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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by MIN Byungjik


ANYWHERE

PARK J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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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Exhibitions

박진아

2011 Listening to the Heater: Jina Park and Stefan Ettlinger, Galerie Ursula Walbröl/뒤셀도르프 2010 Nightsight/갤러리코리아, 주독한국문화원, 베를린

Group Exhibitions

Education 2000 런던 첼시미술대학 MA Fine Art 석사 1997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Solo Exhibitions 2010 스냅라이프-성곡 내일의 작가/성곡미술관, 서울 2008 Eat, Sleep, Have Visions/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07 Excursion/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05 여가(餘暇)-금호영아티스트/금호미술관, 서울 2002 금산갤러리, 서울

2011 Anywhere/미르갤러리, 포항 기억의 미래를 좇는 사람들/가나아트센터, 서울 2010 에르메스 미술상 2010/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조우/제주도립미술관, 제주 사-이에서/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09 Suddenly Everything Has Changed/ 플랫폼 인 기무사, 플랫폼서울 2009, 기무사, 서울 Double Act, 사비나미술관, 서울 2008 이미지와 이야기, 2008 대구현대미술제/ KT&G 별관창고, 대구 연례보고:일년 동안의 전시/ 2008광주비엔날레, 광주 B사이드/두아트서울, 서울 Best of Discovery/ Sh컨템포러리 2008 특별전, 상하이 현혹되고 그려지는/서미앤투스, 서울 2007 The Blur/ Mook Gallery of Contemporary Art, 베이징 유클리드의 산책/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바깥에서/계원조형예술대학 갤러리 27, 의왕 Something Mr.C Can’t Have, KIAF 특별전/ COEX 인도양홀, 서울 2006 현상학적 보기/갤러리 175, 서울 2004 아트인컬처 기획 New Face 2004/ 덕원갤러리, 서울 2003 서울생활의 발견-삶의 사각지대를 보라/ 쌈지스페이스 갤러리, 대안공간 루프, 서울 2002 The Show/인사미술공간, 서울

Residency 2011 서울 몽인아트스페이스 2009 파리 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2007-2008 서울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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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age 수장고 2010 Oil on Canvas 230x17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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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 Women Looking at a Painting 그림을 바라보는 네 여자 2010 Oil on Canvas 230x17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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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an Ironing in a Round Gallery 원형갤러리에서 다림질을 하는 남자 2010 Oil on Canvas 230x15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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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WHERE

KIM Hyun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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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 Exhibitions

김현정

2009 Always Somewhere/ 갤러리175, 서울 윈도우전/ 갤러리현대 윈도우갤러리, 서울

Group Exhibitions

Education 2011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졸 2006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

2011 Anywhere/미르갤러리, 포항 우리들의 풍경/갤러리이목, 서울 Beyond Issue/조선갤러리, 서울 AC교류/성균갤러리, 서울 2010 Alternating Current: A-B/ Faculty Fine Art Gallery, 베오그라드, 세르비아 The Orbit of Painting열사흗날 밤-회화 일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관갤러리, 서울 Do Window/갤러리현대 강남, 서울 Brand New-Best of Breed/원화랑, 서울 Rare Flash/한전아트프라자, 서울 2009 Cutting Edge/ 코엑스홀, 서울 2007 Arts & Its Future V-Blush/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부천 체험적무경계/갤러리 꽃, 서울 2006 오픈스튜디오/예술공간 헛, 서울 2005 브레인세일즈/갤러리 토포하우스, 서울

Award & Fellowship 2008 한국문화예술위운회 문예진흥기금 신진예술가 부분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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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many thing I want to say quietly 조용히 말하고싶은 무수한 것들 2008 Oil on Canvas 130x16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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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s much as you 너만큼 나도 2008 Oil on Canvas 65x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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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tears, tears 눈물이, 눈물을, 눈물로 2010 Oil on Canvas 130x16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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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WHERE

SUH Dong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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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p Exhibitions

