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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심원건축학술상 Simwon Architectural Awards for Academic Researcher

통하여 건축의 세계를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된 기업가가 그와의 인연을 회 억하며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하여 만든 후원회입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사업회가 벌이는 첫 번째 후원 사업으로 건축 역사

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 분야의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한 신진학자를 지원 하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습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물로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논문 은 미 발표작으로 간주함)를 응모받아 그 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작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 지원비를 후원합니다.

공모 요강

ⓢ 당선작 | 1편

부상 | 상패 및 상금 500만원과 단행본 출간 및 인세 지급

ⓢ 응모 자격 | 내외국인 제한 없음

ⓢ 응모 분야 | 건축 역사, 건축 이론, 건축 미학, 건축

ⓢ 응모작 접수 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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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원문화사업회>(이하 사업회)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건축가 김광재를

1차 모집 | 2009년 8월 1일-9월 10일 | 2차 모집 | 2009년 10월 1일-11월 10일

ⓢ 추천작 발표 일정 |

1차 추천작 발표 : 2009년 11월 15일(격월간 건

비평 등 건축 인문학 분야에 한함

축리포트<와이드> 09년 11-12월호 지면)

(단, 외국 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2차 추천작 발표 : 2010년 1월 15일(격월간 건축

한 연구’에 한함)

리포트<와이드> 10년 1-2월호 지면)

ⓢ 사용 언어 |한국어

ⓢ 추천제 운용 방식 | 1/2차 추천작을 중심으로 운

ⓢ 응모작 제출 서류 |

영위원회는 소정의 내부 심사절차를 통하여 원고

1)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분

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지

량으로 응모자 자유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

원함, 그 가운데 매년 1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린트 물로 흑백/칼라 모두 가능)을 제본된 상태

시상함. 최종 당선작 심사에서 탈락한 추천작은

로 4부 제출

추천일로부터 3년간 추천작의 자격이 유지됨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

1-학위논문의 경우, 단행본으로의 전환을 위한 출 판기획서(양식 및 분량 자유) 1부

2-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 일주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 최종 당선작 결정 |

1/2차 추천작 중 1편을 선정함

ⓢ 당선작 발표 |

2010년 5월 15일(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10년 5-6월호 지면)

(운영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를 준

ⓢ 시상식 | 별도 공지 예정

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하

ⓢ 출판 일정 | 당선작 발표일로부터 6개월 이내

여 표절, 인용 및 아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

ⓢ 운영위원회 |

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하지 않음) ⓢ 제출처 | 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럼빌 딩 1층 간향미디어랩 (100-834) (겉봉에 ‘제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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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형민(서울시립대 교수), 안창모(경기대 건축대 학원 교수), 전봉희(서울대 교수), 전진삼(건축리 포트<와이드> 발행인)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 주최 | 심원문화사업회 (이사장 이태규, 사 무국장 신정환) ⓢ 주관 |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

ⓢ 기획^출판 |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간향미디어랩 ⓢ 후원 | (주)엠에스 오토텍 ⓢ 문의 | 02-2235-1960

by WID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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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Wes Architect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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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가지의 색깔 있는 건축물 아름다운 건축물의 완성, 삼협건설

신뢰와 성실을 주축으로 21세기를 도약하는 삼협종합건설(주)는 뛰어난 기술력과 신용도, 투명한 도덕성, 특유의 잠재력으로 더욱 성숙된 건설업의 발전을 주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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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hyub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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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gan Architect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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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Architects & Consultant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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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SangDong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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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KMAX Korea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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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 확산형 주거환경개선 시범구역 정비계획 및 마스터플랜 제안 현상설계 제출작 “기존의 재건축 재개발 방식인 도로 중심의 정비 방식과 개별 필지 단위의 현지 개량 방식을 탈피하여 물리적 환경 과 더불어 사회, 경제적 환경의 재생을 실현하는 새로운 정비 방식인 ‘거점 확산형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하여 전 주시에서 기반 시설이 열악하고, 주거 환경이 낙후된 지역인 서북지역을 계획 대상지로 하여 디자인하였다. 거점 구 역 확보 및 임대주택 건설, 복합 커뮤니티센터 등의 생활 기반 시설 확충을 통해 인접 주민의 자력 정비 촉진 및 주변 지역 파급효과를 통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 및 지역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2105는 그동안 도심형 타운하우스, 농촌형 타운하우스, 블록형 하우징, 마을 만들기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영 역을 넓혀 블록, 마을, 도시와 연관된 건축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 결국 건축의 궁극적인 목적 이 살기 좋은 장소를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면, 건축과 실내건축과 마을 혹은 도시가 서로 강력한 연관성을 가지지 않 고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들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주에 제안한 아래 내용이 비록 2등을 하여 실현되지는 못하지만 다행히 울산 지역을 맡게 되어 전주에서 연구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반영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김기중 (본지 운영위원, ㈜건축사사무소 이일공오 대표)

대지 면적 : 158,606㎡ 주거용지 면적 : 128,933㎡ 공공용지 면적 : 29,613㎡ 계획 세대수 : 835 세대 디자인 참여자 김승희 이사 이준호 팀장 박문성 팀장 김혜경 사원(이상 ㈜건축사 사무소 이일공오) + ㈜하우드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by 2105 studio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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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설계 | 안전진단 | 구조물 보수^보강

(주)건우구조엔지니어링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197-5 삼성 IT밸리 802호 T. 02-2028-1803/4 F. 2028-1802

by Kunwoo Structural Engineers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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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gal, You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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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yang PC, inc.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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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a Group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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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nollkorea.com www.uosmall.com

(주)유오스 www.seating.co.kr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34-20 tel) 02-569-1959 fax) 02-569-1973 by UOS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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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 design grou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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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tim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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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3 Publishing Co.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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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33/34 세 번째 주제 : 건축가 초청 강의 - 나의 건축 , 나의 세계

<건축가 초청 강의-나의 건축, 나의 세계>는 매월 한 분의 신진 건축가를 초청하여 그 분의 건축 수학의 배경과 최근의 작업 이야기를 듣고 묻는 시간입니다. 젊은 건축가들을 만나가면서 우리 건축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신창훈

유석연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AQkorea,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관: AQ KOREA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주최: 그림건축, 간향미디어랩 GML 협찬: 우리북, 디자인그룹 L2S, 시공문화사 spacetime

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 (문의: 02-2231-3370/02-2235-1960)

① 7월의 초청 건축가 : 신창훈(운생동건축 대표) 주제 | 현대건축의 실험을 위한 전략 일시 | 2009년 7월 15일(수) 저녁 7시 ② 8월의 초청 건축가: 유석연(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주제 | 緣門 … 行하는 건축 일시 | 2009년 8월 19일(수) 저녁 7시

by WID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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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산방 樹流山房의 책 book of Suryusanbang

한국의 자연 유산 <근간> 이선 지음

저 나무는 언제부터 저 곳에 서 있었을까? 지리산에 방사한 곰들은 왜 죽어 나가는 것일까? <우리와 함께 살아온 나무와 꽃>의 이선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의 자연 유산 이야기, 그리고 천연기념물. 말없는 자연은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 자연 유산은 이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역사와 종교, 철학의 반영이자 그것을 있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지정되는 자연 유산인 ‘천연기념물’의 유래와 역사 그리고 지정 기준에 대해 알아본다. 또한 다른 나라의 자연보호법의 특징과 자연에 대한 사상을 살핌으로써 우리의 자연 유산의 가치와 그 법적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by Suryusanbang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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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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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윤의 <제주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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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10호, 2009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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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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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제주 땅에 새긴 아름다운 서사시 | 민현식

표4 Mooyoung Architects & Engineers

집담회 | 제주의 땅과 바람과 돌과 집 | 김석윤, 김태일, 양건, 고성천

표3

Dongwoo

표2 Wondoshi 1

제2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요강

wIde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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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Wes Architects

61

the Gallery Casa del Agua by Legorreta+Legorreta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 김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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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hy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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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gan Architects

wIde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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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 Architects & Consul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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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궁 | 장윤규+신창훈,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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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angDong

구조적 안전을 해결하기까지 | 장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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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Max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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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2105

wIde Issu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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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nwoo Structural Engineers

LEED와 LEED AP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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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gal, Y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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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yang PC, inc.

12

Vita Group

wiDe Depth Report

13

UOS

92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10> | 영화 속의 건축물(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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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Design Group

95

이용재의 <종횡무진 10> | 지앤 아트 스페이스 ZIEN ART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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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time

97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10> | 교육도시 공주의 근대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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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

99

<내가 좋아하는 건축 잡지 10> | 아르키텍투라 비바 Arquitectura Viva | 소병식

17

건축가 초청 강의 - 나의건축, 나의 세계

100

<와이드 書欌 10>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 안철흥

- WIDE

꾸밈없는 언어 -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 | 서  장지기

18

Suryusanbang

102

이종건의 <COMPASS 07>| 노무현의 죽음과 이명박 정부의 무섬증과 장소성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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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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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욱의 <공간 전달자 05> | 우에노 (Odaiba, お台場)

83

109 <주택 계획안 100선 09> | 용인 신봉동 타운하우스 | 박종기 114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11 | 큐브 기르기 Breeding Cubes | 김영재

118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12 | Landscape+processed landscape | 유승종

122

함성호의 <소소재잡영기(素昭齋雜詠記) 04> | 땅을 찾아서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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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EYE 03> | 국제 디자인 워크숍 네트워크 ‘아미(aAMI)’ 설립한 건축가 제갈엽 | 이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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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레터 | 정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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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구독 신청 방법

128 와이드 칼럼 | 우측 보행과 건축 공간계획 | 임창복

ⓦ 로고 글씨 | 김기충 ⓦ 표지 이미지 | 김석윤의 <제주현대미술관>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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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Ex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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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와이드 레터 | 제주도 건축이 꺼내든 지역성이란 화두 근대건축에 대한 부정적인 담론과 반성은 전혀 새로울 게 없고, 그것의 대안인 지역성, 지역주의에 관한 이야기도 그다지 솔깃하진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로 다른 지역 문 화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여 특유의 문화와 정서를 살린 건축을 부단히 거론해야 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정체성 찾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지역성은 주체성 없이 수용된 서구 근대사상에 대한 각성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 소개되는 제주도의 두 작품 <제주현대미술관>과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 아>는 스펙터클 건축이 대세인 한국적 상황에서 지역성이란 화두를 새롭게 꺼내고 있 다. 특히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징과 독특한 자연 환경, 인문^사회 환경 때문 에 육지와 다른 지역 문화, 즉 제주성을 형성해 왔으며, 제주도 건축은 꽤 오랫동안 이 제주성의 표현을 숙제로 삼아 왔다. 제주 땅에 대한 해석과 제주석의 실험을 골자로 하는 <제주현대미술관>역시 이러한 지역성 표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지역의 풍토 적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보편적인 건축 언어를 놓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진일보된 지역주의 건축으로 평가된다. 또 가장 멕시코적인 건축가 레고레타의 작품, 특히 현재 공사 중인 <카사 델 아구아>는, 물론 외국인인 그가 제주도의 풍토와 ‘사람들이 살아 가는 방식’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단순한 지역주의 건축가가 아니라 지역적인 것에 기원을 두면서도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고 있는 건축가의 작품이란 점 에서 비판적 지역주의 건축의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제 제주도 건축의 제주성은 ‘고유 문화의 순수성만을 고집하는 배타주의나 형태의 모방을 추구하는 감상적 낭만주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즉 세계 적인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을 동시에 성취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명제를 담고자 하 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제주적인 건축을 찾는 것은 한국적인 건축을 찾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그 해답은 전통과 건축, 지역성의 접점에서 고민하고 논의되는 결 과들, 이를 테면 와이드가 조명한 두 작품과 같은 좋은 참고서들이 축적되고 점검되는 과정 속에서 찾아질 것이다. ⓦ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발행편집인단 발행인 | 전진삼 · 편집장 | 정귀원 고문 | 김정동 임근배 임창복 최동규 자문위원 | 곽재환 구영민 김병윤 송인호 윤인석 이일훈 이종건 운영위원 | 김기중 박민철 박유진 박종기 손도문 신창훈 오섬훈 윤창기 제갈엽 최원영 기획운영위원 | 박민철 이영욱 조택연 편집위원 | 김기수 김정후 김종헌 김진모 김태일 박혜선 손장원 송복섭 송석기 안용대 안웅희 이영욱 이충기 장윤규 전유창 조택연 한필원 황태주 ⓦ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그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박상일 포토그래퍼|남궁선 진효숙 제작 코디네이터|김기현 로고 글씨|김기충 ⓦ 서점 유통 관리 대행 | (주)호평BSA 대표 | 심상호, 담당차장 | 정민우 전화 | 02-725-9470~2, 팩스 | 02-725-9473 ⓦ 직판 유통 관리대행|우리북 대표|김영덕·담당과장|김남우 전화 | 02-3463-2130, 팩스 | 02-3463-2150 ⓦ 디자인 | 수류산방(樹流山房, Suryusanbang) 담당 디자인 | 정혜선, 이숙기 전화 | 02-735-1085, 팩스 | 02-735-1083 ⓦ 제작협력사 인쇄|예림인쇄 종이|대립지업사 출력|반도커뮤니케이션스 제본|문종문화사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통권 10호 2009년 7-8월호 2009년 7월 15일 발행 2008년 1월 2일 등록 서울 마-03187호 2008년 1월 15일 창간 낱권 가격 8,000원, 1년 구독료 45,000원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 발행처|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200 극동상가 502호(120-796) 편집실|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럼빌딩 1층(100-834) 대표전화|02-2235-1960, 02-2235-1968 팩스|02-2231-3373 공식이메일|widear@naver.com 공식URL|http://cafe.naver.com/aqlab 네이버 카페명 | AQ korea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 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 사, 유포를 금합니다.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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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10호 | 와이드 워크 김석윤의 <제주현대미술관>

지정학적, 인문 사회학적으로 특별한 위치에 있는 제주도는 그 땅 위의 건축 또한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지역성을 드러내 왔다. 그것이 피상적인 형태를 차용했든 본질적인 개념을 추구했든 간에 제주의 건축이 지역성을 고민해 왔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작품들을 통해 알려진 바다. 건축가 김석윤의 <제주현대미술관>은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제주다움을 한 단계 높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제주 건축이 지니는 폐쇄성과 개방성, 외부 환경과의 조화라는 공간적인 특성은 물론이고, 제주의 땅과 돌의 현대적인 해석은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건축의 해법과 다르지 않다. <제주현대미술관>을 통해 제주 건축의 다름과 차이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사진 | 남궁선(건축 사진가, 별도 표기 외)

제주현대미술관 건축 개요 ⓦ 대지 위치 :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2114-63 ⓦ 지역 지구 : 관리 지역, 개발진흥 지구 ⓦ 대지 면적 : 7,963.00㎡ ⓦ 건 축 면적 : 935,47㎡ ⓦ 연면적 : 1,773.68㎡ ⓦ 건폐율 : 11.74 % ⓦ 용적률 : 15.25 % ⓦ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구조 : 철근 콘크리트 구조 ⓦ 최고 높이 : 기준 지반에서 1,410cm ⓦ 외부 마감 : 제주석 건식 오픈 조인트, 유로 스터코 ⓦ 설계 : 건축사사무소 김건축 ⓦ 설계 기간 : 2005. 09. ~ 2005. 12. ⓦ 공사 기간 : 2006. 01.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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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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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제주 땅에 새긴 아름다운 서사시

“이 모든 낡아 빠진 물건들은 정신적인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 샤를 보들레르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었다. 근대(Modern)는 과거와 철저하게 단절하고 새로운 것의 창조라는 화두가 지배했던 시대였다. 세계를 과거와 상관이 없거나 과거가 끼어들더라도 그것을 지우고 새로운 것을 기록할 수 있는 백지(tabular rasa)로 보았다. “모든 고정된 것은 연기 속에 사라지고 모든 신성한 것은 모독되는”(마르크스+ 엥겔스, 『공산당선언』 중에서) 사회였다. 따라서 근대는 온건하고 민주적인 것이든, 혁명적이고 권위적이며 상처를 남기는 것이든, 종류를 불문하고 항상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였다. 수많은 아방가르드들이 이 창조적 파괴에 골몰했고,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이면 지고의 가치를 획득하는 듯했다. 물론 근대가 성취한 과학과 기술의 발전, 종교의 세속화, 도덕과 예술의 자율화, 민주주의의 원리, 언론의 자유, 비판적 공론 영역의 형성 등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결과이며 동시에 양보할 수 없는 가치임을 부정하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근대성(Modernity)을 바탕으로 구축되어 온 근대건축(Modern Architecture)은 리얼리티에 근거하지 않은 상정된 환상일 뿐인 획일적 인간관을 바탕으로, 표준적 인간을 위한 표준적 건축을 추구해 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다양한 인간과 다양한 환경에 대한 인식의 회피라는 원죄와 함께 합리주의라는 방법론에 의해 설계됨으로써, 끊임없는 변화와 지역적 특수성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직성과 더불어 창조적 파괴의 명분으로 ‘시간’을 지웠고, 합리의 이름으로 ‘차이’를 지우고 균질화되어 각각의 건축들을 변별할 수 있는 정체성(identity)을 상실한 매력 없는 건축이 되었으며, 더하여 개발로 인한 대규모 천연자원의 활용은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켰다. 이러한 상황은 전 지구적 현상이었으며, 이러한 와중에 한참이나 뒤늦게 출발한 우리나라의 근대는 그것의 모순이 더욱 극대화된 듯 보인다. 70년대 근대화의 기치 아래 시민을 징집하듯 내몰던 개발의 바람은 더 높고, 더 크고, 더 많고, 더 값비싼 것이 선(善)이라는 정량적이고 기계적인 가치관을 형성해 왔다. 더욱이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모든 것들을 상품화하고 ‘ 교환가치’로 측정하는 반 인문적인 가치관이 팽배해 왔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자신의 풍경을 잘 간수하는 물건 주인의 품성이 아니라 멀쩡한 풍경도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휴지통에 버리고 새 물건을 사들이는 소비자의 성향이 어디서나 작동하기 마련이다. 제주도 역시 이러한 파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해외여행이 통제되었던 시대, 제주도는 ‘하와이’를 대리만족하는 관광지로 주목받았고, 제주 고유의 풍경까지도 심히 왜곡되었을 뿐 아니라, 더구나 상품화의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제주도 고유의 스케일과 공간은 전 근대적인 것으로 치부되거나, 관광 상품화된 키치들이 범람하면서 서서히 리얼리티와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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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시몽과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한 D. 하비는 “창조적 파괴는 신화일 따름”이라 주장하면서 “철저한 단절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힘은 설득력이 강하고 광범위하게 적용되지만, 정황적으로는 그런 힘이 발생하지도 않았고 발생할 수도 없다는 증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의 질서도 기존의 여건 속에 이미 잠복해 있지 않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D. 하비, 김병화 옮김,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생각의 나무, p. 9)라고 단정한다. 실은, 독창적이란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그 하나는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는 데, 이 근원은 모든 후속의 것들을 만들어 낸 첫째 것을 이른다. 또한 독창적이라는 말은 이전까지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해 냄을 의미한다. 이들 의미가 모순 없이 결합된 경우, 우리는 비로소 독창적이라 부를 수 있다. 어떤 사회질서도 새로운 것의 특징들이 기존의 상태에 이미 현존하지 않고서는 변화할 수 없으며, 철저한 단절처럼 보이는 것 아래에 깔려 있는 깊은 연속성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 이런 뜻으로 근대의 단절 또는 창조적 파괴는 후자의 의미만을 강조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뜻으로 김석윤의 <제주현대미술관>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크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일생 제주도에서 작업해 온 김석윤은, 우선 제주도 땅의 논리를 철저하게 따르고자 한다. 마치 감정의 고고학자가 인간의 심리를 탐색해 가듯이 김석윤은 지적 고향인 제주도의 자연에 틀어박혀 제주 삶의 적층들에 일종의 내시경을 들이댐으로써 그것의 내밀한 작동 메커니즘과 흐름을 미시적으로 추적해 왔다. 그에게 제주도의 풍토가 만들어 낸 토속 구조물은 건축의 지고한 교과서가 된다. 그는 “건축은 땅의 논리에 따르는 것이라는 규범을 절실하게 경험하는 곳이 제주도”라 말하면서, 그의 몸과 마음 깊숙이 체화된 제주의 일상을 건축화하는 데 있어 “ 땅의 형국에 따라 좌(座)와 향(向)에 대한 판단과 그 건축을 담기에 알맞은 땅의 여유를 가늠하는 일, 즉 스케일에 관한 고려가 그 요체”라고 역설한다. 즉 땅이 이미 가지고 있던 제한조건들을 한 가지도 놓지 않고 붙들어 매어 예민한 관계를 맺도록 새롭게 편집하는 일이다. 결국 이들 공간이 이루어 놓은 것은 공간의 형상이 아니라 주변과의 상대적 관계들이고, 그래서 경계들은 유연하게 와해된다. 건물이 주역이 되어 특별한 프로그램을 수용할 목적으로 땅 또는 장소를 변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 이제 땅의 조건들이 건물을 변형시키는 것이며 건축은 자연의 힘들을 드러내기 위한 조역일 따름이다. <제주현대미술관>은, 남쪽으로 완만하게 흐르며 주변 도로보다 낮은 분지형 대지에 소나무와 정착 수종으로 형성된 폐쇄된 경관을 가진 땅에 스스로의 주장을 절제하여 마치 ‘풍토’가 디자인한 듯 서 있다. 미술관의 소요 공간은 최대한 분절시키고, 분절된 공간들의 좌와 향은 이 땅의 흐름과 물길의 흐름을 가늠해서 각각 앉히며, 이 공간에서 저 공간에 이르는 통로는 안과 밖을 교호하며 헤집고 다니면서 긴 호흡으로 조직되어 있다. 이렇게 이룬 풍경은 마치 제주 마을의 원풍경을 연상시키기에 족하다. 세 칸 내지 네 칸 규모의 자그마한 초가지붕들이 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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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인 쪽으로 향을 달리하여 자리 잡고 굽이진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집들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제주 옛 마을의 정감이 김석윤의 체화된 제주적 감수성을 통해 새롭게 재현되어 있다. 여기에 김석윤의 잘 훈련된 모더니즘의 규범이 덧붙여졌다. 전시 공간들은 각각 기능에 따라 적절한 치수가 주어진 고유한 공간감을 부여하면서, 주 외장 재료는 제주돌을 세련되게 추상시켜 사용한다. 60×100×1,000mm의 규격으로 재단하여 오픈 조인트(open joint) 건식공법으로 거치한 루버형의 외벽은 기계적 정밀성과 현무암 고유의 물성이 절제와 추상이라는 현대적인 미학적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제주 토속 건축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려는 ‘리얼리즘’이나 오늘의 건축을 의식의 흐름 속에 재구성하려는 ‘모더니즘’과는 달리 김석윤은 이들 대립항을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독특한 몽타주 작품을 이루었다. 그래서 우리는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지나온 삶과 현재가 서사적으로 연결된 문화 풍경을 본다. 지난 과거의 특별한 풍경을 지니고 있다는 데 대해 긍지를 갖고자 하며 살아오면서 쌓아온 풍경을 소중한 것으로 여길 뿐 아니라 그것이 가진 정신적 가치를 드러내어 앞으로 새롭게 형성되어 갈 풍경을 예측하게 하는 지혜를 읽을 수 있다. 문화가 부각되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우리에게 ‘문화’는 예술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것이며, 건축이 그 중심에 서야 함을 강하게 설득하고 있다. 마치 예브게니 비노쿠로프의 염원과도 같다.

가끔 나는 책 한 권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전적으로 시간에 대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방식에 대한,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하나의 연속된 현재가 되는 방식에 대한 책을. 나는 모든 사람들-살고 있는 사람, 살아온 사람,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은 현재에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군인이 소총을 분해하듯이, 나는 시간이라는 주제를 조각조각으로 나누어 다루고 싶다.

ⓦ 글|민현식(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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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 간결한 육면체 매스의 조합으로 구성된 추상적 형태를 보이고 있다. ↓ 야외 전시장 쪽 전경. 소나무 군락과 기존 식생을 보전하여 자연과 인공의 공존을 은유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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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입부 경사로를 따라 2층으로 오르면 주 기능인 전시실들이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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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공간과 지원 공간은 진입부에서부터 나누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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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부로의 진입을 적극 유도하는 캐노피와 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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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의 기획 전시실에서 다시 외부와 연계된다. 내부와 외부의 상호 연계는 공간 구성의 특징이다. ↓ 2층 기획 전시실과 특별 전시실 사이의 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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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수 화백의 그림이 자리 잡은 상설 전시실. ↑ 기획 전시실은 다양한 전시 경향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이중 볼륨의 대공간으로 계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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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전시실의 전면 창. 자연 채광의 도입과 적정 높이의 결정이 주안점이었다. ← 특별 전시실. 계단과 램프를 이용하여 레벨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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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전시실 부분의 외관. 창 앞쪽에 제주석 쌓기로 영역을 구분한 것이 눈에 띈다.

↓ 유지 관리 및 직원 출입 등 관리자 동선 입구. 벽을 사이에 두고 카페/숍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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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면 계획의 주제는 미니멀과 텍토닉이다. 미술관 건축은 그 스스로의 표현을 절제해야한다는 본연적 입장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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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입부 램프를 사이에 두고 제주석이 다르게 사용되어 대비 효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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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석을 60×100×1000으로 재단하여 오픈 조인트 건식 공법으로 외벽을 쌓았다. 이 시도는 제주석을 기계미적 표현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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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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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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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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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 및 지하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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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면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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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면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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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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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석 open joint 상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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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담회

제주의 땅과 바람과 돌과 집

김석윤 + 김태일 + 양건 + 고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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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윤 건축사사무소 김건축의 대표이다. 1945년 제주에서 태어 났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귀향하여 1974년 처음 건축사사무소를 열었으며, 1982년에는 한국 건축가 협회 제주지부 창립에 힘썼다. 한국 건축가협회제주지회장, 제주도 건축사회 회장, 대한민국 건축대전심사위원을 지낸 바 있고, 현재는 제주대학 건축학부 겸임교수, 한국 건축가 협회 명예이사로 활동 중이다. 최근의 주요 작품으로 제주 현대미술관, 한라도서관, 탐라도서관, 천주교 신제주 교회, 제주도 공무원 교육원, 애월 체육관 등이 있다.

땅의 형세가 읽혀지는 건축 ⓦ 양건 : <제주현대미술관>은 2005년 현상 설계를 통해 디자인이 선정되었습니다. 2등, 3등 안 과 비교해 봤을 때 소나무 군락과 기존 식생들에 대한 태도가 매우 달랐다는 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다른 안들은 이들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야외 공연장과 연계하는 방법을 제시했는 데, 선생님의 안은 그 반대였죠. 보시다시피 소나무 등은 그냥 있는 그대로 남겨 둔 채 야외 공연 장과의 사이에 집을 앉혔습니다. 기존 자연 환경이나 야외 공연장과의 관계성을 어떻게 고려하셨 는지 궁금합니다. ⓦ 김석윤 : ‘사무실/상설전시실’ 매스를 야외 공연장과의 독립적인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되도록 앉혔지요. 결과적으로 ‘사무실/상설전시실’ 매스의 벽이 야외 공연장 무대의 스크린으로 설 정되었지만, 지형 때문에 야외 공연장의 축과 건물이 10도쯤 틀어지게 조정 배치되었어요. 또 건 물군이 대지 내의 소나무 군락을 자연스럽게 에워싸서 위요된 외부 공간을 연출하도록 했습니다. 자연과 인공의 공존을 은유해보려고 한 것이죠. 그러다 보니 미술관 주출입구에 사선의 진입축이 생기게 된 것이고요. ⓦ 고성천 : 선생님의 작품 중에서 현상 설계를 거쳐 작년에 개관한 <한라도서관>도 유사한 개념 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한라도서관>에도 도로변 쪽으로 소나무 숲이 있었는데, 두 작품 모두 기 존 식생의 보존이 지침으로 주어졌지요. 다른 건축가들은 자연을 어떻게 건축으로 끌어당길 것인 가, 즉 자연을 건축에 종속화시키는 시도들을 한 반면, 선생님은 그러지 않으셨어요. 숲은 숲대로 놔두고 빈 터에 건물을 앉히셨습니다. 물론 배치 계획과 관련 있는 개념이겠지만, 넓게 보면 결국 땅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의 문제하고도 연관이 있을 것 같아요. 현상설계 당시 제출된 <제주현대 미술관>의 설명서에도 ‘땅의 형세가 읽혀지는 건축’ 이라는 건축 개념이 언급되어 있긴 하지만요. ⓦ 김석윤 : 건축은 ‘땅의 형국을 추상화하는 작업’ 이란 명제는 저의 신념이 되었습니다. 땅의 논리 를 따르는 일이 건축의 제일 규범이라고 믿는 거지요. 땅의 논리는 좌(座)나 향(向)의 판단이나 그 건축을 담기에 합당한 땅의 여유를 가늠하는 일, 스케일(scale)과 형태 등 물리적 현상을 넘어 그곳 에 축적되어 있는 기억들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집의 미 ⓦ 양건 : 제주도에서의 오랜 실무를 통해 선생님만의 스케일을 다루는 방법을 찾으셨을 것 같은데요. 과연 어떻게 하면 제주의 스케일을 찾을 수 있는 건지, 또 제주도의 스케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스케치한 것을 실제로 만들고 나서 보면, 집이 껑충해 보이거나 전 혀 엉뚱한 느낌으로 드러날 때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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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윤 : 우선 스케일감은 몸으로 체득하며 얻어지는 감각이겠죠. 틀을 갖춘 교육과정이나 언설로 얻어지는 능력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회적 스케일 또는 국지적인 의식구조까지 스케일로 읽혀질 수 있 다고 봅니다. 관용어나 사투리도 땅하고 관련된, 일종의 스케일에 속한 성격의 것일 겝니다. ⓦ 양건 : 어릴 적 화북 생가에 사셨던 경험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화북동에 소재한 생가 <김석윤 가 옥>은 제주도 지정 민속자료이다-편집자 주) ⓦ 김석윤 : 예전에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들은 물론이고, 집의 실측도를 만들거나 답사를 통해서 스케 일감이 몸에 배었으리라고 생각해요. 스케일이 공간 조직의 특성을 만드는 요체가 된다는 사실을 터 득해 갔다고 할까……. 제 작업에서 잘게 나눈 형태들은 내가 낳고 자라난 옛 마을의 정취와 지붕들의 집합이 보여 주던 원리를 찾으려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당을 중심으로 구심적 배치와 분동 배 치의 형식이 만들어 내는 고만고만한 초가지붕들, 이 같은 군집의 미를 주제로 삼는 것을 즐깁니다. 때 문에 늘 주택의 스케일을 못 벗어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요. 어느 하나만 별나거나 도드라져 보이 지 않게 연출해 내는 것이 제주에서의 건축 작업에서 제주다움을 지켜가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어느 덧 굳어진 것 같습니다.

