유 와 상징으로 재해석된 것들일 텐데요, 소개를 좀 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자연광과 전통적인 재료를 활용한 수직적 형태의 닫집(법당의 불좌 위에 만들어 다는 집 모형)이에요. 전통적인 닫집과 보개 천장이 빛 우물과 천창으로 해석되었지요. 불상을 놓는 데 있어서 그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은 예나 지금 이나 같을 겁니다. 다만 옛날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현대의 기술로 더 나은 것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었어요. 천창을 통해 은은하게 스며드는 자연광 아래의 석불은 묵상적 공간 분위기를 연출해 내죠. 그 밖에도 강당의 천장을 보시면, 천장고가 낮은 부분은 사찰의 우물 천장과 연관시켜 볼 수도 있겠고, 또 목재 천장 사이사이 로 길게 내려온 조명은 연등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거예요. ⓦ 좀 더 직접적으로는 법당 바깥 모서리에 설치된 단청 느낌의 조각들에서 전통 건축의 처마의 이미지가 겹쳐지는데요? 처마의 현대적 해석으로 볼 수 있어요. 처마의 곡선을 이루고 있죠. 이 모서리 부분은 바깥에서 볼 때 건물이 불교와 연관이 있 다는 힌트를 줍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모던한 형태에 살짝 포인트만 줘서 간판의 역할을 하게 한 셈이죠. 덕분에 과정적 공간의 클라이맥스인 법당이 시각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됐어요. 건물 초입에서 바라볼 때 모

건물이 완전히 산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린벨트 내이긴 하지만 주변 근린생활시설과 어우러져 있어요. 그래서 전체적인 외 부 마감은 기능적으로 처리하되 퍼블릭 사이드(public side)와 접하는 면은 좀 특별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크게 거부감 들지 않는 질감으로 특징을 부여하려고 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 면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그리고 보는 위치와 날씨에 따라 끊임없 이 변화하게 되지요. 하얀 글자와, 뒷면 돌 표면의 회색과, 그 사이의 더 짙은 회색 그림자가 여러 가지 표정을 만들어 냅니다. ⓦ 현대 건축에 우리 전통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건축가들에겐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매 작품마다 이러한 전통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시는 편인지요? 사실 전통의 재해석이란 측면은 이 프로젝트가 그것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고려된 것이에요. 작품할 때마다 전통을 늘 의 식하는 것은 아니지요. 특별히 탄허기념박물관은 예불을 드리는 공간인 만큼 근본적으로 좌식의 형식을 피할 수 없었어요. 지 하의 승방도 그렇고, 강당이나 법당 모두 좌식을 기본으로 하니까요. 앉았을 때 더 많은 부분이 지각될 수 있도록 스케일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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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면 파사드 유리 위에 실크스크린으로 금강경 전문을 새겨 넣은 것 또한 한눈에 불교 관련 건축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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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창 너머로 법당 처마 부분이 제일 먼저 눈에 띄니까요. 동선 계획상 물리적으로는 가장 멀리 위치해 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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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강당 내부를 덮은 면들은 잘 분할되어 있고, 특히 상하부의 분할이 적절하다.| 3 층 법당에서 바라본 강당. 전면에는 청동판에 양각의 금색 금속 글자로 새겨진 금강경이 걸 려 있다.| 법당 밑 64개의 정사각형으로 분절된 천장 아래에서 바라본 강당 전면.


개폐창을 열고 법당에 앉으면 아래층 강당과 상호 교감하는 공간적 연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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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 건물에서는 서 있을 때보다 앉았을 때 공간의 이해가 훨씬 쉬울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러한 부분들 이 더더욱 전통의 느낌을 자아내는 것일 테고요. 좌식의 스케일이 그렇고, 프레임을 제외한 나머지 면이 인필(infill)되는 창호 의 구성이 그렇고, 앉았을 때 편안한 느낌으로 설계된 것도 그렇고…. 우리의 삶이 전통과 연관되고, 그리고 그 삶을 담는 집이 계획된다고 했을 때 전통적인 것은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삶에 충실하다면 말이지요. 그럼에도 현대적인! ⓦ 그러한 전통의 재해석도 현대 건축의 세련된 비례와 스케일, 그리고 그것과 잘 어울리는 재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그 런지 공간 느낌이 무겁지만은 않아요. 불교 관련 기념관으로서 이곳이 만약 묵상만을 위한 진중한 분위기의 공간이었다면 재료를 지금처럼 쓰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 런데 이곳은 동시에 불자들의 학당이기도 해요. 인재불사를 실천하는 곳이니만큼 일반 신자들을 의식했지요. 빛이 충만하고 밝 은 내부, 그러면서도 격이 있는 우아한 공간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 반면 전시장은 육중한 곡면 철판으로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철로 만든 구조물은 이전 작품인 양구전쟁 기념관에서도 볼 수 있었던 건데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요?

메인 전시 공간에 다다르게 되는, 세 단계에 걸친 공간적 체험을 유도하였지요. 아무튼 이곳은 불자들의 학당, 즉 배움의 공간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어쨌거나 전체적으로는 비일상적 성격의 장소예요. 하 지만 그 속의 공간들은 친근함에서 진중함까지 저 마다 다른 그라데이션(gradation)을 가지지요. 탄허스님의 유품이 전시되고 기록되어 있는 전시장은 당연히 엄숙할 수밖에 없을 테고요. ⓦ 브릿지를 목재 루버로 싼 것도 공간의 성격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네. 일상적 공간과 비일상적 공간, 세속과 신성의 공간을 분리할 필요가 있었죠. 법당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라도 브릿 지의 위요가 요구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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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한정된 공간 내에 경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진입부에서 좁고 길다란 선적인 공간을 지나 수직적 열주의 공간을 돌아 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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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철이 갖는 시간성으로 시간을 공간 속에 상기시키고, 곡면의 연결성으로 연속된 흐름을 나타내려고 한 의도가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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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법당 바깥 모서리에 설치된 단청 느낌의 조각들. | 직사각형의 강당 볼륨 안에 정방형의 볼륨으로 떠 있는 법당.


극대화된 공간의 전용과 확장 ⓦ 제한된 면적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양한 기능의 공간들이 각각의 요구에 맞게 디자인된 점과, 또 그러한 개별적 공간들이 전 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 돋보입니다. 쉽지 않은 작업 과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건축의 컨셉트에 맞는 인테리어 작업에서부터 전시 디자인까지 직접 관여해야만 했고, 기술적인 부분, 특히 강당과 수공간 사 이, 또 강당과 법당 사이의 대형 전동 개폐창 시공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어요. 디자인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어도 실제 설치하려면 제약이 많고 시스템이 받쳐 주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죠. 일의 양이 굉장히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어요. ⓦ 대형 전동창의 기술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결국 격납고 셔터하는 업체를 찾아 냈는데, 그쪽에서는 이 정도 스케일은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다만 건축적으로 디테일이 정교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요. 의미를 찾는다면, 또 다른 건축가가 6.6m 폭 이상의 전동창 을 계획할 때 이것이 하나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전통 건축의 ‘들어열개’가 기술의 힘으로 재구현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강당 쪽으로 나 있는 법당의 창과, 연못을 향한 강당의 창을 스케일이 큰 전동 개폐창으로 계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빌리티(mobility)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좁은 장소에 전시와 교육, 예불 등이 하나로 어우러진 복합 공간을 구현하

공간의 시차적 전용인 셈인데, 초파일이나 특별한 날에 훨씬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이를 테면 수공간의 물을 빼고, 천막을 치고, 자갈 위에 방석을 깔면 다양한 행사 시 강당과 연계하여 하나의 커다란 공간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죠. 또 강당 내부에 부유하는, 중층으로 구성된 법당도 마찬가지예요. 큰 개폐창을 열고 법당에 앉으면 아래층 강당과 상호 교감하는 공간적 연계가 가능해요. 강당처럼 선교일체의 공간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죠. 반사 효과를 고려한 수공간 디자인 ⓦ 수공간은 가변적인 공간의 활용 이전에 그 본연의 기능이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이에요. 나무 데크나 잔디를 깔았을 때와 비교해 보면 같은 면적을 물로 채웠을 때 얻게 되는 의미와 효과는 상당히 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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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고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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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서는 가변적인 공간이 필요했어요. 다시 말해, 전용 공간을 때에 따라 확장, 공유시킴으로써 주어진 프로그램을 해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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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동 개폐창 연속씬. (위부터) 강당외부창 | 강당창 | 법당창


다. 공간의 시각적인 확장과, 특히 신성한 이곳과 세속의 저곳을 분리해 주는 효과가 있지요. 직접 드나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 스럽게 한쪽으로 돌아 드나들게 만드는 기능적인 측면도 있고요. 이전 작품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의미적으로나 경관적으로나 여러 가지 면에서 수공간을 제법 쓰는 편입니다. ⓦ 수공간을 디자인할 때 우선적으로 무엇을 고려하시는 편입니까? 수면의 높이가 관찰자와 어떤 각도를 이루느냐가 중요하겠지요. 만약 서 있는 면이 수면과 동일한 레벨이라면 신비로움은 반감 될 겁니다. 자갈과 물로 채워져 있는 것이 관찰될 뿐이지 효과는 줄어들 거예요. 좋기로는 반사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 좋은데, 눈높이와 평행할 때가 최상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높아 버리면 수면의 면적이 너무 작아 보이니까 답답할 거예요. 이곳의 수면 높이는 내부 바닥으로부터 60cm 정도예요. 강의를 듣기 위해 앉아 있을 때는 반사 효과가 매우 크고 덜 답답하게 보이지요. ⓦ 수공간의 창은 벽처럼 솔리드한 면을 이루다가 필요에 의해 바깥쪽에서 접히며 열립니다. 이처럼 창뿐만 아니라 2층 홀을 향한 강당의 벽면 또한 때에 따라 모두 열리도록 계획한 것이지요? 네. 역시 공간의 확장을 도모한 거죠. 모두 열면 세 개의 문인데 평소 두 개의 문을 벽면으로 위장시켜 놓은 이유는, 3층의 브릿 지와 이루는 형태 때문이었습니다. 브릿지의 위치와 세 개의 문이 비대칭을 이루는 것이 싫더라고요. 그래서 보통 때는 자연스 럽게 문을 하나만 열어 두고 나머지는 벽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한 거예요. ⓦ 그처럼 밸런스와 비례, 스케일에 대한 각별한 고려가 오늘 말씀 속에서 여러 번 언급되었는데요, 그러한 태도가 간결하지

나의 언어들은 아직 미비하고 개발될 부분들이 많다고 봅니다. 여전히 모더니즘의 범주 안에서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 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자하 하디드처럼 무척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건축을 풀어 나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는 그들이 건축 계에 좀 더 다양한 측면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봐요. 그들이 존재함으로써 저는 또 다른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나의 분야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겠죠. 건축의 유행을 따르는 것은 자칫 덧없을 수도 있지만, 자기 확신을 따르 는 것은 적어도 여한은 없을 겁니다. 그런 입장으로 건축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고자 해요. 그것은 여러 가지 제약 조건 속에 서 최선을 찾아가는 데 정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건축가의 순수한 자세도 그 과정에서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늘 새롭게 작품을 시작하고 싶고, 여건이 비슷하거나 같아서, 혹은 한계 때문에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는 있 어도, 의도적으로 선행 작업을 연관시키거나 의식하면서 작업하고 싶지는 않아요. 틀에 매여 작업한다는 것은 무척 재미없는 일이죠. 늘 원점으로 돌아가서 작업하길 원하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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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무엇인지 들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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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유니크하고 감성적인 공간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건축과 관련하여 요즘 선생님의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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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브릿지에서 법당을 바라본 모습. (아래) 브릿지에서 전시장 쪽을 바라본 모습. 목재 루버로 인해 가늘게 분절된 빛과 그림자들의 복잡한 조합은 장식 적이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48 (위) 법당 전면 닫집이 들어가는 부분. 강당과 법당의 주된 전면은 천창을 통해 자연광으로 채광했고, 법당 부처의 배후에는 원각경게송(圓覺 經偈頌)을 검정 바탕에 금색 글자로 붙여 두었다. (아래 왼쪽) 법당의 닫집(부분 CG). (아래 오른쪽) 목재 루버로 위요되어 있는 브릿지를 통해 법당 공간으로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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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아래 왼쪽) 전시장은 진입부에서 좁고 길다란 선적인 공간을 지나 수직적 열주의 공간을 돌아 넓은 메인 전시 공간에 다다르게 된다. (아 래 오른쪽)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육중한 곡면 철판.


review

금강도량의 꿈 :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최근 세곡보금자리주택지구 때문에 관심이 쏠린 서울 외곽의 강남구 수서역 인근은 고층 상업 시설과 오피스텔 블록의 경관 이 비닐하우스 깔린 농촌 경관과 충돌하는 곳이다. 도시가 풍선 터지듯이 갑자기 사라지는 이 도시 경계에 자곡동 교수마을이 라는 이상한 이름을 한 작은 동네가 있다. 이 동네에는 단독주택, 기도원, 기공경락요법집, 한정식집, 카페가 어수선하게 꼬리 를 물고 놓여 있어서, 자연녹지지역에 법규로 만들 수 있는 무질서한 도시 조직의 전형을 보여 준다. 이제 운 좋게도 이 동네 가 장 안쪽 대모산 동쪽 끝자락에 단정한 모습을 한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이하 탄허기념관)이 자리 잡게 되어 동네의 격을 높 이게 됐다. 탄허문화재단, 금강선원, 오대산 월정사가 공동으로 추진한 이 건축 사업은 10년 결사 수행을 할 불교의 도량을 지을 목적으로 이 일대에 4천여 평을 마련했고 추가로 8백 평의 땅을 마련해서 한국불교계에 중요한 인물인 탄허(呑虛)스님(1913~83)을 기리 는 연구 도량으로 기획됐다. 박물관도 박물관이지만 역사와 한문을 공부하는 장소를 만든다는 것이 원래 건축의 목적이었다. 강남 도심 가까이에 종교적 수련을 펼칠 한적한 장소로 적당하고도 귀한 땅임이 분명하다. 기념관의 대지는 동쪽과 서쪽이 구 릉지고 남쪽으로 완만히 경사가 오른다. 그 골진 땅에 건물이 빼곡히 끼여 있는 모습이다. 건물의 전체 구성은 간명하다. 평면은 여섯 개의 직사각형을 3×2로 배열한 셈이다. 기념관과 기타 실 매스를 동쪽에, 강당과 법당 매스를 서쪽에 두고, 그 둘 사이를 외부 공간, 홀, 복도로 연결했다. 입구와 홀이 있는 2층에 들어서면 실내외의 바닥이 트

인 건물처럼 느껴진다. 이 건물은 법규상의 목적인 박물관인데다가, 종교 제의의 장소이기보다는 학문 수행의 장소인데, 건축가는 불교의 종교적 정 체성을 경험화하고 시각화하려는 쉽지 않은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여 분투했다. 건축가는 전통 불교 건축의 공간과 형태를 추상적으로 그려내려 했는데, 건물 안에 사찰의 입구에서 법당까지의 공간적 과정을 모방하려고 의도하기도 했고, 법당에 있는 닫집 형태의 일부를 간략한 형태로 만들기도 했다. 이 닫집은 바깥에서 건물로 진입할 때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요소이기도 한 데 온전한 닫집은 아니며, 그 뒤쪽에는 불당이 있고 그 안에 불상과 내부의 닫집이 따로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외관 표현 방식은 불교 경전의 글자를 건물 외벽에 입히는 방식이었다. 한 서예가가 쓴 금강경의 32분(分) 전 문을 한 뼘 크기의 흰색 낱글자들로 서쪽 외벽 유리면 위에 실크스크린 작업해 놓았는데, 유리면의 글자는 그 안쪽 벽에 그림자 를 드리운다. 이 외피의 표현 방식은 전반적으로 건축물 전체에 가볍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효과가 있고, 무엇보다 이 건물이 어떤 건물인지 직접적으로 가리킨다. 다만, 그 표현이 다소 두드러진 감이 있는데, 글자 크기를 더 작게 하거나 글자의 농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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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결과였는지는 모르지만, 전체 건물은 이러한 유리한 자연경관 안에 놓여 있으면서도 꽤 도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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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 연결되어 있어 안정된 지표면의 느낌을 준다. 법당과 기념관은 그로부터 한 층 더 위에 놓여 있다. 압축되고 입체화된 종


낮춰 더 은근한 표현이 되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건물 북쪽 면을 따라 길게 붙은 진입 공간은 경사로를 오르게 하는 설정과 공간감이 적당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건축가가 이 진 입 공간에 설정한 종교적 상징을 깨닫기는 쉽지 않다. 세어 보기가 어려운 108개의 녹슨 철재 수직 루버를 따라 걸을 때 딱히 의미 있는 상징적 목표가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건물 안에 들어와서 대하게 되는 동서 방향으로 긴 홀은 밝고 경쾌하다. 홀 의 북쪽 유리면은 채광과 경관의 측면에서 무척 적절하며, 남쪽 유리면은 목재 루버에 의해 빛이 걸러지고 복도가 매달려 있어 서 남쪽 직사광선을 가려 준다. 유리에 실크스크린으로 전사한 금강경은 이 홀의 북측 면이 더 어울렸을 법하다. 입구 맞은편 강당 입구 위에는 탄허스님의 유려한 필치가 돌 표면에 마치 선문답의 화두처럼 새겨져 있는데, 이것만이 이곳이 누구의 기념 관인지 암시해 준다. 탄허스님의 유품을 포함한 일체의 전시물을 3층 어두운 전시실에 모아 두는 대신 이 넓은 홀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더라면 어땠을까. 홀에는 눈에 띄는 가구로 300여 명분의 신발장이 길게 놓여 있다. 많은 인원이 강연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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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동시에 이 건물 안에 모였을 때 실내 공간은 충분히 편할까? 이때 의문스러운 요소가 수공간으로 설정된 외부 공간이다. 강 연 사이의 쉬는 시간에 사람들이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유일한 외부공간인 셈인데, 사람이 거닐 수 있는 마당이라면 오히려 더 큰 즐거움을 주지 않았을까. 남쪽 유리면 앞에 놓인 계단은 그 자체의 형태는 참신하지만 위치상 홀과 외부 공간이 시원하게 서로 통하지 않게 하는 방해물로 작용한다. 귀하디 귀한 주변 자연환경으로 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열었다 한들 수행에 방해되지 않았을 텐데, 이 부분만이 외부로 열려 있 는 것은 아쉽다. 진입부를 포함해서 건물 곳곳에 자연의 모습을 더 도입하고 자연스런 조경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더 나아가 강당-법당부를 지금과 달리 반대쪽인 동쪽에 두었더라면 그 공간들이 외부와 만나는 면들을 더 풍부하게 고안할 수 있었을 것 이다. 물을 얕게 채워 만드는 말끔한 수면의 미적 효과는 그럴싸하지만, 수공간을 끼고 있는 양쪽 석벽을 세심하게 마감한 데 비해 현재로서는 결정적인 한정 요소인 남쪽 면을 쉽게 때가 타는 노출 콘크리트로 처리한 것은 아쉽다. 그 벽면이야말로 좋은 마감을 했을 만하고, 어쩌면 분간만이라도 아예 벽을 두지 않았어도 좋았겠다(설령 장래에 교회가 들어설 지 모르는 땅이라 할 지라도 교회와 법당이 서로 적대시하기만 하는 시설일 수만은 있겠는가). 현재의 프로그램과 대지의 제약을 고려할 때, 이 외부 공간을 오로지 시각적 즐거움과 영감에 맡기지 말고 조용히 거닐 수 있게 했더라면 좋았겠다. 사실 이 건물의 핵심부는 강당/법당의 공간이다. 건축의 목적에 부합한 듯 이 공간은 전체 건축 공간에서 가장 많은 용적을 차 지하고 디자인의 공도 단연 가장 많이 들였다. 강당과 홀을 연결하는 근사한 문과 공간을 지나 들어서면 옅고 진한 갈색조로 맞 추어져 있는 큰 강당이 나온다. 법당 아래 부분을 제외하면 정육면체의 용적에 가까운 이 공간은 장중하고 정적이다. 적절한 자 연 채광으로 강당 바닥과 전면의 금강경 벽면을 밝혀 침착하고도 안정된 느낌을 주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강당의 앞쪽 벽에


는 이 정적을 깨는 강력한 웅변처럼 청동판에 양각의 금색 금속 글자로 새겨진 금강경이 번쩍이며 걸려 있다. 이른바 금각사자 금강경불사(金刻寫字金剛經佛事)인 넓이 14미터, 높이 9미터의 동판 금강경은 불자들의 찬조금을 받아 만든 공동의 기념비이 기도 하다. 금강경을 강의하기에 더 이상 기품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강당 내부를 덮은 면들은 잘 분할되어 있고, 특히 상하 부의 분할이 적절하다. 강당과 법당의 주된 전면을 천창을 통해 자연광으로 채광했다. 전통적 불교 공간에는 보기 어려운 방식 이지만 새로운 시도로 인정할 만하다. 강당 좌우에서 트랙을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는 미서기 창호는 강당 공간에 변화를 주는 훌륭한 고안품이다. 옻칠한 듯 검지만, 법당 하부에 설치한 창호처럼 목재의 자연스런 바탕색을 띠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이 문 들은 창을 개폐하는 역할만큼이나 비어 있는 민 벽을 메워 장식하는 역할이 크다(이 창살문으로는 유리 개구부를 일시에 다 닫 을 수는 없게 되어 있다). 개구부들은 전동 개폐식이건 수동이건, 전통적인 문양을 떠올리는 격자 패턴이 들어 있건 펀칭 메탈 이건, 현대성과 전통성이 곳곳에 절충되어 있다. 앞쪽 벽을 제외한 벽면들의 상부는 펀칭 패널들로 덮었고, 대부분의 마감 재료 에 패턴이 있어서 음향 효과도 무척 양호하다. 방석을 깔고 앉아 강의를 들을 때 법당 밑 64개의 정사각형으로 분절된 천장 아 래에 앉은 수강생들은 강당 앞쪽을 바라보는 시야가 다소 답답할 듯도 싶다. 어떤 이유건 건축가가 강당과 법당을 지금처럼 나누기로 한 이상, 디자인의 핵심적인 결정 사항은 그것을 어떻게 하는가의 문 제였다. 두 공간의 비례와 위치 관계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적 결정이었고, 아마도 이 건축물 디자인 전체의 승부처였다. 평면과

례 대조가 좀 더 완화되었다면 싶다. 즉, 강당 볼륨이 좀 더 낮고 법당 아래 부분이 좀 더 높았더라면. 검은색 열연 강판으로 덮여 무게감이 한층 더한 법당의 블랙박스는 강당의 벽면과 좀 더 띄웠더라면 눈과 머리가 모두 실제로 떠 있다고 뚜렷이 판단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3층 전시장을 향해 앉을 법당 부처님의 배후에는 원각경게송(圓覺經偈頌)을 검 정 바탕에 금색 글자로 붙여 두었는데, 기품 있고 우아하다. 다만 이렇게 경전을 새기는 모티브를 건물 외부와 실내에 자주 반복 해서 쓴 것은 아쉽다. 판단하자면, 건물 외부보다는 내부에 쓰인 방식이 더 적합해 보인다. 이와 비슷하게 이 건축물에 두루 쓴 세부 방식인 목재 루버는 실내외의 벽과 천장 곳곳에 쓰였다. 전반적으로 건물 내부에는 바닥, 면, 천장의 거의 대부분의 면을 비워두지 않고 결이나 패턴을 가진 마감재로 덮었다. 탄허기념관에서 목재 루버와 돌나누기의 주요 패턴은 수직 패턴인데, 그 덕분에 공간이 미분화되고 상승의 느낌이 생겨 종교적 공간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이 건물은 실제로는 크지 않는 공간 이지만 목재 루버와 돌나누기 등에서 미세하고 긴 선을 많이 씀으로써 공간을 한층 미분화한 느낌을 준다. 각각의 마감은 세련 되지만 전체적인 조합력에 있어서는 재료 접합부 줄눈이 눈에 거슬리도록 번잡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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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설정도 중요했겠지만 그런 실제 용도보다는 표현적 측면에 의한 결정이 더 크게 작용한 듯하다. 결과적으로 두 공간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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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면 스터디에 건축가는 가장 큰 공을 들였을 것이다. 건축가가 서로 분리된 강당과 법당을 다시 연결해서 하나로 터서 쓸 수 있


최근 서울 도심에 들어선 토요타 자동차 매장들의 주된 외피 전략도 이런 목재 루버인데(최첨단 기계를 파는 건물인데 비해서 ‘성냥팔이 소녀가 떠오른다’며 그 목재 루버의 외관을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지만), 탄허기념관에서는 그 목재 루버의 요소를 종교 공간의 분위기를 창조하기 위해 더 세심하게 노력했다. 다만, 더 절제된 사용을 주문하기보다는, 각 공간에서 더 딱 들어맞 는 변주를 주문하고 싶다. 목재 루버가 가장 잘 쓰인 곳은 3층 복도다. 전시관과 법당을 잇는 이 공간은 계단에 의해 한쪽이 잘 리지 않았더라면, 폭이 충분히 넓었더라면, 단순한 복도를 넘어 훌륭한 갤러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여기서 목재 루버로 인 해 가늘게 분절된 빛과 그림자들의 복잡한 조합은 장식적이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면서, 이 공간을 지나는 사람에게 리듬과 활기를 선사한다. 루버 틈새로 속세의 풍경이 멀리 내다보이는 거리감 또한 인상적이다. 다만, 기역자로 꺾은 목재 루버의 천장 높이가 조금 더 낮았더라면 더욱 긴장감 있는 느낌이 마련됐을 것이다. 화장실 천장에까지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뒷간’에서 독경 소리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건축가가 무척 세심한 노력과 공을 들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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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TANHEO GRAND MASTER BUDDHIEST MEMORIAL MUSEUM

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총체적으로 봐서, 이 건축물의 장점은 훌륭한 기본기에 있다. 야심 찬 프로그램에 비해서는 건물의 규 모가 작았다. 좁은 땅에 종교 공간을 수직적 구성으로 잘 채우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위 공간들은 막히지 않고 적절히 숨통이 트여 있고, 간명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단위 공간들에는 적절한 개구부가 있어 채광, 환기, 조망의 기본 기능이 적당하게 마련되어 있다(다만 지하에 마련된 승방들, 창이 없는 입구 안내실은 예외다). 오늘날 이런 기본 적인 해법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구성과 표현의 가능성을 좇는데 맹목적인 건물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돌 이켜 볼 때, 이 기본기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건축의 기본적인 필요와 편의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고상한 표현도 흠결이 나게 마련이라는 것은 알베르티가 그의 『건축론』 서문에서 밝힌 오래된 교훈이기도 하다. 이 건물에서 바라고 싶었던 대목을 굳이 더 끄집어 내자면, 강연을 듣는 대중의 한 명으로서가 아니라 홀로 선 사람으로서 이 공간이 얼마나 개인적 숙고와 사색의 장소로 훌륭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상징적 표현의 문제는 결국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체적 분위기는 종교적 건물에 부합하도록 차분하게 조성됐지만, 표현은 추상 적 표현과 구상적 표현 사이 어딘가에서 명확한 자신감을 찾지 못하고 절충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사찰 공간을 연상시키는 연 속적 공간, 자연, 경전 텍스트, 닫집, 부처상, 창살 문양. 어느 하나도 나머지 모든 것을 삼킬 핵심적인 디자인 모티브가 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적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이들 모티브에 더 실제적인 기능이 강조되었더라면 좋았겠다. 불교 공간을 현대적으로 창조하는 것은 도전적인 과제다. 프로그램과 표현의 측면에서 불교의 종교 공간을 현대화하는 것은 여전히 당면한 거의 문명적 수준의 문제다. 현대 건축의 성과를 충실히 반영한 불교 건축이 없다는 것은 오늘날 불교라는 종교 자체의 존재 방식과도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여전히 불교는 산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전통적 유산을 보존하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탄허스님이 머무르셨던 월정사에는 바로 몇 해 전에 강당으로 대법륜전을 지었다. 이 건물은 1960년대 이후에 고유한 한국식 건물로 개발된 것과 같은 방식으로, 겉의 형태는 전통 목가구지만 속의 구조는 철근 콘크리트인 이른바 ‘콘크리트 한 옥’이다. 우리 옛 사찰의 건물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발전된 기술과 새로운 미학을 가진 건축적 표현을 창작하는 것 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탄허기념관의 건축가는 이 어려운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고, 불교의 옛 전통에서 많은 것 을 배우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접목하려 애썼다. 다만, 이 건물은 여전히 전통적 공간, 그것도 불교의 공간을 추상화하는 성과가 의미 있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그것이 여전히 녹록하지 않은 과제임을 증명한다. 탄허기념관은 그 과정에 놓인 현대 불교 건축 의 모습이다. 다행히도 마곡사의 전통불교문화원이라든지 이 탄허기념관과 같은 최근의 성과는 훌륭한 현대 불교의 도량들이 만들어질 날을 기대하게 만든다. 불교계의 혜안, 뛰어난 해석력과 창작력을 가진 건축가, 이 둘이 만나 그런 창작물이 더욱 꽃 피는 날이 와야 할 것이다. 결국, 이 건축물의 본래의 뜻인 용맹하게 학문을 수양할 수 있는 도량의 장소가 되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향냄새와 강학 소리가 진동하면서 건축물이 생기를 띠고 있는 모습을 보러 또 올 것이다. ⓦ

서정일 |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2002~03)와 뉴욕대학교(2009~10)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서울대와 연세대 등에서 강의해 왔다. 최근 『뉴욕 런던 서울의 도시 재생 이야기』를 공동 기획 편집하였고, 올해 제2회 심원건축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대 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 교수로서 인문학과 건축학의 학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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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정일(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 교수)


와이드 이슈 1

EXIT, 한국건축의 길을 찾다 시즌2 : 6 Conversing Events 2010 원도시 아카데미 세미나 1—3차 2010 WONDOSHI ACADEMY SEMINAR <EXIT, 한국건축의 길을 찾다 시즌2>의 주제는 2009 원도시 아카데미 세미나에서 추출된 <conversing(綠—구영민 발제)>으로부터 출발한다. 건축을 생성하는 관계의 네트워크에 집중하는 것으로, 도시 공간의 대립적 팩트들을 관통하며 장소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적 단위 건축을 제안하는 6인 건축가(집단)의 해법을 주목한다. 그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자리 이기도 한 이번 세미나는 일주일 간의 전시를 통해 그들의 현재를 들여다보고, 집담회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와이드AR>은 지난 5월, 6월, 7월에 걸친 1~3차 세미나의 현장을 지면을 통해 전달한다. 각각 다른 정리자에 의해 기록이 되어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약간씩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밝힌다.<편집자 주> 사진 | 진효숙(건축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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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1st S.A.A.I 건축 ▶ Diverging 전시 2010.5.3~5.10 | 집담회 2010.5.6 | 패널 김원식, 문훈, 배형민, 이일훈

