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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는 얘기다.

아픔을 보고 치유상담에 나선 이래 사

지기라도 할까봐 전전긍긍하며 결혼하 지 못하는 상태였다. 정혜신씨는 “딸은

회적 재난 피해자를 최전방에서 만나 왔다. 고문생존자를 돕는 ‘진실의 힘’과

―‘나’와‘너’가 충돌할 때는 어떻

국경수비대가 하나도 없는 나라 같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및 가족을 돕는 ‘와

게 하나?

고 진단했다. “엄마가 경계를 허물고 침

락’, 세월호 피해자를 돕는 치유공간 ‘

“공감은 나한테 먼저 적용되는 것이

략군처럼 자신의 고유한 감정과 의사

이웃’에서 상담했다. 이런 상담 현장에

다. 일방적이고 착취적 관계에서는 공

결정 영역까지 쳐들어왔는데 나가라는

서 이명수씨는 어떻게 심리적 심정지

감하는 게 옳지 않다. 갑질 상사한테

말도 못 하고 맞서 싸우지도 못”하는

상태에 있던 이들의 심장이 다시 뛰는

맞추려 한다면 나는 점점 지워지고 그

탓이다.(책 182쪽)

지 지켜본 증인이다.

는 괴물이 될 것이다. 계속 고통을 당하

―충조평판 하지 않고 공감하려는 결 심이 자꾸 무너지면 어쩌나?

세월호특별법 서명을 받던 곳에서 노

고 있으면 경계를 명확히 세우고, 필요

인들이 집기를 부수고 유가족에게 욕

하다면 관계도 끊어내야 한다. 엄마나

“우린 일상에서 여러번 패하고 아직

설을 퍼붓는 일이 있었다. 소동이 끝난

남편, 아내가 내 삶에 너무 관여한다고

채 일어서지 못했거나 어제 패하고 오

뒤 정혜신씨는 한명의 노인과 얘기를

해도 마찬가지다.”(이명수)

늘 다시 일어서는 중인 사람들이다. 치

나눴다. “고향이 어디세요?” 그렇게 시

을 들이받고 나도 죽고 싶다”고 했다.

“공감은 감정노동이 아니다. 너와 나

유자라고 해서 지옥에 빠지지 않는 게

작된 대화는 세상을 떠난 아내와 자신

정혜신씨가 대꾸했다. “운전면허가 왜

는 다르고, 개별적 존재라는 경계가 분

아니다. 그저 일어나서 빠져나오는 방

을 거들떠보지 않는 아들과 며느리에

필요해요. 들이받고 말 건데. 면허 없어

명해야 한다. 나는 희생하고 헌신하고

법을 알기에 ‘또 빠졌구나, 빨리 나와야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한참 만에 노

도 돼요!” 그의 말에 아내는 멈칫하다

망가져도 상대방은 떠받치는 게 공감

겠다’ 이렇게 담백해지는 거다.”(이명수)

인이 불쑥 말했다. “내가 아까 그 아이

가 피식 웃었다. 비장한 분노를 표출했

이 아니다. ‘나’는 없고 ‘너’만 있는 것은

“무너지면 풀썩 주저앉게 되잖나. ‘내

엄마(세월호 유가족)들한테 욕한 것은

다가 순간 긴장이 풀어졌다.(책 166쪽)

병적인 관계다.”(정혜신)

좀 부끄럽지.”(책 45쪽)

가 알았던 게 아니구나, 아무것도 아 니구나.’ 근데 그것이 삶이다. 조금 잘

“자기 존재가 온전히 받아들여지면

수만번 지옥에 빠지는 게 삶

되다가도 다시 떨어지고, 그렇게 뭉개

정혜신씨는 분노 가득한 사람도 만났

사람은 합리적인 존재로 돌아온다. 자

다. 남편이 인권 관련 집회에 참여했다

기도 자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거리를

전문직에서 일하는 40대 미혼 여성

다가도 다시 나아가고. 지옥이 일상이

가 경찰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했고, 그

갖고 보게 되면서 스스로 정리하는 것

이 동갑내기 남성과 결혼을 결심했는

고, 일상이 지옥이라는 걸 순하게 받아

뒤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남편을

이다. 그러면 부작용도 없이 문제 해결

데 홀로 사는 엄마가 반대해 상담했

들이면서 죽는 날까지 수백, 수천, 수만

대신해 아내가 생계를 도맡았다. 30대

이 저절로 된다.”(정혜신) 행동이 옳다

다. 엄마는 사윗감이 전문직이 아니라

번 무너지는 게 삶이다. 깨달음을 얻는

초반의, 아이가 셋인 아내는 “운전면허

는 게 아니라 감정이 옳다고 하면, 거

서 나중에 딸한테 얹혀살지도 모른다

어떤 경지에 도달하는 것, 그것은 가짜

가 있었다면 트럭을 몰고 경찰청 정문

기서부터 성찰과 화해가 가능해진다

며 반대한다고 했다. 딸은 엄마가 쓰러

다.”(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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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라 JAN 10.2020-JAN 1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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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hila Times Vol 1047 January 10t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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