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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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산재예방정책을 진단한다 누가 노동자의 밤을 사는가? 대만의 COVID-19 판데믹과 과로 건강 불평등, 성인지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통권 197호┃2020. 07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지안, 혜인, 현석, 채은, 한소, 세은, 승종, 지나, 가을길, 청희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0.07.08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ilsh.or.kr


독자에게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자서전에 수록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대럴 허

프의 저서 ‘새빨간 거짓말, 통계’에 소개되면서 더욱 주목받는 명언이 되었습니다.

가끔 토론회를 보면 토론자가 서로 평행한 주장을 하다가 통계수치를 정확하게 이야

기하는 토론자의 논리에 동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통계가 가장 객관적

인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다’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통계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옳은 잣대라는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도 얼마든지 내 목적에 맞게 ‘마사지’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에서

발표하는 일자리·가계소득·부동산 통계를 보면 갸우뚱 할 때가 많습니다. 이번 정부

(2017년 5월~올해 5월)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14% 상승했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 습니다. 이렇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니 부동산 민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자 정 부도 화들짝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어떤 자료를 어떻게는 수집해서 어떻게 분석했는지에 따라서 통계에 포함되는 의미

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어느 명문대 정시 합격자 수에서 일반고가 특목고에 비해 3배가 많은 경우 정시가 일반고에 유리한 제도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일반고

학생이 특목고 학생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는 사실을 꼭 확인하면, 그 결과에 대한 해석

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통계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엉뚱한 해석이 얼마 든지 가능해집니다.

통계가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입법발의자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입법발의 참여자들의 인증샷. 출처: 한노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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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04

문화로 읽는 노동

산재예방정책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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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동자는 왜 복직투쟁에 나섰나 다큐 영화 <그림자들의 섬>

■정책 목표에 기반한 ‘산재 발생 평가’가 필요하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을 바꾸는 산재예방정책을 바라며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9

■한국 산재예방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다

스테인리스 식기 제조 노동자에게 왜 급성 진폐가 발생했는가?

지금 지역에서는 21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롯데백화점에서 범일동까지

손·손목부위 근골격계질병, 손목결절종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23

노동자 건강 상식

산재보험 취지에 부합하는 업무상 정신질환 판정을 요구한다

식품 알레르기

발칙 건강한 책방 연구 리포트

26

52

54

58

건강 불평등, 성인지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누가 노동자의 밤을 사는가?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이러쿵저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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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해의 현장> 스케치

대만의 COVID-19 판데믹과 과로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60

33

안전보건동향

62

한노보연 이모저모

64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

37

학교 비정규 여성 노동자, 외치다 “우리가 가는 길이 바로 여성 노동자의 길”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부딪히며 배우며 만들어간 안전보건활동

41

백아흔일곱번째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산재예방정책을 진단한다

특집

정책 목표에 기반한 ‘산재 발생 평가’가 필요하다

최민 상임활동가

이제 1년에 2000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0.46이 됐다. 하지만, 2022년까지 산업안전 분

숨진다는 얘기는 많은 시민, 노동자들이 알게

야에서 사고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공

된 것 같다. 산업재해 발생 건수, 사망자수, 질

언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특히 사고

병에 의한 사망과 사고 사망의 정확한 통계는

사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려는 더 커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전반적인 국가 통계

진다.

를 모두 표와 그래프 형태로 제공하는 통계청 포털에서도 지난 20여년간의 업종별, 성별, 산

건설업 사고사망, 예방 정책 때문에

업재해 발생 건수와 사망자수 등을 확인할 수

줄어들었나?

있다. 이 외에 매년 노동부는 지난해의 「산업재

2020년 1월 초, 노동부는 2019년 산재사고

해발생현황」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해당 연도

사망자가 2018년에 비해 116명이나 감소했다

의 전체 산업재해 발생 현황과 개요, 주요 특징

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는 1999년 사고사

등이 담겨 있어, 고용노동부가 산재 통계 중 어

망자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감소 규모라

떤 부분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확인할 수

고도 했다. 특히 건설업 사망자수가 485명에서

있다.

428명으로 57명이나 감소했고, 이는 선택과 집 중 방식의 사업장 관리감독, 발로 뛰는 현장 행

2020년 4월 27일 노동부는 「2019년 산업

정 때문이라고 했다. 전체 산재보험 대상 근로

재해발생현황」을 발표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자 수가 나오기 전이라 ‘사고사망율’을 알 수

사망자 수는 2,020명으로 이 중 사고 사망자

없는 상황인데도, 이례적으로 일찌감치 현장

는 855 명, 질병 사망자는 1,165 명이었다. 2018

패트롤이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년에 비하면 전체 산재 사망자 수도 122명이나 감소했고, 특히 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2019년 산업재해발생현황」의 결

사망 만인율도 줄어서 2018년 1.12에서 2019

과는 이와 다르다. 건설업에서 사고사망자 숫

년 1.08이 됐다. 질병사망만인율은 오히려 증

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업의 사고

가했지만, 사고사망만인율은 10% 가까이 줄어

사망만인율은 1.65에서 1.72로 오히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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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건설업 사고사망자 숫자가 줄어든 것은 산재예

차이가 없더라도, 집중 예방활동을 하는 추락

방정책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 아니라, 2019년

사고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그 효과는 어떤

건설 경기가 나빴기 때문이었다. 건설업 노동자

규모의 건설 현장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지,

가 줄어서 사망사고도 줄어보였던 것뿐이다.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이런 예방활동이 앞으 로 성과를 거두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근거는

건설업은 2018년에 비해 산재보험 대상 근

무엇인지 등의 분석이 필요했다.

로자 수가 45만 명 가량 감소했기 때문에 사망 만인율이 오히려 증가했는데도, 사망자 수가

단순 통계가 아닌, 정책 목표에 따른 평가를

57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만인율이 줄지 않았

그러나 노동부는 이런 분석 없이 2019년에

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면 2018년 수준의 사망

도 시스템비계 설치를 통한 추락 사고 예방, 현

률만 유지됐어도, 건설 사고사망자는 410명이

장 패트롤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건설업

었어야 하는데, 이보다 많은 428명이 건설업에

사망만인율은 또 줄지 않았다. 지난 5년간 건설

서 사망했다는 뜻이다. 2018년 수준의 사고사

업 사망만인율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현

망만인율만 유지됐어도 죽지 않았을 노동자 18

장 패트롤을 통해 어떤 효과를 거두려고 했는

명이 오히려 더 죽었다는 것이다.

지, 그 목표는 어떻게 달성되고 있는지를 제대 로 제출하지 않으면, 결과론적인 평가를 할 수

게다가 문제는 고용노동부와 안전공단의

밖에 없고,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 혹은 사고사

사망사고 감소 대책의 주요 대상이 건설업이었

망만인율이 줄어들지 않으면 건설업 집중 예방

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와 안전공단은 2018년

활동이나, 현장 패트롤을 지속할 근거도 사라

부터 추락사고 예방 중심, 건설업 안전 비계 설

진다.

치 중심의 사고사망재해 예방활동을 본격적으 로 펼쳐왔다. 2018년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처음으로 산재예방정책이 구체적인 전략적

20여명 감소했지만, 사고사망만인율은 줄어들

목표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데, 섣부르게 비판

지 않았다.

하는 것은 아닌지, 1~2년 사이에 당장 가시적 효 과가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든지,

2019년 초 노동부는 2018년 5월 이후 건설

오히려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산재 예방을 새로

업 산재예방 사업을 본격화했기 때문에, 아직

이 접근해보려고 하나 행정력이 부족해서 그 효

효과가 나타날 시간이 부족했다고 평했다. 그

과가 잘 안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예산과

러나 타워크레인에 대한 관리 후 타워크레인

사람을 더 투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

사망사고가 줄어드는 등 성과가 있었고, 늘어

각에서 나오고 있다. 산재보험이 집계하는 건설

난 사고사망 숫자는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되어

노동자 추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

▲산재로 인정되는 사고 사망이 증가했고, ▲

기 때문에, 건설업에서 산재 사고사망률이 증가

이전 년도에 사망했지만 유족급여를 뒤늦게 받

한 것 자체가 착시라는 주장도 있다.

은 경우가 포함돼 있어, 당해연도 발생 사고사 망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건설노동자 사고사망자의 절대 숫자가 감 소한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나, 위와 같은

우리는 당시에도 변명 대신 건설업 산재예

주장들이 근거를 가지려면, 계속 강조하는 대

방활동 중간 점검과 진지한 평가를 요청했다.

로 시스템 비계 설치 독려와 패트롤 중심의 안

건설업에서 사망사고 건수나 사망만인율이 큰

전공단, 고용노동부 산재예방 사업이 어떤 점

일터 5


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고, 어떤 점에서 부족한

감소분은 38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3년

지 진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당장 현재의

간의 산재사고사망자와 사망률 변화 역시 산업

전략을 바꾸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단편적인

구조 변화에 따른 영향이 더 크고, 산업안전 실

‘싸움’이 아니라, 제대로 된 분석과 평가, 토론

태가 개선되어 발생한 변화는 거의 없는 것으

이 필요하다.

로 보인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 한 법이 있고, 체계가 있고, 행정 인력이 있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사망자 감소

나라라면 당연히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감

전체적으로 산재사고사망이 감소하고 있는

소 이외의 사고 사망이 감소해야 하는 것이 아

것도 산재 사고 사망 예방 정책에 힘입었다기

닌가?

보다, 산재율이 높은 업종이 전체 산업에서 차 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의 영향이 더 큰 것

산재 통계의 목표는 일터를 안전하게 하는 것

으로 보인다. 전체 사고사망율 평균보다 사고

우리의 목표는 산재 통계의 수치를 낮추는

사망만인율이 낮은 업종의 비중(기타의 사업,

것이 아니라 일터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하는

기타, 전기가스수도업의 합)은 2017년 56.2%,

것이다. 산재 예방 정책이 시기별로 목표로 삼

2018년 57.7%, 2019년 59.7%로 계속 높아졌

는 산재사망율 혹은 재해발생율은 달성하지 못

다. 산재예방정책이나 안전조치 등이 특별히

할 수도 있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보다 효율

달라지는 게 없어도 산업구조 변화만으로도 산

성, 이윤 등을 중시하는 관행이 쉽사리 달라지

재 사망사고는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

지 않을 것이고, 제대로 된 정책이 시행되더라

다. 산업별 사망만인율의 변화를 보면 사망률

도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

이 높은 임업과 광업, 건설업에서는 사망률이

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다양한 지표들을 활용

오히려 증가했다. 운수창고통신업에서 사망만

한 분석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인율이 가장 크게 감소했고, 원래 사망만인율

분석하고 이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새

이 낮은 편이던 기타의 사업에서도 사망만인율

로 수립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 0.03명(1만명당)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제

지속해야 할 정책 과제가 있다면, 이를 설득해

조업을 비롯한 나머지 산업에서 사망률은 큰

야 한다.

변화가 없다. 특별한 노력 없이 2018년의 산재 사고사망률이 그대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2019

노동부와 안전공단은 2018년부터 해 오고

년에는 사망자수가 893명으로 총 78명 감소

있는 산재 예방 정책과 그 목표 지표에 대한 평

했을 것이다. 일종의 자연감소분이다. 그러나

가, 산재 사고 사망 감소를 위한 전략과 전술에

2019년 실제 사고사망자 수는 855명이므로, 추

기반한 분석, 그리고 이에 따른 예방 정책에의

가 감소 사망자 수는 38명이다.

시사점을 제안해야 한다. 현장 패트롤, 시스템 비계 도입과 같은 기술적인 접근 외에 원청 책

고용노동부는 2018년과 비교했을 때 사고

임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건설현장

사망자 수가 116명이나 줄어든 것은 성과라고

불법하도급 근절 등 ‘큰 얘기’를 계속 주장하는

말하고 있지만, 이 116명의 사고사망자 감소 중

건설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

사망사고 발생 위험이 낮은 산업 비중이 높아

여, 이를 산재예방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노동

지는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발생한 일종의 자

부가 산재 발생현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

연감소 사망자 수는 78명, 행정과 정책의 개입

야, 산재 사망률도 줄어들고 일터도 조금 더 건

등으로 인해 이보다 더 많이 추가된 사망자 수

강하고 안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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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산재예방정책을 진단한다

특집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을 바꾸는 산재예방정책을 바라며 - 전국건설노조 강한수 토목건축분과위원장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2019년,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산

“우선 정부가 건설현장 안전에 관심과 의지

재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

를 갖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유의미

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 산재 사망사고

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노동부가 종

가 다발하는 일터 중에서도 건설 현장, 그중에

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에

서도 추락사를 줄이고자 했다. 시스템 비계 설

옮기기엔 두루뭉술한 내용이 많았거든요.

치 점검, 안전패트롤 운영 등 추락사 예방정책

그러니 현실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선택과

을 시행하고, 행정력을 건설현장 안전점검에

집중을 하는 것이 확실한 효과를 노릴 수 있

집중했다. 이러한 조치가 현장에 어떤 변화를

는 전략이라 할 수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선

가져왔을까? 만약 당장 효과가 드러나지 않기

택을 하면, 포기하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이

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 선택과 집중의 전략

에요.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고, 계속해

이 앞으로도 유효할까? 정말 건설현장이 안전

서 발생하는 여러 유형의 사고들을 놓치게

한 일터가 되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된다는 것이죠. 특정 의제에 집중하더라도

이러한 질문을 안고, 지난 7월 1일 광화문 부근

여러 사고 형태들을 모아서 분석하는 일도

카페에서 건설노조 강한수 토목분과위원장을

병행이 되어야 해요. 각각의 사안에 대한 세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부대책 또한 마련되어야죠. 종합대책이 부 실하면 그걸 탄탄하게 만드는 것으로 가야

선택과 집중, 그 너머의 문제들

하는데, 사회적 이슈가 된 사안에 건별로 대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2018년 타워크레

응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러워요. 단편적인

인 사고 집중 점검, 2019년 건설현장 추락재해

방안만 내놓는 게 아닐까 싶은 거죠. 이슈화

집중 점검, 2020년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질식

된 특정 사안에만 관심이 옮겨가는 것은 그

사고 집중 점검 등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만큼 노동부 내 산업안전 관련된 능력이 부

특정 의제를 중심으로 대응해왔다. 건설현장에

족한 게 아닐까요?”

서 두드러진 사고유형별로 집중 점검을 시행하 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어 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강한수 위원장은 사안별로 집중해서 점검 하고 관련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해당 사안을 일터 7


해결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

제대로 된 ‘자율안전점검’이 가능하려면?

다. 그러면서도 집중점을 옮겨갈 때 그 효과가

안전관리의 주요 논리 중 하나가 바로 ‘자율

지속될 수 있을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건설현장에서 자

만약 타워크레인 집중점검에서 추락사 집중점

율안전점검이 가능한 조건일까? 노동부와 안전

검으로 정책의 강조점을 바꿔 갈 때, 타워크레

보건공단의 안전점검, 관리·감독을 통해 현장

인과 관련한 안전수준이 정말 올라간 것인지

에서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함께 안전한 건설현

평가하고,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단계라

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고 있을

면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의 역량을 이전과 같은

까?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역량을 이쪽에서 저쪽

“한국의 사업주들은 안전보건과 관련한 관

으로 옮겨가기만 하하는 것이라면, 안전관리가

리·감독에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할 거예요.

누적되거나 증대해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 ‘근로감독관 나왔을

노동부에서 이 점에 유의해서 산재예방정책을

때만 조심하면 된다.’, ‘이때만 바짝 조심하면

검토·수립·시행하고 있는지 물어야 할 필요가

괜찮을 거다.’ 등등. 예를 들어, 중대재해가

있다.

발생했어요. 해당 사업장에 특별근로감독이 나오죠. 그러면, 너네 한 번 정신 차려 보라

“다른 한편으로, 2019년, 추락재해 예방에

면서, 온갖 산안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과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효과가 정말

태료를 물리죠. 이렇게 징벌적으로 점검하

나왔는지도 앞으로 지켜보면서 평가하는 일

는 방식이 반복되다 보니, 현장에서도 거부

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과연 실제로 추락재

감이 생길 수밖에 없죠. 아무리 준비해봤자

해가 줄고 있는지 모니터링 해야죠. 무엇보

걸릴 거 다 걸린다, 평소에 신경을 써도 못

다 사망재해에 초점을 두고 했던 것인데 추

피해간다는 부정적인 인식과 회의적인 정서

락사로 이어지는 동안, 수많은 아차사고가

가 뿌리 깊게 형성되어 있어요. 이런 상황에

있었을 것이잖아요. 또한, 사망자만큼 중경

서 집중점검정책이 끝나면, 다시 이전의 수

상의 부상자도 많을 것이고요. 추락사가 줄

준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들지 않을

었다면, 그만큼 중경상 사고도 함께 줄어든

수 없습니다.”

것인지 점검이 필요해요. 집중을 통해 파급 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사망사고 외에 다른

건설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추락 관련 산재들도 줄어야 제대로 된 정책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으며, 정

효과가 아닐까요? 나아가 파급효과가 있다

부의 안전점검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런

면, 화재사고, 질식사고 집중점검으로 옮겨

점에서도 자율안전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장 상

갈 때 추락 관련한 안전점검 또한 지속할 수

황에 따라 역량이 천차만별이다. 현대건설, 포

있을지도 평가가 필요하고요. 결국, 중요한

스코 등 대기업 건설현장의 경우엔 산업안전

문제는 집중점을 옮겨갈 때, 감독을 안 한다

보건법에 따라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 안

고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

전보건관리체계를 꾸리고 운영하게 되어 있다.

는 것이죠. 이러한 집중사업이 시스템을 구

그런 점에서 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도 소규모

축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촉발제가 될 수 있

건설현장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실제

는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요.”

로 대기업 건설현장에서 자율안전관리가 제대 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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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건설현장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을 살펴보

프카의 발통이 떠 있는 채로 작업이 이뤄진

면, 관리가 되는 현장과 아닌 현장의 차이가

다는 거예요. 쏘는 방향에 따라 특정 부위에

별로 피부로 와닿지 않아요. 다시 말해, 건설

하중이 쏠리죠. 그때 지반침하로 인한 펌프

현장 간 차이가 없는 것이죠. 건설 현장에서

카 전도가 자주 발생해요. 그러면 이 작업자

산재사망사고가 다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서너 명 중 한 명은 늘 사망하는 경향이 있습

언제나 시공이 우선이 되기 때문이에요. 안

니다. 이런 위험이 늘 있다면, 타설 작업 전

전조치가 온전히 이뤄지고 나서 작업을 시

에 지반조사를 해야 하잖아요. 지반침하 위

작하는 건 어느 건설현장이 부족한 것이죠.

험이 있다면 타설작업을 중지하고요. 작업

포스코의 경우엔 CCTV를 설치하고 안전관

재개 전에 충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고요.

리자를 곳곳에 두고서 구역별로 상시 점검

그런 안전점검, 중지 및 재개 의사결정이 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안전조치, 안전교육, 안

장의 패트롤이나 안전팀을 통해 이뤄질 수

전설비, 작업현장을 점검한 뒤 작업을 개시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검체계가 갖

하는 안전관리 절차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춰진 곳이 별로 없어요. 그럴 권한과 역량이

않아요. 안전점검 이후 인력을 투입하지 않

부족해요. 더욱이 공사기간을 맞추는 게 최

고 있죠. 작업 자체를 전문건설사에 위임하

우선 원칙이다 보니, 안전점검할 시간적 여

고 원청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감시·감독

유도 없습니다. 작업중지하고 점검하는 데

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는 식인 거죠. 결국

따른 책임을 누구도 지기 싫어하게 되고요.”