‘한국건축의 길을 찾다’, 첫 번째 주자인 사이 건축은 동네 건축가를 지향한다. 그들이 동네라고 부르는 곳은 인디 밴드와 비보이들, 화실이나 아기자기한 카 페가 모여 있는 홍대 앞. 사이 건축에게 그 곳은 어떤 특별한 도시의 한 부분이 기 보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이다. 그들이 특별할 것 없다 느낄 정 도로 동네와 닮아 있는 그들의 모습은 건축가로서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작 업 방식과 태도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지하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다 놓은 사이 건축의 사무실이 그 태도와 방 식을 압축해서 보여 주었다. 작업 중인 프로젝트의 모형을 데려다 놓고, 그들이 즐겨 하는 책과 음반들이 사진으로 전시 벽을 메웠다. 그대로 재현된 작업 공 간은 프로젝트 분류와는 별 개연성 없이 각자의 자리가 배치되어 있는데, 효율 성 따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팀 프로젝트와는 무관한 스텝이 자리 사이사 이에 끼어 있고, 그래서 의사 소통에는 노이즈가 발행하는 구조다. 그러나 사이 건축 구성원들에게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러한 노이즈 마저도 협업으

로 이어지는 총체적인 관점을 더 중요시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이 건축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2009년 한국건축가협회 베스트 세븐을 수상한 ‘SKMS 연구소’라 할 수 있지만, 되레 관심을 끄는 것은 전시장 을 메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다. ‘호정 공원 묘지’는 스텝 각자가 공원 묘지 안에 프로젝트를 하나씩 진행하고, 율동 주택이나 가평 주택을 진행 하는 방식도 유사하다. 이들 프로젝트는 SKMS 연구소와는 달리, 이리저리 얽 혀 있는 소통 구조나 사무소 구성원이라 하더라도 외부 활동을 병행하며, 사무 실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젝트에 무작위적으로 참여하는, 오픈 데스크 시스템 에 의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이 건축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 일관된 건축 언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던지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일지 모른다. “저희도 프 로파간다를 던지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작업과 말과의 괴리가 많다 는 것을 봅니다. 어쩌면 저희는 그 반대의 전략을 펼친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 다. 디테일이 좋고 잘 만들어진 건물을 꾸준히 많이 만들고, 상황에 대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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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성은 많이 죽고, 보편적인 해를 찾아 중성적으 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기성 건축가들에 대한 반성적 측면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러한 태도는 사이 건축의 작업이 자연에 대한 겸손함과 장소성에 대한 이야 기를 갖는 배경으로 이해되며, 이번 ‘Diverging’의 전시가 더욱 관련 깊은 메 시지를 준다 생각되는 부분이다. 장소성을 추구하는 개별 프로젝트가 장소성 없는 지하의 한 전시 공간 안에 있다는 것이 그러했고, 장소에 별 구애 받지 않 는 의사 소통 방식이 한 공간 안에 압축되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 그러했다. 그래서 전시 내용과 방식은 시적으로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도 집담회 를 통해 설명되는, 사이 건축의 작업 과정에서 드러나는 즉물성, 프로젝트 자 체가 갖고 있는 가능성에 집중하는 특성은 그들이 존중하는 장소성과는 대치 되는 부분이었다. 비록 엄숙주의로부터 벗어났지만, 스스로 엄숙함을 떨쳐버린 것에 대한 불안감 이 공존하듯, 기성 세대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 그들의 태도와 방법은 기성 세 대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때에야 불안감은 사라지고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작업이 스스로 추구하는 가 치와 방법에서 훨씬 자유롭고 힘찬 걸음을 내딛기를 바라는 선배 건축가들의 제 언은 ‘한국건축의 길’을 찾고픈 이유에서일 것이다. 정리 | 강권정예(본지 객원기자)

2nd 조정구(구가도시건축) ▶ 삶의 형상과 건축의 경계에서 전시 2010.6.7~6.13 | 집담회 2010.6.10 | 패널 이상구, 이일훈, 전봉희, 함성호

“우리 삶과 가까운 보편적인 건축을 주제로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사무소 개설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해 온 수요답사는 그러한 보편적인 건축을 탐구하는 서울 도심 기록 작업이다. 종묘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498회를 진행했다. 우리 회사의 모토가 삶의 형상을 찾아서이다. 그것은 우리의 전통 건축과 도시 문화가 이루어낸 형상이다. 그 동안 수요답사, 서촌의 기록, 한옥 작업 등을 해 오면서 건축과 삶의 형상은 별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앞으로 구가 도시건축은, 삶의 형상은 건축으로, 건축은 삶의 형상으로 가는 과정 상의 여 러 작업들을 소화할 것이다. 이것은 도시의 순환적 진리이다. 다양한 삶의 형상 들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건축의 유형들이 등장하고, 건축이 오랫동안 시간 속 에 버텨 오면서 삶을 흡수하여 그 삶이 형상이 되는 순환인 것이다. 그 진리들 을 우리가 어떻게 소화하고 어떻게 작업할 것이냐, 그것이 우리의 앞으로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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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제이다.”—조정구 전봉희 ⓦ ‘건축과 삶의 형상의 경계’가 주제이다. 그것을 바꿔 말해 작품과 수 요답사와의 경계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는 건축 작업이 나 수요답사의 대상이 거의가 한옥이었기 때문에 그 둘 사이에는 강한 고리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경계에서 한옥이라는 연결 고리를 떼어 낼 때 과 연 무엇이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조정구 ⓦ 수요 답사는 건축 혹은 도시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주었다. 직접적 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의 폭이 자유로워진 것은 확실하다. 함성호 ⓦ 498번의 답사, 분명히 덕후(오타쿠)다. 첫 사무실을 열고 답사를 다 닌 이유, 답사 자료들과 작품과의 관계, 추구하는 바, 그것들이 궁금하다. 조정구 : 도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 그것에서 비롯된 ‘그냥 보자’는 게이유다. 앞서 언급했지만 작업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이제 한옥의 범주가 아닌, 다른 건축을 하고자 한다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전진삼 ⓦ 조정구에서 한옥이라는 것을 벗겨 내면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조정구 ⓦ 주어진 것을 그저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한옥이라는 주제도 우연 히 만난 거고 그걸 좀 더 잘하자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한옥이 내게 건축을 가 르쳐 줬다. 만약 한옥이 아니라면 더 많은 다가구 주택, 저렴 주택 같은 것을 하 면서 고민을 했을 거다. 이일훈 ⓦ 아까 1958년 집장수가 지은 집을 보여 주면서 시대와 사회가 디자인 한 거라고 말한 것에 감동했다. 지금 자꾸 집이 지어져야 한다. 우리 유전자 속 의 본능, 살갗이 닿아 있는 공간과 주거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것이 우리 살과 닿아 있지 않으면 전통이라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 한옥은 현재 의 도시 밀도를 당해 낼 수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작든 크든 한옥 작업을 한다 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

조정구 ⓦ 도시 차원에서 한옥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의견에는 조금 생각이 다 르다. 오래된 도시의 골목들은 어떤 식으로든 유지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가 그린 그림들이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됐으면 하는 거고. 우리 건축가들과 활동 가들이 그러한 골목에 빛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분적으로는 생명을 지속 한다면 그것이 다른 생명의 지속, 연장까지도 보장해 줄 수 있는 촉매가 될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이상구 ⓦ 조정구 건축의 출발점에서 한옥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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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답사를 통해 한옥이 살아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실제로 북촌 실측 작업을 하 다 보니까 수리하는 일이 생기고 설계하는 일이 생겼던 것이다. 함성호 ⓦ 한옥도 한다는 것이겠지. 한옥 답사가 아니라 서울의 동네를 498회 다닌 거고. 한옥에 너무 옭아맬 필요는 없다. 조정구 ⓦ 작업의 90% 이상이 한옥이기 때문에 한옥 건축가라 하는 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의 연장선에서, 한옥이 아닌 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까 보편을 정말 보편 타당하게 생각하느냐는 이 일훈 선생의 지적은 가슴에 와 닿는다.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이상구 ⓦ 여러 자리에서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일훈 ⓦ 수요답사의 횟수보다 수요일에 진행한다는 것이 더 놀랍다. 그건 일 로 삼아 한다는 거다. 건축가의 소명과 관계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가의 역할과 사회를 인식할 때는 체질로서, 몸으로 체화되어 있어야 선한 생각일 수 있다. 전봉희 ⓦ 조정구 소장의 가장 큰 미덕은 자기가 본 것을 자기가 신뢰한다는 것 이다. 자기가 본 것, 자기가 느낀 것, 자기가 체험한 것을 본인 건축의 출발점으 로 꼽는 건축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서양 모더니즘의 얇은 지식으로 자기 작품 의 정당성을 담보하려는 세대들에 비해 이러한 세대의 등장이 건축계의 희망이 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이일훈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작품이 더 좋아져야 한다는 것이고, 이상구 선생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갖고 있는 파워를 드러내지 않고 건축 작품 속에서 표현해 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정구 ⓦ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 줄 게 많았던 것 같은데, 아직 먼 것 같다. 한 옥의 담론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것을 현대 건축의 주제로서 논의할 만한 수준은 아직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또 수요답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그 결과를 섣부르 게 건축화시키려 하지 말고 오히려 내면을 다지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3rd 김정임(아이아크) ▶ affect·effect 전시 2010.6.7~6.13 | 집담회 2010.7.8 | 패널 문훈, 이충기, 장윤규, 최욱

세미나의 시작은 김정임 소장의 작품 발표로 시작되었다. 그동안 정신 없이 작 업을 해 왔으나 이번 첫 전시를 통해서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바라 볼 기회가 생겼다며 자신의 설계 인생을 풀어나가기 시작하였다. “건축가는 연속적인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경험을 쌓는 것이며 나 또한 과정 에 있는 사람이다.” 김정임 소장은 기존에 지어진 집의 잉킹 드로잉과 연변과학기술대학 도서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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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1 ⓦ

아트리움 구조 해석, 밀알 학교의 오픈 계단 등 주니어 시절의 작업들을 보여 주 었다. 그 다음으로 명동성당의 현상과 인사동 문화예술센터 현상의 디자인 참 여를 거쳐 일산의 만 평 정도 되는 교회의 PM을 맡은 일까지, 자신이 7~8년간 해온 작업들에 대해 설명하였다. 아이아크의 파트너이자, 독립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건축가로서 김 정임 소장의 역할은 지금까지 해온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자라났다고 할 수 있 었다. 그리고 아이아크의 파트너로 일하게 되었을 때 유걸 선생님과 궁극적으 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 었다. 지금까지 일해온 모든 사람들이 남성이었으며 그 속에서 다른 점을 찾아 주목하고 자신의 것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특히 김정임 소장은 대 지의 환경과 건축과의 관계, 소통을 중요시했으며 더 나아가 건물 사용자들 간 의 관계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자신이 자주 쓰는 몇 가지 단어들이 키워드로써 자신의 건축을 풀어 나갈 수 있다고 하였다. 대비, 질감, 레이어, 한 덩어리, 사이 등의 단어와 그 개 념에 대해서 설명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지금 현재 지어진 배재대학교 유아교육 센터, 네티즌닷컴 사옥, 서울스퀘어 대우빌딩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단지 건물 을 겉으로만 볼 때는 알 수 없었던 디테일한 부분들과 내부적인 이야기들을 통 해서 김정임 소장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이 건축들을 표현하였는가를 알 수 있었다. 김정임 소장의 작품 발표 시간이 끝나고 토론에 들어갔다. 먼저 최욱 소장이 가 볍게 아이아크라는 조직에 대하여 질문을 하며 토론을 시작하였다. 김정임 소 장은 아이아크라는 조직이 젊은 건축가들에게 플랫폼의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 다고 하며 아이아크의 색깔이 아니라 각자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 나갈 수 있 는 곳을 지향한다고 하였다. 이어서 여성으로서 일을 해 나감에 있어서 스스로 의 자각을 말하였다. “아까 이야기했던 여성성에 대해서도 내가 여성으로서의 자각을 하게 되면서 기존의 남성들이 이루어 놓은 사회가 나한테 강요했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많 이 가지게 되었다.” 이어서 이충기 교수가 토론에서 여성성의 문제를 들고 나오며 논란이 시작되었 다. 이충기 교수는 김정임 소장의 작품 성향이 여성성과 관계 없이 한 사람의 건 축가로서의 성향으로 보이는데 왜 그러한 성향을 여성성이라 강조하냐고 하였 고, 김정임 소장은 아무래도 유걸 선생님과 상대적으로 다른 점에 있어서 여자 라는 것을 좀더 인식하였고 그러한 여성으로서의 성격이 작품에 나타난 것이라 고 하였다. 여성성에 관한 논쟁이 과열되는 분위기가 되자 <와이드AR> 전진삼 발행인이 잠시 중재를 하며 사회를 보기도 했다. “기존 도시 구조는 자기를 드러내고 과시하고 주변의 다른 것들을 누르려고 한 다는 측면에서 남성성으로 많이 표현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주변의 환경들 과 조화균형을 취하는 건축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였고 이런 상대적 인 생각들로 내가 자연스럽게 여성성을 강조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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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1 : 2010 WONDOSHI ACADEMY SEMINAR


얼마 전 이창동 감독의 강연회에서 한 여학생이 이런 질문을 하였다. ‘시, 마커 스라, 사마리아 등의 영화 속에 왜 여성이 항상 사회나 당사자들이 짊어져야 할 고통을 대신 져야 하며, 고통 받는 대상이 되어야 하며, 반복되는 것인가?’ 여기 에 이창동 감독은 이렇게 답변을 하였다. ‘내 영화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그 게 현실인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남성성, 여성성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주변 상황의 설정이 얼마만큼 우리 현실에 가까 울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이런 여성성의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왜 그들이 여성성임을 강조 할 수 밖에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앞서 김정임 소장도 말 했듯, 지금 사회는 여성들이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건축주 도 교수도 건축가도 대부분이 남성들이기 때문에 관점도 가치관도 다를 수 밖 에 없다. 이번 원도시 세미나는 작품 발표와 여성성에 관한 토론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였지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지금까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다루어져 왔던 여성성에 관한 논란이 건축계에서도 이루어졌다는 사 실이다. 현실적인 문제를 피하지 않고 과감히 받아들여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은 매우 용기 있는 일이다. 이창동 감독이 어떻게든 관객들에게 현실을 보여 주 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앞으로 원도시 세미나 후반기가 남 아 있고 그 중에도 여성 건축가가 포진해 있는데 과연 어떠한 토론이 이루어질 지 궁금해진다. ⓦ 정리 | 고경국(본지 인턴기자, 국민대학교 건축과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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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2 ⓦ

와이드 이슈 2

성균건축도시설계원(SKAi) 개설 3년의 성과 해부 ▶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교육과 실무, 연구 3박자를 몸으로 익히는 훈련소 ▶ 우리 것을 토대로 세계를 향해 발신하는 건축과 도시의 아카이브 ▶ 지속 가능한 건축 도시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8월 11일 오후 2시,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 5층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이하 설계원) 회의실에서 조성룡(원 장), 정기용, 김영섭 3인의 교수 건축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지 2008년 5/6월호에 연구원의 출범 당시 의미를 새기는 조 원장 인터뷰 기사가 실린 뒤로 처음, 이들의 존재를 세상에 환기시키는 만남의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본지 정귀원 편 집장과 설계원의 김경완, 나승현 두 팀장이 배석했다. ⓦ 글 | 전진삼(본지 발행인), 자료 제공 | 성균건축도시설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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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 프로젝트 회의 중, 2. 대학원 강의 중인 정기용 교수, 5. 이상해 교수(좌)와 프로젝트 회의 중인 조성 룡 교수(우), 4. 프로젝트 회의 중인 김영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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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의 연구원으로, 일부는 새로운 직장

들의 독자한 행보에 힘을 더해준 환경이

을 찾아 제각기 길을 떠났다. 30개월, 짧

되었다. 드디어 1기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세상에는 그들에 대

그들이 입을 열었다.

한 일체의 정보가 돌아다니지 않았다. 인

지나온 시간의 의의를 ‘새로운 실험’의 과

올 8월,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은 첫 번째 기

터넷 공간 안에도 마찬가지였다. 교수진

정이었다고 압축하여 말하는 김영섭 교수

수 졸업생 9명을 배출하였다. 2년 반, 5학

의 입장에서는 성과주의에 목말라하는 제

의 일성에 힘이 실려 있었다. 연구원 전담

기 과정을 마친 대학원생들이 디자인학 석

도권의 시선이 오히려 부담스러웠을 법하

교수라는 포지션 때문이겠거니 하면서도

사 학위를 취득한 것이다. 일부는 동 설

다. 그런 면에서 되레 사회적 무관심은 이

그것의 실체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전혀 새로운 실험을 해왔습니다.”—김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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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2 : 성균건축도시설계원(SKAi) 개설 3년의 성과 해부


(왼쪽) 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 신축 공사, (오른쪽 위) 서울대학교 병원 및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마스터플랜, (오른쪽 아래) 2010 도시경관사업 공모에 따른 제안서(강서구).

설계원의 개설 목적은 건축 및 도시 공공

우리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통한 구체성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간과한 채 이론과

영역의 발전을 목표로 다양한 분야의 학

에 주목해 왔습니다. 학생들은 강의실 안

실무가 서로 엮이지 못함으로써 절름발이

문과 교류하는 학제 간 네트워크, 국가 및

에서 얻게 되는 지식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식 졸업생들을 양산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지자체의 공공 공간 과제 연구, 건축 도시

현장에서 접하게 되는 시대적 문제의식에

는 판단에 기인한다. 설계원이 다수의 연

관련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분야와의 기술

반응하게 됩니다. 건축과 도시를 한 묶음

구 및 설계, 감리 프로젝트를 운용하고 학

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학문과 기술을 융

으로 공부하는 겁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생들을 전진 배치시킴으로써 실무 참여의

합하고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국제적 수

건축가라는 참으로 위험한 직업의 실체와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이론 과목을 접목

준의 건축 교육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만나게 됩니다. 도시계획가는 더더욱 위

시키는 수순을 밟게 하는 분명한 이유다.

이를 토대로 벌이는 사업의 유형은 ▶ 인문

험한 직업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까

사회 및 과학 분야의 학제 간 교류와 통합

닭에 우리는 직업윤리에 대하여 집중적으

연구 ▶ 한국의 건축 도시 상황과 문제에 기

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초한 건축 및 도시 탐구 ▶ 국내외 건축 도

캠퍼스 안에 들여놓은 프로젝트 사무소라

시 관련 전문가 집단과 협동 연구 ▶ 국가

고 칭할 만큼 학생들은 제도권의 여타 대

및 지자체가 위탁하는 건축 도시 관련 연

학원생들과는 다른 수업을 받게 된다. 강

정 교수의 말을 이어서 들어보자.

구 및 설계 ▶ 공공기업 및 일반 기업이 위

의실에서 이루어지는 이론 수업에 더하여

“설계실에서 이루어지는 우리 교수들 간

탁하는 건축 도시 관련 연구 및 설계 ▶ 학

대지 읽기, 건축 및 도시 설계, 주민 협의,

에 프로젝트 회의는 각자의 경험과 시각의

술 행사 및 연구 성과의 출판과 전시 ▶ 연

시공에 이르기까지 실무에서나 경험할 수

차이로 인해 종종 거친 논쟁으로 번지기도

구소의 모든 활동을 축적할 수 있는 아카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이 점은

합니다. 학생들은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

이브 구축으로 분류된다.

학생들에게 커다란 자극이 되었고 연구원

하는 경험은 물론이려니와 교수 간 논쟁의

만의 특별함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디자

과정을 지켜보게 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인 단계로부터 사회구조의 얼개를 이해하

되지요. 또한 타 분야 전문가들과의 교류

고 반응하는 법까지 통으로 학습하게 되는

와 협력 작업을 통해서도 학제 간 통섭의

이 과정이 일부 학생들에게는 혼란을 자아

과정을 익힙니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

내게 한 점도 있었다. 대학원 수업이라기

라 문화재,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등 각 분

정기용 교수는 설계원이 취해온 방향성을

보다는 용역을 수행하는 설계 사무소라는

야의 프로페셔널들과 만나서 다른 시각과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구분하여 정리하

인상이 강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논점을 익히게 되지요.”

였다.

설계원이 학생들의 실무 해결 능력을 중시

그러나 교수들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일

“우선, 강의의 방향성에 관한 것입니다.

하는 이유인 즉, 이제까지의 대학 교육이

반 사무소에서라면 최종안의 결정을 대표

현재형입니다.”—정기용

작품의 생산으로 귀결됩니다.”—김영섭

~ ~

~

“설계원의 프로젝트는

“최종 결과물은 항상 교육적인

!

01

03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63


이 슈 2 ⓦ

(왼쪽부터) 송파디자인서울거리 조성 기본구상, 소사지구 재정비촉진계획 공공시설물 디자인, 실상사 선언행사.

업뿐 아니라 설계원의 재정 자립을 위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팀장 이하 팀원들의

실질적인 사무소 운영의 짐을 떠안고 있

협력 작업의 결과로 매듭을 짓는 형식을

는 팀장들이다.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설

될 것입니다.”

취한다. 내부적으로 설계실은 두 개의 팀

계원의 상임연구원으로 재직하기로 했다.

—정기용

으로 구분, 운영해 오고 있다. 각각은 팀장

설계원 졸업생들의 강점이라면 실무 투입

에 의해서 운용되는데 팀장은 사회에서 다

시 곧장 이들의 역량 발휘를 기대할 수 있

정 교수는 특히 설계원의 미래에 대하여

년간 실무 경험을 쌓은 경력자 중에서 뽑

다는 것이다.

개인적 관심을 피력했다.

았다. 미니 설계 사무소 규모지만 경영 수

수변도시비전 공모, 구미(1등).

64

04

자가 하기 마련, 설계원은 교수가 안을 결

wIde Issue 2 : 성균건축도시설계원(SKAi) 개설 3년의 성과 해부

“세계 건축과 도시를 향한 발신기지가

“우리 세 사람의 역할은 한시적일 수밖에


(왼쪽부터) 정릉3동 거북바위집 세미나오픈행사전시마무리.

없습니다. 앞으로 지금의 학생들이 설계

하는 것이고, 후배들은 그걸 바탕으로 꽃

만들어 출판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건

원의 자율적 주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을 피우게 되길 바라지요.”

축 관련 정보가 외국에서 수입되어 오는

설계원 출신의 젊은 그룹의 탄생이 의미하

그는 건축과 도시의 아카이브 구축을 선언

것을 당연시 하는 풍조를 비판하며 우리나

는 다른 의의는 이 곳이 건축과 도시 문화

하면서 특히 실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 도처에 세계 도시의 경향을 이끌어 갈

의 발신기지가 되느냐의 관건에 달려 있습

다행히 건축 학계가 구축해 놓은 농촌 마

수 있는 잠재 요소들이 숨어 있다고 말하

니다. 그러자면 설계원은 건축과 도시의

을, 수몰 지구 등의 실측 자료가 많이 남아

는 그는 그러한 작업 과정을 통해서 설계

거대한 아카이브로 거듭나야 합니다. 우

있다고 전제하고 설계원은 기 확보되어 있

원이 세계의 건축과 도시 학계에 ‘말을 걸

리는 그렇게 가기 위한 기초 작업을 수행

는 실측 자료를 바탕으로 1차 아카이브를

수 있는’ 발신기지로서의 단계에까지 도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65


이 슈 2 ⓦ

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서치가 중시

는 공무원의 소양 교육은 물론 공공 건축

향 및 제안(자료집) ▲정릉3동 특별계획구

되는 학풍의 정립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과 접목시켜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선도하

역 연구/조사(자료집) △실상사 중창불사

는 건축 문화의 중요성을 확대시키는 계기

를 위한 마스터플랜 구상(연구 보고서)

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건축계획 부문으로 ▲베트남 하노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양적 팽창은 이루었을

이 약학대학 캠퍼스 마스터플랜(연구 보

지 몰라도 그것이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이

고서) ▲노틀담 수녀회 마스터플랜(연구

김영섭 교수는 설계원의 현재를 가늠하면

는 결과를 가져왔다고는 볼 수 없기에 거

보고서) △서울대학교 병원 및 연건캠퍼

서 ‘괄목상대(刮目相對)’ ‘실사구시(實事

버넌스의 중요성은 백 번 강조해도 모자

스 마스터플랜(연구 보고서) △강진군 도

求是)’라는 한자 성어를 입에 올렸다. 지

람이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해

요지 일대 종합정비계획(연구 보고서) △

나온 시간대에 이룬 성과에 대한 자신감

거번넌스 과정이야말로 철저히 사례 중심

탑정호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연구

과 그것을 가능케 했던 설계원의 교육철학

의 수업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고서) △울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

에 다름 아니다. 그는 설계원의 학습 과정

한 공공 건축은 반드시 협치로 가야 함을

원 마스터플랜(연구 보고서)

을 땅에 봉인되어 있는 여러 유형의 이야

강조했는데, 차제에 ‘공공 건축이란 무엇

설계경기 부문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기를 건축화시켜 나가는 교육과정이었다

인가?’에 대한 의미 정립이 필요함을 역설

공공 디자인(제안서) ▲KIST 복합소재기

고 잘라 말했다. 건축하되 결과적으로 땅

하였다.

술연구소 건축설계 경기(패널/제안서) ▲

05 “가능성을 봤습니다.”—김영섭

수변도시비전 공모(패널/제안서), 1등 당

에 스며들어 가는 건축이라는 근사한 말이 이어 붙었다. 3인의 개성이 다른 건축가가 이 대목에서 무척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 을 갖게 되었다.

07 “연구원들이 돈 걱정 없이 자급자족할 수

이디어 공모전(패널/제안서)

있는 환경을 만들 터.”

설계/감리 부문으로 ▲공중화장실 계획:

—정기용

남산 3개소, 삼청동 1개소(설계도면) ▲산

06

66

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축설계 아

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감리 보고서) ▲

“거버넌스 과정은 공무원뿐 아니라

2008년~10년 사이 설계원의 이름으로 수

산림청 수원국유림관리소(설계도서) ▲숲

시민사회 및 여타 전문가들까지도

행한 성과품 실적 목록을 들여다보면 이들

체원 치유의 숲 시범조성사업(설계도서)

포용하는 교육입니다.”—김영섭

의 시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부지방산림청 관리센터 및 숙소(설계

설계원은 크게 ‘공공디자인’, ‘리서치’, ‘도

도서) △한국등산지원센터 청사 신축설계

설계원은 디자인대학원에 소속되어 있으

시/건축계획’, ‘설계 경기’, ‘설계/감리’ 부

용역(설계도서)

면서 건축 도시 디자인 과정과 공공 건축

문에 걸쳐 24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거나

거버넌스 과정, 2개 과정으로 구분하여 학

(2008~09: ▲표시 항목) 진행 중(2010~:

생들을 선발한다.

△표시 항목)이다.

전자는 2008년 첫 입학생을 받았고, 후자

공공 디자인 부문으로 ▲송파디자인서울

못하는 건축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는 2010년 첫 입학생을 받았다. 현재 두 과

거리 조성 기본구상 학술용역(제안서) ▲

계기를 만들어야겠지요.”

정은 분리되어 있기보다는 통합 교육 시

소사지구 재정비촉진계획 공공시설물 디

—조성룡

스템으로 운용 중이다. 조 원장과 정 교수

자인(연구 보고서) ▲마포구디자인서울거

는 특히 거버넌스 과정의 중요성을 역설

리 조성 사업(제안서) ▲서울디자인자산

이상의 목록 중 수변도시비전 공모 과업에

했다. 이 과정은 수용미학의 디자인 이해

100선 심화연구: 명동성당과 선유도공원

서 1등 당선한 사례는 설계원의 존재감을

를 증진시키는 교육 목표 하에 관련 분야

중심(연구 보고서) ▲2010 도시경관사업

대내외에 각인시킬 수 있는 주요한 프로젝

공무원 및 건축과 도시 경력직들의 재교육

공모에 따른 연구(제안서)

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작 결정 이후 발

차원에서 비중 있게 다뤄야 할 것임을 강

리서치 부문으로 ▲실상사 우선불사연구/

주처인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국토해양

조했다. 이를 통하여 건축과 도시를 대하

계획: 우리나라 절 불사에 대한 성찰과 방

부의 입장 변화로 현재는 공중에 떠 있는

wIde Issue 2 : 성균건축도시설계원(SKAi) 개설 3년의 성과 해부

08 “‘어떻게’ 하느냐 보다 ‘왜’ 하느냐를 묻지


상태다. 당선 통보를 받고 여태껏 상금을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설계원 졸업생들

받지 못했다. 설계원 교수진으로선 울화

은 누구나 실무 투입 시 곧장 역량을 발

통이 터질 만한 사건임에 분명하지만 권리

휘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되고 있다는 사

우리 땅 깊게 들여다보기를 실천하는 설계

주장을 위한 행동은 자제한 채 적당한 시

실이지요.”

원의 시선이 한국의 건축과 도시에 내재된

간을 벼르고 있는 눈치다. 그들은 현 정부

“저희는 평소 존경하는 건축가 세 분의 건

잠재성을 발견하고 외부 세계로 알리는 전

의 4대강 사업에 대하여 건축계가 제대로

축 여정을 기록하는 것도 무척 의미 있는

진기지가 되어야 한다는 이들의 결연한 교

발언한 유일무이한 사례였다고 강조했다.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과 도시 아카

육 의지에 다시금 응원을 보낸다. 당장은

이브의 한 축은 그 분들에 대한 기록이 될

설계원 운영과 연관된 프로젝트 수행의 과

것입니다.”

제가 학생들의 장학 지원과 직접적으로 맞

09 “국제적인 프로페셔널 네트워크를 강화 하겠습니다.” —조성룡

확률이 높았을 것입니다.”—김영섭

물려 있는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10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설계원의 교

“도시의 큰 틀에서 공공 디자인 바라보기 훈련”—조성룡

육 좌표가 흔들리지 않는 것도 향후 과제 가 아닐 수 없다. 특수대학원에 대한 대학

설계원 팀장 두 사람에게 물었다. 성과품

과 재단 차원에서의 지원의 한계도 예상

으로 나열한 상기 프로젝트 대부분을 직접

2년 전, 조 원장은 본지를 통해서 ‘풍경풍

가능하기에 설계원의 독특한 학풍이 제자

수행한 그들이다. 신생 대학원에서, 같은

수풍토’를 설계원 교육의 근간으로 삼겠

리를 찾기까지 이들 1기 교수진이 겪을 고

처지 학생들의 리더이자 교수와의 중재자

다고 말한 바 있었다. 우리 건축의 특질을

충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방담 내내 긍정

로서 각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였다.

