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스토리텔링 사업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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겠다.”). (4) 결단성 부드러운 두부를 칼로 자르면 쉽고도 반듯하게 두부모를 가를 수 있다. 그래서 흔히 “두부모 자르듯 하다”는 속담은 어떤 일을 결단하는 행위로 비유되어 왔다. (5) 액땜 두부는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감옥에서 나온 사람들이 다른 음식을 먹기 전에 곧바로 먹는 음식으 로 알려져 있다(“감방에 갔다 나온 사람한테는 두부부터 먹여야……”, 김원일, <불의 제전>, “아버지 는 당시 마을에서는 구하기 힘든 두부를 한꺼번에 세 모나 날것으로 먹어 치웠다.”, 윤흥길, <장 마>). 더 큰 재앙을 두부를 먹는 행위로 대신한다는 점에서 액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⑨ 마늘(산(蒜)) 백합화의 여러해살이 식물인 마늘은 잎과 줄기 뿌리를 각각 조림이나 장아찌 등의 식재로 사용해왔 다. 특히 마늘의 뿌리는 매운 맛과 독특한 향으로 중요한 양념으로 취급되어 고추와 함께 한국 음식 이면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첨가물로 이용되었다. 마늘은 파, 부추, 달래, 무릇(흥거)과 함께 오훈채 (五葷菜, 또는 오신채(五辛菜))라고 하여 자극성이 강한 다섯 가지의 채소에 속했다. 오훈채는 궁중 에서 '오신반(五辛盤)'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불가(佛家)와 도가(道家)에서는 이것을 먹으면 음욕(淫慾) 과 분노(憤怒)가 유발(誘發)된다고 하여 금기시되었다. (1) 금기 일연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고조선의 건국신화에는 호랑이와 곰이 쑥과 마늘만을 먹으며 금기하는 내용이 나온다. 곰이 이를 지켜내고 웅녀가 되어 환웅과 혼인하고 단군을 탄생시켰다. 여기에서 마 늘은 행위의 제약을 상징하는 것으로 존재론적 변신에 이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2) 세속적 욕망 매운 맛과 독특한 향이 있는 마늘은 강렬하게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말초적인 감각을 조 절하고 정신적 수련을 도모하는 불교와 도교에서는 금기시되던 식재였다. 여기에서 훈채(葷菜)나 신 채(辛菜)는 세속적인 감각을 뜻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 세속적인 욕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고려시대의 문인인 이규보는 오신채를 먹지 않는 것을 통해 세속의 권력자와 관계를 끊는 것으로 비 유했다(“뜻이 있으면 오신 물리치는 것 어찌 어렵겠는가(有意何難屛五辛), 점차로 중인(中人)과의 관 계 끊을 것을 생각한다(亦思漸斷內中人)”, 이규보, <처음으로 오신(五辛)을 끊고서 짓다>). 현대에 이르러 마늘은 무미건조한 맛에 생기를 불어넣는 식품으로 인식이 변모되었다. “파와 마늘이 들어가지 않은 짐짐하고 느글거리던 음식으로 늘 비위 거슬려 해야 했던 것이다.”(이문구, <장한 몽>), “그는 파, 마늘, 고춧가루 양념이 짙은 음식이 얼마나 먹고 싶었다는 얘기를 이렇게 둘러댔 다.”(박완서, <미망>)와 같은 사례에서 보듯 마늘은 맵고 강렬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결 정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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