강압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게 되죠. 안전 패트롤 운영이 그 연장선에 있어요. 문제는,

그 결과, 건설현장의 자율안전점검을 하더

안전관리자는 원청이 직접 고용하지만 패트

라도 대부분 작업자에 대한 규제 중심으로 좁

롤은 하청을 준다는 점이에요. 안전관리자

혀지게 된다. 안전패트롤이 상주하면서 돌아다

들이 모든 현장을 다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

녀도, 노동자들이 안전장구를 잘 착용했는지,

에 안전팀 인력 중 일부를 용역으로 사용해

작업자가 작업 과정에서 안전조치를 충실히 하

요. 안전팀이 관련한 지시를 하고, 패트롤은

고 있는지 등 작업자 개인에 대한 규율 위주로

손발이 되어 돌아다니죠. 하지만 건설현장

점검한다. 사람의 행위만 통제하려는 방식 말

안전 관련 지식과 권한이 부족하다 보니 제

이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안전을 강조하는

대로 된 점검이 어려워요. 물론 작업자들이

것에 반발감만 생긴다고 토로한다. 작업환경

유해위험요인을 일하면서 파악하는 데 한계

은 별로 바뀌지 않는데 노동자들만 못살게 굴

가 있기 때문에 안전팀의 역할이 중요하지

고 귀찮게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생기는 것이

만,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다. 왜 이런 행위자 규제 중심의 안전조치만 이

모르겠어요.”

뤄지게 되는 것일까? 이는 다단계 하도급이라 는 구조적 요인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원인 분

“예컨대, 한 건설현장에 패트롤이 돌아다니

석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고 있어요. 거기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이 뤄지고 있죠. 타설 작업할 때, 펌프카가 엄청

안전사고는 안전불감증, 개인 부주의 때문?

난 압력으로 콘크리트를 쏴요. 타설 지점에

“만약 안전 장구 미지급으로 착용하지 않아

서 도킹을 잡고 있는 사람, 옆에서 라인에 맞

서 다치거나 죽었다면, 그걸 누구의 잘못으

게 골고루 뿌리는 작업을 도와주는 사람 등

로 규정해야 하나요? 그럴 때 미착용으로 노

이 여럿 모여서 작업하고 있어요. 문제는 펌

동자 과실로 규정하는 게 타당할까요? 만약

일터 9


지급했다면, 순시가 돌아다니면서 노동자들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사고 원인을 무

에게 안전벨트와 안전모 착용하라고 지적했

엇으로 규정하는가, 사고 조사를 어떻게 하는

어요. 그리고 노동자들도 착용했죠. 하지만

가에 따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도 확연

발판이 고장 나서 또는 난간이나 낙하 방지

히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사고조사

망이 없어서 추락하면 그때는 누구에게 과

를 재검토해서 원인 규정부터 새로이 할 필요

실이 있는 건가요? 자동차 사고의 경우, 운

가 있다. 안전설비 부실, 작업 개시 전 안전조치

전자의 과실 여부를 주로 따지죠. 하지만 도

미비, 장구 미지급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포

로 설비가 부실했다면, 차선이나 신호등에

함해야 할 것이다.

문제가 있었다면, 싱크홀 같은 게 생겨서 사 고가 발생했다면, 그건 운전자의 과실이 아

소규모 건설현장 관리 방안도 고민해야

니잖아요.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

추락사 예방을 위한 집중안전점검을 할 때,

는 방식, 안전불감증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소규모 건설현장에

어야 해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실제로도 소규모 건 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며, 시

강한수 위원장은 건설현장의 환경이 변화

스템비계와 같은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는 일이

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건설현장의

더 빈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스템비계 시

안전시스템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해

장에 정부가 개입하여 시스템비계 공급을 늘리

다. 노동자 개인이 주의를 살피지 못했거나 실

고 가격을 낮추는 등의 지원책 시행, 현장 안전

수를 했더라도, 다치거나 죽지 않을 수 있어야

점검 확대 등의 안전정책만으로 충분할지 되짚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봐야 한다.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안전조치가

이런 관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미비한 이유는 단지 안전설비 가격이 비싸기 때문일까? 또는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

정부기관, 지자체 등에서 건설현장 안전점검

인력이 부족한 것은 단지 안전관리체계를 갖출

보고서 및 개선 계획들을 제출한다. 하지만 건설

만한 인적,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서일까? 왜 이

현장 사고원인의 대부분은 노동자의 과실, 특히

런 안전관리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지 되

개인 부주의로 기록되어 있다. 추락사 또한 개인

풀어 볼 필요가 있다.

이 안전고리를 착용하지 않고 일을 해서, 부주의 로 발을 헛디뎌서 죽은 것이라고 적혀있기도 한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이 안전

다. 그런데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죽었다는 단순

점검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듭니다. 건설

한 인과관계로 설명되는 추락사의 경우에도, 정

업의 경우 면허등록을 해야 해요. 신고제로

말 노동자 개인만 탓할 수 있을까?

이뤄지죠.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서는 종합 건설업, 전문건설업 등 영업의 종류에 따라,

그런 점에서 노동부가 작년 한 해 시스템 비

그리고 토목·건축·산업환경설비 등의 내용

계를 건설현장에 널리 도입하기 위해 취했던

에 따라, 법인과 개인의 경우에 따라, 자기자

여러 노력은 특기할만하다. 추락사가 벌어지는

본금 기준이 책정되어 있어요. 갖춰야 할 전

환경적 요인을 개선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

문인력의 규모도 있고요. 그런데 자기자본

런데도 여전히 대부분의 산재사망사고의 원인

금이나 소지면허 등에 허위기재사항이 많

은 개인의 기저질환, 부주의 등으로 기록되고,

고, 면허대여의 문제가 있어요. 페이퍼 컴퍼

대책도 안전불감증을 개선해야 한다는 실체를

니를 세워서 일만 따고 다시 도급을 주는 경

10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 박기형

우도 많고요. 그러니 현장의 실제 관리자와

가 있다고 봐요. 적어도 규모에 상관없이 각

서류상 책임자가 다르거나, 더욱이 관리책

현장별로 안전관리책임자가 상주할 수 있도

임자 자체가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해요.”

록 해야 합니다. 관리자 선임 기준도 조정하 고, 선임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활동할

“그러니 시공 능력뿐만 아니라 안전관리 능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력 자체가 확인이 안 됩니다. 건설업체 관리 가 허술하게 이뤄지는 것이죠. 재정과 인력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드는 것은 단지 특정

이 부족한 것은 단순히 소규모라서가 아니

사고유형만 점검하는 일로 달성되지 않을 것이

라는 말입니다. 소규모여도 현장을 관리하

다. 집중과 선택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

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운영할 수 있는지

해선, 해당 전략이 다양한 변화를 촉발할 수 있

검토할 수 있는데, 그것 자체가 전혀 이뤄지

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제반 조건을 마련

지 않기 때문이죠. 안전관리 능력이 없는 업

하는 일과 병행되어야 한다. 건설현장의 안전

체들을 난립하게 해놓고 영세하다고 봐주는

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고 행정기관이 무

조치가 작업 과정 전반에서 사전에 실행되는

책임한 것이죠. 무엇보다 건설현장은 건물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스템이 안착할

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안전, 건물을 짓는 사

수 있도록 더 체계적인 정책, 장기적인 계획이

람들의 안전을 우선해야 하잖아요. 시공능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력이라는 것도 건물 자체를 지을 수 있느냐 의 능력인데, 건물을 짓는다는 건 마냥 세우 는 게 아니라 튼튼한 건물을 안전하게 짓는 걸 묻는 거잖아요. 그러니 건설업 허가를 더 강하게 규제하고 더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 일터 11


산재예방정책을 진단한다

특집

한국 산재예방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다 - 산재예방정책 평가 대담회

선전위원회 편집

요. 지나치게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 대담 : 강태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

일상적 안전보건에는 무관심하거나 역행한다

수,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정진

는 얘기가 나옵니다. 안전 관련 교육프로그램

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도 부실해지고 있고요. 사고사망재해에 집중해

• 사회 : 최민 상임활동가

야 하니, 공공기관에서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 기록 : 박기형 상임활동가

하는 것들을 정리하는 차원이겠죠. 하지만 사

• 대담 일시 및 장소 : 2020년 7월 2일 목요일

업장의 안전보건 수준과 관리 능력을 끌어올리

오후 2시, 한노보연 사당사무실

기 위해선, 안전감수성, 안전의식, 안전관심을 높여야 하는데, 여기에 필수적인 교육 제공, 시 스템 정비 등을 예전에 비해 소홀히 하는 게 아

집중과 선택이라는 전술이 유효했는가?

닐까 우려됩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부

최민 1~2년 전부터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작용이 심할 수 있어요. 너무 산재사망사고에

이 산업재해 전반이 아니라 산재사망사고에 집

만 올인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죠. 하인리히 법

중하고, 특히 건설업과 추락사고 중심으로 정

칙을 떠올려 보면 현장에서 빈번한 아차사고에

책을 펼쳐왔습니다.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

더욱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차사고 없이

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중대재해가 발생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전조가 될 수 있는 아차사고를 드러내고, 교훈으로 삼

정진우 이번 정부 들어서 사고사망재해를

는 활동이 병행이 되어야 해요. 그게 보이지 않

줄이는 것을 더욱 강조하며 전력투구한 것 같

는 것이란 말입니다. 한 마디로, 밸런스가 없는

습니다. 정책방향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공감합

게 아닐까 싶어요.

니다. 그런데 중대재해 예방에만 집중하니, 현 장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요. 중대재해를

강태선 저는 정책의 전면을 다 모르지만, 제

막으려면 체제를 강화하고 여건과 역량이 갖춰

한적인 수준에서라도 평가 해보면, 정부가 잘

져야 할 텐데, 역량 강화에는 소홀히 하고 있어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그동

12

노동자가 만드는


안 정부가 못했다기 보다는 전략이 부재했다

일이니, 특정 의제나 국면에서는 선택과 집중

고 봐요. 한국은 안전보건 정책을 오랫동안 펼

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선택을 하게 된 의사결

쳐왔죠. 문제는 국정감사나 노동부 자체 감사

정 과정, 집중의 방법이 적절했는지 되묻고 싶

를 준비하는 게 목적이었다는 거죠. 산업재해

어요. 강한 리더십에 따라 정책 실현의 동력을

는 막을 수 없다는 게 안전보건하는 사람들의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의사결정권을 가진 몇몇

통념이었다고 생각해요.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사람의 판단에 따라 집중사업이 훅훅 바뀔 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 책 잡히지 않을 수

도 있잖아요. 그리고 정책 효과를 면밀히 검증

있는 정책 수준에서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이

하기보다는 단일 지표 감소에만 너무 주목했던

런 상황에서 산재사망사고 절반 줄이기라는 정

게 아닌가 싶어요. 정책실행 과정과 그 효과에

책 목표를 제시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집중

대해 더 들여다보고, 다양한 주체들의 의사를

과 포기가 필요한 것이었죠. 업종은 건설업, 사

고려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물론 정책 기조

고유형 중에는 추락을 선택했고, 나머지는 과

를 명확히 세우고 집행한 적이 적다 보니 정책

감하게 포기한 것이죠. 포기하면 당연히 욕먹

성과를 알리는 데만 주의를 기울였을 수도 있

을 수 있겠죠. 하지만 한 번도 집중해보지 않았

다고 봐요. 향후 평가도 더 세밀하고 하고 논의

으니 해볼만 한 시도였어요. 물론 포기된 측에

의 장을 열어둘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선순위

서는 불만이 많겠죠. 예를 들어, 보건 관련 업무

를 정할 때부터 효과를 평가하고 알리기까지,

를 하던 사람은 한 번도 가지 않은 건설현장에

순환논리의 오류에 빠진 게 아닌가, 자기중심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건설직렬

적인 생각에 빠진 게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합

쪽에서는 학교에서 4년 동안 구조역학 등 각종

니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방향을 지속하는 게

지식을 배워서 들어왔고, 건설현장 점검을 하

바람직할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려면 토질에 관한 지식 등 알아야 할 것이 많은 데,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점검하러 보내냐는

정진우 저는 의욕은 있었는데 실력이 부족

반발도 있고요.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선택하

했다고 정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실력이 없으

고 집중하지 않았던 안전보건 영역에서는 필요

면 의견수렴이라도 제대로 해야 했다고 봐요.

한 일이었어요. 사망사고, 중대재해 예방활동이

하지만 예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 같은 느낌

라는 건 결국 위험을 평가하고 줄이는 것이잖

이 들어요. 사다리 정책이 대표적이에요. 법령

아요. 효과가 분명히 검증된 것에 집중하는 게

개정이 단기간에 어려우니 지침으로 내놓는 것

유효한 전술일 수 있죠. 사다리와 비계 등을 중

인데, 이번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개정하면

점으로 현장점검하고, 시스템 비계시장을 넓혀

서 사다리 관련한 규칙을 개정하지 않았어요.

준다든지. 건설업의 안전보건 관행이 많이 바

앞뒤가 맞지 않죠.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

뀌리라 기대하는 것이죠. 물론 평가는 3년 뒤에

니 주먹구구식 행정이 되는 게 아닐까요. 도급

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사망률 외에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졌어요. 내외부

더 많은 지표를 내고 평가기준으로 필요가 있

에서 의견수렴이 안 되고, 노동부와 안전보건

어요. 여러 가지 자료 공개도 해야 하고요. 아직

공단 간 의견조율도 잘 안 되고, 그러다 보니 정

그런 게 부족하다보니,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

책 수립과 집행이 거칠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

기 힘들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니다. 정책은 실험 대상이 아니잖아요. 완벽하 지 않더라도 최대한 정책의 질을 높여서 수립·

류현철 인적, 재정적 자원이 순식간에 늘어

시행하는 게 정책담당자들의 자세가 아닐까요.

나는 것도 아니고 역량 축적도 시간이 필요한

일터 13


▲ 강태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출처: 선전위원회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는지 결정하는 건 정책기획과 집행의 영역에

최민 의사결정 절차도 중요하지만, 선택한

속하지 않을까요. 체계 정비를 위한 과도기가

정책의 실효성 또한 중요할 텐데요. 시스템 비

아닐까 해요. 정리되지 않은 자료와 제도를 가

계 설치가 추락사 예방 효과가 검증되었다지

지고, 여러 정책을 시도해보는 과정이랄까요.

만, 패트롤 운영이나 시스템 비계 시장 확대 등 의 정책이 추락사 예방과 향후 건설현장 안전 수준 증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류현철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보고 싶어 요. 전술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고 시도해보면 서 수정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정책

강태선 사실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입

을 시행했다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

니다. 절차나 방법의 타당성을 검증하려면 더

도 살펴봐야 할 지점이 아닐까요? 일터의 노

분석할 자료가 있어야죠. 죽은 사람과 다친 사

동자들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을지. 최근 발생

람의 통계만 있잖아요. 그러나 워낙 사태가 심

한 파쇄기 사고, 질식 재해 그리고 추락재해 등

각하니 정책은 구사해야 하고, 현재 취합된 통

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항은 아니잖습니

계로 정확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으니

까. 모든 현장과 해당 현장의 말단까지 완벽히

외국의 정책을 모사하게 되죠. 법제도는 알 수

관리할 수 없다면, 노동자들에게까지 정책효과

있어도, 정책의 실행 전략은 암묵지에 해당하

가 파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

니 알 수가 없습니다. 패트롤 같은 건 이렇게 할

전교육 프로그램이나 대국민 홍보뿐만 아니라

것이라고 일정 부분 추정한 것일 텐데요. 사다

요. 예를 들어, 당사자들이 당면한 위험상황에

리 지침이나 도급 지침의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대해 작업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개개인이 어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은 분명해요. 안전보건공

려우면 대변할 수 있는 조직에게 권한을 보장

단이나 현장과 소통이 잘 안 됐고, 실효성 측면

해주는 등. 노동자나 노동단체의 참여를 고민

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결국 어떤 전략

해야 하지 않을까요. 비록 노동부나 안전보건

을 구사해야 하고, 어디까지 동의를 구해야 하

공단에 비해서 전문성이 부족하지만, 안전보건 주체를 다변화해서 포괄적으로 안전보건 관련

14

노동자가 만드는


활동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

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

히 노동자들 스스로의 권리 보장 및 실현을 위

지 못했다기보다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우선되

한 노력도 중요할 것이고요. 이렇게 안전보건

기 때문이 아닐까요?

관련한 주체들을 포괄하는 거버넌스, 기관 간, 이해관계자들 간 협의체를 만들어가는 일, 이

정진우 자율안전점검은 로벤스 보고서에서

를 도외시하면 앞으로의 정책 방향 또한 협소

제기된 개념이었습니다. 법규만으로는 한계가

해질 수밖에 없어요.

있고, 정부의 관리감독만으론 사업장 안전보건 전반을 커버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

정진우 안전보건활동의 주체라는 측면에서

다. 법제도를 보완하는 수단이었죠. 법을 지키

사업장 차원의 자율적인 안전보건활동이 필요

기 어려우니 현장에 맡겨달라는 것은 아니죠.

합니다. 안전보건 행정 역량과 자율 안전보건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에서도 자율규

관리, 이는 양대 축이죠. 전자뿐만 아니라 후자

제 개념이 빠져 있어요. 이건 정부도 이를 사족

도 부족합니다. 행정부가 단기실적에 급급해선

으로 생각했다는 걸 반증하는 게 아닐까요. 행

곤란해요.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직접 이뤄지

정의 부족한 점을 메우려면, 근로자 참여를 빼

지 않더라도 안전보건활동의 기본에 해당하는

놓고는 자율안전규제를 얘기할 수 없습니다.

자율규제를 실제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장을 가장 많이 아는 주체 중 하나니까요.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역량 투여 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

강태선 저도 100% 동의합니다. 지난번에

이다보니 손 놓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OSHA 대표가 내한했을 때, 사업주만이 안전한

예를 들면, 근로자 참여 제도를 재정비하는 일

현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한

입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곳, 특히 소규모 사업

국에는 300만 개가 넘는 사업장이 있어요. 모

장에서 이것이 보장되려면 근로자 대표가 실질

든 일터를 감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

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죠. 법에는 근로자

죠. 사업주의 윤리에만 의존할 수도 없고요. 결

대표를 선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선출절차나 활

국 관리감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전

동내용 등이 규정되지 않은 채로 있죠. 근로자

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사업주에겐 경각심을

참여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

주는 게 필요하고, 특히 안전보건 관련 법규를

에서는 자율규제가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기업

이행하기 쉽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어

규모를 떠나서 자율적인 활동으로 많은 부분을

요. 법 이행에 따른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어요.

보완할 수 있는데 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이를 지도하는 과정도 수반되어야 합니다. 억

는 노력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전문성

제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감독행정력이 중요하

뿐만 아니라 진정성도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고, 근로감독관들도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어 야 합니다. 제대로 재량권을 발휘하는 게 결국

자율안전보건관리가 가능하려면?

전문성이죠. 현장 개선을 위한 관리감독, 지도

최민 노동자 참여제도와 자율안전점검은

등은 법으로 규정하기 어려워요. 일정한 프로

묘하게 겹치면서도 어긋나는 것 같습니다. 문

세스와 인적 역량이 갖춰져야 합니다. 현재 한

제는 자율안전점검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

국의 조건에서 자율규제와 억제효과가 실현될

는가일텐데요. 한국의 경우 기업들이 자율안전

수 있을까요?