김태일

ⓦ 고성천 : 비교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헤이리 예술인 마을>처럼 이곳 미술관 주변 에도 규모는 작지만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저지 문화예술인 마을>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헤

동아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교토대

이리 예술인 마을>의 중심에 <더 스텝>이라는 쇼핑몰이 있듯이 <저지 문화예술인 마을>의 중심에 <

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재)효고현

제주현대미술관>이 있는 거고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그림이 헤이리보다 저지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

장수사회연구기구 장수사회연구소 연구원, (주)경남기업

합니다.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집들의 아기자기한 스케일과 견주어 볼 때, <더스텝>보다는 <제주현대

실버사업부 등을 거쳐 현재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미술관>이 마을의 구심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작은 스케일로 지형에 순응하며 예술인 마을의 완성을

재직 중이다. 제주 평화의 섬 범도민 실천협의회 평화환

견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경 분과위원, 제주 지속가능한 녹색성장 포럼 위원 등을

ⓦ 양건 : 원래 있던 자연 속에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앉음으로써 스스로도 빛나고 마을도 돋보이게 하

맡고 있으며, 『제주 건축의 맥』, 『고령화 사회의 주거공

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지요.

간학』, 『제주 도시 건축을 이야기하다』, 『제주 건축 Jeju

옴팡 공간, 옴팡 집 ⓦ 김석윤 : 제주도 땅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표현 중에 ‘옴팡’이란 말이 있습니다. ‘옴팡 밭’, ‘옴팡 집’ 등등……. 오목하게 가라앉은 땅은 제주도 땅의 지형 인자 중에서 상당히 특이한 거예요. 제주도의 옛 집들은 대부분이 오목하고 낮은 땅에 자리 잡고 있지요. 전통적으로 바람의 영향이 덜한 곳에, 풍수지 리에 따라 집을 지었던 까닭인데 그렇다 해도 배수가 안 되면 이 형편은 불가능한 이야기예요. 하지만 제주도는 지질이 화산회토와 다공질 현무암입니다. 그래서 옴팡진 곳에 그대로 집을 앉혀도 물이 고이 질 않아요. 제주도 신당들이 낮은 땅을 찾고, 마을의 잘 사는 집들이 굴집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일 본 오키나와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곳 땅이 산호사여서 배수가 잘 되기 때문에 얕은 곳에 집을 지 어도 침수될 우려가 없다고 해요. 두 곳 모두 태풍의 길목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제주도의 공간 체계는 육지의 사찰이나 서원처럼 상승 위계가 아니라 하강 위계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 예를 단 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삼성혈(제주도의 고씨^양씨^부씨의 시조가 탄생했다는 곳-편집자 주)이지요. 제주의 성지(聖地)는 프래토우(plateau)가 아니고 선큰(sunken)입니다. ⓦ 고성천 : 그걸 잘 활용한 예가 일건건축의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이 아닐까 싶어요. 그라운드 레 벨이 14m 아래에 있지요. 바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형을 잘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멀 리 범섬에서 시작하여 월드컵 경기장, 고근산(해발 396 미터의 오름)과 그 뒤의 한라산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이빨 빠진 곳에 이빨을 하나 끼운 것처럼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 을 했습니다. ⓦ 김석윤 : 좋은 건축을 한다는 것은 좋은 땅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행운을 얻는 것이기도 합니다. < 한라도서관>의 경우도 개가 열람실이 우연히 옴팡 공간과 잘 들어맞았고, 도서관의 주공간이 될 수 있 었죠. 지하에 위치한 개가 열람실 서가 사이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면서 진입하는 느낌이 괜 찮았어요. <제주현대미술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아마 육지였으면 이렇게 건물을 놓기가 힘들었 을 거예요. 여기 이 주변은 진짜 배수가 잘 되는 땅이지요. ‘곶자왈’이라고, 비가 오면 밑으로 다 스며드 니까 내창(하천의 제주 방언)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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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영문판)』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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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석의 새로운 가능성 ⓦ 양건 : <제주현대미술관>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마감 재료인 제주석(현무암)에 있는 것 같습 니다. 제주석은 제주의 지역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재료로 잘 알려져 있지요. ⓦ 김석윤 : 현무암은 건축용으로 쓰기에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경도가 없어서 톱에 잘 물리고, 갈아 봐야 다른 돌처럼 광이 나는 것도 아니고, 또 열을 가하면 영락없이 콜타르를 칠한 것처럼 되지요. 판 재로는 강도가 약해서 쓰임새에 알맞지 않고, 다공질이므로 물이 들어올 염려도 많고, 건조하면 먼지 에 덮여서 암회빛이 돕니다. 그래도 제주석은 지역성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인 재료임이 분명해요. 한 때 <제주민속박물관>이 지어지던 시기에는 관청으로부터 모든 건축에 이 제주석을 사용하도록 권장 받았던 적도 있지요. ⓦ 양건 : 특히 여기서는 제주석을 60×100×1000 규격으로 켜서 루버처럼 사용했는데요, 그동안은 판석을 붙이거나 자연석을 쌓는 등의 습식 공법이 주로 사용되어 왔지만 여기서는 건식 오픈 조인트 방법이 쓰였어요.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속적인 맛보다는 매우 현대적이고 기하학적인 느 낌을 자아내지요. 습식 공법에서 발생하는 백화 현상 때문에 여러 건축가들이 건식 공법을 시도해 오 고는 있었습니다만, 선생님께서 이 미술관을 통해 제주석이 새롭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양건

것 같습니다. 묵직한 재료를 가벼운 느낌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는 쿠마 켄고(隈研吾)의 스타일이 연상되기도 하고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

ⓦ 김석윤 : 쿠마 켄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죠. 그의 작업에서 디테일을 참고했어요. 땅을 해석

다. (주)아키플랜 종합건축사사무소 등을 거쳐 현재 제

하는 방법이나 스케일을 다루는 방법도 마찬가지겠지만, 제주도 돌에 대한 아이디어는 프로젝트를 하

주 가우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

면서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고, 또 새로운 공법이 쓰인 작

경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주요 작품으로 연

업을 보고 자극을 받기도 하면서 생긴다고 봅니다.

동 S씨 단독주택(2003년 제주시 건축상), 연동 한라유치 원, 연동 K씨 단독주택(2005년 제주시 건축상), 제주대

현지산 재료의 다양한 실험들

학교 인문대학 2호관(현상설계 당선), 한라문화예술회관

ⓦ 김석윤 : 제주석이 건축용 자재로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초, <그랜드 호텔>을 신축

(현상설계 당선), 담&루 휴양펜션/가족호텔, 제주명품사

할 때였어요. 신제주에 건설 붐이 일어난 시점이었는데, <삼성생명사옥> 등에서도 제주석을 좀 그럴

옥,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현상설계 당선), 새순유

듯하게 썼지요. 돌을 판석으로 켜서 붙이는 방식으로요. 나중에 백화 현상 때문에 리노베이션해 버렸

치원 등이 있다.

지만……. ⓦ 고성천 : 저는 80년대에 많이 세워진 근린생활시설이 기억납니다. 그래도 백색 본타일 마감으로 프 레임을 노출시키고 중간 중간에 제주석을 습식으로 붙인 입면들이 재료나 색의 대비 측면에서 좋았던 것 같아요. 비례도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석윤 : 제주도 건축가만이 제주석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 것은 아니죠. 외지 건축가들이 많은 시도 들을 해 왔지요. 그 중에서 서현 교수의 <해심헌>이 눈에 띕니다. ⓦ 고성천 : 제주석의 공극을 이용하여 돌을 얇게 켜서 빛의 효과를 얻으려고 한 작품이지요. 물론 두 께가 10mm 정도 얇아야 빛이 들어올 정도의 공극을 얻을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었고, 따라서 공급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기대했던 것만큼의 효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실험 정신이 강한 시도라고 봅니다. 그리고 안도 다다오의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 그 땅의 수호신, 장소의 혼으로 번역되기도 함)>에서도 제주석을 참 잘 쓴 것 같아요. 거칠게 바닥에 뿌려 놓기도 하고 반듯하게 켜서 바닥에 깔기 도 하고, 또 외벽의 일부에 주먹돌을 붙이기도 하는 등, 제주석을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사용하였지요. 정교한 디테일로 해결한 건 아니지만, 개념적으로 사용하면서 노출 콘크리트의 면들과 서로 극명한 대 비를 이루게 한 시도는 괜찮은 것 같아요. ⓦ 김태일 :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쓰는 것은 건축에서 지역성을 표현하는 데 제일 효과적 인 방법이 아닐까요? 제주석에 대한 물성을 잘 이해하고,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공간에 어떻게 매치 시키느냐가 제주 건축가들이 해야 할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만 잘 해결해도 상당히 제주적인 것 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해요. ⓦ 김석윤 : 저는 가끔 송이벽돌를 쓰기도 합니다. <탐라도서관>에 썼는데, 흡수율이 높고 먼지를 많 이 타는 결점이 있지요. ⓦ 양건 : 조그만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에서 제주의 흙으로 도자를 구워 건축 패널로 사용한 경우를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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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일종의 재료 실험인데요, 비단 제주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주의 재료로 건축 자재를 개발하 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시간성을 간직한 가볍고 투명한 외벽 ⓦ 고성천 : <제주현대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제주석 디테일의 백미는 2층 중정 부분이 아닐까 합니 다. 제주석 루버 사이로 건너편 중정을 볼 수 있어요. 그때 제주석의 느낌은 가볍고 슬림한 루버의 느 낌이지 돌의 느낌이 아닙니다. 석재의 한계를 넘어 가볍고 투명한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 는 셈이지요. ⓦ 양건 : 이 시점에서 어떤 생각으로 제주석을 이와 같이 사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김석윤 : 현상 설계에서 시공 디테일 아이디어를 추가하면 가점이 있잖아요.(웃음) 농담이고……, 지금은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 때문에 건축에서 수공으로 돌을 사용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해 도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이제는 새 시대가 요구하는 미적 형식에 알맞고, 제주석이 가진 본연의 미 감도 돋보이게 하는 연구를 해볼 때라고 생각해요. 사실 예전에는 제주석을 별로 고급스러운 재료로

고성천

생각하지 않았어요. 빨리 풍화되어 마모되니까 묘지의 비석용으로도 최하품이었죠. 하지만 사람들 의 생각도, 가치의 기준도 많이 변화해 왔어요. 새 세대들은 분명 다른 미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

중앙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건설대학원

니다. 예전에는 이끼가 끼면 닦아내야 하는 걸로 알았지만 요즘은 시간성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

에서 석사를 마쳤다.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장, (주)무영

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네요. 여기 미술관의 벽면에도 이끼가 끼기 시작했어요. 오래되어 이끼가 덮

종합건축사사무소를 거쳐 1999년 제주 아름건축사사무

이고 여기에다 빗방울에 젖어 반질거리며 새초롬해질 때의 정취가 제주돌이 본디 감추어 놓은 아름

소를 개소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제주대학교 건축공

다움이 아닐까 합니다. 마모에 대한 것도 리사이클링이 긍정적인 가치가 되었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

학과, 제주 한라대학 건축 디자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

될 건 없다고 보고요.

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신촌주택, 연동가가주택, 제주서

ⓦ 김태일 : 제주돌을 사용한 건물은 날씨에 따라서도 표정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비가 내리는 만큼

부소방서 현상설계 당선, 제주영락사회복지관, 도로교통

제주석의 외벽이 농도를 달리하면서 짙은 색으로 바뀌기도 하고, 반대로 해가 들면 이것이 말라 가는

공단 제주지부, 노형비원, 표선교회, 노형타워 등이 있다.

과정 속에서 빛과 물성 간의 강한 이미지를 부여하게 됩니다. 건축가에게는 그러한 재료의 속성을 빨 리 간파하여 공간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가 관건이겠는데요, <제주현대미술관>의 내부 건축 공간 은 외부 공간과의 상호 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현대미술관>의 공 간 구성의 개념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김석윤 : 경사로의 주진입에서부터 여유를 갖도록 했습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회유”라는 어구를 좋아합니다. 진출입을 다원화하여 방황을 경험해 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외부 공 간의 상호 연계와 개방으로 예술의 본질인 자유분방한 성격이 수용되었으면 했고, 또 분절된 매스들이 다양한 공간 체험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했습니다.

지역성의 논의 속에서 발전하는 건축 ⓦ 양건 : 땅이나 스케일, 재료의 특징을 이야기했지만, 사실 <제주현대미술관>은 지금까지의 제주성 에 대한 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작품이라고 봅니다. 저도 제주도에 내려온 지 10년 조금 넘었습니 다만, 그동안 선배님들께서 지역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건축을 위해 많은 실험적 작업을 해왔고, 또 저 희 세대나 후배들 역시 그 연장선상의 작업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논의의 초기에는 구 상적 형태의 토착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모양이에요. 재료나 지붕의 형태 등을 통해 제주성이 강하 게 표현되었던 것 같고요. 그 다음 세대로 넘어가서는 어느 정도 건축 이론, 예를 들어 공간론 등을 바 탕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던 듯합니다. 개념 해석이 제주성 표현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거죠. 그 러다가 김석윤 선생님의 <한라도서관>에서부터 정신이란 부분으로 옮겨 가는 것 같아요. 제주인들에 게 무의식적으로 깔려 있는 제주다움이란 무엇일까, 라는 부분으로 접근해 나가고 있다는 거지요. <제 주현대미술관>은 간결한 매스의 조합으로 추상적 형태를 보이면서 ‘옴팡진’ 지형을 잘 해석하여 현상 설계에 당선이 된 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미술관 또한 제주성에 대한 논의를 한 단계 상승시키고 제주 건축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고 보니 지역성 논의의 흐름 속에서 선 생님께서는 언제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 오신 것 같습니다. ⓦ 고성천 : <제주현대미술관>의 의미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딱 봤을 때 첫 인상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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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물론 내부 공간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들도 많겠지만, 선배 건축가들의 가르침 중의 하 나인 “디테일이 곧 디자인이다”라는 명제를 잘 실현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디테일로 제 주석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것은 저희들로 하여금 도전하게 만들지요. ⓦ 양건 : 한 발 더 내딛어 본다면, 도심 속 건축에서는 곡선의 라인들이 등장하는데요, 최근 준공된 < 제주 웰컴센터>나 건축되지 못했지만 <벤처지원센터>등에서 그렇습니다. 그 곡선들은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제주 웰컴센터>는 관공서이기 때문에 정면성을 요구받아서 현재는 많이 변경된 상태지만, 초기안에는 도심의 주변 환경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는 흡인력 강한 곡선이 분명 존재하거든요. ⓦ 김석윤 : 처음 착상에서부터 조금 불순한 의도가 있었어요.(웃음) <제주 웰컴센터>의 경우는 예전 에 구상했던 것을 다시 꺼내서 맞춰본 거예요. 장소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좀 덜한 것으로 볼 수 있지요. ⓦ 김태일 : 그 말씀은 겸손의 표현이신 것 같고요, 제가 보기에도 분명 <제주 웰컴센터>는 <한라도서 관>, <제주현대미술관>과 형태적으로 좀 다릅니다. 상업적 성향을 띤 건물이긴 하지만 형태적인 풍경 에 대한, 방향에 대한 고려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방향이 대체로 한라산이나 도시의 큰 흐름을 좌우하 는 도로를 의식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제주가 가지고 있는 풍경에 대한 의식은, 물론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만, 선생님의 건축에서 더욱 강하게 발휘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렇듯 풍경을 의식 하거나 혹은 풍경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다 보니까 곡선의 형태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오늘 이야기의 주제인 제주성, 제주적인 것, 혹은 제주다움 등은 우리가 제주도를 떠나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고민하고 풀어 나가야 할 과제겠지요. 최근에는 뭔가 정리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기도 하고요. 사실 제주에 대한 각성과 논의들은 1970년대 말, 80년대 들어서면서 시작되었죠. 제 주도가 관광지화 되면서 왜곡된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자 거기에 대한 반발심 내지는 자성이 있었 던 것 같아요. 토론과 세미나가 이루어졌고, 그 당시 작품들에 직설적인 어법들로 제주성이 실제로 표 현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문예회관>의 초가집 지붕을 닮은 완만한 곡선이나 송이 벽돌의 사용 등이 그 예죠. 저의 경험으로는, 1990년대 처음 제주에 내려와서 현상 설계 심의에 들어갔다가 정주석 입 면 그대로를 모티브로 가져온 경우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러한 제주성 표현의 방식들이 때로는 비판적인, 때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1990년대의 개념 해석에 기반을 둔 표현 과정을 거치며, 2000년대 들어서는 새로운 기술의 접목이 시도되고 있다고 봐요. 김석윤 선생님의 작품들에 서 이미 드러났다고 보는데, 땅과 스케일, 공간 등을 키워드로 하여 보다 추상적인 형태로 새로운 제주 다움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처럼 땅을 많이 건드리지 않으려고 매스를 분절시키는 방법이나, 또 <한라도서관>의 경우에서처럼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지형에 아주 충실한 내부 공간 구성을 보여 주면서 외부 공간과의 교감에도 상당히 충실한 특징 들이 말이지요. 제주적인 스케일, 제주적인 공간, 제주적인 땅에 대한 해석에 이런 것들도 있구나, 개 인적으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제주도에서 지붕이란 ⓦ 양건 : 최근에는 <한라도서관>의 지붕 형태를 보면서 근대성에서 탈피하여 현대 건축을 모색하시 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석윤 : 너무 근사한 해석인 것 같네요. 사실 땅의 흐름에 지붕을 편하게 맞춘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공간이 낮아지는 부분은 그대로 내려가게 했고요. 그러다 보니 지면의 형태를 바로 드러내어 덮은 것 처럼 되었지요. 기둥의 높이가 다 달라서 수작업이었으면 아마 힘들었을 거예요. 캐드가 없었다면 지 붕 만들기를 포기했을 지도 모릅니다. ⓦ 김태일 : 저도 <한라도서관>의 지붕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땅을 해석하여 공간을 구성한 것 도 좋지만, 지붕을 여러 개로 분절시켜 그 지역의 땅과 어울리게 한 것은 울림이 매우 컸죠. 그러고 보니 제주 건축에서 지역성의 표현을 위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어 온 것이 지붕인 것 같습니다. ⓦ 김석윤 : 제주도의 건축 심의 기준에는 경사 지붕을 꼭 해야 한다는, 굉장히 폭력적인 기준이 오랫 동안 존재해 왔죠. 십여 년을 투쟁하고 기다려서 우수한 디자인의 건물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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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도서관. (사진/김건축 제공)


↑ 웰컴센터 조감도. (사진/김건축 제공) ← 한라도서관. (사진/김건축 제공) ↓ 한라도서관 내부. (사진/김건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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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을 만들긴 했지만 말입니다. ⓦ 양건 : 제주도의 풍경을 고려한 기준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존심 상하는 부분도 있어요. 설계를 제대로 못 하니 까 지붕이라도 씌어서 숨겨라,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해요.(웃음) 이미 우리는 지붕이나 벽, 기단 같은 요소의 구분 없이 건축을 디자인하거나 혹은 보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 고성천 : 근 2년 동안 심의 내용을 분석하고 조사해 봤는데, 재심에 가장 많이 걸리거나 조건이 많이 붙는 것이 지 붕이었습니다. 도심지든 어디든, 지역을 불문하고 지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평균적인 제주도 건축의 수준이 라고 할까요? 물론 이러한 기준이 필요한 집들도 있겠지만, 시대도 많이 달라지고 제주도 건축의 역량도 좋아진 상 황에서는 많은 정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별성과 보편성의 사이에서 ⓦ 김석윤 : 제주성의 모색 혹은 전개 과정과 과제들은 한국성의 그것들과 아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성을 시도했다는 초기의 건축 작업들을 보면 분절된 형태 요소나 옛 집의 형태 상세를 모디파이(modify)해서 표현한 것 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작업에서 벗어나 공간으로 한국성을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지요. 한국성에 대한 논의들이 한 단계 성숙해 가는 정연한 진화 과정으로 봐야 할 거예요. 또 형태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 니라 건축의 본질적인 시각으로 한국성을 해석하는 단계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겠고요. 제주성의 표현도 이와 같 은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겠죠. ⓦ 김현돈(제주대 철학과 교수, 집담회의 옵서버) : 한국적인 것, 제주적인 것, 그것은 매우 어렵고도 중요한 이야기 입니다. 문화 정체성의 표현이겠는데, 너무 특수적인 것에 치우쳐서도 안 되고 너무 보편성을 둬서도 안 되기 때문 에 어려운 겁니다. 특수성, 즉 개별성과 보편성의 변증법적 통일이 이루어져야 그게 올바른 정체성의 표현이겠지 요. 지난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주 지역 안의 디자인을 보면 가끔 제주적인 것을 표방하여 겉치레만 흉내 내거나, 또 환경적인 요인은 무시한 채 그것을 획일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제주성에 대한 이러한 강박증 적인 태도는 버려야 할 거예요. ⓦ 양건 : 제주성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제주도에서 작업을 하면서 건축에 접근해 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장소라고 하는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면 결국 땅이나 주변의 인문 환경 등이 작용을 하게 되는 거고요. 다시 말해 제주 지역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역의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성이 되는 거겠죠. 우리끼리도 그것 이상 어떻게 제주성을 말할 수 있겠느냐, 라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 고성천 : 반면 이제 지역성 이야긴 그만하고 우리도 글로벌하고 보편적인 건축을 하자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 론 제주도 땅에 제주도 건축가가 하는 것이니만큼 지역적인 것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 양건 : 제주도 건축은, 지금 김현돈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보편성과 특수성의 변증법적 관계를 순차적으로 밟고 있는 것 같고, 형태로 표피만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건축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즉 제주도 땅 위에서 정신이란 부분을 장소와 연결하고 건축의 근본에 접근하면서 얻게 되는 제주성을 추구하고 있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안도 다다오가 섭지에 <지니어스 로사이>를 만든 것에 화가 나기도 해요. 딱 선수를 뺐긴 것 같아 서 말이죠.(웃음) ⓦ 김태일 : 제주도의 땅은 지형적으로도 그렇고 물, 바람, 이런 여러 가지 기후적인 환경에 의해 특이점들을 보이 고 있죠. 거기서 오는 장소의 특성이 제주도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일 테고요. 공간 또한 단순히 올레 같은 전통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왔던 제주인들의 생각 또는 정신을 현대적인 삶에 어떻게 접목시키고 우리 건축가들 이 그것을 어떻게 형태로 만들어 갈 것인가가 중요할 거예요. 요즘 외국 건축가들의 제주 작업에서도 제주적인 공 간 요소들을 간간히 볼 수 있는데요,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카사 델 아구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지형에 잘 적응하면서 외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공간의 유기적인 연계나 인간적 척도를 잘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 이죠. 또 마리오 보타의 <아고라>, 안도 다다오의 <지니어스 로사이> 등도 제주의 풍경과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풍 경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아쉬운 제주의 건축 정책들 ⓦ 고성천 : 세계적인 건축 대가들의 건축이 제주도에 하나 둘 세워지고 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등지의 관광객들 이 건축물 답사하러 올 날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문득 일본 나오시마 섬이 생각나는데요, 통신 교육 관계 회사인 베네세 그룹이 이 섬에 새로운 문화 예술 전략을 수립하고 ‘건축과 현대미술의 활용’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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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에게 건축을 의뢰, 계획을 구체화시켜 나간 사례로 알려져 있죠. 결국 나오시마 섬은 건축뿐 아니라 예 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유명한 답사 코스가 되었고요. 제주도에도 지역 건축을 고민하는 사업자가 건축가들을 초청 해서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스타 건축가들이 초기 작업부터 참여하여 제주의 땅을 함께 고민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 양건 :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요즘 제주의 개발이 너무 테마 파크 위주로 가는 것 같고, 또 마케팅의 고려보다는 양적인 공급을 우선으로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고성천 : 제주시 노형동에는 60층짜리 고층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죠. 제주의 랜드마크가 될 거라는데, 도시경관, 제주의 정체성, 교통 등의 인프라와 기술적 해결 과제 측면에서 염려가 되는 부분이 많아요. 또 외지 사람들이 과연 제주도까지 와서 향유하기를 원하는 스케일인지도 의문이고요. ⓦ 김태일 : 고층 건물의 마케팅이라는 육지의 전략이 제주도에서는 통하지 않을 거예요. 제주 옛도심의 도시 재생 도 고층 아파트를 짓는 육지 방법으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육지와는 다른 식의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겁 니다. ⓦ 고성천 : 정책적인 사업이 이루어질 때 정말 중요한 이슈들이 심도 깊게 논의되어야 하는데도 그러질 못하고 있 는 것 같아요. 요즘 제주도 자연 경관과 관련하여 논란거리가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중산간지역의 풍력 발전입니다. 경관이 좋은 지역에 100m 이상의 꽤 높은 구조물들이 설치되고 있거든요. 여러 위원회에서 문제점을 제기하곤 있 지만, 경제적 이득을 놓치고 싶지 않은 주민들은 대부분 찬성하고 나서지요. ⓦ 김현돈 : 건축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꼭 건축하는 사람들의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아무 튼 일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말이죠.

