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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라이프 기에 무례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이

아 돌았다.

더 들러붙는 것 같다. 피부에도 아주

감내해야 할 명분은 없는 것이다. 20대

상해지는 이 사회에서 내가 너무 오래

무례하지만 그것이 무례한 줄 모르기

돈을 억수로 퍼부어야 탱탱해진다. 노

를 거쳤다면 다음은 30대다. 인간이 막

살았다. 나는 서둘러 한국을 빠져나왔

에 무례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이상

력없이 갖고 있던 젊음을, 이제는 기를

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갖고 왜 난리

다. 2019년 5월이었다. 서른이 되고 20

해지는 이 사회에서 내가 너무 오래 살

쓰고 쟁취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를 떠냔 말이다.

대 때 사진을 보니까 앳된 티가 난다.

았다. 나는 서둘러 한국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손가락질 받을

이 글은 30대에 접어든 사람이 나이

한껏 꾸민 서른이 따라잡을 수 없는 예

2019년 5월이었다.

이유도, 서른 살 이후의 내가 작아질 이

듦을 미화하기 위해 쓴 글처럼 느껴질

쁨을 지니고 있다. 20대 때는 굶으면 바

서른이 된 후에는 저질 체력에, 굶어

유도 없다. 사회가 마음대로 서른 살 넘

수 있다. 정확하다. 서른 살 만세! 30대

로 살이 빠지고 밤새 놀아도 체력이 남

도 살이 안 빠지고 나잇살인지 뭔지가

은 여자를 비아냥거린다고 해서 그걸

만세! 박 도/솔직한 서른 살 저자

나오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깊은 겨울

을 했네요. 어쩌죠. 그러나 용서해버리

의 혹한으로 향해 가는 것 같아 마음

세요….” 뭐 이런 식으로 말을 들어주

이 춥다. 따뜻한 마음에 움 돋는 진심,

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전해지는 진정한 봄의 얼굴은 아

아내를, 남편을, 사장을, 친구를, 후배

예 스러져간 것일까. 봄의 얼굴은 어디

를, 옆집 사람을 욕할 수 있다. 다 들어

에 있을까.

준다. 10분에 1만 원쯤 나간다고 한다.

며칠 전 친구와 전화하다 민감한 문제

이 전화 서비스의 제목이 저릿하다. ‘죽

가 불거졌다. 또 다른 친구가 내게 분명

을 만큼 외로운 사람은 전화하세요’다.

히 잔인한 말로 내 가슴을 서늘하게 했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덜컥 그 전화번

는데 왠지 그 말 한마디가 몇 개월이나

호를 누르고 싶어진다. 누구를 욕할 것

가슴을 뜨끔거리게 했다. 그런데 전화

인가. 많다. 그러나 돈을 내고까지 하고

하고 있던 친구가 그 이야기를 꺼냈다.

싶지는 않다. 돈을 지불하고 감정을 토

“걔도 너한테 미안해하더라.” 말하자면

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실

친구끼리 무료 사과를 그렇게 한 것이

로 짠하다. 요즘은 그런 사람이 많다.

“너는 남자도 아니야!” 약속 시각보다

하고, 마음이 없거나 시간이 없는 사람

다. 나는 안다. 그 친구뿐 아니라 한국

이 숫자 버튼을 누르고 화를 풀면 그

30분 늦게 도착한 남자에게 정면으로

을 대신해 ‘효도’를 해주는 대행업도 있

사람은 누구나 내성적이어서 그때 그

어떤 범죄도 조금은 희석될 것이다. 이

퍼부은 한마디 탓에 남자는 뒤돌아섰

다니 놀랍다. 가령 아버지, 어머니에게

시간에 “미안해”를 못하는 바람에 가

렇게 이 시대는 차가워진다. 집에서 혼

다. 갑자기 강의 시간이 길어져 이삿짐

하루 한 번 문자를 넣어드리는 것이다.

정에서고 학교에서고 친구끼리도 감정

자 욕하면 이상하게 화가 가라앉지 않

트럭을 타고 땀 뻘뻘 흘리며 달려온 남

함께 술 마시기, 지압, 산책할 때 함께

대립이 많다는 것을.

는다. 이 세상엔 대상이 필요하다 그래

자는 거칠고 참을성 없는 여자에게 대

가기 등도 있다. 물론 프러포즈도 해준

순간을 놓치면 우리는 그만큼 거리가

뜸 마음이 식었나보다.

