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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몸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인 간답게 살아가는 것,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간 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가정의 불화나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가 사소한 일은 아니겠지 만, 인간답게 살아가는 품위를 포기해야 할만한 이유는 아닌 듯싶습니다. 삶과 죽음을 다투는 사람에게서 삶 이 힘들어도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 그 생각을 더 하게 됩니다. 이는 하느님 의 모상으로 창조된 자신의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 아닐 까 생각합니다. 지리산에 같이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산나물로 식사하고 따뜻한 햇볕을 쬐 며 같이 산책하는 정도였습니다. 별다른 말없이 그분과 함께 지내면서 나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나를 사랑하 지 못하며 지낸 시간들이 많았다는 생각, 인간의 품위 를 잃고 살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특히 나 하느님의 사제로 살아가는 나에게 큰 짐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그 짐을 내려놓고 나를 사랑하고 싶습 니다. 제주도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연극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연극 연출가와 우도를 걸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 해녀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삶, 그리 고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함께 했습니다. 언덕 에 비석도 없이 묻혀있는 사람들, 밭 한가운데 덩그러 니 자리 잡은 커다란 묘를 보면서 이들에게 삶이 죽음 과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시와 떨어져 있 는 4.3사건 기념관을 돌아보면서 캄보디아의 아픔을 생 각했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광기 어린 국가 권력에 의해 CIA의 앞잡이라는 누명을 쓰고 죽어갔습니다. 마 찬가지로 제주도 사람들은 미군과 한국 정부에 의해 빨 22

이냐시오의 벗들 2013년 6월호  

예수회에서 매달 발행하는 소식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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