점검을 규제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율안전점검이 현장에서 작동

류현철 근로감독관의 재량권과 관련해서는

일터 15


전문성과 공정성 모두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국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소규모 사업장 등

에서는 사전적이든 사후적이든 생산에 차질이

에서는 실제로 비용부담이 크죠. 이를 감내할

발생한다는 이유로, 영세하다는 이유로 작업중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전

지를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잖아요. 기업의 이

히 사업주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이 아닐까요?

해관계를 먼저 고려한 게 아니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감독관에게 바라는 전문성이라는 것이

정진우 한 가지 정책으로는 부족합니다. 단

무엇이 기반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어

발성으로 그칠 수 있어요. 한 번 지적하고 개선

요.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사고예방

되지 않으면, 회초리를 들고 이제부터는 정말

과 개선을 위한 작업중지 요구를 하고 이를 마

혼낼 거야 같은 식으론 안전보건체계가 구축되

지못해 받아들이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지 않습니다. 기초적인 인프라가 구축이 되고

염두에 둔다면, 현재 재량권이 언제 어떻게 발

서 이런 집중정책이 작동되어야 자율안전보건

휘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리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관 리감독 및 사업장의 역량이 축적될 수 있는 것

강태선 사실상 지금은 재량권이 없는 것 과 다를 바 없죠. 사업주가 노동자를 보호하도

이죠. 지속가능한 정책, 장기적 전망을 지녔는 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록 유도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있는 것이기 도 하고요. 패트롤 운영 관련해서 참고할 부분

안전보건관리체계·조직 변화가 전제되어야

이 있어 보입니다. 조그만 현장들의 경우, 감독

류현철 현재 안전보건정책 기조를 유지하

관당 1년에 최소한 30~40개를 돕니다. 주로 형

고 발전시킬 수 있느냐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식적으로만 감독하는 것에 그쳐요. 똑똑한 사

현재 정책은 몇몇의 리더십으로 운영되는 것으

업주, 소위 악성 사업주들은 규제망에 걸려들

로 보입니다.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

지 않습니다. 말 잘 듣고 실태를 모르는 사업주

죠. 안전보건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무엇

는 끌려다닌다, 이런 인식이 만연해있죠. 이번

이 중요한 과제일까요?

에 집중적으로 패트롤을 운영했잖아요. 현장에 서는 ‘우리도 드디어 감독을 받았다, 정부가 이

강태선 안전보건은 여러 행정이 중첩되는

런 곳에도 오네.’ 이런 반응이 나온다고 합니다.

영역이죠. 타워크레인과 승강기 관련 대응이

그런데 점검 받아보니까, 주로 추락 중심으로

좋은 모범사례입니다. 행정안전부와 노동부, 또

하더라 크게 부담 안 되더라, 추락 관련 안전조

는 국토부와 노동부가 서로 협조해서 정책을

치를 잘했으면 감독받는 게 어렵지 않더라 등.

마련했었죠. 관계부처들에 걸쳐있는 문제들이

이제 사업주들도 해야겠다, 해 볼만 하다는 인

많죠. 건설현장 화재사고도 마찬가지고요. 한

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업주

부처의 몫으로만 남겨두지 말고 협력체계를 구

의 의지가 형성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

축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으로 보입니다. 류현철 그리고 안전보건 행정의 주요 관계 류현철 그와 함께 사업주가 안전한 현장을

를 사업주와 정부의 관계로 규정한다면, 노동

만들 수 있기 위해선 제반여건을 마련하는 것

조합의 참여가 안전보건 수준을 높이는 데 유

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에는 비용이

효하다 얘기와 충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들어가잖아요. 결국은 안전조치를 이행할 수

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있는 의지만이 아니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16

노동자가 만드는


▲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출처: 선전위원회

강태선 안전보건영역은 노사자치에 전적으

도록 하고 있고, 노동자 평의회를 통해서 사업

로 맡겨둘 수 없다고 봅니다. 원칙적으로 노사

주의 안전보건활동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자치가 가능하려면, 기반이 마련되어야 해요.

있습니다. 한국 산안법에도 노동자 참여가 보

최저수준을 지킬 수 있도록 규범과 규칙을 만

장되어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산업안전

들어야 하고요. 이는 정부와 사업주 간의 관계

보건위원회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실질적

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만에 하나 노사가

운영 문제가 제기되는데, 여기에 주의를 덜 기

합의해서 위험수당 받고 넘어가는 식이 되어선

울이고 있는 게 아닐까요? 더 활성화시키려 노

안 되잖아요.

력해야하지 않을까요? 내부에서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사

정진우 사업장을 배로 비유하면, 사업주가 선장이라고 할 때, 선원들을 잘 관리해서 순항

람이 주체가 되어야할 텐데요. 타임오프 때문 에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하고요.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때 정부는 배 건조와 운항, 선원 관리 등에 필요한

정진우 저는 노동조합 있는 사업장과 없는

사항을 규정하고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하겠죠.

사업장의 차이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더욱 취

사업주가 산재예방활동에 관한 의지와 능력을

약한 곳은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들이죠. 그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현장에서 안전보건

곳에서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활동을 직접 해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교육

가 유명무실한 게 문제입니다. 노동부에서 이

도 제공해야 합니다. 단순히 감시하는 차원으

런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노동조합 요구

로만 접근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에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죠. 산재사망사고의 대부분이 작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데, 안전보

류현철 노동자 참여를 좀 더 얘기해보면, 독

건활동을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습

일의 경우 산재보험 자체에 노동조합이 관여하

니다. 독일의 종업원 평의위원회, 영국, 일본의

일터 17


▲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출처: 선전위원회

노동자대표제도와 같은 모델을 더 적극적으로

을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

고민해서 도입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은 본부의 인력 증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장

안전보건에 의지가 있는데, 왜 이런 걸 하지 않

점검, 사고대응이 2차적인 전문성이라면, 1차적

는지 의문입니다.

인 전문성은 어떻게 하면 자율안전관리가 이뤄 질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기술

안전보건 역량 강화를 위한 과제

적 접근 외에 전략적 접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최민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는

중요합니다. 본부와 중앙의 정책 그룹을 확충

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이 기업의 이해관계만

해야 합니다.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습니다. 이번 현 대제철 산재사망사고의 사례처럼 제대로 된 판

정진우 동의합니다. 그런데 해외와 비교하

단과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고요. 행

면 인력이 부족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만

정의 측면에서 현장의 근로감독관이 노사관계

약 확충한다면, 인력의 정예화가 전제되어야

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게 개

합니다. 채용, 경력관리, 교육훈련 등 인사문제

선되어야 할까요? 인력과 예산을 더 투여해야

와 관련해 개혁이 필요하고요. 시험준비만 해

하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안전보건청 설립이

보고 현장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어떻게 정책을

나 조사권한 확대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제대로 수립할 수 있겠습니까. 현장경험을 축

하시나요?

적하고 정책에 녹여낼 수 있도록 세심한 인사 정책이 필요합니다.

강태선 최근 인력과 예산이 늘고 있는 추세 이지요. 지방 근로감독관을 늘려서 현장 인력

18

노동자가 만드는

강태선 그걸 위해서는 담당자들에게도 유


인이 필요합니다. 안전보건 전문가가 되겠다고

용노동자 등의 경우 예방적 차원에서 기술적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런 조직에 어

안전보건 문제만이 아니라 고용형태, 산업구조

떤 걸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개별 담당과에서

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잖아요. 이럴 때 왜 정부

하는 일을 총괄하고 성과분석 및 정책입안을

는 법제도를 적극적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노력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그런 곳에 안전보건

을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요?

담당자들을 세울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고 역 량 강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해외사례에

정진우 정부 부처간 역할이 구분되어 있고,

비춰 인력수준이 상대적으로 비슷하다고 해도,

문제해결에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지 않으려

권한이 어느 정도인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충

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컨대, 불법

분한 정책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어

파견으로 인한 산재사고의 경우, 누가 봐도 불

야 합니다. 안전보건청 같은 대안을 고민해볼

법파견인데 안전보건 관련 부서는 관심이 없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조직개편은 장기적인

고 다른 부서 소관이라고 눈감아 버리는 일이

과제 단계적 이행 전략을 수립해가야 합니다.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산업안전보건법에 특 고 관련한 조항을 넣을 때도 더 세심하게 고민

류현철 구조적 문제 또한 짚어볼 필요가 있

할 수 있는데, 특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명확

습니다. 구의역 김군, 고 김용균 투쟁 등에서 제

한 기준을 세우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기된 ‘위험의 외주화’가 안전보건의 핵심 문제

건설현장 안전감시단도 외주화하는데, 이를 산

라 할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안법상 안전관리자처럼 허용해주는 것도 문제

요? 안전보건행정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입니다. 안전관리자는 종합건설사가 직접 고용

할까요?

해야 하는데 말이죠. 전문성과 권한에서 공백 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런 식으로 서로 일을

강태선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사고조

구분 짓고 책임을 미루는 것은 노동부와 공단

사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사고조사에선 기

이 직무유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술적 원인부터 구조적 원인까지 폭넓게 다룰

범정부 차원의 긴밀한 업무연계, 안전보건관리

수 있습니다. 단순 처벌이 아닌 재발방지를 위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한 조사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적, 법적으로 위반요소만 찾을 것이 아니라 근본적

강태선 그런 점에서 지금과 같은 노력을 계

개선사항까지 밝히는 거죠. 조사보고서를 통

속 기울여나가면 좋겠습니다. 진지한 노력에

해 공식적으로 법에 반영하고 현장에서 개선하

대해서는 성과 여부를 떠나 칭찬도 하고 날카

는 프로세스를 갖춰나가야 합니다. 모든 걸 안

롭게 비판도 하고요. 함께 안전한 일터를 만들

전불감증으로 치환하는 건 문제지만, 모든 게

어갈 수 있길 바라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인식

도급 때문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비약이 있습니

이 자리잡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 제대로 된 사고조사가 반복, 축적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관련 자료를 공개해서 여러

최민 오랜 시간 대담을 나눴는데요. 현 산재

각도에서 다양한 대안들이 제출되어야 합니다.

예방정책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

안전보건공단이나 노동부에서 사고조사에 더

가야 할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

주의를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다. 앞으로 산재예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

류현철 건설업 다단계 하도급이나 특수고

니다. 감사합니다.

일터 19


▲ 지난 6월 23일 아산시 소재 한 사업장에서 필리핀 이주노동자 제프리씨(29세)가 콘크리트 구조물 제작 회사에서 안전관리자도 없이 고장 난 기계를 고치던 중 갑작스런 기계 작동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참혹한 죽음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 건가요? 출처: 호나라

20

노동자가 만드는


지금 지역에서는

롯데백화점에서 범일동까지 김가을길 상임활동가

▲ 2020 부산차별철폐대행진. 출처 : 김가을길

2020 부산 차별철폐대행진

숙견 동지가’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필요성‘등

연구소에서 상임활동을 시작 뒤 첫 번째로

을 주제로 발언하며 선동을 담당하셨고 부산출

맞이하는 차별철폐대행진이었습니다. 첫날에

입국종합민원센터 앞에서 무리한 단속과 강제

는 부산차별철폐대행진 선포식을 진행했으며

추방에 항의하는 약식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청년 노동자의 현실‘을 주 제로 발언하였습니다. 연구소 이름으로 발언하

이틀 차에는 아침 일찍 풍산마이크로텍지

는 것 또한 차별철폐대행진이 처음이었는데,

회 동지들과 서면에서 출근 선전전을 하는 것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롯데백화점 아래에 모

으로 일정을 시작해 점심까지 계속해서 걸었는

여 있는 몇몇의 낯익은 얼굴들을 보니 반가운

데, 차별철폐대행진이 왜 ’행진‘인지 새삼스레

마음도 들었습니다. 모두 선포식을 마무리하고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대로변에 가릴 것 하

부산역까지 행진했습니다. 행진에서는 “이주노

나 없이 커다란 피켓과 앞사람의 그림자만이

동자에 대한 차별, 강제추방 중단하라!”, “혐오

그늘이 되어주던 풍경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

와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습니다. 오후에는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근

제정하라”, “모든 노동자 해고 금지하라!”, “중

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전면적용”기자회

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등 다양한 의제

견을 진행했으며 이숙견 동지가 “중대재해기업

를 상징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행진에는 이

처벌법 제정”을 주제로 발언해주셨습니다.

일터 21


▲ 직환의가 알아야할 법률강좌. 출처 : 김가을길

마지막 날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직접고

오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추가신청인

용을 쟁취하기 위한 결의대회가 시청에서 진행

원을 포함해 당일에 신청인원 대부분이 참석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시청광장 앞을 가득 채

주셔서 장소가 가득 찰 정도였습니다. 마치고

운 사람들을 보며 마지막 일정까지 힘을 낼 수

뒷풀이에서는 후원회원 한 분과 공보의 한 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녁에는 차별철폐 문화

이 회원 결의를 해주셨습니다.

제로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는데, ‘발언을 하 기 위해서는 공연도 해야한다’는 차별철폐대행

법률가가 알아야 할 노동보건 강좌 1강

진의 전통답게 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와 대안

6월 30일 화요일 오후 7시 민주노총 부산

문화예술연대 흥 등 여러 연대단위의 공연이

본부 2층 대강당에서 법률가가 알아야 할 노동

있었습니다. 각 의제를 살려 개사한 곡을 부르

보건 부산 강좌 1강이 진행되었습니다. 기존에

기도 하고 일어서서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던

는 4층에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에어컨이 고장

흥겨운 문화제였습니다.

나 시작 1시간 전 장소를 옮기는 등 나름의 난 관을 겪기도 했지만 무사히 시작했습니다. 법

직환의가 알아야 할 법률 강의

률가가 알아야 할 노동보건 강좌는 7월 4주간

‘직환의가 알아야 할 법률‘강좌는 6월 27일

매주 화요일에 진행되는 법률가 대상 노동보건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7시까지 총 5강으로 진

강좌로, 첫 강의에 '근골질환과 뇌심질환 이해'

행되었습니다. 유선경 회원, 조애진 회원과 이

라는 내용으로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

숙견 상임활동가, 이동훈 회원 등 부산지역 회

의학과 전문의이자 연구소 회원이신 김영기 동

원들과 소장 동지가 강사로 참여해 노동시간,

지께서 교육해주셨습니다. 아쉽게도 코로나 재

휴식, 휴게를 중심으로 한 근로기준법과 산재

확산의 여파로 45명의 신청자 중 총 33명분이

법 체계와 범위, 의사가 알아야 할 산재보상 절

참석하셨습니다. 강의는 마지막까지 질문이 이

차를 주제로 한 산재법, 안전보건체계 및 규정,

어지고 이후 개인적으로 물어달라고 안내를 해

유해, 위험 예방조치, 부산지하철의 석면철거운

야 할 정도로 모두 집중력 있게 듣고 잘 마무리

동을 중심으로 본 산안법 등을 진행했습니다.

하였습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몇 차례 미뤄지고 취소문의가 22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신질환 알아보기

산재보험 취지에 부합하는 업무상 정신질환 판정을 요구한다 박경환·이성민 업무상정신질환연구팀

산업재해 신청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재해

대법 2017. 3. 30., 선고, 2016두31272

자의 산업재해 신청에 대한 사업주의 의견1)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실

제시되는 경우가 있다. 사업주의 의견은 주로

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거나 책임의 범위를

① 이 사고(혹은 질병)는 재해자 개인의 잘못으

제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해당 재해

로 발생하였으므로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의견

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근로자

과 ② 같은 환경의 다른 직원들에겐 아무런 이

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

상이 없는데 재해자에게만 발생한 질병이기에

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해 발생

산업재해가 아닌 개인적 질병이라는 취지의 주 장이 주로 담긴다. 이런 내용의 사업주 의견을 접하게 되면, 사 업주들이 업무상재해의 원인을 재해자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고 자신들 은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느껴져 안

에 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되어 있음을 이유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대법 2017.8.29. 선고 2015두 3867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 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런 주장은 업무상재해 인정 여부에 큰 영향

이에 대한 근거가 되는 판례는 위와 같다. 따라

을 끼치지 못할 것을 알기에 나는 담담히 무시

서 사업주가 업무상 재해의 책임을 재해자에게

하곤 한다.

전가하거나 설령 산업재해의 과실 원인이 재해 자에게 있다 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왜냐면 ‘무과실책임의 원칙’에 따라 산업재

의거하여 보상은 이루어져야한다.

해보상보험법은 재해자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 (질병)도 보호대상에서 배제하지 않으며, 업무

또한 재해자 개인의 질병 감수성이 사회 평

상 재해를 판단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

균인과 다를 경우, 재해자 개인에게 초점이 맞

관계는 일반적으로 보통의 체격이나 건강 상태

추어져야지 사회 평균인의 기준을 근거로 업무

를 가진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재해자의 건강

상재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판례의 취지에

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맞지 않다.

1) 사업주의 의견은 주로 ‘보험가입자 의견서’라는 서식 을 통해 전달된다.

일터 23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정신질환의 업무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상병이지만,

상재해를 판단한 경우를 살펴보면 산업재해보

(당해 스트레스를 유발한) 귀책사유는 재해자

상제도의 업무상 재해 판정 원칙과 모순되는

본인 요인이 더 크다고 사료됨.”, “정당한 징계에

결과를 빈번히 볼 수 있다.

의한 스트레스 이외에 다른 업무상 스트레스가 확인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였을 때, 신청 상병의

개인 과실로 인한 업무스트레스

발병에 있어서 업무적 요인의 기여도 보다는 개 인적 요인의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됨.”

(사례1) 유치원 교사인 A씨는 최근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A씨는 일터에서의 업무 미숙으

개인적 취약성에 따른 스트레스

로 인해 동료노동자들과 갈등이 있었으며, 업 무수행 중 발생한 실수에 대해 징계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A씨는 최근 우울증의 원인이 일터에서의 업무스트레스라고 생각했다. A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우울증을 업무상 재해 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업무스트레스 의 발생 원인이 A씨의 과실이므로 A씨의 우 울증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과 가 담긴 통지서를 받았다.

(사례2) B씨는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한지 상 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회사의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스트레스로 힘들 어하던 B씨는 ‘불안장애’를 진단받았다. B씨는 ‘불안장애’에 대해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그 러나 근로복지공단은 B씨의 업무가 통상적인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이며, 높은 수준의 업무스트레스가 없었을 것이라며 불승인 처 분을 통지를 했다.

다른 업무상 재해 사건과 달리 정신질환의 산업재해 신청 사건에서는 일터에서의 ‘개인의 과실’ 여부를 비교적 자세히 살펴본다.

업무상재해로 불승인된 정신질환의 질병판 정위원회 판정서에는 ‘개인적 취약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가령, 근로복지공단은 ‘업무관련성 조사 지 침’을 통해 정신질병의 업무관련성 조사 시 ①

이때 ‘개인적 취약성’은 주로 청구인이 통상

사고와 관련하여 본인의 고의 또는 법이나 규

적인 업무를 했기 때문에 정신질환이 발생할만

칙 위반이 있었는지 ② 법적 문제나 감사 등에

한 수준의 업무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은 아니라

연루된 사건인지 등을 조사하도록 한다. 그리

는 결론, 혹은 일터에서의 업무스트레스는 확

고 재해조사 과정에서 업무스트레스의 원인이

인되지만, 사회 평균인이 용인 가능한 수준의

된 사건에 재해자의 과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스트레스이므로 신청한 정신질환과는 무관하

재해 판단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사용된다.

