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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집단   몽니   


‖   목차 006   •   [Special_1]   웹툰   사이트   소개 012   •   [Special_2]   웹툰   덧글란,   잘   쓰고   계십니까? 017   •   [Text]   연재소설   Rail   of   World_이상욱 028   •   [Text]   단편소설   국방색   가면_배상현 044   •   [Image]   by   희령 048   •   [Toon]   구망 065   •   [Column]   정세랑의   말랑몰랑 068   •   [Column]   로키와   함께   보는   TRPG   이모저모 074   •   [Play]   고민해결!   마법서점_티엘


이럴   거면   차라리   정말로    휴간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는   부끄러운    편집장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송한별입니다.    <텍스툰:Textoon>의    나름대로    길고도    짧은    역사에는    어마무시하게    짧은    호 도    있었고,    숨   막힐    정도로    긴    호도    있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번    호는    가장    짧은    축에   들    것   같습니다.    책임자로써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평소   <텍스툰>은   망하지   않았으면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니던   제가   이렇 게    유난스럽게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는,   이번   호가    제가    편집장으로    책임을   다 하는    마지막    호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늘   그래    왔듯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 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텍스툰:Textoon>   편집장    자리에서    내려오기로   했습 니다. 굉장히    엄청나거나   대단한    자리는   아니지만    제가    종신직을    꿈꾸고    있던   자리 를   순순히    내놓게    된   것은   순전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자리에서도   여러   번   말했지만   저는    출판사   에픽로그를    책임지고    이끌게   되 었고,   생애전환    시기를    맞이하여   피와   살과    뼈를    바쳐야   할   처지에   빠졌습니다.    놀랍게도    제   몸은   하나이고,   신경쓸   수   있는   영역도   한정되어   있으므로   <텍스툰 >의   안녕을   위해   욕심을   버리고   놓아   주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일반    기획자가    되어    <텍스툰>을    제작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고,   특집   기획과   방향성   제시   등의   주된    업무는    새로이    편집장을    맡게    된   정정 숙    씨께서    맡아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정정숙    씨는    지금까지    텍스툰   기획자로    활동하고   계셨고,   저보다   보다   정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분입니다.   부디   응 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정숙   신임    편집장   님의    출사표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본지   맨   마지막에   수록되었습니다.   부디   놓치지   마시길. 어쨌거나    해야    할   일은   다   하고   가야겠지요.   <텍스툰>    17호는   ‘웹툰’   특집입니 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특집   기사가    많이   펑크가    나는    바람에    특집치고는   구성 이    단촐합니다만.   웹툰    사이트   분석    기사와   웹툰    덧글란의   효용성에    대한   기사 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소설    란을   지켜    주신   것은    2013   단편    소설   공모전    큐빅    노트에서    ‘장밋빛   비 누’로    입상하신    배상현    님의    ‘국방색    가면‘입니다.    ‘장밋빛   비누’를    읽어    보신   분 들이라는    눈치를   채셨을   수도   있겠는데,   ‘국방생   가면’은    ‘장밋빛    비누’와   이어지 는   연작    단편입니다.   전작    없이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군대   문화와   무협지의   절묘한   조합이    굉장해서    편집장이    전적으로   지 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여러분도   그    즐거움을   함께    즐길   수    있으시길   바랍니 다.    한편    ‘에레혼을    위하여’를    연재   중이신    이상욱    님은    ‘에레혼을    위하여’를    한    회    쉬고    대신    ‘Rail    of   World’라는    작품을    수록하셨습니다.   등굣길에    만난   남자 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펼쳐지는   소설로,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구성은    단촐해도    갖출   건    다    갖췄습니다.   이번   호에는   희령   님께서   세   점의   일 러스트를   수록해   주셨습니다.   희령   님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동적인   에너지가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또한    굉장히    오랜만에    뵙는    분입니다.   한시훈    님의    ‘구 망’이    긴    공백을    깨고   연재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공언하시기를    앞으로    한두    회   안에   완결이라고   하니   올해   안에는   결판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호나   다 음   호   쯤에   한   번   정주행을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기쁘고도    안타까운    소식    전합니다.   칼럼    란을    묵묵히    지켜    주신    정세랑    님의    ‘정세랑의   말랑몰랑’이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총   10회,   기간으 로   따지면   약   삼   년   간   칼럼   란을   지키면서   많은   작가   분들의   지지를   받았던   칼럼 을    <텍스툰>에   수록할    기회를    주셔서    지금까지    항상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몇    번이고    감사를   드려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좋은    소식이    항상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로키   님의    ‘로키와    함께   보는    TRPG   이모저모’는   공동체 의   운명에   대한    TRPG   ‘킹덤!’을    소개합니다.   나라면   어떤   자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건지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또   하나의   좋은   소식    전합니다.   <텍스툰>에    ‘휘루골의   크리스마스’,   [올드림]에    ‘존   폴   씨의   하루’를   수록한   성우창   님께서   에픽로그에서(이거   좀   부끄럽네요)   멕 시코   카르텔을    배경으로   한   느와르   소설   [해후의    도시]를   출간하셨습니다.   종이 책은   에픽로그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을    예정이고,   전자책은    주요    전자책    서점에서   판매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서문이니까요.   정말로    더    이상   긴    말은    안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감사 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상.   1대   <텍스툰>   편집장.   송한별이었습니다.

Editor’s   Page


[Special_1]   특집   기사

웹툰   사이트   소개 국내 웹툰의 역사는 1996년부

2003년 다음에서 ‘만화 속 세상’

터 시작된다. 현재 연재되고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웹툰 연재 공

방식과 달리 출판된 만화의 스캔

간이 생겨났다. 10월부터 강풀의

본을 저장하여 인터넷에 올리는

<순정만화>가 연재되면서 본격적

방식을 사용했다. 한국의 최초 웹

으로 웹툰의 시작을 알렸고 후에

툰으로는 한회작 화백의 <무인도

다른 대형 사이트에서도 웹툰 공간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요즘 많

을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용되는 세로 형식의 웹툰 방

웹툰 자체로는 스토리들이 다들

식은 정철연의 <마린블루스>에서

탄탄한 편이고 크게 구설수도 없

시작되었으며 당시엔 웹툰을 정기

다. 때문에 이슈성이 부족하여 홀

적으로 연재하는 곳이 없었기 때 문에 각자의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에 작품을 올렸고 독자들이 작 품을 찾아가는 형태로 연재가 되 었다. 후에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적으로 변하였고 거대 사이트 에서 웹툰 연재 공간을 만들어 정 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는 방식 으로 변화하였다.

-웹툰의 영화화 1위! 다음 (http://webtoon.daum.net/)


다음 웹툰(위)와 네이버 웹툰(아래)


로 크게 뜨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작이 궁금해져서 접근하는 경우가

타 사이트의 비해 그림체나 스토

많은 편이다.

리들이 진중하여 영화 제의가 많 은 편이다. 때문에 영화화가 이루 어지고 나중에 독자들이 웹툰을

-다양한 장르의 제공 네이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은밀하

(http://comic.naver.com/)

게 위대하게>도 인기가 워낙 많았 지만 영화화 결정 이후에 사람들

웹툰의 서비스 시작이 다음이었

이 원작을 찾기 시작하여 인지도

다면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사

가 더욱 높아졌다. <이끼>도 영화

이트는 네이버라고 볼 수 있다. 네

가 상영되고 그 이후에 사람들이

이버 자체에서 블로그나 지식인

영화와 원작을 비교 하며 더욱 인

등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

기가 높아진 예다.

양한 수단이 있어 사이트 유입률

이처럼 작가나 스토리로 웹툰을

도 높기 때문에 그것이 자연스레

찾아가기 보단 영화화 이후에 원

웹툰으로 이어져 인기를 상승시키


고 있다.

게 운영되고 있지만 앞선 두 사이

또한 꾸준히 오랫동안 연재하는

트보다 이슈화가 잘 되지 않고 있

조석의 <마음의 소리>를 비롯하여

는데 다른 사이트의 경우 메일이

베스트 도전을 통한 참신한 작가

나 블로그 등의 다양한 유입 경로

들의 작품들을 꾸준히 받고 있기

가 많지만 네이트는 네이트판 이

때문에 세대 교체도 빠르게 이루

외에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유입경

어지고 구조가 탄탄히 잘 이루어

로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져있다는 평이다. 또한 가장 다양

또한 타 사이트들은 독자들의 참

한 장르를 담고 있기도 한데 모나

여를 이끄는 영역을 만들어 관심

의 <오빠 왔다>나 컷부의 <소년들

을 이끌지만 네이트는 독자들이

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등의 실

참여할 만한 것이 없다. 만화가 지

험적인 만화들을 채택하여 독자들 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하지만 너무 아마추어 같다 는 평과 함께 베스트 도전에서 채 택되는 기준을 알 수 없다는 평들 이 많아 독자들 사이에서 호불호 가 갈리기도 한다.

망생들의 참여를 이끈 타 사이트 와 비교되는 행보이다. 그래도 타 사이트와 견줄만한 것 은 만화책 활용을 잘하고 있는 것 이다. 타 사이트에선 만화책보단 적은 컷으로 이루어진 단편 웹툰 을 선호하는 것에 비해 네이트는 만화책 영역을 넓혀 정액제 만화 나 무료 만화, 그리고 만화 어플리

-웹툰과 만화책의 공존 네이트 (http://comics.nate.com/ main/) 네이트 웹툰 같은 경우엔 예전에 다음, 네이버와 함께 3대 웹툰 사 이트로 불렸지만 싸이월드의 인기 가 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하락세를 탄 경우이다. 지금도 크

케이션을 개발하여 웹툰보다 만화 책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좋은 작품으로 결제를 이끄는 레진코믹스 (http://www.lezhin.com/) 웹툰을 생각하면 무료 만화라는


네이트 웹툰(위)과 레진코믹스(아래)

인식이 대부분이다. 웹툰의 접근

진코믹스이다.

성이 높아진 이유 또한 무료로 다

레진코믹스는 사전제작을 통해

양한 장르를 볼 수 있다는 매력이

10여 개 이상의 에피소드를 이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

공개한 뒤 최신 에피소드를 궁금

을 깨고 웹툰의 상품적 가치를 높

하게 하여 독자들을 결제로 이끌

인 사이트가 있으니 그 업체는 레

고 있다. 재밌는 작품을 미리 본 독


자들은 자연스럽게 최신화를 보기 위해 결제를 하게 된다. 독자가 선 호하는 결제 수단을 쉽고 빠르게 선택 할 수 있게 하여 매출을 증대 시키고 소비된 코인 정산을 통해 광고와 캐릭터 상품 판매 없이 억 대 연봉 작가들을 탄생시켰다. 또한 다른 사이트에 비하여 많은 작품들을 연재하여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간결한 그림체와 단발적인 개그물을 뒤로 한 채 수준 높은 작 화와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내세 워 많은 독자들이 스스로 찾아오 게끔 하고 있다. 가입이 없이도 볼 수 있는 타 사 이트와 달리 가입을 하고 미리보기 서비스 후 결제를 선택하게 하는 것도 자신들만의 독자를 묶어두는 강한 이점이기도 하다. 다른 특별 한 홍보 없이도 단순히 좋은 작품 으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출판된 인쇄물들이 무분별하게 스캔되어 만화계는 잠시 침체기를 갖게 되었지만 인터넷에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에 맞춰 웹툰이라 는 새로운 장르로써 독자들을 다 시 매료시키고 있다. 성장할 수 있 는 잠재력이 큰 만큼 독자들의 많 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이다.


[Special_2]   특집   기사

웹툰   덧글란,   잘   쓰고   계십니까? 저는 평균적으로 열다섯 작품 정

기 위해서입니다.

도의 웹툰을 보고 있습니다. 학생

베스트 댓글이란 독자들이 웹툰

일 때는 그보다 수가 많았고, 최근

에 단 댓글 중에서 많은 추천을 받

에는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마린

은 댓글을 말합니다. 웹툰 사이트

블루스>를 시작으로 네이버 웹툰

별로 차이가 있지만 가장 많은 추

초기 <마음의 소리>와 <사립 정글

천을 받은 상위 3~10개 정도의 댓

고등학교>를 시작부터 챙겨 봤고,

글이 베스트 댓글로 선정되어 댓

다음과 네이트까지 다녔고, 최근

글창 맨 위로 올라옵니다. 카페 게

에는 레진코믹스와 카툰컵 앱을

시판의 공지사항처럼요.

설치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특

웹툰의 댓글 서비스는 독자와 작

별히 웹툰을 많이 본 것도 아니고,

가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입

전문적으로 공부한 전문가도 아닙

니다. 독자는 작품을 읽고 난 감상

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할 이야

을 부담 없이 적을 수 있고, 작가는

기는 그저 한 명의 독자로서 주장

독자들의 반응을 쉽게 확인할 수

하는 의견일 뿐입니다. 결코 어떤

있습니다. 요즘은 SNS나 팬카페

단체나 조직의 의견을 대표하지

등을 통해서도 작가와 소통할 수

않습니다.

있기 때문에 댓글이 유일한 소통 경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댓글이

언제부터인가 웹툰을 보면서 스

쉽고 빠른 서비스라는 것만은 확

크롤을 내릴 때 신경쓰는 습관이

실합니다. 많은 웹툰 작가들이 후

생겼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

기 등에서 작품에 달린 댓글을 읽

가의 말이 보일 즈음부터 조심스

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질의응답

럽게 스크롤을 내리게 됩니다. 실

과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댓

수로라도 '베스트 댓글'을 보지 않

글 서비스를 활용하여 독자를 작


품 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 적인 반응도 부정적인 반응도 모

재미있는 것은 댓글의 내용이 만

두 곧바로 전달된다는 뜻입니다.

화의 내용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

웹툰 업데이트가 늦으면 작가의

는다는 것입니다. 작품 내용에 대

'지각'을 지적하는 댓글이 댓글란

한 감탄이 많은 추천을 받기도 하

을 가득 메우는 것이 대표적인 예

지만, 많은 작품의 댓글란은 작품

입니다. 지각이 잦은 작품은 정시

내용에 대한 농담과, 농담하는 댓

에 업데이트가 되어도 지각 운운

글에 대한 농담과, 농담하는 댓글

하는 댓글이 달리기 일쑤고, 이 때

에 대한 농담에 대한 농담과, 농담

문에 독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을 지적하는 댓글이 베스트 자리

일어나기도 합니다. 또 작가 개인

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3년 이

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면 어김

사야마 하지메의 만화 <진격의 거

없이 댓글란에서는 이에 대한 갑

인>이 크게 유행했을 때에는 거의

론을박, 격한 토론이 진행되고는

모든 웹툰에 '진격의 ㅇㅇ' 형태의

합니다.

댓글이 베스트를 차지하기도 했습

지각이나 작가의 개인적인 사정

니다. 그리고 곧 '진격의 ㅇㅇ 지

등은 토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겹다'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이 되

므로 깊게 다룰 생각은 없습니다.

었죠.

말하고 싶은 건 그런 부정적인, 혹

웹툰 댓글란이라고 해서 작품 이

은 공격적인 반응 역시 작가에게

야기만 해야 하느냐는 지적에도

직접 가 닿게 되고, 그것은 강력한

일리가 있습니다. 웹툰 댓글란은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팬클럽 게시판의 역할을 일부 수

리고 저는 이게 작가에게 별로 좋

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은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재미있으면 추천도 하고 의견도 나누고.

제가 웹툰 댓글란을 즐기지 못하 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

한편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는 다

단 저는 게시판 문화를 좋아하지

똑같겠지만, 좋은 점이 있으면 나

않고, 댓글의 농담이 그리 재미있

쁜 점도 있습니다. 작가와 독자가

는 줄 모르겠고, 댓글들에서 보이


는 어떤 무책임함이 부담스럽습니

서 댓글란에다가 글을 쓸 이유는

다. 그래서 저는 저만 싫어하는 줄

없다는 겁니다.

알고 있었는데, 두고 보니 꼭 그런

한편 소문이란 쉽게 왜곡되고 편

것만은 아닌 것 같더군요. 작년 서

파적으로 편집되기 일쑤이기 때문

비스를 시작한 레진코믹스는 댓글

에, 나쁜 소식은 더욱 조심해서 다

란을 두고 있지 않고, 여기에 대해

뤄야 하기 마련인데 웹툰 댓글란

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들을

에서 이런 신중함을 기대하기는

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겠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부친상 때문

고 마음 먹게 된 순간입니다.

에 휴재하게 되었다고 올린 공지

앞서 웹툰 댓글란의 긍정적인 면

에 그래도 연재는 성실하게 해야

과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 언급했습

하지 않냐고 따지고, 작가 개인적

니다. 이쯤 해서 이러이러하니 이

인 영역의 일을 가지고 굳이 해명

용자들의 각성이 필요하고 긍정적

을 요구하는 장면이 그리 낯설지

인 방향으로만 이용하면 좋겠다,

않은 건 제가 관심이 많기 때문일

고 끝내면 예쁜 마무리가 될 것 같

까요.

습니다만. 확실하게 말씀드리자면

출산 때문에 휴재 공지를 올린

저는 지금의 웹툰 댓글 서비스는

한 작가는 그 다음 주에 공지에 달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생각하고,

린 댓글들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때문에 댓글란이 그렇게까지 필요

말했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독자들

한 공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응원하고 이해해 줬기 때문이라 고 합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

길게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니다. 훈훈하고. 하지만 한편으로

독자가 작가에게 감상을 말하고

는 작가가 휴재하겠다고 선언한 것

싶다면 작가의 SNS나 블로그, 쪽

에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지, 이메일, 팬카페 등을 통하면

있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됩니다. 공들여 손으로 쓴 팬래터 를 보내야 작가한테 도착할까 말

웹툰 댓글란이 유용한가 아닌가

까 하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입니

는 댓글의 내용이 아니라 작가와

다. 굳이 내가 원래 댓글 안 다는

독자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잡을

사람인데 로그인했음을 과시하면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와 독자가 직접 부딪힐 수 있

아서 밥도 떠먹이고 엉덩이 토닥

게 되어 있는 웹툰 댓글란은 작가

여서 회사도 보내는 극성 독자가

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아주 짧게

아니라, 관심은 가지되 참견하지

줄여 줍니다. 갈등은 여기서 발생

는 않고 따박따박 필요할 때마다

하고, 저는 이 갈등은 피할 수 있으

돈 내어 놓는 독자라고 생각합니

며, 이를 위해 작가와 독자 사이에

다. 좋은 독자는 지나치게 참견하

거리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 않고 돈 잘 쓰는 독자죠. 그런

지금의 웹툰 댓글란은 관리가 부

의미에서 장애물 없이 작가에게

족합니다. 포털, 혹은 서비스 제공

직접 밥을 떠먹여 줄 수 있는, 혹은

업체는 콘텐츠 제공자인 작가를

돌을 던질 수 있는 지금의 웹툰 댓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해야 할

글란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

책임이 있습니다. 최소한 작가를

는 공간입니다.

악의적인 공격에서 막아 줘야 합 니다. 하지만 작가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서비스 제공 업체는 몇 군데 없다고 봅니다. 대책 없이 작 가를 독자들의 목전에 던져 놓았 다고나 할까요. 분명히 말하지만 웹툰 댓글란 서 비스 그 자체가 나쁜 건 절대로 아 닙니다.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 만 가끔 재미있기도 한 베스트 덧 글의 농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필터가 거의 없거나, 혹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작가들을 조금 더 아낄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안정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그래야 하죠. 그리 고 좋은 독자는 옆에 바짝 붙어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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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연재소설

Rail   of   World_이상욱 햇볕이 쨍쨍하던 어느 가을 날 아침, 가로수길이 아름답게 늘어져 있 고, 은행잎이 어지럽게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가로수 길은 마치 옐로우 카펫이라고 불릴 만하게 완벽하게 아무런 틈도 없이 빽빽하게 노란색 은 행 잎으로 뒤덮였다. 그 길 위로 베이직 색 조끼 위에 이름표 달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깔깔 대며 즐겁게 등교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평소의 등 굣길과 다름없이 평화로운 나날이 지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 속에 익숙하지 않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정말 낭만적인 가을 풍경과는 절대 맞지 않는 것이었다. 은행잎 이 쌓여있는 가로수길 구석에 그것이 존재했는데, 길을 가던 사람들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듯 하하 호호 웃으면서 가로수 길을 천천히 걸어 가고 있었다. 유민도 마찬가지로 여느 사람들과 같이 가로수 길을 평화롭게 걸어가 고 있었다. 그녀는 혼자서 걷고 있었기에, 멋진 가로수 풍경을 찬찬히 살 펴보았고 다른 사람이었으면 지나쳤을 것을 그녀는 보고 말았다. 유민은 그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는 그 곳을 몇 초 간 멍하니 응시하다가 그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매우 놀란 표정으로 그 곳으로 달려갔다. 유민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말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그곳에는 어떤 한 남자가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아니, 어쩌면 시체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유민은 그 사람의 몸을 강하게 흔들었다. “으음….” 신음소리와 함께 그 남자는 눈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일단 살아있음을 확인한 유민은 내심 안도하면서 이 남자의 신상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도대체 누구이길래 여기서 평화롭게 누워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즈


음…. 그 남자는 눈을 뜨자마자 유민의 멱살을 잡고는 눈을 부릅뜬 채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너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를 바라보았다. “절대로….” 그 남자는 유민을 노려보며 목소리를 쥐어짜듯이 말하려다 갑자기 말 을 끊고는 유민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유민은 영문을 모른 채 그 를 그저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남자는 유민의 멱살을 놓은 채 무언가 홀린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멍하 니 쳐다보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혼란스러운 유민의 어깨에 누 군가가 손을 얹었다. 깜짝 놀란 유민은 서 있던 자리에서 뒷걸음치며 뒤 돌아보자 유민과 똑같은 교복차림인 한 남자애가 보였다. “유민, 뭐해? 그 남자는 누구야?” “아 정말, 놀랐잖아. 나도 잘 모르겠어. 아까 시체처럼 누워 있었는데, 내가 깨우니까 갑자기 내 멱살을 잡더라고.” 유민과 얘기하던 남자애는 옷을 털며 일어나는 남자를 찬찬히 훑어보 더니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성훈이라고 하는데요, 이름 좀 알려주시겠어요?” 성훈의 음성을 들은 그 남자는 고개를 천천히 들고는 성훈을 멍하니 바 라보더니 천천히 일어서서 옷의 흙을 털고는 아까와는 다른 차분한 목소 리로 말했다. “아, 저는 김현준이라고 합니다. 아까 조금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죄 송합니다. 그런데 제가 좀 지금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어서요” “곤란한 상황이요?” 현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잠시 망설이다 대답하였다. “그… 제가 집에서 쫓겨났거든요” “네?” 성훈과 유민이 동시에 큰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갑자기 집에서 쫓겨났 다고 말하니 살짝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 은 채 현준은 말을 이어나갔다. “좀 사정이 있어서요 자세한 사실은 얘기해 줄 수 없네요


“아, 네….” 성훈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 다음 말을 잇지 못한 가운데 유민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지긋이 현준을 바라보았다. 현준은 유민의 눈초리 를 피하며 성훈만 바라보았고, 성훈은 어색한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지 안절부절 못하다가 곧 무언가가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현준에게 말했다. “저기, 조금 물어보기 죄송하긴 하지만 지금 무직인 상태이시죠?” 현준은 갑작스러운 성훈의 질문에 잠시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무 덤덤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말했다. “뭐, 이제 막 실업자가 됐다고 할까나, 그렇긴 한데 왜요?” “그렇군요. 그러면 저희 학교 미화원으로 일하실래요? 며칠 전에 어떤 분이 그만두어서 지금 급하게 구하는 중이거든요. 그러면 그 일의 대가 로 저희 학교 기숙사에서 당분간 지내게 해 드릴게요.” 현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웃는 표정으로 그러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야 기를 들어 보니 성훈은 테란 고등학교 이사장 아들이었기에 자기 아버지 에게 잘 말만 하면 취직은 될 거라고 했다. 현준은 성훈과 유민을 따라서 테란 고등학교에 오게 되었다. 테란 고등 학교는 등굣길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은행나무가 일 직선으로 쭉 펼쳐져 있어서 마치 노란색으로 물들인 세상에 들어온 느낌 이다. 하지만 학교 내부는 다른 고등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더 볼품없어 보이기도 하였다. 건물이 살짝 오래 돼서 여기저기 변색이 되 었고, 담벼락은 낙서로 가득했다. 운동장에는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학생 들로 가득 차 꽤나 어수선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운동장에 도착하니 종소리가 울려퍼졌고 학생들은 일제히 뛰기 시작 했다. 유민도 성훈을 바라보며 빨리 뛰자는 신호를 보냈지만 성훈은 고 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일단 먼저 들어가 있어. 나는 아버지를 만나 봐야 할 것 같아. 담임한 테 잘 말해 줘.” 유민은 잠시 생각하는 듯 고개를 들었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 인 후 재빠르게 교실로 뛰어갔다. 성훈은 현준과 같이 이사장실로 천천 히 향했다.


