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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play architecture!” “We do architecture 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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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01-02, no.65 구분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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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미지 설명: 소월재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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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중(1917-1967), 충무공기념상설계도, 진해, 1956

단면도 / 엄덕문 작도 / ㈜구조사종합건축사사무소 기증 / MC23.4000.0014.0005

목천김정식문화재단 mokchon-kimjungsik.org T.02 73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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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Writers

19 : 01-02, no.65 p.18, p.40

김재경은 인문학적 감각과 절제된 심미성을 바탕으로 공간과 건축,

인간의 풍경을 기록하는 사진가다. 1998년 월간 《건축인POAR》의

글쓰기도 한다. 그렇게 쓴 책이 『생활면허증』(2013, 공저),

있다.

본지 2대 편집장을 역임했다.

현명석은 서울시립대학교 학부와

『하우스포라 선언』(2015) 등이다.

‘11인의 주목받은 건축인’에

p.38, p.46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사진집 『자연과 건축』, 『MUTE』, 『MUTE

건축학과에서 도시설계 및

선정됐다. 다수의 개인전과

2 : 봉인된 시간』, 『수원화성』 등이 있다. 계간 《건축평단》에 ‘김재경의 시선’을 연재 중이다. p.32

박성용은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하고 Virginia Tech에서 M.Arch를 마쳤다. 한국과

미국에서 10여 년의 실무를

거쳤다. AIA(미국건축가협회

회원)이며, 현재 금오공과대학교

건축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설계 작업보다 건축비평 글쓰기에 집중하며 항상 두 영역의 통합을 꿈꾸고 있다. 계간 《건축평단》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p.34

이중용은 정보와 건축에 관심이

백승한은 가톨릭관동대학교 건축역사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한다. 주요 연구 관심분야는 학제간 도시연구, 하부구조론,

일상생활의 철학적 담론, 공동체와 공공성, 분위기와 정동이론,

신유물론, 동아시아의 시각문화와 매체경관 등을 포함한다. 최근 연구는 《Positions:

Asia Critique》과 《Korea Journal》을 포함한 다수의

국내외 논문집에 게재되었다. 또한 정림건축의 《SPACE(공간)》

특별호 『일상감각: 정림건축 50년』(2017, CNB미디어)을 총괄

기획하였으며, 서인건축 4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 『다른, 상징적

제스처들: 서인건축 40년의 비평적 탐문』(간향 미디어랩, 2018)의 주요 저자로 참여하였다.

p.58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전후 미국의 건축 사진에 대한 이론으로

현대 건축의 재현과 매체, 시각성, 디지털 기술 이후의 건축 등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잡지의 세계를 맛봤다. 그 후 자유인이 되어서 『차운기를 잊지 말자』(2006, 간향 미디어랩)를 썼고, 이후 설계사무소를

거치며 여러 결의 전시 및 연구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하루

한 권 책읽기를 즐기며 간간히 4

Journal》의 편집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Open

House International》의 편집위원이다. 영문판 『Graft

in Architecture: Recreating Spaces』, 『Designing the

Ecocity-in-the-Sky』 등의 저서가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양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p.58

「1950년대 이후 한국 주요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김관수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나타난 공간생성방식에 관한 연구」(한양대학교, 2007)이다.

및 Harvard University

공공건축물 조성과정의 사회적 담론 연구」(건축도시공간연구소,

Design에서 각각 학사 및 건축학

관한 아카이브, 콘텐츠를 통한

Graduate School of

석사(M.arch)를 취득하였으며, 미국 뉴욕주 건축사로서

Curtis+Ginsberg Architects

LLP 및 Polshek Partnership

Architects LLP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2005년부터 경희대학교

동아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인하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재직 중이다. 《Nexus Network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수료하였고, 석사학위 논문은 「건축가 우규승의 집합주거에

조교수 및 부교수를 역임하였고

자평한다. 오래 전에 건축디자인지 《C3》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엄운진은 건축도시분야

경남대학교와 백석예술대학교에서

p.66

꽤 이중용으로 살고 있다고

중이다.

정부정책을 연구하는

등을 가르쳤다. 현재는 서울에서

건축이론으로 박사 취득 후,

하와이주립대학교 건축대학

하며 현재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건축사

주립대 등에서 건축 디자인,

취미로 먹고 살았다. 이중용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편이고, 오늘도

라캉을 읽는 재미에 빠져있다고

p.74

p.50

박진호는 UCLA에서

등이 있다. 최근엔 지젝을 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케네소우

많다. 생각을 생각하고 정리를 정리하는 게 취미다. 지금껏

연구」(2010), 「현대 영미 건축계의 비판/탈비판 논쟁 연구」(2013)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7)를 진행하였다. 한국건축에 도시건축박물관 건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p.80

김영수는 본문에 포함 p.88

박민철은 본문에 포함

이경창은 건축학 박사, 건축비평가.

p.92

명지대학교 김경수 교수 밑에서

경상북도 안동 출신으로 서울

건축이론 및 역사를 전공했다.

<제5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수상하면서 건축평단에 이름을 올렸다. 힐데 하이넨의 『건축과 현대성』(2008, 시공문화사)

번역을 통해 비판이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주요 논문으로 「현대건축의 비판성과 자율성

송재영은 소월재의 건축주이다. 을지로에서 30년 넘게 인쇄인으로 활동했다. 간향 무크지 1, 2집의 제작을 계기로 1980년대 후반

건축예술비평운동그룹을 표방한 간향의 동인들과 교유해왔다. 초창기 월간 《건축인POAR》의

운영고문으로 참여하였다.


www.101-architec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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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housand City Plateaus A Thousand City Plateaus

Winner of International Idea Competition for urban regeneration of Jamsil Sports Complex

Winner of International Idea Competition for urban regeneration of Jamsil Sports Complex

UnSangDong Architects

UnSangDong Architects

와이ᄃ


Archive Series of Kimchungup Architecture Museum [K001] Dr. Seo’s Women’s Clinic Building 김중업건축박물관 아카이브 총서 [K001] 근대를 뚫고 피어난 꽃

p ho t o gra ph y [L EE J hee ye un g ]

김중업 서산부인과 의원

김중업건축박물관 아카이브 총서 [K001] 서산부인과 의원 : 근대를 뚫고 피어난 꽃 [수류산방 엮음] (400쪽, 38,000원) [0.1] [아카이브・예술・정치] 수류산방 [0.2] 일러두기 [T 0] [김중업건축박물관의 첫 번째 기록 작업] 고은미 [T1] [을지로와 퇴계로 사이, 한국식 근대화의 상징] 윤혜정 [0.3] [서산부인과 의원 도면] [T2] [<서산부인과 의원> : 건축 문화 맥락에서 그 위치와 의미] 김원식 [T 3] [<서산부인과 의원> : 도면 분석을 통한 건축적 특징 이해] 김태형 [T 4.1] [김석재 인터뷰] <서산부인과 의원> 설계 전말기 정귀원 [T 4.2] [권희영 인터뷰] <서산부인과 의원> 시공 전말기 정귀원 [T 4.3] [서경묵 인터뷰] <서산부인과 의원>의 기억 정귀원 [T 4.4] [정인훈 인터뷰] <서산부인과 의원> 건물의 미래 정귀원 [T 5] [유산적 가치로 본 <서산부인과 의원> 건물] 조인숙 [T 6] [어느 늙은 산부인과 건물의 이야기] 조병준 [0.4] [<서산부인과 의원> 건물의 현재 : 2017~2018년 사진] 김재경 [B] [김중업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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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220.287)-광고-김중업서산부인과.indd 1

2019. 1. 8. 오전 11:12


under stand avenue, 성수동,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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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의 Photossay 05

유행과 취향이 넘치는 글, 사진. 김재경 본지 사진총괄 부편집인

조선시대 왕의 사냥터(뚝도, 둑도)에 있던 성덕정聖德亭, 뚝섬수원지水源池의 두문자 “성수”는 동명이 되었다. 홍수기에 섬처럼 보였다는 뚝섬, 한강종합개발(1980년)로 강가를 정리해 육지화 했다.

경성궤도주식회사는 기동차(1930년 개통, 왕십리-동독도)를 운행(1932년 연장, 동대문~왕십리)했으며,

이 기동차는 철거(1966년)되기까지 도심과 교외 지역을 잇는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지금의 서울숲은 과거

뚝섬서울경마장(1954~1989)과 뚝섬골프장(1968~1994)이 있던 곳이다. 성수동이 준공업지구로 지정(1964년)된 후 1970년대 원단상가의 형성(도심재개발사업)은 염천교 부근의 수제화 공장들이 명동을 거쳐 성수동으로 옮겨오도록 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 시범사업으로 ‘성수동 도시재생활성화계획’(2015년)을 수립했다. 재개발, 재건축 등 전면철거 위주의 대규모 정비사업에서 주민참여형 장소단위 통합도시재생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산업과 주거가 공존하는 준공업지역의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을 가꾸는 중이다. ‘성수동 수제화거리’ 조성은 지역을 대표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수제화, 인쇄, 봉제, 토착산업 중 특화한 이미지로 부각해 이곳을 대표한다.

변화의 바람이 거센 성수동은 비록 공장, 주택이 혼재된 입지적 조건에 있으나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강북지역 교통의 요충지’로서 영동대교를 건너면 청담동이다. 전철 2호선에 더해 분당선 개통과 서울숲

상업용지가 개발되며 시민의 휴식과 교통이 좋은 도회적 공간으로 거듭났다. 주상복합단지 갤러리아 포레는

부촌 이미지를 더했으며, 정미소 건물을 개조한 카페 ‘대림창고’가 문을 열자(2011년) 젊은 유동인구가 늘었다.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들이 들어오며 사회적 기업가들이 활동하는 트렌디한 근무지로 떠올랐다. 소셜

벤처 클러스터의 형성은 서울숲 진입부에 컨테이너로 쌓은 거리(언더스탠드 애비뉴)를 조성(롯데면세점)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사회적기업의 매장과 청소년 취업교실,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며 성수동의 일반적 이미지를 형성한다.

거리에 들어선 새 건물들은 밝은 분위기와 걷고 싶은 거리의 모습을 연출한다. 제화나 패션 부자재를 생산하는 낡은 공장건물 사이에 들어선 카페들은 창고 모습을 유지한 채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춤한다. 가까운 곳, 바로

주변의 낡은 건물에 카페와 패션숍이 공존해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다. 입소문은 사람들을 모아 찾는 사람들이

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밝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권 형성의 과실이 건물주로 쏠리는 현상이 그늘인 셈이다. 임대료 상승은 영세산업과 인적자원의 탈지역화가 뒤따를 것인데 제화업의 고충은 사태의 심각함을 드러낸다. 하나의 지표에 그치겠으나 제화공의 신분이 노동자 아닌 개인사업자(소사장제도)란 사실은 특수고용구조를

드러낸다. 신분상 노동자일 수 없어 자기 권익을 대변하기 어려운 근로복지 사각지대의 삶이다. 야누스의 얼굴로

변해가는 성수동의 오늘은 유행과 취향이 넘치는 곳이지만 지금까지 이곳을 일터로 삼아 살아온 사람들을 잊을 수 없음이다.

참고 : 서울시정자료, 위키백과, 중앙일보, 조선닷컴, 오마이뉴스, 뉴스타파, 시사저널, 시사인, 경향신문, 한계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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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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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의 Discovery

한국의 건축 지식 사냥꾼 05 서현

: 건축가와 저술가의 사이를 넘나드는 빼어난 서퍼 글. 박성용 본지 비평위원, 금오공대 교수

1998년 쯤 건축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이 있었다. 난해하고 엄숙한 필체로 독자들과 거리를 두려했던

SALT 리뷰 도서목록 세대 게임

조선의 잡지

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인생극장

번안사회

단어탐정

성장의 문화

번역으로서의 동아시아

조선 국왕의 상징

일상과 감각의 한국디자인 문화사

의상대사 구법 건축순례행기

대중문화란 무엇인가

법으로 읽는 유럽사

민족의 인종적 기원

클래식을 뒤흔든 세계사

18세기 도시

빈딘성으로 가는 길

선진국의 탄생

사치의 문화

지배와 공간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시간의 탄생

우주의 측량

불평등의 역사

뉴턴에서 조지 오월까지

유럽민중사

말이 칼이 될 때

조난자들

대학과 권력

명품 불멸의 법칙

순수예술의 발명

그와 나 사이를 걷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인간의 우주

아픔이 길이 되려면

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가

거주박물지

에덴의 용

한식의 품격

한국사람 만들기 1,2

제국대학

나의 생명수업

지방도시 살생부

한국 테크노컬처 연대기

지식의 사회사 1,2

도시는 기억이다

소비의 역사

냉전, 분단 그리고 도시화

도널드 트럼프의 빅뱅

스케일

세상을 뒤흔든 사상

실크로드 세계사

사이언스 앤 더 시티

조선자본주의 공화국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도시의 재구성

커넥토그래피혁명

부탄 행복의 비밀

라틴어수업

가장 완벽한 시작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젓가락

시험국민의 탄생

튀르크인 이야기

문구의 과학

모든 책의 역사

원더랜드

한양도성 서울을 흐르다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인포메이션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것들을 향한 탐험

가치관의 탄생

비행의 발견

평등이란 무엇인가

그림에 나를 담다

지구이야기

호박목걸이

시장의 철학

서울의 기원 경성의 탄생

씨앗의 승리

개인의 탄생

시선들

바퀴, 세계를 굴리다

훈민과 계몽

한국 역사학의 기원

출퇴근의 역사

공간의 세계사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

우리 음식의 언어

사라진 스푼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지리의 힘

중국 만리장정

자본주의를 구하라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왜 대학에 가는가

노동, 성, 권력

아이작 뉴턴

좌파세계사

도시로 보는 미국사

판다의 엄지

보통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수학책

법의 지도

매혹하는 식물의 뇌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흑역사

대한민국은 왜?

사소한 것들의 과학

북학, 조선으로 다시 읽다

코끼리가 숨어있다

자동차, 시대의 풍경이 되다

밤이 선생이다

영어강좌의 탄생

10억 년 전으로의 시간여행

인간의 위대한 질문

대지를 보라

확률가족 사피엔스 그 외 330 권

말, 바퀴, 언어

이미지와 권력

선악의 진화심리학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

파열의 시대

메이지의 문화

문구의 모험

출처: ‘saltworkshop.net’(서현 교수 연구실 웹사이트) & ‘Naver 책’검색결과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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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간의 건축 책들과 다르게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 손 내미는듯한 건축 인문서적이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번 호에 소개하려는 서현 교수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이다. 출판사는

서평을 통해 그 책을 대한민국 최초의 ‘건축 대중 교양서’라고 칭함으로써 대중과의 친숙한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서현 교수는, 당시 미국에서 귀국 후 설계사무소에 적을 두고 있던 시기로 거의 무명에 가까웠는데, 이 책을 계기로 건축계에서 일약

유명작가로 떠오른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는 출판사 서평의 표현처럼 “건축계의 압도적인

스테디셀러”답게 2004년 개정판, 2014년 재개정판을

통해 내용을 보완하여 지속적으로 출판되고 있다. 그 책의 성공과 발맞춰 저자 또한 2000년에 한양대학교 건축학부에 부임해 학자와 건축가 두 부분에서 모두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학자들의 경력이 대부분 저술 및

연구 활동에 집중되어 있다면, 서현 교수는 한국과

미국 양국의 건축사 면허를 취득했고 미국 유학 후

1992년부터 한양대학교로 부임한 해인 2000년까지 건축실무 경험을 축적했다. 이러한 이력을 보여주듯 서현 교수의 활동은 건축가와 저술가의 활동이

시기를 교차하며 공존하고 있다. 활동의 주기는 대략 3기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 시기는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가 출판된 1998년에서 한양대학교에 부임한 2000년까지, 두 번째 시기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시기, 세 번째 시기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다.

첫 번째 시기에는 두 권의 책이 출판되었는데, 상기한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와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이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라는 제목은, 건축 또한 음악과 미술처럼 시적

감상의 대상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내비친다. 또한 책의 시작하는 말에, “건축가들은 그 어휘로 시를 쓰고

싶어 한다.”고 함으로써 건축은 궁극적으로 시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건축가들이 공유하는 것이었지만, 그

전까지의 한국 건축가들이 표현하고 설명하는 “건축의


시”는 너무 난해하고 다가가기 어려웠다. 반면 『건축,

듣고 미술처럼 보다』 의 개정판이고, 두 번째는 『건축을

이슈에 관련된 책들이 유독 눈에 띄는데, 많은 양의

건축 예술을 의심하다”인데, 이는 『건축, 음악처럼 듣고

짐작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출판된 책들 중 2014년에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가 풀어내는 시적

묻다』이다. 두 번째 책의 부제는 “예술 건축을 의심하고

재미있을 뿐 아니라 대중들이 건축을 이해하는데 매우

미술처럼 보다』 의 제목과 상당히 상반되는 주장으로

인문학적 가치를 쉽게 이해하는 법을 알려줬고, 건축

실무 작품 활동을 통해 서현 교수의 건축관에 모종의

건축과 공간 이야기는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쉽고

유익하다. 그 책은 일반인들에게는 건축이 갖는 시적

전문가들에게는 건축의 중요한 가치를 포기하지 않은 채 일반인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알려줬다.

2000년 한양대에 부임한 후 두 번째 시기의 성취는,

저술활동 보다 건축설계에 집중되어있다. 2000년에서

2010년까지 10년 정도의 시기 동안 전업 실무건축가들

못지않은 뛰어난 성취를 이루었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는 2002년 <서울 시청 앞 광장 조성 공모전>의 당선이다. 당시는 2002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이던

시기로, 시민공간으로서 서울 시청 앞 광장의 잠재력이 주목받던 시기다. 따라서 <서울 시청 앞 광장 조성 공모전>은 건축인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이었다. 서현 교수는 ㈜인터시티 건축사사무소와의 공동작업인 <빛의 광장>을 출품해서 이 공모전에 당선했는데, 당시

저술가로서 명성이 높던 서현 교수가 건축가의 면모를 보여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안타깝게도 다양한

잡음들 때문에 계획안이 온전히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이 공모전 당선은 서현 교수가 건축가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서현 교수의 연구실

웹사이트에는 Built Projects, Proposed Projects, Academic Projects란 3개의 카테고리로 작품들이 분류되어 있는데, 다수의 건축 작품 수상작들이

2000년도와 2010년도 사이에 집중되어있다. 이 시기에 출판된 책은 두 권으로 첫 번째는 『건축, 음악처럼

독서를 통해 그의 관심이 사회적 이슈로 옮겨져 왔음을 출판된 『빨간 도시』는 사회학적 건축에 대한 생각을 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마도, 이 기간 수행한 다수의

데 엮은 책이다.

변화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초기에서 최근까지 그의 행보와 관심의 변화상을

다음으로, 2010년도부터 현재까지 세 번째 시기에는

보다』 로 대변되는 저술활동 초기에는, 건축의 시적

1년에 평균 1권 정도의 책을 저술했으니, 웬만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기에는 설계 작품 활동에

건축가에서 다시 저술가의 면모로 돌아온다.

전업 작가들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왕성한

복기해 보면, 우선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메시지 즉 건축의 예술적 범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매진했으며, 이때 출판한 책 『건축을 묻다』에서는

저술활동이다. 이 시기 활동에서는 눈에 띄는 3가지

예술로서의 건축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후, 세 번째

이 시기 7권의 저술 중 전통건축과 관련된 저술은

바탕으로 사회학적 건축에 관심이 증가한다. 이렇듯

경향이 있다. 첫째는 전통 건축에 대한 관심이다.

2권으로,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 와 『배흘림기둥의 고백』이다. 둘째는 독서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다. 독서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연구실 웹사이트

“www.saltworkshop.net”의 Books_Reviews

섹션에서도 잘 나타난다. 독서한 책의 간략한 리뷰를 정리해 놓은 곳으로, 리뷰한 도서의 목록이 무려

459권에 이른다. 독서의 분야 또한 매우 다양해서 정치, 경제, 사회, 예술을 넘나든다. 렘 콜하스는 자신을 “자본주의의 파도 위를 타는 서퍼”라고

했는데, 서현 교수의 리뷰 목록을 보고 있자면, 말

시기에는 전통건축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양한 독서를 서현 교수의 저술활동은, 물 흐르듯 매끄러운 그의 문체 같이, 능수능란하게 다양한 관심과 분야를

넘나들며 발전해 왔다. 현재 그의 관심은 사회학적 건축에 있는 듯하지만, 지금이 변화의 종착점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광대한 책의 바다에서 그의

관심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리고 또 어느 곳에 닻을 내리고 잠시 정착하게 될지를 상상하는 것은,

필자를 포함해 그의 다음 저작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즐거움이다.

그대로 정보의 홍수 위를 표류하는 서퍼처럼 맘껏

즐기고 있는 듯하다. 독서에 대한 관심은 그의 저술을 통해서도 표출되는데, 2011년에 출판한 『또 한 권의

벽돌』이 서현 교수가 몇몇 책들을 읽고 쓴 독후감으로 엮은 책이다. 세 번째 경향은 사회학적 건축에 대한

관심이다. 상기한 웹사이트의 독서 리뷰에서도 사회적

저술 및 건축작품수상 순번

출판연도

책 이름

출판사

분류

1

1998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효형출판

1 (인문 & 비평)

2

1999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

효형출판

2

3

2002

서울 시청 앞 광장 조성 공모 당선

4

2004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개정판)

5

2005

김해시 가야사 복원사업 기본구상 당선

2

6

2007

제주특별자치도 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 대상

3

7

2009

용산공원 아이디어공모 가작

4

8

2009

한국생태환경 건축학회 작품상

5

9

2009

건축을 묻다 (서현의 인문적 건축론, 예술 건축을 의심하고 건축 예술을 의심하다)

10

2010

서울시 공공구조물 현상설계 가작

11

2011

또 한 권의 벽돌 (건축가 서현의 난독일기)

효형출판

5

12

2012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 (전통건축 그 종의 기원)

효형출판

6

13

2012

배흘림기둥의 고백 (옛건축의 창조와 진화)

효형출판

7

14

2014

빨간 도시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

효형출판

8

15

2014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재개정판)

효형출판

9

16

2016

건축가 서현의 세모난 집 짓기

효형출판

10

17

2018

상상의 책꽂이 (건축가 서현의 인문학적 상상)

효형출판

11

1 (설계 수상) 효형출판

효형출판

3

4 6

33


INTERVIEW

김인철, 세종시 신청사 설계공모 심사 거부

: 벙어리가 된 세 부류 건축인들을 향해 말 칼을 뽑다 인터뷰어. 이중용 前 본지 편집장, 독립 저널리스트

인터뷰이. 김인철 前 세종시 초대 총괄건축가, 아르키움건축 대표

세종시 신청사 설계공모 논란이 시작된 지 48일째 되는 지난해 12월 17일의 오후 2시, 서울 답십리역 인근

건축사사무소 아르키움에서 건축가 김인철을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와이드AR》 독자들에게 그간의 대략적인

상황을 전달하고 생각해 볼 문제들을 짚어보기 위해 준비된 것이다. ----------

이중용 : 줄거리는 제가 설명을 드리겠다. 2018년 1월 25일, 행안부와 과기정통부의 세종시 이전 법적 효력이

발생했다. 거기서 생긴 이슈가 ‘당장 이전 어렵다’, ‘공간 부족’, 그래서 ‘2021년 말까지 신청사 신축’, 그러기 위해 ‘땅부터 찾아야 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3월 초 「추가이전기관 신청사 기본구상」 연구용역 발주가 나간다. 김인철 : 연구용역은 누가 했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서 했다. 연구용역 내용이 세 가지인데, 하나는 신청사 건립 입지 검토, 두 번째가 건물 배치계획 수립 및 기본적인 건축물 구상안 도출, 세 번째가 구상안 바탕으로 설계 가이드라인 작성하는 거다.

53,636,000원에 5개월짜리 용역이다. 설계공모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내용을 다룬 것 같은데, 혹시 이 내용을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연구용역은 8월 29일에 끝난 걸로 되어 있고 저도 내용은 확인하지 못 했다. 그리고 4월 11일, 선생님께서 세종시 초대 총괄건축가로 취임한다. 이틀 후인 4월 13일, 지역 언론을 통해 ‘정부세종 신청사 입지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연구용역이 끝나는 8월보다 먼저 입지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이야기했다. 신청사 건물이 저층형이 될 건지 고층형이 될 건지도 관심사라는 이야기도 여기서 이미 흘러나왔다. 4월 26일, 신청사

제1차 입지선정위원회가 개최됐다. ‘총괄기획가를 위원장으로, 행복청, 국무조정실, 행안부, 관련 기관 공무원 및 전문가, 그리고 지역주민 등 7명으로 구성됐다’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총괄기획가가 총괄건축가인가? 그때는 황희연 교수가 위원장이었다.

입지선정위원회가 5월까지 총 3회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나는 두 번 참석했다.

5월 말, 입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리고 이때 신청사 건설비용 추정치가 3,800억으로 알려졌는데, 3월 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진 1,950억의 두 배 정도다. 6월 19일, 정부브리핑으로 입지 확정을

알렸다. 총 사업비는 3,825억이고, 설계공모 이야기도 나왔다. 건축 하는 입장에서 흥미로웠던 건 행정 분야의

워딩에서 ‘차질 없는’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중요해보였다는 거다. 그쪽에서는 ‘차질’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선생님 덕분에 차질이 생긴 거다. 그렇게 됐다.

입지가 청사지구 한 가운데로 정해지자 《한겨레》에서 6월 22일자로 입지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며 행안부가

알박기하는 거냐는 식의 기사를 냈다. 그러면서 행안부도 입주 기관을 나중 준공 시점에 관련 기관 협의를 통해 다시 정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논란을 넘겼다. 6월 28일, 드디어 신청사 국제설계공모가 나온다. 건축계 내부에서 논란이 된 것 중 하나가 당시 설계지침 내용이 8페이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침 내용을 내가 뺐다. 두꺼운 분량의 내용을 가져왔는데 하나마나한 이야기만 잔뜩 넣어놔서 다 빼라고 했다.

대신에 행안부에서 원하는 게 뭔지를 자세하게 밝히라고 했다. 여기까지의 과정을 나도 좀 설명하자면, 우선 내가 4월 초에 총괄건축가로 위촉받고 당시 바로 발주해야 하는 다른 시설들 설계공모와 심사가 바쁘게 진행됐다. 34

김인철 前 세종시 초대 총괄건축가, 아르키움건축 대표


행안부가 내려오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첫 번째 일 끝날 무렵 들었다. 입지를 청사단지 가운데로 원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내가 담당국장과 청사지구를 둘러보고 역시 가운데는 건물이 들어가면 안 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얼마 후 입지선정위원회가 있었다. 그때 행안부 쪽에서 지금 정부청사 건물이 굉장히 불편하고

녹지로 지붕 연결했는데 보안 때문에 일반인 통제하느라 의미도 희석되는 등 문제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행안부 청사를 짓는 건지, 아니면 그거까지 포함해서 전체 부서 공간을 다시 어레인지 할 건지 물었다.

어레인지 할 거라고 얘기해서 내가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을 했던 게, 자유곡선형 공공 청사는 아마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것인데, 구불구불한 단선의 기존 청사를 복선으로 만드는 방식 등 건축적으로 개선할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가운데 입지는 포기를 못 한다고 했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안 돼서, 그러면 기존 청사 주변으로 비어 있는 공공 용지들이 있으니 설계공모 시 이것들까지 포함해서 전체를 대상으로 제안을 받자고 했다. 설계공모 지침에 표시된, 주변에 활용할 수 있는 땅들이 그것인가?

그렇다. 그러면 가운데 부분을 최소화시키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봤는데, 나중에 보니 그런 제안은 한 팀도 없었다. 이미 행안부가 가운데 땅을 짚었다, 랜드마크를 짓겠다, 그렇게 알려졌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설계공모 지침서 나간 거 보니까 가운데를 중심으로 제안을 만드는 식으로 문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 청사 가운데 말고 주변 토지를 활용하는 안은 이전의 연구용역에서 나온 게 아닌 건가? 아니다. 내가 한 이야기였다. 그런 연구용역이 나갔다는 말도 듣지 못 했다.

10월 31일, 정책브리핑으로 신청사 설계공모 당선작 선정을 알렸다. 상징성, 인지성, 구심적 역할 고려해서

14층으로 계획했고 기존 청사와 유사한 입면계획을 적용하여 조화로움을 추구했다, 그리고 역시 ‘차질 없이’

건립을 계획하겠다고 말했다. 드디어, 그날 저녁 8시 32분 《중앙일보》 인터넷 판으로 「“세종시 신청사 공모전, 애초 짜고 친 심사였다” 심사위원장 폭로」 기사가 떴다. 다음 날 아침 행복청에서 반론보도를 냈다. 지침

준수했고, 심사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고,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한 사항은 없었다는 거다. 이게 지금까지 계속되는 관련 부처 입장이다. 거기에 워딩이 하나 더 추가됐던데, ‘김인철 위원은 2차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심사위원장으로서는 결과를 인정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후에 김준성 위원과 함께 퇴장했다’는 거다. 심사위원장으로서는 결과를 인정했던 건가?

아니다. 나는 심사위원장으로서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흥분한 상태에서 나도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나는 하여튼 이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 나는 안 한다, 그러고 나왔던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만약 김준성 위원이 같이 안 나왔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왜 그런가?

