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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날씨/분수대/시평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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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평]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후보’ 안철수 현상은 과거 이인제, 정몽준, 문국현 현 상과 달리 1년이 넘도록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 는 위력을 보여왔다. 그는 공직이나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다. 국민들이 지난 1년간 그에게 보내 준 이 꾸준한 지지율은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깊음을 보여 준다. 그가 보여준 청량하고 순수한 모습이, 그 리고 그가 여태 살아오고 이루어 온 일들이 오 늘날 우리 주위의 세태, 정치 모습과는 많이 달 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주 그가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 면서 그에 대한 이 높은 지지율로 우리 국민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을 이 제 물어야 할 때가 왔다. 그동안 국민들이 보여 준 그에 대한 높은 지지는 기존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강한 부정적 의견의 표출인 것은 분명하나 향후 한국의 정치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미래지 향적 의사의 표시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은 대의민주주의를 발전 시켜온 과정이다. 최근 SNS의 급속한 확산으로 고대 그리스·로마 이후 뒷전으로 밀려난 직접민 주주의의 요소가 점점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오 늘날 민주국가의 운영체계는 여전히 의회와 행 정부, 사법부를 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대 의민주주의를 받쳐주는 기둥이 바로 정당이다. 우리 국민들이 정당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표출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의 정 당들은 그동안 추구하는 가치와 이루고자 하는 정책·제도를 중심으로 구성·발전되지 못하고, 정 권을 잡으려는 혹은 잡은 특정 인사나 지역기반 을 중심으로 이합집산, 새 간판 달기를 거듭하며

지나친 당파적 싸움으로 국가의사결정 과정을 왜곡·지연시켜 왔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발전, 민주주의의 성숙은 이러한 정당들을 국민들이 외면해 버림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제대로 발전될 수 있게 감시하고 채찍질해 나감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당들의 뿌 리와 전통이 깊어짐으로써 성숙하게 된다. 어떤 정치, 어떤 언론을 갖게 되는가는 결국 그 나라 국민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민주화 이후 한번도 제대로 성공한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 이것이 반 드시 정치인들과 지도자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는 없다. 정치의 실패, 지도자의 실패, 정당의 실 패는 바로 국민들의 실패이기도 하다. 이를 외면 함으로써 정당과 정치가 나아지지는 않으며 성 공한 지도자를 배출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주 ‘안철수 현상’이 ‘안철수 후보’로 이어지 면서 우리 국민들은 이제 스스로 중요한 시험대 에 오르게 된 것이다. 어떤 시대인들 쉬운 시대는 없겠지만 향후 5 년간의 국정은 특히 많은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 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민 생고의 심화, 동아시아에서의 역학관계 및 외교· 안보 환경 변화의 가속화, 계층 간·세대 간 갈등 의 심화 등이 우리 사회를 소용돌이에 몰아넣고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국가의사결정 과정을 더 욱 복잡하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 가는 발전해야 하며, 이러한 문제들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의회가 정당을 통 로로 긴밀한 협의와 타협을 이루어나가지 않으 면 안 된다. 이미 한국의 권력은 지난 20년간 의

조윤제 서강대학교, 경제학

회로 크게 이동했다. 의회 동의 없이 해낼 수 있 는 정책개혁, 제도개혁이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19대 국회는 99%가 특정 정당 소속 의원 들로 구성돼 있다. 현실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과, 보다 나은 정치, 성공할 지도자 를 선출하기 위한 긍정적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같다고 할 수 없다. 전자는 과거에 대한 평가이 고, 후자는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국민들은 그 동안 ‘안철수 현상’을 통해 전자의 의견을 표시 해 왔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 표시는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다. 안철수 후 보는 기존 정치와 정당들에 대한 국민의 실망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무소속 의원이 1%밖에 되지 않는 지 금의 국회에서 식물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을 것 이다. 만약 그가 제대로 일을 해나가기 위해 새 로운 정당을 구성하려 한다면 결국 기존 정당 소속 의원들을 대폭 빼오는 수밖에 없어 이는 다시 국정을 마비시키고 한국정당사에 또 하나 의 이합집산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정치발전이 아니라 퇴행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주 그를 통해 표출된 국민 들의 정치변화에 대한 열망을 스스로 대통령이 되어 실현하겠다며 출마 선언을 하고 회견장의 단상을 내려왔다. 그가 대선 출마의 길을 선택하 고 단상을 내려온 이상 이제 우리 국민들이 시 험대에 올라서게 되었다. 무엇이 과연 한국의 정 치발전을 위하는 길인가? 이 시평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분수대> 위기 상황에서 최고의 배(ship)는 리더십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애너폴리스에 있는 미 해군사 관학교에 가면 이런 글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The best ship in times of crisis is leadership.’ ‘위기 상황에서 최고의 배는 리더십’이라는 뜻이 다. 이 얘기를 해준 사람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원장을 지낸 박진 전 의원이다. 미 해사를 방문했 을 때 자신이 직접 본 문구라는 것이다. 해군 장교 출신이기도 한 박 전 의원은 이 말 덕분에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과 허물없는 사 이가 됐다고 한다. 파월의 자서전인 『나의 미국 여행』 한국어판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며 이 말을 했더니 그 자리에 있던 파월이 박수를 치 며 좋아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 에 가장 훌륭한 리더십 이야기”라고 극찬을 하 길래 미 해군에서 나온 말이란 것만 밝히면 언 제든지 사용해도 좋다고 기분 좋게 저작권을 ‘양 도’했다고 한다.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폭풍우를 만난 배는 선장의 리더십에 따라 침몰 할 수도 있고, 무사할 수도 있다. 80일 앞으로 다 가온 대선은 5년간 ‘대한민국호(號)’를 맡아 무사 히 항구까지 끌고 갈 리더십을 선택하는 소중한 기회다. 구체적인 선택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 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테그러티(integrity)’ 아닐까 싶다. 우리 말로 정직성이나 진실성쯤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영어 단어 인테그러티의 의미가 다 설명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가치관이나 신념,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행동하는 사람이 인테그 러티를 갖춘 사람이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사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 사람들 앞에 서 하는 말과 행동이 혼자 있을 때 하는 언행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스티븐 카터 미 예일대 교수(법학)에 따르면 인 테그러티는 3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면 개인적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그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판 단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 히는 것이 세 번째 단계다. 이 세 가지를 보면 그 사람이 인테그러티를 갖춘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논란이 됐던 과 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하자 민주통합당의 문 재인 후보와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 모두 “아주 힘든 일이었을 텐데 참 잘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정말 필요한 일을 했다”며 아무런 토 를 달지 않고 높이 평가했다. 필요할 때 힘든 결 단을 할 줄 알고, 그걸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 아는 세 명의 경쟁자. 어쩌면 대한민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인테그러티를 갖춘 리더십을 만나게 될 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다면 순진한 바보의 성 급한 김칫국 마시기일까.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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