의 힘을 나누는 3인 교수 건축가는 ‘완성

“초기 1년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프로세

‘유학의 근본으로 조영된 이 나라가 일제

도 높은 교육의 성과’에 주목한 채 당장의

스의 부재, 물리적 환경의 열악함 등등이

강점기의 식민지 근대화 과정 이후 역사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오늘 <와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단절이 있었는데 설계원이 할 일은 그것을

이드AR>이 만난 설계원은 우리나라 건축

힘들긴 하지만 2년 반의 시간이 흘러온 만

연속적인 맥락에서 회복하자는 것이었습

도시 관련 대학이 설치한 디자인 팩토리

큼 많은 부분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니다.’(2008, <와이드AR> 5/6월호)

(Factory)로서 최초의 성공적 사례를 향해

생각합니다.”

이들이 건축과 도시를 늘 한 묶음으로 사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있는 현장의 모습을

“세 분 교수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

유하는 이유도 이 같은 설계원의 방향성

보여 주었다. ⓦ

능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설계원의 내

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장소의 특질을 무

부 구조와 시스템은 일반 설계 사무소와

시한 채 전개되는 오늘날 대학 사회 전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교수님들은 늘 이

이 홍역처럼 앓고 있는 아방가르드한 디

렇게 강조하셨습니다. ‘너희들 스스로가

자인 풍과 거리 두기를 하며 대지에 밀착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라’고 말이지요.”

한 진정성의 건축에 시선을 두고 있는 설

“같은 의미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주어지

계원 교수진의 태도는 여전히 명확해 보였

는 역할에 가끔씩 혼란이 일기도 합니다.

다. 다만 각 전공의 개설 과목이 이들의 의

대학원에 걸맞는 수업에 노출되어 있기보

지를 돋보이게 하는 커리큘럼으로 작성되

다는 설계 실무의 부담이 큰 이유입니다.

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점이 아쉬웠

전자는 2년차에 접어들면서 학부에 적을

는데 이는 향후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투입

두고 계신 교수님들의 동참으로 어느 정도

으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다.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만 설계원의

~

“10년만 빨리 시작할 수 있었어도 성공할

~ ~

히 힘들어 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11

!

프로젝트 중심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여전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67


이 슈 3 ⓦ

와이드 이슈 3

People meet in architecture 2010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베 니 스 에 서 건 축 을 만 나 다

Venice Biennale 2010 —12th International Architecture Exhibition 2010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은 가즈요 세지마(Kazuyo Sejima)를 총감독으로 People meet in architecture라는 주제로 지난 8월 29일 공식 개막하여 11월 21일까지 열린다. 베니스 지아르니 공원(Giardini della Biennale)에 대한민 국의 한국관을 비롯하여 29개국의 국가관과 아르세날레(Arsenale) 전시장에 12개국의 국가관이 참여하며, 총감독 세지 마가 초대한 건축가들과 작가들이 전체 주제 아래에서 개별 작업을 통해 현시대 건축의 가치와 새로운 가능성을 알리는 축제의 장이다.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고 있으며, 2010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 미셔너로 권문성 성균관대 교수가 선정되었고, 경기대학교 이상구 교수, 건축가 조정구(구가건축 대표), 서울 시립대학 교 이충기 교수, 건축가 신승수(디자인그룹 오즈 대표), 건축가 하태석(아이아크 공동대표) 등 5명이 작가로 선정되어 전

베니스에서 건축을 만나다

리를 잡고, 비엔날레의 다른 국가관 공사 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한옥이 지 어지는 중간에도 각국의 공사팀, 스텝들은

한국관 전시 포스터.

68

wIde Issue 3 : Venice Biennale 2010

미술전에 비해 주목 받지 못하고, 더구나

한국관을 방문하여 나사와 볼트 하나 없이

국제적으로 악화된 경제난과 국내의 정치

견고하게 구축되는 한옥의 공법과 공간감

적 변화 속에서 2010년 베니스비엔날레

에 감탄하고 돌아갔다. 한국관에서 한옥

한국관은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다. 베니

이 자리를 잡고 작가들의 전시물들이 하

스비엔날레 공식개막일은 8월 29일이지

나 둘씩 자리를 찾아갈 때 한옥은 이미 한

만,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의 프리뷰

국관에 처음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것 같았

기간 동안 각 국가관들은 기자들과 초청자

다. 아마도 한국관 자체가 한옥을 받아들

들을 대상으로 오프닝 행사를 가진다. 한

일 수 있는 구조였고, 한옥 역시 드러나지

국관의 오프닝은 8월 27일 오후 4시 30분,

않으며 자신의 자리를 지켰기 때문일 것이

드디어 수백 명의 관람객의 축하 속에서

다. 베니스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한

공식 개막을 하였다. 대한민국 건축을 세

옥은 전시 시설물이기 이전에 스텝들의 휴

계에 소개하는 좋은 기회이자 한국문화예

식 장소, 때로는 회의 장소가 되었다. 한밤

술위원회, 커미셔너와 작가 그리고 계속되

중에 스텝들은 한옥에 올라 밥을 먹고 늦

는 철야 작업 속에 전시를 준비한 스텝들

은 작업 이후 잠을 청했다.

을 위한 날이기도 했다. 베니스에서 한국

한국관은 한옥을 중심으로 5명의 작가의

관의 전시 준비가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작품이 전시됐다.(박스 기사 참조) 한옥과

스텝들은 한국과 다르게 흘러가는 베니스

다섯 작가와의 싱크로는 처음부터 걱정거

의 시간에 익숙해져야 했다. 베니스에서

리였다. 한옥은 한옥 자체로 완결되고 다

는 작은 재료를 하나 구입하는 것부터 물

른 작품들도 그 자체로 완결될 수 밖에 없

건을 운반하거나 인쇄를 하는 것까지 모두

었다. 해법은 딱히 없었던 것이다. 한옥이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들이다. 한 달 전

가진 넓은 포용력을 기대하며, 관람객들

부터 베니스에서 땀 흘리며 고생한 목수

이 느끼게 될 수도 있는 작품 사이의 어색

님들 덕분에 한옥은 일찍이 한국관에 자

함은 전시의 거리에 맡겨 두고, 작품들이


시를 준비하였다. 이밖에 서도호 작가가 주제전에 초청받아 서아키텍트의 서을호 건축가와 공동 작업을 하였다. 2010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는 오늘날 서울의 주거문화의 원형과 함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 준다. 사진 | 문정식(건 축 사진가, 별도 표기 외)

것은 무엇인지를 음미해 보자.

혀지도록 해야 했다. 전시 준비가 마무리

의 전시를 관람하게 된다. 아르세날레 전

글 | 배문규(2010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될 때쯤 개인적으론 한국관에 적응이 되었

시장은 그 자체가 역사를 가진 전시 공간

코디네이터)

지만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매일 반갑게

으로 한때 베니스의 경제와 군사력을 상

만나는 이 한옥을 나는 정말 잘 알고 있는

징하는 건물이었으며, 배의 부속품을 제작

것일까? 이것은 베니스에서 한옥을 마주

하던 공장 건물이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

한 모든 한국인들이 가지게 될 공통된 의

도 해군기지로 쓰였다. 처음 방문하는 관

문이며, 또한 무거운 과제일 것이다.

람자는 아르세날레 전시장이 풍기는 시간

베니스비엔날레의 국가관 ⓦ 베니스비엔

의 흔적과 내부의 규모에 시선을 빼앗길

날레의 전시는 크게 지아르니 공원(Giar-

지도 모른다.

dini della Biennale, 비엔날레 공원이라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국가관들

고도 부른다)과 아르세날레(Arsenale)에

은 세지마의 주제 ‘People Meet in Archi-

서 이루어진다. 지아르니 공원에는 한국

tecture’를 깊게 고민한 듯하다. 한국관이

관을 포함하여 29개국의 국가관이 독립적

한옥을 통해 관람객들이 만나고 휴식하길

으로 흩어져 있고, 아르세날레 전시장에는

기대했던 것처럼 많은 국가관들이 전시 공

12개의 국가들이 공간을 나누어 전시장으

간 자체에서 사람들이 건축을 만나고 경

로 쓰고 있다. 두 전시장 모두 각각의 공

험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또한 전시물과

간적인 장점은 가진 듯하다. 지아르니에

관람객의 경계를 지우려고 한 흔적이 많

서는 공원을 돌아다니며 국가관들을 선택

았으며, 전시물 자체가 관람자에게 일종

적으로 관람하고, 중앙의 주제관에서 세지

의 경험이자 과정의 기록이 되도록 의도

마가 초청한 작가들의 전시를 볼 수 있다.

하기도 했다.

지아르니 공원의 개별 국가관들은 모두 건

비록 한정된 지면이지만, 지아르니와 아르

물 자체가 특색 있는 일종의 작품이다. 비

세날레의 국가관 전시와 주제관 전시 중

엔날레 관람자들은 보고 싶은 국가관을 방

인상 깊었던 몇 개를 소개한다. 올 베니

문하고 나와서 공원에서 쉬기도 한다. 반

스비엔날레 주제와 연관하여 각 국가들이

면, 아르세날레에서는 긴 전시장 건물에서

혹은 작가들이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

연속적으로 초청 작가들의 전시와 국가관

~ ~

RE.PLACE.ING이란 주제 아래에서 읽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69


이 슈 3 ⓦ

베 니 스 에 서 건 축 을 만 나 다

지아르니 공원(Giardini della Biennale)의 전시 네덜란드 (사진 1) | “이 빌딩은 39년 이상 비어 있었다.(THIS BUILDING HAS BEEN VACANT FOR MORE THAN 39 YEARS)”라는 문구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네덜란드관에 들어서면 비어 있는 텅 빈 공간을 만나며, 2층을 만들고 있는 조각 난 스티로폼 바닥들 사이로 떨어지는 빛을 보게 된다. 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에 계단을 오르면 스 티로폼 모형의 도시가 펼쳐진다. 이상 도 시의 모형인지, 실제 도시의 모형인지 궁 금증을 자아내는 도시 모형이 2층 공간을 꽉 메우고 있다. “Mixed empty building in city….” 스텝의 한마디에 전시내용이 조금 이해되는 듯하다. 이 모형은 ‘Vacant NL, where architecture meets ideas’로 네덜란드관의 주제이며, 오늘날 어려운 현 실 속에 정치 경제적으로 도약하기 위한 해법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지지 않고 있 는 네덜란드 공공 건물들의 가능성을 상징 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사진 | 배문규) 3개국 전시관(Nordic Countries : Finland, Norway and Sweden) (사진 2) | 전 시장 내부의 나무 때문에 안과 밖의 구분 이 무의미한 이 전시장에서 어른들은 음 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아이들은 뛰 어 논다. ‘Stay in Touch’란 주제는 건축이 인간의 관계 맺기를 이어주고 유지시켜 준 다는 것을 전시장 내의 풍경으로 드러내고 있다. 관람객들에게 만나고 소통하기 위 한 공간을 내어주며 뒤로 물러나 있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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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물이 인상 깊다.(사진 배문규) 러시아 (사진 3) | 오늘날 세계 각국의 산업 화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시 문제들 은 건축계가 당면한 문제이다. 러시아는 탈산업화 과정에서 황폐해져 가는 도시의 소생을 위해 한 도시에서 벌어진 프로젝트 를 소개한다. ‘Factory Russia 프로젝트’는 러시아에서 탈산업화 과정을 겪는 수백 개 도시들의 회복을 위한 것이다. 이러한 주 제 속에 메인 전시 공간은 동화 속 공간을 연상시킨다. 원형 공간의 벽을 둘러싼 그 림과 은은하게 비치는 바닥의 재질로 관람 자로 하여금 ‘Factory Russia 프로젝트’를 통한 비전을 연상시킨다. 일본 (사진 4) | 한국관과 가장 가까이 이

탠드는 우드로 구축되었고, 스탠드의 하

Australian Urbanism’ 이라는 주제로

웃해 있어서였을까? 솔직히 전시 준비 기

부 공간은 다른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미래는 무엇이며 어떤 모습일지를 묻는

간 동안 은근히 신경 쓰인 것도 사실이다.

있다. 그렇지만 스탠드의 아이디어가 전

다. 이 물음으로 ‘Now’는 지금의 시드

올해 일본관은 기타야마(Kitayama)가 커

체 전시 컨텐츠와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니와 멜버른 등의 도시 모습과 호주 서

미셔너를 맡고, ‘Tokyo Metabolizing’이

는 의문이다.

부의 비도시 지역을 3D 입체 기술 영

라는 주제로 츠가모토(Tsukamoto)와 니

호주 (사진 6) | 금년 베니스비엔날레 전

상을 통해 눈앞에 펼쳐 준다. ‘When’

시자와(Nishizawa)가 전시를 준비했다.

시에서 이미지만이 기억에 남는 국가관을

은 2050년의 도시 환경 모습을 3D로 보

도쿄는 독립적인 건물들과 그것들의 개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호주관을 말

여 준다. 3D 기술을 건축 전시에 접목한

적인 변화들로 도시 모습을 이룬다. ‘The

할지도 모른다. 호주관은 ‘Now + When

점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오렌지

Metabolizing City’는 살아있는 조직과 같 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영상 으로 보여 주며, 전시장 내에 맥박 소리와 신비스러운 소리를 엮어 음향을 연출하였 다. 그리고 1/20의 아틀리에 Bow-Wow 모 형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다른 국가관들 이 전시물 혹은 전시 공간을 통해 관람객 과의 경계를 허물려고 노력한 반면 일본관 은 경계를 더욱 쌓는다는 느낌이었다. 영국 (사진 5) | 영국관은 입구에서부터 세 지마의 주제를 알리는 듯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의 스탠드가 마주하고 있 다. 관람객들이 휴식하며, 입구를 통해 들 어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마치 관람객 이 프레스(press)가 되어 여기서 비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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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전시를 기록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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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3 ⓦ

색을 사용한 입체적 로고를 모든 것에 일

베 니 스 에 서 건 축 을 만 나 다

관되게 사용한 점은 전시 환경에서 완성 도를 높였다. 이스라엘 (사진 7) | 이스라엘관은 ‘Kibbutz’라는 이스라엘 농업 공동체를 통해 사회적 관계와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어 서 건축의 역할을 다룬다. 체계와 전시장 을 찾은 관람자는 키부츠의 유토피아적인 상황들이 담긴 종이 의자에 앉아 관련된 영상을 본다. 키부츠가 오늘날 도시의 실 험적 구조로 받아들여질지 잠시 생각할 만 한 담론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Kibbutz에 내재되어있는 공동체의 의미 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공간은 친숙한 느낌이다.(사진 배문규) 그리스 (사진 8) | 많은 국가관들이 도시 문 제를 다루며 건축적인 해결책을 모색한 것 에 반해 그리스관에서는 도시화의 부작용 과 함께 시골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는 듯하다. 그 해법은 땅을 계속 이용 가 능하도록, 생명이 넘치도록 만드는 일일지 도 모른다. 그리스관에 자리 잡고 있는 건 축물 ‘The Ark project’는 씨앗을 모으고 유전적 정보를 보관하는 곳이다. 마치 생 태 연구가의 집을 위한 프로토타입을 제안 한 듯하다. 곤충을 닮은 유기적 형상에 우 드로 짜맞추어진 집은 습지 어디에 놓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아르세날레의 전시 바레인 (사진 9) |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레인관은 아르세날레 전시장에 있다. 전시장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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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면 처음 만나는 것은 어부의 판자집 (fisher’s hut) 3채와 집들을 이어주는 데 크 바닥이다. 각 집의 모니터에는 이 판자 집의 주인인 어부가 알아듣기 힘든 말로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바다에 대해 이야 기하고 있다. Reclaim 은 해안에서 일어 나는 개간에 대한 사회 정치적 변화에 관 한 것이다. 이는 공공 공간으로서 해안의 가치, 생태적 가치, 바다 문화의 가치, 그 리고 평범한 어부가 생각하는 가치이다. 바레인의 전시 컨셉트는 한옥을 전시장에 소개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만남을 유 도한 한국관과 닮아 있다. 두 국가관 모두 집을 1대 1의 스케일로 전시장에 짓고, 전 시물이 아닌 관람객을 위한 공간이 되도록 만들었다. 차이는, 두 공간이 전시장의 전 체냐 부분이냐가 아니라 관람객이 이들 공 간을 바라보며 느낄 시선의 차이와 디테일 일 것이다. 바레인의 집은 원래 그 집에 있 었을 것만 같은 낡은 양탄자와 전화기, 텔 레비전, 냉장고, 소파를 가지고 있다. 이러 한 디테일한 가구들의 소품은 ‘집’을 ‘집’ 처럼 만들어 주어 관람객을 한층 더 끌어 들이는 듯하다.(사진 배문규) 크로아티아 (사진 10) | 크로아티아의 전시 장에 들어서면 텅 빈 공간에 박스들만 보 인다. 이 박스들의 윗면은 일종의 맵(map) 을 만들며, 비엔날레 전시 기간 동안 소모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모두가 전시과정 에 놓여 있는 듯하다. 크로아티아의 국가 관은 실제로 베니스에 없다. 이에 크로아 티아의 건축가는 ‘floating pavilion’을 제 안했다. 10m×20m×3m의 규모의 계획 안만으로 구축되어 아드리아해를 건너고 있다. 이는 진행 중이며, 과정은 아르세날 레 크로아티아 전시장의 모니터로 보여진 다.(사진 배문규) 아르헨티나 (사진 11) | 아르헨티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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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 보이는 전시물은 없다. 관람자는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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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3 ⓦ

로젝터를 통해 전시 공간 속에서 사람들

베 니 스 에 서 건 축 을 만 나 다

을 만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뿐 이다. ‘People meet in Architecture’라는 주제를 독창적으로 해석하여 전시 공간에 펼친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작가 주제 전시 이시가미 준야(Junya, ishigami) (사진 12) | 2010년 베니스비엔날레 작가 황금사자 상은 이시가미 준야가 수상하였다. 그는 2008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의 전시를 맡았었으며, 올해는 세지마의 초청으로 주 제 전시에 참여하여 ‘Architecture as air’ 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2008년 베니스 비 엔날레에서 그의 작업과 건축에 대한 그 의 고민을 알고 있다면 이번 전시의 작품 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는 건축의 내외 부 경계를 허물고 구조적 모호함을 넘어 ‘new architectural transparency’를 추구 한다. 이 작품은 공간과 구조의 경계를 지 우는 것이 핵심이다. ‘구조’로서 존재하는 매시브(massive)한 4개의 기둥 외의 텅 빈 공간에는 공간의 흔적만이 그려지고 공 기만이 채워져 있을 뿐이다. 1974년생의 이 대담한 젊은 건축가의 이름을 모른다 12 1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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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이 전시 공간은 그냥 지나칠지도.(아 르세날레 전시장, 사진 출처 http://www. designboom.com) 이토 토요(Toyo Ito & Associates) (사진 13) | 이토 토요는 타이완에서 진행중인

‘Taichung Metropolitan 오페라 하우스 프로젝트’의 디자인 과정을 소개한다. 전 체적인 스터디 모형, 음향 실험을 위한 메 인홀 스터디 모형과 도면, 다이어그램 등 이 전시된다. 2004년 소개된 ‘emerging grid’의 컨셉트를 발전시켜 다양한 프로그 램에 반응하여 동굴과 같은 공간이 창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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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아르세날레 전시장, 사진 배문규) Aldo Cibic (사진 14) | ‘Rethinking Happiness’라는 주제로 커뮤니티, 캠퍼스, 상 점가, 도심 등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라이 프스타일의 변화에 맞는 마을 풍경을 제시 하고 있다. 이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지만 그 자체에서 미소 짓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지아르니 공원내 주제관) 서도호+서아키텍트(Do ho Suh + Suh Architects(Eulho Suh and KyungEn Kim)) (사진 15) | 떠 있는 블루의 파사드 는 지아르니 주제관에서 단연 눈에 띈다. 서도호 작가의 현재 뉴욕 집과 한국의 집, 베니스의 전형적인 주택의 파사드를 구성 하여 푸른 투명한 천으로 나타내었다. 작 가의 독창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것은 이 파사드가 수평으로 관람객의 머리 위에 있 는 것이다. 파사드의 현관은 초대이며 접 근을 암시하지만, 그 곳은 떠다니는 꿈과 영원인 듯하다. 바닥은 라미네이트 패널 로 떠 있는 파사드의 그림자이며 관람자 가 서 있는 현실이다. 이 그림자가 파사드 와 같은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꿈과 현실 사이에 사람들이 놓일 뿐이다. (지아르니 공원내 주제관) Transsolar & Tetsuo Kondo Architects (사진 16) | 이들 작가들의 작품인 ‘Cloud-

scapes’는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방문객은 휘 어진 램프를 통해 전시장 4.3m 높이까지 걸어가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구름을 만 지고 느낄 수 있다. 작가들은 관람자에게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구 름은 수증기와 압축된 물방울로 만들어지 며, 전시장 내 위쪽과 아래쪽의 대기는 빛, 온도, 습도를 다르게 가지고 있다.(아르세 날레 전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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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3 ⓦ

한 국 관

한국관 전체 주제 ‘people meet in architecture’

바구니에 끼어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낮

급속하게 대체하고 있는 아파트 관련 기록

에 따라 한국관 커미셔너 권문성 교수가 참

은 천장고와 유리로 된 외벽의 한계에도

들, 그리고 새로운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여 건축가들과의 진지한 토론을 거쳐 선정

불구하고 이곳에 한국 전시관이 있다는 존

한국관의 건축가는 전시 순서에 따라 이

한 주제는 ‘RE.PLACE.ING -Documen-

재감은 자랑할 만하다.

상구, 조정구, 이충기, 신승수, 하태석 다

tary of Changing Metropolis SEOUL’

한국관의 전시는 유리 외벽을 모두 내부

섯 명이 참여하였고 중앙의 한옥 부분을

로, 압축적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역사 도

벽으로 막아 전시 벽으로 이용하였던 기

중심으로 바깥쪽으로 면하여 전시를 구성

시 서울의 변화에 대한 기록이라 할 수 있

존의 방법을 버리고 과감하게 속이 들여다

하였다.

다. 기존의 도시 조직이 지워지고 새롭게

보이도록 함으로써 작고 좁은 전시 공간을

중앙부의 한옥은 75년 정도 된 서울의 고

대체된 아파트들과, 지속적으로 유지되던

최대한 크게 활용하고자 하였다.

가를 해체, 가공하여 목조 골조만 베니스

삶의 형상들이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과 균

전시 공간의 구성은 크게 주제와 관련된

로 가져와 조립한 것으로, 전시 및 휴게

형들을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출입구 정면과, 우측 공간의 도큐멘터리

공간으로 관람객이 실제로 앉아서 쉴 수

한국관은 베니스 지아르니의 주전시관 밀

전시와 좌측의 프로젝트 프로포잘(proj-

있도록 계획하였다. 출입구 정면의 한옥

집 지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관에

ect proposal) 전시로 구분할 수 있으며,

뒤편에 자리한 이상구의 전시(LIVING

이웃해 있어 공교롭게도 구한말 열강의 틈

내용은 전통적 주거 공간인 한옥과 그것을

CITY, SEOUL)는 한옥 밀집 지역인 경복

(위) 한국관 외관, (아래 왼쪽부터) 한국관 내부 전경, 개막식, 리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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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공간 구성> 1. Hanok — People Meet in Korean Pavilion, LIVING CITY, SEOUL — Living Forms in the Living City 2. LIVING FORMS — Living Forms in the Living City 3. APARTMENT CITY, SEOUL — RE.PLACE.ING by Apartment, 4. REPLACING PUBLIC SPACE — Urban space bar : Extending Individual Domain 5. DIFFERENTIAL LIFE INTEGRAL CITY — Collective intelligence Urbanism

궁 좌측의 서촌 지역 일부에 대한 조사와

적 변화와 광고, 문화 그리고 다양하고

CITY)은 관람자가 스마트 폰을 이용하여

기록을 대형 지도와 모니터에 표현하였고

거대한 단지 모습들에 대한 풍경을 전시

정보를 입력하고 그 결과를 설계 데이터로

조정구(LIVING FORMS)는 대형 지도의

하였다. 신승수(REPLACING PUBLIC

연결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전시

나머지 부분과 지속적으로 기록해 온 도

SCAPE)는 출입구 좌측의 원형 전시 공간

를 구현하였다.

시 한옥 주거 밀집 지역의 도면과 일부 모

에 아파트와 단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

글 | 이충기(본지 편집위원, 서울시립대학

형을 전시하였으며, 필자(APARTMENT

한 삶의 모습들을 추적하고 공공 공간에

교 건축학부 교수)

CITY, SEOUL)는 우측 곡면부 벽을 이

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였으며, 하태

용하여 아파트로 대체된 서울의 양적, 질

석(DIFFERENTIAL LIFE INTEG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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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구 작품. 모니터 영상과 내수동, 사직동 도면을 한쪽 벽에 전시하여 서울에 남아 있는 옛길 등의 흔적을 보여 주며, 도시 조직의 원형을 통해 생명 력 있는 서울의 모습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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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3 ⓦ

한 국 관

(위) 조정구 작품. 채부동의 모형을 전시하며 한옥의 작업과 함께 골목길과 한옥의 공간을 통한 우리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아래) 이충기 작품. 이제는 우리 주거의 문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서울의 아파트와 관련된 모든 기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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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신승수 작품. 원형 공간 밖에 6개의 모니터와 인쇄물을 통해 공동주택에서 공공 공간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Replacing Public Scape을 전시한다. 원형 홀 내부는 이충기 교수와 함께 작업한 2개의 프로젝션이 전시된다. (아래) 하태석 작품. 스마트폰을 통해 관람객이 직접 전시에 참여하여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 유니트를 만들어내고 도시를 변화시키는 모 습을 담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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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4 ⓦ

와이드 이슈 4

건축, 활자로 재구축되다 건축 도서를 통해 본 건축의 이슈 건축에 대한 사회의 관심사와 이슈를 건축 도서를 통해 짚어 본다. 잡지를 비롯한 수험서, 실용서, 교재를 제외한 인문사 회예술 분야의 건축 대중서 가운데, 올해 상반기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로 집계된 건축 도서를 대상으로 관심 두는 주 제가 무엇이지, 대상이 누구인지를 살펴본다. 또한 건축 출판의 기획편집 전문가들이 포착하는 독자 대중의 정서와 건 축의 흐름은 무엇이며, 베스트셀러 도서의 기획 과정과 배경이 건축의 외연을 어떻게 넓혀줄지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 진행과 글 | 강권정예(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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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도서는 대중 교양서이다?! ⓦ 먼저 건

서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건축 출판 시장의 변화와 내용들을 볼 때,

축 도서의 출판 관계자들은 인문, 철학, 문

그중 올해 상반기 동안 안그라픽스에서

이러한 대중서 지향의 건축 도서가 흐름을

화를 포괄하는 분야로 건축을 거론하지만,

출판한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미메시

주도한 게 아닌가 한다.

정작 건축 도서는 도서 유통의 관행상 기

스의 『게리 : 프랭크 게리가 털어놓는 자

한국 사회 전체가 그러했듯이 전쟁 이후

술과학으로 분류돼 있다. 이런 분류가 타

신의 건축 세계』, 눌와의 『건축가들의 20

피폐한 상황에서는 읽을거리 역시 부족했

당한지 여부에는 국내 건축 도서들이 오

대』, 현암사의 『나는 건축가다』, 멘토프레

다. 그때 지식 사회의 갈증을 대신했던 것

랜 기간 전문 기술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

스의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숨비

은 해적판 도서들이었다. 건축 도서 출판

던 이유도 있을 것이고, 최근 10년 사이에

소리의 『르 코르뷔지에 VS 안도 타다오』,

에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1960년

건축 도서들의 변화나 추세를 보고 판단하

대 후반 이후 1980년대까지 일본에서 출

는 게 옳을지 모르겠다.

간된 전집류를 그대로 복사해서 읽던 적

무엇보다 건축 도서는 전체 도서 출판 규

이 있었다. 제대로 된 번역서나 우리 시각

모에 견주어 볼 때 발행 부수나 종수가 미

을 담은 건축 도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

미해 별도로 통계를 내고 있지 않을 정도

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건축가들의 작

로 시장에서의 그 존재감은 약하다. 다만

품과 사회적 활동이 늘기 시작한 1980년

기술과학 분야의 출판 추세를 통해 미루어

대 중반을 지나면서 건축 작품집을 비롯

짐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건축 도서의 출

한 건축 출판물이 늘고, 건축 도서의 질적

판 동향은, 최근 통계인 2009년 대한출판

인 변화는 1990년대 들어서라 할 수 있다.

문화협회의 출판 현황 집계에 따르면, 전

이러한 건축 출판가의 변화는 사회 변화

체 출판물에서는 도서의 종수나 발행 부수

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며, 요즘 건축

가 전반적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건축 도서

을 문화와 예술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나

가 분류되는 기술과학 분야에서만은 눈에

출판물의 시도는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

띄는 증가가 있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적인 것이었다.

교보문고를 비롯한 서점가에서 집계되는

그리고 효형출판의 장수 베스트셀러 『건

출판 흐름에 대한 열린책 미메시스 홍지웅

통계에 따르면 기술과학 분야의 베스트셀

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가 눈

대표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흐름은 2000

러 상위권에 오른 도서들은 거의가 건축을

에 띈다. 그 외에도 고건축과 한옥을 소

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이고, 테마 여행 도

소재로 한 도서들이다. 물론 수험서나 실

재로 한 도서인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

서의 주제로 도시와 건축이 등장했다고 봅

용서를 제외하고서이다. 이 몇 가지 단서

기』, 『한옥이 돌아왔다』, 『우리가 정말 알

니다. 건축 ‘스케치’나 ‘사진’을 더해서 나

들로 건축 도서가 분야 내 출판 동향의 상

아야 할 우리 한옥』이 대표적으로 강세를

온 책들이 나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을 주도하지 않았나 추측해 볼 수 있는

보이는 것들로, 전문 기술서보다는 대중서

다양하지는 않죠. 파주출판도시가 만들어

데, 중요한 것은 상위권에 오른 건축 도서

를 지향하는 도서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

진 것도 그 즈음인데, 영향을 준 하나의 요

들이 기술과학으로 분류되던 기존 건축 도

고 작년, 재작년, 그리고 올해 상반기까지

인이 될 거에요. 파주출판도시 같이 사회

wIde Issue 4 : 건축, 활자로 재구축되다


→ (왼쪽부터) 디자인하우스의 『약한 건축』, 이레의 『모던스케이프』, 현암사의 『나는건축가다』.

넷 미디어나 블로그 같이 1인 미디어가 보

의 기록들』,

편화되면서 필자 층도 변화가 있었죠. 도

『건축 사유의 기호』가 서가의 자리를 메

건축가들에 대한 ‘쏠림 현상’을 분명히 드

시 건축과 관련해 ‘여행’이라는 개념, ‘취

우고 있다.