제주도에서 건축 작업을 한다는 것 ⓦ 김석윤 : 제주도에서 건축 작업을 한다는 것은, 실은 굉장히 거친 환경과의 싸움입니다. 사회적으로나 자연적 조 건 양면에서 모두 그렇습니다. 여기 현업에서 함께 작업하는 후배들도 있지만, 서울에 비하면 말할 것도 없고 부산, 대전, 광주에 비해 작업 여건이 매우 열악합니다. 몇 곱절 더 인내하고 절제하고, 그러지 않으면 사실 생존이 거의 불 가능하다고 봐요. 요즘은 그나마 조금 기대를 할 수 있는 게 관청에서 나오는 작업들이지요.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소규모 작업들, 주택 작업들이 가능했었는데 말이죠. 돈이 되는 작업은 아니지만 건축적인 갈증은 해소해 줄 수 있 었죠. 그런데 이제는 다 아파트로 가고 어쩌다가 별장 하나씩 짓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관청에서 하는 현상설계 외엔 거의 없어요. 게다가 주민들의 건축에 대한 전 반적인 이해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지역은 좁고, 자본은 영세하고……. 젊은 건축가들은 서울 가고 싶은 생각 이 자꾸 날 거예요(웃음) 요즘 서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곳에는 더러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 음껏 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으니까요. ⓦ 양건 : 현재 제주도에는 130명 정도의 건축사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름대로 뭔가 해보고자 하는 분들이 상당 수 된다고 봅니다. 문제는, 의식들은 있지만 그것을 심화할 학습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 김석윤 : 소모임이 더러 있긴 했지만 생명력 있게 연속되는 형편은 아니었죠. 응집력을 가질 수 있는 모임이 있었 으면 하는데 말입니다. 사무실에 여유가 있고 그래야 하는데, 뒤돌아서면 현실에 부딪히니……. ⓦ 양건 :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건축을 이해하는 일반인들이 많아지고 있고, 또 젊은 건축가들이 늘어 나고 있다는 거예요. ⓦ 김석윤 : 제주도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한국 건축계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건축의 본질은 끊임 없는 학습에 있지요. 하지만 그걸 위한 프로그램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일본만 하더라도 건축 전시가 굉장 히 활발하고, 소모임의 스터디는 물론, 세미나나 워크숍도 상당히 많거든요. ⓦ 고성천 : 공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른 건축가들과 선의의 경쟁 속에서 배우기도 합니다. 또 답 사를 통해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건축을 보는 것도 학습의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고요. 제주도에서는 1999년 건 축문화의 해를 계기로 건축가들의 교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 한 3, 4년 정도 괜찮았다가 지금은 다소 소원해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꼭 건축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동시대, 동지역 건축가들과 교류를 통하여 존재감을 느 끼고 서로 발전할 수 있으면 기쁜 일이라 할 수 있겠죠. ⓦ 김석윤 : 여기 김태일 교수님을 비롯해서 제주 지역 교수님들의 역할이 클 듯해요.(웃음) 좋은 자리, 좋은 시간들 을 좀 만들어 보도록 합시다. ⓦ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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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움의 과거와 미래

푸른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외로운 섬, 탐라국의 역사를 가진 제주는 변방지에서 이제는 세계 자연유산과 독특한 문화자원이 가득한 한국의 보물섬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제주의 역사는 외세의 억압과 침탈에 의한 항쟁의 역사였다. 그리고 척박하기 그지없는 환경 속에서 자연에 대한 끝없는 도전과 적응의 긴 역사이기도 하였다. 제주의 건축 역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외부로부터의 산업화와 근대화의 흐름을 통해 변화하였고, 또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일제 식민지 이후 제주 건축에 큰 변화가 일어난 시점은 1961년 5^16 군사정권 이후부터라고 보고 있다. 1960년대 말부터는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제주의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건축적 양식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제주 건축의 시대별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김태일, 『제주건축-Jeju Architecture』, 제주대학교 출판부 참조)

1970’s

제주 건축의 지역성^향토성의 태동기 관광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개발의 분위기가 무르익던 당시 분위기와는 달리 지역성에 대한 건축적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제주성, 지역성, 향토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관광지 개발붐은 제주 지역의 낙후성 탈피와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평가하여야 하겠지만, 개발 그 자체가 도민 주체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타 지역민의 자본에 의하여 주도된 것이었기 때문에 계층 간의 괴리와 함께 건축의 지역성^향토성 상실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측면도 안고 있었다.

1980’s

제주 건축의 지역성^향토성의 모색기 1980년대는 비교적 대형 건축물이 많이 건축되었고, 1970년대의 무비판적 개발에 대한 반성으로 제주 건축의 지역성과 향토성에 대하여 서서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지역성^향토성에 대한 자각은 1982년 2월, 정규대학 출신의 건축사들에 의해 한국건축사협회 제주지회 결성으로 이어졌고, 행정 분야에서도 지역적 건축 문화의 형성을 위한 제도를 추진하였다. 이와 같은 민관(民官)의 지역적 건축 운동과 더불어 전통적인 제주의 건축 재료인 현무암과 송이의 사용을 통한 지역성 표출을 위한 실험적 모색이 두드러졌다.

1990’s

제주 건축의 지역성^향토성의 전개기 제주의 지역적 전통 요소의 재해석을 통해 나름대로 건축 언어를 구사하고자 한 흔적이 엿보이고 있으며, 건축 평면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공간구성 기법을 도입한 작품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이어져 온 전형적인 제주 건축의 형태적 언어 표현의 한계를 넘지 못하였다. 한편으로는 지역적 전통에 대한 재해석과 함께 다양한 건축 언어 요소를 적용하기 시작하였고, 송이 벽돌을 비롯한 다양한 마감 재료를 사용하는 등, 제주 건축의 새로운 모색이 시작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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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s

제주 건축의 지역성^ 향토성의 정체기 2000년대에 들어 제주의 도시와 건축의 모습을 크게 변화하게 한 계기는 집합 주택 단지의 조성과 그린벨트 지역의 해체 그리고, 규제 완화에 따른 고층 사무소의 등장을 들 수 있다. 특히 도심의 대규모 집합 주거 단지 조성, 주거 및 오피스 건축물의 초고층화는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 조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제주 도시경관의 개성을 상실하게 하였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도시 팽창에 따른 건축물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커졌고 새로운 도시 기반 정비의 필요성, 그리고 건축이 가지는 문화적 성격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 수용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도시적 측면에서의 건축적 탐색’ 혹은 ‘도시적 맥락에서의 건축 탐색’ 이라는, 도시 건축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부터 거론되기 시작하였던 지역성, 향토성에 대한 논의의 열기와, 건축 작업을 통한 실험적이고 참신한 지역 건축의 새로운 모색은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의 추진에 따른 새로운 변화들 이러한 제주 건축의 지역성^향토성의 정체 과정 속에 제주 사회를 더욱 변화시킬 요인들이 잠재해 있기도 하다. 제주특별 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의 추진이 그것이다. 지역 행정의 자치권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면서 사람과 물류의 자유로운 이동을 전제로 하는 사회의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관광지화에 이어 제주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수밖에 없고 도시 건축에 있어서도 변화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제주의 건축에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즉 맑고 깨끗함,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제주의 매력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쉼’을 위한 공간들이 세계적인 건축가들에 의해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리오 보타의 <아고라>, 안도 다다오의 <지니어스 로사이>를 비롯하여 이타미 준이 설계한 바람, 물, 돌을 테마로 한 미술관과 교회 등, 그들의 손을 거쳐 제주의 땅 위에 구축된 작품들이 제주의 풍경과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풍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 구축물들은 일부 상업적 기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쉼’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들에 의해 구축되어지는 ‘쉼’의 공간 혹은 건축물은 각기 다른 건축 철학을 가진 건축가의 작업이니 만큼, 땅에 대한 해석과 배치, 건축물의 형태와 공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역 풍토를 존중하면서도 건축가의 개성미가 더욱 강조되는 작품들은 지역성과 향토성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제주 건축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제주의 건축가에게도 새로운 고민의 시간이 요구되고 있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제주 지역의 고유문화 형성에 시각을 맞춘 건축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제주 건축의 정체성을 단순히 외형적, 표피적, 그리고 시각적 관점에서 모색하려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건축이 가지는 본질적인 문제인 공간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 글 | 김태일(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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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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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2S는, 한국 고유 문화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디자인 브랜드로 작가 임성민이 운영하는 디자인 집단입니다.

작가 임성민(본명 임상순)은, 홍익대 산미대학원(무대디자인전공)을 졸업하고, 서일대에서 겸임교수, 상명대, 한성대, 계원조형대, 협성대, 숭의여대 등에 강사로 출강했으며, 한국디자인학회 및 한국무대예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 문양 : 우리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 문양 A/B ⓛ 소재 : 고급소가죽, 새턴(satain) ⓛ 사이즈 : 가로 10.5cm, 세로 8cm ⓛ 수납 공간 : 카드 수납 3개, 명함 약 30~40장 수납 가능 tel. 031-977-8338 | 이메일 l2sgb@naver.com 홈페이지 : http://club.cyworld.com/designpd

by L2S 60

by OORIBOOK Wide Work : kim, suk-youn

WIDE EDGE


와이드 10호 | 이슈 1

근대 건축의 모더니티를 수용하면서도 지

리카르도 레고레타(Ricardo Legorreta)의

Wide Architecture : wIde Issue 1 no.10 : july-august 2009

the Gallery Casa del Agua

by Legorreta+Legorreta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역의 특수성을 담아내는 건축가로 알려진 건축을 제주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물의 집’ 이란 뜻을 가진 <카사 델 아구아>가 제주 국 제 컨벤션 센터(ICC Jeju)의 앵커 호텔과 리조트 레지던스로 현재 제주도 중문 관광 단지 내에 건설되고 있는 것. 최근에는 정식 오픈에 앞서 이 집의 홍보관이 주상절리의 비경 위에 세워져 눈길을 끈다. 1층 갤러리, 2층 유니트 모델로 이루어진 <더 갤러리 카 사 델 아구아>는, 레고레타가 별도 설계하 고 멕시코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이 협업하여 만든, 그 자체로 독립된 건축 작품이란 점에 서 일반적인 모델하우스와는 다르다. 실제 로 이 건물에는 ‘순종’ 레고레타의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비함, 경외감, 극적인 것 과 감각적인 풍부함’ 등이 잘 드러나 있다. 그것은 물론 레고레타의 건축 어휘, 즉 솔리 드 혹은 3차원적 연속을 강조하는 벽과 멕 시코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질감, 시시각각 변화하는 강렬한 빛, 기하학적 육면체 등 의 도입으로 구현된다. 그런데,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이렇듯 시적이고 친밀 한 건축이 제주의 풍토에 무척 잘 어울 린다는 점이다. 제주도를 방문한 레고 레타가 제주의 자연과 샤머니즘 같 은 전통 문화에서 신비로움 혹은 경 외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과 무관 하지 않은 듯하다. 지역적인 것에 기원을 두면서도 보편적인 호소 력을 갖고 있는 건축가가 제주 의 물과 바람, 빛, 재료, 그리 고 색에 어떤 질서를 부여하 고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 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사진 | 박우진, 이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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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에 지어진 레고 레타의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2층 복도. 정 오의 빛이 만들어 내는 기하학적 풍경을 미묘 한 색감이 감성적으 로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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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과 표정이 풍부한 건축 —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건축에 대하여 김현돈 | 제주대 철학과 교수, 미학^미술평론가

기억의 한 조각 내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건축과 처음 만난 곳은 미국 텍사스 남단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였다. 교 환 교수 자격으로 머물렀던 텍사스의 주도 오스틴에서 4시간 거리, 휴스턴에서 멕시코만을 따라 내려간 항구 도시 코퍼스 크리스티 베이 프론트 낮은 언덕 위 <사우스 텍사스 미술관>이었다. 미국 남서부 미술관 순례길에서 만난 <사우스 텍사스 미술관>은 대서양 연안 코퍼스 크리스티만을 굽어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면이 반듯 한 하얀 콘크리트 건물 슬래브 지붕 위에 동판을 입힌 13개의 피라미드 표면은 파르스름한 녹이 쓸어 강렬한 태양 광에 빛나고 있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옥상의 피라미드와 백색 건물, 그리고 출입구의 핑크빛이 절묘한 조화를 이 룬 퍽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바다와 면한 갤러리의 한 쪽 전면 통유리 창을 통해 넘실대는 대서양의 검푸른 바다 가 전시실로 넘나들고 있었고, 외부의 테라스에 설치한 인공 연못과 바다가 전시실의 그림들과 흔연스런 일체감 을 이루고 있었다. 그 땐 레고레타라는 건축가의 명성은 몰랐다. 올 여름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보면서 빛 과 색채, 물을 다루는 그의 건축 언어에서 새삼스레 3년 전의 기억 한 조각을 건져 올렸고, 예전에 받았던 미술관 리플렛을 통해 설계자의 이름—미국 건축가 필립 존슨(Phillip Johnson)과 나란히 적혀 있는—을 확인했다. 놀 라웠고 또 반가웠다.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2006년작 <사우스 텍사스 미술관(South Texas Institute of the Arts)>.↑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2009년작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The Gallery Casa del Agua)> 1층 전시실. <White 백(白) : 다시 흰색을 보다> 전(8월 31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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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말을 걸고, 우리가 말을 걸고 싶은 집 건축에 대한 사유는 항상 예술과 기술, 형태와 기능, 심미 가치와 실용 가치 사이의 그 어디쯤에서 방황한다. 건축 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건축가들이 이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해 번민한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로서의 건축을 이야기하고, 시각적 표현 매체로서 건축은 능히 예술의 자격을 얻을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순수한 예술 로서의 건축은 없다. 집은 우선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단지 보고 즐기는 미적 향유의 대상으로서만 존립할 수 없다. 집은 몸과 영혼을 담는 그릇이다. 그래서 좋은 집이란 곤핍한 일상에 멍든 몸과 영혼을 편히 누일 수 있게 설계되고 지어져야 한다.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부아(Villa Savoye)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애초에 물매가 있는 지붕을 원한 건축주를 설득하여 코르뷔지에는 빌라를 평지붕으로 설계했다. 그런데 이사한 지 일주일이 안 되어 지붕에서 아들의 침실로 물이 샜고, 어린 아이는 그 영향으로 폐렴에 걸리기까지 했다. 천장에서 흘러든 빗물로 벽과 복도는 다 젖고 욕실 도 물이 샜다. 수리를 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코르뷔지에는 건축주에게 세계의 비평가들이 그의 평지붕 설계에 얼 마나 열광했는지 이야기했다고 한다. 『행복의 건축』을 쓴 알랭 드 보통은 “빌라 사부아는 실용적인 정신을 가진 기 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예술적 동기에서 나온 비실용적인 건물”이라고 했다. 기능성을 최상의 가치로 섬긴 당대 최고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도 결국 심미적 가치에 경도되어 기능성이 결핍된 아이러니를 연출한 셈이다. 모더니즘 건축의 교과서적 전범으로 소개되는 작품이지만 정작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했다. 심미적 가치와 실용적 가치의 조화로운 접점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능히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실용성에 기반을 둔 기능주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그러나 심미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능주의의 편협함은 오늘날 박스 같은 육면체의 건물들로 도시의 시각 문화를 오염시키는 데 일조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John Ruskin)은, 우리는 건물이 우리를 보호해 주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건물 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 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렇다. 기능성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하면서도 다양한 형태 언어로 풍부한 느낌과 표정을 갖고 우리에게 말을 걸고, 또 우리가 말을 걸고 싶은 집이 좋은 건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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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의 동측에 있는 진입로와 ↗ 남쪽에서 본 풍경. 제주의 돌을 이용해 만든 담장과, 제주의 흙—송이의 색을 입힌 외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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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로 읽는 레고레타의 텍스트 1

씨에스타 같은 집

제주도 내 건축가들과 함께 중문에 있는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찾은 날은 초여름 뙤약볕이 목덜미에 작열하는 늦 은 오후였다.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뒤쪽 야트막한 바닷가 언덕에 타워 크레인으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이 나타났 고, 주상절리 쪽 언덕바지에 자홍빛(마젠타) 선명한 집이 하오의 역광을 받아 나른한 오수에 졸고 있었다. 올레처럼 디자 인된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니 제주석을 깐 옴팡진 평면에 거꾸로 선 L자 모양의 건물이 앉았는데, 코너의 맞은편에 반듯 하고 나지막한 현무암 돌담을 쌓아 가운데 열려진 틈으로 수로를 내 반원형의 작은 연못 위로 물이 떨어지게 한 것이 눈 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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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국제 컨벤션 센터(ICC)의 서측면에서 본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전경. 옆에 ICC의 앵커 호 텔과 리조트 레지던스인 <카사 델 아구아(Casa del Agua)>의 공사가 한창이다. ↑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의 동측면.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로 읽는 레고레타의 텍스트 2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수면 위로 후면 외벽의 자홍빛과 현무암 담벼락의 연한 잿빛이 투영돼 고요한 물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첫 인상에서 색 과 빛과 물의 조화라는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디자인 콘셉트가 한 눈에 들어왔다. 1층 갤러리 공간엔 한지와 모시, 백옥, 백 자, 백동 등 흰색을 주제로 한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2층 유니트 모델로 오르는 계단은 마치 꿈의 궁전으로 승천하는 환상의 길처럼 다가왔다. 계단 높이에 키를 맞춰 일렬로 늘어선 수직의 줄무늬 틈새로 흘러든 왼쪽 외벽의 붉은 빛과, 오 른쪽 벽의 화이트와 핑크, 그리고 천장 위 핑크빛 횡렬의 띠 사이로 떨어지는 빛이 그림자와 한데 뒤엉겨 신비한 시적 리 듬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늘 사다리의 끝,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무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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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으로 오라가는 계단실 입구. ↑ 소전시실과 사무실 쪽에서 로비 로 나가는 동굴 복도.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로 읽는 레고레타의 텍스트 3

레고레타와 미스터리

레고레타의 건축 어휘 가운데서도 미스터리(mystery)는 극도의 기능성을 추구하는 현대 건축의 밀림 속에서 잃어버린 인 간의 감성을 일깨우는 소중한 요소이다. “우리를 부르고 또 무언가를 발견시키게 하는 계단은 우리를 미스터리한 공간으 로 인도해 주는 것”이라 한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예술이든 한눈에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고, 한눈에 모든 것이 다 들어오 는 그 무엇은 재미없다. 한 꺼풀 한 꺼풀 껍질이 벗겨지면서 서서히 그 진면목이 드러나는, 그러다 때때로 길을 잃고 서성 거리기도 하고 되돌아 나오기도 하면서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는 기쁨도 있다. 그래서 레고레타는 일부러 공간적인 연속 성을 미스터리하고 불연속적으로 디자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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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로 읽는 레고레타의 텍스트 4

민예적 감각의 현대화

흰색 복도 벽면에는 핑크빛 감실을 마련해 투박한 질감의 목기 절구와 도자기를 두었다. 레고레타의 다른 건축에서도 흔 히 나타나는 격자 무늬의 출입문은 우리의 전통 창호 문살과 흡사한 양식이다. 언뜻 모던한 세련미로 다가오는 그의 조형 언어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민예적인 전통 미감이 모던한 감각으로 표출된 것이다. 토착적 미감의 현 대화라는 예술의 해묵은 과제가 레고레타의 건축에선 무리 없이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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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복도. ← <시론 생명 과학 연구소 (Chiron Life & Science Laboratories)>(1999년) 의 격자 무늬 문. ↑ 1층 전시실 입구에서 본 중정 연 못과 로비.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로 읽는 레고레타의 텍스트 5

지역주의의 세계적 보편성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멕시코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레고레타는 식민지 이전 시기의 멕시코, 식민지 시기의 스페인 식 바로크, 스페인^멕시코의 토착성을 두루 경험했다. 이런 유년기의 경험이 그의 건축 영감의 원류가 되었으며, 지역주 의가 세계적 보편성을 얻는 데 큰 자산이 되었다. 특히 식민지 이전 시기 마야 문명, 아메리카의 원주민 인디오 문화에서 체득한 낙천적인 해학과 강렬한 원색 색감, 즉 화이트, 레드, 핑크, 블루 등 높은 채도의 원색이 반복적인 줄무늬로 교직 된 민예품의 아름다움은 형태와 색채를 구사하는 그의 건축 어휘에서 기본 뼈대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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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로 읽는 레고레타의 텍스트 6

집과 사람, 자연의 일체감

두 타입(type)으로 구성된 2층의 유니트 모델에도 빛과 색채의 조화가 눈부시다. 벽과 바닥, 침실의 베드 시트와 집기, 소 품에 이르기까지 화이트와 핑크, 마젠타, 옐로우, 블루가 일관된 색감을 유지하며, 창밖으로 스며든 엷은 석양의 빛으로 곱게 물들고 있었다. 넓은 통유리 테라스 창으로 전경의 싱그러운 솔숲과 원경의 서귀포, 중문의 푸른 해안선이 하나의 파 노라마로 펼쳐지고, 산방산과 송악산, 멀리 가파도까지 거침없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양의 전통 조원 방식에서 이런 걸 차 경(借景)이라고 했다든가. 외경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집과 사람, 자연의 일체감을 누린 도가 사상의 생활적 실천이다. 장 자가 역설한 삶의 예술화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일몰의 한때, 노을 진 바닷가 언덕 테라스에 사랑하는 이와 마주앉아 물 소리, 바람 소리를 안주 삼아 노을빛 닮은 한 잔의 와인을 음미한다면 무딘 가슴에도 그리운 시심이 일렁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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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유니트 1A의 발코니와 베드 룸. ↑ 1층 중정 연못. 발코니와 연못 너머로 중문 해수옥 장과 중문 골프장, 군산, 산방산 등 이 차례로 보인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로 읽는 레고레타의 텍스트 7

빛과 색과 시간이 만나는 결

레고레타에게 빛과 색채는 건축의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건축 그 자체이다. 색채는 정서와 감정을 담아 공간의 의미를 해 독하는 기호이기도 하고, 색채와 빛이 만나 시간의 결을 따라 이루는 풍부한 변주는 종교적 신성과 영성의 길로 우리를 인 도한다. 그의 건축에서 우리가 무어라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묘연한 아우라의 정체는 여기서 연유한다. 색채와 빛을 다루는 레고레타의 장인성은 섬세한 붓질로 빛과 그림자를 탁월하게 조율해 영혼의 깊이를 창조해낸 ‘빛과 영혼의 화가’ 렘브란트에 비견될 만하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로 접한 레고레타의 텍스트는, 선과 선이 만나 이루어지는 기하학 적 간결성과 빛과 색채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감성적 풍부함, 거친 혼돈과 정제된 질서, 기능적 명료성과 장식적 섬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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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람없이 소통하는 아름다움으로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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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 및 1층 평면도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동 2700-2 대지 면적 : 53,354㎡ 연면적 : 1,279.4㎡ (1층 : 909.7 ㎡, 2층 : 369.7㎡) 규모 : 지상 2층 | 구조 : 철골 외장 : plaster, paint, glass 내장 : wood, paint, fabric 시공 : 우원디자인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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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측면도 ↙ 서측면도

← 남측면도 ↙ 동측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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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사 델 아구아(Casa del Agua)> 호텔 & 리조트 레지던스 모형. ↑중문 앞 바다에서 바라본 <카사 델 아구아(Casa del Agua)>와 제 주 국제 컨벤션 센터. 모형 합성 사진.

<카사 델 아구아>가 갖는 욕망의 지점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떠돌이 찰리가 물가에 지은 오두막처럼 쓰러져 가는 오두막일망정 사랑하 는 이와 단란한 삶을 누릴 수 있으면 좋은 집이다. 집에 관한 한 가장 건강한 욕망이다. 이와 대척점엔 무엇이 있을 까. 천민자본주의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에서는 집을 주거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순전히 시세 차익을 탐하 는 투기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집에 관한 한 가장 저열하고 천박한 욕망이다. 이 양극 사이에서 < 카사 델 아구아>란 이름의, 이른바 고급 세컨드 하우스가 갖는 욕망의 지점은 어디쯤일까. “건축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하며, 우리 삶의 살아 있는 가치를 회복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건축은 왕이나 거지를 막론하고 사람 모두에게 집 같은 편안함을 주어야 합니다”라는 말에서 우리는 레고레타의 분명한 건축 철학을 읽을 수 있다. “휴머니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유지하고, 물질과 권력에 봉사하는 천박함 이 없어야 할 것”이라는 말도 백번 옳다. 그가 실제 멕시코의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단지 설계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감도와 모형으로 본 앵커 호텔과 리조트 레지던스의 미래상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주변의 지세를 고려해 좀 더 낮고 소박하게 지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지삿개의 수려한 자연 경관 속에 들어앉을 <카사 델 아구아>가 서 귀포 해안의 시각 환경에 미칠 영향이 어떨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명성에 걸맞은 명 소가 될 것인지, 그저 호화스런 고급 호텔과 콘도의 하나로 치부될 것인지도 미지수다. 다만 그 곳에 머무는 사람 들은 물론 탐방객들에게도 아무런 부담 없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집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글쓴이 김현돈은 부산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하였다. <현실주의 미학이론에 관한 연구—게오르그 루카치를 중심으 로—>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때 문화방송, 주간 독서신문 기자를 지냈으며 부산대학교, 동아대학교, 울산대학교 등 여러 대학 강사를 거쳐 현 재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로 있다. 월간 <미술세계> 미술평론상 공모에 당선하여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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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10호 | 이슈 2 오월의 궁 그늘을 드리운 서울광장

지난 5월 초, 한시적이긴 했지만 그늘 한 점 없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침내 그늘이 드리워졌다. 9일간 펼쳐진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9를 상징하는 조형물이자, 개막식과 팔색무도회의 풍성한 무대가 된 <오월의 궁>이 만들어 낸 그늘이었다. 디자인 감독을 담당했던 장윤규 교수(국민대 건축학과)는, 광장의 개방성은 견지하되 축제의 다양한 컨텐츠를 수용하는 장치로 패브릭 케이블을 활용한 메쉬 구조물을 선택했다. 비록 시간이 꽤 흘러 남은 건 사진과 기억뿐이지만, 열린 광장의 여러 기능 중 하나인 ‘축제의 장’으로 서울광장이 어떻게 변신할 수 있었는지, 또 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어떤 기술적인 노력이 있었는지를 기록으로 남겨 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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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 운생동건축사사무소(주), 장윤규(국민대학교 건축대학)+신창훈, 김성민, 김민태, 서혜림 ⓦ 설치 시공 | MakMax Korea Inc.(Taiyo Group)마크막스코리아(주) (타이요 그룹) ⓦ 프로젝트 총괄 | 배부환 ⓦ 프로젝트 매니저 | 장일순 ⓦ 현장 매니저 | 박영조, 조준기 ⓦ 설치 기간 | 2009. 4.27~5.1 ⓦ 이벤트 기간 | 2009.5.2~5.10 ⓦ 철거 기간 | 2009.5.11~5.13 ⓦ 패브릭 타입 | Mesh(PVC), Mesh(Nylon) ⓦ 멤브레인 표면 면적 | 8,400m2 ⓦ 유니트 개수 | 42 유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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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치도.

마치 수많은 꽃분홍의 용오름이 서울 하늘을 뒤덮은 듯한 <오월의 궁>은 축제의 랜드마크 조형물로서

키워드 天宮, 川宮, 千宮

최장 200m에 달하는 60여 개의 섬유 소재 라인들이 이루는 거대한 환경^도시 조형물이다. 완만한 곡 선을 그리며 서울시청과 프라자 호텔 등 주변 건물을 연결하는 이 조형물은 궁궐의 전통적인 장막 ‘용 봉차일(龍鳳遮日)’을 모티브로 삼아 궁정 연회장에 축제의 왕인 시민을 모신다는 의미를 담았다. 왕가 를 상징하는 용과 봉을 그려 궁정 의례에 사용하였던 천막의 일종인 용봉차일은 성종 때 권신 한명회 조차도 이를 청하였다가 하옥되었다는 기록이 보여주듯 궁중만의 특별한 것이었다. 즉, 전통적 궁궐 연회나 축제를 서울시민 모두가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현대적 축제의 장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오 월의 궁> 디자인의 주요 콘셉트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천궁이란 키워드가 다음과 같이 제안되었다.

