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CANADA EXPRESS

라이프

Mar 27, 2009

43

거울 속 나를 보는 것처럼 영화 속 보영을 보며 그래, 삶의 과제들에 당당히 맞서야지…

“여성 관객들이 위로받고 공감했으면” 운다. 그러다 분위기가 전환되는 것은 글쓰기 특 강을 위해 간 연수원 숙소에서 민요강사 정남(지 정남)을 만나면서부터. 이혼의 아픔을 먼저 겪은 정남은 마음에 빗장을 친 보영을 향해 “아프면 아 프다고 말해야 한다.”며 집요하게 말을 걸어온다. 영화처럼 감독도 이혼을 했고 딸을 두었다. 때 문에 ‘어떤 개인 날’을 자전적 작품으로 보는 시 선도 많다. 감독은 설정만 같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혼 직후 영화처럼 지내지는 않았어요. 보영이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처지를 하소연하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이 절대 아니에요.”라며 웃는다. 어쩌 면 실제 가족의 출연이 자전적 느낌을 덧입혔을 수도 있겠다. 이 감독의 딸과 아버지는 각각 주인 공 보영의 딸과 아버지로 나왔다. 특히 시각장애 인인 아버지는 감독의 간곡한 부탁으로 난생 처 음 카메라 앞에 섰다. 앞 못 보는 노부가 터널 속 을 헤매는 다 큰 딸(보영)을 넌지시 위로하는 장

면은 뭉클함을 자아낸다. 연수원 숙소 장면은 많은 이들이 꼽는 백미다. 속 이야기를 터놓던 두 여인은 결국 제 감정에 겨워 돌아누워 흐느낀다. 사실감이 뚝뚝 묻어나는 연기에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감독은 스토리 와 키워드만 던져준 채 마음대로 하라고 주문했고, 배우들은 주어진 선 안에서 그야말로 마음대로 놀 았다. 감독은 “한 명은 연기 달인, 한 명은 마당극 꾼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연기 달인과 마당극 꾼 환상호흡 볼만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김보영씨는 극단 한양레 퍼토리의 간판 배우다. 촬영 당시 신혼이었음에도 이혼의 신산한 표정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결 혼식장에 갔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곧 아줌마 연 기를 해야 하는데 몸에 저 라인이 다 뭐냐.’며 우

울한 얼굴로 앉아 있었죠. 신혼여행 갔다오자마자 보영씨가 전화를 했더라고요. 지금 치킨 먹고 있 다며. 그러더니 진짜 머리 파마하고 아줌마 몸매 만들어서 나타나더군요. 담배도 끊었다더니 나중 엔 극중 보영이처럼 막 피우더라고요. 하하.” 지정남씨는 마당극 배우이자 광주MBC ‘말바우 아짐’ 진행자이기도 한 지역스타다. 감독은 서울을 다 훑고 광주까지 내려간 끝에 겨우 오디션 맨 마 지막 응시자인 지씨를 만났다. “말을 노래처럼 하 는 사람, 정감있는 남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원 했어요. 무슨 말을 해도 위안이 되는 톤을 구사하 거든요. 정남씨가 처음엔 어려 보여서 기대를 안 했는데, 막상 입을 여니 주위의 기운을 쫙 빨아들 이더라고요. 느낌이 딱 왔죠.” 소소한 갈등에도 전전긍긍하던 보영은 영화 후 반부 딸을 안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 표정 에서 이젠 삶의 과제들을 당당히 살아내겠다는 다

짐을 읽었다면 과장일까. 감독은 “거울처럼 만들 고 싶었던 영화”라며 “여자들이 보면서 ‘나도 저 러고 있어.’라든가 ‘그래, 결국은 혼자서 직면해야 지.’라고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차기작으로 염두에 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끝물 세대의 멍에를 짊어지고 사는 한 중년남자의 이야기(가제 ‘마지막 남자’), 또 하나는 20대 열정 과는 다른 중년들의 성숙한 사랑(제목 미정)이다. 스스로 ‘타성에 젖기 어렵다.’고 말하는 삶의 방식 을 지닌 만큼, 감독의 향후 행보에서 눈길을 떼기 어렵다. 무엇보다 감독은 임권택 감독처럼 다작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꾸준히 영화를 많이 만드는 여성감독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 중 한 명이 되고 싶고요.”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캐나다 현지 뉴스 전문지 CANADA EXPRESS는 CANWEST NEWS SERVICE와 한글판 독점 계약으로 출판됩니다. 본사 및 CANWEST사의 저작물을 허가없이 사용, 복사, 전재, 출판 등을 할 수 없습니다.

cen_114  

canada express 114

cen_114  

canada express 114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