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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원문화사업회>(이하 사업회)는 한 젊은 건축가를 통하여 건축의 세계를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된 기업가가 단명한 건축가와의 인연을 회억하며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하여 만든 후원회입니다.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 ⓢ <심원건축학술상>은 사업회가 벌이는 첫 번째 후원 사업으로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 분야의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한 신진 학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습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 물로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논문은 미 발 표작으로 간주함)를 응모받아 그 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작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 지원비를 후원합니다.

1차 작 추천

ⓢ 응모작 접수 일정

발표

ⓢ 2차 모집 | 2008년 11월 1일 ~ 12월 10일 ⓢ 추천작 발표 일정

ⓢ 부상 | 상패 및 상금 500만 원과 단행본 출 간 및 인세 지급 ⓢ 응모 자격 | 내^외국인 제한 없음 ⓢ 응모 분야 | 건축역사, 건축이론, 건축미학,

건축비평 등 건축인문학 분야에 한함 (단, 외

형 박성 전) (벽

ⓢ 당선작 | 1편

|甓

ⓢ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요강

ⓢ 2차 추천작 발표 | 2009년 1월 15일(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2009년 1-2월호 지면)

국 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 추천제 운용 방식 | 1/2차 추천작을 중심으 로 운영위원회는 소정의 내부 심사 절차를 통하여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별도 의 프로그램을 지원함. 그 가운데 매년 1편 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시상함. 최종 당선 작 심사에서 탈락한 추천작은 추천일로부터 3년간 추천작의 자격이 유지됨. ⓢ 최종 당선작 결정 | 1/2차 추천작 중 1편을

연구’에 한함)

선정함

ⓢ 응모작 제출 서류

ⓢ 당선작 발표 | 2009년 5월 15일(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2009년 5-6월호 지면)

ⓢ 1)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 분량으로 응모자 자유로 설정)의 사본(A4 크

ⓢ 시상식 | 별도 공지 예정

기 프린트 물, 흑백^칼라 모두 가능) 4부

ⓢ 출판 일정 | 당선작 발표일로부터 6개월 이

ⓢ 2) 응모자의 이력서 1부(연락처 명기) 별도 첨부 ⓢ (운영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 를 준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 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및 아이디어 도용 등 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하지 않음.) ⓢ 제출처 | 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 럼빌딩 1층 간향미디어랩 (100-834) (겉봉에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by 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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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내 ⓢ 건축학술상 운영위원 | 배형민(서울시립대 교수), 안창모(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전 봉희(서울대 교 수), 전진삼(격월간 건축리 포트 <와이드> 발행편집인)

ⓢ 주최 | 심원문화사업회 ⓢ 주관 |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 ⓢ 기획 및 출판 | 간향미디어랩 ⓢ 후원 | (주)엠에스 오토텍 ⓢ 문의 | 02-2235-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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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sky는, 여행을 컨셉으로 하는 디자인 문구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여행의 추억을 flysky 제품과 함께 그려보세요~

L2S는, 한국 고유 문화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디자인 브랜드로 작가 임성민이 운영하는 디자인 집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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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sky WIDE EDGE


by Seegan Architects 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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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hyub 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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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3 Publishing Co.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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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yang PC, inc. 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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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a Group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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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wonkaci 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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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 Seo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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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woo Structural Engineers 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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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퍼니처’와 건축

도시는 길과 건물로 이루어진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공원과 같은 녹지 공간, 강과 교량(다리) 등이 있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도시 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은 주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도 방식으로 봤을 때의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도시에서 생활할 때 이런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도시를 하늘에서 조망하는 경우는 비행기의 창을 통해 내려다 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기 때문이 다. 일상에서 차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을 할 때 우리의 눈에 비치는 도시의 모습은 마치 무대의 배경처럼 서 있는 건물들의 주변과 그 속으로 사람들이 바쁘게 또는 여유롭게 걸어 다니는 풍경일 것이다. 이런 배경에 효과를 주는 요소들이 있으니 바로 벤치, 휴지통, 볼라드(bollard), 신호등, 가로등, 공중전화 부스, 버스 정류장, 가판대, 분수대, 보도블록 등과 같은 거리 가구(street furnitures)들이다. 이들은 도시의 가로 공간에서 활동하는 우리들에게 기능적으로 안전과 질서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감성적으로 쾌적감과 안락감을 주고 있기도 하다. 마치 우 리가 사는 주거 공간의 환경을 다양한 모습으로 구성해 주는 것이 가구이듯이. 이른바 공공 디자인의 이름으로 새롭게 단장하는 도시 공간의 주거 공간화 전략은 이제 국내외 도시의 보편적 가치가 되었다.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world design capital)’ 선정을 전후해서 디자인 명 품 도시를 꿈꾸는 서울의 캐치프레이즈는 ‘비우는 디자인 서울’, ‘통합 디자인 서울’, ‘더불어 디자인하는 서울’, ‘지속가능한 디자인 서울’인데, 이것으로 작게는 거리의 가구들로부터 크게는 초대형 건축의 표정에 이르기까지 입체적인 변화를 예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경 관이 곧 도시 문화의 경쟁력을 표상한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오늘날, 거리의 가구도 하나의 오브제로서가 아니라 거리 표정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아이템이자 거리 풍경의 배경이 되는 건축과 더불어 통합적으로 제안되는 시대로 성큼 나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도시 문화경관의 세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 글 | 이영욱(본지 운영위원, 공학박사, (주)지디엔지니어링 상무)

by Lee, Youngwook 12

WIDE EDGE


Yong In Sung Bok Mixed Use Development

용인시 성복동 복합단지 개발계획

용인시 수지구내 취약한 상업시설을 자연, 문화, 커뮤니티가 어우러진 대규모 복합단지로 건설함으로써 지역 내 새로운 아이콘을 형성한다. 고층부 업무시설은 주변의 아파트와는 차별화된 전략적 One Stop 주거환경을 창출하고 다양하고 변화있는 평면과 입면 디자인을 통해 수지구의 일반적 아파트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역내 Land Mark로 자리매김 도록 하고, 저층부 판매시설 등은 지역 내 부족한 공원과 문화공간을 담아낸다는Concept과 성복천, 신설지하철 예정지와의 자연스런 연계를 통해 쇼핑 및 문화공간으로 주변 인구를 유입시킬 수 있도록 한다. 성복동 복합단지는 수도권내 새로운 문화복합단지 축을 형성 할 것으로 기대된다.

Location : Seongbok-dong, Suji-gu, Yongin-si, Gyeonggi-do, Korea _ Project Type : Office, Store, Cultu re, Sports facilities _ Site Area : 66,043.0 0m2 Building Footprint : 17,051 .06m2 _ No. ofStori es : 6 below-grade, 25 above-grade

EaWes ARCHITECTS http://ww w.eawes.com TEL. 02-2056-9460 _ FAX. 02-543-7902

by Ea Wes Architects

by EaWes Architects

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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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산방 樹流山房의 책 bo o k o f Sury us a n b a n g

도시마 : 스스로 제자된 자들이 만든 책 T O SH I MA : From the Pers pec tives of Se lf - procla imed St ude nt s

2008년 12월 초 출간 예정. 고향을 떠나 20여 년을 에스파냐 그라나라에 머물며 온전히 창작에만 집중했던 화가 도시마 야스마사. 생전에 그를 만난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사후에 이 야기로만 그를 접한 사람들조차 모두 자신이 이 깡마른 백발의 사내에게 깊이 매료되었음을 자랑스럽게 고백한다. 이 화가의 무엇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토록 깊이 흔들어 놓은 것일까. 한국어,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4개 국어로 편집한 이 책은, 스페인에서 그와 함께 생활한 포토그래퍼 정세영의 체험을 모티프로 하여 도시마 선생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기억과 작품, 사진 등을 엮은 것이다. 아들,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벗, 올해 가을 도쿄에 ‘도시마 야스마사 미술관’ 오픈을 준비 중인 후원자 등 그를 기리는 여러 사람들의 글을 통해 독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예술 세계와 정면으로 승부하다 간 한 화가의 삶과 정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마 화백의 그림과 그가 남긴, 그가 가장 존경했던 조각가 권진규에 대한 추모글 또한 흥미로운 볼거리다. The painter, Toshima Yasumasa, spent 20 years in Granada, Spain dedicating himself to art. Along with the people who had known him before his death, those who came to know him only after his death through stories proudly confess their profound attraction to him. What is it about him that has such force? This book, containing Korean, Japanese, English, and Spanish versions, is a concoction of people’s memories of TOSHIMA Yasumasa, art works and photographs, centered around the experience of the photographer CHUNG Seyoung who practically lived with him in Albaícin, Granada. Through the writings of people close to him, like his son, a college friend, and a sponsor who is preparing to open Toshima Yasumasa Memorial Museum in Tokyo this fall, the readers will be able to see the life and the spirit of a painter who stood up to his own art face-to-face until the very end. His paintings and writings commemorating his most respected friend the sculptor KWON Jinkyu are particularly interesting.

by Suryusanbang 14

WIDE EDGE


WIDE WORK

21

박승홍의 <청계천 문화관>과 <엔씨소프트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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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06호, 2008년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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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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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EDGE

삶을 위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건축

표4

Mooyoung Architects & Engineers

집담회 | 순종마(純種馬)는 다른 경주마를 보지 않는다 | 박승홍, 최두남, 이종건

표2

MAKMAX Korea

리뷰 | 노련한 복서들의 유쾌한 경기 관전기 | 장정제

표3 digi-Q 1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요강 2

L2S + flysky

WIDE ISSUE 1

3

Seegan Architects

63

2008년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

4

Spacetime

64

이 땅에 필요한 건축의 주제와 그것의 실체를 찾아서 | 전진삼

5

Samhyub

66

권유되어도 좋을 저항 | 이일훈

6

C3 Publishing Co.

67

저항의 의미 | 구영민

7

Dongyang PC, inc.

68

느림 소멸 위기, 저항의 건축 | 김병윤 | 추천 : 이일훈 작 <우리안의 미래 연수원>

8 Vita Group

70

찾기 어려운 저항의 양상 | 윤인석 | 추천 : 이일훈 작 <우리안의 미래 연수원>

9

Hyewonkaci

72

이 시대 최고의 저항은 자신에 대한 저항 | 김종헌 | 추천 : 김억중 작 <사미헌>

10

Oh, Seomhoon

74

기본기에 충실한 건축 | 송복섭 | 추천 : 이수열 작 <동서울대학 증축 및 리모델링>

11

Kunwoo Structural Engineers

12 ‘스트리트 퍼니처’와 건축 |

WIDE ISSUE 2

Lee, Youngwook

75

다른 땅에서 새로운 경작을 — 아틀리에 사무소의 해외 진출

13

EaWes Architects

76

이충기의 일본 <가와사키 교회>

14 도시마 : 스스로 제자된 자들이 만든 책 |

78

이로재의 중국 진출

80

이일공오의 말레이시아 뉴 타운 프로젝트

16 Future is...지질연대박물관 |

82

에피소드 | 이일공오의 말레이시아 진출기

Suryusanbang Cho, Taigyoun

18 건축가 초청 12강의 — 나의 건축, 나의 세 계 | WIDE

WIDE DAILY REPORT

20 FACTORY.010

88

이병일의 <블랙 앤 화이트 06> | 서울시청 태평홀

62 순간의 포착, 드로잉 | Jeagal, Youp

89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06> |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92

이용재의 <종횡무진 06> | 이월 성당과 이원 아트 빌리지

94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06> |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현장을 찾아

96

최충욱의 <해외 도시 건축 공간 01> | 일본 긴자 Ginza 銀座

103

<내가 좋아하는 건축 잡지 06>| 아이콘 ICON | 문훈

104

<와이드 書欌 06> | 봄, 디자인 경쟁 시대의 조경 + 기우뚱한 균형

106

김정후의 <유럽의 발견 06> | 트루먼 브루어리, 버려진 양조장에서 현대 예술의 메카로

110

<주택 계획안 100선 05> | J&Y 주택 | 제갈엽

118

이종건의 <COMPASS 03> | 최진실과 우리 사회, 그리고 ‘다른’ 건축의 가능성

118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3 | SMALLER IS BIGGER | 윤승현

86 이 곳만은 지키자, 그 후 12년 | Suryusanbang

122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4 | 비물질건축 Immaterial Architecturev | 김진숙

WIDE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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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레터 | 우리 시대의 영웅 | 정귀원

19

정기 구독 신청 방법

128 와이드 칼럼 | ‘세계적’ 건축가들의 작품은 과연 명품인가? | 임창복

ⓦ 로고 글씨 | 김기충 ⓦ 표지 이미지 | 박승홍의 <엔씨소프트 사옥>

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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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is... 지질연대박물관(1992년)

by Cho, Taigyoun 16

WIDE EDGE


editor’s letter

와이드 레터 | 우리 시대의 영웅 한때 모든 의미가 익명의 것, 집단적인 것에 귀착되던 시대가 있었다. 개인은 공 동체의 일원으로 존재할 뿐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와 반대로 오늘날 모든 것은 개인에게 닿아 있다. 물론 현대의 개인은 과거의 개인과 다르다. 민주적 이상의 고양과 과학 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역량은 과거에 비해 거 대해지고 진화되었다. 그러나 매체와 기술, 자본이라는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의 역량은 발휘되기 어렵고 ‘영혼의 균형’ 또한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심지어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떤 동기를 부여 받았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와이드> 제6호를 진행하면서 두 분 선생의 말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하 나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영웅은 초인적 인간관이 투 영된 니체식 영웅이 아니라 ‘따뜻한 나눔의 삶’을 지향하는 개인이며, 그 개개인 이 모여 좀더 나은 세계의, ‘영혼이 균형을 이루고 있던 잃어버린 아틀란티스 대 륙’(조셉 캠벨)의 불을 다시 밝힐 수 있다는 진단은 집 짓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눔 의 건축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하나는 이 시대 저항의 건축이다. 글로벌리즘의 독주를 제어하기 어려운 시대 에 집단적 주장보다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관점을 옹호하는 입장’이 더 유효할 것 이며, 저항의 대상 또한 보편적 가치보다는 개인적 테제일 것이라는 전망은 건축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발행편집인단 발행편집인 고문 | 김정동 임근배 임창복 최동규 발행편집인 겸 대표 | 전진삼 운영위원 | 박민철 박유진 박종기 손도문 오섬훈 이영욱 제갈엽 조택연 편집장 겸 대표 | 정귀원 편집자문위원 | 곽재환 구영민 김병윤 송인호 편집자문위원 | 윤인석 이일훈 편집위원 | (수도권) 박혜선 손장원 이충기 장윤규 김진모 | (중부권) 김종헌 송복섭 한필 원 황태주 | (남부권) 김기수 안용대 안 웅희 송석기 | (유럽권) 김정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박상일 전속 사진가 | 이병일 진효숙 정세영 로고 글씨 | 김기충 ⓦ 광고 마케팅 및 판매 대행사 광고 영업 대행 | 아크비즈 Agency 이사 | 박종호, 담당 팀장 | 이나영 대표 전화 | 02-2235-1968, 팩스 | 02-2231-3373 유통 관리 대행 | (주)호평BSA 대표 | 심상호, 담당차장 | 정민우 대표 전화 | 02-725-9470~~2, 팩스 | 02-725-9473 ⓦ 제작 지원사 디자인 | 수류산방(樹流山房, Suryusanbang) 담당 디자인 | 박상일 + 朴宰成 협력 디자이너 | 음문영 대표 전화 | 02-735-1085, 팩스 | 02-735-1083 필름 출력 | 삼성PL 인쇄 | 예림인쇄 | 박재성

가들에게 텍스트의 독창적인 해석과 해석을 통한 개인적인 주장이 진정한 건축 적 담론의 토대가 됨을 주지시킨다.

지금, 우리 사회는 우울 모드다. 자본주의의 합리화와 그것으로부터의 탐욕과 공 포, 근거 없는 자만심과 화폐로 대체되는 믿음, 이 모든 것들로부터 개인은 자유 롭지 못하다. 건축 사회 역시 구영민 교수의 말처럼 글로벌리즘의 허구에 의해 비 극의 시기를 맞게 되었고, 건축하는 개인은 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개인은 그로부터 벗어나기를 기다릴 수도 없고, 기다려서도 안 될 것이다. 불안한 사회를 구원해야 할 우리 시대의 영웅은 그저 자신의 역량을 선(善)하게 발휘하는 그 개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

| 글 | 정귀원(편집장)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제1권 06호 11-12월호 2008년 11월 15일 발행 2008년 1월 2일 등록 서울 마-03187호 정가 8,000원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 발행처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200 극동상 가 502호 (120-796) 편집실 주소 | 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 럼빌딩 1층 (100-834) 대표 전화 | 02-2235-1960(관리) 02-2235-1968(편집) 팩스 | 02-2231-3373 공식 E-mail | widear@naver.com, widear@gmail.com 공식 URL | http://cafe.naver.com/aqlab, http://widear.blogspot.com ⓦ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 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 사를 금합니다.

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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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25

건축가 초청 12강의 — 나의 건축, 나의 세계 <건축가 초청 12강의 — 나의 건축, 나의 세계>는 매월 한 분의 건축가를 초청하여 그 분의 건축 이야기를 듣고 묻는 시간 입니다. 열두 분의 건축가를 만나가면서 우리 건축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① 11월의 초청 건축가 | 정수진(Architects & Partners edo 대표)

주제 | Architecture : Figure & Space

일시 | 2008년 11월 26일(수) 저녁 7시

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문의 : 02-2231-3370/02-2235-1960)

② 12월의 초청 건축가 : 윤웅원(제공건축 대표)

주제 | Urban Dacha

일시 | 2008년 12월 17일(수) 저녁 7시

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문의 : 02-2231-3370/02-2235-1960)

*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 AQkorea, 카페 주소 :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최 : AQkorea,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주관 : 그림건축, 간향미디어랩 GML 협찬 : 우리북, 디자인그룹 L2S, 시공문화사 spacetime

by WIDE 18

WIDE EDGE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정기 구독 신청 방법 안내 ▶ 신청서 작성 시 기입하실 내용 > 책 받을 분 이름 > 책 받을 주소 > 휴대폰 번호 및 직장(또는 자택) 전화 번호 > 구독 희망 호수 및 기간 > 기증하실 경우, 기증자 이름 > 입금 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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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간 구독료 및 입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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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구독을 하시면,

> 전국 어디서나 편안하게 책을 받아보실 수 있 습니다. > 독자 대상 사은품 증정 등 행사에 우선 초대해 드 리며, 당사 발행의 도서 구입 요청 시 할인 및 다 양한 혜택을 드리고자 합니다. ⓦ 정기 구독 관련 문의 : 02-2235-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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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6호 | 와이드 워크 박승홍의 <청계천 문화관>과 <엔씨소프트 사옥> WIDE ARCHITECTURE : WIDE work no.6 : november-december 2008

Seounghong Park 박승홍은 독일 베를린 대학을 거쳐 미국 미네소타 건축대학, 하버드 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I. M. Pei and Partners와 Anshen and Allen, San Francisco 등에서 Design Principal로 활동한 후 정림건축 디자인 대표 사장을 역임하였다. 2007년 건축가 문진호와 함께 둘의 이니셜을 딴 dmp건축을 설립한 그는 젊고 창의적인 건축가들과 함께 문화와 삶을 담은 공간을 건축하며 그들이 추후 한국 건축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로 성장하길 바란다. 달공원 (moon+park)이라 이름붙인 삼성동 캠프에서 오늘도 근원적인 가치를 통한 건강한 건축에 몰두하고 있다. < 송도 아트 센터>, <국립 중앙 박물관>, <청계천 문화관 >, <엔씨소프트 사옥>, < 현대해상화재보험 광화문 사옥 >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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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삶을 위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건축 | 박승홍, 최두남, 이종건, 장정제 건축가 박승홍은 몇몇 굵직한 작품의 설계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다소 낯설다. 컨셉트를 앞세우거나 스펙터클한 건축을 그려내기보다는 사람의 삶에서 시작하여 건축의 내재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란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래서 그의 건축을 관찰하다 보면 보통이 아닌 솜씨를 은연중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 그의 대표작 <청계천 문화관>과 <엔씨소프트 사옥>을 통해 물 흐르듯 풀어가는 그의 건축 작법을 음미해 보고, 아슬아슬한 경계의 불안을 그가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들여다보자. |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사진(별도 표기 외) | 정세영( 사진가, 수류산방+알바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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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남은 U.C Berkeley Univ. 및 하버드 대학원 건축과를 졸업하였다. KPF 설계사무소와 우규승 건축설계사무소 (우 앤 윌리엄스 건축설계사무소) 에서 근무하였고 1991 년 ‘샌프란시스코 건축재단선정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97 년 한국에 들어와 최두남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였으며 1998 년에는 <샘터 화랑>으로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서초동 주택>, <서종 갤러리>, <백선바오로의 집>, < 부암동 주택>, <글래스 하우스> 등이 있다.

이종건은 오클라호마 대학교 건축대학을 거쳐 조지아 공대 건축대학에서 역사/ 이론/비평 전공으로 철학박사를 받았다. 귀국 후 이종건 건축연구소를 개소, <국립중앙박물관 >, <경상대학교 제 2도서관> 등의 설계 경기에 참여하였다. 1996 년부터 동명정보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로 있다. 우리 시대 가장 소중한 자리를 지키는 비평가로『해방의 건축』 『중심이탈의 , 나르시시즘』 『텅빈 , 충만』등을 썼고, 최근에 역서『건축 텍토닉과 기술 니힐리즘』 (Gevork Hartoonian 저, 시공문화사)을 냈다.

↑ <청계천 문화관>의 스킨 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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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마(純種馬)는 다른 경주마를 보지 않는다 집담회 | 박승홍, 최두남, 이종건

↑ <엔씨소프트 사옥>의 스킨 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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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문화관>

태가 만들어 준 기회라고 할까요? 전시실이

blades)를 타고 청계천을 달리다가 문화관

있으면 통과 동선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좁

으로 쓱 들어와서 구경하고 쓱 나가게 하면

아서 그걸 못 만들겠더라고요. 현상 때는 지

어떨까, 하는 내용이었어요. 실제로 청계천

금과 같은 개념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겁

변과는 많이 떨어져 있어서 실현 가능성은

<청계천 문화관> 앞에서 집결, 장소에 대한

도 났지요.

없었지만 말입니다.

짧은 대화

ⓦ 이종건 : 처음부터 전시 형식에 대한 요구

ⓦ 이종건 : 더구나 그라운드 레벨(ground

ⓦ 이종건 : 건물이 위치한 장소가 썩 좋진 않

가 있었나요?

level)에서 건물로의 접근(access)이 잘려

습니다. 유동 인구도 적고….

ⓦ 박승홍 : 모든 전시 형식이 다 가능해야 했

있어요. 에스컬레이터를 두어 강제로 연결

ⓦ 박승홍 : 청계천 복개 구간의 끝자락이죠.

고, 융통성(flexibility)이 전제되어야 했지

시켜 주지 않으면 연속적인(continuous) 공

대부분의 시민이 이런 장소가 있는지도 모르

요. 전시장은 청계천에 대한 상설 전시를 위

간의 형성은 어렵지요. 지반에서 경사를 이

고 접근의 어려움도 있지요. 건축은 역시 장

한 공간이지요. 청계천의 역사와 문화 자료

루게 하여 연결시킬 수는 없었을 테고요.

소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를 보관^전시하고 각종 전시나 세미나 등 문

ⓦ 박승홍 : 지층 레벨부터 시작하는 램프를

ⓦ 이종건 : 차라리 청계천 위에 띄워 놓는 것

화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통해 올라가는 관람을 생각해 보았지만 불편

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그나저나, 우선 커피 나 한 잔씩 하십시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방법, 즉 에스컬레 물의 흐름과도 같은 역동적인 공간

이터로 일단 올라가서 길을 따라 내려오는

ⓦ 최두남 : 저 역시 <청계천 문화관>의 조형

개념을 생각했습니다.

건너편에서 <청계천 문화관>을 바라보다

을 보면서 청계천의 역동성을 반영하고 있는

ⓦ 이종건 : 이쪽에서 바라보니까 부유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전시 공간과 이

부유하는 긴 튜브 형태의 유리 외관

듯한 유리면이 청계천의 흐름을 의식한 듯

동 동선을 한 공간 안에 둔 것도 결국은 건축

ⓦ 이종건 : 조형적으로는 유리 덩어리가 분

합니다. 만곡된 흐름에 맞추어 약간씩 휘어

가가 청계천의 흐름이나 역동성을 적극적으

절(articulation)되어 있는데, 그 흐름이 하

지기도 하고요.

로 반영한 것이고, 조형 또한 그것에 영향을

나의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어요.

ⓦ 박승홍 : 건물의 내부는 1층 외부 에스컬

받은 것이겠지요. 결과적으로 정적인 공간

ⓦ 박승홍 : 밤에 조명을 밝히면 긴 튜브 형태

레이터를 통해 4층으로 올라간 뒤 4층부터

이기보다는 다분히 역동적이고 대중적인 성

의 유리면이 마치 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2층까지 연결된 램프로 물 흐르듯 전시를 관

격의 전시 공간이 탄생되었다고 봅니다.

어느 지점에서는 밖을 내려볼 수 있도록 불

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경사로를 따라 입

ⓦ 박승홍 : 청계천의 흐름이 배경으로 작

투명과 투명 유리가 섞여 있지요.

면을 정리하면 꺾어지는 부분이 생겨서 청계

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

ⓦ 이종건 : 다 불투명이면 갑갑하겠죠. 그런

천의 흐름을 느끼게도 합니다.

과 더불어 많은 아이디어들이 같이 떠올랐

데, 건너편에서 보니까 유리면이 하나의 판

ⓦ 이종건 : 램프가 전시장을 관통하고 있는

고, 그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처럼 느껴지네요. 조형적으로 깊이감을 부

것이 독특합니다. 부지가 가진 조건(condi-

더 정확할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여했으면 흐름들이 좀더 다이나믹(dynam-

tion)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듯한데요, 폭이

파트너인 문진호 사장과 이런 이야기도 나

ic)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의도

얼마나 되죠?

누었지요. 누구나 쉽게 찾아와 흥미로운 건

적인 커팅(cutting) 혹은 분리로 승부수를

ⓦ 박승홍 : 15미터 정도 됩니다. 대지의 형

축 공간을 체험하도록 롤러 브레이드(roller

둔 것은 매우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 <청계천 문화관>의 서측 전경. 사진 이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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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문화관>옥상에 마련된 오픈 스페이스. 에스컬레이터 및 램프로 지상과 연결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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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두남 : 바깥의 스킨(outer skin)은 처음

ⓦ 최두남 : 커튼월(curtain wall)로도 같은

다. 미학적으로도 유리한 방식이고요. 그런

부터 반영된 겁니까?

