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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 아앵. 지금까지 너는 내게 누구도 따를 수 없을 정도로 헌신해 왔어. 막상 어머니께서도 너처럼 하지는 못하셨지. 그러나 말이다, 그로 인해 집착을 해서는 안돼. 또한 네 방식으로 내 행복을 결정지어서도 안 되고......." 반희빈의 음성은 격정으로 인해 다소 떨려 나오고 있었다. "자, 네가 보기에는 어떠냐? 이 오군도독부 안에서 남들이 얻지 못한 부귀영화를 다 누린다 해서 과연 내가 만족해 하더냐? 또 그럴싸한 귀공자들이 거드름을 피우며 접근해 온들 내가 한 번이라도 그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느냐?" "아!" 아앵은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앵, 너도 이제 알아야 한다. 누구나 행복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난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할머님이나 어머님처럼 그런 식으로 살지는 못해." 아앵도 그제서야 무언가를 느꼈는지 무너지듯 그 자리에 엎드렸다.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터져나온 것은 울음보였다. "아가씨! 소녀가 철이 없어 그만 죽을 죄를......." 그런 아앵에게 반희빈은 애원인양 말했다. "도와다오, 아앵. 네가 진정으로 나를 아낀다면 이대로 내버려 두렴. 그가 나로 인해 잘못된다면 나도 죽어." "아가씨--!" 아앵은 통곡하고 있었다. 비로소 그녀는 스스로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반희빈은 아앵이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려 그녀를 물리쳤다. 그리고는 혼자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어떻게든 그를 구해야만 한다." 전삼대. 그는 한밤중에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게 되었다. 아내를 끼고 곤히 자다가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한 것이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사위가 온통 깜깜했다. 단지 음습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으로 미루어 자신이 창고 같은 곳에 갇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한 가닥 으스스한 음성이 들려왔다. "내 너에게 한 가지만 묻겠다. 사실대로 말하면 무사하되,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것이 있다면 너는 귀신이 되어도 시체조차 보전하지 못하리라." 전삼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뇌옥지기로써 평생 동안 죄수들을 다루어 온 그는 이런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금새 알 수 있었다. "다... 당신은 누구요......?" "나에 대해 알고 싶나?" "아, 아닙니다!" 전삼대는 황급히 부인하는 한편, 자신의 실수를 욕해야 했다. 그가 알기로도 지금의 처지에서 상대방을 알고자 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재촉하는 일 밖에는 안되었으므로. 예의 음성이 다시금 울렸다. "며칠 전 묘봉산에서 사냥꾼 한 명이 잡혀와 뇌옥에 갇혀 있다. 그는 아직도 살아 있느냐?" 전삼대는 흠칫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그 청년 때문에 어지간히 심기가 불편해 있는 그였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인물에게서 그 작자가 거론되다니, 대체 이 무슨 사태란 말인가? 퍽! 무엇인가 날아와 그의 가슴을 때렸다. "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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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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