정신질환의 업무상재해 여부를 판단한 질

이런 판단에 객관적인 기준을 찾아보기는

병판정위원회의 판정 근거를 살펴보면, 상당수

힘들며, 통상 판정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사례에서 재해조사 결과, 일터에서의 업무스트

의해 정신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업무스트레스

레스를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스트레

의 수준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스가 ‘개인의 과실’과 결부되었다는 점을 근거 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4

노동자가 만드는


“근무 중 상사와의 마찰, 폭언 등은 있었던 것

여부를 평가할 필요는 없으며, 업무스트레스가

으로 보이나 극단적 스트레스로 보기는 어려워

재해자의 과실로 발생하였다고 해도 재해자가

‘우울장애’를 인정하기 어려우며...(중략) 업무관

겪은 업무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련성 보다는 개인적 소인 및 취약성, 스트레스에

이런 원칙을 무시한 판정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의한 것으로 보임.”, “직장 내 상사와의 갈등상황

제도의 ‘무과실책임 원칙’과도 모순된다.

및 부당해고가 일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심각한 심리적 타격을 주

또한, 업무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적 감수성

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움이 있어...(중략) 개인

을 고려한 판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 평균

적 취약성 및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발병한 것으

인의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로 판단됨.”

상황이라도, 재해자 개인에게는 상당한 업무스 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정신질환이라고 판단 기준이 달라야 할

은 ‘개인적 취약성’을 다른 업무스트레스 요인

이유는 없다

을 배제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재해조

산재보험제도는 무과실 책임의 원칙과 질

사 과정에서 재해자의 성격이 스트레스에 취약

병에 대한 개인의 감수성을 고려하여 업무상재

하다고 판단된 경우, 이는 불승인의 근거로 제

해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

시될 것이 아니라 업무스트레스에 취약한 개인

본 바와 같이, 정신질환의 업무상재해 판단에

적 감수성을 고려하여 상병의 업무관련성을 긍

있어 ‘개인 과실’과 개인적 소인이 불승인처분

정하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의 근거로 제시되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업재해보 정신질환의 업무상재해 판단은 일터에서

상보험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재해자에게 업무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없었는

업무상 재해의 판정 원칙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즉, 정신질환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

과 관련된 업무스트레스에 대한 재해자의 과실

이다.

▲ 출처 : Pixabay

일터 25


연구리포트

누가 노동자의 밤을 사는가? - 물류산업의 야간노동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쿠팡, 마켓컬리 : 로켓이 도달한 샛별배송

이던 3월 12일 새벽배송을 하던 쿠팡 비정규직

야간노동의 문제는 19세기 자본주의 여명

배송노동자가 경기 안산의 빌라건물 4층과 5층

기에서부터 줄곧 존재해왔고, 노동자와 자본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한달 전 쿠팡

간 노동시간을 둘러싼 계급투쟁에서 가장 첨예

에 입사해 배송업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쿠

한 사안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

팡맨들의 노동조합(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

간노동은 사라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

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은 입사한 지 얼마

라인쇼핑의 확대와 함께 새롭게 재구조화되고

안 된 동료의 죽음에 대해 ‘새벽배송’을 가장

있는 물류산업 전반에 걸쳐 매우 새로운 형태

큰 원인으로 꼽았다. 노조는 3월 18일 기자회

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야간 장시간 노동이라

견을 통해 “쿠팡에는 고객을 위한 새벽배송 서

는 전통적인 형태 위에 플랫폼 기반의 파편적

비스는 있어도 배송하는 쿠팡맨을 위한 휴식과

인 고용과 쪼개진 노동시간, 빅데이터를 바탕

안전은 없다”며 ‘새벽배송 중단과 노동자 휴식

으로 그날그날 노동에 대한 지시가 매번 달라

권 보장’을 요구했다.

지는 노동방식은 노동자의 생명을 급격하게 소 진시키고 있다.

노동시간센터는 지난 6월 3일 한국노동안 전보건연구소 회의실에서 <야간노동 새벽배송

단순 택배기사와 쿠팡맨의 노동이 다른 이

의 위험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진영 쿠

유는 쿠팡으로 대표되는 대규모화되고 자동화

팡노조 지부장과 함께 물류산업의 야간노동의

된 유통산업이 단지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상품

문제점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이와 더불어 한

을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업체에 위탁하는 것

국노동연구원에서 2019년 수행한 연구 <서비

이 아니라 자체 배송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물류

스업 야간노동 : 인간중심의 분업구조를 위한

와 전자상거래 산업의 융합된 산업의 변화와

제언>를 요약한 노동리뷰(2020년 5월호) 중

관련이 있다(박종식).

‘소비사회와 야간노동 : 법적검토’(박제성), ‘이 윤추구형 야간노동 : 야간배송기사 사례’(박종 식)의 글을 함께 검토하면서 ‘신성장동력’이라 고 추앙받는 물류산업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 는 야간노동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26

노동자가 만드는

전통적 택배기사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의 ‘특수고용노동자’라면 쿠팡의 경우 ‘직접고용’ 을 통해 ‘감성배송’이라는 전략을 택했다. 처음 쿠팡맨의 ‘감성배송’이 등장 했을 때 맘카페를


중심으로 쿠팡맨의 감동택배 이야기가 엄청나

처음 쿠팡에서 배송기사들을 ‘정규직’으로

게 퍼져나갔다. 고객에게 문자 보내는 것은 기

채용한다고 해서 언론에서 크게 보도된 바가

본이고, 편지 써주고, 그림 그려주고, 상자에 사

있지만, 마켓컬리나 쿠팡의 정규직들은 4대 보

탕 붙여주고 하는 쿠팡맨의 ‘미담’이 마케팅 전

험에 가입된 것을 제외하면 일반 택배기사에

략으로 성공하게 되면서 쿠팡의 매출이 성장하

비해 월급이 적고 회사에서 지정해주는 지역과

게 된다. 이후 매출이 증가하면서 정규직뿐만

업무량, 성과 관리 등에 대한 통제가 강하다는

아니라 비정규직, 그리고 ‘쿠팡 플렉서’(특고)

점을 들어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노

로 고용형태가 다변화된다. 이는 감성배송을

동조건이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넘어 로켓배송, 새벽배송이 도입되고 증가하는

그래서 쿠팡이나 마켓컬리 정규직으로 입사하

것과 연동된다.

더라도 일반 택배기사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많으며, 특히 쿠팡이나 마켓컬리의 야간배송

“(쿠팡 플렉서를 왜 만들었나?) 업무가 늘어

은 점차 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은 그대

나고, 당일 배송이 약속된 시스템이니까. ‘내

로여서 노동강도가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

일 도착 보장’이라고 고객에게 무조건 문자

다.

가 간다. 뜬다. 당일 배송물량은 무조건 배송 해야 한다. 만약 못하면 쿠팡 캐시로 1천원

쿠팡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2015년에 비

이든 보상을 해준다. 인력이 부족하니, 유연

해 물량이 3.7배 증가했으나 임금이나 인력이

하게 배송을 진행할 수 있는 직종을 만든 거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야간에 1인이 차

다.” (쿠팡노조 지부장)

량을 몰아 배송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고 와 오배송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 정규직원들조

박종식에 따르면, 단지 빠르고 정확하게 배

차도 야간노동을 꺼리고 있다.

달하는 로켓배송에 더해 신선식품을 배송한다 는 발상은 새벽배송의 확대와 이를 위한 자체

“사측에서 중점에 두는 게 쿠팡맨 퇴직율이

적인 물류 설비와 유통망, 직접고용 형태의 배

다. 퇴직율이 너무 높다. 상시모집을 해도 쿠

송기사와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

팡이 채워지지 않는다. 쿠팡맨을 경혐해 본 사람은 다시 안 온다. 그래서 모집을 해도 사

이중 마켓컬리는 정육, 채소 등 신선식품의

람이 오지 않는다. 두 번째는 사고율이다. 안

온라인 판매-유통-배송의 변화를 주도했다. 이

타까운데, 단체 운전보험을 받아주는 회사

후 이마트, 쿠팡 역시 신선식품 배송을 중심으

가 없을 정도로 사고율이 심각하다. 우리 캠

로 자체적인 물류설비와 유통망을 구축하며 기

프만 해도 하루 4건 사고가 날 때도 있다. 쿠

존 택배업체들과 달리 배송기사들을 개인사업

팡카가 사고로 다쳤냐 여부에 따라 급여가

자와 직접고용을 혼재하여 활용하고 있다. 마

갈린다. 최대 40만원까지 차감이 된다. 사고

켓컬리의 경우 배송기사 600여 명 중 510명 정

가 급여나 인사상 불이익이 있다. 자기가 조

도가 개인사업자이고, 나머지 90여명이 직접

심해야 하는 건 맞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운

고용한 직원이다. 마켓컬리에서 직접고용 배송

전하면서 핸드폰을 안 볼 수가 없다. 회사는

기사를 활용하는 이유는 개인사업주 배송기사

‘운전하면서 핸드폰 보지 말아라’ 하지만 그

들에게 새벽배송을 매일 요구하기는 어렵고,

럴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신입들 같은 경우

배송 공백 지역이 발생한 경우 직접고용 배송

는 한참 헤매니까 핸드폰을 안 볼 수 없다.”

기사들의 투입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쿠팡노조 지부장)

일터 27


아래 <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4월 25

든(차량 정체이든, 배송지연이든) 배송간격이

일 야간배송 현황이다. 모든 배송완료시간과

다른 경우보다 뜨면 사측은 휴게시간으로 간주

배송간격이 모두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배송기

하는 거예요.” 쿠팡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AI를

사들의 작업동선과 노동강도를 회사에서 매우

적극 활용하면서, 쿠팡맨들의 휴게시간은 <표>

구체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아래 <표

와 같은 데이터로 간주될 뿐이다. 그러니까 쿠

>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배송간격이다. 어떻게

팡맨의 휴게시간은 데이터상의 시간 차로 ‘간

저 시간 안에 배송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는 사

주된다.’

람들에게, 쿠팡노조 지부장은, “그래서 뛰어 다 닌다.”고 말할 뿐이다.

쿠팡의 배송방식도 매우 극단적인 방식으 로 탄력적이다. 매번 정해진 구역을 한 사람이

“우리는 택배기사와 다르게 박스가 아니라

맡아서 책임지는 택배기사와 달리 쿠팡은 매

가구로 건수를 잡는다. 평균적으로 1시간에

일의 배송지역이 달라진다. 전체적인 배송량과

20가구 정도. 160가구는 8시간 걸린다. 모자

배송인원을 AI(쿠팡맨들이 우스갯소리로 이름

라는 시간은 뛰어야 한다.” (쿠팡노조 지부장)

붙인 ‘쿠파고’)가 정해주며, 쿠팡맨들은 이 데이 터에 근거해 매일의 근무지역이 달라진다. 쿠

배송기사들의 휴식은 어떻게 이뤄질까? 배

팡은 노동자가 가질 수 있는 업무숙련도에 따

송완료하면, 위의 <표>처럼 배송간격과 배송완

른 일의 효율을 포기하는 대신 데이터에 근거

료시간이 나온다. “그런데 중간에 어떤 이유로

한 ‘적기배송’에 사활을 건다.

▲ 출처: <야간노동 새벽배송의 위험과 개선방안> 발표 자료 중

28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마켓컬리

“조장이 물량을 고려해서 사람들을 지정하는

인 나는 그 시간만큼 어느 자본에 의해 더 많은

데, 현재 시스템(쿠파고)은 컴퓨터가 다 짜준

시간을 강탈당할까?

다. 자기 마음대로 데이터가 축적하고 분석한 대로, 하루하루 다 노선이 다르다. 나는 양주

“소비자로서의 우리가 더 싸고 더 좋은 물건

캠프만 배송하는 게 아니라 타 캠프로 지원을

을 더 빨리 살 수 있게 되면 될수록 판매자로

많이 간다. 강남은 쿠팡맨이 많이 없다. 그러

서의 우리는 고객을 유지하고 사업을 성사시

다 보니 내가 당장에 어디 갈지 모른다. 데이

키기 위하여 더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터가 결정한 대로 간다.”(쿠팡지부 지부장)

그리고 근로자로서의 우리는 더욱 빨라진 생 산과 판매의 박자에 맞추기 위해서 더욱 필사

새벽배송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까.

적인 삶을 견딜 수밖에 없다.” (박제성)

얼마 전,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에 ‘맛을 들 인’ 친구를 나무랐더니, 도덕적 훈계만으로 시

소비자로서 우리, 판매자로서 우리, 노동자

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다는 훈계를 들었다.

로서 우리는 모두 24시간 흘러가는 물류와 그

사람들은 더 편리하고 더 좋은 걸 욕망하고, 자

흐름을 위해 필수적인 야간노동처럼, 자본의

본은 이러한 욕망을 놓치지 않고 상품으로 만

흐름을 위해 야간에도 노동하며, 새벽에도 소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야간노동은 나쁘지만,

비하고 덧붙여 데이터화 된 추가적인 노동 역

사람들의 욕망은 더 크다는 것이다.

시 제공한다.

하지만 욕망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욕망

야간노동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와 그 법적,

은 늘 만들어지며, 변화한다. 그것은 내 안에 있

철학적 의미가 노동법에 단 한 줄도 없는 나라

지도 않고 나에게 고유한 것도 아니다. 친구의

에서 새벽배송에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

말대로 욕망은 자본주의적으로 생산되며 또 그

러운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우

반대가 되기도 한다.

리들의 새벽을 FLEX하게 강탈하는 것을 막기

밖에 나가면 24시간 편의점이 있고, 24시간 술집과 밥집이 즐비한 사회에서 새벽배송 쯤 하나 더 추가된다고 해서 뭐 그렇게 더 나빠지 겠냐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야간노 동으로 신선한 상품을 집 앞에서 받는 ‘소비자’

위해, 우리들의 밤을 폭력적으로 수탈하는 것 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 이런 내용이 노동법에 들어가야 한다. “야간근로는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의 보호를 위하여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어 야 한다.”

일터 29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의 COVID-19 판데믹과 과로* 황이링 대만 OSHLink 활동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2019년 말

들은 장시간 노동과 연장 근무를 수행해야만

중국에서 처음 시작되자, 대만 정부는 바이러

했다. 또한 대만에서 매일 2천만 장의 마스크를

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재빨리 국가 차원의

생산하기 위해, 92개의 수술용 안면 마스크 생

방역조치를 취했다. 2020년 1월, 대만의 질병

산 라인이 추가되었고, 여기서 일한 노동자들

관리본부는 중앙방역대책본부Central Epidemic

역시 장시간 일해야만 했다. 마스크 배급을 위

Command Center를 출범하고 여러 정부 부처

해 약국이나 편의점에 이 마스크를 배송한 우

를 아우르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시작

체국 집배원이나 민간 기업의 택배 노동자들

했다. 이로부터 140여 일 동안 중앙방역대책본

역시 마찬가지다.

부는 매일 대만 국민들에게 감염병의 전세계적 유행과 관련한 최신 소식을 뉴스 브리핑으로 발표했다. 이 일일 뉴스 브리핑은 6월 7일을 마 지막으로 일간 발표에서 주간 발표로 전환하였 다. 6월 7일 현재, 대만의 COVID-19 감염 사례 는 총 443명이고, 이 중 사망자는 7명, 현재 입 원 중인 환자는 6명뿐이다. 나머지 감염인은 모 두 회복되었다. 6월 7일은 COVID-19의 대만 내 감염이 56일 째 보고되지 않은 날이기도 하 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성공은 방역과 보건 의료 노동자들의 희생을 치르고 얻은 것이다. 방역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대만의 감염병 예 방 활동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코로나바이러 스 감염증과 지치지 않고 싸우면서 그들의 건 강은 위험에 처했다. 판데믹의 영향을 받은 노동자들

또한 대만의 청소, 위생 노동자들 역시 심각 한 과로에 시달렸다. 예를 들어, 타이페이 도시 철도Taipei Rapid Transit Corporation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정책 중 하나로, 모든 역에서 소독 단계를 상향했다. 기차 차량 출발 전 소독은 8시간당 한 번, 승차권 자동 발 매기는 4시간마다 한 번 소독하게 되었다.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청소 노동자들은 강 화된 소독 주기 때문에 식사도 제때 하기 어렵 다고 한다. 은행 직원들의 노동강도도 최근 크 게 증가했다. 판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 한 대응으로 정부에서 보조금 및 수당을 배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원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은행 직원들에게는 큰 업무 부담이다. 노동시간은 같지만, 추가 업무를 하게 되는

방역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분명 판데믹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도시철도 차량이나 승

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노동자들이다. 이

차권 자동판매기를 소독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30

노동자가 만드는


간 노동이나 휴가의 중단은 노동자의 부상이나 건강 문제 위험을 높인다. 건강 위험으로 이어지는 과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진 많은 연구에 서, 하루 11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7~9 시간 일 하는 경우보다, 급성심근경색 발생 위험을 2.9 배 높아진다고 밝혀져 있다. 일주일에 66시간 ▲ 출처 : Pixabay

일하는 노동자는 이보다 짧게 일하는 노동자 보다 업무 관련 사고를 경험할 위험이 1.88배

경우, 노동시간이 늘지는 않았지만, 전에는 하

높다. 일주일 단위로 규칙적으로 쉬지 못하거

루 2번 하던 소독을 이제 훨씬 더 많이 수행하

나 6일 이상 연달아 일하는 노동자는 죽상경화

게 되었다. 건물 경비 노동자들의 경우 예전에

증, 비만,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등이 발생

는 하지 않았던 업무, 예컨대 건물 출입자의 체

할 위험이 증가하고, 업무 관련 사고의 발생 위

온을 재고, 손소독제를 사용하도록 하는 추가

험도 커진다. 바로 얼마 전에도, 창화 시 중앙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업무 도중 손가락 끼임 사고가 발생하여 손가락을

판데믹 시기의 장시간 노동 대만 근로기준법 32조와 40조는 “천재지변 이나 사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있을 경우 고 용주가 노동자에게 연장 근무를 요청할 수 있 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해 고용주는 노동자에게 휴가 사용을 중단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하루 노동시간으로 제한된 12시간을 초과

절단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장시간 노동은 어 깨, 허리, 목 등 근골격계에 통증과 경직을 가져 오고 스트레스나 정신 건강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산재 보험 당국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8일마다 1명씩 과로로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는다. 과로가 이 나라의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끔찍한 진실이다.

하는 노동을 요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 나 바이러스로 인한 현재의 감염 상황이 “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의 싸움은

지변이나 사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들어가는

적절한 방역 물품의 생산과 제공, 백신 개발, 바

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러스 검체 채취와 검사 등의 측면에서 시간

1998년부터 COVID-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과의 싸움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이 범주’에 속한다

우리는 장시간 노동 역시 큰 건강 문제를 일으

고 주장하고 있다.

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신종 코 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의 장기전을 이겨내기

노동시간 연장은 반드시 노동조합의 동의 를 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노동시간 연장 문제 논의는 노 사협의회의 승인을 받아 이루어져야 하며, 노 동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가 미루었던 휴가를 나중에 쓴다고 하더라도 장시

위해서도, 관련 공공기관이나 민간 부문 모두, 필요한 곳에 더 많은 인력을 사전에 배치하고, 좀 더 효율적인 작업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 글은 2020년 6월 22일, 동아시아 과로사감시에 영어로 게재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https://sites. google.com/view/kwea/

일터 31


사진으로 보는 세상

▲ 2020년 6월 10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다. 언제까지 무명의 죽음들을 지켜볼 것인가.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 출처: 호나라

32

노동자가 만드는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을 위해 전덕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 인터뷰

김가을길 상임활동가

”휴게시간은 근로기준법에 의해서 4시간에

사회복지사업 특례업종 제외 후의 변화는?

