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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비보이

한류 열풍의 주역을 만나다

세계 비보이 역사 다시 쓰는 ‘진조크루’ 진조크루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대우를 받는다. 미국과 프랑스 등 어느 나라에 가도 그들의 무대에는 수많은 팬들이 몰린다. ‘비보 이 세계랭킹 2년 연속 1위’ ‘세계 5대 메이저 비보이 대회에서 각 한 차례 이상 우승’ ‘30여 년의 비보이 댄스 역사상 최초로 그랜드슬 램’ 등을 달성한 세계적인 비보이 그룹의 위엄이다. 한류 열풍에서 드라마와 음악만 추켜세울 때 그들은 묵묵히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태극기를 걸었고 애국가를 울렸다. 명실상부한 세계 제1의 춤꾼들이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진조크루 연습실을 찾았다. 글 황재선 사진 프리덤월드, 진조크루

배틀 오브 더 이어_BATTLE OF THE YEAR 비보이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대 회. 2010년 10월 3전4기 도전으로 진조크루는 일본팀을 결승전에서 제치고 우 승했다. 4만여 프랑스 관중이 진조크루에 열광했다. 프리스타일 세션_FREESTYLE SESSION 한 번도 해외팀을 초청하지 않았던 콧대 높은 대회에서 2011년 8월 진조크루를 초청했다. 진조크루는 미국팀 이외 의 최초 우승국이라는 기록으로 화답했다. R-16 월드 파이널_WORLD FINAL 한국에서 세계 16개국 대표들과 경합을 벌 여 2010~2011년 크루배틀 연속 우승, 2010~2012년도 퍼포먼스 부문 3년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레드불비씨원_Redbull BC One 세계 5대 비보이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한 솔로 배틀 대회. 2008년 김헌우가 결승에서 일본 선수를 꺾고 챔피언 타이틀을 차 지했다. 이 대회 우승자는 곧 세계 비보이 챔피언. UK 비보이 챔피언십_B-BOY CHAMPIONSHIP 그랜드슬램 마지막을 장식한 영국 전통 비보이대회. 2011년도 준우승의 아쉬움을 2012년 10월에 달랬다. 이 로써 진조크루는 세계 최초로 5대 대회 우승컵을 안은 역사적인 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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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솔력

‘진조크루’라서 기쁨이 두 배 2011년 6월 tvN <코리아 갓 탤런트> 1회 서울 지역예선 에 형제 비보이가 등장했다. 13년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멋진 무대를 선보여 최초 합격자가 된 그들은 진조크루 단 장 김헌준과 동생 김헌우다. 지금은 ‘춤이 삶 그 자체’라고 말하는 김헌준 도 어렸을 때 경찰이나 의사가 되고 싶 었다. 열다섯 살 때 춤을 본격적으로 추 기 시작하면서도 그 생각에는 변화가 없 었다. 스무살 넘어 춤에 더 흥미를 느끼고 활동범위를 넓히면 서 춤으로 성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01년, 힙합동아리 ‘진조’로 활동했던 초대 리더 이재복과 의기투합해 새로운 팀을 꾸렸다. 초기에는 진통을 겪으며 구 성원도 자주 바뀌었다. 초창기 멤버 가운데 남아있는 건 군 복무중인 이재복과 김헌우, 본인까지 셋뿐이다. 그 누구도, 심지어 스스로도 진조크루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다 며 잠시 감회에 젖기도 했다. 꿈꾸던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더 기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겪은 동지들이랑 지금도 같이하고 있 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요. 멤버들 다 바뀌었는데 우승하면 기쁘겠어요? 어렸을 때 못했던 친구들이 나란히 실력이 늘 어 우승하니 기쁨이 두 배가 되더라고요.” 지금은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만 한 때는 춤에 빠져 세상과 단절하고 살기도 했다. 새벽녘까지 연습하다보니 세상에는 부모님과 가족·팀원·편의점 아저씨 등 100여 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년을 춤에 집 중하며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즐거운 기억이지만 많은 걸 잃기도 했다. “시간과 청춘, 특히 친구를 잃었죠. 중·고등학교 방학 때는 거의 친구 집에서 잘 정도로 친구를 좋아했었어요. 춤도 친 구 따라 췄으니까요. 일부러 멀리했다기보다 춤추는 데 바빠

SKIM 김헌준(29) ‘춤생춤사’ 정신으로 팀을 이끄는 진조 크루 단장. 뛰어난 실력과 타고난 통솔 력으로 나이순으로 단장 자리에 오르 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서 만날 시간이 없었어요.” 대신 가정을 꾸렸고 가족같은 팀원을 얻었다. 그는 ‘춤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나라,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예술인 대 우를 받는 나라’를 꿈꾸며 오늘도 동지들과 함께 음악에 몸 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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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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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광(28)