김인철 혼자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나간 게 돼버리는 거니까. 11월 1일 오전 정책브리핑으로 반론보도 나오고,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대충 줄거리가 이렇다’고 올렸다. 거기

보면 일곱 명 심사위원들이 PT 과정에서 물었던 사항들을 적어놓았다. 건축가 두 명과 공무원/기술사 세 명은

명확히 표가 갈리는데 교수 두 명의 입장이 묘하다. PT에서는 기존 청사와의 맥락을 따지거나 마스터플랜과의 관련성을 묻고 표는 타워형에 몰아줬다는 게, 꽤 아이러니한 상황 같다.

나도 그럴 줄 몰랐다. 저분들이 최소한 건축에 대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구나 했었는데.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하위 행정규칙인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시행 2017.9.1) 법령을 보면 13조

심사위원회 개최 항목과 14조 심사위원회 발표 및 공개 항목이 있는데 심사내용을 녹화 또는 녹음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필요하면 공개할 수도 있고. 그때 상황은 녹음을 다 했다.

10월 31일 이후 다양한 논란이 있었고, 대체적으로 세 갈래 정도 반응이 있었다. 하나는 저층이냐 고층이냐,

디자인이냐 기능이냐 같은 눈에 보이는 정도에서의 논란이었다. 또 하나는 설계공모의 시스템과 공정성 문제였고 주로 건축계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다른 하나는 행정 쪽에서 거론됐는데 세종시 청사 공간이 부족한 포화상태고 셋방살이 하고 있다, 절차에 문제 없고 일정 정해져 있으니까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11월 6일,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승효상 선생님이 논란에 대해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공모전 과정과 심사 결과 뿐 아니라 공모전 방식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덕흠 국회의원도

문제 제기에 동조하는 기사가 나왔고, 이번 신청사 공모 심사위원 전원이 관련 기관 추천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11월 16일에는 건축4단체 성명이 발표됐다. 하지만 오히려 발표와 함께 SNS의 건축인들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어차피 안 변할 거라는 식의 분위기였다. 일주일 정도 고요하게 지나가다가 (김인철) 선생님께서 다시 한 번 SNS에 글을 올렸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거 아니냐, 결국 또 난 혼자냐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인 11월 24일에 《중앙선데이》에서 설계공모 문제 제기하는 기사 몇 건을 한 번에 올려서 이슈가 좀 더 힘을

받는 모양새였다. 대부분 몰랐겠지만, 11월 27일에 세종시 신청사 교통영향분석 입찰이 있었다. 건축계 논란과 35


별개로 행정 쪽에서는 일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 같다. 11월 30일에 제가 이 인터뷰를 위한 사전미팅 형식으로 선생님을 찾아뵜다. 그때 젊은 건축가들이 촛불이라도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선생님께 들었다. 마침 기온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회적으로도 철거민, 택시기사, 비정규직 청년 등 여러

분들이 돌아가셔서 분위기가 좀 어두웠다. 조성룡, 조남호 소장님 등 건축계에서 명망 있는 분들도 현상설계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건축가는 설계공모에서 너무 무력하다는 인상도 강해졌다. 다행히 12월 11일자 뉴스로

국건위에서 권고한 내용을 행안부와 행복청에서 수용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났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당선작 수정하고 제도 개선하겠다’ 했는데, 제도 개선 부분이 어디를 어디까지 손보는 건지 혹 알고 있는가? 국건위에서는 발주처 심사위원 30%까지 허용하는 부분을 폐지하는 쪽으로 권고한 걸로 안다. 그러면 「건축 설계공모 지침」 법령 자체를 수정하는 걸 말하는 건가? 진행되고 있는 건가?

그렇다.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행복청 청장도 바뀌었다.

여기까지가 선생님이 문제 제기하고 약 40일 만에 만들어진 결과다.

우리 시스템이 비뚜로 돼 있는 게 많다. 설계공모 시 외국인 건축가가 한국 설계사무소와 조인해서 들어오도록 돼 있는 걸 그렇게 하지 말라고도 했다. 당선 되면 그때 조인해도 늦지 않으니까. 그건 담당자들이 이해를 해서 그렇게 했다.

실제로 설계공모에 외국건축가 10팀이 등록했다.

그렇다. 그 다음에, 규정에 보면 한국 건축가는 건축사사무소 등록을 필한 자여야만 한다는 게 있다. 그걸 건축사 자격 소지한 자로 바꾸라고 했다. 공모를 하는 이유가 널리 좋은 안을 많이 받자는 취지인데 사무소 등록을

필한 자로 한정시켜버리면 항상 하던 사람들만 할 수밖에 없다. 그랬더니 공무원들이 국가계약법상 안 된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이건 아이디어 공모니까 일단 아이디어가 좋은 걸 선택을 하고 실시설계나 다른 계약과정은

별도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건축사 자격이라는 게 국가에서 설계할 자격 있다고 인정한 건데 사무소 등록을

안 했다고 안을 내지 말라는 건 어폐가 있는 거다. 그걸 고치라고 했더니 왜 고쳐야 되냐고 그러더라.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교수가 건축사사무소 겸직하는 걸 금지한다. 그러니까 건축사사무소 등록을 필한 자라는 규정만

빼면 건축사 자격 가진 많은 건축과 교수들이 설계공모에 응모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건축사 자격 가지고 월급 받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소위 말하는 신인이 등용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 말이 맞다.

그렇게 설명하면서 바꾸라고 했는데 그쪽에서는 오만 걸 다 검토했지만 안 된다는 거다. 그 사이에 설계공모

진행할 시간은 없다고 하고, 나는 바꾸라고 하고 그쪽에서는 못 하겠다고 하다가 그대로 공모가 나갔다. 공모를 내고 난 다음에 국장이 나에게 그러더라. “요새 건축사사무소는 그냥 신고만 하면 되더군요.” 공모 내기 전에

설명할 때는 절대 안 된다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알더라. 그 다음에, 심사 때 공무원과 비전문가 넣으면

안 된다고 계속 얘기했다. 관행이 그렇고 규정이 어쩌고 그러길래 UIA 설계경기 규정 보라고 했다. 그때는 그냥

넘기더니 나중에 국장이 그러는 거다. “UIA 규정은 전부 건축가들이 하던데요.” 그랬는데 1차 심사 끝나고 2차 심사에 갔더니 국장이 바뀌었더라. 그 국장이 또 딴 데로 가버린 거다. 제발 그 순환보직제 좀 없애라고 하고는 있는데...

없앨 수 있나?

없앨 수 있다. 다른 거 다 관두고 건축이라는 게 건물주하고 건축가하고 시공자가 함께 잘 해야 하는데 건축주가 의지가 없으면 되겠나. 담당 공무원이 건축주 역할을 하는 건데 만약 이 사람이 소명의식이 없으면 책임감도

없고, 자기 있는 동안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있는 거다. 주택을 하나 지으려고 해도 1년이 걸리는데 5년, 10년 걸리는 청사 짓는 담당을 계속 바꿔버리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다. 이런 이야기들을 오래 해오지 않았나?

YS 때부터 했다. 좀 더 좋은 건축을 해보자는 건데 어떤 사람들은 이걸 밥그릇싸움이라고 말한다. 어떻게든 올해 말까지 세종시 신청사 설계공모 논란이 이어져 왔다. 내년에도 이야기가 계속 될까? 해야지. 해야 되는데…

우리 건축계는 기본적으로 열패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안돼, 하는.

그렇긴 하다. 그래봤자 되겠어 하는, 좀 니힐하다 그럴까 시니컬하다 그럴까, 우리나라에서 지적인 풍모가 있다는 사람들은 현실에 대해 대개 시니컬하다. 이번

일 겪으면서 정말 참담한 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당선작 뽑은 사람들 왜 한 마디도 변명 안 하냐는 거다. 이번에 행안부가 국건위 권고 수용하겠다고 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틀린 안을 뽑은 게 된 거다. 그런데 왜 자신들이 뽑은 안이 이러이러해서 좋다는 이야기를 심사위원 자격으로 해명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 왜 학계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하냐는 거다. 이렇게 시끄럽게 됐는데 왜 학자들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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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하나. 세 번째, 원로들도 거의 반응이 없다는 거다. 교수와 원로 통 털어서 개인적인 반응이라도 보내온 분은 딱 세 분이다. 그러니까 문제 제기를 하고, 건축 단체에서 성명을 냈으면 그 다음에 학회 같은 데서 점잖게 한 마디 해주고 그래야 사회적 반향이 좀 더 생길 텐데, 이렇게 조용하면 내가 괜한 짓 한 것처럼 보이지 않나. 그래도 변화는 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뭔가를 하나 바꿔놓고 돌아온 것처럼 변하지 않았나. (웃음)

(웃음) 더, 더, 더 많이 변할 수 있는데 아쉽다. 어느 기자가 말 하더라. 선생님 덕에 이제 공공기관에서 발주를 해도 한 번은 더 생각을 하지 않겠느냐고. 그럴 것 같다.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교육이 문제다. 공무원을 하든 설계를 하든 건설회사를 가든 건축에 대한 생각은 공통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건데,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일로 느낀 것 중 하나도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구나 하는 거다. 그리고 꼭 대학을 나와야 하는 건 아니지만, YS 때 제도개선 요구할 때 건축사협회 회원 중에

대졸자가 16%였다. 그런데 지금은 25% 정도다. 감리를 분리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그때는 정말 이게 우리 건축계인가 싶더라. 그러니까 YS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벌써 30년 다 돼가는데도 말이다.

총괄건축가로 세종시 내려갔을 때 공모 지침 내겠다고 잔뜩 가져온 내용을 보니까 30년 전에 보던 거랑 똑 같은 거다.

안 변해도 지장이 없거나 뭐라고 하지 않는 구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 모임에 가서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그랬더니 후배들이 ‘그러면 우리는 미래가 없나요’ 그러더라. 그래도

나는 낙관론자다. 우리 직업 자체가 그렇기도 하고, 뭔가 바뀔 것 같은 기미가 이제는 보인다. 그 전에는 떠들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요즘은 정부에서 예산 책정하는 담당자가 찾아와서 왜 우리 공공건축에는 좋은 게 안 나오냐고 물어올 정도다. 어딘가에서부터 좋은 건축에 대한 요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당대에는 어렵더라도 (웃음) 후대에는 뭐가 좀 달라지지 않겠나.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게 압축성장 과정에서 빼먹은 것들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일이다.

그때 제대로 안 만들었거나 빼먹은 것들이 유령처럼 다시 돌아와서 끌어내리는? 그렇다. 바람 새고 비 새고, 그러다 무너지고 그러는 거다.

세종시 신청사 설계공모 논란을 중심으로 주변 정보들을 살펴보면, 공무원들에게는 아무래도 예산과 차질 없는 진행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예산도 이해가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총괄하면서 체크했던 3000평짜리 공사가 평당 900만 원쯤 한다. 그런데 이게 실제 공사비에 들어가는 순수비용은 70~80% 밖에 안 된다는 거다. 나머지는 전부 회의나 자문비로 다 빠져나간다. 그런 것도 좀 체계를 정리해야 한다.

그 다음에, 내가 행복청에서 주장해서 될 뻔하다가 안 된 게 심사위원회가 안을 뽑는 걸로 끝나지 않고, 안을

뽑으면 건설위원회로 바뀌어서, 건설위원회가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 따라가는 그런 조건을 만드는 거였다. 안을 뽑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안이 제대로 완성되는 역할까지를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안을 뽑고 나면 발주처들이 다 바꿔버린다. 그러면 설계경기 백날 잘 해봐야 소용없다.

이번에 설계공모 지침 법령 내용 바꾸는 김에 그 항목도 넣어보면 어떨까? 심사위원회 항목 다음에 건설위원회 항목을 하나 더 추가해서.

그렇게 하면 좋겠다. 이번에 행안부에서 일곱 명 위원회 만들어서 다섯 명은 외부에서 초청한다고 그러는데

그거 틀렸다고 하는 게 뭐냐면, 이번 경우는 서울시청 케이스로 가야 한다. 당선된 건축사무소는 인정하고, 다시 아이디어 콤페티션을 하고 앞서 당선된 건축사무소가 실행을 하는 쪽으로 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일 것 같다.

도대체 디자인을 회의로 결정을 한다는 게, 회의해서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게,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이야기인가? 앞으로 남은, 건축계 문제 중 선생님께 제일 중요한 과제는 뭔가?

건축가들이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이번 같은 경우도 건축에 대한 결정을 비전문가들이 다 했지 않나. 건축은 건축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좀 더 보편화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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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Report

오래된 진정성 문제에 대하여

: 2018년 홍콩 시츄에이션스 학회 후기 글. 백승한 본지 편집위원, 가톨릭관동대 교수

이 글은 최근 필자가 참여한 한 국제학술회의에 대한 리뷰를 바탕으로 이를 한국건축 담론에서 지속하는

진정성authenticity 문제와 연결시키는 작은 시도이다.

필자는 지난 11월 30일과 12월 1일 이틀 동안

연세대학교 영문학과와 홍콩대학교 비교문학과의

공동 주관으로 홍콩대학교에서 열린 시츄에이션스 국제학술회의(2018 Situations International

Conference)에 참석하여 포스트-인터넷, 게임, 그리고 디지털 시대 일상생활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연구를 발표하였다(공식 학회 명칭: The

Culture Industries in Asia: Into the Digital Age).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북미 등지에서 방문한 약 스무

명의 연구발표자, 기조강연plenary talk 을 위해 초대받은

세 명의 발표자, 그리고 패널 진행자 및 토론자를 합치면 사십 명 가까이 되는 큰 학회였다.

각 패널의 발표 주제는 뉴미디어, 정체성 정치,

대중음악과 스타덤, 문화현상으로서의 티브이 및 인터넷과 같은 종류로서, 동시대 문화적 층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한 장이었다. 구체적인 발표주제로는 디지털 플랫폼으로서의 북한,

인도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정부규제의 함의점,

방탄소년단(BTS)과 온라인 공동체의 문제, 중국과 홍콩의 랩 문화와 정치적 가능성, 외국인들이

소개하는 유튜브 방송과 오리엔탈리즘, 태국 민주주의 실천으로서의 사이버스페이스 등 넓은 범주에서의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포괄한다.

금번 필자의 발표는 게임을 차용하여 친숙하면서도 이질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국내작가 강정석의 영상 작업의 분석을 통해, 디지털the digital과 일상the

ordinary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건축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동시대 도시문화를 읽어내는 실험적인 시도이기에 본 글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보다는, 필자가 흥미롭게 본

기조발표 하나를 비평적으로 리뷰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어바인University of California at Irvine에서

동아시아학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가르쳐오고 있는 김경현Kyung Hyun Kim의

한국 힙합문화에 대한 발표였으며, 제목은 다음과

같다: “Becoming Black: Exploring Korean Hip

Hop in the Age of Hallyu”(두 단어 ‘becoming’과 1

38

‘black’에 대한 성급한 오역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당장은 번역을 하지 않은 채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1. 시츄에이션스 국제학술회의(2018 Situations International Conference) 포스터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에 앞서, 다음 인용문에서부터

있다. 또한 ‘요’, ‘자’, ‘다’, ‘소’, ‘해’와 같은 문법과

두드러지는] 선율의 약해짐은 판소리 혹은 식민지

일본어)의 경우 경직된 언어의 사용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힙합문화에서

시대에 유행했던 만담과 같은 구전음악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한국성의 재-진정화re-authenticating와

연결된다.”1) 이는 힙합이라는 형식을 판소리와 만담과

같은 한국의 전통적인 스토리텔링과 나란한 선상에

놓고 파악하려는 김경현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규범적 속성이 특히 두드러지는 한국어(그리고 경직된 사고와 표현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김경현의 ‘시차’ 가사 분석은 단순한 사례분석 이상의 함의점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의 가사 분석은

언어의 수행성performativity의 관점에서 파악될 수

있으며, 문화적 이동 translation의 과정에서 생략되거나

구체적으로, 그는 2012년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간과되고, 변형되거나 완전히 새롭게 창조되는 기호의

우승자 우원재의 곡 ‘시차’, 그리고 2018년 ‘고등래퍼’의

생성하는 기계로서 작동할 수 있다.

인기를 얻고 있는 엠넷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2017년 우승자 빈센의 곡 ‘전혀’의 분석을 통해 한국성 논의를 발전시킨다. 특히 그의 발표는 ‘시차’분석에 많은

비중이 실렸는데, 이는 가사가 지니는 의미, 그리고 운율rhyme의

구성과 그것이 래퍼 자신의 입을 통해

제국, 그리고 반복되는 듯하면서 끊임없는 차이를

물론 이러한 분석의 태도와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 또한 유효하다. 곡을 쓰는 당사자가 과연 김경현과 같은 심도 있는 학술적 관점과 언어학적 분석의

표현되는 과정에 있어서 언어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함의점 도출을 포함한다. 필자 역시 흥미롭게 본 신인 래퍼 우원재의 곡은, 김경현에 따르면, 1994년 발매되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 ‘교실 이데아’에서 두드러졌던 저항적

메시지를 지닌다. 서태지의 곡 역시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하였던 랩 그리고 헤비메탈의 결합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우원재의 경우에는 최근 몇 년간 거의

기존의 아이돌 시장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 힙합의 프론티어를 상징한다. “밤새 모니터에 튀긴 침이 마르기도 전에”와 같은 가사로 시작하는

‘시차’는 대학생이면서 동시에 래퍼를 지망하던 그의 개인적인 삶의 방식이 규범적 대학생활과 마찰을

일으키는 순간, 혹은 김경현이 참조하는 윌리엄 드

보이스W.E.B. Du Bois의 표현에 따르면, “이중 의식double consciousness”을

함축한다. 여기서의 이중 의식은

미국의 주류사회에 속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

나라에서 자신을 규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힙합이 한국에서 활성화되면서 다른

2

못하면서 저항의 상징인 미국 힙합을 자기화하고 이를

역량을 지니고 있는가가 하나이며, 설령 그렇다 해도

돈에 대한 열망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힙합

지칭하기도 한다. 저항적 메시지가 하나의 큰 축인

스스로 이중의식의 가능성을 자본주의 시장의 일상적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에게는 마치

종류의 이중성으로 확장하는데, 영어를 잘 (혹은 전혀) 직업적 수단으로 삼는 ‘토종’한국인의 이중적 태도를

힙합 그리고 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으로는 당연히도 충분치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다시 한 번 김경현에 따르면, 요즘의 젊은 세대 래퍼가 그 문화를 자기화하는 것은 거의 (혹은 전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동시대 한국 힙합은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그 정체성은 대체 무엇인가? 김경현은 이를 풀어냄에 있어서 미국 서브컬쳐로서의 힙합문화가 한국어로

이해되고, 다시 쓰이고, 발언되는 과정에서 한국어의 해체와 재구축의 과정에 주목한다. 소위 ‘라임’을

맞추기 위해 가사의 의미 자체보다는 ‘래’, ‘에’, ‘니’ 등의 어미를 일관된 방식으로 조절하는 방식은

세련된 곡의 사운드를 구성하는 요소 이상이 아닐 수 있지만, 이는 또한 덧없어 보이는 문자들의

조합들이 만들어내는 정체성 구축의 한 전략일 수 1) 위 인용문의 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 the waning of the melody might be tied to the re-authenticating of Koreanness in the oral musical storytelling, either in the form of pansori or mandam (comedy standup) popular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저속한’ 상업주의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작동 방식에 한정시킬 수 있음이 다른 하나이다.

실제로 본 학회에서 발표한 일부 다른 연구자들은 ‘프로듀스101’과 같은 아이돌 프로그램이 신체를

규율시키고 자유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스스로 자기 검열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하지만 개인과 사회의 관계는 일방적이기보다는

복합적인 고려요소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축된다는 측면을 생각해볼 때, 소위 소외이론이나 상품물신에 근거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평적 시선만으로는

한국 힙합과 같은 새로운 현상을 파악하기에 충분치

않다. 그보다 김경현의 ‘시차’분석은 상업주의에 맞서,

이질적 (힙합) 문화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상황에서, 한국어를 제도적이고 즉흥적인 방식으로 이동시키며, 때로는 근대/근대 이전의 스토리텔링의 전통과

연결시키며, 그에 따라 미국 힙합을 절대적 기원으로 반드시 삼지는 않은 채,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동시대 신자유주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래퍼들의 삶의 형태를 이해하는 하나의 경로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티브이 광고에서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2. 학술회의장 분위기, 커피브레이크

‘아티스트’들은 종종 문화적 퇴행으로 간주되기도 진흙탕과 같은 그 힙합 세계에서 역설적으로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수단은 무엇인지와 같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랩의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은 사소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체성을 논함에 있어서 신체의 수행성

그리고 개인이 당면한 삶의 모습들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측면이다. 한국성과 같은 진정성에 대한 고민이 만약 이러한 개인적 삶의 형태의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면, 이는 누구를 위한 진정성인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 그리고 후기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역사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사회의 문제는 고착화될 수 없는

열린 종류임을 생각해볼 때, 각 개인이 가지는 취향과 환경, 삶을 취하는 태도와 전략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담론화 되는 정체성 그리고 진정성 문제와 깊숙이 맞닿아 있을 것이다.

전체 자료 : 필자 제공 39


Exhibition Review

건축사진의 정신성과 상업성에 관한 내부자의 시선 : 한국건축사진가회 릴레이전시 총평 글. 김재경 본지 사진총괄 부편집인

지난해 3월 14일부터 11월 28일까지 격월로, Arte22 갤러리(청담동)에서 2주일씩 건축사진가회가 주관한 릴레이 건축사진전이 열렸다. 전시(8인)는 박영채, 김용순+이남선, 여인우+이재성, 진효숙+김재윤, 윤준환 순으로 이어졌다.

건축을 대중에 알리기 위해서는 매체를 의존하게

된다. 그 효과적인 수단이 사진임을 전제한다면, 이번 릴레이전시는 무엇을 보여 줬고 또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들의 작품

세계를 이미지로 표현해 낸 전시다. 전시의 시작은

박영채 건축사진가가 ‘채와 마당의 긴밀한 관계’라는 주제로 포문을 연다.”

상기 문장 중 “그들”에서 느끼는 익명인의 기척과 “포문을 연다”라는 표현에서 주체를 대리하는

누군가의 자발성은 무엇이며 그 원인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살핌과 함께 반세기의 한국건축사진을 조망해 본다.

2

사진을 크게 순수사진과 다큐멘터리사진으로 구분한다면 건축사진의 위치는 어디쯤 일까?

1

영문(Architecture Photography, Architectural Photography)도 이해와 관점 또는 활용과 의도에 40

1. 전시포스터@Arte22 2. 박영채, 추사고택(2018)


도시와 건축을 사회적 시선으로 바라볼수록 건축의 문화적 인식이 일반화 하는 빠른 길이지 않을까.

건물은 물리적 규모가 크고, 또 건축기술의 발전 아래 점점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의 장소를 마케팅

하는 중이며, 따라서 건물의 가시성은 상대적 소외와 계층간 분리를 가속화 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7 3

따라서 달리 불리기에 살필 가치가 있다. 건축을

크든 작든 재원 없이 건물을 세울 수 없으며, 결국

띠지만, 사진 작업의 형식에서는 사정이 달라질 수밖에

작품을 빚는 작가로서의 건축가만 덩그러니 남는다.

소개하는 매체의 어법은 특유의 구조와 말투를 없다.

우선 사진 작업이 공중 앞에 나오면 작자의 통제를 벗어나 비평에 맞닥뜨린다. 그러나 건축사진이

건축사진이 시각적 효과에만 눈을 고정시키면 작품과 물론 비생산적 소모의 역할을 담당하는 작가의

출현을 언제나 고대하지만 한쪽으로만 쏠리는 경향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전시 “건축도시기행전”의 모토(광장으로 나가자)와

“릴레이전시”의 모토(포문을 연다)가 지닌 차이만큼의 현격한 내부의 시각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광장”(최인훈)이 문제의식을, “포문”은 적대를

상정하는 바 그 간극이 확연한데, 가치보다 마케팅을 전시회라는 형식 아래, 건축사진은 각 개인의 능력으로

매체에서 찍는 사진까지 더하면 이미 관념에 갇힌

인정받는 분야라서 공동 작업이나 공적 활동이 아닌,

건축사진의 한계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따라서 이번

집단의 목소리는 낮출수록 좋다.

릴레이전시는 과정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졸업전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릴레이 전시에서 개별 작가의

학예회로 여길 수 없는 것이며 신중한 기획으로

사진을 보면 충분한 자질과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준비했어야 한다. 그 이유는 사진의 현장성에 있는데,

몇 작업은 개인 전시로 떠나보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회화가 이를 인식한 것(인상주의)이 불과 백 수십여 년 5

것이고 사진에 찍히는 상대로부터 암묵적 인정을

집에 대한 우리의 풍조가 거주에서 소유로 된 내력은

간단한 문제일 수 없는 것이다.

건축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역할이 바람직하다.

받는 절차이다. 이 친밀감의 형성이 있고 없음은 그리

주관했다. 동 단체가 시차를 두고 기획한 두 개의

전제한다.

직능은 온실 안의 화초에 다름 아니며, 다양한

상대의 눈을 마주해 심리적인 동화를 전제하는

협력, Arte22 gallery 주최로 한국건축사진가회1)가

위한 카피 문구로 읽혀 정신보다 상업적 이해를

저널에서 건축을 보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때 그

전에 불과하다. 사진의 현장성, 사회참여(앙가주망)는

이번 릴레이전시는 ㈜삼양옵틱스 후원, 디자인후즈

긴 얘기이므로, 사진은 이런 흐름과 거리를 두고서

들었다. 그 이유는 동인들의 좋은 작업이 많으면

건축과 건축사진이 받을 타자의 시선도 온기를 띨 것이기 때문이다.

1) 건축 잡지 《공간》의 창간이 1966년 11월, 이 시기에 사진가 임응식이 사진을 담당했으므로 이것을 기준으로 삼자면 한국건축사진의 역사는 반세기로 접어들었다. 1995년 : 임정의 중심으로 회의체 결성 검토. 건축사진 7인전(삼성포토갤러리) 1999년 : 한국건축사진가회(32명) 발족(남한산성) 초대회장 임정의(2년) - 워크숍 2회, 소식지 3회 간행 2대 김경호(4년) - 전시회 2회, 워크숍 4회, 공동사진기록작업(난곡) 3대 박영채(4년) - 『낙골 2001~2002』 발간 4대 김재경(4년) - 전  시회 2회 (비회원 다수), 『건축도시기행』 발간 5대 이재성(4년) 6대 윤준환(현) - 릴레이전시 1회, 도록 발간

4

이를 그대로 건축사진에 적용한다면, 보이지 않는

타자의 눈망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근거는 건축이 지닌 숙명 같은 것이라서 쓸모, 구조, 아름다움에

앞서 세움을 가능케 하는 동인에 있다는 생각이다.

6

3. 김재윤, 경복궁(2018) 4. 진효숙, intimate life 3 5. 김용순, MMCA_Seoul#001 - Walking through the museum 6. 윤준환, 청도 김성률 7. 여인우, 서대문구 창전동(2017)

41


릴레이 전시 1. 박영채 – “채와 마당의 긴밀한 관계”

추사고택, 봉정사, 화암사, 통도사, 병산서원, 이 땅의 사람들이 짓고 살아왔던 목조건축에서 채와 마당을

함께 보여줬다. 모노톤의 단정한 흑백사진은 높낮이를 달리해 디스플레이 했다. 이미 오래된 경륜이 몸에 배인, 매서운 눈으로 전통건축에서 공간의 흐름을

보며 박영채는 무엇을 보았을까? 그의 손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눈에 보인, 사진에 붙잡힌 “채와 마당의 긴밀한 관계”는 이 땅을 살아냈던 삶의 실체와

지혜를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현대건축이 배워야 할

점이라는 듯, 마치 커닝을 해도 되고 또 그래야 하듯이

“관계”라는 말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용어에 피로감이 도는 듯하다. 한 떨기 야생의 들꽃이 피운 생명력에도 눈물이 도는 경험이 그립다.(사진: 병산서원, 2018)

8

릴레이 전시 4-2. 김재윤 - “BE on …”

비 오는 날 경복궁, 카메라 조리개 최대치, 흐린 배경에

박석 때린 빗 물 알알. 스르르 한지에 수묵이 번지듯이 회랑과 기단과 북악산이 흐릿하니 몽환적인 사진이다. “그 날, 나는 차라리 카메라를 접고 비를, 비 사이로

보이는 10년 전 그리고 20년 전 어린 시절까지 마음을 달래야 했다.”는 문학적 소양까지 엿보이는 문장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존재를 탐문하는 작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감성적인 건축

사진이 왜 이제 나왔나. 뜻을 알면 말수가 줄어들 듯 오랜 숙련과 고민으로 숙성된 뛰어난 사진작업이다.

물-치유, 산수-시간, 몽환적-기억, 셔터속도-순간으로 바뀌며 감각을 찌르는 사진작업. 김재윤의 “BE on …”이다.