천궁

천궁(天宮: sky palace), 천궁(川宮: stream palace), 천궁(千宮: thousand palace)을 의미하며, 축제 의 장소이면서 축제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즐거운 상상과 꿈을 실현시키는 연결매체이다. 천궁은 보고 즐기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서는 움직이는 반응체이다. 천궁(天宮: sky palace)은 하늘 속 구름으로 만들어진 상상의 궁궐이다. 용봉차일의 개념을 천궁에 적 용하여 달콤한 솜사탕과 같고 가볍고 신선하며 젊은 에너지의 궁을 제안했다. 천궁의 구름 마당에서 벌어지는 한바탕의 춤사위가 상상된다. 하늘을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입체적이며 불확정적인 천과 막 을 통해 우리의 축제가 무중력의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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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2 : 오월의 궁


천궁(川宮: stream palace)은 현실에서는 실제로 구현할 수 없지만, 하늘에 가상의 물길을 자유롭게 그려가는 것을 상상한 것이다. 머리 위로 길게 늘어지는 여러 종류의 부유하는 막과 천의 길은 축제의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선이다. 각기 다른 물줄기 네트워크를 통해 축제의 여흥을 만들어 가는 생명 의 연결체가 천궁(川宮)이다. 가상의 물의 길이 한국의 선을 연상시키며 부드럽게 축제의 공간을 장 악하길 기대했다. 천궁(千宮: thousand palace)은 축제의 수많은 향기와 빛과 소리와 퍼포먼스로 만들어지는 천궁의 이야기가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혼합된 경험을 상상하게 한다. 시간에 따 라 풍경은 변화하는데, 낮 시간 동안 태양의 빛은 막과 천으로 그림자를 만들며, 그림자는 푸른 잔디 위에 불확정적이고 자유로운 그림자 회화를 만들어 낸다. 또한 바람에 조금씩 반응하는 막과 천의 미 세한 움직임은 푸른 바다에 돛대를 단 배처럼 설레는 움직임을 만든다. 이와 동시에 도심을 휘감은 막 의 스케일은 하늘과 조우하는 장엄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이처럼 천궁(千宮)으로 다시 태어난 서울시 청 앞 광장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축제의 환영적 공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밤에는 도시의 어둠 속에서 새로운 빛의 옷으로 갈아입은 천궁(千宮)으로 다시 태어난다. 어두운 공간 을 가로지르는 빛의 막은 연출된 조명과 영상을 담는 스크린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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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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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wIde Issue 2 : 오월의 궁


또한 <오월의 궁>은 광장과 거리, 건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소통의 구조체로, 축제의 공간을 서울 광장에만 국한하지 않고 도심 전체로 무한히 확장하는 유기적인 도시 공간 조형물이다. 이는 도심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친환경적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다. 건물을 스친 바람이 만들어 내는 에너 지로 움직이고, 반투명 소재를 통과한 광선이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입체적인 조명으로 변화하는 환상 적인 축제의 무대를 구상했다. 낮에는 바람을 타고 춤을 추듯 흔들리며 팔색놀이마당의 흥을 돋우고, 밤에는 화려한 조명과 미디어 아트 그리고 다양한 음악으로 시민의 신명을 보여줄 환상적인 팔색무도 회장으로 변신을 꾀한다. 물론 안전관리에 대한 고려도 간과될 수 없는 주안점이었다. 설계 풍하중 10 ㎧를 기준으로 설계, 제작되었는데, 이는 태풍주의보에도 견뎌낼 수 있는 기준이다. (자료제공 : 건축가 그룹 운생동) 디자인 감독 장윤규는 현재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축가 그룹 운생동, 건축을 넘어선 문화적 확장을 위한 갤러리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 다. 이집트대사관, 광주디자인센터,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금호주택문화관 크링(Kring)으로 대표되는 장윤규의 건축물들은 물리적 실체보다는 건축물과 관련된 보이지 않는 현상들의 탐구에 주력한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실험적인 이론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1994년 신건축 타키론 국제공모전을 시작으로, 베니스비엔날레 아이디어 공모전, 무형문화재 예술의 전당 공모전 등 국내외의 굵직한 공모전을 당선된 경력을 비롯, <Architectural 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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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Vanguard Award, 2008 대한민국 우수디자인 국무총리상, 한국공간디자인 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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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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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생동 장윤규 대표는 2009년도 하이서울 페스티벌 <오월의 궁-천궁>의 총감독으로서 이번 계획안

구조적 안전을 해결하기까지

을 디자인했으며, 이러한 디자인이 실현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도출하고자 막구조 전문 업체와 협 의를 갖게 되었다. 처음 디자인 계획을 본 막구조 담당자는 아직 막구조를 활용하여 이러한 조형물을 실현해 본 적은 없지만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희망적인 조언을 했고, 이 디자인은 그림이 아닌 현 실화를 목표로 진전되어 갔다. 설계 단계에서 많은 고민을 했기에 이 디자인은 많은 현실성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전문 엔지니어(막구조 엔지니어)의 크나큰 난제가 있었고, 그것은 바로 구조적 안전성 이었다. 유사 사례조차 찾아보기 힘든 이 디자인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접근해 보지 못한 방법을 얽힌 실타래 풀듯이 꼼꼼히 찾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5월 최고 풍속 + 안전율 = 구조설계 기준

우선, 가설 설치물이라는 전제 조건을 가지고 출발했다.(행사 기간 동안 설치되고, 사후 철거되기 때문 에) 구조설계 기준을 이 조형물이 가진 특수성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 1단계였다. 5월 초의 행사 시점 은 구조물을 적설 하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가장 문제인 바람(풍하중)의 영향 은 강풍이 불지 않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여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5월 동안 서울 시내 바람의 최고 풍속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 풍속에 안전율을 고려하여 새로운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이 작업은 조형물 하나하나가 가지는 예상 최대 응력값을 최적화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 고, 최적화된 응력은 구조물을 지지해 주는 기존 구조물(프라자 호텔, 프레지던트 호텔, 재능교육 건 물, 시청 아트펜스 등)과 신규 구조물(광장 내 철골 구조물)에 효율적인 보강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바람에 견디는 재료의 선정

2단계에서는 적용할 재료의 선정이었다. 풍하중의 영향을 받기에 풍하중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이 필 요했고, 그것은 빈 공간을 가진 메쉬(mesh)가 해결책이었다. 즉, 바람의 영향을 완화하여 받게 되고, 시각적 표현도 가능하게 해 주는 적정한 재료였다. 이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하나였다. 최악의 상 황(기상이변 등)에 대비한 안전성 확보였다. 아무리 가설 구조물이라 해도 사고에 대비를 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패브릭 케이블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성지의 휴게 개폐식 막구조물에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철제 케이블은 구조물 낙하 시 제2의 피해 를 유발시키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기에 패브릭 케이블은 이 구조물을 위한 최적의 디테일이었다. 메 디나 성지에서는 성스러운 곳에 철제 케이블은 안 된다는 조건 때문에 패브릭 케이블을 고안하여 적용 한 것인데, 이 디테일이 이번 구조물에 적합하게 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렇게 대부분의 요소를 결정한 후, 구조해석 시뮬레이션 검토를 하여 목업(mock-up) 테스트 단계로 진입했다. 하지만 목업 테스트 결과 메쉬 원단 역시 풍하중의 영향이 적지 않은 재료였다. 문제는 바람 이 구조물에 영향을 주는 방향이었다. 항상 구조물의 면에 수직하게 바람이 불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측면으로 입사각을 갖고 입체적으로 들이치는 바람에 메쉬 역시 강한 응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입 체적인 방향성을 가진 바람을 유연하게 스쳐 지나가게 해줄 재료가 필요했다. 우리는 그래서 입체적 인 직조 형상을 가진 메쉬 재료를 생각했고, 원단 생산사에 구조 기준을 부여하여 제작을 의뢰하였다. 이 입체 직조 메쉬가 모든 방향의 바람을 잘 통과시켜 주어 목업 테스트 결과 생성되는 응력이 기준 이하가 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최종적으로 재료가 결정되었다. 이제 3단계로 이 구조물을 지지해 줄 지점 구조물들이 해결 과제였다. 주변 시설물의 시설 담당자들은

시멘트 벽돌을 쌓아 만든 지점 구조물

패브릭 케이블을 활용한 메쉬 구조물을 가볍게 받아들였다. 물론 시청 행사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 지가 전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제는 광장 내에 설치될 신규 구조물에 ‘어떻게 각 구조물을 지지 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할 것인가?’ 였다. 기초의 설치가 불가능한 서울 광장의 여건에서 항상 부딪히는 숙제였다. 처음에 우리는 모래주머니를 활용한 무게 재하를 검토하였고, 보다 현실적인 고려 하에 시 멘트 벽돌을 임대하여 적재하기로 결정했다. 이 시멘트 벽돌은 각 구조물이 필요로 하는 응력을 무게 로 버티게 해 주었다. 각 구조물마다 평균 100톤 내외의 벽돌이 적재되어야 했다. 이렇게 여러 고비를 넘겨가며 행사를 위한 조형물과 구조물의 설치가 진행되었다.

80

wIde Issue 2 : 오월의 궁


서울 광장 내의 구조물 설치는 매우 색다른 경관을 연출했다. 열린 서울의 중심에서 봄 햇살을 즐기려 는 시민들과 구조물 설치가 진행되는 현장의 어우러진 모습이 특별하고 신선했다. 도로를 횡단하는 구조물은 장비를 활용해 허공에서 허공으로 하늘에 선을 그어 나가기 시작했다. 광장의 허공에서도 시청에서 각 광장 구조물로 제각각 뻗어가는 선들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제 위치를 찾은 그 선들은 광 장을 허하도록 뻥 뚫린 개방감에 적절한 무게를 실어 주어 차분한 광장으로 만들어 주었고, 허공의 선 들이 만들어 낸 그림자로 광장 내 시민들은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한낮에 광장으로 나와 조형물 그림 자를 그늘 삼아 도시락 점심을 먹는 시민들의 모습은 예상하지 못한 풍경이었다. 완성된 조형물은 광 장을 다른 공간으로 변모시켰고, 사람들을 잘 품어 내었다. 일주일간의 행사는 별 탈 없이 마무리되고, 철거도 무사히 마쳤다. 이제 남은 건 사진과 기억뿐이다. 내년에는 또 다른 디자인으로 새롭게 변모할 광장을 그려 보며,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과 웃으 며 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 무척 행복하다. ⓦ 글 | 장일순(<오월의 궁> 프로젝트 매니저, 마크막스코리아(주) 부장)

↑ 연결 포인트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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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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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선들이 연출해 내는 색다른 경관

81


설치이미지

철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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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2 : 오월의 궁


와이드 10호 | 이슈 3 LEED와 LEED AP 미국 친환경 건물 인증 시스템 LEED의 운영과 사례 LEED란 미국 그린 빌딩 위원회(The United States Green Building Council)가 만들어 친환경 건물의 디자인, 건축, 운영의 척도로 사용되는 친환경 건물 인증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조성되고 있는 인천 송도 신도시가 미국 그린 빌딩 위원회에 의해 친환경도시 인증(LEED-ND) 시범 프로젝트로 선정되었으며, 이중 어떤 건물은 LEED 최고 단계인 플래티늄 빌딩을 목표로 한다고 전해진다. LEED 인증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전문가를 일컫는 LEED AP도 국내에 100여 명 이상이 이미 자격을 획득하였다. 더 이상 우리와 무관한 이야기가 될 수 없는 LEED와 LEED AP, 그 운영과 실태를 들여다 보자. (편집자 주)

01

02

ENERGY STAR와 LEED

LEED 인증이란

초록으로 대변되는 친환경 운동은 건축계도 예외가 아닐 수

1993년에 설립된 비영리 기관 USGBC(U.S. Green Buil-

없다. 그러나 무엇이 친환경 건축인가에 대해 답하기란 그리

ding Council http://www.usgbc.org/)는 학문, 건축, 엔

쉬운 일이 아니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효과를 줄이는

지니어, 정부, 소유자, 제품 제조 업체 및 환경 운동가와

것만이 지속가능한 건축인가? 1992년 미국 환경부는

같은 건설 업계의 모든 기관이 포함되어 있는 공동체이다.

자발적으로 ENERGY STAR라는 에너지 효율 라벨을

친환경 건축에 관련된 포럼, 엑스포 등 환경 건축 교육에

상품에 붙이도록 하였다. 에너지 스타는 다른 보통 제품에

힘쓰고 있으며, 환경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더해짐에 따라

비해, 혹은 다른 건축에 비해 얼마나 에너지 효율적인가를

그 규모는 매년 기하 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USGBC

수치로 정확하게 나타내 준다. 컴퓨터나 모니터 등의 사무실

가 1998년 최초 시험적으로 공개한 LEED는 Leadership

전자 제품, 전등이나 냉장고 등의 가전 제품뿐만 아니라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의 약자로 건축

건축의 냉온방 시스템에도 에너지 스타의 상품이 있다. 미국

디자인부터 시공, 운영, 유지까지 건축 활동의 모든 과정을

NAC/ARCHITECTURE가 디자인한 LAEKS 고등학교는

점수로 환산할 수 있는 틀이다. 건축이 LEED 인증을 받았다

에너지 스타 상품을 이용하여 연평균 이산화탄소 발생률을

함은 건축이 환경 친화적으로 디자인되어 운영, 유지되고

26% 감소시켰고 7,373,942kBtu의 에너지를 절약한 결과,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2009년 4월 Version 3을

ENERGY STAR 79(1:낮음-100:높음) 등급을 받았다.

발표한 USGBC는 스스로 ‘국제’적인 친환경 건축 등급

이처럼 ENERGY STAR가 오로지 에너지 효율만을

시스템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국제적인

보여주는 결과론적 친환경 수치를 나타낸다고 하면, LEED

것인지, 이 시점에서 미국의 인증 도장을 우리나라가 받아야

는 모든 건축 과정의 친환경적 활동을 보여주는 과정론적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수치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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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83


03

LEED 검토 항목 LEED는 건축의 지속가능한 부지 선정, 효과적인 물의 사용과 절약, 에너지와 공기, 재료와 자원, 실내 환경의 질, 건축물의 위치와 지역 관계, 환경과 건축의 이해와 교육, 혁신적 디자인, 지역 우선 목표 등을 검토하여 점수를 채점한다.

SS

Sustainable Sites (지속가능한 부지) - 이미 개발된 지역 선정을 지향하여 건축물의 자연환경 침해를 최소화 - 대중 교통수단이나 자전거의 이용 장려 - 건설 활동 시에 일어나는 토지의 침식이나 그 침식으로 인해 일어나는 물의 오염 방지 - 토속 환경에 맞는 조경 - 우수(강수로부터 비롯하여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하수도로 들어가는 지표를 흐르는 물) 관리 - 건축으로 인해 발생되는 빛 오염과 열섬 현상에 대한 보호

WE

Water Efficiency (효율적인 물 사용) - 절수용 변기, 절수형 위생기기 등의 설비 이용 - 생활하수의 재처리 이용, 절수에 효과적인 조경의 선택

EA

Energy & Atmosphere (에너지 및 공기) - 에너지 절약에 효과적 디자인과 건설 - 효과적 냉난방 시스템 및 조명, 기타 장비의 설치, 검증 및 모니터링 - 재생 가능한 자원의 에너지 사용

MR

Materials & Resources (재료 및 리소스) - 지역적이고 재생 가능하며 재활용되는 재료 사용 - 산업 폐기물의 분리수거와 재활용 장려

IEQ

Indoor Environmental Quality (실내 환경의 질) - 유해한 실내 가스와 소음 감소 - 일광과 시야, 깨끗한 공기 공급

LL

Locations & Linkages (위치와 지역 관계 : 주택에만 적용) - 재개발 지역의 대지, 기존의 도시 기반 시설이 있는 대지 선정 지향

AE

Awareness & Education (인식과 교육 : 주택에서만 적용) - 주거자나 주거 관리자를 대상으로 무엇이 어떻게 친환경 건축을 만드는가에 대한 교육과 홍보

ID

Innovation in Design (혁신 및 디자인 프로세스) - 모든 카테고리에서 모범적인 성과로 포상할 수 있는 보너스 점수 또는 참신하고 효과적인 기술 - LEED AP에 대한 포상

RP

Regional Priority(지역 우선 목표) - 미국 주의 지역 특성에 따라 다르게 보너스로 지급되는 점수 - 예를 들어 시애틀의 경우 MRc5, SSc5, SSc6.1, EAc1(95+ rating/45 percentile), EAc4(12%/100%) 중에서 어느 한 카테고리의 점수를 받으면 1점을 더 받게 된다. - 아직 미국 본토를 제외하고 이 크레딧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Puerto Rico/U.S., Virgin Islands 두 곳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 크레딧을 받을 수 없다.

84

wIde Issue 3 : LEED와 LEED AP


03

LEED 인증을 위하여는 각 건축의 특성에 맞는 안내서를 참고하여야 한다. LEED 안내서

안내서 가격 Workshop

Member

Non-Member

Hard Copy

$125

$150

$185

E-Copy

$115

$140

$175

건축의 특성에 따라 등급 제도를 구분하고 있는데 새로운 건축물(New Construction), 기존 건축물(Existing Building, 에너지 효율성 및 무독성 운영에 중점), 상업 시설 내부(Commercial Interiors, 문과 벽, 조명과 배관 설비), 코어 및 쉘(Core & shell, 외부 벽 및 창문, 전기 및 배관 시스템), 학교(School, 초^중^고등학교를 위한 특별한 학교 공간 디자인과 건설), 소매점(Retail), 의료 시설(Healthcare), 가정(Home, 시험 단계에 있는 새로운 건물만) 그리고 인근 개발(Neighborhood Development, 지역 개발) 등이 있다. LEED의 종류에 따라 LEED 인증에 요구되는 점수도 다르며 각 항목에서 요구되는 점수 또한 다르다. LEED V3의 가장 커다란 평가 체계의 변화는 에너지 부분으로, 전체 점수의 35% 이상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과거 LEED 모델이 지속가능한 건물을 설계하고 만드는, 프로그램 자체를 시작하기 위한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였다면, 지금의 모델은 보다 실제적으로 환경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수정됨을 보여 준다. LEED 인증 점수 LEED 2009 for

New Construction and Major Renovations

Existing Buildings

Core & Shell Development

Commercial Interiors

Certified

40–49

34-42

40–49

40–49

Silver

50–59

43-50

50–59

50–59

Gold

60–79

51-67

60–79

60–79

Platinum

80 points and above

68-92

80 points and above

80 points and above

2009년에 Platinum 등급을 받은 건축물은 등록비를 제외한 LEED 인증비를 모두 되돌려 받는다. 2010년 이후의 Platinum 등급을 받은 건축물이 LEED 인증비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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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85


03-04

LEED 종류에 따른 항목의 점수 New Construction and Major Renovations

Existing Buildings

Core & Shell Development

Commercial Interiors

Sustainable Sites

26

9

28

21

Water Efficiency

10

4-10

10

11

Energy and Atmosphere

35

13-30

37

37

Materials and Resources

14

9-14

13

14

Indoor Environmental Quality

15

16-20

12

17

Innovation in Design

6

4-7

6

6

Regional Priority

4

4

4

LEED Accredited Professionals (이하 LEED AP) LEED AP란 건축 전문인과 구별되는 리드 인증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으로 친환경 건축과 리드 등급 시스템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갖춘 사람이다. LEED AP는 건축가뿐만 아니라 시공자, 부동산 개발자, 건축주 누구나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2001년 이후 75,000여 명의 LEED AP가 배출되었다. LEED AP는 2008년 1월에 만들어진 the Green Building Certification Institute(GBCI http://www.gbci.org)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3단계로 세분화되었고 5종류로 전문화되었다. LEED Green Associate란 친환경 건축의 디자인, 건설 그리고 유지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갖춘 사람으로 보다 전문적 LEED AP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과정, 즉 첫 번째 시험이다.

LEED AP의 그 두 번째 과정, 즉 두 번째 시험은 특정한 분야에 더욱 전문화된 자격이다. LEED AP Homes, LEED AP Interior Design + Construction, LEED AP Building Design + Construction, LEED AP Operations + Maintenance, LEED AP Neighborhood Development 가 있다. LEED AP 의 세 번째 단계로는 LEED Fellow 로 친환경 분야에 지속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다. 아직 이 단계는 개발 중에 있다. LEED 인증을 받기 위해 LEED AP 자격증은 필수 사항이 아니지만, 프로젝트 팀 중에서 중심 멤버 한 명 이상이 LEED AP인 경우 Innovation in Design, Credits 2(IDc2)에서 한 점을 받을 수 있다. LEED AP의 과정이 세분화, 전문화 되면서 시험 가격은 LEED GA 신청비 $50, 시험비 $200(USGBC 회원 $150), LEED AP 신청비 $50, 시험비 $450(USGBC 회원 $300)으로 인상되었다. 또한 LEED AP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회비를 내야 한다. 세계 수많은 건축인이 LEED AP가 되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USGBC에 쏟아 붓고 있다. 어떠한 기관의 일원으로 회비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격증 관리를 위한 또 다른 기관이 생겨나고 $550에서 $750의 돈이 있어야만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것은 돈으로 자격증의 희소성과 전문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경기의 침체와 설계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관계로 건축주가 LEED 인증을 꺼려하는 상황에서도 건축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LEED AP 가 되기를 적극 지원, 권장하고 있다. LEED는 ENERGY STAR와 같이 인증된 상품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보다 더 효과적인 LEED AP라는, 개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명함’을 갖고 있다. 혹여 LEED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USGBC 가 인증자 양산을 목적으로 LEED AP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86

wIde Issue 3 : LEED와 LEED AP


05

LEED 건축의 예 워싱턴주 스포케인의 3층짜리 비즈니스 사회과학 건물인 <snw’ey’-mn>은 LEED V2에서 LEED Gold 인증을 받았다.(Design:NAC/A RCHITECTURE, Size:70,000 SF, Cost:$11,600,0 00 ) *그림 01 이 건축물은 물이 고여 있는 변기가 아니라 물이 흐르는 변기를 사용함으로써 40%의 물을 절약(Wec3)하였다. 이중 유리로 처리된 외벽은 90%의 내부 공간에 외부 시야를 확보(IEQc8.2)해 주며, 외벽 내 자동 환기 시스템과 차양 시설은 실내 온도 조절 기능을

01

한다. 내부 복도에 설치된 빨강 파랑 신호등은 창 개폐 여부의 때를 알려 준다. 75%의 내부 공간에 데이 라이트(daylight)가 들어오도록 (IEQc8.1) 디자인하였으며 시공 기간 동안 발생되는 건설 폐기물 중 95%를 분리수거(MRc2)하였다. 인테리어의 주된 재료는 MDF, 리놀륨(Linoleum), 대나무(MRc7), 재활용된 카펫(MRc4)이며 콘크리트와 시멘트 벽돌은 모두 주변 지역에서 생산된 것(MRc5) 으로 건축 과정에서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했다. 이 건축물은 2년 동안 풍력 에너지를 이용(EAc6 & IDc1)하여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것이다. *(그림02, 03, 05) *(그림 04) LEED는 사람에게 쾌적하고 안락한 건축을 추구하며 환경 오염을

02

최소화 하도록 만드는 친자연 건축 활동의 훌륭한 틀임이 확실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친환경 건축과 친환경 건축 활동을 측정하는 우리 나름의 틀일 것이다. LEED의 표준은 미국 기본 업계 표준 (대기 환경부나 에너지 연구소)을 포함한 각각의 포인트에 대한 여론을 모아 수립되었다. LEED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LEED 의 틀에 맞추기 위한 표준들(Appendix G of Standard 혹은 ASHRAE American Society of Heating, Refrigerating and Air-Conditioning Engineers)을 모두 안고 오는 것이다. 아직도 시스템 개발 중인 LEED를 있는 그대로 받아 타이틀을 달기 전에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틀이 어떠한 것이냐에 대한 연구가 03

시급하다.

04

영국에는 주거 건축물을 대상으로 ‘Eco Homes’, 상업용 건축물을 대상으로 BREEAM (BRE(영국건축연구소)’s Environmental Assessment Method) http://www.breeam.org)라는 친환경 등급 제도가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 핀란드, 일본은 정부 주도하에 대학, 연구 기관, 제조 업체가 친환경 자재, 실내 환경 개선 방안을 연구 개발하여 친환경 건축 권장 기준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LEED는 성경이 아니라 좋은 참고서일 뿐이다. 미국의 친환경 건축의 틀일 뿐이다. LEED가, 친환경 건축이라는 명확하고 실제적인 틀이 없는 우리나라 건축 실정에서 사례가 됨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아직도 개발 중인 이 시스템을 우리나라 도시에 무조건 적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다. ⓦ

05

글 | 김정희(NAC/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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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87


NEED NC&MB 체크 리스트 LEED 2009 for New Construction and Major Renovations Project Checklist Sustainable Sites

26 Possible Points

Prerequisite 1 Construction Activity Pollution Prevention Required Credit 1 Site Selection

1

Credit 2 Development Density and Community Connectivity

5

Credit 3 Brownfield Redevelopment

1

Credit 4.1 Alternative Transportation—Public Transportation Access

6

Credit 4.2 Alternative Transportation—Bicycle Storage and Changing Rooms

1

Credit 4.3 Alternative Transportation—Low-Emitting and Fuel-Efficient Vehicles

3

Credit 4.4 Alternative Transportation—Parking Capacity

2

Credit 5.1 Site Development—Protect or Restore Habitat

1

Credit 5.2 Site Development—Maximize Open Space

1

Credit 6.1 Stormwater Design—Quantity Control

1

Credit 6.2 Stormwater Design—Quality Control

1

Credit 7.1 Heat Island Effect—Nonroof

1

Credit 7.2 Heat Island Effect—Roof

1

Credit 8 Light Pollution Reduction

1

Water Efficiency

10 Possible Points

Prerequisite 1 Water Use Reduction Required Credit 1 Water Efficient Landscaping

2-4

Credit 2 Innovative Wastewater Technologies

2

Credit 3 Water Use Reduction

2-4

Energy and Atmosphere

35 Possible Points

Prerequisite 1 Fundamental Commissioning of Building Energy Systems Required Prerequisite 2 Minimum Energy Performance Required Prerequisite 3 Fundamental Refrigerant Management Required Credit 1 Optimize Energy Performance

1-19

Credit 2 On-site Renewable Energy

1-7

Credit 3 Enhanced Commissioning

2

Credit 4 Enhanced Refrigerant Management

2

Credit 5 Measurement and Verification

3

Credit 6 Green Power

2

Materials and Resources

14 Possible Points

Prerequisite 1 Storage and Collection of Recyclables R equired Credit 1.1 Building Reuse—Maintain Existing Walls, Floors and Roof

1-3

Credit 1.2 Building Reuse—Maintain Existing Interior Nonstructural Elements

1

Credit 2 Construction Waste Management

1-2

Credit 3 Materials Reuse

1-2

Credit 4 Recycled Content

1-2

Credit 5 Regional Materials

1-2

Credit 6 Rapidly Renewable Materials

1

Credit 7 Certified Wood

88

wIde Issue 3 : LEED와 LEED AP


NEED NC&MB 체크 리스트 Indoor Environmental Quality

15 Possible Points

Prerequisite 1 Minimum Indoor Air Quality Performance Required Prerequisite 2 Environmental Tobacco Smoke (ETS) Control Required Credit 1 Outdoor Air Delivery Monitoring

1

Credit 2 Increased Ventilation

1

Credit 3.1 Construction Indoor Air Quality Management Plan—During Construction

1

Credit 3.2 Construction Indoor Air Quality Management Plan—Before Occupancy

1

Credit 4.1 Low-Emitting Materials—Adhesives and Sealants

1

Credit 4.2 Low-Emitting Materials—Paints and Coatings

1

Credit 4.3 Low-Emitting Materials—Flooring Systems

1

Credit 4.4 Low-Emitting Materials—Composite Wood and Agrifiber Products

1

Credit 5 Indoor Chemical and Pollutant Source Control

1

Credit 6.1 Controllability of Systems—Lighting

1

Credit 6.2 Controllability of Systems—Thermal Comfort

1

Credit 7.1 Thermal Comfort—Design

1

Credit 7.2 Thermal Comfort—Verification

1

Credit 8.1 Daylight and Views—Daylight

1

Credit 8.2 Daylight and Views—Views

1

Innovation in Design

6 Possible Points

Credit 1 Innovation in Design

1-5

Credit 2 LEED Accredited Professional

1

Regional Priority

4 Possible Points

Credit 1 Regional Priority

1-4

LEED 체크 목록은 크게 7개의 항목이 있으며 LEED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모든 항목에서 필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한 부지(Sustainable Sites)에서 필수 조건(SSp1)으로 건설 환경에 우수가 처리되는 시설, 우수에 의한 침식 방지 시설, 건설 지역의 먼지로 인한 공기 오염 방지 시설이 되어 있어야 하며, SSc1에서 SSc8중 어떠한 점수를 받을 것인가는 건축물과 부지 상태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글쓴이 김정희는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인하대학교 디자인 그룹 LINE MASS 18기이며 2003년 건축문화대상 입상, 2004년 건

~

~ ~

축문화대상 금상을 수상하였다. 2008년 LEED AP를 취득, 현재 미국 시애틀 NAC/ARCHITECTURE에서 실무를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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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89


LEED 인증 과정과 요금 LEED 인증 과정은 모두 온라인(https://leedonline.usgbc.org)상으로 이루어진다. 건축물의 특성에 맞는 LEED를 선택하여 등록한 후, LEED 인증 신청을 위한 준비를 한다. 규모에 따라 LEED 인증 신청 비용을 내고, 모든 항목에 따라 도면과 서류를 LEED Online으로 업로드 한다. 인증은 디자인과 건설 과정을 나누어서 인증 받는 방법과 디자인과 건설 과정을 동시에 인증 받는 방법이 있다. 등록비

Fixed Rate

Members

$450.00

Non-Members

$600.00

인증비 2009년 12월 31일까지 유효

LEED 2009; New Construction, Commercial Interiors, Schools, Core & Shell full certification Design Review      USGBC Members      Non-Members           Expedited Fee*  Construction Review      USGBC Members      Non-Members           Expedited Fee*  Combined Design & Construction Review      USGBC Members      Non-Members           Expedited Fee* LEED for Existing Buildings  Initial Certification Review      USGBC Members      Non-Members           Expedited Fee*  Recertification Review**      USGBC Members      Non-Members           Expedited Fee* LEED for Core & Shell: Precertification      USGBC Members      Non-Members           Expedited Fee* CIRs (for all Rating Systems)

Less than 50,000 Square Feet

50,000- 500,000 Square Feet

More Than 500,000 Square Feet

Appeals (if applicable)

Fixed Rate

Based on Square Footage

Fixed Rate

Per credit

$1,250 $0.025/sf $1,500 $0.030/sf $5,000 regardless of square footage

$12,500 $15,000

$500 $500 $500

$500 $0.010/sf $750 $0.015/sf $5,000 regardless of square footage

$5,000 $7,500

$500 $500 $500

$1,750 $0.035/sf $2,250 $0.045/sf $10,000 regardless of square footage Fixed Rate Based on Square Footage

$17,500 $22,500

$500 $500 $500 Per credit

$1,250 $0.025/sf $1,500 $0.030/sf $10,000 regardless of square footage

$12,500 $15,000

$500 $500 $500

$625 $0.0125/sf $750 $0.015/sf $10,000 regardless of square footage Fixed Rate $2,500 $3,500 $5,000

$6,250 $7,500

$500 $500 $500 Per credit $500 $500 $500 $220

Fixed Rate

* In addition to regular review fee. View more information on the Expedited Review process. ** The Existing Building Recertification Review fee is due when the customer submits the application for recertification review. Before submitting, please contact GBCI’s project certification staff to get a promotion code.

