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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불법’인 사람은 없다 외주화된 노동에서 위험의 구조화와 노동자 권리의 문제 ‘비정규적’ 복지사업을 떠받치는 방문간호사 핵발전소 노동자가 치르는 거짓의 대가, 저선량 피폭

통권 187호 / 2019.9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이주노동자, 차별이 아닌 평등으로

매주 수요일 EBS에서 방송하는 ‘극한직업’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극도로 힘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밀착 취재하는 이 프로그램은 10년 이상 방송해온 장수 프 로그램입니다. ‘극한직업’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 착취를 미화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 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작업현장을 볼 수 있기에 자주 시청합니다.

이 프로그램 곳곳에서 이주노동자가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공장, 건설현장, 농어촌, 식당 등 다양한 ‘극한직업’의 일터에 있 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배경에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더 이상 우리나라 사 람들이 일하려고 하지 않아 일자리 공백이 발생하자 이주민을 들여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주노 동자의 한국에서의 삶은 녹록치 않을 것입니다. 내국인보다 훨씬 높은 산재발생률, 고용허가 제로 인한 이직의 제한, 사업주의 차별과 노동권, 인권침해, 임금체불, 언어 장애, 의료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 인구의 감소로 향후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주노동자에게 노예와 다름없는 노동 을 강요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탈피하여 우리와 같은 인격체로 보는 인식과 제도의 변화를 기대합니다. - 선전위원장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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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Job Change, Achieve WPS.” “사업장 이동의 자유보장, 노동허가제 쟁취” 발행인 최민

WPS(Work Permit System)는 고용허가제(Employment Permit

발행기관

System) 대안으로 주장되는 노동허가제를 말합니다. 입국부터 직장 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동, 비자 연장 등 전부가 사업주에게 달려있는 조건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경희, 승종, 영우, 종호,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강제 노동으로 몸이 망가지는게 현실입

나래, 지나, 채은, 경미,

니다.

지안, 기형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이주노동자는 기계가 아닌 사람입니다. 당연히 일 하는 사람이라면 누려 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온전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것이 차별 없는 평등세상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9.09.05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www.klish.or.kr 표지사진출처 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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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특집 ‘불법’인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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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 영역에서 배제 되는 이주노동자 실태와 문제점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증진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우리 사회 인권 수준의 바로미터입니다”


14 지금 지역에서는

41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지역의 노안운동, 출발선에 서서

누구를 위한 D1인가

16 산재보험 톺아보기 모든 산재를 산재로 : 산재보험 적용 확대 1

43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노동 존중 인간에 대한 예의

19 연구리포트 외주화된 노동에서 위험의 구조화와 노동자 권리의 문제

23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비정규적’ 복지사업을 떠받치는 방문간호사

28 사진으로 보는 세상 30 현장의 목소리 50대 여성 노동자들, 고공농성, 노숙농성하며 힘나는 이유

34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안전과 생명은 가장 중요하기에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45 노동자 건강 상식 가을철 열성 질환 48 문화읽기

어떤 기다림, 어떤 사랑의 노래 낭독노래극 <기다림>

50 발칙 건강한 책방 근대화가 열어놓은 타자들의 시공간 52 이러쿵저러쿵 우리의 노동을 연민하지도, 비난하지도 마세요 54 안전보건동향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3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핵발전소 노동자가 치르는 거짓의 대가, 저선량 피폭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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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불법’인 사람은 없다

안전보건 영역에서 배제되는 이주노동자 실태와 문제점

푸우씨 집행위원장

매일 같이 언론을 통해 산재 사망 등 대형 참사

미등록 상태에 있어 단속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소식을 전해 듣는다. 희생자 명단에서 이주노동

누군가는 이런 현실에 대해 이주노동자를 ‘을 중

자를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난 7월 31일

의 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위험의 외주화’

발생한 목동 신월 빗물 저류시설 수몰 사고에서

를 넘어 ‘위험의 이주노동자화’라고 빗대기도 한

희생된 노동자 중 한 명은 미얀마 청년 쇠 린 마

다.

웅이었다. 7월 22일 새벽 강원 삼척시에서 밭일 하러 가던 승합차 전복으로 4명 사망·12명 중경

이주노동자 산재통계의 현실?!

상을 입은 사고 피해자의 일부는 태국 국적의 이 주노동자(사망 2, 부상 3)였다. 8월 14일 속초 아

작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진국 자유한

파트 건설현장에서 공사용 승강기가 추락해 6명

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 받

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사고의 피해자 중 2명

은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

은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였다.

년부터 2017년 5월까지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

그들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삼척 승합차 전복

자는 3만 3708명으로, 이 중 511명이 사망했다.

사고와 마찬가지로 치료를 받지 않고 몰래 몸을

산재보험에 가입된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은

숨겨야 했다. 당장 치료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1.16%로, 정주 노동자(0.18%)의 6.4배에 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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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 또한 전체 산업재해율

이에 덧붙여 산재보상보험법의 대상자가 아닌

은 2012년 0.59%에서 2016년 0.49%로 낮아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아예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

졌지만, 같은 기간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다. 단적으로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이주여성 노

6.9%에서 7.4%로 오히려 증가했다. 그러나 문

동자는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누락된다.

제는 이러한 통계조차 정확치 않으며, 현실을 담 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산재 발생에 대한 보고 의무를 가진 사업

농·축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도 마찬 가지이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상시 1인 미만의 사업장까지도 산재보험이 적용됐지만, 농업은 예

주의 산재 발생 미보고(산재 은폐)로 인해 산재보

외이며,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은 산

험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이주노동자의

재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현재 농축

노동재해가 현실에 존재한다. 또한 동전의 양면

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85%는 4인 이하

처럼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렸다고 하더라

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들은 일하다가

도 이주노동자가 산재신청을 하지 않을, 아니 못

다치거나, 병들어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없고, 재해 현실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특히 위험한 일터’로 꼽히는 어업에

실제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에서 2017년

도 1만 6천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

12월 이주노동자 2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산업

으나, 이들의 현실 또한 잡히지 않는다. 20t 이상

재해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정보

의 연근해 어선과 원양 어선 선원취업자들은 ‘근

부족’, ‘사업주의 비협조’, ‘보험처리 과정의 어려

로기준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됐고 ‘선원법’의

움’ 등을 이유로 산재보험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65.5%가 ‘산재보험 신청 방법을 잘

이주노동의 현실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

몰라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56.6%는

는 산업재해 통계 현황에서, 현실에 근거한 정책

‘산재 치료 및 보상 과정에서 설명을 듣기는 했

대안이나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대책이 제출되지

으나 통역이 없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고 했다. 52.2%는 ‘산재 진행 절차 등에 관해 설 명해주는 사람이 없어 불안했다’고 답했다. 이러

고용허가제 폐지!

한 산재보험의 보고체계가 갖는 한계에도 불구하 고, 이주노동자의 재해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유

열악한 이주노동의 현실 타개와 ‘안전하고 건강

일한 방법이 국가통계라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

하게 일하고 싶다’는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이주

다.

노조와 이주노동자, 이주인권운동 진영은 무엇보 다 ‘고용허가제 폐지’를 최우선의 과제로 꼽고 활

산재보상보험법 제외업종에 많이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

동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대표적인 이주노동자 국내 유입

‘불법’인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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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불법’인 사람은 없다

제도인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점01이 제기되자

이 이주노동자에게 권리로 받아들여지려면 ‘임

그 대안으로 마련되었지만, 고용허가제는 사업주

금과 근무조건을 자유롭게 협상하고 차별받지

가 허가하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사업장을 옮길

않는 것’,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권한을 갖는 것’,

수 없다. (자신이 일할 업종, 사업장에 대한 선택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숙식비로

권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일하던 사업장을 그만

30만 원가량 공제되지 않고 안전한 공간에서 살

둘 자유도 없다!)

수 있는 주거권을 갖는 것’, ‘불리한 노동조건을

사업주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때는 이직이 가능

타개하기 위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하지만 이 또한 이주노동자가 사유를 입증해야

갖는 것’, ‘국적, 인종, 종교, 성별, 체류자격에 구

만 한다. 임금체불과 폭력, 저임금, 장시간 노동,

별 없이 평등한 인권을 갖는 것’, ‘가족과 자유롭

안전·보건의 취약함 등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

게 교류하고 초청할 권리를 갖는 것’ 등 이주노동

해 사업장을 옮기고자 할 때도, 사업주가 고의로

자들이 한국사회에 던지고 있는 인간으로서 마

이탈 신고를 하면 이주노동자들은 미등록 상태가

땅한 요구에 응답하고 이를 보장할 때 이루어질

되어 하루아침에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것이다.

한다. 이러한 ‘고용허가제’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아 프거나, 다쳤을 때 치료받기를 요구하거나, 산재 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너! 니네 나라 로 돌아가!’라는 협박을 받거나, ‘더 일할 수 있도 록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겠다.’며 침묵을 강요하 기도 한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인종차별 철폐위원회 등 국제사회에서도 ‘고용허가제’ 문 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하고 있으나, 한국 정 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표한 『어업 안 전재해 감소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산업별 재해율은 어업이 5.56%로 농업 0.9%, 제조업 0.58%, 운수·창고업 0.46%

‘안전은 권리입니다!’ 이주노동자도 차별 없이 안

와 비교해 최대 12배까지 위험하다. 부족한

전을 기본권으로!

어업 인력을 이주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는 현 실에서 재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1년

2019년 2월 정부는 산재예방 캠페인의 슬로건 을 ‘안전은 권리입니다’로 새롭게 채택했다. 안전 01 한국 정부는 제조업에서의 인력 부족 심각성을 타개하기 위해, 1991년 해외투자를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기술연수제도를 도입 했다. 1993년부터는 [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의 대책]으로 확대해 종업 원 10명에서 300명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원칙적으로 1년 고용 에 1년 연장의 기간으로 외국인을 연수생으로서 고용할 수 있도록 제 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산업재 해 다발 등으로 인해 산업연수생인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탈이 만 연하게 되고, 그 심각성에 의해 문제가 사회화되자 고용허가제로 대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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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228건에서 2015년에는 336건으로 증가했 고 같은 기간 재해율은 5%에서 9%로 높아 진 상황이다. 특히 국내에서 일하는 어업 이주 노동자는 대부분 40세 미만으로, 언어 소통의 어려움에다 숙련도가 낮은 상태에서 위험도 가 높은 작업을 많이 수행하기 때문에 더 많이 재해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가 건강해야 지역사회도 건강하다

송홍석 향남공감의원 원장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인류가 지향

이주노동자가 병원에 온다는 것

하는 보편적 가치이지만,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의 차이는 건강 격차를 발생시킨다.

27세의 캄보디아 국적 미등록 남성 이주노동자

사회적 환경 중 특히 중요한 것이 건강한 사회적

가 회사 관리자와 함께 병원에 왔다. 한국말이 서

관계이다. 세계 경제의 불평등은 전 세계 이주민

툴러 전화로 한국말을 좀 하는 동료의 도움을 받

인구를 17년 만에 49%나 증가시켰고, 한국도 이

았고, 이를 통해 3일 전부터 38도 이상의 고열과

주민이 10년 만에 무려 3.3배나 증가하여, 2016

오한, 기침, 객담(가래)이 있었다는 정보를 알 수

년 인구의 3.4%, 176만 명이 우리의 이웃으로

있었다. 더 견디기 힘들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보

살아가며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다. 비인권적 고

였다. 급성폐렴이나 독감이 의심되었고, 확진을

용허가제라는 환경, 언어, 인종, 국적이 다른 이

위해 혈액검사와 X-RAY, 인플루엔자 신속검사가

들과 일상에서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는

필요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그

것은 어떤 것인지, 향남공감의원에서의 경험을

에겐 부담이 되는 돈이었다. 검사를 거부했고 약

공유하며,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만 달라고 했다. 회사 관리자는 지켜만 보고 있었

살펴보고자 한다.

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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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불법’인 사람은 없다

검사비의 50%를 할인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

입할 수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더하다. 병원

의료비지원제도가 있음을 알려주었고, 이후 그

비 부담으로 진료를 포기하거나 본국에서 우편으

는 흔쾌히 동의하였다. 검사결과 인플루엔자 감

로 약을 받아 해결하려다 질병이 악화하기도 한

염증으로 진단되었다. 일주일간의 격리를 위한

다.

병가가 필요하다는 소견서로 휴식을 취하며 치

넷째,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단속에 대한

료를 받았다. 그는 독소에 의한 신기능저하까지

두려움으로 병원을 이용해야 하지만 심리적 위축

진행된 상태로 5일간 수액치료까지 받았고, 이

으로 포기한다. 그들은 휴일에도 익숙한 길만 이

후 정상 신기능으로 회복하였다. 한 달 동안 추적

용하거나 심지어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두려움도

관찰을 위해 내원할 것을 권유했으나, 그는 다시

있다.

오지 않았다. 5일간 지불한 의료비는 5만 원가량

마지막으로, 아플 때 어느 병원을 이용해야 하

이었고, 공감의원에서 부담한 지원비는 9만원이

는지, 보건소나 도립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에서

조금 넘었다.

는 의료비 지원이 된다는 정보도 모른다.

아파도 진료 받을 수 없는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가 건강하면 지역주민도 건강해진다

장시간 고강도의 위험한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

한국사회 인구구조 변화추이로 볼 때 이주민과

들은 아프기 십상이지만 병원에 들어서는 일, 검

이주노동자는 명백하게 동일한 우리 사회 구성원

사를 진행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특히나 미등

이다. 이주노동자, 이주민과 모두 건강한 지역사

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더 하다. 건강하지 못한 환

회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경에서 일하는 이들이 병원에 오기 힘든 아이러 니한 상황이다. 2017년 화성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진행

첫째,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한 이주노동자 건강권 토론회에서 나온 이주노

일이 없도록 의료보장제도를 차별 없이 모든 이

동자의 말을 정리해본다. 먼저, 의사소통의 어려

주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한다. 중소규모 사업장에

움이 크다. 아픈 증상을 표현하기 힘들고, 의료진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에

이 사용하는 의학용어를 알아듣기도 힘들다. 병

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듯이 인간이 건강한 삶을

원에 오는 이들은 나름 언어 문제를 해결한 이들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건강보험도 당연 적용’

이다.

해야 한다.

둘째, 병원에 갈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영세

둘째,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역할과 공

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는

공의료사업 민관협력을 구축해야 한다. 당장의

고용주가 허락을 안 해주는 경우가 많아 근무 중

현실이 평일 진료가 힘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지역

외출하기가 힘들다. 두세 번 병원을 방문하는 경

의료기관과 협력하여 주말 진료를 추진하고, 필

우엔 더욱더 어렵다. 응급과 전염성 질환이 아니

요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 특히, 미등

라면 말이다.

록이주노동자에게도 단속으로부터 안전한 진료

셋째, 의료비도 부담된다. 특히 건강보험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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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료기관 접근성에 대한 차별을 해소해야

2019년 9월호

라는 인식을 만드는 데 지난한 공을 들여야 한다.


또한, 공공과 민간의 의료비 지원사업에 대한 효

구 조직, ‘이주민 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한 이주

과적이고 적극적인 홍보가 있어야 한다. 이와 함

노동자의 공동체 참여를 높이는 일이다. 지자체

께 평일 진료를 허락하도록 고용주를 대상으로

와 지역사회는 이를 적극 지지, 지원하여 건강한

안전보건인지 교육, 산업안전 교육 등이 병행되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돕고, 건강과 보건의료 영

어야 한다.

역에서도 교육사업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기획 해볼 수 있을 것이다.

② 이주민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통번역 시스템을 만들어야 비단, 의료의 영역만이 아닌 노동, 법률, 생활의 영역 전반에서 ‘의사소통’ 문제가 이주민의 건강

④ ‘차별의 이전’ 구조에서 ‘존중과 평등’의 관계를 만드는 지역사회로 보다 평등한 사회관계를 지향할수록, 서로 존중

과 삶의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사)더큰이웃

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수록 그 사회 구성원

아시아’에서는 ‘모국인 가족, 친구’를 통해 한국

‘전체’가 건강해진다는 영국의 저명한 사회역학

생활의 어려움을 주로 해결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자의 말을 빌려본다.

결과에 근거하여 리더역량강화 사업을 지자체에 제안하였다.

평등한 사회관계는 평등에 대한 인식과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지역사회에서 이주

이 사업을 통해 이주민 리더(한국 정착에 성공

노동자도 동일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 사람으

한)를 양성하고 적정 수준의 활동 수당을 제공하

로 인식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문화 사업이 필

여 상시통역 요원과 이주민 멘토 역할을 수행하

요하다. 평등성을 인식하는 사업에 이주민과 정

는 것이다. 이러한 자조(self help) 조직의 구성과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

운영은 이주민의 자존감을 높이고 정주민에게도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

이주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기대효과

도록 하여 지역사회 각 영역에서 차별과 편견이

가 예상된다.