서동욱

Education 2005 Paris-Cergy국립 고등미술학교 졸업 2001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Solo Exhibitions 2011 Day for Night/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09 나의 푸른 가방/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07 myself when I am real/ 대안공간루프, 서울 2006 mimi/ gallery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 34번지 ormeaux거리, 2002년 겨울/ gallery Mille plateaux, Paris

2011 Anywhere/미르갤러리, 포항 인트로/국립창동스튜디오, 서울 Lhyme Time/국립창동스튜디오, 서울 2010 Frazil/10 Corso como, 서울 무릉기행/공간해밀톤, 서울 Do Window/현대갤러리, 서울 지금, 회화로 표현되는 것들/ 가나아트 스페이스, 서울 안성맞춤/ 안성 창작스튜디오 갤러리, 안성 행복/몽인아트센터, 서울 2009 Move on Asia/ 대안공간루프, 서울 감각의 몽타주/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드라마방송국 3.0/아트포럼 리, 부천 VIDE & O/아르코미술관, 서울 현대 윈도우전/현대 윈도우갤러리, 서울 Wonderful fictures/일민미술관, 서울 2008 Cell 독립영화제/Space Cell, 서울 LOVE LOVE/갤러리쌈지, 서울 Retrospective paintings 2007/ 두산아트센터, 노암갤러리, 서울 서교육십/상상마당, 서울 Dazed & Painted/서미앤투스갤러리, 서울 Island 649-11/LIG 아트홀, 서울 MOA cine forum/서울대학교미술관 Moa, 서울 Trace/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07 쌈지스페이스 제8회 오픈스튜디오 ‘작없싫’ / 쌈지스페이스, 서울 Premiere vue/Passage de Retz, Paris 2006 Wake up Andy Warhol/갤러리쌈지, 서울 2005 Un regard/La Vitrine, Paris Salon de Montrouge/ mairie de Montrouge, Paris

Award & Residency 2011 레지던시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스튜디오 입주작가, 서울 2008 서울문화재단 NArT 젊은예술가 지원사업 선정 2007 대안공간루프 신진작가공모 당선 2006 레지던스 쌈지스페이스 입주작가, 서울 2005 제50회 Salon de Montrouge, Paris 레지던스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입주작가, Paris

Planning 2008 Dazed & Painted/ 서미앤투스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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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am Dong 부암동 2011 Oil on Canvas 112x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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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 무제 2010 Oil on Canvas 97x14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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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Hangang public parking lotYeouido Area 밤, 한강 공영주차장, 여의도 지구 2011 Oil on Canvas 112x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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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 무제 2010 Oil on Canvas 112x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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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WHERE 전시를 열며

안녕하십니까? 미르갤러리 대표 진필선입니다. 한해의 끝과 시작을 잇는 전시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기획전시는 순수 캔버스 페인팅으로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그리는 그러나 그 풍경이주는 감동은 대대한 세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작가들은 타이밍을 캔버스에 각자만의 기억을 기록합니다. 화가 주변의 일상을 카메라로 찍어 특유의 붓질로 기록하는 박진아 작가, 잠시 멈춰 선 듯 인간의 고독한 감정의 공간을 기록한 서동욱 작가, 한순간을 영원한 기억인 것 같이 기록하는 서정적인 순간을 캔버스에 옮긴 김현정. 이 세 작가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전시됩니다.