2010년 1월 1일부터 LEED 인증비는 60% 가량 인상될 예정이다. CIRs은 Credits Interpretation Rulings의 약자로, 이를 통해 LEED 안내서에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은 항목이나 특별한 이슈에 대해 질문하고 해결 방안을 얻을 수 있다. 신청한 목록의 점수를 USGBC에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의 신청(Appeal-$500/per credit)을 할 수 있다. 보충 자료를 더 첨가하거나 수정할 수 있지만, 신청 목록이 인정된다는 보장은 없고, 다만 다시 검토 받게 될 수 있는 기회일 뿐이다. LEED 인증 신청자가 더 이상의 이의 신청이 없이 USGBC의 점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에 리드 인증을 승인 혹은 거부하게 된다.

90

wIde Issue 3 : LEED와 LEED AP


와이드 10호 | 뎁스 리포트 WIDE ARCHITECTURE : Depth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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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D 91


영화 속의 건축물(03)B3*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10>

‘로마’라는 이름만으로도 ‘고전적(Classical)

들의 노력은, 말 그대로 목숨을 담보로 한 전

이다’라는 무게감이 전해 오는 듯하다. 그 로

제가 아니었을까?

|Architect_ 건축가와 관련된 주제나 영화

마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하고 싶어 하는

특별히 ‘이탈리아 합리주의’라는 이름으로

|Building_ 건축물과 관련된 주제나 영화

이탈리아인들의 욕망은 무솔리니(Benito

알려진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말도 많

|Producer_ 감독의 건축적 연관성을 언급한 영화

Amilcare Andrea Mussolini) 때도, 지금

고 비화도 많다. 아무튼 간단히 설명하면 당

|City_ 미래 도시를 포함한 도시적 관점의 영화

까지도, 또 앞으로도 영원히 그들의 가슴 속에

시의 이 젊은 건축가들의 움직임은 ‘그루포

|Miscellaneous_ 그밖에 건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

남아 있을 것이다.

7(Gruppo 7)’이라는 7명의 건축가들을 중심

이렇듯 고전이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

으로 전개되는데, 그 중심축에는 주세퍼 테라

여지는 이탈리아의 상황 속에서 현대건축을

니(Giuseppe Terragni)라는 건축가와 아달

수용하려는 일부 건축가들의 욕망은, 사실 이

베르토 리베라(Adalberto Libera)라는 건축

탈리아 같은 환경이라면 말 그대로 욕망으로

가가 있다.

그쳤어야 할 터……. 더욱이 1930년대 무솔리

흔히 39살이라는 짧은 생을 자살로 마감한 것

니의 파시즘 치하, 피아센티니라는 고전의 대

으로 알려진 테라니는, 흔히 군대 다녀온 남자

가가 국가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인정받고 또

들이 농담처럼 말하는 군대를 2번 간 케이스에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전 세계를 강타

해당한다. 물론 당시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피

한 국제주의 양식을 수용하려는 젊은 건축가

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생각만 해도 너무

* 자료의 분류를 위하여 서두에 다음과 같은 약어를 추가한 다. 알파벳 다음의 숫자는 해당 꼭지의 일련번호이다.

|Documentary_ 건축적 다큐멘터리

는 영화

92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그것이 죽음으

아니라 입지적으로도 도시가 바다에 면해 있

1단계 때 테라니가 공동1위를 하지만 최종 결

로까지 이르게 된 계기가 됨은 분명한 사실이

어 전 세계를 향해 다시 한 번 그 원대한 꿈을

과에서는 고배를 마신다. 모두 피아센티니가

다. 그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카사 델 파쇼

펼치고자 했던 것이다.

생각해 낸 고도의 전략으로 보면 대개 맞다. 테

(Casa del Fascio)(사진1)가 32살의 나이에

물론 전체 M.A.는 당연히 피아센티니다. 그러

라니는 리베라 보다 훨씬 까다로운 존재니까.

설계된 것이라고 하니, 가히 대단한 선수임에

나 피아센티니는 아주 영악한 늙은 여우…….

사실 1단계 때와 완전히 다른 계획안을 제출해

틀림없다. 그 콧대 높은 피터 아이젠만(Peter

최근 몇 년 동안 무솔리니를 위시한 고위 파시

최종 승리를 거머쥔 리베라를 두고 같은 합리

D. Eisenman) 이 유일하게 스승 격으로 인정

스트들이 르 꼬르뷔제를 추종하는 합리주의자

주의자로서 테라니의 불만도 대단했다.

하며, 또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줄리아니 프리

들에게 관심을 보였던 일련의 사건들을 간과

제리오 주택(Casa Giuliani-Frigerio)등을

하지 않았던 것. (‘Table of Horror’로 유명

거론하니 눈여겨봄 직하다.

한 합리주의 전시회에 무솔리니가 방문하면서

E42라는 계획이 있는데, 여기서 E는 박람회

합리주의 건축에 대한 관심이 정부 관료들에

(exhibition)를, 42는 박람회가 열리는 연도,

게 고조되기 시작한다)

즉 1942년을 뜻한다. 다시 말해 당시 만국 박

그로 인한 몇몇의 사건과 함께 테라니의 카사

람회를 이탈리아에 유치하려는 계획으로, 본

델 파쇼, 즉 파시즘 지방 당사까지 합리주의 스

래는 1941년도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1년이

타일로 건축된 것은 이탈리아 건축 역사를 넘

연기되었고 결국엔 전쟁으로 열리지 못했다.

어서 세계 건축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되는

1937년 프랑스 박람회 당시 차기 개최지로 이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사실 테라니는 이 카

미 폴란드가 지명된 상태였고. 따라서 1949년

사 델 파쇼를 무료로 설계했고, 그의 형이 코

이전에 이탈리아에서 박람회를 개최하기는 불

모(Como)시의 시장이었음을 두고도 여러 추

가능한 상황……. 하지만 무솔리니와 같은 독

측이 난무한다)

재자가 어디 원칙대로 살까? 두 명의 특사를 파

아무튼 피아센티니는 합리주의자들과 일종의

견하여 파리 BIE(박람회 위원회)를 승복시키

타협을 한다. 다시 말해 이탈리아 만국박람회

고 폴란드에 대한 공갈 등을 바탕으로 박람회

의 마스터플랜 팀을 구성할 때나 수많은 건물

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다.

들을 현상으로 치러 가는 과정에서 합리주의

이때부터 무솔리니는 본격적으로 로마의 영

자들에게 상당한 역할을 부여한다. 그 중 중요

광을 재현하려고 계획한다. 박람회 장소로

한 두 건물, 영빈관/의사당(Reception and

EUR(Exhibition Universal of Rome)이

Congress Hall)l과 이탈리아 문명관(Palaz-

라는 장소가 결정된다. 용어 자체에서도 그의

zo della Civilta Italiana)을 영화 속에서 구

의지를 알 수 있듯이 지리적 위치는 로마와 바

경해 보기로 하자.

닷가 사이. 따라서 박람회가 종료되면 EUR과

그 전에 잠깐, 결국 EUR에 테라니의 건물은

로마가 합쳐져 물리적인 도시의 사이즈뿐만

없는데, 그건 1,2 단계로 진행한 현상설계에서

사진1 사진2-5

‹복카치오 70(Boccaccio '70,1962)› 4명의 거장(비토리오 데 시카, 페데리코 펠리니, 마리오 모니첼리, 루키노 비스콘티)이 만든 옴 니버스 영화. 이 중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가 만든 단편극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 (la tentazioni del dottor Antonio)’편에 에우르(EUR)에 위치한 영빈관/의사당(Reception and Congress Hall)l과 이탈리아 문명관(Palazzo della Civilta Italiana)이 나온다. 이탈리아 문명관은 스퀘어 콜로세움(Square Colosseum)이라고도 불리며, 지금까지도 가장 로마다운 건물로 알려져 있다. 게리니, 파둘라, 로마노(Giovanni Guerrini, Ernesto Bruno La Padula, Mario Romano)의 작품으로 1938-1943년에 건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비디오로 출시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수 십만 원에 거래될 만큼 희귀본이 되어 안타까웠는데, 이 글을 쓰기 바로 얼마 전 국내에서 DVD로 저렴하게 출시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사진2-사진5)

~

~ ~

WIDE DEPTH REPORT

D 93


‹건축가의 배(The Belly of architect, 1987)›, 피터 그리너웨이(Peter Greenaway) 감독 이 영화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이야기해야만 한다. 영화인에게나 건축인에게나 항상 한걸음 먼 곳에서 손짓하는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작 품으로, 너무나도 비주얼한 다양한 시도와 난해한 내용에 감사한다. 18세기 후반의 신고전주의 건축가 불레(ienne-Louis Boulee)를 기념하기 위해 로마를 찾은 미국 시카고 건축가의 이야기다. 이탈리아 문명관 뿐만 아니라 로마의 여러 명소가 너무도 많이 등장하여 마치 서양건축사 홍보용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사진6, 사진7)

← 사진6,7 ↓ 사진8,9

‹순응자(The Conformist, 1971)›,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감독 무솔리니의 파시즘은 지금까지도 그 이데올로기에 의한 폐해가 악몽처럼 반복된다. 지극히 평범 한 사람이고자 하는 세상의 순응자가 파시스트의 순응자로서 과거의 옛 스승을 암살해야만 한 다.(사진8, 사진9) 아버지가 갇혀 있는 정신병원으로 로마의 영빈관/의사당이 등장하는 게 독특 하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마지막 황제›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앞에서도 E42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언급했지만, E42 이야기를 포함하여 리베라의 영빈관/의사당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건 ARTE에서 제작한 ‹Architecturs 5› DVD이다. 자하 하디드의 파에노 과 학박물관(Phaeno Science Center)을 포함하여 6개의 건물에 대한 설명을, 어쩌면 가서 보는 것 보다 더 좋은 화각과 모형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사진10-사진15) ‹경멸(Le Mepris,1963)›, 고다르(Jean Luc Godard) 감독 리베라(Adalberto Libera)의 말라파르테 주택(Casa Malaparte, 이탈리아 카프리섬, 1943) 은 앞선 호에서 여러 번 설명하였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생략한다. ⓦ

사진10-15

94

글쓴이 강병국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춘명 선생의 예건축에서 실무를 쌓았고 한울건축과 신예거축을 거쳐 현재 ㈜동우건축 소장으로 있다. ‹포이동 성 당›, ‹쌘뽈요양원/유치원›, ‹장도박물관› 등을 설계했다.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지앤 아트 스페이스 ZIEN ART SPACE 이용재의 <종횡무진 10>

딸, 용인 가자. 요새 용인이 심상치 않구나. 네비게이션에 쳤다. 지앤 아

1983년 아시아선수촌 현상설계가 시행된다. 우성은 유명한 재미건축

트 스페이스. 불통. 머야 이거. 마누라에게 전화. 주소 찍어 주라. 용인시

가 김병현을 끌어들인다. 국제 현상. 국내 4팀, 미국 1팀, 일본 1팀이 본

기흥구 상갈동 150-7. 수원 톨게이트 빠져 우회전. 항상 바글바글한 동

선에 오른다.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동시에 치러진 독립기념관 현상설

네. 물류 집산지라. 위치가 안 좋군.

계에 나간 상태다. 운이 좋다. 이제 불혹의 조성룡을 스타로 만들어 준

“아빠, 왜 이 동네 이름이 기흥이야.”

다. 1,400세대의 대규모 공동주택단지의 설계 경기에 당선된 거다. 억

“도자기가 흥한 동네라.”

소리 난다.

“상갈은 먼 뜻이야. 이름 희한하네.” “이 동네를 흐르는 개천이 칡을 닮았걸랑. 구불구불. 칡을 닮은 개천 윗

지종진. 홍익대 미대 83학번. 도예 공방 만드는 게 꿈이다. 1999년 돈만

동네란 뜻이야.”

생기면 세계 여행. 전시실, 공방,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작은 도시를 만

용인 방향으로 6백 미터 가다 우회전. 개천을 건넜다. 백남준 아트센터

들겠다. 부친이 사둔 상갈리 1,300평을 얻었다. 설계를 맡겼다. 머야 이

가 보인다. 네비게이션은 말한다. 다 왔음. 어라 어디지. 백남준 아트센

거. 계약 파기. 너무 튄다. 다시 맡겼다. 역시 파기. 자연과 함께하는 인

터 방향으로 좌회전. 내려서 찾았다. 간판도 없고. 음 있군. 지하 벙커로

문학적인 건축은 불가능한가. 돈만 1억 날렸다.

처리하셨군. 역시 조성룡 선생답군.

책방을 찾아 모든 건축 책을 사들였다. 직접 할까. 의재미술관이 맘에 든 다. 어라, 소마미술관도 하셨네. 조성룡을 찾았다.

1944년 동경 생. 해방 후 기계엔지니어인 부친과 귀국. 실향민으로 3대

“선상님 건축이 도대체 멉니까?”

독자. 연이은 한국동란. 부산으로 피난. 부산고등학교를 다닌다. 영화감

“풍경.”

독이 꿈이다. 부친의 강요로 인하대 금속과 들어간다. 62학번. 적성에

“맡아주시죠.”

안 맞는다. 2학년 때 건축과로 바꾼다.

선생과 함께 선유도공원을 찾았다.

인하대 건축과의 대부 원정수가 교수로 온다. 공군장교로 입대. 3대 독

“선상님 왜 이렇게 주차장이 작은 감유.”

자는 군 면제지만 증거가 없다. 마침 공군 주력 전투기가 팬텀으로 교체

“사람들 많이 못 오게 하려구요. 호젓한 게 좋잖아요.”

되면서 전면적인 재건축에 참여한다. 4년 동안 격납고 설계실에 근무.

머라. 큰 일이군.

제대 후 투시도 장사로 버틴다. 줄도 빽도 없고. 우일건축에 입사. 그 유 명한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대한민국 유 일한 제자 김종성이 우일건축으로 온다. 진정한 장인 정신을 배운다. 설계도는 안내도가 아니다. 실명 표기 좀 그만하자. 미스는 글 안 쓴다. 도면으로 공간을 표현한다. 벽돌도 하나 씩 그린다. T자를 들어 옮기면서 정성을 다한다. 1시간마다 T자를 닦는 다. 돈다. 건축은 이렇듯 정성이다. 물론 컴퓨터 등장하기 전이지만. 조성룡의 1965년 인하대 건축과 졸업 설계 주제는 당돌하다. 김포평야 에 30층 고층 아파트를 들어 올린 거다. 등촌동 너머 김포공항 쪽은 그 냥 들판이었다. 5층 아파트가 전부였던 시절. 지도교수가 돌아버렸다. 머라. 30층에서 살라고나. ‘1970 계획’ 이름으로 국전에서 특선. 천호동에서 연립주택 사업으로 성공한 중화주택 사장이 그때 갓 사무 실을 연 조성룡을 찾아온다. 반포에 고층 아파트 짓자. 고속터미널 건너 편. 우성은 조성룡의 여러 제안 중에서 일자형 아파트 네 동으로 된 평범 한 안 선택. 너네랑 안한다. 설계사무소가 무슨 두부 공장이냐. 공동주 택 전문회사로 크게 성장하게 되는 우성건설과 조성룡의 관계는 끊어 진다. 당연히 고층 아파트를 설계할 기회도 사라지고. 참을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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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D 95


2006년 1월 백남준 서거. 어라, 우리 미술관 앞에 백남준 아트센터가 들

능성을 담았다. 10년 만에 미술관 완공. 공사비만 40억. 땅값 포함하면

어서네. 360억짜리 초대형 미술관. 독일의 여성 건축가 마리나 스탄코

백억. 장난 아니군.

빅(Marina Stankovic)은 욕심이 많다. 반투명의 검은색유리로 만든

2008년 10월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찾아 왔다. 이번 개막전에 30만 명

1,700평의 그랜드 피아노. 삐까번쩍.

몰릴 거다. 이 미술관 좀 빌리자. 공간이 부족하니. 좋다. 좀 묻어가자.

그럼 반대로 간다. 엄청난 볼륨의 백남준 아트센터를 이기는 방법은. 지

머야 이거. 달랑 3만 명이 찾은 거다. 접근성이 워낙 안 좋으니. 그럼 먹

하로 묻는 거다. 길도 만들고. 문광부가 보증을 서고 30억을 저리로 빌

거리로 승부를 보겠다.

렸다. 어차피 자연녹지라 건폐율은 20%를 넘을 수 없고. 골목길을 만

레스토랑 하이드파크를 열었다. 대박. 백남준 아트센터를 찾은 관람객

들겠다.

들 몰려들기 시작.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경기도는 최근 백남준 아트센

백남준 아트센터 외장재는 유리. 그럼 난 노출 콘크리트로 하겠다. 안마

터  지앤 아트 스페이스  경기도박물관  어린이 박물관  디 아모레

당에 연못을 만들고 건물을 삐딱하게 쓸어 내기 시작한다. 틀어지고 휘

뮤지엄을 잇는 뮤지엄 파크 조성 중. 관람료 공짜. 1만 5천 원 내면 도자

어지고. 오르락내리락. 건축이 머 별건가. 이제 미술관은 어린이 놀이

기 만들어 가지고 갈 수 있음.

터. 딩가딩가. 미술관 이름을 지었다. 지앤 아트 스페이스. 지앤(ZIEN)

직원 16명. 그럼 월 최소 5천만 원 들어갈 거고. 경기도나 용인시는 팔

이라는 이름은 흙, 땅, 대지를 뜻하는 한자어 ‘지(地)’와 열린 가능성을

짱. 국민 여러분 어쩝니까. 우리가 살려야지.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 공

이르는 영어접속사 ‘앤드(AND)’를 합성.

간이 용인에 탄생했습니다. 한번들 가보시죠. 조성룡 선생, 물 올랐습

우리 미술관은 흙으로부터 무한히 퍼져 나오는 삶과 예술의 새로운 가

니다. ⓦ 글쓴이 이용재는 명지대 건축과를 졸업 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 평론을 전공했 다.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월간 ‹건축 과 환경›의 기자를 지냈으며, 월간 ‹플러 스› 편집장을 거친 바 있다. 2002년 이후 택시를 운전하며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 다.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 『왜 살기가 이렇게 힘든 거예요?』,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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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교육도시 공주의 근대 건축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10>

공주중동성당 교육관 1936년 공주성당 사제관으로 세워진 건물로 현재는 교육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벽돌조 2층의 좌우대칭 건물로 모서리와 베이(bay)사이, 코니스 등에는 검은색 벽돌을 쌓아 변화를 연출했다. 단순한 형태의 건물이지만 단아한 느낌을 준다. 설계는 대부분의 성당 건물들이 프랑스인 신부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과 달리 이 건물은 캐나다 출신의 J. Bellerose 신부가 설계했다.

항구를 끼고 있거나 철도가 경유하는 도시에는 많은 근대 건축물이 세

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당시 공주가 처했던 사정은 “생명인 도

워지고 그 만큼 도시의 발전도 폭넓게 이루어졌다. 이는 근대의 운송 체

청 및 그것에 수반하는 관청을 제외하면 참으로 적막한 도시”(충남산

계가 철도와 선박 중심이었다는 점과 함께 물류가 왕성했던 도시는 번

업지, 1921년)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다. 또한 1920년대에 촬영된 공주

영했지만 그렇지 못한 도시는 발전에서 소외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가의 모습을 보면 초가지붕 단층집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전기와

백제의 두 번째 도성으로, 무령왕릉과 공산성으로 유명한 공주(公州)도

상수도 등 근대도시가 갖추어야 하는 인프라도 다른 도시에 비해 상당

조선 시대 번성했던 많은 지방 도시가 그랬던 것처럼 개항과 더불어 쇠

히 늦게 설치되었다. 더구나 1932년 도청이 대전으로 이전됨에 따라 행

락의 길을 걷게 된다. 1895년 5월 26일 고종은 칙령 제98호를 반포하

정 중심 기능마저 잃게 되었고, 결국 도시 발전의 정체기를 맞았다. 충

여 지방제도를 23부로 개편했으며, 이듬해인 1896년 8월 4일 다시 13

남도청의 대전 이전은 당시 조선과 일본을 뒤흔든 희대의 사건으로 이

도제를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충청도는 충청남도와 충청북도로 나누

전 결정과 번복이 거듭되다가 결국 충남도청은 대전에 터를 잡게 되었

어졌으며, 공주는 공주군이 되었다. 조선후기 공주는 인근에 위치한 강

다. 충남도청 이전은 1925년에 이루어진 경남도청 이전과 함께 우리나

경의 중간 하항으로 하운이 발달했으며, 충청 감영이 위치하고 있어 충

라 근대도시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 충남도청이 옮겨진 대전

남의 행정적,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중심지였다. 그러나 경부선(1905

은 오늘날 중부권 중심 도시로 발전하여 광역시가 되어 있지만, 조선 시

년), 호남선(1914년)이 공주 지역을 거치지 않고 우회함에 따라 경제

대 중추 도시 가운데 하나였던 공주는 지방 중소 도시가 되어버렸다. 이

적 쇠퇴를 거듭하였으며, 1931년에 부설된 장항선은 공주의 경제적 기

러한 기조는 해방 후에도 계속되어 1962년이 되어서야 공주 최초의 도 공주중동성당 공세리성당에서 독립되어 본당으로 세워진 공주 중동성당은 1898년 4월에 성 당(12칸)과 사제관이 완공되었다. 다른 성당이 그렇듯이 ‘국고개’라 불리던 언 덕에 세워 대지의 특성을 한껏 활용한 이 성당은 1936년에 준공된 것이며, 사제 관, 수녀원 등은 다음해 5월에 완공되었다. 1982년 9월 공주성당이 공주중동성 당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공주중동성당 내부 구 선교사 가옥 1921년 10월 23일 중학동 언덕 위에 세워진 지하 1층, 지상 2층의 붉은 벽 돌조 건물이다. 영명여학교의 전신인 명선여학당을 세운 Alice, J. Hammond와 그의 남편인 Robert Arthur Sharp 목사가 신혼 생활 겸 선 교 활동을 위해 세운 주택으로 공주 지 역 최초의 벽돌조 서양식 주택으로 추 정되는 건물이다. 언덕 위에 위치한 탓 에 공주 시내에서 바라보면 공주중동 성당과 함께 눈에 띄는 건축물이나 접 근성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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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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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획이 입안되고 도시 차원에서 관리가 시작되었다.

구 충남금융조합연합회회관 1920년 반죽동 221-1번지에 세워진 벽돌조 2층의 업무시설이다. 연면적 333.69㎡의 크지 않은 건물이 나, 수직성을 강조한 정면의 석조 기 둥과 포치는 건물의 외관을 웅장하게 하고 있다. 석조 기둥 장식과 옥스아 이(oxeye)창이 돋보인다. 이 건물은 신축 후 금융조합연합회관 으로 사용되다가 1930년부터 1985 년까지는 공주읍사무소로 1986년 부터는 공주시청으로 사용되었으며, 1989년 시청사 이전으로 개인에게 매각되어 미술 학원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빈 건물이다.

근대도시로서의 인프라 구축과 도시 발전은 지체되었지만, 공주가 갖는 도시의 정체성은 교육도시라는 점이다. 복잡다기한 현대도시를 ‘○○도시’라는 특정한 단어 하나로 도시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공주는 교육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공주가 교육도시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도시 규모에 비해 교육기관이 많고, 상주인구에서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공주에 근대 교육기관이 들어 선 것은 1904년의 일로서 지역 관료와 유지들의 후원으로 사립 명화학 교가 설립되었으며, 다음 해인 1905년에는 선교사 칼이 설립한 영명여 학교가 개교하였다. 특히 1922년 4월에 세워진 공주고등보통학교와 공 주사범학교는 공주가 교육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는데 결정적인 역할 을 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전국 각도에 ‘일본의 학제’에 따라 5년제의 공립고등보통학교를 1개교 설립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충남에서는 공 주에 세웠다. 이 때문에 앞서 설치되었던 공주농업학교는 예산(예산농 업학교, 현 공주대학교 산업대학의 전신)으로 옮겨졌으며, 농업학교로 는 공주사범학교가 1923년 4월 10일에 이전하여 교사와 교지를 그대

다양한 근대교육기관이 세워진 공주에는 근대식 학교 건축물도 많았

로 사용하였다.(동아일보 1923년 4월 14일) 당시의 공주사범학교는 정

다. 주요 학교 건축물로는 공주고등보통학교(중학동 137 소재, 1922

식 사범학교라기보다는 일종의 교원 단기 양성소로 1929년까지 충남

년 4월 건축, 조적조, 우진각 기와지붕, 지상2층), 영명학교 본관(중동

유일의 사범교육기관으로 초등 교사 양성의 요람이었다. 1927년부터

308소재, 1921년 건축, 조적조, 우진각 함석지붕, 지상3층 건물, 윌리

는 여교원 양성과를 설치하고 충남에서 보통학교를 졸업한 30명의 여

암 목사 禹利岩:Rev.Frank Earl Cranton Williams 설계), 공주고등

학생을 모아 1년 6개월간 교육하여 교사로 채용하기도 했다.(동아일보

여학교(금학동 241소재), 여자사범학교 부속소학교(1938년 4월 1일

1927년 2월 12일) 공주에 세워진 정식 사범학교(초기 4년제, 이후 6년

건축), 공주여자사범학교(봉황동 375 소재, 1938년 4월 1일 건축, 연

제)는 1938년에 설립된 공주여자사범학교가 처음이다. 이 학교는 1938

면적 5,758.5㎡) 등이 세워졌지만 모두 멸실되어 지금은 그 흔적조차

년 2월 첫 신입생을 모집했는데, 경쟁률이 무려 10대 1에 달했다고 한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근대기에 세우진 학교 건축물이 몇 채라도 남아

다. 1931년 당시 공주에는 4개의 초등교육기관과 6개의 중등교육기관

있었더라면 공주가 갖는 교육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실히 드러낼

이 있었으며, 1938년에는 인구 12,054명(일본인 1,412명 포함)의 소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공주에 세워진 많은 학교 건축물은

시에 무려 2,500여명(전체인구의 20.7%)의 학생들이 활동했을 정도로

사라졌지만, 공주중동성당과 교육관, 구 충남금융조합연합회관, 구 선

공주는 교육도시였다. 이러한 공주의 위상은 현재까지 이어져 종합대

교사 가옥 등이 근대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백제의 고도 공주로 근대

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각 1개교 등 총 76개의 학교가 있으며, 2005년

건축 기행을 떠나보자. ⓦ

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36%에 달하는 약 4만 7천여 명이 학생이었 다. 아울러 공주가 교육도시로서 면모를 다진 것은 다양한 교육기관과 더불어 이곳에서 배출된 수많은 교원들이 우리나라의 교육계에 큰 영 향을 미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쓴이 손장원은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인천시립박 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재능대학 실내건축과 교수로 있으며, 본지 편집위 원, 인천광역시 문화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다시쓰는 인천근대건축』, 『건 축계획(공저)』 등이 있다. 구 충남금융조합연합회관 후면 2009년 2월의 모습으로 충남금융조합연합회 건물의 코니스 부분이 변형된 것 을 알 수 있다. 사진 좌측의 건물도 비슷한 시기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공주잠종보호고 잠종보호고는 누에씨를 보관하던 창 고이다. 누에는 보통 4월 중순에 알에 서 깨어나는데, 누에의 먹이인 뽕잎을 수확할 수 있는 시기까지 부화를 늦추 기 위해 차가운 곳에 보관하게 된다. 냉장고가 없는 당시에는 겨울철 강에 서 얼음을 채취하여 빙고에 보관했는 데, 이곳은 바로 앞에 위치한 금강에 서 채취한 얼음을 이용하여 누에씨를 보관하던 창고로 1915년 11월 10일 에 세워졌다. 공산성 내 금강 변에 위 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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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텍투라 비바 Arquitectura Viva ‹내가 좋아하는 건축 잡지 10/소병식›

건축인들에게 스페인의 출판물 하면 가장 먼 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 ‹엘 크로키스(El Croquis)› 와 ‹구스타보 질리(Gustavo Gili)›일 것이다. 대학교 초년 시설 도서관에 있는 ‹엘 크로키스›를 보면서, 표지에 등장하는 큰 얼 굴들이 그 책의 무게만큼 대단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어느 선배가 “‹구스타보 질리›에서 출판된 책을 모두 읽으면 대학 4년 동안 배운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과연 두 출판물이 세 계적인 건축 인쇄 매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 가 없을 것이다.