식의 처리는 할 수 있지요. 멀리언(mullion)

데 아직은 현대 건축에서 더블 스킨을 어떻

ⓦ 박승홍 : 처음 현상안에서 변경된 것은 거

없이 히든 바(hidden bar)로 말이지요. 하지

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긍정적이고

의 없습니다. 한 가지 애석한 점은 에스컬레

만 깊이감 때문에 같은 느낌은 절대로 나오

확정적인 동의는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터로 올라가면서 전시 공간을 볼 수 있게

지 않았을 겁니다. 뭔가 떠 있는 것 같은 애

라파엘 모네오는 헤르조그의 작품들에서 표

벽을 투명하게 했는데 공사 과정에서 건축주

매모호한 느낌이 무척 좋습니다. 그렇지 않

피 그 자체에만 주목한 더블 스킨의 처리에

가 불투명하게 막아버렸다는 것입니다. 여

고 그저 스킨(skin)으로만 읽혀졌다면 명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요.

러 번 이야기를 했는데도요. 이벤트용 전시

함 때문에 매우 다른 느낌이었을 거예요. 가

ⓦ 박승홍 : <청계천 문화관>의 경우 외에 더

기 때문에 조명(lighting)이 부담되는 것도

로와 면해 리세스(recess)된 느낌도 있고, 반

블 스킨은 개인적으로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아니어서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면서 내려

사하는(reflective)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려합니다.

오는 램프의 흐름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굉장히 불투명하고, 안에서는 투명하게 보

ⓦ 이종건 : 아, 그런 것도 있겠네요. 그런 측

ⓦ 이종건 : 공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이동하

이고…. 애매모호함이 결정적(critical)인 요

면이 훨씬 좋다는 겁니다.

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겠죠. 재미도 있을

소로 작용한 것 같아요. 사실 모호함을 남겨

테고요. 에스컬레이터로 동선을 처음부터

두는 것은 현대 건축의 키 워드(key word)

상부로 끌어올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내려

가 아닐까 해요. 그것 때문에 건축 작품이 뭔

오면서 전시를 볼 수 있게 한 것은 이 프로젝

가 수수께끼 같고 신비스러운(mysterious)

트의 백미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상부까지

것이겠죠. 예술 작품에서는 애매모호함이

끌어올린 다음 입구와 바로 마주치게 함으로

상당히 중요한데, 즉 보는 것과 보고 나서 생

써 건물의 진입을 종용하고, 그에 따라 결국

각하게 만드는 것, 여지를 남겨 놓는 것은 굉

전시 관람을 끝내고 지층까지 거의 미자각하

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경지에 이르는

게 끌려내려 감에 따라 옥상에 마련해 둔 오

것은 결코 쉽지 않지요.

픈 스페이스가 제대로 음미될 수 없도록 된

ⓦ 이종건 : 더블 스킨(double skin)은 건물

것은 적잖이 아쉽습니다.

의 프로그램이나 구조와 맞아 떨어질 때 좋

ⓦ 박승홍 : 맞아요. 반대로 내부에서는 램프

은 결과를 낳기도 하지요. 그러나 한편으로

를 따라 내려오면서 관람객이 올라왔던 길

예전보다 스킨 플레이(skin play)가 심해진

을 보면서 마음속에 완성된 그림을 그릴수

것은 사실입니다. 더블 스킨은 장점과 단점

도 있지요.

이 모두 있겠지만, 단순히 형태나 이미지 생 산의 측면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건축의 여

더블 스킨이 만드는 애매모호함

러 가지 문제들, 이를 테면 공기나 소음이나

ⓦ 최두남 : 안쪽의 스킨(inner skin)과 바깥

조명의 문제, 도시의 이쪽과 저쪽을 중재하

의 스킨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요?

는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좀더 의미를 둔다

ⓦ 박승홍 : 한 70cm 정도 됩니다.

면 강력한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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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문화관>의 전면은 긴 큐브 형태의 유리면이 하나의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사진 이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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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문화관 건축 개요 | 대지 위치 :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527-4, 527-15 | 지역 지구 : 일반 상업 지역, 중심 미관 지구 | 용도 : 문화 및 집회 시설 | 대지 면적 : 2,483.50m2 | 건 축 면적 : 1,470.04m2 | 연면적 : 5,717.47m2 | 규모 : 지하 2층, 지상 4층 |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외부 마감 : thk24 투명복층유리(sand blast), 마천석 혼드, 노출 콘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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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의 수직 건물은 청계천과 고가도로 를 달아맨 돛과 같이 서 있어 <청계천 문 화관>은 힘찬 뱃머리처럼 꿈틀거리고, 파 란 하늘은 사뭇 짙푸른 바다를 연상시킬 지도 모르겠다. 사진 이병일. ← <청계천 문화관>의 입면 부분. 청계천 의 흐름을 의식한 듯 약간씩 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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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문화관>의 동측 전경. 사진 이병일. → <청계천 문화관>의 내부는 1층 외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4층으로 올라간 뒤 4층부터 2층까지 연결된 램프로 물 흐르 듯 전시를 관람하도록 되어 있다. 사진 이 병일. →→ <청계천 문화관>의 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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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 오픈 스페이스로 오르는 길. 동선을 처음부터 상부로 끌어올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내려오면서 전시를 볼 수 있게 한 것이 이 프 로젝트의 백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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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서울의 풍경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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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문화관>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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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문화관> 정면도. ↓ <청계천 문화관> 종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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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사옥>

청 현상안이 생각나는군요. 돌로 수평 루버

옥>은 이미 진행이 되고 있었지요. 하지만 여

를 만든, 굉장히 실험적인 안이었어요. 아마

러 안을 보여 주었는데도 건축주가 오케이를

도 <현대해상 사옥>의 경우는 리노베이션이

안 한 거예요. 사무실에 복귀하니 건축주가

었기 때문에 그러한 실험이 가능하지 않았

한번 보고 ‘뿅’ 갈 수 있는 마술 같은 안을 하

<엔씨소프트 사옥>의 출발, <현대해상화재

나, 생각됩니다. 원래 건물은 돌로 마감된 것

나 만들지 않으면 프로젝트는 완전히 파탄이

보험 광화문 사옥>

이었나요?

날 거라는 볼멘소리를 들었어요. 마술을 부

ⓦ 최두남 : <NCsoft R&D Center>(이하 엔

ⓦ 박승홍 : 타일이었어요. 타일에 천공된 창

릴 재간이 없으니 건축주를 직접 만나겠다

씨소프트 사옥) 를 말하기 전에 광화문에 있

문(punched window)를 가진 입면이었지

고 했습니다. 대화를 통해 같이 만들어 가자

는 <현대해상 사옥> 리노베이션 작업을 짚

요. 당시 리노베이션 현상 진행 중에 건축주

는 얘기를 하려고요. 그 때 들고 갔던 것이

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대개의 오피스 건

가 돌로 된 빌딩을 좋아한다는 정보가 있었

광화문 <현대해상 사옥>의 스케치북이었어

물은 커튼월이고, 돌과 유리를 섞어 쓴다고

어요. 저층부(base)가 있고 코너에 돌이 돌

요. 건축주는 이 건물을 알고 있으며 자신이

하면 많이 쓰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

아가는 포스트 모던한 느낌의 건물 얘기인

무척 좋아하는 건물이라면서 이것이 진화된

면 가장 아래 부분인 베이스(base)에는 돌을

데, 그렇게는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

형태로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요. 더 힘든 작

많이 쓰고, 그 다음 바디(body) 부분에 돌이

서 어차피 돌덩이를 쓰는 것이 아니라 클래

업의 시작이었죠. 어떻게 해도 아류가 될 테

따라 들어가면서 그 사이사이에 유리가 끼어

딩(cladding)되는 거니까 슬래브 위에 돌을

니까요. 아무튼 건물을 저층부(base), 기준

들어가는 방식이지요. 돌이 어느 정도 프레

얹고, 슬래브 놓고 또 돌을 얹고 하는 식의 원

층(body), 옥상층(Head)으로 구성하고 각

임(frame)의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런데 박 선

초적인 구성을 생각해 보자 한 것입니다. 결

층을 3등분하는 구성을 했습니다. 베이스는

생이 <현대해상화재보험 광화문 사옥>(이하

과적으로 상대의 안들은 정말로 포스트 모던

유럽 호텔의 로비 분위기를 요구했던 건축주

현대해상 사옥) 에서 보여 준, 돌을 끊어서 쓰

한 것들이었어요.

의 의견에 따랐고, 콜로네이드(colonnade)

는 방식은 굉장히 독특하다고 할 수 있어요.

ⓦ 이종건 : 미학적 문제를 리듬과 비례(pro-

와 회랑을 설치하여 보행자들의 이용을 배

매우 대담한(daring) 어프로치(approach)

portion)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결과가 천박

려했습니다.

라고 봅니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방식은 물

하지 않고 깊이감이 있어 보이는 성공적인

ⓦ 최두남 : 익숙한 고전의 엘리먼트(ele-

성을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이지요. 유리는

건물이 되었습니다.

ment)들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모던한 느낌

가볍고 돌은 중량감이 있기 때문에 프레임의

ⓦ 최두남 : <현대해상 사옥>은 리듬감에도

을 계속 의식하면서 정직하게 썼기 때문에

역할을 하는 것은 늘 돌이었어요. 그런데 그

변화가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또 강한 리듬

그것을 다루는 방법이나 조형성이 신선한

반대로 돌을 끊어서 유리 사이에 끼운 형태

으로 다른 것을 카무플라주(camouflage)하

느낌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감(tension)

고 있지요.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휴

을 유발시키죠. 그것도 딱 붙어 있는 것이 아 니라 돌출된 상태로 끼어 있는 형태는 강한

클래식한 방법과 모던한 감성

머니즘

리듬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심지어는 지구의

ⓦ 박승홍 : <현대해상 사옥>이 <엔씨소프트

ⓦ 최두남 : 그런데, 건축가와 그가 만드는

중력에 도전장을 내미는 듯해요.

사옥>의 출발이 된 데에는 스토리가 있습니

건축 사이에 어떤 상관 관계가 있다고들 보

ⓦ 이종건 : 건축가 김준성의 몇 년 전 국세

다. 사무실을 잠시 쉬는 사이 <엔씨소프트 사

십니까?

← <엔씨소프트 사옥>전경. 사진 이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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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건 : 건물을 짓고 디자인하는 것을 포

이 봐야 한다는 진리, 이런 것들을 단단히 부

고, 극단에는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

함한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사람의 보이지

여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한 가운데 현대

나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

않는 영혼의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전

적(contemporary) 재료나 공간감, 표현 등,

등이 있겠죠. 물론 한쪽을 지나치게 비판하

적(classic)으로 문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

이를 테면 매스를 잘라내고 사선을 도입하고

거나 하나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람은 그것에 천착하면서 다른 것을 시도해

공간의 시퀀스를 주는 방법들은 클래식한 것

다만 양쪽 사회들을 저글링(juggling)해 나

보려고 하고, 기본 없이 덤비는 사람은 늘 그

에서 벗어나 있어요. 그러나 전체적인 퀄리

가면서 지금 시대에 좋은 공간과 좋은 건축

렇기 마련이지요. 아무튼 한 인간이 세상을

티(quality)는 클래식 안에서 돋보이는 것이

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바라보는 눈과 감성과 따뜻함의 온도가 건물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른 한국의 40~-50대 건

결국 개인의 몫일 겁니다.

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수밖에 없고, 그것

축가들에 비해 단단한 기본기 위에서 건축을

ⓦ 박승홍 : 제 스스로 기본적(basic)인 것을

이 은연중에 나타나고 배어나는 거라고 생각

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놓지 못하는 것은 불안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합니다. 그것은 거꾸로 건물을 통해서 건축

실제로 가장 클래식한 것과 현대적인 것은

견주어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뭔가가 없으

가 박승홍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말이

다르지 않습니다. 건축은 늘 변하는 것 같지

면 왠지 모를 불안함이 생겨나는 거죠. 그런

기도 합니다. 특히 오늘 답사한 두 건물이 극

만 그 속에는 건축이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

데, 건축 언어(architecture language)와 휴

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휴머니스틱(human-

는 클래식한 힘들이 존재하지요. 리딩(lead-

먼 언어(human language)는 다를 수 있다

istic)한 감성입니다. 여기서 휴머니스틱하

ing) 건축가들의 작품에는 건축이 가지고 있

는 말씀에서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감성적

다는 용어의 표현은 사르트르가 대비시킨 바

는 본연의 가치나 덕목들이 한결같이 유지되

인 언어(emotional language)를 서로 다루

있는데, 본질(개념)에 대립되면서 또 그것에

어 오고 있습니다. 단단한 것들을 만드는 요

는 거라면 말이지요.

앞서는 실존=휴머니즘이라는 견지에서입니

인이기도 하지요. 프랭크 게리가 디즈니 홀

ⓦ 최두남 : 불안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

다. 현대 사회는 니체의 입장에 서서 “중심도

설계를 위해 한스 샤로운의 필하모니를 작

을 수 있겠죠. 박 선생의 불안은 아마도 이

없고 주변도 없는데 무엇을 하는가, 소위 토

업의 출발점으로 선택한 것을 예로 들 수 있

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건축은 이래야

대 없음 자체가 토대이니 오히려 새처럼 날

겠네요. 그 두 작품은 내부 공간 구조가 비

한다는 근거나 확신이 있는 상황에서 그것

아라” 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실제로 건축은

슷합니다.

을 부정하려는 가정을 세웠지만 이게 아니

보수적이고 우리 몸에 가장 가까운 작업입니

포스트 아방가르디스트들의 영향은 매우 크

다, 라는 결론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불안, 그

다. 또한 건축가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세상

긴 하지만,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교환 가치

렇게 때문에 다른 것을 해도 다시 본질로 되

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실제로는 니체의 언어

는 높고 사용 가치는 낮다고 평가하기도 하

돌아오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돌아올 근거

가 관념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죠.

지요. 그러한 측면에서 고전 안에 내재된

지(home)가 있다는 말이지요. 세상이 아무

그러한 관점에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지속적인 가치들을 유지하면서 레볼루션

리 바뀌어도 좋은 건축의 공감대는 결국 비

박 선생에게는 굉장히 휴머니스틱한 측면이

(revolution)을 시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례, 물성, 공간감, 스케일, 텍토닉 등등에 있

있다는 겁니다. 박 선생의 프로젝트를 보면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입장을

지 않을까요? 그러한 요소들이 더욱 더 강하

고전적인 것,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견지하고 있는 작가들도 많고요. 라파엘 모

게 발현될수록 감성적인 건축에 가까운 것

단단한 건축의 가치들, 비례와 공간과 용도

네오(Rafael Moneo)나 헤르조그 드 뮈론

이겠지요.

의 중요성, 여전히 땅은 중요하고 주변과 같

(Herzog & de Meuron) 등이 그 예가 되겠

← <엔씨소프트 사옥>의 외부 휴게 공간. 콜로네이드(colonnade)와 회랑을 설치하여 보행자들의 이용을 배려했다. 사진 이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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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 사옥>의 로비. ← 테헤란로에 솟아 있는 <엔씨소프트 사옥>은 견고한 석재 모듈의 넓은 바다가 고추 세워져 스케일의 거대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진 이병일.

엔씨소프트 사옥 건축 개요 | 대지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 용도 : 교육, 연구 복지 시설 | 대지 면적 : 2,233.30m2 | 건축 면적 : 1,281.28m2 | 연면적 : 30,895.51m2 | 규모 : 지하 7층, 지상 15층 | 구조 : 철골 철근 콘크리트조 | 외부 마감 : thk30 화강석, thk3 알루미늄 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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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 사옥>의 2층 로비. 사진 이병일. ↑↑ <엔씨소프트 사옥>의 1층 로비. 사진 이병일. → 10. <엔씨소프트 사옥>의 2층 로비. 수공간을 두어 방문객 들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사진 장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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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Seounghong Park


↑ <엔씨소프트 사옥> 직원들을 위한 옥상 휴게 공간. 사진 이병일. → <엔씨소프트 사옥> 강당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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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 사옥> 지상 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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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Seounghong Park


← <엔씨소프트 사옥> 기준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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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Seounghong Park

↑ <엔씨소프트 사옥> 동측 입면도.

↑ <엔씨소프트 사옥> 북측 입면도.


↓ <엔씨소프트 사옥> 종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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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불안, 건축가의 불안

있다는 거겠죠.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까

체로 해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만드

말한 것처럼 베이스가 있기 때문이겠고요.

는, 즉 건축을 수단으로 쓰는 경우가 굉장히

불안하다는 것도 사실은 자신이 아무리 연

많아요. 이 경우와 물 흐르듯이 상황에 맞게

을 멀리 띄워도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가야

만들어 나가는 경우, 둘 다를 취할 수는 없

할 목적지(destination)를 알고 있기 때문

을 거예요. 쉬운 일이 아니죠. 결국은 선택의

에 방황 자체에 있어 본인이 원하는 만큼 자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내가 이 프로젝트

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요. 결국은

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먼저 정

어느 방향으로 컨트롤(control)해야 하는지

하고 접근하는 경우와, 대지 혹은 프로그램

튼튼한 기본기 위의 물과 같은 건축

를 알고 있다는 거죠.

등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독창성을 버무려

ⓦ 최두남 : 저는 박승홍 선생을 안 지 20년이

ⓦ 이종건 : 보통 한국의 리딩(leading) 건

서 만드는 경우를 선택하는 것이지요. 그런

넘습니다. 그래서 감히 건축가 박승홍은 낙

축가들에게는 나름의 컨셉트(concept)들이

데 실험적인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천적(optimistic)이고 휴머니스틱(human-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의 건축을

항상 컨셉트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드러내고

istic)하고 라이프(life)에 대한 열정이 매우

조직하는 벡터(vector)가 작위적인(artifi-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이러한 건축

크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의 건축

cial) 것이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도 진화를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

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은 굉장히 시원스럽

컨셉트를 지향하고자 의도적으로 다른 것들

느 쪽으로 갈 것인지는 개개인의 선택이라

단 느낌이 들고, 또 하나는 물질(substance)

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되기도 하는데, 그

고 보고요.

이 느껴지지만 가벼운, 그러니까 중량감이

에 비해 박 선생은 강력한(strong) 컨셉트

있으면서도 경량으로 느껴진다는 겁니다.

보다는 좀 약하지만(weak) 여러 상황 속에

일상을 보듬는 따뜻한 건축

ⓦ 이종건 : 그건 아마도 정밀성, 정확성(pre-

서 버무려서 컨셉트를 받아들이는 것 같아

ⓦ 이종건 : 그런데 우리의 상황은 어느 쪽도

cision) 등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요? 혹은 군

요.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고의 선은 물

다 허한 것 같습니다. 기본기를 갖춘 건축들

더더기가 별로 없다거나….

과 같다, 라고 하듯이 물처럼 자기의 형체를

이 우리 사회에 단단하게 깔려야 사회도 아

ⓦ 최두남 : 디테일(detail)을 위한 디테일에

드러내지 않고 주어진 것에 따라 형태와 공

름답고 환경도 좋고 삶도 좋을 텐데 그렇지

몰입하는 성향은 절대 아니거든요. 저는 이

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못하고, 또 그렇다고 해서 정신과 대결을 하

것도 장점이라고 보는데, 일단 숨겨진 이야

작법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다른 건축가

거나 실험적인 건축이 많은 것도 아니고….

기(hidden story)가 없어요. 뭔가를 만들어

들과 상당히 다르다고 봅니다. 그래서 한국

아시다시피 이 땅에서 건축가로 살아간다는

내려고 하기 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물 흐

에 오신지 꽤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어찌 보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변두리에 서 있

르는 대로 풀어가는 스타일이지요. 그렇기

면 건축계 내에서 홀대받지 않았나 하는 생

는 힘없는 존재들이죠. 그런 면에서 어찌 보

때문에 <청계천 문화관> 같은 것이 나오기

각이 듭니다. 강력한 컨셉트를 내세우지 않

면 기본기를 갖춘 건축들이 학생들에게 영

도 하고 <엔씨소프트 사옥> 같은 것이 나오

는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향을 주고 결국에는 그것들을 넘어서는 단

기도 하는 거예요. 아마 같은 건축가의 작품

ⓦ 최두남 : 컨셉트라는 것이 모든 상황과 일

계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베이스

이라고 하면 믿지 않을 겁니다. 어떤 면에서

치되었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솔직

를 좀 더 튼튼하게 하고 난 다음에…. 물론 순

는 그만큼 본인이 그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히 건축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건축을 매개

차적(serial)으로만 갈 필요는 없겠죠. 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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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Seounghong Park


히(parallel) 갈 수도 있겠지만, 보편적인 좋

건축가 박승홍은 아틀리에 건축가인가? 코

이 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은 건축을 많이 해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더

퍼레이트 건축가인가?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틀리에 프로젝트도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최두남 : 사무실 이야기를 좀 해보죠. 제

중요하지만 코퍼레이션에서 큰 프로젝트들

ⓦ 최두남 : 간혹 삶보다 건축이 우선인 사

생각에 아틀리에(atelier) 건축가와 코퍼레

을 통해 보편적인 디자인의 수준을 끌어올려

람들이 있지요. 삶이 먼저고 건축이 그 안에

이트(corporate) 건축가는 건물의 규모와

주는 것이 우리에게는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

들어가 있다면 큰 흐름에서 클라이언트가 원

용도에 따라 능력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규

같아요. 그런 다음에 클라이언트들의 인식

하는 대로 따라갈 수도 있는데, 삶이 건축 안

모가 크고 상업적인 시설일수록 설계나 공사

도 좀 바뀌고, 우리의 공간과 건축이 서구의

에 들어가 건축이 먼저인 경우는 자신의 스

기간이 굉장히 크리티컬(critical)해지고, 소

것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고 충분한 수준에

테이트먼트(statement)를 위해 클라이언트

위 불특정 다수를 위해 설계를 해야 되니까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의 요구나 기능 같은 걸 희생해도 된다는, 이

특정한 표현이 힘들어지지요. 아틀리에 건

그런 면에서 코퍼레이트 작가들을 장려하는

기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축가이긴 하지만 그런 조건들을 맞추다 보

(promote) 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 이종건 : 하지만 실제로 문명은 그러한 희

면 오히려 아틀리에 건축가의 특성이 마모

박승홍 선생이 정림에 계셨었기 때문인지 몰

생을 요구합니다. 그렇게 피어난 몇 송이 안

되어서 코퍼레이트 건축가의 특성이 나올

라도 어떤 부분은 코퍼레이트 건축가의 디자

되는 꽃들을 위해 문명이 나아가고 국가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재능보다

인일 수 있겠고—제가 박 선생의 작품을 많

이미지를 형성하고 이전 세대와 겨루기도 하

는 상황에 따라서 탈바꿈이 되는 거죠. 그래

이 알지는 못하지만—반면 개인적으로 휴머

는 거지요. 니체가 말했듯 최대의 고통과 최

서 코퍼레이트한 것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니스틱하기 때문에 아틀리에 작가의 특성도

고의 희망을 동시에 거머쥐기 위해서는 거기

아티스틱(artistic)한 것이 퇴화되고, 아티스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청

에 따르는 고통을 참아내야만 하겠죠.

틱한 것을 가지고 규모가 크고 용도가 상업

계천 문화관>은 굉장히 아틀리에적인 작품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적인 건물을 하다 보면 버거울 수밖에 없는

이지요. 디엠피를 비롯해서 우리 나라의 대

이해할 수 없는 거겠지요. 그들은 개념을 떠

거예요.

형 건축사무소들이 전략적으로라도 예산이

나서 우선적으로 공간이 따뜻했으면 좋겠다

ⓦ 이종건 : 맞습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나 에너지의 일부분을 아틀리에적인 작품

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따뜻한 가슴을 지

커지기 시작하면 클라이언트나 사용자 자체

에 투자를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 전

닌 사람들이 영웅은 아니었는데, 오늘날의

가 없어지지요. 불특정할 뿐만 아니라 아예

체의 디자인 교육을 위해서 혹은 회사의 역

입장에서는 일상을 보듬는, 작은 것들을 소

미팅(meeting) 자체가 안 돼요. 시행사를 통

량을 보여 준다는 측면에서 말이지요. 타산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또 다시 영웅이라는

해서 일을 받는 경우도 있고, 중간에 설계안

이 맞진 않겠지만 일종의 ‘건축의 헌금’이라

정의에 들어맞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니체

이 바뀌기도 하죠. 그래서 기본적인 형태만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시대의 영웅과 지금의 영웅은 다른 것이겠

잡아 주고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합니다.

죠. 따뜻한 영웅들 하나하나가 모여 엄청난

도 하고요. 아틀리에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

인간의 휴머니티(humanity)를 새롭게 한 단

죠.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가 그라

디자인의 헌금, 창조적 소비가 필요한 한국

계 올려주고, 그래서 좀 더 나은 세계에서 인

운드 제로(Ground Zero)를 만들었지만 거

의 대형 건축사무소

간을 숨 쉬게 만들고….

기에 새롭게 건설되는 하이 라이즈(hi rise)

ⓦ 박승홍 : 아틀리에, 코퍼레이션 등 어떤

프리덤 타워(Freedom Tower)는 솜(SOM)

범주(category) 안에 들어가는 것은 있을 수

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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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고 여겼어요. 어느 경우가 되더라도 건

운 작품을 아틀리에 이상으로 해보자, 라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들 모두가 자기 것을 할

축의 기본이라는 관점 안에서 생각하고자

의기투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잘 모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또 그들이 파트너

했습니다. <청계천 문화관>을 하면서도 내

르겠어요. 없기 때문에 아틀리에와 코퍼레

가 되는 것, 그것이 목표입니다.

가 코퍼레이트 사무실에 다니니까 디자인

이션이 자연스럽게 양분되는 상황이 생겨난

ⓦ 이종건 : 만약 그게 성공한다면 한국에서

도 그런 성격에 맞아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것 같기도 하고요.

가장 좋은 코퍼레이트 펌이 될 겁니다. 사실

하지 않았고요. 누군가가 그러한 것을 요구

ⓦ 최두남 : 저는 생각이 좀 다른데요, 우리가

그러한 실험이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

했다면 아마 부정했을 겁니다. 비단 저 자신

알고 있는 소위 거장들은 아틀리에적인 건물

요. 아시다시피 오너(owner)들은 직원들을

만이 아니라 어떤 코퍼레이트 건축가들도 개

의 규모나 범주 안에서 작업을 해오는 경향

디자이너로 대우한다거나 작업의 가능성을

개인의 의식과 욕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있지요. 그것만 보더라도 건물의 규모가

열어 주거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제공

요. 단지 상황에 따른 다른 요구가 있을 뿐

커지면 건축의 진수나 정수를 구현해내기 힘

하지 않습니다. 오너가 다 가지고 갑니다. 그

이지요.

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틀리에의 건

게 우울하고 슬프기도 하고 싸워도 보았는데

ⓦ 이종건 : 그러나 현재 상황은 매우 비관

축과 코퍼레이트 건축은 어쩌면 항상 평행선

잘 안 되더라고요. 자신이 디자인하지도 않

적입니다. 현재 대형 사무소라고 일컫는 사

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지도 몰라요.

았는데 사장이 작가가 되는 현실, 나이 사십

무실들이 아틀리에에서 할 수 있는 규모

ⓦ 이종건 : 공격적인 실험이나 새로운 감성

에 한국에 와서 제일 처음 받은 충격입니다.

나 수준의 프로젝트를 손해 보더라도 열심

은 상업적인 빅 프로젝트(big project)에서

심지어는 어디서 디자인을 받아가지고 와서

히 해서 어떤 성과를 이루었느냐면, 그렇지

어렵기는 하겠지요. 저는 그런 측면에서 디

는 자기 이름으로 내기도 하죠. 이런 나쁜 사

않다는 거죠. 어떤 이유에서든 없다는 겁니

엠피가 무척 궁금합니다.