현준이 이사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니 바로 중후한 목소리로 답이 왔다. “누구시죠?” “아버지, 접니다” “…그래 들어와라” 이사장실은 의외로 소박한 느낌이었다. 흰 벽에 아름다운 그림 액자 하 나만 걸려 있었고, 구석에는 몇몇 상패가 들어 있는 장식장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책상은 문 쪽으로 향해 있었는데, 책상 위에는 색이 바랜 이사장 명패가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책상 ���에 거구의 몸집을 가진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래, 무슨 일로 온 거지?” 이사장은 매서운 표정으로 성훈을 보았다. 이사장의 얼굴은 보는 순간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떠올릴 정도로 강한 인상을 풍겼다. 그는 눈썹이 진했고 날카로운 눈매의 소유자였다. 성훈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학교 환경 미화원 자리가 빈다고 해서요. 그에 알맞은 사람을 한 명 구 했어요” 성훈은 말을 끝마치고 슬쩍 현준을 쳐다보았다. 현준은 그에 응답한 듯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현준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환경미화원 일을 하 고 싶습니다.” “흐음….” 이사장은 현준의 위아래를 훑은 후 고개를 잠시 기울이더니 대답했다. “뭐, 일단 건장한 체격이니 쓸고닦는 건 잘할 것 같네. 그나저나 신원 좀 확인하고 싶은데 주민등록증 좀 보여주면 좋겠네.” 현준은 주머니를 뒤지더니 지갑을 꺼내고는 그 안에 있는 주민등록증 을 보여주었다. “음… 나이가 생각보다 어리군” 현준의 눈동자가 살짝 눈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온 것을 성훈은 보았다. 현준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차분하게 말했다. “부모님께서 출생 신고를 늦게 하셨거든요. 원래는 20살입니다.” “그런가? 흐음… 뭐 성훈이가 데려온 사람이기도 하니 일단 고용하겠


네. 열심히 일하세.” 그 뒤 현준은 학교 미화원이 하는 일을 배웠다. 그리고 성훈이 학교 기 숙사에 남는 자리를 현준에게 내주면서 잠자리도 해결되자 현준은 성훈 에게 무척 고마움을 느끼고, 학교 미화원의 일을 착실히 하였다. 그리고 현준은 의외로 사람들에게 싹싹하게 굴어서 학생들하고도 꽤나 친해졌 다. 나이가 세 살 많은 현준은 그들에게 반말을 쓸 정도로 친해졌지만 성 훈과 유민이 현준의 정체를 계속 캐내려고 할 때마다 현준은 그들에게 자신의 정체에 대해 결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항상 유민이 현준에게 말을 걸 때면 현준은 그녀를 멍하니 몇 번 을 쳐다보았다. 현준의 표정은 아득히 그리움이 묻어나 있었다. 유민은 현준이 자신을 계속 쳐다보자 살짝 부담스러워져서 분위기도 풀 겸 현준 에게 가끔 농담조로 이렇게 얘기하였다. “혹시 저한테 반했어요? 왜 자꾸 멍하니 절 쳐다보세요?” “아, 그냥 아는 사람이랑 많이 닮아서” 현준은 순간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 것을 유 민은 확실하게 보았다. 유민은 모르는 척 한 채 또 시시한 농담을 건넸다. “아는 사람이 많이 예쁘나 보네요” “글쎄.” 현준은 말을 살짝 피하며 유민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유민은 현준의 씁쓸한 표정 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지 매우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다. 오직 그녀의 손아귀에 있는 그에 대한 정보 는 어느 날 갑자기 학교 앞 등굣길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었다는 것과 나이가 스물이라는 것뿐이었다. 한편 같은 시각 학교 이사장실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베토벤의 ‘운명’이 웅장하게 울리는 가운데, 학교 이사장은 터벅터벅 걸어와 휴대 폰을 집어 들자 벨 소리가 그쳤다. “여보세요?” “거기 테란 고등학교 이사장인가요?” “네 맞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이사장에게 동질감과 이질감을 동시


에 주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통해 나오는 내용은 이사장에 게 큰 충격을 주었는지 당황이란 단어는 전혀 걸맞지 않는 얼굴에서 당 황스러운 표정이 확연히 드러났다. “아니, 어떻게 그걸….” 이사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지만 곧 이사장은 납득의 표정을 지은 채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하교시간이 다 되어 종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진 가운데 학생들이 우 후죽순으로 하교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자동차가 불쑥 들어와 거의 학생을 칠 뻔한 사고가 일어났다. 다들 안도 의 한숨을 내쉬는 가운데 성훈만이 그 장면을 멍하니 본 채 손을 덜덜 떨 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현준이 보고는 걱정이 되어 말을 걸었다. “성훈, 괜찮아?” “아, 네 괜찮아요. 단지 예전 생각이 나서요” “예전 생각?” 현준이 곧바로 묻자 성훈은 뜸들이며 생각을 깊게 하다가 간신히 말하 였다. “음… 말하기 싫은 기억이긴 한데…. 어차피 극복해야 할 것이기도 하 니 한번 털어놓죠. 제가 어릴 때 제가 타던 차와 트럭이 크게 부딪혀서 삼 중 추돌 사고가 일어났어요. 큰 불까지 나고 아주 난리였죠. 크게 다친 곳 은 없었지만, 얼굴 쪽에 화상이 심했어요.” “진짜?” 현준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성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성훈의 얼굴은 티 없는 옥과 같았다. 이에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현준의 생각을 성훈은 깨달았는지 곧바로 이어서 말했다. “뭐, 다행히 수술에 성공해서요. 수술이라기보다 성형에 가깝지만 말 이에요.” 현준은 그 말을 담담히 들어 주었다. 다만 살짝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이내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 “정말 그 때는 큰 일이었어요. 그 트럭 운전자가 졸음 운전을 하고 있었


으니까요. 아직도 그 번호판이 기억나네요. 7634였는데 정말……” 그 순간, 현준은 매우 놀란 표정으로 성훈을 쳐다보았다. 마치 못 들었 을 것을 들었던 것 마냥 말이다. 성훈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간신히 말하 는 중이라 현준의 엄청난 표정을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다음 날, 학교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유민은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현준 을 보자마자 재빨리 달려가 말을 걸었다. “오빠 갑자기 저한테 이 책을 준 이유가 뭐죠?” 그 책은 만화책으로 앞에 해골 마크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현준은 잠 시 놀란 표정으로 그 만화책을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 “내가 이 책을 줬다고?” “택배로 저희 집에 왔는데 보낸 이의 이름이 김현준이라고 적혀 있다 고요. 현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실실 쪼개며 말했다. “아, 왠지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말이야.” 유민은 그 말에 발끈하고는 책상을 손바닥으로 꽝하고 내려치며 말했다. “무슨 소리에요? 제가 왜 이런 만화책을…….” 유민이 뭐라 따지려는 순간 아침 조회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민은 씩씩거리며 다른 학생들과 함께 그들은 자기 자리로 돌 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선생님 대신 어떤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 둘이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현준의 팔짱을 확하고 잡고는 질질 끌고 가 버렸 다. 성훈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멍하니 쳐다 보다 정신을 차린 후 끌고 가는 사람들에게 거칠게 항의하였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렇게 사람을 강제로 끌고 가는 거죠? “나는….” 현준이 자신의 붙잡은 사람이 당황한 틈을 노려 말하려고 하는 순간, 그들은 품속에 있던 재갈을 꺼내어 현준에게 물렸다. 현준은 끊임없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지만, 단순히 읍이라고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성훈을 그냥 무시하고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 지만 성훈은 끝까지 그들에게 따졌고, 짜증이 난 그들은 성훈을 거칠게 밀어 버렸다.


그는 쓰러진 채로 현준이 끌려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하였다. 그리고는 일어서려고 하는데, 일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펜던트가 하나 떨어진 것을 보았다. 그 펜던트에는 어떤 여자 사진과 함께 찢어진 종이 쪼가리가 하나 들어있었다. 종이를 펴서 살펴보니, 여자가 썼는지 섬세 한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해?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 아니면 불치 병을 걸렸을 때나 맹독수프를 먹었을 때인가? 미안 조금 있으면 너도 못 볼 텐데 이런 드립이나 치고 정말 난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봐. 아무튼 난 네가 날 잊지 않으면 죽지 않는 거라고. 뭔가 오글거리긴 하지만 지금 은 왠지 쓰고 싶네. 내 걱정 말고, 내 부탁 들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사진을 보았는데, 그곳에는 어느 여자의 사진이 찍혀있었다. 어 딘가 많이 익숙한 얼굴이라고 성훈은 생각을 하였다.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생각에 깊게 빠졌을 무렵 성훈은 누군가가 자신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리는 것이 느껴졌다. 기분이 살짝 나빠졌는지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유민이 서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강제로 그렇게 사람을 끌고 가다니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거지? 그나저나 성훈, 너 뭐 보고 있어?” 유민은 성훈이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재빨리 뺏고는 흥미롭게 쳐다보 았다. “여자 사진이네? 이거 현준 오빠가 떨어뜨린 거야?” 성훈은 대답하지 않고 멍하니 유민을 바라보다가 무언가 깨달은 표정 으로 다시 사진을 뺏고는 유민의 얼굴과 대조해 보았다. “이럴 수가……” 성훈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유민은 어찌된 일인지 영문이 몰라 조금 당황하면서 성훈의 눈 앞에 이리저리 손짓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깊이 생각에 빠져 주위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유민은 자신을 모르는 척하는 것이 화가 났는지 그에게 뒤통수를 갈기려고 하는 순간, “성훈 씨, 유민 씨. 이사장님께서 부르십니다.” 둘 앞에 이사장 비서가 나타나서 말을 걸었고 무슨 일 때문에 부르는지


모른 채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둘은 이사장실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 는 이사장과 알 수 없는 무리들이 서 있었고 현준이 밧줄에 묶여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아버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거죠?” 이사장은 성훈을 문득 돌아보더니 매우 크게 웃으며 성훈을 노려보았다. “아버지? 뭐, 너를 키웠으니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하다만, 나는 네 생물학적 아버지는 아니라고. 이제 그렇게 부를 필요도 없고 말이야”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죠?” 성훈이 놀란 표정으로 말이 끝마치는 것과 무섭게 알 수 없는 무리들이 억지로 성훈을 무릎을 꿇게 했다. “이제 너는 이 김현준이라는 자식이 죽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죽는다고요?” “그래 후후. 이로써 모든 목적이 달성되는 거지” 현준은 아버지가 갑자기 악마와 같이 웃는 모습에 당황하였다. 항상 카 리스마 넘치는 단정한 모습만 보여주신 아버지가 오늘따라 이상해 보인 것이다. “아버지, 정신차리세요.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시는 겁니까?” “큭큭 알 필요 없다. 뭐 한 가지 알려주자면 이 일은 예전부터 예정된 것이라는 걸까나.” 말을 마친 이사장은 품 안에서 권총을 꺼낸 뒤 현준의 관자놀이를 겨냥 했다. 그리고 방아쇠에 손을 갖다 대었다. 이제 조금만 손가락에 힘만 주 면 현준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힘없이 픽 쓰러지겠지, 라고 성훈이 생각하는 그 순간, 총소리가 여러 번 연달아 일어났다. 그리고 바 닥에는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아버지!” 성훈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놀랍게도 이사장이 다리를 부여잡 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이사장실에 있던 일련의 무리들이 하나 둘씩 고통스러워하며 뻗어 있었다. 그리고 권총들이 바닥에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에는 어떤 한 명이 서 있었다. “당, 당신은!”


유민은 경악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성훈도 너무 놀라 목소 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문 앞에 서있던 사람은 차분하게 현준의 밧줄을 풀었다. 현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또다른 나” 그렇다. 그는 현준과 모습이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었다. 다만 머리 모 양이 살짝 달랐을 뿐이지 생김새는 그대로 복사해 놓은 것 같았다. 자리에 못박힌 듯 가만히 있는 성훈과 유민과 달리 현준은 자신이 닮 은 사람에게 나아갔다. “그나저나 너, 그 택배는 뭐지? 나하고는 성격이 너무 다른데. 장난을 많이 치는 성격인가?” “음, 글쎄 항상 같이 있는 너랑 달리 나는 멀리서 지켜봐야 해서 답답했 거든.” 현준은 생각에 깊이 잠기더니 알았다는 시늉을 하며 유민과 성훈에게 돌아섰다. “아 참, 내가 깜빡 했네. 이 사람을 소개할게. 이름은 김현준. 뭐 그냥 또 다른 나라고 소개하는 게 편하기는 한데 말이야. 자세한 얘기는 장소 를 옮기고 나서 하자고. 여기 쓰러져 있는 사람들 구급차에 실려 보내기 도 해야 되고 말이야.” 말을 마친 현준은 전화기를 들어 119를 누른 뒤 테란 고등학교에 총 격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유히 멍한 표정으로 현준들을 바라 보던 유민과 성훈을 끌고 어느 한 커피숍에 들어갔다. “자, 그럼 이제부터 자세한 얘기를 해볼까?” 현준은 침을 꿀꺽 삼키며 유민과 성훈을 찬찬히 번갈아 바라보며 운을 떼기 시작했다.


[Text]   단편소설

국방색   가면_배상현 “병들은   듣거라.   요즈음   부대   내    공기가   뒤숭숭한   것을   병들도    익히    알 고   있을   것이다.   부디   경거망동하지    않고    다음   차례에   5분대기조를   무사 히   넘기도록   각자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게야.” 병들은    옆   부대에서    일어난   불미스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한    일병이    샤워실에서    비누를    줍다   정말    ‘비누를    주워   버린’    사건은   간부들의   쉬쉬 하는   분위기   속에   위로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병사들   사이에선   알음알음    퍼진    사실이었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기에    별로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러고    보면    요즈음   부대    내    군   기강이    지나칠    정도로   에프엠을   따르고    있었는데,   위의   사건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으리라. 5분대기조는    각    부대를    돌다,    중간에   두    부대로    갈라져    순찰하게    된 다.   소대장이   1조,   분대장이   2조를   맡아   돌게   되며   김   상병은   2조에   속해    있다.    신입    소위인    소대장이    그리    탐탁지    않았거니와    병사들   사이에서    간부란   섞일   수   없는   존재이므로,    병사만으로    구성된   2조의   긴장감은   자 연히   풀어질   대로   풀어져   있었다.       “분대장.   잠시   소피   좀   보고   오겠소이다.” “어허,   김   상병   이    사람.   그런   노상방뇨를    하려   하다니,   분대장인   내    입 장에서   절대   용서해줄   수   있는   일이오.   걸리지만   마시게나.” “허허,   싱거운   양반   같으니.” 김    상병은    부대    안과    밖을    분리해   놓은    담장으로    휘적휘적    걸어    나갔 다.    회색    벽돌   담장    바깥은   영외,    즉   속세의    땅으로,   광대한    포도밭이   펼 쳐져   있었다.   비록   벌써   다    수확해   갔지만   여전히   바람을   따라   들어온   은 은한   포도   향기가   주변을    감돌았다.    김   상병은   그   향기에   취한   듯   천천히    허리띠를   풀었다.   곧   세찬    물줄기가    벽을   때렸다.   몸에   고인   것을   털어놓


는   감각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그는   눈마저   감고   있었다.   소리가   잦아들 고,   몸이   부르르   떨릴   때   김   상병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주변을   돌아보 니,    회색    벽    주변을    서성이는    묘한    그림자가    있는    게    아닌가.   그   인영은    담장을    주먹으로    몇   번    두들기며   초조하게    발을   동동거렸다.    설마,   자신 의    물줄기를    담장이   버텨    낼지를   가늠하는    것인가,   김    상병은   긴장했다.    허나    그    이상의   경계심은   들지    않았는데,    인영이    정말   자신의   물줄기로    담장이    쓰러질    걱정을   하는가    하는    조야한   흥미    역시    동하고    있었기   때 문이다.    그래서,    담장을    넘어    묵직한    비닐봉지가    던져져    들어오자   그야 말로   대경하고   말았다.    “저…⋯   저거!” 닫힌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온   소리에   역시   인영도   반응하고    만    모양이 다.   한   손으론   비닐봉지를    쥐고,    다른   손으론   얼굴께를   가리며   인영은   어 둠   속으로   달려   나갔다.   김   상병은   쫒아갈   수   없었다.   아직   자신의   물줄기 가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체불명의    인영이    그리   큰   잘못을    한    것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아마    담장    너머로    치킨이라도   배달시킨   것 이겠지.   간부라면   몰라도,    같은   병   사이에서   이해   못    해    줄   것   없었다.   다 행히   주변엔   자신밖에   없었으니,    김    상병만   입   다물고   있다면   별   문제   없 이   넘어가리라.    ‘거참,   부러운   병사로군.   어느   부대   병인지는   몰라도,    저    노하우를   전수 받으면   참   좋겠군   그래’ 물론   김   상병의   생각은   생각으로만   그쳤다.   물줄기가   그치자   김   상병은    아무   일   없었던   듯   5분대기조와   합류했다.    5분대기는    별    탈   없이    끝났다.    휴일에도    군복을    입어야    하는    고된    날 도    드디어    안녕인   것이다.    병들은   5분대기용   내무반에서    각자의   내무반 으로   돌아갔다.    그것은   김    상병도   마찬가지였지만    김   상병은   요    며칠   사 이   이유   모를   감각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불현듯   정체   모를   시선이   느


껴져,   잠시   주변을   살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하곤   했던   게   벌써   열   번 을    넘었기    때문이다.   상병    초반에서   상꺽으로    갓   넘어온    김   상병인지라,    혹   시기    상의   문제인가    스스로도   생각해    봤지만,   이런   일이    늘상   그렇듯    혼자만의   착각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권력의   말단이나마   누리 고   있는    입장에서   이제    막사   내   규율에    따라   걸레를   빨지    않아도   되었지 만,   아랫것들이   못하면   혼나는   중간관리직의   입장이   실은   더욱   고달프다 는    사실을    김   상병은   옛적에    깨닫고    있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인지도    모른다고   김   상병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   혼자만의   생각으 로   확신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김   상병님.   이리도   기운이   없는   까닭이   무엇인지요.” “아무   것도   아닐세.   그저   늦여름의   더위에   잠시   맥을   못   추는   까닭일   게야.” 김    상병은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연병장을    뛰었다.    계급이    낮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한   감각이지만,    김   상병은    분명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이    감정   자체가    후임   병들에게는    사치로    느껴질   테지만    말이다.   상 급병들이   무료함을   달래는   방식은   몇몇   유형으로   나뉜다.   하급병을   괴롭 히거나,    같이    노는    유형.    자기만의    취미를    가지는    유형,    공부나   단련   등    자신을    갈고닦는    유형.   김   상병은    그    중에서도    드물고   독종이라는   단련 을    택했다.    더운    땀이    심장을    거쳐    말초    혈관까지    퍼지는   감각.   그런데,    이리도   싸늘한   감각이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반사   신경,    또는    일종의   예지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정체불명의    인기척 이   습격하기도   전에,   김   상병은   이미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기민한   반사 신경은   과연,   몸을   평소   단련한   자   다웠다.   김   상병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 키며   습격한   자를   살폈다.   습격   자는   복면,   아니   안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필시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자의   짓.   습격   자는    양손에    대빗자루를    꼬나쥐고   있었다.    흉흉한    무기의    끝은    정확히   김   상 병의   명치를   향하고   있었다.    떨리는    손길.   흉수의   봉이   김   상병에게   날아


