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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s

‣ 3분 스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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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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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의 갇힌 울부짖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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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스피치

: 정아람

안녕하세요. 정아람입니다. 원래 발표할 순서는 지난 주였습니다. 그러나 그날 저는 없었습니다. 수업에 오지 않았었지요.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친 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과제를 어긴 바람에 수업에 차질이 생겼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수업 준비가 되지 않아서 수업에 빠졌습니다. 그때는 이 사실을 스스로 인 정하기가 겁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은 간단하게 '숙제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그러나 선생님께 '숙제를 해오지 않았습니다.' 고 밝힐 만큼 당당할 배짱이 없었습니다. 이렇게도 고민해보았습니다.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하 지 않은 이 지극한 이기심은 인정받아야할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연락 하지 않은 것입니다. 자신이 가장 충실해야 할 감정 보다 공적으로 부여받은 책임 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어른으로서의 삶은 잠시 접어두고 싶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치와 행위가 있습니다. 그것들이 저를 중심으로 홍수처럼 불 어 닥쳐있음을 감지하고 소스라칠 때가 유독 많아졌습니다. 타의에 의해 부여받은 임무로 피곤하고, 과거의 설렜던 일들은 어쩐지 나태해져만 갑니다. 피곤과 나태의 쳇바퀴를 그러려니 뛰어다니는 동안 더 절실한 다른 것을 놓치고 있음을 뒤늦게 알 아채는 것이지요. 그렇게 자리 잡은 습관이 안으로는 지독한 염증으로 곪고 있었나 봅니다. 그게 지난 주 오늘에서야 터져버린 것입니다. 수업을 빠진다는 것은 저로 선 흔치 않은 결정이므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하자'는 생각만 붙잡았습니다. 그 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이 아니었습니다. 벼르던 책 을 읽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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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중요한 걸 하자.'

전공 수업시간에 준비한 3분 스피치의 본 래 원고는 이보다 짧다. 그마저 실제로 교탁 에 서서 원고 없이 말할 땐 표현이 더 단순 하게 나왔고 꼬이기도 했다. 조금 긴장한 나 머지 일상적인 내 (입)말투는 평소보다 딱딱 했고 목소리는 저음으로 변했다. 그때 했던 말을 간추리면 '사과의 말씀'과 '하고 싶지 않 아서 하지 않았다'와 '세상엔 많은 의미와 행 만약 감정을 돌보아야 하는 자가 그 누구

위가 있다. 그 중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게

보다도 중요한 '나' 자신임을 확신했다면, 숙

무엇인지를 묻고 싶었다' 등이었다. 말하는

제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동안 표정 없는 청중을 견디느라 속은 좀 떨

고 수업시간에 밝히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

떠름해져서, 막판엔 한번 혼자서 푸하하 웃은

았으리라. 그러지 못한 까닭은 나의 이기심이

뒤(그러자 그들도 웃었고 교실 분위기는 한층

허약했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스피치 시간을

풀어졌다) 얼떨결에 "용기 있는 정아람이 되

통해 시험해보아야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을

고 싶습니다"로 마무리가 되었다.

것 같았다. 사뭇 비장했지만 일상에서 시도해 보는 나만의 퍼포먼스라면 무거울 것도, 인상 쓸 것도, 겁낼 것도 없다고, 스스로 어지간히 다독였다. 3분 스피치의 그 조촐한 무대는 막을 내렸지만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답은 시원치가 않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질문이 가슴 한바닥에 묵혀 있다. 불필요한 것들과는 말끔하게 결별하고 가장 원하는 단 하나의 가치와 행위만을 따라갈 수 없을까? 차라리 ' 너의 지금 모든 것은 강렬하다'는 주문을 걸 어볼까? 굳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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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아프다

: 한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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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은 참 많이 넘어진다. 한번쯤은 다 겪는 과정이니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말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아픔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만 여기며 지나친다. 사람들은 흔히 아이들은 아프면서 큰다고 말한다. 그냥 넘긴 다. 그런데 정말 아프면서 크는 건가? 아프지 않아도 크기는 크는 것 같은데. 아픔 은 절대 무뎌지지 않는다. 매번 아프다. 그 아픔이 아물어야 성장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어른들은 종종 아이의 아픔을 간과하거나 묵인한다.

자기 자식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말 어른은 아이를 모른다. 아 이들은 안다. 다 안다. 누가 자신의 엄마를 괴롭히는지. 아빠가 왜 술을 마시는지. 학교제출용 일기에 쓰면 안 되는 내용도. 선생님들은 자신들에게 가르친 대로 살지 않음을. 어른들은 미안해하면서도 사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허구한 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지만 모두 알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엄마도 안자잖아”라고 대꾸하면 “엄마는 어른이잖아!”라 고 외친다. 그래, 엄마는 어른이잖아. 아이시절에는 분명 ‘어른들은 너무 우리들을 몰라준다.’, ‘내가 크면 애들에게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어른들은 이상해.’, ‘도대 체 어른들은 왜 저렇게 살까?’, ‘지들이나 잘하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그런 이도 어른이 된다.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건 슬프다. 그러나 결국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다시 아이를 어른으로 만들고, 그 아이는 다시 어른이 되어 아이를 어른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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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

잡지 「술래」는 참여자 각자의 페이지를 모은 작업물이다. 각자의 생각을 담아 각자가 쓴다. 그 생각은 철저히 개별적으로 시작된다. 풀어가는 과정에서는 공 유되기도 한다. 범주는 지정된 바 없다. 작게는 스스로의 의문을 찾아내기 위 한 페이지이며, 크게는 애초에 없는 것들을 찾아내기 위한 페이지가 된다. 그 것들을 찾아내는 과정을 또는 찾아낸 것을 각자의 방법으로 이곳에 풀어놓으 려 한다. 이 즐겁고도 슬픈 놀이를 지켜보기만 해도 좋다. 그러나 더 좋은 건 이 놀이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제, 당신이 술래이다. 잡아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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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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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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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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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호 2010년 11월 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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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10  

정아람 한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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