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14

스패셜 C3

2012년 9월 29일~9월 30일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채널 15 JTBC 스페셜

여자아이 엉덩이 만졌다고?  법정에 불려온 강아지 무죄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세월 따라 달라진 동물의 법적 지위

지난 4일 서울북부지방법원 301호. 한 여성 이 강아지를 품에 안고 법정 앞으로 성큼성 큼 걸어 나왔다. 이례적인 강아지의 등장에 판사들도 놀랐다. 이 여성은 여자 어린이 A 양(9)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모(70)씨의 가족. 여자아이를 만진 건 박씨가 아니라 바로 이 강아지일 수 있다며 법정에서 검증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장인 김재환 부장판사(형사 11부)는 이를 허락했다. 파격이었다. 강아지가 법정에 출석해 범죄 입증에 참여하는 보기 드문 상 황이 벌어진 것이다. 법정에선 강아지 앞발이 어린이 엉덩이에 닿을 수 있는지, 강아지 발 의 촉감이 사람의 손과 비슷한지, 강아지의 움직임이 성추행 상황처럼 진행될 수 있는지 등 ‘강아지 검증’이 이어졌다. 대법원 관계자 는 “동물이 법정에 등장했다는 얘기는 한 번 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극히 이례적인 일” 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6시 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졌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박씨와 A양 등이 엘리베 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 A양이 갑자기 뒤를 확 돌아봤다. 누군가 자신의 허벅지와 엉덩이 를 만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떤 할 아버지와 강아지가 보였다. A양은 “할아버 지가 나를 보고 웃고 있어 무서워 다른 엘리 베이터를 탔다”고 진술했다. A양은 집에 가 자마자 “뒤에 있던 할아버지가 몸을 만졌다” 고 부모에게 말했다. ‘나쁜 손’ 주인공을 찾 는 수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경찰은 ‘강아지 를 데리고 있던 할아버지’를 추적한 끝에 박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조선시대 사람 죽인 코끼리 유배형

엘리베이터 앞에는 감시카메라 없어  박씨가 ‘나쁜 손’의 장본인임을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폐쇄 회로TV(CCTV)가 있지만 1층 엘리베이터 앞 에는 감시카메라가 없었다. 사건 당시 박씨와 A양 이외에도 배달원 등이 현장에 있었지만 목격자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동원한 게 거짓말탐지기. 그런데 박 씨가 지병 때문에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한 탓인 지 거짓말탐지기는 ‘탐지 불가’라는 답만 내놓 았다. 측정 대상자가 거짓말과 진실을 말할 때 나타나는 민감한 몸의 변화를 측정할 수 없다 는 얘기다. 결국 이런 상태로 재판이 진행됐고, 박씨 측은 “데리고 있던 개가 앞발로 아이의 허벅지 부근을 건드린 것을 착각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유례 없는 애완견의 법정 재연이 진행된 것이다.  재판부가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박

