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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NUKES!

핵 없는 사회를 향한 대전환, 어떻게 가능한가 대안적 에너지 시나리오와 민주적 토론 한재각 지음


핵 없는 사회를 향한 대전환, 어떻게 가능한가 ― 대안적 에너지 시나리오와 민주적 토론 지은이 한재각 기획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펴낸곳 이매진(imaginepub@naver.com) 펴낸날 2012년 3월 9일

• 환경을 생각하는 재생 종이로 만든 책입니다. 종이는 그린라이트 80그램입니다. • 비매품입니다.


핵 없는 사회를 향한 대전환, 어떻게 가능한가 대안적 에너지 시나리오와 민주적 토론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hanclk@hanmail.net


핵없는 사회를 향한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일본인들의 불행, 전세계인의 각성

일본인들에게 후쿠시마 핵 사고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핵 폭탄으로 자국 영토가 폭격당한 거의 유일한 나라가 일본인 걸 생 각해 보면, 그 땅에서 다시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나 엄청난 피 해를 겪고 있는 그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앞선다. 그러나 이 불행 한 사건은 전 세계 사람들이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다시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핵발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갖는 데 필요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근거가 되고 있다. 비록 초기 에 국한되었지만, 대중매체를 통해서 후쿠시마 핵폭발 사고의 현 황과 영향이 전 세계에서 매일같이 생생하게 보고되었다. 사고 이후 대기와 해양으로 빠져 나간 막대한 방사능 물질에 의한 토양,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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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 오염의 심각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위험지대로부터 피난 한 이들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가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다. 무 엇보다도 그 영향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쉽게 예측되 고 있다. 누가 후쿠시마 앞에서 핵발전의 필요성 혹은 불가피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제 정신을 가진 이라면 말이다.

프랑스도 변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에 핵발전에 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 새롭게 박차를 가하는 나라들이 늘어나 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일 것이다. 이미 1990년대 말에 탈핵 선언과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독 일 내 반핵 여론이 재집결하여 핵발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현 집 권 세력을 위협했다. 그 결과 핵 산업을 좀 더 유지시키려는 퇴행적 정책은 뒤집져, 모든 핵발전소를 2022년까지 폐쇄하겠다는 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프랑스의 움직임을 더욱 주목하 게 된다. 프랑스는 전체 전력 생산량 중 핵발전 비중이 가장 높으며 (70% 중반) 세계 핵 산업계의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조차 내년 대선에서 탈핵脫核, phase out-nuclear 이 정치 의제화되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이 차기 집권을 하기 위해 서는 결선투표(프랑스 대선은 1차 선거에서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가 없 을 경우 최다 득표한 2인의 후보를 놓고 결선투표를 시행한다)라는 정치

제도 아래에서 녹색당의 지지를 얻어야만 하는데, 녹색당이 탈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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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어 완강하게 버티던 사회당도 원전 비중을 50%까지 줄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하 고 있다. 얼마 전 한국 정부는 다시 신규 원전을 짓겠다며, 삼척과 영 덕 지역을 원전 부지 예정지로 발표하였다. 이 지역들은 이미 한차 례 원전 부지로 지정되었다가 지역 주민들의 오랜 투쟁을 통해서 취소된 지역들이며, 심지어 삼척은 원전 부지를 취소한 것을 기념 하는 비석까지 세워진 곳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핵 사고에도 아랑 곳하지 않고 작년 9월 유엔 회의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핵발전 확 대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하는 연설을 한 바 있었고, 기가 막힐 일이지만 그런 정부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핵발전 수출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발 벗고 나섰고, 이미 수명 이 종료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까지 무리한 방식으로 수명 연 장을 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 걸 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 사회의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변화

그러나 한국 사회의 밑바닥에서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핵 사고를 애써 무시하는 정부와 핵 산업계와는 다 르게,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매일 먹어야 할 식품의 안전성을 우 려하는 시민들의 의식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핵발전소가 가장 높은 국가라는 점에서부터, 불행하게도 핵 사고 발생하였을 경우 그 인근에 너무도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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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사실까지(만약 고리에서 핵 사고가 발생한다면 제2의 도시 부산의 수백만 거주민의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가 핵 위험에 심

각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과학이 발 전하면’이라는 주문 이외에 사실상 해결책이 전무한 방사능 폐기물 의 처리 문제와 그것이 핵 무장으로 나아가는 ‘미끄럼틀’이 될 것이 라는 주장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제 많은 이들이 탈핵을 향해 대 전환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조금씩 주목하고 있다. 이미 탈핵을 핵 심 가치로 한 녹색당의 창당이 진행되고 있으며, 눈치를 보던 보수 야당도 핵발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천명하기까지 했다. 이제 시 작된 것이다. 탈핵의 대장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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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무는 질문들 ― 어떻게?

좋긴 한데, 막막하다

첫발을 내딛었지만, 어떤 길을 걸어야 탈핵 대전환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막막하다. 이제부터 많은 질문들이 제기될 것이다. 아 마도 질문들은 이런 것이 될 것이다. 사용 전력의 30%에 달하는 핵 발전소를 없애고도 과연 우리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 을까? 이어 여러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 핵발전소를 모두 대신할 수 있을까? 에너지 소비 가 계속 증가한다면 이런 노력은 더욱 힘들 텐데 소비를 줄이는 것 이 가능할까? 이외에도 수많은 질문들이 탈핵을 생각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머릿속을 맴돌 것이다. 사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들을 생각해내며, 또 다른 사람들이 이에 대해 답하고 토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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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탈핵의 과정일 것이다. 그러 나 그런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은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탈핵의 길을 나선 독일과 같은 해외의 사 례를 참고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 이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실 험해 온 많은 이들이 있다. 이들의 질문과 답변을 살펴보도록 하자.