러내고 있다.

미’와 ‘교양’이라는 문화적인 개념의 등장

다른 하나의 흐름은 제3의 화자가 건축가

그러면서도 주거로서 한옥에 대한 재조명

이 건축 대중서들이 나오는 시기와 맞물려

를 소개하고 작품들을 읽어 주고 사회나

을 하고 있는 돌베개에서 출간한 『한옥에

있다고 보는 거죠.”

문화적인 의미를 제시하는 것들인데, 저자

살어리랏다』, 한옥의 공간적 특성과 체험

출판가에서는 이러한 변화 흐름의 기점

들은 주로 건축가나 건축 전문 비평가라기

을 다양한 인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설명

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보다는 기자나 출판인, 문화 예술 평론가

하는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

의 등장으로 보고 있다. 건축 분야에서는

들이다. 출판 기획자 겸 작가인 자예 애베

는 출간 이후 꾸준한 행보를 보이며, 『궁궐

흔치 않은 이 밀리언 셀러는 ‘인문적 건축

이트가 쓴 『건축의 거인들 초대 받다』는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 조선 궁궐 사건』,

이야기’라는 건축 출판의 한 부류를 만들

앞서 안도 다다오나 프랭크 게리가 포함된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 기행』, 특히 안

어 내었고, 건축물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프리츠커 상’ 수상자 10인의 건축 세계를

창모 교수의 『덕수궁, 시대의 운명을 안고

는 물론, 타 장르 예술과의 차이나 원리,

전한다. 그리고 『나는 건축가다 - 20인의

제국의 중심에 서다』, 우동선 외 7인이 쓴

그리고 건축물에 담겨 있는 사회적 문제와

건축 거장 삶과 건축을 말하다』는 귄터 베

『궁궐의 눈물, 백년의 침묵 제국의 소멸』

이데올로기를 풀어낸다는 점이 기존 건축

니쉬나 피터 아이젠만를 비롯한 건축 거장

은 일제 강점기에 대한 연구서를 바탕으

도서와는 차별점이자 특징이다.

20인의 건축 철학과 자신의 인생, 그리고

로 하며, 정치 외교의 소용돌이 속에서 건

대중적 관심의 시작은 건축가 ⓦ 이러한

대표적 건축물에 얽힌 에피소드와 잘 알려

축과 문화가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를 문

특성은 몇 가지 주요한 흐름으로 읽을 수

지지 않은 건축 과정에 대해 얘기 한다. 특

화적 관점에서 기술한 에스노그래피로서

있는데, 하나는 건축가의 건축 세계와 건

징적인 것은 독일 「디 차이트(Die Zeit)」

의미가 있는 건축 도서들이 눈에 띈다. 그

축가로서 인간적인 고뇌들을 건축가 자신

의 기자 출신의 예술건축 평론가 한노 라

외에도 『우리 근대문화유산을 찾아 떠나

이 쓴 ‘건축가의 자전적 에세이’ 들로, 서

우테르베르크가 책의 형식을 묻고 답하는

는 여행』, 『모던스케이프』, 『청춘남녀, 백

점가에서도 판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

‘인터뷰’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년 전 세상을 탐하다』 등의 문화유산으로

표적인 것이 안도 다다오의 저서 『나, 건

그리고 건축가 모노그래프 형식의 『게리:

서 근대 건축에 대한 답사 형식의 에세이

축가 안도 다다오(안도 다다오)』, 『연전 연

프랭크 게리가 털어놓는 자신의 건축 세

들이 있다.

패』가 각각 출판사 안그라픽스와 까치에

계』, 『라이트: 미국 건축의 아버지 프랭크

발굴되는 건축 도서의 저자들 ⓦ 이러한

서 출간되었고, 쿠마 겐코가 자신의 건축

로이드 라이트』이나 『꾸밈없는 언어 - 미

건축 도서의 저자들은 새롭게 발굴되는

철학과 건축의 패러다임, 이념과 상품으로

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 루이스 칸의 건

경우가 많다. 효형출판 안영찬 편집팀장

서 건축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담론을 보

축에 대한 『칸: 침묵과 빛의 건축가 루이

에 따르면 필자 층이 다각화되고, 사회 변

여 주는 『약한 건축』, 『자연스러운 건축』

스 칸』, 『Louis I. Kahn 작품과 프로젝트』

화의 흐름과 이슈를 읽어 내는 출판 기획

이 있다. 그리고 1961년에 출간된 르 코르

들은 모두 번역서로 독자들의 관심을 꾸

의 비중에 따라 건축 도서 출판이 영향을

뷔지에가 20대 섰던 건축 여행기 『동방여

준히 받고 있고, 아이돌 스타 건축가, 비

받고 있음을 설명해 준다. “저자나 네트워

행』이 번역되었다. 국내 건축가로는 원로

야케 잉겔스의 『YES IS MORE』는 팝 컬

크를 통해 소개 받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부부 건축가 원정수, 지순의 『부부건축가

처 장르의 건축 작품집이라는 장르에 신

사람 자체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주제나 아

의 건축외길 50년』, 『건축 세상만사—원

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대체로 주류

이템 자체에 흥미를 느껴 자료를 찾다가

정수의 건축으로 세상보기』가 최근 출간

를 점하고 있는 건축 도서들은 역서가 많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요. 건축 관련 잡지

되었고, 승효상의 『건축이란 무엇인가』,

고, 소재에 있어서는 외국 건축가, 외국 작

나 자료들을 보는데, 간혹 연재되었던 글

『지문(LANDSCRIPT)—땅 위에 새겨진

품에 치중해 있다는 점, 그리고 인기 있는

이 바로 단행본 출판으로 연결되는 경우

~

자연과 삶

~ ~

적으로 관심을 받는 건축물이 늘고, 인터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81


이 슈 4 ⓦ

건 축, 활 자 로 재 구 축 되 다

도 있고, 저자만 발굴해서 다른 아이템으

시스에서 발행된 책이 아직은 종수가 그

생이 바뀌고 살아가는 의지가 새로워지

로 기획되는 경우도 있죠. 그럴 때마다 판

렇게 많지는 않고 건축 관련 도서는 5권

기도 하고요. 예술이란 것도 그렇다 생각

단 기준이 되는 것은 원고의 완성도나 새

정도 돼요. 관심이 많은 책은 『게리 : 프랭

해요. 예술이라는 것은 그 모습을 다양하

로운 시각이나 내용을 갖고 있는지에 중심

크 게리가 털어놓는 자신의 건축 세계』이

게 드러내지만, 본질은 사물 원래의 모습

을 두는데, 아주 기본적인 부분이죠.”

고 올해 1월에 출간되었죠. 게리는 미메시

을 찾아주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일반적

한편 미메시스의 기획편집자는 건축 도

스에서 기획한 아티스트 시리즈 중의 하나

으로 보는 시각이 아니라 그것을 뒤집어

서의 한계나 현안이 또한 저자와 역자의

인데, 초반 출간된 책들이 다 건축가들이

서 보게 해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다시 한

중요성에 있음을 전하고 있다. “제대로 된

에요. 가장 먼저 나온 것이 『게리 : 프랭크

번 생각하게 하고, 관습적으로 보던 것에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

게리가 털어놓는 자신의 건축 세계』 고, 에

의문을 품게 하고 한 번 뒤집어 보게 해

다. 건축 도서는 일반 대중서라기 보다 식

이드리언 포티의 『건축을 말한다』, 그리고

주거든요. 사물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결

견이 있는 그룹이 보는 책이라 생각해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자서전』, 『칸: 침묵

국 사람은 사람답게, 역사는 역사답게 해

그래서 독자 층이 조금은 다른 것 같아요.

과 빛의 건축가 루이스 칸』 순서로 출간되

주는 것이죠. 그 점에서 책도 비슷해요. 책

사실 용어 부분이 제일 어려운 점이라 할

었어요. 인문, 문학 중심의 열린책과는 달

을 읽는 과정도 삶이든 사랑이든 선과 악

수 있죠. 건축 용어 자체가 우리말로 제대

리 미메시스는 미술, 디자인, 건축, 만화,

이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과정이 있어

로 표현된 것이 없고, 사전 자체도 명확하

영화, 사진 등의 예술서를 중심에 두고 있

요. 그런 점에서 둘은 공통점이 있는 거죠.

게 의미를 전달한다거나 통일되지 못한 부

어요. 건축이 그중 한 분야라 할 수 있겠

그래서 책이라는 것이 사람 개인을 움직이

분이 있어요. 결국 번역자와 여러 번 얘기

죠. 건축에 대한 관심은 전체 출판 시장

는 어떤 매체일 수 있다면 예술이나 건축

하면서 결론 내린 것은 한국말로 굳이 고

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제 개인

은 보다 많은 사람들, 사회를 움직일 수 있

집하려다가 더 이해가 안가는 경우가 많은

적인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가족과 친척

는, 영향을 주는 매체라 할 수 있을 거에

것 같으니, 차라리 지금 정립되지 않았으

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어릴 적에는

요. 그래서 책이든 예술이든, 인간의 삶과

면 원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좋을 수 있겠

미국에서 가져 온 전화번호부만큼 두꺼운

변화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

다, 하는 거죠.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이나

건축자재 카달로그가 집에 뒹굴어 다녔어

하고, 그런 점에서 건축도 마찬가지라 생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하겠죠. 그런데 전

요. 그리고 제가 직접 사는 집은 아파트보

각합니다.

문 용어는 분야의 학자들이 연구를 통해서

다는 직접 가꾸어 나가는 집을 더 선호했

중요한 것은 남의 시각에 의해 뒤집어 보

계속 정해나가는 것이 규칙인데, 통용되지

고 집을 지어 보려고도 했었어요. 그러면

기보다는, 예술이라고 하는 본 모습, 원래

않는 것을 편집자가 나서서 하기는 무리가

서 열린책들의 통의동 사옥을 짓고 경복궁

예술가의 생각을 잘 보는 것이에요. 건축

있죠. 오히려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과 면한 통의동 일대의 변화를 지켜보았

가가 남긴 스케치와 노트, 초기 도면들에

그것이 더 문제이기는 해요. 건축에 대해

죠. 열릭책들이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서 직접 생각을 읽고 건축가의 생각을 직

서 잘 알지만 전달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과 파주출판도시가 채워지고 완성되는 모

접 듣는 거죠. 비평가나 분석이나 안내자

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문 번

습이나 평창동 미메시스 사옥이 설계부터

의 해석에 따라 보는 것도 좋지만, 원전에

역가들을 찾게 되는 이유라 할 수 있죠.”

완공까지 쉽지 않은 건축 과정도 재미있

가까이 가서 직접 느끼고 생각하는 게 중

는 것들이었어요. 그러는 동안 많 인터뷰 1 ▶ 미메시스

은 건축가들과 가까워지고 친분도

책을 통한 예술의 본질에 다가서기

두터워진 것 같아요.

열린책들미메시스 발행인 | 홍지웅

히 우리가 책을 읽고, 누구에게서

2005년에 미메시스가 주로 예술 분야의

영향을 받고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

책들을 중심으로 내기 시작했어요. 미메

하게 되었다라고 하죠. 그래서 인

▶ 예술가를 통해 만나는 예술 ⓦ 흔

미메시스의 건축 신간 도서들. →

82

wIde Issue 4 : 건축, 활자로 재구축되다


최근 발간된 효형출판의 건축 도서들. →

요하다고 봐요. 그 점에서 미메시스가 내

있기도 해요.

는 건축 책은 건축 자체라기 보다는, 음악

▶ 예술을 다루는 책은 더 예술적

이나 미술, 그리고 조형 예술로서 건축이

이어야 한다. ⓦ 그리고 유명 예술가들의

형 전체에서 건축 도서의 비중은 그리 크

주제가 되는 예술서의 한 분야라는 게 더

얘기는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도 관심을 갖

지 않아요. 하지만 의미는 훨씬 크다고 자

맞을 거에요. 미술 관련 책들 보면 직접

고 있기도 하고, 번역서들이 많아요. 번역

평합니다.

쓴 자서전, 아니면 예술에 대한 직접적인

서라 내용 자체가 동일하다면, 아무래도

그리고 ‘인문’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

단상이나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예술 세

디자인 레이아웃이나 연출 방식이 좀 달

있는 분야로 저희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계에 대한 책, 스스로 관점이 분명한 이론

라져야 하겠죠. 아티스트 시리즈다 보니

것은 ‘심리학’과 ‘건축’이에요. 건축은 인

서든 작가의 세계든 대중서이든 구애 받

큰 방향에서는 판형을 동일하게 하지만 사

문과 만날 수 있는 여러 분야 중에 하나로

지 않고 스스로 관점이 분명한 자신의 얘

진을 배치하는 방법이나 글자체는 많은 고

건축을 보지만, 인문학이 바탕이 된 분야

기가 중요해요. 계속 관심을 가지는 분야,

민이 들어간 것들이에요. 책마다 원서의

이기도 해요.

해설서나 비평가의 해석이 물론 중요하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원서

▶ 건축은 인간에 대한 관심 ⓦ 사실 출판

만, 그전에 예술가의 말을 일차적으로 잘

자체가 훌륭하고 낫다면 굳이 새로운 해

시장의 흐름은 늘 놓치지 않으려 애쓰지

정리한 것이죠.

석을 하지는 않아요. 여기서도 독자를 크

만, 그렇다고 시류를 따라가지는 않아요.

▶ 건축가의 자전적 에세이 ⓦ 사실 독자는

게 의식하지는 않는데, 어떤 것이 보기 편

꾸준히 빛을 내는 스테디셀러를 기획의 중

별로 의식하지 않는 편이에요. 거칠게 표

한지와 같은 근본적인 것을 고민하는 편입

심에 두고 있고, 그런 방향에 반응을 얻는

현하면 일종의 배짱인데, 우리가 소설을

니다. 기본적으로 예술을 다루는 책은 그

책이 많아요. 최근 2-3년 안에 들어서 건축

내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한 소설에

릇도 더 예술적이어야 함을 지향하는 편

쪽으로 직접적인 관심을 표출하기 시작한

독자 반응이 별로 없다 하더라도, 필요하

이고, 건축도 예술의 한 분야로 보고 디자

것은 맞아요. 효형에서 나온 건축 도서들

고 중요하다고 판단한 책은 꾸준히 내는

인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죠. 종이 선택

을 보면, 서현 선생님의 책 외에는 1-2종

편이거든요. 독자가 생기기 시작하는 시

이나 값이 비싼 종이라 해도 실험을 하려

정도이다가 그 다음에 본격적인 건축 책

점과 책이 출간되는 시점이 조금 다르기

고 하죠.

들을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인문’ 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분야로 저

때문에 오히려 긴 호흡을 갖고 준비하려 는 것이죠. 미메시스의 책 중에 몇 가지를

인터뷰 2 ▶ 효형출판

희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심리학’

고른다면 작가가 그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

과 ‘건축’이에요. 건축은 인문학이 바탕이

을 하고 위치를 점하고 있어요. 건축가들

인문적 건축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관심

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프랭크 게리, 루

효형출판 기획편집자 | 안영찬

워낙 건축에 대한 관심들이 많기도 해서,

이스 칸 같은 사람들이죠. 건축사에서 크

효형출판은 올해로 16년째인데 다른 출

건축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거기서 외연을

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고 이미 영화로도

판사에 비하자면 오래 되었다고 할 수는

넓혀 인테리어나 조경 쪽으로도 다양하게

만들어질 만큼 중요한 인물들이라 할 수

없을 거예요. 주로 인문, 역사, 기행, 에세

교양화하거나, 인문 독자의 시각에서 봤을

있겠죠. 그런 데에 초점이 있어요. 근간으

이, 과학의 다섯 가지 분야에 주력해 왔는

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그런 부류

로 준비하고 있는 안도 다다오는 칸의 영

데, 건축은 인문, 예술, 과학의 공통 분모

의 책들이 꽤 되죠. 처음 저자였던 서현 선

향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고, 프랭크 게리

를 지닌 주제로 보고 있어요. 1998년 출간

생님의 영향도 많이 받았죠.

는 자신의 첫 번째 작품은 칸에 대한 존경

한 서현 교수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

전문적 영역을 바깥으로 끄집어 내는, 충

심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할 만큼 연관성

술처럼 보다』가 ‘인문적 건축 이야기’라는

분히 대중 눈높이에 맞게 글도 쉽게, 흥미

을 생각하고 갖고 있기도 해요. 개별적으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자연스럽게 더

롭게 하려는 시도들을 여러 번 해 왔고 건

로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물들이

관심을 두게 되었고요. 사실 최근 13년간

축도 그 중에 하나인데, 저희는 서현 선생

지만, 이들을 연관 지어 보면 흐름을 갖고

펴낸 건축 도서가 열 권이 넘지 않으니 효

님과 인연을 맺고 한 10년간은 서현 외에

되는 여러 분야 중에 하나죠. 그리고 요즘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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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 4 ⓦ

건 축, 활 자 로 재 구 축 되 다

84

는 책이 없었죠. 최근에 서현 후속작이 나

트고 잘될 것 같다는 것을 첫 눈에 판단했

않을 수 없는 것이죠. 특히 건축 책은 그림

오고 선생님이 여러 가지 자문도 해 주시

다고 해요.

도 많이 들어가고, 책의 구성 자체가 건물

고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많이 주고 계시

원고를 보면서 출간 여부를 검토하는데,

을 짓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죠. 인문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이라는 것

대부분 원고의 완성도와 기존 책과의 차

가지 요소가 있어 스타일이 필요한 것이라

이 결국은 인간에 대한 관심이거든요. 지

별화가 기준이 돼요. 그래서 출간 의미

할 수도 있어요. 저희도 조금씩 변화를 시

금 대부분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사회,

가 분명한가를 판단하죠. 효형에서는 건

도하고 있고 거기에 발맞춰서 받아들이려

그 안에서 공간의 문제가 빠질 수 없는 것

축 도서 출판에서 기본을 ‘건축’보다는 ‘

고 하는 중입니다.

이고, 그러다 보면 외국으로, 오지로 떠나

도서’에 두고 있습니다. 문장과 이야기를

는 외국 기행문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우

구사하는 힘과 글쓰기에 충실한 저자라면

인터뷰 3 ▶ 안그라픽스

리가 매일 같이 교통 체증에 시달리면서

자연히 주목하게 돼요. 사진과 멋진 작품

매일 보는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아파트

이 쉽게 눈길을 잡아끌지만, 교양서로서의

건축의 텍스트를 따르는 북 디자인

의 역사도 추적해 볼 수 있는 것이죠. 건

건축 도서라면 글이 중요하고, 그것을 독

안그라픽스 편집디자이너 | 김승은

축 도서에 대한 관심의 기본적인 출발이

자들과 시장은 잘 감식해 내고 판단해요.

건축에 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어요. 그

시작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도 ‘건축은

그리고 효형에서는 해외보다는 국내 건축

러면서도 사실 시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이

예술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에 답하는 서

을, 이론을 소개하기보다 현장에서 두 발

지 않았다 할 수 있어요. 건축 출판 시장을

현 교수의 『건축을 묻다』, 건축사의 공백

로 찾아 다니며 만들어 낸 주제를 발굴하

잘 알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어떤

기라고 하는 근대와 현대 사이의 복원을

려고 해요. 사라지는 근대 건축물과 도시

건축가의 어떤 책을 안착시킬 것인가에 고

시도한 『궁궐의 눈물, 백 년의 침묵』 등은

의 궤적을 기록하거나, 전공자 아닌 일반

민이 더 많아 좋은 책을 선보이는 쪽으로

건축 도서의 나아갈 방향을 보여 주었다

인, 더 나아가 폭넓은 연령의 독자가 즐길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한 권 한 권씩

고 생각해요. 인문학적, 근원적 성찰과 더

수 있는 책들은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

낼 때 마다 수업을 하고 있는 편이에요(웃

불어 우리 건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

는 것이죠.

음). 안그라픽스에서 2002년 출간한 김봉

키는 책이죠.

▶ 자라나는 건축 대중 ⓦ 그리고 건축 도서

렬 저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과

▶ ‘건축’보다는 ‘도서’ ⓦ 서현 교수의 책

지만, 편집이나 디자인을 현란하게 하거나

같은 책은 독자들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

이 세 권 나왔죠. 책을 먼저 1998년에 『건

제작비를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은 지양하

이는 책들이고요, 최근에는 좀 더 본격적

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가 제일

려고 해요. 원색을 사용하더라도 꼭 필요

으로 건축에 관련된 책을 출간하기 시작했

먼저 나오고, 『건축을 묻다』는 그 후에 저

한 곳에만 한정하고, 그림이 들어가더라도

는데, 그 계기가 된 것이 안도의 자전적 에

자가 10년 간 준비해서 11년째 나온 후속

웬만하면 흑백으로 처리를 합니다. 효형

세이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예요.

작이에요. 그 사이에 『그대가 본 이 거리

에서 지향하는 색깔이 분명히 있고, 그것

대개 안그라픽스에서 나오는 책들은 디자

를 말하라』가 1999년에 나왔는데, 『동아

에 맞춰 전체 분위기를 유사하게 가려 해

인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최근 출간된 건

일보』에 연재된 글이고 글의 성격이 다르

서, 무채색의 담백함을 주기는 하는데 심

축 도서들은 그렇지 않은 편이죠. 건축가

다 생각하죠. 저자는 자신이 하려 했던 것

심해 죽을 지경이죠(웃음). 사실 요즘 트

의 작품이나 디자인을 보여 주는 책이 아

을 다 쏟아 부었다고 하시면서 그 다음은

렌드는 10대 후반, 20대를 포괄해야 하는

니라, 건축가의 생각과 생애에 초점을 둔

작품으로 얘기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음

것인데, 거기에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책들이 많아요. 특히 『르 코르뷔지에의 동

책은 저자의 작품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건 사실이에요. 고민이 되지요. 그 방향이

방여행』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코르

데요(웃음). 사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

맞다, 틀리다 이야기 할 게 아니라 저희가

뷔지에의 철학과 인생을 담고 있다고 할

술처럼 보다』가 인문적 건축 이야기의 기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자라

수 있어요. 20대의 코르뷔지에가 어떠한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언에 의하면 원

나는 세대가 있고 건축 대중도 성장해 간

건축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

고 검토하면서 이것은 분명 새로운 컨셉

다면 젊은 독자층의 눈높이들을 고려하지

던 시간들의 기록인 거죠. 1961년에 나왔

wIde Issue 4 : 건축, 활자로 재구축되다


← 안그라픽스의 건축 도서들.

에서는 ‘여정’이라는 개념을 앞 표지에서 는 ‘점’, 뒷 표지에서는 구체화된 ‘타이포 지만, 20대 코르뷔지에가 고민한 것들은

의 모습을 사진에서는 흑백의 색감과 그

그래피’로 표현되었어요.

현재와도 맥이 닿아 있는 것들이죠. 동서

장소가 주는 미세한 공기 질감으로 잘 보

▶ 독자와의 대화 방법 ⓦ 안그라픽스 책들

고금을 망라하는 건축 도서의 고전이라 할

여 주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흑백 사진이

의 일반적인 특징일 수 있는데, 북 디자인

수 있을 거에요.

주는 강렬함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게 띠지

에서 그다지 많은 디자인 요소를 사용하지

▶ 건축의 이미지와 감각을 재현 ⓦ 건축도

인데, 띠지에 한 줄기 빛을 상징하는 대각

는 않아요. 텍스트가 이미지로 압축돼 표

디자인의 한 분야라 할 수 있잖아요. 더욱

선의 긴 구멍을 뚫고 그 사이로 안도 다다

현되는 것이니 내용을 드러내는 요소는 한

이 안그라픽스의 정체성도 그것에 있다 할

오의 얼굴이 살짝 보이도록 했어요. 책의

두 가지만으로 충분한 것이죠. 그것이 더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특히 건축 도서에

제목이 건축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면,

설득력 있게 전해지는 것이기도 하고요.

대한 디자인은 신경을 더 많이 쓰는 편이

책의 디자인은 빛과 그늘의 상징적 이미지

북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에요. 북 디자인의 접근 자체도 달리 하는

만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략이죠.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

편이고, 디자이너는 충분히 책의 내용과

『자연스러운 건축』은 쿠마 겐코의 초쿠라

야 한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중요하게 생

기획 방향을 숙지하고 시작을 하지요. 안

광장에 있는 오타쿠니석 철판의 벽면을 모

각하는 것은 본문 구성을 포함한 책 전체

도의 책은 안도의 건축 작품들을 먼저 이

티브로 삼았어요. ‘초쿠라의 광장’은 ‘구

적인 꼴입니다. 과하지 않고 조용하게 설

해하면서 시작을 하는 것이죠. 가령 안도

멍의 건축’으로 불리는데, 오타쿠니석과

득력이 있는 대화가 안그라픽스 나름대로

다다오는 빛과 그늘, 르 코르뷔지에는 작

철판을 하나의 직물처럼 조합시켜 바람과

독자와 대화하는 디자인의 방법이기도 하

가의 여정, 그리고 쿠마 겐코는 작품에서

빛이 통하는 큰 구멍을 만들어 냈기 때문

고요. 몇 권의 책으로 안그라픽스에서 나

드러나는 질감을 포착했어요. 특히 이 세

이죠. 그러면서 오타쿠니석 원래의 질감

오는 건축 도서에 대한 방향을 전하기는

책의 특징은 손에 쉽게 쥐고 읽을 수 있는,

을 살리고 있고요. 쿠마 겐코도 이 책의 표

어려움이 있어요. 앞으로 코르뷔지에의

작고 가벼운 책이라는 점이에요.

지 덮개에 그 벽면 모양으로 구멍을 뚫고

여행 일기와 같은 고전에 속하는 책들과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나, 건축가 안도

싶어 했어요. 우리는 다들 쿠마 겐코의 건

한국 건축가들의 철학이 담긴 책을 꾸준히

다다오』 표지에 사용된 사진은 일본 사진

축처럼, 평면적인 책의 표지가 숨통이 틔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가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이에요. 한국

는 디자인이 될 것이라 좋아했지만, 제작

독자와 자연스럽고 편안한, 그래서 솔직한

에서는 2003년 일민 미술관에서 전시를

과정이나 책의 실용성을 간과할 수가 없었

대화를 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해요. ⓦ

한 적도 있는 작가인데, 사진 자체가 주는

어요. 아쉽지만 그 대신 지금처럼 구멍 모

재미를 생각하고 고른 것이죠. 안도 다다

양대로 ‘압’을 준 디자인이 되었어요. 이

오 건축의 모티브인 빛과 그늘, 그리고 끊

책을 읽는 동안 건축물의 재료가 주는 질

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는 게릴라 건축가

감을 느끼며 마치 공간 속을 거닐듯이, 쿠 마 겐코를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었어요. 반면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은 코르 뷔지에가 친구 오귀스트 클립스탱과 함께 보헤미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을 다니 면서 쓴 여행 일기인데, 1965년에 첫 출간 된 책이에요. 원고는 코르뷔지에가 베를 린에 있는 페터 베렌스 사무소에서 설계사 로 일하던 1911년에 쓰였던 것이지만, 전

~

~ ~

쟁 때문에 1954년에야 출간된 책이죠. 책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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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17호 뎁스 리포트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2010년 9-10월호

088 ⓦ 이종건의 <COMPASS 14>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090 ⓦ 이용재의 <종횡무진 17> 정토사 무량수전 092 ⓦ 함성호의 <소소재잡영기(素昭齋雜詠記) 11> 인간은 짐승이다 095 ⓦ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17> 법성포에서 만나는 근대 건축 098 ⓦ <POwer ARchitect 파일 07 | 조남호> 건축의 물리적 차원 101 ⓦ <POwer ARchitect 파일 08 | 박유진> 상식과 상상 104 ⓦ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17> 게리 허스트윗 감독의 헬베티카(Helvetica)와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

107 ⓦ <WIDE focus 07> | APAP2010, 현대 도시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웅변 | 강권정예 110 ⓦ <WIDE focus 08> | 2010 SAKIA Summer School 참가기 | 이지선 112 ⓦ <주택 계획안 100선 16> 임지택의 두포리 주택 + 밤톨 어린이 문화마을 119 ⓦ 전진삼 발행인의 <WideAN(Architecture Network)*Club 리포트 02> 120 ⓦ <이슈가 있는 근작 02> 임근배의 영월 아프리카미술박물관 | 정귀원 126 ⓦ <와이드 書欌 15 | 안철흥>『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 『 ,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87

wiDe Depth report

128 ⓦ 와이드 17호 | 와이드 칼럼 | 상해 엑스포 개최 의미와 우리의 과제 | 임창복


이종건의 <COMPASS 14>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 -식민지로 전락한 대한제국의 상황에서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려워 자결한 황현의 절명시(絶命詩) 중에서.

오늘로서 우리의 국권이 침탈된 지 만 100년이 되었다. 한

이라 부르기도 석연찮고, 그렇다고 건축이 아니라고 부르

세기를 꽉 채우는 이 연한은, 세 세대를 떠나 보내고(한 세

기도 이상한, 그래서 늘 무엇인가의 빈틈에 끼어 있는 느낌

대를 대개 30년으로 잡으니), 바야흐로 네 번째 세대의 초

이었다. 바바는, 짧지 않은 세월이 지나고서야, 나로 하여

반을 마감하는, 실로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나는 이 역사의

금 낀 느낌의 정체를 분명히 볼 수 있게 했다. 탈식민성 논의가 한참이던 당시, 나는 바바가 우리 건축 사

Bhabha)의 책(Bhabha for Architects; 가제: 건축과 탈식

회에서 거론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지금도 별 다르지 않

민주의 비판 이론) 번역에 매달려 보냈는데, 거기서 만난

다. 바바의 주저 『문화의 위치(The Location of Culture)』

바바는 나로 하여금, 식민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우리 땅에

가 내가 귀국한 해에 출판되었는데도 말이다. 물론, 파농도,

서 건축을 한다는 것(우리 건축은 지금도 확실히 식민성의

스피박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 당시, 학위논문을 위해 주로

질곡에 붙잡혀 있다)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지 새

퐁티, 하이데거, 니체, 데리다, 푸코, 블룸, 비트겐쉬타인 등

삼 절절히 느끼게 했다.