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젊은 건축가들, 건축 학도들이 꿈을 꾸기에 너무나 나쁜 환경입니

다. 독일 전시를 기획하면서 한국의 건축가 를 초청해야 하는데, 대형 설계사무소의 건

젊은 건축가들, 건축 학도들이 꿈꾸기 좋은

다. 후학들을 위해서라도 진심으로 디엠피가

축가를 초청할 수 없었던 일은 우울한 기억

회사

그런 이상적인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으로 남아 있어요. 대형 설계사무소는 대기

ⓦ 이종건 : 코퍼레이트 펌(corporate firm)

ⓦ 박승홍 : …….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

업이란 속성을 보여 주는 정도지 아키텍트

의 개념인 것 같으면서도 실제 dmp에 들어

무실 내의 젊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디자인을

(architect)는 없다, 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

와 보면 디자인 펌(design firm)에 가깝다는

하고, 외부에서도 그들의 이름을 알고 알려

식이에요. 그 원인은 실제로 작품이라 할 만

느낌을 받게 되지요.

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 자신이 편

한 것들이 없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디

ⓦ 최두남 : 사무실의 풍경이 참 묘합니다. 아

하기 위해서라도, 제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

자인의 헌금, 창조적 소비가 없다는 것은 참

틀리에식은 아닌데 보통의 코퍼레이트 펌과

서라도 필요한 일입니다.

으로 우울합니다. 외국의 경우 큰 펌(firm)

는 다른 뭔가가 있는 듯하고….

ⓦ 이종건 : 디엠피에 희망을 한 가지 더 걸어

에도 디자이너가 있어서 그들이 조직을 끌

ⓦ 박승홍 : 사무실 생긴 지가 1년 정도여서

보자면, 동대문 프로젝트처럼 외국 용병을

고 나가거나 혹은 디자이너 몇몇이 결합되

지금은 사느라 바쁘지만(웃음), 앞으로의 목

데려다가 치르는 전쟁 속에서 박 선생이 당

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에 디자이너가

표는 사무실을 능력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

당히 혼자 나가 싸워줬으면 좋겠습니다. 큰

살아나갈 수 있는 사무소 조직이 만들어지고

로 키워가는 것입니다. 현재 프로젝트를 리

프로젝트 딱 터지면 외국 용병 선수 찾기 위

그 안에서 치열하게 디자인하고 정말 작품다

더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 소장들인데 대부분

해 바쁜 것이 현실입니다. 알 만한 외국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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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Seounghong Park


가들, 한국에서 러브콜을 너무 많이 보내오

있고요. 어떤 열망 같은 것도 보여요. 캐주얼

만들 수 있지요. 박 선생은 작업하시면서 어

니까 값도 높아지고 이리저리 재는 것 아닙

하지만 무겁기도 하고, 굉장히 가볍기도 하

떤 불만이 있으신지요?

니까?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까?

지만 보수적이기도 한 느낌이 캠프란 용어

ⓦ 박승홍 :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들이 똑같

ⓦ 박승홍 : 습관화된 거죠. 외국 건축가를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야전 막

이 제가 가지고 있는 불만입니다.(웃음) 한

데려오면 발주측에서 가점을 주니 안 할 수

사를 캠프라 부르기도 하죠.

가지 더 보탠다면 건축주의 수준에 대한 것

는 없는 노릇이고…. 어떤 턴키에서는 발주

ⓦ 최두남 : 야전 막사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입니다. 건축주의 수준이란 결국 사회의 수

측에서 외국사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는 것은 항상 깨어 있고 위기 상황에 발 빠르

준입니다. 그걸 뛰어 넘는다는 것은 정말 어

건설사끼리 서로 눈치를 보면서 데려오는 경

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려운 일이지요. 그저 내가 맡은 일이라도 열

우도 있습니다.

ⓦ 문진호 : ‘캠프’는 강원도에서 무박 2일 동

심히 해서 작은 가치들이라도 많이 만들고

안 초창기 멤버들이 도원결의를 할 때 생각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 작은 것들이 모여서

자유와 도전과 깨어 있음의 상징, ‘캠프’

해낸 거예요. 그 때 대화 속에서 나왔던 회사

우리의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 최두남 : 사무실 이름이 정확히 ‘(주)종

의 형태는 항상 열려 있고, 자유롭고 즐겁게

하구요.

합건축사사무소 디자인캠프 문박’입니다.

일하고, 또 언제든지 배낭 메고 와서 자기 것

ⓦ 최두남 : 우리 나라에서 진짜 좋은 건축

dmp는 ‘designcamp moonpark’을 줄인 것

풀어 놓고, 언제든 소속을 떠날 수도 있고….

이 나오려면 건축가의 재능보다 클라이언트

일 테고요. 특히 ‘캠프’는 어디서 나온 것인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그 정신이 상호로

(client)의 수준이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지 모르겠지만 느낌이 좋습니다. 캠프라는

남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좀 유치하다는

아무리 작은 건물이라도 클라이언트가 좌지

단어 속에는 굉장히 자유로운 이미지가 담

생각도 들었는데….

우지하기 때문이지요. 외국에서 좋은 건물

겨져 있지요.

ⓦ 이종건 : 21세기를 성격 짓는 6개의 키워

이 나올 수 있는 것은 클라이언트의 수준과

ⓦ 이종건 : 인문학적으로는 무거운 용어입

드 중 하나가 가벼움입니다. 사무실도 마찬

지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니다. 스쿨(school), 즉 학파를 디자인에서

가지고 조직도 마찬가지고 무거워서는 살아

ⓦ 이종건 : 클라이언트의 수준이 낮은 것은

는 캠프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남을 수 없는 것이 21세기지요. 21세기 코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클

ⓦ 최두남 : 저는 그런 보수적이고 고풍스런

와 딱 맞는 개념인 것 같은데요? 아무튼 디자

라이언트들이 외국의 작가들에게는 무릎을

(archaic) 의미보다는 자유롭게 모여 서로

인캠프의 첫 번째 작품이 많이 기대됩니다.

꿇는다는 거지요. 모든 권력을 주기도 하고.

도움이 되고 서로 이해하는 집단의 느낌이

ⓦ 문진호 : 박 사장님이 전념하고 계신 <송

ⓦ 최두남 : 아주 좋은 이야길 하셨는데, 저는

더 강하게 듭니다.

도 아트 센터>가 저희 출범과 시점을 같이한

언제 한 번 우리 나라에서 똑같은 설계비와

ⓦ 문진호(파트너, 디엠피 대표, 중간에 잠깐

작품입니다. 기간이 좀 길어서 그런데, 이제

조건을 주고 외국 건축가와 우리 건축가에게

동석함) : 자발성의 의미도 있어요. 캠프 신

막 착공을 했어요. 원래 2010년을 목표로 했

똑같은 프로젝트를 시켜 보았으면 좋겠습니

청할 때는 보통 자신이 원해서 선택을 하죠.

지만 한 2,3년 뒤로 미뤄졌습니다.

다. 정말 정당한 조건 아래서 비교를 한 번 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물론 재미있는 곳이어야 하겠고요. ⓦ 이종건 : 도전적인 느낌도 있어요. 캠프를

불만 있는 건축가들의 진짜 불만

ⓦ 이종건 : 희한한 건, 명장을 불러와도 우

치는 것은 목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일시적

ⓦ 이종건 : 원래 건축가들은 불만이 있는 사

리 나라에는 명작이 안 나온다는 거예요. 건

이긴 하지만 뒤편에 든든한 베이스 캠프가

람들입니다. 불만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걸

축사적으로 주목을 한다든가 세계적인 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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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을 받는다든가 하는 게 없어요. 물론 거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한 것은 확신

“Thoroughbreds don’t look at other

에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그 이상으

이 들지 않기 때문이겠죠. 풀 수 있는 화두인

horses”란 표현이 있지요. “순종마(純種馬)

로 보이지 않는 억압들이 있는 거 같아요. 대

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문제는 화두가 있

는 다른 경주마를 보지 않는다”란 의미입

체적으로 작품들이 두루뭉술한 결과를 가져

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것입니다.

니다. 다른 말을 보지 않고 자신의 레이스

오지요.

(race)만을 뛰는 순종마는 불안을 가지고 있 건축가를 깨어 있게 하는 욕망과 저항 사이

으면서 그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

불안하지만 찾고 싶은 꿈

의 불안

어요. 이처럼 새로운 것을 이루기 위해서 건

ⓦ 와이드 : 마지막으로, 건축 작업을 통해 불

ⓦ 최두남 : 저의 불안과 박 선생의 불안은 비

축가는 겉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내면적으

안하더라도 찾아가고 싶고 이루고 싶은 꿈이

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추측컨대 요즘 다양하

로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을 항상 하고 있어

있으신지요?

게 바뀌어 가고 있는 건축에 대한 불안감일

야 할 것입니다. ⓦ

ⓦ 박승홍 : 두 가지가 있어요. 여전히 한국

겁니다. 예전 같으면 이즘(ism)이 전체 방향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성에 대한 것은 추구하고 싶고, 또 하나는 친

을 잡아주고 지침이 되었을 텐데 지금은 각

환경에 대한 겁니다. 특히 최근 다루고 있는

자가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띄고 있지요. 아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에서는 건축주가 원

트(art)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 개인 개인을

하기도 했지만 설비, 기계적인 것이 아닌 건

이해하지 못하면 아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

축 공간을 통한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의 해

예요. 그렇게까지 분화된 건 아니지만 건축

법을 찾고 있습니다. 건축주가 전혀 요구하

도 다양하고 자유롭게 변화해 가고 있어요.

지 않으면 어려운 만큼 내가 가지고 있는 기

누구나가 그러한 변화에 동참하고 싶은 욕망

회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고 싶

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베이스가 강한 사람

은 욕심이 있습니다.

일수록 그것에 대한 저항도 강하지요. 이것

ⓦ 이종건 :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즉 이

을 해보고 싶은 욕망과 이게 아닐 수가 있다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는 저항 사이의 갈등, 저는 불안의 근본 요소

나 고민, 꿈 등등을 어떻게 좀 해봤으면 좋겠

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는 것인데 한국성을 찾아가는 길이 확실히

ⓦ 이종건 : 그러한 경계에 대한 불안은 있을

보이면 불안할 것도 없겠지요.

수 있는 불안입니다. 건축도 미술과 크게 다

ⓦ 박승홍 : 말은 많이 했지만 해 놓은 것은

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최고의 걸작

하나도 없어서 저는 더 불안한 겁니다.

들은 그런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절묘한 균형

ⓦ 이종건 : 아시다시피 건축은 50부터라고

을 유지한 것이거든요. 불안한 가운데 균형

말합니다. 그런 견지에서 보면 이제부터 하

을 유지해야 절묘한 작품이 나오는 거죠.

기 시작한 것 아닙니까? 실수하지 않고 과하

ⓦ 최두남 : 맞습니다. 건축가를 항상 깨어

거나 바보 같은 짓 하지 않으면서 현명하게

있게 만드는 것이 불안이라 생각합니다. 그

물길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제

것은 자기 자신하고의 싸움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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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Seounghong Park


↑ <엔씨소프트 사옥> 동측 입면 부분. 54-55p. → 4. <엔씨소프트 사옥> 입면. 작은 단위들은 자유로운 개체처럼 거대한 표면을 떠다니며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는 미묘한 패턴을 생산한다. 사진 장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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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인근 다리 위에서 바라본 <청계천 문화관>. 매스의 거대한 눈은 마치 어딘가를 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고 꿈틀거리는 경사로의 형태는 건물 전체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사진 이병일. ←← 2. 내부에서 보는 <청계천 문화관>의 경사로와 구조의 상호 작용 ← 3. 내부의 공간과 물리적 요소들은 서로 간에 경계를 침범하면서 전체를 구축하고, 이러한 얽혀 있음은 불완전하지만 오히려 많은 것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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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노련한 복서들의 유쾌한 경기 관전기 글^사진 | 장정제

훌륭한 작품, 논문, 비평, 대화, 저서, 잡지 그

야 밖으로 던져버렸다. 그곳에 잠시 머물자

거인들 가운데 <엔씨소프트 사옥>은 견고함

리고 더 많은 기회들을 통해서 건축을 경험

면 그 시선을 따라 청계천이 굽어 흐르고 고

의 추를 매달고 있었다. 수많은 중력의 추를

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그 위대한 정신

가도로가 휘어져 날 듯 사라져…. 그곳은 조

질감과 함께 펼쳐 놓은 견고하고 육중한 집

을 가진 건축가와 학자들을 직접 만난다는

금 벗어나면 수많은 자동차와 사람들이 무언

성체는 작은 디자인 요소의 반복을 통하여

것은 놀라운 경험과 새로운 기회를 선사한

가를 나르고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매우 밀도

완성한 섬세한 그림이다.(사진 4→54-55p.)

다. 잡다하게 쌓인 지식이 아니라 세계와 건

높은 도시의 중심이 존재하는 곳. 외진 곳이

두 작품은 매우 다른 극과 극이면서도 하나

축을 이해하는 통찰력은 그러한 위대한 정신

다. 그 탓에 장소는 새로운 여유를 가진다. 문

의 자성으로 끌어당기듯 균형을 이룬다. 박

과 교감함으로써 살아나고 진정한 실체를 얻

화관의 대지와 공간은 도심과는 다른 느린

승홍 선생의 말씀으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이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사진 2) 그러므

하나는 마음속에 머무르는 건축적 ‘불안’이

숨죽이며 울렁이던 수많은 단어와 텍스트가

로 여유로운 속도의 경사로를 따라 굽이치는

라고 했다. 불안은 미완의 즐거움이고 자유

장면장면 되살아나 하나의 감정과 영혼을 얻

통로는 공간, 구조, 표피를 외부보다 높은 밀

로운 시도이며 견고한 후퇴일 수도 있다. 이

기 때문이다. 내게 집담회는 그렇게 다가왔

도로 움켜잡고 있고 모두가 제각기 다른 음

종건 선생의 말을 빌면 새로운 시작의 발판

다. 그 끝에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

색을 내고 있는 기악 연주의 묘한 화음을 만

이기도 하고 한계일 수도 있었다. 박승홍 선

스 그리고 그 너머 초원과 바다에 대한 기대

들어 낼 수 있었다.(그림 3) 지금 생각해보면,

생과 가까운 지인인 최두남 선생의 생각대

가 나타났다. 지금부터 집담회 동안 박승홍,

문화관을 살아있게 하는 것은 바로 그 흐름

로 건축 작업에 있어서 더 깊은 내면의 열정

최두남, 이종건 세 분 선생의 이야기를 내가

이었다. 나는 그것이 강아지만 봐도 개의 주

이고 섬세한 미안함일 수도 있다. 정확하게

들었던 방식대로 옮기고자 한다.

인을 안다는 최두남 선생의 우스갯소리와도

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나 그 불안은 가장 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 작품은

까운 분의 솔직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어찌

박승홍 선생을 잘 드러내는 작품일 것이다.

되었건 두 작품이 갖는 즐거움은 그러한 불

ⓦ 느린 시간의 흐름 한 시간 가량 남짓 미리 돌아본 청계천 문

안 이상의 것이며 구조에 움켜잡히지 않은

화관의 매스는 좁고 긴 대지가 가진 흐름을

ⓦ 미묘한 패턴의 섬세한 그림

공간과 표피는 이미 불안을 넘어섰다는 것

감아올리면서 공명하듯 떠오르고 있었다.(

대지가 담고 있는 작품의 한계는 자유로움

을 보여 준다.

사진 1) 건물 한편으로 내민 전망대 끝에서

으로 번안되어 길을 따라 굽이치고 있었다.

는 그때까지 강제된 흐름을 열어 제치듯 시

그 모비딕의 하얀 고래와는 다르게 테헤란로

ⓦ 후렴과 쉼표와 변주

장정제는 홍익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생으로 논문「 건축언어에 의한 의미구조와 가치구조에 관한 연구」 (2005. 12)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및 대학원 박사과정에 출강하고 있다.『자유로운 건축』 『개념으로서의 , 건축』 『개념으로서의 , 건축 I—창조적 사고와 디자인의 도전』 『개념으로서의 , 건축 II—아름다운 건축, 인간이 꿈꾸는 건축, 건축이 그려내는 도시』 『알기 , 쉬운 건축, 건축을 모르는 내 아내와 학생들도 이해하는 건축 이야기』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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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경사로 위에 떠다니는 <청계천 문화관>의 전시 공간은 통로와 결합되어 있다. ↗ 6. <청계천 문화관> 내부. 구조, 공간, 경사로를 포함한 다양한 요소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전체는 보기 좋은 화음을 이루어낸다. → 7. 화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통로를 따라서 지속적으로 생겨난 우연성과 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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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담론을 옮기자면, 균형은 또 다

한 배려이기도 했다.

었다고 보여진다. 한편으로 테헤란로에 솟

른 이탈의 자유로운 경사와 각들의 빗겨간

도시에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하는 대지는 청

아 있는 <엔씨소프트 사옥>은 견고한 석재

불안정한 선들로 만들어진 네트워크 사이에

계천이 매우 느리고 한적하여 가끔씩 이름

모듈의 넓은 바다가 고추 세워져 스케일의

존재하는 것이고, 그 네트워크는 물리적 질

모를 새들도 내려와 앉아 흔적을 남겨 놓는

거대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그림 8/8-1)

서를 찾으려는 지각의 부단한 반복이고 교

곳이다. 전망대는 마치 고래 등결을 쪼개어

광화문 현대해상의 발전이라는 건물의 외

묘한 저글링이었다. 저울자의 춤추는 눈금

놓은 듯한 매스위에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피가 갖는 육중함과 끊임없음 그리고 저절

과 같이 수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손짓은 불

의 움츠린 눈을 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뒤

로 드러나는 리듬이 시선을 파도처럼 거대

투명의 매스를 넘어서 굽이쳐 흐르는 두 개

수직으로 서 있는 공단건물은 청계천과 고가

한 바다 위로 밀어냈다.그러므로 내부의 구

의 배경을 힘 있게 붙잡아 두는 이정표를 만

도로를 달아맨 돛과 같이 서 있어 문화관 건

조는 희미해지고 잔잔한 그러나 물결의 접혀

들어 냈다. 두 건축물은 그것을 조율하는 데

물은 힘찬 뱃머리처럼 꿈틀거리고 파란 하늘

들어감과 파도 등처럼 솟아오름이 작지만 반

있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테마의 후렴과 쉼

은 사뭇 짙푸른 바다를 연상시킬지도 모르겠

복적인 쉼표와 음표로 구성된 화음의 연주를

표들 그리고 변주로 이루어진 기악곡을 연상

다.(그림 1) 코일처럼 감긴 공간은 스스로 경

만들어 냈다. 그 위로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

시킨다. 그러한 건축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

사로이고 전시장을 만들어 냈다.(그림 5) 그

내는 변화하는 색채와 질감은 중량감과 물질

의 담론을 만들어 냈다. 집담회는 그렇게 해

러면서 열린 전체를 꿰어 사뭇 긴 여정을 알

성을 함께 덜어 낼 수 있었다. 그것도 우연이

서 시작되었다. 그 안에서 담론은 진정 게릴

리듯 건축적 산책로를 구성하는데 그처럼 변

고 그 거대한 표면이 갖는 작음이 만들어 내

라전이었다. 그것 자체가 잘 조율된 권투 경

화하는 자유로움은 우연을 통하여 생산된 경

는 가능성이었다. 간간히 그것을 거부하는

기였다. 치고 빠지고 하는 노련한 복서들이

계였다. 그 경계는 외부와 내부, 내부의 여러

무중력 상태의 유리창으로부터 어렴풋이 단

알고 있는 게임의 규칙이고 건축의 방식이었

공간들, 구조와 공간, 오브제와 공간 사이에

조로운 안무가 생겨났다. 그러나 그것은 작

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작업들 그리고 스

흔적을 흐트러뜨리면서 서로 간에 새로운 이

지만 거대한 다수의 군무(群舞)를 만들고 슈

튜디오, 건축관에까지 이야기가 넘어갔다.

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것은 불안이

퍼그래픽이기도 했다.(그림 9) 그래서 이곳

가장 두드러진 화두는 불안이었다. 건축 작

고 바로 열려 있음이고 다양한 감각으로부

에서도 또 다른 자유가 질서를 통하여 작은

업은 그 자체가 대지가 갖는 미완성, 불안정

터 느낄 수 있는 물리적 실체의 시나리오를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자유는 불

성에 또 하나의 강제된 힘과 변화를 부여하

만들어 냈다.(그림 6/7) 감각으로부터 이루

안을 넘어 무질서와 미완성, 불완전성, 비정

는 것이므로 어쩌면 박승홍 선생이 말씀하신

어진 각성 이후에, 현실이 가져오는 괴리된

상 상태를 위태로움보다는 즐거운 놀이이고

불안은 건축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두 세계의 마찰은 혼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개입할 수 있는

이 떠올랐다.

것이다. 아마도 이 작품에서 예술은 그렇게

여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열려 있음이

비밀스럽고 끈적이는 불안의 감각으로부터

었다. 그것이 풍부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풍부함은 상쾌하지만, 가벼이 가슴에 미

ⓦ <청계천 문화관> 이야기

동을 만들지는 않고 두 작품 모두 매우 육중

그러한 좌담의 내용을 통해서 작품들은 전 혀 새로운 모습을 갖는다. 그 안에 남겨진 미

ⓦ <엔씨소프트 사옥> 이야기

완성은 새로운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틈이었

아마도 선생의 이야기 속 불안은 그 자유로

고 여지이고 그곳에 담기게 될 사람들을 위

운 형상과 열려 있음을 통하여 극복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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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힘과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다. ⓦ 참 매력적인 화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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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엔씨소프트 사옥>. 매스의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모듈에 의하여 내부의 스케일과 구조를 훌륭하게 벗어난 표피. 벨벳처럼 빛을 받아 변화하는 작은 모듈은 거대함을 통하여 더 빛나는 요소가 된다. ↖ 8-1. <현대해상화재보험 광화문 사옥> 의 스킨. 사진 천경환 ↓ 9. <엔씨소프트 사옥>의 옥상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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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디엠피 건축. 사진 dmp.

누구나 불안을 느끼고 시간을 헤치고 돌아가

표와 함께 시작한 건축사사무소이다. 이름

오프너의 날개처럼 가벼이 춤추는 부드러운

고자 하는 이정표를 얻고자 한다. 그것은 삶

이 보여주듯이 캠프란 말은 여럿이 한데 모

손잡이로부터 흘러나오는 묘한 상쾌함과 즐

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육체가 쉴 수 있는 곳

여 작업할 수 있는 터를 부르는 것이다. 지금

거움 그리고 기대감이었다.

도 마찬가지며 마음이 머무는 사랑하는 사람

까지의 여러 건축사무소의 이름과는 다른 개

들의 가정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돌아갈 수

념으로 시작했다는 느낌에 신선한 자극을 받

ⓦ 근사한 기억으로 남을 대화

있는 곳을 원하는 것은 그곳이 머물 수 있는

았다. 건축가와 소유주 사이에 존재하는 관

새삼 되돌려 생각해보면, 국립중앙박물관에

곳이고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기 때

습적인 생각들과도 넘어선 것이다. 함께 건

자주 가곤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사진을

문이다.개인에게 물리적인 영역과 마찬가지

축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을 단순한 결과물

찍고 새로운 일을 구상하면서 즐거웠다. 그

로 모든 가치는 그 근거를 필요로 한다. 그것

이 아닌 생산의 과정으로 그리고 공통의 프

곳에 대한 기억이 설계자인 박승홍 선생을

은 말 그대로 시작이고 터이며 장(場)이기 때

로세스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기대감과 함께

더 보기 좋게 만들지도 모른다. 세 분 선생의

문이다. 모든 과학에는 공리가 있고 최소의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근사한 생각들에 대하

대화는 내게 근사한 기억이 될 것이다. 그것

개념이 존재한다. 진실, 최초의 개념, 삶의 깊

여 박수를 치고 싶게 만든다.

은 세 분이 선험자이며, 앞서 길을 가는 분들

이, 마음의 깊이, 감각과 행복과 사랑과…. 존

dmp의 설계실과 내부는 건축을 생활로 하

의 지평을 살펴보는 기회였고, 갈증에 대한

재의 깊이를 얻는 그 무엇으로부터 확실함에

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근사한 공간이었

일렁임이 세 분의 열정으로 달아올랐기 때문

대한 끊임없는 회귀가 불안을 만들어 낸다.

다. 건축가는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변화시

이다. 작년 여름 남산 타워에 올랐던 일이 생

그 예민한 외로움으로부터 우리가 얻고자 하

키는 것보다는 다른 건축주의 건물과 공간

각난다. 그 곳에서 보았던 거대한 도시 서울

는 것이 견고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위안만

을 디자인하는 것이 사실이고 수북이 쌓인

과 함께 더 멀리 본다는 것의 기쁨을 느꼈다.

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경계와 영역의 확고

도면과 스터디 모델의 더미에 둘러싸인 것

그것은 그 만한 세계를 내 눈으로 지켜본다

함과 그 안에 존재하는 내용의 풍부함으로

이 사실이다. dmp에서는 건축을 일상 생활

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경험과

얻어질 것이다. 이 세계 그리고 도시를 바라

로서 작업하고 바꾸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

이해를 얻는 것이고 감격이며 통찰력을 얻는

보자면, 그 무엇도 건축의 대상이 아닌 것은

다.(그림 11) 건축은 매일매일 주변의 물건을

것이었다. 그리고 집담회는 그만큼 높은 곳

없다. 건축은 단순히 삶을 담는 그릇이 아니

정리하고 좋아하는 소품을 구입하고 한편에

에서 그분들의 눈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라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

보기 좋게 놓아두는 것, 청소를 하고, 아끼는

얻었다는 것으로도 즐거운 것이었다. 집담

고 그 삶의 내용을 창조한다. 왜냐하면 건축

가구와 물건을 사용하고, 커튼을 달고 가구

회는 그만큼 큰 산이 되기에 충분했다. 모든

은 그 모든 일상의 삶을 움직이고 가능하게

를 바꾸어 가면서 그 안에서 자신이 바라보

건축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배움은 직접 얻는

하는 배경이기 때문이다. 그 불안과 건축, 불

는 생활과 질서를 만들어 내는 일로부터 시

경험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

안을 경계로 생겨나는 자유로움과 가능성 그

작된다. dmp의 공간이 보여주는 것, 자신들

리고 건축을 하면서 삶이 갖는 불안을 느낀

을 위하여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는 것은 매우 감동스러운 이야기였다.