핵발전을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우선 핵발전소를 폐쇄하고도 우리가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 용할 수 있을지, 그 궁금증부터 생각해 보자. 핵발전소는 전력을 생 산해 내는 기술이기 때문에 이를 대신하여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 는 기술이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많이 알고 있듯이 전력은 석탄,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에너 지를 연소하여 이로부터 얻는 열을 전기로 변환시킬 수 있다. 그러 나 화석에너지도 한정되어 고갈될 우려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원자력을 대 체하는 기술로는 적절하지 않다(오히려 그런 이유들 때문에 핵발전 기 술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많은 경우 화석에

너지와 핵발전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재생에너지다.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발전이 거론되고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적극적인 기술 개발이 이루어 졌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유가가 유지되면서 한동안 외면당했던 기 술들이다. 이제 이 재생에너지 기술들이 기후변화와 오일 피크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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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국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핵발전을 대신할 수 있 는 대안으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기서 다시 질문이 이어진다. 재생에너지로 핵발전소가 만 들어 내던 전력을 충당해 낼 수 있을까? 사실 이 질문은 여러 차원 에서 대답해야 한다. 우선 재생에너지 부존 잠재량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원자 력발전뿐만 아니라 석탄 등의 화석연료 발전도 대체할 수 있을 만 큼 어마어마하다. 예를 들어 태양으로부터 들어오는 에너지량은 현 재 인류가 쓰고 있는 에너지량보다 훨씬 많다. 문제는 실제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가이다. 여기서 ‘기술 잠재량’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현재 가능한 기술로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 할 수 있는 잠재량은 어느 정도 되는지를 파악하려는 개념이다. 당 연히 기술 잠재량은 애초의 잠재량보다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그렇 지만 기술 잠재량을 보더라도 그 양은 막대하다. 예를 들어 보자. 한반도 전체에 걸쳐 부존하는 재생에너지 총량은 대략 2조 4천억 TOETon of Oil Equivalent(여러 종류의 에너지량을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석 유 1톤의 에너지량으로 환산한 단위)로 평가되고 있다. 이중 이용 가

능한 기술 잠재량은 대략 18억 TOE로서 부존 잠재량의 0.07%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양도 엄청난 것으로 우리니라가 2008년에 사 용한 1차 에너지 소비량 2억 4천만 TOE의 7.3배나 될 정도다. 당연 히 현재의 핵발전 전력 생산량을 대체하고도 남을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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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는 충분하다 ― 기술이 아닌 정치의 문제.

그러나 기술적 잠재량이 충분하다고 해서 실제로 이용한다 는 보장은 없다. 실제 한국의 2008년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기술 잠 재량의 0.09%인 154만 TOE에 불과하다. 여기서부터 기술의 영역 에서 본격적으로 정책과 정치의 영역으로 논의가 넘어 들기 시작한 다. 경제학적인 논의에 기반해 생각해 보면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한 가지 방식이 비용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다. 즉 재생에너지로는 전력을 생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는 것이다. 이것은 두 가지 차원에서 논의해 볼 수 있는데, 재생에너 지 기술력이 낮아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흔히 사용되는 태양광 발전기는 흡수된 태양빛을 전력으로 전환하는 효율이 10% 전반대에 머물러 있어서 설치하는 데 필요한 비용에 비해 생산된 전력의 경제적 성과가 아직은 보잘 것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적인 기술 개발에 의해 전환 효율이 증가되고 태양광 발전기의 대량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이 이루어지면서, 화 석연료에 의한 발전이나 핵발전보다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 생산 단가 차이가 점차 줄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2010년 에 이미 태양광의 발전단가와 핵발전의 발전단가가 역전되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핵발전과 화석연료, 제 가격을 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비용 문제에서 생각해 볼 점이 좀 더 있다. 우선 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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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가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73년 오일쇼크 이전에 배럴당 3 달러 이하였던 석유 가격은 최근 1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00달러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최근에는 소위 ‘이란 사태’로 더욱 폭등하고 있다). 사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에 대해 조금씩 경쟁력을 가지게

된 데는 재생에너지 기술의 진전뿐만 아니라 화석연료의 가격이 비 싸지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그러나 여전히 석유 등의 화석연료 에 의존하고 있는 대다수 사회에서는 화석연료에 대한 이런저런 보 조금이 주어지고 있어서, OECD나 G8 회의에서조차 화석연료의 보조금을 제거하자는 의제가 계속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화석연료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로 ‘오일 피크론’(세계 혹은 한 국가 내의 연간 석유 생산량이 더 늘지 못하고 정점에 도달한 후에 계속 감소하는 현 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공급을 더 이상 늘

리기 어렵기 때문에 석유 생산 정점이 지나면 유가는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예측에 따라 다르지만 석유 정점이 지났다는 주장도 제기되 고 있다. 그러나 이외에도 석유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 경적, 사회적 비용을 반영시키려는 국가 정책들이 에너지 가격을 높 이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차량용 연료 가격에 붙는 교통에너 지환경세는 전체 가격에서 대략 30% 가량을 차지한다(유가가 올라 가면 가끔씩 인심 쓰듯 이 세금을 깎아 주자는 주장이 나오곤 하지만). 나

아가 기후변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절감하기 위해 탄소세를 추가 부과할 필요도 제기되고 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핵발전과 재생에너지 전력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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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단가를 비교할 때도 고려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핵발전의 생산 단가가 저렴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미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단가가 많이 줄어들어서 원전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생기 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비교에 서 핵발전 전 과정에서 지불되어야 할 다양한 측면의 비용이 충분 히 반영되었는지는 더 따져 볼 일이다. 수십 년 걸리는 원자로의 폐 로 과정에 필요한 비용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수십만 년 — 사실 한 인간, 나아가 국가의 시간 개념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기간이다 —