왔다! 허나,    비   끝은    김    상병에게    스치지도    않았다.   안면    마스크인의    표정을    가늠할   수는   없었으나,   경악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럴   리   없다!   무언의    외침처럼   대빗자루는   다시   한   번   허공을   갈랐다.    “제   육   초식.   등배   운동!” 김   상병의   몸이    뒤로   크게   젖혀지며   대빗자루를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찰나의    반동으로    몸을    앞으로    굽혀,    오히려    안면    마스크인에게   불시의    박치기를   날렸다.    안면   마스크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불의의   기습에,   자신은   무기 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여태껏    달리다    지친    사람    하나    상대하지   못함은    어째서인가.    허나,    안면    마스크인의    실패는    어쩌면    예정된   필연이었다.    사실,    김    상병은   국군    도수   체조를    십성으로   연마한    고수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설렁설렁    체조   시간을    보내는    동안   김    상병은    한   동작   동작마다    열과   성을   다하여   묘리를   익혀   갔다.   진지한   움직임에   일   년   간   계속된   꾸 준함이   가미되자    김   상병은    다른   자들이   다다를    수   없는   높은    곳까지   오 른   것이다.   꾸준한   훈련으로    인해,    그의   신경은   뇌를   거치지   않고도   근육 을   움직였다.   갈대의   움직임이    갈대의    의지가   아닌   것처럼,   김   상병   역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손이   나가고   있었다.    “제   오   초식.   옆구리   운동!”   몸을   한껏   옆으로   굽히며   손끝으로    적을   찌 르는   옆구리   운동   자세가    절묘한    순간   뻗어나갔다.   너무   과한   수를   쓴   것 일까,   염려가   되는   한편   김    상병은   또한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 다.   적을   제압했다   여길    찰나,    안면   마스크인은   거꾸로   든   대빗자루를   부 채꼴   모양으로    빠르게   휘두르며   막(膜)을   형성했다.    초식은    외치지   않았 지만,   김    상병은   그것이   무엇을    본뜬    것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폭설 에   비질하기   형세!’   김    상병은    옆구리   운동의   손끝이   흐트러질   정도로   놀 랐고,    그    틈을    타    봉막은    손끝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흉수는   세    발짝   물러나    김   상병과    대치했다.   안면    마스크로   인해   눈매가    잘   보이지   


않았으나,    김    상병은   그가   자신을    매우    노려보고    있으리라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김   상병이    봉막에   그토록   놀란   데는   다른   연유가   있지    않다.   안면   마스크인이   자신의    공격을   막을   순   있다.   자신처럼,   무언가를    연공한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허나    폭설과   같은   상황은    한철에   불 과하기에    꾸준한    연공이   힘들다.    연공의    시기가    고작    한시   한철에   불과 한   기술로   자신과   대적하다니.    김    상병이   경악한   까닭이다.   김   상병   멍하 니   있는   사이,   안면    마스크인은    연병장   옆   수풀   사이로   사라졌다.   놓치면    앞으로의    후환이    두려운   자다.   끝내기    위해    쫓아가려는    찰나   당직   사관 의    집합   방송이    흘러나온다.    놈!   운이   좋았구나.   김    상병은    아쉬움을   뒤 로   한   채   막사   안으로   들어간다. 김   상병은    그    뒤로도   국군   도수    체조    연공을   멈추지   않는다.   언젠가    더 욱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막사   내   후임   신   이병 은    자신의    선임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의   휴일 임에도   뒤뜰에서   묵묵히   도수   체조를   반복하는   모습은   이상함을   넘어   광 기   어리기까지   했다.    “김   상병님.   무얼   하시는지요?” “내겐   아직   더   오를   경지가   있을지   모르지.   오를   수   있는   곳까지는   오를    예정이니라.” “소인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김   상병님은   막사   안에서    가장    도수    체조를   잘   하시지   않습니까?   적수가   없는데   어찌   노력을   하시는지요.” “허튼   소리   말라.   자신이    선두를    달린다고   해서,   결승점도   전에    달리기 를   멈추는    선수는   없다.    하물며   뒤에서    점차    속도를   높이는    경쟁자가   있 다면   더더욱   그렇지.” 신    이병은   더    이상의   토를    달   수    없었다.   이    이상   말을    건다면   이는    선 임에   대한   결례요,   김   상병    개인에게도   저   진지함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   이병이   뭐라   말하든,   김   상병은   이제껏   없던   활력을   느꼈다.   안면   마 스크인은    분명    다시   자신을   습격할    것이요,    자신    또한   기꺼워하며   응할    것임을   김   상병은   알고    있었다.    피하는   것은   자신의   미학에   어긋난다.   광 오한    생각일지    모르나,    자신은    안면    마스크인의    도발에    충분히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여겼다.    무릇   무언가에    열중한    사람은   더    나은   사람에게    도전할   권리가   있고,   이미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자는   그   도전에   응할    의무가   있다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김   상병이   자신의   분야 에서    도전할    만한   누군가를   찾지    못한데서    온,    일종의   아쉬운   감정이기 도   했다.    일주일이   넘게   아무런   습격이   없자,   김   상병은   안심함과   동시에   어딘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    설마    본인이    안면    마스크인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는   말인가.   김   상병은    이를    부정하려   애썼지만,   일주일   동안   국군   도 수   체조를   즐겁게   연마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루   일과 가   거의   다   끝나고,   막사   밖에서   군화를   닦는데   담배   피러   나온   권   병장이    한마디   한다.    “자네,   군화를   너무   과히   닦는   게   아닌가?”    김    상병은   의아했다.    그저   솔로    군화의   먼지를    털어    낼뿐이라   여느    때 와   다름이   없는   까닭이었다.   권   병장에게   물었다. “군화를   과히   닦는다   함은…⋯.” “허,   이    친구,   정말    몰랐네    그려.   내일부터    춘계   진지    공사임을    망각하 였나?” “아!   허허,    정말    깜빡하였습니다    그려.    그래,   어차피    내일   군화가    더러 워질   테니   적당히   닦으라는   뜻이셨군요.   내일부터   힘들어지겠.” 습니다그려.   뒷말은    김   상병의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권   병장    역시    도중    말을    멈춘   김   상병을    기이한    눈으로    쳐다보았으나,   그러려니   하고    담배를    태우길    여념이   없었다.    닦던   도중의    구두솔과,   뚜껑이    열린   검은   


구두약,   흰   담배   연기에   둘러싸인    채   김   상병은   소름이   오소소   돋은   것을    감촉으로    느꼈다.    머릿속을   스친    한    가지    가설은    모순되는   감정을   불러 왔다.   그   감정인   즉   염려와   기대였다. ‘안면   마스크인은    그   뒤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상   습격하지    않는 다면   더   바라   마지   않겠지만    처음    습격   당시의   분위기로   보아   그럴   것   같 지는   않다.    안면   마스크인은    분명   한    가지    수를   가지고    있었지만   어차피    한철   속성으로   익힌   기술,    즉    연공을   신속히   할   수   있으나   대성하기는   어 려운   것이   필연이다.   그러나,    만약    속성으로   다른   기술도   익히고   이를   자 연스레   발출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당연한    귀결이었다.   또한,    전    부대에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춘계    진지    공사는    암만해도    겨울의   폭설    못지않을   것이었다.    여태   한   주    간   흉수가    습격하지    않은것도    자연스레   납득이    갔다.   그는,    이번   진지    공사를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가려는   것이었다.    김    상병의   추측은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춘계    진지    공사가   끝난    주 말,   안면   마스크인은   여지없이   김   상병의   앞에   나타났다.   김   상병   역시   사 람의   눈에    뜨일   수    있는   연병장이    아닌,    대공초소로   이어지는    뒷산   중턱 에서    맛스타를    마시며   그를   기다렸다.    맨손체조의    이념이    골수   깊이   스 민   김    상병인지라   두   손은    항상   그랬듯   적수공권(⾚赤⼿手空拳)이었다.   체조    준비    동작으로    공격을   대비하려는    순간,    김    상병은    안면   마스크인의   손 에    들린    물건을   보았다.   그것은    저번    습격에서    보인   대빗자루가   아니라    한    자루의    야전삽이었다.    둔중한    빛을    발하는    금속    부분은,   금방이라도    김   상병의   두개골을   쪼갤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네가    무슨    이유로    본인을    습격하는지는    모르나,    저런    흉기를    가져 오다니.   자네는   정녕   살초를   쓰려는가.” “왜,   두려운가?   죽으면   장례식   정도는   치러   주지!” “부조금   받기   싫으니   죽는   건   다음에   하도록   하지.”


더    이상의   싱거운    말을    듣기   싫었는지,    안면   마스크인이    달려든다.    위 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일격.   강력했지만   또한   단조로웠다.    제    삼   초식.    목   운동.    김   상병은    목만   가볍게    움직여    삽날을   가벼이    피 했다.   비록   머리   부분은    피하더라도,    어깨는   불가결하게   다칠   수   있는   입 장.   허나   김    상병은   역시   한   마리   체조의   마이스터였다.    제   칠   초식,   몸통    운동    형세로    몸통을   구십    도    비튼   것만으로    야삽은    아슬아슬하게    김   상 병을   비켜   갔다.   가장    적은    움직임으로   적의   공격을   피한다,   이것이   가져 오는   가장   큰   효과는   바로   신속한   반격에   있다.    “제   일   초식.   팔다리   운동   하나!”    시계방향으로    기민하게   돌아가는    팔이    적의   몸을    공격한다.    정확히는    낭심에서부터    명치,    턱으로   올라가는    궤도로   인체의    급소만을   아우르는    궤적이라    할만하다.    체조의    가장    앞에    있는    동작이니만큼   단조롭지만,    또한    가장    범용성   있는   동작이었다.    안면    마스크인    역시   둔하지는   않았 지만   크게    야삽을   휘두른    만큼   몸의    균형이    적이   흐트러진    상태였다.   낭 심은   어찌어찌   피했으나   명치에    약간    스치고,   턱에   본래   공격의   육   할   정 도의    피해를    입었다.   안면    마스크인이   비틀거릴    때,   김    상병은   연속기를    넣기로   다짐한다. ‘춘계   진지   공사로   인해   긴장하였지만,   결국   이   정도란    말인가.    이번   훈 련으로   새로이   터득한   기술이   없다면   이는   필시   내   승리이리라.’ “받아   보아라,   제   팔   초식.   팔다리   운동   둘!” 김    상병은   양    팔을   평행히    한   채    노를   젓듯    크게   휘저었다.    꽉   쥔    주먹 으로   인해    대부분   주먹    부분을   경계하지만,    실상은   팔을   당길    때   팔꿈치 로   상대를    가격하는   일종의    속임수   공격이었다.    이를   눈치   채지    못한   대 부분의   상대는   주먹에만   집중하다   어디에   맞았는지도   모른   채   까무룩   쓰 러지고    마는    것이다.   과연   안면    마스크인의    시선은    온통   주먹에만   쏠리 어   있었다.   팔꿈치가   쾌속하게   적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지화자!   김    상병은   승리를   자신했다.   여태껏   한   긴장에   비해    시시한   결


말이었지만,    이    또한   승부의    한    부분.    승리에    대한    허물이    될   수는   없었 다.   안면    마스크인이   허리를    구십   도로    숙이며    팔꿈치를   머리카락    한   가 닥의    차이로    피하지   않았다면,    필시   승리는    김   상병의    것이었으리.   안면    마스크인의    야전삽은    그가   허리를    숙임과    동시에,    땅에    사십오   도의   각 도로   박혔다.   땅에   박힌    야삽은    흡사   딱밤을   먹일   때   엄지의   역할이었다.    힘을    가두었다    한방에    해방시키기    위한,    일종의    방아쇠인    것이다.   땅에    박힌   야전삽   날이   해방되었다. ‘내   공격은   실패했다.   그리고,    저    자의   공격이   날아든다!’   허나,    김    상병 은    공격이    어디에서   날아올지는    알지    못했다.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숙 이고    있던    안면   마스크인의   머리가    쾌속이    자신에게    날아올   때야,   그는    박치기의   묘리를    가진   공격임을   알았다.   ‘오호라,   숙인    몸을   펴면서   날리 는   박치기로구나!’   박치기를   무릎   굽히기로   앉으며   피할   때,   김   상병은   잘 게   쪼개진    시간   속에서   기이함을   느꼈다.    ‘이상하다.    강력한   삽을   가지고    있음에도    굳이    머리로    공격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흡사    요플레를   사서    뚜껑만   핥고   버리는   꼴   아닌가.’   김   상병의   의문은,   삽에서   날아온   흙으로    시야가    막힘과    동시에   더욱    큰    기세를   지닌    삽날이    직접   날아오면서   풀 렸다.    김    상병이   ‘팔다리    운동    둘’로   주먹에   페인트를    둔   것처럼,    안면   마 스크인    역시    머리는   페이크였던    것이다.   김    상병의   머리는   바람    앞의   등 불,   식칼   앞의   수박과   진배없었다. 퍽석. 단단한   물건이   둔탁하게    쪼개어지는   소리가   나고,   안면    마스크인은    조 용히    중얼거린다.    “미안하오.    살인멸구(殺殺⼈人滅⼝口)만이    유일한   방도였으 니.”   안면   마스크인은   삽날을   갈무리한다.   아쉽게도,    눈은   뜰   수   없다.   안 면    마스크를   너무    과신한   탓일까.    그가    최후에   펼친    초식‘참호에   삽질하 기’는   돌과    흙이    공중으로   마구    비산하는   효과가    있지만,    안면   마스크인 은   자신에겐    마스크가   있는    만큼   자신의   눈이    조금   더   안전할    것이라   믿 었다.    비산한    돌과   흙은    오로지   김    상병의   눈에만    들어갔으리라   여겼고,   


실제로    일리    있는   생각이었지만    기어이    흙   한    알갱이는    좁은    틈새를   넘 어   안면   마스크인의   각막까지   도달하였다.   허나   안면   마스크인은   시야가    사라진    와중에도,    묵직한    손맛을    통해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였다.   그리 하여,    조용한    와중에    목소리가    들리어오자   안면    마스크인은    대경(⼤大驚)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호오,   살인멸구가   목적이었군   그래.” “마,   말도   안   돼!   분명   단단한   것을   둘로   쪼개는   감촉이었다?” “단단한   것을   쪼개긴   했지.   하마터면   나도   위험할   뻔했어.” 김    상병이   거들먹거리며    말하는   와중에    안면    마스크인은    알싸한    사과    향을   맡을   수   있었다.    “…⋯맛스타?” 안면    마스크인이   아연하게,    자신이   쪼갠    것의    정체를    맞출    때   김    상병 은   벌써   다음   초식을   준비   중이었다.    “업보를   치루어라.   제   십일   초식,   팔다리   운동   삼.” 양팔을   진자처럼   옆으로    크게   휘두르며,   다리를   번갈아    가며    들어올린 다.   그   모습은   흡사    계단을    올라가듯,   무릎은   정확히   직각으로   굽어있다.    양    팔의   관성을   허리    아래로    끌어   모으는    동시에    무릎의   탄성을   배가시 키는   고등   기술은,   공격    초식으로선   가장   말미에   있는   동작이었다.   고로,    가히   국군   도수   체조의   정수라    할   만한   것이다.   무릎이   장대한   기운을   지 닌    채    안면   마스크인을   향한다.    안면    마스크인    역시   허섭스레기는   아닌 바,   뒷걸음질로   겨우   피한다.    하지만    팔다리   운동   삼은   단발성   동작이   아 닌,    연계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기술이었다.   김    상병은    한   발짝    더욱   앞 으로   나서며,   몸의   탄력을   더욱   배가시켰다.   지진   후   엎친   데   덮치는   쓰나 미도   이와   같진   않을    것이다.    최후의   순간,   안면   마스크인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어차피    보이지   않는    눈이었지만,   눈을    감음은   곧    자신의   결말을    어느   정도   수긍한   것이었다. 허나   역발산기개세(⼒力力拔⼭山氣蓋世)의   공격은   어이없게도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바로   흉수의   ‘참호에   삽질하기’   형세가   파놓은   구덩이   때문이었는 데,   이   구덩이에   전진하는   발이    빠지며    두   번째의   무릎   공격이   균형을   잃 은   까닭이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역시   고수의   반열에   들   만한   안면   마스 크인에겐   충분한   시간이었다.   안면   마스크인은   뒤로    물러났지만,   모욕감 을   감출   수   없었다.   눈이   보이지   않아   제대로   된   사정을   가늠할   수   없었기 에    마치   김    상병이    자신의    사정을    봐준   것으로    지레   짐작했기    때문이다.    “네놈은    내게    모욕감을    주었다.”    안면   마스크인은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빠르게   자리를   벗어난다.   산을   올라가는   것으로   보아   야산   넘어   있는   부대    같았으나,   김   상병은   그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저   망연히,   양팔을   벌린   채,    깨금발을   한   상태로   멀어져   가는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국군   도수   체조는   애초에   순서대로   하나씩   동작하는   체조다.   그것을   중 간부분부터    무리하게    발출하면    당연히    몸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하 물며,    김   상병은   본래    일    번,   팔    번,    십일   번에    따로    떨어진    팔다리   운동    일,    이,    삼을   한꺼번에    사용한    것이다.    팔다리에    큰    부담이   가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허나   안면    마스크인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시력 은    점점    회복되어   가고   있었으나    여전히    시야는    흐릿했으므로,   안면   마 스크인이    도망가는    속력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   상병이   자 신을   쫒아오지   않는   것에    그는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허나,   그와   동시에    불시에   습격한    괴인인    자신을    순순히    놓아    주는    김    상병의   대인배적인    배포에    안면    마스크인의   조금    감탄하고   마는    것이다.   또한,    들끓던   적개 심   역시   조금   성격이    다른    감정으로   바뀌는데,   바로   호승심이었다.   두   마 리의   맹수는   서로   다투면서   조금씩   발톱은   날카로워져가고,   가죽은   두꺼 워지고   있었다.    김   상병은    곧    병장이   될   시기가    다가옴을    느꼈다.   처음   습격을   받은    것 이    상꺽    무렵이었으니   어느덧   시간이    삼    개월이나    흐른   것이다.   두번째   


습격   이후,   안면   마스크인은    다시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허나   김   상병 은   그가    다시   나타날    시기를   정확히    가늠하고    있었다.   짚이는    바가   있었 던   것이다. “이병아,   이번   유격   비   조가   오는   날이   내일이더냐?” “그,   그러하옵니다.   무언가   기다리는   것이라도   있으신지요.” “내   나머지   손바닥이다.” 이병은    김   상병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더    이상   물으면    실례가    될   것   같아    군말    없이   하던   일을   마저   하였다.   요    며칠   사이   김   상병은   마 음이   들떠   도수   체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보통    유격    훈련은    부대를    멀리    떠나   유격    훈련장에    가는    것이    보통이 나,   전   병력이   훈련받는다면   그   동안   부대는   텅텅   비게   된다.   그것을   저어 하여   보통은   에이    조,   비   조로   나누어   가게   되는    것.    김   상병은   에이   조로    다녀왔으나   그   동안의   습격이    없었다.    만약   김   상병의   생각이   맞다면,   안 면    마스크인은    유격   비    조로   가게    되었을   것이다.    한    번의   제설    작업,   한    차례의    진지    공사로   한   단계    자신을    연마한    안면   마스크인이다.   혹독하 기   그지없는   유격에서   무엇을   배워왔을지   김   상병은   두근대는   가슴을   진 정시킬   수   없었다.   그렇다.   박수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김   상병    혼자서는    실력을    뽐낼   수   없다.    안면    마스크인이야말로    그가   기다려   온    다른   한   짝의   손바닥인   것이다. “기다렸소?” 약간은    쉬어    있는    목소리가    들린다.    필시    유격장에서    힘껏    소리    지른    대가이리라.    공교롭게도,   김    상병은   연병장을    달리는   중이었다.    처음   습 격    때가    떠올라   김    상병은   쓴    웃음을   지었다.    첫    번째와   같은    곳이고,   예 로부터    삼    세   판이라    하였으니   이번에    결착을    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이는    안면    마스크인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애초에    김    상병을   부르는   그 의   목소리에서는    예전의   앙금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필시   김    상병에   대한   


호승심은    점점    커지고,    반대로    점차    사라지던    앙금이    유격장에서의   한    맺힌   악   소리에   날아간   것이리라.    한편   김   상병은   안면   마스크인의   무장에   주목했는데,   그가   야삽이   아닌    맨손으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격   체조인가?” “그렇소.    날마다    연공하는    국군    도수    체조의    꾸준함에는    비하지    못하 겠지만,    극한의    상황까지   익히는    유격   체조는    이미   내   영혼에    새겨져   있 소.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게요.” “후,   자네만   유격을   간   것은   아니지.” 말은   이렇게   하지만   김   상병   역시   더욱   긴장하고   있었다.   공부로   치자면    김   상병은   꾸준한   예습과   복습으로   시험에   고득점을   맞는   ‘정파’라   칭할   수    있다면,   안면   마스크인은   한   순간의   벼락치기와   순간   암기법,   필요할   때는    가벼운   커닝으로   점수를   받는   ‘사파’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꾸준함으로 는   정파를   따라갈   수    없지만    간헐적으로   보이는   폭발적인   잠력에선   사파    역시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라.   아쉽게도   김   상병에게   유격의   경험은   단 순한   체력단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체   안면   마스크인은   같은   경험    속에서   무엇을   익혔기에,   저리도   강맹한   기운을   발한단   말인가.    “내   주먹이나   받아   보시오!” 말로   먼저   주의를   주는   친절로   보였겠지만   실상   출수와   동시에   한   말이 라   기습성   공격에   더    가까웠다.    게다가,   내던진   말과는   다르게   안면   마스 크인이   취한   자세는   유격   십   번   쪼그려   돌기   자세였다.   그대로   앉은   채   종 종거리며,   상대의   발을   밟는   극악무도한   기술이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 게   구사했다.   이전부터   보여    왔지만,    안면   마스크인의   가장   큰   무기는   그 런   안면수심의   정신일지도   모른다. 김   상병은   놀라지도    않았다.   빗자루와   야삽을   가져오던    양반이    맨손으 로    다시    왔는데,   오히려    더욱   경계해야    마땅하다.   다행히    십성으로   연마 한   국군    도수   체조는,    속성으로   익힌    유격    체조에   잠시도    흔들리지   않는


