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Francisco Journal (샌프란시스코 저널) March,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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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선과 감상하는 세계 명작 시

글 신예선 소설가

석류(石榴)

Les Grenades

폴 발레리

Paul Valery

알맹이들의 과잉에 못 이겨 방긋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아, 숱한 발견으로 파열한 지상(地上)의 이마를 보는 듯하다!

Dures grenades entr’ouvertes Cedant a l’exces de vos grains, Je crois voir des fronts souverains Eclates de leurs decouvertes !

너희들이 감내해 온 나날의 태양이, 오 반쯤 입 벌린 석류들아, 오만으로 시달림 받는 너희들로 하여금 홍옥의 칸막이를 찢게 했을지라도,

Si les soleils par vous subis, O grenades entre-baillees, Vous ont fait d’orgueil travaillees Craquer les cloisons de rubis,

비록 말라빠진 황금의 껍질이 어떤 힘의 요구에 따라 즙 든 붉은 보석들로 터진다 해도,

Et que l’or sec de l’ecorce A la demande d’une force Creve en gemmes rouges de jus,

이 빛나는 파열은 내 옛날의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스런 구조를 꿈에 보게 한다.

Cette lumineuse rupture Fait rever une ame que j’eus De sa secrete architecture.

폴 발레리 (Paul Valery) Ambroise-Paul-Toussaint-Jules Valery. 1871년 10월 30일 ~ 1945년 7월 20일

프랑스의 시인·수필가·비평가로 그의 가장 훌륭한 시는 〈젊은 파르크 La Jeune Parque〉(1917)로 여겨지며, 이 작품에 뒤이어 〈구시첩(舊詩帖) 1890~1900 Album de vers anciens 1890~1900〉 (1920)과 〈해변의 묘지 Le Cimetiere marin〉가 들어 있는 시집 〈매혹 Charmes ou poemes〉(1922) 이 발표되었다. 그후 그는 수많은 논설과 가끔 문학을 주제로 한 글도 썼으며, 과학적 발견과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시인 발레리는 보들레르, 말라르메의 뒤를 이어 심미적 상징주의의 계보 위에 있는 주지적 상징파에 속한다.

신예선글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 <해변의 묘지>에 나오는 이 마법의 시어. <세트>의 바닷가 <생클레르> 언덕위에서 <폴 발레리>는 이제 침묵하고 있다.갱년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깨물고 깨물어 먹던 석류. 그는 이 석류를 보며 빛나는 시를 썼다. 이 위대한 시인과 나의 거리, 가늠을 할 힘이 없다. 오직 석류를 품에 안고 <해변의 묘지>에 가서 사죄를 하는 길만이 보인다. 그리고 멀지 않은 <아를르>에는 위대한 < 고희>, <밤의 카페 테라스>가 있으니 그곳도 방문하자. 마들렌을 먹으며 그도 추모해야겠다. 석류같이 먹어 치우지 말고 <마르셀 프루스트>가 느낀 그 기쁨, "삶의 무상을 아랑곳 않게 하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게 하고, 삶의 짧음을 착각으로 느끼게하는..." <폴 발레리>도 말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생명력이 가득 넘쳐 흐른다"고. 이 지상에서 만날 수 없는 위대한 전설들, 살아있는 우리에게 꿈을 갖게하는 업적에 진실로, 진실로 감사한다. 살아있는 자들의 삶을 이토록 풍요롭게 해주는 위대한 전설들. 반성하며 꿈과 용기를 갖게해 준 것에 감사의 인사를 해야지. 그리고, 나도, 나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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