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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받은 알키비아데스


태풍이 그치고, 선원들이 달아나고, 그리고 분쇄된 함대의 잔해가 알아볼 수 없게 모래톱에 놓여 있는 엄청난 난파선(難破船)처럼 우리 앞에 아테네가 놓여 있었고, 저녁까지만 해도 푸르렀는데 밤이 되자 불길에 휩싸인 숲의 벌거벗은 나무줄기들처럼 쓸쓸한 기둥들이 우리 앞에 서 있었다.

횔덜린, <히페리온>


나오는 사람들

소크라테스, 주상(柱像) 제작자 알키비아데스 프리네 크산티페 연회의 주인 시상 심사위원장 첫 번째 상찬(賞讚) 연설자 두 번째 상찬 연설자 레슬링 학교 교사 의료 보조원 지휘자 선행병 피리 연주자

노인들, 손님들, 소년들, 생선 파는 여자들, 일선 병사들, 도시 병사들, 운반병들, 시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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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다락방, 회색으로 칠한 썰렁한 방이다. 뒤에 문 두 개. 오른쪽 경사진 벽에 자그마한 창. 소크라테스가 왼쪽 벽 앞에 앉아 있다. 무릎을 굽힌 채 다리 하나를 의자에 받치고 있다. 양동이에서 점토를 꺼내 주상 (柱像)을 만들며. 크산티페가 뒤편 오른쪽 문에서 등장한다. 그 뒤에 부엌이 있다. 얼굴보다 높이 있는 창문 아래로 가 선다. 다시 퇴장. 소크라테스가 앞으로 몸을 굽힌 채 작업을 하고 있다. 크산티페가 받침대를 들고 다시 온다. 창문 아래에 놓고 올 라선다. 이제 창문을 열고 머리를 내민다. 소크라테스가 몸 을 숙인 채 양동이를 들여다보고 있다.]

크산티페 (내려오며) 모두 지붕이야. 지붕이 끝이 없군….

성벽처럼 줄지어 선 지붕 때문에 정신이 없어! 소크라테스 (말이 없다.) 크산티페 저건 거리고… 거리가 거리를 지나고… 교차하면

서 얽히고설키고… 머리가 어지러워! 소크라테스 (여전히 말이 없다.) 크산티페 이건 돌집이야.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덜커덩거

리고, 삐걱거리고, 벽들도 찍찍, 삐걱대고…. 더 이 상 보지도 듣지도 말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라고 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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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것 같아! 소크라테스 (그래도 말이 없다.) 크산티페 왜 교외로 이사한 거예요?! 소크라테스 (역시 말이 없다.) 크산티페 근거 있는 이유를 말해 봐요. 자신이 옳다는 걸 입

증하려면 아마 천 가지 이유는 대야 할 거예요!…. 거긴 제대로 된 집이었어요. 누구를 위한 집이었어 요? 우리를 위한 집이었지요! 정원도 있었고. 모두를 위한 정원이었나요? 울타리가 있는 우리 정원이었어 요! 공기, 태양, 바람, 비…. 우리에게 주어진 우리 몫이었어요! 나무, 잎, 꽃들이 아침부터 자정까지 모 두 우리 것이었어요. 허락 없이 들어오는 자는 혼이 나고. 담장을 넘는 건 어림없었지요! 소크라테스 …. 휴식이 필요했소. 크산티페 당신도 그리 쓸쓸하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여

기 개미굴 같은 곳으로 이사를 오다니?! 소크라테스 사람들이 곧 몰려올 상황이었소. 크산티페 당신 때문에?! 소크라테스 난 알키비아데스를 구했소. 크산티페 그건 전쟁 이야기예요. 지금은 평화 시예요. 아무

도 더 이상 패전에 관해 알고 싶어 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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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난 영예로운 월계관을 거절했소. 크산티페 그게 사람들 관심을 끄나요? 소크라테스 단시일에 끝날 관심이 아니오. 크산티페 그래서요? 소크라테스 호기심 많은 자들, 입을 헤벌린 자들, 멍청이들. 크산티페 그게 무서워요? 소크라테스 그들이 양동이 주위에 빙 둘러서서 내 팔꿈치를