어디에서든 일어나는 순간의 풍경들을 찬란한 빛으로 부각시키는 순수회화 작 품으로, 멈춘 듯 흐르는 시간의 감동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미르갤러리 대표 진필선 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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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직 미학/ 포항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anywhere라, 문득 지극히 익숙하기만 했던 이 단어의 울림이 남다 른 파장을 일으킨다. 통상 어디에 있음 somewhere 을 지칭하지만 부정과 의문에 주로 쓰이면서 어디에도 자리하지 않을 것 같은 nowhere 뉘앙스를 동시에 가지 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든 혹은 어디에서도. 그렇게 있음과 있음에 대한 부 정을 함축하기에, 온갖 디지털 이미지의 과잉 속에서 남다른 자기 존립의 상황 을 구축하고 있는 동시대 회화의 어떤 상황마저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 이다. 마치 지금 시대의 회화가 끊임없이 자신의 부재를 증거 하면서 오롯이 현 존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 여기 회화의 특정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이번 전시와 꽤나 어울리는 제목이란 생각이다. 삶의 우연함은 곳곳에서 발휘되는 모양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작가 역시 동시대 회화의 어떤 양상을 공히 그려내면서 각기 다른 스타일과 몸 짓으로 우연한 만남을 이루어 예상치 않았던 전시효과를 증폭시키니 말이다. 제 각각 자신만의 사유와 느낌을 가진 그림들을 통해, 세상을 향한 자기 자신만의 중얼거림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그 중얼거림이 일시적인 커뮤니티를 이루어 각 각의 독특한 현존은 물론 동시대 회화의 일정한 존재론마저 부각시키고 마는 형 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회화에 대한 유쾌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 게 만들었고 그렇게 마주하는 회화적인 것들의 힘들을 다시금 느끼게 하기에 즐 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회화적 현실에 대한 진지한 숙고 또한 하게한다는 면에서 단순한 감각상의 즐거움을 넘어서게 한다. 지금 이 시대의 눈들은 그것이 광학적이든 디지털이든 우리의 시선 앞에 자리한 저 수많은 렌즈를 통한 것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동시대 회화의 상 황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회화야말로 이러한 시각 이미지들의 넘쳐나 는 포진에 따른 이런 저런 파장에 가장 민감해야 했을 것이다. 회화는 이미 오 래전에 재현의 책무에서 벗어났지만 더 복잡해진 이미지들의 상황과 달라진 시 각적 소통 속에서 다시금 달라져야 할 자기 현존을 만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의 온전한 존립을 위해선 카메라 앞에 서서 세상과의 직접적인 감 각소통을 해야 하거나 카메라 뒤에서 렌즈를 통해 받아들인 이미지를 온정신으 로 꼼꼼히 따져들어야 할 것이다. 양자가 결합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건 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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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를 통한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없어 보인다. 어디선가 본 것 만 같은 혹은 익히 알고 있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것만 같은 영상의 한 단 면을 표현하고 있는 서동욱의 작업도 예외는 아니다. 카메라의 시선을 의식한다 기보다는 카메라를 통한 시선이 은연중에 내재된 그런 시선이라고 해야 할까. 그의 회화에 비친 이미지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떤 내러티브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무언가 이야기를 하다만 것처럼 단 절되어 있어 그저 무심코 그 장면을 바라보도록 만드는데, 여기서 영상과는 다 른 회화적인 것들의 묵직한 존재감을 느끼게 만든다. 회화가 내러티브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수다스러운 내러티브 자체가 회화적인 것만은 아닐 테니 말이다. 오히려 하다만 이야기처럼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머뭇머뭇 아껴둔 말들처럼 걸 어온다. 그렇기에 더 명징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웅얼거림과 함께하는 화면을 가득 메운 색감과 독특한 분위기들이다. 영상과 회화를 반복하면서 서로에 대한 보완으로 두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에게 있어 이런 파편화 된 내러티브에 대한 것들은 다시 작가의 연동된 영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은근 슬쩍 작가 개인의 기억들, 정서들이 겹쳐진다. 마치 누보로망의 그것처럼 분절 된 이야기들을 통해 이미지를 그려내고, 익숙할 것만 같은 영화적인 이미지들을 겹쳐놓으면서 그 과정에 개인의 무의식과 기억들을 녹아들게 하는 것이다. 그렇 기에 서동욱의 회화는 어디서 본 듯한 영화를 닮아있지만 그 어떤 영화적인 이 미지와도 다른, 개인적인 글쓰기, 회화로 써내려간 영상처럼 다가온다. 