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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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곁을 지키며 위로하는 자가 있을 때이다.

이나 &lt;혼자 남겨진 삶&gt;을 들으면, 살아남은 자의

그러하기에 고통의 감각은 연대로 이끈다. 설령

고통이, 남겨진 자의 사랑과 다짐이 느껴진다.

그 고통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을지라도. 들을 수 없을지라도.

“너 없는 세상을 산다는 것은 껍데기만 남아서 사는 것 같아. 너의 흔적과 추억을 더듬으며 애써

3막은 고통의 연대와 투쟁을 그렸다. 김용균 님 처럼 쉽게 죽어간 현장실습생 이민호 님과 세월

살아야할 이유를 찾는다.” - 혼자 남겨진 삶(김미 숙 작사, 강찬영 작곡)

호 참사 유가족도 그려진다. 노동자의 안전보다 는 이윤을 생각하는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부둥켜안은 관객들

동료들의 싸움도 나온다. 싸우니까 고통 속에서 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먼저 간 이와의 약속을 다짐한 사람들은 가족들 만이 아니었다. 죽음의 외주화를 끝내기 위해, 재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기다림이란 행

난 참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 일어선 사람들이 있

동이구나. 사랑하는 대상이 부재한 가운데 이루

다. 그들은 관객이기도 하다. 노래극이 끝나자 사

어지는 기다림은 죽은 자의 소망을 대신 이루려

람들이 김미숙 님에게 모여든다. 붉어진 눈으로

는 것이다. 망자를 대신해 행동함으로써 죽은 자

김미숙 님의 얼굴을 보고 손을 만지고 등을 토닥

는 현존할 수 있다. 죽었으나 죽지 않은, 단지 기

이며 말을 건넨다. “힘들어서 어떻게 이걸 연습했

억하는 것을 넘어 그를 살아 있게 하는 일이다.

어?”, “노래 잘하시네요.”, “용균 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따뜻하다.

김미숙 님도 함께 하는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도 비슷한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그녀를 부둥켜안은 사람들 대부분은 투쟁하는

위해 모였다. ‘다시는’ 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벌법을 만들려는 것도 기업책임자들을 엄벌해야

시민들이었으며,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

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망자를

는’ 가족들이었으며, 민주화가족운동협의회(민

대신해 동료들을, 노동자들을 죽지 않게 하려는

가협) 어머니들이었다. 불의한 폭력적인 권력에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기억된다.

맞서 함께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기약 없을 것 같 은 기다림 속에서도 더 끈질긴 투쟁을 할 수 있는

그러나 여전히 아리다 행동하는 기다림이라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것은 이들 때문이겠구나. 노래극이 끝난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의 미소들

아리다. 온몸이 매일매일 아프다. 타자는 차마 알

이 아름답다. 소망이 이루어지는 미래에 이 사진

수 없는 하염없이 반복되는 고통…. 그 고통을 노

은 어떻게 기억될까. ‘김용균’이라는 빛이 웃음소

래로 달랜다. 김미숙 님의 노래는 그래서 아리고

리로 들려올 날을 상상해본다.

아름답다. 김미숙 님이 직접 작사한 &lt;아이를 보내면서&gt;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문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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