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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조평판은 나만 있고 너는 없는 관계다.

때 노느니 장독 깬다고 충조평판이라

르다. 모든 인간은 개별적 존재인 동시

말의 본뜻이라고 했다. 이런 정서적 내

나는 아는 자, 너는 모르는 자, 나는 깨

도 날린다. 그 바른말은 어김없이 상대

에 완전하게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함부

편은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달은 자, 너는 어리석은 자라는 게 깔려

에게 상처를 준다.(책 107쪽) 아팠던 얘

로 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지금, 여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원과 같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의심은 추호

기를 꺼냈는데 그 위에 충조평판이라

기(here and now) 마음이 어떠냐’고 묻

다.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에게 주목해

도 하지 않을 때, 상대를 개별적 존재로

는 소금이 뿌려졌으니 또 거부당할지

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이유다.”(이명수)

주는 그 한 사람이 바로 생존의 최소

인정하지 않을 때 나올 수 있는 게 충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상대는 더 이상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할 때 필요한

조평판이다.

상처를 꺼내지 못하게 된다.(책 284쪽)

것은 “내 말이 아니라 그의 말”이다. 지

정혜신씨에게는 남편 이명수씨가 그

평사원이 사장한테 충조평판 하지 않

이중 삼중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

금 그의 상태를 모르는 나는 물어보는

한 사람이다. 12살 때 7년간 암으로 투

는 이유다.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관계

기 전까지, 내 고통에 진심으로 주목하

게 당연하다.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병하던 엄마를 떠나보낸 그의 어린 시

를 파괴하는 비수이자 표창이기에 충

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을 자각하고 인정한다면 그에게 물

절은 잿빛과 결핍이었다. 세상으로부터

조평판을 하면 부작용만 남는다. 가닿

때까지 그렇게 산다.

어볼 말이 자연히 떠오른다. “지금 네

나만 고립된 것 같은 느낌들에 한없이

마음이 어떤 거니?”

외로웠던 그 우울한 나날이 정신과 의

지도 않는 말을 사랑하는 사람한테 더 열심히 해서 결국 관계를 짓밟아놓는 다.”(정혜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을 물어봐야지. ‘어떤 마음인데

조건이다.

사가 돼 누군가의 속마음을 듣는 중에

―그렇게 마음을 물으면 공감하는 건 가?

도 걸핏하면 치고 올라왔다. 상처를 공감받지 못했던 시간 동안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의 90%가 충조평

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그렇게 계

판이고, 부모가 자녀한테 하는 말은

속 물어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공감

“속으로는 한심해 죽겠는데 ‘너 마음

는 그 직업에서 발을 빼고 싶은 마음이

99.9%가 그렇다. 직장에서 업무적 관

이 된다. 묻기 전에는 모른다. 모든 인

이 어떠니’라고 묻는 것은 공감이 아니

들 만큼 큰 고통을 겪었다. 그를 바꾼

계가 아니라 개인적·일상적 관계에서는

간은 개별적 존재이니까. 5살 아이한테

다. 공감은 대화의 기술도, ‘그래그래’

것은 일상에서 남편에게 남김없이 공감

충조평판 할 필요가 없다. ‘아이가 게임

도 충조평판 하지 않는 이유가 그에게

끄덕이는 것도, 좋은 말 대잔치도 아니

받은 경험이었다. “조금씩, 천천히, 끝까

만 하는데도요?’라고 묻는데 되물어보

도 자의식이 있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

다. 그가 어떤 행동을 했더라도 그것에

지, 모든 게 바뀌었다. 그리고 내 직업

자. ‘충조평판을 한다고 해서 그 문제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너무 많이 경

는 이유가 있다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은 고통이 아닌 희열로 바뀌었다.”(책

행동에 변화가 생기나?’ 충조평판으로

험했으니까 두려워서 멋대로 판단하고

전제돼야 가능하다. 따뜻해서, 착해서

188쪽)

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허벅지에 십

규정하지 못하는 것이다.”(정혜신)

가 아니라 그 어떤 경우에도 인간에 대

자수를 놓는 심정으로 참아야 한다.”( 이명수)

“아침에 눈을 뜨면 ‘지금 마음이 어때’ 하고 서로 묻는다. 만날 보는데 왜 묻

해 믿기 때문에 공감하는 것이다.”(정혜 신)

존재가 온전히 받아들여지면 정혜신씨는 지난 15년간 ‘거리의 치유

고통을 마주할 때 우리의 언어는 벼

나 싶지만, 마음은 날씨와 같아서 계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

자’로 살았다. 2004년 진도 간첩조작

랑처럼 끊어지고 길을 잃게 되는데 그

속 변하니까 어젯밤과 오늘 아침이 다

가 있다는 것, 그것이 ‘당신이 옳다’는

고문 피해자 박동운씨의 깊은 심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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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hila Times Vol 1047 January 10t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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