해소될 수 있도록 하자는 ‘(사)더큰이웃아시아’

당장에 화성시 재원으로 이주민 통역 상담원을

의 고견에 귀 기울일 만하다.

채용하여 의사소통과 취업, 생활 고충 등 어려움 을 지원하는 사업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지역 내 의료기관들은 통역 상담원의 보건의료 분야 전문 역량을 강화하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③ 이주노동자 공동체는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힘 이다 장시간 노동, 동료나 관리자에게 받는 멸시와 차별, 고국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스트레스가 누적돼 우울증을 앓거나 최악의 경우 자살을 선 택하게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주노동자의 정 신건강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방안 중 하나가 친

‘불법’인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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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불법’인 사람은 없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우리 사회 인권 수준의 바로미터입니다” [인터뷰] 이주민방송MWTV 정혜실 공동대표

나래 상임활동가

차별과 혐오는 얼마나 사회를 병들 게 하는가. 이 질문의 시작은 이주노동 자들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미 이주민 2백만 명 시대에 살고 있 는 지금 우리 사회는 인종차별, 국가 차별 등 각종 차별의 화살을 이주민들 에게 향하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 위원회가 발간한 <혐오 표현 실태조 사 및 규제 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주 민 중 63.2%가 오프라인 환경에서 차 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뉴스 기사나 영상 댓글, 카페/커뮤니티 댓글 등 온라인에서도 이주민 차별·혐 오 발언은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이처

▲ 지난 7월 26일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의 원인과 대응모색>

럼 미디어는 이주민 인권 침해의 수단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정혜실 이주민방송MWTV 공동대표

이 되어버린 채 시민들에게 왜곡된 관

의 모습

점을 주입하는 결과마저 낳고 있다. 그 사회의 미디어는 인권 수준의 바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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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터이기도 하다. 그 바로미터를 인권의 관점, 노동

특히나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는 인종차별과 이

의 관점에서 바로 세우려는 활동을 하고 있는 정

주민 혐오는 문제가 심각하다. 국내 미디어 대다

혜실 이주민방송MWTV 정혜실 공동대표를 지난

수가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

9월 2일 안산에서 만나 이주민 차별과 혐오 문제,

려 다양성의 감각을 떨어트리는 것이다. 그렇기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에 대해 이야

때문에 이주민방송은 더욱더 이주민뿐만 아니라

기 나눴다.

한국인에게도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정혜실 씨는 원래부터 미디어 활동을 시작하

“가볍게 라디오를 배우고 싶어서 와도 환영이다.

진 않았다. 처음 시작은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그들이 주류에 나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

(현재 안산이주민센터)에서 자원봉사 활동이었

만의 기쁨이 있고 조회수가 상당히 높다. 1만씩

다. 대학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파키스탄

찍는 것도 있다. 주류방송에 접근할 수 없는 이주

인 남편을 만나 본인 역시 이주민 문제를 직접 겪

민 입장에서 라디오나 방송 프로그램을 생각해보

게 됐다. 이후 개인적으로 공권력에 피해를 경험 하게 되고, 돈을 쫓는 삶이 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시작하게 된 자원봉사가 점점 영역을 넓혀 결국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 이후 여성학, 인류학을 통해 이주노동자나 이주민, 다문화가 족의 삶을 변화시키는 법·제도, 문화에 관심이 많 아서 공부와 활동을 병행하게 됐다. 현재는 이주 민방송MWTV(Migrant World TV)의 공동대표로 활동을 하고 있다.

면 그들에게 미디어를 통한 즐거울 수 있는 권리 는 박탈됐다. 한국인 라디오는 한국 문화 안에서 선정된 음악이지뿐 이주민들이 선호하는 음악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얀마 이주민이 하고 있 는 음악 방송의 경우 인기가 좋다. 베트남 이주민 이 하는 ‘착한 뉴스’의 경우 인권 이야기가 주다. 전공은 컴퓨터 관련 전공이지만 베트남어 전공한 한국인 진행자를 본인이 섭외해서 베트남어와 한 국어를 번갈아 하면서 유학생에게 도움이 될 정 보, 한국 이주 이슈를 정리해서 방송한다. 우리가 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진행과 엔지니어를 자원

이주민들의 미디어 접근권 생각해본 적 있나요?

봉사로 하고, 이주민 본인이 기획하고 대본도 쓰 고 선정한 음악으로 진행한다.

이주민방송은 이주민의 삶과 목소리를 담는 것 을 사명으로 한다. 이주민의 현실과 쟁점을 전하

이주민 공동체 안에서 조회수가 높다는건 어떤 의

는 전문 매체로서 이주민 스스로 제작하는 이주

미에선 그만큼 다양하게 누릴 콘텐츠가 많지 않다

민라디오 운영, 이주민의 영화 제작 지원 및 이주 민영화제 운영 등 이주민의 삶과 목소리를 그들 스스로가 담아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렇기 때 문에 자발성은 이주민방송의 중요한 가치다. 이 주민이 주체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스스로 돕고, 스스로 성장하며 문제 해결의 주인공으로 서는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가 고민이다.

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미디어 권리이기도 하다. 일반 시민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1 인 미디어로 풀어내듯이, 이주민에게도 당연한 권 리로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미디어 운동의 첫 번째 목적이다. 그 다음으로 이주민과 관련된 여 러 집회, 기자회견 여러 이슈들이 알려져야 한다. 이주민도 알아야 하지만 한국인이 더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맺고 있는 네트워크가 넓어질 수록 전달이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

‘불법’인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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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불법’인 사람은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 께 미디어 모니터링을 계 속 하고 있다. 이주민 관 련한 콘텐츠 분석을 이주 민 당사자 10명과 한국 인 몇 명과 진행했다. 올 해는 전문 모니터링 요원 이 아예 맡아서 하고 있 다. 2년째 지켜보니 10 여 년 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콘텐츠가 적은 ▲ 이주민방송MWTV는 이주민들이 주체로 세상에 소통하고자 하는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들을 만들고 소 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라디오는 MWTV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데도 불구하고 이주여성 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 고, 다문화 가족에 집중

별금지법제정연대에 함께 하는 게 이슈를 공유할

했다. 불쌍하고 시혜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마을 안의 차별 문제

인 대상,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 온 착한 며느리와

를 이야기해보자고 마을 라디오에 찾아갔더니 실

아내로서 모습으로 프레임이 짜여 진 것에 대한

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

비판이 있었다. 지금은 KBS의 ‘이웃집 찰스’ 프로

다.”

그램을 보면 백인, 흑인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출 연진을 구성하긴 하지만 여전히 백인 중심이거나,

이주민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 해내는 미디어 우리는 이주민을 향한 차별 인식을 언제부터 키 우기 시작한 걸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 다 미디어는 큰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매체 속에

JTBC ‘비정상회담’은 백인 남성 서구 유럽 중심 의 출연진이 많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EBS ‘고부 열전’의 경우 시어머니와 이주여성 간에 선정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특정 이미지를 조장한다. 실 제 이주여성이 싫어하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어 떤 사람들은 사회통합이라고 하겠지만 우리가 봤

서 이주민이 어떤 식으로 그려지느냐는 매우 중

을 땐 다문화가정을 하찮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

요하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이주민을 어떻게 바

를 둔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라보고 대우하고 있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 만 이주민은 대부분 개그프로에선 비하를 통한

그런 내용이 한국인 입맛에 맞는다는 것은 우리

놀림의 대상이 되거나, 선정적 이야기의 주인공

사회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 되어 등장한다.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싶다. 그 현실이 진짜라기보다 한국인이 상상하는

혐오와 차별이 당연 인정되는 대상으로 삼아진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인을 만족시키는 프로

다.

그램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EBS ‘글로벌 아 빠 찾아 삼만리’의 경우 이주노동자에게 가족결합 권이 없기 때문에 단절되어 살 수밖에 없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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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은 정작 외면한다. 현실에선 이주노동자들이 자기

고용허가제 폐지와 차별금지법 제정 중요해

가족을 한국에 초청해 자유롭게 만나기가 쉽지 않 다. 이처럼 실제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은폐

겹겹이 쌓인 문제를 격파하기 위해 정혜실 씨

하고 성실한 이주노동자 이미지를 갖고 가난을 극

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중요성을 강조했

복하는 서사를 그린다. 사업주의 선의에 의해 진 행되는 방식으로 보여 진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기계 부품 취급 당하는 이주노동자

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을 실 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이다. 2007년 정부는 ‘모든 인간은 평등 하다’는 기치 아래, 차별금지조항으로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성적지향, 학력 등

“사각지대에 있는 농업이주노동자, 어업이주노동 자가 처한 현실은 끔찍하다. 무인도에 기숙사 지 어놓고, 양식장에서 일 시켜놓고 섬에 데려다 놓 는다. 바지선 위에 컨테이너를 지어 숙소라고 한 단다. 한국 사람의 경우 살 수 있겠나. 사업주에게 이탈 신고할 권한을 주니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이 주노동자에게 이탈 신고하겠다고 위협한다. 이주

총 20개 차별금지조항을 설정했다. 하지만 보수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제정되지 못했다. 무 산된 이후에도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속적으 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법이 모든 현실을 바꾸 고 한계를 넘어설 순 없겠지만 최소한 변화의 근 거를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정 과정 자체

노동자가 권리를 찾기 위해 하는 방법은 탈출이거

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 차별금지

나 끝날 때까지 참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불

법 제정과 함께 시급히 바뀌어야 하는 제도로 고

법’이란 프레임 때문에 사업장 이탈 자체를 범죄

용허가제를 지목했다.

로 보고 있다. 사업장 이탈의 원인은 당연히 사업 주에게 있다. 귀책사유 증명은 사업주가 해야 하

“시급한 건 고용허가제 폐지다. 고용허가제가 썩

는데 그 증명을 이주노동자가 해야 한다. 증명하

을 대로 썩어서 더 이상 기능을 못하고 있다. 사업

지 못하면 자기 권리를 내세울 수 없다. 노동현장

장 이동 자유 제한으로 인해 노예제와 다르지 않

자체가 욕이고 무시다.”

다. 이주노조에서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 다.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 갖춰져야 한다. 주거와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정작 뒤로

관련해서 미국, 캐나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조건을

한 채 인력수급에 혈안이다. 법무부는 올해 상반

본 적이 있다. 그곳은 사생활을 중요시 여겨 방을

기 전국 41개 지방자치단체에 이주민 계절노동

따로 주고, 침대 사이즈, 화장실, 샤워실 구비를

자 2597명을 배정했다. 단기취업(C-4) 비자를

중요하게 여긴다. 공간 규모도 조건이 있다. 한국

받아 입국한 뒤 최장 3개월 동안 지정된 농가에 서 일 한다. 지난해까지 모두 4127명이 농번기 에 한국에 들어왔다. 고용허가제 등 행정적 절차 를 밟은 이주노동자 조차도 임금체불, 초과노동, 폭력, 일터괴롭힘 등 무법지대에 노출된다. 소위 ‘합법 노예제도’인 것이다.

도 규정은 있지만 너무나 협소하다. 그것도 재검 토할 필요가 있다. 개선의 방향은 얼마든지 있다. 사람다운 노동환경이 제대로 갖춰지면 좋겠다. 왜 비닐하우스에 지내는데도 몇 십만원을 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임금을 깎는 수단이다. 최소한 인간 다운 삶을 영위하고, 노동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조 건이 갖춰지면 좋겠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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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8월 1일, 여름휴가를 코앞에 두고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노안위 워회 주최로 2019년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하 명산관) 임명식과 ‘나, 조

지역의 노안운동, 출발선에 서서

선소 노동자’ 북 콘서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 본부에서 노안사업을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는 노동 안전보건위원회가 유명무실한 상태였다가 2017년 12월, 현대제철에서 일어난 사망사고 대응을 시작으로 2018년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노안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2018년 5월 포스코건설 사망사고, 12 월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2019년 2월 현대제철 사망사고, 19년 5월 한화토탈 유독성물질 분출사고 등 많은 중대재해에 대한 대응 을 진행하며, 정말 좌충우돌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노안 활동을 함께했던 동지들을 모으고, 앞으로 노안 운동을 함께 해나갈 동지 들이 모일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과정 속에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위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임명식과 ‘나, 조선소 노동자’ 북 콘서트, 왜 했나요?

8월 1일,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임명식을 진행했습니다. 이미 고용노동 부에서 명산관으로 위촉이 된 상태기 때문에 실제로 임명을 하는 자리라 기보다 세종충남지역의 노안운동을 함께 만들어나가자는 결의를 다지 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임명식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의 내실을 다 지자는 의미로 지역 현장단체 노안 활동가 모임에서 제안이 들어온 ‘<나, 조선소 노동자> 북 콘서트’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그동안 지역의 동지 들과 함께했던 큰 활동 중 하나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중대 재해사고 에 대한 대응과 실천이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 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나, 조선소 노동자> 북 콘서트는 삼성중공업 크 레인 사고를 넘어 우리의 경험을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항상 마음만 앞서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의도와는 달리 북 콘서트 를 진행해본 적도 없으면서 준비가 부족했고, 부족한 준비와는 달리 담고 이정호 회원,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조직부장

싶은 것은 너무 많아 오히려 하나라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함 께한 동지들에게 미안합니다. 한 번 해봤으니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겁 니다. 또한 함께 자리 했던 많은 동지들에게 들었던 말은 다양한 산별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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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지역의 동지들이 다같이 모일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미약하고 서로 가진 현실적 조 건의 차이도 크지만 앞으로 도모할 일이 더욱 많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직 출발선입니다. 앞으로도 좌충우돌할 겁니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위촉되었다고 당장 변하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번에 명산 관 위촉을 하며 확인해보니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게끔 되어 있는 명산관 협의회조차 제대로 이 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1년에 한 번 이뤄지는 협의회는 그냥 식사나 하고 헤어지는 의미 없는 모임의 수준입니다. 또한 이번에 위촉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동지들은 거의 대부분이 지역 명산관입니다. 그래서 사업장 출입의 문제부터 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이들의 사업 장의 출입을 보장하기 어렵다면,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출입 문제는 직접 해 결할 테니 권한과 활동의 강화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하였지만 이조차 불가하다고 합니다. 이 러한 현실을 넘어 실제로 활동이 진행되고, 운동이 확대되는 것까지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한 번에 만족할 수는 없지만, 꾸준하고 집요하게 나아가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가 남은 2019년 동안 빼놓는 지역 없이 명산관 협의회를 진행하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명산관 지역협의회 의장도 선출하고, 혹한기 대책부터 고용노동부가 책임을 방기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고, 노동자 참여 역시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또한 2020년에 진행할 사 업들도 제안해보려고 합니다. 더 넘어서 노안 운동이 잘되는 몇몇 사업장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 라,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빈 곳을 채워나가며 활성화되는 계기로 만들어나가려 합니다. 사실 아직 해보지 않아서 얼마나 가능할지는 가늠되지는 않습니다. 막히는 곳도 한계도 분명 있 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다사다난하지만 함께 해보자고 모인 동지들이 있기에 방 법을 찾아간다면 길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산관을 위촉한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운동 과 실천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기제가 될 수 있도록 남은 2019년, 그리고 다가올 2020년에도 노력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전국의 동지들과도 함께 만나 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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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톺아보기

모든 산재를 산재로 : 산재보험 적용 확대 1 최민 상임활동가

일하던 사람이 일과 관련된 원인에 의해 질병, 부상, 사망을 당하는 것이 산업재해다. 하지만 모

확대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 다.

든 산업재해가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해 보 상받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산재를 산재로’ 하자

500인 이상 대기업부터 시작된 산재보험

는 말장난 같은 구호는, 그래서 나오게 됐다.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현재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서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

연금보다 먼저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1963년 법

이 의무이지만, 그런 만큼 ‘노동자’에게만 적용된

이 제정되고, 1964년 노동청 출범과 함께 시행되

다. 자영업자나 특수고용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거

었다. 4대 사회보험 중 최초다. 1964년 처음 시

나 병에 걸려도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없

행된 사업장은 노동자 500인 이상의 광업과 제

다. 노동자 중에도 여전히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조업이었다. 산재 발생 위험이 높은 광업에 먼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농업, 임업, 어업의 5인 미

적용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500인 이상 대

만 사업장은 산재보험이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

기업에서 먼저 시작된 것은 고개가 갸웃해진다.

다.