동안 격리해서 보관해야 하는 방사능 폐기물의 처리에 필요한 비용 을 계산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만약 후쿠시마 핵 사고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 피해 보상을 충분히 할 수 있는지 등을 충분히 따져서 비용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정확히 계 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국가가 법률을 통해서 핵 사고 발생 시 핵발전소 운영자가 져야 할 책임에 일정한 한계를 긋고 그 이상의 책임은 면제해 주거나, 그 위험에 따른 보험 비용을 지원해 주는 등의 정책이 이루어지거나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핵발전을 더욱 비싸게, 재생에너지를 더욱 싸게

결국 에너지원 간의 전환, 즉 화석연료 및 핵발전에서 재생 에너지로 에너지원을 전환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쟁점인 에너지원 의 비용 비교는 사실상 ‘순수하게’ 경제학적인 차원에서만 평가될 수 없다. 각각의 에너지원에 부과되는 다양한 환경적・사회적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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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얼마나 반영할 것인가, 보조금을 지급할 것인지 또 규모는 얼마 나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정치적 결정을 제외하고서 현재 각 에 너지에 대해서 책정된 가격만으로 비용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핵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시민들의 열망이 결집될수록,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대 한 규제가 강화되고 비용을 부담시키기 위한 조세가 도입되며 그 동안 지원되던 각종 보조금이 삭제되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가격 우위는 더욱 빠르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재생에너지에 대 한 지원이 더욱 강화되면서 에너지 전환 과정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태양광 판넬로 모든 국토를 덮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재생에너지가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점검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잠시, 다시 기술의 영역으로 되돌아가 보자. 어쩌면 당연한 질문인데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려면 전 국토를 모두 태양광 판넬로 덮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사실 핵발전 옹호 자들에 의해서 악의적으로 제기되기도 하는 질문이기도 한데, 태양 광산업협회의 조사 연구 결과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 다. 이 조사에 의하면 농지 중에서 휴경지, 폐채석장 등을 이용한 임 야의 1% 이내 면적, 건물 옥상, 고속도로변 등의 공간을 이용한 태 양광 발전설비 보급 잠재량의 중간치는 핵발전 20기의 설비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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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6MW메가와트보다 많은 25,185MW로 추정되었다. 이런 추 산은 대단히 보수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태양광산업협회는 밝 히고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한 검토는 계속 이루어지겠지만, 결국 최소한의 면적을 사용하고도 태양광만으로도 핵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이 찬핵론자들에게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 었던 원인 중에는 재생에너지의 보급과 관련된 안이한 대처도 한몫 했다고 본다. 즉 재생에너지 보급 과정에서 불행하게도 불거진 여 러 문제로 인해서 대중들, 특히 지역 주민들에게 생긴 부정적인 인 식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고 있다. 실제 갯벌이나 산림 지역을 훼 손하면서 대규모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논란을 야기했던 사 례가 적지 않으며, 풍력발전기나 바이오가스 설비가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없는 상황에서 추진돼 ‘혐오 시설’로 전락한 경우도 있다. 재생에너지라고 해서 모든 문제에서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급을 확대하고 잠재량을 충분히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환경적・ 사회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주민 참여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 다는 점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가 만능은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만능이 아니라는 또 다른 이유는 좀 더 근본 적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에너지 수요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증가한다면 에너지 전환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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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한국 사회의 에너지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면 서 — 최대 전력 기준 ‘2010년~2024년 기간에 연 평균 2.2% 증가 — 증 가하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핵발전소 신규 건설이 불가피하 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4년까지 핵발전을 통한 발전량 비중을 거의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물 론 이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박년배 박사의 최근 박사 학위 논문에 의하면 정부가 제시하는 예측처럼 에너지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고 해도 재생에너지를 통해서 이를 모두 대체하는 것이 기 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모두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에너 지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경우에 재생에너지를 통해서 생산해야 하는 양도 계속 증가해야 하는 것인데, 재생에너지 설비에 들어가는 자 원의 한계 등으로 그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다. 따라서 에너지 수 요를 절대량의 차원에서 감소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 ― 자기충족적 예언

다시 정치 영역, 그리고 일상적인 삶의 영역으로 넘어가도 록 하자. 여기서 이야기하는 정치는 미시적인 비제도적 정치를 의 미하는데, 한국 사회의 에너지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 이 객관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일종의 ‘전문성의 정치’의 결과라고 하 는 점을 우선 지적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객 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쟁점 은 그런 예측이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작용해 실제로 에너지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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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증가시키는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에너지 수요가 더 많이 증가 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 실제로 더 많은 수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다. 중앙집권화되고 엘리트에 의해서 통치되며 핵발전과 같은 대규 모 발전설비를 가진 프랑스와 한국의 전문가들이 만들어 낸 에너 지 수요 예측이 그런 역할을 했으며, 핵발전 확대 정책의 현실적 근 거가 되었다. 이런 접근에 반대해 우리의 미래에 규범적으로 접근하 여(이를 백캐스팅Backcasting 접근이라고 부른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어느 수준에서 고정・축소시키겠다는 목표 를 세우고 이를 위해서 필요한 계획과 정책을 수립하여 집행할 필 요가 있다.