는 것은 그곳 사람들이 갖는 건축가로서의 의식을 느끼게 했다. 그 때문에 집담회는 새

ⓦ 디자인캠프 문박

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더해졌

dmp, designcamp moonpark은 문진호 대

다. 그것은 박승홍 선생이 직접 개봉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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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포착, 드로잉 매 순간 수많은 생각에서 작은 한 조각을 찾으려고 하지만, 작은 한 조각이 큰 결과를 만들어 낸다. 순간순간의 조각들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과정의 결과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드로잉은 순간적 단편의 포착이며, 건축가의 정신이 내재된 최후의 전달 매체이다. | 글 | 제갈엽(본지 운영위원, 건축가)

by Jeagal, Youp 62

WIDE EDGE


와이드 6호 | 이슈 1 2008년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 WIDE ARCHITECTURE : WIDE issue 1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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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의 잠재적 가치를 드높인 건축물 찾기 건축리포트 <와이드>(이하 와이드) 2008년 11-12월호(6호)는 송년호 기획 특집으로 ‘2008년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을 찾아내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특별한’ 주제를 담은 기획서는 대학과 건축 설계의 현장에서 활동 중인 32인의 와이드 발행편집인단에게 보내졌으며, 구성원 각자에게는 오늘 이 시점에서 ‘저항’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에 부응한 건축물 1 점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주문되었다. 기획의 근간은 단 50자로 정리되는 것이었다. “세계화의 반대편에서 지역성의 발현을 통해 한국 건축의 잠재적 가치를 드높인 건축물을 선정한다”라는 것이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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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 | 전진삼 이 땅에 필요한 건축의 주제와 그것의 실체를 찾아서 ‘세계화’와 ‘저항’이라니. 어리둥절할 독자들을 위하여 잠시 모더니즘 건축의 역사를 되짚어보자. 1930년대 하버드에서 강 의를 시작한 그로피우스는 국제주의 양식이 건축의 세계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발설한다. 지구촌은 한동 안 그의 예언대로 기능주의적 근대 건축의 도시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보였다. 건축의 첫 번째 세계화는 그렇게 다가 왔다. 개발 도상 국가의 처지에 있던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건축의 세계화가 그 같은 양상에서 벗어나는 시점은 1960년대 후반부터의 일이다. 장소의 뿌리를 찾는 지역주의 건축이 고개를 들기 시작함으로써 그로피우스의 예언은 일단락되었고 세계 각지에서 지역성 에 근간한 건축의 탐색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20세기의 개막을 전후해서 시장경제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범람하 면서 오늘날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두 번째 건축의 세계화가 거대 자본의 비호 아래 지역성의 폐기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 포착되고 있다. 이번엔 건축의 상품화다. 우리의 경우 이는 동시에 중소형 설계 사무소의 존립 기반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만 큼 위협적이다. 와이드가 ‘저항’의 기치를 드높이고자 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역사의 거대한 뿌리를 튼튼하게 지켜나가는 건축가의 존재는 자본의 규모로 정당화될 수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익명의 건 축가에게 다가온 작은 건축의 디자인 기회를 통해서 이 땅의 역사가 보다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된다는 믿음이 공유되기를 기 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와이드는 ‘저항’의 의미 해석으로부터 출발하여 문제작을 발굴하고자 했다. 고백하건대 숨어 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작업은 우리 건축을 속속들이 들여다봐야 하는 노력을 수반하는 것이다. 첫 번째 시도에 기권을 선 언한 본지 발행편집인단 구성원들이 제법 되었다. ‘저항’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우리 건축의 지평을 눈여겨 봐오지 못했다 는 자성이 주된 이유였다. 이 기획은 올해를 기점으로 하여 매년 이맘 때에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켜 건축의 상품화라는 세계화의 성장주의에 만연된 대한민국 각급 도시에서 건축의 진정성을 알리고, 이 땅에 필요한 건축의 주제와 그것의 실체를 의문하고 답하는 연 례 보고서의 형식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추천 대상은 한국에 지어진 건축물이면 건축가의 국적을 묻지 않는 것으로 했 다. 한국 건축의 일부로 그들의 작업 또한 의미 있게 편입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 기획 | 전진삼(건축비평가, 본지 발행편집인)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 프로그램 1. 기획 의의 <2008년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을 찾는 작업은 세계화의 반대편에서 지역성의 발현을 통하여 한국 건축의 잠재적 가치를 드높인 건축물을 선정하여 그 의의를 되새기는 작업입니다. 2. 선정 방법 (1) 위원님이 정의하시는 ‘저항’의 의미를 500자 정도(넘쳐도 무관합니다)로 작성하여 주시고, (2) 그에 부합하는 국내에 지어진 건축물(외국인 건축가의 작품도 포함)을 1점 추천하여 주시면 됩니다. (3) 건축물의 추천 이유는 (1)번 항목에 포함시키시거나 별도로 작성해주셔도 좋습니다. (분량은 (1)번 항과 동일) 3. 추천 건축물의 시점 2007년 10월 ~ 2008년 10월 (가급적 지난 1년간의 발표작을 중심으로 선정하나 기준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는 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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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1 : 2008 년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


↖ 이일훈의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우묵자리에 누워 여름채 지붕을 보다. ↑ 이일훈의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나눔채. ← 이수열의 <동서울대학 증축 및 리모델링>. ↓ 이수열의 <동서울대학 증축 및 리모델링>.

↓ 김억중의 <사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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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 권유되어도 좋을 저항 | 이일훈 저항…? …!

질문은 저항이다. 저항? 건축이 저항한다? 어떻게…를 묻기 전에 무엇에, 어떤 상황에 저항한다는 말인가. ‘어떤 힘이나 조건에 굽히지 아니하고 거 역하거나 버팀’을 저항이라 한다. 그러니 저항의 영역은, 아니 저항이 생겨나는 영역 아닌 곳과 때가 없다. 우린 무수한 저항 을 학습하고 목격한다. 그러나 학습된 저항이 교훈으로 체화되어야 하고 목격한 저항이 권유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그 저 항들은 기운이 쇠한다. 반복되는 일상과 무의식적 생산의 숲에서 저항은 길을 잃는다. 다행이다. 본시 저항이란 것이 뻔한 길에선 의미가 적으니 길 잃은 상황은 의미를 무겁게 하고 필시 헤매다 길 찾아 나온 저항만이 올곧을 것이니 말이다. 저항 이 올곧다면 가해지거나 처한 ‘힘이나 조건’이 그르다는 말이니, 저항을 묻는 속내 또한 다르지 않은 저항이다. 건축은 무엇에 저항할 수 있을까. 정치에 자본에 사회에 저항한다? 글쎄…. 석연치 않다. 그럼 악습에? 그것도 미흡하다. 저 항커녕 동조 아니면 다행이다. 건축의 기술로 저항한다 치자. 하이테크가 저항일까. 천만에 그것은 기술의 진보일 뿐 저항은 아니다. 중력에? 가당치 않다. 중력의 지배를 인정할 때 공간의 건축의 기술의 상상의 꽃이 피는 법이니 중력에 저항하는 건축은 없다. 그럼 건축이 지닌 예술(?)의 기질로 저항한다? 무엇에? 근본적으로 예술은 익숙함에 권태로움에 습속에 저항하는 것인데 그 것은 새롭거나 낯설음으로 불린다. 가끔. 몇몇 경우에만 그리 불려지는 게 당연하다. 많은 수는 탐색 없는 그렇고 그런 변주 변태 변용 변형 변화에 불과하므로. 이쯤 되면 그것이 입고 있는 옷을 보며 우리는 저항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 된다. 맞다. 흐르다 막히면 고이는 그저 그런 시류의 물 아니라 깊은 바닥으로부터 스며나는 샘 같은, 낯설지 않아 눈에 띄지 않고 내는 소리 낮아 들리지 않는 그것이 저항이리라. 권유되어도 좋을 저항 말이다. 글 | 이일훈(후리건축 대표, 본지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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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1 : 2008 년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


해석

| 저항의 의미 | 구영민 저항, 누가 감히 틈새의 담론을 펼치는가?

글로벌 담론의 세력 속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경향은 우리네 도시의 주요 공간들이 외국 건축사들의 작업들로 채워지고 있 다는 것이다. 정부, 공공 기업, 그리고 대학들까지 가담하여 연예 기획사나 전도사 마냥 해외의 스타 건축가들을 모셔오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모셔진 스타들은 자신들의 모호한 입장을 이용하여 전무후무한 도시, 건축의 패션을 창출하는 대대적 인 실험을 벌인다. 이들은 국내 건축주들의 비호 하에 우리 나라가 가진 고유한 재현의 코드를 부정하면서 융통성 없는 의 미와 형태 구조를 해체하는 특권을 갖는다. 즉, 불확실한 어휘를 통해 양식과 형태를 발명하고, 기존 콘텍스트의 질서를 교 란하며 이국의 땅에서 ‘나, 나, 나’를 외쳐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작업이 아이디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대를 반영하는 담론은 물론 장소를 유지하 는 철학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스틸, 유리 조각들로 편집된 그렇고 그런 형상들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외 계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제 한국의 현대 건축 역시 글로벌리즘의 허구에 의해 비극의 시기를 맞게 된 것이다. 세계화라 는 또 다른 운명의 굴레 속에서 서구의 건축 양식과 형태, 그리고 공간 문화가 우리의 고유한 문화 담론을 훼손해 가고 있 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저항의 건축을 논하게 되는 것은 글로벌과 로컬의 반박(反駁)적 관계를 조율하려는 입장이 아닐 것이다. 또는 세상을 하나의 언어로 통일하고자 했던 근대 기획에 대해 전통과 역사를 표명하려 했던 포스트모던 건축가들의 저항과도 사뭇 다르다. 오히려 역사적 내성(耐性)을 토대로 오늘날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는 진정한 건축적 담론을 되찾으려는 시도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 사전(辭典)적으로 저항(抵抗)은 강력한 힘이나 조건, 또는 체제와 같이 보이지 않는 권력적 간섭에 맞 서는 일이다. 저항은 반항과 달리 사람이나 일정한 대상에 대해서는 쓸 수 없는 말이다. 그러기에 반항은 일시적이지만 저 항은 연속적이다. 시대에 따라 ‘항(抗)’의 대상은 변하지만 과거로부터 계승돼 온 저항 정신의 맥은 현재에 대한 비평적 사 유를 통해 지속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지역성, 정체성, 전통 등의 관념적 담론을 통해 글로벌리즘의 독주를 제어하기엔 그 논박의 내용이 너무 희미해졌다. 오히려 얼마 전처럼 “우리의 것….”을 고집하는 쪽이 더 편할 지경에 이르렀다. 단지 “우리의 것….”을 주장할 것이라면, 이 제는 좀더 개인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프로파간다(propaganda)에 의존하는 집단선동주의(demagogy)보다는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관점을 옹호하는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그 ‘항(抗)’의 대상을 재고해 봐야 한다. 역사적 으로 저항은 주도적인 현실과 반쯤은 방치된 현실 사이의 경계적 상황에서 발생한다. 주도적인 역사가 강점(强占)해 온 중 심 영역으로부터 퇴출된 경계성, 즉 ‘틈새의 담론’들이 담합하여 중심을 견제해 왔다는 것이다. 오늘날 그 틈새에는 ‘인간과 환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다만 보편적인 인간과 환경이 아니라 정관사(定 冠詞) ‘the’ 가 붙은 개인적인 테제들이다. 이 방침들은 다층적으로 풀이돼야 한다. 예컨대 인간의 문제는 스케일이나 비례 와 함께 심리 문화적 조건들에 의해 재분할되거나 환경 역시 자연을 포함하여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상황에 대한 생태적 재해석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항의 목표는 원작이 아닌 다양한 텍스트들이 섞이고 서로 충돌하는 다차 원적인 공간으로서의 텍스트를 반복적으로 재구축하자는 데 있다. 그러므로 21세기 저항의 건축은 이 땅의 건축가들이 어 떻게 이러한 텍스트를 독창적으로 해석하는가와 해석을 통한 개인적인 주장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공 공 역시 이러한 주관적 관점을 문화적으로 수용할 줄 아는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안목을 가진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오늘날 이 땅에서 작업하는 건축가들의 점수는 10여 년간 빠르게 진행된 식민지적 ‘세계화’ 과정의 희생물이라 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글 | 구영민(인하대 교수, 본지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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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저항의 건축

| 느림 소멸 위기, 저항의 건축 | 김병윤 추천 : 이일훈 작, <우리안의 미래 연수원> 다른 시각으로 현상의 건축을 관찰하라는 주문 같다. 이런 점에서 주제와 관련된 의미를 몇 가지로 추슬러 보았다. 먼저 시간에 관한 문제로, 느림에 대해서 관점을 지닌 건축과 공간을 조직화하는 문제에서 시간의 의미를 무엇으로 부여하 여 공간을 본질적으로 성격화하고 조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다. 다른 관점은 소멸에 관한 것이다. 소멸은 변화를 의미 하고 변화는 진보적인 미래의 시간에 대한 예측과 현실에서 가능한 시간의 연장을 구축하려는 시도일 것이라 사고하며 변 화의 가능성이 지닌 공간적 예에 관한 관찰을 시도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브 미쇼가 바라본 예술의 위기에서처럼 건축이 지 닌, 일견하여 소통에 관해서 주목해 본다. 위기는 곤두박질치며 떨어지는 주가의 변동 판을 바라다보는 투자자의 심정처럼 건축이 소통을 저버리고 마구 확대되며 개인의 관련 의지와 상관없이 투표와 여론에 의해서 이루어져 가는 것을 보며 가슴 을 쓸어내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으리라 생각한다. 본래 위기는 의학 용어라 했으나 판단과 결정 등의 상황 의식에서 비롯 됨으로 저항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지침들을 예시함을 지닌 예지적 사고라고 보여진다. 자칫 성급하게 좌향을 보는 듯한 견 해로 저항을 오해하지 않음도 요구되는 것이다 이제 저항에 대해서 세 가지의 관점으로 압축해 바라본 건축이 드러나야 할 시점이지만 내가 감각하는 위기감은 쉽사리 수 그러들지 않는다. 이제 학생들도 또한 설계 시장의 의뢰자들도 (기업의) ‘간판’에 눈을 줄 뿐 건축가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 는 시절이다. 이 또한 겪어야 할 위기라면 이브 미쇼의 견해처럼 빨리 왔다 지나가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 어려운 시간이지 만 소생의 기회를 예측할 수 있기에 그나마 전환의 의미를 지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쯤 여러분들은 그 저항의 건축, 건축가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지 않아도 기억하리라 생각된다. 점차 줄어든 셋집 사 무실에서 몇 안 남은 후학들과 기약도 없는 희미한 약속에 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르며 일하는 작은 파도가 있다면 바로 그 건 축을 저항이라 감히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내게 <2008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은 아무리 어려워도 쉽게 작업을 마치지 못하고 느림과 소멸의 의미를 담고 위기에서조 차 열망이 꺼지지 않는 이 땅의 작은 파도와도 같은 건축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방철린과 이일훈의 존재가 상기된다. 나는 그들이 굳건히 견뎌 주기를 기대하며 그중 이일훈의 최근작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을 추천코자 한다. 글 | 김병윤(대전대 교수, 본지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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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훈의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살림채 온실.

↑ 이일훈의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전경. ↓ 이일훈의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겨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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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저항의 건축

| 찾기 어려운 저항의 양상 | 윤인석 추천 : 이일훈 작, <우리안의 미래 연수원> 저항의 의미…. 주변이나 남들이 깊은 성찰 없이 행하는 현상들이 퍼져 나가는 대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꿋꿋하 게 버티면서 끊임없이 그것을 표출해 내는 것.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란 무엇인가일 것이나 이번 와이드의 특집란 에서 건축의 정체성을 정의하기에는 여러 가지(지면이나 편집 의도 등) 면에서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바, 이번 특집 의 숙제를 하기 위하여 접근하였던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0. 우선 국내 잡지 1년 치를 뒤졌다. 최근 몇 년간 국내외 건축 잡지를 꼼꼼히 챙겨 읽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국내 건축 잡지를 훑어보고는 꽤 놀랄만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국내 건축 잡지는 더 이상 국내 건축물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계적으로 화젯거리가 되는 ‘ 외국 것’, 특별한 주제에 대한 ‘외국 것’, 주목할 만한 ‘외국 건축가나 사무소’의 작품과 프로젝트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국 내 것을 충실히 다루는 것은『건축사』 (대한건축사협회 기관지) 정도…. 국외의 경향과 작품, 사례에 대한 기사와 소개는 오 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인터넷 상으로나 종이잡지로나 접할 기회가 무진장인데, 편집 방향이 왜 이리 되었는지 의문이 었다. 여하튼 지난 일 년간 이 땅에 세워진 건축을 다 볼 수 없었으므로 잡지에 의존하여 골라 낼 수밖에 없었다. 위에서 언 급한 대로 제한된 국내작을 소개 지면을 통해 몇 점 추려 보았다. 1. 에이그룹의 <The CITY 7 풀만호텔> : 국내 최초의 계획 도시 창원이 이 나라의 후기 고도 성장기에 남쪽 자락에 마련되면 서 참으로 각진 도시를 이끌어 나가는 대표가 된지도 30년 가까이 되어 간다. 항상 산업 기지 속의 도시로 각 잡은 건물들만 세워지던 이곳에 자유로운 곡선과 열린 하늘이 여유로움을 담아내고 있다고 읽혀져 마치 30년 전, 인근 도시 마산역 앞의 각 잡힌 업무 지역에 김수근의 양덕성당이 꼬물꼬물 생겨났을 때의 후련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곳은 상업 시설이라 개관 당시 시도했던 대 시민 여유 공간이 얼마나 유지될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2. 장윤규+신창훈의 <금호복합문화공간 크링> : 우리가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사로 접할 수 없는 용도의 건물이기는 하 지만 최근 웬만한 건물의 외피를 유리 커튼월로만 해결한다든가, 1-2년도 지나지 않아 먼지 때가 꼬질꼬질 흘러내릴 나무 쫄 대 대기로 마감해 버리는 타성에 저항하며 상당히 강한 충격을 가하는 건축이라 여겨졌다. 이 역시 거대 기업의 홍보 시설 에 속하는 지라 일반인들의 접근성, 친화력 등과는 당장 거리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한 동안 서울시 경계의 남쪽 관문 의 상징 건물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졌다. 3. 이일훈의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 이번 숙제의 요구 사항이 꼭 하나 고르는 것이라면 이 집을 고르겠다. 한적한 곳에 세 워진 것이라 가능한 것이었을 수도 있으나 배치, 경관 형성, 재료, 구축 방법, 시간에 대한 배려까지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기 쉬운’ 광경 속에서 자신을 또렷하게 밝히고 있는 존재라 생각되었다. 글 | 윤인석(성균관대 교수, 본지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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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훈의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여름채에서 겨울채 보기. ← 장윤규+신창훈의 <금호복합문화공간 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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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저항의 건축

| 이 시대 최고의 저항은 자신에 대한 저항 | 김종헌 추천 : 김억중 작, <사미헌> 김억중은 지가아남유(地家阿南儒)라는 호를 갖고 있다. 그의 호에서 풍기는 것과 같이 그는 전형적인 충청도 양반이다. 그 는 웬만한 일은 그냥 너털웃음으로 넘겨 버린다. 그의 건축은 대전과 충청도를 기반으로 세워져 있다. 그러나 그의 건축은 탈지역적이다. 대충 넘어가려는 마감 처리에 너털웃음으로 넘길 수가 없다. 색감과 형태 또 재료와 마감 관계에 있어서 그 는 지나치리만큼 섬세하다. 김억중은 매우 낭만적인 사람이다. 자그마한 키에 그의 동그란 얼굴을 보고 있으면 동자승의 해맑은 모습이 다가온다. 논두 렁을 한가롭게 거니는 것을 좋아하고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잡음 섞인 음악을 좋아하고, 한가롭게 사람들하고 이런저런 이 야기하기와 말타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는 일단 작업을 시작하면 놀라울 정도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래서 그의 건 축에는 샬록 홈즈보다 분명한 이유와 논리가 있다. 김억중의 건축은 현대적이다. 골조 자체가 외피가 되고, 불필요한 장식이 철저하게 배제된다. 하늘, 구름, 빛과 그림자가 건 축물과 함께 어우러지며 펼쳐지는 풍광이 그의 건축에 사용되는 재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집 주인의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듯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현대성은 전통에 대한 철저한 해석을 기반으로 하 고 있다. 김억중은 많은 작품을 구현하고 있는 건축가이다. 아주미술관과 유성문화원 그리고 어사제, 사미헌, 수경당, 완락제로 대표 되는 일련의 주택들. 명료한 디테일과 공간적 느낌과 스케일을 확인하기 위해 10:1 모형을 만들어 보고 업체들을 만나 마감 재료들의 성능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건축주를 만나서는 세세한 요구 사항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실무 적 자세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의 건축에 대한 고민과 연구 결과로서 얻어진 것이다. 김억중의 건축은 누가 뭐라고 해도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적이다. 건축물 안에 들어서면서 하나의 시나리오를 구축 해 나가고 있고 모든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와 이유를 담고 있다. 규정적이고 정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역동적인 공간이 펼쳐지고 다양한 시야가 겹쳐진다. 잘게 쪼개진 각각의 구성 요소들이 매우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 이다. 그러나 그의 건축에는 소위 코르뷔지에의 현대 건축 5원칙이 명료하지 않다. 각 공간의 구성을 김억중 방식으로 풀어 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김억중과 김억중의 작품은 이중적이다. 그는 낭만을 즐기지만 작업엔 지극히 이성적이고, 꼼꼼하게 실무를 챙기지 만 이론에 충실한 학자이고, 그의 작품은 지역에 근간을 두지만 탈지역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이지만 고전적 원칙을 준수 하고,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처럼 보이지만 김억중 방식으로 풀어낸 그만의 작품이다. 이 모든 것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저 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최근 준공된 사미헌(四美軒)도 그러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글 | 김종헌(배재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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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억중의 <사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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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저항의 건축

| 기본기에 충실한 건축 | 송복섭 추천 : 이수열 작, <동서울대학 증축 및 리모델링> 이미지가 건축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건축 잡지는 앞 다투어 화려한 이미지의 건축을 소개하고, 현상 설계도 이미지 에 의한 생산과 소비가 주를 이룬다. 웬만한 현상 설계에는 기천만 원이 들어가는 전문 CG업체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심사 도 아이디어와 이미지 사이에서 고민한다. 멋진 이미지와 지어진 현실 사이의 괴리가 그 한계를 증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 고 우리는 이미지에 열중한다. 이미지의 시대에 낯선 작품이 하나 소개되었다. 토문건축 이수열 소장의 <동서울대학 증축 및 리모델링> 프로젝트이다. 이 작품은 한 마디로 옛날 학교에서 배웠던 건축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다. 콘텍스트의 존중, 조형적 비례와 공간 구성, 건 축 재료의 속성과 디테일이 오롯한 파사드(Facade)까지 건축가의 고스란한 고민과 땀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2008년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이라 꼽는다.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미련스러우리만큼 기본에 충실한 모험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 글 | 송복섭(한밭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 이  수열의 <동서울대학 증축 및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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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6호 | 이슈 2 다른 땅에서 새로운 경작을 — 아틀리에 사무소의 해외 진출 WIDE ARCHITECTURE : WIDE issue 2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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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의 주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이제 우리 건축도 다른 땅에서 새로운 경작을 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마치 곡식을 경작하는 것처럼 주어진 조건과 상황의 상호 작용을 통해 그것이 잘 자라나도록 새로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리고 새로운 종들은 그들의 토지를 더욱 다채롭고 풍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기대로 마땅히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본지는 이러한 견지에서 아틀리에 사무소의 해외 진출 사례 몇몇을 들여다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그간의 소극적이었던 건축 설계 수행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세계 시장에서 주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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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우리 안으로, 우리가 그들 세계로

소통이 전제된 일본 <가와사키 교회>

UR(우루과이 라운드)과 WTO, FTA 등을

서울시립대 이충기 교수의 일본 <가와사키 교회>는 일본 건축가 5명과 겨룬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지명 현상 설계에서 당선된 작품이다. 건축주가 우연히 한국에서 이 교수의

건축 설계 시장의 세계화와 자유 시장

교회 작품을 보고 지명 현상 설계에 초청하였다고 한다. 대지는 철골을

주의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때를 기다린

운반하기 어려워 구조를 철근 콘크리트조로 바꿀 정도로 협소한 골목 안에

듯 대기업들은 외국 건축 설계 사무소의

위치해 있다. 어디서든 사방으로 밀집된 건물의 좁은 골목 틈 사이로 십자가를

기술력과 브랜드에 대가를 아끼지 않고,

볼 수 있는 이 7층의 교회는 노출 콘크리트와 금속 패널로 마감되어 튀지 않게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유, 무명의 외국

주변의 건물들과 잘 어울린다. 아담한 형태로 조용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축가들은 이 땅에 가시적인 결과물들을

셈이다. 본당 중심의 일본 교회에 비해 아기자기한 부속실을 꽤 배려한 것이

부지런히 게워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특징이라는데, 특히 3층 옥상 부분을 마당 공간으로 만든 것은 무척 이채롭다.

건축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응은

밀집한 도심 지역에서 야외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들에게는

수세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큰 기쁨일 것이다.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호황에 힘입어

이 교수는 일본 측 로컬 아키텍트(local architect)와 이 프로젝트를 함께

대규모 설계 사무소들이 해외로 눈을

진행했다. 지역의 건축가를 통해 언어와 인허가 문제, 법규 해석, 지진에

돌리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대비한 건축 구조와 피난 계획 등에 도움을 받은 것이다. 특히 일본은 공기가

이들은 건설사, 시행사 등 국내 자본과 함께

길어지더라도 비용을 철저하게 따지고 예산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국제 현상

이 프로젝트의 경우 그 과정에서 많은 조정이 필요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설계를 통해 국외 진출을 꾀하기도 한다. 또

형태나 공간은 유지하되 디테일이나 재료의 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맞춰

필요에 따라서는 지사나 법인을 설립하는

나가는 방식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건축가의 확인 작업은 필수였다고.

경우도 있으며, 단독 해외 수주를 위해 지사를 확대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국내 대형 설계 사무소들의 해외 진출은 장기전(長期戰) 의 형태다. 타국에 자리를 잡으려면 꽤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이것을 나름의 ‘투자’로 여기고 긴 호흡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량 물량을 빠른 시일 내에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노하우는 국제 무대에서 대형 설계 사무소가 가지는 유효한 경쟁력 중의 하나이다. 한편, 개인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아틀리에 사무소가 국외로 진출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조직을 보면 여러 모로 장기전을 치르기에 어렵고 앞서 언급한 대형 설계 사무소의 경쟁력 또한 보유하기 힘들다. (그래서 무턱대고 덤볐다가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의 수가 훨씬 많은 것이다.)

↑ 이충기의 <가와사키 교회> 3층 옥상.