작은 사업장일수록 사고 위험이 높은 것은 동서

사업장은 적용 대상이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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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보상보험은 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

고금의 진리인데 말이다. 우리 산재보험 제도가

인데도,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질병, 부

처음부터 노동자 권리와 형평성은 물론, 노동력

상도 있다. 산재보험의 요양급여는 ‘4일 이상의

재생산 문제보다 보험 재정 안정화와 행정 편의

요양을 필요로 하는 질병이나 부상’에 대해서만

를 중요시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지급된다. 3일 이내의 요양으로 치유될 수 있는

이렇게 시작된 산재보험은 10여 년이 지나,

질병이나 부상은 해당이 안 된다. 산재보험 적용

1972년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고, 1992

2019년 9월호


년이 되어서야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될 수

면 의무화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농업, 임

있었다. 지금도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업, 어업의 노동자들에게도 산재보험이 전면 적

만 적용되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 사

용돼야 한다.

업장은 2000년 7월부터 1명 이상의 사업장까지

가구 내 고용 활동 역시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2018년에는 1인 미만 노동자를 고용

아니다. 근로기준법에서도 ‘가사 사용인’을 법 적

하고 있는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즉 노동자를 고

용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사노동자들

용하는 사업장은 무조건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은 최저임금, 연차나 휴식 시간, 퇴직금 등을 보

가입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는 자동적으로 산업

장받지 못하고, 산재보험에 따른 산재 보상도 받

재해에 대해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을 권리가 있

을 수 없다. 그래서 2017년 겨울 국회에 제출된

다. 사업주가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 않았을 때 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은

생한 사고나 질병에 대해서도 노동자는 산재보상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

을 받을 수 있다.

고 사용자로서 책임을 묻게 하자고 제안한다. 이 를 통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고,

지금도 산재보험 사각지대의 노동자들

사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 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등 당사자와 관계자들

지금의 적용 범위까지 확대되는 데에도 50년이

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해당 법

넘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

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런

대가 남아 있다. 농업, 임업(벌목업은 제외), 어업

공백을 이용해 플랫폼을 활용한 ‘특수고용’ 형태

및 수렵업 5명 미만인 사업장은 산재보험 적용

의 가사 노동이 늘고 있는 등 다른 측면에서 노동

사업장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농업, 임업, 어업

권 사각지대의 가사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

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등록 이주노동자 중 산재

렇기에 ‘노동자’임에도 산재보험에서 배제되고

보상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엄연

있는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히 국가 대 국가의 협약을 근거로 ‘노동’을 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주노동

노동자가 아니라서?

자들의 자유를 제약하는 고용허가제까지 시행하 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말과 문화가 달라 사고 위

산재보험 적용 대상 논의에서 더 주목받는 것은

험이 크다. 그런데도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특수고용형태 근로자(이하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할 ‘산업재해 발생 시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자영업자 문제다. 한국 산재보험은 2010년부터

못하는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농축산

특수고용 노동자 중 일부를 특례 형태로 산재보

업과 어업에서는 사업자 등록이 돼 있지 않은 곳

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지금도 보험/신용

에서도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어, 이주노동

카드/대출모집인, 건설기계 운전자, 학습지 교사,

자들이 건강보험 직장가입도 못하는 경우가 많

골프장 경기보조원, 택배, 퀵서비스, 대리운전 노

다. 이주노동자의 산재보험, 직장 건강보험은 전

동자에게만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노동

산재보험의 쟁점과 대안,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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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와 달리, ‘특수고용노동자’는 보험료의 50%

다. 나날이 기존의 근로계약으로 포괄할 수 없는

를 납부해야 하며, 이를 이유로 본인이 적용 제외

다양한 방식의 노동이 등장하고, 자영업자와 임

신청을 하면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사업장을 강

금노동자 경계에 놓인 일자리, 사실상 본인의 노

제 가입시켜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에게 권리를

동에 따른 소득에 의존하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

보장한다는 사회보험의 원리를 포기하고 있는 셈

여기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 역시 적

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회사의 압력 때문에 번

극적인 재활과 사회 복귀 대상이 돼야 한다. 이는

거로워서, 당장 필요성을 못 느껴서 산재보험 가

단순히 도덕적 요구만이 아니라 산재보험 제도의

입을 미루게 된다. 2018년 조사에서도 여전히 특

목적과 취지에 비춰 봐도 그러하다.

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70% 미만으 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중 자신이 일하는 보

산재보험 목적과 취지를 다시 들여다본다

험 회사의 민간 보험에 가입해, 산재보험을 대체 하게 되면서 이중의 착취에 처하는 보험모집, 보

산재보험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발생하

험설계 노동자들의 사례는 다음 달 기사로 더 자

는 심각한 직업병과 사고 재해에 분노한 노동자

세히 다루기로 한다.

들의 저항이 사회주의 정치세력으로 결집 된 19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라는 문제

세기 말 독일에서 시작됐다. 산재보험을 제도화

가 제기되자, 산재보험 대상에 특수고용노동자들

한 것은 노동자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 뿐만

을 일부 포함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은 특수

이 아니었다. 생산력 유지 및 증진의 측면에서 노

고용노동자의 ‘근로자성’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동자의 신체와 건강을 관리하는 것, 즉 다친 노동

서 일부 노동자만 ‘보호’하려는 접근이어서, 10

자가 치료와 재활을 통해 사업장에 복귀하는 것

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과 다를 바 없는 수

이 국가와 자본에도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직시

준에 머물고 있다. 특정 업종에서 사회적 문제가

한 독일 정부가 내놓은 타협안이었다.

대두되고 나면 해당 업종만 특례를 추가하는 식 의 접근은 결국 해당 노동자들에게도 큰 실효성

니라 산업재해 자체가 국가와 자본을 위협할 수

이 없고, 특수고용 노동자 전체로 확장성도 없었

있다. 그렇기에 사회의 재생산을 위해서라도 산

다. 따라서 사실상 노동자인 특수고용노동자의

업재해를 예방하고 ‘일하는 사람의 제대로 치료

산재 발생 책임을 누가 지느냐, 노동안전보건 예

받고 재활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

방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한 물음과 답변을

력 재생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산재보험

담은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우리나라 산재보

유사한 논리가 영세 자영업자에게도 적용된다.

험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 논의의 출발은

산재발생의 위험이 높은 영세 자영업자도 산재

산재보험 적용 대상의 전면적인 확대에서 시작될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현재는 재해위험이 높

것이다.

은 자영업자 일부 직종에 대해서만 산재보험 가 입을 허용하지만, 보험료는 100% 본인 부담이

18

이렇듯 단지 노동자들의 분노에 찬 저항만이 아

2019년 9월호


연구리포트

외주화된 노동에서 위험의 구조화와 노동자 권리의 문제 – 석탁화력발전소의 중대재해 사고 대응을 중심으로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1. 문제제기 : 위험은 왜 구조화되는가?

위험은 작업장 설계과정부터 발전소 경영전략, 노사관계, 원·하청 고용구조 등 구조적 조건 속에 서 발생한다. 하지만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고가 끊임없이 재발한다. 이를 가리켜 ‘구조화 된 위험’이라고 부르며, 이는 노사 간 위계관계와 맞물리면서 발전사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노동자 들의 권리를 약화시킨다. 여기서 핵심은 위험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고 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관리자와 노동자들에게 인식의 전도가 이뤄지는 문제다. ‘왜 발전소에서는 인명피해를 비롯하여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원청 및 하청의 안전관리자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답변했다. “위험은 현장 나가자마자 다 위험하죠. 위험을 없앤다? 그럼 발전소를 싹 다 없애야죠.” 발전소의 위험을 고정된 사실로 전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발전소 위험의 특수성을 삭제할 뿐만 아니라 위험을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 로 여기게 한다. 이렇게 사고원인에서 구조의 문제가 제거되는 순간, 기계나 화학물질, 특히 노동자 에게 사고 책임이 전가된다. 그러므로 “무엇을 어떻게 사고원인과 위험으로 판단할 것인가?”에 따라서, 위험과 사고를 재생 산하는 구조 자체가 해체·변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견고하게 유지될 수도 있다. 핵심적인 문제는 매뉴얼화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기 이전에 우리가 사고원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밝혀내고 처리 하고 있는가다. 왜냐하면, 위험을 둘러싼 행위자들의 인식과 행위가 위험의 구조화를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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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 : 발전소 중대재해 의 재구성

특조위의 현장 조사에서 서부발전의 어느 관계 자는 “벨트가 있는 기계 안쪽으로 고개를 넣고 점 검하지 않았어도 된다. 매뉴얼에는 그런 내용이

1) 사고조사서에서 나타난 주요원인 : “작업자 과실”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진술은 하청 노동자 면접 조사에서도 반복되어 나왔다. 김용균도 일정 정도

10개 발전소(태안, 신인천, 하동, 삼척, 보령, 신

과실이 있다고 응답한 하청 노동자들은 “도대체

보령, 당진, 삼천포, 여수)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왜 벨트 안으로 고개를 넣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중 총 20건의 중대재해사고 조사서를 토대로 정

얘기했다. 노동자들은 왜 김용균의 행동을 이해할

리한 바에 따르면, 4건은 1차 하청 노동자들이 재

수 없었을까? 그리고 서부발전 관리자처럼 김용

해로 사망했으며, 나머지 16건은 2차 하청 노동

균의 과실을 원인으로 이야기하게 되었을까?

자에게 발생했다. 특히 OH(Overhaul, 점검)기간

바로 김용균 노동자가 당시에 벨트에 접근할 수

이나 발전소 건설과정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은 2

밖에 없었던 이유, 근접 촬영이라는 공정 때문이

차 하도급업체에 단기 노동력으로 채용된 건설 일

다. 근접 촬영은 연료운전 노동자라면 모두 수행

용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원·하청 구

해야 하는 업무이고, 용도는 원청 쪽에 보고하기

조의 문제로 인해 재해자들이나 그들과 함께 일하

위함이다. 매뉴얼 상에 없는 업무이지만 반드시

는 동료들은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해야 하는 일, 따라서 위험의 정도도 평가되거나

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공유되지 않은 비가시화된 위험이다. 이러한 공정

반면 위의 사례들에서 ‘안전작업 절차서 미준

들의 위험은 사고 이후에야 드러난다. 일종의 ‘좀

수’로 인한 재해자 과실이 주요 사고원인으로 지

비 공정’인 것이다. 안전절차서나 작업공정이 세

목되었다. 하지만 고 김용균 사고 이전에 안전작

부화되면 될수록, 여기에 등록되지 않은 행동이나

업 허가서 발행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 면접자

업무들은 모두 불안전하고 자의적인 행동이 된다.

들은 작업허가서가 있기는 했지만, 공사기한의 압

그 결과, 이제 불안전하고 자의적인 행동만이 사

박 때문에 급히 작업하느라 제대로 지킬 수 없었

고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으며, 그러다 사고가 날 경우엔 사측이 절차를 지 켰는지 따지며 안전작업 절차서 미준수로 노동자

3) 새로운 위험의 발생 : 흐름공정의 분할-외주화로 인

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진술했다. 매뉴얼은 실

한 공정 증식과 책임 공백

효성이 없었으며 오히려 역설적으로 노동자들에 게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유명무실한 안전관리 매뉴얼은 새로운 위험이 증 식되는 것과 함께 늘어나고 있었다.

흐름공정을 분할해 외주화하게 되면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위험이 증식된다. 다시 말 해, 분할된 공정의 ‘절단면’이 생기면서, 그 사이 마다 새로운 위험이 자리 잡는 것이다. 이는 두 가

2) 김용균 사망사고의 원인은 김용균? : 보이지 않는 위 험과 ‘좀비 공정’

지 수준에서 위험을 발생시킨다. 첫째, 분할-외주 화는 단순히 업무를 떼어서 넘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수평적인 흐름이었던 작업 구조가 절차 및 위계가 작동하는 수직적 공정이 된다. 이때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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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생하는 ‘위계’는 업무 중에 반드시 발전본부를 매

험면은 공정상의 공백과 책임의 공백을 야기하며,

개하지 않고서는 직접적인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사고의 위험을 증폭시킨다. 흐름공정을 더 촘촘

것을 의미한다. 즉 분할-외주화는 A-B 흐름에서

하게 분할할수록, 나아가 원하청 구조로 인해 분

a-b 흐름으로의 이전이 아니라, 흐름의 중단과 함

할이 중층화될수록 위험이 증식된다(그림 2). 가장 큰 문제는 새롭게 형성 된 위험은 ‘사고’로 인해 드러 나기 전에는 대개 감춰진 채로 공정 안에 잠복해 있다는 점이 다. 왜냐하면 주로 원·하청 간, 하청·하청 간의 업무상 책임의 경계 바깥에 놓인 문제이기 때 문이다. 이런 경계에서는 업무 상의 단절, 인수인계의 불안정 성, 책임의 명확화가 증가할수 록 제약되는 노동자들의 자발 성이 위험의 요소로 작용한다.

[그림 1] 분할-외주화된 공정에서의 위험 1

흐름공정의 분할-외주화와 원· 하청 구조가 중첩되면서, 새롭 게 형성된 위험은 잠복한 채로 남겨지고, 의사소통 체계는 더 욱 복잡해져 제대로 된 예방조 치나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기 어렵게 된다. 이를 우려해 원·하청은 절차 를 세분화하면서 동시에 안전 관리 매뉴얼에서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려 한다. 객관적인 공

[그림 2] 분할-외주화된 공정에서의 위험2(2016년 당진 사고를 중심으로 재구성)

께 의사소통의 복잡성을 늘리는 일종의 벽돌쌓기 의 모델로 변형된다. [그림 1]에서 보이는 것처럼 흐름공정을 분할할 때 발생하는 절단면(a’과 b’)은 이전에는 존재하 지 않았던 새로운 위험면인데, 이것은 외주화로 인한 분할이기 때문에 생성된 것이다. 이러한 위

정을 기술하는 것에서 행위주 체가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변화하며, 각종 매뉴얼이 생겨난다. 하지 만 매뉴얼에는 안전을 위한 실효적인 조치가 담기 기는커녕, 절차와 보고의 책임을 아래로 전가하 는 내용만 기술된다. 사고 발생 후 이 매뉴얼은 작 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서류상의 증거로 전환된다.

연구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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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노동자들에게 사고예방이나 안전관리에 아

임의 문제를 공백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따라서

무런 권한도 부여하지 않은 채, 사고책임만 부담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실질적으

하도록 하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

로 권리가 행사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공백은 도급계약이라는 합법적 구조 아래에서

현장의 위험을 개선하는 과정과 절차가 강화되어

늘 형성되고 있으며, 원·하청 구조는 원하청 모두

야 한다.

에게 합법적으로 안전관리 의무 및 사고책임을 회

안전권은 위험에 대해 알 권리, 위험을 해결하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기 위한 방법들을 제기할 권리, 안전에 대한 조치

다.

들에 대해 이의제기하고 개선하기 위한 참여와 행 동할 권리를 포함한다. 또한 위험한 설비와 시설

3. 나가며

에 대한 개선과 노동강도 및 작업방식 전반에 대 해 개선하기 위하여 노동자 간의 집단적인 의견수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나 발전본부의 안전매 뉴얼은 모두 사용자의 안전관리 의무조항을 중심

포함한다. 이는 노동자들이 현장의 위험을 적극적

으로 서술되어 있다. 안전에 있어 사용자의 의무

으로 발굴하고 대처하며 해결할 수 있는 노동안전

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의무조항이

보건 권리 논의의 흐름을 역류시키기 위하여 가장

강조된다고 해서 노동자의 노동안전권이 자동적

우선시되어야 할 조건이다.

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현재 모든 발전소는 원청 사용자의 의무, 협력사의 의무가 현장노동자의 안 전수칙 지키기, 안전절차서 준수 등의 의무로 이 어지면서 실제 안전에 대한 의무가 과잉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조항에서도 노동자들이 자 신들의 안전을 위해 사용자의 의무를 강제하거나 자신들의 유해위험 요소들을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가령 설비개선 요구 또한 노동자의 의무사항이 지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피드백 시 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다. 권리가 행사되지 않는 안전은 통제장치가 되어 위험을 숨어들게 만든다. 통제장치로서의 안전은 위험을 잠복하게 만들어 서 사고의 가능성을 증폭시킨다. 그런데 이러한 안전 통제장치는 원·하청 구조에서 필연적이다. 이것이 ‘위험의 외주화’의 핵심이다. 위험의 외주화는 위험을 단순하게 외부화시키 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권리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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렴과 행동 그리고 노사 간의 협의를 위한 참여를

2019년 9월호


‘비정규적’ 복지사업을 떠받치는 방문간호사 [인터뷰] 서울시 찾동 사업 방문간호사 김시현 님, A님 지안 상임활동가

지난 호에서는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지도사’ 인터뷰를 통해서, 다문화가정에 필요한 복 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타당성 안에서 어떻게 실제로 사업을 수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 착취당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는 2015년부터 시행된 서울시 ‘찾 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 사업 방문간호사들의 노동실태를 살펴보았다. 먼저 ‘방 문간호사’라는 직업 자체의 생소함이 있을 것이다. 서울시 찾동 사업은 2015년 시민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 으로 시작되었다. 그중에서 ‘방문간호’ 사업은 일차적으로 방문을 통해 복지대상의 정 확한 필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보편복지 실현 주체로 중요한 역할 을 하고 있으나, 그에 필요한 업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방문간호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기본적 설명부터 필요성을 설득하는 일, 각종 의료적 검사 등 전방위 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올해 7월, 서울시 강남구를 마지막으로 424개 전 동 에서 찾동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대대적으로 사업 확대 시행이 홍보되고, 공공이 지역 주민을 직접 찾아가 지역 사회 문제를 발굴해내겠다는 의지가 표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어떨까? 지난 8월 28일 수요일에 인터뷰이 두 분의 노동조건에 대해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김 시현 님은 2015년 6월 처음 찾동 사업이 시행된 시기부터 방문간호사로 일하고 있으 며, A님 역시 같은 해 10월부터 근무했다.