에너지 수요를 감축한다는 것은

에너지 수요를 감소시킨다는 것은 우선 산업 부문에 초점을 둬야 할 일이다. 낙후된 산업 부문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 다소비적인 산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보다 적나 라하게 말하면 우리의 대표적인 수출 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등의 산업 생산량을 축소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것은 자본과의 대결이기 도 하지만 그 산업에 고용된 노동과의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거시적인 정치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누 구의 이익을 보호할 것인가, 또 누구와 연대할 것인가. 계속적인 경 제성장과 그로부터 얻어지는 이윤 때문에 기업들은 대규모의 안정 적인 전력 공급을 원하며, 그런 이유로 핵발전을 지지하고 있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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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로서는 대부분의 노동자들 또한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봐 야 할 것이다. 이런 광범위한 핵 동맹에 어떻게 균열을 내며, 어떻게 에너지 수요를 감축하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동맹을 새롭게 구성 할 수 있을 것인가? 만만치 않은 과제이다. 그러나 보다 도전적인 과제는 가정과 상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 감축에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일상적인 삶의 영역으로 다 시 경계를 넘게 된다. 이는 점점 더 전력에 의존하여 생활을 유지 하는 근대적인 삶을 어떤 식으로든 재구성하는 일이다. 자신의 집 에 어떤 전기 제품이 있는지 생각해 보라. 개별 전기 제품의 에너지 효율이 얼마나 높은지 생각해 보라. 그러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 기 제품이 많다고 하더라도 일반 냉장고, 김치 냉장고, 와인 냉장고, 화장품 냉장고, 옷 냉장고…… 이런 식으로 제품이 늘어나면 전체 전력 수요는 증가하고, 이는 핵발전 정책의 근거가 되는 에너지 소 비 증가 예측을 실물화하는 것이 된다. 악마는 일상에 존재하는 것 이다. 단열이 안 되는 낡은 주택과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상가 에서 쓰는 전열기, 한 명이라도 손님을 더 끌기 위해 설치한 상점의 네온사인, 매일같이 광고와 드라마에 나오는 편리한 삶의 배경이 되는 가전제품들. 동료 시민들과 함께 이런 삶들을 재구성하는 일 은 정부와 기업을 비판하고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며, 생각해 보면 이런 도전을 넘어서지 못하면 아마도 정부와 기업의 벽을 넘어서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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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핵발전에서 벗어나자

이제는 탈핵 시나리오에 대해서 토론하자

핵발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에너지 소비를 감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길게 했다. 순서로 보자면, 에너 지 소비를 감축하는 것이 보다 우선되는 일이며 재생에너지 전환은 그런 감축 속에서 진행될 일이다. 이를 보다 개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탈 핵 : 포스트 후쿠시마와 에너지 전환 시대의 논리》(이매진, 2011)라 는 책을 통해서 제시한 탈핵 에너지 전환의 개념적 시나리오다. 이 는 에너지 수요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수십 년에 걸쳐 진 행될 탈핵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과도기의 목표는 에너지 효 율화와 절약 등으로 에너지 수요 증가를 막고 감축시켜서 신규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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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관리 /효율화 화석에너지 석탄, 석유

화석에너지

수요관리 /효율화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신규원전

과도수단 (LNG 등)

노후원전

재생에너지

가동원전

원자력

정부정책 (2030년)

대안믹스 (과도기)

원자력

에너지믹스 (현재)

화석에너지

재생에너지

대안믹스 (탈핵원년)

발전소 건설을 대체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노후 핵발전소를 대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부족한 전력 생산의 경우, 이산화탄 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천연가스를 통한 발전을 이용해 징검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탈핵 에너지 전환의 목표 연도는 언제쯤으로 잡아야 할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ECPI는 2030년을 탈핵 시점으 로 제시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설계 수명이라는 것이 있다. 이 핵발 전소를 구상할 때 언제까지 운행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이에 맞춰서 내구성을 유지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초기에 건설된 핵발전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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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30년의 설계 수명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78년에 상업 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2008년경에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해 체에 들어갔어야 한다. 그러나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점검 결과 시설이 안전하다며 10년간 연장 운행에 들어갔다. 조만간 설계 수 명이 다할 월성 1호기도 다시 10년간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추진하 고 있다. 이러한 수명 연장은 핵발전 사고의 위험성을 더욱 높일 것 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며, 무엇보다도 탈핵 에너지 전환 구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따라서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 은 막아야 할 일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설계 당시의 수명을 기준으 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설계 수명? 적정 수명!

초기에 건설된 핵발전소는 설계 수명이 30년인 반면에 최근 에 건설된 핵발전소는 60년의 설계 수명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앞 으로 추가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핵발전소까지 고려한다면 현재 지 어진 핵발전소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기다린 후에 폐쇄하자는 주 장을 수용하기는 어렵다. 독일의 사례를 보더라도 공학적인 차원에 서 제시된 설계 수명만 고집하지 않고, 사회적 토론과 정치적 협상 을 통해서 핵발전소 가동 연한을 32년으로 별도로 정하였다. 우리 도 공학적으로 정해진 설계 수명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적정한 시 점을 선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단 여러 핵발전소의 설계 수명 에 따른 수명 만료일을 보면 2030년에 다가서는 시점에 많은 핵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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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단계적 폐쇄 시나리오

발전설비량

발전량

(MWe)

(MWh) 발전시설용량(MWe) 발전량(MWh)

25000 20000 15000 10000 5000 0

180,000,000 160,000,000 140,000,000 120,000,000 100,000,000 80,000,000 60,000,000 40,000,000 20,000,000 0

년도

전소들이 수명을 다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029년에 설계 수명이 다하는 월성 4호기를 포함하여 12기의 핵발전소가 멈춰 서게 될 것 이다(수명 연장이 없다면). 이 시점에 맞춰 현재 가동 중인 다른 9기 의 핵발전소를 함께 멈춰 세우자는 주장인 것이다. 물론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핵발전소의 추가 가동은 그 전에 막아야 할 일 이다.

탈핵의 정치적 의사결정은 어떻게 내릴 것인가?

