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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헉!" 비여청은 피분수를 뿜으며 그대로 삼장이나 날아갔다. 진일문은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며 노호성을 발했다. "마등주! 이 곳은 중원이지, 막북이 아니오." 이 외침은 마등주를 경동시키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로 말하자면 과거에도 중원에 진출을 시도했다가 대패하고 도로 막북으로 쫓겨갔던 위인이 아닌가? 마등주에게 있어 그 기억은 하나의 약점이나 다름이 없었다. 따라서 그는 누구의 입에서건 그것이 들추어지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나머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수를 뻗곤 했다. 과연 마등주의 넓은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어떤 놈이냐?" 그는 분성을 터뜨리며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허공에서 눈부신 검광이 쏘아져 내려왔다. "후후... 보현과 이미 상견례를 치룬 자외다." "뭐, 뭣이? 그렇다면 네 놈이 보현을 죽인 그 놈이로구나." 마등주의 분노는 그야말로 극점을 향해 치달렸다. 타인에게는 어떤 존재로 알려져 있던, 독자(獨子)를 잃은 그의 슬픔은 천하의 어느 부모와도 다르지 않았다. "이 찢어죽일 놈!" 결전에 있어 흥분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고수들의 싸움에 있어서는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목숨을 잃는 수가 허다하다. 간일발의 차이로 이승과 저승을 가름하는 문턱을 왔다갔다하는 판국이니 찰나지간일지라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된다. 물론 천년마등주도 평소 같았으면 가장 평범한 이 진리를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들을 살해한 원수가 눈앞에 나타남으로써 그는 이것을 깡그리 잊고 말았다. 하늘이라도 태울 듯한 격분이 마등주의 이성을 마비시켜 버렸다. 천년마등주는 시력을 빼앗길 정도로 눈부신 검광이 쏘아져옴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않았다. 아니, 그는 오히려 이를 부드득 갈며 쌍장을 내밀었다. "지옥만겁수(地獄萬劫手)!" 위이이잉--! 막강한 경풍을 일으키며 시커먼 묵광(墨光)이 마등주의 장심으로부터 뻗어 나갔다. 그러나 지금 그의 공세에는 본신 내력의 절반밖에는 깃들어 있지 않았다. 마음이 지나치게 동요된 상태이고 보니 공력이 제대로 운용될 리가 없거늘, 그 자신만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파앗! 천년마등주는 격타음이 울리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분명 극성의 천비수라마공(天肥修羅魔功)을 통해 전개했던 지옥만겁수가 상대의 검세를 꿰뚫었다고 확신했다. 따라서 그의 입가에 떠오른 웃음기는 승리의 미소이자 아들의 복수를 이룬데 대한 만족감의 표시였다. 고작 그가 입은 상처라야 그저 정수리의 한복판이 잠깐 따끔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틀림없이 그랬다. 그런데 잠시 시간이 지나자 그의 미간 정중앙에 한 가닥 세로로 된 혈선이 그어졌다. 그 혈선은 콧등을 타고 점차 아래로 내려가, 입술을 지나더니 급기야 목울대까지 이어졌다. "으헉!" 비로소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비명이 마등주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둔탁한 소음과 함께 보통 사람의 세 배가 넘는 그의 거구가 맥없이 쓰러졌다. 그의 몸은 바닥을 나뒹구는 순간에 이미 이등분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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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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