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 167th(20130930,정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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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사업을 펼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곧 그런 ‘사업’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거나 파괴시키려 할 때 광야의 외침으로 바로 잡아주는 예언자적 역할을 하는 것이 본연의 자세일 것이다. 장애인복지사업도 마찬가지다. 내가 늘 아쉬운 부분이 노동사목 사제나 수도자들은 노동자 들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차 분향소 현장에 함께 하는데, 장애인복지 특수사 목 사제와 수도자들이 교회 안에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직 복지시설 관리자로만 머물 뿐 장애인 당사자들이 이동권 확보나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시위현장에는 단 한 명도 나타 나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볼 뿐 사회공동체 구성원 그 파트너 로는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대에 예수가 다시 온다면, 물론 시설의 장애인들에게도 찾 아가겠지만, 그보다는 장애인당사자들이 온 몸으로 권익옹호투쟁을 펼치는 시위현장에 먼저 찾 아가고 거기에 함께 할 것이라고 볼 때, 교회의 장애인사업이 이제 어디를 지향해야할 것인지는 분명해졌다고 본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장애인이 지붕을 뚫고 내려올 만큼50) 낮고도 낮았다. 그것은 교회 가 자신의 천정을 찢으면서까지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온전히 받아주라는 상징 적 표현이기도 하다. 그것은 결코 ‘소수의 그들’만이 아닌 궁극적으로 교회공동체 전체를 위함이 다. 하지만 과연 교회 안에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된 이들이 치유 받을 쉼터가 마련되어 있는가. 독일의 장애인 신학자 Ulrich Bach의 말대로 교회가 약함을 버릴 때 온전함도 잃어버리게 된 다.51) 과연 예수의 지상명령인 복음 선포와 치유행위는 교회 안에서 얼마나 친화력을 지니고서 실천되고 있는가. 그러기에 교회가 예수의 치유의 마음, 그 사랑의 시력을 잃어버리고 까막눈이 될 때 교회가 세상에 존재할 근거나 구원의 도구로서 내세울 마땅한 역할이란 더 이상 없다. 고통과 슬픔에 함께 하는 동정(compassion)과 공감(sympathy)의 자세야말로 예수의 마음 그 바탕이요 거기에 서 교회가 탄생되고 시작된 까닭이니, 교회가 세상과 참으로 하나 될 수 있는 길도 그러한 자세 를 잃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여기에서의 사랑의 마음이란 정의로움이 바탕이 된 것이다.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52)는 말대로 정의에 바탕하 지 않는 측은지심은 동정심으로 끝나는 까닭이다. 진정한 자비는 정의를 세운다. 이사야서를 비 롯한 예언서들의 메시지 그 핵심이 바로 그것 아닌가. 예수께서 심판의 그날 우리의 수계생활이나 교리지식을 살피지 않으시고 고통에 처한 자와 하나 되는 것을 구원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연유53)도 그러하다. Ulrich Bach는 하느님을 위 에 있는 것, 영광, 빛, 전능, 강함, 깨끗함 등의 개념으로 서술하는 ‘바알신학’과 낮아짐, 구유, 아 기, 가난, 십자가의 표상, 도움을 필요로 함, 무기력 등으로 나타내지는 ‘야훼신학’을 대비시키며 오늘날 바알신학으로 인해 노인과 병자 그리고 장애인들이 결핍된 존재, 하느님에 거역하는 세 력으로 취급당하며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 나간다고 주장한다.54) 그렇게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동 정과 공감의 능력 그 예수의 불같은 마음을 상실할 때 치유의 기적은 교회 안에 더 이상 일어나 지 않을 것이다. 비록 온전히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예수의 복음공동체 회복운동은 현대의 장애인 재활 이념 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장애인 재활은 당사자의 역량강화와 더불어 사회적 환경 50) 마르 2, 4 51) Bach(2006)의 ‘Ohne die Schwächsten ist die Kirche nicht ganz: Bausteine einer theologie nach Hadamar’ 52) 시편 85, 10 53) 마태 25, 40 54) 홍주민(2004)의 ‘종교개혁과 디아코니아 그리고 평신도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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