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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해져 버린 그녀는 얼른 변명을 했다. "오라버니가 특별히 부탁을 하셔서 저로서는 당신을 간호해 드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러니 마음 편하게 당신의 집이라 여기시고 지내세요. 여기는 제 방이니까요." 그러나 그 말은 역효과를 보였다. "내, 내가 그럼 여인의 방에서 지내야 한단 말이오?" 덕분에 반희빈과 진남호는 다 같이 머쓱해지고 말았다. 반희빈. 그녀는 바로 그런 진남호를 사랑하고 있었다. 너무 진솔해서 이렇듯 종종 자신을 당혹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그것은 여느 귀공자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소중한 일면이었다. 뭐랄까? 그들의 위선적인 면에 대해 줄곧 혐오감을 가졌던 그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청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마침내 진남호도 더 참지 못하고 심경을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누이, 나는 빨리 묘봉산으로 돌아가고 싶소. 아무래도 이런 곳은 내 체질에 맞지 않소." 반희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안색을 굳혔다. "진가가는 이 곳이 어디인지 아세요?" "당신의 방이라고 하지 않았소?" "그래요. 또한 오군도독부 안이기도 하구요. 대명(大明)의 병마를 관장하는 최고 기관이란 말이에요. 가가는 바로 오군도독부의 감옥에 갇혔다가 나온 거예요." 진남호가 이번에는 얼굴을 굳히며 반문했다. "그렇다면 물읍시다. 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오군도독부의 감옥에 갇혀 있었단 말이오?" 반희빈은 탄식 하며 우울한 어조로 말했다. "그것은 오라버니 때문이에요." "희문 아우? 그 사람이 뭘 어쨌다는 것이오?" 반희빈은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진남호에게 그녀가 가장 미안하게 생각했던 부분, 즉 신분의 차이를 스스로의 입으로 말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 그녀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으나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 그 내용은 그녀가 즉흥적으로 꾸며낸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본래의 의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오라버니는 관부의 촉망을 받고 있는 인물이지요. 장차 아버님을 이어 큰 몫을 해야 할 입장이었어요. 그러나 관부에는 아무나 오르는 것이 아니므로 문무겸전은 필수적인 조건이지요. 그 전까지 오라버니는 잠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열심히 공부를 했었는데, 진가가를 만나면서부터는 등한히 하여......." 진남호가 노한 음성으로 그 말을 가로챘다. "결국 나 때문에 반아우가 공부를 그르쳤단 말이로군? 그래서 나는 이 꼴을 당한 것이고!" 그의 입가에는 한 가닥 자조가 드리워졌다. "정녕 재미있는 일이구려. 후후... 사람이 사람을 사귀는 것도 죄가 된다니 말이오." 반희빈은 가슴이 쓰려오는 것을 참으며 겨우 대답했다. "그래요, 세상에는 출신성분을 따지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 진남호의 짙은 눈썹이 불쑥 치켜 올라갔다. "내 그래서 본시 고귀한 위인들과는 상대하려 하지 않으려 했었소. 그런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이번에는 반희빈이 노기를 띄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최소한 저와 오라버니만은 가가를 진심으로 대했어요." 진남호는 움찔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건 맞소. 확실히 반아우와 누이는 내게 잘 해 주었소. 세상의 관리들이 모두 그러하다면 더 바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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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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