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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전통 수공예로 알려진 바틱은 최첨단 문물을 이

코타키나발루로 떠난 일군의 작가들 이미혜

용한 미디어 아트와는 정반대 지점에 놓인 일상의 예술이다. SAC3의 디렉터 마리나로부터 대학의 신생 부설 기관 바틱 센 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신보슬 큐레이터는 다시 한 번 긴 여

일군의 작가들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단체 여행을 떠났

행의 짐을 꾸렸다. “마침 사회적 기업에 대한 붐이 일고 있었어

다. 그리고는 난데없이 ‘바틱’이라는 전통 수공예를 배우겠다고

요. 어쩌면 이 지역 청년들이 주축이 돼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섰다. 사진가 노순택이 그 기묘한 순간들을 담았다.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전시 외에 미술 이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작동하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한겨울 말레이시아는 하루에도 수차례 비가 내린다. 흙탕물이 된 파다스 강을 따라 내려간 보트는 원시성을 간직한 맹그로브

플레이그라운드 프로젝트의 원년 멤버인 사진가 노순택이 기

숲 속으로 미끄러지듯 흘러갔다. 코타키나발루에서 100여 킬로

꺼이 동행했다. 여담이지만 2013년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후보

미터 떨어진 북부 보르네오 섬, 강과 바다가 만나는 밀림에선

작가전에서 소개된 노순택의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역시

바틱(Batik)의 주재료가 되는 맹그로브 뿌리를 구할 수 있다. 수

이곳에서 영감을 얻은 작업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진 후

공으로 천에 염색하는 기법 중 하나인 바틱은 인도네시아와 말

한겨울의 섬에 갇혀 전투식량을 먹으며 지내다 순간 이동하듯

레이시아에서 만날 수 있는 전통문화다. 이곳 말레이시아 사바

공간을 옮겨온 작가는 기이할 정도로 평화롭고 따뜻한 이곳과

주 원주민 청년들의 미래이기도 하다.

마침 인터넷에서 논란이 된 안상수 대표의 보온병 사건이 맞물 리는 이질적 상황 속에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후 한국에 돌

일군의 국내 작가들이 연례행사처럼 겨울마다 코나키나발루를

아온 그는 다시 연평도를 찾아 안상수의 정치 역정을 역추적하

찾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미디어시티 서울’의 전시 팀장

는 작업을 진행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작가 서효정과

이었던 신보슬 토탈미술관 책임 큐레이터는 처음엔 동남아를

‘스페이스 오뉴월’의 서준호 대표, 영상과 퍼포먼스, 설치 작업

무대로 한 글로벌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을 구상했다. ‘디지털

을 오가며 개인의 소소한 행적을 통해 삶과 예술에 대한 화두

플레이그라운드’가 그 출발점이었다. 사바 대학(University College

를 던져온 최윤석 작가 역시 흔쾌히 따라나섰다. 바틱을 현대

Sabah Foundation-UCSF) 의

Animation Creative

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패턴 디자이너 김지연과 일러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며 현대미

스트레이터 윤예지가 추가로 합류했다. 미술관 밖에서 각종 흥

술의 어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느낀 그녀는 이듬해 최정화

미로운 아트 프로젝트를 기획해온 <엘로퀀스> 매거진의 전우

작가와 함께 다시 말레이시아를 찾았다. 기술학교 학생들은 예

치 편집장과 그의 동생 전지호 셰프는 바틱의 재료를 이용한 이

술을 놀이처럼 접하며 일상을 재조명하는 과정에 흥미를 보였

색 카페를 구상해보기로 했다.

Content Centre-SAC3)

애니메이션 센터 (Sabah

다. “기존 미디어 아트에 대해 회의를 느낄 무렵이었어요. 여기

‘플레이그라운드 인 아일랜드(Playground in Island) 2015’ 팀은 5박

엔 이미 이토록 아름다운 석양이 있는데 반짝이는 LED 작업을

7일간의 짧은 시간 동안 사바 원주민 학생들과 어울리며 각자

소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더군요. 새로운 대안을 모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만들어갔다.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한 첫

색해야 했어요.”

날부터 바틱 센터의 마당에 핀 꽃과 나무를 보고 만지고 또 직

playground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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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그라운드

Playground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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