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5일 목요일 2013년 7월 22일 월요일
오피니언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싫은 사람 미운 사람
극기주의 영웅 만델라
삶의 향기
특별 기고
주철환 JTBC 대PD
록오페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 퍼스타를 열 번 넘게 본 것 같다 배역이 바뀔 때마다 극장을 찾았으 니 이제 앙상블 역할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싶다 스타가 아니고 왜 슈퍼스타일 까 스타는 팬을 몰고 다니지만 슈 퍼스타는 제자를 이끌고 다닌다 짧은 기간이지만 교사로 직장생 활을 시작한 걸 자부하는 편이다 적성에 맞게 국어선생을 했으니 그 점도 다행이다 국어는 말하기 듣 기 읽기 쓰기를 가르치는 과목이 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국어 실력이 줄어들어 큰일이다 우리는 국어시간에 주제 파악을 익혔고 비슷한 말 반대말도 배웠다 뉴스에 보이는 소란스러운 풍경 속 에는 주제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경 우가 꽤 많다 문단 나누기 핵심어 찾기 연습을 했고 시험도 많이 보았 을 텐데 실력이 영 못 마뜩하다 그 러니 대화가 잘 풀릴 리 없다 내가 지어낸 당근의 비유가 있 다 소풍을 갔는데 어떤 학생이 김 밥 속의 당근을 모조리 분리수거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당근 을 싫어한단다 엄마한테 미리 말 하지 그랬냐니까 엄마는 굳이 당근 을 먹어야 한다며 억지로 끼워 넣 는단다 학생은 자기 취향을 무시 하는 엄마에게 행동으로 불만을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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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튜더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
한다 당근이 싫으냐고 거듭 물으 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질 문을 바꿔본다 넌 당근을 미워하 냐 대답을 주저한다 그는 당근을 싫어하지만 미워하진 않는다 소풍은 수업의 연장이다 국어 선생님은 싫어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의 차이를 설명한다 싫어하면 안 먹으면 된다 그러나 싫다고 미 워하면 안 된다 미움은 본인과 대 상에게 해를 입힌다 당근에 대한 미움이 극에 달하면 나중엔 농부까 지 원망한다 마침내 당근밭으로 달려가서 농성을 할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의 반대말은 싫은 사람 인가 나쁜 사람인가 그저 싫은 사람일 뿐인데 나쁜 사람이라고 구 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개 의 경우 싫은 사람은 그저 나하고 안 맞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맞는 사람의 반대말은 무엇인가 틀린 사람인가 그른 사람인가 어떤 이 가 옷가게에서 이 옷은 나한테 안 맞아요라고 할 수는 있다 그렇다 고 이 옷이 틀렸네요 이 옷이 글 렀네요 이 옷이 못됐네요라고 말하진 않는다 그런데 현실에선 어떤가 자기 하고 안 맞는 사람을 틀린 사람 나 쁜 사람이라고 속단한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고 널리 퍼뜨린다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사람의 비슷한 말을 친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안 친한 사람은 싫은 사람 심지어 나쁜 사람으로 분류 되곤 한다 슈퍼스타로 돌아가자 제목만 보면 예수가 주인공일 것 같은데 실제로 무대를 뒤흔드는 건 그를 배신하는 유다라는 점이 특이하 다 유다는 왜 스승을 팔았을까 유다가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가 그 의 속맘을 대신한다 어떻게 그를 사랑해야 할지 난 모르겠다(I dont know how to love him) 극중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부르는 노래로 유명하지만 유다의 노래도 울림이 크다 전후를 살펴볼 때 예 수는 유다를 미워하지 않았다 유 다도 예수를 미워하지 않았다 오 히려 사랑했다 예수는 다른 제자 들과 똑같이 유다를 대했다 그러 나 유다는 믿지 않았다 의심했고 예측하건대 특별한 대우를 받고자 했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스타는 멋진 사람이지만 슈퍼스 타는 거기에 더해서 값진 사람이 다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영혼 의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훌 륭한 사람이다 그들은 용서하고 감싸 안는다 증오로 되갚지 않는 다 그런 사람들로 세상이 좀 훈훈 해졌으면 좋겠다
시가 있는 아침 알코올중독 서동욱(1969~ )
전문적인 술꾼처럼 정말이지 맹세코 남김없이 마셔 버렸고 더 이상 절망하는 자가 아니라 예술가처럼 술병을 내던졌다 - 카프카 일단 기억이 녹아내리고 문법을 지킬 수가 없다 다음으로 단어의 분절이 사라져 사물을 지배할 수 없고 지친 눈으로 오래도록 응시할 뿐
술 안 마신다고 구박하지 말라 안 마시는 게 아니라 못 마시는 거다
마침내 시선의 고리조차 끊고
술도 안 마시면서 새벽까지 함께 있는 고통을 술 잘 마시는 당신은 모
사물들은 달아나 버려
를 것이다 마시는 척 호응하는 척 바닥에 몰래 술 흘려보내는 우리
우주는 그저 뒤범벅이 된 색들
에게 아까운 술 어쩌고 떠들지 말라 그냥 모른 척해 달라 당신이 건
쾌락과 절망의 오묘한 싸움!