의 철학자들과 바르트, 피어스, 소쉬르, 프라이, 폴 드 만 등 의 문학비평 쪽에 온통 주목하고 있던 터라, 그 이외의 주요

공부를 마치고 1994년 귀국했을 때, 내 앞에 펼쳐진 가장

한 지적 흐름들, 예컨대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 담론 등을

인상 깊었던 우리 건축 사회의 장면은, 탈식민성의 문제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아마도 내 기억에 따라 추

둘러싸고 논의하던 모습이다. 나는 그 때, 바바를 위시해서

측하건대, 대부분의 논자들 또한 나처럼 탈식민주의 비평/

대부분의 탈식민주의 비평가/이론가들을 몰랐다. 그쪽 진

이론에 그다지 식견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대부분, 우리

영에 속한 지식인들 중 유일하게 책을 좀 읽었던 사람은 오

땅의 일부 사회학자들의 견해를 참조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리엔탈리즘의 저자 사이드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

것 같다. 건축의 탈식민성 논의는 그리고선 말끔히 사라졌

는 겁 없이 그 논의에 뛰어들었다. 글도 하나 써서 발표했

다. 물론, 설득할만한 길을 찾았다거나, 그 논의를 한계까

다. 탈식민주의 비평/이론을 공부하지 않은 채 말이다. 우

지 밀어붙여서가 아니다. 우리 건축 사회의 대부분의 논의

선, 내가 아는 만큼 발언하고, 논의하고, 그래서 배울 건 배

들이 그러하듯, 무엇인가 유행하는 언어/개념들은 늘 그렇

우고, 파고들 건 파고들어 볼 심산이었다. 이러한 다소 무

게 바람처럼 왔다가 다른 유형어가 들어서면 소멸될 뿐이

모한 움직임은, 건축을 심각하게 공부하기 시작한 후, 건축

다. 그와 더불어, 나의 주목도 흩뜨려졌다. 주체성/정체성

의 주체성/정체성(탈식민화의 목표이자 목적) 문제로부터

에 대한 나의 관심은 그 이후, 주로 우리 사회의 굵직한 사

의식의 끈을 놓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물론 그러

건들(예컨대 유승준 사건)을 통해 우리 건축의 기형을 해석

하다. 거기에다, 한국 건축가들의 소위 작품들은 내 눈에 늘

해내거나 고유성을 발견하는 데 주목해 왔다.

마뜩잖았다. 이뿐 아니다. 건축에 대한 생각들도 그랬다. 내가 파악한 건축이란 것과 그들 사이엔 메우기 힘든 간극

바바의 탈식민주의 비판 이론을 읽으면, 몇 가지 고통스럽

이 존재했다. 그러니, 그들이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을 건축

거나 난처한 주장들과 대면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바

88

급했던 역운처럼이나 우발적으로 찾아든 호미 바바(Homi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마디가 넘어가는 시점 언저리를 거의, 마치 하이데거가 언


의 국가, 곧 현대 국민국가(nation-state)는 대부분 식민지

혹은 모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구 건축사뿐 아

혹은 식민주의 역사의 소산이라는 것, 그러한 식민화 전략

니다. 탈식민주의 관점에 따르면, 국가 또한 건축(문화)과

에 건축이 강력하고 유용한 도구로 쓰였다는 것, 게다가 그

대립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건축을 포함한 모든 문화 행위

러한 식민주의 헤게모니 전략은 식민지 시대를 넘어 지금

는 국가주의로부터 분명한 비판적 거리를 확보해야 마땅하

우리 시대의 세계의 불균형적인, 불공평한(문화, 정치, 경

다. 말하자면, 우리 고유의 건축 혹은 한국 건축이라는 국

제 등 삶의 전 영역을 장악하는) 권력의 구축과 행사에 여전

가적 수준의 건축 기획은, 그 자체가 이미 건축(문화)적이

히 동원되고 있다는 것 등이 그러하다. 게다가, 국가 그 자

지 않다(내가 쓰는 ‘우리 건축’이라는 낱말은, 우리 땅에서

체는 본질적으로 동질화하는 하나의 지배서사에 토대를 둔

우리가 연구하고, 고민하고, 논의하고, 실행하는 건축을 뜻

상상된 공동체로서, 근본적으로 반문화(따라서, 반건축)적

하는 것으로서, 한국 건축 혹은 한국적인 건축이라는 낱말

이라는 것, 오늘날 세계의 건축(뿐 아니라 건축에 대한 정

이 함축하는 본질주의와 국가주의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

의 그 자체까지) 또한 그리스와 로마에 기원을 둔 서구건축

다는 것을 주의해 주기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식

의 단성(單聲)의 역사에 지배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비-유

민주의 이론/비평은 대학 교육에도, 건축 문화 현장에도 찾

럽권 건축들이 지금도 여전히 식민주의의 이데올로기 안에

아볼 수 없다. 학연으로 얽힌 건축가협회와 같은 우리 건축

서 부당하게, 심지어 경멸적으로 취급되고 기입되고 있다

단체들도 그렇지만, 건축 교육 현장은 훨씬 더 고통스럽고

는 것 등도 그러하다. 물론, 현대성의 문제도, 오늘날 확고

심각하다. 식민주의에 포섭된(혹은 식민화에 동원된) 건축

한 권위를 부여 받은 현대건축의 역사도, 서구의 지배 이데

(서)사를 가르침으로써, 우리 스스로 식민주의 이데올로기

올로기를 지속시키는 식민주의와 모종의 공범 관계에 있다

를 인정하고, 그리고 우리도 모르게 그것을 연장하고 있는

는 사실까지 받아들이면, 이 땅의 건축의 문제는 풀기가 거

셈인데, 건축 교육의 탈식민화 프로젝트라는 말은 우리 교

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다.

육 현장에서, 내가 아는 한, 언명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서 구 건축 문화를 답습하고 흉내 내는 우리 건축 문화는 그 연

바바의 그러한 주장들을 받아들일 경우, 우리는 당장 몇 가

장선상에 있다. 식민주의에 대한 의식(그리고 탈식민화의

지 치명적인 건축 사태들을 직면한다. 우선, 소위 한국 근

의지)이 전무한 채 건축가를 작가로, 그들이 설계한 건물들

대건축이라는 학문 분과의 토대가 매우 위태롭다. 한국 근

을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는 우리의 문화 놀이(비평이 거의

대건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식민지 지배자(대개

빈사 상태에서 사실 문화라기보다는 각종 연에 붙잡힌 불

일본 제국주의)의 건축을 우리의 근대건축(혹은 초기 현대

온한 건축 패거리의 작태라 불러야 마땅하겠다)는, 바바의

건축)으로 여긴 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 식민주의를 위

탈식민주의 이론/비판의 관점에서 보면, 무뇌증 인간들이

해 우리 땅에 구축한 제국주의 건축을 상세히 도면화 하

벌이는 별종 촌극(afterpiece)이다.

89

wiDe Depth report

고, 심지어 우리 문화재로 판정하여 보존하고, 나아가 한 국 근대건축사의 일차 자료로 삼는다. 현대건축 운동과 연

대한제국이 식민지 국가로 전락한 경술국치 앞에서 글 아

관된 건물들, 현장들, 근린 주거들을 도서로 만들고 보존

는 사람 노릇하기 어려워 황현이 자결한 지 100년이 지난

하는 운동인 도코모모(documentation and conservation

지금, 아직도 식민주의에 단단히 붙잡혀 있는 우리 건축의

of buildings, sites and neighborhoods of the modern

항차의 운명을 우리 건축 지식인들은 도대체 어찌 고민하

movement)를 주도하는 우리나라 학자들의 정체들과 활동

고 있을까? 아니, 탈식민주의 방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들을 보라. 현대성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유럽 중심주의 현

지식인(들)이 있다면, 과연 몇이나 될꼬! ⓦ 글 | 이종건(본

대건축사에 대한 지식에 정통할 뿐 아니라, 탈식민주의 이

지 자문위원,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

론이나 비평의 시각도 가장 날카롭게 견지하고 있어야 함 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들이 그러한가? 서구에서 서구 현대 건축에 대한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학자들은 왜 배제되어 있는가? 지금 우리가 우리 땅에서 벌이고 있는 일체의 건 축 행위 또한 지극히 곤란하다. 설계와 토론과 담론을 포함 한 우리의 현금의 모든 건축 행위는, 서구 건축사에 포섭되 지 않는, 혹은 포섭될 수 없는 우리의 건축 서사를 창안(혹 은 발견)하지 않는 한, 식민주의 이데올로기의 단순한 연장


이용재의 <종횡무진 17>

천은 모든 월급을 투자해 유럽 답사에 나선다. 서구 건축이

에 나오자 기쁜 나머지 아버님이 길거리로 뛰어나갔다. 근

그렇게 세단 말이야! 별 거 아니군.

디 마을 전체가 태극기로 가득 차 있다. 개천절이다. 잘됐

계약 기간이 끝난 김개천은 아예 솜에 취직해 알래스카로

다. 그래 아예 이름도 개천으로 작명. 세상을 열어라 개천

날아가 교도소 실시설계에 참여. 어라 다 배웠네. 미국으

아. 그래 김개천의 휴대폰 번호도 1003이다.

로 건너가 파사드나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에서 환경디자

죽으라고 공부만 했다. 항상 전교 1등. 경기고등학교 시험

인 전공. 1990년 귀국해 3D Pacific 수석 디자이너. 1995

보러 갔더니 이제 시험 안 본단다. 이른바 뺑뺑이라나 뭐라

년 이도건축 설립. 주경야독. 불교대학인 동국대에서 박사

나. 은행알 돌려 학교를 정한단다. 죽으라고 공부한 놈이나

과정도 수료.

만날 논 놈이나 평등한 세상이 된다. 그럼 왜 공부한 거지.

2000년 어느 날 거사 불교 운동을 벌이는 김태영 법사가 찾

대학을 포기하고 절에 들어간다. 이 그지 같은 나라. 6개월

아온다. 여자 신도는 보살이고 남자 신도가 거사다. 법회의

만에 형사가 잡으러 왔다. 야, 우리도 바빠 죽겄다. 좀 살려

중심이 거사다. 스님은 도만 닦고 번잡한 사찰 운영은 신도

주라. 나 건축 안 할건디. 만날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전 세

들이 맡는다.

계의 건축을 탐독한다. 실망이다. 뭐 이렇게 다 약해. 조그

문사수법회 법사가 담양에 임시 천막 치고 도 닦고 있는데

만 포켓북이 김개천을 건축의 길로 인도한다. 김원의 『현

사찰 설계를 해 달란다. 우리 시대의 도인 김개천에게 최초

대건축의 이해』다. 이게 바로 한 권의 책의 위력이다.

의 사찰 설계 의뢰가 들어온 거다. 이미 그 지역 건축가가 서

1982년 대학을 졸업한 김개천은 특례보충역으로 중동으로

향의 기와집 버전의 설계를 완료한 상태. 예산 부족으로 재

날아간다. 미국 최대의 엔지니어링 그룹 SOM이 설계한 사

설계에 들어간다. 한옥 버전은 공사비가 평당 천만 원 들어

우디아라비아의 국립상업은행의 실시설계에 참여. 남들은

간다. 평당 150만 원의 예산밖에 없고.

1년에 한 번 대한민국으로 돌아가 쉬었다 날아오지만 김개

왜 사찰은 만날 기와집을 선호할까. 부처가 시킨 일도 아닌

90

김개천. 그 유명한 58년 개띠다. 10월 3일 김개천이 이 세상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정토사 무량수전


wiDe Depth report 91

디. 이유는 단 두 가지다. 우선 신도들이 대개 할머니들이라

하나가 된다. 안과 밖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연못이 법당이

조선 시대 버전으로 해야 수금이 잘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고 법당이 연못이다. 그림자의 건축. 한쪽은 2층이 있고 한

이유는 기와에 각 신도들의 이름을 쓰게 하고 만 원씩 걷기

쪽은 없다. 스님이 단청을 원하신다. 그냥 놔두면 더 좋겠지

위해 그렇다. 총 공사비는 3억. 설계비는 담양 왔다 갔다 출

만 할 수 없이 단색의 붉은 색을 칠한다.

장 경비로 다 나가고.

울긋불긋한 단청을 말린 것만도 다행. 스님은 아미타불 뒤

450평 대지 우측에 연못이다. 연못 뒤로 산이다. 대지 자체

에 후불탱화를 거신다. 미래에 나타난다는 미륵불을 그린

가 아트다. 산도 있고 물도 있고. 아참 사찰을 왜 절이라고

그림이다. 싸구려다. 좀 소란해진다. 어쩌랴 건축의 운명

할까요. 하도 잘살게 해 달라고 절을 해 대서 절이라고 한

인 것을.

다. 스님과 함께 일본의 스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전시회

2001년 건축대상 수상. 정토사에서 불자들은 아미타불의

를 보러 갔다. 나오면서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공에 무너질 것이고 건축학도들은 김개천의 내공에 무너

“도는 이룩했는데 선에는 못 미친다.”

지리라. 전남 담양군 담양읍 학동리 492-1. 무량수전 외의

“지극함은 있는데 뛰어 넘는 건 없다.”

기와 얹은 건물은 김개천 솜씨 아니니 주의하세유.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신다. 다행이다. 정토사는 아미타불

김개천을 찾았다.

을 모신다. 대승불교의 가장 센 부처가 아미타불이죠. 보살

“여태껏 디자인한 작품 수가 얼마나 되남유?” “4백 개.” 머

출신으로 부처가 되신 분. 아미타불이 앉아 있는 금당은 자

라. “30대 중반 때는 한 달에 10개씩 했어요.” “지금은요.”

동으로 무량수전이 되고. 아미타불이 서쪽에 정토가 있다고

“1년에 10개 정도” “교수님 요즘 많이 변하셨네요?” “글쎄

해 무량수전은 서쪽을 바라봐야 된다.

금년 1월 1일 자고 일어나니까 생각이 확 바뀌더라고요. 쉰

김개천은 동쪽의 연못 너머에 정토가 있다고 본다. 그래 이

에 들어선 거죠.” “아빠, 나이 50이 되면 왜 생각이 바뀌는

무량수전은 동쪽을 바라본다. 난 남들 하는 대로 안 해. 국

거야?” “참쑥 겉면의 흰털같이 머리털이 하얗게 세는 50의

내 최초의 파격. 스님이 받아 주실까. 퇴짜 맞아도 할 수 없

나이면 하늘의 명을 알게 되는 지천명이라서.”

다. 통과. 스님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원래 무(無)와 공(空)의 건축 좋아하지 않았남유?” “이제는

기둥만 있는 건축을 제안한다. 점만 있다. 무(無)의 평면. 기

색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포용성이 커졌네유?” “색,

둥만 있고 다 비워져 있다. 존재하지 않는 건축. 존재하지 않

빛, 형태가 있으면서 없는 게 좋아요.” “왜 학교로 피하신 거

으니까 말이 없다. 기둥을 일부러 더 두껍게 해서 가벼움을

예유? 광야가 추웠남유?” “저는 산학협동이 필요하다고 봐

획득하고. 시간과 공간이 없다. 없으면서 있다.

요. 도망간 거 아니에요. 학생들한테서 자극도 받고. 난 학

처마를 1.5미터 끄집어냈지만 지방 시공자가 90센티로 줄

자이면서 작가이고 싶어요.”ⓦ 글 | 이용재(건축 평론가)

인다. 그냥 해라. 시공은 잘 못해도 건축을 이룩할 수 있 다. 무엇이든 포함할 수 있다. 적당히 해도 좋은 건축이 가 능하다. 기둥 사이에 목제 창호 문을 매단다. 연못의 조망을 위해 창 호지 대신 유리를 끼우고 문살을 보낸다. 앉은 눈높이 부분 은 열린 조망을 위해 문살을 생략하고. 이제 연못과 법당은


함성호의 <소소재잡영기(素昭齋雜詠記) 11>

다. 층수에 산입하느냐, 폐쇄하느냐. 층수에 산입하는 것은

가 물리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봉착했다. 그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폐쇄 쪽을 택했다.

래서 퍼즐 놀이는 그만두고 법의 예외 조항을 찾기 시작했

그러나 폐쇄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이미 <웃는책> 도서

다. 한 시간, 두 시간, 결국 네 시간을 허비한 끝에 궁여지책

관이 입주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서관 이용자들이 들락날

을 찾았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3조> “보도와 차도의 구

락 하는 와중에 폐쇄하는 건 새로 시작하는 도서관에 누더

분이 없는 주거지역의 도로에서는 (주차구획이) 가로 2m,

기 날개를 주는 꼴이지 않은가? 그러나 할 수 없었다. 나는

세로 5m로 한다.” 물론, 이 조항은 도로에 주차하는 경우를

시멘트 블록을 가져다 ‘본부’를 폐쇄했다. 모르타르도 없이

말하는 것이다. 이 집 같은 경우, 도로에 주차할 수는 없다.

형식적으로 폐쇄한 것이라 아이들에게 위험하기 짝이 없었

그러나 나는 이 조항을 이용하기로 했다. 원래는 2 ×6m였

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금줄을 매달고 ‘위험하니 가까이 오

지만, 이 조항을 따를 경우 2미터의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지 마세요’라고 써 붙였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아이들을 자

충분히 4대가 들어간다. 나는 법조항을 “보도와 차도의 구

극했다. 5, 6살 꼬마들이, 특히 사내 아이들은 그 안에 도대

분이 없는 도로(를 가진 대지)에서는”이라고 해석하기로 마

체 뭐가 있는지 너무 궁금해 했다. “아저씨, 저기 뭐가 있어

음먹는다. 그리고 사용승인 서류를 넣었다. 나중에 어떻게

요?” “용이 살아. 아주 무섭지.” 그런데 그 나이 또래 애들

되든지 마음은 편했다. 담당 공무원이 누군지, 좀 어수룩하

도 내 말이 곧이 들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계속해서 못내

길 바랬지만 한국의 건축직 공무원은 그렇지 않았다. 전화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긴 한데, 뭔가 두렵고, 무섭고, 궁금

가 왔다. 약속을 하고 찾아간 고양시청 도시계획과 직원은

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만고만한 또래 아이들은 금줄

앳된 여성이었지만 절대 어수룩하지 않았다. 나는 미리 준

밖에 일렬로 서서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바지춤에 손을 넣어

비해 간 법 조항을 들이 밀었다. 그러나 상황은 나에겐 나쁜

자기 고추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정말 못 참겠다는 표정

쪽으로, 일반적으론 아주 정상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건

이었다. 사내 아이들은 그렇게 복합적인 감정을 자기 고추

도로에 주차할 경우입니다.” 공무원은 자기는 나 같은 식의

를 만지며 표현한다고 도서관 선생님이 귀띔해 주었다. 참

해석은 전혀 상상해 보지도 않았다는 듯이 말했다. 할 수 없

희한하고 귀엽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다. 이럴 땐 완전 항복해야 한다. “그럼 어쩌지요?” 나는 내

여자 아이들은 아예 거기에 관심이 없었다. 뭔가 위험하고

가 보기에도 참, 딱하게 말했다. 담당 공무원도 내가 불쌍하

위태로워 보이는 곳에 호기심이 솟는 건 남자 아이들의 몫

게 보였는지 자기 컴퓨터를 내 쪽으로 돌리고, 이렇게 저렇

인 듯했다. 나는 시멘트 블록 너머로 길이 2m짜리 용 인형

게 퍼즐 맞추기를 했다. 이윽고 공무원이 해결책을 찾아냈

을 던져 넣어 두었다. 준공이 나서 시멘트 블록을 치울 때 아

다. 입구에 바짝 붙여서 한 대가 사선으로 놓이는 안이었다.

이들이 그 용을 보면 좋아할까?

그러나 주차로가 여의치 않았다. 나는 공무원에게 내가 직

준공은 계속 늦어졌다. 꼼꼼한 준공 검사자는 일일이 근거

접 해 보겠다고 했다. 공무원은 흔쾌히 자리를 내주고 내 뒤

를 요구했고, 나도 그 요구에 응하는 데 있어 게을렀다. 또,

에서 이리저리 코치를 해주었다. 그 결과 흡족한 안이 나왔

허리가 나갔기 때문이었다. 이 집을 지으면서 허리가 두 번

다. 이상하게 나보다 공무원이 더 좋아했다. “그러면 이렇

이나 나갔다. 허리가 아파 앉아 있기도 힘든 상태에서 도면

게 다시 서류를 작성하겠습니다.” 공무원 입회 하에 안이 나

을 그린다는 것은 무리였다. 병원에서는 뼈에 이상이 없으

왔으니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니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물리치료를 계속 받았지만 소용

그렇다고 일이 행복하게 끝난 건 아니었다. 준공검사에서

없었다. 결국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를

걱정하던 ‘본부’가 불거져 나왔다. 층수에 넣든가, 폐쇄하라

수 있었다. 그 사이에도 계속 민원이 들어왔다. 이 집을 지으

는 결정이 났다. 결국 층고 1.5m이하로 층수에 포함하지 않

면서 받은 민원이 총 12건이나 되었다. 옆집과 뒷집에서 계

아도 된다는 내 말은 완전히 묵살당했다. 이제 선택만 남았

속 민원을 넣었다. 특히 옆집은 민원을 9건이나 넣었고, 나

92

4대의 주차를 해결하기 위해서 퍼즐 조각 맞추듯 끙끙대다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인간은 짐승이다


wiDe Depth report 93

중에는 감사원에까지 민원을 넣었다. 공사 소음 때문도 아

조용하다 싶더니, 이번엔 자기집 쪽으로 난 창을 없애 달라

니었고, 담이 무너지거나, 자기 집에 금이 가서도 아니었다.

고 민원이 들어갔다. 나는 옆집 아주머니를 만나 그런 의견

옆집에서 처음 민원을 넣은 것은 일조권 사선 제한을 지키

이 있으면 나랑 얘기를 먼저 하고, 타협점을 찾지 못 할 때

지 않는다는 거였다. 옆집도 처음부터 다짜고짜 민원을 넣

민원을 넣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아주머니의 얘기

지는 않았다. 어느 날 현장에 가니까 아주머니가 나와 있었

는 내가 현장에 자주 없어서 시공자와 얘기를 했는데, 시공

다. 용건인즉슨 집이 자기네 쪽으로 너무 높이 올라가는데

자는 그건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얘기해서 민원을 넣었다는

왜 정북방향 일조권을 안 지키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서울

것이었다. 이번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집 쪽으

이나 다른 곳에서는 정북방향으로 일조권을 지키지만, 일산

로 나는 창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다. 그걸 예상하고 창을 불

신도시는 정남방향으로 일조권 사선제한을 받는다고 친절

투명 유리로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나는 공무원과 옆집에

하게 설명해 줬다. 덧붙여서 정북방향 일조권은 남이 자신

게 그런 계획을 도면을 보여 줘 가며 설명했다. 이번에는 옆

의 일조권을 보장하는 거라면, 정남방향 일조권은 스스로가

집도 쉽게 수긍했다. 다시 민원이 해결되었다.

일조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법의 취지까지 소상히 알려줬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 이번에는 뒷집에서 문제가 발생했

다. 옆집 아주머니는 일단 수긍하는 듯 보였다. 나도 그렇게

다.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자기 집 지붕에 시멘트가 튀었다

넘어가는 걸로 알았다. 그런데 며칠 후, 구청에서 민원이 들

는 것이었다. 뒷집 지붕은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한 경사 지

어왔으니 일단 들어와 달라는 연락이 왔다. 일조권 사선제

붕이었다. 올라가서 확인해 보니 시멘트 분말이 점점이 있

한에 대한 문제였다. 나는 슬며시 화가 났다. 자기가 잘못 알

었다. 인부들을 시켜 뒷집 지붕을 깨끗이 청소했다. 청소가

고 있는 법을 끝까지 주장하는 옆집의 처사에 짜증이 났다.

잘 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는데 뒷집 아저씨가 다가왔다.

공무원과 함께 나와서 현장을 살펴 보았다. 물론 이상이 있

“어, 수고하십니다.” 작달막한 키에 한눈에 척 봐도 노가다

을 턱이 없었다. 나는 옆집 아주머니에게 이미 내가 충분히

로 잔뼈가 굵은 인상이었다. 실제로 자신도 건축업을 한다

설명을 드렸는데 왜 민원을 넣었는지 따졌다. “그럴 리가 없

고 소개한 뒷집 아저씨는 처음의 선선함과 달리 표정을 바

어요. 다른 데서는 다 북쪽으로 사선제한을 받는데, 왜 여기

꿔 자기네 집과 우리 집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다고 근거

만 그러겠어요?”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는 얼굴이었고, 막

없는 얘기를 해 대더니, 결국 우리 집이 인접 대지 경계선에

무가내였다. 그 후 공무원이 민원에 답신을 했는지 한동안

서 띠어야 할 거리를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와 함


를 눈앞에서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그런 행위는 그에게

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긴 했지만, 불안은 영혼을 잠식

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는 법이 어떻든 간에 자기가 볼

한다. 그것이 보이든 아니든 자신이 누가 볼지도 모른다고

때 우리 집이 자기 집 쪽으로 너무 바짝 붙어 있다는 것이었

생각하면 그걸로 끝이다. “알았습니다. 차폐시설을 하도록

다. 오히려 인접 대지 경계선에서 이격 거리를 유지하지 않

하지요.” 공무원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번 일

은 쪽은 뒷집이었다. 뒷집은 외벽은 대지 경계선에서 50cm

은 그렇게 넘어가자고 했다. 내가 참을 수 밖에 없다. 나도

정도가 유지되었지만 박공 처마는 겨우 30cm가 될까 말까

이젠 지쳐서 더 이상 대꾸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쓸데없

였다. 그렇다고 그런 주장을 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는 곳에 자꾸 돈이 들어가는 것도 억울한데 제대로 된 항변

할 필요는 없었다. 잘못이 있다면 나중에 집을 짓는 우리가

도 못하니 아마도 그 스트레스가 허리를 나가게 한 모양이

잘못인 게 공사 현장의 룰이다. 어떤 억지로도 민원은 넣을

었다. 이제는 거동도 못하고 누워 있는 처지였다. 은행 이

수 있고, 그 민원은 그것이 옳든 그르든 반드시 해결되어야

자, 방송일, 현장의 일이 얽혀서 뒤죽박죽인데 몸은 누워 있

했다. 그런 억지는 간혹 돈을 노리고 벌어지는 수도 있다.

어야 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또 ‘구청’이 떴다. 나는 호

실제로 문화 예술촌이라는 헤이리에서는 옆집 공사 때문에

흡을 가다듬고 누워서 전화를 받았다. 이번엔 뒷집이었다.

자기네 집 1층에 물이 들어왔다고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

담을 쌓아 달라는 것이 민원의 내용이었다. 일산 신도시에

고 받아 간 사례도 있다. 그러나 정말 옆집의 공사 때문에

서는 담을 안 쌓는 게 권장 사항이다. 그러나 부득이 하게

물이 들어왔는지, 자기네 집의 하자 때문에 물이 들어왔는

쌓아야 할 때는 높이 1.2m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나는 얼

지 그건 구분하기 어려웠다. 단지 집을 짓는 게 죄였다. 뒷

른 항복했다. 쌓을게요. 법도 무시하는데 그런 권장 사항을

집의 요구는 들어줄 수가 없었다. 나는 적법했고, 만약 돈을

가지고 대적할 수는 없었다. 그 후로도 나는 뒷집으로부터

원하는 거라면 주고 싶어도 줄 돈이 없었다. 결국 뒷집은 민

자기네가 집을 지을 때는 절대 민원을 넣지 않겠다는 희한

원을 넣었다.

한 각서를 써야 했고, 옆집으로부터는 우리 때문에 어머니

결국 또 공무원이 나와서 집 전체를 정확히 체크하고 갔다.

가 돌아가셨다는 악의에 찬 저주를 들어야 했으며, 나중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다시 또

는 우리 방의 불이 너무 밝으니 불을 켜지 말라는 말도 안 되

옆집에서 이미 다 밝혀진 일조권 사선제한을 가지고 민원을

는 억지를 들어야 했다.

넣었다. 이제 옆집 주인은 공무원도 나도 누구도 믿지 못해

보통 인적이 없는 산중에 전원주택을 지으면 간간이 뜻밖의

감사원으로 민원을 넣었다. 나보다 더 곤혹스러워진 건 공

일에 신기해 할 때가 있다. 대개는 첫날 아침 문을 열고 나

무원이었다. “아니, 도대체 이 동네 왜 그럽니까?” 낸들 알

오면 섬돌에 목이 꺾어진 짐승의 시체 몇 구가 나란히 있는

겠는가? 조례로 정해진 법을 옆집은 도저히 수긍하지 못했

걸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건 그 주변 짐승들의 경

다. 결국 감사원에 민원을 넣고도 해결되지 않자 그제야 일

고다. 여기는 원래 내 영역이니 너희들은 조심하라는 전언

조권 사선제한에서는 포기하는 듯했다. 내가 민원을 해결하

이다.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짐승들의 텃세인 것이다. 인간

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동안, 물론 공사는 착착 진행

도 똑같다. 누군가 자기 영역이라고 생각한 곳에 낯선 누군

이 돼서 이제 창호 공사가 시작이 되었다. 창을 다 달면 다

가가 들어오면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인 영역 싸움을 시작하

시 은행에서 천만 원이 대출된다. 형님과 나는 천만 원을 어

는 것이다. 내가 당한 수많은 민원은 인간이 짐승이기 때문

떻게 쪼갤 것인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전화기에서 ‘구청’

에 빚어진 일이었다. ⓦ 글 | 함성호(본지 편집기획위원, 시

이라는 문자가 떴다.

인, 건축가)

또 뭔가? 옆집인가? 뒷집인가? 옆집이었다. 창이 달린 상태 를 보고 또 민원을 넣은 것이었다. 이번에는 창에다 차폐 시 설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불투명 유리를 달기로 합의한 내용을 왜 또 번복하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창이 미 닫이로 열리는 줄은 몰랐다는 것이었다. “아니, 창이라면 당 연히 열기 위해 내는 것이지, 그게 무슨 말씀이죠?” 자기는 위로 밀어서 열리는 창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열리는 건 같은데요?” 그랬더니 미닫이 를 열고 자기 집을 들여다보면 어떡하냐는 말이었다. 위로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밀어 올리는 창은 열어도 안 보이고 미닫이는 보인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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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 그의 집과 우리 집의 대지 경계선에서 외벽까지의 거리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17>

법성포에서 만나는 근대 건축

↗↗ 법성포 일대(1919년) : 지도 중앙의 검은색 부분이 법성포 시가이다. 매립 전이라 육지 깊숙이 들어온 바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법성포 전경 : 법성포의 근대는 매립으로 시작되었다. 사진에 보이는 대부분의 평지는 바다를 매립하여 만든 땅으로 사진 윗부분의 반원 모양의 땅 은 진내지구 공유수면매립으로 조성한 용지이다. ↗ 법성포금융조합 : 법성면 법성리 707-1번지에 위치한 건물로 법성포금융조합으로 세워졌다. 법성포금융조합은 1919년 4월 21일에 개설되었으나 건축양식과 구조로 볼 때 이 건물이 당시에 세워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대략 1930년대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방 이후 법성포금융조합과 법성포 농협을 거쳐 현재는 굴비골농협서부출장소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사거리에 면한 대지의 특성과 투시도적 효과를 고려하여 모서리 면을 접어 주출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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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를 설치하고 출입구 상부에는 페디먼트를 달아 장식했다.