탈핵 에너지 전환의 기본적인 기술적 전략과 탈핵 시기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과연 이와 같은 정치적 의사 결정을 어떻게 이 루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차례가 되었다. 앞서 이야기 한 대부분의 내용이 기술적・경제적 측면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탈 핵의 기술・경제 시나리오라고 이름을 붙인다면, 지금부터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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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나리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예컨대 한국 사회가 탈핵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하는 데 어떤 정치적 과정을 통해 이것 을 이룰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녹색당 이 사민당과 연정(소위 적록연합)을 한 후에 녹색당의 주도하에 탈 핵을 위한 정치적 협상이 이루어졌고,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탈 핵 결정을 이루어 냈다(2000년 ‘원자력 합의’와 2002년 원자력법 개정).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최근에 탈핵을 선언한 이탈리아는 국민투 표 방식을 통해서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 비록 탈핵은 아니지만 핵발전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의미 있는 정치적 의 제가 내년 예정된 총선을 준비하면서 녹색당과 사민당 사이의 선거 연합 과정에서 제시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정치적 과정을 통해 탈 핵을 정치 의제화하고 또한 최종적인 결정에 도달할 수 있을까? 현 재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현 정부에 반대하는 야당 세력들이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에 일고 있는 반핵 정서를 고려하여 핵 문제 를 정치 의제화하는 데 나서고 있다. 특히 탈핵을 선명히 제시하는 녹색당의 출현, 그리고 이와 함께 나서고 있는 진보신당의 활동이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탈핵 선언을 하더라도 핵발전소 폐 쇄와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까지의 장기적인 과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녹색당 추진위 에서 마련한 〈탈핵 에너지 전환 기본법(안)〉에서 제시한 ‘탈핵에너 지전환관리위원회’라는 구상이 주목할 만하다. 2030년까지 대략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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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이라는 장기적 기간 동안 탈핵에 필요한 준비 사항을 추진하고 점검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사회 전체의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에너지 전환 실험들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학습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 하는 것 또한 전환 관리 기구가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이다.

지역 에너지 전환과 서울시장 박원순의 도전

또한 국가 차원이 아닌 지역 차원에서도 에너지 전환을 위 한 구상과 ���험들이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중앙 집중화된 대규모 핵발전・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지역 분산적인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한다고 하였을 경우, 이제 에너지 수요 를 관리하고 공급을 조정해야 할 책임과 권한은 점차 지역으로 이 전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필요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지역이 서울일 것이다. 에너지 자립도, 즉 서울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량 중에서 서울 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량은 1%를 넘지 않 는다. 서울에서 쓰는 전력의 상당 부분이 핵발전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지만 그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은 거의 부담하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에너지 정의’의 측면에서 볼 때도 옳지 않다. 서울 지역은 심각한 ‘가해 지역’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는 새로운 시장과 함께 혁신적인 정책을 수립하 고 있는데, 서울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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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기를 폐쇄하자는 구상도 담고 있다. 또한 노원구는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수립하면서 노원구의 전력 소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 대로 수명이 연장된 노후 원전(고리 1호기)의 폐쇄에 기여하겠다는 구상도 밝히고 있다(가장 의욕적인 시나리오에 의하면 노원구의 에너지 절약 및 재생에너지 보급은 고리 1호기 원전의 발전량의 8.5%이다. 노원 구와 비슷한 지자체 10여 개가 연합하면 고리 1호기를 폐쇄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탈핵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국가와 중앙정부를 포위하고 압박하는 탈핵 지자체 연대를 구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박원순 서울시 장이 혁신적인 에너지 정책를 천명한 이후, 전국 45개 기초지자체장 들이 ‘탈핵도시선언’을 채택하면서 지역으로부터 탈핵 흐름에 형성 되고 있다.

탈핵을 위한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 동맹

마지막으로 탈핵 에너지 전환 과정은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 에 대한 ‘동맹 세력’을 구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 요가 있다. 사실 현재 탈핵을 주장하는 이들은 아직 소수의 환경・ 시민단체와 일부 정당들뿐이며, 후쿠시마 이후 각성을 한 시민들 이 속속 탈핵 여론에 합류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약한 상황이다. 이 런 상황은 동맹 세력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 주는데, 핵발전 이나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과 경쟁 상태에 놓여 있는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세력과의 연대를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후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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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핵 사고 이후 태양광 산업계는 보다 적극적으로 핵 산업계에 도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비슷하면서도 다른 식의 접근도 필요 하다. 기업의 측면보다는 일자리라는 측면에서 접근을 할 경우 거 대한 동맹 세력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재생에너지 산업에 종사하거 나 향후 이 산업이 성장할 경우에 참여하게 될 노동자 및 노조 진 영의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실제 독일에서 재생에너지 산업 을 위축시키려는 보수 세력들의 시도들을 막아서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전통적인 환경단체 이외에도 재생에너지 산업 및 이에 종사 하는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는 독일 금속노조였다. 자신의 경제적 이익 그리고 일자리가 에너지 전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자각시키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재생에너 지 산업 이외에도 건물의 단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축 서비스업과 그에 고용된 건축 노동자들도 동맹 세력이 될 수 있 을 것이다. 사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것은 에너지 기술을 변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지배적인 정치・사회적 동맹 세력에 맞서 새로운 정 치・사회적 동맹 세력이 힘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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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에너지 시나리오 ― 하나의 사례

‘과학적 예측’ ? ― 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에너지 시나리오’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서, 앞 서 했던 이야기를 되새겨보자.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명분으로 2030년까지 핵발전의 발전 비 중을 59%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물론 후쿠시마 사 고 이후에도 이런 계획을 수정하지 않고 고집하고 있다. 한심스러 운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정부가 이런 장기 정책을 정당화하는 근 거는 있다. 바로 장기 에너지수요 예측이라는 것인데, ‘과학적으로’ 수요를 예측해보니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것으 로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공급 하기 위해서는 핵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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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요전망 단위: 백만 TEO 출처: 지식경제부 544.0

500 368.8

400 299.3

300 203.5 200

'02

236.5

'07

'12

398.4

'17

'20

'30

래의 그래프는 정부의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서 옮겨온 것인데, 2030년에는 2007년의 총에너지수요(236.5백만 toe)에서 2.3배나 증 가한 544.0백만toe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미 래의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에너지 공급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에너지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정책의 출 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충족적 예언으로서 에너지 수요 예측