다.   명가의   무공은   헛되지   않는   법.   육심   만   장병이   하루도   빠짐없이   익히 는   국군   도수   체조,   그   정점에   있다   해도   무방한   김   상병은   그야말로   철벽 과도    같은    실력을   자랑했다.   쪼그려    앉은    안면    마스크인의   몸을   뜀틀을    넘는   요령으로   폴짝   뛰어넘은    것이다.    이전   두   번째의   승부에서,   김   상병 은   무리한    동작의   남발로    인해   마지막에    결착을   내지   못하였다.    이젠   그 런   실책을   보이지   않으리라.    김    상병은   단   하나의   동작으로   모든   것을   끝 내기로   마음먹는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뜀틀처럼   취급당한   안면   마스크인이    최후    초식 을   쓰기로    한   것이다.    갑자기   땅에    드러눕는    품새는   흡사    뇌려타곤과   같 았다.    자세를    보곤    김    상병    역시    마음을   다잡았다.    마지막    위기가    될   수    있었으나,   이는   곧   기회와   같은   말이기도   했다.    “유격   팔   번,   몸통   받쳐   온몸   비틀기!” 쉴   대로   쉬어   버린   목소리가   비장하게   흘러나왔다.   드러누운   상태에서,    양손을   양   옆으로   뻗어   몸을   땅에   단단히   고정한   뒤,   양   다리를   붙이고   편    상태로   들어   올린다.   지면으로부터    가장    힘이   드는   각도로   들어   올린   뒤,    고개는   자신의   배꼽만을   바라보는   것이다.    전혀   힘이    실리지    않은,   자신의   몸만    축내는    동작   같아   보이나   실은    이 것이    바로   대지의    지력(地⼒力力)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동작임을    김   상 병은    본능으로    알고   있었다.    나비가   되기    전의   애벌레처럼,    파리가   되기    전    구더기처럼    안면    마스크인은    몸을    뒤척였다.    비스듬히    들어   올려진    다리가    진자처럼   양옆으로    휘둘리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이   지 나도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심상치    않게    피어오르는    먼지를   보고   김    상병은    역시    만만치    않은    기술이라    재확인했다.    먼지는    어느새   사방을    가리고    있었고,    시야가   보이지   않는    사이    안면    마스크인의   발끝이   슬금 슬금   이동해   어느새   김   상병의   명치께를   노리고   있을   시점이었다.    “국군   도수   체조-제   십이   초식,   숨쉬기   운동.” 공간이    수축하고   시간이    얼어붙었다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김   상병이   하는   것은   정말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   단지    그것뿐이었다.    단지    그것    뿐일진대,    안면    마스크인은    자신의    안면   마스 크마저   김   상병의   들숨   안으로   빨려가는   듯한   착각마저   느꼈다.   착각?   과 연   착각일까?   김   상병   주위의   공간은   분명   김   상병의   들숨과   날숨   사이에    존재했다.   어떤   생물,   사물도    들숨과   날숨에서   무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필시   자연검의   경지에   필적하는   자연숨의   경지였다.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김   상병은   꾸준함을    무기로   삼는   자다.   남들과    같은    빈도로   하는   국군   도수   체조로   이만한   경 지를   끌어낸   것은,   분명히   말해   그의   재능이   십분   발휘된   결과다.   그는   재 능만으로    따진다면    꾸준함의   일인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초식의    기이함도   이해   가능하다.   숨쉬기    운동,    이는   곧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계 속되어온   삶의   집대성인   것이다!    안면    마스크인의   발끝은    김    상병의   들숨으로    끌어당겨지고,    날숨으로    밀리며    절묘한    밀당의   묘리로    인해    김   상병의    명치    바로   앞에서   움직이 지    않았다.    안면   마스크인은   발끝은커녕    가위에    눌린    듯   온몸을   꼼짝할    수   없다는   데서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김   상병이   심호흡을   관두고   정상적인   호흡으로   바꾸었다.   무슨   일이   있 었냐는    듯    평온한    모습이었지만,   그   또한    허허실실(虛虛實實)일   뿐임을    안면   마스크인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안면   마스크인은   몸에   옷을   털며    일어난다.    “참으로   귀인이시외다.”    김   상병   역시   대답한다.    “그러는   모   형도   여간내기가   아닙니다그려.”    안면    마스크인은   마스크를    벗는다.    국방색    장막이    걷히자,    김    상병은    그를    금세    기억해    낸다.    5분대기조를    하던    나날,   우연히    목격한   치킨을    넘겨    먹던    자였다.   아니,    실은   그    역시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자신을   노 리는    목적을    가진   자가,    그리   흔하겠는가.    안면   마스크인은    자신과   중대


원들의    편의를    위해   파견된   자객이었다.    치킨을    시켜    먹는   행위가   상위 에   보고될   것을   저어한   살인멸구의   계책이었던   것.    서로   다른   대대의   사람임을   알게   된   서로는   바로   말을   편히   놓는다.    “아저씨,   근데   그거   진짜   아무한테도   말   안   한   거죠?”    “아   그거야   당연하죠.   저,   근데   그   치킨   집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면…⋯”    둘은   화기애애하게   매점으로   향하며   잡담을   이어간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상병은   어려서부터   국민   체조로    전국을    평정한    신동이었으며,    전역한    후에   새천년    건강   체조로    다시   한   번    새천년   지존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은   신화적    인물이라    한다.    허나    그가   마음에   품고    있던    단    하나의   라이벌의    존재는,   결코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또한   기억하라.   김   상병,   그리고   안면   마스크인   역시   당신이   알고   있는   어 느   누구와   다르지   않은    누군가라는    사실을.   안면   마스크인,   그리고   김   상 병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새천년   건강   체조로   다 시    한   번   강호를    평정할    김   상병의    파란만장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Image]   일러스트레이션

by   희령

MICHAEL   ©   희령


NIGHTMARE_escape   ©   희령


NIGHTMARE   ©   희령


Keep   Going


[Column]   정세랑의   말랑몰랑_10/마지막

우리는   조금   더   뻔뻔스럽게

잊혀지지   않는   사건    기사가   있습니다.   미용실에서의   화상    사고로    머리 카락을    잃은    20대   여성이    몇    년   전    자살을   했습니다.    저는   사실    “어떻게    자살을!”   하고   생각하는   편은   아닙니다.   누구나   어떤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견딜   수    없는   무게를    오래   받으면,    지독하게    부당한   일을    당해   마지막으 로   표현을   해야   할   때면,   혹은   남아   있는   삶이   오로지   비참함뿐일   때면   그 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죽음을    두고    안타까움이   지나쳐   비난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제    친구였다면   저 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멋진    가발   생산국인가    꼭   말해   줬을    거예요.   한때    가발이    대표    수출품이었던   유구한    전통    덕에   천연    모발보다    훨씬    더   아 름답고    다양한    제품들을   적절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소재 와    디자인의    측면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었고    앞으로도    할   거라고도요.    걸그룹의    화보    촬영을   본    적    있는데   스타일리스트의    가방    하나    가득   가 발이었다는   얘기도   잊지   않았을   거고,   무엇보다   즐겨찾기의   인터넷   가발    쇼핑몰들을   소중하게   전해   주었을   겁니다.    제가   가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저의   머리카락이   타고난   굵은   반곱 슬인지라   어떤   심술궂은   이가   “너는   차라리   싹   밀고   가발을   쓰는   게   낫겠 다”   하고   말했기    때문인데,   조금    알아보니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 다.   그리하여   가발을   세    개쯤    가지고   있습니다.   착용하고   나가도   제가   굳 이    말하지    않으면   친구들도   모릅니다.    해외에    나가서    다른   나라의   가발 들을   보니   정말   수준이   형편없이   낮더라고요.   그러니까   머리카락을   잃었 을    때    한국   사람이라는   것은    사소하지만    유의미한    행운일   거예요.   이미    떠난   이에게    행운을   강조하는    것은   무용하지만요.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자체가    무용하기는   합니다.    어쩌면,   아니    아마도,   그    여성분은   뻔뻔하게    가발을   쓰고   다니는   저와는   달리   여린   사람이었겠지요.   가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그    사람의    본질이    깃들어    있었을지도    모르고,    혹은   사실은    머리카락을   잃은   것보다   더   아프고   심각한   문제를   어쩌지   못하고   있었는 지도요.   요약된   죽음은   아주   다른   방향을   가르킬   때가   많으니까요.    어찌되었든   뻔뻔한   사람들이    삶의   크고   작은   비극에서   더    잘    살아남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뻔뻔함은    긍정적인   덕목입니다.    “너의   그   뻔뻔한    자신감이   좋아”라고    남자친구가   말했을    때는    버럭   했지 만,   그런   사람인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뻔뻔함은   상황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바라보는    능력이   아닐까요.    비극에서   살짝    멀리,   마치    러시아   풍자    소설의   화자처럼    비껴서서   바라보는   일은    살아가는   데에는    물론   소설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너   같이   냉정한   딸년이   또   어디   있나   싶다.” 소설가들의    어머니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어머니들을    서로    소 개시켜    드린다면    딸들    욕을    하느라    정신없으실    거예요.    남자   작가들도    다를   바    없지만   여성의    경우   공감과   이입을    더   자주   강요    받는데   까딱없 이    담담한    얼굴이니까요.   알고    보니    다들    그런    말을   들으며   자라났더군 요.   냉정하다,   건조하다,    정신이   딴   데   가   있다,    좀처럼   맞장구를   쳐   주지    않는다,    뻔뻔하기가   이를   데    없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거리감을   유 지하는    훈련을    하며    우리는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스스로의    아픔에    빠져    그    안에서    폭발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   쉬운    길이나,   결국은    그   아픔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걸어가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목줄을   채운   애완동물과   산책하듯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당길    땐   당기고    놓을    땐   놓으면서    아픔의    주인이    되어야   합 니다.   권위   있고   제압할   때는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주인이   아니면   어려 워질   겁니다.    그저   아픔과    비극을   토해    놓는    것만으로는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고,   된다   해도   오래   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누군가더러   냉


정하고   건조하다고   욕하는   사람들은   뜨뜻미지근하고   끈적끈적하기   마련 입니다.   차라리   차갑고   포슬포슬해집시다.    작가들은   자주   다치고   자주   요절합니다.   때로는   요절해서   더   후한   평가 를   받는    경우도   있는    듯   하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작가들이    죽을병에   걸 리고   차에    치이면   묘하게    기대를   합니다.   “쟤가   저기서    살아남으면   작품    세계가   확   바뀔   텐데,   어떤   걸   쓰려나?”   특히   같은   문학계,   출판계   사람들 이   더하지요.    공공연하게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정말   뭐   이런    승냥이   떼 가    다    있나   싶습니다.    세계는   비정하고,    불우하거나   불운한    사정을   가진    작가들을    탐욕스럽게    주목합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조금만    더   뻔뻔스러 울   수   있다면,   당신의   질병과    상해와   손해와   여하튼   모여든   모든   나쁜   것 들을   이용해도    좋지   않을까요.    스스로의   병든    피부를   벗겨   내    하는   종이 접기처럼   아플지라도   결국   예술은   그런   게   아닐까요.    저는   요즘    몇    번의   행운을   만나서,    혹시나    이   다음엔   정말   차에    치이는    게    아닐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행운을    그저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뻔뻔스럽지는   않은가봐요.   그래도   운때가   찾아왔을   때   물살을   타야    하므로,    더    열심히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3년    동안   소중히    여겼던    말랑몰랑    칼럼을   내려놓습니다.    남은    얘기가    아주    없는   것은   아 니지만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만족할   만큼    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우리   조금    더   건조하게,    냉정하게,   멀리,    가발을   쓰고    만나요.   뻔뻔 스러운   마지막   인사입니다.


[Column]   로키와   함께   보는   TRPG   이모저모_3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라!

킹덤 처음에는…⋯ 여러분은 평원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부족민입니다. 이방인 개척자들이 공물을 줄 테니 부족의 영토를 무사통과하게 해 달라고 합니다. 공물을 받고 길을 터 주겠습니까? 여러분은 거대 기업의 임원입니다. 회사에서 사이보그를 개발하여 노동력을 대체하자는 제안에 찬성하겠습니까 반대하겠습니까?

벤   로빈스의   2013년작   RPG   킹덤(Kingdom)은   공동체의   구성원을   맡 아   그    갈   길을   결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RPG입니다.   공동체는   그야 말로   왕국일   수도   있고   학교나    회사일   수도   있지만,   어떤   모습을   하고   있 든    공동체의    앞날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바로   플레이어   여러분이    맡은    각    인물,   공동체의   지도자에 서   현자와    평범한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각자   필요불가결한    역할을   맡은    이들입니다.

누가   왕국을   움직이는가? 족장은 개척자에게 길을 내주는 것을 반대하는 부족의 영웅 ‘발빠른 늑대’를 부족에서 추방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개척자에게 길을 내줄 경우 부족의 샤먼 에게 많은 재산을 하사하겠다고 합니다.


회사의 개발부장은 미래예측 보고서를 작성하여 사이보그를 개발하면 회사 의 생산성이 50% 오르리라 전망합니다. 반면 노조위원장을 위시한 노동자들 은 구조조정을 우려해 크게 동요합니다.

킹덤에서    인물은   크게    세   가지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우선은    왕국 이   갈    길을   결정하는    권력이   있습니다.    왕이나    회장   같은    공식적인   지도 자,   혹은   내관이나   회장의    아내    같은   막후의   권력일   수도   있지만   그   위치 가    무엇이든    왕국   내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따라 서   권력   인물은   다른   인물에   대하여   승진,   투옥   등   명령을   내리며,   왕국의    선택에    따라    조건부로   실행되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다 른   인물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능력은   권력의   큰   무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권력의    뜻대로만   모든    것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면    오산 입니다.    왕국의    결정과    다른    인물에    대하여    권력을    행사하기는   하지만,    결정에    따라    왕국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러한   예측 을    하는    것이    통찰의    역할입니다.    통찰은    과학자,    예언자,    광인   등   어떤    경로로든    왕국을    잘   알고   그    미래를    내다보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이들 이   내린   예측은   왕국의   선택지에   따라   실현이   됩니다. 권력이   결정을   내리며   통찰이   예측을   할   때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여론의    힘입니다.   여론은   왕국의   민심을   대변하는   인물로서,   명령이나   예측을   할    권한은   없지만   권력이나   통찰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면   왕국의   위기를   고 조시킵니다.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면   왕국이   무너질   수도   있으므로   여론 의    의사를    잘    가늠하는    것도   권력과    통찰의   중대한    고려    사항이    됩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경구는   킹덤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법칙입니다.

권력은   십   년을   넘기지   못한다 추방 당한 ‘발빠른 늑대’는 옆 부족과 연합하여 쳐들어와 족장을 실각시킵니


다. 물러난 전 족장은 ‘발빠른 늑대’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부족민의 불 만을 조장합니다. 노조위원장은 사이보그를 개발하면 회사의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보고서를 조목조목 반박하지만, 개발부장이 꿈쩍도 하지 않자 그를 뒷골목에서 습격해 서 두드려 패라고 지시하지요.

이러한   인물   역할은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참가자는   자기   인물의   역할 을    자발적으로    변경할   수   있으며,    다른    인물을    전복하여   역할에서   밀어 내고   그의   예측과   명령   등을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렇듯   전복   당 한   인물은   다른   역할을   맡게   되므로   통찰에서   밀어냈더니만   오히려   권력 을   잡는   골치   아픈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복까지는   가지   않 고   개별    예측이나   명령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   그   도전이    실패한다면   선 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하나    재미있는   점이라면    이러한   도전이나    전복의    성패    결정권은    방어 하는   참가자가   쥐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별   명령이나   예측을   뒤엎으려는    도전에   마주한   방어자는   성공,    실패,    혹은   조건부   성공이라는   세   가지   반 응   중    하나를   할    수   있습니다.    도전자가    선언한   행동이    도전에   성공하기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성공,    전혀    불충분하다고    생각되면   실패,    혹은   추 가적인   조건을   충족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그   조건을   제시해 서   조건부   성공   판정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조건부    성공이   재미있는데,   조건을   통해서   방어자는    도전자가    일정한    대가를    치르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를   반박 하려면   말만으로는   안   되고   개발부장에게   폭력을   행사해   겁을   주어야   한 다는   조건을    제시한다면   노조위원장을    맡은   참가자는   고민에    빠지게   됩 니다.    사이보그    개발을    저지해    일자리를    사수한다는    목적을    위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부도덕한    행동을    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킹덤의   룰에    담긴   이러한    역동성과   드라마는   공동체의    이야기를   딱딱한   


정치극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살아숨쉬는   인물   군상의    이야기로   풀어    가는   원동력입니다. 도전   시도에   방어자가   실패   판정을   내리거나,   조건부   성공   판정을   하면 서    제시한    조건을   도전자가   이행    거부하면    도전은    실패합니다.   이때   도 전자는    바로    전복으로    넘어가서    방어자를    밀어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노조위원장과   개발부장의    경우라면   노조위원장이   회사    내에   스 스로   사이보그   문제   연구소를   세운   다음에   개발부장의   연구비   착복   혐의 를    제기하며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그    예입니다.    전복에   대해서는    성공   아니면   조건부   성공   두   가지   반응만   가능하므로   공격자가   원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복당한   인물은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 으므로    개발부장이    이사회의    막강한    일원    (권력)이    되어   사사건건   시비 를   걸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킹덤의   판도는   마치   한   편 의   드라마를   보듯   흥미진진합니다.

결국에는…⋯ 족장이 된 ‘발빠른 늑대’는 개척자들에게 길을 내주기를 거부하고, 샤먼의 예 언 대로 부족은 외지인 무리와 전쟁을 시작합니다. 결국 이사회는 사이보그 개발에 착수하기로 결의합니다. 대표 이사까지 오 른 전직 개발부장은 이전에 이사회에서 정한 대로 노조를 금지하고 노조 활동 을 탄압합니다.

왕국의   선택지를   표시한    ‘갈림길’   카드가   모두   차면    권력은    최종적으로    왕국이    어느    선택지를   택할   것인지    결정하며,    해당    선택지   밑에   나열한    조건부    명령    및   예측이    실현됩니다.   그    선택에    따라   왕국은    어떤   식으로 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겠죠.   이렇게    하나의    갈림길을    끝맺고   나면   또   


다른   갈림길을   시작할   수도    있고,    이대로   놀이를   끝낼   수도   있습니다.   그    전에   ‘위기’   카드가   다   차서   왕국이   위기를   맞이해   어쩌면   파괴될   수도   있 고,    ‘시간   경과’    카드가   차서    백    년이든   삼    개월이든    시간이    훌쩍   지나갈    수도   있지만요.    결국   어떤   왕국도    영원하지는   않지만,   사람이   무리지어    살아가는    이야 기는    어떤    의미에서   영원할지도    모릅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마주하 는    선택과    고민은   장소와   시대를    불문하고    반복되며,    사람이   사람과   더 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피한   만큼이나   힘겨운   일이기에.

먼 훗날, 외지인과의 전쟁이 비참한 패배로 끝난 후 부족민의 후손들은 과연 그때의 결정이 옳은 것이었을까, 다른 결과가 가능했을까, 아니면 시대의 흐름 에 휩쓸린 순간 이미 결과는 예정된 것이었을까 생각합니다. 사이보그 개발과 대규모 구조조정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공 장 시설이 파괴되고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회사는 결국 문을 닫고 맙니다. 사 이보그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미래는 아직 당분간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Play]   리플레이

고민해결!   마법서점_티엘 등장인물 소개 — 세희 (플레이어: 티엘) 마법사의 제자. 하는 짓도 얼굴도 도저히 그 나이대로는 안 보이지만 20대 초 반이다. 여자. 장래희망은 누님. 멋진 마법사라면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는 내적 기준이 있는 모양이지만, 글쎄…. 그녀를 아는 사람은 모두 그 이야기를 듣고 뿜 었다. 마법적 잠재력은 강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마법을 배우다 보니 사회 경험이 적어 사회에 대한 상식이 몹시 부족하다.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특기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악의 한 점 없이 상처 후벼 파기. [단점: 무개념(clueless)] 마법사의 기초 소양인 호기심이 지나칠 정도로 강해 위험한 상황을 종종 일으 키곤 한다. 가장 최근에 친 사고는 건물 한 층을 통째로 날려먹은 것. (인명 피해 는 다행히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기한 것은 지나칠 수 없다는 것이 함정. [단점: 호기심] 트러블 메이커, 돌격 대장!

— 철수 (플레이어: 이코) 이름은 철수지만 몸도 마음도 여고생. 평범한 여학생이었지만 고양이 납치 사 건으로 마법서점을 알게 된다. 이후 세희와 친해져서 노닥거릴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아버지가 검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에 걸맞게 무척이나 뛰어난 검도 실력 의 소유자이다. 다만 정의감이 강해 동네의 평화를 해치는 양아치들을 쉽게 지 나치지 못하고, 자신이 한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단점: 명예원칙] 거기다 아이돌 H클럽의 깊은, 매우 깊은 팬. 간신히 사생을 안 할 정도라고 까 지만 해 둘까…. 그게 아니더라도, 그 나이 때 여자아이답게 멋진 남자를 보면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는 것 같다. [단점: 빠순이]


파티의 상식인, 설득의 신.

— 칠남=스모키 (플레이어: 진유랑) 우아한 진회색의 털을 흩날리는 품종 좋은 고양이. 빛나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무척이나 잘생긴 슬라브계 남자. 그리고 그 둘의 정식 이름은 칠남이. 물론 그렇게 부르면 버럭 화를 내며, “내 이름은 스모키다!”하고 외치긴 한다. 자칭 스 모키, 타칭 칠남이. 마법사가 지어준 이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참 치 캔을 가져다주면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다. 스모키라는 이름에 걸맞게—혹은 그 이름의 유래일지도 모른다—지독한 골 초.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이 덜덜 떨리곤 한다. 덕분 에 마법사가 없을 때의 서점은 늘 너구리굴처럼 연기가 자욱하다. 마법서점을 더욱 수상하게 만드는 데에 일조하는 주요 인물. [단점: 골초] 여느 평범한 고양이가 그렇듯이, 기계를 못 다룬다. 컴퓨터도. 마법 생물이라 는 패밀리어의 특성상 그 마력이 기계 내부의 전력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말썽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라고 세희는 생각하고 있다. [단점: 기계치] 미남계 사용자, 그리고 보모(?)

— GM (마스터: 냐브) 사람. 남자사람. 알고 보면 30대. 끗. 주요 캐릭터로 마법사를 맡고 있다.