지금은 코끼리 주인이 형사처벌 돼 강신후 기자 kswho@joongang.co.kr

여자아이 성추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박모씨 재판에 등장해 당시 상황을 재연했던 박씨의 애완견 ‘준희’. 박씨는 준희가 성추행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씨의 유죄. 아이를 만진 건 강아지가 아니라 아파트 엘리베이터 기다리던 A양 박씨라는 판단이었다. 박씨에게 징역 2년6 월,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사회봉사 80 “누군가 허벅지서 위쪽으로 쓰다듬어” 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40시간, 신상 정보공개 3년도 명령했다. 일주일에 1홉(소 뒤에서 강아지 데리고 있던 70세 노인 주 반 병 정도) 이상의 술을 마시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형량에 대해 이창열 서울 ‘나쁜 손’주인공으로 지목 북부지법 공보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 피의자 측 “개가 건드린 것”검증 요청 역 또는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 재판부 “개는 앞발 그렇게 못 움직여” 금에 처하도록 돼 있는데 최하한선을 선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아지의 법정 재연 등을 관찰한 재판부 집행유예 3년 유죄 선고 받은 노인 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허벅지부터 엉덩 “어린아이 말만 듣고 판결” 항소 이까지 위로 한 차례 쓰다듬는 느낌이었고, 쓰다듬는 느낌이 드는 즉시 뒤를 돌아봤는 데 개는 가만히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개 가 앞발을 아래 방향이 아닌 위 방향으로 움 직였다거나 그것도 한 차례만 움직였다는 것 은 경험칙상 상정하기 어렵다”고 유죄 판단 의 이유를 밝혔다. 또 “피해자가 사건 당시 초등학교 2학년으로 개가 만지는 것과 사람 이 만지는 것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지적 능 력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 어 린이의 진술이 일관되고 박씨와 평소 알고 지 낸 사이도 아니어서 특별히 무고할 이유나 동 기가 없다”고 판시했다. ‘강아지 재판’2라운드  박씨가 즉시 항소하면서 ‘강아지 재판’은 2라운드를 맞게 됐다. 박씨는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이 어린아이의 말만 들은 것”이라며 “나이가 많아 봉사활동도 쉽지 않다”고 말했 다. 박씨의 강아지는 슈나우저 품종 수컷으 로 취재진이 직접 재 보니 몸길이 57㎝에 높 이 43㎝, 일어서면 83㎝ 정도였다. 사람을 잘 따라 처음 보는 기자와도 장난을 곧잘 쳤다. 박씨는 “강아지가 사람을 잘 따른다”며 “분 명 강아지가 아이를 보고 만진 것”이라고 항 변했다. 그러면서 “5초 정도 눈 깜짝할 사이 에 벌어진 일이라 나는 기억도 잘 안 나고 청 각장애인이라 상황 파악이 잘 안 된다”며 “당 시 다른 사람들도 옆에 많았는데 왜 나를 범 인으로 몰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씨 측 은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음식점 배달원과 10세쯤 되는 남자아이를 조사하면 결백이 입 증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 노원경찰서 장세열 강력2팀장은 “조사 과정에서 할아버지 가 강아지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며 “강아지 가 신체 접촉을 했다면 사람 손이 만지는 것과 어떻게 느낌이 같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박씨냐, 강아지냐의 논란은 2심 재판 부에서 또 한 번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2심 재판부도 동물의 출석을 허용할지 미지수이 지만 법조계에선 애완견의 법정 재연이 이뤄 진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노영희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입증 기회를 요구 해도 제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을 계기로 동물을 이용해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라며 “피고인의 답답한 마음을 해 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정에서 동물의 지위는 시대에 따라 달라 졌다. 오늘날 동물은 법정 피고인 자리에 앉 을 수 없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달랐다. 조 선왕조실록에는 귀양 떠난 코끼리가 등장한 다. 1411년 일본 왕이 조선 태종에게 큰 선물 을 바쳤다. 당시 조선 땅 어디서도 볼 수 없었 던 코끼리였다. 신기한 코끼리를 구경하며 놀 리던 이우라는 관리가 그만 코끼리 발에 밟 혀 목숨을 잃었다. ‘범인’ 코끼리를 피고인 삼아 재판이 열렸다. 살인을 했으니 사형감 이었지만 일본 왕의 선물이라는 점을 감안해 내려진 벌은 귀양살이. 코끼리는 전라도의 한 섬에서 유배생활을 해야 했다.  만약 오늘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 까. 코끼리가 아니라 코끼리 주인인 왕이 피고 인이 돼야 한다. 현행법상 동물은 피고인이 될 수 없다. 우리를 탈출해 사람을 문 곰의 주인과 서울 신월동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뱀의 주인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 게 대표적 사례다.  동물은 민사소송의 원고나 피고도 될 수 없다. 2009년 9월 황금박쥐·수달·고니 등 동 물과 동물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도로공 사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니 공사를 취소해 달라는 것. 하지만 법원은 각하했다. 재판부 는 “소송 당사자는 자기 이름으로 재판을 청 구하거나 소송상의 효과를 받을 수 있는 자 격을 말하기 때문에 동물을 원고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물을 ‘물건’으로 다루 는 법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 다. 지난해 11월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는 경기도의 한 야산에서 열악한 환경 에 처해 있던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발견해 데려왔다. 박 대표는 구조활동을 했다고 생 각했는데 최근 특수절도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박 대표는 “학 대받고 있는 동물을 구조한 것일 뿐”이라며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과 인식은 바 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에서도 동물의 법정 출두는 화제다. 프랑스에서는 끔찍하게 학대를 당한 강아지 ‘맘모’가 악질 주인과 법정 대면을 하기도 했 다. 지난 5월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법정에서 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피고인이 당시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탐지 견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주인은 “목포산” 직원은 “제주산”  굴비, 넌 어디서 왔니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일단 ‘국산’ 표시를 해 두고 본다. 어차피 눈으 로 구별하기도 힘든 데다 일일이 단속하지 못 할 거란 배짱이다. JTBC ‘미각스캔들’ 제작진이 추석을 앞두고 일부 재래시장과 노점상의 농수 산물 원산지 표기 실태를 취재한 결과다. 차례 상에만큼은 국산을 올리겠다는 소비자들의 심 리를 이용해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는 행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각스캔들’ 제작 진은 제수용품 중 고사리와 굴비의 원산지 둔 갑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방송은 추석인 30일 밤 10시50분 JTBC에서 나간다.