누르는데, 일을 할 수 있겠소? 예술가는 오직 고독 속에서만 창조할 수 있소. 크산티페 …?! …. 당신이…. 예…?! 그 말을 따라 할 수도

없네요! 당신은 흔해 빠진 주상 만드는 사람이에 요…. 성문 통로에 세워 두는 주상 말이에요…. 소크라테스 당신은 도시의 성물을 모독하고 있소. 크산티페 그런 주상들은 공공 광장에 세워져 있어요. 그건

성스럽지요. 당신은 그런 성물은 만들지 않아요! 시 장에 내다 팔 물건을 성물과 비교하는 자가 나쁜 사 람이에요! 소크라테스 내 솜씨는 발전할 수 있소. 크산티페 천창(天窓)이 난 다락방에서?! 소크라테스 (침묵한다.) 크산티페 당신이 알키비아데스를 구했고, 포상을 거절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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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지요. 그건 시작이에요. 그런 일은 발전할 수 있 지요. 당신이 내게 말했어요. 사람들이 와서 ‘저 사람 이 소크라테스야’라고 놀라워할 거라고. 저기 그가 앉아 주상을 만들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주상을…. 모두 호기심을 갖겠지요. 예술은 무슨…! 당신의 두 주먹이 만든 걸. 그걸로 됐어요. 당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많을 거예요. 이제 형편이 좀 풀리 겠군요. 난 이 기회를 십분 이용하겠어요. 소크라테스 여보! 크산티페 여기서 짐을 꾸립시다. 세 보따리밖에 되지 않아

요. 정말 웃음이 터져 나오는군! 지붕들, 거리들, 돌 집들…. 안녕! 밖에는 신선한 공기가 퍼지고 정원은 푸른 싹을 내고 이웃이 울타리 너머로 인사하는…. 그곳으로 출발!! 소크라테스 여보!! 크산티페 큰 소리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겠어요. 동네가 떠

들썩하게 만들겠어요. 사람 살려요…. 여기 소크라 테스가 있어요…. 나를 죽이려고 해요!!!! 소크라테스 …. 난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에 머물러야 해요,

여보. 크산티페 내가 이 벽들 사이에서 숨 막혀 죽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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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난… 넓은 공간이 숨 막혀요. 크산티페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본다.) 여보! 소크라테스 난 이 다락방으로 도피해 왔소…. 그리고 몸을

숨겨야 해요. 크산티페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소크라테스 난…. 알키비아데스를 구했고, 황금 화환을 알

키비아데스에게 넘겨주었소. 크산티페 당신의 영웅적 행위가 두려운 거예요? 소크라테스 그런 건 없소. 난 알키비아데스를 구할 마음도

없었고 알키비아데스에게 황금 화환을 넘겨줄 생각 도 없었소. 크산티페 알키비아데스를 구했다면서요…. 소크라테스 꼽추인 내가, 열에서 맨 끝인 내가, 몸과 무장이

하얗게 빛나는 알키비아데스보다 높은 곳에 앉아야 겠소? 황금 화환을 알키비아데스에게 넘겨준 내가 누구요…. 그가 받아야 할 보상과 감사를 내가 받아 야겠소?…. 내가 누구요?…. 선인장밭에서 발바닥 에 가시가 박혀 함께 후퇴할 수 없었던, 심한 부상을 입었던 자가 아니오!…. 누군가 길을 안내하라고 몰 아댔기 때문에, 사방을 향해 칼을 휘두른 자가 아니 오!…. 다가온 자가 아군이든 적군이든 상관없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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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 오직 그냥 앉아 있기 위해, 걸으면 가시가 살에 더 깊이 박힐 테니까!…. 살 속에 가시가 박혀 너무 고통스러워서 시청 계단을 오를 수 없었던 자…. 바닥에서 한 뼘쯤 공중에 떠 있도록 의자에 발 을 올려놓지 않으면 얼마나 화끈거리고 아픈지!! 크산티페 (그의 곁에서) 가시를 뽑지 않았어요? 소크라테스 끝이 부러져 버렸소. 크산티페 의사를 부르겠어요. 소크라테스 의사가 와서 가시를 드러내면, 그와 함께 더 많

은 사실들이 드러나겠지…. 알키비아데스를 영원히 우스꽝스럽게 만들 엄청난 사기가! 크산티페 당신이 밟은 가시 하나가…. 소크라테스 그냥 평탄한 거리에서 그랬겠소? 선인장밭이 우