납작한 불빛, 흐느적거리는 불빛들과 함께 지루하고 눅눅하기만 한 이 시대의 빛깔과 정조 情調 를 덧칠하면서 말이다. 카메라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의식하고 있는 것은 박진아의 그림들이 다. 화면 가득 덤덤하기만 한, 일상의 단편들이 펼쳐진다. 아니 카메라의 시선에 의해 포착된 일상의 한 순간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저 일상의 객관적인 단면들을 담아냈다 하기엔 어딘지 부족하다. 다시 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진아의 그리기 방식은 남다른 속내를 지녔다. 일상의 어떤 순간으로 시선이 향 하지만 그것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기만 한 기계적 시선이 아닌 작가적 시선에 의해 정향된 특정한 순간이고, 이를 특유의 빠른 붓질을 통해 거칠다고 느껴질 정도로 함축적이면서도 무언가 생략된 것 같기도 한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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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다. 어떤 면에서 특정한 공간의 흔적들, 시간의 자국들을 만들어낸 것 같기 도 하다. 소소한 일상을 다룬 담담해 보이는 화면이지만 그렇다고 그저 평범한 우리 내 일상만은 아니다. 단절되고 정지된 순간이 아니라 다시 시간의 흐름 속 에 이어질 것 같은, 작가의 감각과 연동된 시간의 흐름이 입혀졌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무한히 반복되는 순간적인 생성의 단편들 말이다. 여기서 카메라적인 시선과 분명한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물론, 그리면서도 그리기 자체 를 의식하는 메타그리기의 어법이 구현된다. 기계적인 시선처럼 대상을 전일적 으로 담아내는 것에 전념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종래의 회화적인 완성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는 방식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처럼 너무 그리고 싶 지 않았던 심경이 온전히 드러난 셈이다. 그렇게 작가의 날 것 같은 감각의 순 간을 (단순히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국 index 처럼 현현시키는 것이다. 그 저 렌즈 앞에 주어진 대상들이 아닌 대상들의 바깥이라 할, 작가의 부지불식의 경험과 감각들이 혼융된 어떤 순간들인 것이다. 이번 전시의 경우 전시공간을 둘러싼 작가의 일상을 다룬 작품들이 선보인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장면들 일 수 있겠지만 작가에게는 부단히 반복되었을 일상들이었을 터다. 하지만 그조 차도 그러한 일상의 순간들이 그저 반복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기에 작품에 담겨진 상황들은 각각의 개별적 차이를 지닌 작가만의 특이한 사태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드러내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순간, 혹은 사건들이다. 그리고 만약 이 순간들이 카메라의 시선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과거에 존재했 었음이라는 지표적 사실도 계속 유지된다. 그러면서도 대상에 몰입되지 않고 그 렇다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선만도 아닌, 작가가 감각했을 특정한 시공간의 자국들이 담겨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그림은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들 을 담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익히 알고 있는 그 장면이 아니라 작가에게만 경험됐 음직한 장면들이란 생각으로 인해 왠지 다른 것만 같은 느낌을 들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은근히 불편한 진 실이라 할 수 있는데, 회화적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타인의 감각을 대 하는 불편한 시선들 아닌가. 회화적 사실을 향한 박진아의 시선과 그리기는 그 런 면에서 이 시대의 눈이라 자처하는 사진적 사실을 괄호치고 그 자리에 회화 적 사실들, 사건의 흔적들과 자국들, 결국은 작가 자신의 온전한 감각에 다름 아닌 것들을 담백하고 시원시원한 붓질을 통해 덧칠하고 입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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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회화의 문제는 결국 작가 고유의 감각의 복원이며, 그 어떤 기계적 시선도 담아내��� 못하는 실재의 귀환으로 수렴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회화 특유의 질료적인 맛들, 형태와 색이 만들어내는 리듬감, 구체적 인 감각의 문제들이 이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따를 것이다. 김현정은 이런 맥락에서 풍경으로 향한다. 작가에 의해 경험되고 감각화 된 지극히 내밀한 풍 경들로 말이다. 작가의 체험과 연관된 풍경이기에 여느 풍경보다 훨씬 더 생생 한 장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품에 따라붙는, 작가적인 감 성의 타래들이라 할 수 있는 제목들도 이를 반증한다.‘눈물이, 눈물을, 눈물

