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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그는 걱정에서 놓여나 돌아섰다. "허허... 젊음이란 좋은 거야. 나도 한 때는 그랬었으니까." 장만생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 뺨을 맞는 것이 아니라 술 석 잔을 대접받을 수 있으리라고. 중추절(中秋節)은 중원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이를 기해 황룡사가보의 정문에는 오색등롱이 걸렸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외부인으로 하여금 이상한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편일 따름이었다. 사실상 그들로서는 명절이라 해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었다. 보내의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기 그지없었다. 총관 황보인은 오늘따라 유난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당가, 팽가, 그리고 악가의 고수들과 잇달아 접촉하고 있었는데, 기이한 것은 그의 행동이 극히 은밀하다는 점이었다. 총관이라는 직책상 황보인에게는 그들을 접대해야 하는 임무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오늘 삼가의 고수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만나고 있는 것은 그런 단순한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진일문. 그는 지금 자양각에서 허무영과 함께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그는 성낙수의 모습으로써 온갖 구실을 다 붙여 허무영을 곁에 잡아 두고 있는 것이었다. "소제는 늘 금검령주를 존경해 왔소이다." 허무영은 무감동한 얼굴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에 반해 진일문은 만면에 미소를 드리우고 있었다. "사실 진즉부터 형님이라 부르고 싶었지요." 그 말에 허무영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성낙수의 기질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말까지 듣게 되니 비위가 상했던 것이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따라서 동검령주가 이러는 데는 뭔가 저의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무영은 침착한 음성으로 말했다. "동검, 좀 더 솔직해지게.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진일문은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섭섭하오이다. 소제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소." 허무영의 권태로운 얼굴에 한 가닥 비웃음이 스쳤다. "나는 감언(甘言)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네." 진일문은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 소제는 불순한 뜻이라고는 조금도 없소이다. 형님께서는 뭔가 오해를 하셨소." 진일문의 태도는 누가 보아도 실로 그럴싸 했다. 생전의 성낙수가 그렇게 철저히 내심을 속여왔듯. 허무영은 고소를 지었다. '능구렁이 같은 놈!' 같은 시각. 내원에서는 두 여인이 만나고 있었다. "어머니......." "화아야!" 설미령은 떨리는 손으로 사영화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반면에 모친의 손에 얼굴을 내맡기고 있는 사영화의 심정은 착잡하기 짝이 없었다. 묻고 싶은 말은 태산같이 많았으나 지금은 때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영화. 그녀는 진일문을 통해 모친과 성낙수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얼마나 충격을 입었는지는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자결해 버리겠노라며 혀를 깨물려 하기도 했고, 스스로 벽에 머리를 부딪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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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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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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