30분 8시간에 1시간씩 부여하도록 되어 있잖아

언론에서는 최중증 장애인 사고방지 등을

요. 그리고 그 휴게시간의 부여시기를 변경할 수

앞세워 활동지원사의 끊임없는 서비스를 요구

있게 해주는 게 특례업종이었어요. 그래서 국가

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

인권위 권고사항으로 휴게시간을 유연하게 부

자들의 쉼의 권리는 노동자 건강권의 측면에서

여한다거나 하는 방안이 나왔는데, 이런 정책들

너무나 필요한데, 개정된 맥락에는 또 무엇이

이 7월 1일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이전의 상

있었을까? 그리고 개정 이후 휴게시간이 생겼

황이었죠. 그러니까 활동지원사들의 쉴 권리가

다고 볼 수 있는가?

특례업종 제외 이전에도 없었던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사실상 활동지원사들은 그간 제대로 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이 2018년 3월 20

휴게시간을 부여받지 못하고 일했어요. 근로기

일에 개정되었고 7월 1일 이후 시행입니다.

준법상 휴게시간의 권리가 있음에도 부여받지

여기서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이라는 게

못하는 불법적 상황이 근 10년 가까이 계속 되

뭔지가 중요한데, 특례업종이 될 경우 연장

어왔던 거예요.”

근무가 제한 없이 가능했었어요. 그때 근로 시간이 단축되면서 주 근로시간을 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벌써 1년이

으로 줄이고 특례업종을 축소하자는 논의

넘었지만, 활동지원사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가 진행되었는데, 제외되는 특례업종이 사

휴게시간이 없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회적으로 문제가 많았어요. 화물 운송하시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전덕규 사무국장을 낙원상

는 분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교통사고가 난

가 골목 근처의 활동지원사노조 사무실에서 만

다거나, 집배노동자들이 과로로 사망한다

나 활동지원사 노동자들의 쉴 시간에 관한 이야

던가. 그런 일들이 계속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를 들었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특례업종이 축소되었 던 겁니다. 많은 활동지원사들도 이용자필 요에 따라 장시간 노동을 했고요.” 일터 33


▲ 출처 :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개정 후 사회복지사업이 특례업종에서 빠

처럼 또 권고한 것뿐이에요. 그렇다면 국가

지면서, 휴게시간을 4시간에 30분, 8시간에

인권위의 권고는 유효한 권고일까요? 절대

1시간 부여하게끔 변화하게 되었잖아요. 그

그렇지 않습니다.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

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활동지원사들에게

어도 법이 기본적인 테두리를 마련해 놓지

휴게시간의 권리라는 게 기존에 없던 게 아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보건복지

니었던 거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사실상 근

부는 근로기준법 개정 과정에서 특례업종

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 제도 초

제외에 관해 반대했어요. 보건복지부는 지

기부터 있어왔고,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

금까지도 노동자 휴게시간 권리에 대한 책

서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문제가 수면 위로

임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떠오른 거지 ‘휴게시간이 생겼다’와 같은 표 현은 맞지 않죠.”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근로기준법 개정 안 시행을 앞둔 2018년 6월에 ‘휴게시간 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정 이전 ‘휴게시간

원 방안’이라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을 유연하게 부여하도록 한다’는 등의 대안을

그런데 열어보니 사실상 공백을 가족돌봄

내놓았다. 특례업종 제외에 관해 활동지원사

으로 대체하고 한 시간 정도 되는 단시간 대

노동자의 고용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보건복지

체 인력을 5000원 정도 더 주는 방식으로

부나 기타 정부부처, 지자체 등의 반응은 어떠

파견하거나 퇴근할 때 맞춰 8시간에 할당되

했는지 궁금했다.

는 휴게시간 1시간을 당겨서 교대 스케줄을 짜는 정도였죠. 실제로 그렇게 운영이 되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은 돌봄서비스

는 않습니다. 일하는 활동지원사 입장에서

의 경우 휴게시간을 유연하게 부여할 수 있

는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

다는 내용이었는데, 사실 그게 기존에 없는

니까요.”

걸 마련한 게 아니라 원래도 법률적으로 유 연하게 하도록 되어있는 새로운 방법인 것

34

노동자가 만드는

보건복지부에서 국가기관과 실질적 고용주


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정부

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아까 말했듯

에서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니, 개정된 근로기

일부 기관에서는 단말기만 종료하게 시킵

준법상의 특례업종 제외의 의미가 잘 실행되기

니다. 단말기만 종료하게 되면 근무기록을

는 어려웠을 것 같았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어

삭제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물었다.

휴게시간 부여가 아닌 임금체불이 되죠. 그 러니 지자체들 상황이 우스워요. 휴게시간

“사회적 논의로 인해 근로시간이 축소되고

을 부여하는 지자체는 사실상 단말기를 종

특례업종이 줄어든 것은 노동자의 권리 보

료하고 있기에, 실질적인 휴게시간도 아닌

장의 측면에서는 진일보 한 것이죠. 그렇다

데다가, 임금체불까지 해서 이중 근로기준

면 보건복지부에서도 활동지원사에게 휴게

법 위반이겠죠. 그러나 휴게시간을 부여하

시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하는

지 않는 지자체는 휴게시간에 관련한 법률

게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 건 전혀 안 되고

위반이 됩니다. 아무 대책이 없는 지금 상황

있고요. 일단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이라

에서는 최소한 일 한 것에 대한 임금이라도

는 것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완전

받게끔 설명하고 있습니다.”

히 벗어나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 도잖아요. 하지만 활동지원사들은 그렇게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

쉬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를 종료해 근무기

그는 휴게시간을 쉴 수 없으니 돈으로 달라

록을 삭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질적으로

고 요구하는 것은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쉼의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가장 큰

권리마저도 돈 문제로 치환시키는 것이기에 위

문제예요.”

험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당장 조건 을 바꿀 수 없다면, 휴게시간 저축제 등 온전한

보건복지부에서 대책이라고 내놓았던 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을

지원방안을 통해 휴게시간을 준 이용자는 다섯

요구하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도 노조에서 관

손가락에 꼽았다고 한다. 그만큼 실효성이 없

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는 않았다. 그

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때 보건복지부는 계

렇다면 휴게시간을 쉴 수 없는 현장의 더 구체

도기간이라 이용자들이 많이 쓰지 않았다는 핑

적인 사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계를 댔지만, 계도기간동안 보건복지부나 고용 노동부가 본 목적을 위한 제대로 된 시도를 한

“거의 모든 활동지원사는 1:1로 파견되기

적은 전혀 없었다.

때문에 한 사람이 일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쉬는 방식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근육장

“그렇게 2018년 12월이 되어 계도기간이

애인 분들이나 최중증장애인 분들의 경우

지나자 보건복지부에서는 다시 또 같은 지

특성상 끊김 없는 서비스를 원하죠. 또 장애

원방안(단시간 대체 인력 고용)을 지자체에

인이용자가 사회활동을 할 경우 대중교통

공문으로 배포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벌써

안에 있다면 휴게시간을 가질 방법도 공간

2020년이 절반이 가까이 됐는데, 지난 1년

도 없는 등의 문제가 있죠. 하지만 활동지원

간 이용자수가 어땠냐하면, 10명도 안 되는

사가 실질적으로 휴게시간을 쓸 수 있는가

처참한 실정입니다. 지금 보건복지부는 그

의 여부는 제도적 조건에 달려있다고 생각

것이 실패한 정책임을 알지만, 대책을 내놓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바우처 제도, 1:1 방

지도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예 휴게시간

식으로 파견하는 방식 안에서는 이를 활용

일터 35


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나 휴게시간

업종에 지금의 사회복지사, 활동지원사가

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함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그분들이(이용자) 원하는

노동자 건강권에 있어 중요한 문제이기 때

방향으로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

문에, 저희는 휴게시간 저축제를 요구하는

요합니다. 그리고 아마 그렇게 세세하게 보

거예요. 휴게시간 저축제는 쉬지 못한 휴게

게 되면 (기존처럼 특례업종으로 포함시켰

시간을 유급휴가로 계산해 활용하는 방식

을 때) 원하는 상과는 다를 거라고 보고요.”

으로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겠죠.” 활동지원사의 쉴 권리 보장을 위한 과제 언론에서는 근로기준법 이전의 특례업종으

휴게시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는

활동지원사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에 끼치

데, 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는 영향은 무엇이 있는지 들어보았다.

“장애인 단체 같은 경우 근육장애인 분들이

“휴게시간이 있는 근무를 상상해본 적이 없

나 최중증장애인 생존권연대 같은 데서 목

어서 영향이 무엇일까 명확하게 말하기는

소리를 많이 냈죠. 근육장애인 분들 중에서

힘듭니다. 산재에 관해서는 근골격계 질환

는 활동지원사가 10분정도 잠시 퇴근하고

이 많은데, 이용자가 가벼워도 60kg, 많이

교대하는 사이에 호흡기가 떨어져서 사망

나갈 경우 100kg가량 되기 때문에 그런 분

하신 사례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절박함이

들을 한 사람이 들어야 하는 현 제도에서는

있으셔서 끊김 없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십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이 아주 큽니다. 산안

니다. 그런데 장애인 분들은 활동지원사 노

법상에는 10kg만 넘어도 두 명이 들게끔 권

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용자 분들이에요.

고했는데 그런 주장은 받아들여진 적이 없

그러면서 한 가지 더 주장하셨던 게 과거의

죠. 산재 인정률이 낮다보니 대체로 산재신

특례업종으로 돌아가자고 하셨거든요. 그

청도 어렵고요. 이용자분들을 들어 옮기고

런데 아까 제가 말씀 드렸듯 기존의 특례업

하는 업무가 많아 허리나 어깨에 영향이 크

종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휴게시간을 부여

죠. 장애인 분들이 보조구를 충분히 지급받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잖아요. 돌아가는

지 못하는 문제가 활동지원사의 노동조건

것이 해법일 수는 없습니다.”

과도 충분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휠체어를 예로 들자면, 장애인들에게는 이동수단을

“또 특례업종을 축소하는 것 자체도 노동계

보장하는 기기겠지만 활동지원사 노동자에

의 성과인데 이걸 다시 돌아가자고 하는 건

게는 노동을 보조해주는 기기라서요.”

퇴보시키자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최중증 장애인 생존권연대 토론회 기사 내용에서

전덕규 사무국장은 활동지원사들의 온전한

변호사가 지적하는 걸 보면, 2018년 7월 1

쉴 권리를 위해 앞으로도 권리보호와 요구를

일 시행 이전의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특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활동지원사들에게

업종과 시행 이후에서 규정하는 특례업종

실질적인 쉼의 권리가 주어질 때까지 함께 연

의 성격이 또 다르다는 건데요. 가령 지금은

대하고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대하고 나아

‘연속적으로 근무를 하면 얼마만큼의 휴식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주어져야 한다’ 이런 이야기도 한다는 거 죠. 그런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특례

36

노동자가 만드는


현장의 목소리

학교 비정규 여성 노동자, 외치다 "우리가 가는 길이 바로 여성 노동자의 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다짐은 한 언론 기사

더욱 문제는 공적 기관인 학교가 비정규직,

의 두 줄에서 시작됐다. ‘충남에서만 여상강사 3

특히 여성 비정규직을 끊임없이 양산해내고 있

명이 임신 사실을 숨기고 체육활동을 하다 유산

다는 점이다. 학교는 여성 노동자 고용이 높은 대

했다’는 내용이었다. 임신 사실을 숨겨야 했던

표적인 곳이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교육공무직원

절박한 상황, 불안을 참고 견디며 일하다 결국

과 강사 포함 전국에 40만 명의 노동자가 있으며

유산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자체가 ‘현실’ 같

여성이 93%, 남성 7%로 추산하고 있다. 교원의

지 않았다. 정부에서는 저출산이 국가의 위기라

경우에도 여성 비율이 높다. 2019년 교육부가 발

고 떠들며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터에서

표한 교육기본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교원 대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권은 전혀 보장되지 않고

비 여성교원은 71.3%(354,093명)으로 고등학교

있는 것이다.

(53.5%), 중학교(70.1%), 초등학교(77.2%), 유치 원(98.3%) 순으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는 비정규직 노동의 문

며 교원 성비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직군 중 하나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 직종 관련 일자

이처럼 학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 노

리 창출을 위해 학교에 배치하기 시작했고, 이후

동자가 비정규직으로서 여성으로서 겪는 이중

교육부도 사업에 참여했다. 일자리 창출이란 명

차별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해결의

목으로 도입된 사업인 만큼 양적 양산 초점에만

출발점도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난 6월

맞춰지고, 일자리의 질은 한참 낮다. 노동조합에

30일 노조 사무실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

서도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점이다. 담당 직무를

조합(이하 학비노조)의 안순옥 수석부위원장과

체육 수업 보조자라고 정해놓고 1년 단위의 계

최은희 정책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보았다.

일터 37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안순옥 수석부위원장(왼쪽), 최은희 정책부장(오른쪽). 출처 : 나래

유령 취급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최은희 : 처음 일하면서 느꼈던 게 우리가

안순옥 수석부위원장은 11년 차 경력의 학

하는 일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구나라고 생

교 식생활관(급식실) 조리실무사다. 노동조합

각했어요. 학교의 유령 같다고 우스갯소리

에 가입해 지회장, 지부장을 역임하고 올해 노

로 얘기한 적도 많아요. 저도 결정적으로 노

조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도 처음엔 노

조에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돌봄교사

조가 낯설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자신의 일이

도 무기계약직이 아니었어요. 1년 단위로

존중받지 못하고,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계약을 했거든요. 2년 이상 되면 무기계약

받으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해야만 했던

직으로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경험이 스스로 노조를 찾게 만들었다.

는 이 돌봄 교사가 괜찮다 싶으면 교장 선생 님들끼리 암묵적으로 돌렸어요. 학교에선

안순옥 : 방학 날이었어요. 교직원 연수를 떠나는 날인데 급식실 빼고 다 가더라고요. 연수 참여자들이 일찍 움직여야 하니깐 배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는데 전혀 그 렇지 않아요. 그렇게 인터넷으로 노조를 검 색해서 가입을 했죠.

식 시간도 1시간 이상 빨라졌죠. 그러면 우 리도 일찍 가서 일하거나 빠르게 움직여서 일해야 하는데, 너무 서럽더라고요.

비정규직이란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노동자 뿐만 아니라 이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학교는 배움

최은희 정책부장은 자신이 노조를 가입하 게 된 이유가 학비노조의 출범 계기와 비슷하 다고 했다. 그는 2011년부터 8년 동안 초등학교 돌봄교실 전담사로 일하며 올해 1월 1일자로 노 동조합 전임을 맡았다. 38

노동자가 만드는

의 장이 되는 공적 공간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를 실 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 는 오히려 차별적 구조와 문화를 끊임없이 양 산해내고 있다. 50~70여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 자가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비정규직이라 차별받고, 여자라고 차별받고

자격이 요구되고 그에 필요한 것들을 다하

정부는 교육분야에 비정규직을 도입한 이

죠. 그런데 보조적 업무라고 생각하고, 특

유로 학교행정업무의 경감 및 효율적인 운영을

히 돌봄의 경우 엄마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실제론 IMF 이후 유연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강해요. 그런데 사회

진 노동시장에서 소위 경력단절 여성들을 노동

가 변했잖아요.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졌

시장에 끌어들이며 시간제 일자리와 같은 불안

고 전문적으로 돌봄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정한 고용형태, 저임금의 일자리를 집중 양산했

이 필요로 해졌죠. 그 업무를 하기 위해 돌봄

다. 임신, 출산, 육아를 거쳐 다시 경제활동을 해

교사들이 있는거구요. 코로나19가 발생하

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그나마 손을 뻗을 수

면서 학교에서 유일하게 움직인 게 어딘지

있는 곳은 비정규직 일자리뿐이다. 특히 학교에

아세요? 바로 돌봄교실이에요. 긴급돌봄이

서 조리, 돌봄과 같은 업무는 여성의 고유 영역

라고 해서 계속 운영했죠. 돌봄 업무가 보조

으로 여겨지며 대표적인 비정규직 일자리다.

적인 업무이거나 가치가 없는 노동이 아니 에요. 이제는 정말 이 시대에 필요로 한 필수

2017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말이 있 었다. 당시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노동인거죠. 이제는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 대로 평가할 때라고 봐요.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한 학교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를 놓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급식소

코로나19로 등교 수업이 미뤄지면서 자녀

에서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말한 것이다. 노

를 집에만 둘 수 없는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제

동기본권에 대한 몰이해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

공하는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

을 폄하하는 말로 당시 노동·여성계의 지탄을

다. 공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었던 돌봄노동이

받았다.

중단되면서 그 부담이 돌봄의 주 담당자인 여 성 개인에게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이 부담과

안순옥 : 예전엔 행정보조, 교무보조 명칭이 이랬어요. 교사들도 보조 선생님이라고 부 르기도 했고요. 초창기에는 교사, 행정 공무 원의 보조 업무를 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지 금은 그렇지 않아요. 교사, 행정 공무원들이 하는 일을 다 똑같이 하고 있거든요. 어느 학 교에 가면 공무원이 해야 하는 일을 비정규 직 노동자가 하고 있어요. 만약 보조라고 한 다면 교육청에서 업무 교육을 할 때 다른 교

책임은 성별분업이 공고한 학교의 여성 노동자 에게 다시 돌아갔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이라면 그만큼 사회적 투자와 지원이 아낌없 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이나 지 금이나 학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소위 ‘엄마의 마음과 태도’로 임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비정규직이자 여성 노동자로 부딪혀야 하는 이중차별에 노동조합 은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육을 해야겠죠. 그런데 그렇지 않거든요. 급 여 담당자를 부르면 거기에 정규직, 비정규

여성 노동자의 길, 우리가 만들어 갑니다

직 다 와요. 똑같은 일을 하기 때문이죠.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 보건법 상 학교 비정규 노동자는 법 적용에서

최은희 : 돌봄교사만 봐도 우리가 입직할 때

배제됐었다. 그러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조건이 되는 자격증이 유치원, 중등 교사 자

의 끊임없는 현장증언과 투쟁으로 지난 2017

격증,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이에요. 엄연히

년 2월 고용노동부는 학교 식생활관 업무를 적 용 범위에 포함하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산업 일터 39


▲ 지난 6월 27일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코로나시대! 초등돌봄교실 시간제 폐지 및 법제화! 초등돌봄노동자대회"와 "코로나 시대, 비정규 직 차별철폐 법제화 쟁취! 집단교섭 승리! 공무직위원회 정상화! 간부결의대회"가 열렸다. 출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안전·보건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할 수 있어야 해요. 정부에서는 계속 저출산

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게 되었다.

이 문제라고 하는데 왜 필요한 제도를 비정

여성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다룰 수 있다

규직이란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는지 너무

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자리다. 특히 여성은 일터

답답해요. 축복 받아야 할 일을 숨겨야 하는

에서나 가정에서나 주요한 결정 권한을 행사하

현실이 바뀌면 좋겠습니다.

는 위치에 놓이지 못한 경험이 많다. 그런 측면 에서 여성노동자의 렌즈를 통해 산업안전보건

최은희: 이전보다 여성 노동에 대한 인식도

위원회의 역할과 의미를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대기업만 봐도

할 것이다. 그것이 학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낮잖

들이 걸어가는 길이자 여성 노동자가 만들어나

아요. 여성에겐 유리천장뿐만 아니라 벽도

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존재한다고 봐요. 그만큼 여성에게 허용되 지 않는 게 있어요. 남성은 당연하다고 생각

40

안순옥: 초등 스포츠강사 유산 문제를 알고

되는게 여성에겐 그렇지 않은 거죠. 노조를

나서 너무 화가 났어요. 이분들은 무기계약

하면서 저희끼리 이런 얘기를 많이 해요. ‘우

직도 아니에요.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육아

리가 가는 길이 여성 노동이 가는 길이야!’