9

42

8. 박영채 – “채와 마당의 긴밀한 관계” 9. 김재윤 - “BE on …”


릴레이 전시 3-2. 이재성 – “욕망의 콘트라스트”

오래된 절 집에 흐드러져 핀 매화꽃, 그 뒤로 절간의

마당과 기단, 처마가 보인다. 암벽등반을 위해 다니는 산행, 이른 봄 기다리던 홍매와의 조우로 얻은

사진이겠으나 평소의 사유를 담은 듯하다. “예술이 되고 싶어 하는 이성적인 건축과 생존의 절박한

표출이지만 욕망의 상징이 되어버린 꽃의 대비는

둘의 컬러만큼 콘트라스트가 강하다.”라는 말에서는, 지난 세기말의 분위기가 “밀레니움” 핑크 빛 단어로

둔갑해 사회적으로 소비되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숫자의 바뀜에 불과한 사태가 사건으로 비화하는 지점 말이다. 이처럼 이재성은 “절정에 이른 꽃의 화려함

이면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한 건축의 숨겨진 욕망을

드러낸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기표현으로의 건축 사진작업이다.

10

릴레이 전시 2-1. 김용순 – “Seoul show-window”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당동, 을지로,

황학동에서 담은 도시의 정경이다. 모던한 미감의

화면에 사람이 등장하는 순간을 보여줬다. 일정한

흐름과 모양의 반복이 패턴이라면 그야말로 도시만큼 지루한 일상의 반복보다 더한 것은 없겠다. 김용순은 건축과 도시를 매개로 혹은 배경으로 펼쳐지는

보이지 않는 흐름에 주목했고, 같은 장소에서 다른 순간을 보려는 자세는 공간에 생동감을 불러왔다.

우연한 개입이 가져다주는 변화이며 사람을 일상의 주인공으로 보는 시선이 보인다. 일반적인 건축사진 촬영에서도 많이 쓰이는 방법이지만 이 작업이 더

심화되면 어떨지 궁금한데 이미 유사한 사진작업이 많고 새 길을 찾아야할 과제가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사진: 을지로#002)

11

10. 이재성 – “욕망의 콘트라스트” 11. 김용순 – “Seoul show-window”

43


12

릴레이 전시 3-1. 여인우 – “바라본 도시”

봉천동, 이문동, 창전동, 묵동, 상록지구, 미사지구, 아파트단지와 주변이 함께 보이는 사진은 기존

주택지와 달리 단지의 폐쇄성을 보여준다. 여인우의 ‘바라본 도시’는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이미 우리의 삶을 형성한 아파트단지에 얽힌 숙제를 환기시키지만 역으로 사진은 담백한 톤으로 시종

일관한다. “높이가 높을수록 새로울수록 욕망하는 위치일수록 광경이 볼만하다. 개별적인 색채는 희미해지고 거대한 공동의 모습으로 나타남을

본다.”에서 이 ‘바라본’이라는 말의 적극성은 작자의

삶에 대한 태도를 암시한다. 표현 도구로서의 사진을

수단이 아닌 목적을 위하려는 의지이며 직업인으로서 매우 바람직한 고민이기에 지지를 보내고 싶다.(사진: 관악구 봉천동, 2017)

릴레이 전시 2-2. 이남선 – “市流”

일본, 홍콩, 프랑스 대도시 가로변의 고층건물,

높이 솟은 건물이 압도적이다. 그 뒤에,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양면의 또 다른 세계는 밤이다.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나름의 향기와 숨결을 지닌 유기체임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이남선은 여러

도시를 다니며 과거와 현대의 뒤섞임을 다양함으로 이해했으며 이에 대한 기록의 중요성과 아카이브를 말한다. 또 학술적으로도 기록하고 발전시키려는

포부도 드러낸다. 좋은 자세이다. 그러나 도시인의 삶 주위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복잡한 관계와 현상들을 다 보았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지 않을까. 진정성이

흔들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사진 프로세스를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44

13

12. 여인우 – “바라본 도시” 13. 이남선 – “市流”


릴레이 전시 4-1. 진효숙 – “공간의 온도”

빌딩이나 아파트 또는 길가의 창문에 비치는 실내의

모습은 우연인 듯하지만 사실은 연출된 장면을 세밀히 합성한 것이다. 지나치듯 무심히 장면을 구성해

관람자를 가까이 다가오도록 하는 사진이다. “의도적 연출을 했으나 이 또한 삶의 어떤 순간을 재현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하여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삶을 상상하며 공간의 차갑거나 뜨거운

이야기들을 담고자 했다.” 진효숙의 “공간의 온도”는

“사람들의 사적 내밀한 삶의 재현이다.” 삶을 보듬는 건물과 공간을 무대로 펼쳐지는 소소한 이야기에 눈길을 준다. 고민할 것이 없다는 듯이 경쾌하고 유머가 있는 사진 작업이다. 평소 작자의 모습이

자신감에 넘치듯 거침없는 행보대로 다음 작업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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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전시 5. 윤준환 – “건축가의 페르소나”

건축가 윤재민, 김성률, 이기철, 정웅식, 오신욱이

자신의 공간에 편히 있을 때의 모습, 프로필 사진,

그리고 각각 디자인 한 건축 작업 속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누에고치는 누에 몸의 고단함을, 막사발은 도공의 수고와 무심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건축가의 페르소나”라 이름지은 윤준환의 사진작업은 작가주의-작품으로 곧바로 연결 될 수밖에 없는데, 건축가와 건축 사진가의

야망을 숨기지 않는 자신감이 그것이다. 건축가가

남긴 솜씨가 스타일로 굳거나 의미를 띠며 사회적

발언하는 것이라면 타당할 건축가와 건축 사진가와의 특별한 관계, 거기까지 이다. 사진이 가슴 아파해야 할 일들을 제치고 딴 곳을 바라보는 것은 삼가야 하는 일이다.(사진: 리을도랑 김성률)

15

14. 진효숙 – “공간의 온도” 15. 윤준환 – “건축가의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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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Exhibition Review

현재 진행 중인 전시 <가파도 프로젝트>

가파도 브랜딩하기Branding Gapado

이야기다(2018.11.1.~2019.2.28.). 지금까지 국내에서

: <가파도 프로젝트>전, 현대카드 스토리지 글. 백승한 본지 편집위원, 가톨릭관동대 교수

봤던 건축 전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는데, 본

글은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규명하는 필자의 짧은 소견이다. 전시장은

지하2층과 지하3층 총 2개 층으로 구분되어 있다.

2층에는 가파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그리고 가파도 에어(Gapado AiR)라고 불리는 재생된 문화 및

레지던시 공간, 상동포구/마을과 농경지/하동포구로 구분되는 섬 내의 특정 지역의 계획, 그리고 가파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예술작품들이

위치해 있었다. 3층에는 이번 프로젝트를 2012년부터 추진해온 원오원 아키텍츠ONE O ONE Architects(이하

‘원오원’) 최욱 대표의 스케치, 프로젝트 관련 인터뷰,

그리고 거친 파도의 소리와 함께 가파도의 자연 환경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영상이 위치해 있다.

본 전시에서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3층에

위치한 가파도 영상이었다. 프로젝트에 대한 빼곡한

시지각적 정보가 담겨 생각해야 하는 종류의 자료가 아닌, 시원한 파도가 일렁이고 넘실거리는 영상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행위였다. 관람 초반에 전시 정보가 완벽하게 파악이 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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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파도 프로젝트 ⓒ김재경


상태에서 혹시 이 영상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억과 애도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매개 장치가

추진한다. 이러한 태도는 최욱의 발언에서 역시

필요하였으나, 곧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본

16일 이후 “전혀 달라”보였다는 장민승의 인터뷰가

않으면 인간의 삶에서 멀어지게 될 이 섬을 우리는

예술작품들 중 하나인지 규명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영상을 보면서 즉각적으로 떠올랐던 구체적인 인물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으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는 포함되어 있는 장민승 작가이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사건에 대한 애도의 정서를 작품으로

제작하여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되기도 한다. 2013년에 찍은 작품이 2014년 4월 시사하는 것처럼, 바다 그리고 파도라는 대상은

이를 마주하는 대상이나 상황 등에 따라 그 의미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펼쳐질 수 있는 무한의 영역이다.

세월호 사건 ‘이전’에 제작된 1시간 30여 분 길이의

다소 생뚱맞게 장민승 작가 작품 이야기로부터

특히 필자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어두운

보기에 이번 현대카드 스토리지 전시에서 형용할 수

영상 <둘이서 보았던 눈 snow we saw>(2014)은

바다의 지평선 위에 내려앉는 영상 속 은은한 달빛은 미묘하게 일렁이는 바다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움직이지 않는듯하나 사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자연의 일부인 바다를 마주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공간의 무한함은 이를

바라보는 특정인의 관점에 의해 하나의 수평적 선으로,

본 리뷰를 시작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필자가

없는 가파도의 분위기를 존중하고 포착하고자 하는 원오원의 열망, 그리고 현대카드와의 협업을 통해 그것을 ‘기호’화 하고자 하는 시도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이나 이질성은 본 전시의 핵심을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는 이와 바라보아지는 대상 사이의 가상의

파도는 제주도로부터 멀리 떨어진 작은 섬이 가지는

된다. 어떠한 두드러진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은은하게

반영해준다. 그리고 섬이 가진 고유의 장소적 가치를

거리가 설정되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인식 대상이

그리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상 속 바다는 한편으로 중립적이고 문명 이전의 자연 현상 그 자체이지만,

또한 신대륙 탐험을 위한 야망이 투영되거나 세월호와 같은 비극적 사건을 연상시키는 대상 혹은 집단적

고요한 분위기를 가진 가파도의 분위기를 가장 잘 놓치지 않는 원오원은 이를 “경제와 생태, 문화가 공존하는 섬”이라는 구문을 통해 개념화하며,

최소한의 인공적 개입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계획을 매우 신중하게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는 “누구라도 관심을 가지지 잃어버리기 때문”에, 가파도 프로젝트를 통해

“재생이라는 이름이 아닌 더불어 ‘정’을 보탠 마음을 남기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가파도 프로젝트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그가 밝히는

것처럼 본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외부와의 접촉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그리고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장소를 구축하는 것이다. 입주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공간과 마을 주민들의 농경 활동을 위한 시설 등을 제공하는 건축적 해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오원은 이를 최소한의 개입 혹은 장소의 분위기를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인간적인 접근을 고민한다.

하지만, 최욱의 말을 다시 한 번 빌리자면, “마을의 인구가 30여 년 만에 1,000여 명에서 150명으로

줄면서 노인들의 섬이 되었고, 앞으로 젊은 인구가

유입되지 않으면 섬은 곧 생기를 잃고 피폐하게 될” 운명에 대한 해법으로, “환경을 바꾸고 수입원을 만들고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는 자부심과 활기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관광산업의 장려와 그에 따른 부속시설의 건설, 방문자들을

위해 필요한 전기/상하수도/도로 등 인프라 시설의

2

2. 가파도 프로젝트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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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 그리고 섬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구축 등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며, 최욱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단순히 도시화의

흐름에서부터 거리를 둔 섬을 그 자체로 보전하는 것을 넘어서, 신중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인 개입의 방법을 고민한다.

특히 필자의 시선을 끈 부분은 원오원과

현대카드의 협력과정 중에 탄생한 가파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이다. 최욱의 드로잉으로 추정되는

가파도 섬에 대한 묘사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3

가느다란 두 개의 선이 수평으로 만나면서 두

개의 점을 형성하는 모양새가 그것이다. 한 선은 정확하게 수평으로 늘어 뜨러져 있어 바다의

수평선을 상징하며, 다른 한 선은 바다 밑으로부터 위로 솟아올라 있지만 거의 바다의 수평면에 접해

있는 곡선이다. “풍경의 이미지를 가장 단순한 선과 여백의 대비를 통해 가파도의 특징을 표현”하고자 하였다는 설명문에서 또한 보여주듯, 이보다 더 적절하게 가파도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없어

보인다. 두 개의 선 위에 새겨진 한글/영어 문자의

흐트러진 조합은 가파도를 하나의 해독할 수 있는

기호로서 인지하게끔 도와준다. 가파도를 구성하는 세 개의 한글 문자는 서로 공간을 두고 떨어져

있으며, 각 문자는 소문자화 된 해당 영문 알파벳과

함께 조합되어(가ga 파pa 도do) 있다. 문자간 조합과 이를 통한 거리의 생성은 그 자체로 가파도의 밀도와 속도 등을 반영한 장소적 가치와 더불어 프로젝트를 통한 지향점의 구체적인 모습을 반영하며, 그 위에

구축되는 건조 환경은 강력한 수평선으로부터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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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러지지는 않은 방식으로 돌출된다. 해변의

돌, 농지, 바다, 주거지역은 각각 검정, 초록, 파랑,

주황의 색에 대응하며, 그라데이션 기법에 따라 섬을 구성하는 네 개의 시지각적 층위로서 자리 잡는다.

“가파도의 자연환경을 자연스럽게 연장하여 다양한

공간 및 사이니지, 상품 패키지 디자인, 수비니어 등에 적용하여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나 주민 모두에게

가파도다운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하는 의도에 걸맞게, 섬의 느낌과 분위기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변형되어 섬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나 외부인들이 인지할 수 있는 기호가 된다.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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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BI design 6. 가파도 2017 ⓒkim in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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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호화의 과정은 실재하는 많은 것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것처럼, 이번 가파도 전시에서

오래된 요즘의 문화적 상황에서, 어쩌면 브랜딩은

수단으로서도 완벽하게 재현될 수 없는, 형용할 수

읽어냄에 있어 가파도의 원래의 시공간적 느낌을

“우리 그 자체”가 아닌가, 라고 말이다.

축소시키거나 왜곡시키거나, 또한 그 어떤

없는 고유하고 진정한 가치가 마케팅 전략에 의해

상품가치로 전락할 수 있는 우려를 자아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물이나 장소에 대한 브랜딩의 실천은 그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게 되며, 이는 넓게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무차별적이고 무신경한 상품

경제의 논리에 의해 하찮거나 사소한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근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견고한 모든 것은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All that is solid melts into air)”라는 유명한 칼 마르크스의 선언처럼, 추상화된 언어로 재탄생되는 것과의 마주함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하고 종종 불만족을 자아낸다.

주방의 냄비를 즉각적으로 혹은 이를 미술관 전시나 티브이 광고의 형태로 경험하면서 그 냄비가 가진

원래 재료의 특성이나 수공의 기예나 노동의 문화사를

나타나는 브랜딩 아이덴티티(가ga 파pa 도do)를

온전한 방식으로 마주할 수 없다는 불만족이 제기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가파도의 원래의 혹은 훼손되지

사라 화이팅과의 인터뷰에서 렘 콜하스가 말한 것처럼

않은 고유의 가치와 마주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자료 협조 및 사진 크레딧

그리고 왜, 구태여 건축적 드로잉이 아이콘으로

전체 자료: ONE O ONE architects

직접 방문해야 하는 것일까, 라고 스스로 반문해본다. 압축되어 납작하게 표현되어 영상 속으로, 리플렛의

사진 크레딧: 별도 표기

이미지로서, 굿즈가 되어 상품화되는 에코백의 로고로 다시 탄생해야 하는 것일까, 라고 반문해본다. 이번의 짧은 글에서 그 해답을 제시할 수도 없으며 그러한

의도 역시 없다. 대신 누구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면 피할 수 없는 방법론이라는 현실적인 대답 대신,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인류세 시대의 지구의 위기와 그에 따른 생태성의

담론 역시 셀레브리티와 상품 경제의 문화가 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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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가파도 전시 ⓒJang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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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 Critique

코오롱 One&Only타워,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모포시스 KOLON One&Only Tower, HAEAHN Architecture, Inc. + Morphosis Architects

비평 : 사선적 틈새공간의 매트릭스 글. 박진호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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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로비에서 바라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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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지인 마곡지구 내에 주변의 시선을 끄는 한

그들과의 시대적 양상과 이념은 다르지만, 모포시스는 관습적 건축에 대한 변화를

모포시스Morphosis의

우리 건축에도 여러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건물이 완공되었다. 주변의 익숙한 모습의 건물들과 사뭇 대비되는 이 건물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해안건축이 함께한 <코오롱

One&Only타워>라는 사옥이다.

이 건물은 연구, 실험, 업무 등의 기능별 특성을 고려하여 매스를 특수실험공간, 연구공간, 그리고 사무공간으로 분리하였고, 그 사이에는 통경축과 녹지공간을 확보하였다. 전면에 흥미로운 형태의 공용공간을 배치하여 사무직원 및 실험실 직원들간에 소통하고 창의적 관계를 맺는 기능이 강화되도록 계획되었다.

이 작품이 독특한 데는 모포시스가 항상 사용하고 있는 몇 가지 전략이 그대로 디자인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추구 혹은 전통적 건축에 대한 도전을 통한 새로운 건축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물론 건물의 프로그램상 어쩔 수 없는 연구나 실험동의 기능적 공간은 박스형태로 유지하되, 공용공간에서의 형태나 외피의 처리를 통해 이러한 비정형적 역동성을

표출하고 있다. 건물의 후면을 보면 박스의 딱딱함을 느낄 수 있으나, 전면부를 보면 이러한 모습을 상쇄하는 전위적인 형태에 압도당하고 만다. 모포시스가 즐겨 쓰는

전략이다. 쿠퍼 유니온 Cooper Union 건물이나 칼텍Caltech의 카힐센터Cahill Center for Astronomy and Astrophysics

그리고 에머슨 칼리지Emerson College 등의 교육 및 연구기관

기능을 가진 작품들에서 이러한 방식들이 많이 차용된다. 짜임knitting과 싸임wrapping

건물의 전면이 정서향에 면해 있고 식물원 방향으로 확 뚫린 전망을 가지기 때문에

서향 입면은 태양의 고도와 입사각을 반영하여 꺾인 모양을 가진다. 또한 여름에는 일광을 차단, 겨울에는 유입시켜 냉난방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효과를 위해

유리 섬유 강화 플라스틱(GFRP)로 만들어진 차양 패널이 전면 유리면에 50% 가량 이중외피로 덮이게 된다. 원경을 바라다 볼 수 있을 정도의 큰 모듈로 계획되었고,

불규칙한 형태 사이로 빛이 흩어져 들어오는 모습 또한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외피재료로 사용된 GFRP는 최근 국내 건축에서도 조금씩 사용되고 있는

고성능 재료로 자체 생산된 니트의 직조무늬의 짜임 패턴을 모티브로 형상화된

6개의 원형prototype으로 구성된다. 처음에는 14개의 서로 다른 패널로 계획되었으나 공기와 제작비용 문제로 6개로 단순화되었다고 한다. 가로세로 약 3미터 크기

모듈로 개당 무게만도 200kg에 이르는 반투명 일사차폐용 패널은 전면부의 비정형

철골 구조에 브라킷으로 매달리게 된다. 이 구조물 하단부는 5개의 불규칙하게 생긴 기둥들이 상부의 철골하중을 지지하고 있다. 대규모의 하중을 적은 수의 기둥에

집적함으로 외부 공용공간에 공공성을 살린 열린 공간을 제공하게 되고, 또 건물

1

1층 내, 외부공간과의 소통을 취하고 있는 형태이다.

단면적 공간구성

이 건축물의 공간형태 조작방법은 직교좌표적 딱딱함보다는 에너지 넘치는

내부의 사이공간을 감싸고 있는 표피는 코오롱에서 자체 개발, 생산되는 자동차

찢어지거나 찌그러뜨려진 비정형 형태의 움직임과 역동감이 카리스마 넘치게

알루미늄 패널로 구성된다. 새로운 재료가 개발되면 언제든 탈부착이 가능한

사선형태의 역동적 입면은 내부로 들어가면서 벽으로 이어지고 또 천장이 된다.

구조체에 지지되어 있다. 마름모형 패턴은 코오롱의 삼각형 로고를 조합하여

사선 형태로 모포시스만의 건축형태 만들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구겨지거나 표현되었다. 일반 건물처럼 정태적 형태가 아닌 건물이 요동치는 모습을 자아낸다. 안내데스크와 지하주차장을 이어주는 계단에서뿐 아니라, 내부의 사이공간에서 시작되어 복도를 거쳐 다목적 홀의 천장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분명 공간의 기능적 배치가 우선인 평면 짜기의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공간이다. 연속적 사선 면으로 구성된 공간은 평면에서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디자인 과정을 단면적 혹은 공간적으로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아마 프로그램을 이해한 후, 개념을 설정하며 디자인해 나가는 과정에서 평면계획을 염두에 두고 형태의

조작을 통해 건물의 표면적 얼개와 함께 단면적 공간감을 잡아나갔다고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공간을 의식적으로 체험하고 발견하며, 조작해 나가는 나름의 인식과

에어백이나 시트, 인조가족 등의 가벼운 신소재인 반투명 라이너liner천을 이용한

구조이다. 길이가 9미터에 이르는 각 패널들은 구부러진 5센티미터 지름의 강관 재구성한 형태이다. 내부 사이 공간의 흡음효과와 함께 LED 램프를 설치하여 반투명 막을 이용한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내, 외부 공간을 감싸는데 사용된 이 표피디자인은 구조와 재료의 통합적 완결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찢어지거나 찌그러뜨려진 형태의 짜임과 싸임이 연속되는 건축적 형태구성의 소재로도 잘 활용되었다. 또한 기업이 자체 생산한 재료로 건물의

표피를 감쌈으로써 건축물을 찾는 대중과의 소통의 통로 역할로서뿐만 아니라, 상품 전시의 기능과 함께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려는 의지가 숨어 있다.

감각적 시선이 있었을 것이다.

틈새공간의 매트릭스matrix

이렇게 형성된 공간은 상하좌우의 교차, 연결, 이로 인한 개방감과 확장성을

분리되기도 엮이기도 한다. 이 사이공간에는 로마의 스페인 계단 Spanish Stair의

이 건물의 주 매스들은 높이 30m 길이 100m의 거대한 틈을 통한 사이공간으로

느끼게 한다. 이러한 사선적 공간구성은 연속적 시간과 유동적인 조형리듬을

느낌을 차용한 그랜드 스테어Grand Stair라는 계단식 공용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여러

구아리니Guarino Guarini의 개성적이며 독창적인 교회건축을 예로 들면서 고전적

공공성을 중시하는 건축주의 의견이 강력히 반영되었다.

만드는 모포시스만의 기법이다. 모포시스의 건축가 톰 메인Thom Mayne은 구아리노 질서와 형식미에 바탕을 둔 르네상스의 합리주의적 건축을 벗어난 바로크적

비대칭성, 역동적이고 과감한 형태 및 공간창출 및 그에 따른 극적 효과 등을 종종 언급하는 것을 보면 그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건축의 역동성은 근대에 들어 더욱 두드러진 러시아 구성주의 건축가인 긴즈부르그Moisei Ginzburg나 Marinetti와

이탈리안 미래파운동의 주도적 인물인

마리네티Filippo

보치오니Umberto Boccioni가 생각하고 구현하고자 하였던 움직임에

기인한 사선적 형태와 힘의 선이 반영된 조형적 디자인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52

업무 및 연구의 공간을 수직과 수평으로 엮어주는 공용공간으로 기업내의 소통과

이 사이 공간의 벽은 사선으로 굴곡져 있고 뒤틀려 있으며, 그 틈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상부의 공간들이 좁은 다리bridge를 통해 서로 엮여 있다. 틈을 둔 두 영역을

서로 엮은 모양새다. 이 공간의 한쪽 끝에서 반대편을 바라보거나, 틈 사이에

설치된 다리를 건너다 보면 국내 어느 건물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공간의 깊이와 웅장함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 틈새의 절벽공간에서는 사람들은 일상의 공간과는

다른 공중에서 부유하는 floating 듯한 상태에서의 미지의 비정형 세계를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다.

1. 서측 서울식물원에서 본 조감뷰


이 틈새공간은 코오롱 직원들의 다양한 활동을 담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면서

구성원들간의 서로 연결되어 소통하고, 일정부분 외부인들도 자유로이 들어와 관계

맺는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유연한 기능을 가진다. 건물의 다양한 기능적 연계와

직원들의 건물 내 움직임을 관계성으로 해석함으로써 틈새공간의 수직, 수평적 상호 관입을 통해 새로운 관계망을 엮고 있다. 디테일의 아쉬움

<코오롱 One&Only타워>는 편안함 혹은 완결성 보다는 파격적이고 과감하며 실험적이면서도 역동적 조형성을 표현하고 있다. 복잡한 구조물의 다양한

사선과 이형적인 면의 조합을 완성하기 위해 디테일의 정교함과 시공과정의

세밀함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에는 디테일 디자인이나 시공마무리에서 완벽함이나 섬세함delicacy이 아쉽다. 외부 GFRP 패널의 과도한

크기와 패턴의 세심하지 않은 짜임, 그랜드 스테어를 둘러싼 내부 표피모듈의 크기와 간격 등의 세밀함이 많이 아쉬웠다. 또한 패널을 고정하기 위한

철골구조체와 브라킷, 강관과 알루미늄 패널의 접합부 디테일 등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유사한 사례인 미국 로스엔젤리스에 지어진 딜러 스코피디오와 렌프로Diller Scofidio+Renfro가 설계한 브로드 박물관 Broad Museum의

유리에 GFRP 구조물에 덧붙여진 이중외피 디테일이 매우 세밀하고 세련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이 정도 규모의 창의적 건물이 무리 없이 시공되기에는 충분한 설계와 시공기간이

요구됨에도 시공 기일에 맞추다 보니 생기는 문제점이 아닌가 한다. 국내 건축계에서 이런 복잡한 디자인과 시공을 경험하고 축적될 기회가 드문 상황에서 충분한 설계와 시공기간이 주어졌더라면, 혹은 구축과정에서의 여러 번의 목업mockup 작업을

통한 설계의 보완 등 건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세심한 노력을 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료 협조 및 사진 크레딧 본문 전체 사진 : 이남선

자료 :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2

3

2. 통경축을 바라본 주출입구 3. 통경축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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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건축개요 대표 건축가: 윤세한+ 톰 메인Thom Mayne 설계팀: 박민진, 이성렬, 김승래, 최희정, 최동훈, 김하해, 조선욱, 고우현, 조선희, 안석희, 김선아, 민태영, 지석진, 박성민 대지위치: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동로 110 용도: 교육연구시설 중 연구소(주용도)+HQ오피스(부용도) 대지면적: 18,484㎡ 건축면적: 9,305.43㎡ 연면적: 76,349.12㎡ 조경면적: 3,474.37㎡ 건폐율: 50.34% 용적률: 267.08% 규모: 지상 10층 / 지하 4층 구조: 철근콘트리트 구조 + 철골조 외부마감: 커튼월, GFRC, GFRP, 알루미늄쉬트 내부마감: Fabric liner, Glass backlit wall, Metal panel 설계기간: 2013.4. ~ 2016.4. 5

시공기간: 2015.7. ~ 2018.1. 건축주: 코오롱 인더스트리㈜+ 코오롱 생명과학㈜+ 코오롱 글로텍㈜ 시공사: 코오롱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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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출입구 전경 5. GFRP 근접뷰


6

7

8

6. 아트리움 상부 Fabric Inner Liner Panel 7. 중회의실 8. 12층 카페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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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

2

3

4

7 5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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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 홀 2. 라운지 3. 다목적홀 4. 카페 5. 리셉션실 6. 강의실 7. 휴게실

1 4 3

5

2

3층 10

1. 홀 2. 회의실 3. 피트니스센터 4. 강의실 5. 지원사무실

1 3 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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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홀 2. 회의실 3. 북카페 4. 지원사무실

9~11. 평면도(발주처의 보안 문제로 제한적으로 공개함) 12~13. 입면도

13

5층


지하1층에서 1층 로비로 향하는 오픈형 실내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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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 Critique

내연당, 김관수(경희대학교)

House of Cultural Resonance, Kwansoo Kim (Kyung Hee University)

비평 : 대립항들 사이의 건축 글. 현명석 본지 비평위원, 건축학 박사

“자유로이 와서 머무는 집”이라는 뜻을 지닌 내연당은 수원 화성 화서문 근처 성곽

공공 영역으로 연결된다. 1층의 다른 반쪽을 차지한 주차장을 끼고 현관을 지나

성곽을 곧바로 마주하며, 동쪽으로는 빽빽하게 전개되는 도시 조직의 시작점에

및 주방 공간은 집의 중심이자 요체라 할 수 있다. 특히 여기서는 앞뒤, 곧 서쪽과

바로 안쪽에 자리잡은 지하1층, 지상3층짜리 근린 주택이다. 서쪽으로는 화성 놓여있다. 건축주 고 온영태 교수의 의지에 따라 건물의 지하1층과 지상1층은

마을 학교, 도서관, 공방 등 공공의 용도로 쓸 수 있도록 계획되었으며, 옥상정원을 포함한 2층과 3층은 건축주와 가족을 위한 주거 공간이다. 대지는 90㎡가 조금 안 되는 건축면적이라 결코 넉넉하다 할 수 없으며, 심지어 그 모양은 삼각형에

가까운데다 서쪽과 동쪽이 한 층 정도 차이 나는 경사지다. 프로젝트의 대지와

계단을 오르면 주거 공간으로 진입하는데, 이 때 2층에서 만나는 장방형의 거실

동쪽으로 크게 창이 나있어, 한쪽으로는 화성 성곽과 서북각루의 단정한 모습이,

다른 한쪽으로는 성곽 안쪽 복잡한 현대 도시의 모습이 번갈아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건축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 위에 놓여 둘 사이를 연결하는, 흡사 양방향을 공히 바라볼 수 있는 카메라나 망원경 같은 시각 장치인 셈이다. 그리고, 이렇듯 창으로써 풍경을 빌려 내부로 끌어들이는 차경借景의 전략은 집 전반에 걸쳐

프로그램 등 제약 조건을 따지자면 결코 풀이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법하다.