좋아하는 춤, 잘 추고 싶을 뿐

열심히 하겠다는 입단 당시 각오를 10년 넘게 지키며 실력을 쌓았다. 지 금은 팀 내 손꼽히는 실력자로 두터 운 팬 층을 거느린 인기인

실력

2013년 2월 ‘진조크루Jinjo

Crew’의

비보이랭킹은

세계 1위. 국내외를 들썩이는 그들의 열정과 패기의 근원을 찾아 연습실을 방문했다. 문을 열자 전면 거울 위에 붙여 있는 ‘불살라 오르자’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진조

’의 뜻을 풀어놓은 이 문구

아래서 김헌준 단장을 포함한 13명의 멤버가 매일 춤을 춘다. 정기 연습시간은 오후 3시부터 밤 9시 까지지만 대부분 흥에 겨워 11시를 넘기기 일쑤다. 오전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연습실에 나와 몸을 풀고 공연일정과 경연대회 등을 함께 기획하고 준 비한다. 2001년부터 12년 동안 이어진 이 자연스러 운 일상을 통해 진조크루는 돈독한 팀워크와 실력 을 쌓았다. 국내 크고 작은 대회는 물론 세계 5대 비보이대회까지 모두 석권했다. 여기에 수많은 방송 과 행사·심사·교육 등을 모두 더하면 경력사항 정 리에만 밤을 샐 판이다. 그저 춤이 좋아 가리지 않 고 무대에 오르던 소년들의 활동범위는 어느 순간 대한민국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5개 대회 가운데 유일한 솔로 분야인 ‘레드불비씨 원’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람이 비보이 윙이라 불리 는 김헌우다. 대회를 빛낸 참가자들로 구성한 2013 년 레드불 올스타 멤버로 뽑히기도 했다. 형인 김헌 준 단장을 따라 15년 전에 비보이 세계에 발을 디딘 그는 타고난 유연성으로 실력을 뽐냈다. 현재 팀 퍼 포먼스 안무감독을 맡아 팬들이 열광하는 창의적이 고 멋진 동작을 구상한다. 그는 “동료들과 10년 넘 게 동고동락한 덕분에 개개인의 장단점을 다 파악하 고 있는 것이 탄탄한 안무의 기본”이라 귀띔했다.

WING 김헌우(27) 2012년에 대회 출전과 심사 차 방문 한 국가만 따져도 세계일주 수준이 다. 실력·인기·외모 삼박자를 두루 갖춘 명실상부한 팀 에이스

고등학교 때 진조크루의 공연을 보고 춤을 추기 시작한 장지광은 비보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 고 싶은 욕심에 연습실을 찾은 의지충만 열혈남아 다. 역시 팀 내 손꼽히는 실력자이며 해외 심사도 단독으로 다닐 정도로 인정받은 멤버다. 좋아하는 춤을 더 잘 추고 싶은 마음과 노력이 더해져 빛나 는 결과를 얻었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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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연습생 시절을 즐겁게 견디다 몇 해 전 지방에서 한 친구가 진조크루 연습실 에 무작정 찾아왔다. ‘기초부터 열심히 해보겠노라’ 며 각오를 늘어놨지만 행동은 말을 따르지 못했다. 진조크루가 유명세를 타면서 이런 일은 부지기수였 다. 입단요청이 쇄도했지만 의지만 있다고 모두 팀

MOLD 이태규(25)

F.E

팀 멤버 중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주는 ‘진조어워드’를 2010년부터 연속으 로 받았다. 팀 내 성실함의 아이콘

오철제(28) 이름 가운데 글자인 ‘철’의 원소기호를 따 만 든 ‘F.E’. 진조크루 식구가 된 지 이제 6년차. 앞으로도 지금 동료들과 호흡을 같이 할 것 이라는 결의를 강조하는 팀원

원이 될 순 없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다가 연습 이 고되고 힘들어 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진조크루 는 공식절차를 밟아 될성부른 떡잎을 골라내기로 했다. 4년 전부터 인터넷과 직접 춤을 가르치는 진 조스쿨에 공고를 내고 오디션을 통해 뽑고 있는데 연습생으로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연습생으로 들 어와도 정식 멤버가 되려면 1년 이상 노력의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오철제도 마찬가지다. 그는 경상도에서 손꼽히는 춤꾼이었지만 진조크루에서 1년 동안 연습생으로 생활하며 혹독한 연습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2012 년 ‘월드 비보이 파이터’ 준우승과 2011년 ‘호주 세도 우 워스’에서 우승하며 단체전뿐 아니라 개인전에서 도 실력을 뽐내고 있다. 반면 이태규는 단장의 부름 을 받았다. 팀을 꾸리기 전 진조크루 멤버들이 연습 하던 성남수련관 댄스 동아리에서 눈에 들었던 것 이다. 당시 함께 연습하던 후배 5명을 불렀는데 그 가운데 혼자만 살아남았다. 춤으로 성공하고 싶다 는 목표를 잃지 않고 힘겨운 연습생 시절을 성실히 견뎌낸 덕분이다. 진조크루의 입단 기준은 의지와 성실함 그리고 실력이다. 특별히 나이 제한 같은 건 없지만 정규 멤버보다 많은 건 피하려고 한다. 동작을 배울 때 서로 불편해서다. 가끔 집안의 반대가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춤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는 자신감과 각오가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 늘도 꿈을 좇는 데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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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

