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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이렇게 대답을 했소. '그렇다면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또 아는가?' 라고." 이번에는 진일문이 뒤를 이었다. "혜자는 말했소. '본시 나는 자네를 모르네. 마찬가지로 자네도 물고기가 알지 못하네. 그러니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확실하네.' 후후후......." 허무영이 또 이어갔다. "장자가 받았소. '그러면 그 근본으로 올라가 봄세. 자네가 내게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고 물은 것은 이미 내가 그것을 안다고 여겨 물은 것이네. 나는 지금 이 호수의 다리 위에서 저 밑의 물고기와 일체가 되어 마음을 통해 그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것이네.' 라고 말이오." 두 사람의 문답은 물론 저 유명한 장자를 인용한 것이었다. 무릇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기(知己)를 얻는다는 것은 다시 없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쌍방이 적대관계라면 문제는 다르다. 진일문과 허무영. "핫핫핫--!"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대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상대의 마음이 자신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을. 사실 그들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 쪽이 극기(克己)를 통해 완성으로 다가가는 정석적인 인간형이라면 다른 한 쪽은 그런 것에 가치를 두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허무과 권태로 일관하는 인간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결코 부인하지 못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끈질긴 호감이었다. 그것은 작금에 이르자 마치 운명처럼 그들 두 사람을 속박하고 있었다. 진일문. 그는 사가보에서 허무영을 제압할 당시 몇 군데 중수혈을 짚어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 놓았다. 그러나 허무영에 대한 그의 태도는 인질로써가 아니라 그대로 친구를 대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자유를 허용했으며 요구하는 것이라면 다 들어주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 반면에 허무영은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유가 주어졌다 해서 그다지 돌아 다니지도 않았고, 그저 낚시질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때울 따름이었다. 진일문은 구주동맹의 맹주로써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었으나 와중에서도 그와 낚시를 하는 것만은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두 사람의 탐색전(探索戰)은 어느덧 마지막 장에 이르러 상대의 심중 깊숙한 곳에서 종내 자신의 것과 꼭 닮아 있는 감정들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 결과로 허무영은 기어이 흔들림을 노출시키고 말았다. 도시 심각하게 여기는 것이라곤 없었던 그가 처음으로 안면에 진한 번민을 매달고 있었다. 실상 이런 변화는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이가장에 머물렀던 두 달간 진즉부터 진일문에게 음울함을 목격 당하곤 했다. 물론 그 이유에 대해서 질문을 받아 본 적은 없었다. 사위에 서서히 어둠이 깃들고 있었다. 진일문은 돌아가기 위해 도구를 챙겼다. 하지만 허무영은 여전히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이수의 수면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허무영이 말했다. "진형, 부탁이 있소." 진일문은 미소지었다. "무엇이오?" "내게 술을 사 주겠소?" 군옥원(群玉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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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