휴직도 못 써요. 쓰겠다고 하면 고용이 어렵

라고요. 우리 조합원 대부분이 여성이에요.

잖아요. 여성이란 이유로 그런거죠. 이런 문

우리 처우를 올리는 게 결국 사회적 지위를

제로 임신 사실을 숨기다가 유산 당한다는

올리는 거고, 이런 활동과 경험이 여성 지위

사실이 너무 속상해요. 상시지속 업무면 누

를 향상시키는데 일조하지 않나라는 생각

구나 당연히 필요한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

이 들어요.

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부딪히며 배우며 만들어간 안전보건활동 희망연대노조 딜라이브 지부 김형진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희망연대노조 산업안

이어오다 2019년 1월 명감으로 위촉되었다.

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세미나가 20년 5월 14일 부터 총 6회차에 걸쳐 진행되었고, 6월 18일에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생소했습니다. 파트

마무리되었다. 세미나에서는 희망연대노조에 소

너사에서 일 시작했을 때는 현장에서 작업

속된 지부들의 현장 상황과 안전보건과 관련한

을 하지만, 정작 위험요소는 느끼지 못했어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적극적으로 자신의

요. 전봇대에서 승주하고 담벼락에 올라가

활동 경험을 나누려고 하는 한 분이 눈에 띄었다.

작업하는 것도 일상업무라고 당연시했죠.

바로 딜라이브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형진

안전하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하 명감)이었다. 지난 6

어요. 하지만 산안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점

월 29일에 노동안전보건(이하 노안)활동을 시작

차 배워나갔죠.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산안

하게 된 계기와 못다한 이야기들을 듣고자 성수

법 스터디도 하고, 회의 일정 잡히면 사전

역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회의에 참석해서 관련한 내용도 검토하다 보니, 현장의 위험요소가 하나둘 보이기 시 작했습니다.”

제안으로부터 시작한 노안활동 김형진 명감은 통신 분야에서 10여 년을 일

“명감은 제가 처음은 아니에요. 지부에서 1

했고, 파트너사에서 근무하다가 희망연대노조

기 명감일 위촉했었죠. 처음에는 노안활동

가입 이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겪었

이 자리잡기 전이었고, 노사관계도 불안정

다고 한다. 이때 정책차장으로 파트너사에서 고

할 때였숩나다. 과도기였던 거죠. 그래서 사

용형태 전환과 관련한 투쟁을 했다. 그러다 딜

용자 측과 산안위든 실무협의든 많이 부딪

라이브 지부에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

혔어요. 그런 갈등 속에서 활동의 기본틀을

안위) 활동을 제안받았고, 2016년부터 단계적

갖춰나갔습니다. 제가 2기 명감인데, 지금

으로 직접고용으로 전환된 이후, 산안위 활동을

은 노안활동이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회 일터 41


▲ 위험성 평가 중 촬영한 고소작업 사진. 출처: 희망연대노조 딜라이브 지부

사에서 진행하는 위험성 평가나 근골격계

랐으니까요. 사측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동

유해요인조사 등에 업무시간 내 참여하고,

안 산안법과 관련한 위반사항들을 전혀 인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최대한 일정을 맞춰

지조차 하지 못했으니까요. 산안위 처음 시

서 현장점검 및 대응도 하고 있습니다.”

작했을 때, 사측도 산안법 책을 펴놓고 찾아 가며 얘기를 나누기도 헀습니다.”

서로 몰랐던 안전보건 의제 김형진 명감이 노안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그럼에도 정책차장으로 있을 때, 현장의 위

직고용 전환 국면과 겹쳤다. 이 때문에 본사와

험을 최대한 많이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파트너사 등 사측과 충돌하는 일이 잦았다. 단

사측이 위험업무에 대해 안전조치를 하지

지 투쟁 국면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안전

않는다는 걸 작업과정을 담은 영상을 통해

보건과 관련해, 사측도 충분한 이해나 정해진

알려보려고 했습니다. 승주 작업부터 아치

관례가 없었다. 한마디로 어떻게 해야 할지 서

형 옥상 작업까지 여러 현장 상황을 영상에

로 모르는 상황이었다.

담았고요. 작업량, 장비 무게 등을 측정하 고, 위험상황별 사진도 찍어서 자료로 만들

“저로서도 일하면서 누군가 다치거나 사고

었습니다. 야간작업 문제도 지적하고요.”

났던 걸 봤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가

42

문제인지를 잘 알지 못했었죠. 수습, 대응,

산안위에서 만들어간 노안활동

산재신청 등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 지도 몰

현장점검으로부터 시작한 노안활동은 산안

노동자가 만드는


위로 이어졌다. 산안위에서 사전회의, 실무회

도 고무지지대 등을 설치해서 작업 중 미끄

의, 본회의로 이어지는 안건마련 및 준비, 협의

러져 돌아가지 않게 조치도 취했습니다. 계

과정을 통해 여러 의제를 제기하고 관철시킬

속해서 현장의 위험요소들을 알린 결과, 사

수 있었다. 일과시간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

측에서도 현장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해가고

은 있었지만, 최대한 협조를 이끌어내 업무시

있는 것 같습니다.”

간을 조정하고 활동을 이어갔다. “앞으로 이런 안전조치가 현장에 잘 정착할 “비록 산안위원 활동을 전임으로 하지 못하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안전장구류

지만, 함께 업무 외 시간에서 열심히 준비하

지급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실질적

고 대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서

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교육도 개

로 소통도 하고요. 산안위의 경우에는 파트

선하고, 작업시간 등도 충분히 확보하는 등

너사별, 지사별로 위원을 위촉하고 다양한

의 후속 노력이 이어져야 합니다. 고소작업

의제를 모아내려고 했습니다. 이제는 멀티,

의 경우엔 2인 1조 도입이 중요한데, 아직

텔레웍스, 내근직, 영업 등 직군별로 배정도

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산안위를 통해서 각종

송망 관리와 관련해서 긴급출동을 위한 대

노안의제를 파악하고, 제기하고 있어요. 현

기근무조가 운영되고 있는데, 인원이 부족

장작업의 경우 팔토시나 워머, 사무직들의

해서 야간근무 부담과 함께, 혼자 출동하는

경우 발받침대 등을 구비해서 작업부담을

데 따른 위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고용조건

덜 수 있도록 요구했고, 안전화 교체주기나

개선, 신규인력채용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작업복 제공도 늘리고 작업복 자체도 작업

많은 과제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기 편하게 개선하고요. 작업중지도 할 수 있도록 노안활동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했

법제도를 넘어선 활동을 만들어야

습니다. 현장에서 좀 더 실효성있게 작동하

딜라이브 지부에서 명감을 위촉하면서, 사

도록 작업중지 이후 현장개선 등으로 이어

측과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1기와 2기 모두, 사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측에서는 명감 위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위촉 여부에 대해 사측의 의견

이렇게 조합 내 의견을 모아 요청하고, 사측

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활동에 협조적이지

과 협상을 통해 현장을 개선해나가고 있었다.

않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명감의 지위와 권한

최근에는 현장직군 외에 상담 및 사무 직군과

에 대해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

관련한 의제로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상

고 있다고 한다.

담직군의 경우, 고객갑질 등 감정노동에 따른 정신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도 하도록 했고, 코

“앞으로도 명감 활동을 지속한다면, 활동시

로나19 이후 사무공간과 콜센터 내 아크릴 보

간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전

호막 설치도 하도록 했다.

임으로 하든, 안전관리팀으로 직책 변경을 하든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

“현장 직군의 경우 사다리 사고가 가장 많이

련될 필요가 있어요. 노조 상황도 고려해야

발생합니다. 사다리 사고에 대해 현황 점검

하긴 해야죠. 물론 현재 수준에서 별도로 협

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LS사다리로 지

오를 구하면, 시간할애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급될 수 있도록 하고, 전봇대에 거치할 때에

하지만 현장직군이다 보니 업무를 조정하

일터 43


▲ 출처: 희망연대노조 딜라이브 지부

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법에서

안전보건 문제는 법에 규정된 기술적인 사

규정한 명감활동 내용 중 일부만 수행하고

항만 지키면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노안활

있습니다. 좀 더 사고 대응도 열심히 해보고

동은 이를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더 많은 문제

싶고, 조사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아요. 나아가 산

위해서 노동조건, 고용형태, 임금과 노동시간

안위 활동과 지부 활동을 더 연계할 수 있도

등 개선해야 할 과제는 더 넓다. 이를 위한 김형

록 매개하는 역할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

진 명감은 임기를 마치더라도, 노안활동을 이

도 들고요.”

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세미 나 때 함께 의견을 나눴던 것처럼 희망연대노

김형진 명감은 딜라이브 지부에서 노안활

조에서 더 많은 지부가 함께 노안의제에 관심

동을 활발히 이어왔지만, 한 번의 도약이 필요

을 갖고 교류하며 활동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한 게 아닐까 고민이 든다고 했다. 산안위 활동

바람을 내비쳤다. 그 바람에 연구소도 함께 연

등을 통해 현장 개선을 해왔는데, 여전히 회사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는 법제도 안에서만, 법에 규정된 최소기준만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44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건설현장 노동자의 뒷모습. 건설현장은 여러 작업자가 각자의 일을 하며 돌아간다. 건설현장의 안전 관리 시스템을 지금과 같은 집중 점검, 사후 특별감독 방식으로 구축할 수 있을까? 출처: 선전위원회

일터 45


그 노동자는 왜 복직투쟁에 나섰나 다큐 영화 <그림자들의 섬>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시간은 기억을 남기고, 기억은 감정을 만 든다. 더 많은 시간은 더 많은 기억을, 더 많은

록 만드는 어떤 감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끝까 지 모른다.

문화로 읽는 노동

기억은 더 많은 감정을 남긴다. 이 감정이라 는 것이 복잡미묘하다. 소위 ‘합리적 이성’으

<그림자들의 섬>이 보여주는 30년의 감정들

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도 어떤 감정적 상

이런 사회에서 노동조합 운동을 하는 노동

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무엇이 되곤 한

자들의 어떤 감정을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방

다.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는 아니다. 사소하

법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이다. 책을

게는 헤어진 애인과의 기억이 남아있다는 이

읽거나, 인터뷰 기사를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

유로 특정한 음식을 먹지 않는다든지, 뭐 그

이다. 누군가의 이름과 얼굴과 목소리를 알고

런 것들 있지 않은가.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 하는 공감의 범위가 넓어진다. 그것 역시 감정

그런데 이런 얘기가 남의 얘기가 되면 어

의 효과다. 무정형의 추상화된 어떤 낯선 타자

쩐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별다른 동

가 아니라 이름과 얼굴이 있고 목소리를 알고

질성이 없어서 감정이입 할 구석조차 없는 남

있는 특정한 누군가를 마주한 ‘기억’이 만들어

의 얘기라면 더욱 그렇다. 노동자가 그렇다.

낸 ‘감정’.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이지만, 스스로 ‘노동 자’라는 정체성을 갖고 사는 사람은 그리 많

<그림자들의 섬>(2013)이 바로 그런 다큐

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하는 노동자는

멘터리 영화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30년

더욱 그렇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남짓밖

사를 다뤘다. 이야기는 노동조합이 어용이었던

에 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시절부터 시작된다. 질 떨어지는 도시락을 거

대체 왜 대화보다 투쟁을 선택하는지, 왜 일

부하는 투쟁을 조직해 회사가 식당을 만들도록

해서 돈을 벌기보다 자꾸만 파업을 벌이며 손

한 ‘도시락 거부 투쟁’부터 전환의 단초가 마련

해를 보는지, 그냥 다른 직장 알아보면 될 텐

되고, 19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

데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수십 년간 ‘복직투

며 조합원 직접 선거로 민주노조 전환을 완성

쟁’에 매달리는지.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도

한다. 이어 박창수·김주익·곽재규 세 명의 열

46

노동자가 만드는


사에 대한 회상,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가장 강

어용노조 시절에는 순한 양처럼 다니며 소모

했던 시기에 비정규직을 외면했다는 뼈아픈 반

품 취급을 당했지만, 민주노조 건설과 함께

성, 정리해고와 희망버스 운동, 복수노조의 탄

투사가 되어 숱한 권리를 쟁취해온 노동자들

생과 최강서 열사까지, 끊임없이 투쟁하고 사

은 ‘민주노조’의 귀중함을 DNA에 새겼다. 김

람이 죽고 실패하거나 성공하고 반목하는 이야

진숙씨 역시 그 노동자들이 변하는 과정을 함

기가 반복된다.

께했기에, 숱한 당근과 채찍에도 노동조합 깃 발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30년이다. <그림자들의 섬>은 이 30년에 걸친 이야기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그들은 어째서 현장에서 떨어져 죽은 사

(김진숙·윤국성·박성호·박희찬 등)의 목소리

람을 내려다보면서 “또 한 명 깨졌네….” 하고

로 풀어낸다. 그들이 가진 ‘기억’이란 이런 것

비인간적으로 중얼거리는가. 그러지 않으면

들이다. 그들은 어용노조를 민주노조로 바꿔내

도무지 그다음 날의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

인간다운 공장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저 사람의 죽음을

공장에서의 일은 그 자체로 얼마나 위험한지,

자신의 일처럼 슬퍼하면, 자신도 당할 수 있는

하루가 멀다하고 산재로 죽는 사람들을 목격해

일이라고 여기면, 저 사람이 떨어진 그곳으로

왔다. 그들은 1991년 박창수, 2003년 김주익·

누가 다시 올라갈 수 있겠냐는 얘기다.

곽재규, 2012년 최강서까지 한 사람의 의문사 (박창수)와 세 사람의 자살을 목격했다. 그들은

김주익 씨는 어째서 타워크레인에 홀로

연대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무사안일주의가

올라갔고, 또 거기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 노동조합의 힘이 약

그의 죽음을 알게 된 곽재규 씨는 왜 스스로

할 때 회사가 얼마나 쉽게 말을 뒤집을 수 있는

몸을 던졌나.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김진숙 씨

지를 수십 년간 경험해 왔다.

는 왜 김주익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타 워크레인에 올라갔나. 왜 그는 “129일(김주익

그들의 ‘감정’은 바로 이러한 30년간의 기

씨가 타워크레인에 머문 시간)만 넘기자”고

억들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쌓이기만 하고 제

생각했나. 최강서 씨는 왜 박근혜 후보의 당

대로 해소되어 본 적은 없는 감정들이다. 이러

선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 복수노조(한

한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복잡미묘한 장면들이

진중공업 노동조합)가 설립되고 민주노조(금

이 다큐멘터리에는 자주 나온다. 한진중공업

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이 대거 이탈

노동자들의 기억을 공유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왜 노동자들은 그

장면들이다.

들을 원망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가.

‘또 한 명 깨졌네’, 그 말에 담긴 감정

<그림자들의 섬>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그들은 어째서 그렇게 노동조합을 지키는

의 30년사를 그들이 직접 구술하게 함으로써

일에 매달리는가. 1986년 노동조합 대의원에

그들에게 이름과 얼굴, 그리고 목소리를 부여

출마해 당선됐다가 해고된 뒤 지금까지 복직하

한다. 그들은 더 이상 낯선 타자가 아니게 되

지 못한 김진숙 씨가 이런 말을 한다. “술 먹으

고, 우리는 그들의 감정을 비로소 조금이나마

면 세상을 뒤집을 것처럼 떠들면서도 그 다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언뜻 비합리

날 출근하면 그렇게 순한 양이 될 수가 없는 사

적인 것처럼 보였던 그들의 말과 행동에 모두

람들. 그 아저씨들이 변하는 것을 봤잖아요.”

맥락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일터 47


문화로 읽는 노동

▲노동자들은 점심식사 후 작업화 벗고 돗자리 위에 가만히 누워서 잠시 쉬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항상 투쟁으로 점철된 30년이었 지만, 그들에게도 소중한 일상은 있다. 그리고 그 일상은 공장 안에 있다.

그 노동자가 복직투쟁에 나서는 이유

고당한 사람은 반드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

그리고 여기,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는 60

다는 사실을 수많은 해고노동자에게 보여주고

세 여성이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용접

싶다는 의지다. 그것이 항암 투병하는 몸을 이

공. 수많은 남성이 민주노조 하기를 두려워하

끌고 기어이 싸움에 나서는 이유임을 우리는

던 1986년, 겁도 없이 스물다섯의 나이로 노

이제 안다.

동조합 대의원에 출마하고 심지어 당선된 노 동자. 바로 그 때문에 해고된 뒤로도 35년을

동료 노동자들은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끊임없이 싸워온 운동가. 47미터 높이의 타워

이렇게 말한다. “이번 복직 투쟁은 시대를 개척

크레인에 올라가 309일을 농성해 정리해고

해 온 한 인간에 대한 예의이며 동지에 대한 의

를 철회시킨 사람. 고공농성 하는 친구를 위

리를 지키는 투쟁입니다.”(김재하 민주노총 부

해 항암 투병 중인 몸으로 부산에서 대구까지

산본부장) 그리고 무엇보다 김진숙 씨 본인의

걸어간 동지, 김진숙. 해고되지 않았다면 올

말이, 이것이 지난 35년의 맥락 위에 있는 투쟁

해로 정년인 나이지만 그는 6월 23일 ‘복직투

임을 분명히 한다. 우리는 그의 말에 서린 감정

쟁’을 선언했다.

을 이해해야만 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왜 굳이?” 그의

“35년 동안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복

싸움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

직의 꿈. 그 꿈을 이룰 마지막 시간 앞에 섰습

망을 투사한 말로 김진숙 씨를 조롱하지만,

니다. 나는 다시 전선으로 갑니다. 내가 돌아갈

이제 우리는 안다. 그가 한진중공업으로 돌아

곳. 박창수 위원장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조

가고 싶은 것이 ‘돈’ 때문은 아닐 것임을. 그

합원들의 곁으로 가기 위해. 김주익 지회장이

의 복직은 35년 전 민주노조를 건설하려던 그

그토록 내려오고 싶어 했던 현장으로 가기 위

의 투쟁이 해고사유가 될 수 없음을 회사로부

해.”

터 확인받겠다는 것이며, 다시 말해 그의 삶 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 비록 ‘지연된 정의’일지라도, 부당하게 해 48

노동자가 만드는


스테인리스 식기 제조 노동자에게 왜 급성 진폐가 발생했는가? 김대호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장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신 어느 노동자의 역 학조사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망원인이 과민성 폐렴? 하는 수 없이 홀로 남은 유족인 남편과 함 께 신청인이 오랫동안 일을 하였던 공장을 방 문하였는데, 조그만 공장에서는 산화알루미

46세 때부터 22년 4개월간 스테인리스 그

나 크림을 식기에 바른 후 나무원단에 고속으

릇을 가공하는 공장에서 분말 세척 및 포장작

로 마찰을 시키는 방식으로 광택을 내는 작업

업을 한 후 대학병원에서 ‘과민성 폐렴’을 진

을 여러 노동자가 하고 있었다. 신청인이 하였

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한 노

던 일은 광택이 마무리된 식기를 미지의 분말

동자가 있었다. 신청인은 공장에서 화재가 발

을 이용해 용기 내부를 닦아내는 작업이었다.