다. 이러다가 신혼여행을 함께 가주는

멀어진다. 잠자리까지 따라오는 그 미

많고 많은 사람들, 집에서 나가면 어

한데 그렇게 돌아서버리니 여자는 그

대행 업무도 생길지 모른다. 그리고 또

적지근한 대립을 말로 확 풀지 못하는

깨를 수시로 부딪는 사람들 속에서 왜

남자가 싫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좋아

하나 있다. 헤어지자는 통보를 해주는

것, 그런 게 한국 사람에겐 있다. 아무

사람들은 이렇게 외로운 것일까. 숨이

졌다. 그 뒤로 몇 번 전화해도, 집으로

대행 업무도 있다고 한다.

리 하늘이 고와도 꽃이 고와도 모르는

콱 막히게 고독에 헤매는 사람이 많은

서 돈을 내는 것 아닐까.

찾아가도 만남을 거절당했다. 여자는

나는 좀 당혹스럽다. 사랑을 고백하거

사람에게는 말을 걸지 않는 한국 사람

것은, 지구가 온난화로 달아오르지만

더욱 뜨거워지고 견디기 어려울 만큼

나 사과하는 건 본인이 아니면 사실 의

들이 절친하다는 관계에서까지 “미안

온난화 속에 숨 쉬는 사람들은 영하의

그 남자가 그리웠다. 직접 만남이 아니

미가 없는 것 아닌가. 영 쑥스러워서 도

해” “고마워” “사랑해” 그 한마디를 못

기온으로 뚝뚝 떨어져 얼음 속에 경직

라 간접적이면 효과가 더 좋지 않을까.

저히 할 수 없다고 대행에 맡기고 자신

하고 입을 다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

돼 가기 때문이다.

여자는 고민 끝에 친구를 보내 대신 사

은 빠져버리면, 그게 감정 전달이 되는

가.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더 외로움을

과해달라고 하기로 맘먹었다. 제발 한

일일까. 효도를 남의 손으로 대행하면

타는지 모른다.

번 만나주라는 부탁도 하라고 했다. ‘

효도가 되는 것일까. ‘안 하는 것보다

제발’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달자도 후

좋다’고 할 수 있겠으나 개운하지 않다.

회하고 다시 시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해달라 했다. 그걸 대리사과 혹은 대

“미안해”를 못하는 사람들

너무 교과서적이지만 돈을 내고까지 표현해야 하는 미움이라면 상대를 만 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은 어

달아오르는 지구, 식어가는 인간관계

리석다. 그렇지 않은가. 차라리 돈을 내

일본에서 새로운 돈벌이가 등장했다.

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쪽이 훨씬 경제

전화 상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상담

적이지 않나. 그 순간을 참으면 몸이 아

리 감정 전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함께하는 것이라는 말을 굳

원들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개인 감

프지 않겠나. 아니, 전화료보다 더 낭비

대학교 3학년 때니 벌써 50년 전 일이

이 하지 않더라도, 진정한 마음이라야

정을 들어주는 그런 상담은 없다. 이 상

되는 일을 저지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 지금껏 그렇게까지 남자에게 매달

사랑 고백도 사과도 효도도 가능한 것

담을 하려면 돈이 든다. 전화 통화시간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려본 기억이 없다. 그렇게 친구를 내세

인데, 인간의 본성조차 싹뚝 자르는 이

이 곧 돈으로 계산된다. 철수라는 사람

가슴에 묻은 말을 꺼내라. 그리고 그

워 관계를 회복하려 한 일도 없다. 요즘

런 대행은 세상의 무서운 얼굴을 보여

이 전화를 건다. 그때부터 계산이 시작

상대에게 하라. 그러면 그 말이 기적의

은 청소, 벌초, 심부름까지 해주는 대

주는 것 같다. 대리 사과나 사랑은 왠

된다. 화를 내도 되고, 고함을 질러도

입술을 통해 상대의 가슴으로 녹아들

행업체가 성행한다는데, 바쁜 사람에

지 시대의 차가운 얼굴을 보여주는 것

된다. 어떤 사람이 죽이고 싶다고 하

것이다. 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 서툴게

게는 참 실용적이라 할 수 있겠다.

같아 마음 저리다. 사실 불쾌하기도 한

면 상담원은 말한다. “아이고, 화가 많

라도 말로 더듬더듬 사랑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나셨네요. 그러나 자신을 위해 감정

일이야말로 우리가 찾아야 할 우리의

을 누그러뜨리세요. 그 사람이 미운 짓

소중한 힘일 것이다. 신달자 | 시인

그런데 도저히 찾아갈 수 없는 사람에 게 잘못했다는 ‘사과’를 대신 해주기도 www.juganphila.com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가 벌써

주간필라 JAN 31.2020-FEB 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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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hila Times Vol 1050 January 31s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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