서울시 찾동 사업 방문간호사의 노동

방문간호사들은 자치구 보건소 소속이지만 실제 근무는 각 동주민센터에 배치되 어 주 5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정규 노동시간 동안 일한다. 보통 오전에는 매일 도래하는 65세 복지 대상자들에게 연락을 돌려 사업을 설명하고 대상자 발굴 작업을 한다. 그러나 이 복지 대상자인 시민들 입장에서는 사전에 찾동 방문간호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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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갑자기

A 또 방문하는 것 자체로 끝이 아니라 사무

집을 방문한다고 할 때 당황하거나 거부감

실에 복귀해서 행정 시스템에 입력 해야 해

이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 복지 대상에게

요. 때에 따라서 시스템이 두 가지이기 때문

연락해서 사업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작

에 입력 시간이 꽤 오래 걸려요. 그리고 직접

업을 방문간호사들이 직접 담당하기 때문

방문 외에 주민센터로 내소를 오는 분들이 있

에 업무 과중은 물론 부담감이 크다. 실제

어요. 그러면 상담도 별도로 이루어지기 때문

로 방문간호사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에, 한 가지 업무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

작용하는 것이 초기 연락 업무다.

된다고 말하기가 매우 어렵죠. 여기에 매일

방문간호사들은 보통 오전에 출근해서

보건소에 해야 하는 일 일 보고도 있고, 대상

먼저 그날 방문 약속을 확인하는 전화를

자의 상황에 따라서 다른 복지사업 쪽으로 서

돌린다. 방문 약속이 오전이나 오후로 몰

비스연계를 검토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방문

리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개는 시간대가

시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치매지

일정치 않아 방문한 뒤 사무실에 복귀해

원센터에 연락해서 연계해드리는 식이죠.

업무 보고를 하고서 다시 외근을 나가는 형태로 업무가 진행된다.

최근 폭염으로 인한 옥외 노동자, 급식노 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이슈가 되었다. 방문

김시현 평균적으로 5개 가정 정도를 방문해

노동자들 역시 폭염, 한파 중 노동환경의

요. 처음 약속을 잡고 신규방문을 하러 가는

문제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경우에는 모니터링을 하게 됩니다. 이 모니터

가정과 다음 가정 사이의 이동 거리, 시간

링 과정에서 대상자의 가정환경이나 건강상

이 양적, 질적으로 업무 중 많은 부분을 차

태, 경제활동의 유무나 주변 환경 파악에 대

지하기 때문에 여기에 드는 휴식 시간 부

한 파악과 대상자 주변에 가족 등 지지체계

여가 필수적이다.

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 래서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는 편이죠. 약 60

A 사실 저희가 폭염이나 한파면 더 바빠요.

분~9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왜냐면 전화로 안전 확인도 해야되고, 안전지

는 혈압, 당뇨를 체크하고 판단에 따라서 우

침도 교육해야 하죠. 폭염, 한파 등 기후 문제

울 검사 등을 진행하기도 해요. 신규가 아닌

에 있어서 저희의 안전은 둘째고, 대상자들의

재방문 가정은 그만큼 시간이 들지는 않지만,

안전에 대해서만 별도의 지시를 받아요. 혹시

대상자의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가 다르

라도 사건·사고가 생기면 안 되니 그거에 더

기 때문에 소요 시간도 달라요. 대략적으로는

집중적으로 하지, 바로 그 예방 업무를 하는

30~40분 정도 걸리는 편입니다.

방문간호사들의 안전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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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방문노동의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노동조건

필요가 있어요. 실제 안전 매뉴얼 마련과 트 라우마 후속조치 지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했

방문대상자의 사적 공간인 집을 직접 ‘방

었는데, 예산 상의 문제 때문에 안됐죠.

문’한다는 형식에서 노동자에게 작용할 부 담감과 그 공간 안의 권력이 기본적으로

특히 김시현 간호사는 사후 조치의 중요

불균등하고 보호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에

성을 이야기했다. 물론 사전에 방문간호사

서 오는 위협과 무력감을 쉽게 상상할 수

들에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부

있다. 찾동 방문간호사들은 30분에서 많

여하고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공식

게는 90분까지 방문대상자의 집에 머무르

적인 절차와 매뉴얼을 만드는 일은 매우

며 각종 검사, 상담 등을 진행한다. 때에 따

중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사후 조치라도

라서 다른 사업의 사회복지사와 동행할 때

요구하고 있는 배경에는 현재 있는 사전

도 있지만 대부분은 1동을 1명의 방문간

조치들이 간호사의 책임을 묻는 기제로 작

호사가 맡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가정을

동하기 때문이다.

방문한다. 김시현 그 대책이라는 게 예방하는 것이 아니 따라서 당연히 여기서 발생하는 감정노

라 사후에 이 사람을 관리하고 다시 업무에

동 및 성폭력, 폭력에 대한 취약성이 있다.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어야 하는데,

그러나 방문이라는 노동의 형식 자체에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런 게 없다는 거죠.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심화시키는,

다 사전이에요. 간호사에게 딱 그러죠. 왜 마

몇 가지 특수한 사업 성격이 있다. 첫 번째

스크 안 하셨어요. 왜 조심 안 하셨어요. 왜

는 대상자와의 관계 속에서 폭력에 노출되

사전에 확인 안 하셨어요? 이런 식으로요.

거나, 무리한 부탁을 받는 경우, 혹은 감정 노동 문제에 대한 예방 조치가 없고 사망

두 번째로 방문노동이 가지는 문제점들

자 최초발견과 같은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을 심화시키는 것은, 몇몇 자치구에서 개

후속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별 방문간호사들의 방문을 실적으로 수치 화한다는 점이다. 방문간호사들이 각 가정

김시현 대상자가 감금하거나, 음란물을 간호

을 방문하는 횟수는 그날의 스케줄에 따라

사의 휴대폰으로 보내거나, 간호사가 방문했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5개의 가정이다.

을 때 옷을 벗고서 성행위를 요구 한다던가 이런 문제들은 끊임없이 발생해요. 그렇다면

김시현 몇 개 자치구에서 그래프로 벽에 쫘악

이 문제에 대해서 후속조치라도 제대로 해줄

그려놓고, 방문간호사 당 방문 실적이 몇 건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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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딱 찍어 놓는 거예요. 그렇게 해놓고 실

김시현 대부분의 선생님이 쇼크를 받는 건 대

적이 안 나오면 그 방문간호사에게 보건소 관

상자가 돌아가셨을 때예요. 병원에서 대상자

리자가 전화해요. 실적을 채우지 못하는 것에

가 돌아가시는 것과 지역사회에서 내가 돌보

대해서 관리자가 그런 식으로 압박을 준다는

던 대상자가 돌아가시는 거랑은 간호사가 입

것 자체가 매우 문제가 있죠. 1등부터 쭉 줄

는 데미지가 차원이 달라요. 병원에서 돌아가

세운 다음에 그 간호사가 소속되어있는 동에

시는 분들은 그래도 의료상의 치료와 서비스

해당 방문간호사가 구에서 몇 등이라는 공문

를 다 받는 셈이에요. 지역에서는 돈이 없고

서를 보내요. 그럴 때는 정말 비참해지죠.

힘들어서, 가족들 하게 연락하고 싶지 않아 서, 버티고 버티다가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고

A 예를 들어서 어떤 날에 정말 힘든 일이 발

요. 간호사들이 대상자 집을 방문했을 때 최

생할 수 있어요. 몇 년간 관계를 맺어온 대상

초로 사망을 발견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때

자가 돌아가신 것을 최초 발견한다든지, 방

가 저희에게 가장 고비인 것 같아요. 이 대상

문 과정에서 폭력을 겪는다든지요. 그러면 당

자가 마지막에 의료적 조치, 서비스를 받은

연히 그 가정에서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돼

사람이 나였고, 그것이 정말 의료적으로 충분

요. 그런데도 그날의 실적은 채워야 하는 상

했나 계속 후회가 남아요. 그분들이 마지막

황인 거예요.

순간에 받은 의료 서비스라는 것이 간호사들 이 방문서비스를 통해서 혈당, 혈압 재는 것

이렇게 방문을 수치화하고, 공개하고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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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이라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그 정도였을

달’된 방문 숫자를 채우라고 압박을 받는

까. 내가 조금 더 설득해서 병원에 모시고 갔

것이 실제 일하는 노동자에게 어떤 위험

더라면, 퇴근 전에 한 번이라도 연락을 더 해

으로 작용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봤어야 했나, 연락이 두절된 가족들이라도 찾

방문간호사들 같은 경우에는 일상적으로

아냈어야 하나, 여러 가지 후회를 하게 돼요.

감정노동을 수행하며, 성폭력 및 각종 폭

이 과정에서 많은 방문간호사가 그만두기도

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 위

했어요. 많게는 3~4년 이상 계속 봐오던 대상

험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안전을 확보

자들이고 상황의 객관화가 굉장히 어려워요.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러

사실 더 큰 조처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

나 실적 중심의 관리 체계가 이 안전을 위

감이 들어 힘들지만, 보건소 의사를 지원 요

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개개인에게 실

청해서 방문 진료를 하더라도 대상자가 거부

제로 적용되는 복지 정책의 공백과 한계가

하거나, 어떤 실질적인 치료가 들어가지 않으

노동자가 개인적으로 대처하고 버텨야 하

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사실 큰 의미가 없어

는 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요.


체성의 혼란도 느끼고 있다. 업 무 관리자는 현 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보건소에 있고, 근태와 일 상적인 업무 교 출처 : 서울시

류는 동주민센 터에서 관리하 는 것이다. 근무 하는 동주민센터 에 1명의 방문간호사

복지 정책을 지탱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만 배치되기 때문에 정규직 공무원과의 차 그렇다면 방문간호사들은 직접 개별 방

별이나 소외감 문제도 있다. 정확히는 주

문을 통해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

민센터 소속이 아닌채로, 근무는 주민센터

한다는 형식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에서 이루어지는 애매한 위치에서 각종 주

하고 있을까. 점차 인구가 고령화되는 상

민센터 사업에도 동원되고 있다. 서울시

황에서 의료뿐 아니라 많은 복지사업이 방

는 현재 무기계약직인 방문간호사 인력을

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고

정년까지 두고서, 내년부터 새로 채용하

있지만, 그 복지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불

는 방문간호사는 간호직 공무원으로 채용

안전이 심각한 현실이다. 일차적으로 현재

하기로 했다. 기존 찾동 사업을 해오던 방

무기계약직인 고용 형태의 문제점이 있을

문간호사들의 처우와 노동실태와 당장 내

것이다. 사업의 50%가 비정규직인 상태에

년부터 본격화될 현장의 갈등은 전혀 고려

서는 아무리 복지사업을 수행하더라도 지

없이 사업을 확장 시행하겠다는 허울 좋은

속적인 역량과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고 흩

홍보만 있는 것이다.

어진다. 복지 정책을 공공의 책임이자 지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반드

속적인 지원체계로 인식하고 있다면 어떻

시 필요한 복지 업무를 수행하는 방문간호

게 그 사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50%를

사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책임을 전가하는

비정규직으로 충당하고 있는 걸까?

방식이 아니라, 더 이상 이들이 소모되지

또한 방문간호사들은 보건소 소속으로 서 동주민센터로 파견되는 것에서 오는 정

않도록, 건강과 안전에 위협받지 않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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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아흔아홉번 패배할지라도 단 한 번 승리 단 한 번 승리 / 바리케이트 넘어서 넘어 마침내 노동해방 / 멈출 수 없는 우리 의 투쟁 아무도 우릴 막을 수 없어 / 노동자 자본가 사이에 결코 평화란 없다” 1990년대 초 노동자문예창작단이 만든 노래 ‘가자 노동해방’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의 모습입니다. 지난 8월 29일 무더위가 가시는 날씨를 맞이할 쯤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요금소 외주업체 소속 요금수 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루 빨리 거리의 노동자들이 각자의 일상과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글 선전위원회 사진 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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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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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50대 여성 노동자들, 고공농성, 노숙농성하며 힘나는 이유 박순향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지부 부지부장 인터뷰

최민 상임활동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도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노동자였던 때가 있었다.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이렇게 흔해지기 전 얘기다. 1997년 외환위기 후, 도로공사가 요금소 수납 업무를 점차 민간용역업체에 위탁 운영하게 됐다. 용역업체 사장은 대부분 도로공사의 명예퇴직자들이었고, 계약 연장을 빌미로 요금수납 원에 대한 횡포가 만연했다. 노동자들은 도로공사의 지휘와 명령에 따라 요금 수납 업무를 하고 있다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 다. 법원은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1,2심에서 모두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 이 났다. 2017년의 일이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상고해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발표가 있었지만, 도로공사가 내놓은 건 ‘자 회사 전환’이었다. 대법원 판결만 나면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로서는 받아들 이기 힘든 제안이다. 게다가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소송에서 노조 측이 승소 하더라도 직접 고용으로 가지 않고, 자회사에 잔류하겠다’는 내용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6월 1일부터 일부 톨게이트영업소에서 자회사 전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 때부터, 자회사 전환을 거 부한 요금수납원들이 해고되기 시작했다. 7월 1일, 전국의 톨게이트 영업소를 자회사로 전환함에 따라 6천여명의 요금수납원 중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요금수납원 1500명이 일시에 해고됐다. 이와 함께, 6월 30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43명이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서울 톨게이트 지붕에 올랐고, 500여명이 청와대와 서울요금소 주변에서 노숙농성도 시작했다. 고공과 노숙농성 41일째인 8월 8일 박순향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지부 부지부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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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까지 하루살이 인생이었다. 단기간

로밖에 볼 수가 없다.

근로계약을 맺고, 계약 연장 때문에 온갖 눈치

7월 1일부로 대량 해고 됐지만, 우리한테는 지

를 보고 갑질을 당했다. 너무 억울해서 근로자지

금까지 잘려왔다는 생각이 있다. 내가 안 잘리면

위확인소송을 했고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옆 동료가 잘렸다. 아 소리도 못 하고, 싫다 소리

받았다. 이제 당연히 직접고용된다고 생각했다.

못하고 뒤돌아서 울고,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

그런데 자회사라니. 직접고용 회피하려는 꼼수

한숨 쉬던 시절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잘리던 삶

2019년 9월호


▲ 2019.8.8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지붕위에서 전화로 인터뷰 중인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지부 도명화 지부장

이니, 두렵지 않다.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

술을 못 먹는 조합원이 있는데, 회식 자리에 꼭

를 문다. 우리가 그렇다. 정규직 전환으로 해고

부른다. 대리기사로 쓰려고. 성추행은 비일비재

고통에서 벗어나자는 것이고, 대법원 판결에 자

다. 대리기사로 뒤에 사장 싣고 집에 가고 있는

신감이 있어서 더 잘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데, 갑자기 뒤에서 가슴에 손 집어 넣은 사례도 있다. 도로공사랑 위탁업체가 회식을 하면 비교

농성에 참여하는 여러 노동자들이 자주 하

적 젊고 예쁜 조합원들은 억지로 꼭 불려나갔다.

는 말이 ‘이기적인 요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끼리 못생겨서 다행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

임금 인상 요구도 아니고, 이미 법원에서 판

도였다. 회식 후에 노래방에 갔는데, 바지를 벗

결한 직접고용의무를 다하라는 것이다. 거기

은 도로공사 직원도 있었다. 6월에 여러 영업소

에는 고용불안을 매개로 수년 동안 당해온 위

돌며 싸울 때 해당 영업소 앞에서 그 직원 실명

탁업체 사장과 관리자들의 폭력과 전횡이 있

대면서 속 시원하게 망신주기도 했다.

다.

통행료 미납 운전자에게 부가통행료를 발행하 는데,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부가를 면제해야 한

“모여서 얘기해보니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다.