곳곳에서 확인된다. 동선과 시선을 고려하여 치밀하게 계산된 다양한 창의 배치와

매력적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주어진 과제는, 결국, 단지 무형의 기억을 넘어

끊임없이 시선을 유도하는 프레임들은 시각적 경험에 다채로움을 더해준다.

그러나, 그만큼 역사와 도시, 그리고 공유와 거주의 문제가 실질적 변수로 작동하는 단단한 물리적 실체로 존재하는 과거의 유산과, 도시 재생이 한창인 살아 숨쉬는 현실이 만나는 바로 그 위에, 공공성과 프라이버시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건축으로써 제공하는 것이다. 건축가 김관수의 내연당은 이러한 과제에 대한 충실하고도 꼼꼼한 답안지다.

크기는 적절하며, 좁은 비정형 대지에서 파생된 빠듯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공간들과 내연당의 입면에서 얼핏 자의적으로 보이는 창의 구성은, 따라서, 온전히 내부의

프로그램과 그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건물의 외관을

형성하는 다양한 변수 가운데 창의 구성은, 그러나, 일부일 뿐이다. 건축가는 특히

내연당의 구축 논리를 설명하며, 수원 화성의 대표 건축물 중 하나인 동북공심돈을

언급했다.1) 동북공심돈은 조선 후기 벽돌 축조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건물로, 무채색

도시의 과거와 현재, 공공성과 프라이버시

벽돌을 솜씨있게 쌓아 올린 무게감 있는 모습이 실제로 내연당을 닮았다. 내연당의

잇는 주동선이 되는 계단 및 현관과 일부 부대 시설을 삼각형 대지 가운데로

곧 공공의 영역은 투명한 유리 벽과 더불어 가로 비율이 상대적으로 기다란 옅은

좁은 비정형 대지 안에서 건축가가 취한 평면 짜기의 전략은 지상1층에서 3층을 밀어 넣으면서 남동쪽 대지 경계와 평행하게 띄워 배치하는 것이다. 이로써 대지 남동쪽에는 비교적 넓은 장방형 공간이 확보되고, 반대쪽에는 빠듯하게 활용

외관에서는 특히 두 가지 다른 종류의 벽돌과 적삼목 마감이 눈에 띈다. 저층부,

가능한 삼각형 공간이 생긴다. 지상1층에서 삼각형 공간은 마을 주민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되었으며, 이는 별도의 계단을 따라 지하의 보다 넓은

1) “속이 빈 돈대”라는 뜻의 공심돈空心墩은 조선시대 성벽 중 유일하게 화성에만 있는 유형으로, 성벽을 돌출시킨 위에 포 구멍을 낸 3층짜리 망루를 벽돌로 쌓고 그 위에 군사가 머물 수 있는 기와집을 갖추었다. 공심돈은 세 곳에 설치됐는데, 현재 남공심돈은 없어지고, 서북공심돈과 동북공심돈만 남았다. 김동욱, 『실학 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 화성』, 돌베개, 2002. 124-128쪽 참고.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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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Maslon House, Rancho Mirage, California, 1963. 건축사진작가 슐만이 건축가 노이트라와 함께 찍은 사진과 건축가 없이 혼자 찍은 사진.(필자 제공)


색 벽돌로 이루어졌다면, 상층부 외벽은 흑색 벽돌을 꼼꼼하게 쌓아 올린 가운데

슐만이 촬영한 매슬론 주택의 사진은 따라서 두 세트가 전해진다. 첫 번째는

군데군데 창을 낸 모습이다. 저층부와 고층부 석재의 스케일과 표면 처리를 달리 하여 무게감을 강조하는

러스티케이션rustication의

논리를 현대적으로 차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적삼목은, 벽돌로 쌓아 올린 모놀리스monolith의 구축 형태에서

노이트라와 슐만이 사진을 통해 재현하고자 했던 두 가지 건축의 양상이 양극단을

과하지 않다. 주변의 전형적인 도시 근린 주택과 매우 다르지만, 유난스럽게

이루는 스펙트럼이 있다면, 현재 내연당은 그 스펙트럼 중간쯤 어딘가에 있을

도드라져 보이지도 않는다. 역사적 유형과 구축의 논리를 꼼꼼히 참조하고 따라간

것이다. 건물이 완공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레 건축주 온영태 교수가 세상을

까닭이다. 화성 행궁과 성곽을 따라 나들이를 즐기는 이들의 유입에 따라 현재

떠나면서, 내연당은 비어있는 날 것 그대로의 건물과 삶의 흔적이 곳곳에 채워진

이 지역에서는 자발적 도시 재생일지, 또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일지 모를

집 사이에 멈추어 서있다. 예컨대, 마땅히 벽에 걸려 있어야 할 그림들이, 고인이

현상이 한창 벌어지는 중이다. 정신 없이 전개되는 개발의 와중에 내연당이 비판적

그 정확한 위치들을 정해주지 못한 까닭에, 여전히 벽에 어정쩡하게 기대어 놓여

참조체가 될 수 있을지는 그러나 미지수다.

있다. 고인이 생전에 앉아서 독서를 즐겼다는 2층 발코니에는, 그가 앉았던 의자,

내연당에서, 다양한 재료나 축조의 방식을 통해 건축적 프로그램이나

그리고 읽던 책과 마시던 커피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져

캐릭터, 그리고 구조와 인필의 차이를 드러내는 원칙이 건물 전체에 엄격하게

적용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특히 주택 내부에서, 외부의 섬세한 촉각적 차이들은

매끈한 마감에 덮여 표면 뒤로 숨는다. 내부 표면은, 외부 표면과 비교하자면, 이음매 없이 비정형 공간을 에워싼다. 주거 공간 내부의 건축은, 앞서 말했듯, 시각적 장치에 가깝다. 멀리는 역사 도시의 과거와 현재의 풍경이, 가까이는 건축주와 그의 가족이

이러한 외부와 내부의 불일치는 절충적 해결책이라기보다, 각각의 영역이 서로 다른 건축적 실체로서 재구성한다면, 그 내부는 역사와 도시를 감각의 영역으로, 특히

일상의 가구와 소품이 그대로 포함되어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낸 사진들이다. 재현하고자 했던 것은 삶이 예시되는 건축인 셈이다.

재료처럼 활용되었다. 다양한 재료가 이뤄내는 건물의 외양은 따라서 논리적이며,

조건과 목표에 부응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내연당의 외부가 역사적, 물리적 유형을

공간적 깊이감을 분명하게 드러낸 사진들이며, 두 번째는 그가 혼자서 촬영한, 모든 노이트라가 건축사진을 통해 재현하고자 했던 것이 건축물 그 자체라면, 슐만이

보이드void를 크게 파냈다고 했을 때, 그 비워진 보이드 일부를 채우는 인필infill

오랫동안 수집한 일상의 흔적이 묻어나는 가구와 소품이 함께 전시되는 배경이다.

노이트라와 함께 촬영한, 최소한의 가구와 소품만이 포함되어 건축적 볼륨과

있다. 내연당은, 따라서, 수원 화성이라는 역사 도시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 위에 위치한, 공공성과 프라이버시를 매개하는 접점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집짓기와 거주하기를 통해 투영된 내밀한 삶의 흔적이 기억으로 변용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변용은 내연당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우리

삶의 흔적은 건축이 촉발시킬 다양한 감각 속에 지금도 기억으로 각인되는 중이다. 집은 기억이 내재된 작은 모뉴멘트라는 점을, 내연당은 새삼 일깨워준다.

시각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재구성한다.

자료 협조 및 사진 크레딧

기억과 삶

자료 : 김관수

미국의 건축사진작가 줄리우스 슐만 Julius Shulman은 한 인터뷰에서, 건축가 리차드

본문 전체 사진 : 김재경

노이트라Richard Neutra의 매슬론Maslon 주택(1962)을 촬영하며 당시 느꼈던 소회와 경험을 후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노이트라가 생각하는 주택은 비어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매슬론 주택을

촬영할 때, 노이트라는 거의 모든 예술품과 가구를 내부에서 빼내었다. 그 때만큼

마음이 상했던 적은 없었다! 나는 매슬론 여사에게 요청하여, 두 주일 후에 매슬론 여사가 살고 있는 주택 그대로를 다시 촬영했다.”2)

2) Joseph Rosa, “A Constructed View,” A Constructed View: The Architectural Photography of Julius Shulman, New York: Rizzoli, 1994. p.51. 1. 사무소

2. 마을 책방 1. 사무소 3. 식당 4. 주방

베드룸 6. 서재5.6. 마스터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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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족실

8. 침실 10. 현관

9. 주차장 10. 현관

10 10

11

동-서 동 - 서단면도 단면도

3

3.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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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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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1층

5

6

8 3 7

3층

2층 4

1. 사무소 6

2. 마을 책방

7

3. 식당 4. 주방 5. 마스터 베드룸

5

6. 서재

3

7. 가족실 8. 침실 9. 주차장 2

9

10. 현관

1

5

60

4. 평면도 5. 단면도


6. 내연당과 화성 성곽과 서북각루 그리고 도시동네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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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건축개요 건축가: 김관수 건축설계 팀원: 이우석, 박진현 위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123-92 대지면적: 158㎡ 건축면적: 89㎡

연면적: 285㎡ 규모: 지상3층, 지하1층 주요내외장재: 실버토담 벽돌, 솔리드 블록, 적삼목, 석고보드 수성페인트, 안티코스타코 시공사: 미오건설 (대표: 손민곤) 설계기간: 2015. 4.~2016. 5. 시공기간: 2016. 6.~2017. 1. 준공일자: 2017. 3.

8

62

배치도

7. 내연당과 마을 8. 배치도


9

9. 동선과 시선을 고려하여 치밀하게 계산된 다양한 창의 배치와 크기로 구성된 입면, 동북공심돈을 참조했다는 벽돌 축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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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1 10. 3층 서재, 과거와 현재의 경계 위에 놓여 둘 사이를 연결하는, 흡사 양방향을 공히 바라볼 수 있는 카메라나 망원경 같은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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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지하1층 사무소 내부 모습. 지상1층과 함께 고 온영태 교수의 건축의지가 담긴 공유개념을 담았다.


12

13

12. 내연당 옥상의 천창 13. 3층 서재와 천창 그리고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수평수직으로 동시에 열린 공간의 개념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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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 Critique

만리현교회, 서인건축+최동규

Manrihyun Church, Seoinn Design Group + Choi Dong-Kyu

비평 : 부유하는 방주가 떠난 자리 글. 이경창 본지 비평위원, 건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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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리현교회(사진 중앙 상단)와 주변 도시동네 풍경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일대 잘게 쪼개진 주택들 사이로 두 개의 교회(?)가 들어서

그 구성이 유사한 연출이 교회 제단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2)이라 비유한 바 있다.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계속 오르면 언덕의 끝머리에 이번에 새롭게 증·개축된 건축가

부유하는 조명과 스피커가 성스러움을 대신하고 있다. 이는 십자가를 제외한 (어떤

있다. 초입에는 건축가 조건영의 <한겨레신문사>(1991)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최동규(서인건축)의 <만리현교회>가 나온다. 27년의 세월 차이가 있으나, 두 건물은 비교 거리가 될 만한데, 대지 규모에서도 비슷하고, 형태에서도 유사점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사>는 무엇보다 교회를 닮았다. 펜을 상징하는 탑은 교회의 종탑을 닮았고 성을 연상시키는 디테일과 원통형 매스를 뚫고 나오는

붉은 뼈대는 가시관을 쓴 예수를 연상시킨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민주화 운동의

“불온한 상징”이 되고자 했던 <한겨레신문사>가 짙은 회색빛의 콘크리트 뿜칠과 아찔하게 공중에 부유하는 매스로 인해 그로테스크한 인상을 뿜어낸다면,

성과 속의 변증법이랄까. 교회의 중심은 십자가 대신 대형 모니터가 차지했으며, 경우는 십자가마저) 일체의 상징을 금기시하는 개신교의 강한 ‘우상타파’정신

때문이기도 하다. 대신 내부는 편리함과 고급스러움이 채운다. 이것은 의례마저도 표준화와 규격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로 인해 교회라는 성스러움과

멀어진 간극은 더욱 커지게 되지만, 류동근의 지적처럼, “종교적 소비가 규격화하고 표준화된 형식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족함은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 실제로 사회에서 힘을 쓸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는 물질적 이익을 통해 보충된다.”3) 이런 네트워크가 실제로 힘을 발휘하는 것은 교회의 공간이

<만리현교회>는 밝은 화강석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아래층에는 개방적인 창문을

배타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2

3

통해 밝고 경쾌하다. 곡선형 매스와 대지에 낮게 웅크린 자세로 인해 주변에는

<만리현교회> 역시 다른 개신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1932년 천막집을 빌려

이용한 낯설게하기 라는 충격을 통해 미몽에 빠진 대중을 깨우려는 계몽적 의식을

오늘에 이르렀다. 새롭게 탄생한 <만리현교회>는 기존의 교회를 수직으로 한층

제법 큰 건물임에도 작은 주변의 매스와 이질적이지 않다. 전자는 일상의 재료를

드러낸다면, 후자는 대중과 함께 낮은 곳에 머물며 다시금 그 잠을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 두 건물이 유사한 점은 조형적으로 곡선형의 매스가 지배하고 있으며 유사하게 성의 모티프를 차용한 듯 보이는 요소가 있다. 성의 모티프를 통해

하나는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이나 강제철거가 자행되던 민중의 삶을 지키는 철옹성을 연상케 한다면,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성전을 상징한다. 분명

성을 닮으려는 모티프는 세속과의 단절에 대한 선언이다. 세월은 흘러 무거운 짐을 진 가난한 자의 교회는 이제 상징으로만 남았다. 새롭게 등장한 교회는 가벼움과 밝음으로 번영과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한국의 개신교회가 개발 독재 시절 고향을 떠난 이민자들에게 치유와 구원의 안식처 역할을 하던 천막교회에서 출발하여 개발독재와 공존하며 더 많은 부와 성공을

바라는 중산층의 교회로 성장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1) 프로그램적으로는

단일한 교회 건물에 다양한 복합적 프로그램을 밀집시키고 있는 것도 대도시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개신교회의 특징이다. 예배당의 평면 또한 마찬가지다.

마름모꼴이나 원형 또는 부채꼴 모양으로 배치된 신도석은 최소 면적에 최대 인원을 수용하기에 알맞다. 게다가, 개신교의 예배 형식이 가톨릭처럼 의례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의 말과 퍼포먼스가 중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형교회가

취하는 이런 평면은 필립 존슨이 디자인한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 1981)가 대표적이다. 이 교회의 설립자는 ‘번영 신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슐러 목사였는데 그는 이 교회와 더불어 “Hour of Power”라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졌다. 목회를 미디어와 결합해 낸 교회였던 셈이다. ‘번영 신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여의도순복음교회라고 볼 때, 교회 평면이 서로 유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예배를 시작한 후, 1970년대 현재 위치에 교회를 지었고, 이를 크게 증축한 것이 증축하고 양옆으로 수평 증축을 하였다. 기존 교회는 대예배당으로 재활용되었으며 내부는 새롭게 리모델링되었다. 기존의 기둥이나 바닥 마감에서 일부 흔적을

제외하고는 증축되었다는 사실을 알기 힘들다. 기존 교회가 생명체처럼 자라나

탈피한 듯, 기존 건물은 새롭게 증축된 몸체와 솔기 없이 매끈하게 이어진다. 새롭게 수평 증축된 부분의 지하에는 2개 층의 큰 주차장과 주민에게 개방되는 카페 및

도서관 공간, 키즈카페와 유치원 등의 공공시설, 여러 교회의 사무실 공간과 강당

등이 들어섰다. 이렇게 비종교적인 공공영역이 새롭게 들어옴에 따라 전체적인 출입 동선도 두 개로 분리되어 지하 1층의 카페 영역으로 지역민에게 개방된 공간으로 들어가는 출입 동선과 반대쪽 교회 영역의 출입 동선으로 구분되었다. 기능에

따른 동선의 분리는 기본적인 건축적 해법이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예배공간과

분리함으로써 지역주민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한 배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극적인 변화는 카페 공간의 도입일 것이다. 카페 공간은 지형의 고저를 활용해 주변 지형보다 몇 계단 낮게 만들었다. 카페 창가에서의 시선은 주변 대지와 맞닿아

있어 아늑함마저 느끼게 하며, 2개 층 높이의 높은 층고로 개방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내부에는 독립된 매스로 이루어진 작은 도서관이 들어서 있고 내부 계단을

통해 건물 속에 건물을 오르내리는 건축적 경험을 선사한다. 카페 공간 바깥은 1층 매스를 안으로 들여서 긴 처마공간을 만들어내는데, 불규칙한 간격으로 배열된 원형 기둥의 열주가 놓이고 굴곡진 벽면을 따라 리드미컬하게 위아래 출입구를

잇는 새로운 가로를 형성한다. 교회의 이런 변화는 반길 만하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교회의 공공성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교회의 세속화 흐름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하겠다. 높은 층고의 예배공간에다 복층으로 구성된 신자석은 개신교회 예배당의

전체적인 외형은 삼각형 모양의 불규칙한 대지 형상에 맞추어 부드러운 곡선의

쇼도 보며 술과 음식을 즐기던 일거양득의 ‘극장식 스탠드바’, ‘홀리데이 인 서울’과

강조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곡선의 굴곡은 지형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응이자,

전형이다. 혹자는 이런 복층의 극장식 구조를 “수년 전까지 전 국토를 휩쓸었던,

1)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성장은 이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성장과 그 건축에 대해선, 이세영, 「여의도순복음교회 거룩한 천상의 빵, 신의 이름으로 약속된 세속적 번영」, 『건축 멜랑콜리아』, 반비, 2016년, 167~179쪽 참조.

매스가 장악하고 있다. 노출콘크리트와 화강석이 곡선의 변주를 더하며 굴곡을

2) 이정구, 『한국교회 건축과 기독교 미술탐사』, 동연, 2009년, 60쪽 3) 류동민,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코난북스, 2014년, 132쪽

2. 한겨레신문 사옥 전경 3. 교회 조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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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굴곡진 형태로 인해 가로에서 보면 매스가 분절되게 느껴져 주택가 작은

그렇다면, 교회가 지닌 진정한 공공성은 교회다움을 지키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

지시하는 바, “노아의 방주”에 대한 직접적인 은유로 기능한다. 이렇게 직설적인

종교의 이름 아래 지어진 사원이나 신전 역시 그러했다. M. 엘리아데는 고전적인

건물들에 위압적이지 않게 만든다. 그러면서 이 형태는 하나의 이미지를 분명하게 이미지에 의한 연상적 건축은 서인건축의 최근 디자인 경향으로, 서인건축의

교회건축을 연대기적으로 늘어놓고 보면 대체로 <더사랑의교회>(2011)에서

시작된 흐름으로 보인다. 부드러운 곡선이 지배하는 매스는 <새문안교회>(2010)

과거 수도원을 통해 수도사들은 세상사에서 자신을 격리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모든 책 『성과 속』에서 세속적 공간이 균질적이고 중성적인 데 반해, 성스러운 공간은

균질적이지 않으며 이 속에서 종교적 인간은 공간 내부의 단절과 균열을 경험한다고 말한다.6) 속된 공간과의 단절을 통해 강렬한 종교적 체험을 낳고 이를 통해 하나의

계획안과 <신천감리교회> 계획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얇은 외피를 통해 건물

세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엘리아데에게 성스러움이란 “속된 것과는 전혀 다른

비둘기 또는 “방주”를 연상시키는 이런 형태는 익숙한 교회의 상징적 이미지를

짓는다는 것은 단지 물적인 시설을 세우는 것을 넘어서 “성현聖顯, hierophany

전체에 단일한 형상을 부과하는 노력이 이어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체로

형성한다. 또한, 유선형의 부유하듯 상승하는 이미지는 천막교회에서 시작하여

여러 교회와의 경쟁에서 이겨낸 교회의 성공신화를 상징한다. 과거 교회를 속에

어떤 것으로서 스스로를 현현”하는 것이다. 건축의 처지에서 보면, 어떤 종교시설을 (그리스어 hieros=신성한, phainomai=나타나다의 합성어)”의 공간을 이루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공간을 통해 건축은 ‘종교적인 인간 Homo Religiosus’이라는

품으면서도 그 흔적을 손쉽게 지워내고 부드러운 외피를 통해 단일한 매스 형태로

주체를 설립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곳에 들어설 때면 평소 신자이든

이런 손쉬운 이미지는 쉽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해당 건물의 이미지를 쉽게

신자만이 아니다. 그 감각의 나눔을 통해 우린 비로소 다름을 전제한 공감의 대화를

통합시켜 낸 것은 교회의 요구에 가장 잘 부합하는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형성하는 장점이 있지만, 건축이 이미지로 환원되어 쉽게 소비될 우려가 병존한다. 게다가 이런 상징화가 매스와 외피가 분리되어 간판과 같이 얇은 외피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이 곳곳에서 쉽게 드러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것은 프랭크

게리가 <물고기 조각>(1992)과 <구겐하임 빌바오>(1997)에서 추구했던 것처럼,

형태와 외피, 전체적 형상에 특권을 부여했던 것을 연상시키는데, 의미심장하게도

할 포스터는 근대건축의 구조와 포스트모던 건축의 장식에 대한 벤투리식 대비가

아니든 간에, 종교적 인간이 된다. 판테온과 롱샹의 공간과 빛에 감동하는 것은 결코 나누게 된다. 최소한 종교 건축은 급속도로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의 흐름에서 휴식과 멈춤의 계기를 준다. 현대인에게는 더욱 고독을 즐길 권리가 간절하지

않는가. 이런 미덕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종교 건축이 진정한 공공성을 발휘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게리의 건축에서 허물어진다고 표현한 바 있다.4) 즉 이런 “장식 오리”는 근대적

자료 협조 및 사진 크레딧

<만리현교회>에서 외피 분리 현상이 쉽게 인식되는 것은 이런 결합을 추구하되

사진 촬영 협조: 만리현교회

기념비성과 포스트모던의 인기영합적 도상성이 결합한 현대건축의 흐름을 대표한다. 충분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 외에, 여러 개별적인 테라스를 옥상에 만들어내는 것은

<예수소망교회>(2001)부터 <신촌성결교회>(2008)를 거쳐 이어져 오는

본문 전체 사진: 김재경

자료: 서인종합건축사사무소 6) M. 엘리아데, 『성과 속』, 이은봉 옮김, 한길사, 1998년, 49쪽.

외부공간과의 소통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옥상정원에서 십자가를 향해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것도 그렇다. 다만 계획안과는 달리 실현된 옥상정원은 기존 건물의

지붕과 프로그램의 한계상 파편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위축된 점은

건축개요

구조설계: (주)환구조기술사사무소

프로젝트명: 만리현교회 증축공사

기계설계: (주)맥엔드엠이씨

만드는 것도 서인 건축에서 반복되는 모티프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표건축가: 서인건축+최동규

전기설계: (주)대경전기설계사무소

설계팀: : 최유철,정동조,주효진

조경설계: (주)아침조경디자인

대지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공덕동 11-156 외 7필지

시공사: (주)예일디자인그룹

지역지구: 제2종 일반주거지역

설계기간: 2013.8.~2014.6.

대지면적: 2,816㎡(기존: 2,177.7㎡+증축: 638.3㎡)

시공기간: 2015.3.~2018.8.

아쉽다. 세부적으로는 지상에서 대예배당으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외부계단을

<만리현교회>는 서인건축이 최근 여러 교회건축에서 시도한 디자인의 최신 경향을 가장 잘 집약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리현교회>는 기능에 따른 동선의 분리 및 기존 교회와 새로운 교회의 부드러운 통합, 유선형의 형태, 내부공간의 실용성과 편리함 등 계획적으로나 실무적으로는 나무랄 것이 없다. 다만, 유선형의 외부

형태와 카페 공간, 외부공간에 비해 정작 교회의 중심이라 할 내부공간은 밋밋하다.

건축면적: 1,687.73㎡ 연면적: 8,868.03㎡ (기존: 3050.16㎡+증축: 5817.87㎡)

대예배당 바깥의 로비는 바깥에 어정쩡하게 노출되어 있으며, 대예배당의 공간은

건폐율: 59.93%

받아들이거나 하는 극적인 장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나머지 공간들도 기능에 따른

구조: SRC(철골철근콘크리트조)

예배당 상부를 세미나실로 활용하기 위해 증축해서 덮어버렸기 때문에 빛을

용적률: 160.24%

분배에 충실할 뿐, 형태에 맞추어 각각의 공간을 구겨 넣은 듯하다.

마감: THK30 사비석, THK24 복층유리, 수성페인트

신자들만의 폐쇄적인 교회가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열린 교회를 지향하는

건축높이: 19.82m

<만리현교회>는 교회의 공공성이란 점에서 좋은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하다고 말할 순 없다. 공공성의 구현은 단지 나의 것을 남에게

시혜적으로 베푸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는, 나와 다른 타자가 공적 영역에 개입할 가능성을 제공하는 데 있다. 공적 영역에서의 대화란 철학자 랑시에르의 말처럼

“불화”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불화”는 하얗다고 말하는 사람과 검다고 말하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하얗다고 말하는 사람 사이의, 하지만 같은 것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상대가 하양이라는 말 아래 같은 것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5) 이는 제거될 수 없는

간극이며 이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공적인 외관은 무형의 힘으로 작용하는 인적 네트워크의 배제를 가리는 가림막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4) 할 포스터, 『콤플렉스』, 김정혜 옮김, 현실문화, 2014년, 43쪽 5) 자크 랑시에르, 『불화』, 진태원 옮김, 길, 2016년, 17쪽

68

규모: 지하3층, 지상4층 주차대수: 59대


4. 인접한 주택가에서 바라본 교회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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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5. 만리현교회 가각부 전경


6

7

9

8

10 6. 대예배실 7~9. 친교실 등 10. 세미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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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지하 1층

2층 지하 3층 11

3층

12

1. 로비 2. 키즈랜드 3. 도서관 4. 보육실 5. 사택 6. 유치부실 7. 예배실 8. 초등부실 9. 카페 / 로비 10. 대예배실 11. 성가대 연습실 12. 멀티미디어실 13. 교역자실 & 사무실 14. 당회의실 15. 당회장실 16. 장로실 17. 발코니석 18. 다목적실 19. 세미나실 20. 식당 21. 옥상정원 22. 선큰 23. 지하주차장 24. 기계실 4층

72

11. 평면도 12. 단면도


13. 만리현교회 진입부

73


Book Review

『경복궁의 모던 프로젝트–네이션 빌딩과 건축 텍토닉』 : 강난형 지음, 시공문화사spacetime 발행 글. 엄운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

시기는 1961년부터 1972년으로 박정희 정부의

유신이전까지다. 이 시대는 기존에 정치, 경제적인

상황으로만 이해하려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2010년 이후에는 문화연구분야 1)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진행되고 있다. 건축분야에서도 가장 최근에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주제였던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을 비롯하여 서울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다양한 연구자들의 박사논문 2)이 발표되고 있다.

책의 서론을 통하여 논문 이후에 새롭게 확장된

저자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다. 새롭게 아시아의

근대성의 문제까지로 확장하며 경복궁 프로젝트를 통해서 탈식민주의 연구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경복궁 프로젝트는 기존의 전통성의 담론에서 벗어나 사회적 조건에서 만들어진

건축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미시사적 접근을

통하여 그 시대의 한 부분을 다시 생각해본 것에서

가치가 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고 학술상의 심사과정에서도 주요한 이슈였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학술상의 심사평3)에

따르면, ‘사회적 조건’과 ‘상황적 조건’을 혼동하고

있다는 점이 쟁점이 되었다. 당시에 사회적 조건에서 주요하였던 경제발전과 민주정의간 대립이 있었고

시민의 생활과 정치, 경제, 문화가 왜곡되어 현재에도

이러한 현상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축에

집중하면서 시대상황이 간과되었다는 점은 심사위원들

1

간에도 논쟁이었다.

이 책은 크게 상상, 정의, 생산의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상상 ‘오래된 도시와 새로운 수도 : 발전국가 심원건축학술상 9회 수상작인 ‘경복궁 궁역의 모던

프로그램’이다. 이 책도 강난형의 연구 성과물인

10월 말에 응모작 접수가 마감되어 2017년 1월에

광화문과 국립종합박물관을 중심으로(1962~1973)’을

프로젝트’가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지난 2016년 추천작 2편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2017년 3월

학술상 수상작으로 발표되었다. 이후, 2018년 11월 초기 박사논문은 2년간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박사논문 ‘경북궁의 모던 프로젝트-발전국가시기

바탕으로 작성되었고, 학술적이며 논쟁적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인정받아 출판된 것이다.

