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15,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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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의 복도’와 하늘만 바라보이는 공간 방마다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학생 수사들은 씻거나 오줌똥을 싸 려면 ‘겸손의 복도’를 지나 공동 세면실이나 화장실로 가야 한다. 밤중에 옷을 벗고 자다가도 화장실을 갈 때면 옷을 갖춰 입어야 한다. 점성 정신으로 늘 마음가짐과 행동거지가 단정해야 하는 수 도자로서는 약이 되는 생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또 세면실을 공 동으로 쓰니 서로 알몸을 보이며 함께 목욕할 기회가 자주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알몸을 수도회 형제에게 서로 보이는 일이 자연스러운 만큼 마음을 여는 일도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친밀 감과 공동체 의식도 자연스럽게 깊어질 것이다. 자비의 침묵 수도 원의 공간 가운데 원래 뜻대로 활용되지 않는 공간은 ‘하늘성당’ 이다. 시설이 부족해지자 하늘성당에 지붕을 덮어 쓸모 있는 공 간으로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행히 건물을 두 채 더 지었 고 하늘성당은 그대로 남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미사가 봉헌되지 는 않는다. 처음에 설치되었던 나무 제대도 치워졌다. 그래도 사 방이 가로막혀 하늘만 바라보이는 공간이니, 혼자 묵상하고 싶은 학생 수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59 Wide Architecture Report no.15 : may-jun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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