리가 후퇴한 평야를 뒤덮고 있었소. 악명 높은 곳이 오. 거기 선인장 가시 하나가 내 발바닥에 박혔소. 열 걸음도 갈 수가 없어서… 그냥 뒤에 남아 있었던 것이오. 그래서 알키비아데스를 구했소. 그리고 탑 처럼 가파른 계단 아래에서 황금 화환을 선물한 것 이오. 의사는 나를 곧 낫게 하겠지만, 알키비아데스 는 내장까지 병들게 할 거요! 크산티페 그래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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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알키비아데스를 구하는 거요!!!! 크산티페 당신, 괴로워하고 있군요! 소크라테스 엄청 괴롭소, 여보!!…. 온몸이 쪼개지는 것 같

소…. 눈앞에 불꽃이 튀고… 발을 디디면!!….난 걷 기가 겁나요…. 손도끼와 올가미로 처형당하는 게 겁나는 것처럼…. 그러나 그건 한 번으로 끝나지만 난 천 번을 죽었다가 깨어나요…. 매시간…. 그런데 죽을 수도 없고!!!! 크산티페 (뒤로 물러서며) 문에… 누가 왔어요! 소크라테스 내게 올 사람은 아무도 없소. 크산티페 당신에게 온 손님인데! 소크라테스 난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오!!

(계속 뒤편 왼쪽 문을 흔드는 소리. 갑자기 열린다. 회색빛 외투를 입고 모자를 쓴 알키비아데스가 문턱에 있다. 소크라테스,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크산티페가 의아한 눈으로 알키비아데스를 바라본다.)

알키비아데스 (문을 닫으며 당황한 미소를 짓는다.) 계속 올

라왔는데… 어둠 속에서 예상치 못한 장애에 부딪쳤 소. 문을 찾을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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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산티페 누구시죠…? 알키비아데스 부인인가요,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고개를 들지 않는다.) 크산티페 여기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알키비아데스 소크라테스, 부탁인데 부인을 방에서 내보내

주시오. 소크라테스 (쳐다보지 않은 채) 고객이오, 여보. 크산티페 (발판을 갖고 천천히 뒤편 오른쪽으로 퇴장한다.) 알키비아데스 내가 안개 낀 교외를 지나 현기증 나는 당신

다락방에 올라온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요? 소크라테스 (그에게로 얼굴을 돌린다.) 알키비아데스 나를 모르겠소? 소크라테스 모르겠소. 알키비아데스 아무리 변장을 했어도 그리스인이 알키비아

데스를 알아보지 못한단 말이오?! (자신도 모르게 모 자를 벗고 외투를 열어젖힌다. 아름답고 훌륭한 맨 몸이 드러난다.) 소크라테스 (곁에서) 알키비아데스군요. 알키비아데스 전쟁터에서도 시청에서도 내게 당신보다 더

가까이 다가온 자는 없었소. 그런데 기억을 못하다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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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당연히 기억해야지요…. (그는 눈에 띄지 않게

무릎 아래 의자를 밀어 옮겼다. 이제 조심스럽게 발 을 바닥에 놓는다. 신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참으 며) 여기… 의자에 앉으시오. 알키비아데스 (앉는다. 소크라테스를 응시한다.) …. 왜 후

퇴할 때 혼자 남아 있었던 거요? 그리고 어떻게 나를 추적으로부터 구해 줄 수 있었던 거요? 소크라테스 (계속 작업을 하면서) 그게 궁금한 거요? 알키비아데스 난 밤낮으로 당신을 찾게 했소! 소크라테스 난 이름 없는 주상 만드는 사람이오. 알키비아데스 널리 알려지고 싶었을 텐데…. 그런데 당신은

영예로운 화환을 내게 선물했소! 소크라테스 (침묵한다.) 알키비아데스 그 화환은 고맙소…. 생명을 구해 준 것도. 그

런데 당신은 다락방으로 사라져 버렸소. 천창에서 빛이 들어오는 이곳으로! 소크라테스 (말없이 작업한다.) 알키비아데스 (강하게) 사람들은 마디가 굵은 손으로부터