‘북한산’고사리 대부분이 중국산  말린 고사리는 전문가도 육안으로 원산 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식재료다. 대체로 알 려진 감별법. 국산 고사리는 색깔이 연한 갈 제14832호 40판

색이고 독특한 향기가 강하지만 중국산 고 사리는 진한 갈색에 향이 약하다. 또 물에 담갔을 때 부푸는 속도가 국산은 빠르고, 중국산은 느리다.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 가 큰 감별법이다. ‘미각스캔들’ 제작진이 지난 25일 찾아간 서울 A재래시장에서는 ‘국산’ 표시가 된 고사리가 600g에 3000원 에서 1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에 팔리고 있었 다. ‘미각스캔들’ 윤현 PD는 “이렇게 많이 생산되나 싶을 정도로 시장에 국산 고사리 가 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찾아 간 전남 고흥 고사리 재배농가의 설명은 달 랐다. 재배농민 이재운(60)씨는 “국산은 고 사리 소비량의 10%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수입물량이 너무 많아 국내 농가들이 제값 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는 ‘북한산’이라고 표시한 고사 리도 많았다. 북한산 고사리는 중국산보다

원산지를 ‘영광 법성포’로 표기한 굴비를 8마리 3만 원에 팔고 있는 트럭 앞에 손님들이 모여 있다.

추석 앞두고 원산지 허위 표기 기승 중국산 조기가 ‘법성포 굴비’로 둔갑 수입 막힌 ‘북한산’고사리도 버젓이 1000~2000원 비싸  상인들 “다 가짜”

600g에 1000∼2000원 정도씩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상인들은 “손님들이 중국산보다 북 한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산 농산물은 2010년 5월 이후 수입이 금지된 상 태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남북 간 교역을 전면 금지한 5·24 대북조치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산’ 고사리는 어디 서 온 것일까. 서울 B시장에서 북한산 고사리 를 팔고 있던 한 상인은 “그(5·24 대북조치) 이전에 구입해 온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옆 가게 점원은 고객으로 위장한 제작 진에게 “그거 다 중국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부르는 게 원산지?  같은 가게서도 다른 말  굴비 역시 원산지 구별이 쉽지 않은 품목 이다. 배 부분이 노란 게 국산이라는 것 정 도가 구별법이다. 소비자들로선 상인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서울 A시장의 한 가게에선 판매원에 따라 같은 굴비의 원산 지가 바뀌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어디 거 냐란 제작진의 질문에 주인은 “목포산”이 라 대답했고, 직원은 “제주도산”이라고 답 한 것이다. 또 서울 이촌동 길거리 트럭에서 8마리 3 만원에 팔고 있는 굴비도 ‘영광 법성포’라 고 원산지 표기를 했다. 포장에도 ‘영광굴 비 특품사업단 굴비’라는 표기가 돼 있었 다. 하지만 제작진이 영광굴비 특품사업단 에 확인한 결과 “바코드가 없으면 가짜다. 가짜가 나돌지만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다” 고 말했다. ‘미각스캔들’ 윤 PD는 “중국산 조기를 법성포에서 가공한 뒤 영광 법성포 굴비로 판매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보다 확실하게 원산지 표기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TheKoreaDaily  

TheKoreaDaily JoinsMedia

TheKoreaDaily  

TheKoreaDaily JoinsMedia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