수정‧보완되어 발간되었다. 심원건축학술상은

책의 표지는 1972년 문화재관리국에서 발간한

특별한 성격의 상이다. 대한건축학회에서도 학술상

3층 기단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이다. 당시의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건축역사이론분야에서의 등이 수여되고 있으나 수상작이 단행본으로

제작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심원건축학술상은

‘2008년부터 심원문화사업회 주최로 건축역사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분야의 신진학자 및 연구자의 완성된 연구 성과물 또는 저작물 중 학술적이며 논쟁적

가치가 높은 응모작을 선정하여 출판을 지원하는 74

국립중앙박물관 준공보고서에 수록된 ‘팔상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중앙청 방향을 촬영하였고

개발방식으로 다시 보기’, 2부 정의 ‘국가유산을

보존하고 전통을 계승하기’, 3부 생산 ‘국가와 국가너머 세계 : 수공예 콘크리트 모던 생산하기’이다. 전후

파괴된 경복궁은 국가계획(경제개발5개년계획)을 홍보하고 역사자원을 새롭게 개발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네이션 빌딩은 국가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계승할 것인가를 정의하는가에 닿아 있었고, 이를 통하여 수공예 콘크리트로 경복궁 모던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복궁 내의 여러 전각들과 근정전, 정부종합청사가

1) 권보드래, 천정환(2012), 1960년을 묻다, 천년의 사상. 이순진 외(2016),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60년대–근대화와 군대화, 창비

경복궁의 건축물을 네이션 빌딩과 건축 텍토닉으로

2) 김지홍(2013), 1960~70년대 국가건축사업과 전통의 재구축, 서울대박론. 박정현(2018), 발전국가 시기 한국 현대 건축의 생산과 재현, 서울시립대박론

겹쳐져 있다. 이러한 표지의 이미지와 제목의 텍스트는 재해석하는 것임을 표현한다.

1. 경복궁의 모던 프로젝트_표지

3) http://ganyangclub.com/제9회-심원건축학술상심사총평(2017.10.19.) 일부 요약


Editor’s Choice : Book

-20세기 건축 선언과 프로그램 -바우하우스 100년의 이야기 이 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다양한

20세기 건축 선언과 프로그램

바우하우스 100년의 이야기

노력이다. 단행본에서는 많은 부분 생략하였지만

마티 발행, 2만원

지은이: Frances Amble, 옮긴이: 장정제, 시공문화사

사료들을 활용한 한국 현대건축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논문에서는 공문서, 도면, 건축참여자들의 글,

엮은이: 울리히 콘라츠 , 옮긴이: 김호영, 도서출판

구술채록 등이 전면에 제시되었다. 기존의 논문에서

이 책은 이념과 방법론의 원전들을 엮고, 간단한

드러냈다. 참여자들에 대한 구술채록은 가까운

뿌리인 바우하우스 설립 선언문과 프로그램을, 장식

다루어지지 않았던 자료들을 통하여 당시를

과거임에도 남아있지 않는 시대에 대한 저자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둘째, 이렇게 수집된 자료들은 다시

시각화 작업을 통하여 명료하게 드러냈다. 특히, 건축 텍토닉과 관련하여 경복궁 각 부재들의 그림은 이

책의 핵심이다. 각 부재들이 어떻게 연계되었는지도

자세하게 제시된다. 또한, 시대적 변화에 따른 광화문 앞 도시공간의 주요변화상도 인상적이다. 논문에서 제시하였던 광화문 앞 공간 일대의 변화상에 대한

서술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1961년을 전후로 한 공간의 변화 모습만 이미지(경복궁 앞길의 엑소노메트릭 1945~1961, 1961~1987)만을 제시하였다. 건축

텍토닉과 관련한 ‘수공예 콘크리트(콘크리트 구조의

문화유산)’에 집중하였다. 셋째, ‘국보건설단(강봉진)’을 중심으로 기존의 건축 생산방식, 전통양식을 통하여 새로운 재료인 콘크리트를 활용한, 새로운 양식의

건축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당시에 지어졌던 다른 건축물들에서도 이러한 구축 방식이 적용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모든 것을 바꾸었던 예술과 디자인 스쿨) spacetime 발행, 2만원

설명을 붙인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현대 디자인의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디자인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없는 공산품을 사회경제적으로 분석한 20세기 초의

기획들과 효과적인 디자인은 여전히 미적 취향의

대표적 비평으로 손꼽히는 아돌프 로스의 “장식과

범죄”를, 새로운 도시를 짓기 위해 로마를 불태워야

한다고 주장한 미래주의자들의 선언문을, 디자인과 회화의 추상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데 스테일의 선언문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브루노 타우트, 발터 그로피우스,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등 20세기 건축

거장들이 전개한 건축론을 시대 순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대 순으로 여러 선언과 프로그램을 편집한 이

책은 서로 다른 입장들이 어떻게 반목하고 공명했는지, 또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기계와 산업 생산이라는 조건에 예술가의 자발적인 창의성에 방점을 둔 앙리 반 데 벨데의

주장과 표준화와 대량 생산이야말로 현대성이라고 강조한 무테지우스의 입장이 나란히 수록되어 있다.(자료제공: 마티)

흔적을 남겼다. 바우하우스가 개척했던 그 명쾌한 기준이 되었다. 격동의 역사에 의하여 압박받고

짧은 기간(1919~33)동안 유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바우하우스 운동은 우리가 보고, 생각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영원히 변화시켰다. 항상 혁신하고 종종 대립하기도 했으나, 바우하우스는 급진적인

아이디어와 시각적인 야심찬 컬렉션들을 만들어 냈다. 이 작품들은 새로운 세계를 건축하고자 하는 훌륭한 디자인의 잠재성을 믿는, 바로 그 낙관주의의 정의 자체였다. 선생들과 학생들은 회화, 조각으로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제품 디자인에까지,

사진과 영화에서 텍스타일과 극장에까지, 자유로이

실험할 수 있었다. 바우하우스는 단지 하나의 무엇이

아니었기에, 이 책, 바우하우스 스토리는 100여 개의 항목들을 통해 세계 변화의 운동을 만들어 낸 개성, 아이디어, 디자인의 조합들을 찾아낸다.(자료제공: 시공문화사spacetime)

이 책은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가 아니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논문을 토대로 대중을 고려한

단행본으로 발간될 때에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주요하게 제시한 ‘네이션 빌딩’과 ‘건축

텍토닉’이라는 용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주었다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건축역사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분야는 과거의

사실을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과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해석하는 것이다. 이 책은 1960년대 모습을

사실적으로 파악하기 보다는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본 모습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건축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기존의 평가들에 대해서도

3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그리고 현재에도

건축 사회와 건축분야의 개인은 국가, 사회, 민족 등

누구에게 어떠한 문제를 부여받고 있으며 그것에 동조, 거부 혹은 노력하고 있는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

2. 북_20세기 건축 선언과 프로그램 3. 북_BAU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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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al Life & Act

ABCD파티 2018겨울 행사 : 건축인 모두의 송년모임 성료 지난 해 12월 26일(수) 저녁, 이건하우스 1, 2층에서 건축인 모두의 송년회를 표방하는 <ABCD파티 2018겨울>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계간 《건축평단》, 건축평론동우회, 격월간 《와이드AR》(이하 본지)이 공동주관하고 이건창호가 장소 협찬하는 행사로 삼협종합건설(대표 김연흥)은 2010년 첫 행사부터 금회 행사까지 줄곧 주후원사로 동참해오고 있다.

금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계간 《건축평단》이 2017년 제정하여 시행해오고 있는 ACA Awards 시상식.

건축평론가가 뽑은 올해의 평론가상(평론부문), 올해의 작품상(작품부문), 영아키텍트상(영.아키텍처.크리틱부문, 신설)이 시상되었다. 본지가 주관하는 ‘올해의 발견’은 2~3년 간격으로 진행하게 됨을 공표했다.

ACA Awards 2018 작품부문엔 김광수(건축가), 평론부문엔 김인성(영남대 교수), 영아키텍트부문엔 1

김현석(건축가)씨가 수상하였다. 다음은 이들의 수상소감 일부를 압축, 전재한 것이다. (전체 사진 ⓒ김재경)

ACA Awards 2018

작품부문 수상자: 김광수

건축평단의 상을 수상한 것은 다른 어떤 수상보다도 뜻깊다. 그것은 아마도 건축평단의 평론가들이 쏟고 있는 건축에 대한 엄밀함과 진실을 마주하며 실천하려는 꾸준하고 단호한 과정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하다.(중략) 건축담론이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각자가 미궁의 상황에 처한 우리의 현실에서, 나는 건축평단과 보이지 않는 실오라기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껴왔다. 이는 내게 의미의 거처이기도하여 무척이나 소중했다. 건축의 소중한 끈을 붙잡고 계속 이어가고 있는 건축평단에 항상 감사한다.

2

ACA Awards 2018

평론부문 수상자 : 김인성

건축평론상을 주신 건축평단에 감사드린다. 이런저런 요식적인 상들을 받아봤지만 이번에 받은 상은 내게는

초등학교 이후 가장 의미 있고 감사한 상이라 생각한다.(중략) 평론상이니까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몇 마디를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는 건축에 대한 믿음이다. 어떤 건물이든 저마다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표현을 품고 있는

보고寶庫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이 매순간 내개 말을 걸어오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두 번째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말을 걸어오는 건축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나의 감정, 느낌들을 믿고 그것들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 나의 글쓰기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다. 내가 진실되고 솔직하게 나의 3

느낌, 감정, 생각들을 표현하기만 하면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전달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모든 글쓰기는 나름의 고통을 수반한다. 이들 믿음이 없었다면 그 고통을 극복해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평단과 같은 공간, 공감하고 격려해주는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더욱 힘든 일이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ACA Awards 2018

영아키텍트부문 수상자 : 김현석

(전략)이 상은 여타의 상과는 다르게 특별하게 느껴진다. 사진과 도면, 건축가의 말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건물을 전문가 십여 명이 직접 답사하고 세세하게 보고, 느끼고, 그 후에 토론과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정성스런 글로써 마무리되는 <영.아키텍처.크리틱>의 과정은 작업을 했던 건축가에게 긴장되고 겸연쩍은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어떤 칭찬과 격려보다 힘이 되고 감사한 것이었다. 격려도 받고, 몰랐던 것도 깨닫는 과정, 그리고 날카롭지만 애정 있고, 정성스런 ‘크리티크’의 과정을 경험한 것은 건축가로서 굉장히 영광스런 일이었다. 귀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건축평단 여러분들게 감사드린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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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의 수상자 선정 배경을 설명하는 이종건 교수(건축평단 편집인 겸 주간) 2. 김광수 3. 김인성 4. 김현석


Editor’s Choice : Book

-경관이 만드는 도시 -《감 매거진》 ‘철재’, ’유리’, ’석재’ 《감 매거진》 ‘철재’, ’유리’, ’석재’

지은이: 감씨(garmSSI) 편집팀, 각권 1만8천원 디자인을 배우려면 재료의 물성과 다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재료의 물성을 모르면 쓰임과 다룸에

경관이 만드는 도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이론과 실천)

지은이: 찰스 왈드하임, 옮긴이: 배정한・심지수, 도서출판 한숲 발행, 1만8천원

실수가 생긴다. 물성에 맞는 재료의 선택과 시공

이 책은 대표적인 현대 조경 이론가이자 랜드스케이프

있다. 재료의 공간적 감성은 장소성이나 취향으로

Waldheim이

상세를 사용해야 일체화되어 각자의 역할을 해낼 수

어바니즘의 주창자인 찰스 왈드하임Charles

2016년 프린스턴 대학교 출판부를 통해

이어진다. 때론 재료 본연의 역할을 색다르게 표현하고

출간한 『Landscape as Urbanism : A General

창의력은 예술적 행위와 연관된다. 재료를 고찰하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The Landscape Urbanism

다른 재료로 실험해서 혁신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않는 작가가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Theory 『를 번역한 책이다. 왈드하임이 엮은

Reader 『(도서출판 조경, 2007)이 랜드스케이프

않다. 철강과 석재 그리고 유리 이들 세 가지 재료는

어바니즘의 초창기 10년간의 양상을 여러 필자의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리는 석영가루에서, 철은

책은 그가 지난 20여 년간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무척이나 달라 보이지만 모두 자연 상태의 원석에서 붉은 철광석에서, 돌은 암석에서 떼어와 가공해

비로소 건축재료로 사용한다. 얇고 빛나는 철과

투명하고 매끈한 유리, 무거우면서도 거친 질감의 석재는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으로 건물의 모습을

좌우하는 ‘외장재’다. 재료를 바르게 이해하고, 숨겨진 면면을 조망하며 도시를 이루는 재료가 궁금한

당신에게 <감 매거진 시즌3>는 꼭 필요한 가이드북이 되어준다.(자료제공: 감씨 편집팀)

시각으로 정리하고 미래를 조망한 책이었다면, 이 이끌며 전개해 온 고유한 주장과 이론을 종합한 책이다. 폭넓은 스펙트럼의 주제를 관통하며 책

전반의 중심을 이루는 왈드하임의 주장은 “경관이

동시대 어바니즘의 매체”라는 점이다. 즉 “어바니즘의 매체로서 경관”은 경제 체제의 재편에 따라 급변하고

있는 도시를 이해하는 렌즈이자, 건축, 도시설계, 조경

6

등 도시의 물리적 설계와 관련된 다양한 전문 직능 및

학문 분과의 영역을 재편성하게 하는 핵심 동인이라는 것이다.(자료제공: 도서출판 한숲)

5

5. 북_garm 6. 북_경관이 만드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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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 Exhibition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전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8.12.22.~2019.4.7.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은 미술의 역사에 있어서 ‘창조’와 ‘해석’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꾸며 새로운 예술의 정의를 만든 현대미술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뒤샹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파리의 입체파

그룹에서 활동하며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로 유명세를 치렀다.

25세에 회화와 결별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그녀의 독신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 일명 <큰 유리>를 1912년부터 8년에 걸쳐

제작한다. 동시에 평범한 기성품을 예술적 맥락에 배치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레디메이드’ 개념을 만들어 예술의 정의를 뒤집었다.

1

2

1920~30년대는 ‘에로즈 셀라비(Rrose Sélavy)’라는 여성의 자아로 자신을 위장하며 고정된 성적 정체성을

허물었다. 뒤샹은 수많은 레디메이드의 작가로서 에로즈 셀라비를

유머러스하고 성적 함의가 가득한 언어유희 작가로 활용했다.

뒤샹은 자신의 작품이 한 기관에

소장되기를 원해 작품의 복제, 전시,

소장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핵심 후원자였던 루이즈와 월터 아렌스버스 부부의 도움으로 필라델피아미술관에 다수를 기증했다. 이번 전시는 전

3

4

세계에서 뒤샹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중인 필라델피아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협업으로 회화,

레디메이드, 드로잉 등 150여 점과

아카이브를 선보이며, 이 중 다수의

작품이 한국에서 처음 공개된다.(자료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5

6

1.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 2) 2~4. 국립현대미술관_마르셀 뒤샹_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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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르셀 뒤샹으로부터 혹은 마르셀 뒤샹에 의한 또는 에로즈 셀라비로부터 혹은 에로즈 셀라비에 의한(여행가방 속 상자) 6. 샘 1950(1917년 원본의 복제품) 자기(磁器) 소변기


Architectural Life & Act

1

6

심원건축학술상 9회 수상작

가온건축(대표 임형남, 노은주)

연을 맺은 클라이언트를 기억해내는

정림건축(대표 임진우)이 교보문고와

이건하우스에서 열렸다. 위 사진은

1층 홀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대표의 전각작업,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첫해의 결실. <리딩트리>라 명명된 이

출판기념회가 2018년 11월 19일 저녁 저자 강난형 박사(좌)가 이태규

심원문화사업회 이사장(우)에게 저자

사인을 해주고 있는 모습. 아래 사진은 저자와 부모님이 함께 찍은 모습. 당일

창립20주년을 기념하여 이건하우스 열렸다.(2018.11.29.~2019.1.15.)

전시 콘텐트는 건축가의 철학이 담긴 프로젝트들과 지나온 시기 소중한

병풍작업, 출판자료 및 매체소개 글, 임 위한 소품전 등 건축일상의 소소한

정취가 묻어나는 따뜻한 감성전으로 구성되었다. ⓒ마당발

이상의 책을 읽고 교보문고 사이트에 독후감을 게시한 것을 한 곳에 모은 전시(2018.12.12.~2019.1.25.)다.

자연스런 기회. 책을 매개로 한 소통.

지도교수인 송인호 서울시립대 교수를

울림이 큰 기획물이다. 독후감을 게시한

비롯하여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인

책에 대해선 회사가 사내 복지 지원

김종헌 교수, 박진호 교수 및 이강민

차원에서 도서구입비를 전액 부담하는

한예종 교수, 이연경 인천대 연구교수,

흥미로운 구조. 전시는 정림건축사옥

이길훈 서울시립대 연구교수 등 역대

1층 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수상자 등이 참석하여 축하해주었다.

2

프로젝트는 임직원 모두가 연중 1권

구성원 간에 관심영역을 공유할 수 있는

출판기념회에는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김재경

함께 벌이는 전 직원 책 읽기 사업

3

5

4

1~2. 심원건축학술상 출판기념회 3~5. 가온건축 20년 기념 전시 장면 6~7. 정림건축 리딩트리 독후감 전시 장면

ⓒ마당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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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ging Architect 05

모어레스 아키텍츠 More Less Architects www.morelessarchitects.com

급변하는 현 시대에 조금은 더 명상적인 태도로 공간을 바라보고자 한다.

김영수 건축사, 대표, 인하대 겸임교수

이야기하며 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다. 건축은 실용적인

인하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고 캐나다 BCIT (British Columbia

관념들의 요소들을 찾고 감각의 공간들을 탐구해 나가야 한다.

수료하였으며 프랑스건축사회 11th 쟝프루베 & 김중업 Scholarship 선발되었다.

사람이 점유하는 모든 곳에서 우리는 건축이라는 언어로 삶에 소소한 주제를 물체로서 현시대의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겠지만 그 속에서도 예술의 영향력과 같은 고귀한 신념으로 세상을 구원할 건축을 추구하자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형태를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것도 아니다. 단지 현 시대의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다시 불러 일으킬 공간을 고민해 가며 그러한 건축을 통해 일상의 조언을 건네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실용적인 건축 속에서도 무용한 가치와 낭만이 깃들어 새로운 경험의 공간으로 들어나길 바란다.

Institute of Technology) 에서 Frame Structure Process Design 과정을 ㈜해안건축과 ㈜원오원 아키텍츠, 프랑스 파리 DPA (Dominique Perrault Architecture)등에서 다양한 규모에 프로젝트로 실무를 쌓았으며, 원오원

아키텍츠에서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현대카드 부산사옥’,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를 담당하였다.

2018년 모어레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래서 우리는 은근히 아름다운 공간을 좇고 있다.” Moreless: The state of being more available after something happens (urban dictionary)

우리의 작업(공간)이 어느 순간 더 많은 가능성의 단계(공간)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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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주 청수리 PJT ƒ이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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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 그리고 낭만

무용한 것의 가치

보편적 건축으로서 대표적인 주거(아파트)는 금 덩어리와 같이 시세를 쫓는 상업적

좋았다. 그 좁은 마당은 나에게 계절이 담기던 설레는 공간이었고 때때로 묘한

현 시대의 건축 공간은 추운 풍류를 논하기도 불편한 낭만 따위를 찾기도 힘들다.

수단이 되었고 그 속에 공간은 인큐베이터와 같이 안락한 면적(㎡)*만 남겨 놓았다. 이 같은 공간은 우리에게 보편적인 삶의 기준이 되었고, 그 공간의 주요한 가치는

면적(㎡)으로, 방의 개수로, 쉽게 정의 되는 것이 이 시대적 주거 건축일지 모른다. 면적(㎡): 공간의 이차원적인 해석

서양의 기술과 사고의 바탕아래 물리적 공급으로서 시작된 획일화된 주거공간은 이제 우리에게 ‘편리함’의 상징적 공간이 되어 버렸다. ‘편리함’의 경험은 빠르게 공간에 대한 ‘익숙함’으로 변해 갔고 그러한 주거는 우리에게 ‘보편화된 건축’이

된다. 이제는 ‘보편화된 건축’이 우리 일상의 삶의 의미로서 가치를 논하기 보다는

기능에 충실한 익숙한 공간으로서 고민 없이 받아드리며 쉽게 적응되고 학습되어

가는 듯하다. 결국 주거 공간을 풍미한 ‘보편화된 건축’이란 편리할 수 있겠으나 좋은 공간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난 시대 서양적 사고의 공간에 어느덧 현 시대 우리의

어린 기억을 돌아보면 툇마루에 앉아 처마끝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것이 빛을 채우던 한지 창의 방은 나를 평온케 했다. 어느 교회의 힘겨운 문을 열고

들어간 어둠 속 공간과 천창의 빛은 그리고 그 빛으로 인한 질감은 나를 숭고함으로 이끌었다.

꽉 채운 용적률도, 135mm 가등급 단열재의 위력도 중요하지만 때론 일상 속에 빛이, 한날의 빗소리가, 어느 공간의 울림이 삶에 더 중요한 것이리라.

현대의 가치 기준에서는 불편한 처마의 빗방울도, 무거운 문도, 추운 툇마루도, 많은 건축 속 풍류들은 실용성의 판단아래 대부분 사라진다. 처음부터 의미 없는 요소일 수도 있으나 누군가에게는 순간 순간 느껴지는 공간의 기억이 된다. 현 시대의 건축 속에 살아지는 무용한 가치는 오랜 시간 우리에게 깃든 동양적 감성의 일부들은 아닌지 모르겠다.

일상을 끼워 맞추어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 보아야 한다.

건축은 유용한 것과 무용한 것의 조화에 있을 것이다. 아직 우리시대의 건축은

건축공간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와 발전이 없는 것도 아니며 현대 주거의

것에 기준을 둘 수밖에 없다 하나 다른 무용한 가치에 대한 논의는 다른 형식으로

안락함, 편리함을 부정하거나 그 기능과 역할을 비하 하자는 것도 아니나 현 시대

건축의 방향은 점점 더 면적(㎡)과 실용성(에너지, 기능)이라는 유용한 대의를 위한

가치를 논할 뿐 공간 속 무용한 가치에 대하여 그리 의미를 두지 않는다. 건축가들의

감각적 작업은 있겠으나 그렇다고 철저히 고민되어지거나 설명되어지는 것도 아닌 듯 하다.

대부분 이론이나 유용한 것에 치중되어 평가되고 있다. 분명 건축의 규제는 유용한 설명되고 공유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그것을 찾고 설명하는데 소홀하고 나태 하지는 않은가?

르 코르뷔지에도 <롱샹>과 <작은집(어머니의 집)>속에선 현대 건축의 유용한

이론보다 무용한 것에 더 집중했으리라. 근대건축의 5원칙 만큼 <작은집>에 설계된 호수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테라스가 나에겐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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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한 편

새로운 대화의 시작

일상 또한 단순하게 이끌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지속되어온 보편적인 공간이

이미지로 소통하려 한다. 2D의 면적(㎡)으로 해석되어버린 공간의 가치는 공사비로,

단편적인 해석과 규제는 공간의 다양성 부재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편리함’이란 잣대가 되어 새로운 다양성의 공간을 ‘불편함’이라는 영역에 놓아 두게 한 것이다. 불편함에 대한 인식은 우리에게 공간적 경험의 한계를 만들고 점점 더 무용한 많은 가치들을 사라지게 한다.

좋은 공간 속에는 인간에게 신체적 편리함과 함께 생각과 감각을 이끌 수 있는

불편한 공간이 필요하리라. 편리함만 추구하는 현 시대 속에 더욱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누군가는 실험이라 말할 수 있고 또 그게 폭력이라 말할 수 있겠으나 현시대의 기능적이고 획일화된 공간만한 폭력이 있을까? 추운 툇마루가 때론

불편함이 될지언정 우리에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 무용한

가치를 짧은 말로서 논하기는 어려우나 작은 경험에서도 우리에게 깊이 배어있는

감성은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경험의 부재일 뿐 우리 감각의 본질은 그리 단순하지

건축주와 미팅의 첫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건축을 공간의 수치와 SNS의

최종 수익성으로 빠르게 산출해 버린다. 거기에 그럴듯한 공간의 이미지는 SNS를 통해 카달로그에서 고르는 상품처럼 즉각적으로 선택되고 평가되어 나타난다.

이는 현시대의 대중이 공간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방식으로 빠르고 간편한 소통의 방법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방법으로 공간의 가치를 논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나 본질 또한 아니다. 이것을 부정할 것은 아니나 본질을 드러내고 소통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그저 평면적 치수, 면적이 공간의 가치를 대변할 수 없고 공간의 관계나 스토리가 배제되어 있는 건축을 순간의 이미지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기존에 선행되어온 소통의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중요한 가치를 대중과 공유할 방법을 찾아야 하리라.

않다.

대중은 건축가를 만나는 것 자체의 어려움을 말하고 어떤 작업을 하는지 자세히

현 시대성에 대하여 건축 공간으로 고민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 빠른 변화에 맞춘

기준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 아틀리에 건축은 설계비만 비싼 일 없는 작가가 될

기술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새로운 프로그램의 수용도 중요하지만 한편에서는 이전의 우리에게 깃든 감각의 무용한 것의 가치를 돌아보고 새로운 공간으로서

알지 못한다. 이전 허가방의 경험은 모두에게 아직 남아있는 현실적인 접근이며 뿐이다.

드러내는 시도가 필요하리라. 이것이 다양성의 한 편으로 드러나길 바란다.

기성 세대가 만들어 놓은 불편한 시장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 건축가의 태도도

이러한 다양성이 단지 좋은 건축을 말하는 것도 아니며 또 이것을 강요할 문제도

방식으로 필요한 때이다.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공간의 시도가 불편한 경험을 요구하고 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불러 일으키게 할 것이라 본다.

소통의 방법도 바뀌어야 하며 대중이 건축을 바로 볼 수 있는 교육과 홍보도 새로운 일상 속 고민들의 파편을 모아 서술한 글은 편협한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은 더 아름다운 건축 환경을 만들어 낼 가능성의 확신이다. 현실 속에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가득하나 앞으로 고민하고 탐구해 나가야 할 나의, 모어레스의 건축적 사고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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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주 청수리 PJT 평면도


6. 제주 청수리 PJT 중정 ƒ이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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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LETED PROJECT - jEJU House

제주 청수리 언덕 아래로 곶자왈이 펼쳐지는 대지이다. 그 넘어 삼방산이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한라산까지 건축이 놓인 이 땅은 그저 환경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롭다. 대지가 가진 환경만으로 건축은 단순하게 구성되어야 했다. 제주는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는 아름다운 섬이며 강인한 자연의 섬이다. 제주를 돌아보며 어떤 형태든

자연만 못했고 어떤 재료든 자연에 나약했다. 이곳에서의 건축은 겸손해야 한다. 단순한 균형 simple balance

공간의 구조와 형태는 단순한 모듈을 바탕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비대칭 속에서

균형을 통해 편안함을 찾고자 한다. 역보의 구조는 내부공간의 천장을 드러내고 외부로 드러난 보는 돌출된 벽체와 함께 형태의 일부가 된다. 공간은 (비워진) 외부공간과 (채워진) 내부공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비워진) 중정을

시작으로 (채워진) 개인적 공간에 이르고 각각의 (채워진) 개인적 공간을 통해 (비워진) 개인적 외부공간과 만난다. 각각의 개인적 공간은 제주의 상징적 요소(산방산, 한라산, 곳자왈, 돌담)들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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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단면 투시도 8. 다이어그램 9.제주 청수리 PJT @이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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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중정과 툇마루 core & function

(비워진) 중정은 모든 공간의 시작이며 주변(환경)을 배제한 개인적 외부이다. 길게 뻗은 콘크리트 벽을 따라 현관을 지나면 붉은 (송이석) 중정에 들어선다.

외부에서 보여지는 건축은 거친 회색빛 콘크리트 덩어리로 주변 자연의 배경이

되어 시선을 주지 않기를 바랐다. 그저 자연의 요소가 더 명확해지고 빛과 그림자가

이러한 바닥은 목재 마루와 데코타일과 같은 편안함은 아니겠으나 공간 어디서든 제주라는 장소성을 그리고 재료를 느끼길 바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건축물은

최소한의 재료로 구성하였고 가능한 각 물성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마감되었다. 좋고 나쁨을 떠나 제주라는 환경 속에서 재료의 그 물성 자체로서 자연스럽게 늙어가길 바랐다.

드러나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이 대지 위에서의 건축적 태도이다.

긴 시간이 흘러 건축이 이 장소에서 덤덤하게 자연 속으로 스며들기 바라고 일상은

하지만 중정에 들어서는 순간 붉은 (송이석) 마당은 주거 공간의 시작으로 삶의

나만의 붉은 중정으로 나가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계절을, 하늘을, 별들을, 제주를

역동적 공간의 상징이다. 비워진 공간은 붉은 바닥과 푸른 하늘만 품으며 콘크리트 툇마루로 둘러싸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고 일상 속에서는 개인적 사색의

단순한 공간 속에 연결된 각각의 작은 외부공간으로 확장되길 바란다. 또한 언제든 즐기길 바란다.

공간이 될 것이다.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툇마루는 언제나 쉽게 걸터앉는 자리이며 내부와 외부의 경계이고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조금은 힘겹게 올라서야 할 전이

공간이다. 이전에 건축 요소와 같이 현대의 삶에 맞는 새로운 기능을 수행해 주길 바란다.

