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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교는 파사국의 정교에서 유래되었으며 내세(內世), 즉 미륵불(彌勒佛)을 숭앙하는 종교 집단이었다. 그들은 지닌 바 엄청난 무력(武力)을 발휘해 종내 파황교를 섬멸시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후의 광명교도들은 황궁과의 잦은 마찰로 인해 사교(邪敎)로 낙인이 찍혀 토벌대상에 올랐다. 그것은 불의를 용납치 않는 교리의 성격 때문이었다. 어쨌든 광명교는 그 때부터 마도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졌고, 그들의 활동은 어쩔 수 없이 비밀결사(秘密結社)로 발전해 더욱 세인들의 눈에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오십여 년 전에는 당시의 교주인 십절천기(十絶千技) 동방절호가 원(元)을 몰아 내고 명조(明朝)를 세우는데 가담하여 마침내 오명을 씻는가 했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동방절호는 중도에 변절해 오히려 무림을 큰 혼란에 빠뜨렸다. 그리고는 그 자신도 수하인 십대천왕(十大天王) 중 삼인, 즉 삼천공에 의해 죽고 말았다. 그 후로 광명교는 아예 천하에서 잠적해 버렸다. 진일문은 내심 침중하게 중얼거렸다. '천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또 다시 파황교가 출현하다니, 더구나 마교의 후신인 일월맹이 창궐하는 마당에.......' 그의 눈썹 사이에 깊은 골이 패였다. '일월맹, 천의회, 그리고 삼성림까지도 따지고 보면 모두 하나의 맥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오백 년 전의 광명교가 그것이다. 천마신궁만이 별개라고 볼 수 있다.' 진일문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천마신궁은 마의 본체인 천마대제의 후예, 즉 파황교의 후신이다. 그야말로 극마극사(極魔極邪)의 무리들이다.' 그의 눈에 짙은 회의가 떠올랐다. '그런데 천의회와 천마신궁에 각기 양다리를 나누어 걸치고 있는 허무영의 목적은 대체 무엇일까?' 그러다 문득 진일문은 탄식을 터뜨렸다. "아! 쌍기(雙奇) 어르신네들만 가까이 있어도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았을텐데......." 쌍기란 물론 파사국으로 떠난 취화상과 만박노조였다. 이렇다할 사문이 없는 진일문에게 있어 그들의 존재는 곧 사부나 다름이 없었다. 아울러 이제껏 그가 만난 고인들 중 진심으로 감동을 준 인물도 바로 그들 두 사람이었다. 무엇인가 난관에 부딪치면 진일문은 예외없이 그 두 기인들을 떠올리곤 했다. 구주동맹의 맹주라는 지고한 위치에 있기는 하나 그도 가끔씩은 의지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쌍기는 파사국으로 떠난 후로 아무런 소식조차 없었다. 언제 돌아올지, 아니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어떤 문제이든 그 혼자 해결을 해야 했다. 진일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시선이 우연을 빌어 죽은듯 잠들어 있는 설미령에게 이르게 되었다. '이럴 수가!' 진일문은 그녀를 보자마자 단전어림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아연실색 했다. '환락산의 춘성은 공력으로도 누를 수 없는 것이란 말인가?' 그의 호흡이 급박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전신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채 금침 밖으로 비어져 나온 설부인의 다리를 응시했다. '안되겠다! 이러다간.......' 진일문은 눈을 질끈 감더니 급급히 태극심법을 운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온몸에 고루 퍼져 있는 환락산의 약성은 더 이상 억제할 수가 없었다. 펑! 와장창....... 진일문은 창문을 박살내며 밖으로 튀어 나갔다. 욕정을 주체할 수가 없자 그의 이성이 그렇게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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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가행 제5권 검궁인 저 42장 뇌정삼식(雷霆三式)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해 갔다. 꽤 많은 날짜가 지나고 있었다. "또 그... 고맙다는 말......." 주서혜의 음성이 격정을 띄었다. 그녀는 진일문이 떠날 때면 언제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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