법성포라는 지명은 384년(백제 침류왕 원년) 인도의 승려

광굴비의 연 매출액은 3,500억 원 정도로 설과 추석 그리고

마라난타가 동진에서 이곳을 통해 들어 왔다는 데서 유래

평소에 각각 3분의 1씩 팔린다고 한다. 현재 영광군에서 굴

된 것으로 불법이 들어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이다. 법성

비를 파는 가게는 600여 곳이며, 이 가운데 430개는 법성포

포가 이처럼 일찍부터 항구로 발달한 것은 지리적 여건 때

에 위치하고 있다. 굴비 가게가 얼마나 많은지 법성포에는

문이다.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 전남 영광군의 해안에는 배

굴비 가게밖에 없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정도이다. 굴

를 댈 만한 곳이 적다. 그러나 법성포는 강인지 바다인지 구

비로 유명한 고장이라 근대 건축물도 어업과 관련된 것이

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닷물이 육지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많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는 전혀 달랐다.

항구로서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

좋은 포구였던 법성포의 주력 산업은 당연히 어업이었고,

으로 조선 시대 세곡을 보관하던 창고인 조창과 이를 방비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농지가 적은 탓에 농업이 차

하기 위한 법성진과 함께 전선창(戰船廠)이 설치되기도 했

지하는 비중은 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법성포가 인근

다. 양항 법성포에 인근 바다에서 잡히는 조기 등의 수산물

지역의 농업 중심지로 변모한 것은 간척 사업 때문이다. 일

이 모이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사람과 재물이 넘쳐 나던 법

제는 바다를 매립하여 농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포는 한때 부근 12군의 중심지였으며, 1895년 당시 법성

추진했으며, 민간의 매립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법성포

포의 가구 수는 715호로 영광읍보다 많았다. 1970년대까지

와 홍농(弘農), 법성(法聖), 백수(白岫), 염산(鹽山), 포천(

성황을 누리던 법성포는 남획과 어족 자원 고갈로 조기 어

浦川), 군남(郡南)에 이르는 인근의 드넓은 지역에서 간척

획량이 줄어들어 한때 쇠퇴했으나, 1990년대 이후 ‘영광굴

사업이 벌어졌다. 이 지역의 공유수면매립에 가장 적극적이

비’ 생산지로 부각되면서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영

었던 사람은 가와사키(川崎武之助, 법성포에 있었던 천기


ⓒ ↑가와사키농장 관리인 사택촌 : 현재 법성포에는 가와사키농장 관리인 사택 4채가 남아 있다. 사진 상단의 아파트 자리는 제재소 터이고, 그 옆에 농장 창고가 있었다. 농장 창고는 해방 후 법성중고등학교의 전신인 법성포실업중학교 교사로 사용되었다. 학교가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매각되어 현재의 고

투자에 상당히 인색했는데, 이는 1941년 9월 20일에 이르러

도 등장하는데 이들의 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이다. 총

서야 법성포 항구에 등간을 신설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독부 관보에는 가와사키의 거주지가 영광군 법성면 법성리

법성포에 일본인이 들어온 시기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602번지로 기록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이곳에서 살지 않았

1907년 12월에 의병 150여 명이 법성포에 있는 일본인 가

던 것으로 보인다. 동네 노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일본에서

옥을 소각하고 일본인을 사살했다는 기록에서 유입 시기를

살면서 관리인을 두어 가와사키(川崎)농장을 경영했다 한

추정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법성포에서 농장, 무역회사, 정

다. 가와사키는 1919년, 1928년, 1931년 등 조선총독부로

미소, 운수회사 등을 경영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산

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공유수면매립 허가를 받아 전남 영

물의 판매, 가공업에 종사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던

광군 법성면, 홍농면, 전북 고창군 공음면 일대의 바다를 매

회사로는 1919년에 설립된 법성포수산(대표 서의려)과 법

립했다. 그 면적 또한 엄청나 1931년 1월 13일자로 허가 받

성포물산(대표 조희경) 등이 있었다. 법성포에 소재한 회사

은 것만 1,447,397평이었다.

의 상당수가 법성리 690~693번지 일대에 집중되어 있어 이

일제강점기 일본인 농장주는 갖가지 방법으로 우리나라 사

곳이 당시에 가장 번화한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람들의 고혈을 짜냈는데 가와사키 농장에서는 더욱 심했다.

법성포에 이주한 일본인은 농장이나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

실례로 이 농장의 소작인들은 전체 수확량을 납부해도 소작

외에 일본에서 살기 어려워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도 많았는

료가 부족하다는 신문 기사가 있을 정도이다. 이외에도 가

데, 야마다(山田)라는 사람이 이들을 관리했다. 이주 일본인

와사키는 자신의 농지에 공급할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를 만

들은 야마다의 지원 아래 식산은행과 금융조합에서 저리로

들면서 마을이 수몰되자 주민을 이주시키고 자신의 농지를

돈을 빌려 우리나라 사람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벌여 재산

소작하도록 했다. 특히 1925년 6월 5일에는 농장 제방 공사

을 불려 나갔다. 이들은 대규모 자본이 요구되는 사업에는

장 수문을 열어 지나가던 도선이 파괴되어 30여 명의 승객

뛰어들지 못하고 생필품을 파는 상점을 운영했는데, 당시

이 익사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가와사키 외에도 몇

법성포에는 총 여섯 개의 일본인 상점이 있었다 한다. 1935

몇 일본인과 박장흥(朴莊興), 남궁비(南宮棐)와 같은 조선

년 법성포에 살던 일본인 호수는 69호, 인구는 271명 정도

인도 농지조성과 택지조성을 위해 매립에 참여했으며, 김연

로 법성포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했다.

수는 1927년에 법성포농장을 개설했다. 인근 지역 간척지

해방 후 법성포에 살던 일본인들은 귀국길에 올랐다. 귀국

에서 생산된 쌀이 모여들자 법성포에서 어업의 비중은 점차

중 태풍을 만나 배가 난파되어 일부는 미국 군함에 구조되

줄어들었다. 법성포를 농업 기지로 여긴 일제는 항구 시설

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한편, 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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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과 관련하여 川崎武之助와 함께 川崎芳太郞이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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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파트가 세워진 것이다.


↑기꾸야 여관 :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리 705-1번지에 위치한 건물로, 여관 이름은 기꾸야(菊屋)라는 일본인이 운영하던 여관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 름이다. 당시 법성포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워진 이 여관은 해방 후 원래의 용도를 잃고 지금까지 주택으로 쓰이고 있다. 1931년에 세워진 이 건물은 1층 면적 165.62㎡, 2층 면적 45.59㎡이며, 연면적은 215.21㎡이다. 외벽은 흙으로 심벽을 치고 외부에 목제 비늘판자를 붙 이고 지붕은 점판암으로 마감했던 일본식 건물이다. 현재 지붕은 양철로 마감되어 있으며 대지 면적은 912㎡이다. 현관 옆에는 연못이 있었는데 집안이 습해져 메웠다 한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면, 2층실내, 내부 계단, 후면)

말 산동반도에서 활동하는 중국인들이 점원 한 명과 함께 들어와 잡화상, 포목점을 경영하면서 법성포 상권의 상당 부분을 잠식했으며, 해방 이후 이들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확대되었다. 그러나 청년회를 중심으로 한 법성포 주민들의 조직적인 상품 불매운동으로 이들은 점차 그 세력을 잃고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한때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던 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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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의 경제권은 이때가 돼서야 법성포 주민의 것이 되었다. 개발 압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법성포에는 지금도 근대기 에 세워진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기 꾸야 여관을 비롯해 농장 관리인 주택과 금융조합 그리고 상점이 그렇다. 특히 근대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시내 곳곳

↑요정 : 사람과 돈이 모이는 항구와 술집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법성포에 는 추월(秋月), 해월(海月), 마산관 등 여러 개의 요정이 있었으며, 이 요정

에 남아 있는 상점은 독특한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은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했던 곳이다. 사진은 건물 후면이며, 정면 1층 지

근대 자원을 법성이 자랑하는 숲쟁이와, 최근에 건립한 불

붕에는 특이하게도 천창이 설치되어 있다.

교 전래지와 연계하면 좋은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수가 많아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워 여기에서는 대표적인 근대 건축물을 몇 채만 소개한다. ⓦ 글 | 손장원(본지 고정 집필위원, 재능대학 실내건축과 교수)


<POwer ARchitect 파일 07 | 조남호>

건축의 물리적 차원

↑게스트하우스

건축이란 일종의 구체적 추상이다. 즉 건축은 정신 활동의 산물임과 동시에 실재하는 대상 안에서 구체화 된다. 건축은 실재, 즉 신체와 정신의 상호 작용을 궁극적 목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장소이다. 건축은 단순히 이미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신체와의 관계 속에 서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은 건축의 물리적 차원 내에서 건축의 실재성을 지각하고 느낀다.

우리는 더욱더 실재하는 현실 세계에 우리를 머물게 해야 한다. 과학의 진보를 인류의 진보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계와의 조화 는 우리에게 생명을 유지하는 근원이므로 관계 맺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산업사회의 중요한 흐름 중에 하나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조장하는 것이다. 산업은 본질적으로 독신에 필요한 각종 장치들을 생산한다. 개인화될수록 산업이 생산한 것들을 훨씬 많이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속에는 개개인을 공동체로부터 고 립시키고, 혼자만의 일종의 탐닉 상태로 빠지게 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더 이상 어떤 집합체를 하나로 단일화 시키거 나 대표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에 도시는 점점 그 유용성을 잃게 되었고, 건축은 소비하는 이미지의 단편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의사소통의 능력이 사회적 관계와 가족 관계를 대체하는 하나의 대용품이 되어버린 지금, 일반화된 고독의 논리는 알게 모르게 ‘홀로 서 기’라는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구호 앞에 우리를 줄 서게 만든다. 이것은 사람들을 분리시키는 논리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자연과 다른 인간 존재들과의 관계성을 제거시키는 논리이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환경이 출현함으로써 물리적인 접근을 통한 사람들 스스로의 직접 적인 교류는 보다 손쉬운 원거리 접속으로 대체된다. 몇 해 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주제가 ‘방의 도시’였던 것처럼 아날로그적 연 결 대신에 고립된 방들이 디지털 네트워크에 의존하지만, 보다 생생한 느낌으로 접촉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시간, 공간의 개념 없이 끌어당겨주는 바로 그 테크놀로지가 머지않아 우리를 가까이에 있는 것들로부터 단절시킬 것이다. 본래 건축은 사람들을 하나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산업사회의 테크놀로지가 조장하는 것과는 명백히 상반되는 것이었으나, 20세기에 이러한 관점은 전환되었다. 산업혁명으로부터 그 정신을 물려받은 근대성은 기술의 진보라는 신화와 그 이미지의 활용에 근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공간에 대한 물리적 경험은 어떠한 가상현실로도 대체될 수 없다. 우리가 창조나 새로운 의사소통 장치를 이용하는 능력을 갖게 될수록

영이자 궁극적 가치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이미지는 혁명적이지만 자연의 신화만큼이나 순수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거부하기 어렵다. 그러나 논리를 갖춘 순수성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시(詩)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는 지금 인류가 자연을 파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로 인해 인류 자신까지도 몰락해 가고 있다. 이는 바로 우리 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구해야 할 것이 ‘자연’이라는 사실이, 보다 명백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환경문제라는 다소 포괄 적인 것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자연은 스스로 실재하면서 건축을 좋은 기반 위에 서게 하는 근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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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를 두고 있었다. 이 신화는 20세기 후반 ‘테크놀로지’ 건축 속에 내재되어 있다. 기술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건축은 근대성의 충실한 반


작업 Works 여기 소개하는 목조건축 작업들은 1999년 이후의 작업들이다. 자연재와 공학 목재의 물성, 재료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구 법들을 적용하고 있다. 목조건축이 특정 영역의 건축으로 인식되는 데 대한 태도로서, 오히려 보편적 구법을 적용한 일반적인 도시 건축 작업이다. 우리의 작업은 구축성(Tectonic)을 단서로 도시적 맥락과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초기 작업으로 교외 지역의 주거와 휴양 시설이다. 현대 기술을 접목한 우리 환경에 맞는 목조건축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대 목조건축의 보편적 구법과 전통으로부터 수용한 구법을 새로운 건축 유형에 융합’하는 작업이었다. 신원동주택과 교원그룹 게스트하 우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 유형은 주거나 휴양 시설이 아니라 업무 시설, 학교 시설 등의 도심 내 보편적인 시설로 확장하는 시기이다. 목구조의 특별한 구 법이나 형태로 드러나게 디자인하기보다는 보편적인 재료나 공법으로 인식, 목구조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 건식공법 벽과 지붕으로 만들 었다. 목구조 건식공법은 재료 사용의 최소화와 친환경 재료의 사용, 재료의 재활용, 공간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도시 건축을 가 능하게 한다. 알즈너 콤플렉스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증축동이 이에 해당된다. 세 번째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건축화이다. 생활의 변화는 새로운 공간을 필요로 한다. 평창동P주택은 거주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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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으로 하고 있다. 단순하고 깊은 평면을 가변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서울시립대학교 강촌수련원은 강당과 홀, 식당이 하나의 공간 속

↑(위부터)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 서울시립대 정 자만들기

↑신원동주택


에 통합되어 있다. 영역의 구분은 지붕 구조의 변화에 의해 인지될 뿐이다. 이 불확정적 공간은 다양한 활동의 조합을 가능하게 해 준다. 평창동P주택과 서울시립대학교 강촌수련원이 있다. 네 번째는 학생들 또는 시민들과의 ‘나무정자 만들기’이다. 근대 이후 기술의 진보는 직능(職能)을 산업화하고, 그렇게 되면서 개인의 존 재를 지워 버렸다. 본래 삶을 담는 그릇인 건축은 산업사회 생산 체계에 편입되어 유연함을 잃었다. 강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갖춘 재료 인 목재를 활용해 시민들을 건축의 단순 구매자 또는 사용자가 아닌 건축을 만들어 나가는 주체자로서의 역할을 체험하게 한다. 서울시 립대학교와 건축문화학교에서 지속해 온 나무정자 만들기와 건축가학교에서의 설치 작업이 있다. 우리는 산업사회가 제공한 건축의 생산방식—시설에 대한 이해, 산업생산물로서의 재료와 구법, 분업화된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대한 반성으로 도시와 건축을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건축을 실재하게 하는 물, 빛, 시간과 같은 원시 자연의 요소 는 또다시 건축의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이 항상 무력해 보이는 싸움에서 그것들은 연약한 저항의 무기이다. 우리의 작업이 재 료와 구축성(Tectonic)이 만드는 건축 유형에 대한 논의를 넘어, 이들을 매개로 ‘자연과 건축과의 관계가 복원되는 새로운 건축 공간’에 대한 탐색의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 ⓦ 글 | 조남호((주)솔토건축사사무소 대표소장)

조남호는 서울시립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정림건축에서 실무를 쌓았다. 1995년 솔토건축을 설립하여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건축가 김진희 로부터 목조건축을 공부하여 첫 번째 작품인 신원주택을 완성하였다. 이후 현대 건축에서 목조의 쓰임새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목조건축의 새 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교원그룹 청평비전센터, 알즈너코리아 본사 및 연구소, 서울시립대 건축학부/인문학부 증축, 경주 스위트 호텔 등의 작 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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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P주택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알즈너코리아


<POwer ARchitect 파일 08 | 박유진>

상식과 상상

사람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방법과 모양은 참으로 다양하다.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각자의 일을 하며, 그렇 게 하는 일들로 사회가 움직여 나간다. 개개인의 활동은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한 과정이다. 이렇게 여럿이 모여 사는 사회는 일 정한 룰이 생긴다. 이것이 일반화된 상식이다. 이 상식만 가지면 보편적으로 살아가는데, 상식적인 테두리 내에서의 생활은 무리가 없 다. 하지만 그리 발전하는 사회가 될 수는 없다. 사람은 불편한 것을 없애고 새로움을 추구하고, 도전하고 바꾼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 회가 변화하고 발전한다. 건축설계를 하는 나의 살아가는 모양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일을 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상 식이다. 하고 있는 일에 있어 전문성을 가지지만 대부분이 상식적인 내용으로 해결된다. 건축설계가 가지는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을 구성하는 행위는 전문가가 행하는 상식으로 정리된다. ‘건축을 푼다’라는 말을 가끔 쓰는데 이는 전문가 집단의 일반 상식에서 공간을 짜 맞추는 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사회는 점차 발전하여 정보화 시대, 데이터 축적의 시대가 되어 전문화된 지식의 많은 부분이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 되고 있다. 하물며 건축은 사람에게 가장 근접하여 사용되는 공간이기에 더욱더 많은 전문 지식이 노출된다. 이제 어떤 부분의 내용은 건축가보다 오히려 깊은 지식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졌다. 이제 건축가는 전문가나 예술가의 영역에서 일반인으로 바뀌는가? 그래서 가끔은 건축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상식을 모으면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다 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건축물은 상식적인 선에서 거주하고 사용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인가? 하지만 사람은 계속 변화하고 사회는 발전 한다. 그래서 건축은 요구에 앞서 제시가 되어야 하고 건축가는 상식을 넘어 상상으로 장소와 공간, 구조물을 만든다. 이것이 건축 전문 디자이너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상을 한다. 일반적으로 실현되지 않는 상상을 하지만, 건축가는 상상하는 공간을 실 현시키는 전문가이다. 상식을 바탕으로 상식이 상상을 구축한다.

101

wiDe Depth report

↑가구

가구 사무실에 가구가 필요했다. 1인용 탁자와 의자 2개는 손님용으로 필요했기에 주어진 기회에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도구는 물론, 직접 손질할 재료나 장소도 없었다. 마침 건축대전 전시회가 있어 제출할 전시대가 필요하였다. 두 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상상을 하였다. 할 수 있는 범위가 작아 아주 간단한 의자와 탁자 프레임을 만들었다. 매우 단순한 나무 판재 몇 장을 오리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이를 조합하는 것으로 전시대를 만들었다. 한정된 여건에 두 가지 효과를 노린 얄팍함과 소심함이 있었지만 의자와 탁자는 사무실에 번듯하게 놓여 있다.

모서리 집 주변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 교외의 작은 삼각형 땅에 건물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규모는 작으나 아래층 상가와 위층 주택의 3개 층으로 구성하였다. 대지의 삼각 모서리 앞에서 갈라지는 도로가 만나 모서리 지점이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모서리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대지 의 삼각형 형상을 분할하고 층별로 매스를 정리했다. 삼각 형태 안에서 면 분할을 하고, 주변 환경과 영향 요인들에 맞추어 면을 제거, 부


↑모서리 집

가하였다. 주거와 상가는 중간층을 투명하게 처리해 분리되도록 하였다. 모서리 부분은, 아래층에서는 삼각의 모서리 형태가 드러나도 록 하고, 위층에서는 외부 환경을 받아 주는 형태로 정리했다. 모서리는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서초빌딩 서울 도심은 대부분 콘크리트와 금속 외피, 유리로 마감된 박스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다. 도심 한복판, 박스 건물들 사이에 작은 땅은 그 나마 사다리꼴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전면에는 두 개 층 높이의 옹벽이 있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땅이다. 거기에 더하여 법적으로 제 한된 내용 때문에 건물이 반듯하게 올라가지 못하는 여건이었다. 모든 상황이 서야 할 건물을 옥죄는 듯이 보였다. 들어서는 건물은 일

만들었다. 이제 지하는 막힌 공간이 아닌 선큰을 통해 숨을 쉬는 곳으로, 도심의 작은 땅은 여유가 있는 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지아의갤러리 인왕산이 잘 보이는 대로변에 대지는 반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여건과 법의 제한에 의해 건물의 높이와 규모가 이미 박스 형태로 정해져 시작되는 프로젝트이다. 최대한의 면적을 요구하는 건축주의 바람으로 박스를 유지하고 외부에서 내부로 디자인의 방향 을 잡았다. 다행인 것은 건물의 기능이 작지만 갤러리를 겸한 패션 사옥이다. 외부의 환경과 건물이 가져야 할 기능들이 박스 내부로 관 입되고, 그 영향으로 내부 기능과 공간이 만들어진다. 각 층의 레벨마다 요구되는 조건들이 다르므로 조건들에 맞추어 필요한 개구부의 크기와 모양을 맞추고 외부 입면의 비례를 조정하였다. 내부는 외부 창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레벨을 조정하고 계단으로 연결하되 바닥 의 레벨을 달리하여 4차원의 끝없는 계단처럼 기능과 흥미가 더해지도록 하였다.

꿈의숲 문화센터 강북의 도심은 많은 부분이 낙후된 주거 밀집지역으로 시민들의 녹지와 문화 시설이 필요한 곳이다. 이곳 중심에 <북서울 꿈의숲>이 있 다. 공원은 높지 않은 산과 그 산으로 둘러 쌓인 평지로 구성되었다. 문화 센터는 산의 정상 못 미쳐 산의 사면에 걸쳐져 있다. 공원이 만 들어지기 전에 ‘드림랜드’라는 놀이 공원의 눈썰매장 자리이므로 상당한 경사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건축물 설계 시에 우선한 것 은 원래 있던 자연을 복구하도록 하는 것과 문화 시설이 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먼저 주가 되는 공연 장 몸통은 이미 훼손된 지형에 넣고 건물 상부 지붕면 자체가 지형을 이어 받아 자연과 사람의 흐름이 이어지도록 하였다. 아래쪽 건물 의 초입 부분은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넓은 장소를 만들되 인상적인 필로티 공간으로 그늘을 만들었다. 산자락에서 건물의 일부 가 튀어나온 듯이 보인다. 상부의 정점인 타워는 산책 동선의 마지막으로 땅에서 비스듬히 솟아오르는 형상으로 긴장감과 그 장소의 특 별함을 나타내지만, 주변에 거슬리지 않는 높이로 서 있다. 공원과 서울 전경이 사방에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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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왔다. 박스 건물들 사이에 이형의 형상을 만들었다. 거기에 바람이 다닐 수 있고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옥상 테라스와 1층 필로티를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단 숨을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미지를 상상하였다. 답답함을 떨치고 순풍에 돛을 달고 항해하는 배와 그 배의 동력이 되는 바람을 가


↑서초빌딩

↑지아의갤러리

몇몇 프로젝트의 작업들을 돌이켜 보면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과 상상으로 최종 결과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 프로젝트 별로 적용할 수 있는 상식을 모으고 잘 조합하여 전체를 구성한다. 여기에 좀 더 다른 상상을 하고 다른 상식을 더하면 일반 상식과는 좀 다르고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장소와 공간, 형태가 만들어진다. 좀 더 다른 상상을 더 하는 것이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 글 | 박유진(본지 발행위원, 시간건축 대표)

박유진은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AA School Graduate Design에서 수학했다.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소장을 거쳐 현재 ㈜건축사사무소 시간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건축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용인시 문화복지 행정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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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과 용인 여성회관으로 경기도 건축문화상을, 유니버시아드 레포츠센터로 대구광역시 건축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북서울꿈의숲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17>

헬베티카(Helvetica, 2007) &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 2009) M3* 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 감독

이 두 다큐멘터리는 2009년 디자인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영 화들이다. 영화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영 작품은 딱 이 두 편이었는데, 작년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의 상영 작품 은 6편이었다. 난 왠지 약자의 편에 눈길이 더 갔고, 디자 인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인지 동질감은 더욱 컸다. 그러나 영화의 편수와 무관하게 두 영화제 모두 평일까지 매진 행 진을 계속한 걸 보면 아마 확실한 특정 계층을 확보하고 있 는 듯하다. “디자인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영

(사진 2)

서 생활하는지 도입부터 리얼하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이 헬

한 소개말이다

베티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지? (사진 2)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화.” 네이버 검색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두 영화에 대

(사진 1)

<헬베티카>(서체의 이름.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할 것이 가 눈을 뜨고 잘 때까지 얼마나 많은 글자의 홍수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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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진 1)는 그 이름처럼 폰트(Font)에 대한 영화다. 우리 (사진 3)

* 자료의 분류를 위하여 서두에 다음과 같은 약어를 추가한다. 알파벳 다음의 숫자는 해당 꼭지의 일련 번호이다. A _ Architect : 건축가와 관련된 주제나 영화 / B _ Building : 건축물과 관련된 주제나 영화 / P _ Producer : 감독의 건축적 연관성을 언급한 영화 / D _ Documentary : 건축적 다큐멘터리 / C _ City : 미래 도시를 포함한 도시적 관점의 영화 / M _ Miscellaneous : 그밖 에 건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게 글자의 본래 목적이지만, 이미 글

고 보면 오히려 정확하다. 영화의 시작처럼, 알람 시계, 샤워

자는 그 목적을 넘어 디자인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기, 빗, 칫솔, 수도꼭지, 냉장고, 그릇, 수저, 커피포트…. 그

다. 그것이 바로 타이포그래피[typography]가 아닌가?

모든 것에 적용되는 디자인이고 그에 관한 영화다.(사진 6)

편집디자인이란 영역 안에서 수공예를 상징하던 인쇄, 식 자, 조판 같은 단어는 어느덧 컴퓨터로 상당 부분 대체하게

제품 디자인은 실생활에 적용될 때 기능적인 요구 사항을

된다. 타이포그래피는 인쇄 매체를 떠나 도시의 커뮤니케이

반영한다. 그것은 인체공학적인 편리성일 수도 있고 그렇지

션이 되었고, 기호학, 언어학, 수사학, 의미론의 범주까지 넓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대량생산과 연결되면 이윤이라는 자

어졌다.(사진 3)

본주의의 극히 당연한 원칙과 충돌할 수도 있다.(사진 7) 필자는 어떻게 작은 제품 하나의 디자인에 그렇게 많은 사

게리 허스트윗 감독은 “1957년, 한 스위스 디자이너가 만든

람들이 매달려 아이디어를 짜내고 또 실행에 옮기는지 궁

서체가 어떻게 반세기만에 전 세계 시각 문화의 주인공이

금하다. 아마 디자인 인큐베이터같은 선진국형 문화적 지

되었는가?” 라는 의문으로 영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감독의

원 체제가 있음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따라

말처럼 스위스의 디자이너 막스 미딩게(Max Miedinger)가

서 대학을 졸업하여 마음에 맞는 3~4명의 동료들이 큰 부

디자인한 헬베티카는 단순 명료하고 간결하며 뛰어난 가독

담 없이 창업하여 작은 업무서부터 그들의 캐리어를 시작

성으로 전 세계 각국의 문화 속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해 나가는 듯하다. 또한 이것이 디자인 강국이 되는 초석 이 아닐까?

(사진 4)

마이클 비럿, 폴라 샤허, 에릭 슈피커만 등 세계적인 디자이 너 70여 명이 출연하여 헬베티카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 라 다양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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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밝힌다.(사진 4)

(사진 5)

<오브젝티파이드> 역시 게리 허스트윗 감독의 2009년 작 품으로 산업디자인에 관한 따끈따끈한 다큐다.(사진 5) 산 업디자인이란 용어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 지 만나게 되는 우리 일상의 모든 제품에 대한 디자인이라

(사진 6)


영화는 일본의 여러 디자인과 디자이너 또한 빠트리지 않는

비, 카림 라시드, IDEO, 마크 뉴슨, 부훌렉 형제에 이르기

다. 디자인에 관한 한 몇 가지 브랜드만 봐도 일본을 인정하

까지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총 출연한다.(사진 9)

지 않을 순 없지만, 다른 나라는 다 괜찮은데 일본만 나오면 왜 평상시에도 없던 경쟁심이 느껴지는 건지…(사진 8)

.

(사진 10)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디자인에 대한 창의적인 생각을 소 유하고 있다는 말, 정말 재미있다.(사진 10) “내 스스로가 디자인 영화를 보고 싶어서 이 영화들을 만들 었다”라는 게리 허스트윗 감독. 디자인과 관련된 영화가 하나도 없어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사진 7, 8)

는 감독은 현재 디자인에 관한 3부작의 마지막 편을 촬영 중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야 하고, 좋은 디자인은 실용적이

이라고 하는데…. 다음은 감독의 인터뷰다.

야 하며, 좋은 디자인은 미학적이어야 합니다. 또 좋은 디자

“영화를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지 않았는지? 특히 전 세계

인은 제품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좋은 디자인은

의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다니려면 항공편도 만만치 않을 것

정직해야 하며 과하지 않고 겸손해야 합니다. 좋은 디자인

같은데?”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은 오래가야 하고, 그 디테일이 한결같아야 하며 환경 친화

“인터넷과 디지털의 도움이 컸다. 디지털로 제작해 비용을

적이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디자인은 조금 덜 디자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또 영화를 만들기 전에 ‘이런 영화를

인된 것입니다.”

만든다’라는 것을 웹사이트에 먼저 알리고, 또 포스터나 티 셔츠를 판매해 어느 정도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내가 영화를

구한다. 사실 이는 독립 음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물론 이전부터 해오던 인디 음악 관련 일 등 여러 곳에서 얻 은 수입을 투자했다. 이렇게 해서 거의 2년이 걸렸다. 일단 영화가 완성된 이후에는 <헬베티카>가 나의 크레디트 카드, 친구, 가족 같은 역할을 했다. 이 영화는 세계 각국의 디자인 (사진 9)

행사에서 상영되었고, 나 또한 초대되곤 했다. 그리고 그런 경우 이벤트 주최자가 항공료를 지불하므로 많은 마일리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변화된 디

를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일리지로 다시 <오브젝티

자인 문화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건 그들

파이드>를 촬영하며 다녔다. 아마 <오브젝티파이드>의 수

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관심이다. 내가 보기

익은 다음 영화를 만드는 데 쓰이지 않을까?”

엔 거의 대부분의 제품이 재생 가능한 재질로 만들어진 거 같은데…. 건축에 비하면 말이다. 환경을 이야기하고 그에

참고로, 디자인영화제는 안그라픽스 후원이었는데 역시

대한 책임을 생존에 대한 문제로 진지하게 논의하며 수명이

같은 출판사의 책『스위스 디자인여행』 ,『독일 디자인 여

짧은 제품은 일회용품에 비유하기도 한다.

행』,『네덜란드 디자인여행』,『유럽 디자인여행』과 일맥상 통한다. 또 디자인 영화로는 ‘I ♡ NY’으로 유명한 디자이

영화는 세계에 특정 마니아 층을 만들어 버린 애플의 아이

너 밀톤 크레이저에 대한 영화 <Milton : To Inform And

포드(iPod)와 아이맥(iMac)의 요나단 아이브를 비롯하여,

Delight>(2009)와 Kathryn Cho감독의 <Typecast>(2006)

많은 남자들이 열광하는 자동차 이야기의 주인공 BMW의

가 더 있다. ⓦ 글 | 강병국(본지 고정집필위원, 동우건축

크리스 뱅글, 브라운의 디터 람스, 헬라 용게리위스, 던 & 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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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관객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관객들에게 도움을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만들고 싶어 하는 것만큼이나 완성된 내 영화를 보고 싶어


<WIDE focus 07>

APAP2010, 현대 도시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웅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을이고, 상호 호혜적 관계를 맺

하지만 이들이 작품이란 점은 문제가 되는 것이기도 했다.

