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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그에 대한 원한(?)도 눈 녹듯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반희빈은 자신이 청년의 손길에 매우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실제로 청년은 정성껏 그녀를 간호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점은 그녀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차츰 의식이 맑아지면서 그런 느낌은 더욱 뼈저리게 전해져 왔다. 무릇 인간의 감정이란 몸이 아플 때 가장 민감해지는 법이다. 그 때에 보살펴 주는 이처럼 고마운 사람은 또 없다. 그래서였을까? 반희빈은 앓아 눕고서야 비로소 청년의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저 거친 사냥꾼이라고 생각해 왔던 그의 모습은 가까이서 대하니 약간 의외였다. 우선 그녀를 경탄에 이르게 한 것은 청년의 서늘한 눈이었다. 유난히 크면서도 우수에 젖은 듯한 그의 눈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듯한 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 전체적인 윤곽도 걸친 옷과 턱수염이 선입견을 가져다 주어서 그렇지, 실상은 그런 대로 보아줄 만 했다. 골상(骨相)이 다소 투박해 보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으나 그것도 다른 관점에서 보니 또 달랐다. '아마 내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이럴 거야.' 이는 반희빈이 청년에게서 매력을 느끼게 된 첫 순간에 읊조린 말이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또 흘러가매 그녀의 생각은 또바뀌었다. 판단기준이 낮추어져 버린 것일까? 그녀는 청년의 무례한 면에 대해서도 어느덧 이해를 베풀고 있었다. 산중에서의 고독하고도 야수적인 삶, 누구든 그런 생활을 하다 보면 그와 같아질 것이라고....... 일주일이 지났다. 비로소 반희빈의 병세가 차도를 보였다. 열도 내렸고, 기운은 없을지언정 일어나 앉아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다. 청년은 죽을 끓여 와 그녀에게 손수 한 숟가락씩 떠 먹여 주었다. 아무 이의없이 순순히 죽을 받아먹던 그녀가 문득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그동안 옷을 갈아입지 못하다 보니 자신의 몸에서 땀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청년은 이를 의식하지 못한 듯 편안하게 말을 건네왔다. "친구, 이제 좀 괜찮아졌나? 하하하... 미안하이. 내가 장난이 좀 심했네." 그는 사과에 이어 한 마디 더 덧붙였다. "하지만 기쁘이. 나는 명문가의 자제들이란 하나같이 옹졸하고 제 생각만 하는 줄 알았거든." 반희빈은 열이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멋적게 웃었다. "왜 자꾸 내게 명가 운운하는 것이오?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럼 아니란 말인가?" "내게 앞으로 그런 식으로는 말하지 마시오. 그럼 한 마디도 대꾸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자 청년도 의미를 알아 차렸는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알았네. 난 원래 무엇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지. 아마 자네도 그 면에서는 나와 흡사한 것 같군." 반희빈은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담담하게 말했다. "내 이름은 반희문(盤希文)이오. 당신은?" "진남호(陣南豪)네." 청년은 시원스럽게 답했다. "자네가 나이가 어린 것 같으니 내 아우라고 부르겠네." "좋소. 나는 진형님이라 부르겠소이다." 여심이란 것은 참으로 기이하다. 반희빈은 철저히 가면을 쓰면서도 어느새 상대를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50 장 사랑이라는 이름의 마법(魔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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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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