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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이 전부 채워지자 설미령은 잔을 치켜 들었다. "그럼 망녀가 먼저......." 서서히 그녀의 입술로 잔이 기울어졌다. 그 광경에 중인들도 하나 둘 술잔을 비워 갔다. 술은 마치 폐부를 도려낼듯 쓰디 썼다. 그것은 하례주가 아니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중인들이 모두 술잔을 내렸을 때였다. "호호호홋......!" 느닷없이 설미령이 고개를 젖히더니 날카로운 교소를 발했다.영문을 모르는 중인들은 그녀가 미쳤나 싶어 아연해 했다. 그 사이, 설미령은 소매 속에서 요령( 鈴)을 꺼내더니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딸랑딸랑......! 이른바 구혼령음(九魂靈音), 즉 지옥의 유부에서 혼을 부르는듯한 방울 소리가 중인들의 고막을 때렸다. 그 소리에 그들은 멍한 표정이었으나 곧 하나, 둘씩 연회석 위로 엎어졌다. "이, 이럴 수가! 우리가 속았소이다." "이건... 사기극이었......." 장내에는 바야흐로 엄청난 소요가 일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이었다. 구혼(九魂)의 요령소리가 반복되는 가운데 그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무력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황룡전에는 괴괴한 침묵만이 남게 되었다. 그 속에서 마녀의 부르짖음과도 같은 설미령의 음성이 울렸다. "호호호호... 어리석은 자들이여! 고수를 자처하는 너희들도 극락고에는 당해 내지 못하는구나. 호호호호......." 그녀는 그야말로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덕분에 면사 위로 드러난 그녀의 눈에 기광이 스치는 것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문득 장내를 울리는 또 하나의 음성이 있었다. "좋아! 아주....... 나무관세음... 나무랄 데 없는 성공이야." 만족한 웃음과 함께 불호를 외운 사람은 바로 절정사태였다. 설미령이 교소를 거두고 고개를 홱 돌렸다. 부릅떠진 그녀의 눈에는 회의와 불신이 교차 되고 있었다. "사태께서 그럼, 고주(蠱主)였나요......?" 절정사태의 얼굴에 얼음장같이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이제는 더 이상 감출 필요도 없어졌군. 그래요, 설부인. 빈니는 고주이자 천마신궁의 삼봉령(三奉令) 중 하나인 구혼봉령주(九魂奉令主)이지." "맙소사! 상상도 못했거늘......." 설미령은 두려운듯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흥! 머리가 잘 돌아갔으면 진즉에 알 수도 있었어. 하기는 애송이와 놀아 나느라 자신의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일 여유도 없었겠지." 절정사태는 냉소하며 소매 속에서 괴이한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구리로 만들어진 세 개의 핏빛 방울이었다. "이것은 심고(心蠱)를 조종하는 영령이야." 딸랑딸랑......! 섬ㅉ한 음향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일어나라! 묵강노(默 奴)들이여." 펑! 퍼펑--! 폭음과 함께 네 개의 관뚜껑이 깨어지며 시신들이 벌떡벌떡 일어섰다. 그들은 사운악, 당평, 팽전위, 악군협 등 중원사대신가의 가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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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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