어가는 이웃의 형성이다. 인간이라는 생물적 존재의 생존

공공 공간 내에서 훼손된 작품은 망가졌어도 버릴 수는 없는

은 기본적으로 소통과 나눔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언어를

것이었고, 이들을 어떻게 처치할 것인가 하는 유지 관리는

사용하고 서로를 돌보는 마을을 가지고 협동함으로써 인류

골칫덩어리가 되기 시작했다. 마치 비어 있는 실들이 가득한

는 꽤 오랜 기간 지구상에서 잘 살아왔다.” (다시 마을이

지방 정부의 호화 청사와 함께, 적절한 운영 프로그램 없이

다. p.142)

건물만 덩그러니 존재하는 지역의 문화 시설들로 골머리를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의 얘기 속에서 몇 가지 위로와 함

앓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공공의 것은 모두의 것이기도 하

께 의구심을 느낀다. 인간의 지친 희망이 마을이라는 공간

지만,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것이라는 말처럼 공공이라는 대상

과 이웃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치유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과 프로젝트를 지속가능 하게 할 프로그램, 그리고 공공 프로

있다. 그리고 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

젝트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숙제로 남기고 있다.

107

wiDe Depth report

한 대안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위로를 받지만, 마을과 같이 자연발생적인 조절 원리를 거스를 수 밖에 없는 도시 건축

도시 공동체를 위한 프로그램

의 원죄를 묵도하는 상황에서 건축이 커뮤니티와 사회에 어

그러면서도 다시 APAP2010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은 비평가

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로서 기

이자 공공 미술가로 유명한 수잔 레이시의 작업 때문이다. 그

여는커녕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존재가 사회 갈등과 분열을

녀의 작업은 늘 사회적 이슈를 동반하고 있고, 타협이라는 방

조장하고 심화하는 이 상황에서 말이다. 모름지기 도시 계

법을 통해 오브제 아닌 것으로 시각화되는데, APAP2010에서

획과 건축이 포함되는 일련의 공공 문화 예술 프로젝트가

는 집과 가족이라는 구조에 국한되어 있는 일반적인 여성들

우리 삶의 질에 기여한다는 데에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는

의 지위를 ‘우리들의 방-안양 여성들의 수다’를 통해서 사진

이유가 있다. 그리고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10(Anyang

과 영상으로 대면하고 있다. 그와 유사한 CMP의 ‘불평 박물

Public Art Project 2010)이 시작되던 즈음, 공교롭게도 지

관’은 안양역 주변에서 시민들의 일상적인 불평에서부터 도

역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공공 문화 예술 프로젝트들은 도마

시 개발, 정치적 문제까지 다양한 불평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위를 오르내렸다. 올해 민선5기 정부들은 출범과 함께 바닥

안양이라는 도시에 남고 싶다거나, 혹은 떠나고 싶은 욕구들

난 재정 상태를 간증하는 것에서 급기야 모라토리엄 선언까

이 담긴 인터뷰는 도시에 살고 있는 개개인의 불평들이 무엇

지, 그 과정에서 공공 문화 예술 프로젝트의 실효성이 줄곧

인지 서로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현안이 무엇인지 알

제기되었고 APAP가 3회째 진행되는 안양시도 다를 바 없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안양 지역 3천여 명의 학생들과 사진

었던 것 같다.

작가들이 뉴타운 개발로 인해 잊혀질 만안구의 모습을 사진 으로 담은 ‘2010 만안의 이미지-기록과 기억’은 철거 직전의

그간의 APAP에 대한 비판적 평가

낡은 건물과 새로 개발된 고층아파트를 함께 담는 등 개발 현

물론 2005년 처음 시작된 APAP는 안양 유원지를 환경 정비

장의 모습을 절묘하게 담고 있다. 역시 안양대학교 학생들과

하는 차원에서 출발하였지만, 70여 명의 작가가 90점 가까

작가 테디 크루즈는 재개발로 철거되는 안양의 5개 지역을

이 작품을 설치해 안양예술공원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2007

대상으로 모형을 만들고, 재개발 예정 지역을 조명하기 위해

년 APAP는 평촌 신도시의 곳곳에 작품 45점을 전시함으로

석수시장을 찾는다(뉴 올드 만안 디자인 - 만안하세요?!). 이

써 예술을 일상 속으로 가져다 놓았다. 도심 공공 공간으로

전의 조형물이나 미술품으로 완성되었던 APAP와는 사뭇 다

이끌어낸 미술품들을 많은 이들이 장애 없이 향유하고 즐길

른, 기록과 인지의 작업들이다. 이들은 왜 이미 잘 알고 있고

수 있게 하여, 고급 예술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을 남

익숙한 자기 동네를 답사하고 기록하고, 그리고 사라질 삶과

기기도 했다.

일상의 터전에 대한 연민을 함께 기억에 담으려는 것인가.


관심을 끌었던 수잔 레이시의 작업과는 조금은 다른 각도로

이 이야기할 수 있는 동등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죠. ‘문화

진행되는, 김월식 작가의 ‘무늬만 커뮤니티’는 재활용품과

예술 거버넌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인데, 궁극적으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안양 석수시장에서 폐

‘사회적인 문화 자본’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자

지의 수거와 판매를 지원한다. 9개 팀의 작가로 구성된 오

목표입니다. 결국 사람이든, 공간이든 ‘사회적 문화 자본’을

동팀은 도시 재개발이 진행되는 박달2동의 동네 주민으로

갖춘 도시 구성 요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지속 가능한 도

서 빈 집에 새롭게 구조물을 설치하고 공간을 바꿔 나간다.

시 재생의 기반을 만드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물론

지역을 기반으로 작가들이 거주하며 진행하는 두 프로젝트

APAP2010은 그 첫 단추를 꿰보는 것이라 할 수 있고 문화

역시 결과물 보다는 주민과 작가의 차이를 좁히고 지역 기

예술 행위나 과정은 좋은 미디어가 되는 것이죠.”

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서 미국 작가 릭 로우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런데 이전 APAP가 남긴 과제들에 대한 APAP2010의 답

프로젝트 ‘Small Business Big Change’나 좀더 거시적인 관

은 여기에 있었다.

점에서 진행되는 한국도시연구소의 프로젝트 ‘지역의 사업 체를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연구’를 눈여겨볼 필

도시의 소외 공간과 주변인

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화 예술과 도시 재생의 거버넌

이러한 APAP2010의 방향에 대해 안양공공예술재단 예술

스를 건축의 스케일로 가져와, 운영 프로그램이나 적자 운

팀장 정소익 씨의 설명을 덧붙일 수 있을 것 같다. “도시 공

영에서 허덕이는 경기장이나 시장, 공항과 같은 공공 프로

공성에 기반하는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젝트로 확장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현대 도시에서 공공 예술 프로젝트

요. 그런데 사람들이 무관심하면 대중이라는 것은 없어요.

이러한 관심을 먼저 APAP2010의 안양 학운공원 일대 ‘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 관심을 갖게 하려다 보면, 우리가

동네’로 가져와 볼 수 있을 것이다. 대개 무형의 APAP2010

보지 못했던, 어쩌면 보지 않으려 했던 것들을 보게 되죠. 사

작업들이 공간적 구심을 갖는 곳이 ‘새동네’이기도 하고, ‘

실 나름대로 교육 수준이 있고 생활의 여유가 있는 중산층

새동네’에 들어서 있는 세 구조물들이 용도나 영구성에서

젊은 주부들은 동네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아요. 그런데 도

차이가 있지만, 모두 공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8개

시 재개발과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소외되고 또 나

의 컨테이너로 구성된 롯텍의 ‘오픈 스쿨’은 APAP2010의

중에 어려움을 많이 겪으실 분들은 정작 관심을 더 가지지

사무실, 프로젝트 팀과 참여하는 시민들을 위한 스튜디오

못해요. 결국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과 장소들, 그런 도시

지만, 적어도 구조물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지역 내 협회

요소들에 눈이 갈 수 밖에 없어요.

나 단체, 동호회에 관계없이 안양시민들이 어떤 용도로든지

우선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도

쓸 수 있는 공간이다. 납작한 구형 구조물인, 매스 스터디스

록 시작하려고 해요. 인지되지 않던 사람들, 드러나지 않았

의 ‘오픈 파빌리온’은 원형 스틸 파이프를 매듭 고리로 만

던 사물들, 소외되었던 공간들의 존재감과 자긍심을 회생

들어 엮은 벤치이자, 파빌리온의 중심을 바라보며 모여 앉

시키는 것에서 시작해서, 그냥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개체

을 수 있으니 미니 스타디움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커뮤니

가 아닌, 자신만의 존재감을 인지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같

티의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라움 라보어의 ‘오픈 하우스’

무늬만 커뮤니티, 김월식

오픈 파빌리온, 매스스터디스

108

공, 즉 공공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중이 있어야 하거든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사람들이나 커뮤니티와 맞닿게 됩니다. 그 대상이 되는 공


109

wiDe Depth report

오픈 스쿨, 롯텍

는 2.4×2.4m 모듈의 기본 공간들이 집합체를 이루는데, 작

가 되지 못하고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사용하지 못하면, 이

가 릭 로우와 서종규의 기업센터, 김월식의 재활용 자재를

해 관계가 없는 프로젝트들은 방치되기 마련이죠. 지역의

활용한 가구 제작 워크숍을 위한 목재 가게들이나, 수잔 레

재정이지만 결국은 각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으로 감당

이시의 ‘안양 여성들의 수다’가 이루어지는 우리들만의 방

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공간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일 경우

도 이곳이다. 인근 주민들이 겨울에도 식물을 기를 수 있는

더 심각할 수 있는 것이죠.

여러 채의 비닐하우스를 포함 다양한 공간에서 집단 농업을

현재 우리나라의 커뮤니티는 주변과 연계성이 없고 거주나

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정주의 개념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지역의 변

APAP2010 ‘새동네’의 PM을 담당하고 있는 프리그램의 이

화에 대해서는 나 자신과는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죠.

재준은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새동네’

특히 정주하지 않고 이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지역의 변

의 프로젝트들이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를 생각해 작가와

화에 무심할 수 있는 거에요. 반면 아파트로 형성된 신도심

주민, 그리고 안양시가 여러 차례 심포지엄과 강연들을 선

구조 체계에는 무엇인가 새롭게 들어가기가 어려워요. 땅도

행된 것들이지만, 재정적인 문제나 시간상의 이유로 타협된

없을뿐더러 아파트 입주자회 같이 이미 강력하게 형성된 집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위 우리 동네라고 하

단체가 있거든요. 결국 한국의 현대 도시에서 문제는 이들

는 기존의 도시 체계에 무엇인가가 들어오려 할 때, 기존의

의 이해관계에서 발생한 갈등으로부터 어떻게 공감대를 만

사람들을 무시한 채 들어온다면 그것은 이물질이 될 수 밖

들 수 있는냐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주고 받는

에 없을 거에요. 그러자면 당연히 들어오기 전에 물어보고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 필요한 거죠.”

동의를 구해야겠죠. 문제는 셋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경

결국 APAP2010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는 잘 ‘보이지

우, 혹은 둘만 같고 하나가 다를 경우, 셋의 관계는 틈이 만

않는’ 단면을 압축적으로 말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문

들어지는 거죠. 엄밀하게 얘기하면 그런 상황에서는 무엇인

화 예술 프로젝트로서 APAP2010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

가가 새롭게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모두가 동

을 구한다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안양이라는 지역을 한 번

의를 한 상태라야 서로한테 도움이 시작될 수 있는 거죠. 국

둘러보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와 자신과 이웃의

내 대부분의 공공 문화 예술 프로젝트들이 그러질 못해요.

삶, 그리고 공간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혹시 마을이나 동네

그래서 불거지는 이질적 문화적 ‘이식’을 생각지 않을 수 없

에서 희망이나 위안을 얻고자 했다면 더더욱 말이다. ⓦ 글

어요. 결국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

| 강권정예(본지 객원기자)


<WIDE focus 08>

2010 SAKIA Summer School 참가기

흥적인 팀원들의 아이디어가 기발하였다. 어려운 주제이지

이어 영국 AA스쿨과 공동 주관으로 국제 워크숍을 진행하

만, 어떻게 보면 가볍고 쉽게 다가가는 방식이 가장 학생다

고 있다. 2회를 맞는 올해의 SAKIA SUMMER SCHOOL

운 출발이라고 생각되었다. 그것은 필자가 유니트 1의 작업

은 8일간의 짧은 일정 동안 AA스쿨 튜터와 한국인 튜터가

에 함께 동행하기로 한 이유가 됐다.

함께 팀을 이뤄 각 유니트(unit)를 이끄는 형태로 진행되었

UNIT 1은 AA스쿨의 전체 디렉터 PETER W. Ferretto 의

다. 나주 영산강 대지 답사 후 대전대학교에서 작업이 이루

지도 하에 작업이 진행되었다. 나주 동신대 손승광 교수의

어졌는데, 대주제(Public River Interfaces)에 대한 유니트

렉처 이후 숙소로 돌아와 아이디어 도출 작업을 시작하였는

별 소주제로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필품을 가지고 가장 먼저

접근하기 때문에 대안 제시를 위한 진행 과정 또한 자율적

물에 뜰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이다. 따라서 팀 안에서 도출되는 결과물 수가 다르고 표현

컨셉트 모델(1인이 탈 수 있는 기구)을 시작으로 나주 구

방식도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8일간의 과정 중에는 튜터들

시가지 근처 하천에서 예닐곱 가지의 실험을 해본 후, 스

의 렉처(lecture) 시간이 있었는데, 이 시간을 통해 여러 가

케일을 더 키워 작업을 진행하였다. 여럿이서 함께 즐길 수

지 새로운 방향의 건축을 접할 기회가 주어졌다. 마지막 전

있는 베슬(vessel)로 컨셉트가 확대되었고, 물 위에서의 집

체 크리틱에서는 대안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단 놀이, 드래곤 파이트(Dragon Fight, 물 위에서의 차전놀

올해의 주제는 Public River Interfaces로, 도시와 마주하

이)로서 새로운 의미의 베슬이 되었다. 모델을 가지고 하나

는 강과 강의 들녘과 역사도시를 되살리는 데 요구되는 대

의 영상을 만들던 중, 물 위에서 차전놀이를 보여 주는 장

안들을 제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강이라는 물

면에 출연하기도 했다. 뜻밖의 일이었지만, 어느 샌가 사람

성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멀리하기도 한다. 우리

들과 함께 물 위에서의 놀이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의 일상 속에서 물길이 지닌 의미는 공간형태학적 구분 이

수 있었다.

상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역사를 기억하는 발자취이자 미

이후 유니트 내에서 블랙과 화이트로 다시 팀이 나눠졌고

래의 시작점이다.

부력에 강한 생필품으로 각각 모델을 만들었는데, 그 모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대규모 국가사업 정책인 나

들은 물 위의 경기에서 손색이 없는 듯했다. 함께 물을 즐기

주 영산강 생태하천사업(승촌보와 죽산보의 건설)을 뒷받

고 하나가 된다는 측면에서, 전통놀이인 차전놀이는 베슬로

침하는 지방자치개발사업이 나주 구시가지와 영산포 살리

서 성공적이었다.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얻은

기이다. 물질적으로 큰 규모의 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소규모

많은 이미지와 컨셉트 메이킹,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에

사업에 가까운 나주 구시가지 재생과 영산포 살리기는 그만

대한 고찰, 극적인 표현을 위해 영상으로 보여준 결과물과

큼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고

1:1 스케일의 모델 등은 8일 간 여정의 집대성이었다.

다양한 제시가 가능하다. SAKIA를 찾는 이유 유니트 1에서의 경험

외부 워크숍은 학교의 설계 수업과 다른 방식으로 자유로운

5명에서 10명 이내의 팀원으로 총 6개의 유니트로 나뉘었는

상상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끌어내며 도시와 건축의 사회

데, 각 팀들은 튜터에 따라 진행 방식이 달랐다. 하나의 장

적 문제에 접근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접

치로 대안을 찾거나, 지속적인 토의와 강의를 통해 자료를

근 방식과 창의적인 사고,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학교 밖의

수집하고 개인별 대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유니트 안에서

세계와 소통하는 발걸음이기도 하다. 보통 학교 안에서 많

또다시 2인 1조가 되어 필름이나 모델을 만드는 경우도 있

은 시간을 보내는 건축학과 학생은 먼저 발을 내딛지 않으

었다. 그 중 유니트 1은 모든 의사소통을 영어로 하였고, 즉

면 외부와의 소통과 교류가 힘들 수 밖에 없다. 참가 학생

110

한국건축가협회 부설 한국건축가학교 SAKIA는 지난해에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유니트1의 작업 모습


대부분은 SAKIA를 찾은 이유로 학교 밖에서의 새로운 교

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물론 새로운 방식에 대한 생소함,

육 방식을 경험해 보고 싶었고 건축을 공부하는 다른 이들

영어로 전달하는 의사 소통의 어려움 등이 있을 수도 있겠

을 만나 보고 싶었다는 것을 들었다. 더군다나 세계에서 높

다. 하지만 배우는 학생들에겐 이 또한 하나의 즐거운 경험

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는 AA스쿨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워

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글 | 이지선(본지 인턴 기자, 전북

크숍이기 때문에 뭔가 다른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데는 의심

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예를 들어, 1조의 주제는 ‘vessel’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과연 건물을 만드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혹은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vessel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주제와 재료를 정하고 만들면서 겪었던 시행착오 뒤에 결국 건물 이라는 것은 사람을 위한 것이고 vessel도 건물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AA외국인 튜터들과의 의사소통이 조금 어려워 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거예요. 유니트 간 교류가 없었던 것도 아쉬운 점이고요. 다른 유니트에서 어떤 작업을 어떻 게 진행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지는 못했거든요.    ¤ 올해 주제와 사이트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 한강 르네상스처럼 강물과의 단절에 관한 주제였고, 결과물들 을 봤을 때 그것들은 나주 영산강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른 강에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 동안의 긴 일정을 잡아 답사를 다녀왔는데 경비의 상당한 부분을 투자해 서 다녀온 것이 의미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불만인 사람들 도 많았습니다.   ↑유니트4의 이미지와 동영상 전시

¤ 이번 섬머 스쿨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였나요? 좋았던 점, 아

참가 학생과의 인터뷰: 김민(UNIT 1, 성균관대)

쉬웠던 점이 있었다면요?

111

wiDe Depth report

• 설계는 항상 힘들다고 느꼈는데 즐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 SAKIA SUMMER SCHOOL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

역시 다른 사람들의 재미있는 생각과 경험을 접할 수 있어서 참여

가요?

한 보람을 느낍니다.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설계 방법도 배울 수

• 타학교 교수님과 학생들과의 경험이 설계하는 데 있어 도움이

있어서 즐거웠고요.

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또한 겨울 학기와 다르게 AA교수님들께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팀원들과 의견 조율 하는

배울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것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결국 다른 학교 건축과 친구들과 친해지 게 되었다는 것이, 앞으로 사회에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될 친구

¤ AA스쿨과 함께 한 일주일의 작업은 어떠했나요?

들을 만난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워크숍이 끝나고도 계속 모

• AA스쿨의 1학년 학생들은 건물 설계를 하지 않고 다른 다양한

일 것 같아요.

재료와 방법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본다던데, SAKIA에

생각보다 경비는 많이 들었습니다. 재료비나 식비 등을 고려한다

서 이 방식을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학교에서 늘

면 60만원 +α인데 학생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라 부담되는 편이

하던 방식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고정된 방법이 아닌 다른 방

에요. 또한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더라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

법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요. 결론에 이르는 다양한 방

었을 텐데, 다른 유니트 사람들과 더 많은 교류의 기회를 놓친 것

법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 아쉽습니다.


<주택 계획안 100선 16>

임지택의 두포리 주택 + 밤톨 어린이 문화마을

1호 주택 HAUS I 대지 위치: 경기도 파주시 파평읍 두포리 산55 대지 면적: 4,313㎡ 건축 면적: 136.28㎡ 연면적: 215.08㎡ 건폐율: 3.16% 용적률: 4.64%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외부 마감: 목재, 노출 콘크리트 내부 마감: 타일, 페인트, 온돌마루, 벽지

5호 주택 HAUS V 대지 위치: 경기도 파주시 파평읍 두포리 산55 대지 면적: 4,313㎡ 건축 면적: 128.97㎡ 연면적: 117.02㎡ 건폐율: 2.99% 용적률: 2.37% 규모: 지하 1층, 지상 1층 외부 마감: 목재, 노출 콘크리트

이창만, 김학로, 도승아, 박계정, 정상경, 유혜연, 안유미, 이광진 ↑콘크리트 개념 모델

이 주택들의 설계는 두포리 ‘어린이 문화마을’ 계획의 일부로서 시작되었다. 동호인의 성격으로 모인 일곱 가구가 자연 속에서 목공, 한 지, 도자기 등의 7가지 공방과 ‘어린이 숲 속 도서관’을 포함한 어린이 문화 체험 마을을 운영하고자 땅을 구입하고 건축가 3명을 초청 해 설계를 맡겼다. 크고 작은 바위와 오래된 밤나무가 가득한 터의 이름을 따 ‘밤톨 어린이 문화마을’이라 이름을 지었고, 주거지가 들어갈 지형에 최소한 의 변형을 가해 부지를 조성하게 되었다. 마을의 시설들은 크게 두 가지로, 어린이 체험 교실을 포함한 ‘공방’과 ‘어린이 도서관’인 공동 시설과 자연 속 삶을 담을 사적 영역인 주택들이다. 무수히 많은 회의와 공동 답사를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면서 마을의 컨셉트를 하나 씩 만들어 나갔으며, 공동 작업을 통해 부지 전체의 공공 공간, 공공 시설의 배치와 구조, 재료 등에 관한 최소한의 규약들이 결정되었다. 여러 단계에 걸치면서 마스터 플랜은 단순하고 명료하게 결정되었으며, 경사 대지의 높은 곳에는 두 채의 주택을 배치하고, 낮은 곳은 공 방과 도서관을 배치하였다. 그리고 개별 주택은 각각 게스트 하우스와 명확한 경계 없이 이웃과 면하는 마당을 두었다.

임지택은 1965년 서울 생. 독일 국가공인건축사. 현재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건축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독일 국립 베 를린 공과대학교 건축대학(Technische Universitaet Berlin)을 졸업하고 (주)이애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작업을 해 왔다. 도시 설계와 도시 건축 에 기반한 텍토닉적 건축을 추구하며, 주요 작품으로는 양평 대심리 주택 1, 남해 편백 청소년 수련원, 녹번동 주택 I, II, 포천 아트벨리 교육 전시관, 판 교 넥서스 빌딩 등이 있다. 그 외 다수의 외부 환경 관련 계획안이 있으며 화성 동탄 시범지구 도시설계에 당선된 바 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제 2 회 ‘젊은 건축가 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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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담당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내부 마감: 타일, 페인트, 온돌마루, 벽지


Two Families & Two Lifestyles

introverted

extroverted

HAUS V

HAUS I

NEIGHBORHOOD

wiDe Depth report

1st phase

1st phase

2nd phase

113

2nd phase

final

↑단계별 프로젝트 진행 과정

final

final


↑ 대지 남측 전경 ← 배치도

이웃 내가 설계를 맡은 주택은 도로를 중심으로 경사지의 위와 아래에 연속적으로 놓인 두 개의 필지 위에 들어서게 된다. 자연 속에 들어가 는 전원 주택으로서, 도시에서와 같은 긴밀하고 예민한 이웃과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기보다는 하나의 건물처럼 유기적 관계를 갖는 주 택이 되길 의도했다. 여기서 두 개의 전략이 사용되었는데, 하나는 평면을 이용한 배치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경사지를 최대한 활용한 단면 계획이다.

또 이 밴드들은 크게 2개의 영역으로 구분되며, 윗집과 아랫집이 각각 6개, 5개의 밴드 위에 계획되었다. 이중 가운데 밴드는 두 채의 주 택이 겹치는 곳에 위치하여, 이 두 채의 집은 하나의 질서 체계 속에 있게 된다. 서로 엇갈린 두 개의 영역은 서로의 대지 흐름을 막지 않 고 열어 두게 하여, 주택의 평면들이 자연으로 최대한 열리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단면 전략은 기존의 경사를 최대한 이용하여 지세를 강조하고 순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 서 전략보다 조금 덜 인위적이다. 윗 집은 매스를 들어올리면서 평균보다 한 층 높은 곳에 위치하며, 아랫집은 경사의 순 방향으로 대지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이 전략은 약 5개 층에 해당하는 높이 차를 만들어 내었고, 이는 두 주택 간의 사적 간섭이 거의 없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 엇갈린 2개의 영역과 5개의 공공 밴드, 그리고 수직적 분리 배치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자연을 매개로 한 조화로운 이웃과의 삶을 지원할 것이다. 주택 계획 가족에 대한 본질적인 성격을 정의하는 과정과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에 대한 추상적 고찰로 주택 설계가 시작되었다. 주택을 규정 하는 과정에서 ‘순수한 공간’이 주변 세계와 거주자의 세계를 직, 간접적으로 연결하고, 공간 위계와 경계를 드러냄으로써 ‘연결’과 ‘분 리’의 고리 사이로 자연을 침투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었고, 이 주택에서 계획의 주관심사가 되었다. 주택은 새로운 장소에 대한 이미지와 개인의 기억을 추상적으로 결합하고 조직하여 거주자에게 장소의 총체성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다. 정주 개념을 설명하는 ‘세계는 인간이 거주하는 집이다’라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장소란 구체적 재질과 형상을 갖는 사물과 물질의 세계에 개인의 실존적 문제를 투영한 것으로서, 무엇보다도 거주와 정주를 통해 장소성이 더욱 잘 드러나야 한다고 보았다. 일상의 다양 한 현상들이 드러나고 생성되는 곳으로서 주거 공간, 변화된 환경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거주자 스스로 장소를 만들어 나가는 무대로 서의 주택, 이러한 단순한 생각은 두 개의 주택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설계 개념이 되었다. Haus I 이 주택은 대지의 가장 높은 곳 남쪽 상단에 위치한다. 건축주는 배우로서 외부의 활동과 사회적 접촉이 많은 유명인이고 따라서 사적 공간과 게스트를 고려한 공적 공간으로 명확한 구분을 갖게 되었다. 경사를 이용한 지하를 기단 삼아 주 거실 공간을 한 층 들어올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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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관통하여 자연의 풍경이 지나가는 ‘열린 밴드’가 되도록 계획하였다. 이 ‘열린 밴드’는 두 채의 주택에 공동으로 적용된 것이다.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평면적 전략은 먼저 대지를 동서 방향으로 10개의 다양한 넓이를 갖는 수직 밴드(band)로 나누었다. 그리고 5개의 공공 밴드를 정하고,


↑1호 주택 1층 평면도

하늘마당 진입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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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주택 진입 동선

↑1호 주택 모델 1, 2

↑1호 주택 단면 스케치


↑5호 주택 1단계 남동측 뷰

↑5호 주택 1단계 진입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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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주택 1단계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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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주택 1단계 1층 평면도

← 5호 주택 2단계 모형


← 5호 주택 2단계 1층 평면도와 단면 스케치

며, 남쪽으로 최대한 열고 지형의 흐름대로 동쪽을 지향하는 형태를 구성하였다. 배우가 갖는 내면과 외면 세계의 이중성을 공간의 이중성으로 건축화하기 위해, 주택의 구성은 크게 두 가지 원칙을 조합하는 데에서 출 발하였다. 첫째는 음양의 구성처럼 주택의 단순 기하학적 매스가 대지의 반을 차지하고 보이지 않는 ‘허’의 부분이 정확하게 나머지를 채우며, 그 사이를 입체적으로 내, 외부를 직조하듯이 사이 공간이 관통하도록 하여 자연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둘째, 열린 공공 영역인 1층은 닫힌 구조로 계획하고, 사적 영역은 외부 지향적 형태를 만들었다. 이 두 가지 원칙으로 공간은 자연과 건축 사이에서 끝없이 순 회/진동하며 그에 따라 열린 공공의 영역과 내밀한 사적 영역이 분리와 통합을 반복한다. 거주자는 자연과 건축 공간 사이의 순회 속에 서 사회 생활과 가정 생활의 조화로운 이중 나선적 구조를 직, 간접적으로 일상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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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us V 이 주택은 상대적으로 가족 구성이 단출했다. 가장인 ‘워킹 맘’과 막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들, 두 모자가 살 집이었다. 앞으로 고려해야 할 생활의 변화가 할머니를 모시게 될 때의 공간 변화 정도여서, 상대적으로 공간 요구 조건이 단순했다. 이미 아파트에 길들여진 가족 의 일상이 매우 단순해서 앞으로 가족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일상을 하나씩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공간적 경험이 다양하 고 풍부할 수 있도록 설계의 주안점을 정했다. 이 주택의 핵심적인 성격은 내밀함이다. 이웃과 열린 관계를 위해 내밀한 개인적 삶을 보장해 주는 극단적인 공간 장치로서, 많은 시간을 이웃과 함께 하는 주인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공간 배치는 닫혀 있도록 했다. 첫 번째 내밀한 공간은 지붕의 중정 데크로서 남, 북, 서쪽 3면이 둘러싸인 외부 공간이다. 남측은 대지의 경사에 따라 동쪽으로 점차 열리는 구조로 되어 있어 데크에 충분한 채광과 전 망을 줄 수 있으며, 동시에 완벽하게 외부로부터의 시선에 보호되도록 설계되었다. 데크와 직접 면한 서재와 아이의 공부방은 거주자가 자연의 풍경 속에서 독서를 통해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매우 ‘선’ 적인 공간이다. 고창이 있는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공간은 주택 공간의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이다. 이 주택이 내부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이며, 사선으로 이루어진 형태에 의해 이용 자는 지형의 변곡되는 힘을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일상의 공간과 환경이 하나가 되는 매우 중요한 공간적 장치이다.


