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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애비는, 그 자슥은 우리 모두에게 상처를 냄기고, 그리고는 지 얼라만 데리고 도망가 부렸지. 그런디 이제 와서,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기어 들 어온단 거요!!” 남자는 자신을 부축해주는 옆 사람을 제치고 홀로 일어섰다. 여전히 회복 이 덜 됐는지 휘청거리고는 있었으나 목소리에 담긴 분노는 불꽃같았다. “설령 니가 단지 그 놈의 자슥일 뿐이라고 해도, 이렇게 된 이상 곱게 돌 아갈 생각은 않는 게 좋을 기요. 다들 뭐하고 있소! 그 괴로운 일들을 벌써 잊은 기요! 싸우래요, 싸워서 본때를 보여주소!!” 그 불꽃 일렁이는 것 같은 목소리에 사람들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의 눈동자에 비치던 두려움은 어느새 불꽃같은 투지로 변해있었다. 이쯤 되니 선경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우륜이라면 모를까 자신은 그 다지 싸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또 싸움을 잘하지도 않았다. 적당히 있다 가 빠져 나와서 다른 계획을 구상할 생각이었는데, 우륜이 날뛰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틀어져버렸다. 덕분에 초조해져서 담배라도 물고 싶은 심경이 되었다. 아무리 그녀라도 자기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을 좋아하진 않을 테니. 그 사이, 남자의 말에 동조된 사람들이 슬슬 우륜에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로 누가 먼저 시작하나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렸던 사람들이, 누 군가 한 사람이 달려드는 걸 보고는 그 뒤를 따라 너도 나도 우르르 달려들 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것들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우륜은 그게 참 못 마땅하게 느껴졌다. 원한이고 뭐고 자기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인데 그걸 가지고 저렇게 난리들이니 그게 곱게 보일 리가 없었 다. 아, 다 패버리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쯤이 되니 오히려 이런 상황이 나 쁘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먼저 패는 건 안 되지만 저쪽에서 먼저 싸움 을 걸어오면 죽도록 패도 괜찮다는 게 우륜의 평소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싸움에 대한 우륜의 자신감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달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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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애담

Butterfly Story - vol.1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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