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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아가씨는 왜 산으로 가셨을까? 역시 또 사냥을......?' 아앵의 추리는 항상 사실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은 그녀도 반희빈이 묘봉산의 모옥을 찾아가 진남호와 어울리고 있다는 것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반희빈이 귀가하는 시각은 언제나 일정했다. 그녀는 최소한 유시(酉時)를 넘기지 않고 그 전에 꼭 돌아오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앵은 번번이 눈쌀을 지푸렸다. 왜냐하면 그 때마다 반희빈의 옷차림은 엉망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럽혀진 것은 물론이려니와 매무새도 헝클어져 있기 일쑤였다. 아름다운 얼굴만이 무섭도록 생기를 보였으며, 그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었다. 물론 이에 비례하여 아앵의 걱정과 호기심도 눈덩이처럼 부풀어 갔다. 그리하여 아앵은 다시금 미행을 시도했는데, 그 날의 천금소저는 유독 산으로 가지 않고 저자 거리로 나가고 있었다. 미행은 별 어려움 없이 이루어졌다. '아가씨께서 저런 곳을.......' 아앵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떨려 왔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놀라움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난생 처음 부딪는 인파에 혼란스럽기 짝이 없건만 천금소저는 그 사이를 뚫고 유유히 나아가고 있었다. 소위 시장 한복판이었다. 그 곳에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다. 특히 개중에는 짐승의 가죽들을 쌓아놓고 파는 한 청년이 있었으며, 그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빙 둘러싼 채 웅성거리고 있었다. 아앵은 사람들이 주고 받는 말을 통해 그가 묘봉산에서 직접 사냥을 해 싼값으로 가죽을 대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 호피(虎皮)가 한 장에 은자 열닷 냥이오. 질 좋은 흑곰의 가죽은 열 냥에 불과하오." 청년이 크게 외쳐 대고 있었다. 그는 꺼칠한 턱수염이 아무렇게나 자라 있었으며 행색도 너저분하기 그지없었다. 어쨌든 짐승의 가죽으로 된 옷을 걸치고 있는 것이나 거친 음성, 투박한 몸짓 등으로 미루어 전형적인 사냥꾼의 모습이었다. '저럴 수가!' 아앵은 일순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자신이 떠받들어 모시던 천금소저가 더럽고 무식해 보이는 야만인 청년에게 다가가더니 덥석 손을 잡은 것이었다. 아앵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아아! 남녀가 유별하거늘.... 그것도 귀족이 아닌, 저런 더러운 사냥꾼 청년의 손을 잡다니!' 경악은 거기서도 그치지 않았다. "자, 가죽이 싸요! 호피가 고작 은자 열 닷냥--!" 반희빈은 서슴없이 소매를 훌훌 걷어 부치더니 청년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장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앵은 기가 막혀 입을 딱 벌렸다. '세상에!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녀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 도무지 현실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가죽은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으나 워낙 싼값에 내놓은지라 순식간에 다 팔렸다. 그러자 청년과 반희빈은 얼굴을 마주한 채 히히덕거리며 은자를 세기 시작했다. "오늘도 제법 수입이 두둑하군." "후후! 진형님, 그 속에는 내 몫도 들어 있겠지요?" "그야 여부가 있나? 자네가 한 몫 단단히 거들었는 걸. 자, 우리 어디 가서 술이나 한 잔 하세. 오늘은 내가 사겠네." 반희빈은 청년과 어깨 동무를 하더니 인파를 헤치고 냄새나는 싸구려 주점으로 나란히 들어갔다. 아앵으로서는 차마 거기까지는 쫓아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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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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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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