선물 받는 걸 좋아하지 않지요. 꼽추에게 생명이나 상찬에 대해 감사하지도 않고요. 그가 쓰레기처럼 내던진 걸 다시 주워 장식이나 화환으로 지녀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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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 난 그리스가 자랑으로 여기고, 모두들 숨결 이 닿을까 봐 두려워 감히 가까이 오지 못하는 알키 비아데스요!! 그런데 당신이 누구이기에 내가, 당신 의 거친 손에서 떨어진 것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 고, 나를 비웃는 곱사등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한단 말이오?!! 소크라테스 (그를 바라본다.) 난… 소크라테스요. 알키비아데스 (재빨리 외투 아래로 손을 가져가 단도를 쥔

다.) 당신…. 소크라테스 (꼼짝하지 않고 웃는다.) 난 당신에게 감사를 드

려야겠소. 알키비아데스 (혼란스럽다.) 난 당신을…. 소크라테스 내게 마지막 해방을 선물하시니! 알키비아데스 해방이라고…?? 소크라테스 상찬으로부터… 삶으로부터… (신음하며) 고통

으로부터!! 알키비아데스 (단도를 감춘다. 침착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왜 당신은 모두와 함께 후퇴하지 않았소? 소크라테스 우린 낮엔 앞으로, 밤엔 뒤로 내달렸소. 난 팔과

다리의 유희에 싫증이 났소. 알키비아데스 우리의 전투가 팔과 다리의 유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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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우린 다리로 행군하고 팔로 싸우지 않았소? 알키비아데스 그리스는 위기에 처해 있었소! 소크라테스 팔과 다리에 의한 유희였소. 알키비아데스 모든 게 걸린 유희였소! 소크라테스 그렇게 적은 팔과 다리의 투입으로 결판날 승부

였다면, 그 모든 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소. 알키비아데스 (말이 없다.) 소크라테스 (다시 작업을 하면서) 내가 전쟁터 바닥에 주저

앉았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소…. 그때 난 깊이 생 각했소. 알키비아데스 당신은 위험에 처해 있었는데…. 소크라테스 적이 나를 죽일 수도 있었지요. 알키비아데스 당신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소! 소크라테스 내 생명이 팔과 다리로 파괴될 수 있다면, 그건

전혀 주목을 끌 만한, 가치 있는 일은 아닐 것이오. 알키비아데스 당신의 영웅적 행위는…. 소크라테스 조금 머리를 쓴 결과일 뿐이오. 알키비아데스 시청에서 황금 화환도 역시 대수로운 게 아니

었소? 소크라테스 그 관을 내 팔다리에 씌워 줬더라면 동의했을지

도 모르오. 하지만 내 머리가, 그 위에 얹는 황금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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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과 무슨 상관이 있소? 알키비아데스 소크라테스, 당신 얘기를 들으니 온몸이 오싹

해지는데. 소크라테스 나에게 충격을 줄, 무슨 이의나 항변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내가 잘못했으면 도와주시고. 난 어린 아이라도 이성적으로 얘기하면, 그 아이에게 배울 자세가 되어 있소. 하지만 머릿속에서 생각할 수 있 는 건 반드시 이성적이어야 하오. 팔과 다리로 증명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리를 장식하는 것이 팔과 다 리로 얻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에게 부담을 주는 그 황금 화환을 다시 돌려받겠소! 알키비아데스 (쓰라린 심정으로) 그리스가 위기에 처해 있

었는데…. 소크라테스 그리스는 팔과 다리의 유희를 벌인 것이오! 알키비아데스 (얼굴을 두 손에 파묻으며) 그리스의 앞날이

암담하구나…. 소크라테스 (오랫동안 그를 바라본다. 다시 작업을 하며) 내

가 여기서 하는 일을 보고 있소?…. 난 주상을 만들 고 있소. 이건 한 인간을 위한 기념상이오, 당신을 위 해서도 기념상을 만들어 주겠지만. 당신의 업적은 팔과 다리에 의한 승리요. 사람들이 이제 승리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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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온 팔과 다리를 조각해 기념상을 세워 줄까요? 그 것들은 잘려 나가고, 매끈한 좌대 위에는 머리만 올 려놓을 거요. 머리만 말이오. 팔과 다리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것들은 달리고 칼로 베지만 그러나 머리 는 특별한 일을 하지요. 그 때문에 난 전쟁터에 남아 있었던 거요.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났지요. 머리를 썼 으니까요. 난 당신 생명을 구할 수 있었고… ���신 생 명과 함께 당신의 그리스를 구할 수 있었소. 그리고 당신에게 황금 화환을 선물할 수 있었던 거요!

