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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화로를 중심으로 이야기꽃을 피

가 수두룩하게 쌓여있었다. 겨울밤 요

웠다. 화로에 고구마를 묻어 놓고 때로

긴한 간식이 되었고 때로는 무나 고구

는 밤도 구워 먹었다. 겨울밤이 깊어가

마를 깎아 먹으며 우리는 행복했다. 지

면 엄마는 구수한 옛날이야기로 가슴

금 생각해도 신기하리만큼 처마 끝에

을 데펴주셨다. 내 화술은 엄마로부터

달린 고드름은 크기가 엄청났다. 기나

겨울은 춥다, 길다. 지루하다. 하지만

갔다. 어쩌다 중요한 모임이 있을라치

온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그렇게 맛깔

긴 고드름은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서

그 겨울이 전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

면 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집

스러운 표현으로 자식들의 마음을 즐

로를 겨누며 휘두르다 보면 시려 오는

다 보면 깊은 내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을 나선다. 아이들이 엄마 옷자락을 붙

겁게 해 주시던지!

손을 호호 불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

마력이 있다. 겨울은 해를 바꾸는 마술

잡고 앙탈을 부린다. “엄마, 우리도 데

우리가 어릴 때는 무척이나 추웠다.

을 부린다. 열심히 살아온 정든 한해를

리고 가” “안돼, 오늘은 어른들만 모이

장롱에서 내려 깐 이불은 위풍 때문에

떠나보내게 하고 신선한 새해를 맞이

기로 했어” 겨우 아이들의 손을 뿌리

차디차기 그지없었다. 이를 악물고 뛰

겨울은 우리에게 말한다. 내 계절은

하는 길목이 겨울이다. 남미에서는 여

치고 길을 나선다. 한창 모임이 무르익

어들어가 10분 정도 오들오들 떨다 보

고요한 것이라고. 적막과 친숙 해 지는

름에 해가 바뀐다. 추운 겨울의 입김을

어 갈 때 아이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면 체온으로 금방 따스해져 갔다. 아침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적막에 잠기다

느끼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행운이

다. 그때는 집 전화가 다였다. 어떻게 전

에 일어나 세수를 한다. 대야에 부어놓

보면 새로운 미래가 고개를 내어민다.

라 할 수 있다. 겨울의 본심을 알 수만

화번호를 알았을까? 아내가 다급하게

은 뜨거운 물은 금방 식어버렸고 다급

그렇다. 겨울은 우리를 생각의 골짜기

있다면 겨울은 우리 영혼의 외투가 되

달려가 수화기를 귀에 댄다. “엄마, 언

하게 씻고 방에 들어서려 문고리를 잡

로 인도한다. 3계절을 분주히 살았다면

어주리라! 나무들은 가을이 깊어지면

제 와?” 나무라고 싶지만 눈들이 많아

으면 쩍쩍 달라붙었다. 학교도 추웠다.

이제는 다 내려놓고 쉬어야만 한다. 겨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한여름 동

침착을 유지하는 아내의 모습이 애처

수업 종이 울리기 전 바람도 잔잔하고

울은 기다리는 계절이다. 머잖아 찾아

안 무성하게 달고 있던 이파리를 갈색

롭다. 그 세월이 30년 흘러갔다. 이제는

아침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날에

올 봄을 기다리며 준비해야 한다. 아무

으로 물들인 후 미련 없이 떨쳐버린다.

내 입에서 딸들을 향해 자주 나오는 소

는 우리 모두 벽으로 몰려 ‘기름짜기’를

것도 보이지 않지만 저 땅속에서는 새

겨울의 차디찬 바람을 견뎌내기 어렵기

리 “언제 오니?” 아, 겨울이구나!

했다. 한쪽 기둥에 서 있는 친구를 일

봄을 향한 아름다운 작업이 분주히 전

나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랐다.

렬로 늘어서서 밀어내는 일종의 게임이

개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얀 눈이

지난 금요일 딸에게서 카톡이 왔다.

겨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계절이었

다. 그렇게 용을 쓰다 보면 은근히 땀

소복이 덮인 대지에 서본적이 있는가?

카톡 끝에 “내일 오는겨?” 사투리로 비

다. 더구나 폭설이 쏟아지면 며칠을 방

이 나고 거뜬한 몸으로 첫 수업을 받

덮여있기에 아름다운 설야 속에서 감

껴보냈다. “아빠, 내일은 바빠. ㅠㅠ” 나

에서만 지내야 했다. 하지만 덕분에 가

을 수 있었다.

탄해 본 적이 있는가? 겨울이 전해주

도 답을 했다. “ㅠㅠ” 한숨이 나왔다.

족들이 자주 둘러앉는 행운이 있었다.

냉장고가 없던 그때는 다락이 그 역할

그러면서 애들이 어리던 시간이 스쳐

그 매개체는 화로였다. 눈만 뜨면 식구

을 대신했다. 다식, 엿, 각종 주점부리

에 아프지만 다 떠나보낸다.

www.juganphila.com

다. 그러다가 먹어대는 고드름은 상큼 한 얼음과자였다.

는 말-내려놓음, 생각, 기다림, 준비. 그 리고 환희!

주간필라 FEB 14.2020-FEB 20.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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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hila Times Vol 1052 February 14th 2020  

Feb 14t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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