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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도 세력의 약화를 불사하면서까지 끊임없는 분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결국 누군가가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이 또한 그의 짓이 틀림없다.' 그는 의자에 기대 앉으며 중얼거렸다. "도시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벌였을까?" 진일문의 추리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혹 천마신궁의 금검령주로서 명령을 받고 한 일일까?" 그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근사치에 가까운 정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일이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마도 허형에게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사연이 있으리라. 그리고 그것은 그들 삼 개 세력과 모종의 관련이 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그는 갑자기 머릿 속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아! 그렇다. 삼 개 세력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동일한 맥(脈)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 마교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파생되지 않았는가?" 진일문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단순한 사실이었으나 그로 인해 허무영이라는 괴이한 인물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허무영은 혹 마교에 대해 불공대천의 원한이라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때문에 마교와 관련된 집단을 전부 무너뜨리려는 것은 아닌지?' 그는 추리는 거기에서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사실 중원에서 마교에 대해 증오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한 둘이 아니었다. 지난날의 대전(大戰)에서 너무도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으므로 직, 간접적으로 모두 원한을 심어 두고 있었다. 따라서 허무영이 그 중의 한 사람이라면 그의 내력을 파헤치기란 결코 쉬운 노릇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망망대해 속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진일문은 가볍게 탄식을 불어냈다. "결과적으로 그 스스로가 말하기 전에는 알 수가 없겠군." 그의 심정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현 무림의 상황은 어느 모로 보나 구주동맹에 유리했다. 삼 개 거대세력은 이미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현저하게 세력의 약화를 보이고 있었고, 구주동맹의 입장에서는 그 사이에서 어부지리(魚夫之利)를 얻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진일문은 낙관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보다 더 엄청난 세력이 아직도 그 실체조차 드러내지 않은 채 이면에서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마신궁, 그들이야말로 무서운 단체다. 천년 전의 파황교를 이어 받았으니 곧 악마의 후예들이 아닌가? 그렇지만 그들은 정작 마세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만일 그들이 준동한다면 강호에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가공할 혈풍이 일어날 것이다.' 진일문은 바로 그 점 때문에 구주동맹을 단속하고 있었다. 물론 구주동맹의 내부에서도 반발이 없지는 않았다. 삼 개 세력이 약화되어 있는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부르짖으며 이 시기를 틈타 일월맹을 타파하고 무림의 정통성을 내세우자며 호전적인 발언을 하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진일문은 고개를 내저었고, 구주동맹이 삼 개 세력의 싸움에 휩쓸리지 않도록 엄중하게 경계해 왔다. 그는 주서혜와 소림의 원광대사등 몇몇 핵심 인물들에게만 천마신궁의 존재에 대해 운을 떼 놓았다. 때문에 구주동맹의 인물들 중에는 그를 일컬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자도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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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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