에너지 시나리오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앞서 프랑스 가 높은 핵발전 비중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것을 필연적 인 일이기보다는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1970년대 초 오 일쇼크를 겪으면서 부족한 에너지원 확보와 자립을 목표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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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핵발전을 선택한 반면, 인근 나라 덴마크는 풍력과 열병합발전 을 선택했다. 그 결과 덴마크는 세계 풍력시장을 선도하는 재생에 너지 강국이 된 반면, 프랑스는 이번 겨울 핵발전소를 모두 가동하 고도 전력이 부족하여 탈핵을 선언한 독일 등 인근 국가에서 수입 해오는 핵발전 중독 국가가 되었다. 이들 국가의 선택과 운명을 가 르는데 각국의 에너지 시나리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랑스의 전력 시나리오 작성은 프랑스전력청EDF에서 독점되었으며, 경제학 적으로 훈련된 엘리트에 의해서 작성되었다. 그 결과는 언제나 증 가하는 전력 수요 예측이었고, 그것은 핵발전주의자들의 ‘자기충족 적 예언’ — 즉, 자기가 예언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여 실제 이뤄 내는 일 — 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즉 전력 수요를 더욱 부추기

고, 그 근거로 핵발전을 확대해온 것이다. 반면에 독일은 1970년대 후반부터 반핵운동의 주장을 반영한 대안적인 에너지 시나리오가 작성되어 정부/기업의 시나리오와 경쟁한 결과, 정부나 전력회사들 터무니없이 높게 잡은 에너지 수요 예측이 점차 낮아졌고 재생에너 지 등 에너지원도 다양해졌다. 결국 널리 알려진대로 독일은 2022 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한 결정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에너지 포캐스팅과 백캐스팅

우리가 대안적인 에너지 시나리오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 가 이것이다. 정부가 과학적 예측이라며 제시하고 있는 에너지 수 요 예측이나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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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핵발전 확대 정책에 맞설 수 있는 대안적 에너지 시나리오가 필 요하다. 일단 에너지 수요 예측부터 다시 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 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중화학공업 등의 제조업 중심적인 산업구 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가정과 상업에서의 에너지 소비가 계 속 증가할 것이라고 가정하여, 복잡한 수학적 모형을 만들고 컴퓨 터를 통해서 20년 후의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 을 가지고 있다보니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어찌보면 뻔한 일이다. 이는 현재의 에너지 소비 증가 추세를 연장 하여 미래를 전망하는 것으로 포캐스팅forecasting이라고 구분하는데, 이와는 전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도 있다. 석유정점이나 기후고갈과 같은 위기를 고려하고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나자는 정치적 의지를 반영하여,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어느 수준까지 감축할 것인지 규 범적인 차원에서 결정할 수도 있다. 이를 백캐스팅backcating이라고 부 릴 수 있다. 앞으로 보겠지만, 이런 접근은 에너지 문제가 전문가의 폐쇄적 영역의 주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며, 민주적 토론을 가 능하게 만든다.

녹색당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대안 시나리오

자, 예를 하나 들어보자(여기서 제시된 대안적 에너지 시나리오 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녹색당의 의뢰로 작성한 것이다). 2010년에

한국은 인구 일인당 5.37toe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탈핵의 모범 국 가인 독일은 2009년에 일인당 4.08toe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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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우리가 비슷한 산업구조 — 자동차사업 등 상당한 제조업을 가지고 있다 — 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다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

도 높은 경제력과 사회복지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2050년 까지(!) 2009년 독일이 가진 1인당 에너지 사용량에 도달한다면, 인 구 변화를 고려하더라도 2050년의 에너지 필요량은 2010년 대비하 여 25%를 감소시킬 수 있다. 앞으로 대략 40년간 우리가 에너지 소 비를 줄이고서도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가정을 하는 것이다. 꿈같은 일이지만, 독일이 이미 얼마전(2009년)에 이룬 성과 를 따라 가보자는 것이다. 만약 이런 가정을 가지고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전망해보면, 정부가 현재의 에너지다소비 추세를 연장하여 제시한 에너지 수요 전망과 극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2050년까지, 2010년 소비 에너지의 25%를 감축한다

아래의 그림은 정부가 2008년에 제시한 2030년까지의 에 너지 수요 예측(이를 2050년까지 연장)과 독일의 사례를 따라서 규 범적으로 작성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ECPI의 에너지 수요 전망이 다. 정부의 수요 예측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규범적인 ECPI의 수 요 전망은 2010년에서 꾸준히 감소한다. ECPI의 에너지 수요 전망 은 2030년까지 핵발전에서 벗어나고, 그리고 2050년까지 석탄 등 의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적 시나리오의 첫번째 단계다. 즉, 우리가 핵발전 등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제시한 에너지 수요 예측의 증가 곡선이 아니라 ECPI의 감소 곡선을 따라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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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차 국기본과 3050 시나리오 에너지수요 비교 에너지량 (toe) 450,000 400,000 350,000 300,000 250,000 200,000 150,000 100,000

국기본 3050시나리오 선형(국기본)

50,000 0 2006년

2010년

2020년

2030년

2050년

에너지 전환 손실과 에너지다소비산업을 축소한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20% 중반에 달하는 에너지 손실율을 줄이는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전력 생산을 위해 서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며, 장 거리 송배전 과정에서도 얼마간의 손실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역 에 분산된 재생에너지로 생산・소비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그 자체 로 전환 손실과 송배전 손실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ECPI의 2050 년 에너지 수요 전망에서는 이를 전제로 전환 손실율을 0%로 잡 았다. 두번째 에너지다소비적인 산업(철강, 석유화학 등)이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대폭 감축시키며, 제조업 내 비중을 크게 줄이는 것이 다. 이는 정부가 한국의 에너지 소비 증가 추세를 역전시키기 어렵 다는 원인을 제시한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규모를 축소시키자는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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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이다. 사실 이들 산업들은 에너지를 엄청나게 사용하고 있지만 전체 부가가치 생산의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기여를 하고 있지 못한 산업이며, 수출 중심의 산업이기 때문에 내수와의 연관 도 미약하다(만약 이런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할 경우, 해당 지역 공동체 와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할 경제사회적 부담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정 의로운 전환’ 전략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구조적 차원의 변화를 모