이들은 필시 대형 설계 사무소의 그것과는 다른 전략들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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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2 : 다른 땅에서 새로운 경작을 — 아틀리에 사무소의 해외 진출


↑↙↓↘ 이  충기의 <가와사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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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문화적인 접근, 이로재의 중국 작품들

이로재 승효상 대표의 중국 진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루어진 일이다. 2002년, 12명의 아시아 건축가들이 모여 완성한 <Commune by the Great Wall> 프로젝트에서 승 대표는 가장 크고 중요한 건물인 클럽하우스를 맡았다. 코디네이터 장용호(중국 건축가) 씨와는 국제 회의에서 만나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이를 계기로 정식 초청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부동산 개발 회사 소호 차이나(SOHO China) 의 장신에게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수상과 프랑스 퐁피두 센터에 모형이 영구 전시되는 영광을 누리게 했다.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이 디벨로퍼는 이후로도 몇몇 프로젝트를 승효상 대표에게 맡겼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운 입소문으로 또 다른 디벨로퍼와의 작업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Chaowai SOHO>는 SOHO China가 지명 설계 경기로 진행한 새로운 형식의 오피스/상업 복합 시설이다. 이로재의 설계안은 중국의 독특한 전통 주거 형식인 토루에서 영감을 얻은 기단부 위에 하나의 투명한 타워가 결합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전자는 건물 전체를 가로지르는 대로와 더불어 베이징의 골목(후통) 형식을 빌린 동선 체계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건축적 경험을 전달한다. 이는 중국이 가지는 지역성, 전통을 최대한 존중한 계획으로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아이콘을 심으려 하는 서구 건축가들의 태도와 확연히 구분된다는 평가를 얻어냈다.(이로재 브로슈어 참조) 비록 민간 디벨로퍼가 시행한 것이긴 했지만 자하 하디드, 토요 이토, MVRDV 등과 겨루어 얻은 성과란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이다. 작년 12월 완공이 되어 SOHO China의 본부가 이곳으로 옮겨 왔고 얼마 전에는 승효상 ↑ 승효상의 <Chaowai SOHO>. ↓↘ 승효상의 <클럽하우스, Commune by the Great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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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의 북경 이로재가 이곳에 터를 잡아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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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효상의 <Chaowai SOHO>. ↓ 승효상의 <클럽하우스, Commune by the Great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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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를 만족시키는 일의 방식, 말레이시아 <D’Rapport>

건축사사무소 이일공오가 설계한 뉴 타운 프로젝트 <D’Rapport> 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양측의 시행사를 통해 일이 진행된 경우다. 말레이시아 액마 인터내셔널(Acmar International)은 자국에서 인지도를 꽤 확보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 업체로, 이미 함께 일하고 있는 건축가들 중 한 사람에게 이 프로젝트에 대한 초기안을 의뢰한 상태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경쟁을 통해 이일공오의 설계안이 채택되었고 인허가나 공사용 도면은 기존의 말레이시아 건축가가 맡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이일공오의 안이 디자인적으로 어필될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 이일공오 김기중 대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딱 꼬집을 수는 없지만, 액마 인터내셔널의 사장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일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고…. 굉장히 빨리 많은 것을 보여 주곤 했는데 아마도 그것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거주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늘 사는 사람의 편에서 설계를 해야 된다고 말한다. 많은 한국의 건축가들이 취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것으로부터 프라이버시라든가 일조, 조망, 통풍 혹은 상징성, 접근성 등의 분석을 해낸다.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한 마디로 든든한 거다. 조경을 할 때에도 권역별로 나눠서 10여 가지가 넘는 테마를 가지고 상황에 따라 설정을 하고 스케치 업으로 구현해서 보여 주었다. 그러한 일의 방식에 대해 대단히 흡족해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진행했는데, 마케팅에서부터 분양까지 각 부서의 담당자들 열댓 명씩 모여 보통 10시간이 넘게 회의를 하였고, 끝나면 바로 수정안을 만들어서 일을 진척시켜 나갔다고 한다. 물론 말레이시아의 주거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기본이고, 점차 국제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에 대비하여 한국, 중국, 아랍, ↑ 이일공오의 말레이시아 <D’Rapport> 주동의 조 감과 투시. ↓↘ 말레이시아 팜트리에서 착안된 입면 계획.

유럽, 말레이시아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 또한 이일공오가 풀어야 할 과제였다. (<D’Rapport>의 에피소드는 뒤에서 더 들어보자.) ↗↗ 이일공오의 말레이시아 <D’Rapport> 부대 시 설 계획. ↗→ 이일공오의 말레이시아 <D’Rapport>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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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2 : 다른 땅에서 새로운 경작을 — 아틀리에 사무소의 해외 진출


해외 설계 시장 진출을 위한 몇 가지 공통된 태도

이상의 해외 진출 사례를 전하면서 각 사무실의 대표들은 몇 가지 공통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우선 상업적인 접근보다 문화적인 접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배경이나 개념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히 그 나라 문화나 땅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법규, 건축주의 취향, 건축 행정, 경제성 등을 이해하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열악한 건축 체제에 우리의 경험을 심어 준다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이것은 이미 한국에서 작업하는 외국 건축가들에게 우리가 불평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소통이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결론도 확인하였다. 승효상 대표는 특히 국제 회의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외국 건축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자신의 공부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것. 나만의 특수한 해법보다는 보편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이 해외 진출에서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나라의 건축가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기회가 생길 때마다 관계를 맺고 알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해외 진출의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상호 보완적인 교류를 위해서는 실력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실력이 안 되는데 네트워크만 가지고 움직일 수는 없다. 반대로 실력을 차근히 쌓아나가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다. 자국 건축가들의 글로벌 홍보가 정부 차원에서 지원되는 것을 외국의 사례를 통해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도 한국 건축가들의 능력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들이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하지 않을까. ⓦ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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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 이일공오의 말레이시아 진출기 MALAYSIA KL AMPANG NEW TOWN DEVELOPMENT PROJECT <D’RAPPORT>

말레이시아 건축가 S. K. Tan과의 만남 S. K. Tan을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11월 말레이시아의 액마 사무실에서였다. 그날은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간 날이었고 액마라는 회사도 처음 방문하였다. 그때 액마의 담당자는 이미 이 일을 진행하고 있었던 S. K. Tan을 소개해 주었다. 우리는 S. K. Tan 과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하던 본 프로젝트의 계획안을 볼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량을 진행하였고 내용도 재미있었다. S. K. Tan 계획안의 주요 아이디어는 2개 층의 로비를 오픈시켜서 ↑ S. K. Tan과의 만남

함께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은 외기와 만나는 외피의 면적을 최대화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의 고온 다습한 기후에 대비한 것이었다. 후일 우리도 이러한 방식을 건축물 설계에 반영하였다. 아무튼 S. K. Tan과 우리는 서로의 안에 대해 건축주에게 설명하고 우리가 계획과 기본 설계를 담당하고 S. K. Tan이 인허가와 공사용 도면을 작성하는 것으로 서로의 업무 범위를 정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까 S. K. Tan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능력 있는 건축가였고 경험도 풍부하여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노하우가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기쇼 구로가와(黑川紀章)와 테리 파렐(Terry Farrell) 등과 협업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우리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친분을 쌓게 되었고 협의를 위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건축가와 한국의 건축가는 그 위상이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말레이시아의 시행사 대표가 S. K. Tan을 프로젝트의 PM으로 임명한다고 회의 시간 전에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우리 나라의 경우로 비춰 보자면 프로젝트 PM은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건축주와의 관계를 조율하고 인허가 업무를 챙기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말레이시아는 달랐다. S. K. Tan은 그 다음의 회의부터 회의에 참석한 각 분야의 담당자들을 콘트롤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참석자 중에는 설계는 물론이고 마케팅과 분양 담당자, 건설 담당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하여 각 분야의 담당자들을 조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웬만한 사안은 그 자리에서 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S. K. Tan은 몇 가지 사안에 대해 나에게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런 일은 건축가가 결정해야 하는데 왜 결정하지 못하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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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2 : 다른 땅에서 새로운 경작을 — 아틀리에 사무소의 해외 진출


모델하우스(Model House)를 만들어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KL)의 고층 주거

말레이시아 현지에 모델하우스 건립을 위한 준비 작업이

최근 말레이시아는 정치적인 안정 속에서 급격한 경제

시작되고도 6개월이 지나서야 모델하우스를 완공할 수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KL은 세계적인 도시,

있었다. 그것은 말레이시아의 건설 환경과 우리 나라의 건설

특히 관광과 금융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또

환경이 같지 않음으로 해서 생기는 소통의 부재 때문이었던

현재 KL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경연장처럼 변모하고 있다.

것 같다. 모델하우스는 말레이시아 현지 사이트(site) 옆에

시저 펠리(Cesar Pelli)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건립 중이던 쇼갤러리 겸 사무실을 한국 측에서 인도받아

Twin Tower)를 설계하였고 리차드 로저스가 현재 공사

공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증축 및 리모델링 방식인

중인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트로이카를 설계하였다. 또한

셈이었다.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자국과 영국에서 활동 중인 켄 양이

말레이시아는 일반적으로 철골이나 콘크리트 프레임을

페트로나스 타워 건너편에 고층아파트 이다만을 공사하고

먼저 세우고 그 가운데를 한국보다 조금 큰 말레이시아식

있다. 그 옆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건축 설계 그룹인 SCDA의

벽돌로 쌓아서 벽을 만든다. 그것은 30층이 넘는 빌딩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데, ‘94Apartments 95Pools’

공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라는 이름은 94세대가 각각 1개의 풀장을 가지고 있고

저렴하고 콘크리트를 시공하는 기계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에

공용으로 하나가 더 있음을 의미한다. 이 전략은 효과가

자연스럽게 선택된 방식인 듯했다.

대단해서 순식간에 분양이 완료되었다고 전해진다. 인근에는

그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측은 출입구에 수공간이 설정되어야

한국의 건축가 민경식 씨가 설계한 비전시티가 있다. 이렇듯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로비에 수공간이 있었지만 내부

KL은 글로벌한 도시답게 세계적인 건축가가 활발하게

이동 동선에 방해가 되므로 없애기로 하였는데, 풍수지리상

활동하고 있고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가 말레이시아에

물을 지나서 들어오는 것이 길조를 나타낸다고 하여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최종적으로 출입구 옆에 만들게 된 것이다. 입구에 서 있는

말레이시아 고층 아파트의 특징은 단순한 재료, 상대적으로

말 동상은 말레이시아 측 시행사의 상징이다. 내부 설계는

깊은 층간 캐노피(canopy), 최대한 억제되는 칼라,

S. K. Tan과 내가 테이블 위에서 함께 그림을 그려가며

외부공간의 중요성 등을 들 수 있다. 일례로 몽키하라에서

완성하였고, 공사용 도면은 S. K. Tan이 마무리하였다.

한 달만에 분양을 완료한 아파트의 경우 50m의 올림픽 규격

이 모델하우스 공사 과정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건설 환경에

풀장이 단지에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을 했다고 한다.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공사에 직접

건축물의 외장색은 말레이시아를 오고간 2년 동안 다양한

참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몇 차례 방문을 하며 공사에 도움이

색의 사용이 점차 늘고 있는 듯 보였다. 아마도 여러 나라의

되기 위해 노력하였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례 등을 보면서 참고를 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특히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시행사는 우리 나라 아파트의 설계와 시공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 모델하우스 야경. → 모델하우스 투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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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디자인과 말레이시아의 주거 문화 아마도 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은 수정과 조언과 논의를 거친 분야가 세대 디자인일 것이다. 우리는 말레이시아와 한국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각 분야의 담당자가 모두 모여 길고 긴 회의를 거듭하면서 이 안을 만들어 내었다. 처음에 말레이시아 주거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을 때 가장 많이 걱정되었던 부분이 세대 디자인이었는데, 집이란 것이 사용자들이 속해 있는 지역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반영하는 집합체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1년여에 걸쳐 말레이시아에서 분양 중에 있는 여러 곳의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였고 관련 자료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모델하우스의 세대 디자인은 아파트별로 많은 차이가 있어서 분석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공통점을 찾아내어 그것을 말레이시아의 기본적인 생활양식으로 해석하였고,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 발전과 세계화의 영향으로 생긴 트렌드이거나 생활양식의 변화 속에서 생겨난 것으로 해석하였다. 무엇보다 말레이시아의 세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환기와 일사의 조절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조망이었다. 특히 조망은 말레이시아의 아파트 분양에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또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풍수지리에 영향을 받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8자를 좋아하여 8자가 들어가는 호수의 세대는 우선적으로 인기가 최고였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세대 디자인을 위하여 목표로 하는 연령층을 평형별로 설정하였고 그것에 맞추어 사용자들의 가구( 家口) 구성과 직업, 취미 등을 가정하였다. 말레이시아의 특징인 분리된 부엌과 주방 공간에서 드라이(dry) 주방, 웨트 (wet) 주방, 야드, 메이드 공간, 주방 쪽 현관 등을 평형별로 차별화하여 적용하였다. 또 모든 세대의 모든 방이 외기에 면하는 창이 있도록 설계하였는데, 실제로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사람들이 자연 환기가 잘 되는 점을 무척 좋아하였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은 있었지만 자연 환기의 중요성을 S. K. Tan과 함께 끝까지 강조하여서 제대로 적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건강한 집’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거실과 식당 공간을 하나의 공간으로 엮어서 전체가 마치 거실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한 것은 집안을 최대한 넓어 보이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손님들을 맞을 수 있는 공간으로 천장고도 높게 하여 최대한 공간의 규모가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여 각 방들과 분리되도록 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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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알라룸푸르(KL)의 고층 주거. ↓ 세대의 내부 공간.


말레이시아의 건축 법규와 인허가

가능한 것 같았다. 무슨 이유에서 이런 규정들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인동 간격 관련 법규는 삶의 질 측면에서 개선될

초기에 규모를 산정할 때 우리는 전체 건물의 용적률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건폐율 그리고 주차 대수 등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S. K. Tan

우리가 만든 계획안은 말레이시아의 인동 간격 기준에

에게 요구하였다. 우리 나라에 비교하면, 각 지역별로 지역

너무나 당연히 맞았기 때문에 언급을 안 했다고 한다. 아무튼

지구가 있고 그것에 의해 건물의 규모와 높이에 대한 기준이

우리는 말레이시아 건축가 S. K. Tan과 말레이시아 시행사의

정해지고 특별한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 구역으로 지정하여

인허가 담당인 잘리의 도움으로 법규의 적용과 인허가

별도의 지침으로 관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한

절차를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

과정이기도 했다.

글 | 김기중((주)건축사사무소 이일공오 대표)

그런데, S. K. Tan의 답변은 우리가 최적의 사이즈와 내용을 만들어서 가져 오면 협의를 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 위치도.

우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했다. 재차 요구를 하다가 결국 그쪽 말대로 우리가 생각하는 최적의 안을 만들어서 보내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에 답변이 왔다. 괜찮다고….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법규 관련 내용은 정리되어 갔고 건물은 완성되어졌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우리의 주거 단지 법규를 만든 셈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기준 없이 작업을 하고 그 답변을 기다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말레이시아의 법규는 전체 관련된 법이 큰 범위에서 규정이 되어 있고(실제로 건축법규 책이 상당이 얇았다. 총 185쪽이었다) 그 지역의 담당 관공서와 협의하여 세부적인 내용을 결정하였다. 주차 대수에 관한 사항을 예로 들면, 초기에는 세대당 1.1대를 기준으로 설계를 시작했지만 대지 주변으로 건물들이 들어서고 자동차 대수가 많아지면서, 또 인근 아파트의 세대당 주차 대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변하기 시작하여 1.4대, 1.6대, 2대, 결국에는 2.2대가 되는 식이었다. 아마도 건축가라면 이런 숫자의 변화가 얼마나 큰일이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스킵 플로어 기법을 사용하여 작은 면적에 최대한의 주차 대수를 설계하였고, 동별로 조닝을 통하여 주차 통제가 가능하도록 설계하였다. 그리고 말레이시아를 처음 가보고 놀랐던 것은 아파트의 동간 간격이 극도로 협소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저런 배치가 가능한지 궁금할 정도였다. 우리 나라의 인동간격 관련 법규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것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인동간격과 관련해서도 말레이시아로부터 명쾌한 답변이 초기에 나오지 않다가 나중에 우리가 계속 질의를 하자

↑조경 마스터 플랜과 세부 계획.

답변이 왔다. 채광창이 면한 동끼리는 80ft이고 측벽끼리 마주 볼 때는 20fh라고 했다. 놀라운 것은 건물의 높이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는 건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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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산방 樹流山房의 책 bo o k o f Sury us a n b a n g

★ ★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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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정 우 수 교 양 도 서

이 곳만은 지키자, 그 후 12년 글 김경애, 감수 현진오 | 1990년대 자연 생태 환경 운동에 큰 족적을 남겼던『한겨레』연재 기획 <이 곳만은 지키자>의 2차 답사기. 12년 전의 기획 시리즈 <이 곳만은 지키자>는 그 때까지도 ‘사람 중심’의 환경에 머물러 있던 많은 이들에게 식물이나 생태 지식에서 한 발 나아가 우리가 자연을 보며 진정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새로운 시각을 던져 줬다. 그리고 12년 후, <이 곳만은 지키자, 그 후 12년>이란 제목으로 12년 전 답사 했던 곳 가운데 서른세 곳을 다시 찾았다. 이 책은 그 두 번째 답사 기록과 함께 두 번의 답사를 취재한 필자의 단상을 묶은 것이다. 이 땅 곳곳 의 키 작은 풀과 그들의 친구인 나무, 물고기 때론 새를 주인공으로 한 이 책은, 따뜻하고 세세한 시선으로 이 땅의 여리지만 아름다운 생명 하 나 하나를 살핀다. 12년 사이, 개발 광풍으로 산간 오지의 숲은 차로 몇 시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 되었고, 많은 숲 속 생명들이 사라졌다. 어느 곳은 숲 전체가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수백 장의 사진과 함께, 때론 12년 만의 재회에 가슴 벅차하고 또 때론 사라진 작은 생명에 안타까 워하며 써내려 간 이 생태 기행의 흔적은 ‘태안 유조선 참사’나 ‘한반도 대운하’ 등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진 요즘, 마음으 로만 자연을 품고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을 그 자연 속으로 이끌며 이 땅의 주인은 사람 만이 아님을 낮은 목소리로 설득한다.

궁궐의 현판과 주련 1,2,3 조선 5대 궁궐에 숨은 뜻을 읽는다

Traditional Korean Crafts : 18세기 조선의 일상과 격조 조선 사대부의 고아한 취향을 엿보다

by Suryusanbang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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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6호 | 데일리 리포트 WIDE ARCHITECTURE : DAILY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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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태평홀 이병일의 <블랙 앤 화이트 06>

지난 8월, 서울시는 시청 본관 리모델링 작업 중에 태평홀의 이전 복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후 기습 적인 해체 공사를 감행했다. 그러자 문화재위원회가 본관 전체 건물을 등록문화재에서 등급이 더 높 은 사적(史蹟)으로 가(假)지정하면서 해체 공사는 일단 중지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면대응 방침 을 밝혔고, 서울시와 문화재 당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듯했다. 원형 보존이냐, 해체 복원이냐의 문제 였다. 그들의 힘겨루기는 안쓰러운 태평홀이 지붕 가림막 없이 많은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사이에 도 계속되었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되어갈 때쯤 두 기관의 갈등은 수장들의 회동으로 풀어질 기미를 보이기 시 작했다. 서울시는 당초 해체를 통한 복원을 추진하려 했던 본관 파사드를 보존하겠다는 안을 제시하 면서 그 대신 서울시청사에 대한 사적 가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서울시장 의 공식 사과와 문화재 보호 의지를 밝히는 것을 조건으로 전례 없이 이 조치를 풀겠다고 화답했다. 결 국 여섯 달 동안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따지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는 원칙을 뒤집고 문화재청은 지 난 10월 6일 서울시청 본관의 사적 가지정을 해제했다. 이로써 태평홀은 지금의 위치에서 철거 해체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

사진가 이병일은건축세계 건축인 , poar 주부생활 , 등의 사진기자를 거쳐 현재와이드 의 전속 건축 사진작 가로 있다. 가장 사실적이며 객관적인 건축 사진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작업 중이다. 건축사진 전문 LEE STUDIO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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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Metropolis)P1,C1*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06> 감독_프리츠 랑Fritz Lang,1926년, 조르지오 모로더George Moroder,198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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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료의 분류를 위하여 서두에 다음과 같은 약 어를 추가한다. 알파 벳 다음의 숫자는 해 당 꼭지의 일련 번호이 다. | Architect_건축가 와 관련된 주제나 영화 | Building_건축물과 관련된 주제나 영화 | Producer_감독의 건축 적 연관성을 언급한 영 화 | Documentary_건 축적 다큐멘터리 | City_미래 도시를 포함 한 도시적 관점의 영화 | Miscellaneous_그밖 에 건축과 관련이 있다 고 생각하는 영화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2008년 4월 기준 177점 등록)에도 등재되어 있는 영화, 프리츠 랑 감독의 1926년 <메트로폴리스(Metropolis)>(그림 1, 2, 3 : 각국 포스터)가 제작된 지도 벌써 80년이 지났다. <메트로폴리스>의 여러 판본 ⓦ <메트로폴 리스>는 최초판인 1926년 판(남아있지 않 음)을 포함하여 최근 2001년 복원판까지 대 략 7~8개의 버전이 존재한다. 프리츠 랑이 < 메트로폴리스>를 처음 제작할 당시의 러닝 타임은 장장 228분. 하지만 1936년 미국 개 봉 당시 67분으로 줄어들면서 많은 장면들 이 영원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 후 다양한 복 4

원 노력에 따라 여러 가지 판본이 탄생하였

는데,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그 중에서도 상 4 당히 독특한 모로더 버전이다. 1984년 모로더(Giorgio Moroder)에 의해 재탄생된 이 작품 은 표현주 의 영화의 그로테스크하고 무거운 화면에 전자 음악을 더하고 컬러를 입혀 혹독한 비평과 찬사를 동시 에 받고 있는 문제작이다.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 ⓦ 모로더는 우리에게 88올림픽의 주제가 ‘손에 손잡고'의 작곡 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플래쉬 댄스>, <탑건>을 포함한 수많은 영화 주제가로 익히 귀에 익은 음악 가이다. 그러나 내겐 뭐니 뭐니 해도 <로맨틱 컴퓨터>의 주제가인 ‘The Duel’이 지금도 가슴 깊은 곳 에서 잔잔히 요동치고, 그 멜로디가 들리는 듯하다. 이 영화 역시 주인공이 건축가로 출연하니 건축 영 화를 찾는 사람이라면 벤치마킹 해봐도 좋음 직하며, 그 따뜻하고 신나는 전자음악은 반드시 들어보 길 추천한다. 프리츠 랑 ⓦ 1890년 프리츠 랑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처럼 그 역시 비엔나 기술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다. 그 후 파리에서 화가로서도 활동하다가 오스트리아 병사로 1차 세계대전에 참가한다. 복무 중 당한 부상 때문에 요양소에서 쓰게 된 영화 각본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 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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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아갈 무렵, 프리츠 랑은 나치의 선전부장 괴벨스의 당혹스런 호출을 받는다. <메트로폴 리스>에 감명을 받은 히틀러가 괴벨스를 통해 손을 내미는 순간이었다. 외가 쪽이 유태계였던 랑은 24시간만 생각 할 여유를 달라는 말로 그 자리를 총총히 빠져 나왔다. 그날 저녁 랑은 파리로 도망을 쳤고, 런던을 거쳐 결국 미국 에 정착한다. 그곳에는 <메트로폴리스>의 또 다른 숭배자이자 헐리웃의 제작자인 윌터 윈저가 있었다. 하지만 <메 트로폴리스>의 각본을 쓴 그의 아내 테오 폰 하르보우는 혼자 남겨졌는데, 그녀는 열성 나치 당원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는 1963년 고다르(Jean Luc Godard)의 영화 <경멸(Le Mepris)>에서 연기자로 출연한다. <경멸>은 이탈 5 리아 건축가 리베라(Adalberto Libera)의 작품 <말라파르테 주택> 으로 유명한 영화다. 독일 우파(Ufa)시절을 아 련한 추억으로 그리며 헐리웃을 냉소하는 것이 지극히 상업적인 헐리웃의 구조에 안쓰럽기까지 한 노 감독의 역 5

할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6 7 영화 이야기 ⓦ 때는 2026년, 다스리는 자와 노동하는 자로 이원화된 두 세계는 지상 과 지하 로 구분 되어 있다. 지도자 프레더슨의 아들로 태어난 프레더는 우연한 기회에 지하 세계를 알게 되고, 꿈도 희 망도 없이 일하는 그들의 생활에 깊숙이 얽히게 된다. 그 연결고리는 바로 마리아. 노동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모순된 두 세계의 중재자를 기다리는 마리아는 프레더의 눈에서 그 희망을 읽는다. 한편 지하 세계의 중앙에는 로트왕이라는 이상한 과학자가 살고 있다. 그가 만들고 있는 로봇은 그가 사랑했던 여인 ‘헬’이다. 프레더슨에게 빼앗겼고, 또 그 아들 프레더를 낳다 사망한 여인…. 그러나 프 레더슨은 로트왕을 시켜 로봇에 마리아의 이미지를 씌운다. 그렇게 로봇 마리아를 통해 지하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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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하려 하는데…. 미래 도시의 디스토피아로 표현된 이 영화는 영화 평론가의 단골로 많은 수식어를 안고 있다. 그 첫 번 째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비주얼과 오버하는 연기다. 뭐, 그래서 표현주의 영화의 대작이 아닌가? 그래 도 그렇지 좀 심하다. 그래서 영화 전반을 흐르는 장엄함은 그런 오버된 요소들 때문에 갑자기 우스꽝 스럽게 느껴질 때도 없지 않다. 영화 시작, 지하 세계를 설명하는 자막은 한 줄씩 끝없는 땅 속으로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반면 지상 세 계를 설명하는 자막은 피라미드의 상부 사회를 상징하듯 삼각형으로 위로 올라간다. 지금 봐도 대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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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폴로지(Typology)가 아닐 수 없다. 기독교적 느낌도 이 영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마리아나 요셉과 같은 이름뿐 아니라 바벨탑 이야기나 카타콤과 같은 장소, 그리고 악녀 마리아를 화형시키는 자체도 그리스도의 박해를 상징하며, 프레더의 행적은 더더욱 예수의 행적을 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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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가를 표현할 때 나오는 ‘요시와라’라는 일본식 지명에서는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표현되는 일본 이미지의 네온사인이 생각난다. 디스토피아적 미래 도시에서 동양의 끈은 감독들에게 피할 수 없는 미 래의 상징인가 보다. 디스토피아적 미래 도시의 또 다른 특징은 녹지가 없다는 거다. 잠깐, 미래 영화 이전에 미래라는 시대를 먼저 정의해 보고 싶어진다. 8 9 <메트로폴리스>말고도 또 다른 SF영화 <브라질>, <블레이드 러너> , <제5원소> 처럼 과연 미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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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어둡고 음침하며 고밀도로 표현되는 고층빌딩, 열악한 환경조건만이 펼쳐질까? 아닐지도 모른다. 최근 지구는 이상 기후와 환경적인 소중함을 자각하여 에코와 환경을 생각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통제하고 있다. 어쩌면 미래는 디스토피아적 영화와는 달리 무슨 아파트 광고처럼 녹지와 새소리로 가 득 차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로버트 샤이 감독의 영화 <밈지(The Last Mimzy, 2007)>나 조셉 러스 10 나 감독의 <13층> (The Thirteenth Floor, 1999)에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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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악을 소탕해야 하는 배트맨에겐 어두컴컴한 고담 시티가 필요한 것처럼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감독이 설정한 부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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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표현에 대한 이견 ⓦ <메트로폴리스>가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대작으로 SF영화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데는 나 역시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 나치게 과장된 느낌에 대해 프리츠 랑 자신도 회술한 바처럼 약간의 이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원본의 손실을 두고 무척 아쉬워한다. 물론 영화사(映畵史)에서 여러 가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이 대작의 손실은 인류의 손해다. 하 지만 또 그런 연유로 인해 여러 가지 버전이 생겨나고 여러 가지 추측도 무성하여 지금까지 회자되는 영화사의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는가? 1924년, 프리츠 랑은 아내 테오 폰 하르보우, 제작자 에릭 포머와 함께 뉴욕을 방문한다. 당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뉴욕의 야경은 영화 의 주제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아름답고 강한 인상을 주었다. 여러 가지 색으로 빛나는 네온사인, 공중을 오고가는 열차, 초고층 빌딩….” 상텔리 11 아의 스케치 에서나 봄직한 미래 도시가 이미 있었으니….맨하튼의 마천루가 1913년에서 1932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건설된 점으로 미루어 보아 <메트로폴리스>에서 표현된 미래 도시에 대해 건축가들을 포함한 온 세상이 그토록 찬사를 보내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맨하튼은 거의 영화만큼을 이루고 있었으니까. 그건 맨하튼을 다녀온 코르뷔지에의 충격과도 이미 다르지 않다. 대도시라는 뜻을 가진 제목 <메트로폴리스>, 건축을 전공한 감독 프리츠 랑, 최초의 SF영화. 이 모든 게 건축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 12 16 다. ~ 여기에 더해진 조르지오 모로더만의 각색.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와 보니 타일러, 펫 베네타 등의 목소리와 더불어 모로더는 이 영화를 위해 두 개의 스코어(영화의 배경 음악)를 더했다. 게다가 이상하게 덧입힌 컬러는 처음 보는 이로 하여금 당혹스런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과연 이 엄숙한 영화가 전자 음악(Synthesizer)이나 프레디 머큐리의 강력한 사운드와 어울릴까? 어울린다! 어쩌면 무료할 수도 있는 흑백 무성 영 화의 태생적 진행은 어느덧 가슴 요동치는 박진감으로 다가온다. 뮤지컬 <지저스>를 본 기억이 난다. 기품 있고 엄숙하기만 한(아니 그래야만 된다고 믿었던) 예수님이 신나는 노래와 춤을 백 댄서(back dancer)들과 함께 출 때의 기억은 멀게만 느껴졌던 종교가 내게 가까이 다가온 순간이었다. ⓦ

글쓴이 강병국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춘명 선생의 예건축에서 실무를 쌓았고 한울건축과 신예거축을 거쳐 현재 ㈜동우건축 소장으로 있다. <포이동 성당>, <쌘뽈요양 원/유치원>, <장도박물관> 등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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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성당과 이원 아트 빌리지 이용재의 <종횡무진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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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연. 해주 생. 본관 원주. 단일 성. 조선시대

핑 원대연. 이유. 도면을 전부 외우고 있는 유

간에 70명의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인테리어

문과 급제자 63명 배출. 인구 10만으로 274개

일한 인물. 회장님 뿅 간다. 머리 좋군. 디자인

사무실이 된다. 대치동에 땅 구입해 사옥도 짓

성씨 중 51위. 생육신 원호를 배출한 명문가.

