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스토리텔링 사업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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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선부 (膳夫))

기대승(奇大升), 고봉집 제2권, <낭서(郎署)로 서의 상소>

김씨가 생각하니 혹시 자기를 구제해 주는 것으로 알고 허리띠를 풀 어 자기 몸을 구렁이 꼬리에 동여매니, 순식간에 구렁이가 기어올라 김씨를 바위 위로 올라오게 했다. 그리고 구렁이는 어디론가 사라졌 다. 김씨가 길을 찾아 산 아래로 내려오니, 앞서의 두 친구가 산삼을 가 진 채 집에 가지 않고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김씨는 어찌도 반가 운지 뛰어가면서, “아직 집에 가지 않고 여기 있느냐?” 라고 말하고, 가까이 가보니 이미 며칠 전에 죽어 굳어 있었다. 김씨는 곧 집으로 돌아와 두 사람의 가족에게, 두 사람이 돌아오다 가 무엇에 중독되었는지 갑자기 죽었다고 말하고, 산삼을 그 가족들 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 두 사람 가족은 본래 김씨를 믿고 있 어서 별의심 없이 장례를 치렀다. 이후 김씨는 가정이 윤택했고 자손이 번성했다. 김씨는 끝까지 사실 얘기를 숨기고 있다가 임종할 때 자녀들에게 얘기하고, 정직하게 살 아야 함을 강조했다. 김씨는 본래 이담석(李聃錫) 집 종이었는데, 값 을 내고 면천했고, 100세 가까이 살다가 병 없이 사망했다. 신등이 삼가 보건대 윤원형(尹元衡)은 음흉하고 남을 해치는 자질에 다 탐욕스럽고 포악한 행실까지 겸하여 권력을 독단하고 멋대로 행 동하였으니, 분수를 범하고 예를 파괴하며 국가를 해치고 백성들에 게 피해를 입힌 실상은 옛날에 견주어 보아도 일찍이 없었던 바입니 다. 그런데도 온 나라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속을 썩이면서 감히 말 하는 자가 없으니, 전하께서는 구중궁궐에 깊이 계시면서 어찌 이것 을 다 아시겠습니까. 그의 죄악이 쌓여 하늘과 인간이 서로 견책하게 되었으며, 하루아침 에 공론이 나와 위로 임금께 아뢰었으니 이는 수십 년 동안 심화되 고 고질이 되었던 화근을 제거하여 바로잡고자 한 것이니, 그 기관 (機關)이 또한 너무도 크다 하겠습니다. 조정의 선비로부터 시골에 있는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전하께서 반드시 불끈 노하시고 엄히 결단하여 그 죄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기다린 지 열흘이 넘도록 아직까지 그러한 유음(兪音)이 없으시니, 여러 사람들이 더욱더 답답해하여 길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습니다. 신등은 종묘사직이 끝내 어떤 지경에 이를지 모르겠습니다. 윤원형이 저지른 죄악의 실상은 양사(兩司)와 시종관(侍從官)들이 논열했사오니, 그의 작은 죄악은 일일이 들어서 성상께 번거롭게 말 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큰 죄악으로 말하면 또한 감히 거듭 아뢰고 지극히 말씀드려 전하께서 한번 깨닫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 습니다. 윤원형은 위치는 폐부(肺腑 외척)에 속하고 임무는 태부(台府)에 있 어 위세가 등등하니, 신료들이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첫 번째 로 강상(綱常)을 어지럽혀 첩을 아내로 삼았습니다. 이것은 실로 인 륜의 큰 변고인데도 조정에 있는 신하들이 감히 이것을 비난한 자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위엄과 복을 마음대로 행사해 온 지가 오래인 것입니다. 그의 불타오르는 욕심이 위로 올라갈수록 그치지 않아서 심지어는 왕손(王孫)과 혼인하기를 도모하기까지 하였으니, 그가 속에 품은 심술을 어떻게 측량할 수 있겠습니까. 천한 첩을 궁중으로 마음대로 데리고 들어오고 자기 집에다가 사사로이 선부(膳夫 궁중 요리사)를 두었으며, 역적 무리들과 혼인하여 이들을 거두어 서용했으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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