☆ 연재에 대하여 본 리플레이는 TRPG 룰북 [고민해결! 마법서점]을 출간 예정인 출판사 구르 는 사람들의 냐브 님과 티엘 님의 도움을 받아 연재하는 기획물로, 티엘 님께서 정리하셨습니다. 본 리플레이는 전체의 일부분이며, [고민해결! 마법서점] 룰북 과 전체 리플레이는 정식 출판될 예정입니다. 연재에 동의해 주신 두 분과 리플 레이 공개에 동의해 주신 이코 님, 진유랑 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GM: 뭐 하실 분 계신가요? 철수: 아뇨. 그냥 바로 다음날로 넘어가요. GM: 네. 승아가 지정한 장소는 버스로도 못 가는 굉장한 외곽 지역이에요. 세희: 택시로도 못 가나요? GM: 택시 운전사에게 장소를 이야기했더니 인상을 확 써요. 돌아올 때 는 손님을 못 받을 게 확실한 위치거든요.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데, 굉장히 수상한 일행이잖아요? 철수: 수상하죠. 여자 둘에 외국인 남자 하나니. GM: “이 시간에 그쪽을 왜… 가시나…요?” 하며 아저씨가 반쯤 반말처 럼 이야기해요. 칠남: 저는 그러면 유창한 러시아어로. GM: 유창한 러시아어가 가능한가요?! 칠남: 아뇨, 유창한 러시아어‘처럼’ 들리는 말로. GM: 아하. (박수를 짝짝 치며) 어차피 상대방이 모르니까. 칠남: 뭔가를 설명하려고 얘기를 하면서, 세희를 보며 “응, 응?” 하는 제 스처를 취합니다. 철수: 저는 그걸 보곤 “아, 이쪽은 해외에서….” GM: 택시 운전사가 “아뇨아뇨… 괘, 괜찮습니다.” 하며 다시 운전하기 시작해요. 세희: 귀찮은 일은 피하고 싶어 하는 택시네요. GM: 외국인 청년이니까요. 잘 대처해서 귀찮은 일 없이 목표 장소에 도 착했어요. 도착해서 보니, 오래된 학교 건물이 보여요. 폐교 같아요. 폐가처럼 음산하지는 않지만, 학생 수도 적어지고 접근도 어렵다 보 니 문 닫게 된 그런 낡고 작은 학교에요. 대충 살펴보니 유리창도 몇 군데 깨져 있고요.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보다 십 분 정도 일찍 도착 하셨고, 지금은 아직 아무도 없어요.


철수: 그럼 무언가 이상한 게 없는지 미리 확인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 어요? 세희: 그래요. 이번에도 동상 같은 게 있다든가. GM: 학교를 확인해 보겠다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중얼) NPC가 다시 튀어나와야 하나… 철수: 아, 동상은 있겠네요. 폐교라도 학교는 학교니까. 칠남: 불가사리가 다 먹어치우지 않았으면 동상은 있겠죠, 아마. 철수: 그거 좋네요. 그건 스모키 발언이에요, 아니면 플레이어 발언이에요? 칠남: 플레이어 발언이요. 철수: 그래요? 그럼 스모키에게, “그러고 보니 여기도 동상이 있지 않을 까요, 스모키 씨?” 세희: “그러게. 동상 보자, 동상 보러 가자! 어차피 시간도 좀 남았고.” GM: 지금은 따로 조사 판정하지 않아도 바로 조사할 수 있어요. 세희: 어떤 동상이 있나요? GM: 여기엔 무려 세 개의 동상이 있어요. 그런데 뭐 대단한 것도 아니에 요. 이 시대 학교에는 동상이 그 정도 있었으니까. 칠남: 저 초등학교 다닐 때에도 세 개 있었어요. 책 읽는 여자 동상, 이승 복 동상, 그리고 이순신 장군 동상. GM: 네. 그렇게 세 개 있어요. 그게 이 시대의 가장 일반적인 동상 조합 이잖아요. 칠남: 세종대왕 동상은 있는 데도 있고, 없는 데도 있고. 세희: 셋 다 철제인가요? GM: 그건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책 읽는 여자 동상은 흰 색이에요. 세희: 음. 여자 동상이라 그런가?


철수: 깔끔하네요. GM: (조금 당황하며) 아… 깔끔하다고 하긴 힘들어요. 하얀 페인트를 칠 해 놓은 듯이 얼룩덜룩한 느낌이고, 색도 누렇게 변해 있어요. 칠남: 보수를 해도 페인트를 균일하게 바르는 게 아니라 조금씩 페인트 가 떨어져 나간 부분을 덮는 거다 보니 그 틈 사이로 먼지 같은 게 껴 있기 일쑤고…. GM: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이 딱 알맞아요. 멀리서 보면 하얗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누리끼리해요. 칠남: 제가 다닌 초등학교는 동상 앞다리가 부러져 있었어요. GM: 푸하하하. 그건 좀 무섭다. 철수: 그럼 전 동상 곁에 가서 동상을 두드려 볼게요. 어제 동상 속이 텅 비어 있던 걸 기억하고 있으니. GM: 동상을 두드리면 탕 탕, 하고 맑게 울리는 소리가 나요. 철수: 속이 비었다는 소리인가요? GM: 예. 그걸 두드리고 있자니 멀리서 걸걸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요. “아아니, 뭐야 너희들? 으엥?” 사람이 인상을 많이 쓰면 미간에 내 천(川)자 주름이 생기잖아요? 그렇게 인상을 팍 쓴, 꼬장꼬장해 보 이는 할아버지네요. 이번에 등장할 줄 몰랐던 NPC네요. 여러분이 여기를 조사할 줄 몰랐거든요, 승아가 빨리 올 줄 알았지. “뭐야? 학 생들이야? 왜 여기 와가지고 이걸 두드리고 있어?” 짜증스럽고 적대 적인 태도에요. 철수: 저는 일단 고개 숙여 인사드리구요. “아, 그게 아니라…. 저희가 아 는 분과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그런데 음… (머뭇거리 며) 저희가 동상 같은 걸 좀 좋아해서, 이왕에 온 김에 여기 있는 동 상들도 좀 구경을 하려고.” 칠남: 전 약간 서툴게 이야기해요. “오, 한국. 동상. 멋져요.”


GM: 사실 좀 이상하지만 칠남의 말투 때문에 대충 넘어가는 것 같아요. 마이너스 없이 설득 판정을 굴릴 수 있어요. (칠남 굴림, 둘 다 1 나 옴) 흐하하하하, 스네이크 아이 진짜 오래간만에 본다.1 행운패 주세 요. (다시 굴림) 네, 성공하셨어요. ‘음, 뭐지?’ 하는 생각을 하긴 하지 만, '동상 멋져요'의 도움 덕인지 완전히 적대적인 상태에서는 그럭 저럭 벗어나셨어요. 여전히 꼬장꼬장하시긴 한 것 같지만. 칠남: “할아버지, 학교, 늙었어.” GM: “뭐라고? 이잇, 양키 놈이 여기가 어디라곤 와서 학교가 늙었대? 지금 내가 늙었다고 무시하나? 예끼. ” 철수: “저, 죄송한데 그러고 보니 할아버님은 이 학교와 무슨 관계이신가 요? 수위시라든가… 학교 주인이신가요?” GM: 이 학교가 폐교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어요. 할아버지가 이쪽을 보 며, “전 교장이지. 지금은 저렇게 되어 버렸지만.” 하고 씁쓸한 표정 으로 학교를 쳐다보며 이야기해요. 세희: 할아버지라고 안 하고 아저씨라고 할게요, “아저씨, 왜 폐교됐어요?” GM: 아저씨란 말에 좀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요. “하, 하하. 그럼 이 아 저씨가 설명을 해 주지 뭐.” 하며 설명을 하기 시작해요. 아저씨라고 부르는 포인트가 되게 좋았어요. 아, 누가 봐도 할아버지에요. “하. 이 학교는 오래된 학교야. 예전에 빨갱이 놈들이 막 내려오고 6.25 전란 일어나고 할 때 지어진 학교인데, 그때만 해도 이 동네에 사람 들이 많이 살았거든. 그때는 애들도 많이 다니고 하는 좋은 국민학 교였지. 근데 이젠 다들 도회지로 떠나고 남은 건 논밭뿐이라 이젠 애들이 없으니 원. 그래서 이렇게 돼 버렸어.” 하며 학교를 먼 눈으로 쳐다봅니다. 세희: “아… 그런데 왜 이런 밤에 나와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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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이크 아이: 만능 주사위와 일반 주사위가 둘 다 1이 나온 경우 스네이크 아이 (뱀눈)라고 부른다. 보통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칠남: 저도 마법사와 함께 W시에 왔던 그 시절을 회상합니다. GM: 흐하하하. 대체 언제 온 거야. 대체 그들은 언제 왔는가, 알 수가 없 네요. 이거 좀 무서운데, 하하. 세희: 할아버지가 꼬맹이였을 때 쯤이려나. GM: 모르는 일이죠. 아, 뭐 물어 보셨죠? 세희: 한마디로 왜 여기 계시냐고요. GM: “아 요즘에, 왠 싸가지 없는 새끼들이 와가지고, 엉, 부지를 팔라는 거야, 나한테. 아무리 지금 이 학교가 폐교가 되고 했지만 여기는 아 이들이 있었던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라고. 그깟 돈 몇 푼에 내가 여 기를 팔 것 같아, 엉? 뭐 시세의 세 배를 주겠네 네 배를 주겠네 해 봤자 이 땅은 안 팔아. 내가 이제껏 살면서 그딴 새끼들 많-이 봤는 데, 다 똑같은 새끼들이야.” 하면서 막 욕을 하기 시작했���요. 세희: “왜 그렇게 많이 주겠대요 대체?” 학교를 파괴하고 싶은 건가? GM: 뭐, 그건 알 수 없죠. “여기 근처를 밀고 무슨… 모텔인지 호텔인지 리조트를 짓겠다나.” 칠남: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오며) 푸하하핫. GM: 응? 왜요? 칠남: 아니, 학교를 파괴한다고 하니까, 학교 파괴 성애자…. GM: 으하하하… 계속 진행할게요. “아니, 그런 걸 왜 여기다 짓겠다는 건데? 지으려면 저기 시내 쪽에다 지을 것이지. 요즘 젊은 것들끼리 짝짝꿍이나 하라고 말이지, 아휴, 미친 놈들 같으니라고. 이딴 시골 이 무슨 산세가 좋다나 뭐라나, 내가 알 게 뭐야?” 세희: 오컬트 판정으로 여기 산세가 진짜 좋은지 알 수 있나요? GM: 네. 그런데 세희는 서양 마법 계열을 전문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2 패널티를 받아요. (굴림) 아, 그런데도 성공했네요. 세희는 기본적으 로 서양 마법 전문이긴 하지만, 동양 마법도 부전공처럼 공부해서


풍수지리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요. 산세를 살펴봤을 때 과 연 여기가 네 배의 돈을 들여 무언가를 지을 정도로 좋은 곳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어요. 세희: 흐음. 저는 얼굴을 카레빵맨 표정을 하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어요. GM: 푸훗. 카레빵맨 표정이 뭐죠? 세희: 그… 입이 물결 모양 되는 거요. 칠남: 아아, 뭔지 알겠다. 철수: (손으로 물결 모양을 지어 보이며) 아, 요거? 세희: 네. 철수: 수상하긴 수상한데. 그럼…. “교장 선생님, 혹시 여기나 이 주변에 얽힌 설화라든가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 없나요? 무슨 전설 같은 거 라든가요.” GM: (한숨) 다 퍼가라, 다 퍼가. 이거 아주 백 퍼센트 시나리오를 하고 있어, 이 사람들. (웃음) 철수: 하하하. GM: 네. 설득 한번 해보세요. 개인적으로는 난 전설따위 믿지 않아, 하 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철수 굴림, 실패.) GM: 예! 전설따윈 존재하지…. 철수: 아뇨, 전설은 있습니다. (행운패를 건넨다.) GM: …행운패가 얼마든지 있구나. 추가 성공 해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철수 굴림) 아, 그냥 성공이네요. 교장 선생님이 잠시 고민을 하시더니만. 칠남: 절을 허물고 학교를 지었다든가. GM: (잠시 침묵)


칠남: …정말요? GM: 예. 정확하게. 세희: 아까부터 계속 든 생각인데, 이코 님(철수 플레이어) 이 시나리오 플레이 해보셨어요? GM: 아뇨. 하지만 아까 떡밥 하나 던졌으니까. 철수: 처음 시작할 때 절 이야기 나왔으니까요. 세희: 아, 맞다. GM: 지금 대사 하신 거 아니죠? 칠남: 네. GM: “흐음. 그러고 보니 이 학교가 6.25 때 처음 지어질 때는 무슨 절의 법당 건물에 지어졌다고 들었어. 지금은 남아 있지 않지만.” 철수: “어, 지금 안 남아 있으면… 그냥 터만 있는 건가요?” GM: “글쎄? 터라고 부르기도 뭐하지만. 아마 이쪽 뒷산을 따라 쭉 올라 가면 무슨무슨 절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거기 스님이 남아 있 는지는 모르겠고. 하지만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있겠어? 저쪽에 유 명한 상원사도 있는데.” 세희: 전 상원사가 뭔지는 모르겠고 알 바도 아니지만 일단 끄덕끄덕해요. GM: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상원사는 굉장히 유명한 절 이름이구요, 은혜 갚은 까치 전설이 이 절에서 유래했어요. 원전은 꿩이지만요. 지나 가는 조선 선비의 무서움을 말해 주는 유명한 전설이죠. 여기 있는 절에 대해서는 교장 선생님이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요. 그냥 저쪽에 가면 절이 있다더라 정도만 들으신 것 같아요. 세희: 지금 시간은 어느 정도 흘렀나요? GM: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되어서 아홉 시가 조금 넘었어요. 세희: 늦었당, 혼나겠다!


GM: 지금 계신 곳은 학교 안쪽이에요. 철수: 오토바이 소리가 낮고 크다면 아마 할리 계통2이니 멀리서도 들릴 텐데… 오토바이 소리는 들리지 않나요? GM: 얘기하는 동안 멀리서 우웅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세희: “맞다, 언니한테 혼날 거야!” 라고 외치며 뛰쳐나가요. GM: 세상에. 십 분 동안 이런 걸 뽑아 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 냥 아홉 시라고 할걸. 무서운 사람들! 철수: 저도 쫓아 나가려다, 나가기 전에 “교장 선생님, 좋은 말씀 감사합 니다.”하고 인사 드려요. GM: “뭐, 학교에 아무도 없는데 이런 젊은이들이라도 찾아와야 조금 활 기가 돌지.” 두 번의 설득을 거치고 나자 이제 조금 우호적인 말투가 됐네요. 세희: 아, 그런데 왜 이 시간에 학교에 있는 거예요? GM: 아까 말한 그 이상한 사람들이 자꾸 오니까 혹시 학교에 해꼬지를 할까 봐요. 말 그대로 건물에 불을 지른다든가. 세희: 밤 아홉 시에요? GM: 아, 이야기가 조금 빠졌네요. 아까 그 사장이라는 사람이 처음에는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안 되니까 깡패 같은 사람을 불러다가 행패를 부리기도 했나 봐요. 학교 유리창이 군데군데 깨져 있는 게 오래되 었다는 이유 뿐만은 아닌지, 자세히 보면 최근에 누군가가 일부러 부순 듯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런 일 때문에 저녁에 순찰을 도신 것 같아요. 철수: 드디어 상대가 양아치에서 깡패 수준으로 올라갔네요. GM: 네. 실제로 1 레벨 정도 올라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물론 전투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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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 계통: 미국의 모터사이클 제조회사 할리 데이비슨 스타일의 오토바이를 말한 다. 큰 배기량과 묵직한 엔진 배기음이 특징이다.


능이 올라간 사람은 철수뿐이지만. 칠남: 덤벼라-! GM: 이동하실 거죠? 철수: 네. GM: 정말로 더 할 게 없다고 말씀 드릴게요. 이동하면 학교 입구 쪽에 승아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여러분 쪽을 쳐다봐요. 철수: 아, 그 전에 세희가 뛰쳐나가지 않도록 옆에서 팔짱을 껴요. GM: 어이구 감사합니다. 이건 왠지 마스터가 감사해야 할 것 같네요. 세 희는 평소처럼 달려 나가려다 턱, 하고 팔을 잡힙니다. 세희: 으앙, 하면서 뒤로 휘청, 해요. GM: 승아는 멀리서 무언가 자세를 잡았다가 세희의 팔이 잡힌 걸 보고 는 자세를 풀어요. 보아하니 무언가 공격에 대비하는 방어 자세처럼 보여요. 세희: 저는 이때 팔짱을 풀어요. 아, 이거 민첩으로 겨루기 해 볼 수 있나요? GM: 네, 두 분이 즐거우시다면요. 서로 성공수를 높게 쌓은 분이 이기는 거예요. 철수는 잡으려고 하고, 세희는 빠져나가려고 하는 거죠? 철수: 그냥 힘으로 때울게요. 앗, 실패. 세희: 4 나왔어요. 아이코, 성공했네요. GM: 이건 두 분이 섞인 상황이니까 제가 묘사해 드릴게요. 아니면 두 분 이 같이 묘사하실래요? 철수: 팔짱을 끼는 건 성공했어요. 이제 못 뛰쳐나가게 하려고 힘을 주는 데 그 순간에 세희가 빠져나갔다고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세희: 네, 저는 타이밍만 중요한 거니까요. 승아가 받을 자세를 하고 있다 가 풀었을 때! 그래서 철수가 잡아 줘야 하는 거거든요. GM: 방심한 틈을 노렸구나! 이 정도면 승아 체력 1점 정도 깎고 시작해


야 할 것 같은데요. 어차피 당신들 편인데. 세희: 마스터, 이러시면 안 됩니다! 철수: 어쨌든 저는 세희를 잡고 있다가 방심한 사이…. 세희: 네. 스모키는 안 말리나요? 칠남: 네. 안 말려요. GM: 쿨한 남자! 좀 즐기고 있는 것 같네요. 세희: 저는 크게 외치면서 “언니!!” GM: 너는 마스터에게 모욕감을 줬어 세희: 어맛, 승아 씨 미안해요. GM: 저한테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승아에게 사과해, 하하. 세희: 이번에는 다가가다가, 저번에 승아가 웃으면서 이를 악문 게 생각 나서 직전에 멈추려고 노력할게요. GM: 아, 정말요? 세희: 노력‘만’ 하는 거니까요. 철수: 노력만요? GM: 하지만 관성은…. 세희: 그렇죠. 관성이 있으니까요! GM: 심심한데 데미지나 한번 굴려 보죠. 팔면체 두 개 굴려 볼게요. 세희: 제 주사위 잘 나오는데 그걸로 그러시면 곤란합니다. GM: 아, 다행히 아무렇지도 않네요. 세희: 네, 그럼요. 철수: 역시 단단하네요. GM: 그럴 수야 없지. 방심을 해서 자세를 풀었는데 이번에는 머리로 갈 비뼈를 받았어요, 아까 그 부분을. 이번에는 안긴 것도 아니고.


세희: 이번에는 멈췄는데! GM: 멈추려고 해서 피해가 더 큰 것 같아요, 오히려 그대로 안겼으면 피 해를 안 받았을 텐데. 세희는 그대로 머리를 받고 나서 “아야아야… 헤헤… 승아 언니” 하고요, 승아는 “하아…” 하면서 다음 번부터는 헬멧으로 막을까 고민합니다. 오늘은 갈비뼈 드립이 흥하네요. 승아 가 갈비뼈를 문지르면서, “하아…그래. 다 모였구나.” 라고 말하고는 시계를 힐끗 봐요. “오늘은 좀 여유가 있네. 오늘 아마 총 공격이 시 작될 거야.” 세희: “므앙?” 칠남: “공격이라니 무슨 말씀이시죠?” GM: “공격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군. 정정하지. ‘식사’가 시작될 거야.” 세희: “밥? 뷔페?” 철수: 불가사리…? GM: “확신은 못 하겠지만, 지금까지는 조금씩 뜯어먹히던 동상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일 거야.” 철수: “동상이 움직인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도 좀 의문스러운데. 게다가 세희 언니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주 술에 의해서 움직였다고 했는데.” GM: “내가 지금 알아본 바로는 동상에 미리 부적이나 주문을 걸어 놓고 시간마다 발동시키는 것 같아.” 세희: 밥 때구나. 철수: 독특하네요. GM: “그 동상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아마 특정 장소에 있어야만 그 주문 이 성립하기 때문인 것 같아. ‘문과 문’ 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장 소인 거지. 그래서 교문 앞까지만 와서 뜯어먹힌 거고.”


세희: 그러면 아까 그 장소에서 방해하지 않고 그 동상에 올라탔으면 아 마…? GM: 그러면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온 게 되겠죠. “자, 그러면 이동하도 록 하지.” 아까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그 절 방향으로 걸어가 기 시작해요. 철수: 아아. 그 절로? GM: 그 이야기를 안 들었다면 모르는 방향으로 가는 거였겠지만 이야기 를 들었으니까요. 결국 여러분은 산에 오르게 될 거라는 걸 어느 정 도 예상할 수 있었어요. 원래는 갑자기 산을 타게 되기 때문에 체력 판정을 해서 피로점을 드리려고 했지만, 그걸 알고 마음의 대비를 하셨으니까 판정 안 하셔도 돼요. 세희: 저는 쫄래쫄래 따라가요. 칠남: “이 방향이라면… 절에 가시는 겁니까?” GM: “호오. 어떻게 절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지?” 칠남: “흠, 뭐. 세희가 나름 열심히 조사를 했더군요.” GM: 승아가 나름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세희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 줘요. 세희: 저는 후후훗, 하면서 뿌듯해 하고 있어요. GM: 참, 그딴 녀석 밑에서 잘도 크고 있구나, 하는 심정인 것 같아요. 세희: 그딴 녀석…! (웃음) GM: 말은 그렇게 해도 나름 애정이 있으니까 까는 거겠죠. 철수: 형이 애정이 있으니 까는 거다, 하하. GM: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올라가다 보니 그제야 왜 두 시간이 나 일찍 왔는지 알 것 같아요. 길이 꽤 가파르고, 제대로 나 있지 않 은 부분도 상당히 있어요. 처음에는 계단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정 말 여기가 한때 사람이 다니던 길이었다는 흔적 정도만 남은 곳을


힘겹게 올라왔어요. 칠남: 글쎄요, 저는 힘든지 잘 모르겠어요. GM: 왜요? 칠남: 고양이의 허세. GM: 아, 고양이의 허세인가요? 피로점 같은 건 없고, 허세를 부리기 위 해서 민첩 판정을 해 볼게요. 아니, 이건 건강 판정이 맞겠네요. 성공 하시면 마음껏 허세를 부리셔도 돼요. 칠남: (굴림 대성공) 야밤에 산에 올라오니 숨겨 왔던 저의 야생 본능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기분 좋게 훅훅 먼저 올라가면서, 빨리 오라고 해요. GM: 다른 분들도 주사위 들고 계신 품이 굴려 보고 싶으신 모양이네요. 철수: 체력 소녀인데 질 수 없죠. GM: 이 사람들, 판정 안 해도 되는 걸 굳이 판정하면서 드립을 치고 있 어! 뭐, 실패해도 아까 정보를 미리 얻었으니 피로점은 쌓이지 않지 만요. 철수: 아, 실패했네요. 저는 헥헥거리면서, “천천히 좀 올라가요! 이렇게 무거운 것도 들고 있는데….” 하며 연약한 소녀임을 어필합니다. GM: 연약한 소녀 코스프레를 하고 있군요! 세희: 저는 그걸 보면서, ‘아, 나도 고양이가 돼서 스모키 위에 타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며 힘겹게 산을 오르고 있어요.