로’ ,‘조용히 말하고 싶은 무수한 것들’ ,‘너만큼 나도’ , 마치 하다만 이야기처 럼 이들 제목들이 지시하는 여백과 빈 간극들을 그림이 채워놓는 셈인데, 명징 한 화법과는 거리가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문과 상상력 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그것들이 작가만이 느꼈을 감정들이 아닐 까라고 되물어보게 한다. 추측해 보건데, 문득 저기 평범했을 익히 알고 있었던 풍경이 남다른 느낌들로 다가오면서 명확한 실체로 잡혀지지 않았던 기억들, 감 정들이 열렸을 것이다. 작가는 그런 순간들을 엷은 겹으로 반복된 색채와 형태 를 통해 작가의 말처럼 대상의 표면이 가지고 있는 색이 아니라 작가의 내부로 부터 차오로는 색과 형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여느 풍경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은 작가만의 디테일들, 작가 고유의 감각들이 담겨 있게 된 것이고 생생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단순한 풍경이 아닌 특 정 순간에 대한 몰입과 감각적인 전유를 기반으로 하여 상상과 기억의 타래들이 가지를 치고 마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그렇기에 실재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 순간만큼은 작가에게 실재했던, 그래서 사실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결국 은 그림에만 존재하는 진실한 순간들이 담겨졌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오히려 감 각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 비현실적이다. 사실성의 유무를 떠나 감각으로만 존 재하기에 김현정의 그림은 온전히 회화적인데, 작품에서 느껴지는 색과 형의 물 질적인 질료 감들도 작가의 이런 생생한 감각을 현실적으로, 하지만 그림 속에 서의 현실성이라 할 만한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만 자리한다. 실재가 아니어도 상관없을 회화의 진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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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컬 한 인위적 시선들이 숱한 이미지들을 복제하고 반복, 변이 시키는 이 시대에 회화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그러한 시선들과의 긴장감 있는 관 계 항들을 만들어내는 것들이 아닌가 싶다. 기계적 시선들이 담아내지 못하는 비가시적이고 미분화된 힘들, 감각들을 가시화시키는 것. 다시 말해 작가 고유 의 감각적 사실이 만들어내는 특이성 singularity 을 붙잡고, 그 어디에도 자리하지 않는 시간.공간성을 담아내거나, 손의 우연성이 재료와 더불어 빚어낸 물리적인 자국들을 남겨놓는 일, 이른바 ‘그림 되기 ’ 말이다. 결국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는 것도 이처럼 세 명 공히 지극히 개별적이라 할 만한 감각들을 각자 만의 방식들로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그림이라는 한 줄기를 가지고 있 지만 각자 서로 다르게 뻗어난 가지들처럼, 그림만이 풍겨낼 수 있는 다채로운 정취들을 고스란히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동시대 회화의 일정한 흐름이 그렇듯 이들 모두 그려진 것 자체로 향하는 것이 아닌, 그 여백이라 할만한 것들을 통 해 화면에서 보이는 것은 물론 보여 지지 않는 것들까지 함께 제시하면서 말이 다. 그것은 아무래도 작가들에게만 보였음직한 것들이거나 작가적인 감각으로 사건화 시킨 것들일 것이다. 화면 속의 이미지가 기본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얼 마간의 단서들은 있지만 바로 그 의미로 향하지 않고, 다시 화면의 여백이나 부 재하는 장소로 향해 있는 셈인데,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의 타이틀처럼 어디엔가 자리하고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그 어디에도 자리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느 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 사이 어딘가에 팽팽한 긴장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은 오래된 회화가 자리하는 공간의 바깥일 터이고, 작가들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감각이 거하는 공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만남이 낯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저 그림들이 전하는 익숙하기만 한 감성 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에 이내 친숙한 느낌들로 전환되고 만다. 게다가 스산 한 계절의 정취마저 더하니, 작가들이 품었음직한 각기 다른 감각의 속내를 들 여다보는 맛도 꽤나 쏠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림 보기의 즐거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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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 2011 Suh Dongwook Kim Hyunjung Park Jina Text ⓒ 2011 Min Byungjik Published 2011 MIR GALLERY 10F, 644-6, Jukdo-2dong, Buk-gu, Pohang-si. South Korea / 791 052 82.54.277.5644 www.mirgallery.com Design Martian Story Printing Boram Printing Edition 300 cop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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