와 유사한 ‘말린(Spiral) 구조’로, 동선으로 연결된 단위 공간들의 응축과 확장을 통해 거주자가 외부와의 만남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주택의 동선과 형태는 대지의 힘에 따라 미묘하게 비틀리고 ‘열림’과 ‘닫힘’을 반복한다. 지속적인 이동을 통한 선 형적 공간들과 단위 공간들, 그리고 단위 공간들의 틈은 일상과 자연, 예기치 않은 순간과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연속된 풍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주택은 대지의 형세가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 속에서 반복된 일상들이 임의적이고 우연적으로 펼쳐지는 ‘자연 속의 쉘 터(shelt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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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의 안방 또한 다른 방식의 닫힌 구조이며 욕실과 안방 사이의 ‘광정(Lichthof)’만이 외부와 직접 연결된다. 전체 공간은 앵무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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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주택 외부 투시도


전진삼 발행인의 < WideAN(Architecture Network)*Club 리포트 02 >

삼협종합건설(주) 시공 사례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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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HYUB Construction』 발간

함성호 시인·건축가,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스카우트되다?

작가주의 경향의 건축가들 사이에

한동안 공중파 방송에서 ‘함성

서 김연흥(삼협종합건설, 사진) 대

호의 수작’이라는 문화마당의

표는 만나고 싶은 시공인으로 손

전문MC로 활약하던 함성호 소

꼽히는 분입니다. 다른 시공 회사

장(사진)이 이제는 테이크아웃

와 다르게 삼협의 차별화 전략은

드로잉 한남동점의 공간 디렉

독특한 장인 정신과 선도적인 시

터로 나선다고 합니다. 9월 초하루 오후 4시, 본지 편집실로 찾

공 기술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습

아온 그를 만났습니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미술 작업하는 최소

니다. 1992년 8월 15일 설립하여

연 대표에 의해 강남에서의 오픈을 필두로, 대학로 아르코점과 성

올해로 18년째를 맞이하였군요.

북동점을 연이어 오픈하며 ‘동네-카페-미술관’의 복합체로서 자

국내 노출 콘크리트 시공의 선도 업체이며, 노후성(코르텐) 강판

리매김해왔습니다. 그들이 이번엔 이태원 꼼데가르송길(제일기

시공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기까지 공간그룹 출신의 장세양,

획에서 6호선 한강진역으로 이어지는 650여 미터의 길, 최근 일

승효상 등 명망 있는 건축가들과의 인연이 토대를 이루었다고 보

본 명품 브랜드 ‘꼼데가르송’의 대형 단독 매장이 들어서면서 20

면 틀림이 없습니다. 웰콤시티(승효상 설계, 2007 이달의 건축환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애칭으로 불려진다죠.)에 한남동점을 열

경문화 선정작, 200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공간 원서동 신

고는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을 디렉터로 함 소장을 위촉, 운영을

사옥(장세양 설계, 1998 한국건축가협회상), 안양 천사유치원(이

위탁한 것입니다. 그는 전시와 공연은 기본 메뉴로, 건축이 중심

민+손진 설계, 2004년 한국건축가협회상), 화도 수백당(승효상 설

에 서는 특화된 강의와 세상이 필요로 하는 정책 연구 등을 포괄

계, 2000년 한국건축가협회상), 학동 수졸당(승효상 설계, 1993,

하는 아지트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인문학 강의가 붐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등 우리 현대 건축의 역작들이 삼협 기술

을 타고 있는 작금의 수상한 시절에 함 소장도 적당히 한 다리 걸

진의 손을 통해 탄생하였습니다. 작품집에는 각종 건축상 수상작

치려나 보다 했는데 내용을 듣고 보니 조금은 달라서 안심했습니

을 필두로 병원, 오피스, 문화 공간 및 주택으로 구분하여 총 48점

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일명 백하서사(白下書舍)의 <건축을 위

의 주요 시공 사례가 소개되어 있네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한 인문학 강좌>는 다음과 같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건축

최선을 다하여 노력한다’는 김 대표는 건축·건설 시장의 분위기

기호학> 강의, △건축과 미술의 새로움, △건축과 현대음악의 대

가 침체 일로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장인 정신의 각인이 필요할 때

화, △공간의 역사 - 건축과 현대물리학, 그리고 미술 △조선유학

라고 강조했습니다. IMF 외환 위기의 시절에도 흔들림 없이 오히

사를 통해 본 한옥, △건축저널리즘 강의, △한문강독 - 퇴계의 <

려 크게 성장 했다는 그의 말에서 삼협의 비전을 읽는 것은 어려움

도산잡영기>를 통한 경전(經典)의 이해, △기하학의 역사 - 건축

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만의 고충도 없진 않습니다. ‘삼협이 공

과 수학의 발전. 내용인 즉 ‘건축이 길이다’라는 의지를 엿볼 수 있

사하면 비싸다’ ‘삼협은 큰 규모만 공사한다’ 등등 사실과 다르게

었습니다. <와이드AR>도 함 소장이 하는 일을 적극 거들기로 하

왜곡된 외부 평가에 대해서 말이지요. 그래서 금번 작품집의 발간

였습니다. 당장은 홍보의 일부분을 소화하고 항차는 콘텐츠 기획

을 계기로 삼협 안팎의 인상비평을 말끔히 씻어낼 의지를 다지고

과 운용에 동참키로 한 것이지요. 예상컨대 함 소장의 테이크아웃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대표는 금번 발간한 작품집을 ‘통’하여

드로잉 한남동점은 작지만 강한 건축인문학의 커뮤니티를 만들게

디자인으로 ‘통’하는 젊은 건축가들과의 만남을 내심 기대하고 있

될 것 같습니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측

습니다. 지금 당장 삼협의 김연흥 대표와 전화로 ‘통’해 보시기를.           

으로부터 공간과 제반 기자재 지원 외엔 함 소장과 커뮤니티 친구 들이 사업 관련 살림을 몽땅 책임져야 한답니다. 수익 구조를 만 들어야 한다네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0월 이후, 함성호 시 인·건축가와의 만남을 필요로 하는 분들은 테이크아웃드로잉 한 남동점을 찾으시지요.   지금까지 WideAN*Club의 전진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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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있는 근작 02>

요즘 강원도 영월은 박물관 고을로 불린다. 2005년 8개였 던 박물관은 이제 20여 개를 훌쩍 넘어 섰고 연간 유료 관광

임근배의 영월 아프리카미술박물관

객도 100만 명을 돌파했다. 김삿갓면은 그러한 박물관들이 모여 있는 영월 지역의 하나로 하동장승공원, 묵산미술관, 조선민화박물관, 호안다구박물관, 김삿갓 문학관 등이 하나 의 문화 벨트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2009년 5월, 이곳의 초 입에 원뿔형 구조물과 얼룩말 무늬를 가진 재미있는 건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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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잡아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임근배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극동건설에서 근무했다. 동우건축에서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그림건축사사무소 대표로 활동 중 이다. 주요 작품으로 서울대교구 상암동 성당, 인천교구 송도국제도시 한국순교자 성당, 수원교구 인계동 성당,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여주분원, 장성 성글라라 수도원, 토지문화관, 연세대학교 동문회관, 노틀담수녀회 오산노인요양원 등이 있다.


영월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은 폐교를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 예이다. 별다른 기록 없이 여러 번 덧댄 흔적만이 남은 두 칸 규모의 건물을 군의 한정된 지원 예산으로 새롭게 변신시키는 일은 누가 봐도 녹록하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분위기가 물씬 나고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끄는 박물관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림건축의 임근배 대표는 이 박물관의 수장인 조명행 관 장과 외도 보타니아의 최호숙 대표(그녀는 얼마 전 탄자니아 마콘데 부족의 목공예품들로 이 박물관 개관 1주년 기념전을 치르고 전시 품들을 기증했다) 등과 논의를 거쳐 기존 건물은 거의 유지하고 얼룩말 무늬의 외피를 뒤집어 씌우는 것으로 리모델링 방향을 정했다. “유공 철판에 실제 얼룩말 무늬를 페인트로 칠한 거예요. 엉덩이 부분에 해당하는 모서리는 자연스럽게 둥글리고, 북측 면 외벽도 엉덩 이 무늬 그대로 그려 넣었지요. 얼룩말 꼬리를 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요.(웃음)” 대신 이 위트 넘치는 건축가는 교실 옆의 식당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아프리카 집 모양의 원뿔형 건물을 세우게 됨으로써 이 박물관 이 얻게 된 이야깃거리를 들려주었다. “얼룩말이 초가집에 얼굴을 들이밀고 뭔가를 하는 모습이지 않나요? 집 안에 고개를 집어 넣고 물 을 마시는 것일 수도 있고, 집안을 둘러 보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집안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원뿔형 건물의 고깔 형 태는 저 멀리 보이는 산의 모양과도 잘 어우러지도록 디자인됐다. 아프리카 문화가 담긴 건축이지만 우리 땅에 지어지는 건축이니만큼 낯설지 않아야 한다는 의도에서다. 결국 아프리카 집과 얼룩말의 조화로 영월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은 인근 고씨 동굴로 향하는 다리 위 를 비롯하여 근처 어디서 봐도 친근하고 돋보이는 존재가 됐다.

전시장 입구인 원뿔형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스파이럴(spiral) 계단을 가진 다목적 홀과 마주하게 된다. 이런 정도 규모의 박물관/미술관 은 대체로 안내데스크를 지나면 곧장 전시 순로로 이어지게 마련인데, 이곳은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야외 데 크와 연결되어 있고, 또 대형 포스터를 걸어 놓을 수 있을 만큼 천장고도 높아 제법 여유가 있다. 전시 순로는, 홀을 지나 장신구, 가면, 공예품 등이 전시된 1층 상설전시실을 관람하고 기존 계단을 이용하여 2층 기획전시실의 전시와 각국 주한 아프리카대사관의 출품 전시물을 감상하고 나면 스파이럴 계단을 통해 다시 1층으로 내려오게 되는 형식이다. 전시가 끝나는 2층의 복도 끝에 스파이럴 계단을 매단 이유도 이처럼 한번에 돌아나올 수 있는 전시 동선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복도와 기획전시실은 전시 관람을 하는 동안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이다. 라멘 구조가 아닌 조적식이어서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복도는 옛 시골 학교의 정취가 그대로 묻어 난다. 그것은 아마도 여닫을 수 있는 루버 창을 통해 따뜻한 빛과 신선한 공기가 드나들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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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일 것이다. “박물관은 빛과 습도 조절이 중요합니다. 더욱이 이곳은 나무로 만든 전시품들이 많아서 습도에 굉장히 민감하지요.

상설전시실


↑1, 2층 평면도

하지만 보통 박물관 건축에서 하듯이 외부를 완전히 차단하고 빛과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차라리 복도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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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개폐 가능한 루버 창을 덧대고 뒤편의 창문을 여닫게 함으로써 햇빛을 사용하고 공기를 조절하는 편이 낫겠다, 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어떻게 보면 현실적으로 손쉬운 방법을 찾은 거예요.” 사진 전시 중인 기획전시실은 2층 복도 끝에 있는 공간으로 기존 건물에 새로 덧붙여진 부분이다. 1층은 수장고로, 2층은 다목적실로 계 획되어 처음부터 창을 냈는데, 지금과 같이 전시실로 쓰일 경우를 대비해 커다란 슬라이딩 도어를 덧대었다. 사진 작품들과 잘 어울리는 따뜻하고 밝은 느낌의 공간과, 벽에 앙증맞게 붙은 작은 곤충이 이곳이 소박하고 정겨운 영월의 박물관임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현재 박물관 주변은 잔디만 심겨진 상태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아프리카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체험관이 들어서고 그 뒤쪽으로 아프리 카 춤과 공연을 위한 야외 무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것은 조명행 관장의 오랜 꿈이기도 한데, 임근배 대표는 그것과 관련하 여 건축가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건축은 목적이 아니죠. 그릇이고 수단이에요. 거기에 담길 내용을 최소한의 행위로 살 려 주는 것이 건축하는 목적이 아닐까요? 그래서 건축은 건축주의 꿈과 닮아 있는 겁니다. 건축가는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부터 건축주 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일 테고요.” 실제로 이 박물관의 건축가와 건축주는 대화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서로 무 엇을 생각하는지 교감하면서 집을 완성시켰다. 루버 창을 비롯하여 여러 부분에서 조명행 관장의 아이디어가 반영되었고, 지금도 여전 히 그가 손수 집을 닦고 고친다.


부산의 재한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을 역임하면서 한국아프리카협회 회장, 한중남미협회 상근 부회장 등의 활동을 통해 남미·아프리 카 대륙의 민간 외교를 지속해 왔다. 지금도 여전히 한칠레협회에 관여하며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공관장을 지낼 당시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것을 기꺼워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오지 부족의 가면이나 조각, 장신구 같은 미술품을 수집하기 위해 시 간을 들이고 발품을 판 결과가 오늘 이 박물관을 있게 했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단한 전시품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데 충분히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자체의 의미나 상징, 기능은 물 론 그들의 관념, 소망, 풍습을 드러내는 전시품들로 아프리카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지요.” 생동감 넘치 는 흑단 나무와, 호박과 상아 등으로 만든 조각물, 장신구, 동물 형상의 마스크에서 노예 거래에 얽힌 그들의 슬픈 역사와 우상적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그들의 소망이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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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의 조명행 관장은 주앵커리지 총영사, 주나이지리아 대사, 주칠레 대사 등 세 번의 공관장을 지내고, 귀국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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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홀


↑(맨 위)복도, (왼쪽 아래)기획전시실

조명행 관장이 말하는 아프리카 미술은 원초적인 인간의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생명력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그들의 정신세계를 고 스란히 드러내고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전시장 초입에서 유독 눈에 띄는 비너스상과 아프리카 여인상의 대비도, 무엇이 더 아름다운 지 비교하라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생략하고 강조하는 그들의 자유로운 사고, 사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그들만의 시각을 느껴보라는 의미에서 마련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또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걸어 놓아 이곳이 아프리카박물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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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현대미술에 있어서 아프리카 미술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당시 유럽의 프리미티비즘이 피카소를 비롯한 예술가들에 의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부족들의 가면과 인물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 는 일에서 시작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박물관의 철학은 ‘공존’이다. 아프리카 미술의 이해를 넘어 아프리카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또 인종에 대한 편견 없이 그 들이 처한 상황을 도울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는 데 필요한 철학이기도 하다. 조명행 관장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부지런히 기획 전시들을 준비하고 있다. 1주년 기념전인 <마콘데 조각전>에 이어 최근에는 국제 인권 사진작가 리바 테일러의 아프리카 사진전 <더 인노센츠(The Innocents)>전을 치렀다. “천진난만한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주제로 내전이나 악습, 빈곤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와 부 녀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입니다. 하지만 리바 테일러의 사진은 결코 좌절을 표현하지 않아요. 오히려 어린이들의 눈과 미소를 통 해 그들의 희망을 보고 있죠. 저 역시 그러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오히려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애정을 갖게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리바 테일러가 아프리카의 관행과 악습이 그대로 보여지기를 원했던 것처럼, 아프리카 각국 대사관들의 보이콧-자 국의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이유로-을 감수하더라도 영월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이 이 같은 기획전을 강행하는 이유이다. ⓦ 글 | 정귀원( 본지 편집장) 사진 | 진효숙(건축 사진가)


<와이드 書欌 15 | 안철흥>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

체 속성보다는 사물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고 봤습니다.

원』을 쓴 게 1980년이

구조주의 철학은 건축물의 군집으로서의 도시가 아닌 그 자체로

죠. 오늘날 ‘들뢰즈주의’

거대한 유기체가 되는 도시적 차원의 현대건축을 구상하던 팀텐

의 대표 개념처럼 이야기

(Team 10) 멤버들의 상상력과 결합됩니다. 렘 콜하스가 쿤스트

되는 리좀(rhizome)이라

할을 설계하기 30여 년 전인 1956년의 일이었죠. 물론 들뢰즈 또

는 단어가 이 책의 서문에

한 그 당시에는 구조주의 사교계에 막 진출한 신출내기에 불과했

서 처음 쓰입니다. 리좀

습니다.

은 나무와 대비되는 뿌리

팀텐과 그 후계자들은 도시의 ‘구조’를 건축에 적용하고, 도시의

줄기 식물을 뜻합니다만,

순환과 확장성, 유동성 등을 닮은 건축물을 설계했습니다. 그들에

개미집이나 큐브, 골목길

의해 건축은 단순한 오브제에서 벗어나 도시의 여러 요소들과의

등을 연상해도 뭐 괜찮습

관계 속에서 존재하게 되었으며, 건축 자체의 구성도 형태에 의존

니다. 들뢰즈는 이런 무질서 속의 질서, 불연속성 속의 연속성, 혼

하기보다는 요소들의 ‘관계’ 속에서 정의되기 시작했다는군요.

돈 속의 운동 같은 리좀적 사유를 통해서 서양철학의 ‘수목적 사

지금까지 장용순의 책『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이 그린 세계를

유’(데리다가 동일성의 철학이라고 불렀던)가 가진 위계적 질서의

제 나름으로 거칠게 요약해 봤습니다. 장용순은 2007년 프랑스

독재를 깨뜨리고자 했죠.

파리8대학에서 받은 박사 논문「현대 건축과 도시론의 철학적 토

렘 콜하스가 로테르담에서 네덜란드국립미술관(일명 ‘쿤스트할’

대」를 네 권으로 나누어 출판할 계획인데요, ‘01 위상학’이란 부제

로 불리는) 설계에 착수한 건 1987년입니다. 이 미술관은 세 개의

가 붙은 이 책이 그 첫 번째 책입니다. 그런데 저자 프로필을 살펴

전시실과 강당, 식당 등이 명확한 경계나 구획 없이 구성되어 있습

보니 저자의 박사 논문 지도교수가 알랭 바디우였군요.

니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물이 흐르듯

알랭 바디우는 루이 알튀세르에게서 배운 마르크시스트이자 구조

이 공간과 공간 사이를 지나갑니다. 이질적인 공간들을 동선의 흐

주의자였다가 나중에 플라톤적 형이상학 쪽으로 옮겨간 특이한 인

름에 따라 비위계적으로 통합시킨 이 건축물을 두고 사람들은 리

물입니다. 그는 한때 들뢰즈와 대척점에 서서 그를 신랄하게 비판

좀적 건축물이라고 부릅니다.

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들뢰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제자

렘 콜하스가 질 들뢰즈의 철학을 건축 설계에 적용했을까요? 네덜

의 박사 학위논문을 심사하면서 어떤 코멘트를 했는지 궁금하군

란드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영국과 미

요. 그나저나 알랭 바디우의 대표작『철학을 위한 선언』이 최근에

국에서 건축을 공부한 렘 콜하스가 평생 프랑스를 벗어나 본 적이

다시 출간되었다는 소식입니다. 10여 년 전 번역되었다가 오역 논

없는 철학자 들뢰즈를 사사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물론 들뢰즈

란 끝에 사장되었던 비운의 책이기도 하죠. 그때 제대로 번역되었

의 저작을 샅샅이 뒤져 봐야 건축의 건자도 발견하기 어렵죠. 그런

다면 그도 한국에서 들뢰즈만큼 많은 팬을 거느릴 수 있었을까요?

데 말이죠, 들뢰즈의 흔적이 렘 콜하스한테서만 발견되는 게 아닙

요즘 인문학계 일부에서 알랭 바디우 읽기 움직임이 있는 것 같던

니다. “1990년대 이후의 건축은 들뢰즈의 영향과 분리해서 설명하

데요, 프랑스 철학 붐이 한풀 꺾인 다음에 막차를 타고 온 게 아닌

기 어”려울 정도니까요. (철학아카데미에서 지난해 <건축의 들뢰

가 싶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덧붙여 봤습니다.

즈>라는 제목으로 여러 강좌를 개설했습니다. 위 따옴표 안의 문 장이 그 강의 설명서에 있었죠. 살펴보니 한국 건축계도 이미 오래 전부터 ‘들뢰즈 클럽’에 가입했더군요.) 들뢰즈의 철학은 (후기)구조주의에 속합니다. 구조주의는 20세 기 중반부터 언어학, 인류학, 정신분석학, 미학, 정치학 등에서 다 양한 동조자를 늘려갔는데요, 구조주의자들은 사물의 의미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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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들뢰즈가 『천 개의 고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장용순 지음, 미메시스 펴냄, 286쪽, 15,000원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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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천정환 지음, 푸른역사 펴냄, 420쪽, 16,000원

그날 광화문 일대는 붉은 옷을

켜져 있었다…. 드디어 운명의 출발 시간. 라디오 스피커에서 ‘탕’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거리

하는 출발 신호 총소리가 들렸다. 스타디움에 모인 10만 관중의 함

를 오가는 젊은이들이나 지켜

성이 우웅, 하는 둔중한 소리로 함께 흘러나왔다. 광화문통의 조선

보는 행인들 모두 들뜬 표정이

인들도 ‘와!’하는 함성과 함께 혹은 팔을 쳐들고 혹은 우산을 아래

었다. 그날의 열기는 순수했

위로 흔들며 ‘손기정, 남승룡’을 외치기 시작했다…. 새벽 2시께 동

다, 고 사람들은 기억한다.

아일보 사옥 2층 창으로 여자 아나운서가 얼굴을 내밀었다. ‘손군

월드컵 때만이 아니었다. 김연

일착!’ 제1보는 짧고 간단했다. 사람들은 서로 어리둥절하여 쳐다

아가 금메달을 땄을 때, 야구

보았다. 그러나 잠시 뒤에 사람들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들

팀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

은 우산을 팽개치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펄펄 뛰었다.”

우승했을 때, 올림픽에서 금메

그해 여름은 유난히 장마가 길었고 물난리가 잦았지만, 자연재해

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가 시

도 마라톤 열기를 막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선중앙일보>

상대에 올라서서 눈물을 흘릴 때, 광화문 네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

와 <동아일보>의 몇몇 기자들이 손기정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웠

치 빅브라더처럼 우뚝 서있는 거대 언론사의 사옥에 붙은 대형 전

다. 이른바 일장기 말소 사건은 <동아일보>가 자랑하듯 조직적인

광판에선 똑같은 화면을 중계했다. 그때마다 전광판 밑에 옹기종

거사가 아니라 몇몇 기자들의 ‘의기’에서 비롯한 일이었을 뿐이

기 모여선 시민들은 ‘대~한민국’ 구호를 외쳐댔다. 나는 오로지 직

다. 이를 ‘민족적 비타협 운동’으로 확대해석한 것은 오히려 일제

장이 근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습을 모두 목격했다. 저들은

였다. 일제는 그걸 빌미로 식민지 공안 통치를 강화했다.

‘순수하게’ 저 화면 속의 축구나 야구나 피겨스케이팅을 보면서 열

흔히 민족(혹은 민족주의)이 근대의 산물이라고 한다. 매스미디

광하는 걸까? 텅 빈 K-리그 관중석과 국가 대항전 때의 미어터진

어와 공교육, 대중문화 등을 통해서 사람들의 집단 경험이 가능

관중석이 비교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난 지금까지도 광

해졌고 이런 경험이 사람들에게 공동의 표상(=민족, 민족주의)을

화문 일대를 뒤덮은 대형 태극기와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대~한

심어줬다는 것이다. 천정환은 이런 근대의 기제들 중에서 스포츠

민국’ 구호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의 역할에 주목했다. 천정환에 따르면, 손기정이 마라톤에서 우승

빼어난 문필가이자 식민지 시대 연구자인 천정환이 쓴『조선의 사

함으로써 조선 민족은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양반과 백

나이거든 풋뽈을 차라』는 나처럼 삐딱한 치들을 위해 준비한 참고

정 가릴 것 없이 다 같은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드디어 공유할 수

서 같은 책이다. 천정환은 1926년 순종의 죽음과 6·10 만세 사건

있었다.

에서부터 1936년 손기정의 올림픽 마라톤 우승과 일장기 말소 사

이 책은 왜 모든 근대국가가 체육을 공교육 필수과목으로 채택하

건이 벌어지기까지 10년 동안의 조선 식민지 이면사를 다루면서,

는지에 대한 해답을 준다. 친구가 연인으로 발전하려면 스킨십이

스포츠를 매개로 한 대중적 신드롬이 식민지 시대 조선인들의 민

있어야 하듯 대중이 민족으로 발전하는 과정도 다르지 않는데, 스

족주의 형성에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포츠만큼 집단적인 스킨십 경험을 선사하는 기제도 없다. 민족주

<동아일보>, <조선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당시의 신문과 <개

의가 다 죽어가는 21세기에도 스포츠 민족주의란 놈만은 맹위를

벽>, <삼천리> 같은 잡지에 실린 기사를 샅샅이 뒤졌다. 이 책을

잃지 않는 이유가 바로 스킨십이라는 원초성과 결합되어 있기 때

더욱 돋보이게 하는 소설처럼 생생한 묘사는 그런 발품 덕분이다(

문이다. 이 원초적 힘이 정치와 결합하는 순간 폭발력은 배가된다.

책 제목으로 채택한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도 1920년 월

1930년대의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걸 입증해 보였다. 일제가 손

간지 <개벽>에 실린 기사 제목에서 따왔다). 특히 1936년 8월 9일

기정의 우승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도 그 지점이었다. 천정환이

일요일 밤 11시의 광화문 네거리 묘사가 압권이다.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지적하려는 바가 그것이었을 텐데, 그의 문

“광화문통은 비에 젖은 채 열에 들떠 있었다. 우산을 받쳐 든 사람

장과 책의 구성이 워낙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보니 행간을 잘 살펴

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광화문통 큰 건물들의 창에는 불이 환하게

야 한다. ⓦ 글 | 안철흥(본지 고정집필위원, 전 시사인 기자)


와이드 17호 | 와이드 칼럼

끈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19세기 기계문명이 한창 발전하는 시

치고 세계 2위로 등극한 중국이 오랫동안 준비해서 개최하는 중

기임에도 전근대적인 전통 목구조로 한국관을 건립했다는 사실

요한 지구촌 행사의 하나다. 중국인들이 내건 주제는 ‘아름다운

은 당시 우리의 기술적 위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일제 강점기를

도시, 행복한 생활’(Better City, Better Life)이라고 한다.   올

보낸 후 본격적으로 한국이 참여하여 한국관의 존재를 알리게

림픽을 치른 후, 이어서 2010년 중국에서 세계적인 행사인 엑스

된 것은 1967년 몬트리올 엑스포에서라고 생각된다. 당시의 캐

포가 열리게 된 것은 분명 문명사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

나다 자료를 보면 김수근의 설계에 대해 목조를 사용하되 전통

는 의미 있는 이벤트라 생각된다. 18-19세기 산업화에 뒤졌던

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현대적 감각을 추구한 작품으로 평가하고

중국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중국 중심의 시대를 이끌어 갈

있다. 이어서 오사카에서 개최된 엑스포 때에는 ‘산업국가’의 이

것으로 보인다.

미지를 주기 위해 원통형 굴뚝을 모티프로 한 국가관 설계가 기

물론 40년 전 오사카에서 엑스포가 개최되기는 했으나, 언제

억에 남는다. 이런 여러 단계의 박람회 참여를 거친 후 금번 완

나 서양의 일원으로 아시아의 선두 주자 역할을 하던 일본이어

공된 한국관은 현지에서 크게 평가되고 있는 듯하다.

서 동아시아에 준 영향력은 아무래도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기

억된다.  

우리의 과제

70년대에 한국은 산업화의 초기에 있었고, 중국은 문화혁명의

한국관은 조민석의 설계로 지어졌다. 한국이 참여한 박람회 역

그늘에 머물러 있었던 시절이었다. 옆집에서 잔치가 있었지만

사상 최대 규모다. 픽셀에 의한 입면 처리와 야간의 다양한 입

여행이 자유롭지 못해 잘 알지도 못하고 훌쩍 지나간 느낌이 든

면 변화로, 한국관은 중국인은 물론 세계인에게 인기관 중의 하

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여행이 자유로워진 지금, 지구

나가 되었고, 2010년 Architectural Record지에서 집중 조명된

촌 행사가 가까운 상해에서 진행되고

6개의 작품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그만큼 우리의 발전된 이미

있다는 것은 분명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가 보고 체험할 수 있

지가 세계의 모든 전문가들로부터 공감을 얻어서일 것이다. 

는 행사가 되었다. 문명화를 위한 세계인의 잔치를 주관할 만

상해에서 대규모로 치러지는 지구촌 행사는 분명히 우리가 속한

큼 이제는 중국이 동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의 문명을 이끄는 거

동아시아 지역이 세계의 중심이 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이

목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다. 일찍이 세계적인 국가가 된 일본과 이제 정식으로 세계의 중 심에 우뚝 선 중국을 보며, 한국 건축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하

엑스포의 역사와 역사 속의 한국관

는가에 대한 고민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엑스포는 잘 알려져 있듯이 상품의 매매와 교환, 문화와 정

중국에서는 10월에 이번 엑스포를 마감하며, 다시 ‘Post-use of

보의 교환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용어를 사용하며 박람회 형식

Expo Site’를 주제로 상해의 동제대학과 이태리의 Pavia대학이

으로 행사가 열린 것은 1851년 런던 엑스포가 효시이다. 그후 시

세계 여러 나라의 6개 대학을 초청해 공동으로 워크샵을 갖는

카고, 파리, 뉴욕 등 국가를 대표하는 도시에서 개최된 엑스포에

다. 제법 심도 있게 자신들의 당면 과제를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

서 증기기관차, 전화기, 자동차, 비행기 등 인류 문명을 위한 귀

고 있다. 민과 관이 합심해서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열린 자세로

중한 발명품이 소개되었다. 전시 품목뿐 아니라 건물에서도 박

임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해 주는 바가 많다.

람회는 수정궁이나 에펠탑의 사례에서 보듯이 더 크고, 더 빨리,

새로운 동아시대의 세기를 맞이하여 우리가 생존하려면, 모든

더 높게 자국관을 지어 뽐내려는 경연장이었다. 우리나라가 제

분야에서 중국과 일본 이상으로 ‘국제화된 네트워크의 구축’이

일 처음 엑스포에 참가한 것은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였다.

필요한 과제가 아닌가 한다. 대전엑스포 때에는 그냥 지나쳤지

김영나 교수(서울대 서양미술사)에 의하면 시카고박람회의 ‘조

만, 여수엑스포 때에는 우리도 상해 못지 않는 네트워크의 힘을

선전시관’은 한옥 양식으로 집을 짓고 가마, 찬장, 식기, 관복,

보여 주길 기대해 본다. ⓦ 글 | 임창복(본지 고문, 성균관대 건

악기 등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1897년 대한제국이 수립된 후 참

축학과 교수)

가한 1900년 파리박람회의 ‘대한제국관’에서는 자주적 근대화 를 위해 노력하는 당시의 상황을 보여 주기 위해 경복궁 근정전 과 유사하게 대규모로 지었다. 프랑스 건축가 페레가(연대를 미 루어 짐작하면 프랭크린 가의 아파트를 설계한 오귀스트 페레 일 것으로 추정됨) 협력 건축가로 도왔다는 것이 우리의 눈길을

128

상해에서는 지금 엑스포 행사가 한창이다. GDP에서 일본을 제

Wide Architecture Report no.17 : september-october 2010

상해 엑스포 개최 의미와 우리의 과제 | 임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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