와 관련된 작품과 전문 비평가들의 글을 스페

할 때 잡지의 생명 중 하나가 정보 전달의 신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것은 ‹아르키텍

인어와 영어로 게재하고 있다. ‹아르키텍투라

속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에스타’(낮잠)를

투라 비바(Arquitectura Viva, 이하A.V)›라

비바(Arquitectura Viva)›는 1988년 발매

즐기는 것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와인을 숙성

는 간행물이다. 이 잡지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를 시작으로 2-3개월마다 출판되며, 최근 경

시키는 것과 같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빠른

스페인에서 어학연수 시절, 동네 도서관의 잡

향이나 소식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잡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무척 필자에게는 색다

지 코너에서다.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늘씬

지의 구성은 새 소식, 최근 작품 소개, 예술, 문

르게 다가왔다.

한 몸매의 모델들을 표지로 하는 여성 잡지들

화, 책, 비평 등과 같이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

앞에서도 잠시 언급하였지만 스페인은 상대적

에 뒤지지 않으려는 듯 광택 코팅이 된 표지를

누어져 있고, 스페인어로 출간되며 영어 요약

으로 건축 출판계가 활발한 국가 중의 하나이

가지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학연수 시

본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늦게 시

다. 그 이유는 모든 것을 문서화하려는 그들의

절이라 건축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데다가

작된 ‹A.V 프로잭토스(A.V Proyectos)›는

전통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근 급

건축 도서관이 아닌 일반 잡지 코너에서 접하

2004년에 창간되어 2-3개월마다 출간되고 있

격히 상승한 스페인 건축의 위상도 한 몫 한 것

는 건축 잡지라는 호기심에 얼른 집어 들었다.

다. 이 간행물은 주로 건축 작품을 집중적으로

으로 볼 수 있다. 1975년 프랑코 독재의 종식

A.V Proyecto라는 글자와 함께 마치 상황주

다루며, 특히 공모전이나 작품의 디테일 도면

과 더불어 민주주의의 시작, 이후 EU 가입으

의자(Situationists)의 ‘The Naked City’

등을 상대적으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로 급속히 성장한 스페인 경제는 지방색을 중

를 연상시키듯, 이미지의 조각들이 표지 전체

이 세 가지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A.V 모노

요시하는 문화적 풍토와 맞물려 건축의 다양

에 흩어져 떠다니고 있었다.

그라피아›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유는 각 호

성을 낳았으며, 그로 인해 최근 들어 건축 전

A.V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루이

마다 주제 선정 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작품을

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건축의 다양성이

스 페르난데스-갈리아노(Luis Fernandez-

고르고 관련된 작가의 글을 수집하고, 또 다양

출판계에 좋은 재료를 제공해 준 것이라고 할

Galiano) 가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한 출판

한 각도에서의 분석 등을 곁들이기 때문이다.

수 있다. 음식 재료가 ‘라면’ 아니면 ‘케첩’ 밖

사에서 3가지 종류의 잡지를 출간하고 있다.

또 한 해가 끝날 무렵이면 1년을 정리하는 연

에 없는데 요리사가 아무리 훌륭한들 어떻게

‹A.V 모노그라피아(A.V Monografia)›는

감이 나오는데, 인상적인 것은 1년이 지난 시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아르

1985년도에 초판이 나왔으며 일반적으로 2-3

점에서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8

키텍투라 비바›를 통해 건축계와 출판계의 관

개월 간격으로 출판되고 있다. 매호마다 하나

년 연말에 2007년 한 해 동안 지어진 건축물

계성을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

의 도시, 국가, 경향, 건축가 등을 소개하고, 그

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

다. ⓦ

글쓴이 소병식은 영남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스페인 ETSABarcelona, UPC 에서 Master Historia, Arte, Arquitectura y Ciudad을 졸업하고 aster Oficial Teoria y Practica del Proyecto de Arquitectura를 졸업했다. 현재 Departamento de Proyectos Arquitectonicos, ETSAB, UPC 박사 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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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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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조지프 히스 지음, 노시내 옮김, 마티 펴냄, 395쪽, 16,000원 <와이드 書欌 10 | 안철흥>

노무현 정권이 혁신도시를 건설한다면서

신은 어떨까? 이에 대해 히스는 “여름휴가의 목적지가 하와이인데 하

대규모 토목 사업을 벌일 당시 국내의 자유

와이까지 가지 않고 하와이 근처까지만 데려다주는 항공권이 있다면,

주의 경제학자들은 이를 ‘좌파 경제정책’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고 되묻는다. 수많은 변수와 외부 효

라며 맹공했다. 토목공사의 경제 효과는 미

과가 널려 있는 현실 경제에서 완전경쟁이란 신화에 불과하다. 그런데

미하며 세금감면 같은 자유주의 정책이 시

도 차선(시장의 불완전함을 보완하는 각종 경제 규제)을 비난하며 ‘최

급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미제스와 하이

대한 완전경쟁에 가깝게’를 추구하는 경제학은 승객들의 다른 휴양지

에크, 밀턴 프리드먼을 ‘사제’로 모시고 시

선택권을 박탈하고 하와이 ‘근처’(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에 승객을 떨

장주의의 신을 섬기는 이들 자유주의 경제

어뜨리는 항공권과 다를 게 없지 않을까.

학자들이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는 ‘4대

이밖에도 히스는 우파가 주장하는 ‘자본주의 신성불가침 신앙’과 인센

강 사업’을 비판했다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설마 모래를 준설

티브 효과, 국가 경쟁력 같은 우파의 신념들에 내재한 논리적 허점을 까

해서 공사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재정지출이 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어

발린다. 좌파 성향이 강한 히스지만, 그는 좌파의 오류에도 결코 온정

서일까?

적이지 않다. 가령 좌파의 말처럼 공정 무역은 정말로 생산자들에게 유

보수주의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최근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어

익할까? 이를 살펴볼 적절한 사례가 있다. 화장품회사 ‘더바디숍’은 공

디로 갔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재정을 수십조 원이나 투입한다는

정 무역 캠페인을 벌이며 화장품 원료인 아프리카산 시어버터를 시장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이들이 조용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가격보다 높게 구입했는데, 이듬해 현지에서 시어버터 재배 붐이 일면

꼬집었다.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어 있는 한국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서 과잉생산에 이은 가격 폭락으로 현지 주민들이 큰 손해를 입고 말았

들이 보수주의자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종자들로 보였던 것이리라.

다. 히스는 “노동에 대한 적절한 가치를 지불하는 무역의 도덕성”을 주

그런데 말이다. 경제학자들이 현실 정치의 주변을 위성처럼 맴도는 이

장하는 이른바 ‘의식 있는 좌파’들에게 ‘더바디숍’의 실패 사례를 제시

유를 꼭 국내의 부박한 지적 풍토에서만 찾을 일은 아니다. 공리주의의

하며, 도덕적 우월감으로 무장한 어설픈 인도주의가 오히려 약자를 더

자식으로 태어난 경제학이 실은, 원래부터, 이데올로기적이었으니까.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경고한다.

앞에서 든 사례는 국내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이율배반을 꼬집은 것

히스는 또한 임금 평등, 부의 분배 같은 좌파의 단골 주장을 조목조목

이지만,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마티)의 저자인 조

비판한 뒤, “자본주의는 결국 망한다”라고 아직 믿는 좌파를 향해 “자

지프 히스는 경제학 자체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의 이율배반을 꼬집

본주의는 겉보기와 달리 무너질 가망이 없다”면서 꿈에서 깨어나라고

고 나섰다. 젊은 시절 급진 좌파 운동에 몸을 담았고, 한때 위르겐 하버

충고한다.

마스의 조교를 지냈으며, 현재는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

이쯤 되면 히스에게 이런 말을 물을 수밖에 없겠다. “당신의 대안은 뭐

는 시장과 자본을 예찬하기에 바쁜 경제학자들과 우파의 ‘엉터리’ 논리

요?” 물론 저자에게도 해답은 “없다!” 그럼 도대체 히스가 이 책에서 말

를 파헤치고, 자본주의와 경제학을 잘 모르면서 대책 없이 반대만 일삼

하고 싶은 게 뭘까? 그의 말을 직접 들어 보자. “세상은 자본주의를 그

는 좌파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렇게도 미워하고 의심하지만 자본주의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란 지독히

책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국내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처럼 감

도 어렵다. 지금까지 우리가 찾아낸 최선책은 일련의 개선안 및 그 밖에

세가 경기 부양을 가져올까? 히스는 아파트 관리비 인하 정책을 예로

또 어떤 개선이 가능할지 궁리할 때 필요한 지적 도구 몇 개뿐이다. 근

들어, 관리비 인하가 단기 소비를 늘릴 수는 있지만 결국은 아파트 관

대경제학의 가치는 바로 이 부분에서 발휘된다.”

리에 필요한 재화를 개인이 구매하도록 만드는 꼴이 될 뿐이라고 지적

근대경제학이란 학문은 미시적으로 파고들수록 그 논리에서 빠져나오

한다. 감세 정책은, 자기 문제의 해결을 정부에 부담시키는 것이 친구

기 힘든 모래 수렁과도 같다. 그런데 히스는 경제학과의 거리 두기에 성

와 이웃에게 부담시키는 것과 사실상 같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정

공하면서, 역설적으로 경제학에게 더 많은 할 일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

책이라는 것이다.

다. 나는 그가 경제학자가 아닌 철학자이기 때문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

“시장이 완전경쟁에 가까워질수록 최선의 효과를 낳는다”는 우파의 확

다고 본다. 근대경제학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 바로, 철학이다. ⓦ

글쓴이 안철흥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월간 ‹말›지와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시사IN›에서 20여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했다. 그 동안 정치부와 문화부 에서 거의 절반씩 밥을 먹었는데, 건축계 쪽을 여전히 기웃거리는 것은 그때 어설픈 곁눈질로 사귀어둔 ‘인맥’ 덕분이라고 한다. 이미 ‘절판’ 상태라 이름을 밝히 기 좀 그렇다는 책 한 권을 쓰고 한 권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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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꾸밈없는 언어 —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 프리츠 노이마이어 지음, 김영철 외 옮김, 동녘 펴냄, 536쪽, 28,000원 20세기 거장 건축가로 불리는 미스 반

‘20세기 건축 이론의 독특한 목격자’, ‘웅변적인 침묵의 대가’로 지

데어 로에의 말과 글을 중심으로 미스

칭되는 미스는 공간의 미학을 ‘건축’한 장본인으로서 추앙되는 건

의 건축 세계를 추적한 책이다. 만일 건

축가다. 건축의 본질은 공간에 기인하며 완벽한 공간의 자유를 구

축가는 완성된 건축대상으로 자기를 표

현하기 위해 미스는 건축의 디테일에서조차 세심한 배려를 했다.

현할 뿐, 별도의 말과 글은 사족에 지나

그것은 건축물을 중성의 공간 외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통해 공

지 않는다는 믿음을 당신이 가지고 있

간 비우기로 나타난 바 있으며, 이를 위해 기둥은 매끈한 공간의 구

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을 주

축을 위해 내부의 돌출 없이 건축물의 외벽에 설치하는 등의 디테

문한다. 그 전에 누군가의 영향에 의해

일로 완성되었다.

서건 그러한 관념이 팽배해 있는 우리

이 책에서는 미스의 건축 이론의 세계가 텍토닉의 단계로부터 건축

건축 사회에 이 책의 주인공 미스는 오해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발원

과 공간의 개념으로 진화되는 일련의 과정임을 적시하고 있는 저

지라는 점에서도 아이러니다.

자의 시선을 좇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전적으로 역자 김영철

미스 자신이야말로 동시대 거장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나 프랭크 로

의 친절한 가이드에 기대는 바 크다. 그는 저자의 한국인 제자이며,

이드 라이트가 쏟아낸 건축이론 서술의 규모에 비교하여 아주 소량

현재 독일에서 아우구스트 슈마르조의 건축 이론 및 그 수용에 대

의 글들이 남아 있을 뿐이며, 그 스스로도 자신의 사상이나 기본 동

하여 오랜 시간 연구해 오고 있는 학자이다. 슈마르조는 1893년에

기를 설명할 어떠한 개인적인 ‘활자’도 자신의 건축 작품에 덧붙이

처음으로 아키텍처(Arche-Tektonike)를 순수 독일어인 ‘Raum-

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하는 로렌초 파피의 증언은 이를 방증하고도

Gestaltung(공간-조형)’으로 번역한 장본인이다. 그는 새로운 시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대의 구축, 새로운 세계의 창작 근거를 선험적 직관 형식인 공간에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기존의 미스에 대한 대부분의 저작들이 미스

서 찾고 있는 중요한 인물로서 근대건축의 역사가 그 이론의 수용사

건축에 대한 근거와 해명을 위해서 ‘실제로 미스가 생각하고 표현

이기도 한데, 미스는 그 연장선상에서 주요한 발자취를 남겼다. ⓦ

했던, 또한 자신이 구현했던 내용에 근거했는가?’하는 질문으로부

글|서장지기

터 저작 동기를 삼는다. 미스가 자기 건축의 활자화를 부인하고 있 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미스에게 말할 기회를 주기보다 저술가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미스의 건축을 채움으로써 해석의 작위성과 오독 의 거침없는 확대재생산이 미스 읽기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한 건축가가 창작과정에서 보여주는 개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대 차원에서 건축을 이해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는 것이다. 미스에게 건축은 재료 와 구축의 근본에서 출발하여 구조와 기능 그리고 예술의 영역에 이 르는 순차적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로써 건축가는 한 시대의 담지자이며, 시대의 역사를 기록하는 주체이고, 그 시대의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임을 지시한다. 결국 미스의 건축 에서는 양식이 아닌 시대의 조건과 수단, 목적 그리고 시대의 가치 와 의미가 건축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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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죽음과 이명박 정부의 무섬증과 장소성 이론 이종건의 <COMPASS 07>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지금껏 살면서 대통령을 하고 있거나 지낸 사람이 자살했다는 말을 나는 들어본 적 이 없다. 아마도 허기진 괭이가 곳간을 샅샅이 뒤지듯 있을 만한 곳들을 미친 듯 찾아보면 혹 한둘 있을 수 있을지 는 모르겠다만, 설령 그러한 사건(들)이 그 전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한들 이는 노무현의 자살사건이 나고 서야 알게 되는 셈이니 나의 첫 말은 별 바뀔 게 없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그 장 본인이 전두환도 노태우도 아닌 노무현이라는 사실은 가히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이다. 그만큼 그의 자살은 우리의 상상력을 확실히 무력화시킨 사건들 중의 사건이다. 공인의 자살 이유 ⓦ 노무현의 자살을 두고 전두환은, 그의 죽음이 마치 정신의 허약에서 발생한, 약자의 소행인 양 좀 더 꿋꿋하지 못해 아쉽다는 소회를 밝혔는데, 전두환과 노무현을 감히 비교할 수야 없겠지만, 어찌 되었든 둘 다 대통령을 지냈다는 점에서 굳이 나란히 놓고 말하자면 이 둘은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루지 않나 싶다. 성장 배 경과 직업과 권력 장악/행사의 방식과 그 이후의 행보 등의 차이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알고 있으니 제쳐 두고, 자 살이라는 이슈에 대해 둘 간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순결을 생명보다 귀히 여기는 여인과, 생존을 위 해서라면 순결 따위야 껌같이 여기는 갈보 간의 차이와 같다고 말이다. 자살은 근본적으로 자신이 설정한 삶의 표 준의 고수 불가능에 따른 수치심(공인의 경우)/좌절감(일반 개인의 경우)에 의해 발생한다고 일단 줄여 말한다면 공인은 결국 자신이 설정한 삶의 표준의 하강의 정도를 얼마나 수치스럽게 느끼느냐의 문제, 곧 인격의 고결성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수치심이 아니라 죽음을 택하고, 혹자는 죽음이 아니라 수치심을 택한다. 전자는 죽음 을 통해 인격의 몰락을 저지하고, 후자는 생존을 위해 인격의 몰락을 수용한다. 전자는 죽되 인격이 살고, 후자는 살되 인격이 죽는다. 현 정부의 아고라포비아 ⓦ 고인을 추모하는 두 자리가 또한 대조적이었다. 서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덕수 궁 분향소와 이명박 정부가 그 후 대세에 떠밀린 듯 세운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 전자는 집 밖이고, 후자는 집 안 이다. 전자는 경찰이 예의주시하며 에워쌌고, 후자는 공권력의 감시가 없었다. 전자는 시민들이 상주가 되었고, 후 자는 관료들이 상주로 행세했다. 전자는 영결식이 끝난 이후 경찰의 강제 철거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었고, 후자는 영결식이 끝나자 바로 치워졌다. 그리고 전자는 사람들이 후자보다 훨씬 들끓었다. 노무현 자살 사건으로 확연하 게 드러난 것은 그뿐 아니었다. 고인의 추모 기간 내내 이명박 정부는 경찰 버스로 두 군데 방어벽을 설치했다. 청 와대와 서울광장.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무엇이 무서워 청와대와 서울광장을 철통 방어했을까? 여전히 도무지 이 해해 줄 수 없는 희한한 일이긴 하지만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이니 일단 그렇다 치고, 텅 빈 공간에 대한 강 박적 무섬증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는 왜 아고라포비아(agoraphobia)를 겪는가? 정작 자신이 만든 공간에 귀 신이 들어 괴롭힘 당하듯(haunted) 텅 빈 청계천 공간에 시달리는 이명박의 질병의 정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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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극단적 분열 ⓦ 노무현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분열을 두 가지 구도에서 명확히 드러냈다. 분향소를 찾 은 추모객이 500만 명을 헤아린다니 그야말로 가히 노무현 신드롬이라 불러 마땅하다. 그런데 이 노무현 신드롬을 일으킨 사람들은 누구인가? 논리적으로 보면, 대개는, 당연히 노무현의 삶과 정치의 방식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들 일 수밖에 없다. 권력이든 돈이든 가진 자가 아니라 갖지 못한 자(노무현의 탈권위적 행동은 그가 서민의 자리 곧 낮은 곳으로 내려가 함께 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한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들 어서면서 뜬금없이 무자비하게 유포시킨 소위 좌파의 생각에 동조하는 자다. 좌파는, 북한을 힘으로 통제하거나 제압할 대상이 아니라 나눔과 대화의 대상, 소위 따뜻한 햇볕(원조)으로 마음을 열어 그들이 세상을 향해 잠근 빗 장을 풀게 하자는, 그래서 공산주의를 적대시하기보다 우선 도와야 한다는 빨갱이 같은 집단을 일컫는 말일 게다. 노무현 편에 선 사람들이 흔히 부르는 꼴통 보수(미국 공화당의 네오콘에 맞먹는 뉴라이트나 한국자유총연맹과 같 은 무리들, 조선, 중앙, 동아 세 재벌 언론 혹은 언론 재벌)에 억압당하는 자들이다. 노무현의 죽음으로 인해 우리는 목하, 꼴통 보수-좌파, 그리고 ‘가진 자’-‘갖지 못한 자’로 편이 갈라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고 있다. 광장이 획득하게 될 문화적 정체성을 두려워하는 현 정부 ⓦ 텅 빈 공간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무섬증은 그러므로, 텅 빈 공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점유할 사람들의 반복적 행위에 대한 염려에서 비롯되는, 텅 빈 공간이 반정 부 집회로 거듭 이용될 것에 대한 걱정이라 할 수 있다. 어떤 행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장소는 그 장소의 물리 적 속성과 상관없이 그 행동과 결부된 문화적 정체성을 획득한다. 명동성당이 그러한 것처럼 장소는 장소일 뿐이 고, 공간은 공간일 뿐이지만 거기에 어떤 행동이 되풀이될 때 그 장소나 공간은 특정한 성분들로 문화화 되고 정치 화 되어, 마침내 어떤 고유성을 획득한다. 이명박 정부가 불안해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만든 청계광장과 서울광장 이 자신의 이념에 대립하는 문화적 정체성으로 바뀌는 것이다. 권력은 시한부지만 그렇게 정체성을 획득한 장소 에는 유효 기간이 없다. 인생 최고의 순간들에 힘을 바쳐 이룬 업적들이 비판당하고 경멸당하고 타도당하는 장소 의 영구적 기념비가 된다는 사실은, 잠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지옥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은 반복을 통해 권위가 부여된다 ⓦ 장소성이 장소나 공간의 물리적 속성과 완전히 따로 노는 것은 물론 아 니다. 청계광장과 서울광장이 정부/정책 규탄 집회장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은 그 장소의 입지도 한 몫 하고, 텅 빈 공간의 속성도 한 몫 한다. 청계광장과 서울광장의 장소성, 곧 이명박이 만들었다는 장소의 내력으로 인해 이명박 의 치적으로 여겨진 장소라는 것, 그리고 그가 열린(누구에게?) 공간을 만들어 냄으로써 누구나(이제는 정치적으 로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이 되었다는 사실은, 당연히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장소 의 물리적 혹은 탈물리적 연관들에 구속되어 있는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 곧 애니미즘(흔히 뱀으로 묘사 되는 장소를 지키는 정령이나 우리나라 전통 토속신앙에서 나온 정주신과 같은 장소 귀신)이나 형이상학(주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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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거의 존재론)이나 심리학(실험미학과 지리학에 기초한 분위기 이론)에 기댄 장소성 이론들을 폐기하고, 전혀 다른 이론의 틀에서 장소의 의미를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은 생물학적 신 체가 아니라, 정확히 우리의 행동과 행위”라는 버틀러(Judith Butler)의 성(gender) 이론은, 우리가 어떻게 행 동하느냐에 따라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명료하게 하고 우리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해방 적이다.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은, 고정적이거나 작위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반복된 어떤 행동, 곧 수행의 효과라고 하는, 버틀러 이론의 외연적 관점에서 재구성한 문화론이 훨씬 능동적이고 혁명적이다. 이로 써 버틀러는 “기존의 것이 지니고 있는 헤게모니에 도전할 수 있는, ‘진정성’과 같은 용어의 권위를 의심할” 수 있 는 이론적 근거를 우리에게 제시해 준다. “어떤 것도 스스로 진정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반복을 통해 권위가 부 여된다”는 것이다. 시민의 행동으로 결정될 광화문 광장의 정체성 ⓦ경복궁 앞 광화문로에 폭 34미터, 길이 740미터의 광장이 곧 개 장된다. 서울시장 재직 시 불도저식 전시 행정으로 히트를 친 이명박 대통령을 따라잡기 위해 벌이는 오세훈 서울 시장의 환상 혹은 과대 욕구 때문인지 “서울을 역사와 관광, 녹지, 문화의 네 개 축으로 개발하는 도심 재창조 프로 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적 자산을 탄생시키기 위한" 서울시의 의지의 결과인지, 혹은 열린 공간 이라는 미명 하에 기실은 닫힌(정치적으로 조절되고 통제된) 공간을 만들어 더욱 더 전체주의적인 사회 공간을 확 대/재생산하려는 건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이 글의 논지에 따라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광화문 광장의 정체성 또한 서울시가 어떤 정치적 혹은 이념적 플래카드를 치켜들거나 내세우든 그것과 전혀 상관없이 오직 거기서 반 복적으로 벌이는 시민의 행동에 의해 부여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

글쓴이 이종건은 오클라호마 대학교 건축대학을 거쳐 조지아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에서 역사/이론/비평 전공으로 철학박사를 받았다. 귀국 후 이종건 건축연구소 를 개소하여 ‹국립 중앙 박물관›, ‹경상대학교 제2 도서관› 등의 설계 경기에 참여하였다. 1996년부터 동명정보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기대 건 축대학원 교수로 있다. 우리 시대 가장 소중한 자리를 지키는 비평가로 『해방의 건축』, 『중심이탈의 나르시시즘』, 『텅빈 충만』등을 썼고, 역서『건축 텍토닉과 기술 니힐리즘(Gevork Hartoonian 저, 시공문화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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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최충욱은 건축을 전공한 뒤 월간 ‹이상건축›과 ‹건축문화›, ‹플러스›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이후 몇 개의 출판 매체 기획사에서 건축과 인테리어, 건설 관련 출판을 코디네이션 했다. 최근까지 도시 건축 전문 여행사에서 해외 벤치마킹 답사를 수년간 진행하면서 해외의 다양한 도시 건축 공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시작했다. 세계의 도시, 건축, 조경, 인테리어 등 공간 디자인과 관련된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스페이스투어› 운영자를 맡고 있으며, 공간전달연구소 초이스페이 스‹choi's pace›를 운영하면서 해외 도시 건축 가이드북 제작과 매거진 발행에 집중하고 있다

우에노 (Odaiba, お台場) 최충욱의 <공간 전달자 05> 우에노는 과거 상업 지역으로 유명했던 곳으로 지금도 그 전통이 남아 있다. 각종 열차가 경유하는 교통의 중심지로,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게이 세이센의 종착지이므로 나리타 공항으로 들어오거나 돌아갈 때 우에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서민적 분위기의 시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물건 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많다. 우에노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술집이나 음식점도 모여 있어 길거리에서 한국어로 된 간판도 심심 찮게 볼 수 있다. 또 우에노는 고전 모델부터 최신 모델까지의 오토바이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오토바이 마니아라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특히 우에노 공원은 노숙자들의 본거지로 유명한데, 이는 노숙자를 위한 무료 급식이 이 공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사진)

➊ 동경대학교 야요이 강당/부설자료과 Yayoi auditorium, University of Tokyo

ⓦ 설계 : Kohyama Atelier (Hisao Kohyama)/Tohyema Architects & Engineers/Graduate School of Agriculture and Life Sci-

ences, The University of Tokyo ⓦ 완공 : 2003. 03 ⓦ 연면적 : 999㎡(강당), 76㎡(자료관) ⓦ 용도 : 교육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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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➌ 소피텔 도쿄 Sofitel Tokyo ⓦ 설계 : Kiyonori Kikutake (K. Kikutake Architects) ⓦ 완공 : 1994. 06 ⓦ 연면적 : 9,798㎡ ⓦ 용도 : 숙박 시설

→ ➋ 야요이 노 마치야 Yayoi no Machiya ⓦ 설계 : Michimasa Kawaguchi (Michimasa Kawaguchi & As-

sociates) ⓦ 완공 : 1996. 06 ⓦ 연면적 : 133㎡ ⓦ 용도 : 주거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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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동경예술대학 미술관

➎ 동경예술대학 콘서트홀

The University Art Museum, University tokyo Sogakudo Concert Hall, University tokyo nanational university of fine arts and music tional university of fine arts and music ⓦ 설계 : Kijo Rokkaku/Nihon Sekkei Inc

ⓦ 설계 : Okada & Associates Architects Engineers Planners

ⓦ 완공 : 1999. 04 ⓦ 연면적 : 8,720㎡ ⓦ 용도 : 전시 시설

(Shinichi Okada) ⓦ 완공 : 1998. 03 ⓦ 연면적 : 6,540㎡ ⓦ 용도 : 교 육 시설, 공연장

➏ 국제어린이도서관 The International Library ➐ 동경국립박물관 호류지 보물관

of Children’s Literature ⓦ 설계 : Tadao Ando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Tokyo National Museum The Gallery of Horyuji Treasures (Horyuji Homotsukan)

Nikken Sekkei Ltd. ⓦ 완공 : 2002. 01 (리노베이션) ⓦ 연면적 : ⓦ 설계 : Yoshio Taniguchi (Taniguch & Associates) 6,672㎡ ⓦ 용도 : 교육 시설

ⓦ 완공 : 1999. 03 ⓦ 연면적 : 8,729㎡ ⓦ 용도 : 전시 시설

➑ 우에노 공원 Ueno Onshi Park 1873년 만들어진 공원으로 1924년 일본 최초로 지정된 5대 공원 중 하 나이다. 620,000㎡의 대지에 봄의 벚꽃이 만발한 곳으로 유명하며, 기 요미즈 관음당이라는 400년 고찰과 시노바즈 연못, 100년 약사를 자랑 하는 우에노 동물원, 도쿄문화회관, 일본예술원, 도쿄도 미술관, 국립과 학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 등이 있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까마귀와 비둘기, 노숙자들로 인해 상당히 지저분하 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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➒ 우에노 공원

파출소 Police-box at Ueno Park ⓦ 설계 : Tetsuro Kuro

kawa ⓦ 용도 : 파출소 ⓦ 완공 : 1991

↗ ➓ 국립서양미술관 신관 NEW ANNEX OF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 ⓦ 설계 : Kunjo Mayekawa Architect & Associates ⓦ 완공 : 1979. 10 ⓦ 연면적 : 4,788㎡ ⓦ 용도 : 전시 시설 ⓦ www.nmwa.go.jp

 국립서양미술관 National Museum of West-  동경문화회관 Tokyo bunka kaikan ⓦ 설계 : Kunjo Mayekawa Architect & Associates/Yokoyama ern Art 미술수집가 마쓰카와 고이지로가 수집한 19세기부터 20세기 전반의

Architects and Design Office ⓦ 완공 : 1961. 04(본관)/1984(리

회화와 조각을 전시하는 공간이며, 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정부가 일

허설 관) ⓦ 연면적 : 21,234㎡ ⓦ 용도 : 공연장, 전시 시설 ⓦ http://

부 미술품을 압류하는 조건으로 건립되었다. 2007년 12월 국가 중요문

www.t-bunka.jp/en/index.html

화재로 지정되었으며, 마쓰카타 컬렉션의 370점과 서양 미술품 4,500 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했으며, 그의 일본인 제 자인 쿤조 마에카와, 준조 사카쿠라, 타카마사 요시자카가 감리를 맡 았다. ⓦ 설계 : Le Corbusier/ Kunjo Mayekawa Architect & Associates ⓦ 완공 : 1959. 02 ⓦ 연면적 : 4,399㎡ ⓦ 용도 : 전시 시설 ⓦ www.nmwa.go.jp

→  아메요코 시장 Ameyoko Market 우에노 역에서 오카마치 역으로 통하는 좁은 거리에 형성된 시장으로 우리나라 남대문과 비슷한 분위기다. 2차 세계대전 후에 암시장으로 명 성을 날렸던 곳이 시장으로 발전하였으며, 미국 제품을 많이 판다고 하 여 아메요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고가철교를 따라 500여 개의 가판 대와 점포들이 미로처럼 길에 늘어서 있으며, 농산물, 수산물, 건어물, 옷, 가방, 음식 등 다양한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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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신봉동 타운하우스 | 박종기 <주택 계획안 100선 09> 박종기는 중앙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건축, 일신건축, 홍산건축 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현재 이웨스 건축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Pinx Biotopia Master Plan, 우동 U-Town 설계, 여의도 the# 아일랜드 파크, 세운 4구역 도 시환경 정비 사업, 합정 1구역 도시환경 정비 사업, 송도 유원지 개발계획 등이 있다 설계 참여자|최진용, 강영민, 변심석, 김기한, 조영국, 장원영, 최상아

( 그림 1 ) 용인 신봉동 타운하우스 위치

The House Quintet

건이다. 방해 받지 않는 뷰(view)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음악의 오중주, 5중창. 5개의 악기가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편안하게 자연을 닮아가기(Comodo) : 자연을 삶의 중심에 두고 편

음악용어. 집이 가지는 다섯 가지의 가치가 모여 하나의 풍경을 만

안하게 자연 속에 녹아드는 삶을 영위한다. 탁 트인 조망 때문에 풍경

든다. Moderato 절제하며, Elegante 고귀하게, Comodo 편안하

을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를 가지며, 경사지는 편안한 앞마당이 되고,

게, Calmato 고요하게, Liberamente 자유롭게.