감각도 궁합이 맞고. 회장과 전 세계 투어. 롯

고. 1987년 건축전문 잡지 <플러스> 창간. 건

부친은 고등학교 선생님. 4남 2녀 중 장남. 막

데호텔 구관 완공 후 퇴사. 김수근의 ‘공간건

축계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겠다. 그래 플

내는 신부. 독실한 천주교 집안. 외삼촌은 사

축'으로 갈까. 독립할까. 전화가 왔다.

러스다.

회주의자.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동란. 광주

“어이, 원군.” “예, 회장님.” “인테리어가 맘에

1997년 원대연은 현실이 지겹다. 만날 반복되

로 피난. 전쟁 후 서울 명동에 정착.

안 드는데 바꾸지.”

는 일에 치이고. 월급날에는 몇 억씩 나가고.

홍익대 건축과를 졸업한 원대연은 국내에서

을지로에 <플러스> 설립. 호텔 전체를 다시 검

지금 내가 왜 살고 있는 거지. 내가 정말 원하

세 손가락에 꼽히는 투시도의 달인. ‘안영배건

토. 목표. 시간에 쫓기며 서두른 오픈 때문에

는 것은 뭘까?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는 법. 전

축연구소’에서 10년간 수련. 물론 박봉. 엑서

부족했던 부분 찾아내 고치기. 대박. 이제 롯

국의 땅을 보러 다닌다. 진천군 이월면 미잠

더스. 롯데호텔 신축 건축 본부로 간다. 큰 세

데 신 회장의 오른팔. 다시 롯데호텔 신관 인

리가 맘에 든다. 이곳 지형이 누에머리를 닮

상 구경 좀 하자. 당시 최고층 건물인 롯데호텔

테리어 착수. 세계 굴지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았다. 그래 미잠리(美蠶里)다. 마침 와이프 호

설계 담당. 돈 좀 벌어 보자. 37층. 연면적 수 만

수 만평 혼자 처리. 인테리어 원칙. 세계 최고

도 상촌이고. 뽕나무 상(桑)자다. 뽕나무가 사

평. 머야 이거. 일본에서 도면 도착. 외우는 것

급 디자인 명품 만들기. 대치동으로 이사. 다

는 시골. 좋다. 만 평 구입한다. 주택 건립 시

부터 시작. 일본에서 롯데 회장이 왔다. 브리

음 작품 잠실 롯데월드 설계 착수. 대박. 순식

작. 낙향.

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오늘 부로 사무실 문 닫는다. 뭐라고나. 일이

“아니 선상님 코너비드가 뭔감유?” “머라.”

건축가. 내비게이션에도 뜨지 않는 이원 아트

밀려있는디유. 돈도 싫다. 3개월 치 월급을 더

그럼 직영공사다. 더 까지겠군.

빌리지. 미술관 전화기 불통. 관람객들이 미술

주겠다. 낼부터 일자리 알아봐라. 끝. 아예 이

“선상님 사모님이 반대하지 않으셨남유? 계속

관 위치를 묻는 전화 폭주. 진천군은 관심이

월면으로 보따리 싸서 내려간다. 이원 아트 빌

까지는디.” “마누라도 천주교.” “아, 예.”

없고. 읍내의 미술관을 알리는 입간판도 자비

리지 건립에 나선다. 왜 만날 남의 것만 만들어

성당을 찾았다. 황금색의 샌드스톤. 내부는 백

로 설치한 거고.

주냐. 내 것도 좀 만들자. 외부 간섭 없이 자유

색 뿜칠타일. 심플. 장식은 싫다. 군더더기 제

우린 이제 자녀들 손잡고 내비게이션에 치자.

로운 건축을 실현하겠다. 이제부터 넘어야 할

거. 번지르르한 자재도 싫고. 그냥 편한 건축.

충북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 306-1. 글구 가자.

가장 큰 상대는 나 자신이다. 이제 낼 모래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소품. 난 아무 것도

자녀들에게 설명해 주자. 인생을 우찌 살아가

나도 회갑. 뭐 좀 남기고 가야 될 거 아니냐. 살

하지 않겠다. 시간의 흐름을 그냥 관조하는 건

야 되는지. 다 봤으면 내비게이션에 다시 치

아있는 건축을, 자연을 체험하며 짓겠다. 이월

축. 같이 늙어가는 연륜이 아름다운 건축. 다

자. 충북 진천군 이월면 송림리 292-5. 이월 성

공소 신부님이 찾아 오셨다. 원 선생, 이 도면

시 이원 아트 빌리지를 찾았다. 7번째 방문. 그

당. 어두움과 밝음만 있는 명품. 아무 연고도

한 번 봐 주지. 역시 첨탑이 하늘을 찌르는 명

냥 첫 느낌과 7번째 느낌이 같은 건축. 원래부

없는 시골의 문화적인 업그레이드에 홀로 노

동성당 버전의 도면.

터 있어 온 듯한 미술관. 대한민국 최고의 미술

력하는 그의 작업을 우린 알려야 된다. 우리 시

“제가 한 번 만들어 볼게유.” “돈없는디유.” “

관 방문객은 연간 달랑 5천명.

대의 가진 자들에게. 좀 배워라. 인간들아. 돈

신자가 300명뿐이라.”

“선상님 그럼 또 까지겄네유?” “1년에 1억 까

세다가 떠날래! 나라에서 안 하니 어쩌랴. 우

신자가 땅 300평 기증. 좋다 나도 돈 안 받겠

짐.” “그럼 그림 팔아서 버티남유?” “미술관 등

리 시대의 40대 가장들이 나설 수밖에. ⓦ

다. 공사비 평당 3백만 원. 연면적 4백 평. 외

록할 때 나라에서 5백 점의 그림 중 제일 좋은 1

주비도 원대연 담당. 그럼 6천만 원 기증한 거

백 점을 지정해 팔 수 없음. 나라 재산. 팔면 쇠

다. 역시 돈은 좋은 데 쓰려고 버는 법. 필요한

고랑.” “땅값 많이 올랐죠?” “평당 5천 원에서

공사비는 12억. 3억 밖에 없고. 대치동 성당을

30만 원으로 올랐음.”

찾았다. 원대연의 집안이 힘 좀 쓰는 성당. 9억

그럼 5천만 원이 3백억 된 거다.

이면 된장 팔아서 될 규모가 아니다. 제단에

“그럼 5천 평만 파시죠.” “아직 지어야 할 건

서서 도면을 펼쳤다. 여러분, 시골에 멋진 성

물 많음.”

당을 건립하겠습니다. 반짝이는 보석. 왜 성당

나랑 경지가 다르군. 나 같으면 전부 다 팔고.

이 꼭 적벽돌의 명동성당을 베껴야 됩니까? 도

이제 원대연은 66살. 오늘도 7천 원짜리 유기

와주십시오. 지로용지를 돌렸다. 매달 만 원씩

농 점심을 손님들에게 대접하면서 환경 친화

10개월만. 기적. 공사비가 날아오기 시작한 거

적인 건축을 전파하는 전도사. 우린 이렇게 배

다.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리는 법. 물론 시간은

웠다. 좋은 일에 쓰려고 돈을 버는 거다. 이걸

좀 걸리지만. 현장에 갔다.

21세기에 몸으로 실천하는 대한민국 유일한

글쓴이 이용재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평론을 전공했다.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월간 <건축과 환경>의 기자 를 지냈으며, 월간 플러스 편집장을 거친 바 있다. 2002년 이후 택시를 운전하며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 ,『왜 살기가 이렇게 힘든거에 요?』 『딸과 ,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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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현장을 찾아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06>

십 년 넘게 관여하고 있는 인천 지역 문화단체 주관으로 문화유산 방문

식 주택, 그 주위에는 한국인 하급 관리인 주택을 세워 소작인들은 마을

교사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답사단을 꾸려 김제, 익산 지역 근대 건

변두리에 모여 살거나 소작지 근처로 이동해야 했다. 마을의 중심지가

축물 답사를 했다. 당일치기 답사로는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여정인지

농장을 중심으로 개편됨에 따라 농장이 조성된 지역은 우리 나라의 전

라, 다른 지역 답사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이 지역을 선택했다. 그간

통 마을 구조도 바뀌었다.

몇 차례 답사를 다녀온 곳이지만, 30명이 넘는 인원을 인솔하다보니 몇

일본인 농장주들은 단지 농장에서 쌀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혼자서 하는 답사가 아니어서 자료를 새로 만들

조선총독부가 추진하던 산미증식계획에 따라 농지에 안정적으로 물을

어야 했고, 코스 몇 군데를 제외했다. 답사 코스는 일제강점기 쌀 수탈

공급하기 위해 관개시설을 하고 수리조합을 만들었다. 수리조합은 식

의 역사가 담긴 근대 건축물을 중심으로 잡았다. 답사 순서는 인천으로

민지 지주제를 더욱 심화시켜 1935년 당시 전라북도 24만 농가 중 5%인

돌아올 것을 고려하여 함라마을 → 구 이리농림학교(1922년/현, 전북대

1만 2천 농가만이 자작농이었다. 농장주들은 또한 자신의 농장에서 생

익산캠퍼스) → 춘포역(1914년), 호소카와농장 정미소와 관리인 사택

산된 벼를 도정하기 위해 자체 도정공장까지 세웠으며, 총독부는 이곳

(1940년경) → 부용역, 구 백구금융조합 → 금산교회(1908년), 금산사

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철도를 건설하고 도로를 확충

→ 하시모토농장 사무실(1926년)로 정했다.

했다. 이 당시에 세워진 건물 가운데 김제, 익산 지역에는 구 이리농림

전북 지역은 일본인 대농장주들의 토지 침탈이 가장 극심했던 곳으로

학교 축산과 교사, 춘포역, 호소카와농장의 정미소와 관리인 사택, 부용

이들은 대부분 1900년대 초에 이곳에 정착하여 농장을 설립했다. 일본

역, 구 백구금융조합, 하시모토농장 사무실 등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

인들은 헐값으로 토지 매입을 시작하였고, 1912년 토지 조사가 시작된

어 있다. 이외에도 일본식 주택, 관사, 주조장 등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후 국가 소유의 농지나 미개간지를 강제로 불하받는 방식으로 땅을

농장주나 관리인을 위한 주택은 근세 일본의 무가 주택 양식인 야시키

넓혀 나갔다. 이렇게 확보된 농지 규모는 실로 엄청나 1926년 당시 전

(屋敷)를 근간으로 한 경우와 양식, 일식, 한식이 결합된 절충 양식인 경

라북도에서 1,000정보(1정보=3,000평)이상의 토지를 소유했던 일본인

우로 나누어진다. 절충 양식의 경우 건축물의 전체적인 구조와 벽체의

대농장은 9개에 달했고, 도내 전체 농지의 약 85% 정도가 이들의 소유

입면 구성은 일본식이나 보, 기둥, 서까래 등의 결구 수법과 지붕 형태

였다. 한 가구가 1정보의 땅을 소작했다고 가정해도 농장 하나에 무려

는 한옥 기법을 따른 경우가 많다. 해방 후 우리 나라 사람들이 거주하

1,000여 가구가 딸려 있었다는 점에서 이들은 단순한 대지주가 아닌 중

면서 건축물의 형태가 바뀌고, 정원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지만, 건물의

세시대 영주로 보는 것이 맞다.

전체적인 모습이나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가이즈카 향나무에서 일본

이들은 일본 건축양식으로 자신들의 거주를 위한 저택을 만들고, 일본

주택 양식을 볼 수 있다. 주택이 일본식으로 지어진 것과 달리 사무실이

정원 방식에 따라 츠쿠야먀(築山)를 조성했다. 집 주위에는 외부와의

나 금융조합, 역사 등은 일본식 의양풍이나 서양식으로 세웠지만, 규모

차단을 위해 담장을 둘렀다. 이 당시에 만들어진 담장 가운데 익산시 주

나 장식 수법은 떨어진다.

현동에 위치한 오하시(大橋)농장(1907년)의 담장은 견치석을 쌓아 하

근대 건축물을 돌아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 답사는 ‘근대=수

부를 만들고 상부는 토축벽을 세운 뒤 기와를 올려 마감했다. 이 담장

탈=제국주의’라는 등식을 절감했으며, 근대식 토지소유 개념을 몰라

은 일반 주택의 담장이 아니라, 일본에 있는 성(城)을 연상케 한다. 이

어느 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이방인들에게 자신의 땅을 헐값에 넘기고

들은 엄청난 규모의 저택은 물론 집 주위에 개인 우체국, 학교, 병원 등

소작농으로 전락한 채 영주의 농노로 살아야 했던 조상들의 아픔을 보

을 건립하였다. 이러한 농장 시설을 중심으로 근처에는 일본인들의 일

았다. ⓦ

글쓴이 손장원은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인천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재능대학 실내건축과 교수로 있으며, 본지 편집위원, 인천광역시 문화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다시쓰는 인천 근대 건축』 『건축 , 계획(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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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아름다운 돌담이 무려 1.5㎞에 달한다는 함라마을에는 이배원 가옥(1917년), 조해영 가옥 (1918년), 김안균 가옥(1922년)이 남아 있다. 시간에 쫓겨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전통 한옥에 부가된 일본 건축 양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번 함라마을 답사에서 건진 큰 수확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답사에도 내부를 볼 수 없었던 김안균 가옥의 내부를 본 것이다. 전통 건축 양식을 근간으로 중국식과 일본식 건축이 어우러진 모습에서 1930 년대 주거 문화의 접변과 수용을 찾을 수 있었다. ↓↓조해영 가옥 별채는 일본 상류 가옥의 다실처럼 인식될 정도로 위치나 외관만 놓고 보면 일본식이지만 결구 방식과 온돌방은 한옥을 따르고 있다. ↓↓↓호소카와농장 관리인 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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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에 세워져 우리 나라에 현존하는 역사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개통 당시에 명명된 ‘대장역 (大場驛)’이란 이름은 1996년이 되어서야 ‘춘포역’ 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만경강 봄 나루터에서 유래된 ‘춘포(春 浦)’라는 마을 이름이 호소카와농장(1904년)을 경영하던 호소카와 모리다치(細川護立)에 의해 넓은 벌판이라는 뜻의 ‘대장촌(大場村)’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해방 후 다시 춘포라는 이름을 되찾았지만, 마을에서는 아직도 ‘대장촌’이란 말을 쓰고 있는 간판을 볼 수 있다. 춘포역, 호소카와농장 정미소와 관리인 사택 등을 돌아보고 제방에 올라 너른 벌판을 보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신들의 농장에서 일할 농업기술자가 필요했던 일본인 대농장주들은 조선총독부가 설립을 추진하던 5년제 농림학교를 익산으로 유치하기 위해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치밀한 물밑 작업을 전개했다. 이리농림학교 본관이었던 이 건물은 1963년에 세워진 것이라고 전하나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근대 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다.

↓호남선 익산과 와룡역 사이에 위치한 부용역은 1914년 호남선 개통과 함께 세워졌다. 대전에서 목포까지 261.7㎞인 호남선은 일제가 호남의 농산물을 군산항이나 목포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세운 것이다. ↓↓ 부용역이 설치되면서 역 근처에는 금융조합, 주재소, 우체국 등의 관공서와 식량 영단, 도정 공장 등이 속속 들어섰다. 5일장까지 열려 한 때 번화한 마을이었지만 부용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무인역이 되었고 백구금융조합은 담쟁이 넝쿨을 뒤집어 쓴 채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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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긴자 Ginza 銀座 최충욱의 <해외 도시 건축 공간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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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경제중심지 긴자. 에도시대부터 매립을 시작해 도시 형성의 유래가 되었던 이 지역은 현재 일본 최고의 럭셔리 시장과 디자인 트렌 드를 이끌고 있다. 1870년대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도시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세장비가 긴 블록 구획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인해 입면이 좁고 안 쪽으로 깊은 공간을 구성한 건축 공간들이 등장했다. 좁고 긴 건축물의 공간 분할과 더블스킨 및 스킨을 이용한 파사드 디자인, 그리고 야간 조명 등의 다양한 패턴들이 눈여겨 볼만하다.

1. 디엔타워 21 DN Tower 21(Daiichi Nochu

Design Department

6. 미키모토 긴자 2 Mikimoto Ginza 2

Building)

완공 : 1984. 09(1기), 1987.09(2기)

설계 : Toyo Ito & Associates, Architect/

설계: Kevin Roche John Dinkeloo & As-

용도 : 복합시설, 상업시설, 전시시설, 극장

TAISEI DESIGN PAE/ Ichiro Nishiwaki(인

sociates Architect/ Shimizu Architects &

연면적 : 98,568㎡, 78,631㎡(1기), 10,937㎡(

테리어)

Engineers

기)

시공 : Taisei Corporation 완공 : 2005. 11

완공 : 1995. 09 용도 : 오피스

4. 스키야바시 파출소 Sukiyabashi Poice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연면적 : 97,966㎡

Box

대지면적: site area 275.74㎡

설계 : Kazumasa Yamashita

- building area 237.69㎡

2. 도쿄국제포럼 Tokyo International Forum

완공 : 1982. 04

- total floor area 2,205.02㎡

설계 : Rafael Vi?oly

용도 : 파출소

완공 : 1996.05

연면적 : 53㎡

7. 조에 ZOE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용도 : 복합시설, 전시시설, 회의장, 극장 연면적 : 14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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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로니에 게이트 MARRONIER GATE 시공 : Taisea Corporation

8. 지엠지-지 GM-G(SHIPS)

3. 유라쿠쵸 마리온 Yurakucho Mullion

완공: 2008. 08

시공 : Taisei Corporation

설계 : Takenaka Corporation Building

용도 : 상업시설

완공: 2007. 02

WIDE ARCHITECTURE REPORT no.6 : november-december 2008


도시 건축 탐험가 최충욱은 건축을 전공한 뒤 월간 <이상건축>과 <건축문화>, <플러스>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이후 몇 개의 출판 매체 기획사에서 건축과 인테리어, 건설 관련 출판을 코디네이션 했다. 최근까지 도시 건축 전문 여행사에서 해외 벤치마킹 답사를 수년간 진행 하면서 해외의 다양한 도시 건축 공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시작했다. 세계의 도시·건축·조경·인테리어 등 공간 디자인과 관련된 커뮤 니티 네이버 카페 <스페이스투어> 운영자를 맡고 있으며, 공간전달연구소 초이스페이스<choi's pace>를 운영하면서 해외 도시 건축 가이 드북 제작과 매거진 발행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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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 Taisei Corporation

16. 불가리 긴자 타워 BUGARI Ginza Tower

완공 : 2000. 08

설계 : Shimizu Corporation/ In-House

9. 드 비어스 긴자빌딩 De Beers Ginza

용도 : 상업시설, 전시시설, 오피스

Bulgari Architects

building

연면적 : 4,938㎡

시공 : Shimizu Corporation

용도 : 상업시설

설계 : Jun Mitsui & Associates

완공 : 2007. 11

시공 : Taisei Corporation

12. 긴자에이빌딩 Ginza a Building

완공 : 2007. 09

용도 : 오피스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17. 듀플렉스 2_11 DUPLEX GINZA Tower 2_11

13. 알프레드 던힐 ALFRED DUNHILL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10. 세이요 긴자호텔 Seiyo Ginza Hotel

설계 : Tatsuya Matsui(파사드 및 인테리어)

완공 : 2008. 09

설계 : Kiyonori Kikutake Architectural De-

완공 : 2007. 12

sign Office & Architectural Office/ Wilson

용도 : 상업시설

18. 알파 매트릭스 αMATRIX BUILDING

& Associates(인테리어)/ Media Five(인테

설계 : TAKETO SHIMOHIGOSHI/ A.A.E.

리어)

14. 아티산 긴자 ARTISAN GINZA

시공 : SATOHIDE Corporation

시공 : Takenaka Corporation

용도: 상업시설

완공 : 2008. 03

완공 : 1987. 03/ 리노베이션 2001. 10 용도 : 숙박시설, 상업시설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15. 까르띠에 부띠크 긴자 Cartier Boutique

연면적 : 2247.81㎡

Ginza 11. 요미코 긴자 큐브스(요미우리 광고) YO-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19. 루이비통 마츠야 LOUIS VUITTON Ginza

MIKO GINZA CUBES

연면적 : 1,030㎡

Matsuya

설계 : Nihon Sekei,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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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 Jun Aoki(Jun Aoki & Associ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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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 Taisei Corp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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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 상업시설

설계 :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완공 : 2001. 04

완공 : 2000. 11 연면적 :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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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애플 스토어 긴자 Apple Store in Ginza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전시시설

설계 : Bohlin Cywinski Jackson/ Gensler/

연면적 : 6,071㎡

20. 마츠야백화점 MATSUYA Ginza

Dewhurst Macfarlane and Partners Inc(

시공 : Taisei Corporation

파사드)/ Flack + Kurtz Inc.(파사드)/ ISP

27. 로얄 크리스탈 긴자 Royal Crystal Ginza

완공 : 2001. 03

Design Inc(파사드)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용도 : 상업시설

완공 : 1965/ 2004(리노베이션)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28. 구찌 CUCCI Ginza 설계 : James Carpenter

21. 샤넬 긴자 CHANEL Ginza 설계 : Peter Marino +Associates Architects/

24. 노벨빌딩 Novel building

완공 : 2006. 09

Darren Nolan/ Tanteri + Assocs.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연면적 : 3,700㎡

시공 : Taisei Corporation 완공 : 2004. 10

25. 소니빌딩 Sony Building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설계 : Yoshinobu Ashihara Architect &

29. 아르마니 긴자 타워 GIORGIO ARMANI

Associates

Ginza Tower

22. 오페이크 OPAQUE Ginza

완공 : 1966. 04/ 1992. 12(리노베이션)

설계 : Doriana & Massimiliano Fuksas/

설계 : Kazuyo Sejima(KAZUYO SEJIMA &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전시시설

Studio Fuksas(인테리어)/ Filippo Bich, Ana

ASSOCIATES)

연면적 : 8,811㎡

Gugic & Maria Lucrezia Rendace(인테리어, 가구)/ Speirs & Major Associates(조명)

완공 : 1998. 10 연면적 :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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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에르메스 Masion Ermes

완공 : 20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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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34. 유니클로 UNICLO Ginza

38. 대학안경연구소 大學眼鏡硏究所

연면적 : 7,370㎡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완공 : 오피스, 연구시설

30. 디올 Christian Dior Ginza

35. 닛산 갤러리 NISSAN Gallery Ginza

39. 피아크 긴자 네오 P ARK Ginza neo

설계 : Ricardo Bofill/ Kumiko Inui(파사드)

설계 : Akihito Fumita(Fumita Design Of-

용도 : 상업시설

완공 : 2004. 10

fice)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완공 : 2001. 06

40. 엠씨빌딩 MC Building

용도 : 전시시설

용도 : 상업시설

31. 차 긴자 CHA Ginza

연면적 : 292㎡

용도 : 상업시설

41. 오피스머신 1985 Office Machine 1985 36. 피아스 그룹 본사 Pias group Ginza Of-

설계 : Kazuhiko Namba/ Kai Workshop

32. 까르띠에 긴자 빌딩 Cartier Ginza Build-

fice PIAS GINZA

완공 : 1985. 11

ing

용도 : 오피스

용도 : 주거시설

설계 : Jean-Michel Wilmote/ Toda Corpo-

연면적 : 969㎡

ration

37. 에이디케이 쇼치쿠 스퀘어 ADK Shochiku

완공: 1999. 06(리노베이션)

Square

42. 버니스 뉴욕 Barney's New York (Kojun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설계 : Mitsubishi Jisyo Seikei/ Kengo Kuma

Building)

연면적 : 1,3000㎡

완공 : 2002. 10

설계 : Shimizu Corporation

용도 : 오피스, 주거시설, 상업시설

완공 : 2004

연면적 : 54,069㎡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33. 타사키 Tasaki Ginza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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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도쿄 타카라즈카 빌딩 Tokyo Takarazuka

46. 로지에르 L'OSIER

50. 노에비르 NOEVIR

building

완공 : 1973/ 1999(리노베이션)

용도 : 상업시설

설계 : Takenaka Corporation

용도 : 상업시설 51. 살바토레 페라가모 Salvatore Ferragamo

완공 : 2000. 12 용도 : 극장, 상업시설, 영화관, 복합시설

47. 시즈오카 신문방송 Shizuoka Press and

Ginza Building

연면적 : 39,094㎡

Broadcasting Center

완공 : 2003. 03

설계 : Kenzo Tange

용도 : 상업시설

44. 루이비통 긴자 나미키 LOUIS VUITTON

완공 : 1967. 10

Ginza Namiki Store

용도 : 오피스

52. 긴자 그린 Ginza Green

설계 : Jun Aoki & Associates/ Louis Vuitton

연면적 : 1,493㎡

용도 : 상업시설

시공 : Shimizu Corporation

48. 리쿠르트 긴자 빌딩 Recruit Ginza Build-

53. 오데마스 피게 AUDEMARS PIGUET Ginza

완공 : 2004. 08

ing

Building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설계 : Irie Miyake Architectes & Engineers

설계 : Yasumichi Morita

연면적 : 2,133㎡

완공 : 1981. 03

완공 : 2007. 07

용도 : 오피스

용도 : 상업시설

Malletier/ Higo Design Associates

45. 하우스 오브 시세이도 House of Shiseido

연면적 : 17,000㎡ 54. 시세이도 긴자빌딩 Tokyo Ginza

완공 : 2004. 04 용도 : 상업시설, 전시시설, 교육시설

49. 워터 타워 Water Tower

Shiseido Building

연면적 : 580㎡

용도 : 상업시설

설계 : Ricardo Bofill/ Elia Taniguchi/ J.P.Crnia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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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 Shimizu Corporation

용도 : 상업시설

63. 듀플렉스 긴자 타워 8/14 DUPLEX GINZA

완공 : 2000. 12

TOWER 8/14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59. 에이치엔엠 H&M Ginza Building

연면적 : 3,819㎡

완공 : 2008. 09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용도 : 오피스, 주거시설 64. 나카진 캡슐타워 NAKAGIN CAPSULE

55. 긴자 888 Ginza 8-8-8 Building

TOWER 60. 스와로브스키 SWAROVSKI Ginza Build-

설계 : Kisho Kurokawa Architect & Associates

ing

완공 : 1972. 04

56. 자라 ZARA Ginza

설계 : Tokujin Yoshioka

용도 : 상업시설, 주거시설

시공 : Taisei Corporation

완공 : 2008. 03

연면적 : 3,091㎡

완공 : 2003. 04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연면적 : 256㎡

57. 스와치빌딩 SWATCH Building(N.G.