GM: 미리 산을 올라갈 각오를 하고 있어서였는지 다행히 여러분은 피로 점을 얻지는 않았어요. 세희: 산을 올라가는데 빛이 없어서 곤란하지는 않았나요? GM: 승아가 미리 플래시를 준비해 뒀어요. 그리고 이상하게, 산 쪽으로 올라갈수록 밝아지기 시작해요. 글자 그대로 산 속으로 들어가는 건


데도. 칠남: 다른 사람들이 오간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 볼게요. 조사. (굴림) 실 패했네요. 노는 데에 정신이 팔려서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것 같아 요. 갑자기 풀속에서 푸드득, 하는 소리가 들려서 “뭐지!” 하면서 그 쪽으로 파다닥 달려가요. GM: 다람쥐 하나를 잡아서 놀았어요. 세희가 너무 이상하게 볼 것 같아 서 세희 손에 다람쥐를 선물이라면서 올려놓습니다. 세희: 우우웅, 고양이 선물 귀여워…! “헤헤”, 하면서 기뻐합니다. 다람쥐 는 아마 기절했나 봐요. GM: 목적지에 가까이 갈수록 점점 주위가 밝아져요. 도착한 곳을 보니 사람이 오지 않는 절이에요. 누가 살지도 않고요. 그런데 안쪽 등이 다 켜져 있어요. 철수: 전기가 들어온다는 의미인가요? GM: 아뇨. 전기도 아니고, 촛불로 켜 놓는 연등 같은 걸 굉장히 많이 달 아 놨어요. 철수: 마법적인 불인가? GM: 마법적인 불도 아니고, 말 그대로 촛불이에요. 철수: 그 불이 산 밑에서 올라오는 길에서 보일 정도로 밝아요? GM: 굉장히 많아요. 부처님 오신 날 행사할 때 보면 연등 엄청 많이 걸잖 아요? 그것처럼 굉장히 많은 연등이 걸려 있어요. 아까 발견하는 데 에는 실패했지만, 지금 보니 누군가 연등을 켜 놓고 내려간 듯한 흔적 이 남아 있어요. 최근에 누군가가 여기를 뒤진 흔적 같은 것도 있고 요. 아마 그런 식으로 최근에 사람들이 왔다 가서 길이 어느 정도 생 겼기 때문에 여러분이 올 때 조금 더 쉽게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철수: 일단 법당 쪽으로 가서 인기척이 있나 확인해 볼게요. GM: 여기저기 무너져 있는 폐허 같은 장소들 사이에서 빛이 마치 안쪽


을 향하는 것처럼 밝아지는 게 보여요. 그 방향으로 갈수록 더 많은 연등이 걸려 있고요. 그쪽을 쭉 따라가 보면 다른 곳과는 달리 멀쩡 한 건물이 남아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문은 닫혀 있어요. 세희: 가 보고 싶다. 문을 열고 싶다! 철수: 여��� 수밖에 없겠는데요? GM: 예, 뭐 그럴 걸 예상하고 있어요. 세희: 승아는 뭐하고 있나요? GM: 따라오고 있어요. 승아는 이제 일종의… 풍경의 일부예요. 지금은 여러분이 활약하실 시간이니까요. 승아는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을 거예요. 철수: 저는 일단 안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으흠, 하고 헛기침을 하면 서 "죄송하지만 거기 누구 계신가요?” 하고 인기척을 내 볼게요. GM: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세희: 저는 예의는 철수가 알아서 다 갖췄겠지 하고 생각하며 문을 (목소 리를 키우며) 열게요!

GM: 문을 열고 들어가면 깨끗이 정리가 되어 있는 사찰 안이에요. 이상 하게 불상은 없지만요. 벽에는 그림 족자가 빼곡하게 걸려 있어요. 철수: 어떤 그림인가요? GM: 굉장히 일관성이 없는 그림들이 이것저것, 달마도부터 시작해서 산 수화, 별 잡다한 그림들이 좌르륵 벽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어요, 척 척척. 철수: 저는 자세히 보려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요. GM: 아, 신발을 벗으시나요? 철수: 네.


GM: 정말 예의바르네요. 행운패 하나 드릴게요. 나중에 불리함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세희: 전 그런 거 없이 그냥 쑥 들어가요. GM: 신발 신고 들어가셨죠? 세희: 네. GM: (재차) 신발 신고 들어가시는 거죠? 세희: 네에. 어, 분노하나 신이? 신이 분노하나? 철수: “죄송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신발을 벗는 게 예의니까, 신발은 벗어 놓고 들어오시는 게 어떨까요?” GM: 하하, 이런 것까지 포함해서 행운패 드린 거니까요. 세희: “아… 그…런…가?” 칠남: “괜찮다, 세희야. 우리는 인간의 법도를 벗어났잖아.” 세희: “아하!” (박수를 짝짝 치고) 조금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뭐. 대신 까 치발을 하고 걸을게요. GM: 네. 이제 조사를 해 보실 수도 있어요. 철수: 저는 영리함 판정으로 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과연 이 그림들 중에 내가 본 게 있는지 기억하는가 조사해 볼게요, 아마 안 되겠지만. (굴림) 아, 4다. 실패네. 아니아니, 4면 성공이네요. GM: 벽에 걸린 그림들 중 교과서에 실린 것과 비슷한 그림은 있지만 똑 같은 그림은 없어요. 그냥 흔해빠진 옛날 그림들이에요. 실제로도 되게 오래됐고요. 세희: 저는 오컬트 판정으로 그 그림들에 수상한 점이 있는지를 느껴볼 게요. (굴림, 대박, 다시 굴림) GM: 헐, 그만해. 세희: 13이에요, 추가 성공 두 개로 성공했어요.


GM: 세희는 그림들을 보면서 오컬트적인 무언가가 있나 살펴봤어요. 나 머지 두 사람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림들이 굉장히 무질서하게 붙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세희가 마법적인 도식으로 따져 보니 모 든 그림들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불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 어요, 전체 형태가 불 화자를 이루고 있다든가, 그림을 자세히 보면 사실 전체가 깨알 같은 불 화(火) 자를 모아서 만든 그림이라든가. 세희: 그러고 보니 아까 불가사리가 불에 약하댔죠? 철수: 그럼 그걸 봉인하기 위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세희: 그럼 저는 이걸 일단 동료들에게 말해야겠네요. “어, 이거 다 불이 야.” 철수: “불이라뇨…?” 세희: “그림에 이거 봐봐. 다 불이잖아, (손가락으로 각 부분을 짚으며) 여기 불, 불, 불.” GM: 이렇게 설명을 해 주지만 여러분은 알아볼 수 없어요. 칠남: 저는 세희가 이야기하니 그걸 믿어요. 이해는 못 하지만 따릅니다. GM: 그리고 추가 성공을 많이 하셨으니 보너스로 드리는 정보인데요, 그림 족자가 나선형에 가깝게, 그러니까 미묘하게 점점 더 높아지는 식으로 걸려 있어요. 워낙 많이 걸려 있어서 각각을 보면 느껴지지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올라가는 형태예요. 세희: 상승이라…. GM: 그리고! 족자 하나만 뒤집어져 있어요. 세희: “아… 이거… 하나만 뒤집어져 있는데, 뒤집어 보면 안 될까? 불 나 려나?” GM: 당연히 뒤집으시면 행운패 하나 더 드리고요. (웃음) 칠남: 저는 세희가 뒤집으려고 하면 일단 위험할 것 같으니 뒤로 밀고 그 족자를 제가 뒤집을게요.


세희: 오오오!! 머, 멋있쪙!! GM: 오, 그러면 이 행운패는 스모키에게 드리겠습니다. 칠남: 보모 컨셉이니까요. 세희: 드, 드리겠습니다. 칠남: 판정 해야 하나요? GM: 아뇨, 판정 안 하셔도 돼요. 철수: 저는 스모키가 위험할 것 같다고 미리 말하면 만약을 대비해서 목 검을 꺼내 들어요. 칠남: “위험하니까 뒤로 물러나 있어” 라고 말해요. 세희: 저는 왜 위험한지 모르고요. GM: 족자를 뒤집는 순간, 아까 처음 묘사했던 장면으로 바뀌어요. 여러 분은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면서 중력이 역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 요. 떨어지는 판정을 다시 하지는 않을게요. 아까처럼 세희는 아슬 하게 착지해서는 와아, 하고 박수를 치고 있고, 철수는 공중 삼회전 을 해서 검을 뽑았고, 칠남이는 코트를 멋지게 펄럭였어요. 묘사해 드린 것과 같이 땅 속처럼 보이는데 벽은 인공적으로 깎여 있어요. 앞에는 땅 속에 묻힌 듯한 사찰이 보여요. 세희: 지하에 절이 있는 건가요? GM: 그건 알 수 없어요. 칠남: 다른 세계일 수도 있고. GM: 땅 속 같아 보이는. 세희: 시야에 다른 건물이 있어요? GM: 파묻힌 건물들이 있어요. 천장까지는 전부 흙으로 되어 있는데, 인 공적으로 파인 듯한 느낌이 들어요. 트레져헌터물에 나오는,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싶은 구조기도 하고. 그 사이로 무너진 사찰 건물 들이 튀어나온 채로 경사를 이루고 있어요. S자로 구부러지며 올라


가는 계단 옆에 땅에서 솟아나온 듯한 건물들이 있어서, 안쪽으로 쭉 올라가는 듯한 모양새에요. 그 꼭대기에는 조그마한 제단 같은 게 있어요. 문득 뒤를 돌아보니,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수 도 없이 많은 동상들이 여러분을 에워싸고 있어요. 아까 봤던 이순 신 동상이나 세종대왕 동상 같은 학교의 동상들이에요.

GM: 자, 미니어처 꺼낼게요. 철수: 즐거운 전투의 시간이 왔습니다. 칠남: 덤벼라! 세희: 그러고 보니 오늘 스모키 담배 그다지 안 피우네요? 칠남: 여러분들은 모르시겠지만, 등장이 없던 장면장면에서 스모키는 꾸 준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요. 산에 올라가면서도 담배 피우다가 승 아한테 혼났고요. GM: “산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이런 무개념한 고양이!” “퍽퍽퍽. 냐옹”, 이렇게? 하하. (지도를 꺼내며) 자, 이게 맵이에요. (맵의 아랫부분 을 가리키며) 여러분은 여기 계시고, 자기 캐릭터 배치해 주세요. 승 아는 여러분 뒤쪽에 있고, 그 뒤에 동상들이 잔뜩 있어요. 저 위에, (사진을 주섬주섬 꺼내며) 이 사람이 있어요. 세희: 앗, 악어 님3이다! 철수: 내가 바로 악당이다~. GM: 피부는 약간 가무잡잡하고, 80년대 스타일의 미남이에요. 그, 드라 마 야인시대 같은 데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그런 느낌. 보통 키 에 약간 몸집 있는 남자에요. 말을 잘 할 것 같이 생겼어요. 지금은 턱을 약간 내민 채로 계단 위에서 건방진 표정으로 이 쪽을 내려다 보고 있어요.

3

악어 님: 같은 TRPG 정규 플레이 팀원. 본책에서는 NPC 김대준으로 등장한다.


세희: 하얀 중절모 같은 거 쓰고 있나요? GM: 아뇨, 굉장히 말끔한 정장을 입고 있어요. 아르마니 슈트 같은 건 지, 무척 비싸 보여요. 딱 봐도 나는 비싸다~ 하는 오오라를 내뿜고 있고. 하지만 품격이 있어 보이는 건 아니에요. 그냥 자신의 부를 과 시하기 위해 치장한 느낌. 아래를 내려다 보고는 있지만 여러분들에 게는 관심조차 없는 것 같네요. 의기 양양한 표정으로 승아를 향해 말합니다. “훗, 늦었군 주술사.” 철수: “늦었다고?” 칠남: “무슨 말이지!” GM: "네녀석은 거기서 손가락이나 빨면서 전설이 시작되는 걸 지켜봐 라!" 라고 외치자 뒤쪽의 동상들이 물밀듯이 밀려 오기 시작해요. 승 아가 이를 으득 물고 품에서 부적 여러 장을 꺼내 날리자 거기에 맞 은 동상 여러 개가 동시에 터져 나갑니다. 그렇게 승아는 여러분에 게 오는 동상을 막기 시작합니다. 승아는 유능하니까 이 녀석들이 여러분에게 오지도 않겠지만, 동상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승아가 여러분들을 도우러 오기도 힘들 거예요. 뭐, 신경 안 써도 된다는 뜻 이죠! 그럼 이렇게 전투를 시작하겠습니다. 세희: 저는 마법점수 10점으로 시작하나요? GM: 네, 당연하죠. 저는 관대합니다. 칠남: 시간 상으로도 충분히 찼을 시간인데요, 하하. GM: 자, 우선권 뽑을게요. 아, (맵의 윗부분을 가리키며) 여기 악어 님, 아니 악어 님이래. 아까 말한 악당 부동산업자, 그리고 그 옆 제단 주 위에 제단을 지키는 동상이 있어요. (우선권을 뽑은 뒤) 자, 행동을 선언하시고 시작하시면 돼요. 철수: 아, 제가 먼저죠? 지금 가장 중요한 게 제단에 있는 무언가를…. 세희: 아, 잠시만요, 혹시 철수 한 턴 딜레이 될까요? GM: 여러분 모두 동상보다 빠르니까 순서를 섞으셔도 괜찮아요.


세희: 아, 그래요? 그럼 제가 먼저 행동해서 철수한테 강타 걸어 드릴게요. 칠남: 그럼 제가 뛰쳐나가서… 아, 느리구나. 먼저 행동하세요. 철수: 제가 앞으로 가서 휩쓸기로 길을 열어 볼게요. 저 녀석들이 물러난 다면 거기로 칠남 씨가 멋지게 뛰쳐나와서 제단의 무언가를 방해하 면 되지 않을까요? 세희: 네, 전 뒤에서 응원할게요. 하하. 제 연약한 새총은 그냥 여흥인 걸로. GM: 그걸로 수많은 남성 출연진들을 심영4으로 만드신 분이 하실 말씀 은 아닐 텐데요?! 세희: 아하하핫. 자, 강타를 걸게요. GM: 일반 성공이네요. 철수는 앞으로 데미지에 +2를 받아요. 세희: 흠… 좀 아쉬우니 대성공을 시도해 볼까요?5 GM: 행운패도 많으시잖아요, 하하. 어차피 이거 마지막 전투니까 마음 껏 쓰셔도 돼요. 세희: (굴림) 하지만 대성공은 뜨지 않았지. +2네요. 철수: 저는 앞으로 나아가서 휩쓸기로 앞쪽 세 명을 공격할게요. 회전 베 기! 명중 굴림이, 어디 보자. 격투 주사위가 팔면체니까 팔면체 세 개랑 육면체 하나 맞죠? GM: 네. 패널티는 일단 굴리신 후에 적용할게요.6 철수: 6, 7, 4, 3. 6이랑 7만 명중인데… (행운패를 내며) 다시 한 번 해 볼게요. (굴림) 음… 이번엔 한 개 대성공이네요. 4

심영: 배우 김영인이 2002년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연기한 실존 인물로 "내 가 고자라니!"라는 대사가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끌어 흔히 성불구, 생식 능력 상실 의 아이콘으로 언급된다.

5

대성공 보너스: 강타 주문의 데미지 추가치는 일반 성공 시 +2, 대성공 시 +4이다. 주사위값 8 이상은 전부 대성공으로 취급한다.

6

'휩쓸기' 패널티: '휩쓸기'는 여러 명의 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지만 각각의 명중 판 정에 -2의 패널티를 받는다.


칠남: 이렇게 되면 하나한테 높은 피해를 줄지, 둘에게 보통 공격을 가할 지 골라야겠네요. 철수: 두 명을 공격하는 걸로 할게요. 자, 그럼 어디 (굴림, 실패) … (행운 패를 내고) 다시 굴릴게요. (굴림) 세희: 아, 무자비함 있었지?7 철수: 나의 검에는 자비가 없습니다! GM: 그럼 9점에 +2, 총 11점. 11점이면 뭐, 어휴. 멀쩡한 동상이었다면 목검이 부러지거나 했어야 했겠지만, 동상을 탕 하고 치니 팡 하는 소리와 함께 동상이 깨져 나가요. 자, 나머지 하나. 철수: 6에 강타 +2, 8이네요. GM: 아, 그러면 그냥 동요만 해요. 깨지지는 않지만 깡, 하는 소리가 나 면서 동상이 무릎을 꿇어요. 철수: 저는 “지금이에요”, 라고 외쳐요. 칠남: 그 말을 들은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동요한 동상을 공격합 니다. GM: 손 모양이 고양이과 동물의 발이 확대된 것처럼 변해요. 호랑이라 든가, 고양이 같은. 나름 귀여워요. 러시안 남자가 고양이 손! 아기 자기하죠? 칠남: 음, 나 '격투' D8밖에 안 됐었나. (굴림, 실패.) 행운패 내고 다시 굴 릴게요. 처음에 공격했지만 그게 제대로 먹히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시 한 번… 4요. 안 맞네요. 손톱을 제대로 안 갈았나 봐요. GM: 악어님, 아니 부동산 업자가 더 빠르네요. 손에 들고 있는 이상한 장치를 가동시켜요. (굴림) 으윽… 실패. 안 되겠다. 다시 할게요. (행운패 쓰고 다시 굴림) 오케이…! 대성공! 11이네요. 막 조작을 했 더니 제단 뒤쪽에 표시된 다섯 개의 동양의 오행(五行) 문양 중 두 7

'무자비함': 원래 피해 굴림은 다시 굴리는 게 불가능하지만, ‘무자비함'이라는 장점을 가진 캐릭터는 행운패를 사용해 피해를 다시 굴릴 수 있다.


개에 불이 켜져요. 칠남: 성공수였나! 철수: 저거 왠지 불길하게 보이는데요? 세희: 저 놈이 나쁜 놈이구나! GM: 동상들은 달려와서 여러분의 앞을 막아서고 공격합니다. 각각 철수 와 스모키를 공격합니다. (굴림) 에잇, 실패. (굴림) 으아니, 이것도 실패. 두 동상은 스모키와 철수를 공격했지만, 후웅- 하고 느리게 휘 둘러지는 동상의 공격을 두 분 다 손쉽게 피할 수 있었어요. 철수: “핫, 이런 건 아버지의 검보다 느리다구!” GM: 자, 이제 다음 번 우선권… (칠남의 차례에서 조커가 나옴) 아, 앙 대…! 세희: 하하, 멋진 스모키! 조커는 이길 수 없다! 칠남: 여기 있는 두 마리를 한 번씩 공격할게요. 조커가 나왔으니 이럴 때 야말로.8 GM: 네. 패널티 없이 둘 다 때릴 수 있어요.9 칠남: 전 강력한 공격으로 고양이 펀치, 뿅! 6이네요. 이쪽은 10! GM: 네, 10은 대성공이네요. 칠남: 그러면 일반 공격. 2D6+2니까, (굴림) 7이에요. GM: 그건 그냥 동요 상태네요. 나머지 하나는 (칠남 굴림, 계속 대박. GM, 동상 미니어처 치우며) …네 됐구요, 그만 굴리셔도 될 것 같아 요, 흑흑. 칠남: 하나는 견제를 하면서 살짝 툭 쳤더니 쓰러졌고요. 8

조커 보너스: 조커가 나오면 해당 라운드의 모든 행동 판정에 +2를 받는다.

9

다중 행동 패널티: 다중 행동을 할 경우 행동 하나당 -2씩의 패널티를 받는다. 이 경우 칠남이는 조커가 나와 모든 행동에 +2 보너스를 받으므로 결과적으로 패널티 없이 행 동할 수 있게 되었다.


GM: 좋은 허세다! 칠남: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나… 그럼 이 정도는 어떠냐!” 하며 좀 더 강력한 주먹을 날렸더니 캉, 하는 소리와 함께 동상이 은빛 가루로 산산조각 나요. 여기저기 퍼져 나가는 빛가루가 등불의 빛과 어우러 지면서 굉장히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합니다. 그 후에 저는 빠르게 앞으로 이동할게요. GM: 어휴, 벌써 가까이 왔어. 부동산 업자는 칠남이 가까이 다가오니 깜 짝 놀라며 뒤로 한 칸 물러서요. 칠남: 기회 공격 받을게요.10 GM: 에이, 안 물러날게요. 칠남: 하하하. GM: 부동산 업자가 무언가 주문을 외우자 앞에 반투명한 유리판 같은 게 생겨요. 세희: 쳇, 디스펠이 없다니 아쉽네요. 역시 쟤를 먼저 공격했어야 했는데. GM: 남은 동상들은 이 쪽으로 와요. 공격! (굴림) 1, 3. 안 되네요. 세희: 저는요… 제 새총에 강타를 한번 걸어 볼게요. (굴림) 그냥 성공이 네요. 흐음. 대성공 노려 볼까. 한 번 더 굴려 볼게요. (행운패를 쓰고 굴림, 이번에도 일반 성공) 에이, 오늘은 대성공의 날이 아닌가 보 다. 쳇. GM: 네, 오늘 행운패 많이 드리길 잘 했네요. 주사위가 좀 저조한 편이 니. 강화 주문을 걸자 유리 구슬에 영롱한 빛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쏠 때마다 구슬을 따라 빛무리가 잔상처럼 흩어져요. 세희: 여기서 쏠 수 있어요? GM: 좀 머네요.

