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느닷없이 일진광풍이 불었다. 인영들은 그것을 두고 단지 계곡을 지나는 바람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광풍이 휩쓰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치 패대기쳐지듯 사, 오인이 비명과 함께 나가떨어진 것이었다. "으아악--!" 이 작은 소요는 한 곳에 몰려 있던 삼십여 명의 인물들을 삽시에 혼란으로 이끌었다. 대체 누가, 어디서 기습을 감행해 왔단 말인가? 급기야 그들은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서로에게서 가급적 멀리 떨어지며 경계를 취했다. 하지만 사신(死神)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으아악! 캐액--!" 차창창! 차아앙! 비명이 연이어 터지며 요란한 쇳소리가 일어났다. 공격은 이내 그 반경을 넓혔고, 인영들은 일제히 대항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마구 병기를 휘둘러 댔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실로 엄청난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이렇듯 시야가 가리워진 곳에서 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가히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은 피아가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헉! 네가......." "으악!" 적이라 여기고 찌른 자는 알고 보니 동료였다. 또한 자신도 종내에는 다른 동료의 칼에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사태는 바야흐로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었다. 일단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스스로 죽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가 누구이건 이 쪽에서 먼저 죽여야 했던 것이다. 마침내 무무곡은 죽음의 계곡으로 화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생존을 위해 제각기 칼춤을 추는 군상(群像)들....... 삼성림은 삼성림대로, 또한 일월맹은 일월맹대로, 물론 신비지파인 천의회도 예외 없었다. 삼개파의 인물들은 무무곡의 곳곳에서 정녕 어이없이 피를 뿌리고 있었다. 아비규환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뿐이 아니었다. "흐흐흐... 으핫핫... 죽어라! 그렇게 모두 죽어라--!" 문득 한 가닥 광소성이 중인들의 고막을 때렸다. 광인(狂人). 그 자는 쾌속절륜한 신법으로 이리 저리 쏘아가면서 닥치는 대로 인명을 살상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의 무공이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스쳐가는 곳이면 어김없이 비명이 들렸으며 십여 명 이상의 인영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졌다. 그 자는 마치 피에 굶주린 한 마리의 야수(野獸)와도 같았다. 슈욱! 슈슈슛--! 금속성에 가까운 예리한 파공성이 연이어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그가 사용하는 무기는 검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도 아니었다. "끄으, 이럴 수가......." 그 괴병에 의해 정확히 목이 꿰뚫려 죽어가는 자만이 알고 있었다. 그것이 다만 끝이 뾰족한 막대기, 즉 하나의 묵봉에 불과했다는 것을. "으핫핫핫--!" 상상을 절하는 무무곡의 이변(異變)은 바로 미친 듯이 웃어제끼는 그 자에 의해 획책된 것이었다.

b8-5  

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