61. 마쯔이 가든호텔 Mitsui Garden Hotel

설계 : Takenaka Corporation Building

Hayek Center)

설계 : Piero Lissoni(인테리어)

Design

설계 : Shigeru Ban

완공 : 2005.

완공 : 1980. 03

완공 : 2007. 01

용도 : 상업시설, 주거시설

용도 : 전시시설, 오피스, 복합시설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65. 아사히신문 본사 Asahi Shimbun Tokyo Head Office

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연면적 : 66,685㎡ 62. 웨이브 WAVE

58. 랑방 LANVIN Ginza 설계 : Hirishi Nakamura(파사드 및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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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 상업시설, 오피스, 주거시설

66. 스트라타 긴자 ATRATA GINZA 용도: 주거시설, 오피스, 전시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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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ICON 이 시대의 디자이너와 건축가에 대한 싱싱한 표현 <내가 좋아하는 건축 잡지 06 | 문훈>

서점의 잡지 코너에 가 보면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익숙해지려고 하는

으로 빼입고 산다는 사실, 혹은 사무실이 아닌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

수많은 얼굴들을 모델로 한 잡지 표지를 볼 수 있다. 국적을 초월하는

에 앉아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디자인을 하고 아주 기초적인 컨셉트 스

유명한 배우에서부터 모델, 가수 등등…. 현재 국내 서점에는 들어오지

케치 외에는 대부분 말로써 건축을 완성한다는(물론 수십 명의 수족이

않는 잡지 중의 하나인 <아이콘(ICON)>은 2003년 4월호를 시작으로 영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그의 표현, 그리고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오래되

국의 미디어10 그룹이 발간하고 있는 정기간행물이다. 웹상에서도 충

어 삐끄덕 대는 비엠더블유 삼(BMW 3)을 몰고 다닌다는 내용들이 가

분히 살펴 볼 수 있었던 덕택에 2005년 웹서핑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되

볍지만 아주 유쾌하고 즐겁고 인상적이고 솔직하게 이루어져 있다, 특

었다. 처음 나의 관심은 이 잡지의 표지에 있었다. ICON이라는 큼지막

히 인터뷰라는 형식 자체가 싱싱하다는 느낌을 주고 현장감을 잘 전달

한 글씨와 표지를 가득 채운 모델의 얼굴이 눈에 와 닿았던 것이다. 그

하고 있는 듯하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름 아닌 장 누벨을 모델로 한 호였는데,

<아키텍처럴 리뷰(Architectural Review)>와 같은 잡지는 매우 경직된

그 크기 때문에 얼굴이 마치 괴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이콘>은 대개

편집 방식과 건축물 자체에 대한 비평에 집중하기 때문에 구독자로 하

유명한 디자이너나 건축가 혹은 그들의 작품을 표지에 내세우지만 때

여금 건축이 중요하고 엄숙하며 권위적이라는 느낌을 전달하게 된다.

로는 젊고 신선한 작가들을 소개하기도 한다.(이미 2005년에 일본 건축

물론 매년 젊은 건축가들의 작품을 선정하고 소개하는 행사가 있지만

가들인 '바우 와우'를 소개한 바 있다.)

전체적인 무거운 뉘앙스를 떨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반대편에 서

내용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단연코 표지 모델들과의 인터뷰이다. 마

있는 <아이콘> 혹은 <월페이퍼(wallpaper)>같은 잡지들은 보다 일상

치 영국이 가십(gossip)이 많고 타블로이드(tabloid)의 출판과 소비가

적인 삶의 방식에서 디자인이나 건축을 바라보고 있고, 그 작업물 자체

발달된 나라임을 반영이라도 하듯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시시콜콜하지

에 대한 비평보다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과정

만 재미있는 뒷이야기들, 그들의 사생활 이야기와 충분한 리서치를 바

의 표현과 편집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탕으로 한 질문들,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이 재미있고 발랄하게 소개

굳이 같은 계열에서도 <아이콘>과 <월페이퍼>의 차이가 있다면 후자는

되어 있다. 일례로 디자인 권위에 도전을 받지 않고 평생을 살아온 안

패션을 포함, 다루는 분야가 전자보다 넓고, 그렇기 때문에 둘 다 가볍

도 다다오가 때마침 인터뷰어의 질문이 그의 디자인 권위에 도전하는

긴 하지만 <아이콘>이 디자이너와 건축가를 더 집중적으로 표현해내고

듯한 뉘앙스를 풍기니까 인터뷰를 박차고 나가더라, 라는 표현이나 장

있다는 차별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

누벨이 여름 내내 위아래 흰옷을 입지만 그 외의 계절 대부분은 검정 글쓴이 문훈은 호주 타즈매니아 섬의 호바트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인하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MIT건축대학 원에서 수학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실무를 쌓고 2001년부터 문훈건축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건축과 드로잉으 로 짧은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기도 하다. 2005년 <상상사진관>으로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다른 작품으 로 <현대고등학교>, <전주동물원>, <묵동다세대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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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디자인 경쟁 시대의 조경 조경비평 봄 지음, 도서출판 조경, 16,000원 <와이드 書欌 06>

‘조경비평 봄’(이하 ‘봄’) 동인의 두 번째 책. 국내외 설계 공모 리뷰와 조경가 소개를 담았다. 현재의 국 내 상황을 ‘조경의 시대’로 규정하는 이들의 한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장르마다 비평의 기능 과 역할이 조금씩 차이가 나고, 비평의 기대 심리 또한 다르나 전반적으로 전문 비평의 퇴각 조짐이 만 연한 때에 조경 비평이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일차적으로는 설 계 시장을 경계하고, 동시에 이론과 실천의 사이를 이어주는 이념 틀의 정립을 지원하는 것이 이들 모 임의 성격이랄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건축과환경(현, 월간 C3)>지를 매개로 대학의 소장 학자들이 건축비평동인을 결성하 여 활발하게 움직이던 때를 상기시키는 봄 동인들의 초기화 작업에 월간 <환경과조경>이 매개가 되는 등 형식면에서 건축비평이 활성화되던 시절과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봄 동인은 두 가지 면에 서 건축비평동인의 활동과 차이를 갖는다. 첫째는『봄』 이라는 그룹 비평집의 출간이며, 둘째는 이들 동인이 조경비평상의 운영 주최자로 참여한 다는 점이다.(조경비평상의 1〜4회 주최는 월간 <환경과조경>이 맡았고, 5회 이후 봄 동인으로 주최가 이관되었다. 봄 동인들은 소정의 회비를 갹출하여 100만 원의 상금과 운영경비를 충당하고 있다.) 두 경우 모두 신진 비평가들의 발굴과 독자적인 지면 확보를 통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반면 건축비평동인은 잡지 지면을 할애 받는 정도에 그쳤고 지금은 유명무실한 그룹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오늘날의 (건축비평동인의 침체로 상징 되는)건축비평은 그룹 행위의 차원에서 개별적 행위의 시대로 전선이 바뀌었다. 이 책은 2006년과 2007년을 뜨겁게 달궜던 국내 설계 공모 중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 녹지 공간 국제 설계 공모, 성남 판교와 파주 운정 도시기반시설 조경설계 공모, 광화문 광장 아이디어 현상 공모 와 설계 시공 일괄 입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 설계 공모, 독립문공원 재조성 설계 현상 공모 등 프 로젝트와 해외에서 진행된 거버넌스 아일랜드와 콘필드(로스엔젤리스 주립 역사 공원)설계 공모를 조 명하고 있다. 또한 조경가의 존재를 사회 일반에 각인시키려는 시도로 이교원과 이수학 등 선후배 조 경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들은 여러 편의 비평문을 통해서 ‘조경과 건축의 고유 영역이 경관을 매 체로 뒤섞이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찰스 왈드하임의 책 제목)의 의 의와 그 안에서 조경의 역할을 상기시킨다. 건축과 조경 사이의 ‘기우뚱한 균형’(김진석의 책 제목, 아 래 소개 글 참조)을 적시하며, 업역 간 갈등과 통합의 고리를 엮는 방안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표정 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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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뚱한 균형 김진석 지음, 개마고원, 13,000원 <와이드 書欌 06>

‘동요하는 우파와 좌파에게 권하는 우충좌돌 정치철학’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김진석(인하대 교수)씨 가 수년간에 걸쳐 몇몇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단행본의 성격에 맞게 고쳐 쓴 책이다. 그는 ‘초월에서 포 월로’의 출간을 시작으로 ‘소외에서 소내로’ ‘포월과 소내의 미학’ 등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신어를 고안, 발굴하고 철학적 의미를 부여해 오고 있는, ‘드물게’ 건축계에도 잘 알려져 있는 철학자이자, 문학비평 가다. 그는 이번에 출간한『기우뚱한 균형』 을 두고 그의 첫 책이 발간된 1994년 이래 개념을 잡고, ‘사회 적이고 정치적인 구체성’을 확보하는 등 꾸준히 준비해 온 결과라고 말한다. 자칫 개념과 가치들의 중 도를 주장하는 언설로도 파악될 수 있지만 그가 말하는 기우뚱한 균형이라 함은 그 자체로 완성도 아니 고 또한 미완성은 전혀 아니며 ‘기우뚱거리며 흔들리고 가는 일’이라는 시각을 전한다. 완성된 균형이 란 없고 대신 균형 잡는 일만 있다는 것. 그는 균형 피곤증이 몰려올 때는 과감하게 균형을 버리라고 말한다. 억지로 만드는 균형은 필시 균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우뚱한 흔들림을 즐기며 그것을 유지하는 사랑의 힘을 확인하라고 제언한다. 인접 학문간 장벽을 넘어서 소통하려 들고, 비판적 논의를 즐기며, 경쟁과 승리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계하고, 약하고, 가난하고 ‘패배한’ 사람들에게 다가갈 것을 회유한다. 기우뚱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는 것은 자신과 시대를 충분히 사랑할 때라야 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가 전하는 위선(僞善)과 위선(爲善), 위악(僞惡)과 위악(爲惡)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지혜로운 삶의 양 태는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 걸까? 비판하되 통째로 비난하지 말기, 거대하고 경직된 이념의 변증법에서 벗어나기, 열성과 아우성 사이에서 침묵하고 회의(懷疑)하기, 우왕좌왕을 우충좌돌로 풀기 등등. 뒤집 어도 보고, 거꾸로도 보고, 비스듬하게도 보고, 가로지르기도 하고, 기타 등등 그의 논법을 따라하는 것 이 바로 균형 잡기의 방편이 아닐 수 없다. 공공 디자인과 도시 디자인, 공간 문화와 건축 문화, 조경 건축과 건축적 조경 등등, 우리 사회에 등장한 언어의 혼돈과 업역의 복잡성 또한 균형 잡기가 필요한데 현장은 사뭇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세상이 봄부터 겨울까지 여러 국면으로 시끄러우니 그의 언설이 특히나 빛을 발한다. 매년 살기가 힘들 고 나빠진다는 ‘말풍선’에 무거운 몸을 묶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민초들에게 오늘도 기우뚱거리며 불 안하지만 흔들리고 가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 실로 뻑뻑한 주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철학자 의 반의 반 만큼만 세상을 달관할 수 있다면, 힘겨워도 즐겁게 내일의 문을 열 수 있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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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브루어리, 버려진 양조장에서 현대 예술의 메카로 김정후의 <유럽의 발견 06>

건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영원할 수는 없다. 차이가 있다면 건물은 지속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도시 재생에 있어서 우리의 이목을 사로잡는 경우는 최소한의 변화를 통하여 기존 건물에 새로 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화력발전소에서 현대미술관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테이트 모던의 성공 은 유럽 대부분의 도시들이 방치한-혹은 철거 예정인-산업용 건물을 재점검하는 웃지 못할 계기를 만들 었다. 더 이상 역할을 할 수 없는 건물을 새로운 용도에 맞도록 개조하는 작업은 건축과는 별개로 사회 적 관점에서 세 가지 매력이 있다. 첫째는 사람들로 하여금 항상 새로운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의 식을 갖게 한다. 둘째는 특정 지역이 지닌 역사적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셋째는 주변에 미치는 영 향이다. 문을 닫고 방치된 대규모 산업용 건물의 경우 주위 환경을 황폐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건물이 새로운 역할을 한다는 것은 지역 일대가 다시 활성화됨을 의미한다. 그러 므로 전체적인 지역 재생을 유도하는 견인차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트엔드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 런던은 전통적으로 두 개의 중심을 가지고 발전해 왔다. 국가 권 위 및 행정 중심인 시티 오브 웨스티민스터 지역과 경제 중심인 시티 오브 런던이다. 그러므로 런던에 서 주요 관공서, 공공시설, 문화시설은 물론이고 살기 좋은 지역의 대부분도 두 지역을 중심으로 북서 쪽에 위치한다. 따라서 남동쪽 지역은 개발로부터 소외되었고 이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낙후되었다. 시 간이 지나면서 전 세계로부터 온 이주자 및 노동자들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다 민족으로 이루어진 런던의 어두운 이면이라고 할까. ‘이스트엔드(East End)’란 말 그대로 런던의 동쪽 지역을 일컫는다. 순수한 지역 명칭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이스트엔드는 저소득층 혹은 노동자 층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여겨지곤 한다. 한때는 유대인들의 정착지였지만 현재는 방글라데시 커뮤니 티가 주를 이룬다. 지금 이스트엔드에는 변화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이스트엔드가 현대예술의 메카로 새롭게 부각 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버려졌던 맥주 양조장 ‘트루먼 브루어리(Truman Brewery)’가 있다. 현 재 트루먼 브루어리가 위치한 지역에 양조장 시설이 들어선 것은 17세기 중반부터다. 18세기에 이르러 서는 1000여 명의 종업원이 일할 정도로 대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당시 영국 전체에서 두 번째로 큰 규 모였다. 이후 20세기 초까지 양조장 건물 및 연관 시설들이 주변으로 증축되었다. 200년 넘게 지속되 어온 트루먼 브루어리의 영광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 런던 외곽지역의 양조장들이 활성화되면서 트루먼 브루어리는 점차 위축되었고, 결국 1988년에 문을 닫고 말았다. 이는 곧 주변 일 대의 상관도 쇠락했음을 의미한다. 문을 닫고 방치된 트루먼 브루어리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예상치 못한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 지역으로 가난한 그리고 자유분방한 젊은 예술가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트루먼 브루어리 가 위치한 브릭 래인 일대는 양조장 외에도 벽돌과 타일 등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이 역 시도 대부분 문을 닫고 방치된 상태였다. 이처럼 버려진 공간들은 저렴하게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다 는 점에서 넉넉하지 않은 예술가들에게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하나 둘씩 모여든 예술가들은 자연스 럽게 교류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서 전시와 공연 활동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삼삼오오 모여서 작 업을 하던 예술가들의 수는 몇 년이 지난 후에 무려 만 명을 넘어섰다. 아마도 단일 지역에 모여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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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evation. → 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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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예술가의 숫자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아닐까 싶다. 있는 그대로가 모두 예술이다 ⓦ 버려진 산업용 건물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하는 것은 더 이 상 새로운 화두가 아닐 정도로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다. 그런데 트루먼 브루어리의 경우 기존의 보편 적인 방식과 비교해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트루먼 브루어리는 리노베이션이라고 할 것조차 없을 정도 로 있는 그대로의 양조장 건물과 주변 시설들을 재활용한다. 즉, 새로운 디자인이나 시설을 추가하지 않은 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공간을 개조하여 사용한다. 물론 이는 기존의 건물이 큰 장점을 가지고 있 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조장 건물이지만 벽돌로 지어진 트루먼 브루어리는 조지안 및 빅토리안 스타일 등의 건축적 특징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양조장의 특성상 내부 공간은 넓게 개방되어 있다. 이는 곧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있는 그대로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 가능함을 의미한다. 낡고 허름한 경우에 따라서 부서지고 깨진 건물은 이미 그것 자체로 예술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현재 트루먼 브루어리에는 200여 개에 달하는 화가, 음악가, 조각가, 사진가, 건축가, 그래픽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등 창조 관련 작업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런가 하면 크고 작은 전시 및 공연 시설 들도 있다.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통하여 배출된 세계적인 작가들 역시 헤아릴 수 없을 정 도로 많다. 예를 들어 상상을 넘나드는 작업을 통하여 영국, 나아가서 세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 술 작가로 평가 받는 데미안 허스트의 보금자리가 이곳이었고, 고백의 여왕으로 불리는 젊은 표현주의 작가 트레이시 에민이 또한 이곳 출신이다. 탁월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이들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던 배경이 트루먼 브루어리만의 독특한 주위 환경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트루먼 브루어리는 이 건물이 위치한 브릭 래인 주변의 전반적인 변화를 주도했다. 예술가의 마을로 변 신한 이 일대에는 이와 어울릴 법한 톡톡 튀는 가게와 식당들 그리고 노점상들이 들어섰다. 이제 트루 먼 브루어리 주변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예술가 지망생들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 인해를 이룬다. 여전히 주변을 걷다보면 언제, 어디서라도 건달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음침한 골목길이 지만, 이러한 위축된 느낌은 이내 사라진다. 브릭 래인을 가득 채운 각양각색의 상점과 식당 그리고 그 사이로 미로처럼 자리 잡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전시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루먼 브루어리, 세계 현대 예술을 주도하다 ⓦ 트루먼 브루어리는 더 이상 런던만의 작은 예술가 마 을이 아니다. 매년 세계의 독특한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작년에는 ‘국제 문신 컨 벤션’이 개최되었는가 하면 올해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주요 행사가 이곳에서 있었다. 디자이너 들은 런던을 디자인 천국이라 부르곤 한다. 현재 런던에서만 무려 20여 만 명에 달하는 디자인 관련 전 문가들이 일한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런던이 디자인 천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고상하고 품위있게 뮤지컬과 콘서트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런던 의 웨스트엔드에 가야 한다. 그렇지만 조금은 편안하고 느슨하게 거리 및 전위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스트엔드에 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세계 현대 예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허름한 양조장 건물 트루 먼 브루어리가 그 어떤 화려한 건물보다 그럴듯한 이유다. ⓦ

글쓴이 김정후는 2003년까지 한국에서 건축가와 비평가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설계 강의를 했다. 이후 영국 바쓰 대학 건축학 박사 과정과 런던 정경 대학 도시 계획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런던에서 도시 계획 튜터와 컨설팅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공간 사옥』 (공저, 2003),『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 (2005),『상상/하다, 채움의 문화』 (공저, 2006),『유럽 건축 뒤집어보기』 (2007) 등의 저서가 있다.『조선일보』 와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를 공 동 기획했고, 현재 KBS와 SBS의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 자문을 하고 있으며, <희망제작소>의 ‘공공 디자인 유럽 연수 프로그램’ 지도 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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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 주택 | 제갈엽 <주택 계획안 100선 05>

순간적 단편들의 관계로 이어지는 변화무쌍한 모습 속에서 규정지으려 하기 보다는 삶의 순간을 포착 하고, 이를 통하여 기억과 연결된 자신의 실체를 인식해야 한다. 집은 우리가 더욱 행복한 모습으로 살 아갈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우리의 삶은 과거와 지금의 중첩된 모습으로 지속되며, 미래 의 희망을 투영한 삶의 단편들의 연속이다. 이러한 삶을 담을 수 있는 집은 단편을 이어주는 유기체이 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기억하고 환기하는…. 매순간 수많은 생각에서 작은 한 조각을 찾으려고 하지만 작은 한 조각이 큰 결과를 만들어 낸다. 순간 순간의 조각들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다양한 감정의 변화 속에 서 순간의 찰나를 잡으려는 작은 시도가 시작되어 혼돈 속에서 헤어나는 과정인가. 집은 인간, 시간, 공 간, 삶이 담기는 곳. 그중에서도 사람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드로잉은 건축가의 정신이 내재된 최후의 전달 매체이고 그 속에 인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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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 자연의 아침은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온기가 어린아이의 웃음과 함께 우리에게 닿 는다. 우리의 집은 가족의 관계를 유지하고 소통되어 의미를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의 감 정이 남을 수 있게 슬픔, 기쁨, 괴로움을 감싸줄 수 있어야 한다. 삶의 무게를 받아 주고, 삶의 마 지막 모습을 기억으로 남겨 주고, 또 다른 생명의 탄생을 통한 새로운 생명력을 만들고, 새 생명 의 성장과 변화를 통해 역사가 이루어진다. 아이가 자라면 자신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 아이들 에게 장소적 의미가 남아 있는 곳. 장독대 옆, 담장과 벽 사이, 마루 밑 등 술래잡기를 할 수 있는 곳. 벽장 속, 창문 앞 담장, 지붕 있는 대문, 마당 안 넝쿨 속, 큰 나무 위 등 아이들만의 장소에 많 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땅 ⓦ 땅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적다. 나에게 땅과의 만남은 충격과 감동이다. 인간은 땅을 짝사랑한다. 역사적으로 검증되었듯이 좋은 땅은 그 자체가 새로운 삶의 이미지를 이끌어낸다. 개발의 처음부터 땅과의 만남에 건축가가 필요하다. 건축적 행위의 시작은 자연 상태의 땅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경제적인 완성을 위해 개발의 전제가 되어버린 훼손의 상태는 나무를 잘 라내고, 땅을 도려내고, 흙을 붙여서 석축과 함께 길이 난다. 이미 잃어버린 장소적 기억을 되돌 릴 수 없어 아련해진다. 마치 오랫동안 해 오던 것을 버리고 갑자기 새로 시작해야 할 때의 그 느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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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 완만한 경사의 큰길을 지난다. 언덕을 넘어 내려가던 길은 시골스러움과 함께 예전의 마 을로 내려가고, 그 중턱에서 오르는 길이 있어 따르다 보면 요즘 마을 풍경이 보인다. 산을 오를 때처럼 또 다른 오름은 새로운 시야를 열어 주고, 구릉을 오르다 숲을 지나 시야가 트인 곳에서 먼 산이 나에게 다가오고, 또다시 오르다 보면 숲의 울창함에 빠지고, 시야에서의 원근감이 혼돈 되고, 예기치 못한 풍경을 서로 다른 높이에서 보여 준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 비로소 올랐던 높이를 실감하게 된다. 기대만큼이나 새로운 감흥을 준다.

관계 설정 ⓦ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의 접근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경사로 또는 계단, 엘리베 이터 등을 통하여 할 수 있겠으나 기존의 자연환경 그대로는 안 될까? 입구는 식당과 주인 침실 에서 시야가 트이는 곳에 놓여지고, 중심 홀은 공간 간의 연계를 시각적인 차이와 단면적인 변화 로 추구한다. 거실로의 접근은 숲속을 벗어나 공지로의 만남과 유사하다. 반대편 주인 침실과 드레스실 등은 정적인 공간적 이동과 이에 상응한 반대편의 전망을 보여 주 고 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레벨을 이어주는 사이 공간은 오를 수 없는 거실이면서 또 다른 곳으 로의 시각적인 연결을 모색하고 있다. 마감 재료는 가장 평범하고 값싼 재료로 시골스러운 재료 고유의 숨겨진 맛을 찾을 수 없을까? 예기치 않은 가치를 만들어내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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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Y 주택> 배치도.

↗ <J&Y 주택> 단면도 bb. ↘ <J&Y 주택> 단면도 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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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Y 주택> 1층 평면도. ↓ <J&Y 주택>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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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Y 주택> 서측면도. ↓ <J&Y 주택> 동측면도.

J&Y 주택 건축 개요 양평의 남한강을 끼고 있는 상심리 마을 중턱 언덕에 위치해 있다. 약 300여 평의 대지에 계획된 집으 로 전체 면적은 약 90평이다. 지상 2층이며, 철근 콘크리트 구조 및 마감에 일부 벽은 동판으로 마감했 다. 내부는 뿜칠과 온돌 마루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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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Y 주택> 남측면도. ↓ <J&Y 주택> 북측면도.

설계자 제갈엽은 뉴욕 콜롬비아 건축대학원(Columbia University)을 졸업한 후 1992년 ㈜A.ma(에이마)연구소를 개설하여 한국 및 해외에서 건축 기획, 디자인 및 도시환경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과 이에 대한 출판 활동을 했 으며 홍익대, 성균관대, 건국대 건축대학원 등 국내외 건축대학에서 설계 강의 및 건축 강연회를 진행했다. Luccile smyer Lowenfish Memorial Prize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고, 개인 및 단체 기획 전시회를 비롯해 AIA 전시회, 대 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 전시회 등 전시 경력이 있으며, 어린이와 일반인을 위한 건축 알리기 행사 등에 참여했다. 2003년부터 서울, 파리와 뉴욕 등에서 ‘인간의 본능과 주거’에 대한 네트워킹 프로젝트를 셀(cell) 조직을 통해 수행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일영감리교 연수원, 동빙고 주택, 강화 계산 교회, 말씀의 집, 강화 교육관, 수동 주택, 복포리 주택, 축령 기숙사, 금호 교회, West port house, Elevating house, Rural hous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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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과 우리 사회, 그리고 ‘다른’ 건축의 가능성 이종건의 <COMPASS 03>

살아있는 자가 헤아려야 할 과업 ⓦ

는 배역을 주기를 기피했다는 고발이 한 사례다. 악플이 그녀의 죽음과

10월 2일, 시원한 가을 아침 공기를 일순 뭉개며 사정없이 우리 일상을

상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인간의 자살은 어떤 이유에서든 그

잿빛으로 물들인 최진실의 자살.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이 충격과 우

개인의 실존의 고통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살아있는 순간순간이

울에 붙잡혔다. 앞서 터진 안재환 자살 때문일까? 최진실 자살 사건은

모두 외롭다. 외롭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는 최진실의 말인데,

유독 세기와 크기가 엄청나다. 사건의 의미와 강도는 정확히 그 사건의

외로움을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했다.

