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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뤄진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이미 제

을 지나 만항재 쪽으로 더 가면 푸근한

설차량이 길 위에 나타난다. 만항재 일

설경 바탕에 먹으로 찍어 그린 듯한 절

대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어도 정상

집 정암사가 있다. 이른바 ‘오대 적멸보

까지 이어진 구불구불한 고갯길이 늘

궁’ 중 하나로 꼽히는 절집이라 이즈음

장어의 검은 등처럼 미끈한 건 그래서

신년기도를 위해 찾아오는 신도들로 붐

다.

빈다.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 사 리를 모시고 있는 절집을 뜻하는데 정

# 눈썰매를 끌고 운탄고도를 걷다

암사에는 절집 뒤편 산자락에 세워진 수마노탑에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만항재 정상에는 소공원과 쉼터가 있 다. 아래쪽 소공원은 흰 눈밭이다. 눈이

아침일수록 상고대를 볼 수 있는 확률

좌를, ‘아트’는 예술을, ‘마인’은 광산을

허벅지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쌓여 있

이 높다.

뜻한다. 석탄 대신 예술을 캐는 광산이

있다. 만항재에서 내려와 태백 쪽으로 넘어 가도 눈 구경의 명소들이 곳곳에 있다.

어 아직 누구도 발자국을 찍지 않았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라면,

위쪽의 쉼터는 그나마 사람들이 드나

상고대가 한낮까지 남아 있다. 만항재

삼탄은 1962년 문을 열어 한때 3000

첫 번째로 꼽을 만한 곳이 삼수령(三水

들어서 눈이 다져졌다. 만항재는 눈이

는 고도가 높은 만큼 기온이 낮다. 만

여 명의 광부가 24시간 탄을 캐내던 커

嶺)이다. 본래 ‘큰 피재’로 불리던 삼수

그득하지만, 이곳을 눈 구경의 명소로

항재 기온은 아래 고한읍과 7∼8도 이

다란 광산이었다. 석탄감산 정책으로

령은 한강과 낙동강, 오십천의 3개 물줄

추천하는 이유는 적설량 때문만은 아

상 차이가 난다. 만항재에 오른 날 낮

급속히 쇠락하기 시작해 2001년 폐광

기가 발원하는 곳이다. 삼수령에서 농

니다. 만항재에서 가장 빛나는 건 눈

기온이 영하 1도였는데, 만항재 정상은

된 뒤 방치됐던 광산은, 영국 소더비에

로로 더 들어가면 ‘바람의 언덕’이라 불

꽃이나 상고대다. 만항재 일대에 그득

영하 9도였다.

서 아프리카 미술 담당으로 일했고, 40

리는 매봉산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힘

년간 세계 150개국을 여행하며 10만여

차게 도는 풍력발전기 아래로는 너른

점의 미술품을 수집한 수집가이자 문

배추밭이다. 여름 고랭지 배추를 재배

고한읍에서 414번 지방도로를 타고

화기획자이던 고 김민석 대표의 안목

하는 배추밭은 지금 두툼한 눈 이불을

내린 눈이 얼어붙은 눈꽃은 눈 내린

만항재로 오르는 길에는 폐광된 광산

과 열정에 힘입어 산업시대의 유물을

덮고 있다. 삼수령에는 정자가 있는 작

직후에 맞춰가야 하니 운이 좋아야 볼

을 미술관으로 꾸민 ‘삼탄아트마인’을

문화와 예술로 끌어올린 재생공간으로

은 공원이 있는데, 공원 뒤로 삼수령 목

수 있지만, 대기 중 습기가 얼어붙어 나

빼놓을 수 없다. 삼탄아트마인은 삼척

탄생했다.

장으로 가는 비밀스럽고 깊은 숲길이

무에 얼음꽃으로 피어나는 상고대는

탄좌 정암광업소, 그러니까 사람들이

만항재에서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추

줄여서 ‘삼탄’이라 부르던 광산에 조성

우면 추울수록, 그러니 이른 아침이면

된 문화예술 공간이다. ‘삼탄’은 삼척탄

한 낙엽송이 가지마다 반짝이는 얼음 을 매달고 있는 모습은 황홀하기까지

# 광부의 뜨거운 삶이 예술이 되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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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라 FEB 14.2020-FEB 20.2020

란 뜻이다.

있다. 숲길로 몇 발짝만 걸어 들어가면

# 적멸보궁과 삼수령 414번 지방도로를 타고 삼탄아트마인

마치 순간이동을 해 눈 내린 적막한 산 중으로 들어선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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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hila Times Vol 1052 February 14th 2020  

Feb 14t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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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4t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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