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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신하기도 했다. 한 쪽은 모친이고 다른 한 쪽은 남매나 다름없이 지내오던 사형이다. 그러니 그녀가 느낀 배신감이란 설사 눈앞에서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그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부친을 잃은 마당에 그런 사실까지 접하게 되자 그녀는 잠시 동안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 사영화가 곧 자신을 수습하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진일문으로 인해서였다. 애틋한 위로와 더불어 그는 황룡사가보에 대한 그녀의 의무감을 일깨워 놓은 것이었다. 모친을 바라보는 사영화의 눈이 몹시도 흔들렸다. '지금은 오히려 어머니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담(私談)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 모든 일들을 지시한 인물도 역시 진일문이었다. 그가 황보인을 통해 알아 낸 사건의 전모는 이러했다. 천마신궁. 그들은 중원무림을 장악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천하 제문파에 세간(世間)들을 심어 놓았다. 아울러 그들은 최근 들어 사대신가가 독립적인 성격을 띄게 되자 이 기회에 사가의 세력을 포섭해 전면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황보인으로부터 황룡사가보에서 비밀회합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는 극락자웅고를 풀어 각 가주들을 제압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바로 완벽한 꼭두각시였다. 이 일에는 황보인보다도 사실상 성낙수의 활약(?)이 더 컸다. 백의유검 성낙수. 황룡사가보의 대제자란 표면상의 신분일 뿐, 입문시부터 그는 천마신궁의 인물이었다. 최근까지 보주인 사해신검 사운악을 위시하여 보내의 인물들을 감쪽같이 속여 온 것이었다. 그 뒤에는 천마신궁의 금검령주, 즉 허무영이 있었다. 그는 천마신궁과 황룡사가보를 오가며 명령을 하달하는 한편 세간들의 모든 활동을 총관하고 있었다. 이들의 음모를 분쇄하려는 진일문의 계획은 차곡차곡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가지, 결정적인 순간에 대세를 전복시키는 것뿐이었다. 진일문은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심정으로 그 일을 추진하고 있었다. 만일 일을 그르치게 되면 그의 신분상 구주동맹에까지 영향이 미쳐 엄청난 희생을 각오해야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고독의 시술자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래야만 해고(解蠱)할 수가 있었으므로. 이와 더불어 허무영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던 진일문은 중대한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사로운 감정을 떠나 그를 제압해 천마신궁의 내막을 파헤치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황보인으로 변신한 독고준, 그리고 사영화가 각각 사가의 인물들과 설미령을 만나 일을 꾸미는 동안 그는 그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 허무형을 잡아 두고 있었다. 만월(滿月)이 솟아 올랐다. 중추의 만월은 마치 대지를 포용하듯 어두운 밤하늘의 한 가운데에서 부드러운 빛을 뿌려냈다. 황룡전(黃龍殿). 이 곳에는 지금 수십 명의 군웅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사가(四家)의 절정고수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안색은 하나같이 침중했다. 간단한 연석(宴席)이 마련되어 있었으나 술잔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모이도록 통지한 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을 청한 인물은 다름이 아니라 보주인 사해신검 사운악의 미망인(未亡人) 설미령이었다. 그래서일까?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는 웬지 비감이 감돌고 있었다. 마침내 내전으로부터 검은 상복을 입고 면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중년미부가 걸어 나왔다. 바로 설미령이었다. 중인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들은 우선 그녀가 무엇 때문에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인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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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