기회 공격: 적과 인접한 상태에서 이동할 경우 공격을 받는데, 이를 기회 공격이라 한다.

10


세희: 그럼 앞으로 갈게요. 칠남: 아까 행동했으니 지금 쏘면 -2 패널티 받지 않나요? 세희: 아, 아직요. 다음 턴에 쏘려구요. GM: 아, 아까 동요 상태가 된 동상 회복 판정을 깜박했네요. 지금 해 볼 게요. (굴림) 음…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누워 있어요. 철수: 음, 저 무언가를 던졌을 때 앞에 뭐가 있으면 대신 맞거나 하나요? GM: 뭘 던지시게요? 철수: 뭐긴요. GM: 아, 그래서 아까 목검을 하나 더 챙겨 오신 거였구나. 무서운 사람 이다! 세희: 목검으로 맞으면 엄청 아프겠네요! 칠남: 그냥 달려가서 때려도 될 텐데. 철수: (단호하게) 투척 써 보고 싶었어요. GM: 네, 그럼 해보세요. 철수: 들고 있는 목검을 한바퀴 돌려서 땅에 박고요. GM: 아, 그런 다음에 새 목검 꺼내서 던지시면 -2 패널티 받아요. 철수: 아 진짜요? 그럼 대충…. GM: 그냥 지금 들고 있는 걸 던지면 패널티 없이 던질 수 있긴 해요, 전 용 무기 보너스는 사라지겠지만. 하하. 철수: 그러면 피해 굴림 수치가 달라지나요? GM: 아뇨, 그냥 명중 굴림에서 +1을 못 받아요. 철수: 그래요? 흐음…. GM: 지금 손에 들고 있는 목검이 평소에 항상 써서 손에 익은 거잖아요, 싸움에 대비하는 데 손에 안 익은 걸 굳이 쥐고 왔을 리는 없으니까.


말하자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걸 던지면, 평소 늘 쓰던 거라 손에 착 붙는 녀석을 던지는 거예요. 아니면 아까 말씀하신 대로 이 녀석을 땅에 박고 여분으로 챙겨 온 걸 던지셔도 되고요. 철수: 그렇게 하죠. 가져온 목검을 땅에 박고 등에 멘 목검을 뽑아 던질게요. GM: 투척 기능이 D6이니 육면체 굴리세요. 다중 행동 하셨으니 판정에 -2 받을 거고요, 그걸 고려하면 6 이상 나오면 성공이에요. 철수: 네. 저는 목검을 그대로, 저기 사악한 악어 님에게 던져요. GM: …그냥 악어 님인 걸로 할게요. 이미 끝난 것 같으니, 아하하. 정장 을 입은 악어 님을 연상하면서 해 주세요. 철수: (굴림, 대박, 다시 굴림) 6에 1 나왔으니 7으로 명중이에요. 피해 굴림은 어떻게 굴리나요? GM: 그냥 목검 피해로 굴릴게요. 철수: 어머, 4밖에 안 되네요. 전 목검을 그냥 던지는 게 아니라, 창을 던 지듯이 뒤로 힘껏 잡아당겼다가 던집니다. GM: 그러면 검이 투창처럼 슝- 하고 날아가지만,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악어 님 앞의 투명한 막 같은 것에 가로막혀 튕겨나갑니다. 그걸 본 악어 님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하하, 겨우 그 정도로 나의 방패를 뚫을 수 있을 줄 알았나? 눈 네 개 짜리 안경 꼬마!11 ” 하며 놀리기 시작해요. 철수: …잠시만요. 전 그럼 행운패를 써서 다시 굴릴게요. GM: 쳇, 괜한 짓을 했군! 철수: 이게 튕겨나갔다고 했으니, 흐음…. GM: 아, 일단 굴리고 묘사해 주세요. 데미지가 또 낮게 나올 수도 있잖 아요. 철수: 이번엔 9네요. 검이 아까 보호막에 부딪혀 튕겨나가는 서슬에 부 11

눈 네 개: 안경 두 개, 눈 두 개.


러지고 말았어요. 그 파편이 보호막으로 튀면서 두 번 때린 것 같은 효과가 난 거죠. GM: 하지만 그 데미지도 튕겨냈네요. 괜찮아, 튕겨냈다! 철수: 오, 강한데요? 어느 정도의 피해를 막아 내는 거지. GM: 자, 조커가 나왔으니 카드를 다시 섞을게요. 카드 주세요. 철수: 최악의 경우 목검을 던져서… GM: 뭐, 최악이라고 해도 기술 주사위와 만능 주사위가 둘 다 1 나와서 칠남이를 맞추신다든가. 그 정도죠. 철수: 흐음… 파괴됐다고는 안 할게요. 그냥 그건 확인 못 한 걸로 하고, 튕겨나갔다는 걸로. GM: (약올리는 말투로) 아뇨, 그럴 리가 없어요. 파괴됐어요. 철수: (아쉬운 목소리로) 으하앙~ 아까 그 네눈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났는지, 머리에 화남 마크가 생기면서, “뭐? 지금 나보고 네눈 박이라고?” GM: 악어 님이라면 분명 그렇게 도발했을 거야! 세희: 도발 판정 한번 해 보실래요? (웃음) GM: …괘, 괜찮아요. 칠남: 악어 님이라면 그렇게 이야기 안 할 것 같아요. 아마 “허허. 어린아 이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런지 기운이 없구나.” 하고 말씀하 셨을 거예요. GM: 오오, 그럴 듯 하다. 공식 리플레이에서는 그 대사를 써 봐야겠네요. 철수: “그래, 내가 네눈박이라는 건 인정해. 하지만 나를 네눈박이라고 놀리는 건 참을 수 없엇!” GM: 무, 무슨 소리야! 철수: 이동할게요. 1, 2, 3… 걸리는데요?


칠남: 대각선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GM: 누구를 치나요? 철수: 저를 네눈박이라고 부른 인간요. 어디 보자, 7로 명중. 피해 주사위 는… 주사위의 신이여, 저의 분노를! (굴림) …다시 굴릴게요. 저번 화 최종전에서도 주사위 값이 잘 안 나왔는데. (굴림) 아, 15네요. GM: 그 공격을 맞자 쩍, 하는 소리와 함께 앞에 있던 유리막에 금이 가요. 세희: 아, 제가 강화한 건 계산 안 해요? 철수: 맞다. 그럼 17이네요. GM: 아, 17이에요? 잠시만요. 세희: (즐거운 목소리로) 역시 대성공을 띄웠어야 했나? GM: 쨍강! 유리에 금이 쫙쫙 가서 아래부터 부스러지기 시작했어요. 이 제는 몸통 부분을 방패처럼 간신히 가릴 정도의 크기밖에 남지 않았 어요. 철수: “우리 아버지도 나를 그렇게 부른 적 없다굿!” 칠남: 제 차례네요. 저는 저를 포위하고 있는 녀석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 고, 죽어라 닌겐! GM: 죽어라 닌겐! 칠남: 물론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아요. GM: 아, 예. 하하. 칠남: “W시에서 사악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니, 이 도시를 지키는 마법사 의 패밀리어로써….” GM: 어쩐지 말이 길다! 저 말을 하다가 6초가 지나겠어!12 칠남: “네놈을 용서하지 않겠어! (빗나감) 가랏 김세희!” GM: 하하하하. 12

6초: 새비지월드에서의 한 턴은 6초다.


칠남: (행운패를 내고 다시 굴림, 또 실패.) GM: 오늘 행운패 엄청 퍼드렸는데, 전투에서 다 쓰겠네요. 주사위 엄청 안 나온다. 칠남: 실패하면서, “세희야 빈틈이다!” 하고 외쳐요. 세희: 저는 “아, 빈틈이 바로 저기인가!” 하고 갈라진 틈을 손가락으로 가 르켜요. GM: 이 동상은 칠남이 뒤로 이동해서 공격할게요. 칠남: 거기서 때려도 보너스는 없을 텐데요? GM: 네. 괜히 그냥 포위되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하하. (굴림) 오, 9니까 한 대는 맞네요. (굴림) 오, 이 녀석은 대성공인데? 세희: “스모키야, 죽으면 안 돼!” 칠남: 1 데미지네요. 피해 흡수할게요. 건강 육면체, (굴림) 실패했다! 행 운패를 써서 다시 시도할게요. (굴림) GM: 성공하셨네요. 이 사람, 행운패 고자가 되어 가고 있어! 칠남: 저는 이녀석이 동시에 공격을 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당황해서 한 번 당한 뒤, 첫번째 녀석이 공격한 건 피했지만 뒤쪽에 있던 두번째 녀석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발차기를 하는 바람에 그걸 피하느 라 중심이 흐트러졌어요. 결국 그것도 가까스로 피했지만, 그 서슬 에 땅바닥에 한 번 굴렀구요. “나를 바닥에 구르게 하다니, 이 녀석들 제법이군.” GM: 동요 상태인 애들 일어나는지 판정할게요. 자, 일어나랏! 네. 한 녀석 은 일어나고 바로 행동도 가능해요. 죽어랏! 철수 막기 수치 몇이죠? 철수: 막기 6이요. 플러스 1 받고, 목검도 있어서. GM: 하, 아깝다. 후웅, 하고 뒤통수에 팔을 휘둘렀는데 그 공격을 미리 예상했는지 고개만 삐딱하게 틀어서 피했네요.


칠남: 아, 그 녀석 하나만 일어난 거예요? 그룹 롤인줄 알았는데.13 GM: 네. 두 번 굴리기 번거로워서 두 개를 한 번에 굴렸거든요. 주사위 한 개당 하나씩, 두 개. 자, 이제 마법사, 아니 악어 님이 무언가 기기 에 조작을 하기 시작합니다. (굴림) 일반 성공이네요. 마법사 뒤에 새겨진 글자 중 하나가 더 빛나기 시작해요. 총 세 개의 글자가 빛나 고 있으니 이제 두 개 남았네요. 세희: 이걸 황도 12궁으로 했어야 했는데, 쳇. 철수: 아니면 12간지라든가. GM: 에이, 저레벨이라 그렇게까지 오래 버티진 못해요. 지금도 그렇잖 아요. 자, 다시 카드 뽑을게요. (또 조커가 나왔다. 당황한다.) 세희: 아, 저 아직 행동 안 했어요. GM: (희색을 띄며) 앗, 그럼 다시 뽑아야 하지 않나요? 철수: 에이, 어차피 나올 시간만 조금 미뤄진 것 뿐일 텐데요 뭐. GM: 아… 그럼 행동 어떻게 하실지 생각해 보고 계세요. 저 잠시만 에어 컨 좀 쐬고 올게요, 하, 하하, 하… 덥다, 갑자기. 세희: 행동 어떻게 할지 다 생각해 뒀는걸요, 어디 가세요. (웃음) GM: 네에…. (추욱) 세희: 전 방금 행동으로 스모키가 죽을 위기에 빠졌다고 단정해 버렸어 요. 눈앞에 칠남이와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요. GM: 예. 그래서 조커가 나오셨군요. 세희: 아하하, 역시 에어콘이 좀 필요하시겠네요. 가서 쐬고 오세요. 저는 그동안 저 사악한 마법사에게 새총을 쏠게요. 칠남: 엔딩 크레딧에는 스모키와 세희의 어린 시절이…. GM: 벌써부터 엔딩 크레딧이라뇨! 아, 지금은 아까 강화 주문으로 +2 13

그룹 롤: 한 무리 전체의 굴림을 한 번에 하는 것.


받았으니 데미지 계산할 때는 육면체 두 개를 굴리시면 돼요.14 명중 굴림도 육면체 두 개. 세희: 아, 이거 사격이었구나. 스펠 캐스팅인 줄 알고. 볼트랑 헷갈렸네 요.15 (행운패를 내고 두 번 굴려 보지만 두 번 다 실패) 전 스모키의 죽음에 너무 당황해서. GM: 스모키 아직 안 죽었어요, 하하! 칠남: 다음 라운드를 기다리면 돼요. 세희: 눈물을 글썽이며 새총을 쐈지만 전부 빗나갔어요. 눈물이 앞을 가 렸나 봐요. GM: 새총을 두 발이나 쐈지만, “안 돼 스모키!” 하며 쏜 유리 구슬들은 엉뚱한 곳으로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고 말았네요. 자, 우 선권 분배하고, 다시 다음 라운드. 세희: 네, 저는 분노의 힘을 빌어서요 GM: 그런 힘 빌지 마! 세희: 아, 그러고 보니 조커네. 중복 행동 하고 싶긴 한데, 같은 행동 반복 은 안 된댔죠? 새총-새총 같이. GM: 네. 하지만 본인한테 강타를 더 세게 걸려고 시도해 보실 수는 있어 요, 판정에 +2 받으니까. 그 다음에 바로 새총을 쏘면 패널티 없이 행동 가능하시고요. 세희: 하지만 지금 그냥 새총을 쏘면 +2가 적용될 테니. GM: 네, 대성공 나올 확률도 높아지죠.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겠네요. 세희: 오늘 제 주사위 운을 보니 대성공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요. 새총을 잡아당겨 쏘겠습니다. GM: 오호, 특수 공격으로? 14

육면체 두 개: 원래는 2D6-2, +2 보너스를 받아서 2D.

15

볼트: 마법사 주문 중의 하나.


세희: 아, 그냥 새총을 쏘겠다는 거였는데, 생각해 보니 그게 있었네요! 한번 해 보죠, 뭐. 한 번도 안 쏴 봤으니. (굴림) GM: 조커 +2 있고 특수 공격 -1 계산하면… 일반 성공이네요. 피해 주 사위는 육면체 두 개 굴리시고 +1 하시면 돼요. 원래 -2에 강타 +2 있으니. 세희: 총 17점이에요. 칠남: 죽어라앗-! 세희: “죽어랏, 칠남이의 원수! 나의 눈물이 담긴 새총을 받아라!” GM: 보호막이 팡, 하고 깨져 나가요. 반짝이는 마력이 담긴 유리 구슬은 보호막을 깨고 그대로 빠르게 회전하더니 …어딜 맞추셨나요? 칠남: 미간? 세희: 어디겠나요, 하하. GM: 서, 설마 또 거길? 그만해, 1편부터! 칠남: 세션마다 매번 한 명은 희생자가 나오는군요. 세희: 아니 그게… 위치 상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전 제단 아래, 멀찍이 서 쏘고 있으니까. GM: 밑에서 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기 맞은 거로군요. 악어 님이 흡, 하는 소리를 지르며…. 세희: 자, 잠깐만… 악어 님이라니! 악어 님 어떡해….16 GM: 피해 흡수 시도해 볼게요. 악어 님을 고자로 만들 수는 없지! 내가 기필코 성공해 드리겠어! 세희: 악어 님 죄송해요! GM: 아, 이거 건강 판정이었지? 이런 빌어먹을. 건강도 낮은데! 세희: 건강도 낮구나. 16

악어 님: 소중한 팀원입니다.


(굴림, 대박) (모두가 한 마음으로) 오오오 (성공) 오오오오! 세희: 악어 님이 살아났어! GM: 남자의 본능으로 몸을 확 틀었더니 운좋게도 허리에 차고 있던 자 동차 키에 맞아서 중요 부위를 지킬 수 있었어요. 칠남: 하지만 멍은 들었겠지. GM: 보호막은 깨졌지만 데미지는 입히지 못했어요. 다행히도. 철수: 이제 동상 두 녀석 남은 거죠? 칠남: 네. 제가 먼저 갈게요. 쓰러졌던 것처럼 보였던 스모키가 다시 일어 납니다. GM: 정말 자연스럽게 휙 돌면서 일어나요. 세희: 나의 기원의 힘이 통했어! GM: 어차피 안 쓰러졌으면서 왜 그런 연출을! 기절했다가 다시 일어나 시든가요. (웃음) 칠남: 왜 이러세요, 연출입니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어! GM: 누가 봐도 멀쩡합니다. 전에는 여기까지 해서 -4 패널티 받으신 분 도 계셨는데, 쳇. 칠남: 그러고 보니 승아는 열심히 동상을 쓰러트리고 있겠군요. GM: 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숫자의 동상들을 정말 멋지게 상대하고 있어요. 철수: 하지만 저희는 관심이 없고요. GM: 그저 풍경의 일부일 뿐이죠. 칠남: (굴림) 왜 이렇게 플레이어일 때 주사위가 안 나오지. 또 빗나갔네 요. 공격하면서, 공격이 빗나가니 “네 녀석, 무슨 사악한 술수를 부 리는 거냐!” 하고 외쳐요. GM: 그냥 헛쳤어요.


철수: “아이, 그런 이상한 마법에 걸려 있나요? 뭐 상관없어요!” 악어 님 을 칠게요. (굴림) 7, 명중에 +1 받아서 8이에요. GM: 8이면 빗나가요. 철수: 행운패 쓸게요. GM: 동상보다 맷집이 낮을 리가 없잖아요, 템빨이 있는데. 칠남: 와, 8도 빗나가요? 나쁜 사람 같으니라고. 철수: 아, 또 실패했네. 이럴 거면 아까 그걸로 그냥 옆의 동상 칠걸 그랬 네요. GM: 뭐, 이미 늦었으니까요. 철수: 그쵸. 휙, 하고 헛치니까, “어머, 진짜 여기에 사악한 술수가!” 칠남: “세희야, 조심해라, 이 녀석은 심상치 않아!” 세희: “어머, 알았어요! 저 사악한 사람 같으니라고!” GM: 심상치 않은 분께서 마법을 또 쓰십니다. 세희: 안 돼, 안 된다고! GM: 오 예. 철수: 빗나가라 제발…! GM: 하하. 성공했습니다. 이 녀석이 주문을 외우자 나머지 칸에 불이 마 저 켜져요. 그리고 가운데를 향해서 빛이 한 군데로 촤악 하고 모여 들어요. 그걸 보고는 악당스러운 대사를 외치기 시작합니다. 강제 이벤트니까 듣기 싫어도 들어 주셔야 해요, 하하. “핫하하, 보았느냐. 이제 곧 여기에서 불가사리가 부활한다. 불가 사리는 모든 철을 먹어치우지. 이제 지금까지 너희가 쓰던 재래식 전쟁 무기는 전부 사라질 것이다. 전투기, 탱크, 그 모든 것을 나의 불가사리가 먹어치울 것이다!” 세희: 그리고 당신 자동차 키도 먹겠지! (키득키득)


GM: 지금부터 두 턴이 지나면 불가사리가 부활합니다. 세희: 땅이 막 울리나요? GM: 네. 쿠구구궁,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리고, 동상 중 몇 개가 부스 러지면서 사라지기 시작해요. 마치 철가루가 어디론가 흡수되는 것 처럼. 자, 이제 조커가 나왔으니 카드를 다시 섞을게요. 오늘 이 분들 이 주사위가 안 나와 주신 덕분에 미묘하게 전투 밸런스가 잘 맞네요. 칠남: 주사위를 바꿔야겠다. 세희: 괜찮아, 아직 행운패가 세 개 남았어! 칠남: 신에게는 아직 주사위가 많이 있사오니…. 세희: 하하하하. 철수: 준비된 주사위의 숫자는 충분한가! GM: 자, 빠른 분 먼저 움직이시죠. 철수: “지금 와서는 불가사리가 나온다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있어. 지금 당신의 모습은 완벽한 악이야. 당신을 지금 내가 처단하 겠어!” GM: 하하, 포스만은 누가 봐도 악당이죠. 철수: (굴림) 아… 또 실패했네요. 칠남: 와일드 어택을 해 보시는 건 어때요? 명중이랑 데미지가 둘다 2씩 올라가요. 그 대신 막기가 2 떨어지고요. 철수: 그걸 이번에 쓸 수는 없나요? 칠남: 네. 그건 행동 전에 선언하셔야 하니까. 철수: 그럼 일단 행운패 써서 그렇게 행동해 볼게요. 제가 꼭 이 녀석 피 보고 말겠습니다. (굴림) 8. GM: 아, 8이면 빗나가요. 철수: 아, 지금 둘러싸고 있으니까 포위 공격으로 +1 받지 않나요?


GM: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걸 생각 안 했네요. 9면 맞아요. 칠남: 우리 왜 이렇게 무식하게 싸우고 있었죠? 철수: 그러게요. 칠남: 저희는 지금까지 각자 각개 플레이로 싸우고 있다가, 위기감을 느 끼자 연계 공격을 하기 시작했어요. GM: 아까도 포위 상태였으니까, 그때 이거 안 잊어 버렸으면 맞추셨을 텐데. 철수: 주사위 나온 값에 +2 +2. 13이네요. GM: …피해 흡수 시도해 볼게요. 마스터 행운패는 다 썼고, 캐릭터 행운 패만 남았어요. (육면체를 꺼낸다) 세희: 악어 님은 체력이 약하군요? GM: 네. 체력은 약해요. 아…? 14 나왔네요, 하하하! 세희: 히잉… 악어의 사악한 힘인가! GM: 운 좋게도 손에 들고 있던 장치로, 막으려던 게 아닌데 우연히 거기 에 맞고 튕겨나갔어요. 세희: 헤에. 장치는 고장 안 나나요? GM: 아, 이미 쓸모 없는 것 같아요. 철수: “에잇, 이런 사악한 술수로 자꾸 이러면, 으으… 제길.” 칠남: 정말 놀랍다. 세희: (풀죽은 어조로) 저는 저 사악한 악어가…. GM: 사악한 악어로 이미 결정이 났군요. 세희: 이제 철수마저 죽일 것 같아요. 새총을 쏘겠어요. 철수: 철수마저라뇨. 저 아직 안 죽었어요, 하하. GM: 한 대도 안 맞았어요. 전부 피해 흡수해서 막았고.