생하였는데, 화재 진압 후 공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을음에 노출되어 폐질환이 발생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산재신청 후 직업환경연구원에 업무상 질 병 역학조사가 의뢰되어 자료를 검토해 보니 흉부 영상에서는 과민성 폐렴에 합당하였지 만, 조직검사 결과에서는 과민성 폐렴의 증 거는 없었다. 20년 이상 근무하였다는 업체 는 스테인리스 식기류의 광택만 전담하는 업 체로 산재 신청인(이하 신청인)은 미상의 분 말로 세척하거나 포장을 하는 일을 하였는데, 면담하려고 유선 연락을 해보니 신청인은 이 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런데 국소배기장치가 있었지만, 미지의 분말이 주변으로 날리고 있었다. 사업장 담당 자에게 미지의 분말이 뭔지 물어봤지만 잘 모 르고 있었고, 산화알루미늄 가루라고만 추정 하고 있었다. 직업환경연구원에서 이를 채취하여 분석 (X선회절분석기)을 해보니 결정형 유리규산 인 석영과 크리스토발라이트가 각각 12%, 9% 함유되어 있었고, 나머지 성분은 대부분 비 결정형 물질이었으며, 다른 분석(X선형광분 석) 결과에서는 SiO2 78.0%, Al2O3 6.76%, Fe2O3 6.23%, K2O 3.06%, CaO 1.58% 등으 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산화알루미늄 가루는 아니었다. 일터 49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오랫동안 스테인리스 그릇을 가공하는 공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 광택 작업

대학병원에서 진단받은 질병은 ‘과민성 폐

나 크리스토발라이트와 같은 결정형 유리규산

렴’이었지만, 사업장 조사에서는 과민성 폐렴

의 함량이 1% 미만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우리

을 일으킬만한 물질은 없으면서 임상경과도 과

가 입수한 시료에서는 9~12%나 함유되어 있었

민성 폐렴에 잘 맞지 않았다. 노출량이 상당할

다. 이에 2회에 걸쳐 작업환경평가를 실시한 결

것 같은 미지의 분말은 산화알루미늄 가루가

과, 신청인의 작업 중에 노출될 수 있는 공기 중

아닌 광물 성분으로 과민성 폐렴을 일으키는

석영의 농도는 각각 0.042 ㎎/㎥, 0.091 ㎎/㎥,

물질이 아니라 폐암 발암물질이면서 진폐의 일

크리스토발라이트는 0.025 ㎎/㎥, 0.106 ㎎/㎥

종인 규폐를 일으키는 석영과 크리스토발라이

로 이 둘을 합친 결정형 유리규산의 농도는 고

트가 함유되어 있었다.

용노동부 노출기준(0.05 ㎎/㎥)을 초과하면서 최대 4배 가까이에 달할 정도로 고농도였다.

그게 정확한 진단명이었을까? 조사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을 하였는데,

의무기록을 재검토 한 결과, 다른 감염성 질

우선 신청인이 진단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환을 모두 배제할 수 있는 상태에서 흉부 영상

폐 조직을 입수하여 폐 조직을 전문적으로 판

에서는 규폐(silicosis)가 의심되는 소견이 확

독하는 병리과 전문의에게 재판독을 의뢰하였

인되었고, 조직검사 재판독 결과에서도 결정형

고, 최초 ‘과민성 폐렴’을 진단할 당시부터 사망

및 비결정형 입자들이 확인되었으며, 퇴사한

한 날까지의 흉부 영상을 입수하여 흉부 영상

후에 치료에 집중하면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

을 전문으로 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도 재

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폐 섬유화가 진행하면서

판독을 의뢰하였다.

최초 영상으로부터 사망할 때까지 영상을 재판 독한 결과에서는 급성 규폐(acute silicosis)에

한편, 미지의 분말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 해 분말을 납품하는 업체를 방문하여 조사한 결 과 분말의 성분 분석표에 시료 명칭이 ‘규조토 분말’로 표시되어 있었고, 원료는 포항 흥해 지 역에서 생산된 규조토라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합당한 소견이 확인되었다. 흉부 영상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기 1년 전에 공장이 이전했다는 사실을 종합하여 복잡 했던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보면, 스테인리스 공장에서 분말 세척작업을 하면서 결정형 유리 규산에 노출되었지만 규폐가 발생하지 않다가

다공성多孔性, porous 광물인 규조토는 높은

공장을 이전한 이후부터 고농도의 결정형 유리

온도로 가열하는 소성 가공 이전에는 석영이

규산에 노출되어 규폐가 발생하였는데, 일반적

50

노동자가 만드는


에도 알렸다. 스테인리스 세척용 분말에는 탄 산칼슘(CaCO3) 분말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규조토를 사용하는 업체도 있 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 이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번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를 진행하면서 ▲ 분말 세척

추가로 알아낸 사실이 있는데, 영국 수입 제

인 규폐의 진행 경과에 비해 매우 빠른 경과를

품이면서 스테인리스 제품을 세척하는 데 사

보이면서 사망하였던 임상경과를 감안하면 고

용하는 분말 제품(아스***)의 물질안전보건

농도의 결정형 유리규산 노출에 의한 급성 규

자료를 찾아본 결과에서도 결정형 유리규산

폐로 사망하였던 것으로 최종적으로 판단하였

(CAS number: 14808-60-7)이 60~100% 함

다. 즉, 스테인리스 식기를 최종적으로 세척하

유되어 있었다. 나무그릇이나 사기그릇을 많

는 데 사용하였던 분말이 규조토 분말이었고,

이 사용하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

규조토 분말에는 진폐나 폐암을 일으키는 석영

라에서는 스테인리스 그릇을 많이 사용하기

과 크리스토발라이트가 함유되어 있었으며, 이

때문에 이를 생산하는 업체도 많이 있을 것으

에 노출되어 급성 규폐가 발생하였고, 노출이

로 보인다.

중단된 상태에서도 급성 규폐가 진행하다가 호 흡부전으로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업체들에서 탄광이나 채석장에서 나 발생하는 진폐(규폐)가 얼마나 많이 발생

스테인리스 제조과정의 유해위험요인,

할 것인지 걱정된다.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하

규조토 분말

여 더 이상 진폐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빠른

규조토는 수백만 년 전에 규조라고 부르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단세포 식물인 프랑크톤 조류가 사멸하여 축적 되어 생성된 것으로 규조토의 주성분은 함수비 품질 규산(SiO2)이고, 화석 규조의 크기는 매우 작아서 평균 20㎍이며, 그 구조는 다공질각벽 으로 형성되어 있고, 형태는 매우 다양하며, 색 깔은 백색, 회색, 황색 등이 있다. 규조토는 현재 시멘트 혼합재, 각종 흡수재, 각종 여과 보조재 로 사용되는 등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자 연 상태의 규조토는 65~90%가 규산(SiO2)로 이루어져 있으나 대부분 비결정형이라고 알려 져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자연 상태에서도 결정형 유리규산이 21%나 함유되어 있었다. 다른 스테인리스 제조업체에서도 규조토 분말을 계속 사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역학조사 결과를 안전보건공단과 고용노동부 일터 51


손·손목부위 근골격계질병, 손목결절종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2017년 민주노총의 의뢰를 받고 「업종·

만 한 것에부터 작은 알밤만한 것까지 여러 가

직종별 근골격계질병 사례 분석 보고서」 연

지 크기가 있다. 발생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

구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때 손·손목

고 있지만, 결절종은 힘줄을 싸고 있는 막이나

부위 근골격계질병으로 △자(척골)신경병터

관절을 싸고 있는 막과 같은 세포들이 퇴행변

(Guyon 골관에서의 척골신경 포착신경병증

화를 일으켜 점액을 생성하고 이것이 모여 혹

(G56.2), △노뼈붓돌기 힘줄 윤활막염(드퀘

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상이나 반복 작

르벵, DeQuervaim’ dz(M65.4), △팔목터널

업을 할 경우 생기기도 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3

(수근관, 손목굴) 증후군(G56.0), △제1 손목

배 많다고 한다. 결절종은 손목 또는 손의 자주

손허리관절(수근중수관절)의 관절증(M18.0-

쓰는 관절 부위에 발생하는 종양으로 업무관련

1), △손(수부)의 관절증(M19.04), △방아쇠

성 여부를 판단할 때 과도한 관절 사용 정도에

손가락증(엄지 및 다른 손가락)(M65.3), △결

따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고 있다.

절종(Ganglion)(M67.4), △손, 손목의 건(초) 염·윤활막염(M65.8) 등을 설명하였다. 근로

최근 상담한 사건인데 만 52세 여성은 9년

복지공단에서 작성한 「근골격계질병 업무상

7개월 동안 에어컨 컴프레서를 제조하는 회사

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에서 인용한 부분이

에서 근무하였다. 2010~2015년까지 허브검사

다. 즉 손목결절종에 대해 업무관련성이 인정

(기능검사 및 외관검사, 손목작업), 2015~2020

되는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년까지 전동 작업(헤드조립겸 완제품, 손목작

이다.

업)을 주되게 수행하였고, 2019~2020년 반조 립작업(전동작업, 손목작업)을 수행하였다. 1일

결절종은 몸에서 생기는 종양 중 제일 흔

10시간~10.5시간, 주5일 근무를 하였고, 필요

한 것으로 손목의 손바닥 쪽이나 손등 쪽, 혹

시 특근을 수행하였고 2020. 1월 말 퇴사하였

은 손가락, 발목에도 발생하는 물혹의 일종

다. 2019년 하반기부터 손목부위 통증이 심하

이다. 피부 밑의 덩어리처럼 만져지나 관절을

여 치료를 받았으며, 퇴사한 이유는 손목결절

싸고 있는 막에서 발생하여 부풀어 오른 것으

종 수술을 받기 위해서였다. 지난 10년 가까이

로 내부는 관절액으로 차 있다. 크기는 콩알

손목 부담 작업을 수행하였던 것이 손목결절종

52

노동자가 만드는


발병에 원인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

다. 근로복지공단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재

이다. 회사에서 ‘개인질병’이라는 말을 듣고 그

해자의 제출자료, 담당자의 조사 자료 등을

렇게 생각한 것이다. 퇴사 후 치료를 받는 과정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재해자의 입장에서 재

에서 의료기관에서 업무상 질병의 가능성이 있

심사청구를 하는 단계까지 진행할 필요가 있

다는 말을 듣고 요양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뜻

는 사건인지 아직도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밖의 결과를 받았다. 손목결절종 관련 사례를 찾아보니, “원처 근로복지공단은 “신청인의 작업수행기간,

분기관은 좌측 손목관절 결절종이 청구인의

작업내용, 빈도·강도, 신체부담업무 및 자세의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는 기존 질환이므로 업

노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력

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

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는 에어컨컴프레서 제조

나, 관련 자료 일체를 검토한 근로복지공단본

업무를 하면서 대부분 작업과정에서 손목 부위

부 자문의사의 소견은 청구인의 업무가 하루

의 반복 작업이 관찰되나 신청 상병의 일반적

2,500~3,000회 정도의 완관절 반복 작업으

인 발병원인은 업무력과 무관한 개인질환의 자

로서 작업력으로 보아 시간적 관련성, 해부학

연경과적 악화로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

적 특이성, 작업의 위험도 측면에서 손목관절

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위원들의 공

결절종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통된 의견이다”라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하

것이며, 이에 대한 산재심사위원회의 심의결

였다.

과는 청구인의 결절종 발생 부위가 통상 수부 에 발생하는 신경결절종과는 달리 흔히 생기

모든 질병이 그렇겠지만 손목결절종 또한

는 부위가 아닌 곳에 결절종이 발생하여 업무

업무 외적 요인으로 발병할 수 있다. 그러나 업

외적으로 발생하는 결절종과 다르고, 업무의

무의 양, 작업자세, 노출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양과 작업 자세가 오른쪽 손목에 부담을 주

손목부위에 부담을 주는 반복 작업, 진동 작업

며, 상병 부위와 업무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으로 이루어진 경우라면 업무관련성을 인정하

인정된다는 것이다”라며 업무상 질병으로 인

는 게 타당하다고 보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

정하였다. 위 사례의 판정 이유를 살펴보면,

다. 사건 관련 자료를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

마치 상담자의 재심사 청구 사건의 결과를 보

라 구체적인 사항을 전부 파악하지 못한 상태

는 듯하다.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

이지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보여진

록 최선을 다해 달려봐야 할 것 같다.

일터 53


식품 알레르기

노동자 건강 상식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박소담)과 기우

콩·밀·호두·땅콩 등이 흔한 알레르기 유발 식

(최우식)가 부잣집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 문

품입니다. 우유나 달걀 알레르기는 약 60% 정

광(이정은)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도에서 영유아기를 지나면서 소실되는 것으로

위해 문광의 복숭아 알레르기를 이용합니다.

알려져 있으며 일부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반

식품 알레르기 질환은 과거에는 생소하여 ‘유

응은 나이가 들면서 장점막과 소화효소의 분

난스럽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비, 면역기능이 성숙하여 자연적으로 없어지는

있지만, 점차 많이 알려지면서 의식이 많이

경우도 많습니다.

달라지고 있습니다. 식품 알레르기는 영·유 아의 6~8%, 성인의 1~2%가 경험하는 것으로

사과·복숭아·당근·멜론 등에 알레르기 증

알려져 있으며 두드러기, 간지러움, 복통 등

상을 보이는 것은 대개 아동기 이후이며, 청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뿐 아니라 심하면 쇼크

소년·성인에선 보통 새우·조개·갑각류·생선·

로 숨질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간 200명

메밀·과일 등이 알레르기를 일으킵니다. 한

이상이 식품 알레르기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국인의 10대 식품 알레르기 유발 식품은 계 란(17.2%)ㆍ우유(16.7%)ㆍ밀(8.6%)ㆍ갑각류

식품 알레르기란?

(8.5%)ㆍ생선(4.6%)ㆍ호두(4.4%)ㆍ돼지고

식품 알레르기는 특정 식품에 대해 신체

기(3.2%)ㆍ땅콩(3.2%)ㆍ조개(3.0%)ㆍ복숭아

의 면역 시스템이 과민하게 반응해 일어나는

(2.2%)순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증상입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원인이 되는 식품 섭취 후 면역글로블린 E(IgE)나 림프구 등 몸의 면역체계가 식품 내 항원(단백질성 분)과 반응하여 ‘과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모든 식품이 알레르기의 원인이 될 수 있 지만 유독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이른바 ‘특정 식품(알레르기 유발 식품)’이 있습니다. 연령에 따라서 식품 알레르기의 원인 식품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영·유아에선 우유·계란· 54

노동자가 만드는

▲ 식품 알레르기에 의해 눈과 입술의 부종이 발생


▲ 식품 알레르기 증상

식품 알레르기 현황과 발생요인

알레르기 질환의 발병률이 낮아진다는 가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식품 알레르기를 겪

을 제시했습니다.

는 사람은 인구의 1~2%입니다. 그러나 일반인 설문조사를 하면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는 응

이후로 위생가설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조

답이 15~25%에 달합니다. 특정 음식을 먹고 알

사들이 이루어졌습니다. 알레르기 유병률이

레르기 외에 식중독 등의 이유로 고생한 경험

높은 개발도상국에 비해 위생환경이 좋고 기

을 알레르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

생충이 적은 선진국에서 알레르기가 많다는

유만 먹으면 설사하는 ‘유당 불내성’이라는 병

연구결과와 소아기에 개를 키우면 식품 알레

이 있는데 우유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서 발

르기가 줄어든다는 논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하는 병으로 병이 발생하는 기전과 증상, 치

아직 확실한 근거가 부족하여 ‘가설’에 머물

료도 다른데 식품 알레르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고 있어 알레르기 질환을 피하기 위해 굳이

종종 있습니다.

불결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 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음식 알레르기를 포함 하여 알레르기 질환은 증가하고 있는 건 부정

식품 알레르기 증상과 대응

할 수 없습니다. 최근 식품 알레르기를 포함하

식품 알레르기는 음식 섭취 30분 후 두드

는 알레르기 질환의 증가는 유전적 요인만으로

러기, 발진, 부종 등 피부증상과 복통, 구토,

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으며, 환경적 요인이 유

설사 등 소화기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기침

전적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다

등 호흡기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

인자성 질환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가 발 생하여 혈압저하, 호흡곤란 및 의식저하가 발

환경적 요인을 대표적으로 설명하는 ‘위

생하는 쇼크 상태로 악화되어 적절히 치료되

생가설’이 있습니다. 개선된 위생환경으로 세

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 알레

균, 바이러스, 기생충 감염이 감소되어 미생물

르기가 항생제, 벌침 주사 후 갑자기 환자가

에 의한 면역계의 자극이 결핍되면 T helper

예상치 못하게 사망하여 신문기사로 나오는

2(Th2)라는 면역반응이 활성화되어 알레르기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대부분이 과민반응인

질환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위생가설의 시작

아나필락시스입니다.

은 1989년 영국의 Strachan으로부터 시작합니 다. 역학조사를 통해 가족 구성원의 수가 많고

식품 알레르기가 의심되는 환자에게는 광

손 윗 형제들과의 비위생적 접촉이 빈번할수록

범위한 병력청취를 통하여 식품알레르기와

일터 55


노동자 건강 상식

▲ 한국인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큰 원재료. 출처 : 식품의약품 안전청

단순한 유해반응을 우선적으로 감별하는 것

기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식품 알레르기에 교

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특정항원을 피부에 주

차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식품도 함께

입하여 피부반응 보는 검사와 의심되는 식품

회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을 환자에게 투여하여 반응을 보는 검사도 있

심한 음식물 알레르기 환자는 음식 성분을

습니다. 이런 검사를 통해서 알레르기를 유발

확인하고 먹어야 하기에, 학교급식에서는 식단

하는 식품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

표에 알레르기 유발식품을 표시하고 있으며,

합니다.

2017년 5월부터 대형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 로 판매하는 식품에 알레르기 유발 성분, 원료

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치료는 원인식품을 제거 즉,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먹지 않는 것

가 포함된 경우 그 원재료명을 표시하는 알레르 기 유발 식품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입니다. 원인식품 회피가 가장 확실하고 유

국소 두드러기와 같은 가벼운 식품 알레르

일한 방법이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 증상의 경우 먹는 약으로 충분하겠지만 심

알레르기 원인식품을 피해도 식품 알레르기

한 전신 두드러기와 함께 복통이나 구토 및 설

가 생기는 교차반응 때문입니다.

사를 동반한 위장관 증상 또는 기도가 부어 호 흡곤란 증상이 발생하면 근처 병원 응급실에

교차반응이란 알레르기 유발 인자로 작용

내원하여 음식물 알레르기 환자라고 알려 주어

하는 특정 식품이 있을 때, 그것과 분자 구조

야 합니다. 그러면 의료진은 ‘에피네프린’이라

가 유사한 다른 성분의 것에도 알레르기 반응

는 혈관 수축제를 주사하여 아나필락시스의 악

이 일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호두

화를 멈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주 아나필락

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다른 견과류도 알레르

시스가 반복된다면 에피네프린을 휴대하여 알

기 반응이 생기며 새우 알레르기가 있으면 게

레르기 반응이 발생하는 경우 스스로 주사하는

나 바다가재에 대해서도 알레르기 반응이 생

경우도 있습니다.