군데군데 비어있는 오픈 뷰(open view)를 형성하여 그 사이로 각각 의 정원이 보인다.

매력적인 절제 속에(Moderato) : 당차게 자기를 제한하되 스스로에 게 더 넓은 내적 자유를 선언한다. 가장 낮은 대지에 위치하고 있고,

고요함 속에서 삶을 돌아보기(Calmato) : 책상 위에 앉아 조용히 고

동선의 방해가 심한 초입 부분이다. 좋은 향과 조망을 가지고 있는 입

요하게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다. 단지에서 가장 폐쇄적인 곳에

지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공간을 내부로 가

위치한다. 독립적인 공간을 영위할 수 있는 곳으로 각각의 프라이버

두고, 가두어진 빈 공간에 빛을 끌어들인다.

시를 극대화하고, 최대한 정적인 공간을 유도한다.

드러나지 않는 고귀함으로(Elegante) : 내 것을 드러내지 않으나 매

자유로운 풍경 만들기(Libramente) : 물길과 바람 길이 열려 있어,

화 향기처럼 고귀함은 널리 퍼진다. 단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

모든 풍경들이 그 속에서 자유롭다. 이웃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그 안

여 고대 그리스 신전 같은 고귀함과 상징성 을 내포할 수 있는 입지 여

의 모든 풍경들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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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odo Block

다. 따라서 기존 지형과 건축이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 고민한 다. 경사지에 옹벽을 만들어 대지의 효율을 높이는 대신 땅의 사용이 라는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발생하지만, 건물을 후퇴시켜 경

이 블록은 탁 트인 조망을 가지고 있고, 고저차가 9~20m를 넘는 12

사면을 있는 그대로의 자연 정원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자연

개 필지의 경사지이다. 대지 특성상 경사진 대지에 어떻게 건물을

정원은 지하 공간의 앞마당이 되고, 자연 정원과 지하 공간 사이에

앉히고, 남는 대지를 어떻게 남겨둘 것인가, 그리고 풍경을 최대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적절한 데크를 만듦으로써 풍경이 액자 속 그

조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설계의 주안점이

림이 되도록 한다.

대지 분석

컨셉트 키워드에 따른 분포도

진입 및 외부 공간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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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odo Block 의 예술가의 집

고 지하층을 이용한 계획을 시도하였다. 즉 층간 배열에 있어서 공간의 성격이 주거 생활의 사회 문화적 성격 에 따라 확연히 구별되고 있다. 1층은 사회 문화적으로 적극적인 공간

건축주는 독립적이고 조용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화가이다. 여가 생활

이다. 거실과 식당이 편하게 앞마당으로 연결되어 즉시 파티 룸이 되

에 대한 소비 욕구가 강해서 별도의 와인 룸과 음악 감상실을 원했고,

기도 하는 전시 공간이다. 2층은 가족들만의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사

때로는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요구했다. 또 평상시 주거

적 공간으로, 부부 공간은 아이들 공간과 다시 1/2개 층의 단차로 최

공간이지만 필요시 적절히 변할 수 있어서 주말이면 가까운 지인들과

대한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이곳의 지형을 최대한

파티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전시 공간이길 원했다. 따라서 주거 공간

이용하여 만들어진 지하층은 그 둘 사이의 적절한 중간 공간인 셈이

인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그리고 이 둘의 중간 영역에 대한 배열이

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곳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친밀하고 가장 사회

무엇보다 중요한 설계 요소로 작용한다.

적이며 문화적인 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와인 룸과 음악 감상실, 야

공간들이 제각기 다른 느낌과 영역성을 갖고,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외 스파 공간, 게스트 룸을 지하층1, 2층에 배치한다. 이러한 1층의 공

적절히 이용할 수 있도록 가변적이기 위해 무엇보다 영역 구분이 필

적 공간과 2층의 사적 공간의 문화적 사이 공간인 지하층에서 현대에

요하다. 따라서 적절하게 스킵(skip)된 단차와 층간의 영역 구분 그리

필요한 정서적 시감을 가장 풍부하게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

Comodo Block

Comodo Block 모형

예술가의 집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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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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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평면도 지하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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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기르기 Breeding Cubes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11 | 김영재>

건축이 수행하는 신비주의에 대한 보편적 해석은 자급적(self-refen-

대상적인 시스템(기하학)을 어떻게 물적 실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디

tial) 의미가 부여되는 기하학적 축조의 끊임없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일

자인 어휘로 전환하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현된 기호로서의 건축

반적으로 건축가들의 기하학에 대한 인식은 환원적이고 추상적인 건물

이 은유나 상징으로 전락하지 않는 한, 나의 건축이 할 수 있는 일은 바

의 표면을 이루는 형식 혹은 형태적 결정의 기준일 수 있다. 그 반대의

위에 계란 던지기 식의 아쉬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출

이항대립적 인식이 기하학을 생산과정의 합리적인 도구 혹은 비대상

발점으로의 회기는 꼭 시간을 내어 둘러볼 만하다고 믿는다. 너무 바람

적인 구축자(guider)로 본다면, 나의 작업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이 비

이 큰 것일까?

↑ 큐브 기르기 글쓴이 김영재는 1965년 고려대학교와 Harvard University GSD(M. Arch.)를 졸업하고 건축문화 설계연구소와 Davis Brody Bond, LLP, New York에서 실무를 하였다. 2003년부터 건축연구소 Anonymous Contents를 개소하여 운영해 오고 있으며, 현재는 ㈜토문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해외사업본부 본부 장으로 있다. 경기대학교, 단국대학교, SAKIA Tutor로 활동했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설계스튜디오를 맡고 있기도 하다. 주요 작품으로는 Ford Motors Design Center, 모띠아트로 매장, 금산갤러리 계획안, CASA 오징거, 대기 주유소 등이 있다. 갤러리 나인큐브로 2008년 건축가협회 특별상을 수상 했으 며, 최근엔 ㈜토문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에서 리비아 Almanshia Investment Project, 아부다비 Sur-face 리조트 호텔 등의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진 |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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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Why still CUBE? Why not!~ 온전히 개인적인 숨 고르기처럼 진행된 일련의 프로젝트, CUBE

러 들어오는 자연광을 활용한다. 이로 인해 갤러리 공간에는 특정한 장

Mini_Mani, CUBE_Mega, CUBE_Tipped, CUBE_Upfold,

소의 기후 및 일조 상황과 관련된 특별한 성격이 부여될 수 있었으며, 이

CUBE_Nines는 순전히 기하학 (Geometry)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는 낮 시간 동안의 갤러리 공간에 매우 분명한 오리엔테이션(orienta-

제는 다소 진부해져 버린 큐브성에 대한 건축가의 외람된 고찰이며, 또

tion)과 정체성을 부여한다.

한 고집스런 건축적 수행이다. 큐브의 매력은 섬세한 물질성 이전에 그 형체에 대한 나의 우연한 인식이며 만남이기에 기하학을 통한 아름다

둘째, 건물의 내부 공간을 미로로 바꿔버리는 형식과는 달리, 방문객들

움에 대한 방법적 보편성을 획득하고, 건축적 의미 영역을 형성하는 과

이 건물에 진입하자마자 건물의 배치를 알 수 있는 축선(axis)과, 그 축

정의 고집스러운 개념적 도구이면서, 동시에 실제(reality)이기도 하

선 상에 배치되어 있는 다양한 크기와 층고의 갤러리 공간을 가장 긴 동

다. 결국 시각적 응시에 있어서 우리의 눈과 대상과의 접촉은 비록 인간

선으로 묶음으로써 작은 대지 안에서의 질서와 위계를 방문객으로 하

의 시각력이 가지고 있는 비효율성과 왜곡의 반복일 수는 있지만, 단순

여금 즉시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에 설치된 기하학적 볼륨 덩어

히 표상적이거나 우연적인 맞닥뜨림이 아닌 본질 인식의 중요한 과정

리는 간단히 나(방문객)와 나를 둘러싼 세계(world)와의 위상적 관계

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하(geometry)는 간단하지만 동시에 강

를 설정하고 보정(resetting)하는 공간이다.

력하다. Why still CUBE? Why not!~ 셋째, 건물의 외관은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태 안의 내부 조직을 명료하

큐브 기르기(Breeding Cubes)의 완결로서-실제로 재현되었다는 의 미에서 ‹갤러리 나인큐브›는 7.2m x 7.2m x 7.2m 아홉 개의 구축적 모듈의 기호학적 재현이다. 프로젝트는 주어진 대지의 한 모퉁이로부 터 시작된다. 그곳으로부터 놓여진 아홉 개의 큐브를 통해 대지의 지형 적(topological), 공간적(spatial) 잠재력을 어떤 시각으로 읽고 어떠 한 행위를 하느냐가 메이커(maker, 건축가)의 객관적 책임이라면, 오 거나이저(organizer, 건축가)의 주관적 선택의 모든 시작점은 아홉 개 의 큐브가 가지고 있는 점, 선, 면, 볼륨 등 수치화할 수 있는 모든 기하 학적 데이터와, 아주 낮게 깔려있는 은유적인 냄새일 뿐이다. 건물이 차

게 암시할 수 있도록 일체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 하였으며, 그 연속성의 한가운데 가장 큰 내부 중정을 두어 두 개의 작 은 기능 공간을 하나로 묶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사이에 상하 동선을 관장하는 블랙박스는 가이딩 라이트(guiding light)의 역할과 동시에 판옵티콘(panopticon)의 역할을 하고 있다. ⓦ ↑ 갤러리 나인큐브 배치도

數.幾 놀이 Playing with numbers & lines

지하고 있는 대지는 전면에 작은 수변적 공간과 뒤로 가파른 야산을 등 지고 있다. 이 갤러리의 대지 면적은 991m2지만 대지 접변을 읽을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은 존재하지 않고 단독체로 홀로 서 있다. 디자인 프 로세스의 시작은 대지를 가로지르는 리니어(linear)한 단순 기하학적 형태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고, 그 시작은 자연과 대비되는 인공적 입 방체의 도입과 아홉 개의 연속된(연장된) 입체적 큐브를 프레임 라인 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기하학적 효과 를 살리기 위함이지, 순수주의적 건축의 표방이나 극도의 미니멀리즘 (minimalism)의 결과물은 아니며, 건축 의미의 재현 (representation)에 반하는 수사학적 이야기 또한 극도로 자제했다. 그것의 위치 (status)가 현상학적으로 보면 반대되는 명확함과 실재적인 것 사이에 놓여 있다면, 이 프로젝트는 명확함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보 이는 그대로이다. 이 프로젝트는 세 가지 파티(parti)로 진행된다. 첫째, 대부분의 전시 갤러리는 ‹나인큐브›의 끝 단과 중정으로부터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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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나인큐브 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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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processed landscape

자연으로 디자인할 수 있을까?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12 | 유승종>

물의 조작된 움직임을 반복해서 보여 주고 있음에 불 과하다. 우리가 만일 물이라는 살아 있는 재료의 살 아 있음, 역동성,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계 내 에서의 속성을 이용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면……?

물의 흐름과 속도, 바람의 세기, 땅의 성질, 어쩌다 한

이는 참으로 멋지고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번씩 내려치는 번개까지, 지금 이순간에도 자연 속에

자체로 디자이너로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것들……. 그런 것들로 디자

도구를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인하는 것이 가능할까?

여름 밤에 무섭게 큰소리로 하늘을 찢어 놓는 번개

혹시 이 질문에 멈칫한다면, 나는 이제 당신에게 건

역시도 디자인의 일부로 사용될 수 있음은 이미 대

축적 마인드에서 출발된 비좁은 프레임을 벗어 던지

지 예술가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가 멋

고 조경 디자인의 광활한 영토로 들어오시라고 감히

지게 보여 주고 있다. (그림2) 미국 중서부 뉴멕시코

초대하고 싶다.

의 사막지대, 인적이 드문 초지 한복판에 세워진 400

편의상 설명을 위해 슬라브, 보, 기둥, 스킨, 패널, 유

개의 거대한 스틸 막대기들은, 그 자체로서 갖는 형

리창, 문, 바닥, 포장 등의 공간구성 요소와 재료 등을

태적 기념성보다는 자연과의 조우를 원하는 인간의

전부 아울러서 ‘죽은 재료’라고 칭한다면, 이와는 반

제스처라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즉, 사막 지

대로 자연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리들, 이를테면 물

역에 짧게 찾아오는 우기에, 간간히 내려치는 이 근

의 흐름, 바람의 세기, 무리 지어 이동하는 새들, 심지

방의 번개들 중 상당수가 바로 이 스틸 막대기를 타

어 번개까지도, 이 모든 것들은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겟으로 삼게 함으로써 번개들의 방문을 환영하는 자

데 있어서 디자이너가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도구

리를 만드는 것이며, 그리하여 사막에서의 짧은 우기

로서 ‘살아 있는 재료(Raw Material)라고 칭할 수

를 축복하는 색다른 장소성을 만들고 있다. 이 과감

있을 것이다.

한 예술 작품의 이면에는 자연의 프로세스에서 일어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서 죽은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

나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디자인의 대상으로 끌어들

과 살아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이 같을 리 만무

이고자 하는 모험 정신이 깃들어 있다.

하다. 생태찌개와 동태찜의 요리법이 같을 수 없는 것

조경의 영역에서 자연은 더 이상 관조나 감상의 대상

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환경을 다루는 데 있

이 아니다. 디자이너로서, 당연히 디자인의 재료로서

어서 우리는 자연의 살아 있음을 반영하는 것에 익숙

자연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재료는 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죽은 재료의 레시피를 살아있는

아 있다. 죽은 재료를 디자인하는 것과 살아 있는 재

재료에 그대로 적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료를 디자인하는 방법은 같을 수가 없다. 여기에서 조

(그림1) 당장 가까이에 있는 수공간의 이미지를 떠올

경가와 건축가의 구분은 절대로 무의미하다. 필자의

려 보자. 바닥 분수, 음악 분수, 안개 분수, 거울 연못

작업 중 몇 가지를 지면을 빌어 소개하고자 한다.

( 그림 1 ) 박제된 자연 — 재료의 살아 있음이 반영되어 있는가?

등……,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고는 있지만 실상은 ( 그림 2 ) Walter De Maria, Lightning Field, New Mexico, 1977

글쓴이 유승종은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수학했다(MLA). SWA Group, Mia Lehrer and Associates를 거쳐 현재 희림 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 디자인팀 부서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 광화문 광장 아이디어 현상 공모 당선, 국립대구과학관 현상설계 당선, 2014 아시안 게임 주경기장 현상 공모 당선, 국립 해양생물 자원관 현상설계 당선, 한국 석유공사 건립 현상설계 당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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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Landscape + Performance 국립 해양생물 자원관 현상설계 (당선작)

연결한다. 밀물 시기에는 한쪽 끝의 고정 단을 제외 한 나머지 데크 구조물들이 물 위에 떠있는 채로 허 용된 반경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 림5) 마치 머리카락이나 실타래처럼 물 위에서 흔들 리면서 물살의 흐름에 맞추어 움직이다가, 썰물 시 에 물이 빠져나가면 갯벌의 어느 한곳에 내려앉으면 서 고정된다. 이제 물 빠진 갯벌에 입장하는 관람객

21세기, 친환경, 녹색 성장, 자연과의 화해, 그리고 갯

들은 이 목재 데크들을 밟게 되고, 데크 하부 면의 스

벌. 갯벌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해양생태계의

파이크들이 갯벌 안에 깊숙이 박히게 된다. 다시 물

보고라고도 한다. 갯벌에서 조개와 게를 잡으며 시간

때가 되어 밀물이 들어오면 이 데크들이 물 위에 뜨

을 보내는 갯벌 관광 역시 근래에 들어 성황이다. 국

게 되면서, 마치 농부가 밭고랑을 만들기 위해 괭이

립 해양생물 자원관 건립을 위한 현상설계에서 ‘조경

질을 하듯이 갯벌의 표면 흙들을 갈아엎는 작용을 하

계획을 위한 과업 지침’에는, 건립 부지에서 50여 미

게 된다. 다시 썰물이 되면 또 다른 위치에서 같은 일

터 떨어진 갯벌로 관람객을 유도하는 접근 도로에 대

을 반복하게 된다. 밀물과 썰물이라는 자연의 작동 주

한 디자인 제안을 명시하고 있었다. (그림3)(그림4)

기에 맞추어서 이러한 갯벌 위의 괭이질은 계속 지속

갯벌을 위한 길을 디자인하는 것, 그것이 정녕 아름

될 것이다. (그림6)

다운 길을 조성하여 사람들이 편하고 쾌적하게 이용

자연 생태계에서 갯벌 내에 서식하는 생물 종들의 번

하도록 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다시 한 번

식과 적응력이 최대로 발휘될 때는 홍수로 범람하는,

갯벌이라는 곳의 역동성, 특히 밀물과 썰물의 작용이

즉 기존의 안정된 상태를 뒤엎어 새로운 생육의 환경

만들어 내는 경관(landscape)의 역동성을 생각해

이 벌어질 때임을 감안하면 하루에 두 번씩, 매일매

보자. 아마 다음과 같은 디자인도 가능할 것이다.

일, 매번 다른 위치에서 벌어지는 이 작은 괭이질의

밀려들어오는 밀물, 빠져나가는 썰물, 매일 두 번씩

소환경 교란 작용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해당 반경 내

반복되는 이 자연의 프로세스를 디자인에 이용해 보

에서의 갯벌 생태 환경을 풍요롭게 만드는 작용을 할

도록 한다. 10여 미터 길이의 가벼운 목재 데크 8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지역은 서식 생물의 종류

를 연결하되 육로와 연결되는 한 개만을 고정 단으

가 다양하고 개체 수 역시 풍부한 지역이 됨으로써 사

로 남겨 두고 나머지의 각 마디들은 상하좌우로 유

람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단순히 길만이

연하게 움직이는 힌지(hindge)구조가 될 수 있도록

아름다워서 가는 갯벌이 아닌) 갯벌 관광의 핫 스폿

( 그림 6 )

( 그림 3 ) 서해안의 갯벌 생태계와 조우하는 사 업부지

( 그림 4) 갯벌에서 발견하는 생물들

( 그림 5-7 ) 국립 해양생물 자원관 현상설계

( 그림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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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Spot)으로 변모해 갈 것이다. (그림7)

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램 콜하스가 그

자, 여기에서 “갯벌로 가는 길”이라는 설계 공모 지

의 저서 『S,M,L,XL』에서 전통적인 전문직으로서

침의 문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단순하게 생각

의 도시계획은 죽었다, 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같은

하면 ‘길’이라는 것은 형태적 층위에서의 길이기도

이유, 즉 사람들의 끊임없이 변하는 욕구를 전통적

하겠지만, 중의적으로 그 뜻을 확장하자면 그 ‘길’은

인 도시계획 방법으로는 예측도 규정도 할 수 없음

‘무엇을 위한 방법’의 뜻으로 해석하여 적용할 수도

일 터이다.

있겠다. 이처럼 본 계획안에서는 갯벌로 가는 길, 갯

광화문 광장 조성을 위한 사이트는, 실은 왕복 6차선

벌을 만드는 길, 갯벌을 완성하는 길로 확장된 역할

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교통섬일 뿐이다. (그림8) 결

을 하며 구체적으로는 갯벌을 개간하여 생태계를 풍

코 광장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광장이 되어야

성하게 만드는, 자연의 살아 있음과 작동성을 보여

한다. 최소한 그렇게 불려져야 한단다. 그렇다면, 일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단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갈 수 있는 장치(program) 를 만들어야 한다. 남의 땅이 아닌 내 땅이 되어야 한 다. 소유권을 주자. 사이트를 조각조각 내어 구획을 한다. 최소 구획된 단위는 3m×3m로, 각각의 셀 유

Landscape + Real Estate 광화문 광장 조성을 위한 1차 아 이디어 현상 공모(당선작)

니트들을 서울시가 일반인에게 분양을 한다. 구매자 들은 기업, 구 의회, 월드컵 기념 사업회, 연예인 팬 클 럽 등 각종 단체들이 될 것이다. 분양을 받아 사용하 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서울시에 반납하고 사 용 계약을 다시 하거나 되팔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서 발생되는 수익은 광장의 운영비로 사용한다. 단, 전체 분양 단위의 30%에 해당하는 면적들을 골고루

‘살아있음’의 범위를 도시 스케일로 확장해 보자. 사

대지 위에 설정하여 이를 서울시의 소유로 하고, 이

람들의 들어오고 나감, 땅의 소유권과 성격의 변화,

단위들 안에서 광장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필요

부동산을 사고 파는 등의 구체적 행위는 도시라는 환

프로그램들(잔디 공원, 휴게 공간, 수 공간 등의 광장

경에서 사람이라는 생물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경

편의 시설들)을 수용하도록 한다. 이 시설들의 조성

제행위이다. 지나간 시절에 도시계획으로 반듯하게

공사는 광장을 워밍업(warming-up)해야 하는 초반

규정지어진 도시 공간들이 결코 그 영속성을 보장받

단계에 마무리하도록 한다. 이후로 시간이 지나면서

( 그림 8 -10) 광화문 광장 조성을 위한 1차 아이디어 현상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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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나머지 유니트들에 대한 분양이 완료될 것이고, 각

processed landscape

단체나 기업들은 스스로 기념하거나 선전할 만한 자 기들만의 내용들로 자기 소유의 유니트들을 채우기 시작한다. 형편에 따라 여유가 있는 단체는 10단위 유니트들을 구입하여 10년 동안 사용할 것이고, 어

기실 그동안의 조경 디자인은 어쩌면 건축의 방식을

떤 경우는 1단위 유니트만 구입하여 1년만 사용할 수

그대로 도입하여 외부 공간을 만들어 왔는지도 모른

도 있을 것이다. (그림9) 그리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

다. 디자인을 하고, 시공을 하여 최종 결과물을 세우

라 사고팔고 교환되고 바뀌어져 가는 이 거대한 조각

고 나면 프로젝트가 종결되었다고 보는 이 같은 방식

들의 모음은 그 과정 자체로서도 서울시 한복판에서

을 ‘produced landscape’라고 부른다면, 이 새로

동시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기념하는 거대한 야외

운 조경의 영역은 ‘processed landscape’라고 명

전시장, 기억을 경작하고 가꾸어가는 밭으로 기능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방식의 접근이 앞으로 있을 모

수 있을 것이다. (그림10)

든 프로젝트들에 유효하게 관통할 수 있을지는 확신

‘마이크로 스케일 부동산 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하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최소한 디자이너로서 디자

는 이 아이디어를 통해 필자가 추구하고자 했던 것

인의 대상과 영역을 단순히 물리적이고 형태적인 결

은 구체적인 공간 디자인이 결단코 아니었다. 오히려

과물로서만 제한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눈에 보이

그것을 넘어서는 이야기, 즉 땅이라는 미디엄이 어떠

지 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자연의 속성

한 시스템으로 조직되고 작동하는가, 그리고 역동적

과 프로세스를 디자인에 이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으로 살아서 변하는 도시 구조 안에서 가장 적합하고

디자인들의 가능성들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

안정적인 도시 작동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역으로 우 리는 어떤 것을 제안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고 볼 수 있다. (이 공모안은 해안건축과 공동 작업으 로 출품하였으나, 정작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추진한 디자이너의 이름은 공식 당선자 명에서 누락되는 좋 지 않은 경험을 한 바 있다.)

*본 원고는 지난 6월 17일 땅집사향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 으로, 제한된 지면 사정상 불가피하게 압축한 내용임을 밝 힌다. 강연에 소개되었던 프로젝트들의 상당수를 지면에 올 리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하며, 다음 기회에 보다 더 넓은 지 면을 통해 소개할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 그림 9 )

( 그림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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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찾아서-3 함성호의 소소재잡영기(素昭齋雜詠記) 04

참, 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다. 그렇게 땅을 찾으며 온갖 고생을 했으

었다. 도로가에는 땅주인이 꽂아 둔 푯말이 뒹굴고 있었다. "이 곳

면서도 이미 잃어버린 땅을 붙잡고 이렇게 저렇게 선을 그어 보고, 삶을

은 2005년 7월 25일부터 시공 예정입니다. 농작물들을 거둬 주시

만들고 있다. 어쩌자는 건가? 나여, 나가서 땅을 찾아라. 마침내 초록은

기 바랍니다." 지금은 2007년 봄. 땅은 남북으로 긴 장방형. 암센터

무르익고, 봄을 수놓던 그 화려한 꽃들도 이미 다 지고 없다. 소용없는

에서 약 200미터 남쪽으로 있었고, 6미터 도로가 동쪽에 면해 있었

땅들을 붙잡고 헛된 선들을 중첩시키던 나는 문득, 내 꼬락서니를 두고

다. 신도시 어디에나 있는 그렇고 그런 특색 없는 땅이었다. 남쪽에

터무니없이 옛 사람의 한탄을 떠올렸다.

면한 대지에는 반지하에, 2층 다세대 주택이 있었고, 서쪽 대지에

“비도 나의 길을 막을 수 없고, 바람도 나의 길을 근심케 할 수 없네.

는 단층의 아담한 주택이, 북쪽 대지에는 언어를 교정하는 교습소

지금 나는 무슨 일로 비바람 속을 달려와, 꽃이 피었다 지는 계절과 정

건물이 3층으로 서 있었다. 인근에는 철물점, 벽지 가게, 슈퍼마켓,

녕 다투나?”