편하고 또 편치 않은 이 콘크리트 툇마루의 공간이 중정의 낭만일 것이다. 거친 벽체, 폴리싱 바닥 material

외부로 길게 뻗은 벽체는 각각의 독립된 공간의 영역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한

벽체를 통해 개인적 (채워진) 내부공간과 (비워진) 외부공간을 이룬다. 외부공간을 연장된 벽체 그리고 그 벽을 타고 흐르는 빛은 내부의 벽까지 타고 들어온다.

내부 벽체는 시멘트 미장 마감의 거친 표면을 통해 일상 속에서 빛과 함께 다양한 질감으로 드러날 것이다.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제주의 붉은 송이석은 잘게 부숴져 잡석과 같이 마당을

채우고 툇마루와 내부바닥의 일부가 되어 들어온다. 바닥의 콘크리트와 함께 섞여 타설되고 갈아내어 송이석의 붉은 단면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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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제주 청수리 PJT @이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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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GOING PROJECT -1 Ceramist Space

ON-GOING PROJECT -2 Share House

그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형태’라 말한다. 좋은 형태가 가지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대응해야 할 작은 공동 주거공간이다. 공간을 공유하는

이 프로젝트는 도예가의 공간이다.

강렬함을 좋아하고 그만의 작업 방식으로 남들과 조금 다른 언어로 풀어가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나에게 있어 그의 작업은 형태가 그저 형태가 아닌 기능이자 재료이며 하나의 분위기였다.

곡면을 가진 매스는 표상적인 형태로서 비워진 공간 위에 부유하고 빛을 통해

질감으로 드러나길 원한다. 한편 유기적으로 분절된 내부공간은 회랑이라는 공간을 통해 연결된다. 건축물의 중심에 놓여진 10m 높이의 회랑은 이 장소의 핵심이다. 그의 작업은 많은 과정을 거치며 그 과정의 각 단계에서 작품과 함께 이동한다.

작업과 생각이 쉬는 움직임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움직임의 중심에 회랑의 공간을 만든다. 회랑을 통해 작업실로 가마실로 전시실로 외부로 연결된다. 모든

과정은 이 장소에서 움직인다. 그 외 독립된 공간은 바닥 레벨과 층고를 통해 각각의 기능을 수용하고 외부 공간의 틈을 통해 시각적 관계를 이루게 된다.

작가의 공간으로서 그 성격을 공간 속에 담아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된 과정일

현대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공간의 유형으로 쉐어하우스를 말할 수 있다. 1인 주거와 방식의 변화이며 독립되어야 할 프로그램과 공유해야 할 프로그램의 관계와

재구성으로 전개된다. 공간의 구조로서 이전의 기존 주거를 변형한 하숙집과 비슷하게 바라볼 수 있으나 독립되어야 할 영역은 단지 칸막이의 구분이 아닌

공유된 공간 속에서도 개인의 일상이 명확히 구분되어지는 공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공간의 명확한 욕구는 면적에 대한 필요보다 공간의 독립성의 가치를 더 크게 보고 있다. 거실의 의미는 사라지고 주방의 역할도 축소된다. 하지만 개인적 공간의 욕실의 의미는 더 커져 가며 결국 주거공간의 새로운

위계가 요구되는 것이라 본다. 하지만 그러한 요구로서 공간을 기본으로 하더라도 공유공간의 가치를 유지하고 새로운 형태의 공유공간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같은 주거 유형의 등장은 기존 주거의 형식을 바꾸진 않겠지만 다양성의

하나로서 고민되어야 하며 유지해야 할 가치와 현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통해 주거 공간의 다른 가능성이 논의되길 바란다.

것이다. 단지 원하는 공간의 구현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고 그의 작업을 보고 느끼는 해석을 통해 새로운 제안과 조율의 반복을 거친다. 기나긴 조율과 반복 속에 이제 CDConstruction Document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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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eramist Space 모형 13. Share House 단면 드로잉 14. Ceramist Space 단면 투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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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FT PROJECTs (with Prof. 박진호 +DLAB)

THE GIFT no.2

사회 구성원들 중 약자들을 넓게 포용해야 하고 또한 배려와 보호의 대상이 되는

집까지 길게 늘어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의 정도가 그 사회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 중 하나이다. 이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과 장소를 제공해야 함은 사회의 의무일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건축으로서 따뜻한 시선과 자발적 참여,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The GIFTs 시리즈는 도시 공간이나 건물 내, 외부에 방치된 공간을 활용하여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옥외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 받았던 계층들, 특히 보육원의 어린이나 양로원의

어른들에게, 자유롭게 뛰놀며 놀거나 학습할 수 있는 공간, 혹은 소통이나 담소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보육원 대지 내에는 데크의 길이 있다.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이다.

주차장을 돌아 마련된

이 길이 따뜻한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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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하는 아이들을 위한 레드 카펫이 되길 바랬다. 그렇게 데크 옆으로 펼쳐진

잔디와 꽃, 나무들 사이로 연장되어 아이들이 언제든 편히 놀고 쉬어가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상상의 시작

THE GIFT no.3

시작한다. 다양한 레벨로 반복되며 흘러가는 공간, 끊임없는 놀이의 그라운드를

쓰임은 악화되어 주민들의 고민거리였다. 우리는 장소에 용도를 부여한 공간을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위해 우리는 가상과 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상상에서

꿈꾸며 휴식의 공간이자 교육의 공간으로, 놀이의 공간으로 사용되길 의도했다. 다양한 레벨의 그라운드는 작은 아이들에게 흐름의 공간이자 관계의 공간이다.

결과가 단순한 데크가 될지언정 우리는 상상한다. 흐르는 그라운드를 통해 아이들이

마을 속 유휴부지. 버려진 장소이기에 누군가는 적절치 않게 사용하였고 그렇게 제시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다. 옹벽 앞 경사 대지를 따라 다양한 데크를 겹쳐 놓으며 마을 주민이 꾸민 화단과 함께 길을 만들었다.

실체를 넘어 상상의 세계로 넘나드는 놀이터가 되길 바란다.

“길을 걷고 앉아 쉬어가고 꽃을 보며 함께 이야기하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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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5~17. The Gift no.2 18. The Gift n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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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 운타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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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동네의 꽃, 소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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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1부. 소월재梳月齋, 2019 글. 전진삼 본지 발행인+송재영 건축주

<소월재> 이전(의 원래) 집은 1974년 인천 주안동에 국민주택으로 건립되었으며,

1983년 송 선생이 구입하여 거주하다가 아파트로 이사를 가며 한동안 임대를

주었다가 다시 들어와 그때그때 고치며 살던

집으로 2003년에 이르러 집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급격히 노후화됨에 따라 그는 도시동네 신생을 모토로 집의 증개축을

작심한다. 건축가 박민철과의 만남은 그렇게 엮여진다. 집이 완공된 후 ‘소월재’1)라는

당호를 갖춘 개인 주거로서 2004년

인천광역시건축상 공모에 응모하여 주거부문 최초로 우수상에 선정되었고, 인천광역시와 인천광역시건축사회가 공동주최하는 제6회

인천건축문화제의 전시를 통해 시민 다수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집은 건축상 수상을 전후로 KBS 및 일간지, 월간지 등 다수의 매체에 1

<인천광역시 건축상>은 그 귄위와 가치가 인정되어져야 하며 건축상의 선정과 관리는 연계되어져야 한다. <소월재> 집주인 송재영 선생은 이상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담은 ‘진정서’를 2018년 2월

인천광역시장 앞으로 제출하였다. 집은 현재 뉴타운시범지구로 지정되어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오래지 않아 철거의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금번 특집은 기정사실이 된

소월재의 소멸에 앞서 이 집이 지닌 가치를 조명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기획되었다.

2003년 리모델링 공사 후 15년이 흐른 2018년

12월에는 집의 리모델링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박민철(시간향건축 대표)과 집주인 송재영

선생이 오래간만에 해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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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2)되며 한동안 많은 이들의 발길이

쇄도했다. 또한 2008년 행정안전부에서 지역의 자원 중 미래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

발굴을 조사한 프로젝트에서도 좋은 사례로 선정되어 인천 미추홀구의 향토자원으로 등재되었다.

<소월재>가 위치한 주안동 515-8번지는 2008년 주안 2,4동 뉴타운 시범지구

1) 당호 소월재梳月齋는 집주인 송재영 선생의 안태고향에 위치한 소월대梳月臺(바위에 새겨짐)에서 연유하고 있다. 그곳은 선대 할아버지의 자취와 얼이 담긴 유서 깊은 곳이며 할아버지가 평소 인근 유림儒林들과 같이 소월대에 올라 풍류風流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던 곳이며 산위에서 비쳐지는 절제된 달빛이 내성천물 위에 각인되어 한층 더 정갈스러워진 달의 모습을 보며 지은 시문詩文 중 ‘山月細如梳也’라는 구절에서 소월재 당호를 떠올렸다고 하며 그 또한 유년시절을 그곳에서 보낸 아름다운 추억들과 고향의 정취까지도 담았다고 말한다. 2) ① KBS : 행복충전 백세인(출동하우스 닥터, 2004.8.) ② 현대주택 : 막다른 골목에 선 도시주택의 꿈(2003.12.) ③ 좋은생각 : 이름 없는 집에 당호가 붙기까지(2004.1.) ④ 리빙플러스 : 빗 사이로 흐르는 달빛을 머금은 집(2004.2.) ⑤ 인천신문 : 전진삼의 건축탐험 27화, 마당 많은 집(2008.5.)

1. 송재영(좌), 박민철(우), 뒤편 대문 기둥에 인천광역시건축상 수상 기념표장이 붙어있다.


주안1구역으로 지구지정 되었고, 그 후 10여

년에 걸쳐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다가 작금에

이르러 정비사업의 마지막 단계인 이주계획이 수립되어 이주가 진행되고 있으며 아파트

미분양 조합원에게는 감정평가 결과에 의한

청산 금액이 통보되어 손실보상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소월재의 소멸이 예고된 것이다. 송 선생은 지난 10여 년에 걸쳐 <소월재>와의 별리를 준비해오고 있다. 근년에 비로소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은 그는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의 취지와 목적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자신에게 통보된 <소월재>의

감정평가 결과인 청산 금액에는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 주안1구역은 10여 년 동안이나

지구지정으로 묶여져 타 지역에 비하여 공시가격 상승률이 저조하였으며,

둘째, 미추5-1구역(2016년 보상된 주안초등학교

2

제기되며,

는 것이다.

주장한다. 초창기 건물 존치여부부터 최근의

주변 시세와의 격차 등, 형평에 맞지 않게

특히 그는 <소월재>가 지닌 무형의

뛰어다니며 그가 받아낸 답변을 종합하면,

넷째, 인천광역시건축상 수상, 향토자원 등재

등)이 지닌 가치가 인정되지 않은 평가결과에

부지)보다도 저평가되어 형평상의 문제도 셋째, 미추10구역(지구지정 해제구역) 및 평가되었고,

등 무형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무시되었다,

자산들(인천광역시건축상 수상, 향토자원 등재 대하여는 이해하기 힘들며 수긍하기 어렵다고

청산 금액 이의제기 단계에 까지 백방으로 -남구청(2008년 당시 도시재생과, 현

미추홀구청): 문화재가 아니어서 존치할 수 없고,

3

2. 청산절차를 마친 집의 철거예정 표지 3. 소월재 건립 초기의 동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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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지만 집주인의 관심과 애정과 손길에

따라서 인간의 생장 주기와 마찬가지로 성장의 과정을 거치며 화려하게 자라날 수 있음을 <소월재>는 대변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15년, 20년만 지나면 마치 정비되지 않은 자동차가 꿀꿀대듯 재건축을 소망하는 나쁜 사회적 인식의 틀이 고쳐 쓰는 것을

방기하고, 고장난 채 내버려두는 것을 미덕으로 교화해온 우리네 거처에 관한 태도는 얼마나 속되고 무지한가!

우리가 건강을 위하여 주기적으로 내 몸

상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관리해나갈 때

몸의 상태가 좋음을 유지하듯이 우리들의

거처 또한 유사 방식으로 관리하고, 손질해서

쓰는 동안 집의 상태는 안정적이 되고, 살만한 가치로 충만한 보금자리로 거듭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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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조합(주안1구역): 평가된 청산금 범위

없다. 심지어 집 내부로 스미는 누수문제까지

-평가업체(평가자): 현황평가 원칙에 따를 뿐,

고치고 쓰기를 10여 년. 그가 <소월재>에

내에서만 협의 가능하고,

이라는 내용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그는 경직된 행정과 미비한 법률의

사각지대에서 보존되어야 할 인천시 도시 발전 자취의 역사 현장(<소월재>의 가치를 지칭)이

소멸되고, 보장받아야 될 사유재산이 보호받지 못하는 지경에 처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상표권, 특허권, 저작권 등의 무형자산은

평가규정에 적시되어 있으나 집에 대한 올바른 주거 개념의 가치들이 명시되지 않아 집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평가에 대하여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단지 재화로서의 부동산

가치만 보이는 현실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리모델링 작업 후 15년이 지난 시점에서조차 <소월재>의 보존 및 유지관리 상태는 이

집이 인천광역시건축상 주거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 초창기 시절보다도 여러 면에서 완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공자와

건축가가 열쇠를 쥐어주고 떠난 자리를 집주인 송 선생은 누구라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집의 완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다.

집 구석구석의 조경 식재와 소품, DIY가구 제작, 필로티 바닥 타일작업, 평상 제작,

동네 건축공사업자들의 자문을 구하여 직접

대하여 애착 이상의 감정(무형의 자산으로서 건축의 가치를 주장하는 등의 의지)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여) 세상의

건축가가 고개를 숙이는 이유가 되고,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건축가를 품위 있게 맞아준 집의 양호한 보존 상태가 건축가의 자존감을 더해주었으니 이보다 더 큰 건축하는 기쁨이 어디에 있겠는가.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나날이 늙어가는

고개를 쳐들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엔 일찍이

만들기에 성공한 건축가 박민철의 설계 작법에

인해 불거지는 제반 사회적 문제들은 애당초 <소월재>가 인천광역시건축상을 수상하게

된 정황이 계기가 된 것임에 분명해 보인다.

그것이 관행적 연례행사의 일환으로 주어지는 형식적인 제도의 부산물일지언정 건축상을 수상한 집주인에겐 그 자체로 영예로운 것이었으며 실제로 송 선생에게는 더욱

그랬다. 노후의 불안을 대비하여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는 그 자금을 분산하여

나름의 투자 방식으로 일부는 부동산(대지)을 매입하고 일부는 당장의 거처를 위해

낡은 집을 고쳐서 쓴다는 일념으로 만든

도심의 작은집을 건축도시전문가들이 좋은 집으로 뽑아주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사건이었겠는가! 이제 그 집은 기왕의 삶을

잘게 쪼개어 군색하게 살아지는 집이 아니라 여보란듯이 가꾸며 자라나게 하는 집이 된 것이다.

<소월재>는 거주의 방식에 관하여 여러 면에서

외벽 도장과 페인트칠까지 미치지 않은 곳이

노후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실제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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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준다. 그렇게 살아온 송 선생의 모습에서

모든 주택 집주인들이 그이만 같다면 주거로

외부계단 철재기둥 사이공간을 이용한 벽난로 설치 등등 그의 손길은 2~3년 주기로 행한

아니겠는가. <소월재>는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교훈을 준다. 집은 통념적으로 세월과 함께

4. 능소화, 둘레가 80cm가 넘는 능소화가 장관인 소월재

도시동네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킬만한 공간

다시 눈을 돌리게 되는 것도 이 집 <소월재>가 품은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좁은 대지 안에

여러 겹의 포켓형 마당을 설정하고, 그 위에

집주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크고 작은 정원들이 포개지며, 2층으로 오르는 외부계단을

통해서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거주자의

동선이 곧 운동거리로 치환되는 공간구조로 완성된다. 이런 요소요소들이 어우러져

어지간한 건축가들이 세월이 지나서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들의 뒤돌아보기를 꺼려한다는 것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이는 세태와 다르게 이 집 <소월재>는 언젠가 맞이하게 될

아키텍트(건축가)와의 해후를 오랫동안

준비해온 양 다소곳하고 당당하게 그 자리를 지켜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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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의 손길이 머문 자리들 1. 조경수 • 지장물支障物로 분류되어 이식비에 준하는 금액으로 저평가된 <소월재>의 수목들. 집의 운치를 더하기 위해 집주인이 직접 식재하고 가꾸어 온 땀의 흔적들이 헐값에 사라질 판. 수목 이식의 전제는 이식할 땅이 구비되어있어야 마땅한데 불가한 상태, 이식 후 생육상태 또한 불확실하여 청산과 함께 현재의 대부분의 수목은 고사 위기에 몰릴 것이 예상된다. • 능소화(둘레: 80㎝, 높이: 15m, 비고: 이식불가) • 공작단풍(둘레: 43㎝, 높이: 2.5m, 비고: 이식불가) • 소나무(둘레: A 80㎝ / B 38㎝, 높이: A 8m / B 3m, 비고: 이식시 기능저하) • 단풍나무(둘레: 83㎝, 높이: 8m, 비고: 이식불가) • 감나무(둘레: 45㎝, 높이: 6m, 비고: 이식불가)

2. 집의 장치들 • 대문 문설주와 현관의 4각등은 초롱을 의미하며 외벽 곳곳에 설치된 둥근 등은 당호인 소월재의 달(月)을 의미하는 반달을 표상한다. • 계단 난간과 베란다 난간은 길이가 50여 미터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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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취형의 햇빛 가림막과 같이 철재를 사용하여 소월재에 맞추어진 설계에 따라 모양, 높이, 안정성이 고려되었다. • 10개가 넘은 크고 작은 화단들은 각기 다른 형태들로 꾸며져서 야생화와 수목들이 식재되었다. 2층 화단 설치에는 누수 및 배수, 건물 하중을 감안한 인공토의 비율, 동파 방지를 위해 고강도 스티로폼을 사용하였다. • 주 정원에 설치된 수반의 물소리는 도랑물 소리와도 같아 귀에 익은 정겨운 소리가 <소월재>를 찾아온 새소리와 함께 정원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정화조 위에 설치된 미니 연못은 미꾸라지가 이사 와서 집세를 내는 대신에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어준다고 집주인은 너스레를 떤다. • 이웃집 대지 경계벽의 담장에 담쟁이를 심어 회색 공간을 녹색으로 덮어 정원 수목들과 어우러져 시각적 유쾌함을 선사한다. 벽면 물결모양의 거친 자국은 줄기만 남은 겨울철 담쟁이를 매치시켜 한층 더 차분한 자연스런 공간을 꾸미기 위함으로 조성되었다. • 1층 필로티 기둥을 타고 올라간 한 줄기의 담쟁이는 (둘레14㎝) 2층 벽면과 현관위에 설치된 차양막을 덮어주고 있다. • 특히 이 곳 담쟁이는 한국현대 건축계의 거장 건축가 김수근 선생이 남긴 우리나라 대표 건축물로 상징되는 <옛, 공간사옥>(현, 아리리오 스페이스)을 뒤덮어 그

운치와 멋을 선사하는 담쟁이의 가지를 뿌리로 하여 성장한 것이다. • 안방 앞에 설치된 아궁이와 굴뚝은 원래 2층 계단 기둥이었으나 담벽과 기둥 사이의 빈 공간에 벽돌로 굴뚝을 쌓고 하부 아궁이에 솥을 걸어 음식을 장만할 수도 있고 낙엽을 태울 수도 있게 하였다. 경복궁 아미산 굴뚝과는 견줄 수 없지만 집주인 손녀가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 거실 앞 중앙에 있는 데크(정원바닥)와 평상(정원의자)은 거실 바닥과 동일한 색상으로 하여 좁은 거실이 넓게 보이게 하는 시각적인 효과와 정원과 거실, 앞마당과 안마당을 연결하여 소월재의 중심 공간이 되어 거실과는 달리 자연과 직접 접할 수 있는 담소의 장소로 이용되며 가족의 회식 자리로도 이용된다. 이곳은 물이 모이는 곳이어서 설치 전 배수에 대비하였으며 에어콘 실외기 연결선 등 여러 갈래의 선들이 얽혀 있어 보기와는 다르게 쉽지 않은 공사를 집주인이 직접 시공한 것이다. 데크에 사용된 목재는 인도네시아산 천연방부재인 방킬라이가 사용되었다. • 벽부 아궁이에서부터 중앙 데크와 접하고 있는 평상까지 8m의 긴 의자는 20여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가족, 지인들의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5. 주 정원의 수반, 동네 새들의 집합소이다. 6. 외부계단에서 바라 본 소월재 주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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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Architect's Essay

2부. 소‧월‧재‧생 · 기 글. 박민철 건축가, 시간향건축 대표

재생보다 절박했던 현실

<소월재>가 지어지고 15년이 흘렀다.

자료정리를 하며 새삼 공사 전 사진들을

보니 절박했던 현장의 상태가 심각했었다는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때만 해도 그 동네의 도시적 맥락에서 강력한 코드나 인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볼만한 풍경이나 건물, 골목, 도로 모두가 어떤 매력적인 연계성을 가지고

있기보다 주택 그 자체에 1970년대 나라에서

공급한 국민주택의 규모와 평면의 기억이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사실 그 시절만 해도 사회적 관심이 ‘재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보다

리모델링, 리노베이션 아니면 증·개축이라는

건축용어 밖에는 사용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세상이 바뀌어 지금 <소월재>를 재생의 틀에서

바라보니 놀라운 문화적, 건축적 성과가 보인다. 이 집에서 보다 깊은 생명력을 느끼는 것은 건축주가 애정 어린 손길로 가꾸어 완성한 삶터의 가치와 동네건축으로서 존재감의 결과가 뚜렷하게 자리 잡은 까닭이다.

안타깝게도 2019년 3월이면 도시계획에

따른 개발구역으로 수용된다 하니 건축주의

마음은 노후를 대비해 만든 안식처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꼴이 되었다. 개발이 옳으냐, 시기가 적절하냐를 떠나서 현대화와 도시화의 소명 하에 잘 살아 있는 자연생태계와 인간과 생명들의 쉘터를 덮어버리는 모순이 또

일어나고 있다는 절망감이 솟구친다. 서울 도심의 재개발의 숱한 결과가 말해주듯

원주민은 쫓아내고 있는 자의 투기와 헛된

분양전쟁에 우리 모두 너무 많이 지쳐있는 게 1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2012년부터 근대건축보존회

도코모모코리아 단체 활동에 합류한 이유는

‘역사는 건축을 어떻게 다루고, 현대를 어떻게 공유하는지’ 궁금해서였다. 2014년 세계

도코모모 국제컨퍼런스가 서울에서 열리는 동안 정말 놀라운 것을 배웠다. 여러 가지

연구지표 중에서 ‘도큐먼트Document(기록)’라는 것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문화유산이든, 그보다 더 한 것이라도 환경적, 사회적,

구조적으로 여건상 건물을 헐거나 옮기더라도 가장 핵심은 역사연구와 물증적 자료를

작성해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가치를 후대에 전하자는 강령이었다. 참 보수적인 것이 역사인데 무척이나 합리적인 대안이라 생각했다.

이런 측면에서 <소월재>의 소멸에 대한

‘기록’이라는 대안은 반드시 필요한 우리 시대 건축인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96

1. 소월재 이전 집(기존 집)의 담장과 대문, 집 본채는 많이 낡았던 반면 대문과 담장은 한 차례 개선작업을 한 상태였다.


부족하여 국민주택에 대한 연구에 소홀히

했지만 <소월재>를 둘러싼 국민주택단지의 건축적 수명이 다했다 해도 그 지역에 대한

연구가 더 진지하게 시행됐어야 한다. <소월재> 하나의 건축이 온전히 살아남았다는 것을

내세우기보다 <소월재>가 있는 단지(동네)가 가진 가치와 연구는 나와 건축주의 노력

말고도 국가의 책임이고 이 시대 문화의 수준을 담보하는 것이다. 건축가로서 <소월재>를 바라보며 드는 속엣 마음은 ‘소월재 동네 박물관’의 건립에 대한 제안이다. 형태는

사라져도 삶의 흔적과 역사는 지우지 말아야 하지 않는가. ‘재생’이 안 되면 ‘기록’이라도 남겨야 한다.

손대면 무엇이든지 좋아질 수 있는 기회

처음 <소월재> 현장을 찾아갔을 때 무엇보다도 골목들의 네트워크 속에 이 대지의 상징성과 무게를 찾아보았다. 특히 대지의 형상이

네모지지 않은데다가 20평도 안 되는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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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에 방 세 개와 거실, 식당, 화장실 등을

넣었으니 협소주택 보다 더 열악하였다. 당시에 이미 안방보다 거실 문화가 대부분 확대된

경향이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1층만으로의 개선은 무리가 있었다.

건축주가 건축공사 예산을 오픈한 상태이기 때문에 최저가, 최소화가 전제된 대안이

필요했지만 어쨌든 평면에서 구속을 탈피하려 불가피하게 자제들의 방 두 개를 2층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2층의 매스는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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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그대로 수직 증축이 아니라 서로 포개지게 놓고 새로운 외부기둥에 걸쳐 규모가 커 보이는

효과와 다양한 음영으로 매스의 분절을 가능케 했다. 2층의 내민 매스 아래는 주차장과 데크로 기능적인 확장성을 살렸다. 물론 1층 내부

공간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넣으면 실내 이동의 편리성은 확보되지만 그마저 면적을 절약하기 위해 계단을 외부로 두어 세대

구분을 확실히 하는 결과가 되었다. 현재는

2층에 거주하던 자제들도 결혼, 취업의 사유로 분가하여 비어있는 상태로 가끔 집에 오는

그들이 여전히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이는 공간의 임대 활용 가능성을 위해서

열어놓은 것으로 여전히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20평 남짓한 주택의 리노베이션이라는 절박한 조건에서

출발하였지만 이에 구애받지 않고 일반적인 평면 기능을 모두 재편하여 1층에 건축주

부부가, 2층에 두 명의 자제들이 거주하는 평면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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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존 집의 정면, 판돌을 붙인 국민주택의 전형을 보여준다. 3~4. 기존 집의 실내 5. 기존 집의 정원과 외부 화장실 그리고 앞집의 벽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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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겁 없는 재생코드

빨간 조적벽돌쌓기 디테일의 느낌이 연장될

새로 세운 철골기둥은 류춘수 소장님의

한다는 생각으로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버릴까

앞서 온전히 남겨야 할 것은 길가에 접한 외부

디테일을 참고했다. 조경이 빼어난 <소월재>의

설계 초기에 국민주택의 기본개념을 넘어서야 고민도 하고 욕심을 부렸고 무엇을 새롭게 덧붙여볼까 고민하던 차에 나는 지붕선에

대해 집중을 했다. 어느 쪽으로 경사를 주어야 할지 지붕의 재료는 무엇으로 할지 모두가

뒤죽박죽이었다. 일단 지붕 경사면의 재료도 관심거리 이지만 <소월재> 처마를 보면

‘소월디테일’이 보일 것이다. 길게 내민 지붕과

그것을 받치는 까치발 서포트 철물들. 아무리 적은 예산이라도 할 것은 하고 싶었다. 사실 늘상 얘기하는 전통적인 지붕처마의 선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기보다 모든 외벽의 선이 확장되어 긴장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모든 벽에 달려 있는 수직 벽의 강조는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기존 집의 철거에 벽돌 벽체인데 시각적으로 기존 집에 비해

두드러져서 일정 높이에서 자르고 건물 본체와 나무 디테일로 연결하는 장식을 사용했다. 집은 전체적으로 작은 매스의 조합이지만

외부의 시선에서는 더 길게 보이고 긴장감이 살아있게끔 끝선들을 놓치지 않고 건축화

시켰다. 지금 와서는 겁 없는 재생코드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나름 진지한

밸런스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2층으로 오르는 외부계단도 기존 화단의 구성을

그대로 살려 어느 정도 화단을 디딘 후에 철재 계단은 최대한 앞집 담장 측으로

붙여서 만드는 아이디어 차원의 접근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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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A안 정면 스케치 7. A안 1, 2층 평면도

한계령휴게소의 나무와 철골을 접합한 기둥

마당은 사실 자투리 모양의 땅을 살린 것으로 2개 층에 걸쳐서 8개의 정원을 개념적으로 부각시켰다. 건축주에 의해서 지금처럼

활성화될 것이라고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는 전적으로 대지현황에 따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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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자갈한 이야기 넘치는 마당 만들기

시멘트몰탈 법면의 벽에는 서울 원서동 옛

건축주로서는 얼마의 돈으로 보상비가

잘 활용해야지 하는 생각은 가졌지만 그

가지가 15년째 무성하게 자라나 사계절 색다른

없는 가보일 것이다.

사실 네모나지 않은 대지와 첫 대면 후 이를 방법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매스 외에 모든 외부공간을 크고 작은 정원의 성격을 갖는 8개의 마당으로 자갈자갈하게 구획하였던

것이다. <소월재>에는 큰 소나무, 단풍나무,

능소화, 대나무, 야생초 등 가히 도심 속 작은 식물원과 같은 건축주의 마당 가꾸기 철학이

배어들어 봄가을이면 화려함의 절정을 이루어 동네 작은 공원으로 거듭난다. 실로 풍요로운 정원이 아닐 수 없다. 이 작은 정원에 있는

돌수반에는 동네에 둥지를 튼 여러 새들이 찾아와 잠시잠깐 목욕하며 휴식을 취하는

곳이기도 한데 자연스러운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앞집과 경계를 이루는 허름했던

공간사옥의 벽에 뿌리를 둔 담장이 넝쿨의

벽면의 경관을 이룬다. 이렇듯 1970년대에

책정돼도 내주기 아까운 재산이고 내놓을 수

만들어진 주택이 이제는 자연의 생명력까지

갖추고 완전하게 재생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월재> 집이야기는 내부에 사는 사람을 담는 이야기와 더불어 이렇듯 외부에는

풍요로움이 가득한 자연의 이야기까지 있으니 지금 건축주는 무엇이 부러울 게 없을 것이라 느껴진다.