당사자인 한 인간의 삶의 실존적 역사의 테두리에 의해 가늠할 수 있을 텐데, 역사가 본디 무개념자 곧 물 그 자체인 탓에, 그리고 사자는 무언

지표로 보는 한국 사회의 우울 ⓦ

어 지대에 머무는 탓에, 측정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얼마나 건강한가? 이웃 일본에 비해 지독히 나

것은 불가능한 것이므로 불가능한 것으로 남아있도록 두고, 도대체 무

쁘다. 일본은 행복하다고 답한 국민이 지난 십 년에 걸쳐 90(가장 높을

엇으로 인해 그녀가 졸지에 세상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는 우리

땐 92, 가장 낮을 땐 88) 퍼센트 선을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통계를 놓고

살아있는 자가 헤아려야 할 과업이다. 최소한 그러한 처지에 있는 자들

보면 단연코 그렇다. 우리 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이

이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살아

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오래된 사실이다. 농약 음독 자살자가 현재 연 3

남을 뿐 아니라 ‘잘’ 살고, 잘 살고 있다면 ‘더 잘’ 살기 위해 풀어헤쳐 보

천 명에 이른다. 자살은 근본적으로 우울증의 종착점이다. 현실의 좌절

아야 할 문제다.

의 감정은 분노로, 행동으로 해소되지 않을 때 우울로 발전한다. 비정규 직 노동자가 800만 명을 넘어 전체 노동자의 53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악플만이 사태의 원인인가? ⓦ

그 중 단 3퍼센트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얼

최진실에 관한 각종 보도가 닷새째 쉼 없이 나왔다. 어느 한 탤런트가

마나 힘겨운지, 얼마나 비참하고 비인간적인지 굳이 덧 말할 필요 없다.

악플러들에게 경고하듯 세 TV 매체들 또한 핵심 문제가 오직 악플(다

일터 없는 청년들의 수가 144만(무업자 94만, 실업자 40만)을 넘는다.

른 사람이 올린 글에 대하여 비방하거나 험담하는 내용을 담아서 올린

극명한 지표들은 더 있다. 고용 기회와 고용 안정, 노동 조건, 노동기본

댓글_편집자 주)에 있는 듯 사태를 풀고 있는데, 이제는 심지어 정치권

권, 사회보장 등 '좋은 일자리'를 구성하는 지표들에서 한국은 OECD 가

마저 이 사건을 유용하여 인터넷 모독죄를 왈가왈부한다. 한 인터뷰에

입국 중 거의 최악의 수준에 있는데, 특히 저임금 노동자 비율, 성별 임

서 자신이 가장 잘한 일이란 두 아이를 둔 것이라고 말하던, 그리고 죽

금 격차, 연간 노동 시간, 인구 10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가 1위를, 임시

기 얼마 전 <택시> 프로그램에서 악플을 비난하는 홍진경의 말에 악플

직 비율이 스페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만큼이나 큰 사랑 또한 받고 있지 않느냐고 도리어 홍진경을 위로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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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녀가 과연 악플에 사그라진 것인지 적잖

개인의 행복을 빌미로 삼은 경제 정책 ⓦ

은 의문이 든다. 우리의 적나라한 모습은 때로 타자의 시선을 통해 우리

목하 뉴욕 발 신용경색으로 대공황에 견주는 경제파국 쓰나미가 지구

에게 다가온다. 타임지는 우리 언론의 문제를 이렇게 적시했다. “최진

를 덮쳤다.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춤추고 주가가 허탈하게 널뛰기하며

실의 죽음이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보수적인 한국 사회

연일 기록을 보고한다. 747을 공약한 이명박 정권은 부동산 경기부양책

에서 이혼모로 살아간 최진실의 고통을 언급한 데는 거의 없었다.” 내가

일환으로 양도세를 면제하고, 종부세 대상을 9억으로 올리고, 임대주택

주목하는 것은, 최진실의 자살을 우리가 아니라 미국의 언론이 ‘사회적

의무를 없애거나 줄이고,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선언하면서 “개인의 행

으로’ 풀어내면서, 싱글맘의 삶을 힘겹게 만드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고

복을 정책의 중심에 두는 국가 경영을 해 나가겠습니다.”라고 815를 경

있다는 점이다. ‘아이를 둔 이혼모’라는 이유로 TV 제작자들이 비중 있

축한다. 이명박이 말하는 개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가라타니 고진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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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면, 자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화폐 물신주의, 그러니까 파는 자가

현자들이 말했듯, 좋은 것만 혹은 나쁜 것만 있는 그런 것은 세상에 없

아니라 사는 자 곧 언제든 상품으로 바로 교환할 수 있는 자의 입장에

다.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게 있고, 나쁜 게 있으면 좋은 게 있기 마련이

있고자 하는 욕망이다. 말하자면, 파는 자의 불리한 위치를 피하려는 욕

다. 그러니 어떤 사태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잘 읽고 가려내어, 좋은 것

망이 교환을 확장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돈-상품의 교환에

은 확장하고 나쁜 것은 축소할 일이다. 불안한 시대에서 읽을 수 있을

는, 근본적으로 파는 자의 입장이 처한 위기와 불안을 덜어주는 신용이

긍정의 가치는,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소유로부터 자유롭도록, 그리고

필수적이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 신용을 정치권력이 제

삶과 죽음을 홀로 대면하도록 촉구한다는 것이다. 소유와 인간관계의

도적으로 뒷받침해 준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집착으로부터 느슨해지기를 독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실존적인 삶을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정부가 설득력 없는 정책만 남발하면서 강만수

살 수 있을 계기다. 무소유의 공간, 고독의 공간은 우리를 가볍게도 해

경제팀이 시장에서 근본적인 실력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

주거니와 차가운 빌림의 삶을 넘어 따뜻한 나눔의 삶을 꿈꾸게 한다. 나

만수 장관이 퇴진하는 것만으로도 외환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는 아직 무소유의 건축, 고독의 건축이 프로그램적으로, 혹은 공간이나

라고 말한다. 이 말은 또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형태의 견지에서 어떤 모습을 띨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무소유와 고독의 건축은 건축을 더 이상 공간이 아니라 시간의 견지에

믿음을 상실한 사회가 택한 삶의 방식 ⓦ

서 재고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공간은 소유할 수 있으나 시간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은 믿음이라는 것, 곧 믿음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공간을 본질로 삼은 모더니스트 건

이 삶의 바탕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을 근본적으로 믿지 않는 사회. 혹은

축의 폐기를 뜻한다. 혹은 온전한 사용가치의 공간으로의 환원을 시사

그 믿음을 유지할 수 있을만한 체질이나 용량을 갖지 못한 사회. 비정규

한다. 그리고 벤야민의 언어로, 시각이 아니라 촉각의 공간을 요청한다.

직도 그러하고, 자살도 그러하고, 금융 위기도 그러하다. 믿음이 없으면

나는 새벽의 건축, 정오의 건축, 황혼의 건축, 밤의 건축, 가을의 건축,

사랑도 소망도 불가능하다. 무엇인가에, 어딘가에, 누군가에 기댈 곳 없

그리고 건축을 걷어낸 건축이 어떤 모습일지 헤아려본다.

는 인간만큼 외로운 사람이 어디 있을까. 생의 벡터인 소망은 믿음이라 는 땅에 뿌리내려 사랑이라는 물을 먹으며 자라나는 나무다. 그런데, 이

동병상린의 건축, 온정의 건축 ⓦ

제 믿음의 지반이 온통 숫자로 대체된다. 인간의 선한 성품과 언행을 근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은 바바라 월터스의 질문에 달라이 라마는

본적으로 불신한 채 오직 경제력으로 환산하는 화폐 물신주의 사회. 금

행복이라 답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느냐는 후속 질문에 그는

융 안전과 사회보장마저 시장에 내맡기는 신자유주의 국가. 불신에 기

측은지심(compassion)과 온정(warm-heartedness)을 통해서라고 했

초내린, 믿을 수 없는, 그래서 ‘불안한’ 사회는 빌림의 삶의 방식을 닦달

다. 살기가 힘들수록, 세상이 불안할수록 슬픔은 나누어 반감시키고 기

한다. 교환의 담보가 확실하지 않을 때 교환가치 상품은 폭탄의 뇌관이

쁨은 나누어 배가시키는 정(情)이 절실하다. 가진 자가 아니라, 믿고 기

기 때문이다. 교환가치 대상은 소유가 아니라 차용함으로써 위험을 최

댈 수 없는 사회에 감금되어 미래 없는 삶을 사는 뭇 없는 인간들의 편

소화할 수 있다.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노동력인 비정규직은 그러한

에 서서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줄 ‘행복하게 하는 건축’은 만들 수 없을

논리가 인간에게 곧이곧대로 적용된 냉혹한 결과다. 돈-상품의 교환 구

까? 최진실의 죽음으로 인해 받았을 말 못할 충격과 바닥없는 우울에 빠

조에 갇히지 않음으로써 약자로 밀릴 불안을 최소로 줄이는 이러한 분

진 이 땅의 상처받은 싱글맘들, 자본 기계가 된 버거운 육신보다 더 무

수(分數)의 삶은, 공간을 폐기하고 시간으로 존립한다.

거운 삶의 무게에 눌려 포식 동물의 눈에 잡힌 동물처럼 불안에 저당 잡 힌 뭇 약자들, 그들의 에토스를 감통하는 동병상린의 건축, 혹은 온정의

따뜻한 나눔의 삶을 꿈꾸게 하는 무소유와 고독의 공간 ⓦ

건축이 혹 가능할까? ⓦ

글쓴이 이종건은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이자 우리 시대 가장 소중한 자리를 지키는 비평가다.『해방의 건축』 『중 , 심이탈의 나르시시즘』 『텅빈 , 충만』 등을 썼다. 한국 현대 건축의 중심과 주변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주제와 평문들은 언뜻 날을 세우고 있는 듯하지만, 기실은 따뜻한 시선의 깊이로 문제의 핵심을 잘 집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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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ER IS BIGGER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3 | 윤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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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 시암리 주택, 2005>농촌마을 에서 60여 평의 주택은 너무 크다. 마을 의 스케일에 맞춘다는 것은 마음을 맞춘 다는 의미를 갖는다. 낯선 외지인이 마을 로 이주한다는 의미에서 무엇보다 중요 한 것은 마음을 맞추는 일일 게다. 김포 시암리 주택이 5개의 조각난 매스로 구성 된 이유이다. ↙ <김포 시암리 주택, 2005> 조각난 매 스는 공간의 성격과 주변 환경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배치를 가져 주변과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을 유 도한다. 잘게 나눠진 매스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이다. → <송현동 부지개발 지명 현상, 2008> 도시의 컨텍스트는 건축 형식의 자율성 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컨텍스트 와의 대응에 따라 또 다른 자율성을 보장 해 줄 수 있다. 기존 가로와의 흐름을 이 어주는 나눠진 매스 간 틈들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새로운 건물에 자유 로운 유입을 유도한다.

기술이 만드는 건축의 끝은 어디인가 ⓦ 21세기와 함께 중동과 아시아 일부에서 움트기 시작했던 대형 건축 건설 붐은 이제 전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는 듯 하다. 마치 자신의 경제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좀 더 크게, 좀 더 높게’를 외치며 하루하루 그 높이와 넓이를 갱신해 나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현상은 과거 실현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어떠한 형식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말미암아 무한한 형태와 기술의 변종을 만들어냄으로써 형식과 내용을 포장해 나가고 있다. 머릿속에 상상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형상도 구현해 내고야 마는 이러한 기술 혁신은 그야말로 건 축의 천국이 도래했음을 알린다. 하지만 여기서 상상해 본다. 이 건축의 천국의 끝은 어디일지! 그리고 그 건축물, 그 도시 속에 정주하고 있는 인간의 삶에는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으로까지 이어지 게 된다. 과연 이런 건축이 사람들과 사람들의 집합체인 사회 속에 이롭게 작용되어질 수 있는가? 건축은 인본적 감성이 우선시 되는 행위 ⓦ 건축은 무엇인가? 건물을 안정되게 세우고, 외장을 입혀 공간을 보호하고, 그를 통해 드러난 형태를 만들어 내고, 공 간 속의 본연의 프로그램들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기능을 접목시키는, 일련의 기술적?심미적 작업이기에 앞서 ‘ 인간의 행위를 담는 그릇’이라는 대명제 속에 사람을 다루는 인본적 감성이 우선시 되는 행위인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바뀐다고, 인간의 본질이 바뀌어 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평균 170cm 내외의 육체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 고, 소리를 통해 세상의 정보를 습득하고, 자연의 숨길을 피부를 통해 느끼며 행위한다. 건물의 높이와 공간의 사이 즈가 커진다고 우리의 신체가 같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 특이한 형상과 기술이, 우리의 감성을 일시적으론 몰라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연 지금의 도시와 건축이 그 속의 인간이라는 매개체를 고려하고 있 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자율 행위를 담아내는 풍요로운 공간 ⓦ 스케일의 개념은 건축의 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의 하나로 기준이 되어 왔다. 얼마나 크냐가 건축의 질을 판가름 하지는 않는다. 행위를 담고, 기능을 수행할 적절한 공간의 사이즈가 있는 법이다. 큰 공간이 있으면 작은 공간도 같 이 있어 함께 어우러질 때 요소 간 관계가 설정되고, 그 속에서 목적 행위뿐 아니라 자율 행위도 이루어질 수 있게 되 는 것이다. 압도되는 공간과 형상도 중요하지만, 이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행위는 이 러한 목적의식뿐 아니라 더 많은 자율 행위를 요구하고, 기대한다. 그러므로 그 자율 행위를 어떻게 담을 수 있느냐 가 오히려 공간의 의미를 풍요하게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친근한 상대와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대화라는 목적 행위 외에 주변에 펼쳐지는 광경을 목격하고 대화의 소리 속에 함께 들려지는 여러 가지 소음을 함께 들으며 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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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갤러리(전북 고창), 2008> 서로 높낮이가 다른 비뚤어진 사이 공간은 인간의 행위를 유발시킨다. 전시실로 들어 가고, 틀어진 틈을 통해 마을을 바라보고, 뛰어 올라 지붕으로 오르고 싶어지게 한다. → <풍동도서관, 2008> → → <풍동도서관, 2008> 사람의 형체를 가늠할 수 있는 건물의 사이즈는 인간에게 친근감을 부여한다. ↓ <풍동도서관, 2008> 인간의 행위는 기 본적으로 정체를 싫어한다. 끊임없이 움직 이는 공간 속에서 책을 읽는 행위는 새로운 공간 속에 창조적 시간과 움직임을 창출시 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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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천주택, 2007> 매스 간 사이 공간은 그냥 비워진 틈이 아니다. 둘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사이 공간을 통해 새 로운 공간을 창출한다. 그 공간은 사람들의 행위로 의미를 강화시킬 것이다.

는 대화 막간 다른 생각과 행위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도시의 자율성, 공간의 자율성은 크기의 문 제가 아니라 바로 그런 것들이 가능하게 하는 각각의 관계성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러기에 그 자율적 관계성을 정 립하기 위해서는 개별 공간의 자율성이 가능한 방식의 접근이 중요하다. 그 자율 공간 간의 관계성으로 인간의 행 위는 비로소 배경이 아니라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시 속의 공간을 넘나들면서 경험하게 되는 여 러 모습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인식하고, 감동받는다. 단속적인 큰 건물의 배열보다는 적절한 도시 속의 객체로서 건축이 존재할 때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행해지고 있는 오 브제(OBJECT)의 건축보다는 잘게 나눠진 형식이 오히려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좀 더 작아질수록 더 많은 내용과 자율적 경험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건축과 디스토피아로 내몰리는 인간 ⓦ 세계 경제의 휘청거림을 경제의 도덕의식 추락에서 그 원인을 찾는 이들이 있다. 규모의 경제로 모든 것이 판가름 나는 상황 속에서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없음을 인지함이다. 세계 경제 흐름에 민감한 건축 또한 그에 엄청나게 휘둘려 온 것 또한 사실이고, 그로 인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 건축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건축의 도덕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건축 행위의 대명제인 ‘인간 행위를 담는 그릇’의 역할을 충실 히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에 아름다운 태양의 광채에 매료돼 정도 이상 하늘을 향해 높이 날던 이카루스 (Icarus)는 결국 추락해 죽고 말았다. 이 신화적 광경은 보기엔 낭만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그 대가는 죽음으로 돌아 오고 만 것이다. 전지전능한 건축가의 아버지가 마련해준 날개를 단 이카루스는 그렇게 죽었다. 21세기 우리의 건축 물들은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 높은 세상, 화려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유토피아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지만, 그 안 에 행위하고 있는 인간들은 오히려 디스토피아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윤승현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고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수학 후 태두건축에서 실무를 익 혔다. 2006년 KAI 신인건축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주)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의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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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물질건축 Immaterial Architecture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4| 김진숙 >

← → ↘ Filmic view of a hall in a rainy day, Bartlett, 2005

Prologue ⓦ 건축가가 건축디자인 과정에서 다루는 공간은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을 항상 함께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건 축에서 비물질을 소재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일반적으로 간과하거나 중 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던 부분을 건축디자인의 중심 소재로 가지고 와서 흥미롭게 다루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 다. 건축에 있어서 물질만큼이나 비물질도 중요하며 비물질은 건축의 결과물로서 뿐만 아니라 건축을 디자인하는 수단으로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건축은 이미지들에 관한 것이기도 하면서 또한 경험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건축은 우리의 신체와 특별한 관계를 가 지면서 모든 감각들에 의해 지각될 수 있다. 우리는 물리적인 세계를 접하는 다섯 가지 감각을 가진다. 이 세계에 인 간이 존재해온 이래로 우리는 모든 시간, 모든 장소에서 우리의 신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이러한 감각들에 의해 이 세계의 환경적인 상황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 Ittelson.W.H. Visual Space Perception, New York 공간은 인간이 오감에 의해 느낄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건축가가 일반적으로 건축디자인의 과정이나 결과물 로서 다룰 때는 형태나 재료 등 시각적인 결과나 표현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형태로 보이는 시각 적인 체험을 포함하여 청각, 촉각, 후각 등의 여러 가지 감각에 의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은 공간을 체험하는 이의 감성과 움직임을 자극하는 보다 잠재력이 있는 공간으로 보여진다. 빛, 그림자, 소리, 향기, 물, 공기, 기후 등과 같은 비물질의 요소들은 실제로 공간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보다 친밀한 요소일 수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과 공간과 의 특별한 관계들은 우리의 사고와 행위를 보다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장치일 수 있다. Synopsis ⓦ Immersion : A bath in the mist (담금:안개로 목욕하는 집) 이 제안은 물의 변형 과정을 경험하게 만드는 일련의 오브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을 각 오브제 사이의 관계에 의해 시적이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만들어낸다. 또한 이 제안은 기후(비, 안개)와 같은 자연적 요소를 이용하여 유연(flexible)하고 정서적인(emotional) 내부 환경 을 만드는 시스템을 제안한다.건축은 이처럼 특별한 환경을 디자인하는 통제 시스템일 수 있다. 전통적으로 건축물 은 빗물을 피해왔으나 이 주택은 비 오는 소리와 자연적인 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안개 등, 외부 환경과의 조합을 위하여 빗물을 집 안으로 유인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주택은 여섯 개의 오브제, 즉 우물로서의 굴뚝, 창문으로서의 테이블, 침대를 위한 이불, 목욕을 위한 욕조, 향을 음 미하며 걷기 위한 미로, 악기로서의 전등갓을 가진다. 이 주택의 굴뚝은 우물의 구조를 가진다. 비가 올 때 굴뚝을 관통하여 떨어지는 빗물은 우물의 물표면 위에서 안개를 생성시킨다. 안개는 굴뚝의 거실로 향해 열린 개구부를 통 하여 집 안으로 들어온다. 안개가 이 주택 내부에 퍼져 나갈 때, 각각의 오브제는 계속적으로 일련의 시간에 따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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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rspective 1 of quilt for a bed, Bartlett, 2005 → Perspective 2 of quilt for a bed, Bartlett, 2005 ↘ Filmic view of a tube for warm bath, Bartlett, 2005

른 국면이 된다. 이 집의 방문을 통하여 사람들은 흘러 다니는 안개에 의해 만들어진 유동적인 공간(Fluid Space)에 서 흠뻑 젖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작업에서 주된 재료인 물은 형태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재료와는 보다 다른 접근 방법이 이 필요했고 이러한 실 체가 없는 비물질 재료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였다. 안개를 움직이는 장치는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가 이야기하는 추상적인 기계(abstract machine)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들뢰즈가 끌어온 추상적 기계는 다름 아닌 변 화무쌍한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이다. 거대한 나무를 가지, 몸통, 뿌리로서 세 등분한다. 여기서의 몸통은 구상이 며, 가지와 뿌리는 추상에 속하는 부분이다. 요컨대 몸통이 명료하게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구상적 부분이라면, 가지와 뿌리는 도저히 그 방향성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추상적 부분이다. 거대한 나무에서 가지와 뿌리는 부 단히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를 파생하는 분지(分枝)와 분산(分散)의 추상적 형상인 것이다. 그래서 구상적 부분인 거대한 나무의 몸통에 해당하는 서술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추상에 속하는 유연하고(flexible) 변형 가능(transformable)한 공간을 계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장치로서 필름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일반적인 건축 표현 툴인 드로잉이나 3차원 모형과는 다른, 4차원적인 공간을 묘사할 수 있는 필름이라는 도구를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물질의 소재가 공간에서 움직이고 변형되는 순간들을 묘사하고, 간접적인 체험을 유도하였다. Epilogue ⓦ 이 작업은 감각적인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는 건축 디자인 방법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 는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사고와 현상들이 공존하며 움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우 리의 주변에 존재하는 이러한 모든 것들의 잠재력을 테스트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자 하는 시도와 생각들 은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다만 결과보다는 새로움을 창조하는 과정을 중시하고, 비슷한 것보다는 차이를 이 해하고 받아들이는 건축 문화가 보다 정착되어 한국에서도 공간을 창조하는 새로운 시도와 생각들이 여러 가지로 다원화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결과물 또한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것이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시간이 속 히 도래하길 바란다. ⓦ

김진숙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영국의 바틀렛(Bartlett)에서 수학했다. 서울건축, 기오헌, 정림건축 등 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현재 공간건축의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인간의 감각과 관련된 비물질 건축과 미디어 건축 등 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한 실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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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6호 | 와이드 칼럼 ‘세계적’ 건축가들의 작품은 과연 명품인가? | 임창복 WIDE ARCHITECTURE : WIDE Column no.6 : november-dec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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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소위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학교의 캠퍼스에서 공공

획안이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둘러싸인 중앙은 모두가 일반 시설로 채워져

청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소위 ‘빌바

정작 사람이 모이고 기념적 행사를 해야 하는 마땅한 공공 공간은 없다. ‘세

오 효과’를 구현해 보겠다는 게 도입의 취지인 것 같다. 그러나 건축계 내에

계적’ 대가의 설계안이기에 그저 따라가야 한다고 하니 참으로 딱하다.

서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 과연 우리에게 맞는 것이고, 무엇이 ‘세 계적’이냐에 대해서는 별로 의문이 없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 운동장 디자인 콤플렉스도 어딘가 또 ‘ 세계적’인 냄새를 풍긴다. 프로그램은 컨벤션 시설, 교육 시설, 행정 시설,

도미니크 페로의 이화여대 지하 캠퍼스가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했다고 또

편의 시설, 쇼핑몰 등인데 형태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한 번 요란하다. 뭐가 세계적인가 하면, 지난 한 세기가 넘도록 고이고이 간

형태다. 지붕은 70m에 이르는 거대한 강철 구조가 필요하다고 하니 건물

직해 오던 역사의 켜를 뜯어내고 파리 같은 평지에서나 가능한 직선화된 ‘

구조라기보다 대형 교량 구조다. 그리고 지붕 공원의 가장자리가 도시와

가로 공간’을 거대한 계단과 함께 경사진 대지에 만들어 놓은 것이 세계적

교감을 이루기에는 제일 중요한 공간인데 그저 두루뭉술하게 처리되고, 도

이라고 칭송한다. 장소의 고유성이나 역사성은 차치하고라도 외부 공간을

시의 저층부는 즐거워야 할 것 같은데 코엑스를 지나는 것보다 더없이 무

조각내어 융통성이 없는 캠퍼스 공간을 만들고 있고, 내^외부 공간 간의 교

표정하게 보인다. 한마디로 작은 고양이 정도라면 아름답게 보일 형태를

호 작용이 미미해 재미있는 가로 공간이 되기에는 멀어 보이는 데도, ‘세계

240m×240m 정도나 되는 엄청난 대지 위에 거대한 사자처럼 뻥 튀겨 놓은

적’이라니 어딘가 찜찜한 느낌이 든다.

형태로 보이는 것이다. ‘세계적’이라는 ‘마패’ 앞에 또 한 번 말 한마디 못하 며 얌전히 끌려가는 느낌이 든다.

그런가 하면, 행정 도시의 행정 청사 계획도 국내 건축가의 이름으로 제출 은 됐으나 뉴욕의 발모리라는 조경 건축가가 계획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잘

지구촌 시대에 살며 이런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노력에 무작정 흠집 내고 거

알려진 대로 구릉지 모양으로 된 목걸이식 건물이 격자형의 도로 위에 엮

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빌바오 효과’도 그 지역에 걸맞는 건축 형태가 제안

여진 형상을 하고 있다. 경사진 지붕의 공공 공간이 상징적이고 자연 친화

되어야만 가능한 것임을 세계인 모두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적이라는 게 선정 배경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거지 같 은 구석이 너무나 많다. 행정 청사는 대민 부서가 많은 지방 행정 기관이 아

이제 이 땅에 시도된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 과연 우리에게 적합한

니고 중앙의 정책 부서인데 그렇게 시민들에서 완전히 개방되어도 좋을 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며, 선정된 작품의 ‘세계적 수준’에 대해서도 사회에

설인지 문제가 있어 보이고, 설사 개방하더라도 제대로 된 퍼블릭 스페이스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

(Public Space)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간다. 그런가 하면, 도로 나 하천 위로 건물이 교량 형태로 연결되고 있다. 기존 도시의 도시 기반 시

글 | 임창복(본지 발행편집인 고문,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응용되던 기법이어서 신도시 계획에서는 없어도 되는 도로를 만들어 놓고 이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마련된 건물이 당선된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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