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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a’s Fondazione Prada in Milan “건축은 느린 작업이다. 실제로 건물이 완성되기까 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패션은 그동 안 훨씬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 속도가 다른 두 분야 사이에서 발생하는 묘한 긴장감이 우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줬다.”-이폴리토 페스텔리니 라 파렐리, OMA 문화 예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미우치 아 프라다의 지휘 아래 렘 쿨하스는 밀라노 남부 공 업 지대에 방치되어 있던 양조장을 초현실적인 복합 예술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이들은 오래된 공장과 창 고, 실험실을 현대적으로 복원하고 새로운 구조물을 더해 3천 평이 넘는 드넓은 부지에 아주 특별한 건축 물을 세웠다.(건물 한 동은 아예 24캐럿 금박으로 뒤 덮었다.) 여기엔 각종 전시와 예술 공연, 행사와 강연 을 위한 공간, 심지어 웨스 앤더슨 감독이 직접 디자 인한 카페와 극장도 있다. 또 건물 곳곳엔 로버트 고 버 Robert Gober와 루이즈 부르주아 Louise Bourgeoi를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의 작품까지 설치해놓 았다. 예술을 향한 미우치아 프라다의 애정에는 한 계가 없다. 그녀는 폰다지오네 프라다라는 넓은 마당 에서 자신의 열정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

David Chipperfield’s Valentino Flagship Store in New York

Herzog & De Meuron’s Prada Aoyama Store in Tokyo

“발렌티노는 건축을 인테리어에 대한 새로운 발상 이라고 말했다. 이 공간은 패널과 인위적인 장식을 줄여 건축을 표면이 아닌 건물 내부에 집중할 것으 로 정의했다.”-데이비드 치퍼필드 뉴욕 5번가에 문을 연 발렌티노 플래그십 스토어 에 들어가보면 쉽게 입을 다물 수 없다. 바닥과 벽, 계단, 천장까지 큼지막한 테라조 타일을 발라놓았 으니까. 지금까지 속삭이는 듯한 건축물을 만들던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아예 새로운 인테리어와 디 자인으로 현기증이 날 만큼 근사한 공간을 완성했 다.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는 색깔을 한 가지로 제 한한 대신, 두 종류의 테라조 타일을 사용해 미니 멀리즘과 맥시멀 리즘을 동시에 구 현한다. 매끈하게 다듬은 외관은 바 로 옆 파크 애비뉴 에 그 유명한 시 그램 빌딩을 세운 미스 반 데어 로 에 Mies van der Rohe에 대한 오 마주다.

“창조적인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건축 에서만의 얘기가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분야 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프라다는 늘 새롭고 예측 할 수 없는 것을 ‘프라다답다’는 수식으로 정리한다.-자 크 헤르조그 도쿄 아오야마에 있는 프라다 스토어는 기술적 완성도 와 미적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축물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마름모꼴 골조와 프레임을 타고 둥그 스름하게 굽은 유리 외관. 모든 면면이 실로 초현대적 이다. 반면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프라다의 컬렉션은 복고와 21세기적인 독창성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 지하고 있다. 이 공간은 패션과 건축, 과거와 미래, 실 용과 디자인적 욕망이 결합된 거대한 교류의 장이다.

Laurent Deroo’s A.p.c. Store in Los Angeles “소재에 대한 감각과 세부에 대한 취향, 형태를 정하 고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합리성…. A.P.C.의 이런 요소들은 내 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나는 미니멀하지만 따뜻한 것이야말로 진짜 아름 다움이라고 생각한다.” — 로랑 데루 단정한 셔츠와 빳빳하게 풀을 먹인 듯한 데님으로 유명 한 A.P.C.는 어느새 전 세계에 63개 매장을 거느린 거 대한 브랜드가 됐다. A.P.C.의 거의 모든 매장을 설계 한 사람은 로랑 데루. 2001년부터 A.P.C.와 일해온 이 프랑스 건축가는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작업, 동시대적 인 흔함과 지나치게 레트로적인 것 어느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스타일로 A.P.C.의 세계를 완성한다. 그는 미묘하게 다른 재료를 사용 해 공간의 쓰임과 목적을 구분한다. 특히 밝은 톤의 원목과 탁 트인 공간을 선호하는데, 이는 그가 존경하는 핀란드 건축의 거장 알바 알토 Alvar Aalto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의 인테리어는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함으로써 우아하게 자신의 의도 를 전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로랑 데루가 만든 공간은 장 투이투가 만든 A.P.C. 옷과도 참 닮았다.

Sydney Journal 57

2018-04-12  
2018-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