다. 면제 권한은 도로공사 본사에만 있는데, 전

중년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인데, 바로 그런 특

화로 요청했더니 ‘나랑 자면 삭제해주겠다’고 말

성을 이용하는 갑질들이다. 경상도에서 올라온

한 직원도 있다.

조합원 얘기다. 새벽 6시에 교대를 들어가느라

앉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지체 장애가 있는 직원

남편 밥도 못 차려주고 나왔는데, 출근해서 외주

들도 꽤 많다. 계단 다니는 게 어렵다든지, 의족

업체 사장을 위해 돌솥에 밥을 지어줬다고 한다.

이나 의수 쓰는 분들도 있다. 장애인 고용하면

전기밥솥에 지은 밥은 안 먹는단다. 1인용 돌솥

보조 수당이 3년간 지원된다. 3년이 지나면, 그

에 사장님 밥 지어주고 일 시작했다고 한다.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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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말로는 쓸모가 없는 셈이다. 서로 다른 영업

은행잎 뿐이다. 빌려 쓰는 경찰서 화장실 휴지통

소랑 장애인 직원을 교환한다. 너무 멀어 못 가

이 꽉 차면, 우리 조합원들이 봉투 가지고 가서

겠다 하면 계약 만료되는 거다.

직접 다 치운다.

조합원들에게 마이크를 줬더니, 이런 얘기가 터

노숙 농성은 3박4일씩 2조로 나눠서 교대하고

져나왔다. 우리가, 요금수납원이 얼마나 우스웠

있는데, 여성들은 집에 가도 나머지 3일을 제대

으면 이런 일이 이렇게 벌어졌을까 싶다.”

로 쉬는 게 아니다. 밀린 집안일 하고, 농성하면 서 내가 입었던 옷 몰아서 빨래하고, 다음 농성

하지만, 막상 싸움이 시작되자 그들이 무시

하러 올라갔을 때 가족들이 먹을 밑반찬 만들다

하던 바로 그 ‘중년 여성’ 노동자들의 저력이

보면 3일이 금세 지나간다. 그러면 다시 1인용

드러났다. 현재 한국노총 소속의 톨게이트노

텐트랑 돗자리 챙겨서, 전국에서 버스타고 기차

동조합 조합원들은 서울요금소 근처에서, 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거다.”

주노총 투쟁본부 소속의 노동자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

7월 1일부터 해고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히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200여명이 이렇게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급여가 나

장기간 노숙농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오지 않는다. 벌써 급여 없는 월급날이 한 번 지나갔다. 노동조합은 해고와 동시에 실업급

“처음 청와대 앞 노숙농성 시작했을 때 고데기

여를 신청하고, 실업급여 받아가면서 같이 싸

를 가져온 조합원이 있을 정도였다. 노숙농성이

우자고 설득했다. 첫 번째 월급날 조합원들이

이 나이대 여성들이 흔히 겪는 경험은 아니라고

충격 받지 않을까 걱정되었는데, 큰 흔들림

생각한다. 뭐가 뭔지 몰랐던 거다. 고데기는 챙

없이 지나갔다.

겼어도, 막상 텐트도 천막도 없이 맨바닥에서 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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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하나씩 덮고 잤다.

“생각보다 다들 정말 잘 해주고 있다. 청와대 앞

그런데 단 며칠만에 조합원들이 정말 잘 적응해

에서는 매일 저녁 6시 문화제를 한다. 열명씩 조

줬다. 대부분 중년이라 엄마 손이 한참 가는 어

를 짜서 트롯트 가사 바꿔 부르기 대회를 했는

린 자녀를 둔 조합원이 많지 않다. 도로공사에서

데, 준비하는 4시간 동안 팀별로 구석에서 노래

는 남편들이 투쟁을 방해하고 괴롭힐 거라고 생

틀어놓고 율동 준비하고,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

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조합원들이 ‘남편이 투

했다. 그걸 보고 톨게이트 지붕 위에 있는 조합

쟁하지 말라고 하면 이참에 갈라선다’고 농담 반

원들이 자기들도 참여하겠다고, ‘DOC와 춤을’

진담 반 말한다. 중년 여성들한테는 이혼 얘기가

노래를 ‘톨게이트와 춤을’로 바꿔서 가사 만들

두렵지가 않다.(웃음) 남이 해 주는 밥 먹고, 하

고, 핸드폰에 대고 불러서 녹음하고, 율동까지

루 종일 투쟁만 하면 되니 너무 좋다는 조합원

만들어서 공연했다.

들도 있다.

양대 노총에 5개 노동조합 조직 소속 노동자들

늘 집안 일 챙기던 여성들이라, 노숙 농성도 잘

이 함께 투쟁하고 있다. 한 조직도 아닌데, 같이

하는 것 같다. 자고 일어난 자리 청소, 분리수거

싸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친해지기 어

도 정말 잘한다. 매주 금요일은 서울요금소에 와

렵기도 하다. 하지만 수납원으로 십수년을 같이

서 지붕 위 동지들을 만나고 여기서 자는데, 우

살아왔다. 공동의 정체성, 끈끈함이 있다. 지금

리가 떠난 자리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건 가로수

도 도로공사는 나누고 회유하려고, 온갖 시도를

2019년 9월호


한다. 하지만, 함께 해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건강 문제는 없나?

있다.”

오늘도 설사가 심해서 한 분이 내려갔다. 우리 조합원도 한 명 진드기에 얼굴을 물렸는데, 진물

박순향 부지부장은 투쟁이 끝나면 조합원들

이 나고 퍼져서 내일 내려가기로 했다. 저는 발

과 같이 1박2일로 꼭 놀러가기로 했단다. 이

가락이 부러졌는데 일단 임시처방으로 붕대감

제 우리 노숙 잘 하니 버스만 대절해서 계곡

아뒀다. 토요일마다 인도주의실현의사협의회에

이든 바다든 산이든 가서 신나게 놀고, 아무

서 올라오셔서 진료해주시는데, x-ray가 안 되

데서나 하루 자고 오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니 한계가 많더라. 청년한의사회에서 수요일마

40일이 넘게 노숙하고, ‘사람 있을 곳이 못 되

다 오셔서 침도 놔주신다.

는’ 톨게이트 지붕 위에서 버티면서도 이런 신나는 약속을 할 수 있는 힘은 이기적인 싸

-정신적으로도 힘들지 않나?

움이 아니라는 자신감, 우리가 옳다는 확신,

힘든 것은 오히려 좀 무감각해졌다. 소음과 진동

수납원으로 함께 고생한 노동자 사이의 연대

때문에 잠 못자는 것도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

감이다. 인터뷰를 한 날 저녁에는 KBS ‘거리

런 상황에서 잠을 잘 자면 그것도 이상하다고 얘

의 만찬’에 ‘고속도로 로망스’라는 제목으로

기하고 받아들이자 했다. 서로 얘기하면 자꾸 눈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의 농성 이야

물짓는 분들도 있지만,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기가 방송됐다. 투쟁과 연대로 성장하는 노동

게 좋다 해서 얘기하는 시간 자주 가지려고 하고

자 이야기가 로망스다. 그리고 지난 8월 29일

있다.

대법원은 톨게이트 징수 노동자는 한국도로 공사 직원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아래 있는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밑에 있는 동지들이 잘 싸

톨게이트 지붕 위, 도명화 전국민주연합노조 톨

워줄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우리는 버티

게이트본부 지부 지부장

기만 하면 되지만, 밑에서는 시간을 내서, 몸을 움직여서 싸워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밑에 있는

<박순향 부지부장 인터뷰 후, 서울톨게이트 농

동지들이 우리를 걱정하고, 우리를 내려오게 하

성 현장으로 이동해 지붕 위의 도명화 지부장과

려고 애쓰는 마음에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생각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박순향 부지부장은 지붕 위

보다 잘 싸우고 있어서 매일 감동이다.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미안하다며 울었는데, 도 명화 지부장은 밑에서 싸우는 조합원들을 생각

-이렇게 잘 싸우고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하면 미안하다고 한다. 이런 끈끈한 마음이 조합

처음 하는 투쟁이라 잘할까 불안했는데, 지나고

원들을 계속 한 자리에 묶어 세워두는 것 같다.>

보니 처음이라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같이 버 틸 수 있는 동지들이 많고, 우리가 하고 있는 투

-매우 더울텐데, 어떻게 지내나?

쟁이 욕심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 우리

비 올 때는 비가 와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폭

가 옳다는 확신이 투쟁의 동력이다.

염이 오니 비오는 게 낫다. 그늘막 밖에 햇빛을 피할 곳도 없다. 더울 때는 그냥 죽은 듯이 숨만 쉬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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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안전과 생명은 가장 중요하기에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인터뷰

이숙견 상임활동가

파업 이틀 만에 극적인 노사 타협으로 통상임금 인상분 보전 대신 540명의 신규채용을 이루어낸 부산지하철 노 동조합의 타결 소식은 더운 여름날에 내리는 소나기처럼 시원함을 안겨주었다. 부산에서 가장 큰 사업장 중 하 나이며,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기관이기도 한 부산지하철이기에 조합원의 안전 과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소중하다. 지난 8월 30일,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 동지들을 만나 지하철 현장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위 협하는 여러 문제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안위원회의 활동, 그리고 과정에서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집행부와 독립적인 활동을 위한 위원회 형태로 출발

역노동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금속노조처럼 한 공장에 모여있거나 단일한 공정으로 되어있지

2011년부터 구성된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노 동안전보건위원회’(이하 노안위)는 집행부와는 독립적인 노안활동을 하기 위하여 시작부터 ‘위 원회’로 만들었다. 노안활동 자체가 연속적이고

않고, 여러 개의 지부에, 지부 또한 지역별로 흩어 져서 있고, 5,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여러 직종 으로 구성되어있는 곳입니다. 처음 노안위를 구성 하였을 때, 집행부에 따라서 매번 바뀌는 노안활 동가로는 활동 자체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판단이

조금은 전문적이기도 하기에 다른 노동조합의

들어서 집행부와는 독립적인 형태로 활동하는 ‘노

집행부처럼 노안활동가가 매번 바뀌는 방식을

동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지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는 각 지부에 1명씩 선임하여 구성하였으나, 현 재는 3개 지부-승무지부, 기술지부, 차량지부-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은 5개 지부-승무지부, 역

의 노안위원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4명이 구

무지부, 기술지부, 차량지부, 서비스지부(청소용

성되어 활동 중입니다. 타임오프 문제로 타 위원 회와의 활동 시간을 고려하여, 격주 4시간의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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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부산지하철 노동자 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까지 함께 고민하여 활동하고 있는 노안위원들이다. 왼쪽부터 정영민, 조영 호, 이동훈, 한규권

시간을 보장받고 있으며, 정기적인 노안위 회의를

부 고소고발 대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경전철

개최하고 있습니다.”

사업소에서 조합원이 발등을 다쳤는데 개인 병가 로 40일 이상 치료를 받았지만, 사측이 노동부에

5개 지부에서 적어도 1명 이상의 노안위원이

산재 발생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

선임되어야 그나마 각 지부의 여러 현황과 문제

습니다. 사측에 산재 발생 보고를 제기하였으나

점을 파악하고, 실제 현장 점검 활동 및 일상적인 노안 활동에 힘을 쏟을 수 있겠지만 현재 2개 지 부가 빠진 상태라 다소 힘들다는 이야기도 하였

계속 은폐하고 있기에 노동부에 고소 고발을 하게 되었어요. 이번 기회에 그동안 관행처럼 되어왔던 사측의 은폐 행태를 드러내고 되풀이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집중적인 대응을 하고 있고요. 공공

다. 하지만 일상적인 노안 활동은 전체 지부를 대

기관이라 이번 산재 은폐 건에 대하여 언론 보도

상으로 추진하고 있었으며, 특히 조직 전환 문제

도 나갔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서 사측의 산재

로 치열한 싸움을 진행 중인 서비스지부 조합원

은폐 근절은 물론 실제 조합원이나 지부 간부들도

의 여러 직업성 질환 및 산재 상담 활동은 꾸준히

산재가 발생했을 때 당연히 산재처리를 하게끔 하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측의 산업재해

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은폐 문제에 대한 대응 활동을 진행 중이었다 올해는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 6번

“최근 사측의 산업재해보고 은폐 건에 대한 노동

째 해이다. 2018년부터 노안위에서도 근골격계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5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추진해보고자 여러 준비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지역에서 석면공동대책

를 하였다. 하지만 올해 임금인상 및 신규 인원채

위원회 활동 등 많은 연대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

용, 교대제변경 등 노사 임단협 협상이 난항을 겪

특히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지하철이 운행된 지역

었고, 파업 하루 만에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540

이기에 과거 지하철 역사 내 석면을 많이 사용하

명 정규인원 충원을 약속 받았고 4조2교대 변경

였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이고 공공기관이기

이 2020년 7월이 되어야 시행될 수 있는 상황이

에 2012년부터 현재까지 지하철 역사 및 현장에

되었다. 더불어 서비스지부의 정규직 전환 문제

서 석면 해체 작업을 노안위의 감시감독하에 추

가 중요하게 남아있는 상황이라 본격적인 근골

진하였고, 그 결과 현재 대부분 석면은 제거가 된

격계유해요인조사는 2020년 7월이 되어야 추진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이 이용하지 않는 야

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

간시간에 제거 작업을 해야 하기에 노안위원들

선 지금부터 준비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 교대로 밤을 새워가면서 감시·감독을 하였고, 지속적인 노안위원회의 관심과 요구로 석면으로

“신규 인원채용 및 교대제 변경, 서비스지부 조직

부터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고 있다.

전환 등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하여 2020 년에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를 하기로

현실에 맞는 다양한 활동과 의제로 조합원에게 다가가

유예한 상황입니다. 현재는 그동안 유해요인조사 평가를 통하여, 보완할 부분을 논의 중에 있으며, 가능한 이번 유해요인조사에서 전체 작업자를 대 상으로 유해요인조사를 계획하고 있기에 외부 조 사기관 선정을 고민 중입니다. 사측은 공개 입찰 을, 노조는 노사합의로 선정할 것을 요구 중인데 아직 좁혀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신규채용 540명과 2020년까지 자연감소 (퇴직)인원 170명, 기술직 등 정규직으로 전환되 는 인원 300여명을 합치면 최대 4,700여명의 정 규인원이 될 예정이고, 서비스지부가 조직 전환이 되면 유해요인조사 대상 인원만 대략 6,000명 이 상이 되는 엄청난 규모가 됩니다. 3조2교대제에 서 4조2교대제 변경도 내년 3~4월 중으로 시행 계획을 잡았으나 승무지부의 준비 문제로 내년 7 월이 되어야 변경될 예정이기에 본격적인 근골 유 해요인조사는 2020년 7월경에 시작될 것으로 생 각됩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논의하고 준비해야지 요.”

“요즈음 안전사고보다 직업성 질환이 많이 발생 하는 거 같습니다. 최근에는 기술지부 시설사업 소 궤도지회 선로 현장의 작업자들에게 폐암, 천 식, 특발성 폐섬유화증 등 폐질환이 3건이 발생 하여 1건은 승인이 나고, 2건은 산재 신청을 준 비 중입니다. 아무래도 조합원이 근속 년수가 증 가하고 고령화가 되어 감에 따라 특히 폐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특히 궤도 쪽은 레일연마, 자갈 다지기 작업, 청소작업 등으로 엄청나게 많 은 유해물질-유기물질, 금속, 라돈, 석면, 페놀수 지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집진 설비 등 작 업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분진 노출을 100% 방지할 수 없기에 작업자들의 보호 구 착용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대부 분 불편하니깐 착용을 안했지만 지금은 주변 동료 들이 폐암에 걸린다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면 서 보호장구도 신경을 쓰는 편이죠. 그래도 여전 히 불편하니 착용하기 어렵다고 하는 조합원들이 일부 있어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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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

은 가족과 동료가 얼마나 힘든지를 여러번 봤기

인 노안위원회의 활동 이야기를 들으며 조합원

때문에 나와 조합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하

에 대한 애정과 노안활동의 중요성이 느껴졌다.

여 활동합니다.”

한편에선 노안 위원들만큼 노동안전보건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집행부와 지부 간부, 조합원의 태도에 아쉬움도 토로하기도 하였다.

조영호 노안위원 “25년 전 남동생이 산재 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지하철 입사 후 22년 동안 잊고 있다가 노안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죽었던 남 동생 일도, 입사 전 다른 회사에서 발생했던 동료

“현재 건강검진제도 개선을 위한 전면 검토작업

의 산재 사고도 기억이 났습니다. 가장 늦게 활동

을 하고 있습니다. 단협에 보장되는 특수검진이나

을 시작한 노안위원이지만 역량강화를 위하여 스

여러 검진에서 이중 삼중으로 겹치는 항목이 많기

스로 노력중이며, 교육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무

에 조합원에게 꼭 필요한 항목을 선정 중이며, 안

엇보다도 안전과 생명이 중요하니깐요.”