(뒤편 왼쪽 문이 열어젖혀진다. 소년들이 잿빛 외투에 모자 를 쓰고, 손에 단도를 높이 들고 쳐들어온다.)

소년 1 저자가 소크라테스다! 다른 소년들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을!! 모든 소년들 (소크라테스를 향해 돌진하며) 그가 알키비아

데스를 구했다!!!!

(크산티페가 뒤편 오른쪽에서 나간다. 비명)

알키비아데스 (소년들을 향해 간다.) 소크라테스가 알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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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스를 구했어…. 소크라테스가 알키비아데스에 게 황금 화환을 선물했어…. 소크라테스만이 알키 비아데스를 구할 수 있었어…. 소크라테스만이 알 키비아데스에게 황금 화환을 선물할 수 있었어!! 소년들 (홀린 듯 서 있다.) 알키비아데스 너희가 소크라테스에 대해 뭘 알아?! 내가 할

수 있는 한, 너희에게 말해 주마…. 소크라테스가 내 게 베푼 간단한 가르침에 따라, 난 오늘 벌써 더 많은 가르침을 받을 내일을 열망하고 있어…. 너희도, 내 가 너희를 가르치면, 그렇게 열망하게 될 거야. 소크 라테스를 방해하지 마라…. 내가 너희에게 모두 얘 기해 주마, 오늘, 내일, 그리고 매일 소크라테스에 관 해 알게 된 것을!

(소년들이 그와 함께 퇴장한다.)

크산티페 …괜찮아요?! 소크라테스 조용히 해요, 여보…. 말 걸지 말아요…. 창피한

짓 하지 않도록 해요…. 난…. 난…. 난…. 난 크산티페 다른 사람들은…?! 소크라테스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난…. 그가 불쌍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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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난 꾸며 대선 안 돼는 걸 꾸며 대지 않으면 안 되었소. 하늘을 가리고, 땅을 시들게 하는, 해선 안 될 짓을 저지르고 말았소…. 그건 내 잘못이 아니 오…. 동정심…!! 동정심…!! 동정심 때문에 그랬던 거요. 크산티페 (걱정이 되어 그를 바라본다. 뒤편 오른쪽으로 들

어간다.) 소크라테스 (주위를 둘러보더니 일어나서 격렬한 고통을 무

릅쓰고 걷는다. 뒤편 왼쪽으로 퇴장) 크산티페 (세숫대야를 들고 들어온다. 소크라테스의 빈자리

앞에서 표정이 굳어진다. 맥없이 주저앉으며 신음 소리를 낸다.) 그… 가시는….

(비좁은 어시장. 돌 포장길. 오른쪽과 왼쪽 골목길에 사람 들이 몰려든다. 오른쪽 골목에서 생선 파는 여자들이 끊임없이 2륜 수레를 끌고 나왔다가 물러난다. 싣고 온 것을 어시장 사방에 있는 구리로 만든 큰 통에 쏟아붓는다. 소크라테스가 어시장 가운데 서 있다.)

생선 파는 여자 1 (소크라테스 앞에 멈추며) 내가 당신 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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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돌아서 가야 하나요? 소크라테스 내 곱사등은, 피가 너무 빨리 머리로 올라가 이

성이 잠기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에 난 우회로요. 생선 파는 여자 1 당신 곱사등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예요. 소크라테스 당신이 지금 곧 그 등에 부딪칠 테니까 말이오. 생선 파는 여자 1 (그를 피한다.) 생선 파는 여자 2 (소크라테스 뒤에서) 조심해요, 여보, 발 다

쳐요. 소크라테스 나를 받을 거라고 왜 미리 말해 주는 거요? 수레

가 내 발 위로 굴러가면 충분히 느끼게 될 텐데. 생선 파는 여자 2 젠장…. 비켜요! 소크라테스 아니면 내가 지금 참고 있는 고통에 대처케 하려

는 거요? 생선 파는 여자 2 (그를 피한다.) 생선 파는 여자 3 (큰 통 뒤에서 양동이로 소크라테스를 향해

물을 뿌리며) 혹이 돌 바닥에 뿌리를 박았나? 이건 몹시 딱딱한 바닥인데…. 물을 뿌려 부드럽게 해야 지!

(생선 파는 여자들이 날카롭게 소리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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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받은 알키비아데스_맛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