세희: 그래요? 그러면 악어는 자기를 구해준 자동차 키를 모욕했기 때문 에 은혜를 모르는 걸로. 칠남: 으하하하. 그 자동차 키마저 불가사리가 먹어 버리기 때문인가요. 세희: (굴림) 4 나왔으니 명중이네요. 피해는 8이에요. GM: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칠남: 자, 저네요. (굴림) 8. 대성공! GM: 뭐야, 명중 굴림이었어?! 육면체 하나 추가하시고요. 칠남: “이번엔 너로 정했다, 가라 스모키!” (새 주사위를 꺼내며) 너희들 은 웬만하면 안 꺼내려고 했지만. GM: 오오, 전설의 무기인가! 내가 왼손만으로 싸우려 했건만… 하는 느 낌인데요? 칠남: 네, 9점에 11이네요. AP 2점 있고요. GM: …피해 흡수 해 보겠습니다. 행운패 하나 남았네요. (굴림, 대박 두 번) 어? (다시 굴림) 하하, 모두 막아 냈습니다. 세희: 나도 저 사면체 써야겠다! 악어 님 너무 강해… GM: 강한 게 아니에요, 주사위가 잘 나온 거지. 칠남: 사악한 술수가 바로 저 녀석이로군요! GM: 그렇죠. 이게 바로 그 사악한 술수에요, 제가 아니라. 세희: 정작 악어 님은 평소에 주사위 안 나오는데, 신기하다. 칠남: 저 주사위 못 쓰게 하세요. GM: 다음 번엔 제 걸로 굴릴게요. 철수: 에잇, 나 사면체 굴리는 거 뭐 있지? 세희: 저도 그 생각 했는데! 철수: 오컬트 있다 오컬트! 오컬트로 어떻게 공격 못 하나?


GM: 오컬트로 뭘 하려고요, 하하. 자. 이제 동상 차례네요. 동상은 그대 로 돌아서 철수를 공격해요. 포위 공격으로 +2를 받아요.17 명중 7 이면, 어디 보자… 맞네요. 철수: 네. GM: (데미지 굴림) 4면… . 칠남: 아무렇지도 않아요. GM: 공격은 들어왔지만 분노의 근육으로 튕겨냈나 봐요. 철수: 근육 없어욧! 연약한 소녀에게. GM: 네, 그런 코스프레를 하고 있고요, 사악한 악어 님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세희: 미묘한 존칭이네요. GM: (굴림, 대박) 오, 오오오! 세희: 저거 설마 또 실드는 아니겠지? GM: 그럴 리가요. 저는 같은 주문을 두 번 쓰지 않습니다. 사악한 악어 가 주문을 외우자 두 동상이 어쩐지 힘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어요. 철수: 강화했구나! GM: 하지만 다음 턴에나 써먹겠지. 우선권 배분할게요. 칠남: 앗, 조커다. GM: 안 돼! 이거 이상하게 자주 나오는걸. 칠남: 저는 다시 한 번 동상을 공격할게요. (굴림) 음, 또 빗나갔네. 행운 패 써서 다시 공격할게요. 와일드 어택 사용하겠습니다. GM: 아, 다시 굴려서 와일드 어택이신 거죠? 명중 +2 받으시고요.

포위 공격 시 명중 보너스: 포위 공격 시 둘러싼 캐릭터 숫자 중 공격자를 제외한 숫자 만큼 명중 값에 +1을 받는다. 이 경우 공격하는 동상을 빼고 두 기의 동상이 더 포위하고 있어서 +2를 받는다.

17


칠남: 얍, 총 12네요. GM: 뜨악, 명중했어요. 피해 주사위 굴리시고 거기에 +2 하시면 돼요. 칠남: 흐압, 양심이 있다면 쓰러져라! (굴림) GM: 양심이 없어요. 철수: 데미지가 안타깝네요. GM: 훗, 이제 이번 턴만 지나면 불가사리가 튀어나옵니다. 철수: 그 전에 이 게임을 끝내겠어요! 와일드 어택 선언할게요. GM: 앗, 그러고 보니 아까 -2 받았어야 했는데, 깜박하고 지나갔네요. 아까워라. 철수: +2 받고, 아… 행운패가 없네. GM: 오늘 행운패를 엄청 퍼드렸는데 다들 행운패 고자를 만들었더니 어 쩐지 마스터로서 뿌듯하네요. 철수: 전용 무기까지 해서 명중이 9. 칠남: 나는 왜 전용 무기가 없는 것인가…! 철수: 어디보자, 7, 4… 총 피해 11점. GM: 동요하면서 피해도 받아요. 철수: “괜찮다, 검 뒤쪽으로 쳤으니까.” GM: 목검으로 치고 있는 주제에, 그것도 엄청 세게 쳤잖아요! 어떻게 치 셨나요? 철수: 아까 말 그대로 검날이 아니라 검 뒤쪽으로 쳤고요. GM: 목검이니까 상관없잖아요! 세희: 하지만 목검은 거기로 맞으면 더 아픈걸요. GM: 아, 그렇구나. 철수: 별 거 없이 옆날로 머리치기를. “머리!”


세희: 수박처럼 갈라지는 건가! GM: 쩍, 하는 소리가 나면서 악어 님은 머리골이 울리고, 으아아 하면서 머리를 감싸고 쓰러져요. 철수: 괜찮습니다. 검 뒤쪽으로 쳤으니 별로 안 아플 거예요. GM: 그럴 리가. 완전 아플 것 같은데. 세희: 마법서점은 뇌수가 튀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GM: 정신력 판정으로 일어나도록 해 보겠습니다. 세희: 오! GM: (굴림) 흐하하하. 오늘 왜 이렇게 주사위가 잘 나오지? 철수: 사악한 마법사 녀석! GM: 이 녀석이, 하면서 철수를 공격합니다. 세희: 마법사의 공격… 흠, 스펠캐스팅이면 볼트인가! GM: 마나를 다 썼어요. 거기다 빗나가기까지, 흑흑. 세희: 저는…. 칠남: “세희야…!” 세희: 저는 세희야, 라는 미묘하게 죽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스모키 의 말에 자극받아서요. GM: 안 죽었다니까요! 다친 건 마법사밖에 없어! 세희: 목소리가 죽어 가잖아요! 철수: “세희 씨, 퇴마진입니다 퇴마진!” 세희: 퇴마진이라는 말에 솔깃하긴 하지만, 전 맞으면 바로 죽으니까요. 히잉…. GM: 뭐 하…시려고요? 세희: 새총 쏠 건데요?


철수: “언니, 퇴마진이에요 퇴마진!” 세희: (굴림) 앗, 대박. 그 말을 듣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쏩니다. (굴림) 데미지… 어디 보자, 10점. GM: 그대로 넘어지지만, 동요한 상태는 아니라서 데미지는 안 들어가요. 세희: “이 악당, 쓰러져라! 칠남이를 괴롭히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GM: 동상들은 칠남과 철수를 공격합니다. 철수: 이제 다음 턴이면 불가사리 나오겠네요. 세희: 흐으… 난 최선을 다했으니까. GM: 아, 안 맞네요. 이걸로 라운드 종료.

GM: 묘사해 드릴게요. 구구궁, 하는 땅이 울리는 소리가 거세지고 있어 요. 세희: 주문 외우는 중인 거예요? GM: 아뇨, 주문은 아까 끝났어요. 세희: 그럼 아까 마법사 잡았어도 비슷한 거 아니에요? GM: 턴 전에 잡았으면 뭔가 달라졌을 수도 있죠. 마법사는 지금 쓰러져 서 위엄 없게 외치고 있어요. “이제 불가사리가 나오면 네 녀석들을 전부 먹어치울 거야! 네놈들은 끝났어!” 철수: “아저씨, 아저씨….” 세희: “우리는 쇠가 아닌걸요….” 칠남: “불가살, 불가살… 하면서 움직이는 괴물인가.” GM: 승아는 싸우던 도중, 어느새 자신이 처리하지 않았는데도 동상들이 전부 사라져 있다는 걸 깨달아요. 동시에 동상들의 기운이 어떤 특 정한 곳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봅니다. 거대한 진동이 돌연 멈춥니다. 전설에 의하면, 불가사리는 다음과 같이 생


겼다고 전해져 옵니다. 코끼리의 코, 곰의 몸체를 한 황소의 눈을 가 진 생물이라고. 칠남: 왜 이렇게 눈빛이 선해! 철수: 똘망똘망. GM: 불가사리가 등장합니다. (그림을 주섬주섬 꺼낸다) 전설 그대로의 모습이에요. 칠남: …이건가요? 철수: (먹고 있던 음료를 뿜으며) 풉! GM: 이런 모습의 불가사리가 쁑- 하고 나왔어요. 크기는 딱 피카츄만 하 고요. 정말 품에 쏙 안기는 크기에요. 코도 길어서 코로는 “뿌가뿌가 링-♪” 하는 소리를 내고 있어요. 철수: 불가사리 와뗘염, 뿌우GM: 정말 그런 느낌이에요. 나오자마자 주변에 있던 쇠로 된 뭔가를 집 어서 굉장히 맛있게 아그작아그작 씹어 먹어요. 그리고, 그 광경에 가장 충격을 받은 건 악어 님인 것 같아요. 세희: 아, 그럼 지금 전투는 끝난 건가요? GM: 네. 철수: 전 그걸 어이없다는 듯이 보면서 목검으로 악어의 턱을 살살 까딱 이면서, “이봐요 아저씨. 우리 한번 얘기나 좀 해 볼까요?” 칠남: 그만둬, 악어의 멘탈은 이미 제로라고! GM: (그림을 보여주며) 정말 이런 느낌으로 귀엽게 프라이팬을 뜯어 먹 고 있어요. 이마에 뿔도 하나 달려 있고, 정말 전설 그대로의 생김새 에요. 소처럼 반짝이는 눈망울에 속눈썹도 되게 길고요. 세희: 귀여워…! GM: 그 광경을 본 승아는 굉장히 어이없다는, ‘아, 내가 뭐하려 여기 왔 을까. 그냥 놔둬도 다 끝났을 텐데…’ 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훅 쉬더


니만 부적 두 개를 뿌려요. 그러자 부적이 주위를 돌며 바람을 일으 키더니 승아와 함께 사라져요. 더 볼 가치도 없다는 듯이. 세희: 아, 가 버렸구나. GM: 불가사리는 아직 남아 있어요. 아직 프라이팬을 귀엽게 씹어먹고 있어요. 칠남: 닥터 슬럼프에 나오는 그… 뭐든지 먹어치우는 요정. 피피였나? 걔 가 생각나네요. GM: 예, 딱 그런 느낌이예요. 그리고 굉장히 귀엽습니다. 저 쪽에서 악 어 님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나의 계산은 전혀 틀리지 않았는 데!? 아니야, 이럴 리 없어!” 철수: 그 말에 시끄럽다는듯이 목검으로 가볍게 머리를 콩, 하고 내리치 면서 “아저씨, 무릎 꿇으세요.” 세희: “으와아….” GM: 불가사리는 어느 순간 철 덩어리를 다 먹었고요, 악어는 협박에 성 공할 경우 고분고분 해질 것 같아요. (굴림) 아, 협박은 실패했네요. 그냥 두들겨 맞으면서 “아얏, 그럴 리 없어, 아얏.” 세희: 불가사리는 차 키를 씹어먹고 있어요. GM: 불가사리가 귀여운 걸음으로 쫑쫑쫑 걸어와서는 악어의 허리춤을 보더니 똑, 하고 차키를 야금야금 씹어먹어요. “아, 안 돼! 나의 벤츠 키를!” 철수: 아, 그걸 보고 좋은 생각이 났는지 “아가야, 내가 맛있는 거 어디 있 는지 알려줄까?” GM: “그, 그만둬!” 세희: 오토바이? 칠남: 아, 벤츠요. 세희: 이번엔 승아의 오토바이가 무사하네요.


GM: 여러분은 이곳에서 무사히 나갈 방법도 찾아 냈어요. 뒤쪽을 보니 승아가 아까 자신이 쓴 것과 같은 부적을 한 쌍씩 깔아 놓고 갔나 봐 요. 발로 밟으면 발동될 것 같아요. 친절한 언니네요. 철수: 그러면 이 귀여운 불가사리를 누가 들고 가나요? 세희: 안고 가나요? 칠남: 제가 안고 가구요. 세희: 스모키 취향이었구나! GM: 저 멘탈과 HP가 모두 박살난 악어는 어떻게 하나요? 철수: 제가 뒷목을 잡고 질질 끌고 갈게요. GM: 그래도 구해 주는 건가요? 착한 사람들 같으니. 칠남: 철을 씹으려고 하면, “못 써.” 하면서 털을 쓰다듬어 줍니다. GM: “우우웅….” 하다가 털을 쓰다듬으니 기분 좋은 표정을 짓네요. 칠남: 이런 기분이었군. 철수: 무슨 기분인 거지! GM: 자, 밟고 올라가시나요? 철수: 네. GM: 여러분은 사찰의 그 방으로 다시 올라오셨어요. 아, 그리고 새로 발 견한 건데, 알고 보니 다른 길이 있었어요. 좀 편하게 다니려고 용역 들을 동원해서 새로 만들어 놓은 길이 있었어요. 여러분이 발견하지 못했지만. 세희: 아, 정상적인 길이 있었던 건가요? 칠남: 허가 받지 못한? GM: 네, 그쪽에 좀 더 가깝죠. 마음대로 길을 내 놓은 거라, 나무도 마음 대로 막 잘려 있고. 그래서 그렇게 길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길을 통해서 여러분은 편하게 내려올 수 있었어요. 내려오자 아


주 반짝반짝 빛나는 흰색 벤츠를 발견했어요. 철수: 아, 저는 악어 님을 그대로 끌고 왔기 때문에, 악어 님의 꼴은 말이 아니에요. 흙더미에, 잘 손질되어 있던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고, 옷도 엉망으로 구겨져 있고. GM: 정말 불쌍한 몰골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도 정신적 타격이 더 큰 것 같아요. 칠남: 저는 사장님 앞에 쪼그리고 앉아요. “불가사리가 철을 먹고 산다면 서? 이 세상 모든 병기를 박살 낼 수 있다면���?” GM: 어후흐, 진짜 나쁘다. (웃음) 이쪽이 더 사악해 보이네요. 철수: “아저씨, 아저씨, 또 세계 정복 같은 거 생각하실 거예요?” GM: “여기 내가 들인 재산이 얼마인데!” 재산을 여기다 탕진한 것 같아요. 세희: “있잖아, 스모키야아, 저 벤츠를 갖다 팔면 참치 캔이랑 바꿀 수 있 지 않을까?” GM: 하지만 키가 없어요. 칠남: 키가 없고, 열 수도 없고, 운전할 수도 없어요. 무엇보다 저는 여기 있는 이 벤츠를 애완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기분으로. GM: 으아아. 칠남: 손을 변형해서는 본네트를 쾅, 하고 내리쳐요. 그 다음에 한 입 뜯 어 내어서는, 자 하고 먹여줘요. GM: 앙, 하고 끝에서부터 먹어치우기 시작하는데, 먹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커다란 본네트를 5분 만에 다 먹었어요. 세희: 커지나요? GM: 아뇨, 커지진 않아요. 칠남: “자, 마음껏 먹어라.” GM: “으아, 그만둬!” 자동차 기종을 이야기하면서, “나의 ㅇㅇ︎가!” 하며


괴로워하고 있어요. 아마 철수가 구석에서 가만히 있도록 패고 있는 게 아닐까요. 철수: 에이, 그건 좀 심하구요. 칠남: “이봐, 이게 바로 세계 평화의 시작이야.” 철수: 이미지를 이렇게 할게요. 아까 저 쪽을 향해 손을 뻗고 기어가는 포 즈를 취하고 있는 악어를 저는 그걸 위에서 밟고, 누르고 있는 그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걸로. GM: 정말 그럴 듯한 엔딩 씬이네요. 악어는, “아, 안 돼, 나의 메르세데 스 벤츠가!” 하면서, 차주의 눈앞에서 차가 해체되는 끔찍한 광경을 보고 있어요. 칠남: 불가사리는 귀여운 표정으로 벤츠를 빠작빠작 먹고 있는 거군요. GM: 네. 고무랑 유리, 플라스틱 같은 부분만 남기고 마치 살만 발라 먹 은 것처럼. 잔해가 남아 있어요. 세희: 전 그걸 보면서 ‘아, 이제 불가사리 밥은 칠남이가 먹고 남은 참치 캔을 주면 되겠구나.’ GM: 아, 그러면 될 것 같아요. 아주 합리적이네요. 철수: 완벽한 재활용. GM: 환경을 생각하는 재활용! 세희: 아, 근데 이거 그대로 데려가면 마법사님께 혼날 것 같아서, 전 불 가사리에게 투명 마법을 걸어 볼게요! GM: 네. 이건 판정 안 해도 되긴 하겠는데… 아, 맞다. 혹시 대성공 뜰지 도 모르니까 한번 굴려 보세요. 어차피 행운패도 꽤 남았겠다. 세희: 헤헤, 대성공 뜰 때까지 굴려 보죠, 뭐. 끝까지 안 뜨면 아쉬울 것 같은데…! (굴림) 쳇. GM: 네. 결국 그냥 성공이네요. 불가사리를 투명화해서 어떻게 데리고 가셨나요?


세희: 칠남이가 들고 있긴 하지만, 칠남이가 들고 있어도 제가 혼날 것 같 으니 그냥 마법을 건 뒤에, “자, 나머지는 스모키가 알아서 해!” 하며 떠넘길게요. GM: 네, 그렇게 다들 마법서점으로 돌아오시는 거죠? 칠남: 네. GM: 지금 시각이 꽤 늦어서, 벌써 새벽이에요. 하지만 마법사는 역시나 깨어 있어요. 아니, 오히려 새벽이라서 깨어 있는 것 같네요, 낮에 자 고. 소설을 한창 보는 중인지, 여러분에게는 관심도 없이 ‘오오오…!’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모니터에 열중해 있어요. 칠남: 소설을 읽고 있으면요, 지나가듯이 “아, 흠, 재밌죠?” 하고 물어보 고 “길을 잃은 애완동물이 있어서 저희가 당분간 좀 돌봐 주려고 하 는데 괜찮죠?” GM: “어어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으니까 마음대로 하고, 지금은 말 시키지 말아줘!” 하면서 스크롤을 마구 내리고 있어요. 칠남: “세희야, 괜찮대!” 세희: “아, 그래?” 하면서 박수를 짝 쳐서 마법을 풀어요. GM: 마법사는 불가사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소설을 읽고 있어요. 칠남: 그리고 그 불가사리는 조금씩 이동을 하더니 본체의 철로 된 부분 에 접근하더니 콱, 하고 무언가를 물어요. 마침 스크롤 하나만 내리 면 결정적인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을 읽고 있던 마법사의 화면이 꺼 져요. GM: [그래ㅅ] “그래서…!” 라는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푸시식 하며 화면 이 꺼지고, 마법사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여러분 을 쳐다봅니다. 그리고 아래쪽을 보니 불가사리가 정말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컴퓨터를 아그작아그작 씹어먹고 있어요. 세희: 비싼데….


GM: 마법사는 멍한 표정으로 그걸 보더니 그대로 기절합니다. 세희: 파워 서플라이만 먹은 걸로 하죠, 좀 가엾다. GM: 네, 그런 걸로 하죠. 불가사리는 전선의 피복을 바나나 껍질 벗기듯 벗겨서 한 가닥씩 오독오독 씹어먹고 있어요. 칠남: 그렇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네요. GM: 마법사는 이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통신 중독에서 벗어나게 되었 어요. 철수: 다행이네요. GM: 예전과 같은 말쑥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세희: 그러고보니 얘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많이 먹어야 하나요? GM: 아뇨, 그냥 맛을 위해서 먹는 거에요. 말리면 조금만 먹어도 괜찮을 거에요. 철수: 말릴 수 있을까요? 세희: 에이, 스모키가 있으니까요! 세희도 말 잘 들으니까. 칠남: 보모 기믹은 이걸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하. GM: 이제 다른 쪽 장면을 보자면,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고 있 는 승아의 모습이 보이네요. 중간에 오토바이를 세우더니 삐삐에 찍 힌 번호를 보고 인상을 쓰곤 오토바이 방향을 돌려서 어디론가 다시 향하기 시작합니다. 세희: 어디론가 가는군요! GM: 여기서 스탭 롤이 올라가며 끝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The   End And... Need   Something   More?

Then ...WAIT! Here   Is   A   New   Champion!


안녕하세요? 앞으로 이 곳을 이끌어 가게 될 <텍스툰>의 새 간판, 정정숙 인사드립니다. 간판이라고 거창하게 소개해도 괜찮은 거죠? 네. 어디서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습니다! 그동안 <텍스툰>을 사랑해 주셨던 분들께서는 많이 놀라지 않으셨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낙하산은 아닙니다. 나름 <텍스툰>에서 굴러다닌 것만 꽉 채워 이 년입니 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정말 이 자리에 제가 선뜻 숟가락을 올려도 되는 것 인지 의문이 많습니다. 송한별 편집장이 멋지게 꺼내온 의견에 비뚤어진 마 음으로 열심히 태클을 걸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저를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우연한 기회에 송한별 편집장을 알게 되어 처음 텍스툰에 들어오게 되었습 니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 이곳에 들어와 단물을 쏙 빼먹고 도망갈 계획 이었으나 어쩌다 보니 도망은커녕 이 자리까지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송한별 편집장이 먼저 눈치채고 발목 잡아 둔 게 아닌가 싶은 기분입니다. 그 렇기 때문에 송한별 편집장을 뛰어넘는 인재입니다! 라고 광고하지는 못하 겠네요. 하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사람이 이 자리에 올라온 건 무 언가 있어서일 거야! 라는 그 기대감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송 한별 편집장의 눈을 같이 믿어 봅시다? 앞으로의 텍스툰은 어떠하다고 장담하진 못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니까요. 어쩌면 지금 발전해 온 <텍스툰>이 저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매호 과거보다 발전하는 <텍스툰>으로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어쩌면 제일 어려운 공약을 내세 운 것 같아 걱정이 되네요. 그만큼 잘 해나가길 바라며, 다음 호에서 다시 인 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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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툰:Textoon   2014.3   Vol.17 2014년   2월   28일   초판   제작 2014년   3월   1일   배포 제작   |   창작집단   몽니 편집   |   송한별 기획   |   강한솔,   성우창,   정정숙,   현동한 집필   |   강한솔,   로키,   배상현,   송한별,   이상욱,   정정숙,   티엘,   한 시훈,   희령 표지   |   송한별 홈페이지   |   현동한 주소   |   http://textoon.co.kr 메일   |   textoon@naver.com 트위터   |   @textoon_desk


Textoon 2014 03 vol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