전보건관리규정도 정신보건 부분을 강화해서 변 경하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최근 공공기관 안전 관리 가이드에 맞추어서 할 일이 많아졌어요. 향 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도 좀 더 공신력 있 는 기관을 선정해서 잘하고 싶은데.... 사실 힘든 부분은 이러한 노안위원회의 활동과 고민을 집행 부와 조합원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입니다. 이미 5명으로 구성되어야 할 노안위원이 3명밖에 없는 상황이고,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노 안위에서 제기하는 문제점과 요구를 제대로 이해 하지 못할 경우가 있기에 힘들 때도 많습니다.”

이동훈 노안위원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시작할 때 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 금까지 활동하면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행부와 조합원에게 바라는 것은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노안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활동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규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 동기가 전기 감 전으로 사망했던 경험이 있기에, 다시는 다른 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에게 그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라기에 활동

특히 부산지하철은 노동자의 안전이 곧 시민의

을 하고 있습니다. 노안 활동이 힘들고 어렵다고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기관이기에 힘듦이 있어

소문은 많이 났지만 그만두면 안되는 가장 기본

도, 꾸준히 지속하겠다는 노안위원들의 다짐을

적인 노동조합 활동이기에 힘들어도 하고 있습니

들으면서, 집행부와 조합원이 좀 더 노안활동에

다.”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활동에 함께하기를 기대 하면서 노안위원들의 마지막 발언 내용으로 정 리하고자 한다.

정영민 노안위원 “몸이 건강해야지 노동을 할 수 있죠. 가족이나 동료가 산재를 당하면 나머지 남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7


노동시간읽어주는 읽어주는사람 사람 노동시간

핵발전소 노동자가 치르는 거짓의 대가, 저선량 피폭

출처 : 미국 HBO 드라마 <체르노빌>의 한 장면

박기형 상임활동가

요즘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라마가 있

했다. 각 잡고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에, 마음

다. 바로 미국 HBO에서 제작한 <체르노빌>이라

을 굳게 먹고서 5시간에 걸쳐 손에 땀을 쥐고 시

는 5부작 드라마다. 그동안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청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난 후, 하

조명한 여러 다큐멘터리, 영화, 에세이 등이 있었

나의 대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많은 사람이 명

지만, <체르노빌>은 드라마로서의 높은 완성도

대사로 꼽을 정도로 원전 문제의 핵심을 함축한

와 긴장감 그리고 선명한 문제의식 등으로 사람

질문이자 드라마를 여는 레가소프의 첫 마디. “거

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원전 사고 당시 상황과 사

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고 대응 및 조사 과정 전반에 이르기까지 체르노 빌 원전 사고를 섬세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고 있다. 이에 넷플릭스만 구독하던 필자는 부랴 부랴 왓챠플레이를 구독하고서 5부작을 정주행

38

2019년 9월호

인류가 자초한 최악의 재앙으로 손꼽히는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 11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핵발전소 노동자의 저선량

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자연스레 떠올리

피폭

게 한다. 두 참사 모두 우리가 마주할 수밖에 없었 던, 거짓의 대가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에도 탈원전 논의

드라마 <체르노빌>에서 무채색에 가까운 이미지

가 촉발되면서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로 펼쳐 보인 비참함, 즉 황폐해진 삶의 터전과 자

이야기에 주목하는 책들이 출간되었다. 그중 한

연, 피폭으로 인해 죽거나 다친 사람들과 살처분

권을 꼽자면, 반핵의사회·사회건강연구소가 공동

당하는 동·식물 등 사회와 자연이 송두리째 파괴

기획한 『핵발전소 노동자』(테라오 사호 저, 박찬

당한 참혹한 현장 말이다.

호 역, 2019, 건강미디어협동조합)가 있다. 이 책

특히 드라마 <체르노빌>에서는 피폭을 당한 원

은 핵발전소 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 일상적으로

자력 부근 주민의 아픔뿐만 아니라 발전소에서 일

벌어지는 피폭 및 각종 사고, 발전소와 국가의 조

한 노동자들과 이미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직적 은폐, 나아가 다단계 하청을 통한 위험의 전

또는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 살인적인 수준의 방

가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인 테라오 사호는 이 책

사선에 그대로 노출되며 고군분투한 소방관, 군

에서 「나는 알 수 없어요」01라는 노래를 언급한다.

인, 의료인 등 수많은 노동자의 얼굴과 몸짓을 볼

그 노래의 가사 중 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핵발

수 있다.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전소에서 노가다 일로 방사선에 피폭된 아저씨가

모른 채, 그것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파괴해버릴

벌레처럼 약해지는 데도 도시의 밤은 묵살한다.’

수 있을지 알지 못한 채 그들은 온몸으로 거짓의

우리가 아름다운 도시의 야경을 즐기는 순간에도

대가를 받아안아야 했다.

빛을 만들어내는 핵발전소 노동자의 생명은 점차

그 참혹한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거짓의 굴레를

빛을 잃어간다.

뒤얽히도록 한 사람들, 아니 그 사회는 어떤 책임

드라마 <체르노빌>을 본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

을 졌는가. 우리는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보면, 다들 하나 같이 심각한 수준의 방사능 노출

있을까. 오히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확인

에도 아무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심지어 마

할 수 있었듯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벌어진 지

스크도 제대로 끼지도 않고 방사능 피해자를 만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거짓의 굴레가 우

거나 폐기물을 치우는 등의 모습을 보며 경악을

리를 짓누르고 있다. 언제 또다시 사고가 벌어지

금치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헛웃음 나는

지 않으리라고 예측할 수 없기에, 우리는 언젠가

끔찍한 상황은 비단 무너져가는 소련, 가난하고

또 한번 거짓의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하지

꽉 막힌 ‘사회주의’ 사회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

만 거짓의 대가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만 치러지

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유롭고 평등한 ‘자본

는 게 아니다. 거대한 수준의 참사가 벌어지지 않

주의’ 사회에서도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거기

더라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거짓의 대가를 치르고

서는 국가의 체면 때문에 거짓말했다면, 여기서는

있다. 다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치르고 있을

자본의 이윤 때문에 거짓말하는 게 유일한 차이일

뿐이다. 그 ‘다른 누군가’는 바로 ‘핵발전소 노동

뿐이다. 핵발전소가 돌아가는 작업현장에서 위와

자’들이다.

01 해당 노래는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_ bD0NWIuqYw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39


같은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 방사능 수치 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장면은 의미심장하

객관적·과학적인(?) 피폭 선량 기준 아래 은폐된

다. 원자로의 핵연료를 담고 있는 노심이 폭발하

저선량 피폭 문제

지 않았다고 사안을 축소하고 싶은 이들은 측량 한계가 낮은 기계의 수치를 그대로 따른다. 그래

거짓은 단지 핵발전소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

서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그 기계

위험 상황을 은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

가 측량할 수 있는 최고치가 나왔음에도 말이다.

히려 그런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기 전부터 노동자

결국, 고성능 측량 장비를 통해 원자로가 폭발했

들은 일상에서 언제나 방사선에 노출된다. 병원에

음을 확인한 후에야 순순히 인정했다. 이미 수십

서 방사선 검사 및 치료를 하는 사람이 방사선에

시간이 지난 후였고, 엄청난 양의 방사능에 수많

노출되지 않을 수 없듯이,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은 사람이 노출되고 수백km의 지역이 오염된 후

노동자들도 ‘당연히’ 방사선에 노출된다. 문제는

였다.

‘당연히’라는 말을 어떤 의미로 해석할 것이냐다.

이와 같은 일이 핵발전소에서 일상적으로 벌어

핵발전소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거짓은 위험

지고 있다. 위험이 입증되지 않았으니 안전관리

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시작된다. 혹자는

비용이나 인건비를 들이지 않으려는 태도, 저선량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핵발전소에서 방사선에 노

피폭이 있었다고 하지만 기준상 위험하지 않았고

출되지 않고 어떻게 일하라는 말이냐. 핵발전소는

그게 정말 암을 비롯한 특정 질병의 발생에 주요

원래 위험한 곳이다.” 그 이후엔 위험이 당연하다

원인이라고 입증되기 어려우니 산재 인정을 하지

고 전제하고서 어느 수준이 정말 위험한 것인가를

않겠다는 논리 등.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책

묻기 시작한다. 인체에 유해한 방사능의 수준, 즉

임자들처럼 저선량 피폭의 유해성이 아주 오랜 뒤

한계선을 설정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피폭 선량

에 입증되면, 그때에야 피폭자들에게 보상하고 안

기준을 각종 연구를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전조치를 취할 것인가?

도출하려 한다.

정말 우리가 방사능의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하지만 정말 피폭 선량 기준은 객관적·과학적

안전하게 지키고자 한다면, 불확실하기에 최대한

인가? 아니다. 반대로 피폭 선량 기준은 자의적이

안전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 일상에서부터 모

다. 왜냐하면, 고선량 피폭의 위험성은 명확하지

든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비하는 것, 조그만 방사

만, 저선량 피폭의 위험에 관해서는 여전히 불확

선 노출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관리하는 것 등이

실하기 때문이다.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지, 어떤

아닐까. 그러한 원칙들에 입각할 때에야 비로소

인과관계로 그렇게 되는 건지, 발병까지 어느 정

거짓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아가 거짓의

도 기간이 걸리는지 등 여전히 논쟁이 벌어지고

대가를 핵발전소 노동자가, 아니 우리 사회구성원

있다. 그러나 혹자는 불확실하기에 입증되지 않았

모두가 치르지 않을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할 수

고 그래서 유해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주장

있을 것이다.

한다. 이 점에서 드라마 <체르노빌> 1화에서 사고의

40 2019년 9월호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출처 : pixabay

누구를 위한 D1*인가

오후 느즈막이 진료실 안으로 노동자 두 분이 불쑥 들어왔다. 그날도 200명 가까이 진료를 본 터라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남은 시간 버텨

“청력이 상당히 안 좋네요. 시끄러운 데서 오 래 일하셨어요?” “저랑 같은 팀에서 15년 동안 일해 온 친구입

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최대한 사무적인 말투

니다. 워낙 성실하고 착해서 건설현장 데리고

로 “한 분은 밖에서 기다리다 순서대로 들어오

다니면서 용접도 가르치고 함께 먹고 자고 해왔

세요.”라고 했다. 쭈뼛쭈뼛 서 있던 두 분 중 50

는데 귀가 많이 안 좋다고 하네요. 이번에 들어

대쯤 되어 보이는 분이 청력 재검 결과지를 내

가는 사업장에서는 D2(일반질병 유소견자) 판

밀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 친구 청력 검사

정 까지는 일을 할 수 있는데 D1(직업병 유소견

결과입니다. 잘 좀 봐주십시오.” 양쪽 청력 모두

자) 받으면 일 못한다고 합니다. 잘 좀 봐주십시

상당히 안 좋은 상태였다.

오.”

* 특수건강진단의 판정 소견으로 D1은 직업에 의한 질병이 의심되는 경우를, D2는 직업 관련성이 적은 일반적인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저자 주)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41


왼쪽 청력은 어려서부터 안 좋아서 장애 판정

라는 이유만으로 사업장이 채용을 꺼리고 있다

을 받았다고 하는데 오른쪽은 일하면서 나빠져

는 말이다. 이렇게 D1의 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버렸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오른쪽은 직업력,

무엇인가. 보건관리자에게 물어보면 백이면 백

소음성 난청의 특성, 손상된 정도까지 D1에 부

소음에 대한 관리 감독이 들어올까봐 사업장에

합하는 소견이었다. 왼쪽이 안 들리니 오른쪽에

D1 노동자가 아예 없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귀마개를 할 엄두도 못 내었을 것이다. 성실했 다니 더욱 더…. 하지만 피곤함을 핑계로 사람

그렇다면 실제로 D1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은

이 얼마나 매정해질 수 있는가. 다소 짜증 섞인

모두 강력한 소음 관리 감독을 받는 것일까? 또

말투가 튀어나왔다.

는 배치 전 검진에서 D1을 받은 노동자를 채용 한 것만으로도 그런 관리 감독이 시작되는 것일

“제가 이렇게 오시는 분들이 한 두 분도 아니

까? 전자에서도 제한적일 것이고, 적어도 후자

고 이전에 이런 소견으로 오셨던 분들은 모두

에 있어서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것이 맞다.

D1을 받아가셨는데 특별히 D2를 드릴 수는 없

또한, 원칙적으로는 배치 전 건강 진단이 노동

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결과 나오는 대로 제출

자의 건강 보호 목적 이외에 (채용 상의 불이익

하셔야겠어요.”

과 같은)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 못하게 되어 있

“선생님, 이 친구 생계가 달려있어서 그렇습니

다.

다. 일하다가 좀 나빠지긴 했지만 일하는데 전 혀 지장도 없고 이제 30대인 친구가 이렇게 되 어버려서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하겠습니까.”

결국 소음성 난청이 있는 노동자들만 보건관 리자 혹은 근로감독관의 잘못된 인식과 배치 전

“제가 그런 사정을 다 봐드리면 한도 끝도 없

건강 진단의 잘못된 활용으로 채용 상의 불이익

습니다. 사정에 맞춰 판정이 나가면 그 판정이

을 받고 있다. 이제는 ‘소음성 난청을 가진 노동

뭐가 됩니까.”

자를 채용’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채용하지 않아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그날 저녁 내내, ‘그 판정이 뭐가 됩니까.’가 아 닌 ‘그 판정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라는 생각

점을 보건관리자들에게 주지시킬 수 있는 계도 가 시급하다.

이 떠나질 않았다. 소음성 난청으로 판정하는 것이 그 노동자의 건강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특수건강진단으로 발견된 직업병, D1의 97% 가 소음성 난청임에도, 전혀 관리되지 않는 노 동 환경의 소음으로 인해 한 번, D1 판정자라는

일터에서 망가진 귀 때문에 다시 일터에 돌아 갈 수 없는 상황. 심지어 사업장에서는 D2는 채

낙인으로 또 한 번 고통 받는 노동자를 보며 도 대체 누구를 위한 D1인가 되묻고 싶다.

용이 되어도 D1은 채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소리를 못 듣는 것으로 발생하는 작업의 위험과는 상관없이, 직업 관련 소음성 난청이

42

2019년 9월호

권종호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선전위원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노동 존중 인간에 대한 예의

TV를 보다가 가끔 사람이 화를 내면서 상대방

고객 갑질로 회자되었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면상에 물 잔을 끼얹는 장면을 종종 보았을 것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다. 한층 더 나아가 김치로 싸대기를 때리거나 삼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는 “회사 일 때문에 스

겹살로 싸대기를 때리는 장면까지 있었으니 다음

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한순간에 감정이 폭발했

엔 어떤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할지 제작자들의

다”라고 진술했다고 전해졌다. 물론 가해자가 해

고민이 클 것이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문득 생각

서는 안 될 일은 한 것은 맞다. 하지만 ‘과연 회사

해 보았다. “내가 싸대기를 때려본 적이 있었나?”

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저토록 감정이

청소년기 이후에는 없었던 것 같다. “물 잔을 끼

폭발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얹었던 적은 있었나?” 이건 기억이 없다. 흔히 드

것이 아니라 가해자 또한 회사에서 인간으로서

라마나 영화에서 마치 일상에 벌어질 수 있는 일

존엄성을 무시당하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는지 잠

처럼 묘사되는 이런 해괴망측한 광경은 일생을

시 생각해 보았다.

살아가면서 거의 경험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험 해서도 안 될 일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2018년 7월 정부 관계 부처 합동으 로 「직장 등에서 괴롭힘 근절 대책」을 발표한 이

2018년 패스트푸드 판매점에서 햄버거 세트를

후 발생한 사건이라 나의 관심은 직장 내 괴롭힘

주문했는데 단품이 나오자 순간 흥분한 고객이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정부는 직장 내 괴롭

노동자에게 햄버거가 든 봉투를 투척한 사건이

힘 개념에 대해 ‘직장에서 노동자의 신체적·정신

있었다. 당시 재벌 갑질 등 사회적으로 갑질 문제

적 건강을 침해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

가 이슈가 되었던 상황이라, 이 사건 또한 한동안

하는 행위’라고 설명하였다. 현재 「근로기준법」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43


의 조항보다 한층 더 광범위한 개념으로 정의한

발생하지 않고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

것이다. 즉,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

기 위해서 무엇보다 ‘인권 감수성’에 대해 사회적

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포괄적으로 정의할 경

으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 평등,

우 법 적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직장 내

존엄, 다양성 등에 대한 공감 즉, 타인의 자유, 타

괴롭힘 행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는 적절한

인의 평등, 타인의 존엄, 타인의 다양성을 공감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는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사람 중심의 고용노동부’라는 표어는 인권 감수성

최근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상담이 급증

을 이야기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잘 뽑아낸 표어라

하고 있다. 실제 회사 측에 고충을 접수하여 정식

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노동 존중 사회를 고민한다

조사와 징계 조치까지 이어지는 일도 늘어나고

면 노동인권 감수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나이와 성

있다. 상담하거나 조사위원회 활동을 하다 보면

별,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해야 할 때이다.