56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2020년 6월 10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 개인의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으로 사고원인을 왜곡, 축소하지 않기 위해선,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출처: 호나라

일터 57


건강 불평등, 성인지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무엇이 여성을 병들게 하는가』. 2010. 레슬리 도열 저. 김남순 외 2인 역. 한울아카데미. 김지안 상임활동가

한 채 살고 있다. (···) 이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자 연적 현상이 아니다.”(24)

발칙 건강한 책방

여성의 건강, 특히 여성노동자의 건강을 고 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혹은 어떤 의미 가 되어야 할까? 여기에는 어떤 딜레마 내지는 여러 가지 고민의 지점들이 존재한다. 한 작업 장에서 남성노동자들보다 유독 여성노동자들 의 건강이 위협받는다면 그것은 ‘여성’ 몸의 취 약성 때문일까? 아니면 작업장의 설비, 작업방 식, 안전이 남성 노동자를 표준으로 구성되었 기 때문일까? 또 후자의 문제를 지적하더라도 이것이 몸의 취약성으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서 어떤 방식의 비판이 필요할까? 또 성인지적 관 점에서 건강불평등을 비판하기 위해 ‘여성 건 강’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여성 내부의 다양한 ▲ 출처: 알라딘

차이들을 충분히 포함시키지 못할 때, 우리는 대표적인 ‘여성’이 되지 못하는 여성 집단이나,

지난 2월, 연구소에서는 여성노동건강권 모임이 만들어져 4월부터 여성노동과 여성 건강, 그리고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 고 있다. 앞으로 6차례에 걸쳐 세미나에서 읽은 책 을 소개한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인간의 기본적 욕 구이지만, 수백만 여성들은 이를 충족하지 못

58

노동자가 만드는

성별 이분법에 포함되지 못하는 성소수자의 건 강 문제를 어떤 식으로 제기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벼려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 사 회의 구성원과 집단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사 회적 요인과 해당 집단의 특수성 간의 연관성 과 상호작용을 충분히 밝혀내는 일일 것이다.


차이에 주목하기

공통의 문제 제기하기

우선 건강이란 언뜻 몰성적인 것으로 보인

이런 측면에서 <무엇이 여성을 병들게 하

다. 그러나 우리는 건강과 건강을 둘러싼 담론,

는가>의 저자 레슬리 도열은 이 문제의 복잡

그리고 의학적 지식들이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

한 측면들을 잘 드러내준다. 주요하게는 계

되고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급, 빈곤, 출신국가 등으로 인한 여성 내부의

예를 들어, 많은 의학적 치료, 임상의학, 약물

차이에 주목하면서 3세계와 선진국으로 분류

실험과 복용 기준에서 성차가 고려되기보다는

되는 서구 국가에서 나타나는 여성 건강 문

남성 신체가 기준이 된다. 또한 몸에 대한 지식

제를 비교한다. 각 국가 간의 여성들이 경험

은 모든 젠더에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으며, 특

하는 건강 문제는 젠더에 근거하는 격차만큼

히 이 건강 개념을 건강에 대한 정보와 지식, 의

이나 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면서도 도열은 여

료적 지원에 대한 접근권, 재생산에 대한 자율

성으로서의 “공통의 경험”을 통해 여성의 보

권, 몸에 대한 스스로의 결정 권한과 통제의 문

편적인 건강 문제를 밝힌다. 즉, 우리는 “아

제 등으로 확장했을 때는, 더욱 여성의 몸과 건

픔의 문화적 상대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강 문제가 여성 스스로에게도 얼마나 소외되어

도 질병과 사망의 사회적 분포를 측정”(31)할

왔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남성 중심적

수 있어야 한다. 차이를 인식하고 분석하면서

으로 분석되고 고려되어온 ‘건강’ 문제를 비판

도 공통의 문제를 드러내기, 이런 작업은 여

하기 위해 우리는 ‘여성 집단’이 받아온 차별을

성 건강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 뿐 아니라 여

제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회 구성원이 건

성 연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준다.

강하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의료적 지원, 국가 정책, 임상실험이나 의학 분야의 연구에서 성

한편, 여성의 건강이 지속적으로 배제되

인지적 관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 있을 것

어왔던 사회적 맥락에서 이 균형을 다시 맞추

이다.

려고 할 때 강조되는 것은 여성 고유의 건강 문제라고 여겨지는 재생산 영역에서의 건강

그러나 이때 성별에 따른 건강 불평등을 비

이다. 그래서 재생산 영역의 건강을 고려하기

판하기 위해서 ‘여성’의 건강 문제를 제기할 때,

만 하면, 여성 건강 문제가 충분히 다루어졌

여성 내부의 다양성과 차이가 간과될 위험이

다고 문제를 오도할 위험이 있다. 물론 여성

있다. 남성 간의 차이가 존재하듯이 여성 집단

의 재생산과 관련된 문제들, 특히 건강 문제

에서도 젠더, 계급, 생애주기, 직업적 특성, 섹

들이 일터와 사회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로써

슈얼리티에 따른 다양한 차이들이 존재한다.

다루어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건

이 경우에 필요한 것은 여성 간의 차이가 존재

강’을 다루는 기준과 시각 자체가 불균형하

한다는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 불평

다면, 여성 건강의 문제를 재생산 영역에서의

등이 배제한 집단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와

건강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다. 즉 ‘여성 건강’

차이의 양상들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일이다.

을 재생산 문제로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젠

예를 들어 섹스, 재생산, 가사노동, 임금노동에

더적 관점을 통해서 건강을 보는 시각 자체가

서의 차별과 그로 인한 건강 문제가 한 집단에

변화해야 한다. 별적이고 억압적인 관계를 성

서 나타나는 양상이 다르더라도 이러한 불평등

찰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장애학의 도

을 양산하는 억압의 공통점을 분석하는 것 역

전은 내가 자리한 곳이 어디인지를 다시 돌아

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게 한다. 그곳이 변방인지 한복판인지.

일터 59


2020 <올해의 현장> 스케치

김지안 상임활동가

장 업무동행을 몇 차례 진행한 결과를 공유하 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서울 지역에 있는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이러쿵 저러쿵

의 예스코분회와 서울도시가스분회에서 총 30 명 정도의 현장 노동자들이 참석하였고, 그 외 방문노동과 도시가스안전점검원들의 노동실태 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한노보연 회원들이 참 여하였습니다. 올해의 현장의 한 코너로 공공 운수노조 서울본부 김효영 예스코 분회장님이 직접 도시가스안전점검원이 맡은 업무와 그에 따른 건강 부담에 대해서 실제 사진자료를 가 지고 발표를 해주셨는데요. 올해의 현장에 참 여하지 못한 회원들에게 발표 내용을 요약해 전달합니다. ▲ 출처: 한노보연

지난 6월 13일, 2020년 <올해의 현장>이

도시가스안전점검원의 업무와 건강 문제

진행되었습니다. 당초 2월에 예정되었던 행

도시가스안전점검원은 전국의 몇몇 지역

사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2회 연기되

을 제외하고 검침과 안전점검 업무를 1명이 담

어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겨우 개최되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직업의 명칭

었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작년에 시행한 연

은 널리 알려진 ‘가스검침원’이 아니라 ‘도시가

구사업의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아니라,

스안전점검원’이 맞는 표현입니다. 도시가스안

2019년 하반기 동안 마련한 3차례의 ‘여성 방

전점검원마다 담당하는 지역이 고정되어있습

문노동자 노동실태 연속간담회’의 연장 선상

니다. 담당 지역의 가구 수에 따라 편차가 있지

에서 도시가스안전점검원들을 인터뷰하고 현

만, 서울 지역의 경우 1명의 점검원이 약 3000-

60

노동자가 만드는


점검원들이 높은 위치에 설치된 계량기를 확 인하기 위해 목을 지속적으로 젖히고 관측하 는 과정에서 목, 어깨 부담을 호소합니다. 나 아가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있는 경우에는 망원경을 이 용하거나, 담을 타고 오르는 등의 상황도 발 생하는 데요. 이 과정에서 안전사고도 지속적 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전점검은 고객의 집에 직접 들어가서 보일러, 가스레인지의 가스누출을 점검하는 업무입니다. 그러나 고객이 집에 없 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같은 가정을 여러 번 반복해서 방문해야 합니다. 도시가스사업법 상 3회 부재 시 방문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 정이 있는데요. 3000 세대를 담당하는 안전 ▲ 출처: 한노보연

점검원이 있다면 그보다 실제 방문이 이루어 지는 횟수는 몇배로 늘어나는 것이죠. 또 고

4000세대를 평균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상황

객이 타인의 방문을 꺼리는 경향이나, 1인 가

입니다. 이러한 도시가스안전점검원이 하는 업

구의 증가로 인해 다른 업무보다 안전점검 업

무는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요.

무의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울산경동도시가스 투쟁을 통해 잘 알려졌듯

첫 번째로 담당하는 업무는 고지서 송달입 니다. 안전점검원이 직접 고지서를 가지고 각

이 방문 과정에서 고객에 의한 괴롭힘부터 성 폭력, 폭력/폭언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건물을 방문해 우편함에 송달을 하는 방식입니 다. 이 기간에는 원래도, 검침을 위한 보조 기구

도시가스안전점검원이 안전하고 건강하

와 무거운 PDA를 가지고 다녀야 하기에 5kg

게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

정도 되는 가방 무게에 두꺼운 고지서까지 추

후 발제를 통해서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김

가됩니다. 우편함의 위치 역시 키가 닿지 않는

윤수 조직국장은 우선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높은 곳부터 발끝에 다다르는 높이까지 천차만

노동시간을 무한정 늘리는 간주노동시간제,

별입니다. 또 특정 기간 내에 무조건 송달을 마

100%에 가까운 점검률을 요구하고, 실적을

쳐야 하기에 1일 방문해야 하는 가정의 숫자가

압박하는 성과제가 우선 폐지되어야 하며, 도

많아, 안전점검처럼 가가호호 방문하는 형태는

시가스안전점검원의 인력을 결정하는 ‘가스

아니더라도 온종일 걷고 서 있어야 해서 하지

요금’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부담이 상당합니다.

지자체가 노동환경에 대한 책임을 적극적으 로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전

두 번째는 검침입니다. 건물 외측에 부착된

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은 노동자의 안전뿐만

가스 계량기는 대개 최대한 사람 눈에 띄지 않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

는 곳에 설치되어있습니다. 많은 도시가스안전

제임을 덧붙였습니다.

일터 61


이 달의 안전보건동향

[고용노동부, 20.06.29] 7월1일부터 방문서비스

대여제품 방문점검원(3만명): 가정 또는 사업체를

종사자 및 화물차주도 산재보상

방문하여 고객이 구입한 대여제품(정수기, 공기청 정기 등)의 유지관리를 위한 점검 활동(필터교체,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그간 산재보상 사각지

청소상태 점검 등)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전체 대

대에 놓여있던 방문서비스 종사자 및 화물차주 총

여제품 방문점검원을 산재보험 적용 특고 직종으

27.4만명에 대해 오는 7월 1일부터 산재보험을 당

로 추가한다.

연적용한다고 밝혔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는 노무제공 형태가 근로자와 유사하여 업무

방문교사(4.3만명): 회원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상 재해로부터 보호 필요성이 높다. 현재도 9개 직

아동이나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학습지 교

종 특고 종사자는 별도의 특례제도를 통해 근로자

사(4.7만명)와 기타 방문 교사(4.3만명)로 구분되

와 동일한 기준으로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

며, 이미 산재보험 보호를 받고 있는 학습지 교사

러나 전체 특고 규모에 비하면 산재보험 보호를 받

에 더해 기타 방문 교사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는 특고 범위가 다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수 있도록 적용 대상을 학습지교사에서 전체 방문

이에 보다 많은 특고가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교사로 확대한다.

있도록 실태조사, 노사 의견수렴을 거쳐 방문서비 스 종사자(4개 직종, 19.9만명) 및 화물차주(7.5만

가전제품 설치기사 (1.6만명): 가전제품을 배송.설

명)를 산재보험 적용 특고 범위에 추가한 것이다.

치하고 시운전하여 작동상태를 확인하는 사람으 로서 대형 가전 설치기사와 소형 가전 설치기사로

금번 신규 적용 대상 특고 종사자는 7월 1일부터

구분되는데 이 중 소형 가전 설치기사 등 단독으로

산재보험법이 당연적용되어 사업주의 산재보험

작업하는 설치기사 (1.6만명)를 산재보험 적용 특

가입여부 및 보험료 납부여부와 관계없이 업무상

고 직종으로 추가한다.

재해 발생 시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며, 해당 특고 종사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주는 8월

화물차주 (7.5만명): 본인 소유 영업용 화물차로 화

15일까지 그 사실을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하여야

물을 직접 운송하는 사람으로서 "화물자동차운수

한다. 금번 확대되는 방문서비스 종사자 및 화물차

사업법"에 따른 화물차주 중 ①수출입 컨테이너 ②

주의 구체적인 적용대상은 아래와 같다. 방문판매

시멘트 ③철강재 ④위험물질 운송 화물차주가 산

원(11만명): 가정 또는 사업체를 방문하여 상품이

재보험 적용대상 특고에 해당된다.

나 서비스(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상조상품 등)를

이와 함께 직종별 소득수준 실태조사, 노사 의견

판매하는 사람으로서, <방문판매법>에 따른 방문

수렴 등을 거쳐 "특고 종사자의 산재보험료 및 보

판매원 및 후원방문판매원 말한다. 다만 업계 특성

험급여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준보수" 와 "상시적

을 감안하여 상시적으로 방문판매 업무에 종사하

으로 방문판매업무를 하는 사람 기준" 도 고시하

지 않는 판매원은 제외한다.

였다. 직종별 기준보수는 특고 종사자 및 사업주

62

노동자가 만드는


의 보험료 부담 최소화를 위해 평균소득이 아닌 중

용노동부 양성평등위원회" 를 개최했다. 고용노동

위소득 기준으로 결정하였다. 보다 많은 방문판매

부 양성평등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양성평등정책에

원이 산재보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①월 소득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정책을 건의하기 위해

521,700원 이상 ②월 종사일수 18일 이상 ③사업

지난 2019년 11월에 신설되었으며 고용노동부 차

주 인정 중 하나만 충족하더라도 상시적으로 방문

관 및 민간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정부위원 4인

판매업무를 하는 판매원으로 인정하고, 월 소득이

및 노사단체·여성계·학계 등의 외부 민간위원 10

기준금액을 초과하여 산재보험을 적용받게 된 방

인 등 총 15인으로 구성되었다.

문판매원이 이후 기준금액에 미달하는 기간이 발 생하더라도 계속하여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

이번 회의에서는 먼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양성

게 하였다. 금번 적용대상 확대에 따라 산재보험

평등정책의 주요 성과와 향후 추진계획을 보고하

적용대상 특고종사자가 크게 증가하고, (48.6만명

였다. 이어서, 한국노동연구원 성재민 박사가 “코

→ 76만명, 56.3%) 그간 일하다 다치더라도 치료

로나19가 여성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제하

비 등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던 방문서비스 종사자

고 필요한 고용지원정책을 논의하였다. 성재민 박

및 화물차주, 총 2.4만명(’20∼‘25년)이 산재보상

사는 금년 4~5월의 성별.종사상 지위별 통계를 볼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 상용.임시.일용직 등 종사상 지위 중 여성 임시 직 근로자 수가 전년동월대비 가장 크게 감소하였

한편, 기존 산재보험 적용 특고 종사자의 적용 내

고 업종별로는 도소매·숙박음식점·교육서비스업

실화를 위한 제도개선도 병행 추진한다. 고위험.저

등 대면과 관련된 업종에서 여성 고용감소가 크게

소득 직종에 종사하는 특고 종사자 본인과 사업주

나타났다고 분석하였다. 다만, 코로나19 위기 전까

부담 산재보험료 한시적 경감을 위한 입법을 추진

지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 흐름이 장기간 나타나

한다. 현재 특고 종사자는 사유에 관계없이 산재보

고 있어 이번 위기를 벗어나면 남성보다 여성의 고

험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부상.질

용 회복력이 상대적으로 나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병 등으로 불가피하게 휴업하는 경우에만 적용제 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한편, 고용노동부는 그간 고용평등 및 여성고용 촉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의 산재보상

진을 위해 모성보호, 일·가정 양립, 적극적 고용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선조치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여 왔으며 그간에 는 임신·출산 및 육아 등에 많은 비중을 두어 왔으

[고용노동부, 20.06.30] 코로나19, 임시직.대면서

나 양성평등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비스 여성근로자에 더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나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양성평등위원 회를 통해 직업훈련·고용서비스·산업안전 등 고용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6월 30일(화) 오후 2시

노동분야 정책 전반에 대해 양성평등 관점을 반영

서울 로얄호텔에서 임서정 차관 주재로 "제2차 고

하는 한편, 정책담당자의 성인지·성평등 인식제고 를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일터 63


한노보연 이모저모

<노동안전보건활동은 처음이라> 노동조합 활동가 대상 안전보건교육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처 음 시작하는 노동조합의 활동가 또는 노동조합에서 처 음 안전보건 분야를 맡은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어떻 게 하면 안전보건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누고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법제도에서 규정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바라는 안전 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하 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몇 명의 담당자만의 몫이 아닌 모든 노동자가 함께 활동을 만들어가기 위함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함께 해주십시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가 출범한 이후 다 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단체들 이 함께 법제정에 동참할 분들을 모집하기 위한 캠페 인, 카드뉴스 제작 및 배포, 지역 순회 설명회, 찾아가 는 현장 설명회 등을 기획 및 진행하려고 합니다. 모 두가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함께 입법발의자로 나서주십시오. 주변에 입법운동을 알리고,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해 주십시오. [입법발의자 활동] ○ 입법발의자로 참여하면 우리 손으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만들어요. ○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운동을 위해 기금을 모 아주세요. ○ 기금을 납부해주시면 입법발의자를 상징하는 소정 의 선물을 드려요.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을 위한 다양한 행 사에 같이 참여해요. ○ 더 많은 입법발의자 모집을 위해 주변에 널리 알려 주세요. *홈페이지: http://nomoredeath.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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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0년 6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강경희

김광락

김승환

김태석

박성래

서인원

양정석

이경재

이유민

이희영

정윤경

채수용

노무법인 삶

강동묵

김광조

김영기

김태훈

박성진

서진경

양진권

이경호

이윤덕희

이희영

정윤희

채종석

민주노총법률원

강명원

김교현

김영선

김필수

박성천

선종현

양향연

이경훈

이윤수

임경채

정인성

천지선

법무법인민심

강모열

김규연

김영수

김한빛

박수희

성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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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만

이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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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지부

강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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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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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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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녘

향남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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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돈

김영호

김현준

박승권

손덕헌

엄연섭

임재우

정찬무

최민

강성훈

김기동

김옥헌

김현호

박신안

손만기

엄정흠

이나래

이이령

임형렬

정하나

최병륜

현대차 남양위원회

강영우

김기헌

김용성

김형렬

박엄선

손상기

예병진

이나연

이이령

임혜인

정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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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주

김낙일

김우태

김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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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영

이대용

이익진

장경희

정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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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욱

김대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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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구

김대철

김은경

남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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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이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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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강충원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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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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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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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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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근

이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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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옥

김정원

문승필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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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이상수

이주한

장향미

조승규

한규권

곽진경

김민정

김정훈

문시윤

박진희

신유록

유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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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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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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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김종하

문현제

배규정

신희주

유장식

이상진

이지영

전주희

조윤진

허경

권기한

김봉수

김종현

민병두

배성민

안규백

유준

이서영

이지혜

정경희

조윤희

허윤제

권동희

김봉철

김준우

민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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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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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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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박성남

서은실

양장훈

이경자

이원태

이훈구

정영민

차현주

육지후

이기훈

이소은

이의용

이태진 이한진


표지 사진 출처 : Bill Oxfor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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