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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니란 말인가?" 정중한 질문에 비해 청년의 말투는 무례하기 그지없었다. 반희빈은 그제서야 청년이 자신에게 반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눈에 대뜸 쌍심지가 돋았다. "누가 아니라고 했소?" 그러자 청년은 되려 그를 비웃듯 말했다. "그럼 뻔한 말을 왜 묻는 것인가? 이 곳이 내 집이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여기서 산단 말인가? 그 친구, 얼굴은 번드르르하게 생겼으면서 머리는 영 나쁘군." "뭐, 뭣이?" 반희빈은 대노했다. 살아 오면서 그런 모욕은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화를 낼 기회가 없었다. 청년이 거침없이 그녀의 옆자리에 와 털썩 앉았던 것이다. '맙소사! 이렇게 지저분한 작자가.......' 질겁을 하며 물러나 앉는 반희빈에게 청년이 또 말을 건넸다. "불청객이라도 손님은 손님이지. 대접을 해야겠군." 그는 국그릇에서 손으로 고깃덩이 하나를 건져내더니 돌아 보지도 않고 불쑥 내밀었다. "이봐, 보아 하니 배가 무척이나 고픈 상인데 좀 들지." 반희빈은 하마터면 그것을 넙죽 받아들 뻔 했다. 그러나 명가의 규수답게 그녀는 본능을 제어한 채 따지고 나섰다. "귀하는 어찌 하여 내게 자꾸 반말을 하는 것이오? 우리는 피차에 인사도 나눈 적이 없거늘......." 청년은 그녀에게 주려던 고기를 더 권해 보지도 않고 스스로 뜯어먹고 있었다. 그는 입을 연신 우물거리며 그녀의 추궁에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그럼 나이도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내가 자네에게 경어를 써야 한단 말인가? 별 이상한 녀석 다 보겠군." '녀석이라고?' 반희빈은 내심 격노하여 부르짖었으나 그것을 차마 입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그녀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 곳이 오군도독부가 아니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어느 곳에 가든 그 곳의 법도를 따라야 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남의 집에 불쑥 침입해 놓고는 달리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반면에 청년은 벌써 그녀에게 신경을 끊어 버렸는지 혼자서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후루룩거리며 국물까지 열심히 들이키고 있는 중이었다. 음향효과(?)는 반희빈의 허기를 더욱 부채질했다. 그녀는 주린 배를 안고 이를 악물어야 했다. '정녕 사서 고생이구나! 집에 가면 산해진미가 그득한데.......' 푸르스름하게 질린 그녀의 입가에는 어느덧 고소가 매달렸다. 그런 그녀의 곁에서 청년은 배를 쓰다듬으며 포만감을 과시했다. "아! 이제 더 못먹겠군." 그의 눈이 다시금 그녀를 힐끗 돌아다보았다. "어때? 음식은 마다해도 잠은 여기서 자야할 걸? 귀공자께서 이런 곳에서 자고 싶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이 밤중에 산을 기어 내려가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그 말에 반희빈은 눈가에 은은히 살기가 떠올렸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이죽거리는 청년의 입을 뭉개놓고 여보란듯 이 곳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살기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깜깜한 밤중에 눈보라 속을 헤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직했다. "그렇소. 미안하오만 하룻밤 신세를 져야겠소." "괜찮으이. 침상이 넓어 함께 잘 수 있으니까." '끙! 갈수록 태산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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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