색한 위에서, 산업, 가정, 상업, 수송 분야 각 부분에서의 에너지 효 율화를 추구하여 에너지 수요 감축을 시도하자는 구상이다. 한편 오히려 절대량이나 비중 면에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 는 부문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농업 분야의 에너지 사용의 증가로 서, 농업회생과 식량안보의 차원에서 에너지 소비가 일정하게 더 증 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물론, 이것이 면세유와 온실농업 등과 같이 에너지 낭비적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또한

가정과 공공 부문의 에너지 소비도 증가하는 것으로 가정했는데, 이는 개인 삶의 질을 유지하고 공동체 활동의 활성화한다는 차원 에서 고려한 것이다(다음의 그래프를 참조하라).

재생에너지원을 중심으로 에너지믹스를 짠다

이제 다음 단계는 전망된 수요를 어떤 에너지원으로 공급 할 것인지를 선택해보도록 하자. 이를 ‘에너지믹스energy mix’라고 부 르기도 한다. 에너지원은 크게 화석연료(석탄, 석유, LNG), 원자력, 그리고 재생에너지(수력, 태양력, 풍력 등)으로 구분할 수 있고,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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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탈화석연료 2030 시나리오(부문별) 에너지량 (toe)

공공부문 상업부문 가정부문 수송부문 비에너지다소비제조업 에너지다소비제조업 광업건설업 농림어업 전환부문

250,000 200,000 150,000 100,000 50,000 0 2010년

2020년

2030년

2050년

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어떤 비중으로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것 이다. 우리는 이미 핵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선택을 하 였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다른 에너지원의 공급 비중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한가지 더 고려할 점이 있다. 만약 핵발전을 감축하 는 대신에, 그 자리를 화석연료의 공급으로 메운다면 온실가스 배 출이나 석유정점 등과 관련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 이다. 따라서 화석연료의 사용도 점차 줄여나가는 선택을 해야 하 며, 그 몫의 상당 부분은 당연히 재생에너지원이 대신해야 할 것이 다. 현재 가동중인 21기의 핵발전소를 당장에 모두 폐쇄한다고 했 을 때, 2010년 총에너지의 대략 12% 정도 그리고 전력 중에서는 대 략 35%에 달하는 상당한 큰 에너지량의 공급을 포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면서, 그 부족량(혹은 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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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100 재생에너지 시나리오 재생에너지량 250,000 (천 toe)

기타 지열 바이오매스 소수력 풍력 태양광 태양열

200,000 150,000 100,000 50,000 0

2010년

2020년

2030년

2050년

상)을 재생에너지를 통해서 메우는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앞

서 이야기했듯이 한국의 재생에너지 기술적 잠재량은 충분하기 때 문에 정치적 판단, 정책적 개입 그리고 시민운동이 뒷받침이 된다면 단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이용량을 늘려 나가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 지 않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2020년에 전체 에너지소비 중 재 생에너지로 20%를 충당하며, 2030년까지는 50%, 2050년까지는 100%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위의 그림 참조). 이 시나리오에서 재생에너지는 태양열, 태양광, 풍력, 소수력 그리고 바이오매스만 고려했으며, 논란이 많은 조력이나 폐기물 소 각 등의 에너지원은 제외하였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핵발전이 생산 하던 전력을 대신한다는 차원에서, 전력을 생산해낼 수 있는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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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0 시나리오 총1차 에너지량 (천 toe)

석탄 태양열 바이오매스

석유 태양광 지열

LNG 풍력 기타

2010년

2020년

2030년

원자력 소수력

250,000

200,000

150,000

100,000

50,000

0 2050년

에너지원인 태양광, 풍력 그리고 소수력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전 제하였다. 이와 유사한 시나리오는 이미 재생에너지 강대국에서는 흔히 만들어지고 있고, 정부 정책에 수용되고 있다. 독일이 2020년 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까지 증대시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 며, 2030년까지 50%, 그리고 2050년에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 지로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편 후쿠시마 이전에도 일본은 이미 2020년 재생에너지 20%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2030년에야 고작 11% 정도의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가지 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목표를 달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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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서는 가히 ‘혁명적인’ 방식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방식 중에 하나로 독일에서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일어난 재 생에너지생산운동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던 ‘발전차액지원제 도’를 손꼽는 이들이 많다.

2030년 탈핵, 2050년 탈석유 시나리오

이제 종합을 해보자. 2030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하 고, 205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고 석유정점의 위기로 피하기 위해서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폐지하자는 소위, “3050 탈핵 ・탈석유 시나리오”다(이 시나리오는 앞서 이야기한 에너지기후정책연 구소의 논의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최근에 창당한 녹색당에 의해 서 발표된 대단히 급진적인 것이다). 아래의 그래프가 이 시나리오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에너지 수요 자체가 대폭 줄어들었으 며, 핵발전은 2030년에는 사라진다. 또한 석탄과 석유 사용은 급격 히 줄어들었으며, 과도기적으로 그 중간다리(브릿지) 역할로 LNG 의 비중이 증가한다. 무엇보다도 태양열, 태양광, 풍력을 비롯한 재 생에너지 이용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2010년에는 핵발전와 화석연 료를 모두 대체하여 에너지 수요의 100%를 재생에너지가 공급하 고 있다. 이 그래프는 핵공포에서 벗어나서 안전하게 살기를 원하 는 시민들이 꿈꿀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미래 중 하나를 보 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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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시나리오와 민주적 토론

인구 천만의 서울, 에너지 전환/자립이 가능할까?

