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앤팀] 통권 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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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펌프가 생기기 전 왈콘 마을 여성들은 매일 왕복 3시간을 걸어

아이들은 설렘으로 가득한 얼굴로 지하수 펌프로 뛰어가더니 펌프에서

하루에 필요한 물을 구했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마담 아미

흐르는 물 주변으로 형성된 도랑 주위에 앉았다. 그러고는 펌프물로 생긴

가의 학생이었던 9살 코론 역시 매일 동이 트는 새벽에 일어나 물 긷는

진흙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반죽하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형체를 알아볼

가사를 마친 뒤 등교하느라 지각하기 일쑤였다. 통학에 2시간이 소요되는

수 있는 동물들을 빚어냈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부터는 학업을 포기해야할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집에서 5분 거리에 식수원이 생겨 물을 길으러 가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면 서 교육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아이의 진학에 그 누구보다 기뻐한 건 코론의 어머니 라가이(Lagai)씨였다.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여건이 안되니 남들처럼 평범하게 시집 보낼 계획이었어요. 아이는 간호사가 꿈인데 좋은 성적을 유지해 보다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학용품도 마땅치 않은 여건에서 도구가 필요한 미술 수업은 현실적 으로 어렵죠. 식수원이 생기고 학교 바로 앞에 흘러나온 물로 인한 진흙이 생기면서 미술수업이 가능해졌어요. 아이들 창의력 향상 에 큰 도움되어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보세요, 이건 기린이에요. 마을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기린은 미지의 동물이라 상상을 통해 빚는 거죠” 마담 아미가는 웃으며 목이 삐죽 나온 한 아이의 작품을 보여주며 말했다.

물이 가져다준 특별한 수업 마을에 식수원이 생긴 후 변한 건 아이들의 출석률 뿐만이 아니었다. “지하수 펌프가 설치된 후 우리 학교에 생긴 새로운 수업이 있어요.” 마담 아미가는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우리를 밖으로 안내했다.

진흙을 이용한 미술수업. 우리에게는 사소하고도 별 볼 일 없는 것이지 만 왈콘 아이들에게는 물이 가져다준 수많은 축복 중 하나일 것이다. 아이들이 진흙으로 빚은 아직 만나보지 못한 미지의 동물처럼, 아직 만 나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부디 그 미지의 세계가 아이들에게 평생 미지로 남지 않기를. 지금의 미지의 세계가 훗날의 무대가 되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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