부상으로 인한 좌절 이겨낸 원동력

연습실에 들어섰을 때 진조크루는 간단히 몸을 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다양 한 각도에서 몸을 멈춰 ‘프리즈’라 불리는 비보이의 대표 동작부터 등으로 회전 중 몸을 틀어서 반복하는 ‘윈드밀’, 화려한 풋워크 등 다양한 비보이 기술을 보여줬다. 본격적인 단체 촬영을 시작하자 김우중은 앞으로 나서 한 팔로 몸을 지탱한 채 꽤 오랫동안 밝은 표정으로 견뎠다. 이 동작도 힘겨워 보였는데 개별 촬영에 서 보여준 기술들은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졌다. 비보잉은 진조크루 스스로도 인 정할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춤이다. 어깨·손목·무릎·허리 등 전체적으로 부상

SOMA 김우중(23) 첫 번째 공개 오디션에서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최후의 1인. 단장은 실력과 성실성만 봤다 며 외모 이야기에서는 말끝을 흐렸다. 실제로는 국 내외에서 모두 사랑받는 귀염둥이

이 잦을 수밖에 없다. 연습할 때는 물론 공연할 때, 특히 한 명씩 겨루는 배틀에 서 많이 다친다. 하지만 정작 힘든 건 부상 때문에 팀 전체에 피해를 주는 일이 다. 함께 맞춘 안무가 있는데 1번이 못하게 되면 2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또 2 번의 자리도 누군가 메꿔줘야 한다. 다른 팀원은 다들 건강을 걱정하지만 정작 부상당한 사람은 팀원들에게 굉장히 미안해한다.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다들 의 무감을 가지고 조심하지만 인터뷰 때도 3명이 장염에 걸려 함께하지 못했다. 단체 촬영에서 눈을 사로잡은 김우중은 진조크루 첫 번째 오디션에서 50대 1 의 경쟁률을 통과한 멤버다. 그리고 멤버들의 적극 후원으로 정식 멤버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5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하나인 ‘UK 비보이 챔프스’에 참가해 우 승의 영광을 누렸다. 김우중과 함께 응시했다가 떨어지고 2차에서 붙은 이초원 도 2월 초, 드디어 첫 번째 해외 공연을 했다. 한 발 늦게 출발했지만 세계무대 진출 꿈은 진조크루란 이름으로 함께 이루고 있다.

Meadow 이초원(22) 19살 때 첫 번째 공채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다시 도전한 진조크루 재수생이자 공채 2기 합격생.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는 신입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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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출 맛 나는 대한민국 만들 계획

연습실 한 켠에 만화책 『힙합』 24권이 모두 꽂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덜하다. 여전히 춤으로 성공한다는 것에 반신

『힙합』은 싸움하며 사고만 치던 고등학생이 같은 학교 댄스

반의하며 먹고살려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천재의 춤에 매료되어 비보이 단원으로 입단해 춤을 배우는

가진 사람이 많아서다. 집에서 반대하는 이유도 힘들고 안 될

과정을 담아 1990년대 후반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실감나

거라는 편견 때문이다. 진조크루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인

는 비보이 기술 묘사와 설명으로 힙합문화에 대한 관심을 일

정받을 만큼 자리를 잡은 비보이지만 우리 사회인식은 그렇지

으켰을 뿐 아니라 진조크루 멤버들의 마음을 뺏었다. 만화를

않다. 그래서 진조크루 공통의 꿈은 ‘춤출 맛 나는 세상을 만

보고 자란 진조크루는 만화 속 일을 현실에서 하나씩 완성

드는 것’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은 매일매일 춤추고 계

하고 있다.

획을 세우고 토론한다.

2010년 10월 비보이 올림픽이라 불리는 ‘배틀 오브 더 이 어-BATTLE OF THE YEAR’ 시상식 무대에 진조크루가 올랐다. 프랑스 대형 무대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춤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어느새 국위선양까지 하게 된 것이다. 진조크루는 해외 수상기록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생기고 애국심도 생겼다. ‘R-16 월드 파이널-WORLD FINAL’에서는 태극기를 펼치며 마무리하 는 등 안무에서 그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뛰어난 실력으로 해외에서는 연예인 대접을 받지만 정작

Big shot 조민근(23) 1기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2차에서 붙은 공 채 2기. 작년 크리스마스 때 릴키, 메도우, 카지노와 함께 들어와 연습중이다.

Kazino 이진호(19) 팀의 막내이자 유일한 10대다. 3월에 프랑스 에서 열리는 ‘2013년 첼스 배틀’ 멤버로 뽑혀 공채 2기생들의 시샘을 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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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 MAGAZINE  

2032 jinjo c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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