괴롭힘 행위의 가해자들에게서 공통적인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우위, 업

노동하는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태도와 감수

무의 적정범위 등 법률적 판단 기준을 고려하기

성을 키우고, 노동인권을 옹호할 수 있는 권한을

전에 일정하게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서 유사한

강화하기 위해 노동의 가치와 태도를 변화시키는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일단 상급자나 권한을 가진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 존중이라는 의미에 대

자에게는 지극히 공손하다는 것이다. 반면 직급

한 이론적 접근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 타인

이 낮거나 나이가 낮은 상대방에 대해서는 우월

을 대하는 태도라고 인식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은

적 지위를 악용하여 절대적 권위를 내세우는 모

상당히 많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물론

습을 보이는 것이다.

나도 존중받는 결과이다. 이미 여러 차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글을 썼지만, 또 이 글을 쓰게 된 이

최근 상담 사례를 보면, [1] 하급자에게 회식 자

유는 최근에 나도 놀랄 정도로 직장 내 괴롭힘 관

리에서 “야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내가 누군지

련 상담과 사례가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과거

알아? 너 내가 내일 사표 내고 넌 오늘 죽었어”,

의 사건을 처리하는 것도 벅차지만 더욱 중요한 것

[2] “진열대를 다 정리하기 전에는 퇴근하지 말아

은 노동 존중에 대한 인식, 노동인권 감수성을 키

요. 오늘 혼자서 다 하고 사진 찍어서 보내세요”

우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

[3] “아까 설명했는데 또 기억을 못 하나요? 10번

다.

도 넘게 설명했는데 기억을 못 하면 나보고 어떻 게 하라는 거죠?” 등 이미 상대방을 무시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기거나 얕잡아보고 마음대로 해 도 된다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 놀라 운 것은 이런 상황을 경험한 노동자들이 너무 많 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례들을 대수롭지 않 게 여기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들이

44 2019년 9월호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노동자 건강 상식

가을철 열성 질환

더웠던 여름은 점차 물러가고 아침, 저녁으로

가장 많은 빈도의 쯔쯔가무시병

선선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 성큼 가까이 왔음 을 느낍니다. 야외활동이 많아짐에 따라 가을

세 가지 질환 중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철 3대 전염병으로 불리는 쯔쯔가무시병, 유

질환은 쯔쯔가무시병(Scrub typhus)입니다.

행성 출혈열, 렙토스피라증과 같은 열성 질환

매년 약 1만 건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또한 증가합니다.

있으며 치명률(사망자 수/환자 수)은 약 0.1%

이 질환들은 초기에 진단과 치료가 되면 큰

로 높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

후유증을 남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열, 두통,

생하며 90% 이상이 10월과 11월에 집중적으

근육통, 오한 등의 초기증상은 감기로 오인되

로 발생합니다. 주로 농촌에서 일하는 노인에

기 쉽고,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여러가지

게 발생하며 산·들과의 접촉이 많은 군인, 등산

합병증을 유발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객에서도 발생합니다. 쯔쯔가무시병은 쥐에 기

있습니다. 이번 <일터>에서는 서로 비슷한 증

생하는 진드기 유충이 사람의 피부를 물면서

상을 가지고 있으나 각각 다른 원인으로 인하

상처가 생겨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Orientia

여 발생하는 가을철 열성 질환에 대해 알아보

Tsutsugamushi)균에 감염이 되면서 생기는

고자 합니다.

질환입니다. 1~2주의 잠복기를 거쳐서 고열, 오한, 두통, 피부발진과 림프절 비대가 발생합

▲ 쯔쯔가무시병의 진드기(왼쪽)와 가피(eschar), 사진출처 :질병관리본부

노동자 건강 상식

45


니다.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서 피부궤양이나

빠르게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행하여 사망에 이

매우 특징적인 검은 딱지(eschar)가 생깁니다.

르게 됩니다. 치사율은 10~30%로 높은 편입니

항생제를 사용하면 48시간 이내에 대부분의

다. 일반적으로 농·축산업, 임업에 종사하는 집

증상이 좋아지며 타인으로의 전염의 우려는 없

단,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 등 진드기와 접촉 기회

습니다. 아직 예방 백신은 없으므로 진드기에

가 많은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하며, 의료기관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 중증의 SFTS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 지역사 회에서 SFTS 환자와 함께 거주한 가족에서도 감

가피는 남기지 않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염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직 확고하 게 효과가 증명된 치료법은 없으며 보존적 치료

가을철 3대 열성 질환은 아니지만 최근 많이 이

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게 되는 것이 일반적으

야기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로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

의 예방입니다.

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입니 다. 주로 작은 소피참진드기에 매개되어 발생합

등줄쥐 배설물의 호흡기 전염, 유행성출혈열

니다. 진드기에 매개된다는 점에서 쯔쯔가무시

유행성출혈열(Hemorrhagic fever with renal

병과 유사하지만 쯔쯔가무시병은 쯔쯔가무시균

syndrome, HFRS)은 늦봄과 늦가을에 등줄쥐

에 의해 발생하여 가피를 남기는 특징이 있지만,

의 침이나 배설물에 포함되어있던 한탄 바이러스

SFTS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가피가 없다는 점

(Hantaan Virus)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질병

에서 다릅니다. 2007년 처음 중국에서 보고된 이

입니다. 호흡기로 전파되기 때문에 쥐에 물리지

후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해마

않아도 감염될 수 있어 예방이 쉽진 않습니다.

다 증가하고 있으며 2017년 국내에서 약 300명 의 환자가 발생하였습니다.

1951~1954년 한국전쟁 당시 주한미군에서 약 3,000명의 출혈성 경향을 보이는 발열 환자가 발 생하였으며 이 중 수 백 명이 사망하였는데 당시 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 이었습니다. 이후 연 구를 거듭하여 1976년 이호왕 박사가 바이러스 를 처음 분리하여 바이러스를 발견한 한탄강의 이름을 따와 한탄(Hantaan) 바이러스라 명명하 였습니다. 매년 300~40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 하고 폐부종, 출혈, 신부전 등으로 사망할 수도

▲ 작은소피참진드기, 비흡혈(좌), 흡혈(우), 사진출처: 질병관리본부

46

있는데 사망률은 약 7% 정도입니다.

SFTS에 감염되면 고열이 나고 설사, 구토 등

고열, 오한, 두통 등의 증상 이후에 점차 혈압이

소화기 증상을 호소하며 혈액검사에서 혈소판 및

떨어지고(저혈압기) 소변이 나오지 않고(핍뇨기)

백혈구 수 감소가 동반되며 회복되지 않는 경우

소변이 다시 다량 나오면서(이뇨기) 회복되는 것

2019년 9월호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모세혈

앞서 언급한 다른 두 질환과 달리 발열은 심한

관의 투과도가 증가하여 출혈 성향이 발생합니

편은 아니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폐렴, 간부

다. 백신이 개발되어 있으나 예방효과에는 논란

전, 신부전, 심근염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

이 있습니다. 군인이나 산과 들에서 야외활동이

할 수도 있어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많은 경우에는 예방접종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

하겠습니다. 치료는 수액공급 등의 대증치료와

다.

함께 항생제를 투약합니다.

▲ 등줄쥐

▲ 렙토스피라 균,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피부상처를 통한 렙토스피라증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Leptospira -interrogans)균에 의해 발생합니다. 연 50건 정 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서 비교적 빈도가 적 은 편입니다 개, 소, 돼지 등의 배설물에 포함된 렙토스피라균이 흙, 지하수, 개울, 논둑물, 강 등 에 오염되어 있다가 피부 상처를 통하여 인체로 감염됩니다. 렙토스피라증은 집중호우나 홍수 이 후 유행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렙토스피라증은 1~2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갑작스러운 발열과 오한, 두통, 눈의 충혈, 심 한 근육통을 호소합니다. 하지 근육통이 심해 걷 지 못할 정도로 아플 수도 있습니다. 중증 감염 환자의 경우 황달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런 경 우에는 호흡부전으로 인해 많게는 30% 정도까 지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47


문화 읽기

어떤 기다림, 어떤 사랑노래 낭독노래극 <기다림>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아닐 겁니다. 아닐 거예요” 출처 :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준비위원회

어머니 “좀 더 조심하라고 말해줄걸. 대충 하라고 말해줄걸. 모든 게 내 잘못 같 습니다. 그놈 마지막 모습이 지워지 지 않습니다. 잠을 잘 수도 없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 사수 낭독노래극을 보면서 내내 생각했다. 기다림은 고통이구나! 아들을 잃은 엄마에게는 강허달림의 노랫말처 럼 “기다림이란 설레임”이 될 수 없다. 한낮의 태 양을 받으며 어두운 극장으로 들어서듯이. 가족 을 잃은 자에게 기다림은 빛이 어둠으로 들어가 는 것이 아닐까.

사건 당시를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서 나는 잠시 멈칫했다. 당사자인 어머니와 동료에게 사건 당 시를 직접 재현하라는 것은 과연 괜찮은 일인가. 고통받는 이를 굳이 고통의 사건 현장으로 소환 할 필요가 있을까. 이것은 윤리적으로 괜찮은가. 아직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수많은 질문을 뒤로 하며 노래극을 본다. 아니, 본다는 말로는

지난 8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충분하지 않다. 고통이 피부로 스며드는 것 같다.

고 김용균 님의 사건을 노래극으로 꾸민, 낭독노 래극 <기다림>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이다. 1막 에는 김용균 님이 살았을 적의 모습과 어머니와 단란하게 지낸 모습이 생생하다. 생생해서 더 쓰

김미숙 님이 연습하며 수없이 상기시켰을 그 날 의 기억들이기에 우리는 기꺼이 고통과 마주한 다.

라리다. 2막에서는 김용균 님의 사고 당시 상황 도 담았다. 어머니만이 아니라 동료들이 사고를

맞잡은 고통들

접할 때도 그렸다. 여기저기 눈물 소리가 들린다. 훌쩍훌쩍…

고통받는 자는 고통 받는 자의 손을 마주 잡는 다. 고통이 영혼을 잠식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48

2019년 9월호


누군가 곁을 지키며 위로하는 자가 있을 때이다.

이나 <혼자 남겨진 삶>을 들으면, 살아남은 자의

그러하기에 고통의 감각은 연대로 이끈다. 설령

고통이, 남겨진 자의 사랑과 다짐이 느껴진다.

그 고통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을지라도. 들을 수 없을지라도.

“너 없는 세상을 산다는 것은 껍데기만 남아서 사는 것 같아. 너의 흔적과 추억을 더듬으며 애써

3막은 고통의 연대와 투쟁을 그렸다. 김용균 님 처럼 쉽게 죽어간 현장실습생 이민호 님과 세월

살아야할 이유를 찾는다.” - 혼자 남겨진 삶(김미 숙 작사, 강찬영 작곡)

호 참사 유가족도 그려진다. 노동자의 안전보다 는 이윤을 생각하는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부둥켜안은 관객들

동료들의 싸움도 나온다. 싸우니까 고통 속에서 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먼저 간 이와의 약속을 다짐한 사람들은 가족들 만이 아니었다. 죽음의 외주화를 끝내기 위해, 재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기다림이란 행

난 참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 일어선 사람들이 있

동이구나. 사랑하는 대상이 부재한 가운데 이루

다. 그들은 관객이기도 하다. 노래극이 끝나자 사

어지는 기다림은 죽은 자의 소망을 대신 이루려

람들이 김미숙 님에게 모여든다. 붉어진 눈으로

는 것이다. 망자를 대신해 행동함으로써 죽은 자

김미숙 님의 얼굴을 보고 손을 만지고 등을 토닥

는 현존할 수 있다. 죽었으나 죽지 않은, 단지 기

이며 말을 건넨다. “힘들어서 어떻게 이걸 연습했

억하는 것을 넘어 그를 살아 있게 하는 일이다.

어?”, “노래 잘하시네요.”, “용균 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따뜻하다.

김미숙 님도 함께 하는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도 비슷한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그녀를 부둥켜안은 사람들 대부분은 투쟁하는

위해 모였다. ‘다시는’ 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벌법을 만들려는 것도 기업책임자들을 엄벌해야

시민들이었으며,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

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망자를

는’ 가족들이었으며, 민주화가족운동협의회(민

대신해 동료들을, 노동자들을 죽지 않게 하려는

가협) 어머니들이었다. 불의한 폭력적인 권력에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기억된다.

맞서 함께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기약 없을 것 같 은 기다림 속에서도 더 끈질긴 투쟁을 할 수 있는

그러나 여전히 아리다 행동하는 기다림이라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것은 이들 때문이겠구나. 노래극이 끝난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의 미소들

아리다. 온몸이 매일매일 아프다. 타자는 차마 알

이 아름답다. 소망이 이루어지는 미래에 이 사진

수 없는 하염없이 반복되는 고통…. 그 고통을 노

은 어떻게 기억될까. ‘김용균’이라는 빛이 웃음소

래로 달랜다. 김미숙 님의 노래는 그래서 아리고

리로 들려올 날을 상상해본다.

아름답다. 김미숙 님이 직접 작사한 <아이를 보내면서>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문화읽기

49


출처: 도서출판 짓다

발칙 건강한 책방

근대화가 열어놓은 타자들의 시공간 『타자들의 시공간을 열다』 황지영. 2019. 도서출판 짓다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다. 지금

유의 체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식민지

으로부터 100년 전 천도교, 불교, 기독교계를 중심

시기에 집중한다고 밝힌다. “유사한 사유의 체계란

으로 민족 대표들과 학생들은 독립선언서를 낭독

지금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방식, 즉 나와 타자의

하고 행진했다. 올해 3·1절에는 여학생과 류관순의

공간을 구획 짓고, 질서를 기반으로 한 사고와 제도

얼굴을 떠올리며 사뭇 다른 기념절을 보냈던 거로

를 수용하며, 이성과 관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기억한다. 민족운동의 주체를 ‘여성’의 얼굴로 바꾸

것만을 믿으려는 태도”라 설명한다. 말하자면 그

는 기념비적인 시간이 우리에게도 도착한 것이다.

체계란 동시대적 ‘합리성’으로 작용했을 ‘이성’에

100년의 간격을 두고 1919년과 2019년은 서로를

대한 믿음의 ‘구조’라고 다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2019년도의 책, 『타자들

비가시적인 것이 가시적인 것으로 다뤄지며 지

의 시공간을 열다 –식민지 소설과 공감의 상상력』

식의 대상이 되고, 말과 사물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

은 식민지 시기를 다룬 소설들을 읽고, 그 시간에

되는 동안, 근대화라는 격자는 시계, 학교, 전화, 라

대한 서사 속에서 ‘근대’를 꺼내와 근대화되지 않은

디오 등으로 퍼져 나갔다. 그럼에도 거기에는 “그

것들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한다.

틀 밖으로 계속해서 삐져나오는 ‘잔여들’”이 존재

식민 지배에 저항하고 민족의 자결을 주장하던

하고 있었으며, “근대의 지식체계 속으로 회수되지

그때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근대’에 대

않는 근대의 잔여들이 여기저기에서 출몰하여, 근

하여 질문한다. 식민지 공간 속에서 ‘근대화’라는

대라는 시공간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기획은 어떻게 미끄러졌는가? ‘근대인’되기는 어떻

염상섭의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통해 드러낸

게 냉소의 대상이 되었는가? 등의 질문을 소설 속

다. 저자는 소설에서 개구리의 배를 갈랐을 때 김이

에서 찾아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식민지 소설에

모락모락 올라오는 장면을 작가가 자료 조사라는

주목하는 이유는 식민지 시기에 지금과 유사한 사

근대적 지식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에 생긴 오류

50 2019년 9월호


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해부 행위 자체는 오

신인 줄도 모르고 자신의 지식으로 타자를 악마화

히려 식민지 소설이 근대의 과학적 세계관의 틀 밖

하여 ‘타자 만들기’에 모조리 투여해버리게 된다.

으로 계속해서 삐져나가는 ‘잔여들’이 존재함을 재

저자는 「운수좋은 날」의 김첨지의 하루를 읽어

현한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소설은 과학적 지식 대

내며 교환의 경제에서 권력의 하부에 깔린 자의 하

상의 밖이 항상 남아있음을 가리키며, 근대화란 마

루를 분석한다. 신분제도가 폐지된 후에도 나이 어

법처럼 단번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어떤

린 손님에게 ‘합쇼’체를 한다. 반상의 위계가 사라

부분만이 틀에 끼워지는 것임을 알아차리고 있다.