교회, 작은 공원, 음식점, 인테리어 가게, 작은 맥주집, 카센터, 그야 말로 없는 것이 없는 만물상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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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 신정하(恕菴 申靖夏; 1680-1715)가 벗 이희지와 석호정에서 만나

이런, 나는 건축주의 재가가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어둑해져

놀기로 약속하고 가던 중 비를 만나 뱃길에서 육로로 길을 갈아타는 바

가는 대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층에는 해가 비치는

람에 서로 엇갈린 심사를 술회하는 대목이다. 국문학자 강혜선의 번역

시간이 짧겠지? 될 수 있으면 공간을 시원시원하게 나누어서, 동쪽으로

으로 옮겨 보았는데, “꽃이 피는 계절과 정녕 다투나?”하는 대목이 너

큰 개구부를 두어야겠군. 1층 층고를 높게 잡으면 2층부터는 제법 해가

무 절절하게 느껴져 오래 기억하고 있었던 시다. 그렇게 용감하게 비와

들어오는 시간이 길어지겠고, 서쪽과 남쪽에 면한 집들이 1층과 2.5층

바람 속을 뚫고 와 보았더니 벗은 이미 가고 없다. 벗을 만나지 못한 용

으로 높이가 낮아서 3층은 아주 볕 좋은 집을 만들 수 있겠다. 음. 3층이

감무쌍은 다 소용이 없어진 것이다. 만나고 싶은 벗을 못 만났기에 꽃

남쪽으로부터 사선제한을 받으면 어차피 1층 층고의 문제로 뒤로 조금

이 피었다 지는 이 계절과의 다툼만 의미 없이 남았다. 나는 왜 쓸데없

물러나 앉아야겠구나. 그걸 베란다로 할까, 아니면 정원을 만들까? 2층

이 이 계절과 다투었던가? 나는 무엇하러 이 소용없는 땅들과 씨름하고

에도 그런 정원을 만들 수 있을까? 두 세대? 세 세대까지 만들 수 있을

있단 말인가? 나는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났더니 할

까? 아니야 세 세대는 너무 많아. 그러면 공사비가 줄어드는데. 아이구

일이 쏟아졌다. 파주 현장에서 규준틀을 매고 있는데 문제가 생겼다며

모르겠다. 내가 건축주 허락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야. 얼른 물러가서

전화가 왔다. 차비를 하고 막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이번엔 헤이리에서

건축주를 데리고 오자. 항상 암산하다 문제에 부딪히면 우리는 그 생각

비가 샌다고 현장에 들려 달란다. 부랴부랴 파주 현장을 들렀다가 회의

을 헛되게 만드는 구실을 반드시 찾게 된다. 내 스스로 찾아낸 나의 브

를 끝내고 헤이리로 파주 건축주의 차를 타고 갔다. 유비의 어린 아들

레이크는 언제나 내 건축주이다. 나는 부동산 중개인에게 맘에 든다는

을 갑옷 속에 넣고 적진을 뚫는 조자룡처럼 좌충우돌 문제를 해결하고

사인을 보냈다. 웬일인지 시무룩해 있던 중개인이 갑자기 사인을 받고

시공자와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

말이 많아졌다. 말인즉슨 이 부근이 암센터 때문에 원룸이 인기가 좋다

스타카토로 끊어지며 울리는 거친 숨소리. 부동산 중개인이다. “내 접

는 거였다. 병원의 특성상 장기 입원 환자가 많고, 간병인이 임시로(이

니다.” 이제는 그냥 내가 서두를 생략해 버리고 바로 본론을 친다. “ㅁ,

말을 들을 때 좀 마음이 안 좋았다. 그게 누군지 잘 모르지만 죽는 건 이

ㅁ, 무…, ” 물건이 또 나왔다는 얘기다. “물건이 나, 아, 았습니다.” 나

미 기정사실이라는 거 아닌가?) 묵을 거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는 시공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일산으로 달렸다. 자유로를 달리는

리고 간호사들이 묵을 집도 필요하다고 했다. 평당 500만원. 나는 중개

2번 버스의 차창으로, 뙤약볕을 뿌리던 성하의 태양이 임진강으로 거룩

인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밖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고 차에

하게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서 내려 나는 집으로, 중개인은 사무실로 서로 헤어지면서 나는 이번엔

그래. 신은 우리들에게 한 번에 하나씩 질문하지 않는다. 신은 언제

“이번엔 틀림없지요?”라고 묻지 않았다. 중개인도 “여, 여, 연락, 주…,

나 우리에게 이것과 저것과 그것이 어떻게 하나로 꿰어지는지 밝

주세요.”라며 말하지 않았다. 신은 항상 우리에게, 망설이며 몰락하느

히라고 한다. 왠지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건만 머릿속은 백지처럼

냐? 과감한 결단으로 몰락하느냐?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택할 것을 요구

하얗게 비워져 있었다. 정말 이제 내가 답을 쓸 차례가 되었단 말인

한다. 어느 길도 몰락의 길이다. 왜냐하면 그 몰락을 통해서만이 우리는

가? 그랬으면 좋겠다. 땅은 인근 주민들이 밭을 일궈 놓은 상태였

신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가장자리에는 덤불과 이 사람 저 사람이 버린 쓰레기들로 가득

건축주의 차를 타고 다시 땅을 보러 야반삼경의 빗장을 풀러 갔다. 건축

했다. 그 덤불과 쓰레기들 틈에서 배추와, 무 같은 것들이 심어져 있

주는 덤불과 쓰레기와 배추, 무 등속 때문에 땅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그해 겨울 전시했던 문자시. 지금 보니 시 내용은 그런 게 아니지만 전체적인 아이디어가 꼭 땅을 찾아 헤매던 당시의 내 심정을 표현한 것 같다. 커다란 지 적도 위에 마치 그림자처럼 시가 드리우고 있다. 기획|김현호, 디자인|이정혜, 시|함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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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끝 쪽에 서 있었다. 저 건축주는 건축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도 갖

약 날짜가 잡힌 것이다. 그리고, 계약하는 날이 왔다. 그런데 땅주인은

고 있지 않다. 그런 사람이 땅에서, 그것도 자기가 집을 짓고 살 땅에서

오지 않았다. 외국에 있는 땅주인이야 올 수 없겠지만 그 아버지도 오지

갖게 되는 생각이라는 건 어떤 것일까? 저 이는 여기서 무엇을 생각할

않았다. 대신 중개인이 대리인으로 참석했다. 아들의 도장이 찍힌 위임

까? 빛을? 마당을? 풍경을? 아니면, 돈을? 그러고 보니 건축주와 수 십 번

장을 가지고 있어서 그 상황을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대리

을 같이 땅에 나가봤으면서도 나는 그들이 그 땅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인으로 나온,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 상대편 중개인의 얼굴을 바라보

하고 있는지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건축주들도 그랬던 거 같다. 내 의견

았다. 능숙하게, 라는 말이 쑥스러울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어

만 물었다. 아, 나는 왜 그들의 의견을 한 번도 묻지 않았고, 들으려 하

디 마실 나온 동네 아저씨가 지나는 김에 동네 아이들에게 팽이를 깎아

지 않았을까? 죄로다. 죄로다. 내 죄로다. “어때?” 이번에도 건축주가

주듯, 흥청흥청 3억 5천만 원이라는(우리에게는 살 떨리는) 거금의 계

내 의견을 먼저 묻고 있다. 나는 시무룩해져 대답한다. “지쳤다.” 건축

약서를 쓰고 있었다. 뭐, 이런 소소한 금액이야 거래도 아니라는 듯이.

주는 내 말이 못내 섭섭하다. 이제 막 집을 지으려고 하는 대사를 앞두

그에 비해 내 옆에 앉은 우리 중개인은 뭘 잊고 온 서류가 그렇게 많은

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가 한다는 대답이 고작 그런 거라는 것 때

지, 연신 새로 출력하고, 다시 쓰고, 허둥지둥,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거

문에. 그러나 정말이다. 이젠 지쳤다. 더군다나 이 지침으로 모든 게 끝

기다가 마치 무슨 직장 선배를 만난 양 연신 상대 중개업자에게, 아, 이

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땅주인이 어떻게 나올지 그건 아무도 모른

건 이렇게 하는 거군요, 저건, 여기다가 쓰나요? 아, 그건 처음 알았네,

다. 보나마나 땅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있는 걸로 봐서 그는 투기꾼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그런 식으로 저자세로 구는 꼴도 보기 안 좋

이 분명하다. 땅을 빼야 할 시기를 놓쳐 버린 투기꾼. 그 무능한 투기꾼

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래도 같이 고생했는데, 인간이 점입가경이라

의 땅을 우리가 사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 지친다.” 건축주가 말한다.

는 생각에 못마땅해 사무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런데 갑

우리는 그렇게 지쳐서 그 땅을 결정해 버리고 말았다. 운명이여, 이제

자기 뒷골이 서늘해져 왔다. 왜 그런 생각이 그제야, 그렇게 심각하게

속이 후련하신가?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다시금 나는 나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짓인가?” 지금 이런 생각이 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래서? 나는 지적도를 도면화하기 시작했고, 건축주는 프로그램을 짜

나는 지금 분명, 회의하고 있었지? 뭔가? 뭐가 잘못되었나? 그러나 잘못

기 시작했고, 중개인은 땅주인과 약속을 잡느라 동분서주하기 시작했

된 것은 없었다. 잘못된 것은 내가, 우리가, 무엇인가를 결정했다는 것

다. 아주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 풍경을 우리는 얼마나 거듭해 왔는가?

뿐이었다. 그러나 그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모든

그러나 우리는 진실로, 매번마다 처음인 것처럼 똑같은 일을 되풀이했

결정은 되돌릴 수 없으므로 잘못된 결정이다. 같은 의미로, 되돌릴 수

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한 통화

있는 결정 역시 번복되어지므로 잘못된 결정이다. 오류다. 이 치명적 오

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ㅎ, ㅎ, 개, 계약, ㅎ, ㅎ, 하, 하잡니다.” 그

류가 생이거니, 나는 담배를 허공으로 날렸다.

때 모든 상황이 전과 달라졌다. 중개인이 갑자기 유능해 보였고, 건축주 의 프로그램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것들이 내 도면 속에서 제자

계약이 끝나고, 나는 중개인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 안에서

리를 찾아 가고 있었다. “단,” 그래, 조건이 있었다. 실제 계약 금액은 3

중개인은 나를 기어코 화나게 했다. 중개인은 땅이든, 집이든, 매매 건

억 5천만 원, 그러나 서류상에는 3억 1천 5백만 원으로 써 달라는 것이

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가 초짜 중개인인 건 짐작했지만 막상 그 말

었다. 이유는 모두가 짐작하고 있듯이, 그렇게 되면 서류상으로는 산값

을 당사자에게서 들으니, 좀 씁쓸했다. 그런데 거기다 그는 내가 제일

과 판값이 동일하니 땅을 팔아 얻은 소득이 없는 셈이고, 그러면 세금

싫어하는 말을 주워섬기고 있었다. “저, 정말, 이이이, 이번에, ㅎ, ㅎ,

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이건 명백한 불법임을 밝혀둔다. 이런 식

많이 배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중개료를 주고 싶지 않았

으로 하다 적발되면 부동산 중개인은 물론 사고 판 사람까지 법적인 추

다. 오히려 내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속으로 악을 써 댔다. 나

궁을 면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땅주인은 전 주인으로부터 3억 1천 5백

는 당신이 배운 걸 이용하려고 당신에게 돈을 주는 거야. 당신 실습비

만 원에 이 땅을 산 것이다. 그 금액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땅주인이

로 내 돈 내고 싶지 않다고. 부동산 중개료 250만 원. 그리고, 드디어 땅

이 땅을 산 건 고작 3년 남짓이다. 더군다나 명의를 보니 아들 이름이고,

을 샀다. 남북으로 긴 장방형 땅에 쓰레기와 덤불과, 배추 등속이 심어

아들은 어디 외국에서 사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 땅 말고도 또 다른 많

진 땅이었다. ⓦ

은 땅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 조건은, 우리 모두 불법을 저지르자는 데 대한 동의를 요구했다. 생각해 보자. 그래서 불법 을 했다고 치자. 그래서 그 땅을 우리가 샀다고 치자. 그 후 그 땅을 우리 가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고 치자. 금액은 정말 우리가 산 금액 3억 5천 만 원 그대로 팔았다고 하자. 그래도 우리는 세금을 내야 한다. 왜냐하 면 서류상에는 3억 1천 5백이니까 우리는 있지도 않는 3천 5백만 원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안을 그 불리함에 대한 고민을 오래 하기에는,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나는 동의했다. 명 백한 불법을 수락했다. 그랬더니 바로, 계약 날짜가 정해졌다. 정말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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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며 건축가인 함성호는 강원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다. 시집 『성 타즈마 할』, 『56억 7천만년의 고독』, 『너무 아름다운 병』과 산문집 『허무의 기록』, 만 화평론집 『만화당 인생』 등의 책을 냈다. 시 쓰는 선후배들과 ‹21세기전망› 동 인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요즘은 개인 건축설계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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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디자인 워크숍 네트워크 ‘아미(aAMI)’ 설립한 건축가 제갈엽 ‹WIDE EYE 03/이정범›

건축가 제갈엽(49)은 성균관대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홍익대 대학원 및 뉴욕 콜롬비아 대 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각각 건축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건 축 기획과 디자인, 교육, 강연 및 건축 실무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993년에 귀국 한 그는 (주)에이마(A.ma) 건축사무소를 개설했으며 홍익대, 성균관대, 건국대 건축대학 원 등 국내외 건축 대학에서 설계 강의 및 건축 강연회를 진행해 왔다. 그는 Luccile smyer Lowenfish Memorial Prize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으며 다 양한 전시회를 열어 대중과 교감의 장을 마련해 왔다. 2002년부터는 유럽, 미국, 캐나다 에서 ‘인간의 도시적 본능과 지방 환경’ 연구 및 건축 허브 설계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 고 있다. 한편 그동안의 활동과 경험을 승화시켜 2005년 이후로는 알레고리(Allegory)를 설립해 역동적인 감정 소통이 가능한 전시 및 활동 결합체의 운영을 모색하고 있다. 건축설계사무소와 건축 현장에 국한되지 않고 건축의 외연을 확장하며 심화하는 데 주력 했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이력의 소유자다. 한편 그는 자신의 글로벌한 이력을 더욱 단단 히 다지기라도 하듯 최근에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른바 ‘메타아트 인스티튜트(Meta-art Institute)’로 명명된 교육원을 설립해 북미와 유럽 주요 도시에서 현지 전문 디 자이너와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2009년 3월부터는 그 활동을 통합 지원하는 웹페이지(www.ami21. org)를 개설했으며 ‘상상력이 충만된 교육 지구’인 aAMI Institutional District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6월 26일 오후, ‹와이드› 편집실에서 그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인터뷰어 이정범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한때 창작 활동에 마음을 기울이다가 몇 해 전부터는 우리 역사를 탐구하는 일로 한눈을 팔게 되었다. 그 결과물로 한국 근대사와 독립운동 과정을 다룬 『수원화성과 정약용』을 비롯한 ‘다큐동화로 만나는 우리 역사 시리즈’(전 8권)를 썼으며 『술술 넘어가는 우리 역사』, 『초등 한국사 생생 교과서』, 『맞수 한국사』(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 아미(aAMI)라는 말이 다소 생소합니다. 어떤 의미를 가

데 이번 기회에 ‹와이드› 독자 및 카페 회원의 제안을 기

지고 있는지요?

대해 봅니다.

ⓦ 아미(aAMI)는 친구(ami)를 의미하며 A tipping po-

ⓦ 어쨌든 연구 기관이란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이

int of allegory meta-art institute의 머리글자를 딴 조

해가 됩니다만, 여기서는 우선 아미(aAMI)란 용어로 통칭

어이기도 합니다. institute란 점에서는 대학 또는 연구 기

해서 혼란을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먼저 아미가 어떤 틀에

관이란 의미가 강하지만 한국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대

서 운영되는지요?

학과는 개념이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측

ⓦ 우선 아미는 크게 세 가지의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

면에서 aAMI를 우리말로 어떻게 옮기면 적절할지 많은

니다.

고민이 있었습니다. 아직은 마땅한 용어를 찾을 수가 없는

첫째는 시애틀, 밴쿠버, 뉴욕, 파리, 암스테르담, 밀라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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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와 유럽의 주요 10개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디자인 스

가 ‘아미’의 설립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튜디오이며, 둘째는 전문 디자이너뿐 아니라 대학생과 대 학원생을 위한 건축, 환경, 생태 디자인 연수 여행(aAMI

ⓦ 아미가 ‘건축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인재들에게 재충전

Journey)입니다. 셋째는 디자인 지구 연수원(ami21.me)

의 기회를 제공하며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한 연구 기관이

입니다.

다’라고 이해됩니다. 그런데 학교 또는 연구 기관이라 할 만

이 디자인 지구 연수원은 감정 소통이 가능한 지구 지역 결

한 시설이 북미와 유럽 10개 도시에 소재한다면 그것을 운

합체들로 구성되는데 제1결합체인 알레고리(Allegory)는

영하고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겠습니다. 더구나 거의

2002년부터 운영되는 혁신적인 전시 공동체이고, 제2결합

모든 연구생들에게 장학금이나 상당 부분의 비용을 지원한

체인 메타아트 인스티튜트(Meta-art Institute)는 상상력

다면 그 재정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지요?

이 충만한 교육 지구(aAMI Institutional District)입니 다. 제3결합체는 교육적 환경 지구(aAMI Ambience)로

ⓦ 아미를 운영하려는 보다 솔직한 목적 중 하나로는 건축

전문 디자이너들에게 재도약을 위한 창작적인 환경을 수시

계의 스타를 키워 보자는 뜻도 있습니다. 적절한 비유는 아

로 제공하려고 합니다. 다만 대학 또는 대학원에 재학 중인

니지만, 한국은 그동안 피겨나 수영과 같은 스포츠의 불모

학생들에게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에 그 환경을 제공

지나 다름없었죠. 그런데 김연아, 박태환 등 세계적인 스타

할 계획입니다.

가 나타나 국내외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물론 그 런 선수들을 키우는 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따랐겠지만 그

ⓦ 중견 건축가로서 일영 감리교연수원, 동빙고동 공동주

들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크

택, 강화 계산교회, 청담동 아드리안빌, Eaglerock house,

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건축계에서도 세계가 인정하는

미국 Westport house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설계하셨

스타 건축가를 키워낸다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

다고 들었습니다. 그 일만 해도 매우 바쁘셨을 텐데 따로 후

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 건축가들을 위한 연구 기관 혹은 네트워크를 추진하려

그렇게 하려면 말씀하신 것처럼 자금이 문제가 되겠죠. 하

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난관은 없으리라 봅니 다. 그것은 아미와 유대 관계를 이루고 있는 전 세계적인 네

ⓦ 다른 전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트워크의 지원 및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의 적극적인 후원이

건축을 전공한 학생들이 졸업 후 건축설계에 종사하는 경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지속적인 홍보를

우는 약 10% 정도입니다. 그 중에서 지속적으로 설계에 몸

통해 이와 같은 비영리사업의 취지에 동참하며 작은 규모

담는, 영속성을 유지하는 인력은 또 10% 정도라 할 수 있

라 해도 계속 후원해 주실 분들을 확보해 나갈 생각입니다.

죠. 그러니까 건축과 입학생 중 약 1%만 건축설계를 천직

일단 아미가 활용할 공간은 일반적인 대학처럼 규모가 큰

으로 삼게 된다는 것입니다.

게 아닙니다. 강의실 두세 개 정도의 규모라고 보시면 됩니

이처럼 이직률이 높은 것은 반복되는 업무에 지루함을 느

다. 그런 규모이다 보니 운영비용이 크게 절감될 뿐만 아니

끼며 자기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지

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신속성, 기동성을 갖춘 것이죠. 이

요. 이것이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과 비교했을 때 건

미 밴쿠버와 시애틀에서는 등록에 따른 행정 절차를 마친

축가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이를테면 많은 학생

상태인데 그런 등록 요건이 한국에서처럼 복잡하고 까다로

들이 건축을 전공한 뒤 특별한 인턴십을 거치지 않고 설계

운 게 아닙니다.

사무소나 건설 현장에 투입됩니다. 이때 건축 전문가로서 의 자질을 닦아나가면 성공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 위한 유

ⓦ 그렇다면 연수생이랄까, 아미에서 마련한 커리큘럼에

일한 해결책은 혼자만의 노력밖에 없습니다. 지도 교수나

참가할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요?

선배들의 가이드, 끝없는 워크숍이 절실하지만 현실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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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씁쓸한 현실이지요.

ⓦ 대학이나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일 경우 방학 기간

대학 강단에서나 설계 현장의 경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절

을 이용해 2~4주 정도 집중적인 워크숍을 가지게 됩니다.

실히 깨닫고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일반 직장인 대상으로는 봄, 가을에 워크숍을 가지려고 합

되었고, 국내외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눈 결과

니다.

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예를 들어 2009년 여름엔 파리, 시애틀, 밴쿠버, 뉴욕, 마드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리드 등에서 건축 워크숍을 가질 예정인데 이때 연수생들

앞으로 이런 후원이 활성화된다면 아미의 연수생들에게 장

은 현지의 건축가가 주도하는 워크숍에 집중적으로 참여

학금을 100% 제공할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또 워크숍뿐

하게 되는 것이죠. 일단 초기의 과정은 이런 식으로 추진

만 아니라 정기적인 전시회나 컨퍼런스, 책자 발간 등의 다

하게 되는데 이런 코스가 정착되고 참여 학생들 사이에 뜻

각적인 사업도 추진할 예정인데 이런 경우 후원자의 이름

이 맞을 경우 앞으로는 자율적인 운용이 이뤄질 수도 있다

으로 진행하여 그분들의 후의에 다소나마 보답하려고 합

고 봅니다.

니다.

만약 어떤 그룹이 “우리가 이번엔 파리에 모여 3주일 동안 워크숍을 가져 보자”고 한다면 아미에서는 다만 그들의 워

ⓦ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이나 절차, 2009년 여름의 워크

크숍이 원활할 수 있도록 기숙사를 제공하거나 항공권을

숍 일정은 어떻습니까?

제공하는 식으로 후원만 하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말하자 면 각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로 도약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미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능

이 아미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런 기반을 닦아주는 것

력과 열정을 갖춘 건축, 인테리어, 생태, 시각디자인 분야의

이 현 단계에서 아미가 해야 할 일이구요.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창의적 재도약을 위한 워크숍 및 해외

ⓦ 아미를 2년제 과정의 연구 기관으로 운영할 것이란 말

진출의 기회를 선별적으로 제공하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

씀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 년 중 방학 기간만 2~4주씩 운

의 참여를 기대하며 자세한 내용은 www.ami21.org이나

영된다면 연구생들이 전문성을 갖춰 나가는 일이 다소 벅

http://cafe.naver.com/metaartinstitute.cafe를 참조

찬 게 아닌가요?

해 주시기 바랍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아미는 2년 과정의 커리큘럼으로 운영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모쪼록 의미 있는 기획이 결과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작 단계인 현재의 시점에서는 작게

좋은 성과로 축적되어지길 기대합니다. ⓦ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일을 추진할 때부터 “작게 시 작해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라는 나름대로의 계획 을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단기적이며 집중 적인 워크숍에 한정되지만 차츰 활성화된다면 그 연수 기 간을 4~6개월 정도로 늘릴 계획입니다. 그렇게 2년 과정으 로 운영하되 이수자에 대해서는 본인이 원할 경우 나름대 로의 학위(degree)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 아무튼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비영리사업일지라도 다각적인 홍보가 필요할 텐데 지금까 지의 반응은 어떤가요? ⓦ 일단 후원하실 분들의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전체 후원 자 그룹 중 약 40%는 북미 지역의 교포들인데 아미의 설립 취지나 의미에 대해 적극 이해하시고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보신다는 것이죠. 그 점에 대해선 일시적인 후원으로 그치 지 않고 지속적인 후원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하 고 있습니다. 후원 방법으로는 현금을 통한 후원도 있겠지 만 휴가철로 인해 남아도는 숙소를 제공한다든가 항공권 내지 교통비를 지원한다든가, 워크숍 장소를 제공하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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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10호 | 와이드 칼럼 우측 보행과 건축 공간 계획 Wide Architecture : widE Edge column no.10 :july-august 2009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우측 보행을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

사이에 자칫 충돌이 일어나 혼잡도가 더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었다. 뒤늦은 결정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우측 보행을 시행한다는 정부

한다. 좌측 보행 시대에는 무리가 없었겠지만, 우측 보행 시대에는 동선

의 결정은 잘된 일이라 생각된다. 필자는 아마도 매스컴에는 처음으로

해결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는 계획이다.

‘우측 보행’을 시행하자는 기사를 기고한 적이 있다.(‘우측 보행 방식으

통행 방식과 건물 공간계획과 관련하여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로 전환하자’ 중앙일보 2001. 10. 30)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의 지하철 역무원실의 위치는 보행

이 기사에 대해 당시 많은 독자들이 공감한다는 전화를 주었고, 이때 비

방식과 연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좌측 보행 국가인 일본에선 입구

로소 우리 사회에서 보행 방식이 사회의 중요한 어젠다가 된 계기가 되

진행 방향에서 보면 좌측에 역무원실이 마련되어 정산 등 이용객에 대

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 MBC에서 우측 보행을 하자는 프로그램이 방

한 안내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좌측의 통로를 이용하도록 배려하고 있

영되었고, 곧이어 송파구에서 우측 보행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오늘

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오는 승객 동선과 혼선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

에 이른 것이다. 보행은 일반적으로 동선(circulation)계획의 대상이

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볼 수 있으나 이제

지 교통(transportation)계획의 영역은 아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건

통행 방식이 우측으로 바뀌면 동선의 교차 때문에 적지 않은 혼란이 있

물이나 도시 설계의 보행자 동선계획에 참여하는 건축가의 일상적 관

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에 가면 2층에 맥도날드나 KFC 같은 다중이용

심 영역이었지 교통 전문가의 관심 영역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시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계단이 2개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하나

불구하고 아직까지 건축계에서 관심이 적은 것은 다소 의외가 아닐 수

는 ‘입구 계단’이고 다른 하나는 ‘출구 계단’이다. 이때 입구와 출구의

없다. 필자는 2001년 <건축사> 11월호에 ‘보행 방식과 도시 건축 문

위치가 우측 보행을 염두에 두고 구분해서 계획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화’라는 유사한 칼럼을 쓴 바 있으나, 건축계에서는 별로 반응이 없었

그리고 대규모 테마파크와 같은 놀이동산을 계획할 때 순로(順路)를 우

다. 일반인들은 관심이 있다고 전화까지 하는데 건축 전문가는 자신들

측으로 돌게 할 것인가 좌측부터 가도록 할 것인가는 중요한 계획의 원

의 업무 영역임에도 관심이 없는 듯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칙이 아닐 수 없다. 미국 Knott's Berry Farm과 Magic Mountain과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개화기에 이미 이전 시대의 관행을 기초로

같은 놀이동산은 입구에서 우측을 택해서 가는 것이 순로로 되어 있다.

우측 보행을 원칙으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일제가 들어서며 자기네 나라

좌측으로 가면 역순으로 가게 되어 나오는 동선과 마주치며 커다란 불

와 같게 좌측 보행을 강요한 데서 출발된 굴절된 역사를 갖고 있다. 그

편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외국은 보행 방식과 건축 공간이 일치될 수

러니까 현재 좌측 보행을 하는 것은 일제의 강요에 의해 출발된 것이지

있도록 계획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도 상당 부분은

우리의 전통도 아니고 또 세계적인 관행(대륙식)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

이미 좌측 보행 시대에 맞도록 내부 공간계획이 이루어졌으리라 짐작

다. 이제 녹색 성장의 시대를 맞아 점차 보행이 중요하게 되었고, 보행

된다. 그러나 더 큰 안전을 위해 우측보행으로 규칙이 바뀌는 만큼 이제

방식이 각종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 사안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동

부터라도 우측 보행에 맞도록 건축 공간계획에서 혼란이 일어나지 않

안 보행 방식과 차량 통행 방식이 일치하지 않아 각종 건널목 안전사고

도록 건축계는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의 주범이 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다. 건널목에서는 우측 보행 을 하도록 하며 건너간 후에는 다시 좌측 보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현

글 | 임창복 (본지 발행편집인 고문,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재 우리의 보행 규칙이다.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우측에 서 있 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요하지만 같은 좌측 보행 국가인 일본에서는 이 와 반대로 하는 것이 규칙이다. 인천공항에 들어가려면 우측 문이 입구 임을 표시해 두고 있다. 공항인 만큼 이곳에서는 다시 국제관행이라 할 수 있는 우측 보행을 강요한다. 이미 규칙 자체가 혼돈스러워 어느 것 이 맞는 규칙인지 혼돈스러울 때가 너무나 많다. 우측 보행 시대를 맞아 이제부터라도 우측 보행과 건축물의 계획과는 관련되는 부분이 없는지 다시 살펴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예술의 전당 전시관의 현관을 들 어서면 바로 좌측으로 전시 공간과 매점이 있다. 앞으로 우측 보행으로 바뀌면 현관에서 좌측으로 가야 하는 동선과 출구로 나가야 하는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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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10 : july-augu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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