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 5월호 - 충북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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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비극과 부끄러운 자화상 임성재 (상임위원장, 프리랜서 기자)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국 민이 비탄에 빠져 있다. 300명이 넘는 사망 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해난 사고를 수습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대처능력은 전 세계의 웃음 거리가 되었다. 20년 전, 비슷한 사고를 겪 었는데도 대처하는 능력이나 방법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리고 온 국민이 비탄에 빠져있을 때 정부각료나 정 치권에서 보여준 한심한 작태는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희생자 가족들이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구조를 기다리는 곳에서 라면 을 먹는 장관,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 을 찍겠다고 덤비는 중앙부처의 국장, 장례 식장에서 장관이 오셨다고 나팔 부는 공무 원, 정부를 비판하는 유족들을 종북 세력으 로 몰아붙이는 국회의원 등이 국민을 더욱 분 노하고 좌절케 한다. 더 부끄러운 것은 우리나라의 방송이다. 재 난사고 시 방송은 국민들에게 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고 구조의 문제점이나 대처방 안 등을 제시하여 재난사고를 효과적으로 수 습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보여준 우리나라 공영방송 들은 현장을 중계 하는데 그쳤다. 뿐만 아니 라 경쟁적으로 오보를 방송하여 국민들을 더 욱 분노하고 혼란스럽게 하였다. 그나마 손석희 앵커의 JTBC의 ‘뉴스9’만이 방송뉴스의 체면을 살려주었다. 중앙일보 계 열의 종합편성 채널인 JTBC가 공영방송의 뉴스를 제치고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이다. ‘해경보다 어선이 먼저 출동했다’는 보 14ㆍ참여마당

도로 해경의 초기대응 문제를 지적했고, 부처 마다 대책본부를 마련해 컨트롤타워가 없는 사고수습 대책을 비판했다. 세월호 사고 이 후 공영방송의 뉴스 시청률은 떨어진 반면, JTBC ‘뉴스9’의 시청률은 배 이상 올랐다.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는 JTBC ‘뉴스9’가 4월 18일에 민간선박인양 전문가와 인터뷰한 내용이 방송심의규정 제 24조의 2항(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 공)을 위반 했는지를 심의한다고 밝혔다. 민 간전문가가 JTBC ‘뉴스9’와의 인터뷰에서 “구조 작업에 다이빙 벨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구조 작업에 혼란을 주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긴급 소 집된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제작진 의견 진술 을 결정했다. JTBC ‘뉴스9’를 중징계 하겠다 는 의도로 보인다. 방심위가 이렇게 발 빠르 게 대처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렇게 다급 하게 처리하려는 것은 비판적인 방송에 재갈 을 물리려는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진도 앞바다에 울려 퍼지는 진혼곡은 우리의 가슴에 오래도록 깊은 상처로 남을 것 이다. 우리는 이 아픔과 함께 부끄러운 자화 상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눈치 보지 않고 소신을 다할 때, 그리 고 무엇이 진정 부끄러운 것인지를 알 때 이런 재난의 역사는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4월 23일자 충청타임즈에 실린 <세월호의 비극과 부끄러운 자화상>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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