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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9월 14일 수요일

부동산

B4면에서 이어집니다. “한옥이 원시인들 사는 덴가요? 현대인에게도 불편이 없어야지 무 조건 못 고치게 하면 누가 살겠어요.” 500년 고택을 지키고 있는 이미령 여사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 옥 개조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규제하는 법 제도에 대한 지적이다. “문제는 어떻게 원형의 멋을 지키며 고칠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2001년 탁청정 종택으로 거처를 옮긴 이 여사는 집 이곳저곳에 손을 댔다. 퇴행성 관절염이 도져 한옥의 오르락 내리락 생활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수술까지 했는데 결국 재발했어요. 의사도 ‘한옥에 살면 100% 재발한다’고 경고했던 터였지요.” 탁청정 종택의 가장 큰 변화는 현대식 부엌과 화장실이 생긴 것 이다. 도시의 아파트와 견줘봐도 결코 뒤지지 않을 편리한 주방과 화장실이 그야말로 ‘감쪽같이’ 고택 속으로 들어왔다. 마당에선 물 론이고, 마루에서도 주방과 화장실은 보이지 않는다. 원래 마루에 서 뒷마당으로 통했던 문을 열면, 방·마루와 같은 바닥 높이로 주 방과 화장실이 연결된다. 뒷벽을 따라 집을 증축해 주방·화장실 을 집어넣은 것이다. 집 전체 면적(169㎡·51평)에 비해 증축 면적 은 넓지 않다. 모두 합해 13㎡(4평)이 될까말까할 정도. 공사비는 2500만원이 들었다. 이 여사는 2008년 공사를 하면서 집 외관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전통 한옥의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다. 증축된 부분에도 기와지붕을 얹었고 외벽엔 나무 띠를 둘렀다. 원래 집의 일부분이었던 양, 밖에서 봐도 감쪽같았다. 어떻게 고쳤나 주변에서 구경도 많이 왔다고 한다.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집의 증축 공 사는 ‘위법’이다. “집이 도(道)문화재라 신축·증축 공사는 허가가 안 나와요. 원 래 건물을 고치는 것만 된다는군요. 텃밭 옆에 별채로 떨어져 있 는 재래식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개조해 쓰라는데, 집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신식 부엌을 만들어 놓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요. 보기도 더 싫을 테고….” 마루에 전면 비닐 창을 만들어 단 것도 큰 변화다. 앞이 완전히 뚫려 있는 마루는 겨울에 너무 추워 나가 앉을 수 없었다. ‘겨울 한 철만 달자’며 나무로 틀을 짜고 비닐로 창을 해넣었다. 비닐은 군용차 창문에 유리 대신 사용하는 것을 구해 썼다. 언제라도 떼 어내기 쉽게 만들어 달았지만, 사시사철 요긴해 뗄 일이 없었다. “여름엔 마루에 에어컨을 켤 수 있어 시원하게 지낼 수 있죠. 또 봄·가을엔 송홧가루·먼지 등을 막아줘 청소하기가 한결 편해졌어 요.” 관절염 때문에 안방에 들인 침대도 어색하지 않았다. 침대의 헤 드보드를 없애고 프레임 높이를 10㎝로 낮췄기 때문이다. 한옥의 낮은 천장을 고려한 인테리어다. 처음엔 매트리스만 사용할까도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궁이에 장작을 때 난방을 하는 방, 설 설 끓는 아랫목에 매트리스를 직접 깔려니 과열이 걱정됐다. 그래 서 목수에게 의뢰해 나지막한 침대를 따로 만들었다. “사는 사람 이 즐거워야 된다”는 이 여사의 ‘신식’ 가치관은 이렇게 500년 전 통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이제 더는 한옥 때문에 무릎 아플 일은 없을 듯했다. 이지영 기자

1 텃밭 옆 우물. 식수로 쓰진 않지만 텃밭 가꾸는 덴 요긴하다. 2 집 옆 텃밭엔 상추·부추·파·치커리 등 갖은 채소가 자란다. 3 침대를 들여놓은 안방. 4 은 안방. 옆면이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집이며, 마루에는 난 간이 둘러져 있다. 5 건넌방 아궁이. 잔칫날이나 메주를 쑤는 날엔 바깥 부엌으로 썼 던 공간이다. 6 탁청정 종택의 마루. 조상대대로 물려쓴 그릇 등 옛 대대로 물려 쓴 그릇 등 옛열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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