사실 집도 사람도 가족도 서로 닮아갈진 데

15년의 세월이 흘러 마치 주택가 무릉도원처럼 만들어진 <소월재>의 가치는 ‘건축의

근원적인’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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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B안 정면 스케치 9. B안 1,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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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상인의 관계

심심상인心心相印, ‘말 없는 가운데 마음으로

서로 뜻이 통한다’는 뜻처럼 건축주는 선뜻

건축가에게 공사까지 책임져달라고 공사비의

50%를 선금으로 내놓았던 기억이 난다. 나름 상큼한 출발이었고 애초 설계부터 시공까지

어느 하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참 아이러니하게도

시공자에게서 문제가 생겼다. 절실한 친구이자 새 출발을 기약한 시공사 사장이 계약금을 받고 잠적하고 말았다. 공사비 절감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대조동 빌딩과 동시에 공사를

시작했는데 설계자로서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고 이를 해결하려고 두세 배

이상의 각고 끝에 무사히 공사를 마쳤다. 서로 믿고 맡기고 열심히 하고 싶었던 <소월재>의

공사는 정말 진퇴양난의 극적인 드라마 같은

프로젝트였다. 건축가로서 공사 기간 내내 힘에 부친 프로젝트였지만 초심은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고 더욱이 기대하지 않았던 인천광역시건축상을 받게 10

되어 조금이나마 건축주에게 보답한 것이라 위로했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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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소월재 초기 외관, 사진 우측의 능소화가 막 자라오르고 있다. 11. 완공 당시 주 정원에서 바라본 거실과 현관


재생과 ‘Re-’에 대한 생각

2016년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주제는 ‘재생’이었다. 동 행사의

운영위원장으로 참여했던 내게 이 행사는 ‘재생’에 대한 개념정리의

기회가 되었다. 한국어로 ‘재생’은 낡거나 버리게 된 물건을 가공하여

다시 쓸 수 있게 만든다는 뜻이고 유사어로는 회생, 재현, 소생 정도가 있다. 하지만 영어로 재생은 조금 다양하고 어감으로도 틀려 보인다.

renewal, regeneration, reformation, reproduction, recycle 등 경우에 따라 뜻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Re-

’라는 접두어의 의미이고 ‘무엇을’‘어떻게’하여 목적과 기대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따라 재생의 의미는 사뭇 다르게 해석된다. <소월재>의

재생은 ‘다시 고쳐 쓴다’는 단순한 행위의 표현이 아니라 새로운 기능과 요구사항을 적용하고 공간적 확장과 자연의 요소를 적절하게 건축과 조화시키는 다양한 시도가 포함되는데 이것은 재생의 진정한 뜻을 실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세운상가와 같이 거대 프로젝트의 경우

‘무엇을’‘어떻게’까지는 제시하더라도 그 목적과 기대에 대한 가치가 또

다른 차원의 도시 건축적으로 복잡한 해석에 의해 평가되고 결과적으로 효과도 느끼기 힘들어질 경우 ‘재생’이란 명칭 자체는 축소되고

개발론적인 이슈가 오히려 대두되는 역설적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재생’이란 단어와 그 사용은 <소월재>와 같은 분명한 대상과

방법과 결과에 대한 기대, 그리고 역사적 흔적과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일관성을 가진 ‘재생’만이 현실적으로 재생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15년 전의 <소월재>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정한 ‘재생’의 사례로 남겨지려면 소중한 <소월재>의 ‘기록’을 통해서 한 번 더 ‘회생’을 기대해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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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소월재 2층의 까치발 기둥 디테일 13. 완공 당시의 필로티 하부공간과 주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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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3부. 소월재, 2003~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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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개요 건축가: 박민철 설계팀: 곽은석, 서성훈, 안소영, 김정분, 김재윤, 박윤근 대지위치: 인천광역시 남구 주안동 515-8 건축면적: 75.45㎡ 연면적: 110.20㎡(1층: 신축-12.64㎡, 개축-62.81㎡ / 2층: 신축-34.75㎡) 건폐율: 40.13% 용적률: 58.62% 규모: 지상2층 구조: 조적식+구조보강(1층), 경량철골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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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 전경 2. 1층 평면도 3.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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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을, 단풍이 짙게 밴 담쟁이가 집을 둘둘 말고 있다. 5. 정면도 6. 좌측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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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외부계단과 필로티 하부


8 8. 집주인이 직접 만든 아궁이와 굴뚝, 담쟁이는 소월재의 또 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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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층의 에코 차양막(집주인 직접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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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거실에서 본 주 정원과 앞집 벽면의 담쟁이 11. 1층 거실과 주방 12. 2층 방 앞의 포켓 마당과 가구 13. 2층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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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필로티 하부 공간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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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주 정원에서 바라본 소월재 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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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단 우측에 보이는 개구부의 범상치 않은 계단이 시간향건축 입구이다.


Special Report | Architect

4부. 건축가 박민철

박민철은 이공건축에서 치열하게 건축수업을 거치고 삼우설계에서

넓고 커다란 건축을 경험하면서 건축실무의 레이어를 두텁게 쌓았다. 1996년 결성된 건축예술비평운동그룹 간향의 일원이었던 인연으로

2000년 ‘간향건축’을 시작하였다. 건축과 더불어 책을 만들고 글 쓰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해 ‘1년의 한 권’만들기 목표로 12권의 책을 내면서 1단계가 1990년도에 이루어진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해외건축여행을 자주 떠나는데 2003년 그가 흠모하던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프랑크푸르트 수공예박물관을 3번째 갔을 때 늘상

방명록에 긴 감격 스토리를 써내려가던 자신의 손이 거짓말처럼 하얀

백지를 남긴 채 돌아오게 됨을 보게 된다. 누군가가 그에게 ‘왜 또 왔어. 이제 네 건축을 해야지!’라는 말이 귓속을 울렸다고 말한다. 그 후

초지일관 ‘박민철의 건축’을 하려고 노력한다. 부족하지만 만들어가며 ‘다운건축론’을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다.

2006년 드디어 묻혀 버릴듯하던 함평재래시장 리노베이션이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것이 그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단순히 건축물로 본 것이 아니라 50년 된 허름한 시장 건물들을 도시의

활력이 넘치는 좋은 장소로 평가받았다는 것이 그에게는 무척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로써 건축가가 건물만 설계하라는 속박에서 스스로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이공건축에서 배운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으로 2004년 <소월재>가 인천광역시건축상을 받은 것을 필두로 2006년 한옥 <하루헌>이 서울시건축상을 받았고,

<송탄기쁜교회>로 평택시건축문화상 대상을 받았다. 박민철은 이제껏 기독교관련 예배당과 부속건물 설계만 12개 넘게 준공되었으니 이를 축복받은 일이라고 자평한다. 그는 쑥스럽게도 입당예배 때마다

목사님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을 생생하게 기억해낸다. 또

하나의 다른 좋은 기회는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해외설계를 자체적으로 수주하여 여러 개의 해외작품을 수행한 경험이다. 2008년 리비아

트리폴리 근교 자위아대학교 설계공모에서 당선되어 선배들의 중동 대수로 공사이후 새로운 세대가 시도한 뜻깊은 경험을 했는데 이는 중동 이슬람 문화를 바탕으로 설계해야 하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사하라사막 오아시스에서의 비박 여행은 잊지 못할 건축경험이라고

술회한다. 이공건축과 삼우설계에서 배운 두려움 없는 시도가 일본, 중국, 인도, 태국, 미국, 아프리카, 브라질까지 오가며 설계의 장을

넓힌 것은 그에겐 작은 자부심이기도 하다. 우연히도 인도 첸나이에는

자동차공장과 더불어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한국 건축설계사무소를 설립하여 지금도 같이 작업하던 소장이 현지 대표로서 잘 운영하고 있으니 참 재미난 도전이었다고 기억해낸다. 한편 박민철은 40대

후반부터 한국건축가협회 이사를 맡아 이제까지 12년째 활동해오고

있다. 개인적인 네트워크 만들기라기보다 하고 싶었던 일들이었기 때문에 더 뜻깊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2010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상과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장을 수상했다. 현재 시간향건축의 대표이다.

박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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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5부. The PROJECT Story 1. 마포농수산물시장 리노베이션

2002 한·일 월드컵의 축구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던 2001년 가을쯤 신축 상암월드컵경기장 길 건너에 있는 마포농수산물시장 건물이 옥의 티로서 여러 차례에 걸쳐 개선과 이전 논의가

활발하였다. ‘새로 지어야 한다’, ‘외장을 다시 하자’, ‘다른 곳으로 이전 시켜라’ 등 묘안이 필요하던 시기에 물류 전문가의 요청으로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다.

우선 실내의 물류적인 개선은 ‘핵 점포’의 거점을 새롭게 넣어 해결하였고 외관을 고치거나

새롭게 리노베이션하기보다 샌드위치 판넬 건물에 단순한 페인팅으로 커버하고 상암 경기장의 건축개념인 방패연을 상기시키면서 전통 가오리연 모양의 막구조로 축구의 축제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다이나믹하게 높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마침 상암 경기장을 설계한 류춘수 소장님의 이공건축 재직시 배운 막구조 기술을 펼칠 기회이기도 했다.

당시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월드컵 경기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마포구청장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고건 당시 서울시장에게 건의했으나 공사기간이 여의치 않아 실현되지 못한

프로젝트이다. 방패연은 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반면 옛 장터의 이미지를 살리는 막구조를 이용한 동적인 이벤트의 연출이 가능하였더라면 기능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오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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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의 짧은 월드컵 경기 이벤트를 위해 기존 시설을 없애거나 이전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한계

상황에서 좀 더 건축적인 기발한 리노베이션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시장 외관의 2차원적 보완 디자인으로 이 프로젝트는 월드컵 경기 기간을 땜질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되었다.

2. 아제르바이잔 바쿠국제공항 리노베이션

2007년 5월 불의 나라로 잘 알려진 아제르바이잔에 바쿠국제공항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가 실행되었다. 한국의 U건설사와 막구조 전문회사인 마크막스코리아와 공동으로 제안한

프로젝트로서 중앙 1Block Zone의 Land Side 입출국 홀과 2,3,4,5 Block의 Air Side 탑승동의 리노베이션이었다.

일단, 불의 나라라는 국제적 명성을 막구조로 표현하기 위해 불꽃을 상징하는 막구조를 덮어

영원히 꺼지지 않는 강렬하고 화려한 이미지 변신을 개념으로 시도하였다. 특히 랜드사이드에

있는 주차장 광장은 쉐도우 파킹이 이루어지도록 4개의 불꽃 막구조와 어울리도록 조형적 조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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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며 디자인 했다.

외국 프로젝트가 항상 그렇듯이 정확한 정보와 프로그램 그리고 요구사항Requirement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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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포농수산물시장 입면 스케치 2. 바쿠공항 배치 스케치 3. 바쿠공항 블럭A 단면 스케치


디자인하는 과정과 회의, 먼 나라를 방문하며 진행하는 개척정신이 늘 불안함 보다 호기심과 성취 의욕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건축의 미완성’교향곡으로 즐긴 프로젝트이다.

디자인적 특징이라면 중앙 수속 광장에 V.I.P 라운지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왕족들의 권위가 존재하는 바쿠의 현실을 반영하려 V.I.P 라운지와 수속 카운터는 화려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디자인하였다. 물론 주차장 막구조는 미래지향적인 사용자를 위한 그늘 공간과 원형의 파고라가 시도되었고 국내선의 출입구 상부 막구조 디자인은 하이테크한 반복의 미와 가볍지만 자연의

빛이 살아있는 출입 프론트 공간은 국제선과 대비와 조화를 생각하며 디자인 했다. 아쉬운 것은 상세한 기술 분야 파트너와 같이 설계가 진행되지 않아 중앙관제센터와 탑승 비행기의 시각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도시에서 공항으로 진입하는 도로공사의 전체 토목공사가 공항 리노베이션에 걸림돌이 되어 본 설계로 이어지지 못했다.

3. 함평 재래시장 리노베이션

2006년 완공된 함평재래시장은 사실 건축가에겐 꿈같은 일이었다. 2003년 첫 스케치를 가지고

군수실을 찾아간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나의 아이디어를 공감해준 그 당시 군수가 있어서 가능했다. 모 방송국 PD출신이었던 군수의 의사결정이 정말 신의 한수였다고 할 수 있다.

함평은 온통 ‘나비’를 주제로 하여 낙후되어가는 농촌을 살리는 의도가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고 있는 때였다. 그래서 함평재래시장도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을 만들려던 순간에 나의 건축 4

제안이 그 길을 막아섰던 것이다. 세트장보다는 더 항구적이고 오래가는 시장, 함평의 모든

산업, 환경, 상업, 문화가 집중된 시장의 리노베이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공감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를 공존하는 디자인 개념이 현장에 있는 분들에게는 당장 불편함으로 공감되지 않더라도 나에겐 가장 큰 작심이었다.

설계의 가장 큰 주안점은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인 만큼 30%의 점포도

살아있지 않은 현실에 물류전문가의 점포 재배치와 문화적 쉼터, 화장실 등의 후방 지원시설들이 필요하였다. 하지만 동네 앞, 뒷집 사는 이웃끼리 오랜 세월 지켜낸 텃세를 버리고 새로운 점포로 장소를 옮기는 문제는 심각한 저항에 부딪쳤고 네 차례의 청문회를 거쳤는데도 글을 모르는

80세를 넘은 어르신들은 ‘기억이 안 난다’,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등 정상적인 공감이 어려웠던 것이 큰 고충이었다.

다음으로 옛 정겨운 장터의 모습을 다시 재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막구조 지붕을 중앙부에만 5

설치하였고 가장자리에는 그전 모습대로 사용되길 바랐다. 하지만 천막지붕이 있는 장옥과

없는 장옥 사용자 간의 불만이 불거졌는데 이것이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었음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 울긋불긋한 옛 모습이 시장 주변 언저리에 재생의 모습으로 보였을 때 의도한 개념이 되어가는구나 안도했다.

다음은 화장실의 배치 문제였다. 시장상인들은 너도나도 냄새나는 화장실을 자기 장옥 옆에 두기를 원하지 않았다. 여러 번의 수정을 통해 장옥과는 가능한 먼 곳에 위치시킬 수밖에

없었다. 시장 전체가 군청소유이지만 평생 삶의 터였던 장터의 보이지 않는 재산권 주장에 밀려 정말 힘든 프로젝트였다고 기억된다. 당시 어느 공무원의 말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감당하기

힘든 프로젝트가 있다면 ‘시장’, ‘화장실’, ‘화장터’ 등 ‘장’자가 들어가는 것이라 하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다음은 막구조의 기술적 문제였다. 사계절에 노출된 구조로서 따뜻한 지방에 주로 많이 사용되는 아주 적절한 재료가 막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막구조는 몇 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새벽에 여는 장터는 추운 겨울 드럼통에 나무를 때며 추위를 달랜다. 이때 뜨거운 열기가 막구조 내부 표면에 닿으면 결로현상으로 물방울이 생기고 경사진 지붕을 따라 결로수가 떨어질 때도 있고 중간에 떨어지면 상품에 손상을 입힌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여러 가지 기술적 해결점을

찾긴 했지만 추가 공사비와 자기 시설이 아닌 상인들에겐 스스로 해결하는 것 보다 민원신청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좀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천변에 세워진 장터는 50년 동안 도로의 침하로 인해 임시방편으로 도로 위에 여러 겹의 포장이 계속 시행되다 보니 시장 주변의 구옥의 출입 레벨보다 30~50m 정도 도로가 6

높아졌고 도로레벨이 시장레벨보다 배수레벨이 높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물론 도로 4. 함평재래시장 전경 스케치 5. 함평재래시장 전경 사진 김태오 6. 함평재래시장 막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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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포장 및 도로포장 개선 사업이 동시 이루어졌지만 토목 관계 부서도 레벨을 높이면 가옥의

침수가 우려되고 낮추면 공사범위가 엄청 커지고 난이도가 높아지는 현실적 문제와 충돌하였다.

결국 시장바닥의 자연 배수 기울기를 깊게 추가로 시공하여 해결하였다. 산 너머 산처럼 재래시장 리노베이션의 해결 방안은 정말 발 벗고 나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함평재래시장처럼 전통 장옥이 남겨져 있는 시장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관심이

높아졌고 막구조로 특징 있는 시장 설계가 태안 안면도수산시장, 나주 해보재래시장, 속초시장

등 여러 곳에서 시도되었다. 함평재래시장의 구상부터 지어지기까지 그리고 지금 사용되기까지

낡은 옛것을 소중하게 살리고 보존하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건축의 재생이라기보다 삶과 문화의 활력소를 재생시킨 좋은 프로젝트이다. 이렇게 보부상처럼 3년을 다닌 덕에 나는 함평군의 명예 군민이 되었다.

4. 사이판 월드리조트 호텔 리노베이션

한국의 월드건설이 심혈을 기울여 사이판에 관광숙박 및 레저 시설에 투자하는 프로젝트이다.

선진엔지니어링과 공간건축에 지명공모를 하였다. 선진엔지니어링은 간향건축을 디자인 파트너로 선정하고 함께 한달 여 기간 안에 현장에서 스케치하며 사이판 법규 및 경쟁시설과 차별화를 찾아 설계제안을 하였다. 기존 250여 객실을 계단식 테라스가 있는 스위트룸을 만들기 위해

25개 정도 줄이고 그 대신 오른쪽 부지에 별관의 원형 타워의 89실의 새 호텔을 추가하여 기존

시설의 한계를 극복하였다. 건축주는 카지노 시설과 워터파크를 추가하기를 원했고 대표적 종합

리조트로 운영되는 시설이고자 하였다. 기존 호텔이 가지고 있는 1층 진입교통의 문제를 해소하는 매력적인 프론트, 라운지 공간을 드라마틱하게 제안했다. 이공건축 재직시 해남의 남방지역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해변에 접한 장점을 살려 기능을 극대화 하는 설계를 제안했으나 결국 공사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채택이 안 된 아쉬운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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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울산시민교회 교육관

규모가 제법 큰 울산시민교회는 그 즈음 본당 근처 사거리 코너에 7층 건물을 매입하였다. 외관이 알루미늄 판넬로 지어진 본당도 신도 수에 비해 내부기능이 원활하지 않고 본당의 분위기 또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기능개선의 우선순위가 매입한 교육관 건물을 먼저 활성화 하는 것으로 설계 방향이 잡혔다.

교육관 건물로 구입한 건물의 평면은 놀랍게도 평면짜기가 어려운 부채꼴의 1/4호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층별 용도를 설정하였다. 접근이 쉽고 이용 빈도가 높은 소강당, 카페를 1층에

설정하고 2층은 실버세대들의 전용공간, 3,4층은 본당에서 부족한 소예배실과 부속실을, 5층은 가장 관심을 두는 어린이 도서관을, 6층은 전도사들과 행사 후 임시숙소로 살 수 있도록, 7층은 전시 및 집회가 가능하게 평면을 설계했다. 물론 건물의 외관 리노베이션이 건축적으로는 가장

핵심이지만 교회의 기능 공간 쓰임 순위에서 뒤로하고 제안 설계만 하였다. 무엇보다도 1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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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의 문화적 기능의 재생과 지역사회의 교류공간의 공간계획이 중요했다. 소강당의 활동과 다양한 카페모임의 간섭을 막기 위해 큰 벽을 세우고 공간분할을 시도했다. 외부 경관이 좋은 카페는 위치는 좋았지만 햇빛의 유입이 사용자에게는 과다하여 건물 외관을 갤러리 개념의

이중외피를 덧대는 것으로 제안하였고 기존 띠장의 한계를 수직적으로 변환시키고자 디자인했다. 가장 관심을 가졌던 5층 어린이 도서관은 울산의 명소가 되도록 오픈 평면으로 어린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기보다 즐기고 뛰고 노는 공간의 정글 속에 흥미로운 체험이 가능하게 되도록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책이 있는 어린이 정글’처럼.

건축적으로 새로운 시도는 마지막 7층이었다. 다양한 행사가 가능해야 했기에 옥상층을 오픈시켜 높은 천장을 만들고 우수에 대비해 고측창으로 간접 채광을 차용했다. 매우 고상한 공간이긴 하지만 절제되고 빛의 흐름에 공간이 한층 입체적으로 보였으면 하였다. 실리적인 교회 운영

마인드를 가진 목사님 생각대로 본당의 본격적인 리노베이션과 교육관 외관은 아직 못하고 있다.

6. 하루헌

한옥을 다루는 설계와 시공은 건축가에게 그리 쉬운 일도 흔한 일도 아니다. ‘서울 북촌 살리기 운동’으로 최근 기존 한옥에 대한 보존과 개조의 관심이 높아지긴 했어도 이해 당사자가 아닌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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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이판호텔 로비 평면 8. 울산시민교육관 6층 교역자숙소 평면 스케치 9. 울산시민교육관 5층 어린이 도서관 평면 스케치


바에야 모두들 들러리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북촌 이외의 도심 한옥은 서울시의 보상도, 관심도 없이 홀로 그 자리에서 운명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간간히 예술인이나 외교관 그리고

한옥의 아름다움을 찾는 몇몇 안 되는 사람의 특별한 애착으로 새롭게 단장되긴 하지만 그 정도로 한옥의 골목과 건축미학이 재생될 리가 만무하다.

옥인동 하루헌이 있는 이곳 골목도 인왕산자락을 배경으로 궁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옛 주거지이긴 하지만 절충식 한옥이 겨우 4채 연속된 정도이지 옛 모습은 찾기 힘든 곳이다. 이렇게 도심 속에 남겨진 한옥의 재생은 그 법식이 학술적인 가치가 있지 않은데다가 새로 신축이 불가한 딱한 10

실정으로 열악하게 지어진 그대로를 근간으로 하는 작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작업의 한계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속절없이 기울어진 기둥을 바로 세우고, 오염된 목재를 깎고 교체하면 한옥의 아름다운 선과 향기가 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서두름이 앞섰다. 하지만 시작이 되고나서부터 손을 대는 곳마다 서로 짜 맞추어진 곳곳마다 병들어 한옥이 그동안 겪은 세월의 하소연을 애써 나에게

말하는 듯 했다. 이렇게 시작한 하루헌의 탈바꿈은 문화재도 아닌 이 시대 한옥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한편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건축을 하며 가장 두려운 것이 바로 한국건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었다. 1980년대 대학교육은

서양건축사 위주로 한국건축사를 외면하고 서구 건축사상과 사조에 편중되어 그나마 한국건축을 이해했던 기회는 몇 안 되는 답사형식의 여행을 통해서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공건축

재직시절인 1992년에 <남한산성한옥>의 담당설계자로서 처음 디자인에 임했을 때는 즐거웠지만 정말 곤혹스러웠다. 그 후 한국문화재관리 보존기술진흥협회 주관 ‘한국건축기술사강좌’를 통해 겨우 한국건축현장의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이 정도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경험이었다. 어느 날 나의 은사인 조영무 박사가 주신 <한국목조건축설계원론>(조승원·조영무 지음, 1981) 속에서 다음의 글을 읽고 나서야 진정한 한국건축을 하는 자세와 비결을 깨닫게 되었다. 이 대화는 도목수 한성룡 선생과 저자인 조승원 옹이 처음 목수에 입문할 때 나눈 문답 내용이다. “선생님 처음 배우실 때 어떤 방법으로 이치를 배우셨습니까?”

“자필과 자는 구조의 이치를 깨우친 다음에야 소용될 터니까 당장 준비할 필요가 없고, 우선

돗자리 한 장과 목침 한 개만을 준비하면 돼. 알고 싶은 건물을 찾아가서, 그 처마 밑에 돗자리를 깔고 목침을 베고 누운 다음 자세히 관찰하게나. 백일 동안 작정하고 말이야.”

이 문답으로 나는 언제나 한국건축이 내재하고 있는 선조들의 기예인 유형과 무형전통을

발견하고, 학술적 법식에 의존하지 않고 영기에 넘친 감각을 찾는 그 익명의 한옥 목수들의 흔적을 어느덧 자신 있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하루헌의 주인은 이곳을 개인 서재로 쓰려 하였다. 그리고 청빈한 학자의 이미지를 내세우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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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하루헌 담장위 목재차양 스케치 11. 하루헌 개념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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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사치하지 않고 초라하지 않은 소박한 서재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한옥이 가진

아름다움을 현대에 맞게 재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헌은 그래서 과거의 의식주 생활공간의 이미지 보다는 서재에 걸맞게 평면의 구성부터 재편해야 했다. 당연한 요구들이지만 현대와 과거의 만남은 여기서부터 치열하게 부딪치게 된다. 비록 한옥이라는 틀 속에 공간이 규정되어 있지만 간벽의 가변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하여야만 했다.

우선 첫 번째 선택은 부엌-식당-거실의 현대적 평면구성으로 기존의 부엌-안방-대청-건넌방을 하나의 공간으로 재편하는 것이었다. 용도에 따라 바닥의 높낮이가 다른 것을 하나의 레벨로

정리하고, 천정은 공간감을 위해 오픈시켜 리듬 있는 서까래가 노출되어 자연스러운 의장요소가 되도록 했다. 이 공간은 마치 40평 아파트의 거실 느낌을 줄 정도로 공간이 살아있는 성공적인 메이저 스페이스가 되었다.

두 번째 선택으로 마당의 재현이다. 한옥의 원형에서 자기가 살아가는 집을 우주의 중심개념으로 본다면 마당은 그 중심의 핵이고 소자연이 되는 것이기에 중요한 재현선택이었다. 그래서

절충식으로 연탄광과 화장실이 된 마당의 애물단지는 기존 자투리 내부공간으로 옮기고 소나무와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주인은 겨울과 봄을 지내면서 창으로 본 이 마당이 가장 아름답다고 할 정도로 이 재현은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세 번째는 자투리 공간의 활용이었다. 수납과 화장실 기능이 한옥의 가장 문제이지만 기존의

버려진 소극적 공간을 하나도 버림 없이 씀으로서 놀라운 기능성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재의 책꽂이와 에어컨 박스 그리고 CD장과 그림액자들이 기둥과 기둥 사이 벽안 선에 맞추어 숨겨져 있어 공간의 간결한 경계를 흩트리지 않고 있다.

네 번째는 목재와 건축 디테일의 해결이었다. 우선 거실의 시스템 거실 창은 그 두께가 기둥

보다 넓어 돌출되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상방과 하방을 덧대 해결했고 기울어진 기둥과 알루미늄

시스템 창틀의 벌어짐을 교묘히 고재로 수직을 맞춘 것은 새로운 시도였다. 그리고 계속 움직이는 목재의 수직과 수평의 오차를 극복하는 문선과 목재처리기법은 흉내만 낸 가짜 디테일을 원래의 법식으로 환원시켜야 했다.

7. 세운상가 국제공모전

처음부터 참가에 의의를 두었다. 사무실까지 세운상가 바로 옆에 차리고 을지로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터라 아이디어 공모전 참가 자체는 흥미로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망스러운 것은 공모전 지침이었다. 디자인 범위가 고작 가·나·다·라 동의 연결 브리지 기능

회복과 세운상가의 가장 특이한 3층 양측 보행전용 데크를 살리는 대안제시였다. 그리고 1층

레벨의 남·북을 잇는 녹지축과 포켓주차와 확폭 정도였다. 사실 세운상가 주민과 입주한 상인을 위한다기보다 방문자를 위한 시설을 구상하는 것이었다.

세운상가의 첫 준공식 때부터 남·북을 잇는 녹지축(남산과 종묘)은 존재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3층의 브리지와 데크는 도시적 맥락에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사로Dead Road였다.

그래서 가·나동을 잇는 데크는 음성적 잡지거래와 사람들이 빈번히 찾지 않는 포스터 제작소와

고무 패킹 등 잡상점들이 창고로 사용을 했던 곳이다. 특히 하동인 진양상가는 데크를 애초부터 주차장으로 쓰고 있어 연결 브리지도 공사하지 않았다. 주거층에 있는 주민들은 건축개념적인 공중정원과 옥상 놀이터에서 충분히 수용되었고 3층 데크는 썰렁한 페이퍼 개념에서 나온

산물이었다. 그 당시 세운상가는 서울 장안에 화제이고 중심지였기에 높았던 주거층에서 데크로

탈출하는 소방훈련을 할 때면 엄청난 구경꾼들이 몰렸고 신성일, 김진균 씨가 나오는 영화 촬영할 때는 데크를 꽉 채울 정도의 진풍경을 연출하곤 했다.