사실 이 시나리오 담겨진 미래는 대단히 함축적이어서, 우리 에게 많은 쟁점에 대해서 토론을 하도록 만들어준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지역에너지전환 문제일 것이다. 사실 핵발전을 멈추고 이를 대신하여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은 자연스럽게 지 역분산적인 에너지 생산・소비 시스템의 논의로 이어지며(물론 몽골 의 고비 사막에서 생산된 태양광 전지를 한국에 공급하려는 시도로 연결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부정의’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부

터 지역 분산적인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즉, 지역에너지전환)은 핵심적인 과제로 떠오른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원전 1기 줄이 기’ 정책을 내세우는 것도 이와 관련이 되는데, 서울 내에서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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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를 최대한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서 지역의 에너지 자 립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은 지역에너지전환의 주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지역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다는 전략을 극단까지 밀어붙여 2050년에는 모든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 해당 지역 의 에너지 수요를 모두 공급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는 현재 제시한 시나리오와 지역에너지전환 전략을 일치시키려면 도달하는 논리적 귀결인데, 인구 천만이 넘는 서울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 그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 (참고로 현재 서울시의 재생에너지 자립도 는 0.4%에 불과하다. 화석연료 발전을 포함해도 1%를 겨우 벗어난다).

지역 인구와 산업의 대대적인 재편 논의를 피할 수 없다

여기서는 즉답은 피하고, 이 질문의 함의만을 살펴보도록 하자. 앞서 에너지 수요를 급격히 감축시키는 방안으로 철강과 석 유화학과 같은 에너지다소비산업의 활동을 감축시키는 구상을 제 시하였다. 이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소재한 울산이나 여수와 같은 지역의 엄청난 변화를 의미하며, 인구의 재배치와 경제활동의 유형 을 변화시킬 것이다. 재생에너지산업과 에너지효율화산업이 확대될 것이며 또한 농업 활동이 확대된다고 가정하며, 이와 연관되어 인 구의 지역적 이동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사회는 재화와 서비스의 지역적 생산과 소비가 확대되며, 수출을 비롯하여 원거리 물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도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인구와 경제활동 등 모든 측면에서 단극화된 서울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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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유지될 것인지(아니 유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 다. 서울에서 재생에너지 자립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인 구와 경제활동 규모보다는 더 적은 인구, 더 작은 경제활동에서는 더욱 가능할 것이다. 이는 보다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진 지 역으로의 인구와 경제활동의 이동으로 이어질 것이며, 한국사회 전 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2050년에 우리가 꿈꾸는 것은 단지 핵발전과 화석연료를 버리고 재생에너지 이용을 100%까지 확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산 업구조를 바꾸고, 지역인구 분포를 바꾸고, 그에 따른 권력을 바꾸 자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상상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여기서 일부 제시한 이런 시나리오는 그저 고문서의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

에너지 결정권을 되찾자!

마지막으로 에너지 시나리오의 의미를 되돌아보면서 마무 리해보자. 사실 핵발전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첫번째 관문은 핵 발전의 위험을 아는 것이다. 후쿠시마라는 비극을 통해서 우리는 그 관문을 넘고 있다.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시민운동이 이를 가속화시킬 것이고, 그 힘이 핵발전에서 벗어나기 위한 두번째 관 문으로 나아가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두번째 관문은 에너지에 관한 결정권을 정부 관료와 기업 경영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문 가들로부터 되찾아 와서, 민주적 토론 아래에 두는 것이다. 절대로 에너지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며 그래서 원자력을 불가피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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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주장 아래에, 왜 에너지에 관한 결정권을 복속시켜야 하 는가. 화석처럼 굳어져서 절대 낮아지는 법 없는 에너지 수요 예측 곡선에 왜 시민들이 위축되어야 하는가.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 고, 일인당 에너지 소비도 늘어날 것이며, 에너지다소비산업의 비중 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왜 우리는 받아 들여야 하 는가.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의 의사에 반하여 가정하고 예측하고 계획하며 결정하는 에너지 미래를 우리가 왜 따라야 하는가. 그에 대한 반역이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지, 어떻게 공급받을 것인지, 에너지 시나리오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져야 하며, 민주적 토론 속에서 핵발전의 운 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다시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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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플릿을 내며

이 팸플릿은 후쿠시마 1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탈핵 집회를 위해서 준비된 것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어떻게 핵 발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 해서 지난 1년간 공부하고 연구해왔다. 이 성과를 시민들과 직접 나누면서, 함께 공부하고 토론해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팸플릿은 한번 읽고 버 려지는 일회용이 아니라, 두고두고 읽고 지인들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오늘의 교육》 2012년 1~2월호에 실린 ‘핵 없는 사회를 위한 대전 환은 어떻게?’라는 제목의 글을 대폭 수정하고 보완한 것이다. 이 글의 4부 와 5부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녹색당의 의뢰로 작업한 ‘녹색당, 3050 탈핵・탈석유 시나리오’의 내용에 기반한 것이다. 이 작업에는 연구소의 여러 동료들이 함께 했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연구소의 공동 저작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구소의 시나리오 연구 결과물은 3월 중순에 별도로 공개될 예정 이다. 연구소 홈페이지 www.enerpol.net에서 받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팸플릿의 편집과 디자인은 출판사 이매진이 도와주었다. 감사드린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2009년 8월에 창립한 에너지・기후 분야의 진보적 민간 싱크탱크다. 우리 사회의 에너지 전환 방향을 선도하고 구체적인 방안 을 제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노동자・농민・저소득층 등 사회 적 약자의 처지에서 기후변화와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

• 홈페이지 www.enerpol.net • 이메일 enerzine@naver.com • 전화 02-6404-8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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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사회를 향한 대전환 어떻게 가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