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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풍경

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

나는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지

는 것이다.

만, 세상의 온갖 트라우마를 혼자 다

나는 아주 행복해 보이는 가정에서 사

수집한 사람처럼 온몸이 상처투성이라

랑받고 자랐지만 ‘트라우마가 없는 척’

고 느낄 때가 많았다. 누군가가 기분이 나쁠 때는 ‘혹시 나

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 트라

때문이 아닌가?’라는 자책감에 잠 못

우마가 없는 척 말끔하게 위장할 에너

이루고, 항상 자존감이 낮았을 뿐 아

지로 트라우마를 고백하고 치유했다면

니라, 누구의 칭찬도 나를 진심으로 다

나는 더 밝고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나

독여주지 못했다. 어린 시절에는 1등을

지 않았을까.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

하면 ‘다음에도 1등을 해야 한다’는 생

하고, 힘들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

각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친구들과 놀

는 건강한 아이로 자라게 하기 위해서

고 싶다가도 ‘공부 안 하면 엄마한테 혼

는, ‘나는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 ‘나

날 텐데’라는 두려움에 시달리며 놀이

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다’라는

의 진정한 즐거움을 이해하지 못했다.

뿌리깊은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더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친구가 없

런 내면의 빛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은 사랑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 사랑이

많이 웃어 주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다는 생각에, 짙은 외로움을 그림자처

데, 우리가 그 빛을 의식화하지 못하고

부족해서 상처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많이 칭찬해주는 부모의 사랑 앞에서

럼 달고 다녔다. 끊임없이 더 높은 목표

있을 뿐임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아이는 스스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를 향해 달려갔지만, 도저히 끝이 보이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하

지 않았다. 그렇게 ‘무늬만 엄친딸’이고

는 상처투성이 내 마음이 지극히 정상

속으로는 ‘난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

임을 알게 되었다. 행복한 가족으로 보

“도대체 커서 뭐가 될래?” “넌 그래

출발점은 바로 누군가 ‘미안하다’는 말

다’는 우울한 자기인식을 안고 살아가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도 실은

서 안 돼.” “꼴 좋다!” “네가 그럴 줄 알

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얼마 전 동생

던 나는, 융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

‘밝고 따뜻한 페르소나’를 집단적으로

았지!”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아니

에게 고백했다. 오직 나만 생각하느라

다.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분명히 내 안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다 너를 사

었으면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살지 않

너를 많이 외롭게해서 미안하다고. 나

에 있다는 믿음을 선물해준 융 심리학

랑해서 그런 거야’라고 주장하면서, 자

아!” 아이에게 과도하게 기대하고, 심각

에게 동생이 있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

덕분에 나는 조금씩 ‘내 안의 빛’과 소

식을 스파르타보다 더 혹독하게 다그치

하게 실망하는 이 감정의 패턴은 아이

운 일인지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우리

통하기 시작했다.

는 부모들, 아내를 착취하는 남편들, 때

에게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

는 깨달았다. 이 수줍은 사과와 고백으

나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내 안에

리지는 않아도 매일 냉담한 언어와 표

이라는 자기징벌의 사고방식을 각인시

로 인해, 이제 우린 더 깊이 서로를 사

도 빛이, 그것도 온 세상을 비추고도

정으로 서로를 학대하는 가족들. 마음

킨다.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순간에

랑할 수 있게 되었음을.

남을 만한 환한 빛이 있다’는 것을. 그

깊숙이 원망과 증오를 숨긴 채, 사람들

도 자기를 비하하고, 타인의 사랑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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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라 FEB 14.2020-FEB 20.2020

는 것이다..

가족 안의 상처를 치유하는 최고의

/정여울 작가

www.juganphi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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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hila Times Vol 1052 February 14th 2020  

Feb 14t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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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4t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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