어찌했든 서울시가 제시한 공모전의 범위 자체가 상인들과 주거민들 영역과 관계되지 않는 제한된 범위였던 소극적인 대안을 요구했다. 특히 1층 레벨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나마 활성화되어

있는 차로를 접한 가장 비싼 점포를 없애고 차로와 포켓주차장을 확보하는 지침은 쉽게 납득가기 힘든 내용이었고 현실성이 너무 없었다. 2014년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도코모모 국제 컨퍼런스

행사를 개최하여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교수, 전문가가 참여하는 워크숍과 투어, 학술 발표대회를 하였고 2016년에는 세계도시건축학회에서 국제심포지엄을 열어 세운상가의 현실과 미래 그리고 재생의 실마리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있었다. 이를 통해 풀기 힘든 서울 한복판의 도시재생의 기법을 찾는 중요한 근거를 마련했다. 근대건축보전협회인 도코모모가 제시하는 재생기법의 116

12. 세운상가공모전 3D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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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계인 ‘기록’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해 보이고 세계도시건축학회에서의 심포지엄 결론으로 내린 이 지역이 아직 소생이 가능한 세계적 장소로서 인정된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지금도 세운상가가 바라다 보이는 지척에서 일하며 ‘재생을 넘어 소생’을 꿈꾼다. 세운상가 공모전은 3인의 공동 응모작이었다.

8. 간향 스튜디오

25년을 살던 홍대 앞 본가를 개조하여 80평의 호사로운 설계사무소에서 2001년부터 둥지를

틀었다. 아버지가 1974년에 지어놓은 주택인데 특이한 것은 땅을 파지 않고 마당에 흙을 높여

지하층을 만들어 최대의 공간효율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나는 ‘경사대지에서의 지하층’이 갖는 설계에 주안점을 두고 접근하였는데 기술적이고 법적인 제한을 넘어 가독성과 효율성, 그리고 건축주가 누리는 ‘투자대비 효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곳 주택에는 지하에 주차 2대의

공간이 있었는데 이 장소를 ‘갤러리’로 꾸며 전시와 다양한 회의, 설계 작업이 가능하게 하였다. 13

천정은 낮았지만 바닥을 3m정도 파서 해결하였고 다시 지하층 레벨로는 경사로를 설치하였다. 모든 벽과 천정은 노출시켰는데 가장 재미난 마감은 벽체에 몰탈로 마감을 하기 위한 나무격자 프레임을 고정한 기술이 노출되어 ‘옛 마감’이 주는 정감 있는 디테일을 만끽 할 수 있었다.

비록 좁고 낮은 지하지만 장독대를 휴게실로, 보일러실을 잠자는 방으로, 큰 창고를 설계실로

꾸며보았다. 그리고 운전기사 가족이 살도록 했던 방 2개는 내 방과 게스트가 쓰는 프레젠테이션 방으로 꾸몄다. 공간이 크고 작은 것에 대한 조건보다는 살던 곳을 고쳐서 쓴다는 재생의 개념적

접근이 강했던 기억이 난다. 지상층은 원룸으로 옛 평면을 그대로 살리면서 디자인을 하여 임대를 시작했고 공용공간이 된 마당을 하늘마당이라 하여 장독대 휴게소에서 오르도록 연결계단을 두기도 했다. 지하지만 분위기 있는 장소로 탈바꿈하는 과정 속에 직원들과 방문자들에게 자연스러운 재생의 활력과 즐거움을 나눠줄 수 있었던 추억의 장소이다. 14

15

9. 분당 화삼재 주택

이 작품은 디자인이나 기능과 같은 건축설계와 관계되기 보다는 우리가 살면서 ‘재생’이전에 ‘관계와 고집 그리고 순리’라는 기본적 사회성에 관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2005년 분당

특별주택시범지역에 있는 이 주택은 분당신도시계획지침에 따라 선택된 건축가에게 지명설계를 맡긴 후 시공되어 후분양 방식으로 외국의 사례와 유사하게 시도되었던 주택이다. 단지 내의 16

독특한 외형과 평면이 세상에 알려지고 분양을 기다린 지 10여 년이 지나 도시계획의 의도대로

13. 간향 스튜디오 출입구 스케치 14. 간향 스튜디오 갤러리 스케치 15. 간향 스튜디오 평면스케치 16. 화삼재 입면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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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고 역설적으로 여러 집이 팔리지 않았다. 땅값은 특별지역이라 기대심리로 높게 오른 반면 살 사람의 생각과 용도, 기능 모두가 맞지 않는 기현상의 단지로 화제가 되었다.

대지와 주택을 구입한 건축주는 나름 리노베이션을 해서라도 살아보겠다는 심산으로 매입했고

내게 설계의뢰를 해왔다. 특별구역 지침에 따라 건축심의를 신청하였고 동시에 지침내용에 따라 원 설계자에게 설계변경 동의를 받아야했다. 하지만 건축심의에서 원안대로 통과가 됐는데도

원 설계자는 원형을 바꿀 수 없고 어떠한 디자인 변경도 해선 안 된다며 여러 차례의 접촉에도

의사를 굳히지 않았다. 그때서야 성남시 건축과는 특별구역지침이 너무 오래되고 시대와 동떨어져 많은 수정을 통해 현실적으로 변경 공고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문구가 미처 수정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나는 설계를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중단하였고 건축주는 새로운 꿈과 사용에의

17

기대를 포기하였다. 잠시나마 임대를 주고 사용하다 몇 년 안 되어 처분하고 말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재생의 개념이 사실 폭넓고 다양하지만 ‘쓰임의 새로운 기대’를 꺾어버리는 잘못된 ‘건축가의 고집’이 순리를 거스르는 악재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10. 헌집 줄게 새집 <다오헌>

2003년 수지 광교산에 고급 주택단지 에스엠루빌을 설계하던 차에 전원주택에 대한 구체적

경험을 하기 위해 문득 내 집을 지어봐야겠다는 용기를 가지게 됐다. 경사지에 최고급은 아니라도 준수한 정원 주택단지여서 입지나 산세가 좋았기 때문이다. 멋쩍은 나의 제안에 개발사 사장은

‘하면 해볼 텐가’하며 대지구입과 시공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아무생각 없이 모든 것을 팔고 올인하여 2003년 광교산자락에 ‘휴식이 있는 집’으로 《리빙센스》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연녹지 20% 건폐율인데 앞서 소개한 간향 스튜디오와 마찬가지로 지하를 이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단지는 약간 구릉이지만 평지형이 대부분이었고 나는 그때까지 지적 분할만 된 산쪽 경사지를 선택했다.

내 집이 지어진 이후에는 단지 내에서 유독 내집 주변만 모두 건축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땅값이 아주 저렴했던 것도 이유가 되었다. 건축가가 지은 주택이라며 기대가 컸던

아내의 생각은 나와 늘 빗나가 지금도 옥신각신 하고 있지만 그 후로 15년이 지나 아이들이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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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패턴이 달라진 지금에 와서 지하레벨 마당을 과감히 없애고 아내를 위한 방을 하나 더

증축하였다. 그래서 헌집 연모재(수연+시모) 옆에 새집 다오헌을 최근 준공하였다. 그동안 단지

내 여러 채의 주택설계를 하며 다양한 평면의 시도를 하였다. 외관은 목구조로 통일하자고 했기

때문에 외국 목구조 방식으로 하였지만 평면은 달랐다. 우선 펼쳐진 주변 풍광을 어디서나 볼 수 있게 시각적 시퀀스를 생각했다. 특히 현관문을 열면 뒷마당의 데크가 일직선상에 있어 통풍과

전망 모두 살아있는 집을 만들 수 있었다.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는 ‘누마루’의 산바람을 담는

19

20

118

17. 화삼재 입면스케치 18~19. 다오헌 평면 스케치 20. 다오헌 단면 스케치


기법을 찾았던 셈이다. 하지만 지하 취미실 등 잉여공간의 습한 기운을 없애기 위한 선큰 계획도 때로는 자연 속에서 무력해짐을 깨닫는 계기도 되었다.

다오헌은 방 하나의 증축이지만 기존 주택의 삶의 프로그램 구성이 달라지고 삶의 패턴이 변하는 가운데 주택의 평면도 가변성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머지않아 아이들 방이 있는 2층을 부수고 임대 건물로 개축하는 아이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11. 스타제국 엔터테이먼트 사옥

당인리발전소 주변 오래된 구옥을 매입한 건축주는 기존 주택을 활용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필요한 연습실과 다양한 회의실은 새로 지어지는 구역에 넣고 주택에는 대표실과 기획실만 두기로 했다. 나름대로 두는 것과 고치는 것 그리고 새로 짓는 것이 조화롭게 디자인되었다. 이 당시만

해도 아이돌 그룹이나 엔터테이먼트사의 인지가 생소하였지만 칼라가 있는 외관의 패턴디자인과

신소재 개발재료 유리블럭 이중 외피는 세련된 재료의 성격을 가지고 사옥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사용한 것이다.

21

22

12.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현상설계

광화문대로에 문화관광부가 쓰던 옛 건물의 리노베이션이다. 혜원까치건축에 근무하던 시절 디자인한 것이다. 간단한 표피와 개념으로 실내 공간은 역사의 뿌리와 겹겹이 쌓인 나이테를 연상하며 디자인하였다. 물론 외관은 켜를 상징하는 패턴으로 유리위에 새긴 패턴디자인을 사용했다.

23

21. 스타제국엔터테인먼트사옥 정면도 22. 스타제국엔터테인먼트사옥 1층, 2층 평면 스케치 23.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입면 스케치

119


Biography 경력

출판활동

간향건축 대표 / 2008년 혜원까치건축 설계본부장

작가론 발표 / 1989 『실내 디자인의 표현개념과 요소』

1988년 이공건축 / 1994년 삼우설계 / 2000년 / 2011년 GNA 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대표 /

2013년 간향건축사사무소 대표 / 2017년~현재 시간향건축사사무소 대표 학력

1988 『영원히 젊은 건축가 홍순인』 작품집 편집,

번역 / 1990 무크 『간향』 제3집 「건축과 저널리즘」 발간

공동참여 / 1991 『표현주의 건축』 번역 / 1992 『미스 반 데어 로에 유럽건축상』 번역 / 1993 『프랑스 건축』 번역

《건축가》 《건축문화》 《건축사》 《건축과 환경》 《신주택》

《비평건축》 등 다수 매체 기고 / 1994 무크 『간향』

1961년 서울 종로 출생. 리라초등학교, 광희중학교,

제4집 「건축인 30대의 꿈」 발간 공동참여 / 1995 무크

졸업 / 1987년 동대학원 건축미술학과 졸업/ 2008년

『방수의 설계·시공』, 『건축역사의 새로운 발견』 번역 /

광성고등학교 / 1985년 중앙대학교 건축공학과

광운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치유공간에 관한 연구)

수상경력

1986 제5회 대한민국건축대전에서 <막달라마리아 성당>으로 특선 수상

2004 인천광역시건축상 주거부문 우수상 <소월재> 2004 제1회 평택시 건축문화상 사용승인부문 금상 <송탄기쁜교회>

2006 서울사랑 시민상 리모델링 부문 장려상

『간향』 제5집 「건축은 없다?」 발간, 공동참여 / 1999 2001 『건축과 나』 발간 공동참여 참여 건축 작업 국내

1

1990 리츠칼튼호텔

2014 The 기쁜 어린이 문화센터, 인천남구 어린이집,

1989 삼포리조트 콘도미니엄, 가족호텔 1991 대전엑스포 쌍용지구관, 제주남서울호텔 리모델링

<하루헌>

1992 울산 파라다이스호텔

<함평재래시장>

1994 삼성정밀화학복지관, 삼성자동차 본관, 홍보관

2006 제1회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2010 음성군 아름다운 건축 문화대상 금상 수상 <무극교회>

2010 제1회 국가건축정책위원장상 수상

1993 중국 하이난 868 TOWER. 콘도미니엄. 오피스 1995 고양시 농수산물 도매시장 턴키

1998 광주 농수산물 도매시장, 국세청청사, 부산

박민철 (아리랑 아우라지-정선 취락미운동) / 월간

2001 국회 연수시설, 기독교 가정사역 연구소

아파트

2002 송탄기쁜교회, 강릉 씨에스타 호텔, 강화 황산호텔 사업성검토

강사, 현 한국건축가협회 회원 / 2001 월간 《건축인

2003 함평시장정비사업

& I」 초대작가 / 「한국 건축의 자생력」전 초대작가 /

클럽하우스

2004 월드리조트 사이판호텔, 전주컨트리클럽

2004,2006,2008 건축대전 초대작가 / 2001년부터

2005 제주베들레헴 리조트, 의령종합사회복지관 및

건축과 출강

2006 제주 베들레헴 리조트 호텔, 하루헌

경동대학교, 중앙대학교, 숙명여대, 현 광운대학교 ˙서울시 공공디자인 건축 자문위원(MP) ˙중소기업청 시장 활성화 자문위원 ˙격월간 《와이드AR》 운영위원

˙아프리카미래재단 에이즈 퇴치를 위한 스와지랜드 대학 및 병원설계 건축가로서 선교활동

˙서울건축문화축제 운영위원

국민체육센터, 제주 BigTop 공연장

2007 스파이렉스 사코사옥, 음성무극장로교회, 경주MS오토텍 천북공장

2008 사랑해드림교회

2009 영종도 인천공항 3,4단계 아이디어 공모, 영종도 자기부상열차 대안설계

2010 대우조선해양 복합업무지원단지 어린이집, 서울 현대미술관 현상설계

˙도 코모모코리아 부회장/ 2014 도코모모 세계대회

2011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3단계 국제 현상설계, 닻

˙2013 제10회 도코모모 디자인 공모전 운영위원장

2012 남구로시장 현대화 현상설계, 우산리 수목원,

유치 본부장

˙한 국건축가협회 이사/ 기술분과위원장(정책분과, 홍보분과 역임)

˙파주 경관 심의위원

˙신공항 건축 심의위원 120

2017 연남재, 신촌 ANA호텔, 수동 에버힐 주거단지 마스터플랜

해외

2000 일산쉐르빌 ROSE PARE 초고층 주상복합

POAR》 비평전문위원, 건축가 개인전 「Architecture

2016 LBOT 기독혁신학교 및 기숙사, 화성 혜성교회

카지노호텔 지명설계

건축활동

회원 / 월간 《건축인 POAR》 주최 건축민박학교

대치동 도시형생활주택

2018 Invite.L 사옥, 데카르트하우스 힐링타운

1999 인천 송도 신도시 마스터플랜. 강원랜드

《건축인 POAR》 편집위원 / 1998 한국 건축가협회

연제 육아종합지원센터, 석촌빌딩, 와추헌사옥,

감천항 국제 수산물시장

2015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표창장 수상 1990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전 공동참여 조영무,

양평 강상 어린이집,

2015 양평 사랑해드림교회, 게스트하우스, 부산

미술관

소올래 마당, 한국정보진흥원 제주연수원 현상설계

2013 공주 연지헌 주택, 서교동 352-21 도시형생활시설

1. 박민철

1989 말레이시아 사라와크 메인스타디움, 동경 세다가야 아파트

1990 일본 오사카 ORCHICOURT 고급아파트 1991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베르지젤 스키점프스타디움 국제현상설계

1993 중국 해남 2020 골프클럽하우스 1994 중국 해남 868 TOWER 2002 중국 북경 골프대학

2007 MS오토텍 인도 자동차 공장, 아제르바이잔 바쿠공항 증축

2008 인도 Pinehill hotel, 리비아 자위아 대학교 2009 네팔 카트만두 주상복합 단지, 인도 첸나이

삼성전자공장, MS오토텍 브라질 자동차 공장 및 본관

2010 롯데제과 인도사옥, 삼성전자 인도 냉장고 공장

2012 태국 치앙마이 스타 팰리스 레지덴셜 호텔, 미국 달라스 임마누엘 선교교회

2013 태국 치앙마이 해피시티 골프리조트


《와이드AR》 2017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1

PUBLISHER’S COLUMN – 친구

ARCHITECTS IN KOREA .Ⅰ EDITORIAL

젊은, 내일의 건축 리더들이 말하는 우리 건축 장場의 단면 #1. 건축의 뿌리 혹은 공부의 배경에 대하여 #2. 한국 건축 비평(계)에 대한 바람

designband YOAP : 3인 3색의 피보나치 수열로 건축하는 집단 FHHH Friends : 좌충우돌 화려한 팀플레이 집단 HG–Architecture : 디지로그의 세계를 실천하는 스튜디오 JYA–rchitects : 함께 흘리는 땀의 가치로 무장한 팀워크 mmk+ : 한 방의 장외홈런 다음을 준비하는 히어로 OBBA : 건축, 내러티브의 소중함으로 승부하는 사무소 stpmj : 아트와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이어니어 Z–Lab : A to Z, 콜라보&커뮤니케이션스 컴퍼니

#3. 귀 사무소(팀)의 작업 화두는? #4. 현대건축을 수행함에 있어서 ‘전통’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CHARACTERS

#5. 귀하(또는 사무소, 팀)가 이해하고 있는 ‘개념’이란 무엇인가? #6. 현 단계 한국 건축계, 무엇이 문제인가?

제9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발표 경복궁 궁역의 모던 프로젝트 — 발전국가시기 광화문과

PROJECTS : OFFICE INFORMATION a.co.lab : 휴먼 네트워크의 수행자 BOUNDLESS : 관계의 진화를 엮는 전술가들 122

국립종합박물관을 중심으로(1962~1973) 수상자: 강난형


《와이드AR》 2018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2

PUBLISHER’S COLUMN – ABCD파티–올해의 발견

ARCHITECTS IN KOREA .Ⅱ EDITORIAL

한국 건축의 새 판을 여는 젊은 리더들의 12가지 화법 ESSAYS 건축의 엄밀성과 농담, 혹은 사랑과 체념 : aoa architects 건축이 남긴 이야기들 : CHAE–PEREIRA architects 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 : EMER–SYS 경계에서의 점진성 : EUS+ architects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리드하는 건축, 건축가 :

근대 건축, 수용과 변용의 미 : OFFICE ARCHITEKTON 들띄우기와 흰색 그리고 부산 : RAUM architects 새로운 눈을 갖기 위한 발견의 방식, 질문 : Samhyun Urban & Architecture 길, 에움길, 샛길 : SUPA schweitzer song 따뜻한 건축 그리고 10+ : UTAA CREDITS

제10회 심원건축학술상 심사결과 발표 당선작 : 해당작 없음 심사위원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johsungwook architects 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 그리고 일상 속 이야기 생성 : L’EAU Design 스타일의 전략–작업의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이해 : Min Workshop 123


MasilWIDE | 1F, 45-8, World Cup-ro 8-gil, Mapo-gu, Seoul,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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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건축의 대중화와 세계화, 그 중심에서 마실이 함께합니다. 이제는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건축물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 속에서 한국의 건축정보를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한국 현대 건축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PR, 출판 기업인 마실와이드가 함께합니다. 하나의 집이 모여 마을을 형성하듯, 마실와이드는 세계 곳곳으로 마실을 갑니다.

마실와이드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8길 45-8,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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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차 S-S 프로그램 발표

WIDE 건축영화 공부방 2019년 WIDE건축영화공부방은 도시(City/

프로그램1

2012년 8월 도시영화의 바이블격인 프리츠 랑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Brasilia는 1960년에 새롭게 조성된 신新 수도이다. 브라질이 독립한 1922년부터

Urban)에 시선을 맞추고자 합니다. 이미 우리는 감독의 ‘메트로폴리스’를 살펴본 바 있으며,

브라질리아Brasilia, life after design│Canada, Brazil, UK│2017│88분│다큐멘터리│감독 바트 심슨 Bart Simpson 1959년까지의 수도 리우데자네이로Rio de Janeiro는, 코파카바나 해변을 내려다보는 예수님 상, 그리고 ‘삼바

‘증오’, ‘크로노스’, ‘삼사라’, ‘어버나이즈드’,

카니발’과 ‘파벨라’라는 슬럼가로 지금도 유명세에선 뒤지지 않는 도시다. ‘새로운 브라질’을 선언하며 야심차게

등 수많은 도시 관련 영화를 접한 바 있습니다.

기록 사진을 통해 브라질리아를 들여다본다. ‘교통, ‘고립’, ‘변화된 가치’, ‘시위’.... 공허한 도시의 아름다움 위에

‘프루이트 아이고’, ‘도시의 여신: 제인 제이콥스’ 가장 광대한 소재와 예측할 수 없는 가능성을 가진 주제입니다. 그래서 더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기도 합니다. 우리의 환경, 즉 삶의 질과 직접 연관되니까요.

더불어 2019년은 건축영화공부방을

추진했던 국가의 대단위 사업. 그러나 어느덧 60여 년이 지난 2017년, 감독은 다양한 인물 다양한 시선 그리고 함께 존재하여할 여러 가지 삶의 가치는 지금도 브라질리아를 만들어 나가는 진행형이다. 루시우 코스타Lúcio Costa의

도시계획, UN빌딩의 설계자이기도 한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의 건축물들은 필름 속에서

이제 평가대상이다. 두 대가의 손길과 그들이 꿈꾸었던 유토피아, 그 결과물, 그리고 그 도시의 삶을 살아내는 거주자들과 시간이라는 간극...!

‘simultaneous screening’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마치 어릴 적 동네에 자주 들렀던

동시상영극장이 먼저 떠오를 터입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다큐형식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대개 20여 분 안팎의 유명 건축작품 위주로 다룰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브라질의 수도를 다룬 바트

심슨 감독의 ‘브라질리아(2017)’와, 헤르조그와 드 뫼롱이 설계한 ‘비트라하우스(2010)’를 살펴보려 합니다. 일시

2019년 2월 11일(월) 7:00pm 장소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방장

강병국(간향클럽 자문위원, WIDE건축 대표) 신청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AR> WIDE건축영화공부방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50명 내외 접수 주최

간향클럽, 미디어랩&커뮤니티 주관

프로그램2

비트라하우스VitraHaus (2010)

스위스 바젤, 비트라 단지엔 프랭크 게리나 자하 하디드 등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 중 2010년에 완공된 헤르조그와 드 뫼롱의 비트라하우스는 단순한 형태의 주택을 쌓아 올린 듯한 모습. 그러나

용도는 전시장이다. 전시장의 메인은 동선이니만큼 복합적인 형태를 동선으로 연결한 아이디어가 주목할 만하다. 장난기 어린 형태로 찬반양론이 일기도 한다. 감독 소개

바트 심슨Bart Simpson은 캐나다 프로듀서이자 영화제작자로, 지니 다큐멘터리 장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03년엔 선댄스 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 및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서 주요 상을 수상한

<자본 권력Corporation>, 2007년엔 Comicon International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뫼비우스: 라이프

인 픽처Moebius Redux : A Life in Picture>를 제작했다. 심슨은 캐나다 다큐멘터리협회Documentary Organization of

WIDE건축, 와이드AR

Canada에서

후원

(글. 강병국)

이건창호

위원장을 역임했다.

125


간향클럽, 미디어랩 & 커뮤니티

간향클럽 사람들

우리는

mc 1

GANYANG CLUB, Media Lab. & Community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건축한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프로듀서 전진삼

편집위원 박지일, 백승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이태현

디자이너 심현일, 디자인현

mc 2

사진위원 남궁선, 진효숙

mc 3

제작자문 김기현, 시공문화사spacetime

인쇄관리부장 손운일

이 땅에 필요한 건강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인쇄처 대표 강영숙, 서울문화인쇄

되겠습니다.

mc 4

독자지원 및 마케팅 박미담

우리는

서점관리 심상호, 정광도서

행복한 세상을 짓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우리는

건축계 안팎의 현안을 주시하며 이슈를 발굴-

공론화하고, 나아가 건축동네의 계층, 세대, 업역 간의 골 깊은 갈등 구조를 중재하는 매개자 역할을 통해

우리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견인하는 통합의 지렛대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물론 건축과 대중 사회를 연결하는 미디어 커뮤니티가

사진총괄 부편집인 김재경

비평위원 김현섭, 박성용, 박정현, 송종열, 이경창, 현명석 종이공급 박희진, 신안지류유통

인쇄제작국장 김은태

과월호 공급 심상하, 선인장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BCD Party》

mc 5

기획자문 강병국, 고영직, 고충환, 김영철, 박병상, 손장원, 안철흥, 우종훈,

Party》

운영자문 김태만, 류영모, 신창훈, 안용대, 이수열, 이승용, 이윤정, 조남호,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 지역 건축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응원하는 《ICON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직판관리 박상영, 삼우문화사 이정범, 이중용, 전진성 최원영, 하광수

신예 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mc 6

고문 박민철, 박유진, 이충기, 정귀원, 조택연, 황순우

내일의 건축에디터&저널리스트 양성소

이종건, 임창복, 최동규

건축비평상》

《간향저널리즘스쿨》

건축 잡지&저널리즘을 아카이빙하고 연구하는 《한국건축저널리즘 연구회》

건축 비평도서 출판 《간향 critica》

건축가(집단)의 모노그래프 출판 《wide document》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mc 7 mc 8

명예고문 곽재환, 구영민, 김정동, 박길룡, 박승홍, 우경국, 이백화, 이상해, 이일훈, 대표고문 임근배

패트롱 김연흥, 김용남, 김정후, 나명석, 목천, 박달영, 이태규, 장윤규, 최욱 발행위원 김기중, 손도문, 오섬훈, 우의정, 임재용, 정승이

부발행인 이주연

《WIDE아키버스》

대표,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WIDE건축영화공부방》

mc 9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자 박성형, 서정일, 이강민, 이연경, 이길훈, 강난형

등 일련의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심원문화사업회 사무장 신정환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영상으로 따라잡는

건축·디자인·미래학 강의실 《포럼 AQ korea》 함께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126

mc 10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마실와이드 대표 김명규 팀원 박소정, 최지희, 박은진, 김용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건축가 초청강의’(시즌5) : Architects in Korea ·Ⅳ

우리 건축 장場의 새 얼굴로부터 기성,

2019년 1월_제145차: Architects in Korea 33

중견, 노장 건축가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 하에 이 땅에서 활동하는 벽안의 건축가까지 주목하고자 합니다. 2016년 5월~2017년 2월(1라운드), 2017년

3월~2018년 2월(2라운드), 2018년 3월 ~

2018년 12월(3라운드), 2018년 3월~2018년

12월(3라운드), 2019년 1월~12월(4라운드)로

이어지는 건축가 초청강의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주관

와이드AR 주최

림건축, 간향클럽 협찬

시공문화사Spacetime, 유오스Knollkorea,  수류산방

이야기손님: 강병국(Wide architecture 대표) 일시: 1월 16일(수) 7:30pm

장소: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주제: 시네마텍처(Cinematecture)

후원

㈜이건창호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2019년 2월_제146차: Architects in Korea 34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손님: 강승희(NOVA건축사사무소 대표) 일시: 2월 13일(수) 7:30pm

장소: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주제: 나무집과 골목길

127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통권 65호, 2019년 1-2월호, 격월간 2019년 1월 15일 발행, ISSN 1976-7412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호(통권 1호) 발행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발행인 겸 편집인|전진삼 발행소|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주소|03994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5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전화|02-2235-1960 팩스|02-2235-1968 홈페이지|www.ganyangclub.com 네이버 카페명|와이드AR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포를 금합니다. 1권 가격: 12,000원 연간구독료 1년 구독: 65,000원 2년 구독: 120,000원

정기구독(국내 전용) 신청방법 안내 <구독자명(기증하실 경우 기증자명 포함)>, <배송지 주소>, <구독희망 시작월호 및 구독기간>, <핸드폰번호>, <입금예정일>을 본지 이메일|widear@naver.com 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책은 입금 확인 후 보내드리게 됩니다. 무통장입금방법 입금계좌|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전진삼(간향미디어랩) ‘구독자’와 ‘입금자’의 이름이 다를 경우, 꼭 상기 ‘전화’, ‘팩스’, ‘이메일’중 하나로 알려주십시오. 구독료의 영수증 * 현금영수증(개인 핸드폰번호로 국세청 홈택스 통해 발급, 연말정산시 자동 반영), * 전자계산서(사업자등록을 갖고 있는 분 또는 기업/기관 대상 발급, 구독신청시 전자계산서 발급 신청바라며, 이 경우 상기 본지 이메일로 사업자등록증 사본-전자계산서 수취용 이메일주소 포함- 전송 필수) 두 가지 유형 중 하나로 발급됩니다. 광고문의|02-2235-1960 《와이드AR》의 광고는 본 잡지를 함께 만드는 건축(가)네트워크와의 연계를 지원합니다. 지면 위에서의 1차적 홍보 효과를 넘어, 실질적 수익 효과의 창출을 위해 데스크가 함께 고민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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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잡습니다] 1) 2018년 7-8월호(통권 62호)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습니다. p.43 “한국의 건축 지식 사냥꾼 02 김원갑” [표] 중 - 『건축과 유토피아』 출판연도: 1991-->1988 - 『정신착란증의 뉴욕』 출판연도: 1992-->1987 - 『메트로폴리스』 출판연도: 2003-->2002 - 『안전측면의 인간공학』은 다른 이의 저술임이 확인되 어 삭제하기 2) 2018년 11-12월호(통권 64호)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습니다. p.74 “Emerging Architect 04” 타이틀 지면 영문 제목 중 : Ojectum --> Obje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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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총판 정광도서 내 선인장(담당 심상하 방장, 02-725-9470) *2008년 판: 절판 *2009년~2015년 판: 파격 할인가 적용(한정수량) *2016년~2018년 판: 일반 할인가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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