배하자고 권해 올 때 얼마나 화들짝 놀라게 되는지 짐작이나 해봤나?
시간을 가두는 감옥이 없고
술 대신 콜라나 사이다 아니 맹물을 몇 잔씩 들이켜야 하는 고통을 그
머리는 몸 밖으로 빠져나가고
대들은 잘 모른다 그래도 술 취한 당신 지갑이나 가방 챙겨주고 택시
싶어 하는 해골처럼
에 무거운 당신 몸을 낑낑 옮겨 실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드리우는 건
무섭게 덜컥거리며
우리다 당신은 쓰린 속을 꿀물로 달래면서 사우나 가고 휴일이면 늘
다리는 기교로 넘치는 무예가의 그것
어질 권리라도 있잖은가? 술 못 마시는 사람에게 세상은 너무 불공평
이제 중계자 없이 죽음과 직접 대면할 만큼
하다
생명은 입은 옷 하나 없이 자신만만하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넬슨 만델라는 병이 위중하다고 한다 나를 포함해 그를 우상으 로 삼는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요즘은 비극적이라기보다 달콤 씁쓸한 시기다 만델라는 90대 중반까지 살았고 필생의 목적을 성취했다 그의 업적은 얼마나 큰 것이었던가 그가 언제난 영웅 취급을 받 았던 것은 아니다 내 출신지인 영국에서 특히 그랬다 아프리 카에서 식민주의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국에서 그에 대 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그가 투옥돼 있던 시기에 영국 좌파는 그를 대표적 쟁점으로 삼았으며 그는 반식민주의 해방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한편 우 파에서는 그를 테러리스트에 불 과하다며 악마 취급을 했다 필자의 아버지도 비슷한 의견 이었다 만델라는 테러리스트 라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 그것 은 사실이기도 했다 무장투쟁 조직인 그의 움콘트 웨 시즈 웨는 정부를 상대로 게릴라 공 격과 파괴공작에 몰두했다 과거 행적을 볼 때 그를 오늘 날 미디어가 제시하듯이 성인으 로 보지는 않는 것이 현명하다 고 나는 생각한다 그보다는 깊 은 원칙과 용기를 지니고 시대 의 요구에 부응한 사람으로 보 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는 정 부의 반대파에 속한 현실주의자 였으며 일단 권력을 잡은 뒤에 는 복수보다 통합의 기치를 든 인물이었다 내가 보기에 그는 고대 그리 스의 극기주의 영웅 모델에 들 어맞는다 극기주의 영웅은 예 컨대 분노와 복수심이라는 자신 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패배한 적에게 자비롭게
글과 생각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 고 투쟁할 때 극기주의자는 또 다른 강력한 감정인 두려움을 통제할 수 있다 용감한 자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자가 아 니라 두려움을 극복한 자라고 만델라는 썼다 극기주의자는 감정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감 정 때문에 올바른 행동에서 벗어 나는 일이 없게 하려고 한다 그 는 자기자신의 지배자다 이런 사람은 원칙이 있으며 자신의 감 정이나 개인적 이익에 관계없이 이를 지킨다 만델라의 경우 이 것의 가장 훌륭한 증거는 자신의 석방 문제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 기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그는 실제보다 훨씬 더 일찍 풀려날 수 있었지만 이를 거부 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협 상은 자유인에게만 가능하다 죄수는 계약을 맺을 수 없다 내가 만델라로부터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을 성취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중 시하는 태도였다 성공은 물론 좋은 것이지만 그에 이르는 과정이 그 사람의 질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성공한 사람 중 많은 수 가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이며 고 귀한 사람 중 많은 수는 실패한 다 내가 이룩한 성공을 기준 으로 나를 평가하지 말라 내가 얼마나 많이 쓰러졌고 그리고 다시 일어섰는지로 평가해달 라고 만델라는 요구했다 만델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 키고 자신의 대의명분을 실천할 능력이 있었던 드문 인물이었 다 그는 성인은 아니었지만 우 리 시대에서 가장 크게 영감을 고취하는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마무리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 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 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 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 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
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 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 는가?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 무리가 이루어진다 -법정의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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