져도 그는 ‘첨지’의 신분으로 불린다. 그가 태운 손

그렇기에 식민지 조선에서의 ‘근대화’는 매끄럽고

님은 ‘교원’이나 ‘학생’으로 ‘학교’라는 근대적 제도

우뚝 솟은 우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가운 웃음

를 통해 새로운 시공간을 건설하는 주체가 될 수 있

을 끌어낸다. 염상섭의 「E선생」의 선생이 계몽의

다. 하지만 근대적 제도의 외부에 존재하는 타자에

주체가 되려고 했을 때 정의에 대한 그의 신념은 계

는 김첨지만이 아니라 그의 병든 아내도 있다. “봉

몽을 거부하는 이들로 인해 냉소를 받는다. 염상섭

건적 신분제도, 근대성, 경제력 등에서 타자인 김

이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근대에 대한 열망은 완

첨지보다 더 타자의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인 아내

성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규율에 따라 지배받는

는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가부장제, 그리고 건강

수동적인 존재가 많았기에 근대화 속의 계몽과 정

과 질병이라고 하는 기준에서도 타자의 자리를 점”

의에 대한 이상이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것 마냥 취

하고 있다. 그녀는 식민지 시기의 근대화가 구석으

급되었다.

로 밀어놓은 불구이다. 그녀는 식민지 시기에 창작

정의에 대한 믿음이 냉소를 받는 시공간의 한 켠

된 소설들 속에는 ‘n+1’개의 타자성이 있다고 적는

에서는 지식이 악마처럼 달려들어 합리적 사고를

다. 억압의 무수함을 표현하는 ‘n’에 식민지라는 특

할 수 없게 만든다. 박태원의 소설 「악마」는 공창을

수성의 ‘1’이 더해진다고 한다.

드나드는 사내가 약방에서 들은 ‘성병’에 대한 정

타자를 만드는 ‘n+1’의 조건은 매 순간 작동하여

보에 사로잡혀 자신의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주체와 타자를 나누는 기준선으로 작동하기에 각

이야기이다. 성병 환자들은 치료 주사를 맞거나 약

각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열등한 존재들, 근대화

을 먹으면 오줌 색이 파란색 또는 초록색으로 변하

가 되지 않은 타자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저자가 생

기 때문에 공공화장실에 갈 수가 없게 된다. 일본에

각하기에 열등성을 만들거나 ‘타자’로 치부되었던

서 조선으로 들여온 공창과 성병이 가시화되면서

존재들이 보여준 ‘조선의 얼굴’은 근대화가 만들어

관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소설에서 박태원은

입체화가 될 것 같다. 앞에서 인용했던 것처럼 “식

학주라는 인물의 독백을 통해서 악마에 대해 기술

민지 시기에 지금과 유사한 사유의 체계”는 타자를

하지만, 저자가 읽어내는 악마는 오히려 변해가는

만들어내는 특정한 방식의 ‘이성’이며, 그와 함께

학주의 모습에서 발견된 것이다. 학주는 “악마만

맞물린 ‘자본’도 포함된다. 2019년도에도 ‘n’은 작

큼 강력한 힘을 지닌 병균을 두려워하면서, 공창에

동한다. 연령, 성별, 인종에 따라서 중층적으로 말

서 만난 여자를 ‘병균’처럼 다루고, 목욕탕에서 옆

이다. 부재에 적힌 ‘공감의 상상력’이란 결국 그 사

에 있던 남자를 ‘악마’가 배치한 것”이라 생각한다.

유의 체계가 2019년도의 발밑에서도 유관하게 굴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근대의 의학 지식을 기반으

러가고 있음을 인정할 때 유효할 것이다.

로, ‘성병’을 둘러싼 자신 이외의 모든 요소들과 분 할선을 계속해서 생산해내는 학주”가 악마다. 게다 가 학주는 “근대의 의학 지식만 있고 타자에 대한 공감은 부재”한다. 신경과민에 걸려버린 악마가 자

길혜민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발칙 건강한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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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

우리의 노동을 연민하지도, 비난하지도 마세요 - 한노보연 한 달 실습을 마치며

▲ 실습 활동 중 하나였던 삼성해고자 김용희 노동자 고공 농성장 집회 참석을 한 날이다. 가장 오른쪽 뒷모습이 바로 유승준 님이다.

8월 한 달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인

사장에게,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턴으로 보냈다. 그중 8월 중순에 열린 <일학습

학생들은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이 향했다.

병행제법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그들은 배달 일을 하더라”고 말한 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란 기

심하게 배달이나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

술 분야에 특화된 도제학교 재학생이 학교와 기

은 받아주는 곳이 없어 목숨을 걸고 오토바이를

업을 오가며, 기업의 현실에 맞는 훈련과정을

타고 있는 실정인데, 걱정하기는커녕 조소를 보

운영하고, 현장맞춤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고안

내다니, 속에서 부아가 치밀었다.

된 제도인데, 이날은 제도의 실효성과 대안을 논의하는 장이 열렸었다.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가던 중 도제학교를 운영 하는 한 중소기업의

52

2019년 9월호

이 토론회에서 목격한 것은 우리 사회가 청소 년을 ‘노동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전제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알바하는 청소년을 보면 어

년 노동자들은, 우리가 우리의 편의를 위해 단

른뿐 아니라 내 또래도 대개 ‘공부할 나이에 돈

순히 일반화해서 어떻다고 말할 수 있는 집단이

이나 밝히는 애’01, 머리가 안 좋아서 공부를 포

아니다. 개인의 노동이 결코 연민의 대상이 아

기한 애라고 여겼다. 그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니고 비난을 받을 대상이 아니듯, 일한 만큼의

모질고 각박한 곳인지 고려하기보다는 그들의

정당한 대가를 원하는 청소년 노동자들의 노동

나약함을 탓했고,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문화

역시 그러한 인식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청

적 자본은 얼마나 풍족했는지 돌아보기는 대신

소년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이 존중받는다고

그들의 삶을 ‘일탈’이라는 단어로 일축했다. 의

여길 수 있도록, 우리는 이들을 연민하거나 비

지할 곳도, 보호받을 울타리도 없는 상황에서,

난하는 인식의 기저에 편견이 작용하고 있음을

청소년 노동자들은 인격모독에 무방비로 노출

인식하고, 청소년 노동자들을 한 명의 어엿한

되었다. 대학 입시가 교육의 정점이 된 대한민

노동자로 인식해야 한다.

국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갓 세상을 알아 가는 청소년들에게 따가워도 너무 따갑다.

학교에서 강연을 해 주신 상임활동가 최민 선 생님 덕분에 한노보연이라는 단체에서 인턴으

청소년 노동자 역시 모욕 중단을 가장 시급히

로 일할 수 있었다. 삼성해고자 김용희 고공 농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는다. 다짜고짜 반말은

성장 방문을 시작으로 각지에서 상식이 통하는

기본이고 막말과 고성이 쏟아지는 일도 잦다.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맞서 싸우고 있는 분들을

일상이 된 모욕은 그들이 체념하게 만든다. 사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내 눈에는 그 싸움이

회적 인식이 이러한데 제도야 오죽하겠는가.

지지부진해 보이고, 맞서 싸우는 상대방의 몸집

02

청소년 노동은 생계가 어려운 일부 청소년들 의 일이 아니다. 2012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1년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보고서

이 비할 바 없이 거대해 보였지만, 막상 그 어려 운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은 의연하셨다. 특별히 연구소 분위기는 무척 ‘씩씩’하고 고무

>에 따르면 우리 주변의 청소년 중 적어도 3명

적이었다. 계속 사회의 부조리와 싸울 수 있게

가운데 1명은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으며,

끔 하는 상임활동가 선생님들의 원동력이 궁금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아 62%

해졌다. 그동안 애써 외면하려던 세상의 불편한

에 이른다. 청소년 노동은 일부 청소년의 특수

모습들을 직면하게 되어 한편으로는 가슴이 답

한 경험이 아니라 이미 폭넓게 확산 되고 있는

답했지만, 내 머리가 더 굳기 전에 이렇게 좋은

청소년의 일반적인 경험이다. 청소년 노동자

충격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아직 ‘뭘

역시 한 명의 노동자이고, 우리는 그들을 둘러

어떻게 해야겠다’와 같은 다짐을 할 수는 없지

싼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씻어내야 한다. 청소

만,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외면하지 않고 있

03

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01 ‘십대 밑바닥 노동’, 이수정 외, 교육공동체 벗, 2018, 111쪽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실천으로 옮기겠다.

02 같은 책, 10쪽 03 같은 책, 82쪽

유승준 후원회원 이러쿵 저러쿵

53


안전보건동향

[19.08.18. 고용노동부] 직장 내

중(4.8%)을 고려했을 때 다른

15.2% 더 적은데 업무상 재해

괴롭힘 금지제도 시행 1개월, 진

업종에 비해 진정비율이 높게

판정 비율은 왜 이렇게 큰 차이

정사건 379건 분석

나타났다.

가 나는 걸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은

이슈페이퍼는 이런 결과가 “노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

노동자의 평등한 일터를 만들

동안전보건 관련 법들이 전통

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1개월

기 위한 첫 걸음일 뿐이다. 사

적으로 남성이 집중된 위험 작

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진정

업주 책임 강화, 조직 내 관련

업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

은 총 379건이었다. 일 16.5

매뉴얼 마련, 감정노동자의 작

고 분석했다. 근골격계 질환이

건인 셈이다. 지역별로 분석하

업중지권 등실질적인 방지 및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업종

면 서울, 경기가 각 119건, 96

예방이 가능한 실효성 있는 대

1위는 제조업(42.5%)이고, 그

건으로 전체 접수의 56.7%를

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은 건설업(12.9%)이다. 둘

차지한다. 고용노동부는 대도

다 남성 종사자 비율이 여성보

시지역에서 괴롭힘에 대한 인

[19.08.20.한겨레] 근골격계 질

다 높은 업종이다. 반면, 이 질

식이 빨리 확산되는 것으로 분

환 산재 인정, 남성 79% vs 여성

환이 흔히 나타나는 학교급식

석한다.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21% “성인지 노동 안전정책 필요”

노동자 등이 포함된 교육서비

사업장 소속 근로자의 진정 접

스업에서 업무상 질병 인정 비

수가 42%로 가장 높은 비율이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여

율은 0.44%에 불과하다. 대형

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

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안전

마트 노동자(도·소매업) 역시

규모 기업 역시 26.9건으로 높

한가?’라는 제목으로 2017년

근골격계 질환을 많이 호소하

게 집계 되었다. 괴롭힘의 유형

5월부터 2019년 6월 언론보도

는데, 이들의 업무상 질병 인정

별로는 폭언이 40.1%로 가장

내용을 분석하는 이슈페이퍼를

비율은 소비자용품수리업과 합

많았고, 부당업무지시(28.2%)

내놓았다. 고용노동부의 2017

쳐서 10.22%다. 이슈페이퍼를

와 험담/따돌림(11.9) 순서로

년 산업재해현황분석 결과를

작성한 정경윤 정책연구위원은

나타났으며 폭행(1.3%)은 상대

보면, 근골격계 질환을 업무상

“이는 근골격계 질환 위험에서

적으로 적었다. 업종별로는 제

질병으로 인정 받은 5195명

성별의 차이와, 남성 집중 산

조업(85건), 사업서비스(53건),

가운데 여성 노동자는 21.4%

업에 비해 여성 집중 산업에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44건)

로 남성 노동자(78.6%)보다 4

노동 안전이 간과된 결과”라고

등의 순서로 접수가 가장 많았

분의 1 가까이 적다. 같은 해

풀이했다.

고 사업서비스업은 전체 업종

의 경제홀동인구 비중은 여성

여성 노동자의 건강 관련 보

중에서 해당 업종의 취업자 비

이 42.4%, 남성이 57.6%로

도 분석에서도 여성 노동자

54 2019년 9월호


의 안전이 법적/제도적으로 도

[2019. 09. 04. 매일노동뉴스]

과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

외시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

[서울대병원 정규직 전환 합의]

회가 맺은 단체협약을 적용받

다. 2017년 5월부터 2019년 6

원·하청 함께해 비정규직 직접고

는다. 복리후생과 노동조건이

월까지 주요 언론에 보도된 여

용 가능했다

기존 정규직과 같아진다는 의

성 노동자 건강 문제는 크게 고

미다. 정규직 전환 논의기구인

객 응대 직종의 감정노동과 남

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비정규

노·사·전문가 협의회는 4일 회

성 집중 직종, 가정 방문 서비

노동자 대다수가 정규직으로

의를 열어 노사합의를 추인한

스업에서의 성폭력 두 가지로

전환된다. 국립대병원 중에서

다. 서울대병원은 정규직·비정

분류된다. 감정노동의 경우에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

규직이 한 노조로 조직돼 있어

는 개정 산안법에서 노동자의

책을 이행한 첫 사례다. 비정규

내부 갈등 요소가 적었다. 노조

건강 장해 예방 조치를 사업주

직 없는 첫 대형병원이 될 것으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국

가 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로 전망된다. 노조로 뭉친 원·

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수익

정경윤 정책연구위원은 간접고

하청 노동자들의 단일한 목소

성을 강조하는 내부 기류가 강

용 형태로 일하는 판매직 노동

리와 최근 교체된 병원 경영진

한 부처 산하 공공기관은 자회

자 다수에 대한 원청의 책임강

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정규

사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다”

화 대책이 없는 점을 비판했고,

직 전환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

며 “반면 국민연금공단·국민건

성폭력도 이와 비슷해, 직장 내

다.

강보험공단같이 수익중심 경영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상 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을 하지 않는 곳은 직접고용을

칙 대상에 상급자·근로자가 포

서울대병원은 3일 오전 서울

했다는 점을 곱씹을 필요가 있

함돼있지 않아 가해자가 이들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

일 경우 처벌할 수 없는 점을

파견·용역 노동자 614명을 올

공기관 경영진이 수익성 대신

문제로 짚었다. 정 정책연구위

해 11월1일자로 직접고용하는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마음먹

원은 “안전사고 예방과 건강 증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직

으면 정규직 문제가 풀린다는

진을 위한 대부분의 규정이 남

접고용 대상은 환경미화·소아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풀이

성과 여성의 신체적·사회적·심

급식·경비·운전·주차·승강기

했다.

리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안내 노동자들이다. 보안업체

‘표준적인 남성 노동자상’으로

소속 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설정돼 있다”며 “이 문제를 해

전환한다. 사실상 간접고용 비

결하려면 성인지 노동 안전·보

정규직 전원을 직접고용한다.

건 정책으로 초점을 바꿔야 한

정규직 전환자들은 서울대병원

다”고 말했다.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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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일학습병행제법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가 열려 지난 8월 20일 오후 국회에서 일 학습병행제법의 문제점과 대안 토 론회에 연구소가 함께했습니다. 준비된 장소가 비좁을 정도로 많 은 분이 참여하여 토론을 진행했 습니다. 일학습병행제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학벌·스펙이 아닌 능 력을 통해 성공할 기회를 주고 청년실업을 해소한다는 명목을 내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거나 진로를 고민할 기회를 주지 않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저임금·불안정 일자리, 단 순기술인력시장으로 유인하는 것은 아닌지 날카로운 비판이 필요합니다. 재벌 앞에 사라진 정의, 문재인 정부는 불법파견 법대로 하라! 기자회견이 열려 기아차 비정규직 김수억 지회장이 30일 넘게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 습니다. 지난 단식 30일차를 맞아 진행된 “재벌 앞에 사라진 정의 문 재인 정부는 불법파견 법대로 하라” 기자회견에 연구소도 함께 했습니 다. 27일 새벽 김수억 지회장은 가슴통증, 어지러움 등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응급처치만 받고 단식농성장으로 복귀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불법파견 사업주를 구속하고, 법 원판결대로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면 됩니다. 사내하청 일자리를 정규직 일자리로 바꾸어야 합니다. 사람을 사 고파는 파견법을 없애야 합니다.”

업무상정신질환 연구모임의 ‘한국의 울분’ 연구 강의가 진행돼 연구소 ‘업무상정신질환 연구모임’ 에서는 8월 23일, 서울대학교 보건 대학원 유명순 교수님을 모시고 ‘한 국의 울분 연구 시작과 진행 과정’ 에 강의를 들었습니다. 산재 노동자 와 그 가족의 울분, 일터에서 겪는 다양한 모욕적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느끼는 울분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의자료는 연구소 홈페이 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 연구소 ‘업무상정신질환 연구모임’에서는 9월 27일 오후 7시 30분, 연구 소 사당 사무실에서, 한양대학교 김인아 교수님을 모시고, ‘업무상정신질환 판정의 최근 변화’에 대해 듣는 시간 을 가집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kilshlabor@gmail.com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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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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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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